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타림(祇陀林) 수달장자(須達長者) 미칭(美稱) 부인정사(夫人精舍)에 천이백오십명의 많은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자비로운 청정한 음성으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십악과 불선업의 과보를 없애는 것을 설하리니, 잘 듣고 잘 받아 지녀라. 일심으로 기억하고 지녀서 삼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라.
014_0332_b_01L열 가지 나쁜 업[十惡業]이라고 하는 것은 첫째 살생업(殺生業), 둘째 투도업(偸盜業), 셋째 음욕업(婬欲業), 넷째 망어업(妄語業), 다섯째 양설업(兩舌業), 여섯째 악구업(惡口業), 일곱째 기어업(綺語業), 여덟째 탐욕업(貪慾業), 아홉째 진에업(瞋恚業), 열째 우치업(愚癡業)이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이제 마땅히 널리 중생들을 가르쳐 몸의 업을 청정하게 하고, 입의 업을 청정하게 하고, 뜻의 업을 청정하게 하여라.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화상(和尙)에게 귀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이 삼악업(三惡業)을 참회하게 하라. 이와 같이 세 번 말하여 참회를 마치면 몸의 업이 청정해지고, 입의 업이 청정해지며, 뜻의 업이 청정해지느니라. 다음은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다음과 같이 세 번 말한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다시 다음과 같이 세 번 말한다. ‘부처님께 귀의하였읍니다. 법에 귀의하였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다시 묻기를, ‘선남자 선여인이여, 너희들은 능히 지키겠느냐?’라고 한다.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라고 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지금 몸과 마음에 허물이 없느냐? 몸의 허물이란 부처님 몸에 피를 내는 것이요, 아라한을 죽이고, 화합승을 깨뜨리며, 비방하여 착한 것을 끊고, 부처님의 정법을 거역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만약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오역(五逆)죄를 지어 정법을 비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너희는 일찍이 부처님의 물건이나 법의 물건이나 현성승(賢聖僧)의 물건이나 현재승(現在僧)의 물건이나 초제승(招提僧)의 물건을 훔친 적은 없느냐? 어머니나 자매나 비구니의 주변에서 부정(不淨)한 행위를 한 적은 없느냐?’ 만약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가르쳐 다음과 같이한다. ‘너희는 이제 이와 같이 몸과 마음이 청정하느니라. ‘⧼대덕은 기억하소서. 제가 이제 십선업계(十善業戒)를 받고자 합니다. 열 가지 불선업(不善業)은 제가 이미 참회하였습니다. 오직 원컨대 대덕께서는 저희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시어 제가 받아 지니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라고 말하라.’ 이때 가르쳐 말한다. ‘우바새 아무개와 우바이 아무개여, 너희는 이제 마땅히 일심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바로 앞에 과거의 칠불과 현재의 석가모니존불(釋迦牟尼尊佛)과 미륵 등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계신다고 생각하라.’
014_0332_c_01L부처님을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난 뒤에 이렇게 말하게 한다. ‘칠불승(七佛僧)은 들으소서. 석가모니 부처님과 제불승(諸佛僧)은 들으소서. 수다원(須陀洹)ㆍ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의 현성승은 들으소서. 아무개 우바새와 아무개 우바이는 신(身)ㆍ구(口)ㆍ의(意) 삼업이 청정하여 법을 감당할 만한 그릇이 되어 이제 십선심계법(十善心戒法)과 팔계법(八戒法)을 받고자 원하옵니다.’ 이와 같이 아뢴 뒤에 다시 말하게 한다. ‘저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제자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법에 귀의하였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아무개여, 잘 기억하여 너희의 몸을 굳게 지켜라. 몸을 지키기를 부처님과 같이 하고, 몸을 지키기를 법과 같이 하며, 몸을 지키기를 스님과 같이 하라. 몸의 세 가지 업이라고 하는 것은, 첫째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 둘째 도둑질 하지 않는 것, 셋째 음욕을 하지 않는 것이니, 이와 같은 몸의 세 가지 업을 너희는 마땅히 하루나 열흘 내지 몸이 마치도록 받아 지키겠느냐?’
만약 ‘능히 지키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이제 적은 신을 지으려 하느냐, 많은 선을 지으려 하느냐, 가득찬 선을 지으려 하느냐?’
만약 능히 할 수 있다고 답한 이는 다시 아뢰어 말한다. ‘이와 같이 사실대로 마땅히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제자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법에 귀의하였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아무개는 잘 기억하여 너희 입을 굳게 지켜라. 입을 부처님과 같이 굳게 지키고, 입을 법과 같이 지키고, 입을 스님과 같이 굳게 지켜라. 입의 네 가지 업이란 첫째 거짓말하지 않는 것, 둘째 이간질하지 않는 것, 셋째 욕설을 하지 않는 것, 넷째 꾸미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입으로 짓는 네 가지이다. 너희는 마땅히 받아 지니되, 하루나 열흘 내지 몸이 마칠 때까지 받아 지니겠느냐?’ 만약 ‘능히 지키겠습니다’ 하고 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이제 적은 선을 지으려 하느냐, 많은 선을 지으려 하느냐, 가득 찬 선을 지으려 하느냐?’
만약 능히 할 수 있다고 답한 이는 다시 아뢰어 말한다. ‘이와 같이 사실대로 마땅히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제자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법에 귀의하였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이렇게 세 번 말한다. 아무개는 잘 기억하여 너희 마음을 굳게 지켜라. 마음을 부처님과 같이 굳게 지키고, 마음을 법과 같이 굳게 지키고, 마음을 스님과 같이 굳게 지켜라. 뜻의 세 가지 업이란, 첫째는 탐욕이고, 둘째는 화내는 것이고, 셋째는 어리석음이다. 이와 같은 뜻의 세 가지 업을 너희는 마땅히 하루나 열흘 내지 몸이 마치도록 받아 지니겠느냐?’ 만약 ‘능히 지키겠습니다’ 하고 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이제 적은 선을 지으려 하느냐, 많은 선을 지으려 하느냐, 가득 찬 선을 지으려 하느냐?’
014_0333_a_01L만약 능히 할 수 있다고 답한 이는 다시 아뢰어 말한다. ‘이와 같이 사실대로 마땅히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만약 십선을 받아 지키지 않으면 팔계도 마침내 성취되지 않으며, 만약 팔계가 훼손되면 십선도 함께 소멸된다. ‘제자 아무개는 오늘 아침부터 내일 아침까지 대덕을 억념하겠으니, 대덕은 마땅히 저를 위해 화살이 되어 주소서.’ 팔계법(八戒法)이란, 지극한 마음으로 여덟 가지 계를 굳게 지키는 것이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마음을 부처님처럼 지키겠습니다. 법에 귀의하고 마음을 법과 같이 지키겠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고 마음을 스님처럼 지키겠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법에 귀의하였습니다.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말한다. ‘대덕은 기억하소서. 오늘 아침부터 내일 아침까지 팔계를 받고자 합니다. 오직 원컨대 대덕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허락해 주소서.’ 다시 묻는다. ‘너희는 능히 팔계재(八戒齋)를 받아 지니겠느냐?’ 만약 ‘받아 지니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마땅히 마음을 잘 지켜라. 마음을 모든 부처님과 아라한과 같이 지키겠느냐?’ 만약 “지키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묻는다. ‘너희는 앞의 재계(齋戒)에서부터 지금까지 그 중간에 신ㆍ구ㆍ의로 사타법(捨墮法)을 범하지 않았느냐? 이러한 죄와 내지 근본이 되는 최대의 중죄를 이제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아라한과 화상(和尙) 앞에서 지성으로 드러내고 오체투지하며 모든 죄를 참회하라. 이것을 포살법(布薩法)이라 한다. 이미 포살을 마쳤으면 청정주(淸淨住)라고 이름하며, 법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된다. 다음에는 마땅히 여래의 팔계를 수지해야 하나니, 너희가 능히 지키겠느냐?’ 이와 같이 세 번 묻는다. 팔계재(八戒齋)라고 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ㆍ여래께서 재가인이 출가하는 법을 제정하신 것이다. 첫째는 살생하지 않는 것, 둘째는 훔치지 않는 것, 셋째는 음행하지 않는 것,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여섯째는 높고 넓은 자리에 앉지 않는 것, 일곱째는 춤추고 노래 부르거나 일부러 가서 보거나 듣지 않으며, 향기가 배어있는 옷을 입지 않는 것, 여덟째는 정오가 지나면 먹지 않는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받아 지녀야 한다.
이 재계를 받아 지킨 공덕으로 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사람 가운데 태어나 바른 소견으로 출가하여 열반도를 얻는다. 만약 천상에 태어나면 항상 범천에 태어나며, 부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때를 만나 법륜 굴리시기를 청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만약 팔계를 지키면 율을 따르고 비니(毘尼)를 따르는 것이라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처럼 받아 지녀서 훼손하고 위반하지 않으면
014_0333_b_11L若人持八戒, 隨律順毘尼, 如諸佛正法,
受持不毀犯。
마땅히 몸과 마음을 알아 함께 해탈을 얻으리니 이것을 열반의 길이라 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바일세.
014_0333_b_13L當知身與意, 俱時得解脫,
此名涅槃路, 諸佛之所行。
이와 같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십선ㆍ팔계를 받아 지니는 것을 좋아하여, 삼가 진리의 씨앗을 잊거나 잃어버리고 파괴되거나 없어지게 하지 말고, 두루 모든 천인을 위해 널리 설하여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마땅히 잘 받아 지니겠습니다.”
사리불에게 이르나니, 너희는 이제 마땅히 알라. 살생의 업은 지극히 무거운 것임을 마땅히 알라. 내가 옛날 너희와 함께 파련불(巴連弗) 마을에서 유행할 때, 저 큰 성 가운데 제바발제(提婆跋提)라는 한 장자의 딸이 있었다.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단정하기 짝이 없었고, 붉은 연꽃과 같아 천녀도 견줄 수 없었다. 어미가 매우 어여삐 여기면서 내게 와서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하늘의 동자와 같습니다. 저는 이 아이를 제 몸보다 백천만 배나 더 사랑하옵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그때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인이여, 마땅히 알라. 일체 범부가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것은 마치 바다가 강물을 다 삼켜도 싫어함이 없는 것과 같거늘, 그대는 이제 어찌하여 자신보다 아이를 더 사랑한다고 하는가? 무엇으로 증거를 삼을 수 있겠는가?”
그때 여인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설사 불이 일어나서 내 몸을 태울지라도 마침내 아이를 놓지 않을 것입니다.”
014_0334_a_13L時女白言:‘世尊!我愛此子,設使火起焚燒我身,終不放捨。’
그때 세존께서 그 여인을 제도하기 위하여 신통력으로 네 명의 야차를 만들고 각기 화산(火山)을 쳐서 사방에서 불길이 달려오게 했다. 불이 멀리 있을 때 여인은 자신의 몸과 입고 있는 옷으로 아이를 가려 덮었다. 그러나 불이 점점 가까이 오자 손을 들어 얼굴을 덮고 아이로써 불을 가렸다. 부처님께서 선여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더니, 어찌 아들을 가지고 불을 막아 자신을 구하려고 하는가?” 그때 여인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어, 오직 원컨대 저를 구해 주소서. 오식 원컨대 저를 구해 주소서. 이 아이를 아끼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신력을 거두시어 모자(母子)가 함께 시원해지자 곧 더없이 바르고 참된 진리의 마음[無上正眞道心]을 일으켰다.
014_0334_b_01L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자신과 네 아들을 사랑한다면 어찌 자살하거나 다른 이에게 죽이도록 하겠는가? 마땅히 알라. 살생은 큰 악보(惡報)를 받나니, 반드시 아주 심한 고통을 받는 아비지옥에 떨어지느니라. 염라왕이 관장하는 법률에 걸려 매이게 된다. 어떤 것을 지극히 무거운 법률이라 하는가? 저 염라왕이 밤낮으로 여섯 때[六時]에 살생보(殺生報)를 설하는데 열 가지 악업이 있다.
첫 번째, 살생한 업으로 항상 칼 산에 불길이 치성하게 타오르는 지옥에 태어나 칼로 된 바퀴가 마디마디 끊고 잘라 팔만 사천 토막을 내는데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육십억 번을 태어났다가 육십억 번을 죽는 이 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빛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을 것이다”라고 한다.
두 번째, 살생한 업으로 반드시 칼 숲으로 된 지옥[劍林地獄]에 태어난다. 팔만 사천 개의 칼 나무가 있는데, 각각 높이가 팔만 사천 유순이고 하나하나의 나무에 팔만 사천 개의 칼 가지가 자라나 있고, 하나하나의 가지마다 사천 송이의 칼 꽃이 피어 있으며, 하나하나의 꽃에 팔만 사천 개의 칼 과일이 달려 있다. 이 살생한 사람을 칼 나무 위에서 찾으면 마음이 모든 칼 나무의 끝에 두루하고 그 나머지 마디는 칼 숲에 두루하며, 하나하나의 마디에 팔만 사천 개의 칼 가지가 두루 하여 뼈를 깎고 뚫는 칼 꽃과 칼 과일이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다. 신체가 파괴된 것이 마치 두루미냉이와 같이 되는데, 이와 같이하여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팔만 사천 번을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나니, 살생의 업은 이와 같다. 이 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빛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014_0334_c_01L세 번째, 살생한 업으로 화탕지옥(火湯地獄)에 태어난다. 백천만 번을 끓여서 살점이 다하고 뼈가 튀어나오며, 구리쇠 기둥 위에 두면 자연히 다시 살아난다. 백천 개의 가시를 쇠칼로 삼아 자기의 살을 잘라 먹으면 다시 끓는 가마 속에 떨어진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빛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네 번째, 살생한 업으로 철상지옥(鐵床地獄)에 태어난다. 그 지옥에는 한 개의 쇠 침상이 있는데 길이와 너비가 똑같이 오십 유순인내, 사방에서 칼날이 와서 심장을 찌르고, 큰 쇠그물과 수레바퀴가 그 머리 꼭대기를 쪼개며 바로 빠져 나온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한다.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다섯 번째, 살생한 업으로 철산지옥(鐵山地獄)에 태어난다. 사방의 철산의 모양이 마치 쇠 동굴과 같은데, 굴속에서 불이 나서 사면으로 뿜어져 나온다. 다섯 명의 야차가 있어 죄인의 몸을 베어 네 조각으로 나누어 불 속에 던지면 네 개의 산이 곧 합쳐져서 산산이 부수어 가루처럼 만든다. 그러면 불새[火鳥]가 갑자기 일어나 쇠 부리로 온갖 쇠 새와 쇠 뱀들이 뼈마디마다 뼈를 부수고 들어가서 뼈를 쪼개고 빠져 나온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014_0335_a_01L여섯 번째, 살생한 업으로 철망지옥(鐵網地獄)에 태어난다. 이 지옥에는 큰 철산이 있는데 높이가 백천 유순이며 거기에 철탕(鐵湯)과 쇠그물이 가득 차 있다. 낱낱의 그물 사이에는 쇠 부리를 가진 온갖 벌레들이 무량무변한데, 머리 꼭대기로부터 들어가서 뼈를 뚫고 쪼개어 발밑으로 빠져 나온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일곱 번째, 살생한 업으로 붉은 연꽃지옥에 태어난다. 이 지옥 가운데 한 연꽃에는 팔만 사천 개의 꽃잎이 있는데, 낱낱의 꽃잎의 모양이 마치 칼 산과 같다. 높이가 오(五) 유순이고 백억 개의 칼 숲이 동시에 벌겋게 불꽃으로 타오른다. 죄인이 꽃 속에 앉으면 하나의 꽃이 열리는데, 한 개의 꽃잎이 열릴 때 불산[火山]의 칼숲이 살갗을 태우고 뼈를 부순다. 고통이 백 가지인데 이것이 서로 합할 때 백천 개의 칼산이 동시에 몸을 끊는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014_0335_b_01L여덟 번째, 살생한 업으로 다섯 번 죽이고 다섯 번 살리는 지옥 중에 태어난다. 이 지옥에 다섯 개의 큰 산이 있는데, 오백억 개의 칼 바퀴가 산꼭대기에 있다. 위에 있는 큰 수륜(水輪)이 칼 바퀴 위에 있어서 죄인이 그 속에 있으면 몸이 꽃을 깔고 누운 것 같지만 차가운 얼음 위이다. 동시에 다섯 산의 칼 바퀴가 다섯 방향에서 쏟아지듯이 날아오면 살려 달라고 부르짖지만, 다섯 토막으로 나누어 다섯 번 죽이고 다섯 번 살리며 몸을 부수어 가루처럼 만든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다.
아홉 번째, 살생한 업으로 독사숲 지옥[毒蛇林地獄] 중에 태어난다. 이 지옥에는 헤아릴 수 없는 항하(恒河: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열철독사(熱鐵毒蛇)가 있는데, 하나하나의 뱀의 길이가 수천 유순이나 되고, 입 속에서 독을 뿜으면 마치 뜨거운 철환과 같다. 이런 것이 죄인의 머리 꼭대기로 들어가서 몸 안에 가득 찼다가 낱낱의 뼈마디에 헤아릴 수 없는 뱀이 있어 각기 독과 불을 뿜어 죄인을 태워 버린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다.
열 번째, 살생한 업으로 철계가쇄지옥(鐵械枷鏁地獄) 중에 태어난다. 십이 유순이나 되는 철산이 형틀이 되고, 육십 유순의 쇠기둥과 불 그물로 쇠사슬을 삼고, 팔십 유순의 쇠로 된 개가 입으로 불을 토하여 쇠고랑으로 만든다. 허공의 쇠화살이 자기의 심장에 떨어지고, 형틀과 쇠고랑이 구리알[丸]으로 변화해서 눈으로 들어가 몸마디마다 두루했다가 발로 빠져 나온다. 이렇게 하루 낮 하룻밤에 팔만 사천 번 태어나고 팔만 사천 번을 죽는다. 이때 염라왕이 그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살생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좋으냐? 네가 이제 다시 백천만 겁토록 다른 사람의 빚을 보상하더라도 끝내 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살생한 업으로 지옥 속에 있으면 다시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을 화보(華報)라 한다. 바야흐로 사람으로 태어나도 병이 많고 명이 짧아서 다시 사생(四生)의 모든 중생 중에 태어나서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것이 무량무변하여 가히 헤아릴 수 없다.”
014_0335_c_01L‘훔치지 말라고 하는 계’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
‘훔치지 말라고 하는 계’는 널리 일체 중생에게 재물들을 보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훔치지 말라는 계’를 설하시어 감로ㆍ청량ㆍ안온을 삼는다. 이 계를 잘 호지(護持)하는 것을 ‘하늘에 나는 길’이라 하고, ‘진리를 얻는 곳’이라 하며, ‘열반의 옷’이라 하고, ‘해탈의 생명’이라 한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훔치지 않는 것을 찬탄하시되, 아귀의 원인을 끊는 것이라 한다.
첫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반드시 육산지옥(肉山地獄)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육산의 죄인은 머리가 마치 큰 산과 같은데 백천 개의 머리가 달려 있다. 낱낱의 머리와 뺨에 육부(肉埠)가 생기고, 백천 마리의 쇠로 된 개[鐵狗]가 철산(鐵山)으로부터 나와서 싸움을 할 듯 짖으며 먹이를 서로 빼앗아 다툰다. 또한 온갖 쇠못과 같은 것이 개의 입에서 삐져나와 죄인의 정수리로 들어가서 발꿈치로 나오며, 그 살가죽을 벗겨서 백천 유순이나 되는 쇠로 된 가시 위에 펼쳐 두며, 몸과 살갗이 함께 고통을 당하기를 팔만 사천 세를 지나게 된다. 심장을 칼과 같은 것으로 도려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첫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두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아귀에 떨어지며, 몸이 엄청나게 크고 길어서 오십 유순이나 된다. 다닐 때는 마치 오백 대의 수레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뼈마디 사이마다 불이 솟아나는데 열 대의 불차가 타는 듯하며, 배고프면 구리알을 삼키게 하고 목마르면 구리즙을 마시게 한다. 머리카락은 쇠바늘과 같아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얽어매어 백천만 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되, 귀로는 아예 물에 쌀을 씻는 소리조차도 듣지 못한다. 이것이 두 번째의 훔치는 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014_0336_a_01L세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한빙지옥(寒氷地獄)에 태어난다. 백천만 년 동안 사방팔방에 빙산(氷山)으로 옷을 삼는데, 마치 연꽃을 펼쳐 놓은 것과 같다. 스스로 제 살을 뜯어먹으며 불화살이 심장에 박힌다. 이것이 세 번째 투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라고 한다.
네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나찰 중에 태어난다. 여자는 마치 천녀와 같이 용모가 단정하고, 남자는 천 개의 눈이 있는데 무쇠 굴레를 머리에 걸고 개와 같은 이빨이 위로 솟아나고 귀마다 불이 피어오른다. 여자가 교태를 부리면 그 때에 온몸에 불길이 치솟고, 피를 마시며 고기를 씹으며 불을 삼키고 재를 삼키며, 피고름을 삼키고 토하며, 백천만 년 동안 나찰의 몸을 받아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이것이 네 번째 투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다섯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철록지옥(鐵鹿地獄)에 태어나서 무쇠 사슴의 형상을 받는다. 백천 개의 머리와 손이 있고 백천 개의 꼬리와 발굽이 있으며 백천 겹의 껍질이 있는데, 오백억 마리의 무쇠 호랑이와 백천억 마리의 무쇠 사자가 그 껍질을 벗겨 먹으면 하나하나의 껍질 사이에 헤아릴 수 없는 무쇠 침이 돋아난다. 마치 날카로운 칼로 뼈를 깎으면 골수에까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 파고드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백천만 년 동안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이것이 다섯 번째 투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014_0336_b_01L여섯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벌거벗은 몸에 검고 파리하며, 눈은 사팔뜨기이고 입에서는 심한 냄새가 나며, 항상 감옥에 갇히고 귀한집의 똥오줌 등의 더러운 것을 치우는 일만 하여 비록 사람으로 태어나도 모습이 소나 말과 같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백천만 년 동안 고통이 한량없다. 이것이 여섯째 훔치는 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일곱 번째의 훔치는 죄의 과보는 도검화대지옥(刀劍花大地獄)에 칼의 숲이 헤아릴 수 없는 곳에 태어나게 된다. 온갖 죄인들의 몸이 넓고 네모난 백천 유순의 철옹(鐵甕)과 같은 곳에 들어 있으면, 옥졸들이 내모는 것이 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것과 같다. 꽃과 같은 칼끝마다 백천 개의 검화(劍花)가 돋아나서 살갗을 무수한 조각으로 도려내고 뼈를 깎아 공중에서 우수수 떨어지게 한다. 칼날 위에 다시 칼날이 돋아나서 살갗을 찌르고 벗겨 무수한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으며, 그 뼈를 쪼개고 부수어 여러 조각으로 만들면서 골수와 심장을 찌르면,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 없다. 사방의 철산에서 헤아릴 수 없는 남가새[蒺藜]가 날아와서 서로 쪼면 마치 큰 화살로 동시에 심장을 쏘는 듯하니, 무량억 년 동안 이러한 고통을 받는다. 이것이 일곱 번째 투도의 과보이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014_0336_c_01L여덟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화산대지옥(火山大地獄)에 태어난다. 큰 지옥에 몸을 받으면 백천 개의 머리가 달리게 되고 그 등에 오백 마리 불원숭이를 짊어지는데, 그 원숭이들은 각기 손에 불칼을 쥐고 그 살갗을 벗겨 내어 불산 위에 던진다. 심장에서 불이 솟아나고, 뼈를 깨물고 씹을 때는 몸이 마치 불무더기 같아서 사방으로 미친 듯이 날뛰게 된다. 불산을 벗어나려고 해도 마침내 벗어날 수 없고, 만 가지 고통을 받으면서 죽으려 하여도 죽을 수도 없으며, 백천만 년 동안 이러한 고통을 받는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않으리라”고 한다.
아홉 번째 훔치는 죄의 과보는 천비대지옥(穿鼻大地獄)에 태어난다. 천비지옥에는 열두 개의 무쇠 갈고리가 있는데, 갈고리에 그 눈과 귀와 코와 입과 혀를 걸고 몽둥이로 때리면서 그 얼굴 가죽을 벗기고 살점을 입 안에 집어넣고 씹게 한다. 큰 불화살을 심장에 쏘아 발끝에 이르게 하면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 없고, 백천만 년 동안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열 번째 훔친 죄의 과보는 도박지옥(屠剝地獄)에 태어난다. 무쇠 침상 위에 눕혀 놓고 옥졸이 칼로 껍질을 벗기고 심장을 갈라내어도 마침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고, 백천만 년 동안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고 한다.
‘음행 하지 말라고 하는 계’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음행 하지 말라고 하는 계’는 다섯 가지 공덕의 이익이 있어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는 바이다. 음행 하지 않는 것은 부처님의 위의에 머무는 것과 같고, 몸에서는 항상 부처님과 같은 향기가 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안식(眼識)을 움직이지 않고 음색(婬色)을 보지 않는다. 설령 색을 볼 때에도 똥 속에 있는 벌레를 보는 것과 같이 하고, 칼이 심장에 들어오며 불이 눈을 태우는 것처럼 여겨 마음에 무상한 애욕을 일으켜 핍박되지 않는다. 안화(眼火)가 동서 좌우로 움직이는데 무슨 애욕이 거기에 있겠는가?
014_0337_a_01L둘째는 음욕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설령 음욕의 소리를 듣더라도 이식(耳識)을 움직여 이근(耳根)을 즐겁게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이는 소리에 동요되어 독사의 숲을 애욕의 종자로 삼으니, 이것을 적풍이라 한다. 이근으로부터 망견이 일어나서 나온다. 야차가 읊조리는 것과 같거늘 무슨 애욕이 거기에 있겠는가? 이것은 허깨비와 같은 메아리일 뿐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이 거기에 애착하여 온갖 감각 기관을 동요시키지만 이것은 길가는 사람의 소리일 뿐이다. 어리석음으로 애욕의 강을 따라 오욕의 물결이 흐르게 되나니, 이것이 도적인 줄을 깊이 알아서 이식(耳識)을 동요하지 말라.
셋째는 비근(鼻根)으로 향기를 맡는다. 마땅히 알지니, 이 향은 팔풍(八風)으로 일어난다. 어리석음의 바람이 애욕의 바람을 고동쳐서 불어오게 한다. 꽃 등의 온갖 향이 망상으로부터 생겨난다. 동서 좌우로 전도되는 것이 비식(鼻識)으로부터 일어나면 이것을 향이라 하고, 혹은 아름다운 맛이라 한다. 비식이 놀라 움직여 초목과 온갖 꽃을 모두 향이라고 한다. 여래는 몸을 잘 섭수하여 향기를 맡지 않으시고, 참답지 못함을 몸소 인식하시어 향촉(香觸)을 찬탄하지 않는다.
넷째는 설식(舌識)을 움직이지 않으며, 세간의 이익을 말하지 않고, 음욕의 일을 찬탄하지 않는다. 입으로는 마침내 음욕의 촉감이나 쾌락을 말하지 않고, 미치고 미혹하여 끈끈이 아교와 같은 집에 머물지 않으며, 또한 애욕의 쾌락에 관한 일들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명을 늘어나게 하는 것은 다섯 가지 도적의 어리석음과 애욕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설식을 움직이지 않으신다.
다섯째는 의근(意根)이 고요하여 동요하지 않는다. 음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음욕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음욕의 쾌락을 생각하지 않고, 음욕의 근본을 요동시키지 않는다. 음욕의 마음을 증장[轉]시키지 않음이 해탈심(解脫心)과 같다. 고요하고 고요한 데에 머물면 있는 곳마다 항상 즐거운 곳이 된다. 무위안온하게 부처님의 마음을 따라 배우며 진여제(眞如際)에 머물면 한결같이 십팔 대공(大空)과 아홉 가지 열반에 들어가게 된다.
014_0337_b_01L부처님과 보살은 이 다섯 가지 공덕을 얻고 몸이 청정하여 항상 연꽃 속에 태어나며, 몸은 맑아 때가 없고 마음도 또한 담박하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음행하지 말라는 계를 말씀하시어 가장 뛰어나고 청정하며 위없는 공덕인 다섯 가지 이익을 찬탄하여 해탈의 원인으로 삼음에 다함이 없으시다. 음욕은 지극히 무거워 끈 없이 결박하는 것이 비유컨대 늙은 코끼리가 오욕의 늪에 빠진 것과 같아서 널리 모든 죄의 근본이 된다. 음욕의 죄를 내가 이제 마땅히 설하리라.
둘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비록 사람의 왕[人王]이 되어 위력이 자재하더라도 애정과 애착의 노예가 되어 하찮은 사람[野人]에게도 부림을 받으며, 재보를 많이 얻더라도 불이 땔나무 장작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싫어하거나 만족할 줄 모르다가 마침내 몸을 망치고 나라를 잃고 죽어서는 악도에 떨어진다.
셋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항상 다른 이에게 얽매이고 속박되며 여섯 도적[六賊]에게 휘둘리다가 무상(無常)의 큰 코끼리가 그 등판을 짓밟아도 마음은 미친 원숭이와 같아 온갖 재난을 알지 못한다. 욕망의 불길이 불타오르면 부모ㆍ형제ㆍ자매도 모르게 되나니, 마치 개ㆍ돼지가 서로 얽히고 짊어지더라도 전혀 부끄러워함이 없는 것과 같다.
014_0337_c_01L다섯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마음은 날카로운 칼과 같고 눈은 불차와 같아서, 공덕행의 곳집을 모조리 자르고 태워 버린다.
014_0337_c_01L五者,貪婬之人,心如利刀,眼如火車,割截燒滅功德行藏。
여섯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찰제리의 종족이 되더라도 번뇌의 불을 태우고 탐욕의 땔나무를 일으켜 마음의 욕망으로 벗기고 빼앗으려 하는 것이 마치 나찰과 같다. 바라문 종족이 되더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음이 마치 요술쟁이가 단지 요상(妖祥)한 일을 지어서 부정한 일을 말하는 것과 같다. 사문의 종족이 되더라도 귀의 할 줄을 모르고 모든 정근(情根)을 동요시키는 것이 끈끈이 풀[膠着草]과 같으며, 욕망에 물든 것으로 의근(意根)을 둘러싸고 육정(六情)의 불을 일으켜 온갖 선근 종자를 모두 태워 버리고, 지난 세상에 닦은 맑고 깨끗한 업을 모두 파멸시킨다. 손을 들고 발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 같고, 눈은 맹렬히 타오르는 불과 같고, 입은 나찰과 같아서 온 몸의 털구멍마다 음욕의 불길이 치솟게 한다.
일곱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여덟 가지 업을 짓는다. 살생을 하기 위해 칼이나 몽둥이 등 살생하는 도구를 갖추게 되며, 남녀가 서로 화합하여 큰 거짓말을 일삼게 되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음욕의 분위기를 만든다. 혹 다시 온갖 보배 등을 훔쳐 장엄하게 쌓고 모아 두며 마음의 보배로 삼고, 눈으로는 나쁜 개가 더러운 냄새를 따라 훔치고 먹는 것과 같다.
014_0338_a_01L아홉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진주[貝珠]를 집어던지는 것처럼 반드시 적동지옥(赤銅地獄)에 떨어진다. 적동지옥은 가로ㆍ세로로 넓고 방점하기가 칠천 유순인데, 동화(銅花)가 숲이 되고 아래에 무쇠 침상이 있다. 침강 위에 다시 백천 유순의 뜨거운 구리쇠로 된 여덟 개의 모난 기둥[八楞柱]이 있고 기둥 끝에 거울이 있는데, 거울 속에 저절로 온갖 여인의 모습이나 흑은 남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음욕을 가진 사람이 애욕의 마음을 움직이면 모든 정근(情根)에서 동시에 불이 일어나서 구리쇠 꽃은 크고 뜨거운 무쇠 못으로 변하고, 구리쇠 기둥은 끓어오르는 가마솥으로 변하고, 무쇠 침상은 불길이 타오르게 된다. 여자는 개로 변하고 남자는 칼로 변하여 죄인을 내몰아치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뜨거운 구리알을 씹고 끓어오르는 구리즙을 삼키게 하여, 죽고자 하여도 죽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지나 그 수명이 일 겁이나 된다.
열째, 음욕을 탐하는 사람은 마치 짙은 구름에 가려긴 것처럼 부처님을 뵐 수 없다. 맑고 깨끗한 행을 깨뜨렸기 때문에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몸이 지옥에 가득 차서 수명이 일 겁이나 되며, 좌우로 온전하게 되려면 다시 일 겁을 지나야 한다. 그때 염라왕이 죄인을 꾸짖어 말한다. “네가 훔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인데, 이 일이 즐거우냐? 너는 이제 다시 백천만 겁 동안 다른 이에게 진 빚을 갚아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리라.”
014_0338_b_01L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몸과 마음을 잘 보호하고 지녀서 음욕을 짓지 말라. 눈을 가지고 음색(婬色)을 보지 말고, 귀를 가지고 음욕의 소리를 듣지 말며, 코를 가지고 음욕의 냄새를 맡지 말고, 혀를 가지고 음욕의 혀에 닿지 말라. 이와 같이 하는 것을 지혜를 갖춘 것이라고 한다. 팔정도를 행하여 음행을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되, 비유컨대 연꽃잎에 더러운 먼지와 때가 붙지 않듯이 하면, 수다원도(須陀洹道)와 사다함도(斯陀含道)와 아나함도(阿那含道)와 아라한도(阿羅漢道)와 벽지불도(辟支佛道)와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게 되리니, 이 모든 것을 음행을 하지 않는 청정함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헤일 수 없는 억천 겁에 벗어나려 해도 빠져나올 기약 없나니 이러한 큰 악인은 온 몸이 그대로 불덩어리라서 온갖 선을 모조리 태워 버리느니라.
014_0338_c_08L無量億千劫, 求出無由脫,
如是大惡人, 擧身是火山, 燒壞一切善。
욕설이라는 것은 입에 비록 향을 머금고 있더라도 시체 썩는 것과 같은 냄새가 난다. 항상 다른 이의 좋지 못한 일을 들추어내어 말하기를 좋아하므로 입으로 내뱉는 말은 바늘과 같고 칼과 같으며 창과 같고, 똥과 같으며 오줌과 같고, 벌레와 같고 피고름과 같다. 하늘과 인간들 가운데 좋은 말의 향기보다 나은 것이 없고, 삼계 가운데 욕설만큼 냄새나는 것이 없다.
두 번째의 욕설을 하는 사람은 입으로 내뱉는 것이 마치 뜨거운 구리알이 비 오듯이 내려 다른 이의 집이 모조리 불타서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큰 지옥에 떨어져 뜨거운 무쇠가 됨을 태우고 뜨거운 무쇠즙을 마시는 과보를 받을 것이며, 설령 세간에 태어나더라도 문둥병 든 개나 사람이 되어서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항상 피고름을 먹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마다 착하지 못하므로 나쁜 것과 언제나 어울리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양설(兩舌)이다. 양설을 하는 사람은 마치 물과 불같다. 짓지 않은 것을 지었다 말하고, 다른 이가 착하고 진실하고 청정한 말을 하여도 미치고 비정상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바도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이 하였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항상 보고 좋아하지 않으며, 반드시 큰 악도 증에 떨어져 구리쇠 톱으로 혀를 잘라 수천 조각이 될 것이다.
014_0339_a_01L네 번째는 기어(綺語)이다. 기어는 좋은 것을 도리어 나쁘다고 하고, 나쁜 것을 도리어 좋다고 하여, 조롱하고 절도 없이 말하며 교묘하고 날카롭게 말하되, 무익한 말을 하고, 이롭지 않은 말을 하며,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오욕을 찬탄하는 말을 하며, 마음을 명료하지 않게 말하고, 깜깜하게 어두운 말을 한다. 이러한 가시와 같고 갈고리와 같은 말로 중생들을 잡아맨다. 이런 사람은 나쁜 과보로 목숨이 다하면 자림지옥(刺林地獄)에 떨어져 백천 개의 무쇠 가시와 갈고리가 그 혓바닥에 돋아나서 백천 조각을 내게 될 것이다.
014_0339_b_01L다섯 번째는 삿된 견해를 찬탄하는 것이나 사견을 가진 사람의 입은 마치 불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아서 모든 선근을 태워 버린다. 부모나 부처님이나 법이나 비구승이나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나 스승이나 친구나 선지식도 없고, 마음이 질풍과 같아서 한 번 휘몰아치면 온갖 선근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버린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큰 도적이라 인과가 없다고 말하며, 입은 큰물이 삼계에 흘러넘치는 것과 같다. 음욕으로 절도가 없고 조롱하는 것 같은 무리들이 다섯 가지 무간업을 지어 반야를 단절시키고, 네 가지 무거운 금계를 범하여 무간지옥의 죄를 짓기에 이르나니, 이 모든 것은 사견으로 전도된 나쁜 마음 때문이다. 삿된 바람이 불어 악심을 동요시키면 입으로 착하지 않은 말을 하니, 아비지옥에 떨어져 불같은 무쇠 가시가 혓바닥에 생겨난다. 이와 같은 망어와 악구와 양설과 기어와 사견을 찬탄하는 이는 큰 악인이라 비록 세간에서 지ㆍ수ㆍ화ㆍ풍 사대로 이루어진 오음(五陰)을 꾸미고 단장하고 있더라도, 지대(地大)는 곧 무쇠산에 칼 숲과 칼 나무, 백천 개의 무쇠 가시와 무수 한 무쇠 벌레, 무쇠 부리를 가진 새들이 서로 쫓고, 무쇠 그물과 가시 마차로 그 몸을 갈아 부수어서 목숨을 끊는 것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수대(水大)ㆍ화대(火大)는 곧 구리쇠 물과 같다. 무수한 가마솥에 구리알을 달구며, 똥오줌이 무쇠 강을 이루며 마디 사이마다 흘러드는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 크고 작은 뼈마디마다 저절로 무쇠 기둥과 같이 되고, 온갖 불무더기가 동시에 육근(六根)으로부터 일어나서 몸과 마음을 태워 없애고 큰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 풍대(風大)는 우박비와 같이 무수한 칼 숲에 백천 개의 갈나무가 있어서, 팔다리의 마디를 움직일 때마다 계곡이 생겨난다. 마땅히 알라. 오음(五陰)은 곧 다섯 도적이다. 십팔(十八) 나찰이 지옥의 종자로 매여서 염라왕의 백성으로 되어 있다. 식(識)은 뜨거운 무쇠 침상이 되고 구리 즙이 아비지옥에 가득 차 있다. 스스로 강건함을 뽐내며 애써 악구를 하여 욕하고 비방하며 헐뜯는 사람은 지금은 편안히 있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악구ㆍ망어ㆍ양설ㆍ기어ㆍ사견을 찬탄하는 말을 하는 이런 사람은 한 사람의 도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일체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의 대겁적(大劫賊)이 된다. 비유하면 여러 도적들이 위력이 자재하여 한 성(城)을 태우고 파괴하여 온 천하의 백성들을 살해한다면 이 사람이 얻는 죄의 과보가 많겠느냐, 적겠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얻는 죄는 수미산과 같아서 헤아릴 수 없겠습니다.”
014_0339_b_08L舍利弗白佛言:“世尊!此人所得罪,如須彌山不可稱量。”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비록 큰 죄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잠깐 동안에 망어ㆍ악구ㆍ양설 ㆍ기어ㆍ사견을 찬탄하는 업을 짓는 것과 같지 않다. 이런 사람은 크고 무거운 죄의 과보를 받으리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치면 큰 지옥에 떨어져서 무량겁이 지나도록 고통을 받는 것이 다함이 없으며, 백천의 모든 부처님이 출현하셔도 구할 수가 없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 법을 비방한 죄인이 시방세계에 있는 지옥과 더불어 함께 태어나고 지옥과 함께 사라지는 모양을 살펴보실 뿐이니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몸과 입을 잘 단속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이가 이 십선계를 받아 지니면 십악업을 깨뜨리고, 위로 천상에 태어나면 범천왕이 될 것이며, 아래로 세간에 태어나면 전륜성왕이 되어 십선으로 교화하며 영원히 지옥과 삼악도를 멀리 여의게 되리니, 비유하면 냇물이 흘러 열반의 바다에 이르는 것과 같으리라. 만약 십선계를 훼손하고 위반하는 이는 큰 지옥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지나면서 온갖 고뇌를 받게 되리라. 사리불이여, 너희는 십선계의 갈마법(羯磨法)을 잘 수지하여 열 가지 불선업을 깨뜨릴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