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4_0433_a_01L불설문수사리정률경(佛說文殊師利淨律經)
014_0433_a_01L佛說文殊師利淨律經


서진(西晉) 월지국(月氏國) 축법호(竺法護) 한역
김달진 번역
014_0433_a_02L西晉月氏國三藏竺法護譯


1. 진제의품(眞諦義品)
014_0433_a_03L眞諦義品第一

이와 같이 들었다.
014_0433_a_04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유행하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으니, 비구가 1,250인이고, 보살이 3만 2천 인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무앙수(無央數) 백천 대중의 권속들에 둘러싸여 경을 설하시는데, 때마침 적순율음(寂順律音)이라는 천자가 그 모임에 앉아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옷을 정돈하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문수사리(文殊師利)가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일체 모든 모임의 사부대중과 하늘ㆍ용ㆍ귀신ㆍ제석[釋]ㆍ범왕[梵]ㆍ사천왕[四王] 등이 다 같이 간절히 우러러 정사(正士)를 보려 하고, 그 미묘한 말씀으로 강하는 경전의 이치를 받아 듣고자 합니다.”
014_0433_a_05L一時佛遊羅閱祇耆闍崛山與大比丘衆俱比丘千二百五十菩薩三萬二千彼時世尊與無央數百千之衆眷屬圍繞而爲說經時有天子名曰寂順律音在於會坐卽從坐起更整衣服長跪叉手白世尊曰文殊師利今爲所在一切諸會四部之衆鬼神釋梵四王皆共渴仰欲睹正士咨講妙辭聽受經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동방으로 1만 불국토를 지나면 보씨(寶氏)라는 세계가 있고, 보영(寶英)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이란 부처님께서 계시면서 현재 도교(道敎)를 연설하시는데, 문수는 거기에서 여러 보살대사들을 위해 다른 사람으로서는 미치지 못할 법을 차례로 가르친다.”
014_0433_a_13L佛言東方去此萬佛國土世界名寶氏號寶英如來無所著等正覺今現在演說道教文殊在彼爲諸菩薩大士之倫宣示不及
천자는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큰 성인께서 가엾이 여겨 위신(威神)을 드리우셔서 문수사리로 하여금 스스로 굽혀 여기에 오도록 하소서. 왜냐하면 문수사리가 경전의 법을 설하면 모든 맺힌 것과 거리낀 것을 통달시키고 없애서 환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 성문(聲聞)ㆍ연각(緣覺)보다 뛰어난지라, 문수사리가 만약 큰 법을 설한다면 일체 대중이 다 항복하기 마련이어서 모든 삿되고 미혹한 자가 기회를 노릴 수 없고, 외도들도 귀명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그 훌륭한 체하는 자는 스스로 훌륭한 체하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뜻을 내지 못한 자는 모두도의 마음을 내고, 이미 도의 마음을 낸 자는 퇴전하지 않는 지위에 서고, 받들어야 할 자에게는 이마를 조아리지 않는 이가 없고, 잡아 다스려야 할 자는 껴잡지 않는 이가 없고, 여래ㆍ지진께서도 모두 권유하고 칭찬하시매, 이 성교(聖敎)로 인하여 곧 바른 법으로 하여금 길이 존속케 할 수 있는 만큼 여래를 제외하고는 어떤 높은 이의 지혜와 변재로써도 문수사리처럼 경전의 법을 선설할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014_0433_a_17L天子白佛惟願大聖哀垂威令文殊師利自屈到斯所以者何文殊師利所說經法開發結㝵靡不㸌然踰過聲聞緣覺之上文殊師利設說大法一切衆魔皆爲降伏邪迷惑無得人便諸外異道莫不歸其貢高者不懷自大未發意者皆發道心已發道心立不退轉所當受者無不稽顙所當執御靡不攬持至眞皆亦勸讚因此聖教乃令正法長得久存自捨如來未有他尊智慧辯才頒宣典誥如文殊者也
이에 세존께서는 적순율음 천자가 하는 말이 다 일체 중생을 위한 것임을 보시고 곧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두 눈썹 사이로부터 백호(白毫)의 광명을 연출하시니, 그 광명이 널리 비춰 온 삼천대천 불토를 비추고 1만 불토를 두루 통달하는가 하면, 그 큰 광명이 보씨(寶氏)세계를 환히 비추므로 저 불토의 모든 보살 대중들이 나아가 그 부처님께 물었다.
“이것이 어떤 감응(感應)이기에 먼저 이러한 상서를 나타냅니까?”
014_0433_b_06L於是世尊見寂順律音天子之所啓爲一切故則發大哀演兩眉閒毛相之光其明普照照諸三千大千佛通達周徹一萬佛土大光照燿寶氏世界彼佛土諸菩薩衆前問其是何感應先現此瑞
보영여래는 여러 보살들에게 대답하였다.
“여기에서 서방으로 1만 불찰을 지나면 인(忍)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능인(能仁)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란 부처님께서 계시면서 현재 법을 강하시고눈썹 사이의 광명을 연출하셔서 1만 불찰을 비춰 이 불찰에까지 널리 환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014_0433_b_12L寶英如來告諸菩薩西方去此過萬佛剎有世界名忍其佛號曰能仁如來至眞等正今現在講法演眉閒光照萬佛土普耀此剎
보살들은 또 물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 광명을 연출하는 것입니까?”
014_0433_b_16L菩薩問曰唯然世尊何故放光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무앙수 억백천 보살이 저 불토에 모여 있고, 제석ㆍ범왕ㆍ지세(持世)와 사부대중이 다 함께 문수사리를 간절히 바라 친견하고서 그 경전의 법을 강하는 것을 듣고 싶어 모두들 부처님께 아뢰어 이 광명을 떨쳐 멀리 문수사리를 청하는 것이다.”
014_0433_b_17L佛言無央數億百千菩薩會彼佛土釋梵持世及四部衆皆共傾望文殊師利欲得奉覲諮講經法悉俱白佛奮斯光明遙請文殊
보영여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불토의 능인여래의 처소로 가거라. 그대를 맞으려고 기다리는 모임의 대중들이 모두들 더디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만나서 머리를 조아려 설법을 받아 듣고자 한다.”
014_0433_b_20L寶英如來告文殊曰汝往彼土能仁如來延企相待衆會無不遲想相見稽首思聞欲聽稟受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도 역시 이 광명의 서응(瑞應)을 알고 있었습니다.”
014_0433_b_23L文殊白佛吾亦尋知此光瑞應
이때 문수사리가 1만 보살과 함께 보영부처님께 예배하고오른편으로 세 번을 돌고는 잠깐 사이에 보씨불찰에서 홀연히 사라져 사바세계에 이르러 허공 가운데 서서 그 몸을 나타내지 않고 하늘의 꽃을 마구 퍼부어 대중의 모임에 두루하니 꽃이 무릎에까지 쌓였다. 모임의 여러 대중들은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것은 어떤 서응(瑞應)이기에 하늘의 꽃이 먼저 비처럼 내리는 것입니까?”
014_0433_c_01L於時文殊與萬菩薩禮寶英佛右繞三帀猶如壯士屈申臂頃於寶氏剎忽然不現立于忍土在虛空中不現其身僉雨天花遍大衆會花至于膝時諸會者怪未曾有皆白佛言此何先瑞而雨天花
부처님께서는 여러 족성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문수사리가 1만 보살과 함께 명령에 따라 함께 이곳에 이르러 허공에 있으면서 많은 꽃을 비처럼 뿌려 부처님과 모임의 대중들에게 공양하는 것이다.”
014_0433_c_06L佛告諸族姓子此文殊師利與萬菩薩應命俱來于虛空雨於衆花以供養佛衆會
그러자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문수사리와 여러 보살을 보기 원합니다. 만약 이러한 정사(正士)를 친견한다면 매우 즐겁고 경사스러운 일일 것이니, 만나기가 어렵고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014_0433_c_08L願見文殊及諸菩薩若能親覲如是正士甚爲欣慶難値難遇
이 말이 미처 끝나지도 않아 문수사리가 1만 보살과 함께 곧 몸을 나타내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일곱 번을 돌고는, 각각 위력(威力)과 신족(神足)의 변화로써 큰 연꽃을 만들어 스스로 그 위에 앉으니 적순율음 천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성스러운 가르침을 펴셔서 문수사리로 하여금 도화(道化)를 펴 연설하게 하시길 원합니다. 모임의 대중들이 앞을 다퉈가면서 교훈을 듣고자 합니다.”
014_0433_c_10L說是未文殊師利與萬菩薩便卽現身首佛足右繞七帀各以威力神足變作大蓮華自處其上寂順律音天子白佛願發聖教令文殊師利敷演道化衆會踦𨄅欲聞訓誨
부처님께서는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각자의 마음대로 그에게 물어라.”
이에 적순율음이 곧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보영불토에 어떤 기이하고 특수한 덕이 있었기에 그대로 하여금 거기에서 즐거이 유거(遊居)하게 했습니까?”
014_0433_c_15L佛告天子自咨汝心便可稽問寂順律音則白文殊寶英佛土有何奇特超異之德至使仁者遊居樂彼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탐욕을 내지 않아 탐욕을 없앨 것도 없고, 진에(瞋恚)을 일으키지 않아 진에를 끊을 것도 없고, 우치(愚癡)를 세우지 않아 우치를 제거할 것도 없고, 번뇌를 짓지 않아 번뇌를 무너뜨릴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겨나는 법이 없고 역시 없어지는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014_0433_c_18L文殊告曰不興貪欲亦不滅之不起瞋恚亦無所盡不建愚癡亦無所除不造塵勞亦無所壞所以者何無所生法亦無所盡
그는 또 물었다.
“그 부처님의 설법은 어떤 것을 일어난다 하고 어떤 것을 사라진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그 본래가 청정한 것이라 일어나고 사라짐이 없음으로써 생겨나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 불토의 중생들은 진리를 깨달아 그 이치로써 으뜸을 삼고인연의 화합으로써 제일을 삼지 않기 때문이다.”
014_0433_c_21L又問其佛說法何所興爲何所滅除答曰其本淨者以無起滅不以生盡所以者何彼土衆生了眞諦義以爲元首不以緣合爲第一也
또 물었다.
“진리로써 으뜸을 삼음은 어떤 것이고, 인연의 화합으로써 제일을 삼음은 어떤 것입니까?”
014_0434_a_02L又問何謂眞諦元首何謂緣合以爲第一
대답하였다.
“이치에는 일으킬 것도 없고 파괴할 것도 없어 상(相)이 없고, 또한 상이 없지도 않고 한 가지 상도 아니고 상을 여의지도 않고 상을 나타내지도 않으며, 저 보는 것이 없는가 하면 보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세히 보지도 않으며, 다함이 있지 않은가 하면 다하게 할 이도 없고 이미 다할 것이 없어 다할 수도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진리의 이치입니다.
014_0434_a_03L答曰於義無起亦無所壞無有相處亦不無相亦非一相亦不離相亦不顯相彼無視者亦不無視亦不諦視亦不有盡無能盡者已無所盡不可盡者是曰眞諦義義者
천자여, 이치란 마음이 없는 것을 이르니, 본래의 마음이 없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이 언덕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언덕[彼岸]을 건너는 것도 아니고 중류(中流)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가르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진리의 이치입니다.
천자여, 이치란 문자(文字)가 없는 것이라고 이르니, 곧 진리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 일체 음성이 다 허위이기 때문입니다.”
014_0434_a_08L天子謂無心矣本心者不教他人不於此際不度彼不在中流是眞諦義義者天子無文字乃爲聖諦所以者何如佛言曰一切音聲皆爲虛僞
천자는 다시 물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 혹시 속이는 것이 아닙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성실함도 없고 속임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선 두 가지에 마음이 집착된 바 없어 유위법이나 무위법에 아무런 언사(言辭)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실함도 없고 속임도 없습니다.
천자여, 그대의 뜻은 어떠합니까? 여래의 교화가 말씀하시는 것이 있다면 그 말씀을 성실함이라 하겠습니까, 허위라 하겠습니까?”
014_0434_a_12L天子又問如來所說將無欺乎文殊答曰如來所說無誠無欺所以者何如來於二心無所住而於有爲無爲之法無有言辭由是之故無誠無欺於天子意所趣云何如來之化設有所說爲實爲虛
그는 대답하였다.
“성실함도 아니고 허위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여래의 교화는 4대(大)도 없고 성실함도 없기 때문입니다.”
014_0434_a_17L答曰不誠不欺所以者何如來之化不有四大亦無誠實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다, 천자여. 일체 법도 역시 허깨비와 같아서 자연스러운 행이라, 여래께서 깨달으신 것은 성취한 것도 없고 머무는 것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법을 강설하심이 성실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아 두 가지가 없는 데에 귀착하십니다.”
014_0434_a_19L文殊答曰如是天子一切諸法皆亦如化自然之行如來所解無所成就亦無所住以是之故所宣講法不誠不欺歸于無二
그는 또 물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진리의 이치란 어떤 것입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진리의 이치란 강설할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그 이치 자체가 말이 없고 설명할 수도 없고 얻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진리의 이치를 설할 때에 5백 비구가 번뇌를 다 끊어 뜻을 깨달았고, 무수한 백천 사람들이 번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법의 눈[法眼]이 청정해졌고, 1만 2천 보살들이 생사(生死)가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다.
014_0434_a_22L又問何謂如來說眞諦義文殊答曰眞諦義者不可講說所以者何其義趣者無言無說亦不可得說是眞諦義時五百比丘漏盡意解無數千人遠塵離垢於諸法法眼淨萬二千菩薩逮得無所從生法忍


2. 성제품(聖諦品)
014_0434_b_05L聖諦品第二

적순율음(寂順律音)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그 진리의 이치란 매우 알기 어렵습니다.”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게으른 자는 진리의 이치를 알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014_0434_b_06L寂順律音問文殊師利其眞諦義爲難解文殊答曰如是天子其懈怠於眞諦義甚爲難解
그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비구의 정진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아주 끊어 없애는 것이 없고 제거하는 것도 없어 행을 닦지도 않고 증득[證]을 취하지도 않으니, 이것이 비구로서의 바른 이치를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기를, ‘끊어 없애서 이렇게 제거하고 이와 같이 수행하여 증득한다면 이는 곧 파괴된 생각과 뒤바뀜과 방일한 여러 행이 함께 혼합되리라’고 하기 때문이며, 또 이렇게 헤아린다면 바른 정진이 아닙니다.”
014_0434_b_09L又問何謂比丘精進答曰無所斷滅亦無所除不修行亦不取證是爲比丘奉行正所以者何其自念言斷滅如是去若此修行取證則爲壞想顚倒放逸衆行俱合又計斯者非正精進
그는 또 물었다.
“이른바 바른 정진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 평등이란 것의 근본 없음이 법계의 평등함과 같은지라, 5역(逆) 역시 그러하고, 평등의 근본 없음이 법계의 평등함과 같으니만큼 예순두 가지의 삿된 소견도 범부의 법과 같고, 배운 이의 법이나 더 배울 것이 없는 성문의 법이나 연각의 법이나 부처님의 법도 모두 진리 그대로의 평등한 불법과 같고, 생사의 법이나 그 열반의 법이나 애욕ㆍ번뇌ㆍ쟁송(諍訟)ㆍ전도(顚倒)의 법도 역시 그러하니, 비구로서 이와 같이 정진을 행한다면 곧 바른 정진이라 할 것입니다.”
014_0434_b_14L何謂正精進乎答曰其等無本及與法界等於五逆亦復如是如等無本及與法界於六十二邪見亦如凡夫之法學法不學聲聞之法緣一覺佛法亦如如等佛法生死之法泥洹法愛欲塵勞諍訟顚倒亦復如比丘若茲精進行者乃正精進
그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일러 행하는 바의 평등함이 평등한 불법과 같고, 애욕ㆍ번뇌의 뜻도 역시 같고, 쟁송ㆍ전도의 일도 그러하다 합니까?”
014_0434_b_21L何謂所行平等如等佛法及於愛欲塵勞之義亦等諍訟顚倒之事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공하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음이 평등하기 때문입니다.왜냐하면 공한 것이란 분별할 수 없고 아무것도 없음이 마치 천자의 오지그릇[瓦器]이 속이 비고 또는 보배 그릇[寶器]의 속이 빈 것과 같은지라, 모두 동등하게 비어서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차별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천자여, 애욕의 공한 것이나 쟁송과 전도의 공한 것이나 내지 도(道)의 공한 것이 모두가 다 공하여 아무것도 없어서 차별을 이름지을 수 없습니다.”
014_0434_b_23L殊答曰用空無相無願等故所以者空者不別無有若干猶如天子瓦器內空及與寶器之內空者俱同等空無有若干不可言二如是天子愛欲之空及與諍訟顚倒之空上至道空彼則俱空無有若干不可名二
천자는 또 물었다.
“보살이 거룩한 진리를 수행함이란 어떤 것입니까?”
014_0434_c_06L天子又問何謂菩薩修行聖諦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가령 보살이 진리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성문들을 위해 설법하겠습니까? 왜냐하면 보살은 진리를 행하여 관찰해 구호하는 것이 많음에 비하여 성문은 구호하는 것이 없고, 보살은 진리를 행하여 광대하기가 한량없음에 비하여 성문은 치우치고 국한되며, 보살은 진리를 행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구호하되 근본 진리[本際]에 증득함[證]을 짓지 않고, 보살은 진리를 행하여 훌륭한 방편을 닦되 생사와 열반의 문을 버리지 않고, 보살은 진리를 행하여 일체 부처님의 법을 널리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014_0434_c_07L文殊答曰假使菩薩不行眞諦何因當爲聲聞說法所以者何菩薩行諦多所察護聲聞無護菩薩行諦廣大難限聲聞偏局菩薩行諦將護衆生而於本際無所造證菩薩行諦善權方便不捨生死泥洹之門菩薩行諦普觀一切諸佛之法
마치 천자여, 어떤 사부(士夫)가 대사(大師)를 버리고 제멋대로 마구 돌아다니다가 홀몸으로 벗도 없어 마음의 공포를 느끼며 벌판의 길을 가나 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성문도 그와 같이 마음이 당황하여 생사에 겁을 내어 중생을 구하지 않고 일체 시종(始終)의 환란을 건너갈 수 없으며, 홀로 진리만을 행하고 불법을 옹호하지 않으며, 훌륭한 방편을 여의고 지혜의 벗 없는 것이 또한 그렇지 않겠습니까?
014_0434_c_14L猶如天子有一士夫竊捨大師馳逸犇走獨身無侶心懷恐懼渡於曠路不敢復還聲聞如是意懷惶懅怖畏生死不護衆生不能堪任遊渡一切終始之患獨自行諦不護佛法離權方便無有慧侶不亦然乎
천자여, 마치 저 대사가 가득한 이익을 많이 얻어 한량없는 보배ㆍ구슬 등 값진 것을 사서 여러 장사꾼들에게 주어 넓고도 험한 곳을 넘어가는 것처럼, 보살도 대사와 같이 행을 쌓음이 한량없고 도의 보배[道寶]가 한량없으며, 끝없는 대자대비를 닦고 진리의 성스러운 지혜로 일체 중생들을 요익하게 하되, 무수한 변재의 지혜를 풍부히 하여한 불국토를 거치고 다시 한 불국토를 거쳐 6바라밀(波羅蜜)로써 네 가지 은혜를 거두어 행하여 위험과 재액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제하며, 생사에 드나들면서 훌륭한 방편으로 진리를 수행하여 제도되지 못한 자를 제도하고 깨닫지 못한 자를 깨닫게 하고 삼계(三界)에 돌아다니면서 홀로 뛰어나 짝할 이 없이 듣지 못한 중생들을 개화하여 대승(大乘)에 들어가게 합니다.
014_0434_c_20L猶如天子謂彼大師多獲盈利齎無量寶瑰琦異珍賜衆賈人超越曠嶮菩薩如是亦如大師積行無量道寶無限修於大慈無極之哀眞諦聖慧饒益一切無數辯智以爲傲富遊一佛國復遊一國六度無極攝行四恩以濟危厄矜救衆生還入生死善權方便修行聖諦度諸未度解諸未解周旋三界獨步無侶開化未聞使入大乘
그리고 천자여, 때 묻은 더러운 옷에 아무리 아름다운 사이화(思夷花)와 누렇고 흰 수만화(須曼花)로써 향내를 풍기더라도 향기가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다 없어지는 것처럼, 성문ㆍ연각이 수행하는 진리의 얕고 엷음도 그와 같이 곧 멸도하여 소원을 닦지 않음으로써 부처님의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도지견[解度知見]하는 일과 도탈(度脫)하는 향내에 이르지 못하고, 또 온갖 거리낌과 번뇌의 욕심을 항복받을 수 없습니다.
014_0435_a_06L猶如天子垢穢弊衣以思夷華黃白須曼而用熏之香氣不久尋便歇盡聲聞緣覺行諦薄尟亦復如是便中滅度不修所願不至於佛戒定慧解度知見事度脫之香亦復不能降伏罣㝵塵勞之欲
반면 천자여, 부드럽고 미묘한 백천의 값어치가 있는 옷에다가 천상의 뛰어난 보배와 많은 꽃으로써 백천만 년 동안 이 좋은 옷에 향내를 풍긴다면, 그 옷은 언제나 향내가 나고 이 향기가 널리 유포되어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향기가 일찍이 쉬지 않음으로써 모든 천상ㆍ세간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무수한 겁(劫)으로부터 진리 법의 향기를 행하여 소원을 갖추지 않고 멸도하지 않고 항상 부처님의 위없는 도(道)인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지견하는 일을 연출하고, 모든 거리낌과 번뇌의 욕심을 항복 받으며, 천상과 인간에 놀면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라와 군자(君子)ㆍ서민(庶民)이 모두 받들어 공경하고 보고자 하는 자는 항상 널리 제도될 것입니다.”
014_0435_a_12L猶如天子細嬬妙衣其價百千以天殊特珍寶諸華百千萬歲熏此好衣其衣常香香氣普流巍巍芬馥未曾有歇諸天世人皆所愛樂菩薩如是從無數劫行諦法香不具所願不中滅度而常演出佛無上道戒定慧解度知見馨降伏罣㝵塵勞之欲遊於天上及至人閒鬼神諸阿須倫君子庶民莫不奉敬而欲見者恒弘濟度
적순율음 천자는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저 보영 여래ㆍ지진께서 계시는 불토의 성문 대중들은 어떠합니까?”
014_0435_a_21L寂順律音天子復問文殊其寶英如來至眞佛土聞之衆爲如何乎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돈독한 신심을 내지도 않고 다른 교법을 따르지도 않으며, 법을 행하지도 않고 법계를 훼손하지도 않으며,여덟 가지 바른 도를 행하지 않으면서도 여덟 가지 삿됨을 여의고, 수다원(須陀洹)이 아니면서도 일체 더러운 악취(惡趣)를 다 건너고, 사다함(斯陀含)이 아니면서도 중생들에게 와서 교화하고 아나함(阿那含)이 아니면서도 일체 법에 가고 옴이 없으며, 아라한(阿羅漢)이 아니면서도 삼천대천세계 공양의 이익을 다 받습니다.
014_0435_a_23L文殊答曰不御篤信不從他教不行於法不毀法界不八等離於八邪不須陁洹皆度一切恐懼惡趣非斯陁含來化衆生阿那含於一切法無所往來非阿羅漢而皆受於三千世界供養之利
욕심을 여의지도 않고 욕심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성냄과 미워함을 여의지도 않고 분노와 한스러워함으로 인하여 끌리지도 않으며, 중생들에게 해칠 마음을 갖지도 않고 중생들 때문에 근심하지도 않으며, 어리석음을 여의지도 않고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위험과 재난을 당하거나 깊고 깊은 것이나 일체 법을 멸하여 없애지도 않으며, 번뇌를 여의지도 않으면서 힘껏 정진하여 일체 중생들을 제도해 애욕을 제거하고 높은 절개를 얻게 하며, 생사에 따르지 않으면서도 생사를 나타내며, 모든 생각을 다해 중생들을 개화(開化)하되 나[我]라든가 다른 사람이라든가 수명(壽命)이란 것을 계교하지 않음으로써 받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습니다.
014_0435_b_05L離於欲亦不以欲而見%(疒*(匆/心))患不離瞋不以怒恨而見燋然不於衆生懷害心亦無所憂不離於癡不以愚騃而爲危難滅除窈冥及一切法離塵勞慇懃精進化去一切衆生愛欲逮得高節無所從生而遊現生諸想念開化衆生不計吾我及與人悉無所受亦無所捨
일체 인민들이 중우(衆祐)에게 보시한 바의 덕을 청정하게 마칩니다.
그 밖의 뜻하는 것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어서 뜻 그침[意止]을 닦고 4의단(意斷)을 받들어 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4신족(神足)을 행하므로 몸과 뜻이 고요하고, 5근(根)을 따르므로 일체 중생들의 본원(本源)을 분명히 알고, 5력(力)을 행함으로써 번뇌를 항복 받고, 7각의(覺意)를 염하므로 평등한 지혜를 해득합니다.
도교(道敎)를 깨끗이 닦아 삿된 길을 버리고, 도훈(道訓)을 증득하되 무위(無爲)를 증득하지 않습니다.
014_0435_b_13L淨必一切人民所施衆祐之德無意無念以修意奉四意斷不起不滅行四神足身意寂然遵于五根曉了一切衆生本行于五力降伏塵勞念於覺意解平等慧淨修道教棄捐邪徑證于道訓不得無爲
고요한 경지에 나아가 본제(本際)를 행하고, 관찰할 바를 관찰하여 모두 법계에 들어가며, 무명과 우치를 없애고는 성스러운 지혜인 위없이 바르고도 참됨[無上正眞]을 일으켜 3해탈(解脫)의 품(品)을 열며, 곧 육안(肉眼)으로 중생들을 봅니다.
014_0435_b_19L遊趣寂寞而行本際於所觀僉入法界滅於無明盡于愚興于聖慧無上正眞而除於三解脫之品則以肉眼皆見衆生
일체 불토의 모든 불세존께서 교화하시는 인민들은, 곧 하늘 눈[天眼]으로 5취(趣)의 생사에 돌아다니는 인민들과그 밖의 꿈틀거리고 기어 다니고 숨 쉬고 형체 가진 모든 생물을 다 보며, 곧 지혜의 눈[慧眼]으로 일체 중생들의 한계와 심행(心行)의 생각하는 것을 관찰해 알며, 곧 법의 눈[法眼]으로 3세(世)와 삼계 일체 인민들의 소행을 환히 다 보며, 곧 부처님의 눈[佛眼]으로 일체 법과 법장(法藏)의 신비한 경전과 성스러운 광명의 비춤을 다 분명히 관찰하며, 곧 하늘의 귀[天耳]로 여러 부처님께서 선설하시는 경전의 법을 멀리서도 듣고 생각 없는 지혜로 과거 무수한 겁(劫) 동안의 경력을 기억해 알며, 신통[神足]으로 한량없는 불국토에 두루 유행(遊行)하여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다하고 해탈을 닦습니다.
014_0435_b_22L一切佛諸佛世尊所化人民則以天眼睹于五趣生死往來周旋人民蜎蜚蠕動蚑行喘息形物之類之所歸生以慧眼察知一切衆生之疇心行所則以法眼睹見三世三界群萌一切人民所可行者則以佛眼皆用明觀一切諸法法藏秘典聖燿所照以天耳遙聞諸佛所宣經法以無念慧念知過去無央數劫之所更歷以神足遊於無量諸佛國土靡不周盡于諸漏不至無餘修解脫也
형상을 나타내되 색신(色身)이 없습니다.그리고 경전을 강설(講說)하되 문자(文字)를 풀이하지 않고, 어떤 생각함이 있되 마음에 집착이 없으며, 얼굴엔 부드러움과 단정함을 보이고 갖가지 상호(相好)를 갖추되, 공덕으로써 스스로 그 몸을 장엄하매 위신(威神)이 특수하게 뛰어나 당할 자가 없으며, 명칭이 널리 알려지고 공훈 또한 유포되므로 3세를 통해 거리낌이 없으며, 묻고 찬탄하는 지혜로써 향내를 삼아 스스로 그 몸에 쪼이므로 세속의 법에 집착됨이 없고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고, 나쁜 말씨와 거센 말씨로 헐뜯을 수 없으며, 곧 신통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하고 널리 듣기를 싫어하지 않으므로 선설하는 변재가 바로 사자후(師子吼)이며, 지혜의 광명이 비추지 않는 데가 없으므로 성스러운 광명의 통달함이 바로 우레가 되어서 무명의 어리석음을 다 없애고 막아버리며, 말씀하시는 바가 다함이 없어 다라니[總持]를 다 통해(通解)하니, 부처님께서 관찰하심은 성문ㆍ연각들이 알 수 없는 경지입니다.
014_0435_c_10L現其形無有色身有所講說不演文有所思惟無心想著示於顏貌姿豔端正以相莊挍衆好若干而以功德自嚴其體威神殊絕無能當者稱普流功勳闡布通于三世無所弊以咨嗟慧而爲馨香自熏其身於世法而無所著不爲塵勞而見染惡口麤辭不能毀之則以神通而自娛樂博聞無厭頒宣辯才爲師子以智慧光靡所不照聖明之達爲雷震滅除閉塞幽隱之愚所說無通解摠持佛所觀察聲聞緣覺所不知處
항상 부처님을 보므로 그 뜻을 깨달음은 바다와 같고, 삼매의 굳음은 수미산과 같습니다. 인욕의 부드럽게 화함은 땅과 같고,용맹한 힘은 마군의 관속(官屬)과 모든 외도를 항복함과 같으며, 안락하고 자재함은 제석천[天帝釋] 같기도 하고, 마음에 자유를 얻어 짝할 이가 없음은 범천(梵天) 같기도 한지라, 비교할 데를 구하여도 비교하기 어렵고 같을 이가 없으며, 또 허공같이 비유할 수도 없어서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고 들어가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014_0435_c_23L常見諸佛覺意如海三昧之定猶須彌山忍辱柔和等之如地猛之力降魔官屬棄諸外道安樂自在如天帝釋喩若梵天心得由已無有儔疋求比難比而無等倫亦如虛空不可爲喩靡所不周無所不入
천자여, 보영여래의 국토에 태어난 성문들을 알고자 합니까? 그들의 공덕과 공훈은 다시 이보다 뛰어난지라, 내가 찬탄한바 그대로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014_0436_a_05L欲知寶英如來所生國土聲聞之衆其功德勳復超於此如吾所歎不可計量
문수사리가 이 말을 설할 때에 5백 비구와 5백 비구니와 5백 우바새(優婆塞)와 5천의 천자로서 아직 도를 증득하지 못한 이들이 모두 발심하여 불세존께 말씀드렸다.
“저희들도 저 보영의 국토에 태어나 성문이 되기를 원합니다.”
014_0436_a_08L文殊師利說是語時五百比五百比丘尼五百優婆塞五百優婆夷五千天子未得道證發心白佛世尊我等願生於彼寶英佛土得爲聲聞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모든 족성자여, 성문의 마음을 품고 저 불토에 태어나지 말고, 그대들은 다 큰 도의 마음을 내어서 저 불토에 왕생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즉시 가르침을 받아 함께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자, 부처님께서도 그들에게 다 수기하시고 저 불토에 왕생할 것을 말씀하셨다.
014_0436_a_12L文殊答曰諸族姓子不可以懷聲聞之心生彼佛土汝等當發大道之心乃致彼土應時受教皆發無上正眞道意佛悉記說當生彼土

3. 해율품(解律品)
014_0436_a_15L解律品第三

적순율음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성문의 계율이라 하고, 어떤 것을 보살의 계율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가르침을 받기는 하되 삼계의 환란을 두려워하는 것이 성문의 계율이고, 한량없는 생사에 돌아다님을 구호하되 일체 인민을 비롯한 기어 다니고 숨 쉬고 꿈틀거리는 종류를 다 안락하게 하기 위해 삼계를 개도(開導)하여 그들의 의심과 뭇 생각의 집착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a_16L寂順律音天子復問文殊何謂聲聞何謂菩薩律答曰受教畏三界難厭患%(疒*(匆/心))者聲聞之律護於無量生死周旋勸安一切人民蚑行喘息蠕動之類開導三界決其疑網衆想之著是菩薩律
공덕 쌓기를 싫어하여 게으름 때문에 스스로 전진할 수 없음이 바로 성문의 계율입니다. 공덕을 일으켜 모든 행을 싫어하지 않으므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이며,일체 번뇌의 욕심과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 성문의 계율이고, 일체 중생들의 번뇌와 은애(恩愛)의 집착을 정벌해 주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이며, 모든 하늘들의 생각하는 심행(心行)과 뜻하는 바가 같지 않음을 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입니다.
눈으로 삼천대천 불국토의 근기와 마음이 귀의하는 것을 보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a_22L惡厭積德以用懈廢不能自進是聲聞律興功爲德不厭諸行以益衆生因而得濟是菩薩律滅除一切塵勞之欲己身所惡是聲聞律攻伐一切衆生塵勞恩愛之著是菩薩律不睹諸天心行所念所志不同是聲聞律目見三千大千之佛國土根心所歸是菩薩律
자기 마음의 소행만을 관찰하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시방 모든 부처님 처소의 중생들이 생각하는 마음을 널리 보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이며, 자신의 뜻과 성품이 나아가는 곳만을 비추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일체 인민들의 소행과 기어 다니고 숨 쉬고 꿈틀거리는 종류들이 생각하는 마음까지 다 비추어 삼계에 사는 중생들이 각각 본말(本末)이 있음을 관찰하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b_06L但能察己心之所行是聲聞律普見十方諸佛處所衆生心念是菩薩律唯照己身志性所趣是聲聞律光于一切人民之行蜎蜚蠕動心念思惟三界之居各有本末是菩薩律
일체 마군을 포섭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일체 삼천대천세계 모든 마군의 관속을 항복받아 교화하되 뭇 마군의 소행을 무너뜨려 바른 법을 받게 하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b_11L難將以護一切衆魔是聲聞律降化一切三千大千世界諸魔官屬壞衆魔行能受正法是菩薩律
마치 허물어지고 부수어진 기와나 돌그릇을 도로 합칠 수 없는 것처럼 범부의 덕이 멸도함도 그와 같아서 바르고 참됨에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마치 금 그릇이 비록 부수어졌더라도 끝내 버리지 않고서 곧 도로 합쳐 보배 그릇을 만드는 것처럼 대사(大士)가 비록 현세에 멸도하더라도 깊은 지혜의 법신(法身)은 영원히 살아 있어 썩지 않고 늘지 않고 줄지 않는 채 삼계에 계속 나타나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b_14L如毀破碎瓦石之器不可還合小志之德滅度如是不進正眞是聲聞律猶若金器雖爲破敗終不遺棄卽可還合以爲寶器大士現滅深慧法身永存不朽不增不減續現三界是菩薩律
가령 큰 불이 일어나 산 숲과 나무들을 마구 태울 적에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다 달아나거나 숨어버리는 것처럼 범부도 그와 같이 삼계의 환란을 두려워하여 숨어서 열반하기를 피하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입니다. 생사를 즐거워하여 삼계에 홀로 다니되 겁약(怯弱)함이 없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도법(道法)의 즐거움을 즐겨 중생들에 대해 권화(勸化)하기를 마치 동산과 누각에 무성한 꽃과 열매를 흐뭇하게 즐겨 하듯 하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b_19L若大火燒山林樹木莫不燔燎禽獸馳竄小志若茲畏三界難藏隱泥洹是聲聞律樂于生死獨步三界意無怯弱欣心娛樂道法之樂勸化衆生亦如苑囿遊觀之園花實茂盛多所悅豫是菩薩律
거리낌과 얽매임의 환란을 끊지 못하고서 처소가 있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일체 가림과 덮임의 환란을 소멸하여 아주 그치는 처소가 없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요약하여 말하자면 어떤 한계가 있어서 스스로 몸을 얽어매어 한계 있는 덕으로써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지견의 일을 성취할 뿐 끝없는 큰 도를 구족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성문의 계율이고, 깊고도 미묘한 아득한 경지에 접하여 뜻이 허공과 같고 공덕이 한량없어서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지견의 품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보살의 계율입니다.”
014_0436_c_01L不能斷除罣㝵盤結之難而有處所是聲聞律磨滅一切蔽蓋之患永無止處是菩薩律取要言之而有限節自繫縛身以有限德而見成就戒定慧解度知見事不能具足無極大道是聲聞律所接玄邈志如虛空功勳無量戒定慧解度知見品不可稱載是菩薩律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해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이 모든 보살의 계율을 시원하게 해설하였다. 문수여, 들어라. 내가 이제 비유를 인용해 거듭 해설하여 이 이치로 하여 널리 구경(究竟)에 돌아가게 하리라.
가령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소 발자국[牛跡]의 물을 찬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일어서서 큰 바다에 쌓인 물의 공을 감탄한다면, 네 뜻에는 어떠하겠느냐? 그 사람이 찬탄하는 소 발자국의 물을 오래 갈 수 있다 하겠느냐?”
014_0436_c_08L爾時世尊嘆文殊師利曰善哉善哉快說解此諸菩薩律文殊聽吾引喩重解令是義歸廣普究竟猶如二人一人嘆譽牛迹之水一人起立咨嗟大海積水之功於意云何其人歎譽牛迹之水能久如乎
대답하였다.
“소 발자국의 물은 매우 적고도 적어서 칭찬할 것이 못 됩니다.”
014_0436_c_14L答曰牛迹之水甚爲少少不足稱譽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여, 성문의 계율인 소견과 위신(威神)도 역시 소 발자국 물과 같아서 칭찬할 것이 못 된다. 그리고 저 사람이 일어서서 감탄한 큰 바다의 물은 어떠하겠느냐?”
014_0436_c_15L佛言文殊聲聞之律所見威神亦復若茲如牛迹水不足稱譽彼人起立嗟嘆大海能如何乎
대답하였다.
“매우 많고도 많습니다. 하늘 중의 하늘[天中之天]이시여, 그 큰 바다란 끝이 없고 제한이 없어 깊이와 너비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014_0436_c_18L答曰甚多甚多天中之天其大海者無有邊際不可齊限深廣難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살의 계율이 바로 그러한 것임을 관찰해야 하니, 마치 강과 바다의 물을 헤아릴 수 없음과 같으니라.”
014_0436_c_19L佛言菩薩之律當作是觀猶如江海不可訾量
부처님께서 이것을 설하실 적에 2만 2천 사람들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어서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찬탄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보살의 계율을 배워서 무수한 사람들을 이끌어 주고 일으켜 주겠습니다.”
014_0436_c_21L佛說是時二萬二千人逮得無所從生法忍異口同音皆而歎我等世尊當學於斯菩薩之律導發起無央數人
적순율음 천자는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문수이시여, 어떤 계율을 배워서 닦아야 합니까? 성문ㆍ연각의 계율입니까, 보살의 계율입니까?”
014_0437_a_01L寂順律音天子復問文殊師利文殊爲學何律爲修聲聞緣覺之律若菩薩律
문수는 대답하였다.
“천자의 뜻에는 어떠합니까? 그 큰 바다란 것이 어느 물은 받아들이고 어떤 물은 방치해 두겠습니까?”
014_0437_a_04L文殊答曰於天子意所志云何其大海者爲受何水捨置何水
그는 대답하였다.
“그 큰 바다란 것은 어느 물이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014_0437_a_05L答曰其大海者無水不受
문수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보살의 계율은 마치 큰 바다가 더러운 물도 거역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시방의 모든 계율이 죄다 돌아오는지라, 성문ㆍ연각과 일체 중생을 개화(開化)함에 있어서도 계율을 행하기 위해 널리 유행(遊行)하는 것입니다.”
014_0437_a_06L報曰如是天子菩薩之律猶如大海不逆污塗十方諸律靡不歸之聲聞緣覺一切衆生開化行律而普遊之
천자는 또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말씀하신바 계율(戒律)이란 어떤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른바 계율이란 은애(恩愛)와 번뇌를 개도(開導)하고 교화하기 때문에 계율이라 하며, 탐욕을 환히 깨달아 알기 때문에 계율이라 합니다.”
014_0437_a_09L天子又問文殊師利所言律者爲何謂乎答曰所言律者開導教化恩愛塵勞故曰爲律曉了貪欲故曰爲律
천자는 또 물었다.
“은애와 번뇌를 개도함이란 어떤 것이며, 탐욕을 환히 깨달아 앎이란 어떤 것입니까?”
014_0437_a_12L天子又問何謂開導恩愛塵勞何謂曉了於貪欲者
대답하였다.
“뭇 생각마다 나[我]라는 것을 계교하고, 모든 소견에 얽매여 뒤바뀜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과 우치의 근본을 버리지 못함으로써 두 가지 일을 행하여 번뇌를 일으키니, 이것을 분별하는 자라면 바로 탐욕을 환히 깨달아 아는 이라 할 것이며, 그가 수행하여 탐욕의 생각이 없고 나라는 것을 계교하지도 않고 모든 소견에 집착하지도 않아서 뒤바뀜을 벗어나고 무명과 우치의 어두움을 버리므로 두 가지 일을 행하지 않아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쟁란(諍亂)도 없고, 쟁란이 없으면 마침내 안락할 것이니, 이것을 일러 번뇌를 개화하는 계율이라 합니다.
014_0437_a_13L答曰衆念思想計有吾我處于諸見不棄顚倒不捨不明愚癡之本行于二事興發塵勞分別此者是謂曉了貪欲也彼若修行無貪思想淨導隨順不計吾我不住諸見捐捨顚倒棄捨無明愚癡之冥不爲二行塵勞不興亦無諍亂無諍亂已究竟永安是謂開化塵勞之律
천자여, 마치 어떤 술사(術師)가 독사의 종류를 분명히 알기 때문에 곧 주술(呪術)로써 독해(毒害)를 제거하는 것처럼 배우는 자도 이와 같은지라, 번뇌의 본말이란 것의 근원이 없음을 분별한다면 능히 번뇌와 은애를 소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014_0437_a_21L譬如天子其有術師明識能知毒虺種類便以呪術除去毒害學者若斯設能分別塵勞本末無有根源則能消滅塵勞恩愛
천자는 다시 물었다.
“번뇌의 본말을 개화하는 계율이란 어떤 것입니까?”
014_0437_b_01L天子又問何謂開化塵勞本末之律
대답하였다.
“뭇 생각에서 본말의 소행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갖지 않으면 곧 쟁란을 일으키지 않으니, 이미 쟁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집착하는 것이 없고, 이미 집착하는 것이 없으면 의지하는 것이 없고, 이미 의지하는 것이 없으면 머무는 것이 없고, 이미 머무는 것이 없으면 열뇌(熱惱)가 없고, 이미 열뇌가 없으면 마침내 가르침을 받아 도탈(度脫)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것을 일러 계율이라 합니다.
014_0437_b_02L答曰於衆想念本末所行無有想念則不興諍已不興諍則無所著已無所著則無所倚已無所倚則無所住已無所住則無惱熱已無惱熱究竟被教而蒙度脫此謂爲律
설사 천자여, 현성(賢聖)들의 슬기와 심오하고도 미묘한 지혜로써 번뇌와 은애의 근본을 환히 깨달아 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 허망하고 공무(空無)한 것이어서 존재함이 없고, 일정한 주체가 없고, 어떤 소속도 없고, 어디에서 오는 것도 없고, 어디로 가는 것도 없고, 처소도 없고, 방편도 없고, 안도 없고 바깥도 없고 중간도 없으며, 쌓이거나 모이지도 않고,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고 얼굴도 없으니, 이러한 것을 번뇌와 은애의 근본을 환히 깨달아 아는 것이라 합니다.”
014_0437_b_07L設使天子以賢聖慧玄妙之智曉了塵勞恩愛之本虛妄空無無所是在無有常主亦無所屬無所從來無所從去無有處所亦無方面無內無外亦不兩閒亦不積聚無色無像無有形貌是爲曉了塵勞恩愛之本
천자는 다시 물었다.
“번뇌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으며, 번뇌는 진실한 것입니까, 허망한 것입니까?”
014_0437_b_13L天子又問塵勞云何而蒙度脫爲實爲虛
대답하였다.
“마치 어떤 사람이 꿈에 독사에게 물린 것과 같은지라, 그 사람이 고통을 견뎌낼 수 없어 즉시 독을 제거하는 약을 먹자 그 독이 곧 사라지고 고통도 그쳤다면, 천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이 과연 독사에게 물린 것입니까, 아니면 허망한 일입니까?”
014_0437_b_14L答曰猶如有人臥出夢中毒蛇螫之其人苦痛不能堪任尋時便服除毒之藥其毒卽滅痛%(疒*(匆/心))休息於天子意所趣云何其人審爲毒蛇所螫爲虛事乎
천자는 대답하였다.
“이는 허망한 일이니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014_0437_b_18L答曰爲虛不可言實
또 물었다.
“가령 허망한 것이라면 어째서 독을 입고 그 독을 약으로 제거한다는 것입니까?”
014_0437_b_19L又問設使虛者何故被毒而蒙藥除
대답하였다.
“허망한 꿈 그대로인지라, 꿈이 허망하여 진실이 아님에도 독을 입었기에 독을 제거함도 그러하고, 제거할 독도 없는 것입니다.”
014_0437_b_20L答曰如虛妄夢夢虛不實而被於毒毒除亦然亦無所除
그리고 문수는 말하였다.
“여러 성인들이 공의 이치를 깨달아서 일체 번뇌와 은애를 개화(開化)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천자가 질문하기를, ‘어떤 것을 번뇌와 은애를 개화함이라 하며, 번뇌는 진실한 것인가, 또는 허망한 것인가?’ 하였는데, 이 이치를 깨달으려면,나의 몸이 몸이 없는 것임을 관찰해야 하듯이 은애와 번뇌도 사실 은애가 없음이 그러합니다.
014_0437_b_21L文殊答曰衆聖解空開化一切塵勞恩愛亦復如是如天子問何謂開化塵勞恩愛爲實爲虛欲了此義如我之身計無有身恩愛塵勞實無恩愛亦復若斯
만약 나의 몸이 진실한 몸이라면 은애와 번뇌도 항상 존속해야 하겠지만, 번뇌라는 자체가 그 번뇌가 없는 것임은 나의 몸이 사실 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번뇌를 개화할 것조차 없습니다.
014_0437_c_03L設使我身是實身者恩愛塵勞亦當常存所以塵勞無塵勞者用我己身無有身故由是之故無有能得開化塵勞
왜냐하면 일체 법이 다 적막(寂寞)하니 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담박(惔怕)하니 받아 지닐 수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고요하니 돌아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다 극진하니 쌓이거나 모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다함이 없으니 생겨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생겨나지 않으니 성취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법이 성취함이 없으니 조작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조작함이 없으니 무위(無爲)이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무위이니 내[我]가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내가 없으니 주체가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주체가 없으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오는 데가 없으니 이르는 곳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오는 데도 가는 데도 없으니 머무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머무름이 없으니 느끼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법이 느낌이 없으니 집착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천자여, 끝까지 개화함을 힘입어 법률을 이루지만, 역시 개화할 것조차 없는 것입니다.”
014_0437_c_06L所以者何一切諸法皆爲寂寞而無生故諸法惔怕不可受持故諸法靜默無歸趣故諸法皆盡無積聚故諸法無盡無所生故諸法不生無所成故諸法無成用無造故諸法無作無所爲故諸法無爲用無我故諸法無我用無主故諸法無主如虛空故諸法無來無所著故諸法無來從無住故諸法無住無所受故諸法無受無所著故是故天子究竟蒙化成爲法律亦無所化

4. 도문품(道門品)
014_0437_c_16L道門品第四

천자는 다시 물었다.
“일체 법은 무엇으로써 문(門)의 으뜸으로 삼습니까?”
014_0437_c_17L天子又問一切諸法以何爲門之元首也
대답하였다.
“나쁜 것에 순응하지 않는 생각을 문의 으뜸이라 하고, 생사에 왕래하면서 이치에 순응하는 생각을 열반이라 하며, 정진을 행하지 않는 것을 거리낌의 문이라 하고, 정진하는 행을 도품(道品)의 문이라 하며, 의심하는 행을 쌓임[陰蓋]의 문이라 하고, 부지런히 해탈을 닦는 것을 거리낌이 없는 문이라 하며, 모든 집착하는 생각을 번뇌의 문이라 하고, 아무런 생각도 없고 허망함도 없는 것을 은애(恩愛) 없는 문이라 하며, 모든 산란한 생각이 많은 것을 뭇 망상(妄想)의 문이라 하고,적연(寂然)한 행을 염박(恬怕)의 문이라 합니다.
014_0437_c_19L答曰無順之念以爲門首周旋生死順義之念爲泥洹矣不行精進爲罣㝵門精進之行爲道品門狐疑之行爲陰蓋門勤修解脫無罣㝵門思想諸著爲塵勞門無所想念無有虛妄無恩愛門諸亂多念衆妄想門寂然之行爲恬怕門
62견(見)을 교만의 문이라 하고, 아무것도 없음을 닦는 것을 무무자대문(無無自大門)이라 하고, 악한 벗을 따르는 것을 나쁜 죄의 문이라 하고, 착한 벗을 따르는 것을 착한 법의 문이라 하며, 뭇 삿된 소견의 일을 우환의 문이라 하고, 바른 소견의 이치를 안온의 문이라 하며, 간탐하는 일을 빈궁의 문이라 하고, 보시하는 이치를 대부(大富)의 문이라 합니다.
014_0438_a_02L六十二見爲憍慢門修於空無無自大門隨惡親友爲惡罪門從善親友爲善法門衆邪見事爲%(疒*(匆/心))患門正見之義爲安隱門慳貪之事爲貧匱門布施之義爲大富門
계율을 훼손하거나 범한 자로서 곧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것을 나쁜 갈래의 문이라 하고, 계율을 받들어 닦은 자로서 일체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을 훌륭한 처소의 문이라 하며, 싸우기를 좋아하는 것을 법을 어기고 잃는 문이라 하고, 인욕하는 자는 특수한 뛰어남에 돌아가는 문이라 하며, 게으른 이는 마음의 더러운 때의 문이라 하고, 정진을 힘써 행하는 것을 더러움 없는 문이라 하며, 방일한 일을 산란한 뜻의 문이라 하며, 한마음의 일을 정의문(定意門)이라 합니다.
014_0438_a_07L毀犯戒者便當歸趣諸惡道門奉修禁戒當歸一切生善處門喜諍訟者違失法門若忍辱者得歸殊特超異之門爲懈怠者心垢穢門遵行精進爲無垢門放逸之事爲亂意門一心之事爲定意門
나쁜 지혜의 행과 어리석고도 어두운 의혹을 소나 양(羊) 같은 문이라 하고, 지혜를 닦는 자로서 37품(品)을 도법의 근본으로 삼는 것을 사자(師子)의 문이라 하며, 인자한 마음을 구족한 행을 무해(無害)의 문이라 하고, 가엾이 여기는 행을 구족한 그 뜻을 화아(和雅)의 문이라 하며, 성품이 유화한 것을 아첨 없는 문이라 하고, 기쁨을 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법락(法樂)의 문이라 하고, 구호를 닦아 행하는 자로서 옳거나 옳지 않음이 없음을 더함도 덜함도 없는 문이라 하며, 4의지(意止)를 행하여 노숙한 덕[宿德]을 잃지 않는 것을 모든 복된 문이라 합니다.
014_0438_a_12L惡智之行癡冥之惑如牛羊門修智慧者三十七品爲道法本師子之門而悉具足慈心行者無所害門悲哀行者志和雅門性以和柔無諛諂門而行喜悅樂法樂門修行護者無所適莫無增減門行四意止不失宿德諸所福門
4의단(意斷)은 평등에 수순하는 문이라 하고, 4신족(神足)은 몸과 마음의 가벼운 문이라 하며, 5근(根)은 독실하게 믿는 이치로서 원수(元首)의 문이라 하고, 5력(力)을 행하는 자는 번뇌와 모든 애욕에 더럽혀지지 않는 문이라 하며, 7각의(覺意)는 평등한 지혜를 모두 명료히 깨닫는 문이라 하고, 여덟 가지 바른 길[八道]은 일체 삿된 다른 길의 미혹을 버리는 문이라 합니다.
014_0438_a_18L四意斷者順平等門四神足者心身輕門五根行者篤信之義爲元首門五力行者不爲塵勞及諸愛欲所沾污門七覺意者悉已曉了平等慧門八道行者棄捐一切衆邪異徑迷惑之門
다시 천자여, 보살로서 모든 불법을 닦는 것이 법의 으뜸 되는 문이라.모든 법을 거둬 보호함은 법이 자재한 문이기 때문이고, 훌륭한 방편으로서 곳곳을 분명히 앎은 그곳이 없는 문이기 때문이고, 지혜바라밀로써 일체 중생들 마음의 생각을 통달하여 앎은 피안(彼岸)을 순조롭게 건너가는 문이기 때문이고, 6바라밀로써 6욕(欲)을 거둬 욕심의 자리를 없게 함은 대승에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고, 공의 이치를 관찰해 구하되 삼계를 환화와 같이 끝과 처음을 꿈같이 관찰함은 지혜가 밝은 문이기 때문이고, 일체 법이 다 본래 없는 법이므로 생사 없는 법의 지혜로써 자연을 밝게 통달하여 깨닫지 않는 것이 없음을 그 지혜가 다른 사람의 밝음에 의지하지 않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014_0438_a_23L復次天子計於菩薩爲諸佛法元首之門將護諸法法自在門故善權方便曉了處處無處之門故智度無極通知一切衆生心念所念順度彼岸門故六度無極攝於六欲令無所處爲大乘門故觀求於空三界如化終始如夢智慧明門故一切諸法皆爲本無法無生忍明達自然無所不了其慧不依他人明故
천자는 다시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어떤 것을 법계의 문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그 법계란 넓은 문을 말하는 것입니다.”
014_0438_b_09L天子又問文殊師利何謂法界之門答曰其法界者則曰普門
또 물었다.
“그 법계가 어떠한 경계입니까?”
대답하였다.
“일체 중생의 경계를 이름하여 법계라 합니다.”
014_0438_b_11L又問法界爲何所界答曰一切衆生之所界者名曰法界
또 물었다.
“그 법계가 어찌하여 한계가 있습니까?”
문수는 반문하였다.
“허공의 경계가 어찌 한계가 있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한계가 없겠습니다, 문수이시여.”
014_0438_b_13L又問其法界者豈有分際文殊答曰虛空之界寧有分際報曰不也文殊
대답하였다.
“마치 허공이 한계가 없는 것처럼 법계도 그와 같이 한계가 없습니다.”
천자는 또 물었다.
“어찌 법계를 분별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법계란 분별할 수 없는 것입니다.”
014_0438_b_15L答曰猶如虛空無有分際法界如是亦無分際天子又問曰豈可分別於法界乎答曰其法界者不可分別
천자는 또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인연으로 모든 법을 해명하여 이러한 변재(辯才)를 환히 깨달았습니까?”
문수는 말하였다.
“천자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그 호응하는 메아리에 어떤 음성이 나와서 법을 해명한다고 생각합니까?”
천자는 대답하였다.
“그 호응하는 메아리란 모든 법을 해명하지 못하니, 인연으로 합성되었기에 메아리가 나올 뿐입니다.”
014_0438_b_18L天子又問仁者何因解明諸法乃能曉了如斯辯才文殊告曰於天子意所趣云何其呼響者而有音出以何解法天子報曰其呼響者不解諸法以緣合成乃響出矣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보살이 다 중생의 인연 때문에 설하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천자는 또 물었다.
“그대는 어떤 것에 머물러 설하십니까?”
014_0438_b_22L答曰如是天子菩薩皆因衆生緣故而有所說天子又問仁者爲住何所而有所說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교화하심에도 강설하는 말씀이 있으니, 내가 머물러 연설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는 말하였다.
“여래께서 교화하시는 법은 머무는 데가 없이 그대로 설하셨습니다.”
대답하였다.
“여래의 교화가 머무는 데 없이 설하신 것처럼 내가 선설하는 것도 역시 그러합니다.”
014_0438_c_02L答曰如來化住有所講之所住所演若斯若曰如來之化無所住而有所說如如來化於無所住而有所說吾之所宣亦復如是
“가령 문수께서 일체 법에 머무름이 없이 설하신다면, 그대는 어디에 머물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룩하여 최정각(最正覺)이 된다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5역(逆)에 머물러 곧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룩합니다.”
014_0438_c_05L設使文殊於一切法無所住立而有所說仁何所住成於無上正眞之道爲最正覺乎答曰吾住五逆乃成無上正眞之道
또 물었다.
“문수이시여, 그 5역이란 어떤 데에 머무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 5역이란 근본이 없고 머무는 데도 없는 것입니다.”
014_0438_c_09L又問文殊其五逆者住何所答曰其五逆者無有根本亦無所住
또 물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5역을 범한 자는 피할 틈이 없어 지옥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 그 5역을 범한 자는 지옥에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만약 보살이 다음과 같은 5역에 머문다면 빨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을 것입니다.
014_0438_c_11L又問如來說言其作逆者閒可避不離地獄答曰如是天子佛所說其作逆者當墮地獄若菩薩住於此五逆疾逮無上正眞之道
이른바 5역이란, 가령 보살이 은근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큰 도의 뜻을 내어서 소승(小乘)의 마음을 버리고 성문ㆍ연각의 자리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이 첫째의 역(逆)이며, 발심하여 널리 보시하되 일체의 가진 것을 아끼지 않아 간탐하는 자와 함께 회합하지도 않는다면 이것이 둘째의 역이며, 인자한 마음을 내어서 일체 중생을 내가 마땅히 제도해야 하리라고 생각하여 중간에 게으르거나 그만두지 않는다면 이것이 셋째의 역입니다.
014_0438_c_14L謂爲五假使菩薩慇懃至心發大道去小乘心而不墮落聲聞緣覺之是第一逆發心廣施一切所有所愛惜不與慳貪而共合會是第二而發慈心一切衆生吾當度之中懈廢是第三逆
일체 법이 어디로부터 나는 것이 없다고 보아 곧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체득하여서 중간에 예순두 종류의 삿된 소견과 함께 합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넷째의 역이며, 마땅히 알아보아야 하고 마땅히 끊어 없애야 하고 마땅히 반포해야 하고 마땅히 깨달음을 이룩해야 하리라 하여 그 뜻을 내는 찰나에 모든 것을 다 알아 보고 깨달아서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는 동시에 머무는 데가 없어일체의 지혜를 이룩해 삼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다섯째의 역입니다.”
014_0438_c_20L見一切法無所從尋便逮得無所從生法忍不復中與六十二疑邪見俱合是第四逆當知見所當斷除所當頒宣所當成發意之頃悉知見覺靡所不達而無所住成一切智不著三界是爲五
문수사리는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보살이 이미 이 5역에 머문다면 곧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룩하여 최정각(最正覺)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014_0439_a_03L文殊師利謂其天子菩薩已住於是五逆爾乃疾成無上正眞之道最正覺
천자는 또 물었다.
“말씀하신바 무엇을 일러 역(逆)은 역이 되지 않고 순(順)은 순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자마금(紫磨金)과 여의주(如意珠)가 비록 깨끗하지 않은 곳에 떨어지더라도 그 깨끗하지 않은 다른 것과 함께 합해지겠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합해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물건이 진짜이기 때문에 가짜와 합해지지 않습니다.”
014_0439_a_05L天子又問所說何謂逆不成順不成順答曰如紫磨金及如意雖墮不淨爲俱合乎答曰不合以者何其物眞故不與僞合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가 청정하기 때문에 비록 더럽고 탁한 곳에 처할지라도 아무런 하자(瑕疵)가 없으니, 마치 해의 광명이 어두움과 합해지지 않는 것과 같고, 또 연꽃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것과 같고, 비유하면 허공을 더럽힐 이가 없는 것과 같은지라, 법을 배워 행하려고 보살의 마음을 내는 이도 모든 역(逆)에 머물되 흔들리지 않고 모든 역을 개화(開化)함으로써 이른바 그 마음의 본래 청정함에 순응하여 더러움과 합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만일 합쳐진다면 다시는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물과 진흙도 오히려 함께 합하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란 본래가 청정한데 어찌 형체 없는 것이 형체 있는 것과 합해지겠는가?”
014_0439_a_08L文殊告人心本淨縱處穢濁則無瑕疵如日明不與冥合亦如蓮花不爲泥塵之所沾污譬如虛空無能污者行學法發菩薩心住於諸逆亦不動開化諸逆則名曰順其心本淨不與穢合所以者何設使合者不可復水及泥土尚不俱合況于心本淸無形與形合乎
佛說文殊師利淨律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