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백천 대중들이 공경하고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 천자 적조복음(寂調伏音)이 이 모임에 와서 앉아 있었다. 이 때 적조복음 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부처님께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문수사리(文殊舍利)가 어느 곳에 있습니까? 이제 이 대중들이 목이 마른 듯 우러러보기를 갈망하고 이 선장부(善丈夫)로부터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이렇게 여쭈니 부처님께서 저 적조복음에게 말씀하셨다. “천자여, 동방으로 여기서 만 불토를 지나면 거기에 불국이 있으니 이름은 보주(寶主)라고 한다. 거기에 부처가 있으니 이름은 보상(寶相)여래ㆍ응(應)ㆍ정변각(正遍覺)인데, 현재 법을 설하시느라. 문수사리가 거기 머물면서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하여서 법을 설하느니라.”
014_0449_c_01L이 때 저 천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상(相)을 나타내시어 문수사리로 하여금 이 땅에 오게 하옵소서.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만약 일체성문ㆍ연각에게서 듣는 법이 문수사리에게서 듣는 법만 못하옵니다. 오직 여래를 제외하고는 그 나머지 설법하는 이로서는 문수사리보다 나은 이가 없사옵니다. 문수사리가 만약 설법하면 일체의 마궁(魔宮)이 모두 어둠으로 덮이고, 모든 마군들을 모두 능히 꺾어서 항복 받아 증상만(增上慢)을 버리고, 증상만을 없앱니다. 만약 보리심을 발하지 못한 자가 있으면 보리심을 발하고, 이미 발심한 자는 불퇴전(不退轉)에 머물며, 가히 거둘 자는 거두고, 버릴 자는 버리며 여래를 따르고 정법(正法)을 오래 머물게 하고자 하옵니다.”
이 때 저 보주 세계의 보살 마하살이 이 광명을 보고는 보상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무슨 광상(光相)인데 이렇게 이 광명이 이 세계를 두루 비추나이까?” 이렇게 물으니, 보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서방으로 여기서 만 불토를 지나가면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사바(裟婆)라고 하느니라.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니 호를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각이라고 하시고, 현재 법을 설하고 계시니라. 저 여래의 백호에서 한 광명을 놓으시니, 이 빛이 만 불국토를 꿰뚫고 와서 이 세계를 비추는 것이니라.”
보살들이 또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저 석가모니 여래ㆍ응ㆍ정변각께서 백호로부터 빛을 발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석가모니 여래의 나라에 한량없는 천억 보살이 모두 모였고, 석(釋)ㆍ범(梵)ㆍ호세(護世)의 일체 사부 대중이 문수사리동자를 보고 그에게서 법을 듣고자 하느니라. 이 인연 때문에 저 석가모니 여래께 청하여서 백호에서 빛을 발하게 한 것이니라.”
014_0450_a_01L이 때 보상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사바세계에 가도 좋다. 석가 여래ㆍ응ㆍ정변각께서 그대를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시고, 거기 모든 대중들이 보고 법을 듣고 싶어 하고 있다.” 문수사리가 저 세존께 사뢰었다.
“저도 이제 광명의 상서를 알았나이다.”
이 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만 명의 보살과 함께 머리 조아려서 보상부처님의 발에 경례하고, 마치 장사가 팔을 오그렸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만 명의 보살과 더불어 보주세계에서 사라져 사바세계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허공에 머물러 형상은 나타내지 않고, 갖가지 꽃을 뿌려 여래와 모든 대중들에게 공양하니, 그것이 무릎에까지 쌓였는데, 여러 빛깔이 묘하고 좋았으며 향기도 좋았다. 일체 대중들이 이 꽃비를 보고는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어떠한 좋은 징조이기에 이렇게 큰 꽃비가 내리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여, 이것은 문수사리 법왕자가 만 명의 보살과 함께 와서 허공 에 머물면서 형상은 나타내지 않고 꽃을 내려서 우리에게 공양하는 것이니라.” 이 때 모든 대중들이 모두 같은 소리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우리들이 문수사리 법왕자와 모든 보살마하살들의 모습을 보고자하나이다.”
이 때 문수사리와 만 명의 보살이 허공에서 내려와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오른편으로 돌기를 마치고는 각각 신력(神力)으로써 자리를 화작(化作)하고 나서 한 쪽에 물러앉았다. 이 때 적조복음 천자가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문수사리 법왕자가 말씀하시는 것을 대중들이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제 스스로 의심나는 바를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물으라.”
이 때 적조복음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저 보상부처님의 땅에서는 어떤 법을 설하셨기에 당신은 그들을 즐겁게 하셨습니까?”
014_0450_a_20L時寂調伏音天子問文殊師利:“彼寶相佛土云何說法,汝樂於彼?”
014_0450_b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탐욕을 생기게 하지 않고 탐욕을 없어지게 하지 않으며 진에를 생기지 않게 하고 진에가 없어지게 하지 않으며 우치가 생기지 않게 하고 우치가 없어지게 하지 않으며 번뇌가 생기지 않게 하고 번뇌가 없어지지 않게 하니, 왜냐 하면 생기지 않는 법은 결국 없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저 국토의 중생은 어찌하여 탐ㆍ진ㆍ치ㆍ번뇌를 생기게 하지도 않고 없어지게 하지도 않습니까?”
014_0450_b_03L天子問言:“云何,文殊師利!彼土衆生不生貪瞋愚癡煩惱又不滅耶?”
“천자여, 그렇지 않느니라.”
答言:“不也。天子!”
천자가 물었다. “저 부처님의 설법은 무엇을 끊게 합니까?” 대답하였다.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위하여 설법 하느니라. 왜냐하면 저 불국토에서는 끊음도 모르고 닦아 증득하지도 않느니라. 저곳의 모든 중생은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중하게 여기고 세제(世諦)를 중하게 여기지 않느니라.”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어떠한 것을 제일의제라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것은 생에 머무는 것도 아니요, 또 멸에 머무는 것도 아니며, 옳다는 상(處相)이 있는 것도 아니요, 옳다는 상이 없는 것도 아니며, 상(相)이 있는 것도 아니요 상이 없는 것도 아니며, 상도 아니요 허공도 아니며, 색상(色相)을 상(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으며, 다 하여서 가히 다함도 아니요 다 하여서 능히 다함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이와 같은 것을 제일의제라고 하느니라. 천자여, 의(義)라는 것은 마음이 아니요, 마음의 상속(相續)이 아니며 말이나 글귀가 아니며 이(此)것도 없고 저(彼)것도 없고 또한 중간도 없나니 이와 같은 것을 제일의제라고 하느니라. 천자여, 또 의라는 것은 가히 얻을 수 없고, 문자(文字)의 행(行)이 없나니 이를 제일의제라고 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존재하는 소리는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하셨느니라.”
“천자여, 여래의 말씀은 참될 것도 허망할 것도 없나니, 왜냐하면 여래는 두 가지 상(相)이 없으므로 머무는 마음이 없고, 언설이 없으며, 유위법이 아니요, 무위법이 아니며, 참된 것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요, 허망할 것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어서 두 상이 없느니라. 천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화현시킨 사람이 말하는 것이 참된 것이겠는가? 허망한 것이겠는가?”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능히 제일의제를 설하는 자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것은 말로 설할 수 없으며 설하는 자가 없느니라.”
014_0450_c_05L文殊師利言:“天子!無有能說第一義諦者。何以故?是無言說、無能說者。”
이 법을 설할 때 5백 비구가 모든 법에 끌리지 않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2백 명의 천자가 법인(法忍)을 얻었다.
014_0450_c_07L說是法時,五百比丘不受諸法,漏盡心得解脫;二百天子逮得法忍。
그 때 적조복음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제일의제는 심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014_0450_c_09L爾時寂調伏音天子問文殊師利:“第一義諦甚爲難解。”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러하니라. 천자여, 제일의제는 실로 알기가 어려우니라. 바르게 수행하는 자가 아니면 실로 알기가 어려우니라.”
014_0450_c_11L文殊師利言:“如是如是。天子!第一義諦實爲難解,不正修行者實爲難解。”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어떠한 것을 보살의 바른 수행이라고 합니까?”
014_0450_c_13L天子問言:“文殊師利!云何菩薩名正修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말을 하지 않으면, 알고 끊고 닦고 증득할 것이니라. 왜 그런가? 만약 상이 있으면, 이것은 탐욕이요, 집착이요, 희론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말함이 있다면, 이것은 마땅히 알아야 하고 마땅히 끊어야 하고 마땅히 닦아야 하고 마땅히 증득하여야 한다고 하리니, 이것을 바른 수행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천자여, 여여(如如)가 평등(等)하고, 법계가 평등하고 5역(逆)이 평등한 것입니다. 법계가 평등함과 같이 모든 견(見)이 또한 평등하고, 범부의 법이 평등함과 같이 학법(學法)이 또한 평등하고, 무학법(無學法)이 평등하며, 성문의 법이 평등함과 같이 연각의 법이 평등하고, 보살의 법이 평등하고, 부처의 법이 평등하고, 번뇌가 또한 평등하며, 다툼(爭訟)이 또한 평등한 것이니라.”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어떠한 것이 다툼이 평등하고 번뇌가 또한 평등한 것입니까?”
014_0450_c_24L天子問言:“文殊師利!云何諍訟等煩惱亦等?”
014_0451_a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공(空)하므로 평등하고 무상(無相)하므로 평등하고 무원(無願)이므로 평등한 것이니라. 왜냐하면 공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니라. 천자여, 보배 그릇의 공이거나 질그릇의 공이거나 그 속의 공한 경계는 평등하여 다름이 없는 것처럼, 다른 것이 없으니 둘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천자여, 번뇌가 공하고 다툼이 공하여 다름이 없으니, 평등하여 둘이 없느니라.”
014_0451_b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만약 보살이 성제를 닦지 않는다면 어떻게 능히 성문을 위하여 법을 설하겠느냐. 그리고 또 천자여, 보살은 성제를 닦는데 관(觀)이 있으나 성문은 성제를 닦는데 관이 없고, 보살은 성제를 닦는데 조용하나 성문은 성제를 닦는데 조용하지 않으며, 보살은 성제를 닦는데 연(緣)이 있으나 성문은 성제를 닦는데 연이 없느니라. 보살은 성제를 닦되 바로 이를 관하고 실제(實際)를 증득하지 않느니라. 보살은 성제를 닦되 좋은 방편이 있어 생사(生死)를 등지고 열반을 향하지 않느니라. 보살은 성제를 닦되 일체 불법을 관하느니라. 천자여,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큰 반주(伴主)를 버리고 혼자서 짝이 없이 벌판 길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심한 공포심이 생겨서 감히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는 것처럼, 천자여, 성문도 또한 이와 같아서 생사를 무서워하여 세간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일체 중생을 버리고 생사계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불법을 관하지 않고, 좋은 방편도 없으며 혼자서 둘도 없이 성제를 수행합니다. 천자여, 큰 반주는 모든 권속이 많고 모든 재산이 많으며 양식이 풍부하고 크게 벌이를 얻으면서 벌판 길을 지나가고자 하는 것처럼, 천자여, 보살도 이와 같은 큰 반주가 되어서 많은 권속들과 큰 법리(法利)를 이루고, 많은 법의 양식으로 육바라밀을 구족하고, 사섭법을 성취하였으며, 널리 일체 중생의 인연을 관하고, 생사의 윤회를 관하고, 바로 불법을 관하며, 불토(佛土)에서 불토에 이르면서, 좋은 방편을 갖추고, 성스러운 진리를 닦느니라. 천자여, 성기고 엷은 것에는 첨바(瞻婆)ㆍ수만(須曼)ㆍ바사(婆師)의 꽃에서 풍기는 향기도 그 향기가 속히 나가는 것처럼, 천자여, 성문이 성제를 닦는 것이 이와 같이 빨라 서원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중간에 열반에 드느니라. 그들은 또한 부처님의 계(戒)ㆍ문(聞)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地見)의 공덕 향이 나오지 않고, 또 능히 번뇌의 습기(習氣)를 끊지 못하느니라. 천자여, 가시의(迦尸衣)에 만약 천보(天寶)의 침수향(沈水香)을 배게 하면 백천 년이 지나도 청정하고 아름다운 향이 있어 인간과 하늘이 존경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천자여, 보살은 백천만억 겁 동안 항상 성제를 닦아서 중간에 열반에 들지 않고 본원을 채우며 부처님의 계ㆍ문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의 공덕 향을 내고, 능히 번뇌의 습기를 끊으며, 모든 사람ㆍ하늘ㆍ아수라ㆍ건달바 등의 공경과 존중을 받느니라.”
014_0451_c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저 국토의 성문은 신(信)에 머물지 않고 남을 가르쳐서 믿게 하지 않으며, 법계를 지키지 않고, 8인(人)이 아니면서 8사(邪)를 뛰어났으며, 수다원이 아니면서, 악도를 뛰어 나왔고, 사다함이 아니나 왕래하면서 일체 중생을 교화하며, 아나함이 아니나 일체 모든 법에 왕래가 없기 때문이며, 아라한이 아니면서 온갖 삼천계의 공양을 받고, 성문이 또한 아니면서 온갖 삼 천계의 공양을 받고, 성문이 또한 아니면서 능히 일체 부처님의 설하신 법을 능히 가지며, 욕심을 끊지 않아도 욕심으로 뜨거워지지 않고, 성냄을 끊지 않아도 성내므로 달아오르지 않으며, 어리석음을 끊지 않아도 어리석음으로 달아오르지 않습니다. 일체 법이 모든 어둠과 장애를 여의었고, 번뇌를 끊지 않고도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며, 일체 중생의 번뇌를 끊어서 길이 태어남이 없고, 일체의 생(生)을 지났으나, 마음으로 태어나고자 하면 태어나느니라. 나(我)와 남(人)과 중생의 상이 없어서 중생을 교화하되, 취하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으며, 일체 중생의 청정한 복 밭으로서 의사(思)도 없고 염(念)도 없이 하면서 정념(正念)을 닦고,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닌 정단(正斷)을 닦으며, 멀리 몸과 마음을 여의면서 신족(神足)을 내느니라. 일체 중생의 모든 근기를 알고, 저 언덕에 이르렀으면서도 근(根)을 닦으며, 일체 번뇌를 꺾고 역(力)을 닦으며 온갖 것을 두루 알면서도 각(覺)을 닦으며, 무위를 얻었으나, 도(道)를 증득하지 않았고, 실제(實際)에 이르렀으되 정(定)을 닦고, 법계에 이르렀으되 혜(慧)를 닦으며, 무명(無明)을 다하고, 명(明)을 내며, 두 가지 행을 하지 않고 해탈을 얻느니라. 육안(肉眼)으로 일체 중생ㆍ일체 불국ㆍ일체 부처님들을 모두 보고, 천안(天眼)으로 일체 중생이 여기서 죽고 저기서 태어남을 모두 보며, 혜안(慧眼)으로 일체 중생이 나고 죽고 하되 옴도 없고 감도 없음을 관하고, 법안(法眼)으로 모든 법이 평등함을 보며, 불안(佛眼)으로 밝게 일체 부처님의 경계를 보느니라. 천이(天耳)로 일체 불법을 모두 듣고 능히 받아 가지며, 한 마음으로 능히 일체 중생이 지닌 마음과 행실을 알고, 과거 겁의 숙명을 모두 알며, 백천만억 신통으로 능히 한량없는 불세계를 지나며, 번뇌가 모두 다해도, 해탈을 증득하지 않느니라. 비록 다시 볼 수 있지만 그러나 색신(色身)이 아니며, 비록 언설이 있으나 문자가 없으며, 비록 사념(思念)이 있으나 마음에 움직임이 없느니라. 모습이 존귀하고 훌륭하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장엄하였고, 공덕 영락의 위덕을 당하기 어려우며, 이름이 높고 멀리 들리며, 정계(淨戒)로 바른 향은 세속 법에 더럽혀지지 않고 번뇌에 물들지 않느니라. 추악한 말이 없고, 신통으로 유희하며 학식을 넓히며, 변재는 우뢰처럼 떨치며, 변화를 잘 알고, 어둠을 조복하여 큰 지혜가 밝게 빛나며, 설하는 바에 막힘이 없어서 총지(總持)가 구경에 이르며, 항상 모든 부처님이 보호하고 기억하시는 바가 되느니라. 성문이 생각하는 바는 항상 보리도에 전념하는데 그 생각이 바다와 같으며, 선정을 행하는 것은 수미산 같고 참음은 대지(大地)와 같으며, 용감하게 마군을 항복시키는 것은 마치 제석(帝釋)과 같아서 능히 가벼이 여길 자가 없고, 고요함은 범천과 같아서 대등함이 없으며, 마치 허공과 같아서 두루 일체에 들어가느니라. 천자여, 저 부처님 국토의 성문들은 이와 같으며, 지닌바 공덕은 다시 이보다 뛰어나느니라.”
그 때 이들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니 여래께서 모두 그들이 저 땅에 태어날 것이라고 수기하셨다.
014_0452_a_16L爾時是等卽發無上正眞道心,如來悉記當生彼土。
이 때 적조복음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떠한 것을 보살의 비니(毘尼)라고 이름하며, 어떠한 것을 성문의 비니라고 이름 합니까?”
014_0452_a_18L時寂調伏音天子問文殊師利:“云何名爲菩薩毘尼?云何名爲聲聞毘尼?”
014_0452_b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삼계를 무서워하는 비니는 이것이 성문의 비니이고, 한량없는 생과 사를 받으면서 일체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고자 하여 삼계에 나는 비니는 보살의 비니이니라. 공덕 장엄을 가벼이 헐뜯는 비니는 성문의 비니이고, 스스로 공덕 장엄을 모으는 비니는 보살의 비니이며, 스스로 일체 모든 번뇌의 맺음을 끊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일체 중생의 번뇌를 끊고자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일체 중생과 일체 불법의 성숙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일체 중생과 일체 불법을 성숙하게 하고자 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일체 불법을 성숙하게 하고자 생각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일체 모든 천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성문의 비니이고, 모든 삼천 대천세계의 모든 하늘이 아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일체 마군이 놓아버린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삼천 대천세계의 모든 마군이 울고, 모든 마군의 무리에게 원한과 증오를 생기게 하고, 꺾어 항복받는 생각을 내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오직 혼자서 밝음을 비추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널리 일체 세간을 밝게 비추고자 하며 일체 불법을 밝게 비춰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스스로 마음을 관하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일체 불법을 관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점차인 비니는 성문의 비니이고, 한 생각에 모두 아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삼보의 씨를 끊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삼보의 씨를 간직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깨어진 질그릇처럼 고칠 수 없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금ㆍ근 그릇처럼 깨어져도 도로 고칠 수 있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좋은 방편이 없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방편을 성취한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십력과 사무외가 없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십력과 사무외를 성취하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물이 적은 과수(果樹)는 성문의 비니이고, 원림(園林) 당각(堂閣)에서 법락(法樂)을 즐기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며, 육바라밀과 사섭법이 없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육바라밀이 있고, 사섭법을 갖춘 것은 보살의 비니입니다. 일체의 습기(習氣)를 끊지 않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일체 습기를 없애는 것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그리고 또 천자여, 간략히 말하건대, 포용함에 한정이 있으며 작은 법의 공덕이 있고, 작은 계ㆍ문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이 있는 것은 성문의 비니이고, 그 포용함이 아주 무량하여 한량없는 공덕과 한량없는 계ㆍ문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은 보살의 비니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문수사리여, 그대는 이 보살의 비니를 잘 설하였다. 문수사리여, 들으라. 내가 조금 더 말하여 네가 말한 뜻을 자세하게 하리라. 문수사리여, 비유하건대, 두 사람이 하나는 큰 바다를 찬탄하고, 하나는 소 발자국을 찬탄하였다면, 문수사리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이 칭찬한 소 발자국 안의 공덕은 얼마나 되겠느냐?”
문수사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큰 바다는 한량없는데, 소 발자국은 심히 작으니, 무엇을 찬탄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성문의 비니는 마치 소 발자국과 같아서 조금도 공덕이 없으니 가히 찬탄할 것이 없다. 성문승의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문수사리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둘째 번 사람이 능히 대해의 공덕을 칭찬할 수 있겠느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비니라는 것은 번뇌를 조복하고 번뇌를 아는 것을 비니라고 하느니라.”
014_0453_a_12L文殊師利言:“天子!毘尼毘尼者,調伏煩惱。爲知煩惱,故名毘尼。”
천자가 말하였다. “문수사리시여, 어떻게 수행하여야 번뇌를 조복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번뇌를 압니까?”
014_0453_a_13L天子言:“文殊師利!云何當修調伏煩惱?云何知煩惱?”
014_0453_b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스스로가 망상을 하거나, 혹은 남이 망상하거나 자타가 망상하여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이 전도되어 참되지 못하고, 모든 견해가 결박되어 무명이 우두머리가 되면, 이와 같이 되면 번뇌가 생기게 되느니라. 만약 자신도 망상하지 않고 남도 망상하지 않으며 자타가 망상하지 않고 오로지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하고 자타가 생각하지 않고 전도를 끊고 모든 견해에 머물지 않고 무명을 끊고 두 가지 행을 하지 않으면, 이와 같이 하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느니라.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것이 필경(畢竟) 비니이니, 천자여, 이를 이름 하여 필경비니(畢竟毘尼)라고 하느니라. 만약 성스러운 지혜로 번뇌를 알고 보면, 허망하고 거짓이어서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없고 내가 없고 결박된 바가 없고, 오는 곳도 가는 곳도 없고, 방향도 없고 방향이 없는 것도 아니며,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니요, 중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모임도 없고, 쌓임도 없으며, 모양도 없고 빛깔도 없으니, 이와 같은 것을 일러 번뇌를 안다고 하느니라. 천자여, 만약 사람이 독사의 종류와 성질을 알면 능히 저 독을 가라앉힐 수 있으니, 이와 같이 만약 번뇌의 종류를 알면 능히 번뇌를 고요하게 할 수 있느니라.”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망상은 번뇌의 씨앗이니라. 만약 망상을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으면 번뇌가 아니니라. 만약 번뇌가 없으면 굴택(窟宅)이 없고, 굴택이 없으면 불타는 바가 없으며, 또한 머무는 바가 없나니, 만약 머무는 바가 없으면 필경 비니라고 하고, 이와 같은 것을 이름 하여 번뇌의 종류를 안다고 하느니라.”
천자가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시여, 이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사실이 아닌데, 무슨 독을 제거할 것입니까?”
014_0453_b_16L天子答言:“文殊師利!此是不實。無有實故,當除何毒?”
014_0453_c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독사가 실제 있지 않았으니 독을 제거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니라.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성인의 비니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천자여, 너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것이 번뇌를 조복하는 것이며, 그것은 참된 것인가? 아닌가?’ 천자여, 만약 나에게 내가 없다면 번뇌에 번뇌가 없을 것이고 만약 내가 실재한다면 번뇌도 또한 실재할 것이니라. 이 중에 나에게 내가 없고, 번뇌에 번뇌가 없어서 모두 얻을 것이 없으니 만약 그렇다면 마땅히 무엇을 조복 할 것인가? 왜 그런가? 천자여, 온갖 법이 적멸(寂滅)하여 생겨남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적멸하여 취할 수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적멸하여 형상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다 하여서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끝이 없고 생겨남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생겨남이 없어 있는 바가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멸함도 없고 견실함도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지음이 없으니 짓는 자가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지음이 없음은 내가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에 내가 없음은 주장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주장이 없음은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옴이 없는 것은 체(體)가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감이 없는 것은 끝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머묾이 없는 것은 머물 곳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머묾이 없으니 생과 멸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법이 무위인 것은 번뇌가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여, 온갖 법을 주는 경우가 없는 것은 필경조복이기 때문이니라.”
014_0454_a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바르게 않은 수행은 생사를 더하는 문이요, 바른 수행은 열반을 획득하는 문이요, 바른 수행은 자재함을 얻는 문이요, 바르지 못한 수행은 자재함을 얻지 못하는 문이요, 의혹은 어둠속에서 장애되는 문이요, 요달하는 것은 장애가 없는 문이요, 망상은 번뇌를 증가시키는 문이요, 망상하지 않는 것은 번뇌가 없는 문이요, 알음알이는 번뇌가 존재하는 문이요, 알음알이가 없는 것은 번뇌가 없는 문이요, 각(覺)은 할 일이 많은 문이요, 적정함은 모든 것이 고요한 문이요, 사견은 교만을 증가시키는 문이요, 공한 것은 교만을 없애는 문이요, 악지식은 모든 악법을 생기게 하는 문이요, 선지식은 모든 선법을 생기게 하는 문이요, 사견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생기는 문이요, 정견은 모든 선의 근본이 생기는 문이요, 아까워하는 마음은 빈궁함이 생기는 문이요, 보시는 큰 재물을 붙을 문이요, 계를 훼손시키는 것은 모든 악도의 문이요, 계를 지키는 것은 모든 선처의 문이요, 다툼은 모든 법을 장애하는 문이요, 인욕은 뛰어난 법을 증장시키는 문이요, 나태함은 마음을 때 묻게 하는 문이요, 정진은 마음에 때를 없애는 문이요, 각관(覺觀)은 어지러운 다툼이 많은 문이요, 선정은 마음이 한 곳에 머무는 문이요, 무지는 어리석은 양과 같은 문이요, 지혜는 삼십칠조도분과 같은 문이요, 자애로움은 지혜를 장애하지 않는 문이요, 같이 슬퍼하는 것[悲]은 정직하여 거짓되지 않는 문이요, 기뻐하는 것은 보배로운 법을 모으는 문이요, 버림은 애증을 없애는 문이요 정념은 본래의 선근을 잃지 않는 문이요, 끊음은 바르게 수행하는 문이요, 신족은 신심을 가볍게 하는 문이요, 근은 믿음을 으뜸으로 하는 문이요, 역(力)은 모든 번뇌를 부수고 조복시키는 문이요, 깨달음은 모든 법을 따라 깨닫는 문이요, 팔정도는 일체의 도가 아닌 것을 벗어나게 하는 문이니라. 다시 천자여, 보리심은 모든 불법의 문이요, 일체법을 섭수하는 것은 일체법에 대해 자재함을 얻는 문이요, 중생을 포용하는 것은 법을 설하는 문이요, 좋은 방편은 옳고 그름을 가르는 문이요, 지혜로 헤아림은 일체중생의 심행의 피안에 이르는 문이요, 육바라밀은 대승의 문이요, 육신통은 지혜광명의 문이요, 법시인(法施忍)은 다른 사람의 지혜를 따르지 않는 문이기 때문이니라.”
천자가 말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당신은 어떠한 법을 알기에 이 같이 말 재주가 뛰어납니까?”
014_0454_b_03L天子言:“文殊師利!汝知何法有如是辯?”
대답하였다. “천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메아리는 무슨 법을 알아서 소리를 내는가?”
014_0454_b_04L答言:“天子!於意云何?響知何法而出音聲?”
천자가 말하였다. “메아리는 아는 바가 없으되 소리를 내니, 원인과 조건 때문에 소리를 내는 것이니라.”
014_0454_b_05L天子言:“響無所知而出音聲,以因緣故而有音聲。”
“그러하니라. 천자여, 보살도 중생을 인연하는 때문에 설할 것이 있는 것이니라.”
014_0454_b_07L“如是天子!菩薩緣衆生故而有所說。”
천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어느 곳에 머물러 설법하는가?”
天子言:“汝住何處能有所說?”
대답하였다. “천자여, 마치 여래가 화현시킨 사람(化人)이 머물고 설하는 것처럼 내가 머무는 것도 역시 그러하니라.”
014_0454_b_08L答言:“天子!猶如如來化人所住而有所說,我住亦爾。”
천자가 말하였다. “여래가 화현시킨 사람은 머무르는 곳이 없습니다.”
014_0454_b_10L天子言:“如來化人無有住處。”
대답하였다. “천자여, 여래가 화현시킨 사람은 머무는 바가 없되, 설하는 것은 있느니라. 일체의 모든 법도 또한 머무는 바가 없으되 설하는 바가 있느니라.”
014_0454_b_11L答言:“天子!如來化人無所住而有所說,一切諸法亦無所住而有所說。”
천자가 말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만약 일체 법이 머묾이 없다면 당신은 어느 곳에 머물러서 위없는 도를 이루었습니까?”
014_0454_b_13L天子言:“文殊師利!若一切法無住汝住,何處成無上道?”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무간(無間)에 머물러서 위없는 도를 이루었느니라.”
014_0454_b_14L文殊師利言:“天子!我住無閒成無上道。”
천자가 말하였다. “무간이란 어느 곳에 머무는 것입니까?”
014_0454_b_15L天子言:“無閒爲住何處?”
대답하였다. “무간은 근본(根本)이 없느니라.”
答言:“無閒住無根本。”
천자가 말하였다. “문수사리시여, 무간에 머무는 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집니다.”
014_0454_b_16L天子言:“文殊師利!住無閒者必墮地獄。”
014_0454_c_01L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천자여, 그와 같도다, 그와 같도다. 여래는 5무간을 설하시는데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천자여, 나도 지금 5무간에 머물고 있느니라. 천자여, 보살은 5무간에 머물러서 위없는 도를 이루나니, 어떠한 것이 5무간인가? 보살마하살이 초발심부터 위없는 도를 구하여, 중간에 성문ㆍ연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으니 이것이 첫 무간이고, 나는 마땅히 일체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면서 중간에 해태가 없는 것이 제2의 무간이며, 온갖 것을 놓아 버리고 중간에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 제3의 무간이고, 모든 법이 생겨남이 없음을 알고, 중간에 모든 견해와 함께 머물지 않는 것은 제4의 무간이며, 혹은 보거나 혹은 끊거나 하여 평등하게 바로 깨달아서 일념에 상응하는 지혜로서 이를 깨달아 알며, 중간에 일어나지 않고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이 제5의 무간입니다. 만약 보살이 이 5무간에 머무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느니라.”
014_0455_c_01L이 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문수사리여, 잘 말하였다. 보살이 마땅히 지을 것과 마땅히 짓지 않을 것을 그대는 이와 같이 말하였구나. 문수사리여, 내가 조금 더 말하겠으니 들으라. 문수사리여, 사람이 굶주리더라도 차라리 굶주리는 괴로움은 참을지언정 끝까지 독을 섞은 밥을 먹지 않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서 차라리 아까워하고 인색한 것, 계를 위반하는 것, 성냄, 다툼, 게으름, 난심, 망념, 어리석고 지혜가 없더라도 성문ㆍ연각의 자리에 머물러 바른 생각과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행하지 않나니, 왜냐하면 보살은 그 가운데서 마땅히 두려움을 내기 때문이니라.”
천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는 머리를 베는 것을 두려워하고 수족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사람은 수족을 베어도 능히 복업들 닦을 수 있고, 이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사람이 머리를 베면 수명을 잃으니 덕행(德行)을 닦을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다. 천자여, 가난한 사람이 전륜성왕의 독을 먹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천자여, 성문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번뇌를 끊더라도 오히려 염부제의 중생도 안락하게 못하거늘 하물며 다시 일체의 모든 중생이겠느냐. 천자여, 큰 상단의 우두머리가 재물과 봉읍(封邑)이 많은데 크게 희사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롭고 편안하게 하는 바가 많고, 양육하는 바가 많은 것과 같으니라. 보살도 이와 같아서 큰 자비를 행하고 일체 중생에게 대비를 일으켜서 수행하고 정진하며, 한량없는 일체 중생을 양육하고, 세간과 출세간의 존재들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내가 이제 비유를 들겠노라. 모든 지혜 있는 자는 이 비유를 통해 알 것이니라. 가섭아,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한 터럭을 쪼개고 잘라서 백 조각을 만들고 이 사람이 다시 그 한 조각의 터럭으로써 4대해(大海) 중의 소(酥)를 찍어 내는[點滿] 것과 같나니,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이 털끝으로 사해의 소(酥)를 취하고, 능히 생각하기를, ‘내가 취한 것이 많고 바다 가운데의 것이 적다’고 하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한 터럭의 백분의 일로 한 방울의 소(酥)를 취하는 것과 같이, 성문이 지닌 무위의 지혜도 또한 그러하니라. 불지(佛智)로 아는 바니라. 가섭아, 사대해에 가득한 소(酥)와 같이 보살의 유위 선근(善根)공덕도 또한 그러하니라. 무위의 지혜로 회향함에 쓰기 때문이니라. 가섭아, 비유하건대 개미새끼가 한 낟알을 머금은 것과, 가을 달에 익은 곡식이 대지에 가득한 것과 같나니,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느 것이 더 나은가?”
014_0456_b_01L“가섭아, 개미가 가진 한 낟알처럼, 모든 성문의 해탈의 과보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가을에 곡식이 익어 대지에 가득한 것처럼, 마땅히 알라, 보살의 육바라밀ㆍ사섭의 법과 선근 공덕이 또한 이와 같아서, 한량없는 중생을 성숙시키고 활기 있게 양육하여, 세락(世樂)과 출세간락(出世間樂)과 열반락에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가섭아, 만약 백 천의 수정 구슬을 지고 성에 들어오는 것과 같이, 하나의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유리보주(琉璃寶珠)를 배에 싣고 편안히 염부제에 도달하여, 온갖 빈궁과 곤고(困苦)를 구호함이 있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백 천의 수정을 지고 성에 들어오는 것과 이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인 한 유리구슬을 가히 견줄 수 있겠는가?”
“가섭아, 이 백 천의 모든 수정을 가지고 입성한 자는 성문의 무위 공덕이 또한 이와 같음을 비유한 것이니라. 그리고 값을 헤아릴 수 없는 하나의 유리보주를 선상에 편안히 싣고 염부제에 이르러서 안락하게 하는 바가 많음과 같다는 것은 보살이 이와 같다는 것이어서, 삼보의 종자를 끊지 않고 일체지의 보배[一切智寶] 같은 마음을 생기게 해서 안락하게 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니라.”
014_0456_c_01L그 때 보주 세계에서 문수사리와 함께 온 모든 보살들이 이 말을 듣고는 세존께 말씀드렸다. “일체의 언설은 모두 희론이며, 차별설이며, 번뇌를 책망하는 설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상 불토에는 이러한 설이 없나이다. 순전히 보살의 불퇴전설을 말하고, 차별설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있기 어렵나이다. 석가모니 여래ㆍ응ㆍ정변각께서는 능히 이 괴로움을 참으시고, 일체의 법에 차별이 없으며 상ㆍ중ㆍ하가 없는 한 맛의 법성(法性)에 삼승(乘)을 안치(安置)하셨나이다.” 이에 모든 보살이 곧 하늘 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려서 공양하고,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보주 세계로 돌아가겠습니다.”
모든 보살이 말하였다. “어떻게 일체의 세계가 같고, 일체의 부처가 같고, 일체의 법이 같고, 일체의 중생이 같습니까?”
014_0456_c_07L諸菩薩言:“以何事故,一切世界等,一切佛等、一切法等、一切衆生等?”
문수사리 말하였다. “모든 선남자여, 일체의 찰토(刹土)가 허공과 같으므로 같고, 모든 부처님의 법계가 부처님의 법계가 부사의(不思議)하므로 같으며, 일체의 모든 법이 허위이므로 같고, 일체의 중생이 나(我)가 없으므로 같은 것이니, 이러한 뜻으로 나는 이렇게 일체의 세계가 같고 내지 일체의 중생이 같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이 때 문수사리가 신통력을 나타내니, 그 신력은 사바세계로 하여금 보주 세계와 같아서 차별이 없게 하였고 세존 석가모니로 하여금 보상 여래와 같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게 하였다. 그러자 저 모든 보살이 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가 벌써 보주 세계에 왔구나.’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보상불로 생각하였다. 곧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누가 우리들을 이 땅에 오게 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누가 그대들을 데리고 가겠는가?” 모든 보살들이 말하였다. “문수사리가 우리를 데리고 갔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그대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014_0457_a_01L그 때 모든 보살들이 선정에 들어서 관하고 각기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사바세계에서 움직여서 간 것이 아닌데 우리가 스스로 보주 세계에 이르렀다고 하였구나.’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던 일이옵나이다. 문수사리가 신통력과 삼매의 힘으로써 저희들로 하여금 보주 세계에 이르렀다고 말하게 하였사오나, 오히려 이 사바세계에서 움직이지 않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이와 같은 신력을 얻어서 문수사리와 같게 하여지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보주 세계에서 온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금기(金器)ㆍ은기(銀器)ㆍ파리기(頗梨器)ㆍ유리기(琉璃器)ㆍ전단기(栴檀器)ㆍ보기(寶器)ㆍ와기(瓦器)ㆍ목기(木器)의 그릇은 갖가지로 다르나 그 그릇 안의 허공(空)은 다름이 없나니, 이와 같이 한 법성(法性)은 일여(一如)요 하나의 실제(實際)지만 그러나 모든 중생이 갖가지 형상으로 각기 생처(生處)를 취하여서 그 자체가 백 천억으로 변하여 형색이 다르니라. 말하자면 지옥색(色)ㆍ축생색ㆍ아귀색ㆍ천색(天色)ㆍ인색(人色)ㆍ성문색 ㆍ연각색ㆍ보살색ㆍ불색이지만 평등하기 때문에 색이 평등하고, 여(如)가 평등하므로 색이 평등하며, 공(空)이 평등하므로 색이 평등하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가 이 때문에 일체의 세계가 평등하고, 일체의 중생이 평등하다고 말하였고, 그러므로 나는 이제 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