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6_1020_a_01L대장엄론경 제12권
016_1020_a_01L大莊嚴論經卷第十二


마명보살 지음
후진삼장 구마라집 한역
016_1020_a_02L馬鳴菩薩造
後秦龜茲三藏鳩摩羅什譯


64

다음으로 부처님 법은 듣기 어려우므로 여래께서도 옛날에 보살이었을 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시고 법을 구하셨으니, 그러므로 반드시 부지런한 마음으로 법을 들어야 한다.
016_1020_a_04L復次佛法難聞如來往昔爲菩薩時不惜身命以求於法是故應當勤心聽法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비둘기와 관련된 비유인데, 어떤 삿된 소견을 지닌 외도의 스승이 석제환인(釋提桓因)에게 뒤바뀐 법을 설하였으니, 저 스승은 사실 참된 지혜도 없으면서 스스로를 일체지(一切智)라고 일컬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1)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때 제석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즐겁지 않고 매우 근심스러웠으며, 모든 세간에서 고행하는 자들이 다 그곳에 가서 일체지를 구하는 것을 보고는 『제석문경(帝釋問經)』에서 설한 것과 같은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a_07L我昔曾聞鴿緣譬喩有邪見師爲釋提桓因說顚倒法彼外道師非有眞智自稱爲一切智說言無阿耨多羅三藐三菩提爾時帝釋聞是語心懷不悅極生憂愁爾時帝釋見諸世閒有苦行者盡到其所推求一切智如帝釋問經中偈說

내가 이제 마음껏 구하였으나
만족함을 얻을 수 없었으니
밤낮 의혹을 갖게 될 뿐
옳고 그름을 알 수 없네.
016_1020_a_13L我今意欲求
不能得滿足
晝夜懷疑惑
莫識是與非

내가 이미 오래전부터
항상 생각하고 널리 구했으나
위대한 진제(眞濟)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네.
016_1020_a_15L我於久遠來
恒思廣推求
不知大眞濟
今爲何所在

비수갈마(毘首羯磨)2)가 제석에게 아뢰었다.
“천상(天上)에 계시니 근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세간에서는 구시국(拘尸國)의 왕 시비(尸毘)가 부지런히 닦아 고행하면서 삼먁삼보리를 구하고 있으며, 지혜로운 자들이 보고는 ‘이 왕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성불할 것이다’라고 하니, 가서 친근히 할 만할 것입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그이가 하는 일이 과연 흔들리지 않을까?”
016_1020_a_16L毘首羯磨白帝釋言處於天上不應憂愁世閒拘尸國王名曰尸毘精勤苦行求三藐三菩提智者觀已是王不久必當成佛可往親近帝釋答言彼之所作不移動耶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마치 물고기가 새끼 친 것이 많아도
그 중에 살아남는 것은 적고
또 암라과(菴羅果)는
날 것과 익은 것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처럼
016_1020_a_21L猶如魚生子
雖多成者少
又如菴羅果
生熟亦難別
016_1020_b_02L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발심하는 자는 매우 많아도
성취하는 자는 지극히 적네.
016_1020_b_02L菩薩亦如是
發心者甚多
成就者極少

만약에 어려운 고행을 닦아서
물러나지 않는 자라면
“결정코 얻겠다”고 말할 수 있으니
보살인지 알고자 한다면
잡은 마음이 반드시 견고한지 보아라.
016_1020_b_03L若作難苦行
而不退轉者
可說決定得
欲知菩薩者
執心必堅固

비수갈마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 가서 시험해 보고, 만약 진실로 흔들리지 않는다면 마땅히 공양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때 제석은 그가 과연 보살인가를 관찰하기 위해 곧 자기의 모습을 매[鷹]로 변화 시키고서 비수갈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비둘기로 변하거라.”
그러자 비수갈마가 곧 몸은 푸른 하늘 같고 눈은 붉은 구슬 같은 비둘기로 변하여 제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016_1020_b_04L毘首羯磨言我等今當而往試看實不動當修供養爾時帝釋爲欲觀察菩薩心故自化作鷹語毘首羯磨汝化作鴿毘首羯磨卽化作鴿如空靑眼如赤珠向帝釋所
그때 제석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비수갈마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떤 방법으로 보살에게 대들어야 할까. 저 시비왕을 괴롭히기 위해서는 비록 우리 자신이 괴로움을 받더라도 마치 좋은 보석을 다루듯이 자꾸자꾸 시험해 보아야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니, 보석을 시험하는 법이란 끊거나, 갈거나, 구부리거나, 분질러 보기도 하고, 불에 녹여 보기도 하고, 방망이로 때려 보기도 해야 비로소 진짜인지 알 수 있다.”
016_1020_b_09L爾時釋生憐愍心語毘首羯磨我等云何於菩薩所而生逼觸爲彼尸毘王作苦惱事雖復受苦如鍊好寶數試知試寶之法斷截屈折火燒椎打始知眞
그때 변화한 비둘기가 매에게 쫓기어 겁내는 표정을 나타내면서 대중들 앞에서 시비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갔는데, 그 푸른빛은 마치 연꽃잎과 같았고, 붉은빛은 검은 구름 속의 무지개 같았으며, 흰 부리가 화려하게 보였으니, 모든 사람들이 다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b_14L爾時化鴿爲鷹所逐鴿現恐於大衆前來入尸毘王腋下其色靑綠如蓮花葉其光赫弈如黑雲中嘴白嚴麗諸人皆生希有之想說偈言

진실로 자비한 마음이 있으신 줄을
중생들이 다 몸으로 알아 믿으니
마치 해가 저물어 어두워질 때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구나.
016_1020_b_18L有實慈悲心
衆生皆體信
如似日暗時
趣於自己巢

변화한 매가 말하기를
“바라건대 왕이시여, 내게 먹이를 주소서” 하네.
化鷹作是言
願王歸我食

그때 대왕은 이 게를 들음과 동시에 저 비둘기가 매우 겁내는 것을 보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b_20L爾時大王聞鷹語已又見彼鴿極懷恐怖卽說偈言

비둘기가 매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에게로 날아와 의지하려 하는구나.
비록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겁에 질려 눈물이 눈에 가득하니
그러므로 이제 구호해 주어야 마땅하리라.
016_1020_b_22L彼鴿畏鷹故
連翩來歸我
雖口不能言
怖泣淚盈目
是故於今者
宜應加救護

그리고 나서 대왕은 비둘기를 위로하기 위해 다시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b_24L爾時大王安慰鴿故復說偈言
016_1020_c_02L
비둘기야, 놀래거나 겁내지 말아라.
내 몸이 존재하는 한
끝내 너를 죽이지 않고
반드시 네 목숨을 구호해 주리라.
016_1020_c_02L汝莫生驚怖
終不令汝死
但使吾身存
必當救於汝

어찌 너만을 구호할 뿐이겠느냐.
아울러 모든 중생들과
일체를 구호하기 위해서
힘쓰는 이가 되었으므로
016_1020_c_04L豈獨救護汝
幷護諸衆生
我爲一切故
而作役力者

온 나라 사람들에게 품삯을 받되
여섯으로 나누어 하나를 내가 받으니
나는 이제 모든 이들에게 고용된 사람이라네.
016_1020_c_05L如受國人雇
六分輸我一
我今於一切
卽是客作人

반드시 잘 수호하여
괴롭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으리.
016_1020_c_06L要當作守護
不令有苦厄

그때 저 변화한 매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바라건대 이 비둘기를 놓아 주시오. 이 비둘기가 바로 저의 밥입니다.”
왕이 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자비를 닦았으므로 있는 힘껏 중생들을 구호해야 하겠노라.”
매가 왕에게 물었다.
“얼마나 오래 되었습니까?”
016_1020_c_07L爾時彼鷹復白王言大王願放此鴿是我之食王答鷹言我久得慈於衆生所盡應救護鷹問王言云何久得
그러자 대왕이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c_10L爾時大王卽說偈言

내가 처음 보리심을 내었을 때부터
곧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구호하여
누구에게나 다 자비심을 내었노라.
016_1020_c_11L我初發菩提
爾時卽攝護
於諸衆生等
盡生慈愍心

매가 다시 게로써 화답하였다.
016_1020_c_13L鷹復以偈答言

이 말이 만약 진실이라면
빨리 내 비둘기를 돌려주시오.
만약에 내가 굶주려 죽는다면
그대는 곧 자비심을 버린 것입니다.
016_1020_c_14L此語若眞實
速應還我鴿
若我飢餓死
汝卽捨慈心

왕이 이 게를 듣고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처신하기가 매우 어렵구나. 내가 어떻게 해야 이치에 맞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매에게 응답하였다.
“혹시 다른 고기로 너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
매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오직 신선한 고기와 피만이 저의 목숨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그때 대왕이 생각하기를, ‘어떤 방법을 써야만 할까?’ 하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c_16L王聞是已卽便思惟如我今者處身極難我當云何籌量得理作是念已卽答鷹言頗有餘肉活汝命不鷹答王言唯新肉血可濟我命爾時大王作是思惟當作何方卽說偈言

나는 늘 일체 중생들을
구호할 생각만 닦아 왔거늘
이같이 뜨거운 살과 피는
살생하지 않고는 끝내 얻지 못하리라.
016_1020_c_21L一切諸衆生
我常修護念
如此熱血肉
不殺終不得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직 자기 몸의 살과 피라야 그를 구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다시 게를 설하였다.
016_1020_c_23L作是念已唯己身肉可以濟彼此極爲易復說偈言
016_1021_a_02L
내 몸의 살을 베어서
저 매에게 주어야 할 것이니
나아가 내 몸을 다 버리더라도
겁에 질린 목숨만은 구호해 주어야 하리라.
016_1021_a_02L割於自己肉
而用與彼鷹
乃至捨己身
當護恐怖命

그때 대왕이 이 게를 설하고 나서 곧바로 매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살을 먹으면 살 수 있지 않겠느냐?”
매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라건대 왕께서는 몸의 살을 저울에 달아서 그 무게가 비둘기와 같게 하여 저에게 주셔야만 제가 먹겠습니다.”
대왕이 이 말을 듣고는 환희심을 내어서 곧 시인(侍人)들에게 말하였다.
“빨리 저울을 가지고 와서 나의 살을 베어 이 비둘기의 몸과 바꾸어라. 지금이야말로 나에게는 매우 길한 날이구나. 어째서 좋은 날인가 하면…….”
016_1021_a_04L爾時大王說是偈已便語鷹言汝食我肉爲得活不鷹言可爾願王秤量身肉使與鴿等而以與我爾乃食之爾時大王聞是語已心生歡喜卽語侍人速取秤來以割我肉貿此鴿身今正是我大吉會日云何是吉會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1_a_10L說偈言

늙고 병든 몸이라는 곳은
위태롭고 약하고 더러운 것인 만큼
이제 마땅히 법을 위하여
이 천하고 더러운 살을 버려야 하겠네.
016_1021_a_11L老病所住處
危脆甚臭穢
久應爲法故
捨此賤穢肉

그때 왕의 시인들이 명을 받들어 저울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대왕은 저울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도 도무지 근심하는 기색이 없었고, 곧 다리를 내놓으니, 그 윤택한 흰 다리가 마치 다라(多羅)나무 잎 같았다. 왕이 시인 한 사람을 불러 놓고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1_a_13L王侍人奉勅取秤爾時大王雖見秤來都無愁色卽出其股腳白滑澤如多羅葉喚一侍人卽說偈言

네가 이제 잘 드는 칼로
내 다리 살을 베어 내되
다만 나의 말에 순종할 뿐
조금도 의심하거나 겁내지 말라.
016_1021_a_16L汝今以利刀
割取我股肉
汝但順我語
莫生疑畏想

어려운 고행을 겪지 않고는
일체지를 얻을 수 없나니
이 일체종지라는 것은
삼계 중에서 가장 수승하기 때문이라네.
016_1021_a_18L不作難苦行
不得一切智
一切種智者
三界中最勝

보리는 가벼운 인연으로는
끝내 얻을 수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나 이제
지극히 견고한 행을 닦아야만 하리라.
016_1021_a_19L菩提以輕緣
終不可獲得
是故我今者
極應作堅固

그때 시인은 슬픔의 눈물이 눈에 가득한 채 합장하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용서해 주소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항상 대왕님께 공급(供給)을 받던 시인인데 어찌 차마 칼로 대왕의 다리 살을 베어 낼 수 있겠습니까?”
016_1021_a_20L爾時侍人悲淚滿目叉手合掌作如是言願見愍恕我不能作我常受王供給使令何忍以刀割王股肉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1_a_23L卽說偈言
016_1021_b_02L
대왕님이야말로 구제자이시니
제가 설령 왕의 살을 베어 낸다 해도
저의 몸과 칼이 먼저
곧 땅에 떨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016_1021_a_24L王是救濟者
我設割王肉
我身及與刀
應疾當墮落

그러자 대왕이 손수 칼을 잡고서 다리 살을 베려고 하니, 재상과 대신들이 울부짖으면서 간쟁(諫諍)했으나 멈추게 할 수 없었고, 성안의 모든 사람들도 각기 그만두길 청하였으나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다리 살을 베어 내기 시작하니, 가까이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고개를 돌려 차마 보지 못하였고, 바라문들도 각기 그들의 눈을 가리고 차마 보지 못하였으며, 궁중의 채녀(婇女)들은 소리 높여 슬피 울었다. 천룡ㆍ야차ㆍ건달바와 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은 허공에서 각각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일은 진실로 전에 없던 것이다.”
016_1021_b_03L爾時大王手自捉刀欲割股肉輔相大臣號泣諌諍不能令止城內諸人亦各勸請不隨其語割於股肉親近諸人亦各返顧不忍見之婆羅門各掩其目不忍能觀宮中婇女擧聲悲夜叉乾闥婆阿修羅緊那羅摩睺羅伽等在虛空中各相謂言此之事信未曾有
그때 대왕은 왕궁에서 자라난 연약한 몸으로 일찍이 겪어 본 적이 없는 고통을 만났으므로 온몸이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목숨이 끊어질 듯하였으나,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1_b_11L爾時大王身體軟生長王宮未曾遭苦擧身毒痛迷悶殞絕而自勸喩卽說偈言

아, 마음을 굳게 가진다면
이 따위 조그만 고통쯤이야
무에 그리 견디지 못하랴.
016_1021_b_13L咄心應堅住
如此微小苦
何故乃迷悶

너는 모든 세간을 관찰할지니
백천 가지 괴로움에 시달려도
돌아가 기대거나 구호받을 데 없고
어느 누가 덮어 길러 줄 이 없는 자들
모두 다 자유를 얻지 못하였도다.
016_1021_b_14L汝觀諸世閒
百千苦纏逼
無歸無救護
無有覆育者
悉不得自在

네가 마음이 있는 자라면
마땅히 그들을 구제해야 하거늘
어째서 스스로를 책망하진 않고
엉뚱하게 고뇌의 생각만을 내는 것이냐.
016_1021_b_16L唯有汝心者
當爲作救濟
何故不自責
橫生苦惱想

석제환인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대왕이 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니, 그 마음이 안정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곧 시험해 보리라.’
그리고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지금 고통이 너무 심해서 참기 어렵다면 어째서 그만두지 않고 그렇게 고통을 받으십니까? 지금이라도 그 고통을 받지 않으시려면 비둘기를 놓아 가게 하소서.”
016_1021_b_17L釋提桓因作是念今此大王所爲甚心能定不卽欲試之作如是言今苦痛甚難可忍何不罷休受惱乃汝今以足不須作是放鴿使去
보살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다.
“끝까지 이 고통 때문에 내가 맹세한 마음을 어기지는 않으리니, 설령 이보다 더한 고통을 받더라도 끝내 물러날 생각은 없다네. 지금의 이 작은 고통쯤이야 지옥에 비한다면 비교가 되지 않으리니, 저 고뇌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생각하여 몇 배로 자비심을 내어야 할 것이네.”
016_1021_b_21L薩微笑而答之言終不以痛違我誓假設有痛過於是者終無退想以小苦方於地獄不可爲喩故應起意於苦惱衆倍生慈悲
016_1021_c_02L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1_c_02L作是念已說偈言

내가 지금 몸을 베는 고통은
마음가짐이 광대하기 때문이니
지혜가 적고 뜻이 약한 자는
지옥의 고통을 받기 마련이네.
016_1021_c_03L我今割身苦
心意極廣大
智小志弱者
受於地獄痛

그 고통이야말로 길고도 멀며 깊고도 넓어서
끝이 없고 다할 때가 없거늘
어찌 견디어 참아 낼 수 있으랴.
016_1021_c_05L如此苦長遠
深廣無崖畔
云何可堪忍

나 이런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에
이 때문에 빨리 보리를 구하여
이와 같은 모든 고통을 구제하여
두루 다 해탈케 하리라.
016_1021_c_06L我愍如是等
是故應速疾
急求於菩提
如是等諸苦
救拔令解脫

그때 제석천이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이 하는 일이 아직은 큰 고통이 아니기 때문일까? 다시 이 고통보다 더 한 것이 있으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내가 지금 시험해 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묵묵히 말하지 않았다.
저 대왕이 베어 낸 살을 저울 한쪽에 얹고 또 비둘기 몸을 다른 한쪽에 얹어 비둘기 몸이 더 무거운 것을 보고는 다시 두 다리와 몸뚱이의 살을 베어 저울에 올려 놓았으나 역시 비둘기 몸보다 가벼우므로, 매우 이상하게 여겨 “무엇 때문에 이럴까?” 하고서 곧 온몸을 저울 위에 얹으려고 하였다.
016_1021_c_07L天帝釋復作是念大王所作故未大苦復有苦惱甚於是者心爲動不我今當試作是思惟嘿然不語大王以所割肉著秤一頭復以鴿身著秤一頭鴿身轉重復割兩䏶及以身肉用著秤頭猶輕於鴿時彼大王深生疑怪何緣乃爾卽便擧身欲上秤上
때마침 매가 이것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왜 이제 와서 후회하려 하십니까?”
대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온몸을 다 저울 위에 얹어서 이 비둘기의 목숨을 구하려는 것이네.”
그리고 나서 대왕이 저울 위로 올라가려고 하였는데, 얼굴에 기쁜 빛이 가득하였다. 좌우에 있던 친근한 이들은 다 차마 볼 수 없었고, 또한 다른 사람들까지 몰아내어 그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게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마음대로 다 보게 하여라.”
016_1021_c_15L鷹問言汝何故起爲欲悔耶大王答言我不欲悔乃欲以身都上秤上救此鴿命爾時大王欲上秤時顏色怡悅左右親近都不忍視又驅諸人不忍使見王語言恣意使看
그때 저 왕이 몸의 살을 다 베어 내어 뼈마디만 앙상하게 드러나자 마치 그림을 비 속에 두면 번지고 지워져서 알아보기 어려운 것과 같았다.
대왕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몸을 버리는 것은 재보나 욕락(欲樂)을 위해서가 아니고, 또 처자를 위해서나 종친(宗親)과 권속을 위해서가 아니며, 일체종지를 구하여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니라.”
016_1021_c_19L彼大王割身肉盡骨節相抂猶如畫像在於雨中毀滅難見爾時大王作是唱言我今捨身不爲財寶不爲欲樂不爲妻子亦不爲宗親眷屬求一切種智救拔衆生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016_1022_a_02L
하늘ㆍ사람ㆍ아수라와
건달바ㆍ야차ㆍ용ㆍ귀신 등
일체의 모든 중생 부류들로서
나의 이 몸을 보는 자는
모두 다 물러나지 않게 하리라.
016_1021_c_24L天人阿修羅
乾闥婆夜叉
龍及鬼神等
一切衆生類
有見我身者
皆令不退轉

지혜를 탐하기 때문에
아파도 이 몸을 베어 내는 것이므로
일체종지를 구하려는 자는
자비심을 굳게 해야 하리니
만약 자비심이 견실하지 못하다면
이는 곧 보리를 버리는 것이리라.
016_1022_a_03L爲貪智慧故
苦毒割此身
欲求種智者
應當堅慈心
若不堅實者
是則捨菩提

그때 대왕이 신명을 아끼지 않고 곧바로 저울에 오르니, 때마침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는데, 마치 풀잎이 물결을 따라 마구 움직이듯 하였고,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도다. 진실로 정진하여 마음이 견고한 이라고 부를 만 하도다.”
016_1022_a_05L爾時大王不惜身命卽登秤上時諸大地六種震動猶如草葉隨波震蕩諸天空中歎未曾有唱言善哉善哉眞名精進志心堅固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몸의 살을 스스로 베는 것은
순수한 자비의 그 마음을
굳게 지녀 움직이지 않음이니
일체의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다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네.
016_1022_a_09L我護彼命故
自割己身肉
純善懷悲愍
執志不動轉
一切諸天人
皆生希有想

그제서야 변화한 매도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저이의 마음이 이같이 견실하므로 오래지 않아 성불하리니, 일체 중생들은 장차 의지할 곳이 있으리라.”
그리고는 제석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대왕 앞에 서서 비수갈마에게 말하였다.
“도로 너의 몸으로 돌아오너라.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함께 공양을 베풀어야 하리라. 이 보살이 지닌 뜻의 힘이야말로 견고하여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에 처해 있어도 끝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살의 마음도 또한 그와 같구나.”
016_1022_a_11L爾時化鷹歎未曾有彼心堅實不久成佛一切衆生將有恃怙釋復本形在大王前語毘首羯磨還復爾身等今當共設供飬而此菩薩志力堅猶須彌山處於大海終無動搖薩之心亦復如是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이에게
우리들은 공양해야 할 뿐더러
이제 다 같이 찬탄하는 마음으로
그를 더욱 증장시켜야 하며
016_1022_a_17L我等應供飬
勇猛精進者
今當共起發
讚歎令增長

어떤 장애와 고난이 있더라도
우리들이 함께 막아 내서
그와 더불어 한 패[伴黨]가 되어
오래도록 견고하게 수행해야 하리니
016_1022_a_19L諸有留難苦
應當共遮止
與其作伴黨
修行久堅固

대비의 땅에 편히 머물러서
일체종지의 나무에
싹을 처음으로 나타내고자 한다면
지혜로운 이를 옹호해야만 하네.
016_1022_a_20L安住大悲地
一切種智樹
萌芽始欲現
智者應擁護
016_1022_b_02L
비수갈마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이제 대왕이 일체 중생에 대하여 자비심을 체득했다면 그의 몸을 본래대로 회복시켜 일체 중생들의 지혜로운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하여 주소서.”
그때 제석이 저 왕에게 물었다.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몸을 버린다는 것이 괴롭고 근심스럽지 않습니까?”
016_1022_a_21L毘首羯磨語釋提桓因言今大王於一切衆生體性悲愍當使彼身還復如故願一切衆生智心不動爾時釋問彼王言爲於一鴿能捨是身憂惱耶
대왕이 게를 읊어 대답하였다.
爾時大王以偈答言

이 몸이 돌아가 버려지게 되면
마치 저 나무나 돌 같기도 하고
날짐승이나 길짐승에게 뜯어먹히거나
불에 태워지고 땅 속에서 썩을 것이니
016_1022_b_03L此身歸捨棄
猶如彼木石
會捨與禽獸
火燒地中朽

아무런 이익도 없는 이 몸으로
큰 이익을 구하는 것이므로
마땅히 매우 기뻐해야지
끝내 근심하거나 후회하는 마음 없도다.
016_1022_b_05L以此無益身
而求大利益
應當極歡喜
終無憂悔心

그 누구나 지혜 있는 이라면
이 위태롭고도 약한 몸을
견고한 법으로 바꾸게 되는데
어찌 즐겁고 기뻐하지 않으랴.
016_1022_b_06L誰有智慧者
以此危脆身
博貿堅窂法
而當不欣慶

제석이 대왕에게 말하였다.
“이 말은 믿기 어려울 뿐더러, 또한 이러한 일은 실로 전에 없던 일이거늘 그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대왕이 대답하였다.
“내 마음을 내가 알고, 또 세간에 큰 선인(仙人)이 있어서 관찰할 수 있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알 것이니, 조금도 이상하게 여길 것이 없습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는 진실한 말을 하시오.”
그때 대왕이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만약에 내가 지금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몸을 도로 본래대로 회복시켜 주소서.”
016_1022_b_07L爾時帝釋語大王言此語難信又如此事實未曾有誰可信者大王答言我自知心世有大仙能觀察者必知我心實無返異帝釋語言汝作實語爾時大王作是誓言若我今者心無悔恨當使此身還復如故
그리고는 몸의 살을 베어 낸 곳을 보면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2_b_13L爾時大王觀己所割身肉之處卽說偈言

내 스스로 몸의 살을 벨 때엔
괴로움과 즐거움이 마음에 있을 리 없고
성내거나 근심할 리도 없으며
기뻐하지 않는 마음도 있지 않았으니
016_1022_b_14L我割身肉時
心不存苦樂
無瞋亦無憂
無有不喜心

이 말이 만약 진실이라면
도로 이 몸을 회복시켜서
빨리 보리의 도를 이루어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게 하소서.
016_1022_b_16L此事若實者
身當復如故
速成菩提道
救於衆生苦

이 게를 설하고 나니, 대왕의 베어 낸 몸의 살이 도로 회복되었다. 곧 게를 다시 설하였다.
016_1022_b_17L說是偈已爾時大王所割身肉還復如故卽說偈言

모든 산과 온 땅이
일체 다 진동하고
나무들과 큰 바다도
쉴 새 없이 울렁거려
마치 두려움에 떠는 자가
스스로 편안치 못한 것 같으며
016_1022_b_19L諸山及大地
一切皆震動
樹木及大海
涌沒不自停
猶如恐怖者
戰掉不自寧

모든 하늘이 음악을 연주하고
공중에서 향과 꽃을 비내리니
종소리ㆍ북소리 등 뭇 소리가
한꺼번에 다 터져 나오며
016_1022_b_21L諸天作音樂
空中雨香花
鍾鼓等衆音
同時俱發聲

하늘과 사람의 음악들이
일체 모두 합창하여
중생들이 다 요동하는가 하면
큰 바다도 또한 소리를 내며
016_1022_b_23L天人音樂等
一切皆作唱
衆生皆擾動
大海亦出聲

하늘이 고운 가루향을 비내리어
모든 길에 다 가득하게 하고
꽃이 허공에서 내려오는데
더디고 빠름이 같지 않으며
016_1022_b_24L天雨細末香
悉皆滿諸道
花於虛空中
遲速下不同
016_1022_c_02L
또 허공에서 천녀(天女)들이
꽃을 뿌리어 땅에 가득하고
갖가지 고운 비단에
금과 보석으로 꾸며진 옷이
하늘에서 비 오듯이 떨어지니
016_1022_b_25L虛空諸天女
散花滿地中
若干種綵色
金寶挍飾衣
從天如雨墜

그 하늘 옷이 올올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며
모든 사람들의 집 안에
보배 그릇이 저절로 나타나
016_1022_c_03L天衣諸縷繢
相觸而出聲
諸人屋舍中
寶器自發出

그 집들을 다 장엄하고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니
마치 천상의 기악과 같으며
016_1022_c_04L莊嚴於舍宅
自然出聲音
猶如天伎樂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
사방이 다 청명하고
스치는 바람은 향기를 풍기는데
강물은 고요해 소리조차 없구나.
016_1022_c_05L諸方無雲翳
四面皆淸明
微風吹香氣
河流靜無聲

야차들도 간절히 법을 우러러서
축하하는 마음을 배로 늘려
“오래지 않아 성불하리라” 하고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며
016_1022_c_07L夜叉渴仰法
增長倍慶仰
不久成正覺
歌詠而讚譽
內心極歡喜

모든 수승한 건달바들도
노래와 음악 등 아름다운 음성과
가볍고 무거운 갖가지 소리로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니
016_1022_c_08L諸勝乾闥婆
歌頌作音樂
美音輕重聲
讚歎出是言

“오래지 않아 성불하리니
서원(誓願)의 바다를 건너서
빨리 좋은 곳에 도달하시어
과보와 바람을 이미 성취하였으면
우리들도 해탈시킬 것을 기억하소서” 하네.
016_1022_c_10L不久得成佛
度於誓願海
速疾到吉處
果願已成就
憶念度脫我

그때 저 제석은 비수갈마와 함께 보살에게 공양하고서 천궁으로 돌아갔다.
016_1022_c_11L彼帝釋共毘首羯磨供飬菩薩已還于天宮

65

다음으로 선지식을 가까이해야만 하니, 선지식을 가까이하는 자는 번뇌가 치성해도 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016_1022_c_13L復次應近善知識近善知識者結使熾盛能得消滅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소비라왕(素毘羅王)의 태자 사라나(娑羅那)가 부왕이 죽은 뒤에 왕위를 계승하려 하지 않고 아우에게 보위를 넘겨 준 다음, 가전연(迦旃延)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출가하기를 구하였다. 이미 출가해서는 존자 가전연을 따라 파수제왕(巴樹提王)의 나라로 가서 그곳 숲에 머물러 있었는데, 파수제왕이 여러 궁인(宮人)들을 데리고 그 숲으로 와서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잠이 들었다.
016_1022_c_15L我昔曾聞素毘羅王太子名娑羅那王崩背太子娑羅那不肯紹繼捨位與弟詣迦旃延所求索出家旣出家已隨尊者迦旃延巴樹提王國在彼林中住止巴樹提王將諸宮人往詣彼林中眠息樹下
016_1023_a_02L저 존자 사라나가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 있으니, 천성이 꽃이나 과일을 좋아하는 궁인들이 그것을 찾아 온 숲 속을 다니다가 저 사라나 비구가 한창 때에 출가하여 극히 단정하므로, 궁인들이 저 비구가 젊은 나이에 용모가 수려함을 보고는 모두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불법 중에도 이런 사람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가 있구나.”
그리고는 곧 그 주위에 둘러앉았다.
그때 파수제왕이 잠에서 깨어 궁인과 좌우(左右)3)들을 돌아보았으나 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찾을 수가 없으므로, 왕이 몸소 있는 곳을 찾은 끝에 여러 궁인들이 비구를 둘러싸고 앉아서 그의 설법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2_c_20L尊者娑羅那乞食迴還坐靜樹下諸宮人性好華菓詣於林中遍行求娑羅那比丘盛年出家極爲端正爾時宮人見彼比丘年旣少壯容貌殊特生希有想而作是言佛法之中乃有是人出家學道卽遶邊坐樹提王旣眠寤已顧瞻宮人及諸左盡各四散求覓不得王卽自求所在追尋見諸宮人遶比丘坐聽其說卽說偈言

비록 곱고 흰 옷을 입고 있지만
말솜씨만 못하구나.
천 명의 궁녀가 둘러싸고 앉아서
그의 용모를 사랑하여 공경하네.
016_1023_a_07L雖著鮮白衣
不如口辯說
千女圍遶坐
愛敬其容貌

그때 저 왕이 화가 나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라한(阿羅漢)의 과위를 얻었는가?”
“아직 얻지 못하였소.”
“그렇다면 아나함(阿羅含)의 과위를 얻었는가?”
“아직 얻지 못하였소.”
“그렇다면 수다원(須陁洹)의 과위는 얻었는가?”
“그 역시 얻지 못하였소.”
“그렇다면 그대는 초선(初禪)이나 2선, 내지 4선은 얻었는가?”
“그 역시 얻지 못하였소.”
016_1023_a_09L爾時彼王以瞋忿故語比丘言汝得羅漢耶答言不得汝得阿那含耶不得汝得須陁洹耶答言不得得初禪二禪乃至四禪耶答言不得
그러자 저 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매우 크게 분노하며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욕심을 여읜 사람이 아니거늘 어째서 이 궁인들과 함께 앉아 있는가?”
그리고는, 곧 좌우에 명하여 속옷만 남기고 입은 옷을 다 벗기도록 하였으며, 심지어는 가시로 찌르고 몽둥이로 때리니, 때에 궁인들이 울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저 존자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때리시는 겁니까?”
왕은 이 말을 듣자 더욱 화가 나서 더 심하게 때리도록 하였다.
그때 존자는 지난날 왕자였으므로 몸이 부드럽고 약해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온몸에 피가 흘러내렸으며, 궁인들로서 이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6_1023_a_13L爾時彼王聞是語已甚大忿怒語尊者言汝非離欲人何緣與此宮人共卽勅左右執此比丘剝脫衣服唯留內衣以棘刺杖用打比丘宮人等涕泣白王彼尊者無有罪過云何撾打乃至如是王聞是語倍增瞋忿撾打過甚爾時尊者先是王子身形柔軟不更苦痛擧體血流宮人睹之莫不涕淚
016_1023_b_02L존자 사라나는 이렇게 심하게 구타를 당해서 목숨이 거의 끊어질 정도가 되어 땅에 쓰러졌다가, 잠시 뒤에 다시 소생하긴 했으나 몸이 다 망가져서 마치 개가 마구 씹어 놓은 것 같았으니, 비유하자면 왕뱀의 입 속에 끌려 들어간 사람은 실상 벗어나기 어려울 뿐더러 입에서 도로 나온다 하더라도 살아나기 어려운 것처럼, 사라나 비구가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또한 그와 같았다. 겁에 질려 눈을 크게 뜨고, 또다시 맞을까봐 두려워하면서 온몸에 피가 흘러 옷도 입지 못하고 옷을 안고 달아나면서도 누가 자기를 다시 붙잡을까 두려워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함께 범행(梵行)을 닦던 이가 이 광경을 보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3_a_22L尊者娑羅那受是撾打遺命無幾悶絕躄地良久乃蘇身體遍破如狗%(口*制)嚙譬如有人蟒蛇所吸已入於口實難可免設還出口取活亦娑羅那從難得出亦復如是張目恐怖又懼更打擧身血流不能著衣抱衣而走四望顧視猶恐有人復來捉己同梵行者見是事已卽說偈言

누가 가엾이 여기는 마음 없이
이 비구를 때려 상처를 내었으며
어찌 출가한 사람에게
힘 자랑 할 생각을 내어
016_1023_b_06L誰無悲愍心
打毀此比丘
云何出家所
而生勇健想

도무지 차마 할 수 없는
이토록 잔인한 마음을 내었을까?
죄 없는 이에게 함부로 해를 가하는
이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네.
016_1023_b_08L云何都不忍
生此殘害心
無過撗加害
實是非理人

출가하여 부귀영화를 버리고
홀로 아무런 세력도 없이
옷과 발우로 자족하며 지낼 뿐
물건을 쌓아 두거나 불리지 않았거늘
016_1023_b_09L出家捨榮貴
單獨無勢力
衣鉢以自隨
不畜盈長物

이는 어떤 잔인한 사람이기에
이 지경이 되도록 매질을 했단 말인가.
016_1023_b_10L是何殘害人
毀打乃如是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서로 부축하여 손을 잡고 존자 가전연의 처소로 갔는데, 사라나가 소리 높여 우는 것을 보고는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어 게를 설하였다.
016_1023_b_11L諸同學等扶接捉手詣尊者迦旃延見娑羅那擧聲涕哭生於厭惡說偈言

붉고 희고 푸르게 아롱진
염부수(閻浮樹) 과일 같기도 하고
또 붉은 진흙이 있는 곳에서
피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하니
누가 너의 몸을 때려서
이런 빛깔로 만들었느냐?
016_1023_b_14L如彼閻浮果
赤白靑班駮
亦有赤淤處
血流處處出
誰取汝身體
使作如是色

그때 사라나 비구는 자기의 몸이 깨져서 피가 흐르는 곳을 존자에게 가리켜 보이면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3_b_16L爾時比丘娑羅那以己身破血流之處指示尊者卽說偈言

저는 누구에게도 구호받지 않고
홀몸으로 걸식하며 살아온 만큼
스스로 살펴보아도 허물이 없거늘
함부로 깔보고 사람을 때리다니
016_1023_b_18L如我無救護
單孑乞自活
自省無過患
輕欺故被打

저 파수제왕이 제멋대로
호귀(豪貴)한 토지의 주인으로서
포악하고 방일한 마음을 일으켜
혹독한 채찍에 불을 붙인 듯
저의 몸을 사르고 헐게 하였습니다.
016_1023_b_20L巴樹提自恣
豪貴土地主
起暴縱逸心
惡鞭如注火
用燒毀我身

저로서는 이미 잘못이 없는데도
함부로 와서 매질을 하므로
상해를 입어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016_1023_b_21L我旣無過惡
撗來見打撲
傷害乃致是

존자 가전연은 사라나의 마음이 성내고 원망하고 있음을 알고서 타일러 말하였다.
“출가법에서는 자기 몸을 보호하려 하지 않고 먼저 그 마음의 괴로움을 없애야 하느니라.”
016_1023_b_22L尊者迦旃延知娑羅那其心忿恚告之言出家之法不護己身爲滅心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016_1023_c_02L
너의 몸뚱이가 이미 고액(苦厄)이거늘
어찌하여 원한을 품는단 말이냐?
성내고 미워하는 채찍을 일으키지 마라.
미친 마음에 스스로를 상해하게 되느니라.
016_1023_c_02L汝身旣苦厄
云何生怨恨
莫起瞋恚鞭
狂心用自傷

사라나의 마음에 고뇌가 일어나서 그 성내는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니, 마치 용이 싸울 때에 혀를 내밀어 불을 토하는 것 같았고, 또한 번개가 치는 것 같기도 하였다.
016_1023_c_04L娑羅那心生苦惱瞋相外現如龍鬪時吐舌現光亦如雷電
게를 설하였다.
而說偈言

화상께선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성냄과 교만이 저의 마음을 사르니
마치 마른 나무의 빈 속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016_1023_c_06L和上應當知
瞋慢燒我心
猶如枯乾樹
中空而火起

출가하여 범행을 닦은 지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건만
지금의 제 심정 같아서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니
016_1023_c_08L出家修梵行
已經爾所時
如我於今者
欲還歸其家

용렬하고 겁약한 자는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거늘
하물며 제가 이 큰 괴로움을
견디어 참아 낼 수 있으리까?
016_1023_c_09L儜劣怯弱者
猶不堪是苦
況我能堪忍
如此大苦事

제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국왕의 지위를 도로 찾아서
모든 코끼리 군대를 불러 모아
온 땅을 검은빛으로 덮어 버리려 함이니
016_1023_c_10L我今欲歸家
還取於王位
集諸象軍衆
覆地皆黑色

성내는 마음이 이글이글 타올라
밤낮으로 쉴 새가 없는 것이
마치 산과 들을 사르는
맹렬한 불길과 같으므로
반딧불쯤이야 그 안에서 타 버리듯이
파수제도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016_1023_c_12L瞋恚心熾盛
晝夜無休息
猶如大猛火
焚燒於山野
螢火在中燋
巴樹提亦爾

이 게를 설하고 나서 곧바로 3의(衣)를 벗어 함께 범행(梵行)을 닦던 이에게 넘겨 주고는, 슬피 울어 목이 메인 채 화상(和尙)의 발에 예배하고, 집에 돌아가고자 하직 인사를 하면서 다시 게를 설하였다.
016_1023_c_14L說是偈已卽以三衣與同梵行者泣哽咽禮和上足辭欲還家復說偈言

화상께서는 저의 참회를 들으시고
죄과를 면제해 주셔야 합니다.
제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마음에 다른 즐거움을 바라서가 아니라
출가법 안에서는
이 원한을 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6_1023_c_16L和上當聽我
懺悔除罪過
我今必向家
心意無願樂
於出家法中
不得滅此怨

그때 저 화상은 수다라(修多羅)의 이치를 제일 잘 분별하였고, 남을 설득하는 말재주 또한 제일이었으므로 사라나 비구를 타일러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그런 생각을 버려야만 한다. 왜냐 하면 이 몸은 견고한 것이 아니어서 마침내 다 없어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너는 이제 몸을 위해 부처님 법을 어기지 말고 이 몸이란 덧없는 것이며 깨끗하지 못한 것임을 관찰해야 마땅하리라.”
016_1023_c_18L彼和上於修多羅義中善能分別最爲第一辭辯樂說亦爲第一而告之言汝今不應作如斯事所以者何此身不堅會歸盡滅是故汝今不應爲身違遠佛法應當觀察無常不淨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23_c_23L卽說偈言
016_1024_a_02L
이 몸은 청정한 것이 아니기에
아홉 구멍에서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나와
그 냄새가 매우 고약하므로
이것이 바로 뭇 괴로움의 그릇이며
016_1023_c_24L此身不淸淨
九孔恒流污
臭穢甚可惡
乃是衆苦器

이 몸은 더럽기 짝이 없어서
종기와 창병이 모이는 곳이니
만약 조금이라도 흔들거나 부딪치면
곧 큰 고뇌가 생기기 마련이라.
016_1024_a_03L是身極鄙陋
癰瘡之所聚
若少掁觸時
生於大苦惱

그대가 미혹되어 이것에 집착함은
절대로 지혜로운 이치가 아닐진댄
그 용렬한 뜻을 버리고서
여래께서 설하신 게를
그대는 이제 기억해야만 하리니
016_1024_a_04L汝意迷著此
殊非智慧理
應捨下劣志
如來所說偈
汝今宜憶持

“화냄과 성냄과 번뇌가 일어날 때
스스로 이것을 억제할 수 있는 자는
마치 저 채찍과 굴레로
사나운 말을 억제하는 것과 같기에
잘 억제하는 것을 ‘잘 탄다[善乘]’고 하고
억제하지 못하는 것을 ‘게으르다[放逸]’고 한다”고 하셨네.
016_1024_a_06L忿恚瞋惱時
能自禁制者
猶如以䩛勒
禁制於惡馬
禁制名善乘
不制名放逸

집에 있는 것을 “감옥에 묶여 있다”고 하고
출가하는 것을 “묶인 것을 푼다”고 하니
그대는 이미 출가하여 벗어난 자거늘
도리어 다시 쇠고랑을 구해
감옥에 갇힌 몸이 되려고 하는가.
016_1024_a_08L居家名牢繫
出家爲解縛
汝旣得解脫
返還求枷鎖
牢縛繫閉處

성냄이 바로 내 안의 원적(怨賊)이므로
그대는 그것을 따라가거나
그것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하리라.
016_1024_a_09L瞋是內怨賊
汝莫隨順瞋
爲瞋所禁制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 때문에
많이 들은[多聞] 자를 찬탄하시어
선성(仙聖)들 가운데 왕이라 하셨으니
너는 그 말씀을 따라서
이제 마땅히 많이 들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며
016_1024_a_10L佛以是緣故
讚於多聞者
仙聖中之王
汝當隨彼語
今當憶多聞

“만약에 쇠톱으로
몸뚱이와 팔ㆍ다리를 끊더라도
결코 성내지 말라”는 것은
부처님께서 부나(富那) 등을 위해 선설하신 말씀이니
그대는 이와 같은 말씀을
많이 들어야 함을 기억할 것이며
016_1024_a_12L莫逐於瞋恚
若以鐵鋸解
身體及支節
佛爲富那等
所可宣說者
汝宜念多聞
如是等言語

사리불(舍利弗)이 말한
다섯 가지 괴롭게 여기지 않는 법을 기억해야 하며
세간의 여덟 가지 법도
그대는 잘 관찰해야만 하며
성내고 미워하는 것의 죄과를
그대는 깊이 계교해야만 하며
016_1024_a_14L當憶舍利弗
說五不惱法
汝當善觀察
世閒之八法
汝宜深挍計
瞋恚之過惡

출가한 이의 표상(標相)을
스스로 잘 관찰해야만 하리니
마음과 표상이 서로 들어맞는가,
아니면 들어맞지 않는가?
016_1024_a_16L應當自觀察
出家之摽相
心與相相應
爲不相應耶

이른바 비구의 법에서는
남에게 걸식하여 스스로 살아야 하니
어찌 신심의 보시를 받아 먹으면서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겠으며
016_1024_a_18L比丘之法者
從他乞自活
云何食信施
而生重瞋恚

또 남의 음식이 뱃속에 있거늘
어찌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어
신심으로 보시한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겠는가.
016_1024_a_19L他食在腹中
云何生瞋恚
而爲於信施
之所消滅耶

그대가 법을 행하고자 한다면
성내고 미워함을 일으키지 않아야만
스스로 법을 행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중생들의 법칙이 되어서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자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리라.
016_1024_a_20L汝欲行法者
不應起瞋恚
自言行法人
爲衆作法則
而起瞋恚者
是所不應作

성내고 화내는 것이 그 맘을 괴롭혀서
입으로 나쁜 말을 낸다면
지혜로운 이의 꾸지람을 받으리니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하네.
016_1024_a_22L瞋忿惱其心
而口出惡言
智人所譏呵
是故不應爲
016_1024_b_02L
모든 출가한 자들은
마땅히 세 가지 일을 갖추어야
잘 길들여져 따르는 비구라 하리니
욕됨을 참아 내서 화를 내지 않고
결정코 금계를 굳게 지키며
참말만 하고 허망한 말은 하지 않음이 그것이라.
016_1024_a_24L諸有出家者
應當具三事
調順於比丘
忍辱不起瞋
決定持禁戒
實語不妄說

욕됨을 참아 내는 것을 잘 닦았다면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사문의 부류에 속한 자라면
나쁜 말은 내지 말아야만 하니
016_1024_b_03L善修於忍辱
不宜生瞋恚
沙門種類者
不應出惡言

유화의(柔和衣)4)를 입은 출가자라면
화를 내어 추악한 말을 할 수 없는 만큼
마치 저 좌선하는 선인(仙人)이
칼을 뽑아 앞에 두듯이 해야 하네.
016_1024_b_04L應著柔和衣
出家所不應
瞋出麤惡語
猶如仙禪坐
抽劍著抱上

비구의 그릇과 의복은
일체가 속인들과는 다르거늘
성내고 화내는 것이 속인들과 같다면
이는 아직 비구가 되지 못한 것이며
거친 말이 속인들과 같다면
어떻게 비구라 할 수 있겠는가.
016_1024_b_06L比丘器衣服
一切與俗異
瞋忿同白衣
是所未應作
麤言同俗人
云何名比丘

머리털 깎아 몸을 꾸미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어 걸식을 행하여
이렇게 낮은 모습을 하고서도
교만을 끊어 버리지 못하니
016_1024_b_08L剃髮除飾好
自卑行乞食
作是卑下相
不斷於憍慢

만약에 교만을 없애고자 한다면
더럽고 추악한 마음을 버리고
빨리 해탈할 것을 구해야만 하리라.
016_1024_b_09L若欲省憍慢
應棄穢惡心
速求於解脫

몸은 마치 저 활 쏘는 과녁과 같아서
과녁이 있기에 화살이 꽂히듯이
이 몸이 있으므로 뭇 고통이 더해지고
몸이 없으면 고통도 함께 없어지며
016_1024_b_10L身如彼射的
有的箭則中
有身衆苦加
無身則無苦

또 마치 국경[關]의 순라 도는 문에
두드리는 북을 그 옆에 묶어 두었는데
어떤 사람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매우 피곤하여 잠을 자려 할 때에
016_1024_b_11L如似關邏門
擊鼓著其側
有人從遠來
疲極欲睡眠

문에 이르면 모두 북을 치므로
그 북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이 사람은 잠을 잘 수가 없어
북을 두드리는 자에게 화를 내며
016_1024_b_13L至門皆打鼓
未曾有休息
此人不得眠
瞋於擊鼓者

많은 사람들과 싸우다가
뒤에 그 근본을 생각한 끝에
바로 이 북이 원인이지
도무지 뭇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는
곧 일어나 북을 부수어 버림으로써
비로소 편안히 잘 수 있었던 것처럼
016_1024_b_14L彼共多人爭
後思其根本
此本乃是鼓
都非衆人過
卽起斫破鼓
乃得安隱眠

비구의 몸도 북과 같아서
안락하기 위해 출가하였지만
모기나 벌레, 파리, 독한 풀 따위가
모두 사람을 물어뜯고 괴롭히므로
016_1024_b_16L比丘身如鼓
爲樂故出家
蚊蝱蠅毒草
皆能蜇螫人

항상 부지런히 정진해서
이 몸뚱이를 멀리 여의어야지
오랫동안 즐거이 머물 수는 없네.
016_1024_b_17L應常勤精進
遠離於此身
勿得久樂住

그 근본 원인을 관찰해 볼 때
이것이 바로 쌓임[陰]과 경계[界]의 덩어리니
쌓임과 경계의 괴로움을 파괴해야만
편안히 열반의 잠을 잘 수 있으리라.
016_1024_b_18L應睹其元本
乃是陰界聚
破壞陰界苦
安隱涅槃眠
016_1024_c_02L
그때 저 화상이 이 게를 설하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너는 이제 성내고 미워해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려야만 하니, 만약 아직도 남을 괴롭히고자 한다면 내 말을 좀 들어 보아라. 일체 세간이 다 남을 해치고 괴롭히거늘, 어찌하여 너마저 중생을 괴롭히고 해치려 하느냐? 일체 중생이 다 염라대왕에게 속해 있으니, 나나 너나 저 국왕도 오래지 않아 죽기 마련인데, 네가 이제 무엇 때문에 원수의 집안을 죽이려고 하느냐? 일체의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거늘, 네가 해칠 필요가 무엇인가? 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마치 해가 돋으면 반드시 지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016_1024_b_20L彼和上說是偈已而語之言汝於今者宜捨瞋忿惱害之心設欲惱他當聽我說一切世閒悉皆嬈惱云何方欲惱害衆生一切衆生皆屬死王我及於汝幷彼國王不久當死汝今何故欲殺怨家一切有生皆歸於死何須汝害生必有死無有疑難如似日出必當滅沒
이 죽음의 이치가 본래 그러할진대 무엇 때문에 해를 가할 것이며, 설령 네가 그에게 해를 입힌다 해도 너에게 무슨 즐거움과 이로움이 있겠느냐? 더구나 너는 계율을 지키는 자로서 남을 훼손하려 한다면 미래세에 반드시 무거운 과보를 얻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어늘, 무엇 때문에 훼손시키려 하는가? 저 왕이 너를 훼손했다 해서 네가 크게 화를 낸다면, 인과의 법에 비추어 현재에도 크게 괴롭고 미래세에 다시 그 고뇌의 과보를 받을 것이니, 먼저 상해를 당한 그 보복으로 어찌 그를 상해할 것인가? 만약 한 찰나라도 성내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몸과 마음을 괴롭히기만 할 것이다.
016_1024_c_05L體性是死何須加害汝設害彼有何利樂汝名持戒欲加毀人於未來世必得重報受苦無量此報亦爾何須加毀彼王毀汝汝起大瞋瞋恚之法現在大苦於未來世復獲苦報先當害瞋云何傷彼若於剎那起瞋恚者逼惱身心
내가 이제 너를 위해 이와 같은 법을 설하겠으니 이 비유를 잘 듣거라.
마치 손가락에 불을 놓아 다른 사람을 태우려고 한다면 그를 해치기도 전에 스스로 고통을 받는 것처럼, 성내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다른 사람을 해치려고 하면 자기가 먼저 고초를 받기 마련이니, 몸은 마른 섶과 같고, 성내는 마음은 불과 같아서 다른 사람을 태우기 전에 자신이 먼저 불에 탈 것이다. 한갓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것은 그럴 수 있거나 없거나 간에 먼저 자신을 해치는 일이 결정코 성취될 것이다.”
016_1024_c_11L我今爲汝說如是法當聽是喩如指然火欲以燒他未能害彼自受苦惱瞋恚亦爾欲害他人自受楚毒身如乾薪瞋恚如火未能燒他自身燋然徒起瞋心欲害於彼或能不能自害之事決定成就
그때 사라나 비구는 묵묵히 화상이 말한 법의 요지를 듣고 있었고, 같이 범행(梵行)을 닦던 이들이 함께 환희심을 내어서 각각 서로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가 화상이 말한 법의 요지를 들었으므로 반드시 도 닦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라나는 아직 마음을 돌이키지 못하여 소리를 높여서 말하였다.
“아무리 무심(無心)한 사람이라도 오히려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유심(有心)한 내가 어찌 견뎌 낼 수 있겠습니까?”
016_1024_c_17L爾時娑羅那嘿然而聽和上所說法要同梵行者咸生歡喜各相謂彼聽和上所說法要必不罷道羅那心懷不忍高聲而言無心之人猶不能忍如斯之事況我有心而能堪任
사라나가 게를 설하였다.
娑羅那說偈言

허공에 번갯불이 번쩍여
마치 황금 말의 채찍처럼 보일 때
허공이 비록 무정(無情)한 물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르르 꽝꽝 소리를 내나니
016_1024_c_22L電光流虛空
猶如金馬鞭
虛空無情物
猶出雷音聲

내가 이제 왕자의 몸으로서
저 왕과 다름이 없거늘
어찌 그대로 참고 견디어
보복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016_1024_c_24L我今是王子
與彼未有異
云何能堪忍
而當不加報
016_1025_a_02L
이 게를 설하고 나서 화상에게 아뢰었다.
“화상께서 하신 말씀은 진실로 그렇습니다만, 이제 저의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서 물을 부어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살갗이 터져 밖으로 피가 흘러 있는 것을 보면 곧바로 성이 나며 미워하는 마음과 교만한 마음이 솟아오르니, 제가 그에게 무엇을 달라 한 것도 아니고, 그의 종도 아니며, 품팔이꾼도 아니고, 그의 백성도 아니며, 또 제가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남을 모함한 것도 아니며, 왕을 어지럽히기 위해 싸운 것도 아닌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매질을 한단 말입니까?
016_1025_a_02L說是偈已白和上言所說實爾然我今者心堅如石渧水不入我見皮破血流在外便生瞋恚憍慢之心我不求亦非彼奴亦非庸作不是彼民不作賊不中陷人不鬪亂王爲以何過而見加毀
다만 그이는 왕위에 있어 세력이 있고 저는 이제 빈궁하고도 하천한 처지에 있음을 깔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상(相)이 있으니, 저는 스스로 걸식하여 먹고 빈 숲에 앉아 있거늘, 함부로 해를 가하는 것은 제가 그이와 비교가 되었더라면 감히 해치지 못했을 것이고, 해쳤다 하더라도 제가 마땅히 보복해서 그가 잠을 편히 잘 수 없도록 하였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착한 사람인 탓에 함부로 모욕을 당하였으므로, 이제 저에게 보복하여 제가 오늘 당한 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도록 해서 함부로 횡포를 부리는 자들에게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감히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016_1025_a_08L彼居王位謂己有力今窮下人各有相我自乞食坐空林撗加毀害我當使如己之比不敢毀害我當報是不使安眠我是善人橫加毀辱我今報彼當令受苦過我今日使凶橫者不敢加惡
이렇게 말하고는, 화상 앞에 꿇어앉아 거듭 말하였다.
“제가 부득이 계율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그때 한 스승 아래서 배우며 범행(梵行)을 같이 닦던 이들이 소리 높여 크게 울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어찌 불법을 버리려 하는가?”
그리고 혹은 손을 잡거나 끌어안고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하면서 “그대는 이제 부디 불법만은 버리지 마소”라고 말하였다.
016_1025_a_13L作是語已於和上前長跪白言爲我捨戒爾時同師及諸共學同梵行者擧聲大哭汝今云何捨於佛法或有捉手或抱持者五體投地爲作禮者而語之言汝今愼莫捨於佛法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어찌 무리들 중에서
홀로 버리고 떠나가
부처님의 금계를 물리겠으며
또 어찌 이 악업을 짓기 위해
부처님을 우리의 스승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016_1025_a_18L云何於衆中
獨自而捨去
退於佛禁戒
云何作是惡
云佛非我師

비구여, 그대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어찌 마음에 부끄럽지 않겠는가.
그대가 처음 계를 받을 때엔
육신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노라 맹세했거늘
어찌 그리도 믿음에 중심이 없어
이제 벌써 범행을 버리려 하는가.
016_1025_a_20L比丘至汝家
云何不慚愧
汝初受戒時
誓能盡形持
云何無忠信
而欲捨梵行

발우를 잡고 가사를 입고서
걸식한 지도 이미 오래 되었거늘
투구를 쓰고 칼과 몽둥이를 들고
바야흐로 싸움의 대열에 들어가려 하니
왕의 채찍이 그대의 몸을 상하게 했다지만
어찌 우리 사문의 법을 버릴 수가 있겠는가.
016_1025_a_22L執鉢持袈裟
乞食以久長
著鎧捉刀杖
方欲入戰陣
王鞭毀汝身
棄捨沙門法
016_1025_b_02L
과거에 인욕 선인(仙人)이
손발을 끊겼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도 홀로 출가하였고
그대 역시 출가한 사람 아니던가.
어찌 저 선인만이 법을 알고
그대는 법을 몰라 그런다 하겠는가.
016_1025_a_24L不憶忍辱仙
割截於手足
彼獨是出家
汝非出家耶
彼獨自知法
汝不知法耶

저이는 그렇게 지독한 끊김을 당했어도
오히려 자비심을 내어
마음을 굳게 지켜 어지럽히지 않았거늘
그대는 이제 매질을 당했다고 해서
마음을 잃고 이렇게 날뛰는 것인가.
016_1025_b_03L彼極被截刖
猶生慈愍心
堅持心不亂
汝今爲杖捶
而便失心耶

존자 가전연이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저의 마음이 이미 결정되었으니, 너희들은 내버려 두고 가거라. 너희들을 위해 내가 직접 다루어 보리라.”
모든 비구들이 이미 가 버린 뒤에 존자 가전연이 사라나 비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정말 가야 하겠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화상이시여, 제가 이제 반드시 가야 하겠습니다.”
가전연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오늘 하룻밤만 더 이곳에서 묵고 내일 가도록 하여라. 그렇게 급하게 계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이제 마지막으로 화상의 말씀에 따라 오늘 밤 화상의 곁에서 묵은 뒤에, 내일은 계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왕위를 도로 찾아서 파수제왕과 서로 대항하겠습니다.”
016_1025_b_05L尊者迦旃延語衆人言彼心以定等捨去當爲汝治諸比丘等旣去之尊者迦栴延摩娑羅那頂而作是汝審去耶白言和上我今必去旃延言汝但一夜在此間宿明日可莫急捨戒答言可爾我今最後用和上語今夜當於和上邊宿明日捨戒當還家居取於王位與巴樹提共相抗衡
그리고는 화상의 발치에서 풀을 깔고 그 위에서 자니, 때에 가전연이 신통력으로 깊이 잠들게 해서 다음과 같은 꿈을 꾸게 하였다.
그는 꿈에 계율을 버리고 본국으로 향하여 집으로 돌아가서 왕위에 올라 네 가지 병사들을 집합시켜 파수제로 향하였으며, 때에 파수제 역시 네 가지 병사들을 모아 서로 전투를 시작하였다. 사라나의 군대는 죄다 파괴되었고, 사라나는 사로잡혀 꽁꽁 묶여서 끌려갔는데, 파수제왕이 말하기를, “이 놈은 나쁜 놈이니, 죽여 버려야 마땅할 것이다” 하였다.
016_1025_b_14L和上足邊以草爲敷於其上宿迦旃延以神足力令其重眠向本國捨戒還家居於王位集於四兵往向巴樹提巴樹提亦集四兵共其鬪戰娑羅那軍悉皆破壞擒娑羅那拘執將去巴樹提言此是惡人可將殺去
그러자 그의 목 위에 나비라만(羅毘羅鬘)의 형틀이 묶이고, 괴회(魁膾: 사형 집행인)가 거센 소리로 옆에서 도와주는 무리들을 시켜 형구를 갖추어 둘러싸 들고서 무덤들 사이에 이르렀는데, 그 가는 도중에 가전연이 그 옷을 입고 발우를 잡은 채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화상이 있는 곳을 향하여 게를 설하였다.
016_1025_b_20L於其頸上繫枷羅毘羅鬘魁膾搖作惡聲令衆人侍衛器仗圍遶持至塚閒於其中路見迦旃延執持衣鉢入城乞食涕泣墮淚向於和而說偈言
016_1025_c_02L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몸을 더럽혔으니
이제 나무 아래 가고 싶어도
이미 불법을 허물고 어겼습니다.
016_1025_b_24L不用師長教
瞋恚惱濁體
今當至樹下
毀敗於佛法

제가 이제 죽음의 길로 나아가니
뭇 칼들이 저를 둘러싸서
마치 우리에 갇힌 사슴처럼
저도 지금 그와 같습니다.
016_1025_c_03L我今趣死去
衆刀圍遶我
如鹿在圍中
我今亦如是

염부제를 보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상을 뵈오니
비록 저에게 나쁜 마음이 있었지만
암소가 송아지를 생각하듯 하여 주소서.
016_1025_c_04L不見閻浮提
最後見和上
雖復有惡心
故如牛念犢

그때 저 망나니가 푸른 연꽃 같은 칼을 잡고서 말하였다.
“이 칼로 너를 벨 것이니, 비록 화상이 있다 한들 무엇을 해줄 수 있겠느냐?”
그러자 사라나가 화상에게 애원하면서 소리 높여 크게 울었다.
“제가 이제 화상에게 귀의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잠에서 깨었다.
016_1025_c_05L彼魁膾所執持刀猶如靑蓮而語之言此刀斬汝雖有和上何所能爲求哀和上擧聲大哭我今歸依和上卽從睡覺
놀라서 일어나 화상의 발에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화상이시여, 제가 화상의 말씀을 어기려 했던 것을 용서하여 주소서. 제가 본래 어리석어서 부처님의 금계를 버리려고 했으나, 이제 저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는 이제 원수에게 보복하지도 않고 왕위를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니, 왜냐 하면 즐거운 맛은 적고 근심 걱정만 많기 때문입니다.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의 허물과 근심을 제가 다 경험하여 알았으므로, 저는 이제 오직 해탈의 법만을 얻고자 합니다. 저는 뜻이 안정되지 못한 경솔한 중생이어서 사리를 잘 관찰하지 못하였고, 여러 지혜로운 이들과 함께 말해보지도 않았으므로, 이제 일체 중생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으니, 오직 바라건대 화상이시여,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여 고뇌를 당할 때에 불쌍히 여기는 모습을 나타내소서. 제가 지금 고통 가운데 있으니, 화상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016_1025_c_09L驚怖禮和上足願和上我違和上語言我本愚癡欲捨佛禁聽我出家我不報怨亦不用王所以者何樂欲味少苦患衆多怨恚過惡我悉證知我今唯欲得解脫法我無志定輕躁衆生不善觀察於諸智者不共語言爲一切衆生所呵罵器願和上度我出家於苦惱時現悲愍我於苦惱中和上悲愍我
가전연이 말하였다.
“너는 도를 버리지 않았으니, 내가 신통력으로 꿈을 꾸게 한 것일 뿐이다.”
그가 오히려 믿지 않으므로 화상이 오른팔에서 빛을 놓으며 말하였다.
“네가 도를 버린 것이 아니니, 스스로 네 모습을 보아라.”
사라나가 환희심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훌륭하십니다. 선지식께서 좋은 방편으로 저를 깨우쳐 주시는군요. 저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꿈으로 일깨워 붙잡아 주시니, 부처님께서 ‘선지식이 바로 범행(梵行)의 전체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진실로 그러함을 알겠습니다. 그 누가 선지식에게 귀의하지 않고서 해탈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어리석은 자만이 좋은 벗을 의지하지 않으니, 저가 어찌 해탈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016_1025_c_17L迦栴延汝不罷道我以神力故現夢耳猶不信和上右臂出光而語之言不罷道自看汝相娑羅那歡喜作是嗚呼善哉知識以善方便開解於我有過失以夢支持佛說善知識者梵行全體此言實爾誰有得解脫不依善知識唯有癡者不依善友何而能得於解脫
016_1026_a_02L존자 가전연이 사라나의 파수제에 대한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의 독약을 뽑아 내어 남김없이 다 소멸시켜 버렸으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선지식을 가까이해야만 하는 것이다.
016_1026_a_02L尊者迦旃延拔濟娑羅那巴樹提瞋恚之毒藥消滅無遺餘是故有智者應近善知識
大莊嚴論經卷第十二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부처님께서 과보로 얻으신 지혜를 말한다. 아뇩다라는 ‘위없는[無上]’이라는 뜻이고, 삼먁삼보리는 ‘바르고 두루한 지혜[正遍智]’라는 뜻이다.
  2. 2)중국말로 번역하여 종종공작(種種工作)이라 한다. 제석천의 신하로서 공작(工作)을 맡은 신(神)이다.
  3. 3)옆에서 모시는 사람. 측근(側近)들.
  4. 4)유화인욕의(柔和忍辱衣)의 준말로, 여래의 옷을 부드럽고 온화하며 욕됨을 견뎌 내는 마음에 비유한 것이다. 만약 마음이 유화인욕하다면 일체의 성내고 화내는 해독을 막아 낼 수 있는 것처럼 옷이 추위와 더위를 막아 내는 것도 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