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6_1041_b_01L대장엄론경 제15권
016_1041_b_01L大莊嚴論經卷第十五


마명보살 지음
후진삼장 구마라집 한역
016_1041_b_02L 馬鳴菩薩造
後秦龜茲三藏鳩摩羅什譯


70

다음으로 잘 분별하는 이는 국토가 광대하고 모든 일이 갖추어져 부족함이 없다 해도 그것이 다 고뇌인 줄을 알기 때문에 버리고 가는 것이다.
016_1041_b_04L復次善分別者乃至國土廣大諸事備足知其苦惱捨離而去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세존께서 옛날에 보살이었을 때 큰 나라의 왕이 되셨는데, 빈궁한 자가 와서 구걸하면 일체를 다 주었고, 괴로운 재앙에 처한 자를 위해서는 든든한 옹호자가 되어 주었으며, 이익을 원하는 일체 중생들을 위해서는 지혜가 밝고 용맹하게 하였다. 또 왕위에 계실 적에 이웃 나라의 왕이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서 더불어 싸우고자 왔으므로 보살인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욕락[五欲樂]에 집착하면 마음을 길들일 수 없고, 여섯 가지 감관[六根]은 만족시키기 어렵거늘, 뭇 도구들이 이미 많으니 다시 일을 처리해서 옹호할 필요가 있겠다. 이 뭇 도구들 때문에 투쟁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 일을 버려야만 투쟁하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내 몸을 따르는 수승한 법을 닦아 모으리라.’
016_1041_b_06L我昔曾聞世尊昔爲菩薩時作大國王貧窮乞丐有來索者一切皆與爲苦厄者能作擁護爲欲利益一切衆生智慧聰又處王位時鄰國王將諸軍衆欲來交戰時菩薩王作是思惟著五欲樂不能調心六根難滿衆具旣多須料理而擁護之爲此衆具生於鬪願捨此事不應鬪諍我應更修集隨身勝法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모든 것을 관찰할 때에
지혜로운 이는 잘 분별해야만 하니
일을 위해 생각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어쩔 수 없으리.
016_1041_b_15L於善觀察時
智者應分別
爲事不思慮
後悔無所及

‘옳고 그름을 관찰하면 반드시 그 처신할 바를 알게 되리라.’
016_1041_b_17L觀察是非必知所在
다시 게를 설하였다.
復說偈言

욕심이란 횃불[草炬]을 잡는 것 같고
또는 뭇 고기 덩어리와도 같으므로
욕심에 집착하면 반드시 다치고 훼손되기 마련이어서
해로움이 다음 세대에까지 미치리라.
016_1041_b_18L欲如執草炬
亦如衆肉團
著欲必傷毀
害及於二世

지혜로운 이는 국토를 비롯한 뭇 도구들을
빨리 여의어야만 하리니
이와 같은 뭇 도구들은
목숨이 다하여 돌아갈 때엔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것이네.
016_1041_b_20L智者應速離
國土衆具等
如此衆具等
終歸必捨棄

차라리 지금 뭇 고통들을 받을지언정
그 누가 후세에 이르기까지
길이길이 이 고통을 받길 원하랴.
016_1041_b_21L寧今受衆苦
願莫於後世
受此久長苦

지금의 내 세력을 계교해 보건대
저를 꺾어 굴복시킬 수 있음은
현재로선 분명한 증과(證果)이지만
칭찬하고 탄미하는 그 소리가
뒷날에는 괴로움의 상해(傷害)를 받는 것이라.
016_1041_b_22L計我今勢力
堪任摧伏彼
現在明證果
聲譽歎羙善
後受苦傷害
016_1041_c_02L
비록 자기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끝내 저 사람을 옹호해야 하리니
만약 저 사람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뒷날 반드시 자신이 상해를 받을 것이네.
016_1041_c_02L雖知己有能
願當護於彼
若當不護彼
後必傷害身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도피하여 숲 속으로 들어갔는데, 어떤 한 늙은 바라문이 길을 잃고 그 숲 속에 들어오므로, 보살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이 숲에 들어왔소?”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저는 왕을 뵙고 싶습니다.”
016_1041_c_03L作是念已逃避入林有一老婆羅門迷失道路到彼林閒菩薩問言汝以何故來至此林婆羅門言我欲見王
보살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왕을 보려고 하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빈곤하며, 또한 부채도 많습니다. 듣건대 왕께서 보시하기를 좋아한다 하기에 일부러 와서 구걸하여 그것으로 부채를 갚아 가난에서 아주 벗어날까 합니다. 달리 돌아가 부탁할 곳도 없으니, 오직 왕께서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구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돌아가시게. 이 숲에는 왕이 없거늘 누구에게 귀의하겠는가?”
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는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지니, 보살 왕이 이것을 보고 가엾이 생각한 끝에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1_c_06L菩薩問言何故見王婆羅門言我今貧困又多債負聞王好施故來乞索用以償債遠離貧苦更無所歸唯望王恩拯救於我菩薩語言汝竝歸去此閒無王何所歸誠婆羅門聞是語迷悶躄地爾時菩薩旣見之已生憐愍作是念已卽說偈言

내가 다른 사람을 옹호하려고
버리기 어려운 것도 다 내버렸으니
지금은 다 버린 뒤인데
무슨 물건을 줄 것인가.
016_1041_c_13L我以護他故
難捨盡棄捨
我今棄捨已
當以何物與

나는 이제 이 사람을 위해
내 몸과 목숨을 버려야 하리라.
吾今爲斯人
當捨己身命

이 게를 설하고는 즉시 바라문을 붙들어 일으켜서 이렇게 타일렀다.
“그대는 근심하거나 겁내지 말라. 내가 그대에게 재리(財利)를 얻도록 해주겠다.”
그때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보살인 왕은 곧바로 풀로 새끼를 꼬아 바라문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체를 보시한다는 것은 내 몸뚱이를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오.”
016_1041_c_15L說是偈已卽時扶接婆羅門起而告之曰汝莫愁怖吾當令汝得於財利婆羅門聞是語已心生喜悅菩薩卽時用草作索作索已訖與婆羅門一切施者我身卽是
곧 게를 설하였다.
而說偈言

이웃 나라 왕이 나를 잡지 못해
마음이 끝내 편치 않으니
그대가 이제 이 끈으로
나의 팔목을 얽어 매어
저 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저 왕을 기쁘게 해준다면
016_1041_c_20L彼王未得我
心意終不安
汝應以此繩
繫縛於我肘
將至彼王所
令彼王歡喜

당연히 그대에게 진귀한 보물과
금이나 은 같은 모든 재물을 줄 것이므로
그대는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저 왕은 다시 기뻐할 것이네.
016_1041_c_22L當施汝珍寶
金銀諸財物
汝可得大富
彼王復歡喜
016_1042_a_02L
태어난 자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있으며
수명이란 마침내 다 되기 마련이니
위험과 재앙을 구제하기 위하여
비록 다시 몸과 목숨을 잃는다 하여도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일러
영락(瓔珞)이라 부를 것이네.
016_1041_c_24L生者必有死
壽命會當盡
爲救危厄故
雖復喪身命
智者爲此死
名之爲瓔珞

그때 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는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끈으로 이 보살을 묶어서 저 왕에게 데리고 갔다.
016_1042_a_03L爾時婆羅門聞是語已甚大歡喜時以索縛此菩薩將詣彼王
왕이 이 광경을 보고는 바라문을 향하여 게를 설하였다.
016_1042_a_05L王旣見已向婆羅門而說偈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고.
몸 빛은 마치 금산(金山) 같고
위광(威光)은 매우 밝게 빛나서
마치 세간을 비추는 햇빛과 같고
얼굴과 눈은 단정하고 엄숙하여
보는 이마다 다 기뻐하는구나.
016_1042_a_06L此爲是何人
身色如金山
威光甚赫弈
猶日照世閒
面目極端嚴
睹者無不悅

이같이 복덕 있는 이야말로
대지의 주인이 되야 할 것이지만
오늘은 잡힌 몸이 되어
고액을 당함이 이와 같도다.
016_1042_a_08L如斯福德者
應作大地主
今日被拘執
苦厄乃如是

내가 사자좌(師子座)에 앉은 것은
지극히 부끄러워할 만한 일이오.
그가 왕위에 있어야 하고
나에게는 합당하지 않은 것이니
길들여져 따르지 못하는 나는
이 자리에 앉을 수 없네.
016_1042_a_10L我坐師子座
極爲可慚恥
彼應處王位
非我之所宜
我之不調順
不應處此座

그때 바라문이 이 게를 듣고는 대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이 바로 대왕님의 원수입니다.”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누가 이 사람을 묶었느냐?”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사실 제가 묶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너에게 묶일 이가 아니니,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016_1042_a_12L婆羅門聞是偈已白大王言此是王怨王問婆羅門誰縛此人婆羅門此實我縛王言斯人不應爲汝所汝爲妄語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저이는 큰 코끼리처럼
몸의 힘이 매우 세거늘
네가 이제 쇠약한 몸으로
무기나 말의 힘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그를 묶을 수 있겠느냐.
016_1042_a_16L彼如大逸象
身力甚强壯
汝今體羸劣
又無兵馬力
云何能縛彼

이 일은 믿을 수 없으니
너는 진실 그대로 말해야지
허망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016_1042_a_18L此事不可信
汝可眞實說
勿作虛妄言

그때 바라문은 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갖추어 진술하여 게를 설하였다.
016_1042_a_19L婆羅門具陳上事而說偈言

실망하고 있는 저를 보고서
저 사람이 곧 스스로 묶었으니
자비심으로 자신을 묶어
저를 구제하고자 한 것입니다.
016_1042_a_20L見我失所望
彼人便自縛
彼以悲愍縛
欲以救濟我

이렇게 훌륭한 장부는
이름이 시방에 두루하리니
마치 뜰에 화톳불을 피워
널리 일체를 비추는 것과 같거늘
016_1042_a_22L如是善丈夫
名稱遍十方
猶如燃庭燎
普照於一切

착하지 않은 사람이 어리석음 때문에
저 사람을 아주 소멸하려 한다면
이는 마치 뜰의 화톳불이 훨훨 타오를 때
남김없이 꺼 버리는 것과 같으리라.
016_1042_a_23L不善人愚癡
滅彼使無餘
庭燎熾然時
能滅令無遺
016_1042_b_02L
그때 대왕이 이 말을 듣고는 곧 놀라 일어나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훌륭해. 참으로 착한 장부이구려. 그대가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이런 일을 하다니.”
016_1042_a_24L爾時大王聞是語已卽便驚起合掌而言善哉善哉眞善丈夫汝爲救他作如是事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이른바 위대한 왕을 일러
라사(羅闍)라 부르는 것은
세간을 이익되게 하기 때문에
라사라고 하는 것이니
그대가 이제 왕이 되어서
온 국토를 보호하고 지켜야만 합니다.
016_1042_b_04L所言大王者
號名曰羅闍
利益於世閒
是故名羅闍
汝今應爲王
護持於大地

오직 바라건대 지금 제가
참회하는 모든 죄과를 들어 주소서.
저는 실로 어리고 어리석어
가볍기 그지없는 무지한 자이니
그대가 다시 왕이 되어 준다면
저는 이 나라를 버리고 갈 것입니다.
016_1042_b_06L唯願今聽我
懺悔諸罪咎
我實是嬰愚
輕躁無智者
汝可還爲王
我捨此國去

그대만이 일체의 중생들에게
안락함을 얻도록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은 설령 왕이 된다 하여도
온 세간을 핍박하여 괴롭게 할 것입니다.
016_1042_b_08L汝能令衆生
一切得安樂
餘人設作王
逼惱諸世閒

곧 저를 왕으로 세우고 본래 머무르던 곳으로 돌아갔다.
016_1042_b_10L卽立彼王還歸所止

71

다음으로 청정하고 복된 업을 지으려면 공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복된 업을 닦아야만 한다.
016_1042_b_11L復次作淨福業應設供養是故應當勤修福業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석실국(石室國)에 오월기(烏越★)란 왕이 있었다. 온 나라의 인민들이 함께 부처님 모시는 모임을 베풀 때에 어떤 한 부인(婦人)이 창문 사이로 세존을 엿보았는데, 그때에 저 왕이 여인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는 곧 영락(瓔珞)을 풀어 곁에서 시중들던 신하를 시켜서 저 여인에게 보내 주었다.
016_1042_b_13L我昔曾聞石室國王名烏越羈擧國人民共設佛會有一婦人於窗牖中闚看世尊爾時彼王見女端正卽解珠瓔遣傍侍臣送與彼婦
그러자 왕의 가까운 신하들이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저 부인은 바로 이 나라의 여인인 만큼 왕께서 만약 사랑하실 생각이라면 바로 가서 불러올 수 있는데, 어찌 번거롭게 구슬을 주어서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받으십니까?”
왕이 이 말을 듣고는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쯧쯧, 참으로 나쁘구나. 어째서 이런 말이 내 귀에 들리게 하느냐?”
016_1042_b_16L王左右卽白王言彼婦女者是國中婦王若愛念直往喚取何煩與珠人脫怪笑王聞是語以手掩耳作如是言咄哉大惡云何乃以此言使聞我耳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이 맹세의 주문을 말하노니
만약 내게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이는 나에게 큰 악업이 되겠지만
나는 이 구슬을 염착된 마음으로
저 여인에게 보낸 것이 아니었네.
016_1042_b_21L作是呪誓言
設我有異心
使我成大惡
我不以染著
以珠與彼女

내가 말하는 이유를 들어 보게.
업(業)은 자유로운 주인이 된다고
가장 훌륭한 업을 지은 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네.
016_1042_b_23L聽我說意故
業爲自在主
最勝業者說

이것은 주재자(主宰者)가 지은 것이 아니고
오직 업으로써 지은 것이니
마음이 주재자가 되는
착한 업을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만큼
016_1042_b_24L此無宰主作
唯是業所造
心作於宰主
善業佛所歎
016_1042_c_02L
이와 같이 묘한 색은
다시 주재하는 나가 없고
오직 착한 업으로 된 것이네.
016_1042_c_02L如是之妙色
更無宰主我
唯是善業作

착한 업은 내가 공경해야 하고
나쁜 업은 내가 여의어야 하니
과거세에 지은 착한 업의
과보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네.
016_1042_c_03L善業我應敬
惡業我應離
過去作善業
果報於今現

나는 구슬 꿰미 같은
뭇 보배들을 섞어 장엄하였고
이마에는 다라니를 달았으니
구슬 꿰미가 눈처럼 흰 것은
내가 과거세에
색욕(色欲)에 탐착하지 않은 공덕이네.
016_1042_c_05L我以於珠貫
衆寶雜莊嚴
額懸多邏羅
珠貫白如雪
我爲宿功德
不爲著色欲

만약 착한 업과 나쁜 업을 안다면
어찌 다시 색욕에 탐착하리요.
멀리서도 오히려 보지 않겠거늘
하물며 더럽히거나 집착하겠는가.
016_1042_c_07L若知善惡業
云何復著色
雖遠尚不視
況當有染著

차라리 굶주림과 목마름에 죽을지언정
법이 아닌 탐욕은 부리지 않겠고
차라리 불덩어리 속으로 들어갈지언정
간사스런 일은 하지 않으리니
016_1042_c_08L寧當飢渴死
不爲非法貪
寧當入火聚
不爲奸邪事

내가 만약 애착이 있었다면
지금의 몸이나 후생의 몸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네.
016_1042_c_09L我如有愛著
今身若後身
受苦極無量

72

다음으로 만약에 착한 업이 있다면 그 업의 자연스런 힘 때문에 좋은 업의 과보를 받을 것이니, 비록 국왕 같은 이가 원조하는 힘일지라도 이 업력으로 얻어지는 훌륭한 과보보다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착한 업을 닦아야만 한다.
016_1042_c_10L復次若有善業自然力故受好業報雖有國王黨援之力不如業力所獲善報是故應當修於善業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우열가왕(憂悅伽王)이 낮잠을 잘 때였다. 두 내관(內官)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머리맡에서, 다른 한 사람은 다리 밑에서 각각 부채질을 하다가 함께 논의하였다.
“우리가 이제 왕에게 사랑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는 한 사람은 자칭 “나의 업력(業力) 때문이다”라고 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자칭 “내가 왕의 힘으로 말미암아서 왕을 받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016_1042_c_13L我昔嘗聞憂悅伽王於晝睡眠有二內官一在頭前一在腳底持扇捉拂共作論議我等今者爲王所念爲以何事一則自稱是我業力一則自稱我因王力由是之故奉給於王
그때 저 두 사람은 자주 법을 듣고 아울러 의론(議論)을 이해할 수도 있었으므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2_c_18L彼二人數聞聽法竝解議論卽說偈言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에
앞잡이가 바로 가면 따라가는 소들도 바로 가는 것처럼
사람에 있어서도 왕이 바른 법을 세우면
따르는 자 역시 바르기 마련이네.
016_1042_c_19L如牛厲渡水
導正從亦正
人王立正法
從者亦如是
016_1043_a_02L
그때 저 두 사람이 이치를 다투었던 까닭에 그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갔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왕에게 의지해 산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업력에 의지해 산다.”
왕이 이 소리를 듣고 곧 잠에서 깨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있느냐?”
또한 저 두 사람이 이치를 다투는 소리를 들어서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 아견(我見)을 끊지 못하였으므로 자기 편당인 자를 돕기 위해 왕은 마음속으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곧 저 업력(業力)을 주장하던 이를 향하여 게를 설해 물었다.
016_1042_c_21L彼二人由競理故其聲轉高一作是言我依王活第二者言我依業力王聞是聲卽便睡悟而問之言何故高聲王又聞彼二人諍理雖復明知未斷我見援黨己者王心不悅卽便向彼稱業力者說偈問言

나의 국토에 의지해 머물면서
자기의 업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니
이것이 과연 누구의 힘인지를
나 이제 너에게 시험해 보리라.
016_1043_a_04L依於我國住
自稱是業力
我今試看汝
爲是誰力耶

이 게를 설하고는 부인이 있는 곳으로 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이제 어떤 사람을 그대 곁으로 보낼 것이니 제석(帝釋)의 모습으로 잘 장엄해 주시오.”
부인이 대답하였다.
“분부대로 잘 거행하겠습니다.”
016_1043_a_06L說是偈已往夫人所語夫人言今當遣人來到汝邊汝好莊嚴如帝釋幢夫人答言當奉王教
그때 왕이 포도장(蒲萄獎)을 저 “왕에게 의지해 산다”고 한 사람에게 주어 부인에게 보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업력이라고 주장했던 자는 이제 그렇게 말했던 것을 마땅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저 업력에 의지해 산다고 했던 사람이 좋은 의복을 입고서 왕의 곁으로 다가왔다. 왕이 보고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3_a_09L王以蒲萄漿與彼依王活者送與夫人旣遣之已作是思惟稱業力者今應當悔作如是語作是念已未久之閒彼業力者著好衣服來至王邊王見之已甚大生怪卽說偈言

내 자신이 착각을 일으켜서
저에게 남아 있던 포도장을 주었던가.
아니면 저의 업력으로
억지로 빼앗아 가져간 것인가.
016_1043_a_14L我爲自錯誤
與彼殘漿耶
爲是彼業力
强奪此將去

혹시 그들끼리 친한 사이어서
저에게 주어 가져가게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부인이 화가 나서
이 사람에게 빼앗아서 저에게 준 것일까.
016_1043_a_16L或能共親厚
與彼使將去
或是夫人瞋
奪此與彼乎

혹시 내가 애당초 희미하여
저 사람에게 잘못 주었던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저가 나에게 환술[幻]로
착란을 일으키도록 한 것일까?
016_1043_a_17L或能我迷誤
而與於彼耶
或能彼幻我
使我錯亂乎

이 게를 설하고 나서 저 사람에게 물었다.
“좋다, 사실대로 나에게 말해 보거라. 네가 업력을 믿는다기에 내가 일부러 너를 보내지 않았던 것인데, 어째서 네가 이런 좋은 옷을 얻었는가?”
저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업력으로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어떻게 된 일인지를 갖추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이 명령을 받들어 문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코피가 흘렀으므로 곧 이 포도장을 저에게 주어서 부인 곁으로 가게 하였기에 이 의복을 얻은 것입니다.”
016_1043_a_18L說是偈已問彼人言好實語我汝恃業力我故不遣汝云何得彼人白王以業力得卽以事狀具向王說此人奉使旣出門已卒爾鼻衄卽以此漿與我使送到夫人邊得是衣服
왕이 이 말을 듣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3_a_23L王聞是已卽說偈言
016_1043_b_02L
업보는 그림자와 메아리 같고
또한 저 장엄(莊嚴)과도 같으니
저가 자기의 업력이라고 말한
이 말은 진실로 허망하지 않으며
016_1043_a_24L業報如影響
亦如彼莊嚴
彼言自業力
此語信不虛

설법을 들은 힘 때문에
언설이 이치에 합당하며
저가 업력이라고 자칭하는 것도
이 말이 결정코 증험이 있구나.
016_1043_b_03L以聽法力故
言說合於理
彼稱業力者
斯言定有驗

나는 자부심이 많았고
그는 업력의 수승함을 믿었으므로
“업력이 강하다”고 말씀하신
부처님 말씀이 과연 진실이니
016_1043_b_04L我多於己負
彼憑業力勝
佛說業力强
此語信眞實

부처님께서는 좋은 마부[御乘]가 되시어
업력이 훌륭하시도다.
왕의 힘도 파괴하실 수 있구나.
016_1043_b_05L佛爲善御乘
業力爲善哉
能壞王者力

시방의 불세존께서도
또한 업력을 따른다고 말씀하셨으니
네가 이제 업력에 의지해
스스로 몸을 장엄하였으므로
나의 힘을 막아 내었도다.
016_1043_b_06L十方佛世尊
亦說隨業力
汝今倚業力
用自莊嚴身
割絕於我力

73

다음으로 지혜로운 자와 서로 원수가 되어 있어도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으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항상 친근해야 한다.
016_1043_b_08L復次雖與智者共爲讎郗猶能利益是故智人雖與爲讎常應親近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마돌라국(摩突羅國)의 어떤 바라문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기는 하였으나 부처님 법을 믿지 않고 또한 비구들과도 친하지 않았는데, 다른 바라문들과 과거에 투쟁한 일이 있었으므로 한 사람이 그 진심(瞋心) 때문에 승방(僧坊)으로 나아가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하였다.
“아무개 바라문이 내일 집에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준비해 큰 모임을 베풀어서 모든 비구들을 초청한다 합니다.”
이는 곧 여러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그 집으로 가서 음식을 얻지 못하게 함으로써 저 주인 바라문의 나쁜 소문이 세간에 두루 퍼지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016_1043_b_10L我昔曾聞摩突羅國有婆羅門聰明智慧不信佛法亦不親近諸比丘等餘婆羅門先有鬪諍以瞋恚故詣僧坊中詐爲妄語作如是言某婆羅門明日於舍設諸供具當作大會請諸比丘欲令比丘明晨往至其家不得飮食令彼惡名遍於世界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그 집으로 가서 문지기에게 물었다.
“그대의 집주인이 음식을 준비해 우리를 청하였으니 그대는 가서 아뢰게.”
그러자 문지기가 곧 들어가서 주인에게 아뢰었다.
“지금 문 밖에 여러 비구들이 와서 ‘이 댁의 초청을 받아 일부러 왔노라’라고 합니다.”
주인이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일로 이런 일이 있는 것일까?’
016_1043_b_17L諸比丘於其晨朝往詣其家語守門人汝家主人請我飮食汝可往白守門者入白主人今者門外有諸比丘云大家請故來相造主人聞已作是思惟何因緣故有如是事
016_1043_c_02L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마도 저 바라문이 나와 원수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것이리라. 지금 비록 시간이 임박했지만 성읍(城邑)이 매우 크니, 사람을 저자에 보내어 여러 비구들에게 공양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사람을 보내어 비구들을 불러 집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게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어 공양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먹기를 마치고서 단월(檀越)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좀 앉으시오. 비구의 법에는 먹기를 마치면 으레 단월을 위해 설법을 하니, 그대가 비록 부처님 법을 믿지 않는다 해도 또한 그렇게 해야 하오.”
016_1043_b_22L復作是念彼婆羅門與我爲怨故爲此事今雖臨中城邑極大遣人市具供諸比丘作是念已卽時遣人喚諸比丘入舍就坐設種種食而以供養比丘食訖語檀越言汝今小坐比丘之法食訖應爲檀越說法汝雖不信佛法應爾
그때 저 주인이 곧 작은 상을 가지고 왔으므로 상좌 비구가 그 앞에 앉아서 보시와 계율에 대한 말과 천상에 태어나는 의론을 설하였으며, 또한 욕심은 부정한 것이고 출세간은 안락한 것이며, 나아가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설하였으니, 이 바라문도 이미 과거에 여러 선근을 심었기에 곧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수다원(須陁洹)의 과위를 얻어서 게를 설하였다.
016_1043_c_05L主人卽取小牀上座前坐爲說施論戒論生天之論欲爲不淨出世爲樂乃至爲說四眞諦法此婆羅門已於過去種諸善根卽於坐上見四眞諦得須陁洹而說偈言

쯧쯧, 어리석음의 힘이
바른 견해를 침해하니
어리석은 자는 분별하지 못하여
보배를 보배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016_1043_c_10L咄哉愚癡力
能害於正見
愚者不分別
寶作非寶想

나 이제 수승한 이익을 얻어
삼보(三寶)를 분별해 알았으므로
이것이 진실한 나의 보배이네.
016_1043_c_12L我今得勝利
分別識三寶
眞實是我寶

부처님 법과 성인의 무리를
내가 이미 자세히 보았으니
세 가지 나쁜 갈래를 닫고
제석과 범천 등 여러 천왕들도
얻을 수 없었던 그 이익을
나 이제 다 갖추어 얻었네.
016_1043_c_13L佛法及聖衆
我已諦睹了
得閉三惡道
釋梵諸天等
所不能獲得
我今具獲得

이제 이 바라문이야말로
범천이라 부를 수 있으며
해탈하여 생사 없는 곳으로
비로소 나아갈 수 있으니
바라문의 그 수승한 법도
나 이제 비로소 얻을 수 있다네.
016_1043_c_15L今此婆羅門
卽名爲梵天
今當得趣向
解脫不死方
我今始獲得
婆羅門勝法

내 본래의 성(姓)이 수도(輸都)이지만
오늘에서야 참된 수도로서
수승하고 미묘한 비타법(比陁法)1)
이제서야 비로소 얻게 되었네.
016_1043_c_17L我本姓輸都
今日眞輸都
今日始獲得
勝妙比陁法

나 이제 번뇌가 없어져
모든 비타에 뛰어나게 되었으니
지금부터 진실로
큰 복밭에 제사지내리라.
016_1043_c_18L我今得無漏
出過諸比陁
我今眞實是
祠祀大福田

나는 부지런히 큰 제사를 지낼 것이지만
제사지낼 것과 지내지 않을 것을
잘 분별할 수 없으므로
오늘부터는 하늘 중에 하늘이신
다타아가타(多陁阿伽陁)를 공양하리라.
016_1043_c_19L我當勤大祠
不能善分別
可祠不可祠
從今日已往
當供天中天
多陁阿伽陁

다시 요약하여 말하자면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익을 얻었으며
사람 몸의 과보를 얻었으므로
016_1043_c_21L略說而言之
今日始得利
獲得人身果

오늘 이후로는언제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를 뿐
다시는 다른 천신(天神)을구하여 청하지 않겠네.
016_1043_c_22L從今日已往
當隨佛所教
終更不求請
其餘諸天神

나는 지금 배운 이 법으로
바른 길을 향하여 수순(隨順)해서
법과 수순하는 법으로
반드시 그 과보를 얻으리라.
016_1043_c_24L我今所學法
隨順向正道
法及隨順法
我必得其果
016_1044_a_02L
과거세부터 생사를 싫어하여
일찍이 법을 닦아 법에 귀향한 이에게
나 이제 정성껏 귀명함으로써
지금 그 과(果)의 이익을 얻고
선지식을 친근히 하여
법의 이익까지도 자연히 이룩하리.
016_1044_a_02L我今歸命禮
宿世厭惡根
曾修法向法
今獲其果利
親近善知識
法利自然成

대비하신 이의 제자들을
내가 만약 친근히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삿된 소견에 떨어져
세 가지 나쁜 갈래를 돌아다닐 것이며
016_1044_a_04L我若不親近
大悲弟子者
永當墮邪見
輪迴三惡道

또 만약 나와 원수라고 하는
저 바라문이 아니었더라면
이와 같은 여러 성중들을
아예 친근히 할 수도 없었을 것이네.
016_1044_a_05L若無婆羅門
爲我怨讎者
亦不得親近
如此之聖衆

저의 진심(瞋心)과 분노 때문에
내가 이 법을 얻게 되었으니
밖으로는 나쁜 벗 같지만
사실은 나에게 더없는 선지식이어서
그 은혜가 부모나 친척들보다 더하도다.
016_1044_a_07L由彼瞋忿故
令我得是法
外相似惡友
實是善知識
恩過於父母
及以諸親戚

저 바라문으로 말미암아
여러 스님들이 내 집으로 와서
단비를 내려 부으니
착한 싹이 다 자라나며
016_1044_a_09L由此婆羅門
諸僧至我家
降注於甘雨
善芽悉得生

그 법의 비가 매우 윤택하여
내 마음의 티끌도 씻어 줌으로써
티끌이 이미 일어나지 않아
진실한 법을 볼 수 있게 되었네.
016_1044_a_10L法雨甚潤澤
灑我心埃塵
埃塵旣不起
得見眞實法

그러므로 세간에서도 말하기를
“원수 때문에 큰 재물을 얻는다”고 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큰 이익을 얻어
곧 3귀의(歸依)를 받았으므로
저 바라문에게
큰 공양을 베풀어야 하겠네.
016_1044_a_11L是故世閒說
因怨得財賄
自惟得大利
卽受三歸依
於彼婆羅門
大設諸餚膳

74

다음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정성껏 재물로 보시한다면 꽃처럼 재물의 업과(業果)를 얻으리니, 이러한 일을 앎으로 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해야만 한다.
016_1044_a_13L復次若人精誠以財布施如華獲財以知是事應至心施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계빈나국(罽賓那國) 사람으로서 부부가 함께 풀자리 위에 누워 있다가 새벽 하늘이 밝으려 할 즈음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나라에 있는 무량 백천의 사람들이 다 복을 닦으려고 스님들께 공양하는데, 우리들은 빈궁하여 이 보배 섬[寶渚]을 만났음에도 조그마한 보배도 가지지 못하였으니, 후세에 가서도 우리들의 가난이 그치지 않겠구나. 내가 지금 복이 없음으로 말미암아서 장래의 고통도 장구하리라.’
016_1044_a_15L我昔曾聞賓國人夫婦共在草敷上臥於天欲明善思覺生作是思惟此國中人無量百千皆悉修福供養衆僧我等貧窮値此寶渚不持少寶至後世者等衰苦則爲無窮我今無福將來苦
이렇게 생각하고는 슬프게 탄식하다가 더욱더 슬퍼하며 눈물을 흘려서 그 눈물이 부인에게 떨어졌다.
그때 부인이 곧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슬피 우십니까?”
016_1044_a_21L作是念已悲吟嘆息展轉哀泣淚墮婦上爾時其婦尋問夫言以何事故不樂乃爾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무엇 때문에 매우 슬퍼하고
자주자주 한숨을 쉬면서
나의 팔이 젖도록 눈물 흘리기를
마치 물을 뿌린 것처럼 하시나요.
016_1044_a_23L何故極悲慘
數數而嘆息
雨淚沾我臂
猶如以水澆
016_1044_b_02L
그러자 남편도 또한 게를 설하여 대답하였다.
016_1044_b_02L爾時其夫說偈荅曰

나 조그마한 선근도 없이
이대로 후세에 갈 것 같아서
이 일을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 슬퍼하고 탄식하는 것이네.
016_1044_b_03L我無微末善
可持至後世
思惟此事已
是故自悲嘆

세간에 훌륭한 복밭이 있건만
나는 선근의 종자가 없으므로
지금의 몸처럼 후세의 몸에도
빈궁의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네.
016_1044_b_05L世有良福田
我無善種子
今身若後身
飢窮苦難計

전생의 몸에 씨앗을 심지 않아
금생에도 이렇게 빈궁한 것이니
지금 만약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장래에도 또한 그 열매가 없을 것이네.
016_1044_b_06L先身不種子
今世極貧窮
今若不作者
將來亦無果

그때 그 부인이 이 게를 듣고는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에게 속해 있으므로 당신은 제 몸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만약 제 몸을 판다면 돈을 마련해서 당신 마음의 바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그 남편이 부인의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즐거워 얼굴에 화락한 기색을 띄우면서도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없으면 나도 살 수 없소.”
016_1044_b_07L爾時其婦聞是偈已語其夫言汝莫愁憂我屬於汝汝於我身有自在力若賣我身可得錢財滿汝心願爾時其夫聞婦此言心生歡喜顏貌怡悅語其婦言若無汝者我不能活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4_b_12L卽說偈言

내 몸과 그대의 몸은
마치 저 원앙새와 같으니
함께 몸을 같이 팔아서
재물을 얻어 복을 닦읍시다.
016_1044_b_13L我身與汝身
猶如彼鴛鴦
可共俱賣身
得財用修福

두 부부가 어떤 장자의 집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에게 돈을 좀 빌려 주십시오. 한 달 뒤에 갚지 못하면 저희 두 사람이 당신에게 예속되겠으며, 다시 한 달 뒤에도 갚지 못한다면 저희들이 각각 노비가 되겠습니다. 왜냐 하면 한 달 중에 여러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기 위해서입니다.”
016_1044_b_15L爾時夫婦二人詣長者家作如是言可貸我金一月之後若不得者我等二人當屬於汝一月之後我必不能得金相償分爲奴婢一月之中可供養諸比丘僧
그때 장자는 곧 돈을 주었으며, 그들 부부는 이미 돈을 얻었으므로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월사(離越寺)에서 스님들을 공양할 수 있겠다.”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어느 날을 택할 것입니까?”
남편이 대답하였다.
“보름날이 좋을 것이오.”
부인이 또 물었다.
“어째서 보름날입니까?”
016_1044_b_20L爾時長者卽便與金得金已自相謂言我等可於離越寺中供養衆僧婦問夫言爲用何日十五日又問何故十五日
그러자 남편이 게로써 대답하였다.
016_1044_b_23L爾時夫以偈荅曰
016_1044_c_02L
“세간에서 보름날에는
구비(拘毘) 등의 천왕이
세간을 살피러 다닌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사람과 하늘이 다 알게 하려고
이 때문에 보름날을 택한 것이네.
016_1044_b_24L世閒十五日
拘毘等天王
案行於世閒
是佛之所說
欲使人天知
是故十五日

그때에 두 부부는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해서 열사흘 만에 음식거리를 죄다 갖추어 사중(寺中)에 보내 두고는 일 맡은 사람에게 부탁하였다.
“오직 바라건대 대덕이시여, 이번 보름날에는 대중 스님들께서 외출하지 마시고 저희들의 초청을 받도록 하여 주십시오.”
일 맡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열나흘에는 두 부부가 절 안에서 자면서 서로 권유하며 게를 설하였다.
016_1044_c_03L爾時夫婦二人竭力營造至十三日食具悉備送置寺上白知事人言願大德明十五日勿令衆僧有出外當受我請彼知事人答言可爾於十四日夫婦二人在寺中宿自相勸喩而說偈言

우리들 자신이 서로 경계하여
부디 피로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
그래도 지금 자유로울 때에
마땅히 힘껏 할 일을 해야 하리.
016_1044_c_09L告喩自己身
愼勿辭疲勞
汝今得自在
應當盡力作

뒷날 남에게 예속된 뒤엔
전연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헛되이 뭇 고통만 받게 되고
털끝만큼의 이익도 없을 것이네.
016_1044_c_11L後爲他所策
作用不自在
徒受衆勞苦
無有毫釐利

이 게를 설하고 나서 부부는 밤새도록 잠시도 자거나 쉬지 않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좋구려.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끝냈으니 마음속 바람이 만족되었소. 이렇게 좋은 날을 얻어 이 한 몸을 팔았으니, 백천의 몸을 받을 때까지 항상 풍족할 것이오.”
그때 어떤 조그마한 나라의 왕이 음식을 준비해 두고는 사중(寺中)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건대 모든 스님들께서는 저의 공양을 받으시오.”
일을 맡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우리들 모든 스님들은 먼저 다른 사람의 초청을 받았으니, 다시 다른 날을 찾아보시지요.”
그러나 그 작은 나라의 왕은 은근히 거듭 청하였다.
“제가 이제 여러 가지 일로 바쁘니, 부디 저의 공양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016_1044_c_12L說此偈已夫婦通夜不暫眠息所設餚膳至明悉辦夫語婦言善哉我曹所作已辦心願滿足得是好日賣此一身於百千身常蒙豐足有小國主施設飮食復來至寺而作是言願諸僧等受我供養知事人言我等諸僧先受他請更覓餘日彼小王慇懃啓白我今已衆務所逼願受我
016_1045_a_02L그때 모든 스님들이 묵묵히 대답이 없자 국왕이 저들 부부에게 말하였다.
“내 스스로 건추(揵椎)를 칠 것이며, 그대들이 음식 만든 비용을 다 변상해 주겠노라.”
두 부부는 이 말을 듣고는 저 왕을 향해 온몸을 땅에 던져 엎드려 아뢰었다.
“저희 부부는 빈궁하여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 공양을 베풀기 위해 스스로 몸을 팔아 온 밤을 지새워서 공양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늘만이 자유롭게 공양할 수 있고 내일에 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긍휼히 여기시어 저희들의 날짜를 빼앗지 마십시오.”
016_1044_c_21L爾時諸僧嘿然無對爾時國主語彼夫婦言我今自打揵椎汝所造食當酬汝直夫婦已聞此語向彼國主五體投地而白之言我之夫婦窮無所有自賣己身以設供具竟宿造供施設已辦唯於今日自在供養至明日爲他策使不得自由願王垂矜莫奪我日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부부가 함께 원앙새처럼
공양 준비를 이미 다 끝냈으니
바라건대 내일이면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어 가는
저희들의 처지를 꼭 기억해 주소서.
016_1045_a_05L夫婦如鴛鴦
供設旣已辦
願必見憶念
明當屬他去

부부가 각각 다른 곳에 예속된다면
다시는 복을 닦을 기회가 없으리니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팔아서
선업을 닦으려 하기 때문이네.
016_1045_a_07L夫婦各異策
更無修福期
如是自賣身
乃爲修善故

그때 저 국왕이 이 일을 모두 듣고는 훌륭하다고 찬탄하고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5_a_08L彼國王具聞斯事讚言善哉卽說偈言

그대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해
그 인과(因果)를 분명하게 알았기에
이제 허위의 몸을 가지고
견고한 재물인 목숨과 바꾸니
그대는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고
자유로이 그대의 소원대로 하여라.
016_1045_a_10L汝善解佛教
明了識因果
能用虛僞身
易於堅財命
汝勿懷恐怖
恣聽汝所願

내가 그대를 불쌍히 여겨
재물로써 그 값을 갚아 줄 것이니
그대는 이제 스스로 몸을 괴롭게 했지만
끝내 커다란 이익과 즐거움을 얻었도다.
016_1045_a_12L我爲憐愍汝
以財償汝價
汝今自苦身
終大獲利樂

그때 국왕이 이 게를 설하고 나서 저들 부부가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도록 허락하였고, 곧 재물로써 저들을 위해 남에게 빌린 돈을 갚아 주었으며, 또한 부부가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있는 생업[産業]을 공급해 주었으니, 현생에 이 과보를 받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되었다.
016_1045_a_14L爾時國主說此偈已聽彼夫婦供養衆僧卽以財物爲彼夫婦酬他價直又給夫婦自營產業現受此報無所乏少

75

다음으로 지극한 마음으로 계율을 지킨다면 목숨이 끝날 때에 이르더라도 현생에 그 과보를 얻을 수 있다.
016_1045_a_18L復次至心持戒乃至沒命得現果報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난제발제성(難提跋提城)에 어떤 우바새 형제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함께 다섯 가지 계율을 지켜 오다가 때마침 그 아우가 협통(脇痛)을 앓아 숨이 곧 멎으려고 하였다.
그때 의사가 진단하였다.
“갓 잡은 개고기를 먹고 아울러 술을 마시게 한다면 반드시 병이 나을 것이오.”
병자가 말하였다.
“그 개고기는 저자에 가서 사먹을 수 있겠지만, 술 마시는 일은 차라리 이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끝내 계율을 범해 가면서까지 하지 않겠소.”
016_1045_a_19L我昔曾聞難提拔提城有優婆塞弟二人竝持五戒其弟爾時卒患脅痛氣將欲絕醫診之食新殺狗肉幷使服酒所患必除病者白言其狗肉者爲可於市買索食之飮酒之願捨身命終不犯戒而服於酒
016_1045_b_02L그 형이 아우가 매우 위태로운 것을 보고는 술을 사와서 아우에게 말하였다.
“계율을 버리더라도 술을 마셔서 그 병을 치료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우가 형에게 말하였다.
“내가 비록 병이 다급해져서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끝내 계를 범하여 이 술을 마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016_1045_b_02L兄見弟極爲困急買酒語弟捨戒服酒以療其疾弟白兄言我雖病急捨身命終不犯戒而飮此酒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5_b_05L卽說偈言

이상하구나. 목숨이 끝날 때가 되었다고 해서
어찌 나의 계율의 영락(瓔珞)들을 깨뜨리리요.
계율로써 몸을 장엄한다면
시신을 꾸미느라 번거롭지도 않다네.
016_1045_b_06L怪哉臨命終
破我戒瓔珞
以戒莊嚴身
不煩殯葬具

사람의 몸 얻기 어렵다 하지만
계율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우므로
백천의 목숨을 다 버릴지라도
계율만은 끝내 깨뜨리지 않겠으니
한량없는 백천 겁 동안에
지금 바로 계율을 만났기 때문이라.
016_1045_b_08L人身旣難得
遭値戒復難
願捨百千命
不毀破禁戒
無量百千劫
時乃値遇戒

염부(閻浮) 세계 가운데
사람의 몸은 지극히 얻기 어렵고
비록 사람의 몸을 얻었다 해도
바른 법 만나기는 더욱 어려우며
016_1045_b_10L閻浮世界中
人身極難得
雖復得人身
値正法倍難

때로는 또 법보(法寶)를 만나더라도
어리석은 자는 가질 줄을 모르고
잘 분별할 수 있는 자도
이 일이 또한 어렵나니
016_1045_b_11L時復値法寶
愚者不知取
善能分別者
此事亦復難

계율의 보배가 내 손에 들어왔거늘
어째서 다시 빼앗아 가려 하는가.
이는 바로 나를 미워하는 원수일 뿐
조금도 나를 친애하는 이가 아니네.
016_1045_b_12L戒寶入我手
云何復欲奪
乃是怨憎者
非我之所親

형이 이 게를 듣고서 그 아우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친애하기 때문이지, 계율을 깨뜨리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우가 형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친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쇠잔하여 패하게 하는 것입니다.”
016_1045_b_14L兄聞偈已答其弟言我以親故不爲沮壞弟白兄言非爲親愛乃是殘敗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5_b_16L卽說偈言

제가 수승한 곳으로 향하고자 하는데
계를 훼손하여 떨어지게 하면서
저를 이같이 손상시키는 것을
어떻게 친애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나는 부지런히 계율의 근본을 닦았건만
이제 겁탈을 당하게 되었구나.
016_1045_b_17L我欲向勝處
毀戒令墮墜
損我乃如是
云何名親愛
我勤習戒根
乃欲見劫奪

지켜야 할 5계(戒) 중에서도
술에 대한 계율이 가장 중하거늘
이제 저를 억지로 훼손하려 하시니
이를 어찌 친애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016_1045_b_19L所持五戒中
酒戒最爲重
今欲强毀我
不得名爲親

형이 아우에게 물었다.
“어째서 술을 계율의 근본이라 하는가?”
016_1045_b_21L兄問弟言云何以酒爲戒根本
아우가 곧 게를 설하여서 형에게 대답하였다.
016_1045_b_22L弟卽說偈以答兄言

만약 금계 가운데
마음을 다하여 보호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곧 부처님 말씀을 어기는 것이니
016_1045_b_23L若於禁戒中
不盡心護持
便爲違大悲
016_1045_c_02L
“풀잎에 묻어 있는 술찌끼도
오히려 감히 입에 대지 말라” 하셨기에
술이 바로 나쁜 갈래의 원인이 되는 줄을
제가 이 때문에 아는 것입니다.
016_1045_b_24L草頭有酒渧
尚不敢掁觸
以是故我知
酒是惡道因

집에 있는 수다라(修多羅)에서
말하고 있는 술의 나쁜 과보는
오직 부처님만이 분별해서 아실 수 있으니
그 누가 능히 측량할 수 있으리까?
016_1045_c_03L在家修多羅
說酒之惡報
唯佛能別知
誰有能測量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몸ㆍ입ㆍ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의 악행은
오직 술이 그 근본이 되어서
다시 악행으로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016_1045_c_04L佛說身口意
三業之惡行
唯酒爲根本
復墮惡行中

옛날에 우바이가 술을 마신 인연으로
마침내 나머지 네 계율도
훼손하고 말았으니
이를 일러 악행수(惡行數)라 하였으며
016_1045_c_05L往昔優婆夷
以酒因緣故
遂毀餘四戒
是名惡行數

또한 다섯 가지 큰 보시에 있어서나
다섯 가지 두려움 없음에 있어서도
술이 방일의 근본이 된다 하였으니
016_1045_c_07L復名五大施
亦是五無畏
酒爲放逸根

마시지 않으면 나쁜 갈래를 닫아 버리고
마침내 믿어 즐거운 마음을 얻어서
간탐을 버리고 재물을 희사할 수 있네.
016_1045_c_08L不飮閉惡道
能獲信樂心
去慳能捨財

수라(首羅)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한량없는 이익을 얻은 것처럼
저도 도무지 다른 뜻으로
계율을 훼손하거나 범하지 않으려 합니다.
016_1045_c_09L首羅聞佛說
能獲無量益
我都無異意
而欲毀犯者

간략하게 다시 말하면
차라리 백천의 목숨을 버릴지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하거나 범하지는 않을 것이며
차라리 몸이 말라 비틀어지더라도
끝내 이 술은 마시지 않을 것이니
016_1045_c_10L略說而言之
寧捨百千命
不毀犯佛教
寧使身乾枯
終不飮此酒

설령 계율을 범하고 훼손해서
수명이 백천 년이 된다 하여도
금계를 보호하고 지키다가
즉시 몸과 목숨이 사라지는 것만 같지 못하며
016_1045_c_12L假設犯毀戒
壽命百千年
不如護禁戒
卽時身命滅

결정코 이 병이 낫는다 해도
나로서는 술을 마실 수 없거늘
하물며 지금 나을지 낫지 않을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없음에랴.
016_1045_c_13L決定能使差
我猶故不飮
況今不定知
爲差爲不差

이렇게 마음을 결정하고 나니
큰 환희심이 나며
곧 참된 진리를 얻어 보아
앓던 병도 즉시 사라질 것이네.
016_1045_c_14L作是決定心
心生大歡喜
卽獲見眞諦
所患卽消除

76

다음으로 만약 부처님 말씀을 믿는다면 다른 외도들의 논란은 마치 어린아이나 미치광이 말처럼 들릴 것이니, 그러므로 정성껏 부처님 법의 말씀을 배워야 한다.
016_1045_c_16L復次若信佛語於諸外論猶如嬰愚顚狂所說是故懃學佛法語論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석가라(釋伽羅)라는 나라에 노두타마(盧頭陁摩)라는 왕이 있었으니, 자주자주 절에 나아가 설법을 들었는데, 때에 저 법사가 술의 과실(過失)에 대해 말하자 왕이 높은 자리에 있는 법사의 말을 비난하였다.
“술을 보시한다면 다 미치고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이제 술 마시는 자로서도 그 미치고 어리석은 과보를 받지 않은 이도 또한 많지 않은가?”
그때 법사가 외도들을 예로 들어 보이니, 그 왕도 “훌륭하도다, 훌륭해”라고 감탄하였다.
016_1045_c_18L我昔曾聞有一國名釋伽羅其王名盧頭陁摩彼王數數詣寺聽法時彼法師說酒過失爾時王難高座法師言施他酒得狂癡者今飮酒亦多無狂癡報法師指示外道等其王見已善哉善哉
016_1046_a_02L그러나 어떤 외도는 자기들끼리 서로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설법하는 사람도 아무런 지견(知見)이 없으면서 공연히 우리를 지적했을 뿐이고, 왕도 법사를 위해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좋다고 했을 뿐이다. 잘 알아서 이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 대중들 가운데는 크게 총명하며 수승한 사람이 있을 것인데 어째서 대답하지 않는 걸까?”
016_1045_c_24L有外道自相議言彼說法者無所知見空指而已王爲法師已又不解空稱善哉不能開解而答此問然此衆中亦有大聰明勝人故不答王
왕이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법사께선 총명과 변재가 있어
이 이치를 잘 대답할 수 있지만
그대들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옹호하여 아끼고 말하지 않은 것이네.
016_1046_a_05L法師有聰辯
善能答此義
憐愍汝等故
護惜而不說

여러 외도들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이 법사를 위해서 ‘도리에 통달했다’고 잘못 선전하고 계십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어떤 다른 뜻이 있을 게요.”
그리고는 법사에게 말하였다.
“지난번에 풀이하신 이치를 지금 그대로 나타내어 말씀하시지요.”
법사가 대답하였다.
“지난번에 내가 외도를 지적한 까닭은 여러 외도들이 제각기 다른 소견을 내어 뒤바뀐 마음이 있는지라, 이 때문에 미치고 어리석은 자들이라 한 것이오.”
016_1046_a_07L諸外道言王爲此法師撗爲通道理王言我之所解更有異趣爾時王語法師言向所解義今可顯說法師答我向所以指外道者以諸外道各生異見有顚倒心是故名爲癡狂之人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6_a_12L卽說偈言

반드시 몸에 귀신이 들어가야만
뒤바뀐 미치광이라 일컫는 것이 아니고
삿된 소견과 야차(夜叉)의 마음이 있으면
이것을 바로 뒤바뀐 미치광이라 하는 것이네.
016_1046_a_13L不必鬼入身
名爲顚狂者
邪見夜叉心
是爲說顚狂

미치고 어리석은 사람의 허물이란
그 일을 이해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니
그대들의 미치고 어리석은 허물도
일체종지의 말씀을 어기고
삿된 소견을 따르기 때문이네.
016_1046_a_15L狂癡人過失
不知解其事
汝等有狂過
一切種智說
汝違種智語
隨逐於邪見

신통변화를 나타내는
큰 선인(仙人)을 욕되게 하고
또 그 금지하는 한계를 벗어나서
뒤바뀌고 미친 병을 먼저 이미 이루었으니
백천 가지 미친 병의 원인을
내가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016_1046_a_17L現見於神變
彼大仙所辱
出過其禁限
顚狂先已成
云何使我說
百千種狂因

굳이 분별하여 말한다면
연못에 빠지고 불에 뛰어들고
스스로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며
보시와 계율을 다 버리고서
삿됨과 뒤바뀜에 미혹되어
바른 행을 닦지 않는가 하면
016_1046_a_19L何故分別說
投淵及赴火
自墜於高巓
捨棄於施戒
逐迷邪狂倒
不修於正行

미치광이처럼 바위와 불에 떨어지고
소금을 팔아 청정한 행을 파괴하며
항하의 물을 마구 마시기도 하면서
이것을 일러 바른 행을 세운다고 하니
이러고서야 청정함을 잃거나 바름을 얻는 것에
그 무슨 원인이 되는 이치가 있겠는가.
016_1046_a_21L狂惑墜巓火
賣鹽壞淨行
飮觸恒河水
是名立正行
失淨及得正
有何因義趣

고기를 파는 등 뭇 악업을 쌓으면서
세 가지 신족(神足) 변화를 나타내고
이 세 가지 변화를 제외하고도
다시 어떤 신통 변화가 있는가 하면
스물여섯 가지 법이 있기도 하고
016_1046_a_23L賣肉衆惡集
三種神足變
除此三種變
更亦有神變
唯有二六法
016_1046_b_02L
이것을 떠나면 또 다른 법으로서
선인(仙人)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열세 가지 법이 있다고 하니
이렇게 뒤바뀌고 미치광이 같은 일의
그 수가 무려 백에까지 이르네.
016_1046_a_24L離此別無我
現見仙神變
更見十三法
如是顚狂事
其數乃有百

연못에 빠지거나 불에 뛰어들고
스스로 높은 바위에서 떨어져
이것으로 천상에 태어나려 하지만
이는 다만 삿된 소견일 뿐
천상에 태어나는 인(因)이 아니니
계율과 보시로서 마음을 잘 조복하는
그것이 바로 천상에 태어나는 인(因)이네.
016_1046_b_03L現見投淵火
自墜於高巓
以此欲生天
此但是邪見
非是生天因
戒施善調心
卽是生天因

소금 파는 것을 선행(善行)을 파괴한다 하고
강물에 닿아 뭇 악을 제거한다 하지만
소금 파는 것에 무슨 큰 잘못이 있으며
강물에 닿는 것에 무슨 큰 선행이 있어서
이러한 것에 무슨 이치가 있기에
선행이라 하고 악행이라 하겠는가.
016_1046_b_05L賣鹽壞善行
觸河除諸惡
賣鹽有大惡
觸河有大善
如是有何義
得名爲善惡

바라문으로서 고기를 파는 것은
곧 잘못된 법에 떨어지게 되니
칼을 잡는 것도 잘못된 법이고
고기를 파는 데 있어서
서른여섯 근(斤)을 가득 채우는 것도
바라문을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네.
016_1046_b_07L婆羅門賣肉
卽墮於失法
捉刀亦失法
若復賣於肉
滿三十六斤
敗壞婆羅門

나찰[羅差]과 꿀을 먹는 것을
모두 잘못된 법이라 하여
나찰과 꿀을 맛보는 것을 보면
둘 다 허물이 된다 하면서도
저울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그것을 도적이라 하지 않으며
016_1046_b_09L羅差及食蜜
皆名爲失法
見羅差嘗蜜
二俱成過患
以秤欺誑人
不成名爲盜

고기 파는 것은 살생이라 하지만
양과 벼가 모두 생명이 있다고 하면서
벼를 먹는 것은 살생이 아니라고 하니
양도 벼도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어째서 벼는 먹고
양은 먹지 않는 것인가.
016_1046_b_11L賣肉成殺生
羊稻俱有命
食稻不成殺
羊稻俱應食
何故食於稻
而不食於羊

그대들은 말하기를
“자살하면 끝내 천상에 태어나지 못한다”고 하면서
바위에 떨어지고 물이나 불로 뛰어들며
다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라 하니
016_1046_b_13L汝諸言自殺
終不得生天
墜巖投淵水
復言得生天

자기를 죽이는 것은 죄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몸을 먹여 기르는 것은
어째서 복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가.
016_1046_b_15L殺己言有罪
餧養己身者
何故不得福

관찰하건대 이치에 맞지 않아서
모두 어리석고 뒤바뀐 것이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그대들을 어리석다 부르는 것이며
016_1046_b_16L觀察不順理
皆是愚癡倒
以是因緣故
名汝等爲狂

바로 이 어리석음이
나찰의 표상이므로
이 때문에 그대들을 지적해
뒤바뀌고 미친 법을 성취한다 한 것이네.
016_1046_b_17L此卽是愚癡
羅剎之標相
是故說汝等
成就顚狂法

이 모든 허물이
다 술을 주거나 마신 인과(因果)이니
성냄과 어리석음의 인(因)이 되고
진심(瞋心)과 무명(無明)의 원인도 되어서
마침내 얼굴빛을 변하게 하며
016_1046_b_18L此卽是與酒
飮酒之因果
瞋恚是癡因
瞋恚而黑濁
能令顏色變

나아가 이 인연 때문에
성냄은 얼굴빛을 검게 만들고
음주는 안색을 탁하게 하며
이 두 가지가 모두 여위게 만드니
목련(目連)이 보던 아귀이라.
016_1046_b_20L以是因緣故
瞋爲廋黑因
飮酒顏色濁
此二俱能瘦
目連見餓鬼

그대들이 먼저 술을 마시고
다른 사람까지도 술을 마시게 하면서도
“죄의 과보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현재 벌써 아귀의 몸을 얻었으니
016_1046_b_22L汝先自飮酒
亦教人飮酒
說言無罪報
是故今現在

꽃의 과보는 이미 이와 같고
열매의 과보는 바야흐로 뒤에 있을 것이네.
016_1046_b_23L已獲餓鬼身
花報已如是
果報方在後
016_1046_c_02L
모든 바라문들이 이 말을 듣고 있을 때 많은 외도들이 즉시 출가하였다.
016_1046_b_24L諸婆羅門聞是語時多有外道卽時出家

77

다음으로 잘 분별하여 공덕을 공경할 뿐 문족(門族)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016_1046_c_03L復次善分別敬功德不期於門族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화씨성(花氏城)에 있던 어떤 두 왕자가 말투라국(末投羅國)으로 도주하여 의탁해 있었는데, 저 나라의 내관(內官)인 발라바약(拔羅婆若)이란 자가 그 속국[附庸國]의 주인이 되어 대중 스님들을 공양하되 손수 음식을 돌렸으며, 대중 스님들의 식사가 끝나면 사람을 보내어 풀 위에 남아 있던 음식을 거두어 궁중으로 가져오게 해서 음식을 향해 예배한 후에 그 음식을 먹었고, 남은 음식은 친애하는 이들에게 나눠 주었으니, 이 남은 음식을 먹는 이는 다 자신의 환란을 면하게 되었으므로 서로들 먼저 먹으려고 하였다.
016_1046_c_04L昔曾聞花氏城中有二王子逃走歸投末投羅國彼國中有一內官字拔羅婆若爲附傭國主供養衆僧手自行食衆僧食已遣人斂草上殘食持詣宮中向食作禮然後乃食餘者分張與所親愛食彼殘食能破我患故先取食之
두 왕자들에게도 주었는데, 왕자들은 먹고 나서 마음속으로 싫어하고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 곧바로 토해 버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들은 갖가지 잡된 종성이거늘 우리가 이제 그들이 남긴 음식을 먹었으니, 먹은 것을 토해 버린 뒤에라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때 저 속국의 주인이 이러한 사실을 듣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두 왕자야말로 어리고 어리석으며 지극히 무지하도다.”
016_1046_c_11L授與二王子王子食已心惡賤故出外卽吐而作是言出家之人種種雜姓我等今者食其殘食食已吐棄然後除過附傭主聞是事已作如是言此二嬰愚極爲無知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6_c_15L卽說偈言

이 남긴 음식을 얻기만 하면
지혜로운 이도 허물과 근심이 제거되거늘
저들은 의심하여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어리고 어리석은 자들이네.
016_1046_c_16L得此餘食者
智者除過患
彼生疑譏嫌
是名爲嬰愚

불법에선 음식을 관찰하지만
외도에는 도무지 이런 일이 없으니
사문은 음식을 관찰하여
번뇌의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네.
016_1046_c_18L佛法觀察食
外道都悉無
沙門觀察食
能除煩惱障

모니(牟尼)들이 닿았던 음식이라면
마땅히 받들어 공경해야 하며
손으로 그 남긴 음식을 잡거나
또는 물로 씻기만 하여도
이미 모든 허물이 제거되네.
016_1046_c_19L餘食牟尼觸
應當頂戴敬
手捉殘食已
水洗已除過

속국의 주인이 뒷날 다시 음식을 주지 않으므로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저 두 왕자에게는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으십니까?”
016_1046_c_20L附傭主後日更不與殘食左右人問言何故不分食與二王子
그러자 주인이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사문들이 남긴 음식을
저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들의 종족만을 믿기 때문에
닿은 것을 부정하다 말하면서
환희심을 내지 않으므로
내가 이제 주지 않는 것이다.
016_1046_c_22L彼之不知解
沙門所食餘
自恃種族故
觸之言不淨
不生歡喜心
是故我不與
016_1047_a_02L
사문의 종성을 모른다 해서
그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나의 종성도 그들은 모르므로
나의 음식도 먹지 않아야 할 것이며
016_1046_c_24L不識沙門姓
不食於彼食
不識我種姓
不應食我食

사문은 곳곳에서 태어났으므로
나의 종족보다 못하다고 한다면
나는 사문보다 못하니만큼
나의 음식도 먹지 않아야 할 것이네.
016_1047_a_03L沙門處處生
不如我種族
我不如沙門
復不食我食

말하자면 종성도 없고
또한 나이의 많고 적음도 없으니
마치 저 말에 종족이 없는 것처럼
내관(內官)도 또한 이와 같도다.
016_1047_a_04L爲言無種姓
亦無有年歲
如馬無種族
內官亦如是

내관이란 정해진 방향과 장소 없이
어느 곳에서나 올 수 있거늘
그들은 나의 부귀만을 보고
나의 종성은 보지 않았으니
016_1047_a_05L內官處處來
無有定方所
唯睹我富貴
不看我種姓

나의 부귀만을 보았기 때문에
곧바로 내가 남긴 음식은 먹어도
사문이 남긴 음식은 먹지 않기에
이를 일러 어리고 어리석다 하는 것이네.
016_1047_a_07L但見富貴故
便食我殘食
不食沙門食
是名爲嬰愚

사문은 마음이 자유로워서
일곱 가지 재물을 구족하였거늘
어찌 사문의 음식은 먹지 않고
내가 남긴 것을 먹는단 말인가.
016_1047_a_08L沙門心自在
具足七種財
不食沙門食
而食我餘者

마치 우물에 반쯤 올라와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내가 세력이 있는 것만을 보고
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내가 남긴 음식만을 먹는 것이네.
016_1047_a_09L猶如超半井
不見有是處
見我有勢力
王者之所念
便食我餘食

감자(甘蔗) 종족에서 태어난
수두왕(輸頭王)의 태자와 같은
그런 종족에서 왔으니
어찌 나보다 수승하지 않겠는가.
016_1047_a_11L苷蔗種中生
輸頭王太子
如是種族來
可不勝我耶

그의 뛰어난 지혜는
같은 이도 짝할 이도 없는데
그 종성을 취하지 않고
오직 그 덕행만을 취하였으니
016_1047_a_12L彼之勝智者
無等無倫匹
不取其種姓
唯取其德行

종족으로서 악업을 저지른다면
이것이 바로 하천한 이들이고
계율을 갖추고 지혜가 있다면
이것이 바로 존귀한 이들이네.
016_1047_a_14L種族作諸惡
亦名爲下賤
具戒有智慧
是名爲尊貴

그때 두 왕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바른 길을 보여 주시니 바로 저희들의 아버지이십니다. 이제부터는 공경히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016_1047_a_15L二王子聞此語已而作是言汝示正道卽是我父自今以往敬氶所誨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7_a_17L卽說偈言

당신이 이제 종성이라 한 것은
자못 법다운 말씀이 아니고
인행(因行)도 일정하지 않을 뿐더러
아는 것도 방소(方所)가 없다고 하지만
016_1047_a_18L汝今說種姓
殊爲非法語
因行無有定
知解無定方

당신이 바로 분명하게 안 것이어서
치우친 말씀이 아니니만큼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가
곧 존귀한 종성입니다.
016_1047_a_20L語議正解了
不名爲邊語
如汝之所解
卽是貴種族

78

다음으로 만약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관찰해 알려면 여러 탑사(塔寺)에 나아가서 불탑에 공양하여야 한다.
016_1047_a_21L復次若欲觀察知佛神變視諸塔寺供養佛塔
016_1047_b_02L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아리차비가국(阿梨車毘伽國)의 저 성문(城門)에 부처님의 머리털과 손톱을 모셔 둔 탑이 있었고, 탑 근처에는 니구타(尼俱陀)나무가 있었으며, 그 옆에는 우물이 있었다.
그때 바라문이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유행(遊行)하실 때에 저 탑을 보십시오. 이는 사문의 무덤으로서 왕의 복덕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온 땅을 덮어 주는 하나의 일산[盖] 같은 주인이시니, 이 탑을 없애 버려야 할 것입니다.”
016_1047_a_23L我昔曾聞阿梨車毘伽國於彼城門有佛髮爪塔近有尼俱陁邊有井水婆羅門而白王言遊行時見於彼塔是沙門塚破王福王是大地作一蓋主宜除此塔
왕은 바라문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곧 신하들에게 빨리 이 탑을 제거하라고 명령하였다.
“내일 내가 나올 때까지 다시는 보이지 않게 하라.”
그러자 저 성을 지키던 신과 여러 민중들이 다 함께 슬피 울었으며, 한편 어떤 우바이는 공양을 베풀고 등불을 켜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지금 올리는 공양이 바로 마지막 공양입니다.”
016_1047_b_04L王信婆羅門語故卽勅臣下令速卻此塔明日我出時勿令復見彼城神與諸民衆皆悉悲涕諸優婆夷施設供養又然燈者作如是語等今者是最後供養
또 어떤 우바새는 탑을 안고 슬피 울면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7_b_09L有優婆塞抱塔悲泣卽說偈言

제가 이제 마지막으로
당신 탑의 발을 안으니
마치 수미산이 무너져
오늘 다 파괴되는 것처럼
10력이신 세존의 탑도
이제 마침내 허물어지고 마는구나.
016_1047_b_10L我今最後抱
汝之基塔足
猶如須彌倒
今日皆破傷
十力世尊塔
於今遂破滅

제게 만약 허물이 있다면
저의 참회를 들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지으신 업을
중생들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016_1047_b_12L我若有過失
聽我使懺悔
衆生更不見
佛之所作業

그때 여러 우바새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사람들이 이 불탑을 파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네.”
그 뒤에 왕이 사람을 보내어 삽을 잡고서 불탑을 헐기 위해 그곳에 이르렀는데, 탑과 나무가 모두 없어졌으므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7_b_14L爾時諸優婆塞作如是言我等今者可還歸家不忍能看人壞此塔後自遣人持鍬欲除往到其所塔樹盡無卽說偈言

아, 이상하기도 하구나.
마치 바다의 큰 파도 소리처럼
온 성안에 큰 소리가 들릴 뿐
10력 세존의 탑은 보이지 않고
니구타나무와 우물까지도
그 있던 곳을 알 수가 없구나.
016_1047_b_18L嗚呼甚可怪
擧城大出聲
猶如海濤波
不見十力塔
尼拘陁及井
莫知其所在

바라문들은 이것을 보고서
마음 깊이 부끄럽게 여기고
저 왕도 이 일을 듣고는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서
016_1047_b_20L諸婆羅門等
深心生慚怪
彼王聞是已
生於希有想

그때 왕이 생각하기를
‘누가 이 탑을 가지고 갔을까?’ 하고
왕이 스스로 탑에 가서 보아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네.
016_1047_b_22L時王作是念
誰持此塔去
卽自往詣塔
莫知其所在
016_1047_c_02L
그때 저 왕은 천여 명의 사람들을 보내어 코끼리를 타고, 말을 달리면서 사방으로 수색하게 하였는데, 때마침 어떤 노모(老母)가 길가에 있다가 여러 사람들이 빠르게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이오?”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탑과 나무를 찾고 있습니다.”
016_1047_b_23L爾時彼王遣千餘人乘象馳馬四方推覓有老母在於道傍見彼諸人行來速疾卽問之言何爲乃爾諸人答言推覓塔樹
저 노모가 말하였다.
“제가 아까 길에서 희유한 일을 보았는데, 어떤 니구타나무와 탑이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우물만은 기억나지 않으나, 여러 사람들이 머리에 하늘 갓[天冠]을 쓰고 목에는 꽃다발을 드리웠으며 몸에는 온갖 꽃을 띠고서 탑을 모시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가는 것을 보았을 때 희유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가던 곳을 일러 주었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돌아가 들은 대로 왕에게 보고하였으며, 왕은 또 이 말을 듣고서 곧 환희심을 내어 게를 설하였다.
016_1047_c_04L彼老母言我向於道見希有事有塔飛空幷尼俱陁樹不憶其井見諸人等首戴天冠頭垂花鬘身著諸花持塔而去我見去時生希有想指示去處諸人聞已具以事狀還白於王王聞歡喜卽說偈言

저 탑이 스스로 날아갔다니
천상으로 간 것일까?
나 이제 마음으로 믿어 공경하여
매우 큰 환희심을 내나니
016_1047_c_09L彼塔自飛去
爲向天上耶
我今心信敬
極生大歡喜

만약 내가 저 탑을 파괴했더라면
마땅히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네.
若我破此塔
當墮於地獄

그때 왕은 저 탑이 있던 곳을 향하여 크게 공양을 베풀었으니, 이 탑의 지금 이름은 스스로 옮겨간 탑[自移塔]이며, 나무와 우물은 비가성(毘伽城)에서 30리 떨어진 곳에 있다.
016_1047_c_11L爾時王卽向彼塔處大設供養此塔卽今名曰自移塔及樹井離毘伽城三十里住

79

다음으로 불탑에는 큰 위신(威神)이 있으니, 그러므로 불탑을 공양해야만 한다.
016_1047_c_14L復次佛塔有大威神是故宜應供養佛塔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축차시라국(竺叉尸羅國)에 어떤 탑사(塔寺)가 있었는데,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불을 놓아 태워 버렸으며, 부처님께서 다시 한 채를 지으셨으나 썩어서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 뒤에 어떤 비구가 구사타나(拘沙陀那) 국왕에게 구하여 청하였다.
“제가 이제 탑을 세우고 문설주를 만들겠으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큰 나무 있는 것을 아끼지 마시고 저의 청을 들어 주십시오.”
왕이 곧 대답하였다.
“나의 궁궐 안에 있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어떤 나무라도 다 사용하시오.”
왕이 허락하였으므로 여러 비구들이 곳곳에서 찾아 구하였는데, 어느 한 마을 변두리에 큰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가에 수가수(首伽樹)라고 하는 큰 나무가 있었으니, 용이 보호하며 지켜서 근처에 악룡(惡龍)이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감히 그 나무를 손댈 수 없었기에 그 나무가 매우 컸다.
016_1047_c_16L我昔曾聞竺叉尸羅國彼有塔波斯匿王以成火燒之佛復安一棖朽壞卻之時彼國王名枸沙陁那一比丘求請彼王我今爲塔作棖王聽取有大樹者王莫護惜王卽語除我宮內所有樹木餘樹悉取王教已諸比丘等處處求覓於一村邊有大池水上有大樹名稱首伽樹所護持近惡龍故人無敢觸其樹極大
016_1048_a_02L만약 어떤 사람이 가지나 잎을 건드린다면 용이 그 사람을 죽여 버렸기 때문에 누구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저기에 큰 나무가 있소”라고 하므로, 때에 비구가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도끼 따위의 기구를 갖추어 가지고 가서 막상 나무를 베려고 하자, 다시 어떤 사람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 용은 매우 악독한 용입니다.”
비구가 말하였다.
“내가 불사를 위해서는 이 악룡도 두려워하지 않소.”
그때 봉사하던 바라문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저 용이 매우 악독한 용인 만큼 만약 이 나무를 벤다면 많은 사람들이 상해를 입을 것이니, 부디 이 나무를 베지 마십시오.”
016_1047_c_24L若復有人取枝葉者龍能殺之以是之故人無敢近有人語言彼有大樹比丘卽將諸人齎持斧器欲往斫復有人語比丘言此龍極惡丘語言我爲佛事不畏惡龍有奉事婆羅門語比丘言彼龍極惡若伐此樹多所傷害莫斫破此樹
바라문이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8_a_08L婆羅門卽說偈言

당신은 저 사나운 용이
간탐 때문에 온갖 것에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을 들어 보지 못했나요.
016_1048_a_09L汝不聞彼賊
慳貪故暫作
而能於一切

당신은 이 사실을 기억하여
반드시 스스로 옹호하고
부디 이 나무로 말미암아
악룡에게 상해를 입지 마십시오.
016_1048_a_10L汝當憶此事
常應自擁護
莫爲此樹故
卽致於傷害

비구도 역시 게를 설하였다.
016_1048_a_12L比丘復說偈言

그대는 독룡을 위하기 때문에
스스로 훌륭하다 생각하지만
나는 사람 가운데 용이신 분을 의지하여
그를 믿기에 또한 스스로 높다네.
016_1048_a_13L汝爲毒龍故
而自生貢高
我依人中龍
恃彼亦自高

그대의 힘이 수승해 보이지만
그만큼은 나도 세력이 있으니
뭇 사람들이 다 보게 해 보자.
016_1048_a_15L觀汝力爲勝
如是我得勢
令使衆人見

나는 부처님을 공경하기 때문에
이제 여러 독룡들 가운데서
몸과 목숨을 버릴 것이지만
그대는 용왕이 되기 위해서
매우 공경하는 생각을 내는구나.
016_1048_a_16L我爲敬佛故
今當捨身命
諸毒龍衆中
汝爲作龍王
生大恭敬想

부처님께서는 부드럽고도 고요하시어
바로 중생들 가운데 왕이시므로
나도 이제 여래 바가바를 공경하노니
누가 독한 용을 항복시켜서
부처님의 제자가 될 것이냐.
016_1048_a_17L佛爲柔調寂
及是衆中王
我今亦恭敬
如來婆伽婆
誰能降毒龍
而爲弟子者

그때 비구는 바라문과 함께 각각 도리를 주장하여 마침내 투쟁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때에 비구가 곧 그 나무를 베었으나 구름도, 우레도, 아무런 변이(變異) 형상도 없었다.
그러자 바라문이 이러한 사실들을 보고 나서 게를 설하였다.
016_1048_a_19L爾時比丘共婆羅門各競道理遂共鬪于時比丘卽伐其樹亦無雲雷變異之相婆羅門睹斯事已而說偈言

과거에는 가지나 잎을 만지기만 하여도
구름이 일고 우레와 번개가 치더니
용, 너는 주술의 힘에 눌려서
죽어 저승으로 가 버린 것이냐.
016_1048_a_22L先若取枝葉
雲起雷霹靂
汝爲呪所伏
爲死至後世
016_1048_b_02L
그때 바라문이 이 게를 설하고 나서 곧 잠이 들었는데, 꿈에 독룡이 나타나 그를 향해 게를 설하였다.
016_1048_a_24L彼時婆羅門說是偈已卽便睡眠夢見毒向己說偈

그대는 화내거나 미워하지 마시오.
이것은 공양을 위해서지
나를 경멸해서가 아니니
내 몸으로 탑을 받들어야겠거든
하물며 나무로 탑의 설주를 만듦에랴.
016_1048_b_03L汝莫起嗔恚
此名現供養
非爲輕毀我
吾身自負塔
況樹作塔棖
而我能護惜

10력 세존의 탑을
내가 어떻게 옹호해야 할까?
이 숲에서 저절로 나무가 자라는 것은
불탑에 쓰이기 위해서이니
이렇게 저절로 자라난 나무를
내 어찌 아깝게 여길 수 있겠소.
016_1048_b_05L十力世尊塔
我當云何護
此林自生樹
而爲佛塔故
如是自生樹
云何得戀惜

다시 다른 인연이 있으므로
이제 말하리니 잘 들으시오.
나도 또한 세력이 없습니다.
016_1048_b_07L更有餘因緣
今當說善聽
我亦無勢力

덕차가(德叉迦)용왕이 직접 와서
이 나무를 취한다면
내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겠으며
016_1048_b_08L德叉迦龍王
自來取此樹
我云何能護

이라발(伊羅鉢)용왕과
비사문(毘沙門)이
몸소 이곳으로 온다면
내게 어떤 세력이 있어서
저들 위덕 있는 천룡들을 막아 내겠소.
016_1048_b_09L伊羅鉢龍王
及以毘沙門
躬自來至此
我有何勢力
而能距捍彼
威德天龍等

여래께서 현재세에 계실 때나
또 멸도하신 후세에 가서라도
탑묘(塔廟)를 만들어 세우는 자는
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으니
016_1048_b_11L如來現在世
及以滅度後
造立塔廟者
此二等無異

모든 도를 얻은 자들은
사람이나 하늘, 야차이거나
명칭이 두루 시방에 유포되어
온 세계에 짝할 만한 이가 없을 것이네.
016_1048_b_13L諸有得道者
人天及夜叉
名稱遍十方
世界無倫匹

이와 같이 이름나는 것 때문에
탑 설주에 보배 방울을 다는 것이니
그 소리가 매우 조화롭고 아름다워
멀거나 가깝거나 다 듣고 안다네.
016_1048_b_14L如此名聞故
塔棖懸寶鈴
其音甚和雅
遠近悉聞如

그때 바라문은 이 게를 들었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곧 출가하였다.
016_1048_b_15L婆羅門聞是偈故從睡眠寤卽便出家

80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노모(老母)가 소(酥) 항아리를 등에 지고 길을 가다가 암마륵(菴摩勒)나무를 보고서 곧 그 열매를 먹었으나, 먹고 나서는 갈증이 심하여 이내 우물로 달려가 물을 얻어 마시려고 하였다.
그때 물을 긷고 있던 사람이 곧바로 물을 주었는데, 먼저 암마륵과를 먹었기 때문에 물 맛이 마치 석밀(石蜜)처럼 감미로우므로 노모가 물 긷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이 소 항아리와 그대의 물 항아리를 바꾸면 어떻겠소?”
그때 물 긷던 사람이 곧 그 말을 따라서 한 항아리의 물을 주었으므로, 노모는 얻어서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집으로 왔을 때는 먼저 먹은 암마륵과의 맛이 이미 다하였으므로 물을 떠서 아무리 마셔도 오직 물맛일 뿐 다시 다른 맛이라곤 없었다.
016_1048_b_17L復次我昔曾聞有一老母背負酥瓨在路中行見菴摩勒樹卽食其食已患渴尋時赴井乞水欲飮汲水者卽便與水以先食菴摩勒菓之勢力故謂水甜美味如石蜜語彼人我以酥瓨易汝瓨水爾時汲水人卽隨其言與一瓨水老母得已負還歸家旣至其舍先所食菴羅摩熱力已盡取而飮之唯有水味更無異味
016_1048_c_02L친척들을 불러 모아 물맛을 보게 하였으나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이 물은 썩어 문드러졌으며 끄나풀과 진흙이 뒤섞인 냄새나고 더러운 물이거늘 그대는 이제 무엇 때문에 이런 물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가?”
노모는 이 말을 듣고 다시 스스로가 물맛을 보고는 깊이 후회하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좋은 소를 이 냄새나는 물과 바꾸었을까? 일체 중생의 범부들도 또한 이와 같으니, 어리석고 지혜가 없기 때문에 미래세의 공덕이 될 소 항아리를 더럽고 냄새나는 네 가지 뒤바뀜의 항아리와 바꿔서 처음에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진실이 아님을 알고는 모두 깊이 후회하리라. 아, 무엇 때문에 내가 공덕의 소 항아리를 뒤바뀌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물과 바꾸었을까?’
016_1048_c_02L卽聚親屬咸令嘗之皆言是水有朽敗爛繩汁埿臭穢極爲可惡汝今何故持來至此旣聞斯語自取飮嘗深生悔恨我何以故乃以好酥貿此臭水一切衆生凡夫之人亦復如是以愚無智故以未來世功德酥瓨貿易臭穢四顚倒瓨謂之爲好於後乃知非是眞深生悔恨咄哉何爲以功德酥瓨貿易顚倒臭穢之水
그리고는 게를 설하였다.
而說偈言

아, 내가 무엇 때문에
3업(業)의 청정한 행으로
모든 유(有)에 집착된 것과 바꾸었을까?
016_1048_c_11L咄哉我何爲
以三業淨行
貿易著諸有

마치 맑고도 좋은 소를 가지고
저 냄새나고 더러운 물과 바꾼 것과 같으니
암마륵과를 먹었기 때문에
혀가 뒤바뀌어 맛을 알지 못하고
냄새나는 물을 감로수로 여겼다네.
016_1048_c_12L如以淨好酥
貿彼臭惡水
以食菴摩勒
舌倒不覺味
臭水爲甘露

81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장자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아서 집을 떠나 숲 속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그럴 수도 없어서 이내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나무 밑의 못 물 가운데 그녀의 몸 그림자가 나타나 비추므로 때마침 계집종이 항아리를 이고 와서 물을 긷다가 물 속의 그림자를 보고는 자기의 그림자인 줄 착각한 나머지 이렇게 말하였다.
“내 얼굴이 이렇게 단정하거늘 무엇 때문에 남을 위해 항아리를 이고서 물 심부름을 할 것인가?”
016_1048_c_14L復次我昔曾聞有一長者婦爲姑所走入林中自欲刑戮旣不能得尋時上樹以自隱身樹下有池影現水中有婢使擔瓨取水見水中影謂爲是己作如是言我今面貌端正如此何故爲他持瓨取水
그리고는 곧 항아리를 두들겨 부수고 집으로 돌아와서 주인에게 말하였다.
“지금 제 얼굴이 이렇게 단정한데 어째서 저에게 항아리를 이고 물이나 긷게 하시는 겁니까?”
이때 주인이 이렇게 말하였다.
“이 계집종에게 혹시 귀신이 달라붙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는 다시 항아리를 주고서 못으로 가 물을 떠오게 하였으나, 계집종은 오히려 그 그림자를 보고 다시 항아리를 부수었다.
016_1048_c_20L卽打瓨破還至家中語大家言我今面貌端正如是何故使我擔瓨取水于時大家作如是言此婢或爲鬼魅所著故作是事更與一瓨詣池取猶見其影復打瓨破
016_1049_a_02L그때 장자의 며느리가 나무 위에서 이 광경을 보고 곧 빙그레 웃으니, 계집종이 그림자가 웃는 것을 보고 스스로 깨달아 어떤 부인이 나무 위에서 미소짓고 있는 것을 우러러보고는 비로소 그 단정한 여인의 얼굴과 의복이 자기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곧 부끄럽게 여겼다.
016_1048_c_24L長者婦在於樹上見斯事已卽便微笑婢見影笑自覺悟仰而視之見有婦女在樹上微端正女人衣服非己方生慚恥
어떤 인연으로 이 비유를 말하는가 하면, 뒤바뀐 소견 때문에 어리석고 미혹된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해서이니, 마치 담복(薝蔔) 향유를 머리카락에 발라 두고도 어리석고 미혹된 중생들은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향내가 바로 자기 이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016_1049_a_04L以何因緣而說此喩爲於倒見愚惑之衆如薝蔔油香用塗頂髮愚惑不解我頂出是香
곧 게를 설하겠다.
卽說偈言

가루향을 몸에 바르면
그 향내가 의복과 영락에도 스며드니
뒤바뀌고 미혹된 마음도 그러하며
016_1049_a_07L未香以塗身
幷熏衣纓珞
倒惑心亦爾

향내가 자기의 몸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은
마치 저 더럽고 어리석은 계집종이
그림자를 보고서 자기 얼굴이라 하는 것과 같네.
016_1049_a_08L謂從己身出
如彼醜陋婢
見影謂己有

82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그 작은 새끼가 점점 커지자,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물었다.
“무엇을 먹어야 합니까?”
어미 고양이가 새끼에게 대답하였다.
“사람들 스스로가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밤이 되자 새끼 고양이가 어느 집에 가서 항아리들 사이에 숨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보고는 서로가 이렇게 경계하였다.
“소(酥)와 젖과 고기 등의 매우 좋은 것들은 덮개로 덮어 두고, 닭이나 병아리 같은 것은 높이 얹어 두어 고양이가 먹지 못하도록 하여라.”
이에 새끼 고양이는 곧 닭이나 소, 젖, 타락이 다 자기의 먹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016_1049_a_09L復次猫生兒以小漸大猫兒問母當何所母答兒言人自教汝夜至他家隱甕器閒有人見已而相約勅酥乳肉等極好覆蓋雞雛高擧莫使猫食猫兒卽雞酥乳酪皆是我食
무엇 때문에 이런 비유를 들어서 말하는가 하면, 부처님께서 삼먁삼보리의 도를 성취하시어 10력을 구족하시고, 마음속 바람이 이미 만족하시어 대비심으로 많은 중생들을 구제하셨는데, 그때에 세존께서 이렇게 염언하셨다.
‘무슨 법으로 교화하고 제도해야 할까?’
그러자 대비심(大悲心)이 대답하였다.
“일체 중생들의 마음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날 것이니, 타심통의 지혜로 마음속 번뇌와 일체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라.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등은 긴 밤에 늘어나고 자라나며, 항상 있다[常]는 생각과 즐겁다[樂]는 생각, 나[我]라는 생각, 깨끗하다[淨]는 생각은 거듭 되풀이되어 서로 꼬리를 문다.”
항상됨이 없는[無常] 고(苦)나 공(空), 내가 없는[無我] 법은 늘어나고 자랄 수 없으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나서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뒤바뀜에 대한 대치법(對治法)을 설하신 것이다.
016_1049_a_14L以何因緣說如此喩佛成三藐三菩提道十力具足心願已滿以大悲心多所拯拔爾時世尊作如是念言當以何法而化度之大悲答言一切衆生心行顯現以他心智觀察煩惱一切諸行貪欲嗔恚愚癡之等長夜增長常想樂想我想淨想展轉相承作如是說不能增長無常苦空無我之法
016_1049_b_02L그러나 여래의 설법은 미묘하고 매우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우므로 이른바 도를 해설하신 것이니, 어떻게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셨는가 하면, 모든 중생들에게 있는 뒤바뀐 견해의 생각을 관찰하여 알고 난 뒤에 그에 따라 알맞게 법의 요체를 설하셨다.
중생들 스스로 갖가지 행이 있기 때문에 여래께서 대치법을 설하시어 뒤바뀐 생각을 깨 버리셨으니, 마치 고양이 새끼를 위해서 고기와 소, 젖을 덮어 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016_1049_a_22L是故如來知此事已爲衆生說諸倒對治如來說法微妙甚深難解難入謂道解說云何而能爲諸衆生說如斯以諸衆生有倒見想觀察知已隨其所應爲說法要衆生自有若干種行是故知如來說對治法破除顚倒如爲猫兒覆肉酥乳

83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나라의 한복판에 아주 높고도 큰 돌기둥을 세우고서 사다리, 도르래, 동아줄 따위를 죄다 치워 버리고 그 기둥 머리에 석공(石工)을 안치해 두었으니, 왜냐 하면 저 석공이 만약에 살아 있을 경우 혹시 다른 곳에 또 이런 돌기둥을 세워 이보다 더 훌륭하게 할까 염려해서였다.
016_1049_b_05L復次我昔曾聞有一國中施設石柱極爲高大除去梯隥樚櫨繩索置彼工匠在於柱頭何以故彼若存活或更餘處造立石柱使勝於此
그때 저 석공의 권속과 친척들이 밤중에 기둥 옆으로 모여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그대가 내려올 수 있겠는가?”
그때 석공은 여러 가지 방편이 많았으나, 곧 옷의 올을 풀어서 두 가닥을 기둥 아래까지 드리웠고, 그러자 그 권속들이 곧 굵은 실을 옷의 올에 매어 주었으며, 석공은 그 굵은 실을 당겨 기둥 위에 올린 다음 손으로 그 실을 잡고서 여러 친족들에게 부탁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다시 조금 굵은 줄을 매어 다오.”
이에 친족들이 곧 그 말에 따라 계속 줄을 올려줌으로써 최후에 큰 동아줄을 만들 수 있었고, 그제서야 석공이 줄을 타고서 내려왔다.
016_1049_b_09L彼石匠親族宗於其夜中集聚柱邊而語之言汝今云何可得下耶爾時石匠多諸方便摘衣縷垂二縷線至於柱下其諸宗眷尋以麤線繫彼衣縷匠卽挽取旣至於上手捉麤線語諸親族汝等今者更可繫著小麤繩索彼諸親族卽隨其語是展轉最後得繫麤大繩索爾時匠尋繩來下
말하자면 돌기둥은 생사를 비유한 것이오, 사다리와 도르래는 과거 부처님들께서 이미 열반하신 법을 비유한 것이고, 친족들은 성문 대중을, 옷의 올은 과거 부처님들의 선정과 지혜를 비유한 것이다. 옷의 올을 푼 것은 애욕에 대한 허물을 관찰하여 맛 따위의 법을 버리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옷의 올을 위에서 내려 줌은 신심에, 굵은 실을 매어 올려 주는 것은 착한 벗을 가까이 하여 다문(多聞)을 얻음을 비유한 것이니, 가는 실을 다문의 실에 매달고, 다문의 실을 계율의 실에 매달며, 계율의 실을 선정의 실에 매달고, 선정의 실을 지혜의 실에 매달아 이러한 굵은 줄로써 굳게 묶는 것은 생사를 묶는 것에 비유한 것이며, 기둥 위에서 내려옴은 생사의 기둥에서 내려옴을 비유한 것이다.
016_1049_b_17L言石柱者喩於生死梯隥樚櫨喩過去佛已滅之法言親族者喩聲聞衆言衣縷者喩過去佛定之與慧言摘衣者喩觀欲過去味等法縷從上下者喩於信心繫麤縷者喩近善友得於多聞細繩者多聞縷復懸持戒持戒縷懸禪定縷禪定縷懸智慧繩以是麤繩堅牢繫者喩縛生死從上下者喩下生死柱
016_1049_c_02L
신심으로 실마리를 삼고
다문과 계율은
마치 저 굵은 실마리와 같으며
계율과 선정은 작은 줄과 같으니
지혜로써 굵은 줄을 만들어
생사의 기둥에서 내려오네.
016_1049_c_02L以信爲縷線
多聞及持戒
猶如彼麤縷
戒定爲小繩
智慧爲麤繩
生死柱來下

84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나라에 왕위를 이어받을 후손이 끊어지려 하였는데, 때마침 한 왕족이 먼저 산으로 들어가 도를 배워서 신선을 구하였으므로 곧 억지로 그를 데려다가 왕위에 세웠다.
이 왕이 침구를 맡은 사람에게 의복과 음식까지도 책임을 지게 하므로, 때에 침구를 맡은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각자 맡은 일이 있으니, 왕께서는 이제 일일이 다 저에게 책임지울 것이 아닙니다. 저는 침구에 대한 일을 알 뿐이고, 목욕이나 의식과 같은 다른 일은 다 맡은 사람이 따로 있으므로 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
016_1049_c_04L復次我昔曾聞有一國中王嗣欲絕有王種先入山林學道求仙卽强將來立以爲王從敷臥具人索於衣服及以飮食敷臥具人而白王言各有所典於今者不應事事盡隨我索我唯知敷臥具事洗浴衣食悉更有人非我所當
이 비유로써 일체의 모든 업도 저 왕의 침구를 맡은 사람이 각각 전담하여 맡은 바가 있다고 한 것처럼 업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각각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굴이 단정하거나 병이 없거나 재물을 좋아하거나 지혜롭거나 등등 모든 업이 각각 달라서 어떤 업은 병이 없음을 얻고, 어떤 업은 단정한 모습의 힘을 얻는 것이다. 마치 저 선인이 침구 맡은 사람에게 갖가지 물자를 요구하여도 끝내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만약 훌륭한 종족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물이 풍부한 것은 아니며, 모든 업에 따라 과보를 받음이 각각 달라서 한 가지 업으로 갖가지 과보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단정한 업을 짓는다면 단정한 용모의 힘을 얻을 것이며, 재물이 넉넉한 것은 마땅히 다른 업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갖가지 깨끗한 업을 닦아 익혀서 갖가지 과보를 얻는 것이다.
016_1049_c_10L以此喩可知一切諸業如王敷臥具人各有所典業亦如是各各不同色無病者財物可愛智等諸業各各別異有業得無病有業能得端正色力如彼仙人從敷臥具人索種種物終不可得若生上族不必財富諸業受報各各差別不以一業得種種報若作端正業則得端正色力富應從餘業索是故智者應當修習種種淨業得種種報

병이 없거나 얼굴이 단정하거나 귀한 종성이거나
지혜롭거나 능력이 있음에는 각각 다른 원인이 있으니
마치 저 선인(仙人) 왕이
침구를 맡은 이에게서 갖가지를 찾아 갖추려는 것과 같도다.
016_1049_c_19L無病色種族
智能各異因
如彼仙人王
索備敷臥者
016_1050_a_02L
85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한 나라의 왕이 좋은 말들을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일찍이 이웃 나라의 왕과 더불어 전투를 벌이매 이 나라 왕에게 좋은 말들이 있음을 알고는 곧바로 물러나 흩어져 버렸다.
그때 국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앞서 말을 기른 것은 바로 이웃 나라에 대적하려고 한 것이나, 이제 다 물러나 흩어졌으니 말을 길러 무엇을 하겠는가. 마땅히 이 말들로 사람들의 힘에 보태어 준다면 말도 줄어들지 않을 뿐더러 사람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유사(有司)에게 명을 내려 모든 말들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고 항상 연자방아를 돌리는 데 사용하게 하였다.
016_1049_c_21L復次我昔曾聞有一國王多養好馬有鄰王與共鬪戰知此國王有好馬故卽便退散爾時國王作是思惟我先養馬規擬敵國今皆退散養馬何爲當以此馬用給人力令馬不損於人有益作是念卽勅有司令諸馬群分布與人常使用磨
여러 해가 지나서 그 이웃 나라가 다시 국경을 침범해 왔으므로 곧 말을 모아들이게 명령하였다. 저들과 전투를 벌였으나 이 말들은 연자방아 돌리는 데에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냥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으며, 설령 매와 채찍을 가하더라도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중생도 또한 그러하니, 만약 해탈을 얻으려면 반드시 마음부터 닦아야 할 것이지만, 5욕락(欲樂)을 누린 뒤에 해탈을 얻으려고 한다면 이는 죽음의 적이 이미 다가왔는데, 마음은 아직 다섯 가지 욕망의 즐거움을 사모하고 집착하는 것과 같아서 곧장 해탈의 과(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016_1050_a_05L經歷多年其後鄰國復來侵境勅取馬共彼鬪戰馬用磨故旋轉而行不肯前進設加杖捶亦不肯行衆生亦若得解脫必由於心謂受五欲後得解死敵旣至心意戀著五欲之樂不能直進得解脫果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지혜로써 마음을 조복하여
5욕락에 집착하지 말 것이니
본래 마음을 조복하지 않았기에
임종할 때 사랑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네.
016_1050_a_10L智慧宜調心
勿令著五欲
本不調心故
臨終生愛戀

마음이 이미 길들여져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적정(寂靜)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心旣不調順
云何得寂靜

마음이 항상 5욕락을 탐내어서
미혹되고 황망하여 깨달을 수 없으니
마음이 이미 길들여져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적정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016_1050_a_12L心常耽五欲
迷荒不能覺
心旣不調順
云何得寂靜

마음이 항상 5욕락을 탐내어서
미혹되고 황망하여 깨달을 수 없으니
마치 저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말이
적과 싸울 때 돌기만 하는 것과 같네.
016_1050_a_14L心常耽五欲
迷荒不能覺
如馬不習戰
對敵而旋行

86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한 나라의 왕이 몸에 병이 들었으나 나라 안의 모든 의사들이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때 어떤 훌륭한 의사가 먼 곳에서 와서 왕의 병을 치료해 낫게 하였으니,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의사의 힘을 입었으니 반드시 후한 보답을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가만히 시신(侍臣)을 보내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저 의사가 살던 곳으로 가서 가옥을 비롯한 생활 도구와 인민, 논과 밭, 코끼리와 말, 소와 양, 부리는 종들과 심부름꾼 등 일체를 다 갖추어 놓게 하고는 그제서야 왕이 의사를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016_1050_a_15L復次曾聞有一國王身遇疾患國中諸醫都不能治有良醫從遠處來治王病王大歡喜作是思惟我今得醫力須厚報作是念已微遣侍臣多齎財詣於彼醫所住之處爲造屋宅養生之具人民田宅象馬牛羊奴婢僕使一切資產無不備具所造旣辦王便遣醫使還其家
016_1050_b_02L그러나 저 의사는 왕이 자기의 눈앞에서 사람을 보내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가면서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였는데, 집에 다 와 갈 무렵에 길에서 소, 양, 코끼리, 말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을 만나서는 “이것이 누구 것이냐?”라고 물으니, 모두들 저 의사의 이름을 일컬으면서 “이것은 바로 아무 의사의 소유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드디어 자기 집에 이르러서는 그 가옥의 장엄이 화려함과 평상, 장막, 담요, 금, 은 따위의 기물들과 나아가 그 부인의 갖가지 영락과 의복을 보고는 마치 하늘의 궁궐과 같음에 매우 놀랐다.
016_1050_a_23L彼遠醫見王目前初無所遣空手還歸甚懷恨恨旣將至家道逢牛羊象馬都所不識問是誰許竝皆稱是彼醫名是彼醫牛馬遂到家已見其屋舍壯麗嚴飾牀帳氍㲣毾㲪金銀器物其婦瓔珞種種衣服醫見已甚生驚猶如天宮
그 부인에게 물었다.
“이와 같이 성대한 일들이 무엇 때문에 얻어진 것인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당신은 어찌 모르고 계신가요? 당신이 저 국왕의 병을 치료하여 병이 나았기 때문에 왕께서 당신께 은혜를 갚은 것입니다.”
남편이 이 말을 듣고는 깊이 환희심을 내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에게 지극한 덕이 있어서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은 것이 내가 본래 바라던 것보다 더하거늘, 나의 뜻이 모자라기 때문에 처음 떠나올 때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여겨 유감스럽게 생각하였도다.’
016_1050_b_06L問其婦言如此盛事爲何所得婦荅夫言汝何不知由汝爲彼國王治病差故生報汝恩夫聞是已深生歡喜作是念言王極有德知恩報恩過我本由我意短初來之時以無所得情用恨然
이 비유를 들어 말하려는 그 근본 이치를 이제 설명하자면, 의사는 모든 선업을 비유한 것이며, 왕이 직접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현재의 과보를 얻지 못해 그 소득이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저 의사가 처음에는 물자를 보지 못하여 소득이 없는 줄 알고 마음이 섭섭했던 것은 현재의 몸이 선업을 닦기는 해도 아직 과보를 얻지 못해 마음이 섭섭하게 여기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소득이 없는 그대로 집으로 가는 것은 마치 몸을 버리고 후세를 향해 가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도중에 소, 염소, 코끼리, 말들의 무리를 본 것은 마치 중음(中陰)에 이르러 몸소 갖가지 좋은 모양을 보고서 생각하기를, ‘내가 선업을 닦았기에 이 좋은 과보를 얻는 것인 만큼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이미 천상(天上)에 이른 것은 자기 집에 가서 갖가지 성대한 일을 보고서야 비로소 왕에게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는 것에 비유하였다.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은 단월(檀越)인 시주(施主)가 하늘에 태어나고 나서 바야흐로 보시와 계율을 알아, 이와 같은 과보를 받고서야 비로소 부처님 말씀이 진실되어 허망하지 않음을 알고, 적은 선업을 닦고서도 무량한 과보를 얻음을 비유한 것이다.
016_1050_b_11L以此爲喩義體今當說醫喩諸善王無所與喩未得現報身無所得如彼醫者初不見物謂無所得心生恨恨如彼今身修善見未得報心生恨恨我無所旣得至家者猶如捨身向於後世見牛羊象馬群如至中陰身見種種好相方作是念由我修善見是好報必得生天旣至天上喩到家中見種種盛事方於王所生敬重心知是報恩者檀越施主得生天已知施戒受如此報始知佛語誠實不虛修少善業獲無量報
곧 게를 설하겠다.
卽說偈言

보시의 과보를 못 보았을 때엔
마음에 의심이 있고 후회스러워
한갓 헛되이 피로하기만 할 뿐
끝내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여기지만
016_1050_b_21L施未見報時
心意有疑悔
以爲徒疲勞
終竟無所得

이미 중음(中陰)에 태어나
비로소 좋은 모양을 보게 되면
마치 의사가 자기 집에 이르러서야
바야흐로 크게 기뻐하는 것과 같네.
016_1050_b_23L旣得生中陰
始見善相貌
如醫到家已
方生大歡喜
016_1050_c_02L
87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두 여인이 함께 암라과(菴羅菓)를 얻었는데, 한 여인은 씨를 남겨 두지 않고 다 먹어 버렸고, 다른 한 여인은 씨를 남기고서 과일만 먹었다.
씨를 남겨 둔 여인은 저 과일의 맛이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좋은 밭에 씨를 심어 뿌리를 굳게 하고서 때에 맞추어 물을 주었기에 아주 훌륭한 과일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는 마치 저 세간 사람들이 착함의 뿌리를 위하여 착한 업을 많이 닦았기에 뒷날 과보를 얻는 것과 같으며, 씨까지 먹은 여인은 마치 사람들이 선업을 알지 못하고서 끝내 선을 닦거나 짓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후회하는 것과 같다.
016_1050_b_24L復次曾聞有二女人俱得菴羅菓其一女人食不留子有一女人食菓留子其留子者覺彼菓羙於良好田下種著中時漑灌大得好菓如彼世人爲善根本多修善業後獲果報合子食者亦復如人不識善業竟不修造無所獲得方生悔
곧 게를 설하겠다.
卽說偈言

암라과를 얻어 먹은 여인이
끝내 씨를 남기지 않았다가
뒷날 남들이 과일 먹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후회하는 것과 같으며
016_1050_c_08L如似得菓食
竟不留種子
後見他食菓
方生於悔恨

또한 다른 한 여인이
씨를 심어 다시 과일을 얻어서
크게 기뻐하는 것과도 같네.
016_1050_c_10L亦如彼女人
種子種得菓
復生大歡喜

88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옛날에 수미라(須彌羅)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우스갯소리[戱笑]를 잘하였는데, 어떤 한 나라의 왕과 더불어 풍자와 농담을 즐겨 해서 왕의 뜻에 맞추어 주었다.
그때 비구가 왕에게 땅을 얻어 승방(僧坊)을 지으려 하자, 왕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빨리 쉬지 않고 달려서 갈 수 있는 곳까지의 땅을 그대에게 주겠소.”
016_1050_c_11L復次曾聞往昔有比丘名須彌羅善能戲笑與一國王諠譁歡悅稱適王意比丘卽從乞地欲立僧坊王語比丘可疾走不得休息盡所極處爾許之地悉當相與
그러자 비구가 다시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서 곧바로 빠르게 달렸으니, 비록 피로하더라도 땅을 탐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멈추어 쉬지 않았다. 결국 이 때문에 병을 얻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땅에 누워 뒹굴어 갔는데, 잠시 후 다시 피로해졌으므로, 곧 지팡이 하나를 앞질러 던져 가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지팡이가 있는 곳까지 모두 다 내 땅이다.”
016_1050_c_16L爾時比丘更整衣服卽便疾走雖復疲乏以貪地故猶不止住轉疾極不能前進卽便臥地夗轉而行須臾復乏卽以一杖逆擲使去作如是言盡此杖處悉是我地
016_1051_a_02L이미 비유에 걸맞는 이치를 말하였지만, 내가 이제 다시 설명하겠다.
수미라 비구가 땅 때문에 아무리 피로하여도 쉬지 않은 것처럼 부처님도 그와 같이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생각하시길 ‘어떻게 해야 일체 중생들이 사람과 하늘의 즐거움 얻어 해탈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을까?’라고 하시며, 또 수미라 비구가 달려서 쉬지 않은 것처럼 부처님 바가바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앙굴마라(鴦掘摩羅) 같은 이런 사람들을 다 조복시키고 그 밖에 중생들 가운데 교화하여 제도할 자가 있으면 곧바로 가서 그들을 모두 다 교화하여 제도하신다.
016_1050_c_20L已說譬喩相應之義我今當說如須彌羅爲取地故雖乏不止佛亦如是爲欲救濟一切衆生是思惟云何當令一切衆生得人天樂及以解脫如須彌羅走不休息佛婆伽婆亦復如是爲優樓頻螺迦葉鴦掘摩羅如是等人悉令調伏有諸衆生可化度者如來爾時卽往化度
또 수미라 비구가 이미 피로해졌으므로 곧바로 땅에 누워서 뒹굴러 가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시느라 이미 피곤해졌으므로 이 음신(陰身)을 사라쌍수(娑羅雙樹)에 의지해 누이시니, 마치 가시가(迦尸迦)나무는 그 뿌리를 잘리어 죄다 타락되었지만 오직 이 쌍수에 몸을 의지해 누워 계셨기 때문에 오히려 정진할 마음을 버리지 않고 구시라(拘尸羅)의 모든 역사(力士)들과 수발타라(須跋陁羅)를 제도하신 것이다.
016_1051_a_04L如須彌羅旣疲乏已卽便臥地夗轉佛亦如是度諸衆生旣已疲苦以此陰身於娑羅雙樹倚息而臥如迦尸迦樹斬伐其根悉皆墮落唯在雙樹倚身而臥猶故不捨精進之心度拘尸羅諸力士等及須跋陁羅
또 수미라 비구가 땅을 더 얻기 위해 지팡이를 던져 가게 한 것처럼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열반에 드실 때에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몸의 사리를 여덟 휘[斛] 네 말[斗]이나 내셔서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시니, 그 몸을 부순 사리가 비록 겨자씨만큼 아주 작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부처님과 다름없이 공양함은 그 중생들로 하여금 열반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016_1051_a_09L如須彌羅爲得地故擲杖使去佛亦如是入涅槃時爲濟衆生故碎身舍利八斛四斗利益衆生所碎舍利雖復微小如芥子等所至之處人所供養與佛無異能使衆生得於涅槃
곧 게를 설하였다.
卽說偈言

우루빈라가섭 등
그의 권속과 도당들과
우가(優伽)와 앙굴마 무리들을
여래께서 몸소 제도하시고
016_1051_a_14L如來躬自度
優樓頻螺等
眷屬及徒黨
優伽鴦掘魔

정진과 선정의 힘으로
마지막으로 기대어 누워 계실 때에도
오히려 구시라 역사(力士)들을 비롯해
수발타라 등을 제도하시며
016_1051_a_16L精進禪度力
最後倚臥時
猶度諸力士
須跋陁羅等

나아가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몸의 사리를 흩으시어
법을 남겨 두고 열반하셔서
부처님께 다 공양하니
016_1051_a_17L欲爲濟拯故
布散諸舍利
乃至遺法滅
皆是供養我

마치 저 수미라 비구가
지팡이를 던져서 멀리 가게 하는 것과 같도다.
016_1051_a_18L如彼須彌羅
擲杖使遠去
016_1051_b_02L
89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축차시라국(竺叉尸羅國)의 박라우라(博羅吁羅) 마을에 칭가발타(稱伽拔吒)라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가 스님들을 위해 절을 지었으니, 지금 그 절의 이름은 가발타(伽拔吒)이다.
과거에 칭가발타는 장자의 아들로서 본래 부유하게 살다가 뒤에 쇠잔해져서 드디어 빈궁함에까지 이르게 되자, 그의 친척과 권속들이 다 경멸하며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므로, 그는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워서 곧 집을 떠나 동반(同伴)들과 함께 대진국(大秦國)으로 갔으며, 거기에서 많은 재보(財寶)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친척과 권속들이 이 사실을 듣고는 각각 음식과 향, 꽃, 기악을 베풀어서 길에까지 나와 맞이하였다.
016_1051_a_19L復次我昔曾聞竺叉尸羅國有博羅吁羅村有一估客名稱伽拔咤作僧伽藍如今現在稱伽拔咤先是長者子居室素富後因衰耗遂至貧窮其宗親眷屬盡皆輕慢不以爲人心懷憂惱遂棄家去共諸伴黨至大秦國大得財寶還歸本國諸宗親聞是事已各設飮食香花妓樂於路往迎
그때 칭가발타는 몸에 미복(微服)을 입고서 동반들 앞에서 걸어왔는데, 그가 과거에는 빈궁하였지만 나이가 젊었고, 현재는 재보는 얻었지만 나이가 좀 늙었으므로, 맞이하던 여러 친척들이 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서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 있소?”
칭가발타가 이내 대답하였다.
“지금 아직 뒤에 있을 거요.”
친척들이 다시 동반들 가운데로 와서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에 있소?”
동반들이 대답하였다.
“앞에 가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오.”
016_1051_b_04L稱伽拔咤身著微服在伴前行先以貧賤年歲又少得財寶其年轉老諸親迎者竝皆不識而問之言稱伽拔咤爲何所在尋卽語今猶在後至大伴中而復問言稱伽拔咤爲何所在諸伴語言在前去者卽是其人
그때 종친들이 그곳으로 다시 와서 말하였다.
“그대가 바로 칭가발타이면서 왜 우리에게 ‘뒤에 있다’고 하였는가?”
칭가발타가 종친들에게 말하였다.
“내 몸이 칭가발타가 아니고 저 동반들 가운데 있는 낙타 등에 실은 재보가 바로 칭가발타요. 왜냐 하면 과거에 여러 친척들께서 나를 멸시할 적엔 아예 말을 서로 하지도 않다가, 이제 재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 이렇게 맞이해 주니, 그러므로 칭가발타는 뒤에 오는 낙타의 등 위에 있소.”
016_1051_b_10L宗親往到其所而語之言是稱伽拔咤云何語我乃云在後稱伽拔咤語諸宗親言稱伽拔咤非我身是乃在伴中駝驢馱上所以然者我身頃宗親輕賤初不與語聞有財寶乃復見迎由是之故在後馱上
종친들이 말하였다.
“그대가 무슨 일을 말하는 것인지 그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네.”
칭가발타가 곧 대답하였다.
“내가 빈궁할 때엔 당신들과 말을 하여도 대답조차 하지 않다가 이제 재보가 많은 것을 보고는 이렇게 공양거리를 베풀어 친절하게 와서 나를 맞이하니, 이는 재보를 위해 온 것이지, 나의 몸을 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오.”
016_1051_b_15L宗親語言汝道何事不解汝語稱伽拔咤卽荅之言我貧窮時共汝等語不見詶對見我今者多諸財寶乃設供具來迎逆我乃爲財不爲我身
016_1051_c_02L이 비유를 꺼낸 것은 세존께서 하신 일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다.
말하자면, 칭가발타가 재물을 얻었기 때문에 시골 친척들이 공양거리를 갖추어 와서 맞이한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그와 같으셔서 이미 성불하셨기 때문에 사람, 하늘, 귀신, 모든 용왕들이 다 와서 공양한 것이니, 이는 부처님의 육신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부처님의 공덕을 공양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도를 얻지 못했거나 공덕이 없을 때엔 중생들이 함께 말도 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공양이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공덕을 공양할 뿐 육신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며, 또 아무리 일체의 하늘과 사람들의 공양을 널리 받는다 하여도 늘거나 주는 것이 없음을 잘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016_1051_b_19L發此喩者喩如世尊稱伽拔咤爲得財物鄕曲宗眷設供來迎亦如是旣得成佛人天鬼神諸龍王等悉來供養非來供養我乃供養作佛功德我未得道時無功德時諸衆生等不共我語況復供養是故當知養功德不供養我雖復廣得一切諸天人等之所供養亦無增減以觀察故

하늘, 사람, 아수라와
야차, 건달바 무리들이
다 와서 널리 공양하여도
부처님께서는 기뻐하는 마음이 없으시니
016_1051_c_04L人天阿修羅
夜叉乾闥婆
如是等諸衆
亦廣設供養
佛無歡喜心

이는 바로 공덕을 공양하는 것이지
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님을
잘 관찰하시기 때문이네.
016_1051_c_06L以善觀察故
是供諸功德
非爲供養我

마치 저 칭가발타가
여러 권속들에게 지시하기를
“나는 뒤에 있다”고 한 것처럼
그 비유도 또한 이와 같다네.
016_1051_c_07L如稱伽拔咤
指示諸眷屬
稱己在後者
其喩亦如是
大莊嚴論經卷第十五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바라문교의 근본 성전으로 리그베다를 비롯하여 네 종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