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잘 분별하는 이는 국토가 광대하고 모든 일이 갖추어져 부족함이 없다 해도 그것이 다 고뇌인 줄을 알기 때문에 버리고 가는 것이다.
016_1041_b_04L復次,善分別者,乃至國土廣大諸事備足,知其苦惱捨離而去。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세존께서 옛날에 보살이었을 때 큰 나라의 왕이 되셨는데, 빈궁한 자가 와서 구걸하면 일체를 다 주었고, 괴로운 재앙에 처한 자를 위해서는 든든한 옹호자가 되어 주었으며, 이익을 원하는 일체 중생들을 위해서는 지혜가 밝고 용맹하게 하였다. 또 왕위에 계실 적에 이웃 나라의 왕이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서 더불어 싸우고자 왔으므로 보살인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욕락[五欲樂]에 집착하면 마음을 길들일 수 없고, 여섯 가지 감관[六根]은 만족시키기 어렵거늘, 뭇 도구들이 이미 많으니 다시 일을 처리해서 옹호할 필요가 있겠다. 이 뭇 도구들 때문에 투쟁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 일을 버려야만 투쟁하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내 몸을 따르는 수승한 법을 닦아 모으리라.’
보살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왕을 보려고 하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빈곤하며, 또한 부채도 많습니다. 듣건대 왕께서 보시하기를 좋아한다 하기에 일부러 와서 구걸하여 그것으로 부채를 갚아 가난에서 아주 벗어날까 합니다. 달리 돌아가 부탁할 곳도 없으니, 오직 왕께서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구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돌아가시게. 이 숲에는 왕이 없거늘 누구에게 귀의하겠는가?” 바라문이 이 말을 듣고는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지니, 보살 왕이 이것을 보고 가엾이 생각한 끝에 곧 게를 설하였다.
내가 다른 사람을 옹호하려고 버리기 어려운 것도 다 내버렸으니 지금은 다 버린 뒤인데 무슨 물건을 줄 것인가.
016_1041_c_13L我以護他故, 難捨盡棄捨, 我今棄捨已,
當以何物與。
나는 이제 이 사람을 위해 내 몸과 목숨을 버려야 하리라.
吾今爲斯人, 當捨己身命。
이 게를 설하고는 즉시 바라문을 붙들어 일으켜서 이렇게 타일렀다. “그대는 근심하거나 겁내지 말라. 내가 그대에게 재리(財利)를 얻도록 해주겠다.” 그때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보살인 왕은 곧바로 풀로 새끼를 꼬아 바라문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체를 보시한다는 것은 내 몸뚱이를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오.”
그때 바라문이 이 게를 듣고는 대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이 바로 대왕님의 원수입니다.”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누가 이 사람을 묶었느냐?”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사실 제가 묶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너에게 묶일 이가 아니니,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그대만이 일체의 중생들에게 안락함을 얻도록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은 설령 왕이 된다 하여도 온 세간을 핍박하여 괴롭게 할 것입니다.
016_1042_b_08L汝能令衆生, 一切得安樂, 餘人設作王,
逼惱諸世閒。
곧 저를 왕으로 세우고 본래 머무르던 곳으로 돌아갔다.
016_1042_b_10L卽立彼王還歸所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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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청정하고 복된 업을 지으려면 공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복된 업을 닦아야만 한다.
016_1042_b_11L復次,作淨福業應設供養,是故應當勤修福業。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석실국(石室國)에 오월기(烏越★)란 왕이 있었다. 온 나라의 인민들이 함께 부처님 모시는 모임을 베풀 때에 어떤 한 부인(婦人)이 창문 사이로 세존을 엿보았는데, 그때에 저 왕이 여인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는 곧 영락(瓔珞)을 풀어 곁에서 시중들던 신하를 시켜서 저 여인에게 보내 주었다.
그러자 왕의 가까운 신하들이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저 부인은 바로 이 나라의 여인인 만큼 왕께서 만약 사랑하실 생각이라면 바로 가서 불러올 수 있는데, 어찌 번거롭게 구슬을 주어서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받으십니까?” 왕이 이 말을 듣고는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쯧쯧, 참으로 나쁘구나. 어째서 이런 말이 내 귀에 들리게 하느냐?”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우열가왕(憂悅伽王)이 낮잠을 잘 때였다. 두 내관(內官)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머리맡에서, 다른 한 사람은 다리 밑에서 각각 부채질을 하다가 함께 논의하였다. “우리가 이제 왕에게 사랑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는 한 사람은 자칭 “나의 업력(業力) 때문이다”라고 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자칭 “내가 왕의 힘으로 말미암아서 왕을 받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저 두 사람은 자주 법을 듣고 아울러 의론(議論)을 이해할 수도 있었으므로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2_c_18L時,彼二人數聞聽法竝解議論,卽說偈言: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에 앞잡이가 바로 가면 따라가는 소들도 바로 가는 것처럼 사람에 있어서도 왕이 바른 법을 세우면 따르는 자 역시 바르기 마련이네.
016_1042_c_19L如牛厲渡水, 導正從亦正, 人王立正法,
從者亦如是。
016_1043_a_02L 그때 저 두 사람이 이치를 다투었던 까닭에 그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갔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왕에게 의지해 산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업력에 의지해 산다.” 왕이 이 소리를 듣고 곧 잠에서 깨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있느냐?” 또한 저 두 사람이 이치를 다투는 소리를 들어서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 아견(我見)을 끊지 못하였으므로 자기 편당인 자를 돕기 위해 왕은 마음속으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곧 저 업력(業力)을 주장하던 이를 향하여 게를 설해 물었다.
그때 왕이 포도장(蒲萄獎)을 저 “왕에게 의지해 산다”고 한 사람에게 주어 부인에게 보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업력이라고 주장했던 자는 이제 그렇게 말했던 것을 마땅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저 업력에 의지해 산다고 했던 사람이 좋은 의복을 입고서 왕의 곁으로 다가왔다. 왕이 보고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 곧 게를 설하였다.
내 자신이 착각을 일으켜서 저에게 남아 있던 포도장을 주었던가. 아니면 저의 업력으로 억지로 빼앗아 가져간 것인가.
016_1043_a_14L我爲自錯誤, 與彼殘漿耶? 爲是彼業力,
强奪此將去。
혹시 그들끼리 친한 사이어서 저에게 주어 가져가게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부인이 화가 나서 이 사람에게 빼앗아서 저에게 준 것일까.
016_1043_a_16L或能共親厚, 與彼使將去?
或是夫人瞋, 奪此與彼乎。
혹시 내가 애당초 희미하여 저 사람에게 잘못 주었던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저가 나에게 환술[幻]로 착란을 일으키도록 한 것일까?
016_1043_a_17L或能我迷誤,
而與於彼耶? 或能彼幻我, 使我錯亂乎。
이 게를 설하고 나서 저 사람에게 물었다. “좋다, 사실대로 나에게 말해 보거라. 네가 업력을 믿는다기에 내가 일부러 너를 보내지 않았던 것인데, 어째서 네가 이런 좋은 옷을 얻었는가?” 저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업력으로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어떻게 된 일인지를 갖추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이 명령을 받들어 문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코피가 흘렀으므로 곧 이 포도장을 저에게 주어서 부인 곁으로 가게 하였기에 이 의복을 얻은 것입니다.”
016_1043_b_02L 업보는 그림자와 메아리 같고 또한 저 장엄(莊嚴)과도 같으니 저가 자기의 업력이라고 말한
이 말은 진실로 허망하지 않으며
016_1043_a_24L業報如影響, 亦如彼莊嚴, 彼言自業力,
此語信不虛,
설법을 들은 힘 때문에 언설이 이치에 합당하며 저가 업력이라고 자칭하는 것도 이 말이 결정코 증험이 있구나.
016_1043_b_03L以聽法力故, 言說合於理,
彼稱業力者, 斯言定有驗。
나는 자부심이 많았고 그는 업력의 수승함을 믿었으므로 “업력이 강하다”고 말씀하신 부처님 말씀이 과연 진실이니
016_1043_b_04L我多於己負,
彼憑業力勝, 佛說業力强, 此語信眞實,
부처님께서는 좋은 마부[御乘]가 되시어 업력이 훌륭하시도다. 왕의 힘도 파괴하실 수 있구나.
016_1043_b_05L佛爲善御乘, 業力爲善哉, 能壞王者力。
시방의 불세존께서도 또한 업력을 따른다고 말씀하셨으니 네가 이제 업력에 의지해 스스로 몸을 장엄하였으므로 나의 힘을 막아 내었도다.
016_1043_b_06L十方佛世尊, 亦說隨業力, 汝今倚業力,
用自莊嚴身, 割絕於我力。
73
다음으로 지혜로운 자와 서로 원수가 되어 있어도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으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항상 친근해야 한다.
016_1043_b_08L復次,雖與智者共爲讎郗猶能利益,是故智人雖與爲讎,常應親近。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마돌라국(摩突羅國)의 어떤 바라문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기는 하였으나 부처님 법을 믿지 않고 또한 비구들과도 친하지 않았는데, 다른 바라문들과 과거에 투쟁한 일이 있었으므로 한 사람이 그 진심(瞋心) 때문에 승방(僧坊)으로 나아가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하였다. “아무개 바라문이 내일 집에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준비해 큰 모임을 베풀어서 모든 비구들을 초청한다 합니다.” 이는 곧 여러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그 집으로 가서 음식을 얻지 못하게 함으로써 저 주인 바라문의 나쁜 소문이 세간에 두루 퍼지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그 집으로 가서 문지기에게 물었다. “그대의 집주인이 음식을 준비해 우리를 청하였으니 그대는 가서 아뢰게.” 그러자 문지기가 곧 들어가서 주인에게 아뢰었다. “지금 문 밖에 여러 비구들이 와서 ‘이 댁의 초청을 받아 일부러 왔노라’라고 합니다.” 주인이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일로 이런 일이 있는 것일까?’
016_1043_c_02L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마도 저 바라문이 나와 원수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것이리라. 지금 비록 시간이 임박했지만 성읍(城邑)이 매우 크니, 사람을 저자에 보내어 여러 비구들에게 공양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사람을 보내어 비구들을 불러 집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게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어 공양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먹기를 마치고서 단월(檀越)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좀 앉으시오. 비구의 법에는 먹기를 마치면 으레 단월을 위해 설법을 하니, 그대가 비록 부처님 법을 믿지 않는다 해도 또한 그렇게 해야 하오.”
그때 저 주인이 곧 작은 상을 가지고 왔으므로 상좌 비구가 그 앞에 앉아서 보시와 계율에 대한 말과 천상에 태어나는 의론을 설하였으며, 또한 욕심은 부정한 것이고 출세간은 안락한 것이며, 나아가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설하였으니, 이 바라문도 이미 과거에 여러 선근을 심었기에 곧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수다원(須陁洹)의 과위를 얻어서 게를 설하였다.
다음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정성껏 재물로 보시한다면 꽃처럼 재물의 업과(業果)를 얻으리니, 이러한 일을 앎으로 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해야만 한다.
016_1044_a_13L復次,若人精誠以財布施,如華獲財業,以知是事應至心施。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계빈나국(罽賓那國) 사람으로서 부부가 함께 풀자리 위에 누워 있다가 새벽 하늘이 밝으려 할 즈음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나라에 있는 무량 백천의 사람들이 다 복을 닦으려고 스님들께 공양하는데, 우리들은 빈궁하여 이 보배 섬[寶渚]을 만났음에도 조그마한 보배도 가지지 못하였으니, 후세에 가서도 우리들의 가난이 그치지 않겠구나. 내가 지금 복이 없음으로 말미암아서 장래의 고통도 장구하리라.’
무엇 때문에 매우 슬퍼하고 자주자주 한숨을 쉬면서 나의 팔이 젖도록 눈물 흘리기를 마치 물을 뿌린 것처럼 하시나요.
016_1044_a_23L何故極悲慘, 數數而嘆息, 雨淚沾我臂,
猶如以水澆。
016_1044_b_02L
그러자 남편도 또한 게를 설하여 대답하였다.
016_1044_b_02L爾時,其夫說偈荅曰:
나 조그마한 선근도 없이 이대로 후세에 갈 것 같아서 이 일을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 슬퍼하고 탄식하는 것이네.
016_1044_b_03L我無微末善, 可持至後世, 思惟此事已,
是故自悲嘆。
세간에 훌륭한 복밭이 있건만 나는 선근의 종자가 없으므로 지금의 몸처럼 후세의 몸에도 빈궁의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네.
016_1044_b_05L世有良福田, 我無善種子,
今身若後身, 飢窮苦難計。
전생의 몸에 씨앗을 심지 않아 금생에도 이렇게 빈궁한 것이니 지금 만약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장래에도 또한 그 열매가 없을 것이네.
016_1044_b_06L先身不種子,
今世極貧窮, 今若不作者, 將來亦無果。
그때 그 부인이 이 게를 듣고는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에게 속해 있으므로 당신은 제 몸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만약 제 몸을 판다면 돈을 마련해서 당신 마음의 바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그 남편이 부인의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즐거워 얼굴에 화락한 기색을 띄우면서도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없으면 나도 살 수 없소.”
내 몸과 그대의 몸은 마치 저 원앙새와 같으니 함께 몸을 같이 팔아서 재물을 얻어 복을 닦읍시다.
016_1044_b_13L我身與汝身, 猶如彼鴛鴦, 可共俱賣身,
得財用修福。
두 부부가 어떤 장자의 집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에게 돈을 좀 빌려 주십시오. 한 달 뒤에 갚지 못하면 저희 두 사람이 당신에게 예속되겠으며, 다시 한 달 뒤에도 갚지 못한다면 저희들이 각각 노비가 되겠습니다. 왜냐 하면 한 달 중에 여러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장자는 곧 돈을 주었으며, 그들 부부는 이미 돈을 얻었으므로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월사(離越寺)에서 스님들을 공양할 수 있겠다.”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어느 날을 택할 것입니까?” 남편이 대답하였다. “보름날이 좋을 것이오.” 부인이 또 물었다. “어째서 보름날입니까?”
그때에 두 부부는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해서 열사흘 만에 음식거리를 죄다 갖추어 사중(寺中)에 보내 두고는 일 맡은 사람에게 부탁하였다. “오직 바라건대 대덕이시여, 이번 보름날에는 대중 스님들께서 외출하지 마시고 저희들의 초청을 받도록 하여 주십시오.” 일 맡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열나흘에는 두 부부가 절 안에서 자면서 서로 권유하며 게를 설하였다.
우리들 자신이 서로 경계하여 부디 피로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 그래도 지금 자유로울 때에 마땅히 힘껏 할 일을 해야 하리.
016_1044_c_09L告喩自己身, 愼勿辭疲勞, 汝今得自在,
應當盡力作。
뒷날 남에게 예속된 뒤엔 전연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헛되이 뭇 고통만 받게 되고 털끝만큼의 이익도 없을 것이네.
016_1044_c_11L後爲他所策, 作用不自在,
徒受衆勞苦, 無有毫釐利。
이 게를 설하고 나서 부부는 밤새도록 잠시도 자거나 쉬지 않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좋구려.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끝냈으니 마음속 바람이 만족되었소. 이렇게 좋은 날을 얻어 이 한 몸을 팔았으니, 백천의 몸을 받을 때까지 항상 풍족할 것이오.” 그때 어떤 조그마한 나라의 왕이 음식을 준비해 두고는 사중(寺中)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건대 모든 스님들께서는 저의 공양을 받으시오.” 일을 맡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우리들 모든 스님들은 먼저 다른 사람의 초청을 받았으니, 다시 다른 날을 찾아보시지요.” 그러나 그 작은 나라의 왕은 은근히 거듭 청하였다. “제가 이제 여러 가지 일로 바쁘니, 부디 저의 공양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016_1045_a_02L그때 모든 스님들이 묵묵히 대답이 없자 국왕이 저들 부부에게 말하였다. “내 스스로 건추(揵椎)를 칠 것이며, 그대들이 음식 만든 비용을 다 변상해 주겠노라.” 두 부부는 이 말을 듣고는 저 왕을 향해 온몸을 땅에 던져 엎드려 아뢰었다. “저희 부부는 빈궁하여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 공양을 베풀기 위해 스스로 몸을 팔아 온 밤을 지새워서 공양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늘만이 자유롭게 공양할 수 있고 내일에 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긍휼히 여기시어 저희들의 날짜를 빼앗지 마십시오.”
다음으로 지극한 마음으로 계율을 지킨다면 목숨이 끝날 때에 이르더라도 현생에 그 과보를 얻을 수 있다.
016_1045_a_18L復次,至心持戒乃至沒命得現果報。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난제발제성(難提跋提城)에 어떤 우바새 형제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함께 다섯 가지 계율을 지켜 오다가 때마침 그 아우가 협통(脇痛)을 앓아 숨이 곧 멎으려고 하였다. 그때 의사가 진단하였다. “갓 잡은 개고기를 먹고 아울러 술을 마시게 한다면 반드시 병이 나을 것이오.” 병자가 말하였다. “그 개고기는 저자에 가서 사먹을 수 있겠지만, 술 마시는 일은 차라리 이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끝내 계율을 범해 가면서까지 하지 않겠소.”
016_1045_b_02L그 형이 아우가 매우 위태로운 것을 보고는 술을 사와서 아우에게 말하였다. “계율을 버리더라도 술을 마셔서 그 병을 치료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우가 형에게 말하였다. “내가 비록 병이 다급해져서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끝내 계를 범하여 이 술을 마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켜야 할 5계(戒) 중에서도 술에 대한 계율이 가장 중하거늘 이제 저를 억지로 훼손하려 하시니 이를 어찌 친애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016_1045_b_19L所持五戒中, 酒戒最爲重, 今欲强毀我,
不得名爲親。
형이 아우에게 물었다. “어째서 술을 계율의 근본이라 하는가?”
016_1045_b_21L兄問弟言:“云何以酒爲戒根本?”
아우가 곧 게를 설하여서 형에게 대답하였다.
016_1045_b_22L弟卽說偈以答兄言:
만약 금계 가운데 마음을 다하여 보호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곧 부처님 말씀을 어기는 것이니
016_1045_b_23L若於禁戒中, 不盡心護持, 便爲違大悲,
016_1045_c_02L “풀잎에 묻어 있는 술찌끼도 오히려 감히 입에 대지 말라” 하셨기에 술이 바로 나쁜 갈래의 원인이 되는 줄을
제가 이 때문에 아는 것입니다.
016_1045_b_24L草頭有酒渧, 尚不敢掁觸, 以是故我知,
酒是惡道因。
집에 있는 수다라(修多羅)에서 말하고 있는 술의 나쁜 과보는 오직 부처님만이 분별해서 아실 수 있으니 그 누가 능히 측량할 수 있으리까?
016_1045_c_03L在家修多羅, 說酒之惡報,
唯佛能別知, 誰有能測量,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몸ㆍ입ㆍ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의 악행은 오직 술이 그 근본이 되어서 다시 악행으로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016_1045_c_04L佛說身口意,
三業之惡行, 唯酒爲根本, 復墮惡行中,
옛날에 우바이가 술을 마신 인연으로 마침내 나머지 네 계율도 훼손하고 말았으니 이를 일러 악행수(惡行數)라 하였으며
016_1045_c_05L往昔優婆夷, 以酒因緣故, 遂毀餘四戒,
是名惡行數,
또한 다섯 가지 큰 보시에 있어서나 다섯 가지 두려움 없음에 있어서도 술이 방일의 근본이 된다 하였으니
016_1045_c_07L復名五大施, 亦是五無畏,
酒爲放逸根,
마시지 않으면 나쁜 갈래를 닫아 버리고 마침내 믿어 즐거운 마음을 얻어서 간탐을 버리고 재물을 희사할 수 있네.
016_1045_c_08L不飮閉惡道, 能獲信樂心,
去慳能捨財。
수라(首羅)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한량없는 이익을 얻은 것처럼 저도 도무지 다른 뜻으로 계율을 훼손하거나 범하지 않으려 합니다.
016_1045_c_09L首羅聞佛說, 能獲無量益,
我都無異意, 而欲毀犯者。
간략하게 다시 말하면 차라리 백천의 목숨을 버릴지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하거나 범하지는 않을 것이며 차라리 몸이 말라 비틀어지더라도 끝내 이 술은 마시지 않을 것이니
016_1045_c_10L略說而言之,
寧捨百千命, 不毀犯佛教, 寧使身乾枯,
終不飮此酒,
설령 계율을 범하고 훼손해서 수명이 백천 년이 된다 하여도 금계를 보호하고 지키다가 즉시 몸과 목숨이 사라지는 것만 같지 못하며
016_1045_c_12L假設犯毀戒, 壽命百千年,
不如護禁戒, 卽時身命滅,
결정코 이 병이 낫는다 해도 나로서는 술을 마실 수 없거늘 하물며 지금 나을지 낫지 않을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없음에랴.
016_1045_c_13L決定能使差,
我猶故不飮, 況今不定知, 爲差爲不差。
이렇게 마음을 결정하고 나니 큰 환희심이 나며 곧 참된 진리를 얻어 보아 앓던 병도 즉시 사라질 것이네.
016_1045_c_14L作是決定心, 心生大歡喜, 卽獲見眞諦,
所患卽消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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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만약 부처님 말씀을 믿는다면 다른 외도들의 논란은 마치 어린아이나 미치광이 말처럼 들릴 것이니, 그러므로 정성껏 부처님 법의 말씀을 배워야 한다.
016_1045_c_16L復次,若信佛語,於諸外論猶如嬰愚顚狂所說,是故懃學佛法語論。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석가라(釋伽羅)라는 나라에 노두타마(盧頭陁摩)라는 왕이 있었으니, 자주자주 절에 나아가 설법을 들었는데, 때에 저 법사가 술의 과실(過失)에 대해 말하자 왕이 높은 자리에 있는 법사의 말을 비난하였다. “술을 보시한다면 다 미치고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이제 술 마시는 자로서도 그 미치고 어리석은 과보를 받지 않은 이도 또한 많지 않은가?” 그때 법사가 외도들을 예로 들어 보이니, 그 왕도 “훌륭하도다, 훌륭해”라고 감탄하였다.
016_1046_a_02L그러나 어떤 외도는 자기들끼리 서로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설법하는 사람도 아무런 지견(知見)이 없으면서 공연히 우리를 지적했을 뿐이고, 왕도 법사를 위해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좋다고 했을 뿐이다. 잘 알아서 이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 대중들 가운데는 크게 총명하며 수승한 사람이 있을 것인데 어째서 대답하지 않는 걸까?”
법사께선 총명과 변재가 있어 이 이치를 잘 대답할 수 있지만 그대들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옹호하여 아끼고 말하지 않은 것이네.
016_1046_a_05L法師有聰辯, 善能答此義, 憐愍汝等故,
護惜而不說。
여러 외도들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이 법사를 위해서 ‘도리에 통달했다’고 잘못 선전하고 계십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어떤 다른 뜻이 있을 게요.” 그리고는 법사에게 말하였다. “지난번에 풀이하신 이치를 지금 그대로 나타내어 말씀하시지요.” 법사가 대답하였다. “지난번에 내가 외도를 지적한 까닭은 여러 외도들이 제각기 다른 소견을 내어 뒤바뀐 마음이 있는지라, 이 때문에 미치고 어리석은 자들이라 한 것이오.”
그대들은 말하기를 “자살하면 끝내 천상에 태어나지 못한다”고 하면서 바위에 떨어지고 물이나 불로 뛰어들며 다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라 하니
016_1046_b_13L汝諸言自殺, 終不得生天, 墜巖投淵水,
復言得生天,
자기를 죽이는 것은 죄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몸을 먹여 기르는 것은 어째서 복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가.
016_1046_b_15L殺己言有罪, 餧養己身者,
何故不得福。
관찰하건대 이치에 맞지 않아서 모두 어리석고 뒤바뀐 것이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그대들을 어리석다 부르는 것이며
016_1046_b_16L觀察不順理, 皆是愚癡倒,
以是因緣故, 名汝等爲狂,
바로 이 어리석음이 나찰의 표상이므로 이 때문에 그대들을 지적해 뒤바뀌고 미친 법을 성취한다 한 것이네.
016_1046_b_17L此卽是愚癡,
羅剎之標相, 是故說汝等, 成就顚狂法。
이 모든 허물이 다 술을 주거나 마신 인과(因果)이니 성냄과 어리석음의 인(因)이 되고 진심(瞋心)과 무명(無明)의 원인도 되어서 마침내 얼굴빛을 변하게 하며
016_1046_b_18L此卽是與酒, 飮酒之因果, 瞋恚是癡因,
瞋恚而黑濁, 能令顏色變,
나아가 이 인연 때문에 성냄은 얼굴빛을 검게 만들고 음주는 안색을 탁하게 하며 이 두 가지가 모두 여위게 만드니 목련(目連)이 보던 아귀이라.
016_1046_b_20L以是因緣故,
瞋爲廋黑因, 飮酒顏色濁, 此二俱能瘦,
目連見餓鬼。
그대들이 먼저 술을 마시고 다른 사람까지도 술을 마시게 하면서도 “죄의 과보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현재 벌써 아귀의 몸을 얻었으니
016_1046_b_22L汝先自飮酒, 亦教人飮酒,
說言無罪報, 是故今現在,
꽃의 과보는 이미 이와 같고 열매의 과보는 바야흐로 뒤에 있을 것이네.
016_1046_b_23L已獲餓鬼身,
花報已如是, 果報方在後。
016_1046_c_02L 모든 바라문들이 이 말을 듣고 있을 때 많은 외도들이 즉시 출가하였다.
016_1046_b_24L諸婆羅門聞是語時,多有外道卽時出家。
77
다음으로 잘 분별하여 공덕을 공경할 뿐 문족(門族)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016_1046_c_03L復次,善分別敬功德,不期於門族。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화씨성(花氏城)에 있던 어떤 두 왕자가 말투라국(末投羅國)으로 도주하여 의탁해 있었는데, 저 나라의 내관(內官)인 발라바약(拔羅婆若)이란 자가 그 속국[附庸國]의 주인이 되어 대중 스님들을 공양하되 손수 음식을 돌렸으며, 대중 스님들의 식사가 끝나면 사람을 보내어 풀 위에 남아 있던 음식을 거두어 궁중으로 가져오게 해서 음식을 향해 예배한 후에 그 음식을 먹었고, 남은 음식은 친애하는 이들에게 나눠 주었으니, 이 남은 음식을 먹는 이는 다 자신의 환란을 면하게 되었으므로 서로들 먼저 먹으려고 하였다.
두 왕자들에게도 주었는데, 왕자들은 먹고 나서 마음속으로 싫어하고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 곧바로 토해 버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들은 갖가지 잡된 종성이거늘 우리가 이제 그들이 남긴 음식을 먹었으니, 먹은 것을 토해 버린 뒤에라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때 저 속국의 주인이 이러한 사실을 듣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두 왕자야말로 어리고 어리석으며 지극히 무지하도다.”
016_1047_a_02L 사문의 종성을 모른다 해서 그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나의 종성도 그들은 모르므로
나의 음식도 먹지 않아야 할 것이며
016_1046_c_24L不識沙門姓, 不食於彼食, 不識我種姓,
不應食我食,
사문은 곳곳에서 태어났으므로 나의 종족보다 못하다고 한다면 나는 사문보다 못하니만큼 나의 음식도 먹지 않아야 할 것이네.
016_1047_a_03L沙門處處生, 不如我種族,
我不如沙門, 復不食我食。
말하자면 종성도 없고 또한 나이의 많고 적음도 없으니 마치 저 말에 종족이 없는 것처럼 내관(內官)도 또한 이와 같도다.
016_1047_a_04L爲言無種姓,
亦無有年歲, 如馬無種族, 內官亦如是。
내관이란 정해진 방향과 장소 없이 어느 곳에서나 올 수 있거늘 그들은 나의 부귀만을 보고 나의 종성은 보지 않았으니
016_1047_a_05L內官處處來, 無有定方所, 唯睹我富貴,
不看我種姓,
나의 부귀만을 보았기 때문에 곧바로 내가 남긴 음식은 먹어도 사문이 남긴 음식은 먹지 않기에 이를 일러 어리고 어리석다 하는 것이네.
016_1047_a_07L但見富貴故, 便食我殘食,
不食沙門食, 是名爲嬰愚。
사문은 마음이 자유로워서 일곱 가지 재물을 구족하였거늘 어찌 사문의 음식은 먹지 않고 내가 남긴 것을 먹는단 말인가.
016_1047_a_08L沙門心自在,
具足七種財, 不食沙門食, 而食我餘者。
마치 우물에 반쯤 올라와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내가 세력이 있는 것만을 보고 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내가 남긴 음식만을 먹는 것이네.
016_1047_a_09L猶如超半井, 不見有是處, 見我有勢力,
王者之所念, 便食我餘食。
감자(甘蔗) 종족에서 태어난 수두왕(輸頭王)의 태자와 같은 그런 종족에서 왔으니 어찌 나보다 수승하지 않겠는가.
016_1047_a_11L苷蔗種中生,
輸頭王太子, 如是種族來, 可不勝我耶。
그의 뛰어난 지혜는 같은 이도 짝할 이도 없는데 그 종성을 취하지 않고 오직 그 덕행만을 취하였으니
016_1047_a_12L彼之勝智者, 無等無倫匹, 不取其種姓,
唯取其德行,
종족으로서 악업을 저지른다면 이것이 바로 하천한 이들이고 계율을 갖추고 지혜가 있다면 이것이 바로 존귀한 이들이네.
016_1047_a_14L種族作諸惡, 亦名爲下賤,
具戒有智慧, 是名爲尊貴。
그때 두 왕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바른 길을 보여 주시니 바로 저희들의 아버지이십니다. 이제부터는 공경히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016_1047_a_15L時,二王子聞此語已,而作是言:“汝示正道卽是我父,自今以往敬氶所誨。”
곧 게를 설하였다.
016_1047_a_17L卽說偈言:
당신이 이제 종성이라 한 것은 자못 법다운 말씀이 아니고 인행(因行)도 일정하지 않을 뿐더러 아는 것도 방소(方所)가 없다고 하지만
016_1047_a_18L汝今說種姓, 殊爲非法語, 因行無有定,
知解無定方,
당신이 바로 분명하게 안 것이어서 치우친 말씀이 아니니만큼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가 곧 존귀한 종성입니다.
016_1047_a_20L語議正解了, 不名爲邊語,
如汝之所解, 卽是貴種族。
78
다음으로 만약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관찰해 알려면 여러 탑사(塔寺)에 나아가서 불탑에 공양하여야 한다.
016_1047_a_21L復次,若欲觀察知佛神變,視諸塔寺供養佛塔。
016_1047_b_02L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아리차비가국(阿梨車毘伽國)의 저 성문(城門)에 부처님의 머리털과 손톱을 모셔 둔 탑이 있었고, 탑 근처에는 니구타(尼俱陀)나무가 있었으며, 그 옆에는 우물이 있었다. 그때 바라문이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유행(遊行)하실 때에 저 탑을 보십시오. 이는 사문의 무덤으로서 왕의 복덕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온 땅을 덮어 주는 하나의 일산[盖] 같은 주인이시니, 이 탑을 없애 버려야 할 것입니다.”
왕은 바라문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곧 신하들에게 빨리 이 탑을 제거하라고 명령하였다. “내일 내가 나올 때까지 다시는 보이지 않게 하라.” 그러자 저 성을 지키던 신과 여러 민중들이 다 함께 슬피 울었으며, 한편 어떤 우바이는 공양을 베풀고 등불을 켜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지금 올리는 공양이 바로 마지막 공양입니다.”
제게 만약 허물이 있다면 저의 참회를 들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지으신 업을 중생들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016_1047_b_12L我若有過失, 聽我使懺悔, 衆生更不見,
佛之所作業。
그때 여러 우바새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사람들이 이 불탑을 파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네.” 그 뒤에 왕이 사람을 보내어 삽을 잡고서 불탑을 헐기 위해 그곳에 이르렀는데, 탑과 나무가 모두 없어졌으므로 곧 게를 설하였다.
바라문들은 이것을 보고서 마음 깊이 부끄럽게 여기고 저 왕도 이 일을 듣고는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서
016_1047_b_20L諸婆羅門等, 深心生慚怪, 彼王聞是已,
生於希有想,
그때 왕이 생각하기를 ‘누가 이 탑을 가지고 갔을까?’ 하고 왕이 스스로 탑에 가서 보아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네.
016_1047_b_22L時王作是念: 誰持此塔去,
卽自往詣塔, 莫知其所在。
016_1047_c_02L 그때 저 왕은 천여 명의 사람들을 보내어 코끼리를 타고, 말을 달리면서 사방으로 수색하게 하였는데, 때마침 어떤 노모(老母)가 길가에 있다가 여러 사람들이 빠르게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이오?”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탑과 나무를 찾고 있습니다.”
저 노모가 말하였다. “제가 아까 길에서 희유한 일을 보았는데, 어떤 니구타나무와 탑이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우물만은 기억나지 않으나, 여러 사람들이 머리에 하늘 갓[天冠]을 쓰고 목에는 꽃다발을 드리웠으며 몸에는 온갖 꽃을 띠고서 탑을 모시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가는 것을 보았을 때 희유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가던 곳을 일러 주었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돌아가 들은 대로 왕에게 보고하였으며, 왕은 또 이 말을 듣고서 곧 환희심을 내어 게를 설하였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축차시라국(竺叉尸羅國)에 어떤 탑사(塔寺)가 있었는데,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불을 놓아 태워 버렸으며, 부처님께서 다시 한 채를 지으셨으나 썩어서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 뒤에 어떤 비구가 구사타나(拘沙陀那) 국왕에게 구하여 청하였다. “제가 이제 탑을 세우고 문설주를 만들겠으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큰 나무 있는 것을 아끼지 마시고 저의 청을 들어 주십시오.” 왕이 곧 대답하였다. “나의 궁궐 안에 있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어떤 나무라도 다 사용하시오.” 왕이 허락하였으므로 여러 비구들이 곳곳에서 찾아 구하였는데, 어느 한 마을 변두리에 큰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가에 수가수(首伽樹)라고 하는 큰 나무가 있었으니, 용이 보호하며 지켜서 근처에 악룡(惡龍)이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감히 그 나무를 손댈 수 없었기에 그 나무가 매우 컸다.
016_1048_a_02L만약 어떤 사람이 가지나 잎을 건드린다면 용이 그 사람을 죽여 버렸기 때문에 누구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저기에 큰 나무가 있소”라고 하므로, 때에 비구가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도끼 따위의 기구를 갖추어 가지고 가서 막상 나무를 베려고 하자, 다시 어떤 사람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 용은 매우 악독한 용입니다.” 비구가 말하였다. “내가 불사를 위해서는 이 악룡도 두려워하지 않소.” 그때 봉사하던 바라문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저 용이 매우 악독한 용인 만큼 만약 이 나무를 벤다면 많은 사람들이 상해를 입을 것이니, 부디 이 나무를 베지 마십시오.”
여래께서 현재세에 계실 때나 또 멸도하신 후세에 가서라도 탑묘(塔廟)를 만들어 세우는 자는 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으니
016_1048_b_11L如來現在世, 及以滅度後, 造立塔廟者,
此二等無異,
모든 도를 얻은 자들은 사람이나 하늘, 야차이거나 명칭이 두루 시방에 유포되어 온 세계에 짝할 만한 이가 없을 것이네.
016_1048_b_13L諸有得道者, 人天及夜叉,
名稱遍十方, 世界無倫匹。
이와 같이 이름나는 것 때문에 탑 설주에 보배 방울을 다는 것이니 그 소리가 매우 조화롭고 아름다워 멀거나 가깝거나 다 듣고 안다네.
016_1048_b_14L如此名聞故,
塔棖懸寶鈴, 其音甚和雅, 遠近悉聞如。
그때 바라문은 이 게를 들었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곧 출가하였다.
016_1048_b_15L時,婆羅門聞是偈故,從睡眠寤卽便出家。
80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노모(老母)가 소(酥) 항아리를 등에 지고 길을 가다가 암마륵(菴摩勒)나무를 보고서 곧 그 열매를 먹었으나, 먹고 나서는 갈증이 심하여 이내 우물로 달려가 물을 얻어 마시려고 하였다. 그때 물을 긷고 있던 사람이 곧바로 물을 주었는데, 먼저 암마륵과를 먹었기 때문에 물 맛이 마치 석밀(石蜜)처럼 감미로우므로 노모가 물 긷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이 소 항아리와 그대의 물 항아리를 바꾸면 어떻겠소?” 그때 물 긷던 사람이 곧 그 말을 따라서 한 항아리의 물을 주었으므로, 노모는 얻어서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집으로 왔을 때는 먼저 먹은 암마륵과의 맛이 이미 다하였으므로 물을 떠서 아무리 마셔도 오직 물맛일 뿐 다시 다른 맛이라곤 없었다.
016_1048_c_02L곧 친척들을 불러 모아 물맛을 보게 하였으나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이 물은 썩어 문드러졌으며 끄나풀과 진흙이 뒤섞인 냄새나고 더러운 물이거늘 그대는 이제 무엇 때문에 이런 물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가?” 노모는 이 말을 듣고 다시 스스로가 물맛을 보고는 깊이 후회하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좋은 소를 이 냄새나는 물과 바꾸었을까? 일체 중생의 범부들도 또한 이와 같으니, 어리석고 지혜가 없기 때문에 미래세의 공덕이 될 소 항아리를 더럽고 냄새나는 네 가지 뒤바뀜의 항아리와 바꿔서 처음에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진실이 아님을 알고는 모두 깊이 후회하리라. 아, 무엇 때문에 내가 공덕의 소 항아리를 뒤바뀌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물과 바꾸었을까?’
아, 내가 무엇 때문에 3업(業)의 청정한 행으로 모든 유(有)에 집착된 것과 바꾸었을까?
016_1048_c_11L咄哉我何爲, 以三業淨行, 貿易著諸有。
마치 맑고도 좋은 소를 가지고 저 냄새나고 더러운 물과 바꾼 것과 같으니 암마륵과를 먹었기 때문에 혀가 뒤바뀌어 맛을 알지 못하고 냄새나는 물을 감로수로 여겼다네.
016_1048_c_12L如以淨好酥, 貿彼臭惡水, 以食菴摩勒,
舌倒不覺味, 臭水爲甘露。
81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장자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아서 집을 떠나 숲 속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그럴 수도 없어서 이내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나무 밑의 못 물 가운데 그녀의 몸 그림자가 나타나 비추므로 때마침 계집종이 항아리를 이고 와서 물을 긷다가 물 속의 그림자를 보고는 자기의 그림자인 줄 착각한 나머지 이렇게 말하였다. “내 얼굴이 이렇게 단정하거늘 무엇 때문에 남을 위해 항아리를 이고서 물 심부름을 할 것인가?”
그리고는 곧 항아리를 두들겨 부수고 집으로 돌아와서 주인에게 말하였다. “지금 제 얼굴이 이렇게 단정한데 어째서 저에게 항아리를 이고 물이나 긷게 하시는 겁니까?” 이때 주인이 이렇게 말하였다. “이 계집종에게 혹시 귀신이 달라붙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는 다시 항아리를 주고서 못으로 가 물을 떠오게 하였으나, 계집종은 오히려 그 그림자를 보고 다시 항아리를 부수었다.
016_1049_a_02L그때 장자의 며느리가 나무 위에서 이 광경을 보고 곧 빙그레 웃으니, 계집종이 그림자가 웃는 것을 보고 스스로 깨달아 어떤 부인이 나무 위에서 미소짓고 있는 것을 우러러보고는 비로소 그 단정한 여인의 얼굴과 의복이 자기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곧 부끄럽게 여겼다.
향내가 자기의 몸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은 마치 저 더럽고 어리석은 계집종이 그림자를 보고서 자기 얼굴이라 하는 것과 같네.
016_1049_a_08L謂從己身出, 如彼醜陋婢, 見影謂己有。
82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그 작은 새끼가 점점 커지자,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물었다. “무엇을 먹어야 합니까?” 어미 고양이가 새끼에게 대답하였다. “사람들 스스로가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밤이 되자 새끼 고양이가 어느 집에 가서 항아리들 사이에 숨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보고는 서로가 이렇게 경계하였다. “소(酥)와 젖과 고기 등의 매우 좋은 것들은 덮개로 덮어 두고, 닭이나 병아리 같은 것은 높이 얹어 두어 고양이가 먹지 못하도록 하여라.” 이에 새끼 고양이는 곧 닭이나 소, 젖, 타락이 다 자기의 먹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비유를 들어서 말하는가 하면, 부처님께서 삼먁삼보리의 도를 성취하시어 10력을 구족하시고, 마음속 바람이 이미 만족하시어 대비심으로 많은 중생들을 구제하셨는데, 그때에 세존께서 이렇게 염언하셨다. ‘무슨 법으로 교화하고 제도해야 할까?’ 그러자 대비심(大悲心)이 대답하였다. “일체 중생들의 마음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날 것이니, 타심통의 지혜로 마음속 번뇌와 일체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라.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등은 긴 밤에 늘어나고 자라나며, 항상 있다[常]는 생각과 즐겁다[樂]는 생각, 나[我]라는 생각, 깨끗하다[淨]는 생각은 거듭 되풀이되어 서로 꼬리를 문다.” 항상됨이 없는[無常] 고(苦)나 공(空), 내가 없는[無我] 법은 늘어나고 자랄 수 없으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나서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뒤바뀜에 대한 대치법(對治法)을 설하신 것이다.
016_1049_b_02L그러나 여래의 설법은 미묘하고 매우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우므로 이른바 도를 해설하신 것이니, 어떻게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셨는가 하면, 모든 중생들에게 있는 뒤바뀐 견해의 생각을 관찰하여 알고 난 뒤에 그에 따라 알맞게 법의 요체를 설하셨다. 중생들 스스로 갖가지 행이 있기 때문에 여래께서 대치법을 설하시어 뒤바뀐 생각을 깨 버리셨으니, 마치 고양이 새끼를 위해서 고기와 소, 젖을 덮어 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나라의 한복판에 아주 높고도 큰 돌기둥을 세우고서 사다리, 도르래, 동아줄 따위를 죄다 치워 버리고 그 기둥 머리에 석공(石工)을 안치해 두었으니, 왜냐 하면 저 석공이 만약에 살아 있을 경우 혹시 다른 곳에 또 이런 돌기둥을 세워 이보다 더 훌륭하게 할까 염려해서였다.
그때 저 석공의 권속과 친척들이 밤중에 기둥 옆으로 모여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그대가 내려올 수 있겠는가?” 그때 석공은 여러 가지 방편이 많았으나, 곧 옷의 올을 풀어서 두 가닥을 기둥 아래까지 드리웠고, 그러자 그 권속들이 곧 굵은 실을 옷의 올에 매어 주었으며, 석공은 그 굵은 실을 당겨 기둥 위에 올린 다음 손으로 그 실을 잡고서 여러 친족들에게 부탁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다시 조금 굵은 줄을 매어 다오.” 이에 친족들이 곧 그 말에 따라 계속 줄을 올려줌으로써 최후에 큰 동아줄을 만들 수 있었고, 그제서야 석공이 줄을 타고서 내려왔다.
말하자면 돌기둥은 생사를 비유한 것이오, 사다리와 도르래는 과거 부처님들께서 이미 열반하신 법을 비유한 것이고, 친족들은 성문 대중을, 옷의 올은 과거 부처님들의 선정과 지혜를 비유한 것이다. 옷의 올을 푼 것은 애욕에 대한 허물을 관찰하여 맛 따위의 법을 버리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옷의 올을 위에서 내려 줌은 신심에, 굵은 실을 매어 올려 주는 것은 착한 벗을 가까이 하여 다문(多聞)을 얻음을 비유한 것이니, 가는 실을 다문의 실에 매달고, 다문의 실을 계율의 실에 매달며, 계율의 실을 선정의 실에 매달고, 선정의 실을 지혜의 실에 매달아 이러한 굵은 줄로써 굳게 묶는 것은 생사를 묶는 것에 비유한 것이며, 기둥 위에서 내려옴은 생사의 기둥에서 내려옴을 비유한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나라에 왕위를 이어받을 후손이 끊어지려 하였는데, 때마침 한 왕족이 먼저 산으로 들어가 도를 배워서 신선을 구하였으므로 곧 억지로 그를 데려다가 왕위에 세웠다. 이 왕이 침구를 맡은 사람에게 의복과 음식까지도 책임을 지게 하므로, 때에 침구를 맡은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각자 맡은 일이 있으니, 왕께서는 이제 일일이 다 저에게 책임지울 것이 아닙니다. 저는 침구에 대한 일을 알 뿐이고, 목욕이나 의식과 같은 다른 일은 다 맡은 사람이 따로 있으므로 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
이 비유로써 일체의 모든 업도 저 왕의 침구를 맡은 사람이 각각 전담하여 맡은 바가 있다고 한 것처럼 업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각각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굴이 단정하거나 병이 없거나 재물을 좋아하거나 지혜롭거나 등등 모든 업이 각각 달라서 어떤 업은 병이 없음을 얻고, 어떤 업은 단정한 모습의 힘을 얻는 것이다. 마치 저 선인이 침구 맡은 사람에게 갖가지 물자를 요구하여도 끝내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만약 훌륭한 종족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물이 풍부한 것은 아니며, 모든 업에 따라 과보를 받음이 각각 달라서 한 가지 업으로 갖가지 과보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단정한 업을 짓는다면 단정한 용모의 힘을 얻을 것이며, 재물이 넉넉한 것은 마땅히 다른 업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니,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갖가지 깨끗한 업을 닦아 익혀서 갖가지 과보를 얻는 것이다.
병이 없거나 얼굴이 단정하거나 귀한 종성이거나 지혜롭거나 능력이 있음에는 각각 다른 원인이 있으니 마치 저 선인(仙人) 왕이 침구를 맡은 이에게서 갖가지를 찾아 갖추려는 것과 같도다.
016_1049_c_19L無病色種族, 智能各異因, 如彼仙人王,
索備敷臥者。
016_1050_a_02L 85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한 나라의 왕이 좋은 말들을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일찍이 이웃 나라의 왕과 더불어 전투를 벌이매 이 나라 왕에게 좋은 말들이 있음을 알고는 곧바로 물러나 흩어져 버렸다. 그때 국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앞서 말을 기른 것은 바로 이웃 나라에 대적하려고 한 것이나, 이제 다 물러나 흩어졌으니 말을 길러 무엇을 하겠는가. 마땅히 이 말들로 사람들의 힘에 보태어 준다면 말도 줄어들지 않을 뿐더러 사람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유사(有司)에게 명을 내려 모든 말들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고 항상 연자방아를 돌리는 데 사용하게 하였다.
여러 해가 지나서 그 이웃 나라가 다시 국경을 침범해 왔으므로 곧 말을 모아들이게 명령하였다. 저들과 전투를 벌였으나 이 말들은 연자방아 돌리는 데에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냥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으며, 설령 매와 채찍을 가하더라도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중생도 또한 그러하니, 만약 해탈을 얻으려면 반드시 마음부터 닦아야 할 것이지만, 5욕락(欲樂)을 누린 뒤에 해탈을 얻으려고 한다면 이는 죽음의 적이 이미 다가왔는데, 마음은 아직 다섯 가지 욕망의 즐거움을 사모하고 집착하는 것과 같아서 곧장 해탈의 과(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지혜로써 마음을 조복하여 5욕락에 집착하지 말 것이니 본래 마음을 조복하지 않았기에 임종할 때 사랑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네.
016_1050_a_10L智慧宜調心, 勿令著五欲, 本不調心故,
臨終生愛戀。
마음이 이미 길들여져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적정(寂靜)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心旣不調順, 云何得寂靜。
마음이 항상 5욕락을 탐내어서 미혹되고 황망하여 깨달을 수 없으니 마음이 이미 길들여져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적정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016_1050_a_12L心常耽五欲, 迷荒不能覺, 心旣不調順,
云何得寂靜。
마음이 항상 5욕락을 탐내어서 미혹되고 황망하여 깨달을 수 없으니 마치 저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말이 적과 싸울 때 돌기만 하는 것과 같네.
016_1050_a_14L心常耽五欲, 迷荒不能覺,
如馬不習戰, 對敵而旋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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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한 나라의 왕이 몸에 병이 들었으나 나라 안의 모든 의사들이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때 어떤 훌륭한 의사가 먼 곳에서 와서 왕의 병을 치료해 낫게 하였으니,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의사의 힘을 입었으니 반드시 후한 보답을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가만히 시신(侍臣)을 보내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저 의사가 살던 곳으로 가서 가옥을 비롯한 생활 도구와 인민, 논과 밭, 코끼리와 말, 소와 양, 부리는 종들과 심부름꾼 등 일체를 다 갖추어 놓게 하고는 그제서야 왕이 의사를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016_1050_b_02L그러나 저 의사는 왕이 자기의 눈앞에서 사람을 보내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가면서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였는데, 집에 다 와 갈 무렵에 길에서 소, 양, 코끼리, 말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을 만나서는 “이것이 누구 것이냐?”라고 물으니, 모두들 저 의사의 이름을 일컬으면서 “이것은 바로 아무 의사의 소유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드디어 자기 집에 이르러서는 그 가옥의 장엄이 화려함과 평상, 장막, 담요, 금, 은 따위의 기물들과 나아가 그 부인의 갖가지 영락과 의복을 보고는 마치 하늘의 궁궐과 같음에 매우 놀랐다.
그 부인에게 물었다. “이와 같이 성대한 일들이 무엇 때문에 얻어진 것인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당신은 어찌 모르고 계신가요? 당신이 저 국왕의 병을 치료하여 병이 나았기 때문에 왕께서 당신께 은혜를 갚은 것입니다.” 남편이 이 말을 듣고는 깊이 환희심을 내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에게 지극한 덕이 있어서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은 것이 내가 본래 바라던 것보다 더하거늘, 나의 뜻이 모자라기 때문에 처음 떠나올 때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여겨 유감스럽게 생각하였도다.’
이 비유를 들어 말하려는 그 근본 이치를 이제 설명하자면, 의사는 모든 선업을 비유한 것이며, 왕이 직접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현재의 과보를 얻지 못해 그 소득이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저 의사가 처음에는 물자를 보지 못하여 소득이 없는 줄 알고 마음이 섭섭했던 것은 현재의 몸이 선업을 닦기는 해도 아직 과보를 얻지 못해 마음이 섭섭하게 여기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소득이 없는 그대로 집으로 가는 것은 마치 몸을 버리고 후세를 향해 가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도중에 소, 염소, 코끼리, 말들의 무리를 본 것은 마치 중음(中陰)에 이르러 몸소 갖가지 좋은 모양을 보고서 생각하기를, ‘내가 선업을 닦았기에 이 좋은 과보를 얻는 것인 만큼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며, 이미 천상(天上)에 이른 것은 자기 집에 가서 갖가지 성대한 일을 보고서야 비로소 왕에게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는 것에 비유하였다.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은 단월(檀越)인 시주(施主)가 하늘에 태어나고 나서 바야흐로 보시와 계율을 알아, 이와 같은 과보를 받고서야 비로소 부처님 말씀이 진실되어 허망하지 않음을 알고, 적은 선업을 닦고서도 무량한 과보를 얻음을 비유한 것이다.
보시의 과보를 못 보았을 때엔 마음에 의심이 있고 후회스러워 한갓 헛되이 피로하기만 할 뿐 끝내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여기지만
016_1050_b_21L施未見報時, 心意有疑悔, 以爲徒疲勞,
終竟無所得。
이미 중음(中陰)에 태어나 비로소 좋은 모양을 보게 되면 마치 의사가 자기 집에 이르러서야 바야흐로 크게 기뻐하는 것과 같네.
016_1050_b_23L旣得生中陰, 始見善相貌,
如醫到家已, 方生大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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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두 여인이 함께 암라과(菴羅菓)를 얻었는데, 한 여인은 씨를 남겨 두지 않고 다 먹어 버렸고, 다른 한 여인은 씨를 남기고서 과일만 먹었다. 씨를 남겨 둔 여인은 저 과일의 맛이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좋은 밭에 씨를 심어 뿌리를 굳게 하고서 때에 맞추어 물을 주었기에 아주 훌륭한 과일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는 마치 저 세간 사람들이 착함의 뿌리를 위하여 착한 업을 많이 닦았기에 뒷날 과보를 얻는 것과 같으며, 씨까지 먹은 여인은 마치 사람들이 선업을 알지 못하고서 끝내 선을 닦거나 짓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후회하는 것과 같다.
암라과를 얻어 먹은 여인이 끝내 씨를 남기지 않았다가 뒷날 남들이 과일 먹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후회하는 것과 같으며
016_1050_c_08L如似得菓食, 竟不留種子, 後見他食菓,
方生於悔恨,
또한 다른 한 여인이 씨를 심어 다시 과일을 얻어서 크게 기뻐하는 것과도 같네.
016_1050_c_10L亦如彼女人, 種子種得菓,
復生大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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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옛날에 수미라(須彌羅)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우스갯소리[戱笑]를 잘하였는데, 어떤 한 나라의 왕과 더불어 풍자와 농담을 즐겨 해서 왕의 뜻에 맞추어 주었다. 그때 비구가 왕에게 땅을 얻어 승방(僧坊)을 지으려 하자, 왕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빨리 쉬지 않고 달려서 갈 수 있는 곳까지의 땅을 그대에게 주겠소.”
그러자 비구가 다시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서 곧바로 빠르게 달렸으니, 비록 피로하더라도 땅을 탐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멈추어 쉬지 않았다. 결국 이 때문에 병을 얻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땅에 누워 뒹굴어 갔는데, 잠시 후 다시 피로해졌으므로, 곧 지팡이 하나를 앞질러 던져 가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지팡이가 있는 곳까지 모두 다 내 땅이다.”
016_1051_a_02L이미 비유에 걸맞는 이치를 말하였지만, 내가 이제 다시 설명하겠다. 수미라 비구가 땅 때문에 아무리 피로하여도 쉬지 않은 것처럼 부처님도 그와 같이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생각하시길 ‘어떻게 해야 일체 중생들이 사람과 하늘의 즐거움 얻어 해탈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을까?’라고 하시며, 또 수미라 비구가 달려서 쉬지 않은 것처럼 부처님 바가바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앙굴마라(鴦掘摩羅) 같은 이런 사람들을 다 조복시키고 그 밖에 중생들 가운데 교화하여 제도할 자가 있으면 곧바로 가서 그들을 모두 다 교화하여 제도하신다.
또 수미라 비구가 이미 피로해졌으므로 곧바로 땅에 누워서 뒹굴러 가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시느라 이미 피곤해졌으므로 이 음신(陰身)을 사라쌍수(娑羅雙樹)에 의지해 누이시니, 마치 가시가(迦尸迦)나무는 그 뿌리를 잘리어 죄다 타락되었지만 오직 이 쌍수에 몸을 의지해 누워 계셨기 때문에 오히려 정진할 마음을 버리지 않고 구시라(拘尸羅)의 모든 역사(力士)들과 수발타라(須跋陁羅)를 제도하신 것이다.
또 수미라 비구가 땅을 더 얻기 위해 지팡이를 던져 가게 한 것처럼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열반에 드실 때에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몸의 사리를 여덟 휘[斛] 네 말[斗]이나 내셔서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시니, 그 몸을 부순 사리가 비록 겨자씨만큼 아주 작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부처님과 다름없이 공양함은 그 중생들로 하여금 열반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우루빈라가섭 등 그의 권속과 도당들과 우가(優伽)와 앙굴마 무리들을 여래께서 몸소 제도하시고
016_1051_a_14L如來躬自度, 優樓頻螺等, 眷屬及徒黨,
優伽鴦掘魔,
정진과 선정의 힘으로 마지막으로 기대어 누워 계실 때에도 오히려 구시라 역사(力士)들을 비롯해 수발타라 등을 제도하시며
016_1051_a_16L精進禪度力, 最後倚臥時,
猶度諸力士, 須跋陁羅等,
나아가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몸의 사리를 흩으시어 법을 남겨 두고 열반하셔서 부처님께 다 공양하니
016_1051_a_17L欲爲濟拯故,
布散諸舍利, 乃至遺法滅, 皆是供養我,
마치 저 수미라 비구가 지팡이를 던져서 멀리 가게 하는 것과 같도다.
016_1051_a_18L如彼須彌羅, 擲杖使遠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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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축차시라국(竺叉尸羅國)의 박라우라(博羅吁羅) 마을에 칭가발타(稱伽拔吒)라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가 스님들을 위해 절을 지었으니, 지금 그 절의 이름은 가발타(伽拔吒)이다. 과거에 칭가발타는 장자의 아들로서 본래 부유하게 살다가 뒤에 쇠잔해져서 드디어 빈궁함에까지 이르게 되자, 그의 친척과 권속들이 다 경멸하며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므로, 그는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워서 곧 집을 떠나 동반(同伴)들과 함께 대진국(大秦國)으로 갔으며, 거기에서 많은 재보(財寶)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친척과 권속들이 이 사실을 듣고는 각각 음식과 향, 꽃, 기악을 베풀어서 길에까지 나와 맞이하였다.
그때 칭가발타는 몸에 미복(微服)을 입고서 동반들 앞에서 걸어왔는데, 그가 과거에는 빈궁하였지만 나이가 젊었고, 현재는 재보는 얻었지만 나이가 좀 늙었으므로, 맞이하던 여러 친척들이 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서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 있소?” 칭가발타가 이내 대답하였다. “지금 아직 뒤에 있을 거요.” 친척들이 다시 동반들 가운데로 와서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에 있소?” 동반들이 대답하였다. “앞에 가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오.”
그때 종친들이 그곳으로 다시 와서 말하였다. “그대가 바로 칭가발타이면서 왜 우리에게 ‘뒤에 있다’고 하였는가?” 칭가발타가 종친들에게 말하였다. “내 몸이 칭가발타가 아니고 저 동반들 가운데 있는 낙타 등에 실은 재보가 바로 칭가발타요. 왜냐 하면 과거에 여러 친척들께서 나를 멸시할 적엔 아예 말을 서로 하지도 않다가, 이제 재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 이렇게 맞이해 주니, 그러므로 칭가발타는 뒤에 오는 낙타의 등 위에 있소.”
종친들이 말하였다. “그대가 무슨 일을 말하는 것인지 그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네.” 칭가발타가 곧 대답하였다. “내가 빈궁할 때엔 당신들과 말을 하여도 대답조차 하지 않다가 이제 재보가 많은 것을 보고는 이렇게 공양거리를 베풀어 친절하게 와서 나를 맞이하니, 이는 재보를 위해 온 것이지, 나의 몸을 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오.”
016_1051_c_02L이 비유를 꺼낸 것은 세존께서 하신 일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다. 말하자면, 칭가발타가 재물을 얻었기 때문에 시골 친척들이 공양거리를 갖추어 와서 맞이한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그와 같으셔서 이미 성불하셨기 때문에 사람, 하늘, 귀신, 모든 용왕들이 다 와서 공양한 것이니, 이는 부처님의 육신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부처님의 공덕을 공양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도를 얻지 못했거나 공덕이 없을 때엔 중생들이 함께 말도 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공양이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공덕을 공양할 뿐 육신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며, 또 아무리 일체의 하늘과 사람들의 공양을 널리 받는다 하여도 늘거나 주는 것이 없음을 잘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