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7_0597_a_01L대장부론(大丈夫論) 상권
017_0597_a_01L大丈夫論卷上


제바라(提婆羅) 지음
도태(道泰) 한역
김월운 번역
017_0597_a_02L提婆羅菩薩造
北涼沙門道泰譯


1. 시승품(施勝品)
017_0597_a_04L施勝品第一

바르게 깨달으시고 대자대비한 세존께
공경히 예배하옵나니
그가 정법을 일으켰기에
삼계(三界)의 진정한 구제자이시네.
017_0597_a_05L敬禮等正覺
大悲哀世尊
因彼起正法
三界中眞濟

무리 가운데 가장 존귀하고
한량없는 공덕의 근원이신
보살이 본래부터 행하신 것을
제가 이제 조금이라도 말하리라.
017_0597_a_07L衆中第一尊
無量功德藏
菩薩本所行
我當說少分

내가 이제 중생을 가엾이 여겨
미묘한 보시의 문을 연설하리니
모든 현사(賢士)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잘 들으시오.
017_0597_a_08L我今哀愍彼
開演妙施門
一切諸賢士
應當歡喜聽

보살이 보시를 행할 때에
대지(大地)는 모두 진동하고
바다에선 뭇 보배가 솟으며
지혜로운 구름은 묘한 꽃비 내리네.
017_0597_a_09L菩薩行施時
大地皆震動
巨海涌衆寶
慧雲雨妙花

무심한 물체들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감정 있는 것들이겠는가.
보살의 보시는 광대하여서
허공의 경계와 같네.
017_0597_a_11L無心猶如是
況有情識者
菩薩施廣大
猶如虛空界

가령 5통(通)을 얻은 선인이
시방세계에 가득하다 하여도
듣기도 어렵거늘
하물며 분별하여 연설하리오.
017_0597_a_12L假使五通仙
充滿十方剎
聽聞猶尚難
況復分別說

어느 한 지방에서도
보시하기를 바라지 않는 곳 없음이
깨끗한 물로 대지를 적실 때에
두루 스며들지 않는 곳 없는 것 같네.
017_0597_a_13L無有地方所
而不以求施
淨水浸大地
無有不遍處

어느 한 물건도
보살이 베풀지 않았던 것이 없고
어느 한 중생도
그 보시를 받지 않은 이 없네.
017_0597_a_15L無有一切物
菩薩所未施
無有一衆生
不曾受施者

논자(論者)는 땅에게 말하기를
누구나가 그대를 예우해야 하리라 하는데
어째서 땅을 예우해야 하는가.
보살이 보시를 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네.
017_0597_a_16L論者語大地
一切應禮汝
何故禮大地
菩薩行施處

보살이 하룻동안에
갖가지 물건을 보시해도
벽지불은 백 겁을 지나도
그 끝을 헤아리지 못하네.
017_0597_a_17L菩薩一日施
種種衆雜物
辟支佛百劫
不能知邊際

벽지불이 헤아리지 못하는 까닭은
대비(大悲)가 보시의 본체이기 때문이니
일체 종지를 성취하려면
보시의 인연이 가장 크네.
017_0597_a_19L所以不能知
大悲爲施體
能成種智果
施因爲最大

이는 지혜로운 이의 말로서
보시로 피안(彼岸)에 이르른다.
한 가지로 피안에 이르르면
다른 바라밀도 모두 갖추어지네.
017_0597_a_20L此是智者說
施能到彼岸
若一到彼岸
諸度悉具足

바라밀의 의미는
합성된 말[和集聲]1)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을
대중이라 하는 것과 같네.
017_0597_a_21L波羅蜜義者
名爲和集聲
譬如多人處
名之爲大衆
017_0597_b_01L
보리의 종자는
큰 지혜의 결과를 이루나니
온갖 일이 갖추어지는 것은
모두가 보시에 의해 이루어지네.
017_0597_b_01L菩提之種子
能成大智果
一切衆事具
莫不由施成

보시는 하늘에 나는 길이며
세간을 벗어나는 포태(胞胎)인데
상(相) 없는 보시가 묘하고
평등한 보시가 가장 훌륭하네.
017_0597_b_02L施是生天道
出世之胞胎
無相施爲妙
平等爲最勝

몸과 물건을 모두 베풀어
하나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어디서나 보시하여
일정한 장소가 없네.
017_0597_b_03L身及物皆施
無有所悋惜
一切處皆施
無有方所者

언제나 보시하여
베풀지 않는 때 없나니
이러한 네 가지 보시에서
마음과 지혜를 요동치 말라.
017_0597_b_05L一切時皆施
無有不施時
於此四施中
心智常不動

이렇게 보시를 행하면
부사의한 보시라 하니
만약 한 중생에게 보시하여도
모두가 다 즐거움을 받는다네.
017_0597_b_06L如是行施者
名不思議施
若施一衆生
一切盡蒙樂

만약 이렇게 보시하지 않으면
거짓이라 하나니
비록 한 사람에게 보시하나
모두에게 보시한 것이 되네.
017_0597_b_07L若不如是施
是名爲欺誑
雖名施一人
是爲施一切

일체 보시라고 하는 까닭은
대비심이 넓기 때문이요
대비심이 넓은 까닭은
일체종지를 구하기 때문이네.
017_0597_b_09L所以名一切
大悲心普故
大悲所以普
爲求種智故

부처님과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것
세상에서 좋은 복밭이라 하지만
대비와 평등의 보시가
가장 훌륭한 보시이네.
017_0597_b_10L施佛及羅漢
世名良福田
大悲平等施
是爲最勝施

한량 없는 재물의 보시는
잠깐 지식(止息)2)하는 것만 못하네.
자비심으로 한 사람께 보시해도
공덕이 대지와 같네.
017_0597_b_11L無量財寶施
不如暫止息
悲心施一人
功德如大地

자기를 위해서 일체에게 보시하면
과보는 겨자씨 같지만
위태로운 한 사람을 구제하면
일체에게 보시한 것보다 훌륭하네.
017_0597_b_13L爲己施一切
得報如芥子
救一厄難人
勝餘一切施

뭇 별이 비록 광명이 있으나
달 하나의 밝음만 못하네.
중생들은 때 묻은 마음이 무거워
보시하는 것 언제나 자기를 위하네.
017_0597_b_14L衆星雖有光
不如一月明
衆生垢心重
所施恒爲己

보살이 자비심으로 보시하는 것은
재[灰]가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 같으며
구제하는 자비의 보시는
두루 중생들을 위하는 것이네.
017_0597_b_15L菩薩悲心施
如灰去衆穢
救濟慈悲施
普爲群生類

이와 같은 자비의 보시는
공덕이 다함이 없으며
이러한 미묘한 보시는
모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네.
017_0597_b_17L如是慈悲施
功德無窮盡
如此微妙施
安樂諸衆生

부처님의 지혜를 탐내어 구함에
마음에 만족함이 없으며
이와 같은 대비의 보시는
무명의 가리움을 없애네.
017_0597_b_18L貪求佛智慧
心無有厭足
如是悲心施
能除光明

어리석은 이를 인도하여
지혜의 눈을 얻게 하며
온갖 번뇌[結使]를 멸하여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없애네.
보시와 자비의 마음을 갖추면
중생의 감로(甘露)이네.
017_0597_b_19L開導愚冥者
使得智慧眼
能滅諸結使
消伏老病死
施與悲心俱
衆生之甘露

2. 시승미품(施勝味品)
017_0597_b_21L施勝味品第二

대비심으로 일으킨 보시는
보리를 이루기를 원하나니
이렇게 알고 보는 사람은
온갖 보시를 이룰 수 있네.
017_0597_b_22L大悲所起施
意願成菩提
如是知見人
能成一切施
017_0597_c_01L
이와 같은 온갖 보시는
마침내 한 맛의 지혜를 이루니
대비심이 본체가 되므로
갖가지 보시를 일으킬 수 있네.
017_0597_c_01L如是一切施
終成一味智
大悲心爲體
能起種種施

갖가지로 중생을 구제하여
지혜의 경지에 이르르게 하고
모든 애욕의 번뇌와
무명의 때를 없애며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안락을 얻게 하나니
이러한 대비의 보시를
뉘라서 좋아하지 않으랴.
017_0597_c_02L種種救衆生
得到於智處
能除諸愛結
及以無明垢
能令一切衆
悉皆得安樂
如是悲心施
誰不生愛樂

대비심에서 일어난
공덕의 보시와 이익에 대해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구제하는 도리에 어긋나리라.
017_0597_c_05L大悲心所起
功德之施利
不能生愛樂
背離於救濟

이 사람은 애욕에 얽매여
보리를 얻기가 매우 힘드니
부처를 구하려는 모든 사람은
보시의 감로를 좋아하네.
017_0597_c_06L是人爲愛繫
菩提甚難得
諸欲求佛者
愛樂施甘味

지혜로운 사람은 보시를 좋아하여
보리의 맛을 달게 여기며
삼유(三有)의 허물을 똑똑히 보고
열반의 맛을 매우 즐기네.
017_0597_c_07L智人喜惠施
甘樂菩提味
深見三有過
涅槃味甚樂

빨리 괴로움을 여의고자하면
잠깐 동안도 머무르지 않아야 하고
또 보시의 즐거움이
열반에 지난다고 보아야하리.
017_0597_c_09L速疾欲遠離
一念頃不住
又見於施樂
復過於涅槃

보시를 좋아함이 자재하면
마음은 보리를 잊나니
마음이 보시를 잊었으므로
보리를 얻기 어렵다 하네.
017_0597_c_10L愛樂施自在
心則忘菩提
心旣忘菩提
謂菩提難得

보시를 좋아하는 마음 스스로 관찰하건대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네.
보시하는 맛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더라도
보시에는 세 가지 즐거운 맛이 있네.
017_0597_c_11L自觀樂施心
由悲衆生故
不覺施味樂
施有三樂味

첫째는 보답을 구하는 보시의 맛이요, 둘째는 해탈을 구하는 보시의 맛이요, 셋째는 대비심을 구하는 보시의 맛이니, 이 세 가지 맛은 즐거움을 증장시키는 맛의 보시[味施]라 한다.
017_0597_c_13L一者求報施味二者求解脫施味者求大悲心施味此三種味者名增長樂味施

3. 시주체품(施主體品)
017_0597_c_16L施主體品第三

받는 사람은 한량없는 재물을 얻어야지만 몹시 기뻐하며 베푸는 사람은 조금만 보시하여도 몹시 기뻐하여 받는 사람의 백ㆍ천ㆍ만 배를 지난다. 이와 같이 보시할 수 있다면 제1의 행이 된다.
017_0597_c_17L受者得無量珍寶心大歡喜施者行少施時心大歡喜過於受者百千萬能如是施者是爲第一行

구제하는 일을 이루려면
대비의 감로를 마셔야 하리.
보살은 이런 행을 행하여
인색함ㆍ병듦ㆍ늙음을 영원히 없애네.
017_0597_c_20L成就救濟者
飮大悲甘露
菩薩行此行
永除慳病老
017_0598_a_01L
보살의 대비심은 보시로써 본체를 삼고, 세간 중생은 번뇌로써 본체를 삼는다. 순전히 뭇 고통으로써 한 맛을 삼아 즐거움을 얻기 때문에 대비심의 보시를 행한다. 해는 비치는 것으로 작용을 삼고 달은 서늘함으로써 성품을 삼는다. 보살은 대비심으로 본체를 삼아 지혜의 보시나 재물의 보시로써 일체 중생을 안락하게 한다.
마치 가라라(歌羅邏:탯속)로부터 늙기까지 열 단계로 구별되어 늙음에 이르지만 어릴 때의 모습을 버리지 않는 것 같이 보살이 보시에 주리고 목마른 듯한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할 때에도 범부를 버리지 않고, 애욕을 떠나 비상(非想)에 이르기까지 범부의 모습을 여의지 않는다.
보살이 보시할 마음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는 것도 이러하니, 보시의 목마름을 제거하려면 큰 보시의 물을 마셔야 한다. 보시의 목마름은 잠시 쉬더라도 다른 목마름은 그치지 않나니, 보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017_0597_c_22L菩薩悲心以施爲體世閒衆生以結使爲體純以衆苦以爲一味爲得樂故行悲心施日以照明爲用月以淸涼爲性菩薩以悲爲體智慧及財施安樂於一切如從歌羅邏乃至老時十時差別雖至於老不捨嬰孩之相菩薩虛渴施心救濟衆生亦不捨凡離欲至於非想不離凡夫之相薩不捨施心救濟衆生亦復如是除施渴當飮大施之水施渴暫息餘渴不已愛樂施故
일체 중생은 음식에 의해서 사나니, 대비(大悲)도 그러하여서 보시에 의하여 존재한다. 보살의 법신은 음식에 의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대비로써 음식을 삼아 보살의 몸이 존재한다. 대비의 마음은 불길 같고, 보시하고 싶은 마음은 주린 것 같고, 좋은 음식을 보시해 주는 것은 맛난 음식 같다. 보살은 주기를 좋아하여 싫은 생각이 없다.
대비는 큰 바다와 같고, 보시는 기름진 땅과 같고, 구제하려는 마음은 물이어서 기름진 땅이 흐르는 물을 삼키는 것 같다. 보리에 향하고자 하면 중생으로써 벗을 삼고 대비의 마음으로 본체를 삼아 보시하되 싫은 생각이 없는 것이 바다가 뭇 강을 삼키되 그치지 않는 것같이 하라.
017_0598_a_10L一切衆生依食而存大悲亦爾依施而存菩薩法身不依飮食而得存濟大悲爲食菩薩身存悲心如火欲施如飢施與好食菩薩樂與無有厭足悲如大海施如沃焦救濟心爲水如沃焦呑流欲向菩提以衆生爲伴悲心爲體施無厭足海呑衆流無有止息

일체 중생이 와서
제각기 다른 물건을 찾아도
보살은 모두 베풀어주되
피로한 생각이 없다.
017_0598_a_17L一切衆生來
各各索異物
菩薩皆施與
心無有疲惓

중생들의 괴로움을
모두 제하여 주나니
괴로움을 제하지 못한 이가 있으면
만족한 마음을 내지 않는다.
017_0598_a_19L諸苦惱衆生
盡皆爲除滅
設有未除者
心無有厭足

4. 시주걸자증장품(施主乞者增長品)
017_0598_a_20L施主乞者增長品第四

대비(大悲)의 마음이 있는 사람은 생사에 있으면서 갖가지로 보시해 주어 중생들의 고통을 멸해 준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생사에 잘 머무는 것이다.
017_0598_a_21L有大悲者能處生死種種施與滅衆生苦若能如此善住生死
017_0598_b_01L
복덕스런 대장부는
자비한 마음으로 고마운 손을 뻗어
빈궁의 진구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를 건져 주신다.
017_0598_a_23L福德善丈夫
悲心施惠手
拔貧窮淤泥
不能自出者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으로 본체를 삼아 큰 보시를 행하여 중생의 괴로움을 멸하나니, 마치 몹시 더울 때에 큰비와 구름을 일으키는 것 같이 대비의 구름을 일으켜 보시의 우박을 뿌려 빈궁을 부수되 산의 돌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빈궁한 이를 구제하려면 끝없이 구제하고 보시하여 빈궁한 자로 하여금 영원히 빈궁의 고통을 여의게 하나니 큰 보시의 비로써 일체 중생을 두루 이롭게 하면 중생의 빈궁은 영원히 머무를 곳이 없다.
보살이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보시를 할 때에 마군과 권속이 모두 질투와 근심 걱정을 하나니, 보살이 한량없이 재물보시와 법보시를 행할 때에 간탐하고 질투하는 모두가 놀라 부르짖으며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017_0598_b_02L悲心爲體能行大施滅衆生苦如盛熱時興大雲雨起大悲雲雨於施雹摧破貧窮如壞山石拯貧窮者無限齊施令彼窮者永離貧苦以大施雨普益一切衆生貧窮永無住處菩薩爲救衆生修行施時魔及眷屬皆生嫉妒愁憂苦惱菩薩修行無量財施法施之時慳貪嫉妒悉皆驚號莫不愁怖

인자한 마음[慈心]은 단정한 몸이요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은 천 개의 눈이요
보시는 금강저요
보살은 제석과 같으니
모두가 빈궁의 아수라를
무찔러 버린다.
017_0598_b_11L慈心端嚴身
悲心爲千眼
施爲金剛杵
菩薩如帝釋
悉皆能摧壞
貧窮阿修羅

보살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 활이 되고
갖가지 보시는 화살이 되어
빈궁의 적군을 무찔러
영원히 발붙일 곳이 없게 한다.
017_0598_b_13L菩薩悲心弓
種種施爲箭
破貧窮怨賊
永無有住處

가엾이 여기는 마음, 견고한 뿌리가 되고
상냥한 말씨[愛語]는 줄기가 되고
참는 마음, 가지가 되고
보시는 주렁주렁 열매가 된다.
017_0598_b_15L悲心堅固根
愛語以爲莖
忍辱爲枝條
布施以爲果

구하는 사람은 새나 사슴이요
구걸하는 사람은 큰바람과 같아
보시의 열매를 불어 떨어뜨려
빈궁한 이가 배부르게 한다.
017_0598_b_16L求者爲鳥鹿
乞者如大風
能吹施果落
貧者得滿足

보살이 태어나실 때는 밤이요
인자한 마음은 보름달이요
청정한 보시는 광채요
구하는 이는 구모두(拘牟頭)와 같으니
청정한 보시의 광명이
그 꽃을 피우게 한다.
017_0598_b_17L菩薩出時夜
慈心如滿月
淨施以爲光
求如拘牟頭
以淨施光明
令彼得開敷

구걸하는 사람이 만족하게 되면 기뻐하면서 자기도 또한 보시하기를 보살의 보시와 같이 하고, 구걸하는 사람의 소문이 점점 퍼지는 것도 보살과 같다.
보살의 보시가 널리 소문이 나면 빈궁한 무리가 모두 모여드나니, 마치 광야에 서 있는 나무 밑엔 행인들이 더울 때에 모두 그리로 모이는 것과 같다.
017_0598_b_19L乞者旣得滿足歡喜悅豫轉相施與亦如菩薩施乞求者展轉相聞亦如菩薩菩薩布施流聞一切諸貧窮者皆來歸向如曠野樹行人熱時皆往歸趣
017_0598_c_01L보살의 좋아하는 마음은 수승한 해탈을 얻는다 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구걸하는 이가 와서 자기로 하여금 보시의 복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보시의 복 때문에 승처(勝處)라 하며, 일체 중생이 모두 모여드니, 이런 대사(大士:보살)에게는 모두가 예배 공경해야 한다.
욕망 가운데서 뜻[意]의 탐냄[貪]ㆍ열망[熱]ㆍ번뇌[惱]ㆍ집착[著]보살은 기쁜 마음이 나면 몸이 거뜬해지나니, 이런 조짐 때문에 반드시 어떤 이가 구걸하러 올 줄 안다. 어떤 사람이 보살에게 와서 말하기를 “구걸하는 이가 왔다.”고 하면 보살은 반가워하면서 얼른 재물을 갖다가 심부름꾼에게 상으로 주고, 나머지 물건은 구걸하러 온 이에게 준다.
구걸하러 온 이를 보면 기뻐하고 공경하며 구걸하러 온 이가 “구걸합니다”라고 말하면 이렇게 말할 때에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낸다.
017_0598_c_01L菩薩愛樂名勝得解脫何以故能使乞求者來使我得施福故以施福故名得勝處一切衆生皆來歸集如是大士悉應敬禮菩薩心喜卽覺身輕以此相故當知必有來乞求者若有人來語菩薩言有乞者來菩薩歡喜卽以財物而賞使者菩薩卽以餘物而與乞者見乞者來歡喜愛敬求者言乞作此語時懷憐愍心
017_0599_a_01L만일 어떤 구걸하는 이가 보살은 본질적으로 보시를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보살은 그의 손목을 잡고 기꺼이 말해 주되 마치 친구같이 하여 그의 모르는 점을 깨뜨리고 알게 한다.
그 구걸하러 온 이가 재물을 얻고 기뻐하는 것을 곁에 사람이 보면 역시 기뻐하며 말하되 “나를 구제한 이 사람이 영원히 세상에 존속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니, 이것이 구걸하는 이가 진정하게 구제된 것이다.
보살이 구걸하러 온 사람을 보면 몹시 기뻐하여 얼굴이 보름달 같아지면서 구걸하러 온 이를 기쁘게 하되 감로(甘露)를 가슴에 바르는 것 같게 하며, 보살이 온화한 얼굴과 자비한 눈길로 눈앞의 사람을 굽어보되 마치 감로를 마시는 것 같이 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남의 물건을 훔쳐 가지고 저자에 가서 파는데 빨리 팔리면 매우 기뻐하는 것 같이, 보살이 구걸하러 온 이에게 물건을 보시하고 나면 그 기뻐함이 이보다 훨씬 크다. 또 어떤 부자가 재물과 자식이 모두 구족하여 마음대로 나누어주고는 몹시 기뻐하지만 보살이 구걸하러 온 이에게 물건을 준 기쁨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살이 구걸하는 이를 볼 때에 매우 반가워함이 다른 사람들이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크다. 만약 앞에 있는 사람이 많은 재물을 얻어 자랑하고 뽐내는 것을 보면 이 보살은 곱이나 기뻐한다.
구걸하러 온 이가 입을 열려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목마른 듯이 보시하려는 생각이 두터워지고, 구걸한다는 말이 들리면 감로(甘露)를 마시는 것 같다. 만약 구걸한다는 말이 들리면 사랑스러워 하는 마음을 중하게 내어 아무도 막지 못하며, 만일 만족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랑하는 마음이 무너진다. 보살은 구걸하는 이에게 항상 사랑하는 생각을 내나니, 만일 만족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랑스런 마음[愛味]이 무너진다.
017_0598_c_09L若有乞者不知菩薩體性樂施菩薩執手歡喜與語猶如親壞彼不知使生知相彼乞求者得財歡喜傍人見之亦復歡喜願此救濟我者長存於世此乃乞者眞濟菩薩見乞者時身心歡喜面如滿月使彼乞者歡喜悅豫如甘露塗心菩薩和顏悅色用慈心眼視於前人如飮甘露譬如有人盜竊他物至市賣之若得速售心大歡喜菩薩得施乞者物時心大歡喜復過於是如巨富人多饒財寶千子具足隨意恣與愛念歡喜不及菩薩於乞者心大歡喜菩薩見乞者時心大歡喜勝於他人見所親若見前人得多財寶隨心恣意而自矜高菩薩見之倍生歡喜若見乞者發言時菩薩施渴心重耳聞乞言如飮甘露若聞乞言心生愛重無能壞者若聞具足則壞其愛心菩薩於乞求者常生愛念若聞其足聲則壞其愛味
보살은 자기의 앞에서 보시를 받는 사람을 관찰할 때에 나와 같은 이가 있겠는가 하다가 탐욕이 많은 중생을 보면 나와 같다고 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그는 탐내는 마음이 만족할 때가 없고, 나는 보시하려는 마음이 싫을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 욕심 많은 사람은 큰 시주를 사랑하지만 보살은 욕심스럽게 구걸하는 이를 보아도 또한 깊은 사랑을 느낀다. 탐내어 구하는 이는 항상 시주를 구하여 구걸하려하고 보시할 이는 항상 구걸하는 이를 찾아서 그가 요구하는 것을 주되 보살은 항상 다 준다.
세상 사람들이 구걸할 때엔 모두가 보시하는 이에게 가서 빌고, 보살은 구걸하는 이에게 가서 베푼다. 구걸하는 이는 보시하는 이의 재물이 다했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을 하고 보살은 구걸하는 이를 만나지 못하면 걱정을 함이 이보다 백ㆍ천ㆍ만 배 더하다.
구걸하는 이를 찾을 때에 보살은 ‘부처님께서 구하여 얻지 못하는 것이 괴로움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구나’라고 생각한다. 보살은 구걸하는 이에 대하여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구걸하는 이가 없으면 보시바라밀을 원만히 할 수가 없으며 위없는 보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걸하는 이에 관하여 몹시 걱정을 하는데 만일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위없는 보리를 손에 넣기는 어렵지 않다.
보살은 구걸하는 이가 “나에게 주시오, 나에게 주시오” 하는 말을 들으면 기뻐하나니, 바로 그 사람이 나에게 위없는 보리를 주기 때문이다.
017_0599_a_07L菩薩觀前受施福田頗有共我等者遂見貪愛衆生則與我等以者何彼貪心無足我施心無厭貪心者愛大施主菩薩見多乞者亦深生愛敬貪求者常求施主欲乞者常求乞者所欲與之菩薩常與世人相乞者皆就施者而乞菩薩就乞者而施乞者聞施者財物匱盡生大苦惱菩薩求乞者不得之時心生憂惱復過於彼百千萬倍於求乞者菩薩思惟佛言求不得苦眞復如是菩薩於乞求者生難遭想所以者何若無乞者檀波羅蜜則不滿足無上菩提則不可得是故於乞求者深生悲惱若有乞者無上菩提便爲手執不難菩薩聞乞者言與我與我心生歡喜此今卽便與我無上菩提
017_0599_b_01L세간의 어리석은 중생은 재물을 구걸하는 말을 들으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어 공경치 않지만, 보살은 생각하기를 ‘구걸하는 이라 하는 까닭은 대체로 어리석은 중생들이 인색한 마음 때문에 그런 나쁜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하나니, 이런 사람이라야 보시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재물이 있으나 보시할 마음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재물과 보시할 생각은 있으나 받을 이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세 가지 일을 갖추면 큰 복덕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큰 보물 덩어리를 얻고서 왕이나 도적이나 물ㆍ불의 침해를 받아 빼앗길 것을 걱정하는데 우연히 친한 이가 나타나서 말하기를 “내가 그대를 위해 방편을 써서 빼앗기지 않게 하리라” 하면 몹시 기뻐하는 것 같이, 보살이 구걸하는 이를 만나 좋은 동무를 삼고 기뻐하는 것도 이와 같다.
보살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온갖 곳에 두루하지만 구걸하는 이에게는 유달리 가엾이 여긴다. 보살은 자비한 마음씨로써 구걸하는 이를 보면 화창한 얼굴로 대하여 그로 하여금 꼭 얻겠다는 생각을 내게 하며, 구걸하는 이는 보살의 얼굴빛이 화창한 것을 보면 그가 곧 결정코 얻으리라는 생각을 낸다.
017_0599_a_23L世閒愚癡衆生若聞乞財則生輕慢不生愛敬菩薩念言所以名爲乞者多是愚癡衆生以慳心故與作惡名如是人者乃可名爲施者雖有財物復無施心雖有財施心復無受者若具足三事是大福德人如有貧人得大寶藏心生恐懼或王火來見侵奪遇値親友而語之言我今爲汝作諸方便令無喪失卽大歡喜菩薩得乞者以爲善伴心大歡喜亦復如是薩悲心遍一切處於彼乞者特生憐菩薩悲心見乞者和顏悅色使彼乞者生必得之想乞者見菩薩顏色和悅之時卽生決定必得之想
017_0599_c_01L보살은 구걸하는 이를 보면 말하기를 “그대는 와서 무엇을 필요로 하든지 마음대로 가지라” 하고, 또 그를 위로하여 말하기를 “어서 오시오. 어진 이여, 겁을 내지 마시오. 나는 그대의 의지할 자리가 되어 주겠소” 한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구걸하는 이가 시원함을 맛보게 하고, 갖가지 재물을 희망하는 대로 준다.
구걸하는 사람들은 탐욕의 불길이 훨훨 타는데 보살은 항상 보시의 젖으로 탐욕의 불길을 끈다. 만일 이와 같이 갖가지를 보시하는 이는 산 사람이라 하고, 이렇게 하지 못하면 죽은 사람이라 한다. 보시를 받은 사람이 많은 재물을 얻으면 딴 사람이 이를 보고 몹시 기뻐하고 찬탄하는데 보살은 이럴 때에 ‘보리의 과위가 손아귀에 있는 것 같다’고 여긴다.
자비로운 마음이 청정하면 보시도 청정하며 자비로운 마음이 없으면 보시도 청정치 못하다. 보살은 ‘마음을 잘 길들인 이는 자비의 마음이 탁월한 이를 공경하여 보시가 깨끗해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보살은 빈궁한 이를 보면 자비로운 마음이 지극히 중하고, 중생이 지극히 빈궁하더라도 보살의 보시를 얻으면 당장에 거부가 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여의주(如意珠)를 얻으면, 희망하는 것이 모두 얻어지는 것 같이 빈궁한 이들이 보살을 만나면 온갖 빈궁이 모두 소멸된다.
보살은 먼저 재물보시를 행하고 다음에 친하다고 여기는 것을 베풀고, 다음에 손발을 베풀고, 나중에는 몸과 목숨을 베푸나니, 이와 같이 차츰차츰 베푼다. 보살은 구걸하는 이에게 가서 재물을 주고, 그 구걸하는 이를 불러서는 자신의 모든 친한 이를 준다. 만일 구걸하는 이가 저절로 와서 구걸하는 시늉을 하면 손발을 주고 말을 하면서 구걸하면 몸과 목숨을 버리고, 오지 않으면 몸소 가서 보시한다. 와서 구하는 이에게 목숨까지도 버리거늘 하물며 주지 않겠는가.
017_0599_b_14L菩薩見乞者時語言汝來欲須何等隨意而取安慰之言善來賢者!莫生恐怖我當爲汝作依止處如是種種安慰乞者常以愛語使彼乞者心得淸涼種種財寶隨意而與諸乞求者貪火熾盛菩薩常以施乳滅貪求火若能如是種種施者名爲生人若不如是名爲死人受施者大得財物餘人見之歡喜讚歎菩薩爾時菩提之果如在掌中悲心淨則施淨若無悲心施不淸淨菩薩作是思惟善調順意者敬悲心勝能使施淨菩薩見貧窮者悲心極重衆生極貧得菩薩施便成巨譬如有人得如意珠所欲皆得貧窮者得値菩薩一切貧苦悉皆除菩薩先行財施次捨所親又捨手復捨身命如是漸漸次第而捨薩往乞者所與其財寶喚其乞者與其諸親若乞者自來現求索相與其手若發言求索便捨身命若不來者自往施之有來求者尚捨身命況復財物而不施與
보살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기를 자기의 몸과 같이 하여 잠시도 여의지 않는다. 구걸하러 온 이가 자기의 몸에 대하여 남의 몸이란 생각을 하는 눈치를 보고는 보살은 속으로 화가 나서 생각하기를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째서 자기의 물건을 보고 남의 몸이란 생각을 하는가’ 하고 곧 그에게 말한다.
“온갖 재물은 벌써 모두 그대에게 주었으니, 전부가 그대의 물건이다. 그대는 갖기만 하면 된다. 어째서 구걸한다 하는가.”
구걸하는 이들이 말한다.
“언제 주셨습니까?”
보살이 대답한다.
“내가 전에 삼계의 존귀한 분(부처님) 앞에서 큰 서원을 세울 때에 벌써 그대에게 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제야 내게 와서 구걸하는가?”
보살은 발심하여 일체 중생이 자신의 재물에 대하여 자기의 것이란 생각을 내기를 원하니, 마치 신두하(辛頭河)의 물을 날짐승이나 길짐승이 가서 마음대로 마셔도 막는 이 없는 것과 같다.
주어도 주었다고 여기지 않나니, 먼저 다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준다는 말도 하지 않으며, 기뻐하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
017_0599_c_13L菩薩成就悲心如自己體未曾捨離見來求者於己身所生於他想菩薩身中生其惱熱云何愚癡乃於我身生於他想語乞者言一切財物先皆與汝都是汝物汝今但取云何言乞諸求者言何時見與菩薩報言我先於三界尊前發弘誓是時與汝汝今云何方從我乞薩發心願一切衆生於我財物生己有想如辛頭河飛鳥走獸往至其所隨意而飮無遮護者與以不與先以捨離更不言與亦復不生歡喜之心
017_0600_a_01L무슨 까닭인가? 벌써 다 주었기 때문이다. 온갖 희사한 것은 모두가 중생들로 하여금 쾌락을 얻게 한다.
보살은 일체 중생의 심부름꾼이요. 일체 중생은 모두가 큰 시주이니, 빈궁한 무리들의 마음이 흡족할 때에 보살의 보시바라밀은 모두가 만족해지고 보시바라밀이 만족해질 때에 공덕이 만족해지는 것을 안다.
인색한 무리는 구걸하는 이를 보면 얼굴을 돌리고, 공덕을 닦는 사람은 구걸하는 이를 보면 기뻐하면서 가까이 섬기므로 구걸하는 이가 얻게 된다.
보살이 보시할 때에 보시를 받는 이가 다음에 베푸는 것을 보면 기뻐한다.
일체 중생이 찬탄하고 기뻐할 때 보살이 그 찬탄하는 소리를 들으면 몹시 기뻐하여 해탈을 얻을 때의 즐거움보다 더하다.
보살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할 때에 일체 중생이 재물을 많이 얻고는 기뻐하는 것을 보나니, 중생들이 균등하게 쾌락을 얻은 뒤엔 서원을 세워 ‘나는 생사 속에 오래 머물러서 모든 공덕을 닦을지언정 해탈을 구하지 않으리라’ 한다.
보살은 중생들이 생사의 흐름 속에 오래 있는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하되 ‘내가 지금 눈앞에서 과보를 얻게 하리라. 설사 보리를 얻지 못해도 만족한다’ 하느니라.
017_0600_a_01L何以故?先以與竟以一切所捨使諸衆生皆當得樂菩薩於一切衆生是走使者一切衆生皆是施主諸貧窮者心充足時菩薩爾時檀波羅蜜悉得滿足檀波羅蜜滿足之時知功德滿足慳貪者見乞者時則背其面功德者見乞者時歡喜瞻視親近者則得菩薩施時見受施者展轉相施便生歡喜一切衆生讚歎歡喜薩聞其讚歎心大歡悅勝得解脫之菩薩悲心施時見一切衆生多得財寶充足快樂諸衆生等得快樂已而發願言我當久處生死修諸功德不求解脫菩薩旣見衆生能久處生死心大歡喜我今便爲得現果報當不得菩提亦爲具足

5. 승해탈품(勝解脫品)
017_0600_a_17L勝解脫品第五
017_0600_b_01L
보살은 생각하되 ‘항상 승해탈(勝解脫:훌륭한 해탈)을 사랑하는 자가 와서 나를 깨우쳐 준다. 그가 오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큰 일을 성취해서 온 것이다’고 한다.
보살이 혹 왕이 되었을 때에 모든 공덕을 닦는 이가 와서 구걸하는 이가 왔습니다 한다. 왕은 생각하되 ‘이가 말하는 구걸하는 이라는 것은 바로 훌륭한 해탈이 온 것인데, 내가 이제 얻게 되었다’ 한다.
왕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왕의 지위를 탐착할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해야 하겠으며, 공연히 왕의 자리에 있을 것이 아니라 보시를 닦아서 결과를 만족케 해야 하겠다. 그러니 저 심부름꾼은 나를 깨우쳐 주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무릇 구걸하는 이를 위하는데 심히 어려운 것은 얼굴빛이다. 마음속에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있으면 말과 얼굴빛에 변동이 생기나니, 보살은 얼른 그의 마음을 알고 위로하여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와서 가지라 한다. 구걸하는 이가 재물을 얻고는 몹시 기뻐하나니,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모두 흠뻑 기뻐함이 마치 열반의 즐거움과 같다.
017_0600_a_18L菩薩思惟常所愛勝解脫者來覺悟彼來者不爲財寶爲欲成就我大事故來菩薩或爲人王修諸功德者來而白王言有乞者來王卽念言言乞者乃是勝解脫來我今得之王自念言我今不爲貪著王位爲欲利益一切衆生不應空居王位應修施果滿足而彼使者乃是覺悟我者凡爲乞者甚難爲顏心懷慚恥言色變異菩薩卽知其意而安慰言若有所須隨意而求乞者旣得財物心大歡喜施者受者二俱歡喜如涅槃樂
삼계에 나고 죽는 훨훨 타는 큰 고통에 보살은 열반의 즐거움 같이 처한다. 무슨 까닭인가.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보살은 생각하되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이 곧 나의 해탈이다. 큰 보시로써 중생을 구제하여 중생이 쾌락을 얻는 것이 곧 나의 해탈이다’고 한다. 비록 큰 보시를 하나 자비한 마음이 없으면 보시라 할 수 없고, 자비한 마음이 있는 보시가 바로 해탈이다.
보살은 생각하기를 ‘내가 예전에 삼계의 존귀한 이 앞에서 해탈은 지극히 즐겁다라고 들었는데 내가 이제 증득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뜻에 맞게 보시하는 것이 곧 해탈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라한의 해탈의 즐거움이 자비한 마음으로 보시한 즐거움과 같다면 나는 그것을 사랑하겠지만 만일 같지 않다면 나는 사랑하지 않으리라’고 한다.
오직 보시의 즐거움을 사랑하여 해탈로 여긴다. 자비한 마음에서 일어난 보시로 얻는 즐거움은 견줄 곳이 없나니, 자비한 마음 없는 보시와 해탈의 즐거움은 자비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보시와 얻는 즐거움의 백ㆍ천ㆍ만 분의 하나로도 비유할 수 없다. 만일 비유를 든다면 가장 큰 것이어야 하리니 그러므로 비유할 수 없다.
017_0600_b_07L三有生死熾然大苦菩薩處之如涅槃樂以故爲欲救濟諸衆生故菩薩念言悲衆生者卽是我解脫以大施惠救濟衆生衆生得樂卽是我解脫雖復大若無悲心不名爲施若有悲心卽是解脫菩薩思念我於往昔三界尊前聞解脫極樂我今已證何以故稱意而施卽是解脫若阿羅漢解脫樂與悲心所起施樂相似者我則愛若不相似我則不愛唯愛施樂以爲解脫悲心起施所得快樂無有比無悲心施解脫之樂百千萬分不得爲喩悲心起施所得喜樂若當可以喩爲喩最爲極大是故不可爲喩

6. 시주증장품(施主增長品)
017_0600_b_21L施主增長品第六
017_0600_c_01L
자비로운 마음에서 일어나는 보시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와 같이 시주가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해탈보다 수승하므로 가장 수승하다[最勝]고 한다. 시주는 남의 즐거움의 원인이 된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닦는 이가 일체 중생에게서 평등한 마음을 얻나니. 이렇게 하면 단월(檀越)이라 하지만 이렇게 보시하지 못하면 구걸하는 이라 한다.
017_0600_b_22L悲心起施能與衆生樂聚如是施主與衆生樂者勝於解脫名爲最勝主成他樂因修悲者於一切衆生得平等心如是者名爲檀越不能如是施者名爲乞者
보시를 할 때에 듣는 이를 울게 하면 좋은 보시라 할 것이요, 이렇게 하지 못하면 좋은 시주라 하지 못한다. 보시를 할 때에 받는 이의 자손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수용하면서 기뻐하고 찬탄하게 하면 이는 굳건한 시주요, 구걸해야 준다면 시주라 할 수 없다. 몸소 가서 주면 좋은 시주요, 온갖 재물을 주면서도 마음에 아까워하면서 준다면 시주라 할 수 없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으면 물건을 주지 않아도 큰 시주라 할 수 있다.
또 구하러 온 모든 무리들을 모두 뜻에 맞게 주고 본래 소원하는 것에 맞게 주면 좋은 시주요, 그가 본래 소원하던 바에 부합되지 못하면 아무리 부자라 해도 빈궁한 사람이다. 부자가 물건을 주더라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주었다고는 하나 시주라고는 하지 못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하면 시주라 한다. 먹지 않으면 과보가 없나니, 비록 보시해 주었더라도 보시라 할 수 없다.
자비심이 없는 보시는 비록 주더라도 보시라 할 수 없고, 자비심이 있는 이는 주지 않더라도 보시라 할 수 있다.
017_0600_c_04L若行施時使聞者悲是名善施若不如是不名善主行布施能使受者子孫恣意受用喜讚歎名健施主若乞而與不名施自往而與名善施主若捨一切財愛心而與不名施主有悲心雖不與物名大施主諸來求欲皆使隨意使稱本望名善施主不能稱彼本望雖復大富名貧窮者富者雖與無悲愍心名曰與不名施主悲愍心施名施主若不食噉無有果報施雖與不名爲施無悲心施雖與不名爲施有悲心者雖復不施名之爲施
017_0601_a_01L만일 과보를 바라고 보시하는 사람을 시주라고 한다면 장사꾼도 보시하는 이라 할 수 있으리라. 과보를 바라고 보시하여도 과보가 한량없거늘 하물며 자비심이 있고, 과보를 바라는 생각이 없으면 갚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갚음을 바라는 보시는 자기만이 즐거울 수는 있으나 남을 구제하지는 못하므로 공연히 피로하지만 자비한 마음으로 보시하는 이는 능히 남을 구제하고, 나중에 과보를 받을 때엔 남을 크게 이롭게 한다.
빈궁한 이는 재물 있는 이만 못하고, 재물 있는 이는 먹는 이만 못하고, 먹는 이는 보시하는 이만 못하다. 자비한 마음으로 보시하는 이는 일체 중생을 선하게 하나니, 부귀한 이는 보시해야 하고, 보시하는 이는 자비해야 한다. 부자가 보시를 하면 부귀가 더욱 굳어지고 보시한 이가 자비스러우면 보시가 더욱 견고해진다.
보시를 닦는 이는 부자가 되고, 선정을 닦은 이는 해탈을 얻고, 자비심을 닦은 이는 위없는 보리를 얻나니, 결과 가운데서 가장 수승하다.
017_0600_c_16L若求報施者名爲施者商賈之人亦可名若求報施果報猶尚無量況有悲心不求報施果報何可稱計若求報施唯可自樂不能救濟徒自疲勞心施者能有救濟後得果時能大利貧窮者不如有財者有財者不如能食能食者不如能施者悲心施者一切衆生富者應施施者應悲富者能施富得堅牢施者能悲施得堅牢修施者得富修定者得解脫修悲心者得無上菩提果中最勝

7. 공경걸자품(恭敬乞者品)
017_0601_a_04L恭敬乞者品第七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구걸하는 이를 인하여 보리를 증득하니, 나는 이 보리를 일체 중생에게 회향(廻向)할 것이니, 은혜를 갚기 위해서이다. 나는 지금 중생에게 보시한 까닭에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을 얻었는데 이 즐거움 때문에 보리를 얻었다. 이와 같은 보리를 나는 구걸하는 이에게 주리라. 내가 지금 구걸하는 이에게 보시함을 인하여 쾌락 가운데서도 가장 수승한 해탈의 즐거움을 얻었다. 인연 속에서 보시한 즐거움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위없는 보리이겠는가. 내 모두를 버려서 구걸하는 이에게 보시하리라.
이와 같이 구걸하는 이는 그 은혜가 심히 중하건만 갚을 길이 없구나. 이 구걸하는 이가 나에게 큰 즐거움의 원인이 되었는데 만일 재물을 주어서는 은혜를 갚지 못하니, 위없는 보리로써 베풀어주리니, 나의 복이기 때문이다. 이 구걸하는 이로 하여금 장래에 지금의 나와 같이 큰 시주가 되게 하소서.
017_0601_a_05L菩薩思惟因彼乞者得證菩提我當以此菩提迴與一切衆生以報恩故我今因施衆生得無比樂因此樂故得成菩提如此菩提我當施與乞者我今因施乞者得於快樂勝解脫樂因中施樂猶尚如是況無上菩提當捨之施諸乞者如是乞者其恩甚重無以可報如此乞者乃能與我作大樂因若以財寶不足報恩當以所得無上菩提而施與之以我福故使乞者於將來世亦如我今成大施
보살이 속으로 생각한다.
‘구걸하는 이를 인하여 보시의 쾌락을 얻었으니 구걸하는 이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를 얻게 하여 법보시의 단월이 되게 할 것이다.’
017_0601_a_17L菩薩內自思惟因於乞者得施快使乞者得無上菩提爲法施檀越
구걸하는 이들이 보살의 큰 보시를 보고 묻는다.
“무엇을 구하기 위해 큰 보시를 골고루 행하십니까?”
017_0601_a_18L諸乞求者見菩薩大施而問之言求何等而等行大施
보살은 그들에게 낱낱이 대답한다.
“나는 지금 인간과 하늘의 과보나 성문의 열반을 구하는 것이 아니요, 위없는 보리를 얻어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는 것이다.”
017_0601_a_20L菩薩各答言今不求人天果報聲聞涅槃願得無上菩提拔濟一切衆生
인색한 이들이 생각하기를 ‘보살은 어찌하여 큰 보시를 행하면서도 피로함이 없을까?’ 하면, 보살은 이렇게 대답한다.
017_0601_a_22L諸慳貪者而作念言菩薩云何能行大施心不疲
017_0601_b_01L“나의 스승이신 삼계의 존귀한 이께서 일체중생을 가엾이 여기시는데 나는 지금 스승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기 때문에 보시함에 피로함이 없다. 온갖 즐거움 가운데 해탈의 즐거움을 이길 것이 없는데 나는 중생을 사랑함이 해탈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하다.
나는 중생을 사랑하여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해 갖가지 보시를 닦는다. 만약 생사의 괴로움이 극심하지 않다면 내가 보시를 할지언정 보리를 구하지는 않겠지만, 생사가 괴롭기 때문에 나는 보시를 하여 보리를 구해서 건져 줄 것이다.
생사의 괴로움은 누가 짓는 것인가? 번뇌와 업이 짓는 것이다.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자비의 마음으로써 본체를 삼게 하여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게 하리라.”
017_0601_b_01L菩薩答言我師三界尊悲念一切衆生我今無以報師恩故施無疲厭一切之樂無勝解脫樂者我愛衆生勝愛解脫我以愛念衆生欲令得解脫故修種種施若生死不極苦者我施終不求菩提以生死苦故我施求菩拔生死苦者誰之所作煩惱以業之所造作使一切衆生以悲心爲體常樂惠施

8. 시간품(施慳品)
017_0601_b_09L施慳品第八

은혜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비로운 마음이 없다. 만일 자비로운 마음이 없으면 보시를 행하지 못하고, 보시를 행하지 않으면 중생들의 생사를 제도하지 못한다.
자비로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친한 벗이 없고, 자비로운 마음이 있는 사람은 친한 벗이 있다. 나[我]를 생각하는 사람은 애욕으로 본체를 삼고 구제하는 사람은 자비로써 본체를 삼는다.
마음 속에 소중한 사랑이 있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깊은 자비가 있어도 역시 아는 사람이 없다. 만약 보시를 하지 않으면 자비의 마음을 가리우니, 마치 획석(畫石:금의 성분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그어보는 돌)으로 그어봐야 금의 참과 거짓을 아는 것과 같다. 만약 괴롭고 위태로운 사람을 보고 큰 보시를 행하면 자비의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017_0601_b_10L不念恩人無有悲心若無悲心不能行施若不施者不能濟渡衆生生死悲心者無復親友有悲心者能有親友計我者以愛爲體救濟者以悲爲體心有重愛無有知者有重悲心者亦無能知若不行施覆蔽悲心如以畫石乃知眞僞若見苦厄者能行大施則知有悲心
017_0601_c_01L인색한 마음이 많은 사람은 설사 친한 사람을 시켜 구걸하게 하여도 원수를 이루는데, 자비로운 마음이 많은 사람은 원수가 왔더라도 친한 벗과 같이 대한다.
인색한 마음이 많은 사람은 진흙을 보시하고도 금이나 옥(玉)보다 소중히 여기고 자비로운 마음이 많은 사람은 금과 옥을 보시하고도 초목보다 가벼이 여긴다.
인색한 마음이 많은 사람은 재물을 잃으면 큰 걱정을 하지만, 자비심이 많은 사람은 재물이 있어도 보시할 곳이 없을 때 걱정함이 그 보다 크다. 재물을 버리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죽을 때에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보시할 때에 버리는 것이다. 죽을 때에 버린다는 것은 일체 것을 모두 버려서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음 세상[後世]에 이르는 것이요, 보시할 때에 버린다는 것은 조금의 물건을 버리고서 큰 과보를 받는 것이니,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이런 허물을 보고도 보시를 하지 않겠는가.
보시를 할 때에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쁜 것인데, 만약 사람이 깊이 기뻐할 수 없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어떤 구걸하는 사람이 무엇을 구하면 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조그마한 물건을 주더라도 기뻐한다.
017_0601_b_18L慳心多者正使所親從乞則成怨憎悲心多者假使怨家亦如親友慳心多者雖施泥土重於金玉悲心多者雖施金玉輕於草木慳心多者喪失財寶心大憂惱悲心多者雖有財寶無施處時心懷悲苦復過於彼捨財物者凡有二種一者命終時捨二者布施時捨死時捨者一切都無有毫釐至後世布施捨者捨於少物得大果報何有知者見此過患而不行施若行施時令受者喜悅自亦喜若人不能深生喜悅便自欺誑有乞者有所求索爲求有故施與少物心則歡喜
또 어떤 보시하는 사람이 몸소 가서 보시하되 과보를 구하지 않고 큰 보시를 하여서 남은 것이 조금이어도 그 기쁨을 비유할 수 없다.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보시하지 않고 먹으면 맛있다고 여기지 않고,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보시를 한 뒤에 먹으면 기뻐서 퍽 맛있는 음식으로 여긴다.
보시하기를 끝낸 뒤에 남는 것이 있어야 자신이 먹는데 착한 대장부는 기뻐함이 열반을 얻은 것과 같거니와 신심이 없는 사람은 누가 이 말을 믿겠는가.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주린 사람이 앞에 있어도 보시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음식도 보시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수승한 해탈을 남에게 보시할 수 있겠는가. 재물이 많아도 구걸하는 사람이 오면 보시할 생각이 없거늘 하물며 적은 물건을 보시하는 일이 있겠는가. 이런 사람은 생사 속에서 조금의 즐거움이 없으니, 열반에 나가서 머물러라.
만약 어떤 사람이 큰 강가에서 적은 물을 보시하지 못한다면, 생사 속에서 괴로움이 한량없을 것이니, 그대는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속히 열반에 들라. 큰 강가에서 사람에게 보시하려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이 자비한 마음이 있으면 열반을 얻기도 어렵지 않다.
세간에서 썩은 흙은 물보다 얻기가 쉬운데 인색한 사람은 썩은 흙을 구걸한다는 말만 들어도 아까워하거늘 하물며 재물이겠는가.
017_0601_c_08L復有施者自往施與求果報而行大施餘有少許心中快樂不可爲喩設有美食若不施與而食噉者不以爲美設令惡食得行布施然後食者心中歡喜以爲極美行施竟有餘自食善丈夫者心生喜樂如得涅槃無信心者誰信是語有美食有飢者在前不能施與是人食尚不能施與況勝解脫能施與人令多有財物有來乞者尚無施心況施少物不見是人於生死中有少樂處適可住於涅槃若人於大水邊不能以少水施與生死之中苦惱無量汝莫在中住適可速入般涅槃如有大水欲施人不以爲難如有悲心欲取涅槃亦不爲難世閒糞土易得於水貪之人聞乞糞土猶懷悋惜況復財物?
017_0602_a_01L
9. 재물시품(財物施品)
017_0602_a_02L財物施品第九

두 사람이 있어 하나는 큰 부자이고 하나는 빈궁한데 구걸하는 사람이 왔다면 이 두 사람은 모두가 걱정이 있나니, 재물이 있는 사람은 그가 구걸할 것을 근심하고 재물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어찌 하여야 조금의 재물이라도 보시할까 걱정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걱정은 같으나 과보는 각각 다르니 안타까워 한 사람은 인간이나 하늘에 나서 끝없는 즐거움을 받고 인색한 사람은 아귀가 되어서 끝없는 고통을 받는다.
017_0602_a_03L如有二人一則大富一則貧窮有乞者來如是二人俱懷苦惱有財物者懼其求索無財物者我當云何得少財物與之如是二人憂苦雖同果報各異悲惱念者生天人中受無量樂慳貪者生餓鬼中受無量苦
보살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으면 그 앞에 있는 중생에게 그대로 만족을 주는 것인데 하물며 작은 물건을 줌에 있어서랴. 어떤 사람이 큰 부자이어서 재물이 많아 마음대로 쓰면 기쁜 것처럼 보살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써 보시할 걱정을 한다면 그 사람의 즐거움보다 백ㆍ천ㆍ만 배나 더하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재물이 없는데 구걸하는 이가 오면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어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닦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수승한 사람은 가령 남의 괴로움을 듣기만 하여도 차마 견디지 못하거늘 하물며 남의 고통을 눈으로 보고서 구제하지 않겠는가. 그럴 수가 없다. 가엾이 여기는 이는 빈궁한 중생을 보았을 때 줄 재물이 없으면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탄식함이 비유할 곳이 없다.
중생을 구호하는 사람은 중생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슬피 울면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부드러운 줄 알 수 있다.
017_0602_a_09L若菩薩有悲愍心於前衆生便爲具足況復與少物如人大富多有財寶隨意而用心生歡樂菩薩悲心念施憂惱過於是人百千萬倍有悲心者無有財見人乞時不忍言無悲苦墮淚見苦惱者不能墮淚何得名爲修行悲者?勝者設聞他苦尚不能堪忍況復眼見他苦惱而不救濟者無有是處悲心者見貧苦衆生無財可與悲苦歎息無可爲喩救衆生者見衆生受苦悲泣墮淚以墮淚故知其心軟
017_0602_b_01L보살의 본체는 청정하여 모두가 나타난다. 무슨 까닭으로 모두가 나타나는 줄 아는가. 괴로워하는 중생을 볼 때에 눈에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보살은 그의 본체가 청정하고 부드러운 줄 알 수 있다.
보살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마치 눈 더미와 같나니, 눈더미가 해를 보면 모두 녹는 것 같이, 보살의 인자한 마음은 눈더미인 까닭에 괴로워하는 중생을 보면 눈에 눈물이 흐른다.
보살이 눈물을 흘리는 때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공덕을 닦는 이를 보면 사랑하고 공경하는 까닭에 눈물을 흘리고, 둘째는 괴로워하는 중생이 공덕 없는 것을 보면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눈물을 흘리고, 셋째는 큰 보시를 닦을 때에 감격하고 기뻐 뛰노라고 역시 눈물을 흘린다.
보살이 지금까지 흘린 눈물을 헤아리건대 사방의 큰 바다보다 많다.
세간의 중생들이 친족을 여읠 때에 흘린 눈물로 보살이 괴로워하는 중생을 보았으나 보시할 재물이 없을 때에 슬피 우는 눈물에는 미치지 못한다.
017_0602_a_20L薩體淨悉皆顯現何以故知其顯現?見苦衆生時眼中墮淚以是故知菩薩其體淨菩薩悲心猶如雪聚雪聚見日則皆融消菩薩悲心見苦衆生悲心雪聚故眼中流淚菩薩有三時一者見修功德人以愛敬故爲之墮淚二者見苦惱衆生無功德者以悲愍故爲之墮淚三者修大施時悲喜踊躍亦復墮淚計菩薩墮淚已來多四大海水世閒衆生捨於親屬悲泣墮不及菩薩見貧苦衆生無財施時悲泣墮淚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는 선정에 들면 지극히 즐거운 마음이 상응하고 끝없는 보물이 자연히 솟으며, 온갖 구걸하는 사람이 자연히 온다. 착한 대장부가 재물로써 구걸하는 사람에게 크게 보시하면 구걸하는 사람도 재물을 얻은 뒤엔 역시 큰 보시를 행한다.
보살은 재물을 가지고 중생에게 보시하여 모두가 풍족하게 하는데 골고루 보살피는 마음으로써 구걸하는 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눈물을 흘린다. 구걸하는 사람은 보살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 보살이 준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으나 꼭 얻을 줄을 안다.
보살은 구걸하는 사람이 오는 것을 볼 때에 심히 괴로워하고, 그가 물건 얻는 것을 볼 때에는 퍽 기뻐하여 슬픔의 고통을 멸한다.
보살은 구걸하러 왔다는 말을 들으면 슬피 울어, 눈물을 멈추지 못하다가 그가 만족하다는 말을 들어야 멈춘다. 보살이 갖가지 보시를 닦아 중생이 만족하면 곧 산으로 들어가서 선정을 닦되 어찌하여야 중생의 3독의 고통을 덜어 줄까 한다.
보살은 재물이 더욱 많아졌는데 보시할 수 있는 구걸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어째서 지켜야 하는가. 이제 마땅히 모두 버리고서 출가하리라 한다.
017_0602_b_09L菩薩入救衆生禪極樂心相應無盡寶藏自然而出一切乞者自然而至善丈夫者能以財物大施乞乞者得財物已亦行大施菩薩能以財物施於衆生使其富足以等悲心聞乞者聲爲之雨淚乞者見菩薩雨淚雖不言與當知必得菩薩見乞者來時極生悲苦乞者得財物時心生歡喜得滅悲苦菩薩聞乞言時悲泣墮淚不能自止乞者言足爾時方止菩薩修行種種施已衆生滿足便入山林修行禪定云何滅除諸衆生三毒苦患?菩薩財物倍多無乞者可施我今何爲守之而住?今當捨之出家

10. 사일체품(捨一切品)
017_0602_b_22L捨一切品第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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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는데 구걸하는 사람이 없어서 불러도 오지 않으면 그 보살은 생각하되 ‘일부러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주려는데 아무도 오는 이가 없구나’ 한다.
보살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일체 중생에게 뭇 괴로움이 얽혀 있는 것을 보면 그 중생들을 제도하리라고 원을 세운다. 보살에게 요구하는 것은 모두를 다 주어서 남기지 않고, 부처의 지혜를 구하여 가장 훌륭하게 일체 중생을 제도하려 한다. 수승한 자비심을 갖는 것이 존귀하거늘 구제하는 수행을 하려는 사람이 무슨 물건을 버리지 못하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남을 위해서 열반도 버리거늘 하물며 몸이겠는가. 몸과 재물을 버리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재물을 버리는 것은 몸을 버리는 것만 못하고, 몸을 버리는 것은 열반을 버리는 것만 못한데, 열반도 버리거늘 무엇을 버리지 못하랴.
자비한 마음이 뼈에 사무쳐서 자재한 자비를 얻어 구제하는 행을 닦는 사람은 보살의 보시라도 도무지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이는 일체 중생에게 가장 친절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는 인연이 되어 준다. 자비한 사람은 온갖 것을 모두 버려도 아무런 피로가 없다. 일체 중생의 참된 구제는 원수와 친한 사람이 평등하여 몸과 목숨까지도 버리거늘 어떤 물건을 버리지 못하랴.
017_0602_b_23L菩薩大有財物無有乞者喚之不來菩薩思惟故當斷諸結使無有來者菩薩悲心一切衆生衆苦圍繞發願度諸衆生菩薩諸有所索一切皆捨無物不與欲求佛智最上救濟一切衆生尊有勝悲心欲行救濟何物不有悲心者爲他故涅槃尚捨況復捨身捨身命財有何難也!捨財物者不如捨身捨身者不如捨於涅槃槃尚捨有何不捨悲心徹髓得自在作救濟者大菩薩施都無難也一切衆生最親與他作向樂因悲者一切都捨離諸疲勞一切衆生眞濟怨親平等身命尚與何物不捨
017_0603_a_01L일체 중생은 재물을 지극히 소중히 여기고, 목숨을 아끼기는 재물보다 소중히 여긴다. 일체 중생은 재물을 버리기는 쉽게 여기고, 목숨을 버리기는 어렵게 여긴다. 보살이 온갖 재물을 버리고 기뻐하는 것은 몸과 목숨을 버릴 때의 뛰어난 기쁨에 미치지 못한다.
갖가지 보시의 맛을 모두 알아 보시로써 음식을 삼고, 그로 인해 존속한다.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은 몸을 보시하는 맛을 알고자하여 몸을 베푸는데 어떤 사람이 몸을 구하는 것을 보면 기뻐함이 재물을 버릴 때의 기쁨보다 더하다.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기쁨을 얻는다 하여도 보살이 몸과 목숨을 버릴 때의 기쁨만 못하다.
염부제(閻浮提) 사람이 재물을 구걸하는 이가 있지만 나에게 복덕이 없기 때문에 몸을 구걸하는 이를 만났다. 재물을 준다면 재물 때문에 뜻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몸을 바치는 사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생각에 따라서 줄지언정 저에 의하지 않는다.
017_0602_c_14L一切衆生極重財利樂愛命重於財物切衆生捨財爲易捨命爲難菩薩捨一切財物歡喜不如捨身命時得勝歡喜種種施味悉知以施爲食因之得存與他樂者欲知施身氣味故施見他乞支體者心中歡喜勝於捨財歡喜如樂施者得歡喜樂不如菩薩捨身時得勝歡喜閻浮提人乞財物者無我福德故得乞身者來捨財財物由他或不稱意捨身者我得自在隨意捨與不由於他
이 몸은 견고치 않고, 일정치 않고 속히 썩는 물건이니 사랑하고 생각할 만한 것이 있으면 속히 가져가라 하면 사람의 살을 먹는 무리들이 보살에게 말한다.
“그대가 지금 더운피와 살을 내게 보시하니, 나는 무엇으로 보답하리까?”
보살은 그들에게 말한다.
“만일 은혜를 갚으려면, 다른 사람을 만나거든 자비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몸과 살을 보시하고 있으니 가서 얻으라 하라. 만일 이렇게 한다면 내 은혜를 갚는 것이다.”
보살은 구걸하는 사람에게 말한다.
“그대는 지금 나의 견고치 않은 몸을 가져가서 나로 하여금 견고한 몸을 얻게 하였다. 그대의 은혜가 지극히 중하니 무엇으로 보답하랴. 오는 세상엔 내가 몸을 보시한 공덕을 그대에게 주리라. 나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버렸다. 몸을 버린 사람은 법신을 얻고, 법신을 얻은 사람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는다.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이 결과를 얻게 하려 하노니, 이 몸을 버리면 법신을 얻고, 법신은 일체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리라.”
능히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어찌 기쁜 생각을 내어서 이 몸을 속히 버리지 않겠는가.
보살이 몸을 버릴 때에 생각하되 ‘나는 중생들의 친구가 되리라. 나는 생사를 면했으니, 의당 일체 중생의 생사를 제도해 주리라. 이런 까닭에 나는 지금 몸을 버린다’ 한다.
보살은 다시 생각하되 ‘내가 지금 몸을 버린 공덕은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뿐 아니라. 도리어 나의 공덕 법신을 기르는 것이다’ 한다. 이와 같이 마음을 결정한 뒤엔 몸을 버리기에 아무런 주저도 없다.
017_0603_a_02L此身不牢不定速朽之物可愛念者可速疾取諸食肉者語菩薩言汝今以熱肉血施我我當何以報恩菩薩報言若欲報恩者更語餘人有悲心者能施身可往取之若能如是便是報恩乞者言汝今爲我取不堅身使我得堅牢身汝恩極重何以可報未來世中捨身之果卽用施汝我爲救濟一切衆生故捨於身命捨身者得於法得法身者得一切種智使一切衆生皆得此果捨此身者得於法身身者能與一切衆生利樂能如此思云何不生喜樂速捨此身菩薩捨身時作是思惟我爲衆生作親友者我以度生死應度一切衆生脫於生以是故我今捨身菩薩作是思惟我此捨身功德不屬悲衆生數還以養我功德法身若心如是決定之時捨身無有難相
017_0603_b_01L보살이 몸을 버리기를 어렵지 않게 여기는 까닭은 법신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니, 그러기에 기뻐한다. 탐욕이 많은 사람은 많은 재물을 얻었을 때에 끝없이 기뻐하지만 보살이 몸을 버렸을 때의 기쁨에는 천ㆍ만 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살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본체를 삼아 중생을 위하여 법신을 구한다. 보살이 몸을 버릴 때의 즐거움은 세상 사람이 전륜왕의 자재한 쾌락을 얻는 것보다 수승하다. 찰리 종족이 적군을 무찌르거나 몸을 버리고 하늘에 태어나려 할 때에 몸을 버릴 때의 기쁨은 끝이 없는데 보살이 지혜와 자비심으로써 몸과 목숨을 버렸을 때의 기쁨은 그보다 더하다.
017_0603_a_21L菩薩捨身所以不難以當成法身故是故歡喜貪愛重者多得財時歡喜無量不及菩薩捨身歡喜百千萬倍菩薩以智慧悲心爲爲衆生故求於法身菩薩捨身時勝於世人得轉輪聖王自在快樂如剎利種若壞敵陣能捨身命得生天上捨身命時歡喜無量菩薩以智慧悲心捨於身命時歡喜最勝復過於彼
어리석은 중생은 재물을 위해 적진에서 몸과 목숨을 버리거나 해탈을 위해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에 뛰어들어 몸을 버리는 일이 무수한데 하물며 보살은 지혜와 자비심으로써 일체 중생을 위하거늘 어찌 목숨을 버리지 않으랴.
어리석은 중생은 애착심으로 국토를 위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을 버리는데 보살은 지혜와 자비심으로 중생을 위해 몸과 목숨을 버리니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보살이 서원을 세울 때엔 일체 것을 모두 버리리라 하였지만 일체 중생이 실제로 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고, 보시를 한다. 그럴 때에 일체 중생이 이익을 얻는다.
017_0603_b_07L凡愚衆生爲財利故在於敵陣捨於身命或爲解脫投巖赴火喪身無數況復菩薩以智慧悲心爲一切而不捨身命愚癡衆生以愛著心爲國土故捨於身命菩薩智慧悲心爲物而捨身命何足爲難菩薩發誓願時一切皆捨雖有是語一切衆生實未得利修行布施爾時一切衆生得利益受用菩薩捨身不足爲難知身無不淨爲衆生故而不捨離是則爲難
017_0603_c_01L보살은 몸을 버리기는 어렵게 여기지 않나니, 몸이란 괴롭고 공하고 부정함을 알기 때문이다. 중생을 위하면서도 몸을 버리지 못함이 어려움이요, 보살이 자비심으로 중생을 위해 몸을 버리는 것은 어렵지 않고, 버리는 것을 즐거워하여 만족함이 없는 것이 어려움이 된다.
가령 어떤 범부에게 땅덩이를 뒤집어엎으라 하면 힘이 모자라 몹시 걱정하는데, 보살이 괴로워하는 중생이 해탈치 못함을 보았을 때에 괴로워함은 이보다 더하나니 가엾이 여기는 마음 때문이다.
보살은 몸을 초목보다 더 가볍게 여기거늘 중생을 위해 몸 버리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어떤 사람이 자기 몸을 위해 잠깐 동안에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지키면 이 사람은 죽은 뒤에 반드시 하늘에 태어나지만 보살이 중생을 위해 몸과 목숨을 버린 공덕은 생사(生死)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받아들일 곳이 없고, 오직 보리의 경지에 이르러야 받아들인다.
보살은 어떤 사람이 와서 몸을 달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하되 ‘나는 벌써 이 몸을 버린 지 오래거늘 자기들이 취하지 않고, 이제야 나에게 와서 달라 하니, 반드시 나에게 인색한 마음이 있다고 여겨 나를 시험한다 하겠구나’ 한다.
017_0603_b_17L菩薩悲心爲衆生捨身不足爲樂捨無有厭足此則爲難假設使一凡夫令返大地力不能就甚生憂菩薩見苦衆生未度脫時心懷悲惱復過於是以悲心故菩薩觀身輕於草土爲衆生捨身何足爲難若人爲己身故一念中受不殺戒是人命終必生天上菩薩爲衆生捨於身命所有功德生死之中無有受處唯至菩提乃能容受菩薩若聞有人來乞身時卽時生念我已久捨此身而不自取方從我索必當謂我有慳惜心而試我耳

11. 사음수음품(捨陰受陰品)
017_0603_c_06L捨陰受陰品第十一

아라한이 마지막 몸을 버리고서 열반을 얻는 즐거움은 보살이 중생을 위하여 몸을 버릴 때의 즐거움에 미치지 못하고, 아라한이 해탈을 얻을 때도 보살이 중생을 위해 몸을 받을 때의 즐거움에 미치지 못한다.
보살은 생각하되 ‘나는 열반을 취하지 않고 중생을 위해 이 몸을 받은 것으로써 가장 묘함으로 여긴다’ 하며, 보살은 또 생각하되 ‘나는 몸을 버려 보시하고는 다시 몸을 받더라도 해탈에 들지 않는 것으로 가장 묘함으로 여긴다. 나는 여래께서 중생을 제도하신 공덕을 듣기를 좋아한다. 나는 중생을 구제하는 자비심의 맛을 얻고는 열반을 취하지 않는 것이 몹시 즐겁다.
보살은 중생을 위해 몸을 보시할 때 열반을 증득하지는 않으나 열반을 얻은 사람보다 더 훌륭하나니, 중생을 위해 몸을 버리는 맛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살이 이 5음의 몸을 받는 것은 지극히 괴로운 일이지만 중생을 위해 몸을 버릴 때의 즐거움보다 조금도 다름이 없다.
017_0603_c_07L阿羅漢捨後邊身得涅槃樂不及菩薩爲衆生捨身時樂阿羅漢得解脫不如菩薩爲衆生故受身時樂菩薩生念我以不取涅槃爲衆生故得受是身是最爲妙菩薩念言我捨身命用復更受身不入解脫是爲最勝我樂聞如來濟度衆生功德我得救衆生悲心氣味不取涅槃甚愛樂此事薩爲衆生捨身施時雖不證涅槃得涅槃者以不得爲衆生捨身氣味菩薩受是陰身極是大苦如爲衆生捨身時樂等無有異
017_0604_a_01L세간의 범부들은 빈궁과 병고에 시달려도 쾌락과 애욕의 몸을 버리지 못한다. 중생은 5음의 몸을 싫어하여 구제하지 못하면 속히 열반에 들려 하지만 보살은 생각하되 ‘열반이 심히 즐겁고 생사의 몸은 지극히 괴롭다. 내가 일체 중생들 대신하여 이 5음의 몸의 고통을 받아 해탈케 하리라’ 한다.
아라한의 몸이 다하면 부처의 몸도 다한다. 몸이 다하는 것은 같으나 구제하지 못하나니, 부처님이 몸을 멸한 것은 선이 된다.
017_0603_c_19L世閒凡人爲貧窮病苦之所纏逼不能捨離樂欲捨身衆生厭患陰身不能救濟者速入涅槃菩薩思惟涅槃甚樂生死陰身極爲大苦我當代一切衆生受此陰身之苦使得解脫阿羅漢身盡佛亦身盡身盡雖同不能救濟佛滅身爲善

12. 사신명품(捨身命品)
017_0604_a_03L捨身命品第十二

보살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위하기 때문에 대비심(大悲心)으로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을 버리어 공하지 않은 과보를 받는다. 만일 몸을 버린 온갖 사람들이 과보를 얻지 못한다면 공연히 몸을 버렸다 한다.
보살이 몸을 버리는 것은 재물에 집착한 중생들로 하여금 부끄러운 생각을 내게 하기 위해서이니, 보살이 중생을 위해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은 인색한 사람이 한 술의 밥을 보시하기보다 쉽다.
보살이 몸과 목숨을 버리는 까닭은 인색한 사람으로 하여금 부끄러운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함이니, 보살이 목숨을 버리는 까닭은 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무슨 까닭인가? 남의 목숨이 곧 자기의 목숨이기 때문이다.
보살이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남의 목숨을 구제하지 않는 까닭은 5음의 몸의 허물을 보기 때문이니, 생을 이익 되게 하기 위하여 다시 몸을 받는다. 만일 대비의 마음이 아니라면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5음의 몸을 좋아하겠는가.
만일 대비심으로 보시하는 맛이 없다면 생사 속에 있지 못한다. 보살은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한다. 대비심이 자재하면 생사하는 곳마다 열반과 같은 즐거움을 누린다.
017_0604_a_04L菩薩爲一切種智故大悲心爲衆生捨身捨命得果報不空若一切捨身不得果報名空捨身菩薩捨身著財衆生欲使生羞恥故菩薩爲衆生捨身命者易於慳貪者捨一團飯菩薩捨於身命爲慳貪者生其羞恥菩薩所以施命爲護他命故何以故?他命卽是我命菩薩雖捨身命不濟他者爲觀陰身過故爲益衆生復更受若非大悲何有智者而樂陰身無大悲施味者不能樂處生死菩薩常樂行施大悲自在隨受生死身如涅槃樂


13. 현비품(現悲品)
017_0604_a_17L現悲品第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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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대비심은 지극히 크면서 몸 안에 있으되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보살이 몸과 목숨을 버릴 때에는 일체의 하늘과 사람이 볼 수 있다. 보살의 대비심이 지극히 깊고 커서 일체 중생에게 두루하나 아무도 보는 이가 없고 재물보시ㆍ법보시ㆍ무외시(無畏施)로써 알려지게 된다.
일체 중생의 몸은 병 아닌 것이 없는데도 아는 사람이 없다. 세 가지 일에 의하여 병이 있음을 아나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음식ㆍ의복ㆍ탕약이니 이것이 병의 모습이다. 보살의 자비심은 세 가지 일에 의하여 나타나나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재물보시와 법보시와 무외시이다. 보살은 일체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일체 중생의 괴로움을 멸해 주기 위하여 몸을 버려 구제한다.
보살은 과보를 구하지 않고 풀같이 여기나니, 보살은 대비심으로 갖가지 방편을 쓰되 젖이나 피를 보시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물을 보시하는 것보다 쉽게 여긴다. 마치 옛적에 보살이 다섯 곳에서 피를 뽑아 야차 귀신에게 보시하고 기뻐 뛰기를 비유할 수 없이 한 예와 같으니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017_0604_a_18L菩薩悲心極大在於身中無有知者菩薩捨身命時一切天人所以得知菩薩悲心極以深大遍一切衆生有見者以財施法施無畏施悉得知一切衆生身者無不是病無有知以三事故知其有病何者爲三衣服湯藥卽是病相菩薩悲心以三事得顯何者爲三卽是財無畏施菩薩與一切衆生作樂爲滅一切衆生苦故捨身救之菩薩不求果報視如芻草菩薩大悲作種種方便如乳聚以血施人易於世人以水用如菩薩昔日五處出血施諸夜叉踊躍歡喜無可爲喩爲欲救濟一切諸衆生故
다른 사람이 보살에게 묻되 “대비심이 있는 사람은 무슨 재미가 있기에 피를 버리기를 물을 주는 것보다 쉽게 여기는가?” 하면, 대비심이 있는 보살은 대답하되 “과보를 구하지 않고, 남이 즐거움을 얻게 하기 위해서 몸과 목숨을 버린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즐거움은 형상 없음을 으뜸으로 하여 자비한 마음의 쾌락에 들기 때문이다” 한다.
어떤 사람이 보살의 대비심을 보고 대비의 본체인가 의심하다가 큰 보시를 하는 것을 보고서야 대비의 본체임을 안다. 세상 사람들은 의심하되 대비가 와서 보살의 몸으로 들어갔는가. 보살이 대비 속으로 들어갔는가 한다.
보살이 몸을 버리는 것은 아무도 함께하지 못하고 대비가 있는 이라야만 능히 할 수 있으며, 일체 종자지혜를 얻을 때는 일체 중생이 아무도 함께하지 못한다. 대비의 마음이 있는 사람은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희망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하나니, 이것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결정코 공(空)을 얻는다.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으로 대비를 항상 마음에 두는 사람은 위없는 보리가 손아귀에 있는 것과 다름없나니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무른 사람은 능히 다라니(陀羅尼)를 나타내고 10지(十地)에 머물러서 자유자재하나니 그는 곧 부처와 같은 줄 알라.
017_0604_b_10L有餘人問菩薩言大悲者有何氣味能使捨血易於捨水悲心菩薩答言以不求果報爲他得故捨身命何以故樂?無相爲首悲心樂有人見菩薩大悲疑之爲是悲體以大施故知是悲體世人生疑爲當悲來入菩薩身中菩薩往入悲菩薩捨身者一切所不能共唯大悲者能得一切種智時一切衆生所不能共有大悲心爲益衆生所欲皆得無有難者決定得空心欲利益衆大悲常在心者無上菩提便如在手中無異得住無生忍者能顯現陁羅尼得住十地自在當知如佛

14. 법시품(法施品)
017_0604_b_23L法施品第十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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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보시를 하는 사람은 인간에 백ㆍ천ㆍ만 사람이 있는데 재물보시의 과보는 능히 법보시를 하게 된다. 오직 대비심이 있는 이라야 법보시와 재물보시의 과보를 얻고, 나중 받는 몸으로는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다.
가엾이 여기는 이의 법보시는 현전에 열반을 증득하며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고, 감로(甘露)가 만족하게 된다. 보살의 가엾이 여기는 대비는 한 맛이니, 그런 까닭에 한 찰나에도 해탈을 얻으려는 생각이 된다.
갖가지 법보시를 끝내고는 법문들을 이를 청하되 내가 법보시의 과보를 받을 때엔 반드시 나의 청을 들어달라 한다.
보살일 때에 보시하는 것은 욕망의 보시[欲施]라 할지언정 근본 법보시라 하지 못하거니와 부처가 된 때에 보시한 것이라야 근본 법보시라 한다.
017_0604_c_01L財施者人道中有百千萬財施果報能得法施唯大悲者能得法施財施果報後身得無量樂悲者法施現證涅槃樂施歡喜甘露滿足菩薩悲一以是因緣無一剎那欲趣解脫種法施竟請諸聽法者我得法施果時必受我請菩薩時施名爲欲施非根本施成佛時施名根本法施.

부처의 지혜가 허공에 높았는데
대비는 빽빽한 구름인 양 퍼졌네.
법보시가 단비같이 고루 뿌려서
5음과 18계의 못물에 넘쳐 있네.
017_0604_c_09L佛智處虛空
大悲爲密雲
法施如甘雨
充滿陰界池

네 가지 거두는 법[四攝] 방편 삼으면
안락한 해탈의 원인이 되니
여덟 가지 바른 길 닦아 나가면
열반의 높은 결과 얻게 되리라.
017_0604_c_11L四攝爲方便
安樂解脫因
修治八正道
能得涅槃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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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보시는 중생의 몸의 고통을 덜어 주고 법보시는 중생의 마음의 고통을 덜어 준다. 한량없는 겁에 재물보시를 하는 것은 법보시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인데 법보시는 중생들에게 무외시를 줄 수 있다.
생사를 몹시 싫어하는 지혜로운 이는 열반을 구하고, 보살이 돈과 재물을 받는 뜻은 보시를 하기 위함이요, 보시를 행할 때엔 법보시를 얻기 위해서 애쓴다.
중생을 보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탐욕과 어리석음이다. 탐욕이 많은 사람에게는 재물을 보시하고 어리석음이 많은 사람에게는 법을 베풀어준다. 재물을 보시하는 뜻은 재물이 다함이 없게 하려는 것이요, 법을 보시하는 뜻은 다함이 없는 지혜를 얻게 한다. 재물보시는 몸의 즐거움을 얻고 법보시는 마음의 즐거움을 얻게 한다. 교화해 줄 중생들이 얻으려는 이치에 따라 뜻에 맞추어 만족케 하는 것을 피로 없는 뜻이라 부르나니, 큰 공덕의 법보시를 얻어 기뻐하고 더욱 단정해져서 마치 한가위의 달과 같고, 항상 중생을 위하여 마음과 눈을 떼지 않는다.
재물보시는 중생의 사랑을 받고 법보시는 항상 세간의 존경을 받는다. 재물보시는 어리석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법보시는 지혜로운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재물보시는 재물의 빈궁한 이를 물리치고 법보시는 공덕이 빈궁한 이를 물리친다. 이 두 가지 보시를 뉘라서 존중하지 않으랴.
재물보시는 능히 이 세상의 즐거움을 주고, 법보시는 능히 하늘세계와 열반의 즐거움을 준다. 대비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는 일체 중생을 사랑하고 일체 중생을 사랑하는 것은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아라한이 중생을 버리고 열반에 들어가는 것은 지혜 있는 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거늘 하물며 괴로움에 시달리는 중생이 뉘라서 좋아하랴.
항상 보시를 행하여 열 가지 악을 멀리 여의고, 부모를 공경하라. 만일 이렇게 한다면 나의 은혜를 갚는 것이다. 만일 부처의 종자를 잇고자 한다면 대비의 마음으로 으뜸을 삼아 남을 이롭게 하고, 항상 중생들을 성취시킬 일을 생각하라.
017_0604_c_12L財施除衆生身苦法施除衆生心苦無量劫財施爲得法施果法施能與衆生無畏施極厭患生死智者求涅悲救衆生者求於法施菩薩受錢財爲修施故修行施時爲得法施衆生有二種貪愛愚癡貪愛多者施財寶愚癡多者施與其法施財者爲其作無盡錢財施法者爲得無盡智財施者爲得身樂法施者爲得心樂隨所化衆生所欲得義稱意滿足稱之無疲惓意得大功德法施歡喜增益端正如秋滿月常爲衆生心眼不離財施者爲衆生所愛法施者常爲世閒之所敬重財施者與愚人所愛法施者爲智者所愛財施壞財貧窮法施壞功德貧窮者此二種施誰不敬重財施者能與現樂法施者能與天道涅槃之樂樂愛悲者能愛一切衆生愛一切衆生卽是愛己阿羅漢捨於衆生入涅槃去尚不爲智者所況苦衆生者誰當愛樂常行惠施遠離十惡恭敬父母若如是者是報我恩若欲續佛種者當以悲心爲首饒益於他常能思念成就衆生事
大丈夫論卷上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바라밀은 pāram[彼岸]과 itā[度]라는 두 말이 합성된 말이다.
  2. 2)사마타(śamatha)의 한역이며, 지(止)ㆍ적정(寂靜)ㆍ능멸(能滅)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