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7_0753_b_01L관소연연론(觀所緣緣論)


진나보살(陳那菩薩) 지음
현장(玄奘) 한역
송성수 번역


모든 존재[有]가 눈 등 다섯 식[五識]으로 하여금 바깥 물질로써 연(緣)할 것의 연을 만들려고 하는지라, 혹 지극히 미세한 것을 고집하여 실체(實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능히 식을 내기 때문이다. 혹 화합한 것으로 고집하여 그것으로 식이 생길 적엔 저 모양을 띠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다 이치가 아니니, 그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지극히 미세한 것에 다섯 가지 식에 있어서
혹 연하더라도 연할 바가 아니니
저 모양은 식이 없기 때문에
마치 눈의 감관과 같은 것이네

연할 것의 연이란 이를테면, 연하는 식이 저 모양을 띠고서 일어나거나 또는 실체(實體)가 있어서 연하는 식으로 하여금 저것을 의탁하여 물질 등 지극히 미세한 것을 내는지라, 설사 실체가 있어서 능히 다섯 가지 식을 낸다면 용혹 연의 뜻이 있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연할 것은 아니니, 눈 등이 눈 등의 식에 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극히 미세한 것은 눈 등의 식에 연할 것의 뜻이 없는 것이다.

화합이 다섯 가지 식에 있어서
혹 연할 바라도 연함이 아니니
저 체(體)가 사실 없기 때문에
마치 둘째의 달[第二月]과 같네.

물질 등의 화합이 안식(眼識)에 저 모양이 있기 때문에 연할 것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러나 연의 뜻이 없는지라, 마치 눈이 착란(錯亂)하여 하나의 달을 둘째의 달로 보는 것과 같음이니, 저 실체가 없어서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가은 화합이 눈 등 식에 연하는 뜻이 없기 때문에 바깥 두 가지 일이 그 연할 것이 연에 서로 한 갈래만 빠져도 모두가 이치에 맞지 아니한다. 물질이라고 고집하는 따위가 각각 많은 모양이 있되 그 중에 한 부분이 현량(現量)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지극히 미세한 것이 서로 어울려서 각각 하나의 화합하는 모양이 있긴 하지만, 이 모양이 실지에 있어서 각각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자기 모양의 식과 같기 때문에 다섯 가지 식과 더불어 연할 것의 연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 또한 이치가 아니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화합이 견고한 물질 같은 것은
눈 등의 식을 일으키지마는
이 연은 연할 것이 아니니
지극히 미세한 모양을 인정하기 때문이네

견고한 물질과 같은 모양이 비록 실지 있어서 눈 등의 식에 혹 연의 뜻이 있다 할지라도 그러나 연할 것은 아니니, 눈 등의 식 위에 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물질들의 지극히 미세한 모든 화합의 모양도 그 이치가 또한 그러하나니, 저 모두가 지극히 미세한 모양을 고집하기 때문에 눈 등 식의 연하는 것도 지극히 미세한 모양을 고집하기 때문에 눈 등 식의 연하는 것도 지극히 미세한 모양이라고 고집한다면, 모든 화합의 모양이 다시 따로 나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병과 항아리 등의 깨닫는 모양은
저 고집이 응당 차별이 없으리니
형상의 차별 때문에 차별이 아님은
그 형상의 차별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네

병과 항아리 등 물건의 크고 작음이 동등한 것은 능히 지극히 미세함을 이룩함이 다소가 같기 때문에 저것을 연하여 깨닫는 형상도 응당 차별이 없을 것이다. 만약에 저 물건의 형상 차별 때문에 깨닫는 형상도 차별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치가 또한 그렇지 않다. 병 등의 형상 차별은 다만 그 병들의 가법(假法) 위에 있을 뿐이고 지극히 미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지극히 미세한 것도 역시 차별의 형상이 있다고 응답 고집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지극히 미세한 분량이 동등하기 때문에
형상의 차별은 다만 가법에 있을 뿐이니
저것을 분석하여 지극히 미세함에 이르면
저 깨달음은 결정코 버리기 때문이네

병과 항아리들이 지극히 미세함을 이룩하여 형상과 분량의 차별 있는 것이 아니니, 미세하거나 원만한 형상을 버리기 때문에 차별의 행상이 가법에 있고 진실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다. 또 형상의 차별된 물건을 분석하여 지극히 미세함에 이르면, 저 깨달음은 반드시 버리는 것이고 푸른 빛 등이 물건이 아니다. 분석하여 지극히 미세한 것에 이르면, 저 깨달음을 버리는 것이다. 이 현상의 차별로 말미암아 다만 세속에 있을 뿐이고 푸른 빛 등이 역시 실물(實物)에 있는 것과 같지 아니하다. 이 때문에 다섯 가지 식의 연할 것, 그 연의 체는 바깥 빛 등이 아닌 그 이치가 충분히 성립되는 것이다. 저 연할 것의 연이 어찌 전연 있지 않거나 전연 있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또 어떠한 것인가.

안의 빛이 바깥의 나타남과 같아서
식의 연할 것의 그 연이 되나니
이는 저 형상을 인정하는 것이 식에 있고
또는 저 형상에 대한 식을 내기 때문이네

바깥 대경은 비록 없더라도 안의 빛이 있어서 바깥 대경의 나타남과 같은 거을 이르되, 식의 연할 것의 연이라 함이니, 눈 등의 식이 저 형상을 띠고서 일어나거나 또는 저 형상으로부터 생겨나는 이 두 가지 뜻을 갖추기 때문이다. 이 안의 대경과 형상이 이미 식을 떠나지 않는지라, 어떻게 함께 일어나서 식의 연을 지을 수 있는가 하면,

반드시 서로가 따르기 때문에
때를 함께 하고 또 연을 짓나니
혹시 앞 것이 뒤의 연이 되는 것은
저 공능(功能)을 이끌기 때문이네

대경과 현상이 식과 더불어 서로가 따르기 때문에 비록 한꺼번에 일어나더라도 역시 식의 연을 짓는 것이다. 인명론(因明論)자들은 말하기를, “만약에 이것과 저것이 있거나 없거나 서로 따른다면 비록 한꺼번에 생겨나더라도 역시 인과(因果)의 모양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앞 식의 모양이 뒷 식의 연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나니, 이는 본식(本識) 가운데 생겨나는 자과(自果)와 비슷한 공능(功能)을 이끌어 어긋나지 않는 이치를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섯 가지 식의 생겨나는 것이 다만 안의 빛을 연할 뿐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또 눈 등을 연이라고 말하겠는가.

본식 위의 다섯 빛 공능이
이른바 다섯 감관의 상응되는 이치이니
공능과 대경과 빛은
처음이 없는 때로부터 서로 인이 되는 것이네

능히 식을 내는 것으로써 있음을 견주어 아나니, 이는 다만 공능이 바깥의 조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식 위의 다섯 빛 공능인 이른바 눈 등의 감관이 역시 이치를 어기지 않는 것은 그 공능이 식을 내되 이치가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식에 있고 다른 데에 있는 것을 비록 말할 수는 없지만, 바깥의 모든 법은 이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것이 식에 있고 다른 데에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감관의 공능이 앞의 대경과 빛과 더불어 처음이 없는 때로부터 서로가 전전(展轉)하면서 인(因)이 되었다. 이를테면 이 공능이 성숙위(成熟位)에 이르러서 현식(現識) 위의 다섯 가지 안의 대경과 빛을 내고 이 안의 대경과 빛이 다시 이숙식(異熟識) 위의 다섯 감관의 공능을 끌어 일으키는지라, 감관과 대경의 두 물질이 식과 더불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며, 혹은 같지도 다르지도 않으니, 그 즐거워함에 따라 말해야 할지라, 이러한 모든 식은 다만 안의 대경과 현상이 그 연할 것의 연이 될 뿐이니, 이 때문에 이치가 잘 성립되는 것이다.
017_0753_b_01L所緣緣論陳那菩薩造三藏法師玄奘奉 詔譯諸有欲令眼等五識以外色作所緣緣者或執極微許有實體能生識故或執和合以識生時帶彼相故二俱非理所以者何極微於五識 設緣非所緣 彼相識無故猶如眼根等所緣緣者謂能緣識帶彼相起及有實體令能緣識託彼而生色等極微設有實體能生五識容有緣義然非所緣如眼根等於眼等識無彼相故如是極微於眼等識無所緣義和合於五識 設所緣非緣 彼體實無故猶如第二月色等和合於眼識等有彼相故設作所緣然無緣義如眼錯亂見第二月彼無實體不能生故如是和合於眼等識無有緣義故外二事於所緣緣互闕一支俱不應理有執色等各有多相於中一分是現量境故諸極微相資各有一和集相此相實有各能發生似己相識故與五識作所緣緣此亦非理所以者何和集如堅等 設於眼等識 是緣非所緣許極微相故如堅等相雖是實有於眼等識容有緣義而非所緣眼等識上無彼相故色等極微諸和集相理亦應爾彼俱執爲極微相故執眼等識能緣極微諸和集相復有別失甁甌等覺相 彼執應無別 非形別故別形別非實故甁甌等物大小等者能成極微多少同故緣彼覺相應無差別若謂彼物形相別故覺相別者理亦不然頂等別形唯在甁等假法上有非極微故彼不應執極微亦有差別形相所以者何極微量等故 形別惟在假 扸彼至極微彼覺定捨故非甁甌等能成極微有形量別捨微圓相故知別形在假非實又形別物扸至極微彼覺定捨非靑等物扸至極微彼覺可捨由此形別唯世俗有非如靑等亦在實物是故五識所緣緣體非外色等其理極成彼所緣緣豈全不有非全不有若爾云何內色如外現 爲識所緣緣 許彼相在識及能生識故外境雖無而有內色似外境現爲所緣緣許眼等識帶彼相起及從彼生具二義故此內境相旣不離識如何俱起能作識決定相隨故 俱時亦作緣 或前爲後緣引彼功能故相與識定相隨故雖俱時起亦作識緣因明者說若此與彼有無相隨雖俱時生而亦得有因果相故或前識相爲後識緣引本識中生似自果功能令起不違理故若五識生唯緣內色如何亦說眼等爲識上色功能 名五根應理 功能與境色無始互爲因以能發識比知有根此但功能非外所造故本識上五色功能名眼等根亦不違理功能發識理無別故在識在餘雖不可說而外諸法理非有故定應許此在識非餘此根功能與前境色從無始際展轉爲因謂此功能至成熟位生現識上五內境色此內色復能引起異熟識上五根功能境二色與識一異或非一異隨樂應說如是諸識惟內境相爲所緣緣理善成立觀所緣緣論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