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7_0963_b_01L불설장아함경 제17권
017_0963_b_01L佛說長阿含經卷第十七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017_0963_b_02L後秦弘始年佛陁耶舍共竺佛念譯

[제3분] ⑤

27. 사문과경(沙門果經)1) 제8
017_0963_b_03L第三分沙門果經第八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17_0963_b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라열기성에 있는 기구(耆舊) 동자(童子)2)의 암바(菴婆)동산에 계셨다.
017_0963_b_05L一時佛在羅閱祇耆舊童子菴婆園中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그때 위제희(韋提希) 부인의 아들인 아사세왕은 보름날 달이 찼을 때 첫째 부인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할까?”
017_0963_b_07L爾時王阿闍世韋提希子以十五日月滿時命一夫人而告之曰夜淸明與晝無異當何所爲作
부인이 왕에게 말했다.
“오늘은 보름날 밤, 달이 밝아 낮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땅히 머리 감고 목욕 한 뒤 모든 시녀들과 더불어 5욕(欲)을 몸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017_0963_b_09L夫人白王言今十五日夜月滿時與晝無宜沐髮澡浴與諸婇女五欲自娛
왕은 또 첫째 태자인 우야바다(優耶婆陀)3)에게 명령해 말했다.
“오늘 밤은 보름날 달 밝은 때로서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할까?”
017_0963_b_11L王又命第一太子優耶婆陁而告之曰今夜月十五日月滿時與晝無當何所施作
태자가 왕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보름날 달 밝은 때로서 낮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땅히 4병(兵)을 소집하여 서로 의논하고 국경의 반란군을 친 뒤에 이곳으로 돌아와 서로 오락하면 좋겠습니다.”
017_0963_b_14L太子白王言今夜十五日月滿時與晝無異宜集四兵共謀議伐於邊逆然後還此共相娛
왕은 또 용맹하고 씩씩한 대장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보름날 달 밝은 때, 이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무엇을 하면 좋을까?”
017_0963_b_17L王又命勇健大將而告之曰十五日月滿時其夜淸明與晝無異當何所爲作
대장이 말했다.
“오늘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땅히 4병을 소집하여 천하를 순찰하여 거역하는 자와 순종하는 자들은 알아내면 좋겠습니다.”
017_0963_b_19L大將白言今夜淸明晝無異宜集四兵案行天下知有逆
왕은 또 우사(雨舍) 바라문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보름날 달 밝은 때, 이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 수 있을까?”
017_0963_b_21L王又命雨舍婆羅門而告之曰今十五日月滿時其夜淸明與晝無當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017_0963_c_01L우사는 왕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습니다. 부란가섭(不蘭迦葉)4)은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導首]으로서 많은 지식이 있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많은 것을 받아들이듯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물어 보소서. 왕께서 그를 만나 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3_c_02L雨舍白言今夜淸明與晝無有不蘭迦葉於大衆中而爲導首多有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多所容受衆所供養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或開悟
왕은 또 우사의 아우인 수니타(須尼陀)5)에게 명령했다.
“오늘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3_c_06L王又命雨舍弟須尼陁而告之曰今夜淸明與晝無宜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수니타는 말씀드렸다.
“오늘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습니다. 말가리구사리(末伽梨瞿舍利)6)는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입니다. 그는 많은 지식이 있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3_c_09L須尼陁白言今夜淸明與晝無有末伽梨瞿舍利於大衆中而爲導首多有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無不容受衆所供養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或開悟
왕은 또 전작(典作) 대신에게 명령했다.
“오늘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3_c_13L王又命典作大臣而告之曰今夜淸明與晝無當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전작 대신이 말했다.
“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7)는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입니다. 그는 많은 지식이 있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3_c_16L典作大臣白言有阿耆多翅舍欽婆羅於大衆中而爲導首多有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無不容受衆所供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或開悟
왕은 또 가라(伽羅) 수문장(守門將)에게 명령했다.
“오늘 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3_c_20L王又命伽羅守門將而告之今夜淸明與晝無異當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017_0964_a_01L가라 수문장이 말했다.
“파부타가전나(婆浮陀伽旃那)8)는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입니다. 그는 많은 지식이 있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3_c_22L伽羅守門將白言有婆浮陁伽旃那於大衆中而爲導首多有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無不容受衆所供養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或開悟
왕은 또 우타이만제자(優陀夷漫提子)에게 명령했다.
“오늘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4_a_03L王又命優陁夷漫提子而告之曰今夜淸明與晝無異當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우타이가 말했다.
“산야이비라리불(散若夷毘羅梨沸)9)은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입니다. 그는 지식이 많아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4_a_06L優陁夷白言有散若夷毘羅梨沸於大衆中而爲導首多所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無不容受衆所供養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或開悟
왕은 또 그 아우 무외(無畏)에게 명령했다.
“오늘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4_a_10L王又命弟無畏而告之曰今夜淸明與晝無異當詣何等沙門婆羅門所能開悟我心
무외가 말했다.
“니건자(尼乾子)10)는 대중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스승입니다. 그는 지식이 많아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마치 큰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의 공양을 받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나가서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아마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4_a_12L弟無畏白言有尼乾子於大衆中而爲導首多所知識名稱遠聞猶如大海無不容受衆所供養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或開悟
왕은 또 수명 동자(壽命童子)에게 명령했다.
“오늘밤은 청명하여 낮과 다름이 없다. 마땅히 어떤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야 내 마음이 열릴까?”
017_0964_a_16L王又命壽命童子而告之曰今夜淸明與晝無異詣何等沙門婆羅門所開悟我心
수명 동자가 여쭈었다.
“불세존(佛世尊)이 계십니다. 그분은 지금 저의 암바(菴婆)동산에 계십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에게 물으십시오. 왕께서 만나보시면 마음이 반드시 열리실 것입니다.”
017_0964_a_18L命童子白言有佛世尊今在我菴婆園中大王宜往詣彼問訊王若見者心必開悟
왕은 곧 수명에게 명령했다.
“내가 탈 보배 코끼리와 그 밖의 500마리 흰 코끼리를 준비하라.”
017_0964_a_21L王勅壽命言嚴我所乘寶象及餘五百白象
기구(耆舊)는 명령을 받아 곧 왕의 코끼리와 500마리 코끼리를 준비하고는 곧 왕에게 말했다.
“이미 채비가 끝났습니다. 때를 아십시오.”
017_0964_a_22L耆舊受教卽嚴王象及五百象訖白王言嚴駕已備唯願知時
017_0964_b_01L아사세왕은 자기는 보배 코끼리를 타고 500명의 부인은 500마리의 암코끼리에 태웠다. 손에는 각각 횃불을 들고 왕의 위엄을 보이면서 라열기성을 나갔다. 왕은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얼마쯤 가다가 수명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나를 속이고 있다. 나를 함정에 빠뜨려 우리 대중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겨주려고 하는구나.”
017_0964_a_23L阿闍世王自乘寶象使五百夫人乘五百牝象手各執炬現王威嚴出羅閱祇欲詣佛所小行進路告壽命曰汝今誑我陷固於我引我大衆欲與冤家
수명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왕을 속이고, 감히 왕을 함정에 빠뜨려 왕의 대중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겨주려고 하겠습니까?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십시오. 반드시 행복과 경사를 얻을 것입니다.”
017_0964_b_05L壽命白言大王我不敢欺王敢陷固引王大衆以與冤家王但前必獲福慶
왕은 조금 더 나아가다가 다시 수명에게 말했다.
“너는 나를 속였다. 나를 함정에 빠뜨려 우리 대중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기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했다. 무슨 까닭인가? 그에게는 1,250명이나 되는 대중이 있다는데 이렇게 고요하고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을 보니 장차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017_0964_b_07L王小復前進告壽命汝欺誑我陷固於我欲引我衆持與冤家如是再三所以者何彼有大衆千二百五十人寂然無聲將有謀
수명은 다시 두 번 세 번 말했다.
“대왕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속이고 함정에 빠뜨려 왕의 대중들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겨주려고 하겠습니까?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십시오. 반드시 행복과 경사를 얻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 사문의 법은 항상 한가하고 고요한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없는 것입니다.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십시오. 동산 숲이 이미 나타났습니다.”
017_0964_b_11L壽命復再三白言大王我不敢欺誑陷固引王大衆持與冤家王但前必獲福慶所以者何彼沙門法常樂閑靜是以無聲王但前進園林已
아사세왕이 동산의 문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칼을 풀고 일산을 치우고 다섯 가지 위의11)를 버리고 걸어서 동산 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명에게 말했다.
“지금 불세존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017_0964_b_15L阿闍世王到園門下象解劍退蓋去五威儀步入園門告壽命曰今佛世尊爲在何所
수명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지금 부처님께서는 앞에 밝은 등불이 있는 높은 당(堂)에 계십니다. 세존께서는 사자좌(獅子座)에서 남쪽을 향해 앉아 계십니다. 왕께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시면 몸소 세존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017_0964_b_17L壽命報言大王今佛在彼高堂上前有明燈世尊處師子南面而坐王小前進自見世尊
그때 아사세왕은 강당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밖에서 발을 씻은 뒤 강당으로 올라갔다. 잠자코 사방을 둘러보다가 기쁜 마음이 생겨 입에서 저절로 말이 나왔다.
‘지금 모든 사문은 아주 고요하고 고요해 지관(止觀)을 구족했다. 나의 태자 우바야(優婆耶)도 이들과 다름없는 지관을 성취하게 하리라.’
017_0964_b_19L阿闍世王往詣講堂所於外洗足然後上堂默然四顧生歡喜心口自發言今諸沙門寂然靜默止觀具足願使我太子優婆耶亦止觀成就此無異
017_0964_c_01L그때 세존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아들 생각 때문에 입에서 저절로 ‘태자 우바야도 이들과 다름없는 지관을 성취하게 하리라’는 말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왕께서는 앞으로 나와 앉으십시오.”
017_0964_c_01L爾時世尊告阿闍世王曰汝念子故口自發言願使太子優婆耶亦止觀成就與此無異汝可前坐
아사세왕은 앞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만일 한가하시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017_0964_c_04L阿闍世王卽前頭面禮佛足於一面坐而白佛言今欲有所問若有閑暇乃敢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물으시오.”
佛言大王欲有問者便可問也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사람들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타고 칼ㆍ창ㆍ검ㆍ활ㆍ화살 등의 병장기로, 전투하는 법을 익힙니다. 또 왕자ㆍ역사(力士)ㆍ대역사ㆍ하인[僮使]ㆍ가죽 다루는 이[皮師]ㆍ이발사[剃髮師]ㆍ꽃장식 만드는 이[織鬘師]ㆍ수레 만드는 이[車師]ㆍ기와공[瓦師]ㆍ대그릇 짜는 이[竹師]ㆍ갈대 엮는 이[葦師]들도 다 갖가지 기술로서 스스로 생활하면서 스스로 마음껏 오락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의 부모ㆍ처자ㆍ종[奴僕]ㆍ하인[僮使]들도 함께 오락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생업을 경영하면 현세에 과보(果報)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 모든 사문이 현재 닦고 있는 것도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습니까?”
017_0964_c_07L闍世王白佛言世尊如今人乘象習刀弓矢兵仗戰鬪之法力士大力士僮使皮師剃髮師鬘師車師瓦師竹師葦師皆以種種伎術以自存生自恣娛樂父母妻子奴僕僮使共相娛樂如此營生現有果報今諸沙門現在所修現得果報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이전에 여러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 이러한 뜻을 물은 적이 있습니까?”
017_0964_c_15L佛告王曰汝頗曾詣諸沙門婆羅門所問如此義不
017_0965_a_01L왕이 부처님께 말했다.
“저는 이전에 사문 바라문들을 찾아가 이런 뜻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언젠가 부란가섭에게 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생업을 경영하면 현재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저 부란가섭이 제게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직접 하거나 혹은 남을 시켜서 찍고 해치고 지지고 베고 하여 중생을 괴롭히고 걱정하고 울게 하며 살생ㆍ도둑질ㆍ간음ㆍ거짓말ㆍ담을 넘어 겁탈하기ㆍ불을 놓아 태우기 따위로 도(道)를 끊고 악한 짓을 한다고 합시다. 대왕이여, 이와 같은 일을 행하더라도 그것은 악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이여, 설사 날카로운 칼로 모든 중생을 난도질하고 고기 더미로 만들어 세간을 가득 채운다 하더라도 그것은 악이 아니며 또한 그 죄의 과보도 없습니다. 항하(恒河)의 남쪽 언덕에서 중생을 칼로 베어 죽여도 그 악의 과보는 없고, 항하의 북쪽 언덕에서 큰 보시의 집회를 열어 일체의 무리들에게 베풀어 사람을 골고루 이익되게 하더라도 또한 복의 과보도 없습니다.’”
017_0964_c_16L王白佛言我曾詣沙門婆羅門所問如是義我念一時至不蘭迦葉所問言如人乘象馬車習於兵法乃至種種營生現有果報今此衆現在修道現得果報不彼不蘭迦葉報我言王若自作若教人作斫伐殘害煮炙切割惱亂衆生愁憂啼哭殺生偸盜婬逸妄語踰牆劫奪放火焚燒斷道爲惡大王行如此事非爲惡也大王若以利劍臠割一切衆生以爲肉聚彌滿世閒此非爲惡亦無罪報於恒水南臠割衆生亦無有惡報於恒水北岸爲大施會施一切衆利人等利亦無福報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李]이라 대답하고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그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죄와 복의 과보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저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a_06L王白佛言猶如有人問瓜報李問李報瓜彼亦如是我問現得報不而彼答我無罪福報我卽自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無緣殺出家人繫縛驅遣懷忿結心作此念已卽便捨去
017_0965_b_01L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또 언젠가 말가리구사리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들 현재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제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베풂도 없고 주는 것도 없으며 제사의 법도 없는 것입니다. 또 선악도 없고 선악의 과보도 없으며, 금생도 없고 후생도 없는 것입니다.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으며 하늘도 없고 조화도 없으며 중생도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사문 바라문도 평등한 행자(行者)도 없고 또한 금세나 후세에 몸소 증명하고 남에게 두루 나타내는 자도 없습니다. 있다고 하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라고 대답하고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없다’는 논리로만 대답했습니다. 저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저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a_11L又白佛言我於一時至末伽梨拘舍梨所問言如今人乘象馬車習於兵法至種種營生皆現有果報今者此衆現在修道現得報不彼報我言大王無施無與無祭祀法亦無善惡無善惡報無有今世亦無後世無父無母無天無化無衆生世無沙門婆羅門平等行者亦無今世後世自身作證布現他人諸言有者皆是虛妄世尊如有人問瓜報李問李報瓜彼亦如我問現得報不彼乃以無義答卽自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緣殺出家人繫縛驅遣我懷忿結作此念已卽便捨去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또 언젠가 아이다시사흠바라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大德)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제게 대답했습니다.
‘네 가지 요소[大]로 이루어진 사람이 목숨을 마치면 흙의 요소[地大]는 땅으로 돌아가고 물의 요소[水大]는 물로 돌아가며, 불의 요소[火大]는 불로 돌아가고 바람의 요소[風大]는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모두 무너지고 부서져 모든 감관은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만일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牀輿)에 몸을 실어 화장장에 갖다 두고 불을 지피면 그 뼈는 비둘기 빛처럼 되기도 하고 혹은 변해 재와 흙이 됩니다. 어리석은 자도 지혜로운 자도 목숨을 마치면 모두 무너지고 부서져 단멸(斷滅)하고 마는 법입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내게 ‘단멸법’으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도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b_02L又白佛言於一時至阿夷陁翅舍欽婆羅所大德如人乘象馬車習於兵法至種種營生皆現有果報今者此衆現在修道現得報不彼報我言受四大人取命終者地大還歸地水還歸火還歸火風還歸風皆悉壞敗根歸空若人死時牀輿擧身置於塚火燒其骨如鴿色或變爲灰土若智取命終者皆悉壞敗爲斷滅世尊猶如有人問李瓜報彼亦如我問現得報不而彼答我以斷滅我卽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無緣殺出家人繫縛驅遣我懷忿結心作此念已卽便捨去
017_0965_c_01L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또 저는 옛날 어느 때 파부타가전연을 찾아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제게 대답했습니다.12)
‘대왕이여, 힘도 없고 정진(精進)함도 없는 사람은 힘도 없고 방편도 없습니다.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는 중생은 염착(染著)하게 되고 인도 없고 연도 없는 중생은 청정해집니다. 목숨이 있는 일체 중생들은 모두 힘이 없고 자재(自在)하지 못하며 원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수(數) 가운데 정해져 있는 대로 이 6생(生) 중에서 온갖 고락을 받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이와 같아서 내가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무력(無力)’으로써 내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b_16L又白佛言我昔一時至彼浮陁伽旃延所問言大德如人乘象馬車習於兵法乃至種種營生皆現有果報今者此衆現在修得報不彼答我言大王無力無精人無力無方便無因無緣衆生染無因無緣衆生淸淨一切衆生有命之類皆悉無力不得自在無有冤讎定在數中於此六生中受諸苦樂猶如問李瓜報問瓜李報彼亦如是我問現得報不彼已無力答我我卽自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無緣殺出家人繫縛驅遣我懷忿結心作此念已卽便捨去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또 저는 옛날 언젠가 산야비라리자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제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 과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며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 과보가 없느냐?〉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며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017_0965_c_06L又白佛言我昔一時至散若毘羅梨子所問言大德如人乘象馬車習於兵法乃至種種營生皆現有果報今者此衆現在修現得報不彼答我言大王現有沙門果報問如是答此事如是此事實此事異此事非異非不異大王現無沙門果報問如是答此事如是此事此事異此事非異非不異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는 과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며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는 과보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가?〉 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며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는가?’ 하고 물었는데 그는 ‘이론(異論)’으로 나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c_14L大王現有無沙門果報問如是答此事如是此事此事異此事非異非不異大王現非有非無沙門果報問如是答此事如是此事實此事異此事非異非不異世尊猶如人問李瓜報問瓜李報彼亦如我問現得報不而彼異論答我卽自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緣殺出家人繫縛驅遣我懷忿結心作是念已卽便捨去
017_0966_a_01L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또 저는 옛날 언젠가 니건자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일체지(一切智)와 일체견(一切見)을 가진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압니다.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언제나 남김없이 깨달아 지혜가 항상 앞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두를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자두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이와 같아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는가?’ 하고 물었는데 그는 내게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017_0965_c_23L又白佛言我昔一時至尼乾子所問言大德如人乘象馬車乃至種種營生現有果報今者此衆現在修道現得報不彼報我言大王我是一切智一切見盡知無餘若行若住覺悟無智常現在前世尊猶如人問李瓜問瓜李報彼亦如是我問現得報而彼答我以一切智我卽自念言我是刹利王水澆頭種無緣殺出家繫縛驅遣我懷忿結心作此念已卽便捨去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여기 와서 이런 뜻을 묻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사문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017_0966_a_11L是故世尊今我來此問如是義如人乘象馬車習於兵法乃至種種營生皆現有果報今者沙門現在修道現得報不
017_0966_b_01L부처님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왕에게 도리어 묻겠습니다.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왕의 집 종이나 안팎의 하인들도 모두 보름날 달이 찼을 때 왕이 머리 감고 목욕하고 높은 전각에 올라가 여러 채녀(婇女)들과 서로 오락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 행(行)의 과보가 저렇게까지 되는 것인가? 이 아사세왕은 보름날 달이 찼을 때 머리 감고 목욕한 뒤 높은 전각에 올라 여러 채녀와 더불어 5욕(欲)을 즐기는구나. 이것이 바로 행의 과보임을 누가 능히 알겠는가?’
그는 뒷날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평등법을 실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대왕께서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본다면 그때도 ‘저 사람은 내 종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습니까?”
017_0966_a_14L佛告阿闍世王曰我今還問王隨意所答云何大王王家僮使內外作人皆見王於十五日月滿時沐髮澡浴在高殿上與諸婇女共相娛樂作此念言咄哉行之果報乃至是乎此王阿闍世以十五日月滿時沐髮澡浴於高殿上與諸婇女五欲自娛誰能知此乃是行報者彼於後時剃除鬚服三法衣出家修道行平等法大王大王遙見此人來寧復起念是我僕使不耶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가 오는 것을 본다면 저는 마땅히 일어나 맞이하고 앉기를 청하겠습니다.”
017_0966_b_02L王白佛言不也世尊若見彼來當起迎請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어찌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017_0966_b_03L佛言此豈非沙門現得報耶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입니다.”
017_0966_b_04L王言如是世尊此是現得沙門報也
“다시 대왕이여, 만일 왕의 경계 안에 살면서 왕의 창고에서 주는 것을 먹고 사는 나그네가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머리 감고 목욕한 뒤 높은 전각에 올라가 모든 채녀와 더불어 5욕을 즐기는 것을 보았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아, 저분 행위의 과보가 이와 같은 것인가? 이것이 바로 행의 과보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뒷날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고 평등법을 실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대왕께서 만일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본다면 그때도 ‘저 사람은 나의 녹을 먹던 나그네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습니까?”
017_0966_b_05L復次大王若王界內寄居客人食王廩賜見王於十五日月滿時沐髮澡浴於高殿上與諸婇女五欲自娛彼作是念咄哉彼行之報乃如是耶誰能知此乃是行報者於後時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行平等法云何大王大王若遙見此人來寧復起念言是我客民食我廩賜耶
왕이 말했다.
“아닙니다. 만일 그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본다면 저는 마땅히 일어나 맞이하여 예경하고 인사한 뒤 앉기를 청할 것입니다.”
017_0966_b_13L王言不也若我見其遠來起迎禮敬問訊請坐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이것이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017_0966_b_14L云何大王此非沙門現得果報耶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세에서 얻는 사문의 과보입니다.”
017_0966_b_15L王言如是現得沙門報也
“다시 대왕이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이 세상에 나타나면 내 법에 들어오는 자는 결국에는 3명(明)으로써 모든 어둠을 멸하고 큰 지혜의 광명을 낼 것이니, 이른바 누진지증(漏盡智證)이 그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부지런히 정진하고 전념하여 잊지 않으며 조용히 혼자 지내기를 즐기고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이것이 사문이 현세에서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017_0966_b_16L復次大王如來至眞等正覺出現於世入我法者乃至三明滅諸闇生大智明所謂漏盡智證所以者斯由精勤專念不忘樂獨閑靜放逸故云何大王此非沙門現在果報也
왕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실로 그것은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입니다.”
017_0966_b_21L王報言如是世尊實是沙門現在果報
017_0966_c_01L그때 아사세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십시오. 저는 미치광이이고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합니다. 저의 아버지 병사왕은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여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5욕에 미혹하여 사실은 부왕(父王)을 해쳤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017_0966_b_22L爾時阿闍世王卽從坐起面禮佛足白佛言唯願世尊受我悔我爲狂愚癡冥無識我父摩竭甁沙王以法治化無有偏抂而我迷惑五欲實害父王唯願世尊加哀慈愍受我悔過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한 짓을 했지만 이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대는 5욕에 미혹하여 끝내 부왕을 해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성의 법 가운데서 능히 허물을 뉘우친다면 곧 스스로 이익되고 편안할 것입니다. 나는 그대를 불쌍히 여겨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습니다.”
017_0966_c_04L佛告王曰汝愚冥無識自悔過汝迷於五欲乃害父王今於賢聖法中能悔過者卽自饒益吾愍汝受汝悔過
아사세왕은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 돌아와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합니다.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과 모든 대중들께서는 내일 저의 공양청을 받아 주십시오.”
017_0966_c_07L爾時阿闍世王禮世尊已還一面坐佛爲說法示教利喜王聞佛教已卽白佛言我今歸依佛歸依法歸依僧聽我於正法中爲優婆塞自今已後盡形壽不殺不盜不欺不飮酒唯願世尊及諸大衆明受我請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017_0966_c_13L爾時世尊默然許可見佛默然受請已卽起禮佛遶三帀而還
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사세왕은 죄가 줄어들어 무거운 재앙에서 빠져 나왔다. 만일 아사세왕이 그 아버지를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자리에서 곧바로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사세왕이 오늘 스스로 참회하여 죄가 줄어들고 무거운 재앙에서 빠져나왔다.”
017_0966_c_15L其去未久佛告諸比丘言此阿闍世王過罪損減已拔重咎若阿闍世王不殺父者卽當於此坐上得法眼而阿闍世王今自悔過罪咎損減已拔重咎
아사세왕은 돌아오는 길에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이제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너는 먼저 ‘여래께서는 가르쳐 주시고 깨우쳐 주신다’고 찬탄하였고, 그런 뒤에 나를 이끌고 세존께 가서 지혜가 열려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다. 나는 너의 은혜를 깊이 새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017_0966_c_19L阿闍世王至於中路壽命童子言善哉善哉汝今於我多所饒益汝先稱說如來指授開發後將我詣世尊所得蒙開悟深識汝終不遺忘
왕은 궁중으로 돌아와 온갖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고 이튿날 때가 되자 ‘성인이시여, 때를 아십시오’ 하고 알려드렸다.
017_0966_c_23L王還宮辦諸餚膳種種飮食明日時到唯聖知時
017_0967_a_01L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모든 제자 1,250명과 함께 왕궁에 나아가 자리에 앉으셨다. 왕은 손수 음식을 권하면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했다. 그리고 부처님과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시자 발우를 거둔 뒤 손 씻을 물을 돌린 다음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여쭈었다.
“저는 이제 몇 번이고 잘못을 뉘우칩니다. 저는 미치고 어리석고 어두우며 무식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마갈(摩竭)의 병사왕은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여 치우침이 없었고 억울하게 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5욕에 미혹하여 사실은 부왕을 해쳤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017_0967_a_01L爾時尊著衣持鉢與衆弟子千二百五十人俱往詣王宮就座而坐王手自斟酌供佛及僧食訖去鉢行澡水畢禮世尊足白言我今再三悔過我爲狂愚癡冥無識我父摩竭甁沙王以法治化無有偏抂而我迷於五欲實害父王唯願世尊加哀慈愍受我悔過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하여 5욕에 미혹되어 부왕을 해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성의 법 가운데서 능히 참회하니 곧 스스로 이익될 것입니다. 나는 이제 그대를 가엾게 여겨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습니다.”
017_0967_a_08L佛告王曰汝愚冥無識迷於五欲害父王今於賢聖法中能悔過者自饒益吾今愍汝受汝悔過
왕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 작은 자리 하나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뒤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몇 번이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건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017_0967_a_11L王禮佛足已取一小座於佛前坐佛爲說法示教利喜王聞佛教已又白佛言今再三歸依佛歸依法歸依僧唯願聽我於正法中爲優婆塞自今已後盡形壽不殺不盜不婬不欺不飮酒
세존께서는 아사세왕을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017_0967_a_16L爾時世尊爲阿闍世王說法示教利喜已從坐起而去
아사세왕과 수명 동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7_0967_a_18L爾時阿闍世王及壽命童子聞佛所說歡喜奉行

28. 포타바루경(布吒婆樓經) 제9
017_0967_a_19L佛說長阿含第三分布咤婆樓經第九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7_0967_a_20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017_0967_a_2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
017_0967_b_01L그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오늘은 걸식하기에는 때가 좀 이르다. 나는 차라리 지금 포타바루(布吒婆樓) 범지의 숲에 가서 구경하면서 때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걸식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범지의 숲으로 가셨다.
017_0967_a_23L爾時世尊淸旦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世尊念言今日乞食於時爲早今我寧可往至布咤婆樓梵志林中觀看須時至當乞食爾時世尊卽詣梵志林中
그때 포타바루 범지는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맞이하면서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오랫동안 오시지 않더니 오늘은 무슨 인연으로 몸소 찾아 주셨습니까? 자리에 앉으십시오.”
017_0967_b_04L布咤婆樓梵志遙見佛來卽起迎言善來沙門瞿曇不來此今以何緣而能屈顧可前就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 앉아 포타바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여기 모여 무슨 일을 하였으며, 무엇을 강설했는가?”
017_0967_b_07L爾時世尊卽就其座告布咤婆樓汝等集此何所作爲爲何講說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제는 많은 범지와 사문 바라문들이 이 바라문의 강당에 모여 이러한 일로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어떤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에게는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이 생각[想]이 생겨나고,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생각이 멸한다. 생각에는 오고 감이 있어서 그것이 오면 곧 생각이 생기고, 가면 곧 생각이 멸한다.’
구담이시여, 어떤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命)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생기고 명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멸한다. 저 생각에는 오고 감이 있으니 오면 곧 생각이 생기고, 가면 곧 생각이 멸한다.’
구담이시여, 어떤 범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에서 한 말들은 옳지 않다. 큰 위력을 지닌 큰 귀신이 있다. 그가 생각을 가지고 가고 그가 생각을 가지고 온다. 그가 생각을 가지고 가면 곧 생각이 멸하고, 그가 생각을 가지고 오면 곧 생각은 생긴다.’
저는 이로 인하여 기억이 떠올랐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사문 구담은 이전에 이 뜻을 알고 있었다. 그분이라면 반드시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대해 잘 아실 것이다.’”
017_0967_b_08L志白佛言世尊昨日多有梵志沙門婆羅門集此婆羅門堂說如是事違逆論瞿曇或有梵志作是說言無因無緣而想生無因無緣而想滅想有去來來則想生去則想滅瞿曇或有梵志作是說由命有想生由命有想滅彼想有去來來則想生去則想瞿曇或有梵志作是說如先所言無有是處有大鬼神有大威力彼持想去彼持想來彼持想去則想滅持想來則想生我因是故生念念沙門瞿曇先知此義必能善知想知滅
017_0967_c_01L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 모든 논자(論者)들은 다 잘못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생각[想]이 생기고, 인도 없고 연도 없이 생각이 멸한다. 생각에는 오고 감이 있어서 오면 곧 생각이 생기고, 가면 곧 생각이 멸한다.’
혹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명(命)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생기고 명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멸한다. 생각에는 오고 감이 있어 오면 곧 생각이 생기고 가면 곧 생각이 멸한다.’
혹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럴 리가 없다. 큰 귀신이 있어 그가 생각을 가지고 오고, 그가 생각을 가지고 간다. 가지고 오면 생각이 생기고, 가지고 가면 생각이 멸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다 잘못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범지여, 인연(因緣)이 있어 생각[想]이 생기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기 때문이다.
017_0967_b_21L爾時世尊告梵志曰彼諸論者皆有過咎言無因無緣而有想生無因無緣而有想滅想有去來來則想生去則想滅或言因命想生因命想滅想有去來來則想生去則想滅或有無有是處有大鬼神彼持想來持想去持來則想生持去則想滅此言者皆有過咎所以者何梵志因緣而想生有因緣而想滅
만일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서 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할 때에 어떤 사람이 불법을 닦기 위해 출가하여 도를 행하고 나아가 마음을 덮는 5개(蓋)까지도 멸하면 탐욕과 같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제거하여 각도 있고 관도 있으며[有覺有觀], 떠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離生喜樂]이 있는 초선(初禪)에 들어간다. 먼저 욕상(欲想)을 멸하고 희상(喜想)과 낙상(樂想)을 일으킨다. 범지여, 그러므로 알아야 하니,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기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한다.
다음에는 각과 관이 멸하고 안으로 고요히 한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無覺無觀],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이 있는 제2선(禪)에 들어간다. 범지여, 저 초선의 생각은 멸하고 제2선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쁨[喜]을 버리고 집착 없는 평등한 마음을 닦고 보호하며 생각을 오로지해 한마음이 되어 몸의 즐거움[身樂]을 스스로 알고, 현성이 구하는 바인 평정[護:捨]ㆍ기억[念]ㆍ청정(淸淨)이 있는 제3선에 들어간다. 범지여, 제2선의 생각은 멸하고 제3선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17_0967_c_06L若如來出現於世至眞等正覺十號具足人於佛法中出家爲道乃至滅五蓋覆蔽心者除去欲惡不善法有覺離生喜入初禪先滅欲想生喜樂想梵志以此故知有因緣想生因緣想滅滅有覺內喜一心無觀定生喜入第二禪梵志彼初禪想滅二禪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捨喜修專念一心自知身樂賢聖所求護念淸淨入三禪梵志彼二禪想滅三禪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因緣想生
017_0968_a_01L다음에는 괴로움도 버리고 즐거움도 버리는데, 이미 걱정과 기쁨은 멸하였으며, 평정[護]ㆍ기억[念]ㆍ청정(淸淨)이 있는 제4선에 들어간다. 범지여, 제3선의 생각은 멸하고 제4선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체의 색에 대한 생각[色想]을 버리고 성내는 마음을 멸하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공처(空處)에 들어간다. 범지여, 일체의 색에 대한 생각은 멸하고 공처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일체의 공처를 초월하면 식처(識處)에 들어간다. 범지여, 저 공처의 생각은 멸하고 식처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체의 식처를 초월하면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간다. 범지여, 저 식처의 생각은 멸하고 불용처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17_0967_c_19L捨苦捨樂先滅憂喜護念淸淨入第四禪梵志彼三禪想滅禪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捨一切色想滅恚不念異想入空處梵志一切色想滅空處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越一切空處入識處梵志彼空處想識處想生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越一切識處入不用處梵志彼識處想滅不用處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
불용처를 버리면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간다. 범지여, 저 불용처(不用處)의 생각은 멸하고 유상무상처의 생각이 생긴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하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유상무상처를 버리고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들어간다. 범지여, 저 유상무상처의 생각은 멸하고 상지멸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생각이 생기고 인연이 있어 생각이 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생각을 얻은 뒤에 이렇게 생각한다.
‘기억[念]이 있는 것은 악이며, 기억이 없는 것은 선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 그 미묘한 생각은 멸하지 않고 다시 거친 생각이 생긴다. 그는 또 생각한다.
‘나는 이제 차라리 염행(念行)도 하지 않고 사유(思惟)도 일으키지 않으리라.’
그가 염행도 하지 않고 사유도 일으키지 않으면 미묘한 생각도 멸하고 거친 생각도 생기지 않는다. 그가 염행도 하지 않고 사유도 일으키지 않아 미묘한 생각도 멸하고 거친 생각도 생기지 않았을 때 그는 곧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들어간다.
어떤가? 범지여, 그대는 태어난 이후로 이렇게 차례로 생각을 멸하는 인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가?”
017_0968_a_05L捨不用處入有想無想處梵志彼不用處想滅有想無想處想生以是故知有因緣想滅有因緣想生彼捨有想無想處入想知滅定梵志彼有想無想處想入想知滅定以是故知有因緣想生有因緣想滅彼得此想已作是念念爲惡無念爲善彼作是念時彼微妙想不滅更麤想生彼復念言我今寧可不爲念行不起思惟彼不爲念行不起思惟已微妙想滅麤想不生不爲念行不起思惟微妙想滅麤想不生時卽入想知滅定云何梵志從本已來頗曾聞此次第滅想因緣
017_0968_b_01L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태어난 이후로 이와 같이 차례로 생각을 멸하는 인연에 대해 진실로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유상(有想)이다. 이것은 무상(無想)이다. 혹은 다시 유상이다.’
이런 생각을 한 뒤 그가 ‘기억[念]이 있는 것은 악이며, 기억이 없는 것은 선이다’라고 한다고 하면, 그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미묘한 생각은 멸하지 않고 거친 생각이 다시 생깁니다. 그러면 그는 또 ‘나는 이제 차라리 염행(念行)도 하지 않고 사유(思惟)도 일으키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하면서 그가 염행도 하지 않고 사유도 일으키지 않아야 미묘한 생각도 멸하고 거친 생각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가 염행도 하지 않고 사유도 일으키지 않아 미묘한 생각도 멸하고 거친 생각도 생기지 않았을 때라야 그는 곧 상지멸정에 들게 될 것입니다.”
017_0968_a_19L梵志白佛言從本已來信自不聞如是次第滅想因緣又白佛言我今生念謂此有想此無想或復有想此想已彼作是念有念爲惡無念爲善彼作是念時微妙想不滅麤想更生彼復念言我今寧可不爲念行不起思惟彼不爲念行不起思惟已微妙想滅麤想不生彼不爲念行不起思微妙想滅麤想不生時卽入想知滅定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현성법 중에 차례로 상(想)을 멸하는 선정이다.”
017_0968_b_05L佛告梵志言善哉善哉此是賢聖法中次第想滅想定
범지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모든 생각 가운데 어느 것이 위없는 생각[想]입니까?”
017_0968_b_06L梵志復白佛此諸想中何者爲無上想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불용처상(不用處想)이 위없는 것이다.”
017_0968_b_07L佛告梵不用處想爲無上
범지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생각 가운데 어느 것이 제일 위없는 생각입니까?”
017_0968_b_08L梵志又白佛言諸想中何者爲第一無上想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들 유상이라 하고 모두들 무상이라고 말할 때 그 중간에서 능히 차례로 상지멸정을 얻으면 이것이 제일 위없는 생각이다.”
017_0968_b_09L佛言諸言無想於其中間能次第得想知滅定者是爲第一無上想
범지는 또 여쭈었다.
“그것은 한 생각입니까, 많은 생각입니까?”
017_0968_b_11L梵志又爲一想爲多想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생각만 있고 많은 생각은 없다.”
017_0968_b_12L佛言有一想無多
범지는 또 여쭈었다.
“먼저 생각이 생긴 뒤에 지혜가 있습니까, 먼저 지혜가 생긴 뒤에 생각이 있습니까, 아니면 생각과 지혜가 동시에 함께 생깁니까?”
017_0968_b_13L梵志又問先有想生然後智先有智生然後想爲想智一時俱生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생각이 생긴 뒤에 지혜가 있다. 생각으로 말미암아 지혜가 있다.”
017_0968_b_14L先有想生然後智由想有智
범지는 또 여쭈었다.
“생각은 곧 나[我]입니까?”
017_0968_b_15L梵志又問想卽是我耶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떤 사람을 나라고 말하는가?”
017_0968_b_16L佛告梵志汝說何等人是我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사람이 나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4대(大)ㆍ6입(入)으로 이루어진 색신(色身)을 말한 것입니다. 이것은 부모가 낳아 젖을 먹여 기르고 옷으로 장엄한 것으로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마멸(磨滅)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람을 바로 나라고 말합니다.”
017_0968_b_17L梵志白佛言我不說人是我自說色身四大六入父母生育乳餔成長衣服莊嚴無常磨滅法說此人是我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4대ㆍ6입으로 이루어진 색신은 부모가 낳아 젖을 먹여 기르고 의복으로 장엄한 것으로서 무상하며 마멸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이런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했다. 범지여, ‘이것이 나이다’라는 말은 일단 그만두라. 다만 사람의 생각[想]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이다.”
017_0968_b_20L佛告梵志汝言色身四六入父母生育乳餔長成衣服莊無常磨滅法說此人是我梵志置此我但人想生人想滅
범지가 여쭈었다.
“저는 ‘사람이 곧 나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욕계천(欲界天)이 곧 나라고 말합니다.”
017_0968_b_23L梵志言不說人是我我說欲界天是我
017_0968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계천이 곧 나이다’라는 말은 일단 그만두시오. 다만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이다.”
017_0968_c_01L佛言且置欲界天是我但人想生人想滅
범지가 여쭈었다.
“저는 ‘사람이 곧 나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색계천(色界天)이 곧 나라고 말합니다.”
017_0968_c_02L梵志言我不說人是我我自說色界天是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색계천이 곧 나이다’라는 말은 일단 그만두시오. 다만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이다.”
017_0968_c_04L佛言且置色界天是我但人想生人想滅
범지가 여쭈었다.
“저는 ‘사람이 곧 나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스로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ㆍ무색천(無色天)이 나라고 말합니다.”
017_0968_c_05L梵志言我不說人是我我自說空處識處不用處有想無想無色天是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ㆍ무색천이 바로 나다’라는 말은 일단 그만 두시오. 다만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이다.”
017_0968_c_07L佛言且置空處識處無所有處有想無想處無色天是我但人想生人想滅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제가 어떻게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017_0968_c_09L梵志白佛言云何瞿曇我寧可得知人想生人想滅不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을 알고자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렵다. 무슨 까닭인가? 그대는 다른 소견[見]과 다른 습관[習]과 다른 인(忍)과 다른 수(受)로 다른 법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017_0968_c_10L佛告梵志汝欲知人想生人想滅者甚難甚難所以者何汝異見異習異受依異法故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른 소견과 다른 습관과 다른 인과 다른 수로 다른 법을 의지하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이 생기고 사람의 생각이 멸하는 것을 알고자 하여도 그것은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런 견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무상(無常)하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영원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영원한 것도 아니며 무상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끝이 있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끝이 없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나와 세간은 끝이 있는 것도 아니며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017_0968_c_13L梵志白佛言如是瞿曇我異見異習異忍異受依異法欲知人想生人想滅者甚難甚難所以者何世閒有常此實餘虛世閒無常此實餘虛世閒有常無此實餘虛世閒非有常非無常此實餘虛世閒有邊此實餘虛世閒無邊此實餘虛世閒有邊無此實餘虛世閒非有邊非無邊此實餘虛
017_0969_a_01L‘이 목숨[命]이 곧 몸[身]이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목숨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몸과 목숨은 다른 것도 아니며,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목숨도 없고 몸도 없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여래는 사라진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여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여래는 사라지기도 하고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며 다른 것은 거짓이다.’”
017_0968_c_22L是命是身此實餘虛命異身異此實餘虛身命非異非不異實餘虛無命無身此實餘虛如來終此實餘虛如來不終此實餘虛如來終不終此實餘虛如來非終非不終此實餘虛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고 나는 확언하지 않는다.”
017_0969_a_04L佛告梵志世閒有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我所不記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왜 확언하지 않으십니까?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 확언하지 않으십니까?”
017_0969_a_05L梵志白佛言瞿曇何故不記世閒有常至如來非終非不終盡不記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법에도 맞지 않는다. 그것은 범행(梵行)이 아니며, 무욕(無欲)이 아니며, 무위(無爲)가 아니며, 적멸(寂滅)이 아니며, 지식(止息)이 아니며, 정각(正覺)이 아니며, 사문이 아니며, 열반[泥洹]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확언하지 않는다.”
017_0969_a_07L佛言此不與義合不與法合非梵行非無非無爲非寂滅非止息非正覺沙門非泥洹是故不記
범지가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이치에 맞고 법에 맞는 것이며, 어떤 것이 범행의 처음이고 어떤 것이 무위(無爲)이며, 어떤 것이 무욕(無欲)이고 어떤 것이 적멸(寂滅)이며, 어떤 것이 지식(止息)이고 어떤 것이 정각이며, 어떤 것이 사문이고 어떤 것이 열반이며, 어떤 것이 확언(名記)하는 것입니까?”
017_0969_a_10L梵志又問何爲義合法合云何爲梵行初云何無爲云何無欲云何寂滅云何止息云何正覺云何沙門云何泥洹云何名記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苦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苦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苦滅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확언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치에 맞고 법에 맞으며 범행의 시초이고 무욕ㆍ무위ㆍ적멸ㆍ지식ㆍ정각ㆍ사문ㆍ열반이기 때문에 나는 확언하는 것이다.”
017_0969_a_14L佛告梵志我記苦諦苦集苦滅苦出要諦所以者何此是義合法合梵行初首無欲無爲寂滅止息正覺沙門泥洹是故我記
세존께서는 범지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가르쳐 보여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017_0969_a_17L爾時世尊爲梵志說法示教利喜已卽從坐而去
부처님께서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다른 범지들이 포타바루 범지에게 말했다.
“그대는 왜 사문 구담의 말을 듣고 구담의 말마다 옳다고 인정하였는가? 구담이 말하기를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들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나는 확언하지 않는다’ 라고 하였는데, 너는 왜 그 말을 옳다고 인정하였는가? 우리는 사문 구담의 이러한 말을 옳다고 하지 않는다.”
017_0969_a_18L去未久其後諸餘梵志語布咤婆樓梵志曰汝何故聽瞿曇沙門所說語印可瞿曇言我及世閒有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不與義合故我不汝何故印可是言我等不可沙門瞿曇如是所說
017_0969_b_01L포타바루가 모든 범지들에게 대답했다.
“사문 구담은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그 말들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나는 확언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이 말을 옳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 사문 구담이 법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법으로써 말하며 법으로써 출리(出離)하시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지혜로운 말을 거역하겠는가? 사문 구담의 이렇게 미묘한 법의 말씀은 어길 수가 없는 것이다.”
017_0969_b_01L布咤婆樓報諸梵志沙門瞿曇所說世閒有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不與義合故我不我亦不印可此言但彼沙門瞿曇依法住以法而言以法出離我當何由違此智言沙門瞿曇如此微妙法不可違也
그 후 포타바루 범지는 또 다른 때에 상수사리불(象首舍利弗)과 함께 세존께 나아가 인사를 드린 뒤 한쪽에 앉았다. 상수사리불도 부처님께 예배하고 앉았다.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지난번 저의 숲에 계시다가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여러 다른 범지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왜 사문 구담의 말을 듣고 말마다 옳다고 인정하였는가? 구담이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그 말들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나는 확언하지 않는다〉라고 했을 때 너는 왜 이 말을 옳다고 인정하였는가? 우리는 사문 구담의 이런 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들에게 대답했습니다.
‘사문 구담은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말들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확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나도 또한 이 말을 옳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 사문 구담께서 법에 의지하여 법에 머무르고 법으로써 말하며 법으로써 출리(出離)하시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지혜로운 말을 어기겠는가? 사문 구담의 이렇게 미묘한 법의 말씀은 어길 수가 없다.’”
017_0969_b_07L布咤婆樓梵志又於異時共象首舍利弗詣世尊所問訊已一面坐象首舍利弗禮佛而坐梵志白佛言佛先在我所去未久其後諸餘梵志語我言汝何故聽沙門瞿曇所說語語印可瞿曇言(我世閒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不合義故不)汝何故印可是言我等不可沙門瞿曇如是所說我報彼言沙門瞿曇所說(我世閒有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不與義合故我不記)我亦不印可此言但彼沙門瞿曇依法住法以法而言以法出離我等何由違此智沙門瞿曇微妙法言不可違也
017_0969_c_01L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범지들이 ‘너는 왜 사문 구담의 말을 듣고 그것을 옳다고 인정했는가?’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에는 잘못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말하는 법에는 결정기(決定記)와 불결정기(不決定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불결정기라고 하는가?
‘나와 세간은 영원하다거나 나아가 여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라는 말들이다.’
나도 이런 말을 설하나 확정지어 말하지는 않는다.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법에도 맞지 않으며 범행(梵行)의 처음도 아니며 무욕도 아니며, 무위도 아니며 적멸도 아니며, 지식도 아니며, 정각도 아니며, 사문도 아니며, 열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범지여, 나도 비록 이런 말은 하지만 확정지어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을 결정기라고 하는가? 나는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苦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苦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苦滅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확언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법에도 맞고 이치에도 맞으며, 그것은 범행의 처음이고13) 무욕ㆍ무위ㆍ적멸ㆍ지식ㆍ정각ㆍ사문ㆍ열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설하고 확정지어 말한다.
017_0969_b_20L告梵志曰諸梵志言汝何故聽沙門瞿曇所說語語印可此言有咎所以者何我所說法有決定記不決定記何名不決定記世閒有常乃至如來非終非不終我亦說此言而不決定記所以然者此不與義合不與法合行初非無欲非無爲非寂滅非止息非正覺非沙門非泥洹是故梵志雖說此言而不決定記云何名爲決定記我記苦諦苦集苦滅苦出要諦所以者何此與法合義合是梵行初無定無記梵志或有沙門婆羅門於一處世閒無欲無爲寂滅止息沙門泥洹是故我說決定記
017_0970_a_01L범지여, 혹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일처세간(一處世間)14)에 대하여 ‘한결같이 즐겁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분명히 일처세간은 한결같이 즐겁다고 말하였는가?’
그는 내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일처세간의 한결같은 즐거움을 보아서 아는가?’
그는 내게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일처세간 모든 하늘의 한결같은 즐거움을 그대는 본 적이 있는가?’
그는 내게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저 일처세간의 모든 하늘과 너는 함께 앉고 일어나며 서로 말하고 정진하며 선정[定]을 닦았는가?’
그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저 일처세간의 모든 하늘에서 한결같이 즐거워하는 자가 일찍이 너에게 와서 〈너는 소행이 순박하고 곧으니 마땅히 저 한결같이 즐거운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 나도 소행이 순박하고 곧았기 때문에 저기에 태어나 즐거움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는 내게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그에게 물었다.
‘너는 능히 네 몸에서 생각을 일으켜 신체가 구족하고 모든 근(根)을 빠짐없이 갖춘 다른 4대의 몸을 변화로 만들 수 있겠는가?’
그는 내게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어떤가?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의 말을 성실하고 법에 맞는다고 하겠는가?”
017_0969_c_11L梵志或有沙門婆羅門於一處世閒一向說樂我語彼言汝等審說一處世閒一向樂耶彼報我言如是我又語彼汝知見一處世閒一向樂耶彼答我言不知不見我復語彼言一處世閒諸天一向樂汝曾見不彼報我言不知不見又問彼言彼一處世閒諸天汝頗共坐起言語精進修定不耶答我言我又問彼言彼一處世閒諸天一向樂者頗曾來語汝言(汝所行質直當生彼一向樂天我以所行質直故得生彼共受樂耶)彼答我言不也我又問彼言汝能於己身起心化作他四大身身體具足諸根無闕彼答我言不能云何梵志彼沙門婆羅門所言爲是誠實爲應法不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것은 성실하지도 않고 법다운 말도 아닙니다.”
017_0970_a_04L志白佛言此非誠實爲非法言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나는 저 단정한 여인과 서로 정을 통했다’고 하면서 그 음녀를 칭찬하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그 여자를 아는가? 어디에 있는가? 동쪽ㆍ서쪽ㆍ남쪽ㆍ북쪽, 어디에 있는가?’
그는 대답했습니다.
‘모른다.’
‘너는 그 여자가 사는 토지ㆍ성읍ㆍ촌락을 아는가?’
‘모른다.’
‘너는 그 여자의 부모와 성명을 아는가?’
‘모른다.’
‘너는 그 여자가 찰리 종족의 여자인지 바라문ㆍ거사ㆍ수다라의 여자인지 아는가?’
‘모른다.’
‘너는 그 여자가 키가 큰지 작은지, 뚱뚱한지 여위었는지, 피부가 검은지 흰지, 얼굴이 고운지 미운지를 아는가?’
‘모른다.’
어떻습니까? 범지여, 이 사람의 말은 성실합니까?”
017_0970_a_05L佛告梵志如有人言我與彼端正女人交稱讚婬女餘人問言汝識彼女不爲在何處東方西方南方北方耶不知又問汝知彼女所止土地村落不答曰不知又問汝識彼女父母及其姓字不答曰不知又問知彼女爲刹利女爲是婆羅門居士首陁羅女耶答曰不知又問汝知彼女爲長短麤細黑白好醜耶答曰云何梵志此人所說爲誠實不
그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017_0970_a_15L不也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도 이와 같아서 성실하지 않다. 범지여, 그것은 마치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사다리를 빈 땅에 세울 때 다른 사람이 물었다.
‘사다리를 세워 무엇 하려 하는가?’
그는 대답했다.
‘나는 강당에 올라가려고 한다.’
‘강당이 어디에 있는가?’
‘모른다.’
어떤가? 범지여, 저 사다리를 세우는 사람이 어찌 허망하지 않겠는가?”
017_0970_a_16L梵志彼沙門婆羅門亦復如無有眞實梵志猶如有人立梯空餘人問言立梯用爲答曰我欲上又問堂何所在答曰不知云何彼立梯者豈非虛妄耶
그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는 진실로 허망합니다.”
017_0970_a_20L答曰如是彼實虛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문 바라문도 그와 같아서 허망하고 진실이 없다.”
017_0970_a_21L佛言諸沙門婆羅門亦復如是虛妄無實
017_0970_b_01L부처님께서 포타바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말했다.
‘나의 색신 4대(大)ㆍ6입(入)은 부모가 낳아 젖을 먹여 기르고 의복으로 장엄한 것으로서 무상하고 마멸한다. 이것을 나[我]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염오(染汚)라 하고 청정(淸淨)이라 하며 득해(得解)라 한다. 그대는 혹 생각할 것이다.
‘염오법은 멸할 수 없고 청정법은 생기게 할 수 없어 항상 괴로움 가운데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염오법은 멸하여 다할 수 있고 청정법은 나게 할 수 있으며, 안락한 곳에 살면 환희하고 애락(愛樂)하며, 한마음으로 생각을 오로지 하면 지혜가 증광(增廣)하기 때문이다. 범지여, 나는 욕계천ㆍ색계천15)ㆍ공처천ㆍ식처천ㆍ불용처천ㆍ유상무상처천을 염오라 말하고 또한 청정이라 말하며 또한 득해(得解)라 말한다. 그대는 혹 생각할 것이다.
‘염오법은 멸할 수 없고 청정법은 생길 수 없어 항상 괴로움 가운데 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 왜냐하면 염오법은 멸할 수 있고 깨끗한 법은 생기게 할 수 있으며, 안락한 곳에 살면 환희하고 애락하며, 한마음으로 생각을 오로지 하면 지혜가 증광하기 때문이다.”
017_0970_a_22L佛告布咤婆樓汝言我身色四大六入父母生育乳餔成衣服莊嚴無常磨滅以此爲我者我說此爲染污爲淸淨爲得解汝意或謂染污法不可滅淸淨法不可生常在苦中勿作是念何以故染污法可滅盡淸淨法可出生處安樂地喜愛樂專念一心智慧增廣梵志於欲界天空處識處不用處有想無想處天說爲染污亦說淸淨亦說得汝意或謂染污法不可滅淸淨法不可生常在苦中勿作是念所以者染污可滅淨法可生處安樂地喜愛樂專念一心智慧增廣
017_0970_c_01L그때 상수사리불16)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욕계(欲界) 사람의 몸으로 4대(大)와 제근(諸根)이 있을 때 또한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 공처ㆍ식처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천의 몸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까? 세존이시여, 욕계천의 몸으로 있을 때 또한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 색계천의 몸, 공처ㆍ식처ㆍ무소유처(無所有處)ㆍ유상무상처천의 몸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입니까? 세존이시여, 색계천의 몸으로 있을 때 또한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 색계천의 몸, 공처ㆍ식처ㆍ무소유처ㆍ유상무상처천의 몸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입니까?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의 몸으로 있을 때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 욕계천의 몸ㆍ색계천의 몸ㆍ공처ㆍ식처ㆍ무소유처천의 몸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입니까?”
017_0970_b_12L爾時首舍利弗白言世尊當有欲界人身四大諸根時復有欲界天身色界天空處識處不用處有想無想處天一時有不世尊當有欲界天身時復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色界天空處識處無所有處有想無想處天身一時有不世尊當有色界天身復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色界天身空處識處無所有處有想無想處天身一時有不如是至有想無想處天身時有欲界人身四大諸根欲界天身色界天身空處識處無所有處天身一時有不
부처님께서 상수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욕계 사람의 몸으로 4대와 모든 근이 있다면 그때엔 바로 4대와 모든 근만 있는 욕계 사람의 몸이 있을 뿐이지,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과 공처ㆍ식처ㆍ무소유처ㆍ유상무상처천의 몸은 아니다. 그와 같이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의 몸이 있을 때에는 바로 유상무상처천의 몸이 있을 뿐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과 공처ㆍ식처ㆍ무소유처천의 몸은 없다.
상수(象首)여, 비유하면 우유와 같다. 우유가 변하여 낙(酪)이 되고 낙은 생소(生酥)가 되며 생소는 숙소(熟酥)가 되고 숙소는 제호(醍醐)가 되는데 제호가 제일이다. 상수여, 우유로 있을 때는 오직 우유라고 이름하지 낙이나 소나 제호라고 이름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전전(展轉)하여 제호가 되었을 때 다만 제호라 이름하지 우유라고 이름하지 않고 낙이나 소라고도 이름하지 않는다. 상수여, 이것도 그와 같다. 만일 욕계 사람의 몸으로 4대와 모든 근이 있을 때에는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의 몸은 없다. 이와 같이 전전하여 유상무상처천의 몸일 때에는 오직 유상무상처천의 몸이 있을 뿐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과 나아가 무소유처천의 몸은 없다.
017_0970_c_02L佛告象首舍利若有欲界人身四大諸根爾時正有欲界人身四大諸根非欲界天身色界天身空處識處無所有處有想無想處天身如是乃至有有想無想處天身時爾時正有想無想處天身無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欲界天色界天身空處識處無所有處天象首譬如牛乳乳變爲酪酪爲生生酥爲熟酥熟酥爲醍醐醍醐爲第象首當有乳時唯名爲乳不名爲酪醍醐如是展轉至醍醐時唯名醍不名爲乳不名酪酥象首此亦如若有欲界人身四大諸根時無有欲界天身色界天身乃至有想無想處天身如是展轉有有想無想處天身時唯有有想無想處天身無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欲界天身色界天身乃至無所有天身
017_0971_a_01L 상수여,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과거의 몸으로 있을 때 미래와 현재의 몸도 동시에 있느냐? 미래의 몸으로 있을 때 과거와 현재의 몸도 동시에 있느냐? 현재의 몸으로 있을 때 과거와 미래의 몸도 동시에 있느냐?’
만일 이렇게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017_0970_c_20L象首於汝意云何若有人問汝言若有過去身時有未來現在身一時有不有未來身有過去現在身一時有不有現在身時有過去未來身一時有不設有此問者汝云何報
상수가 여쭈었다.
“만일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마땅히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과거의 몸이 있을 때는 다만 이 과거의 몸뿐이며 미래나 현재의 몸은 없다. 미래의 몸이 있을 때는 다만 이 미래의 몸뿐이며 과거나 현재의 몸은 없다. 현재의 몸이 있을 때는 다만 이 현재의 몸뿐이며 과거나 미래의 몸은 없다.’”
017_0971_a_02L象首言設有如是問者我當報言有過去身時唯是過去身無未來現在有未來身時唯是未來身無過去現在有現在身時是現在身無過去未來身
“상수여, 이것도 그와 같다. 욕계 사람의 몸으로 4대와 모든 근이 있을 때에는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의 몸은 없다. 이와 같이 전전하여 유상무상처천의 몸으로 있을 때에는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과 욕계천의 몸, 색계천의 몸과 나아가 불용처천의 몸은 없다.
017_0971_a_06L象首此亦如是有欲界人身四大諸根時無欲界天身色界天身乃至有想無想處天身如是展轉至有想無想處天身無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欲界天身色界天身至不用處天身
또 다음으로 상수여,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너는 일찍이 과거에 멸했던 적이 있는가? 미래에 마땅히 태어날 것인가? 지금 현재에 있는가?’
만일 이렇게 묻는다면 너는 마땅히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017_0971_a_11L復次象首若有人問汝言汝曾有過去已滅不未來當生不現在今有不設有是問者汝當云何答
상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마땅히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일찍이 과거에 멸했던 적이 있다. 없었던 것이 아니다. 미래에 마땅히 태어날 것이다. 태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에도 있다. 없는 것이 아니다.’”
017_0971_a_14L象首白佛言有是問者當答彼言我曾有過去已非不有也有未來當生非不有也現在今有非不有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수여, 이것도 그와 같다. 욕계 사람의 몸으로 4대와 모든 근이 있을 때에는 욕계천의 몸과 나아가 유상무상천의 몸은 없다. 이와 같이 전전하여 유상무상천의 몸이 있을 때에는 4대와 모든 근이 있는 욕계 사람의 몸과 욕계천의 몸과 나아가 무소유처천의 몸은 없다.”
017_0971_a_17L佛言象首此亦如是有欲界人身四大諸根時無欲界天身乃至有想無想天身如是展至有想無想天身時無有欲界人身四大諸根及欲界天身乃至無所有處天身
017_0971_b_01L그러자 상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017_0971_a_22L爾時象首白佛言世尊今歸依佛歸依法歸依僧聽我於正法中爲優婆塞自今已後盡形壽不不盜不婬不欺不飮酒
그때 포타바루 범지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도 집을 나와 부처님 법 가운데에서 계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017_0971_b_02L布咤婆樓梵志白佛言我得於佛法中出家受戒不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이학(異學)이 집을 나와 내 법 가운데서 도를 행하고자 한다면 우선 넉 달 동안 관찰하여 여러 사람의 뜻에 맞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집을 나와 계를 받을 수 있다. 비록 이런 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사람을 보아 할 뿐입니다.”
017_0971_b_04L佛告梵志若有異學欲於我法中出家爲道者先四月觀察稱衆人意然後乃得出家受戒雖有是法亦觀人耳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이학이 집을 나와 부처님 법 가운데서 계를 받고자 한다면 우선 넉 달 동안 관찰하여 여러 사람의 뜻에 맞아야 하고, 그런 뒤에 집을 나와 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제 능히 부처님 법 가운데서 4년 동안 저를 관찰하게 하고 여러 사람의 뜻에 맞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뒤에 집을 나와 계를 받고자 합니다.”
017_0971_b_07L梵志白佛言諸有異學欲於佛法中出家受戒者先當四月觀稱衆人意然後乃得出家受戒我今者乃能於佛法中四歲觀察衆人意然後乃望出家受戒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그대에게 비록 그런 법이 있다 하더라도 마땅히 그 사람을 보아서 한다고 말했습니다.”
017_0971_b_11L佛告梵我先語汝雖有是法當觀其人
그 범지는 곧 집을 나와 정법 가운데서 계를 받았다. 그리하여 오래지 않아 견고한 믿음으로 범행을 깨끗이 닦아 현세에서 몸소 깨달음을 얻었다. 생사를 이미 다하고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며 후생의 목숨을 받지 않게 되는 아라한이 되었다.
017_0971_b_12L彼梵志卽於正法中得出家受戒是不久以信堅固淨修梵行於現法中自身作證生死已盡所作已辦受後有卽成阿羅漢
그때 포타바루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7_0971_b_16L爾時布咤婆樓聞佛所說歡喜奉行

29. 노차경(露遮經) 제10
017_0971_b_17L佛說長阿含第三分露遮經第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7_0971_b_1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拘薩羅國)에서 인간세계를 유행하시다가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사라바제(娑羅婆提)17) 바라문 마을의 북쪽에 있는 시사바(尸舍婆)숲으로 가셔서 거기서 머무르셨다.
017_0971_b_19L一時佛在拘薩羅人閒遊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詣婆羅婆提婆羅門村北尸舍婆林中止宿
017_0971_c_01L그때 노차(露遮)라는 바라문이 사라숲18)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마을은 풍요로워 살기가 좋고 백성들이 번성하였다. 파사닉왕은 그 마을을 그 바라문에게 봉(封)해 주어 범분(梵分)으로 삼았다. 이 바라문은 7대를 내려오면서 부모가 올바르고 진실해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이부(異部)의 3부(部) 경전을 외워 통달했고 온갖 경서를 다 잘 분별하였다. 또 대인(大人)의 관상법과 길흉을 점치고 제사 지내는 의식에도 능하였다.
그는 사문 구담이 석가 종족의 아들[釋種子]로서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라국의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시사바숲 속에 머물고 계신데, 큰 명성이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는 10호를 구족하였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ㆍ사문 바라문의 무리들 가운데 스스로 증득하고 또 남을 위해 설법하시는데, 그 말은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이 다 훌륭하고 의미를 구족하였으며 범행도 청정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와 같은 진인(眞人)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나도 이제 찾아가 뵙는 것이 좋겠다.’
017_0971_b_22L有婆羅門名曰露遮婆羅林中其村豐樂人民熾盛波斯匿王卽封此村與婆羅門以爲梵分此婆羅門七世已來父母眞正不爲他人之所輕毀異典三部諷誦通利種種經書盡能分別又能善於大人相法瞻候吉凶祭祀儀禮聞沙門瞿曇釋種子出家成道於拘薩羅國人閒遊行至尸舍婆林中有大名稱聞天下如來至眞等正覺十號具足諸天世人若魔天沙門婆羅門衆中自身作證與他說法上中下善味具足梵行淸淨如此眞人宜往覲我今寧可往共相見
그때 바라문은 곧 마을에서 나와 시사바숲으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인사를 드린 뒤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바라문은 그 설법을 들은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건대, 세존과 모든 대중들께서는 내일 저의 공양 초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의 청을 받아 주셨다.
017_0971_c_12L婆羅門卽出彼村詣尸舍婆林中至世尊所訊已一面坐佛爲說法示教利喜羅門聞法已白佛言唯願世尊及諸大衆明受我請爾時世尊默然受請
그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는 것을 보고 이미 허락하신 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돌고 거기서 떠나갔다. 그러나 부처님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나쁜 생각을 내었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착한 법을 많이 알고 깨쳐 이룬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신만 알고 남을 위해 말하지 말아야 한다. 비유하면 그것은 어떤 사람이 낡은 감옥을 부순 뒤에 다시 새 감옥을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탐욕스럽고 악하며 착하지 못한 법일 뿐이다.’
017_0971_c_16L彼婆羅門見佛默然知已許可卽從坐起遶佛而去去佛不遠便起惡見諸沙門婆羅門多知善法多所證不應爲他人說但自知休與他說譬如有人壞故獄已更造新獄是貪惡不善法耳
017_0972_a_01L바라문은 바라숲으로 돌아와 그 밤으로 온갖 요리와 음식을 준비하였다가 때가 되자 이발사에게 말했다.
“너는 시사바 숲 속에 가서 사문 구담께 ‘때가 되었으니, 마땅히 아십시오’ 하고 내 말을 전하여라.”
017_0971_c_22L婆羅門還至婆羅林已卽於其夜具辦種種餚膳飮時到語剃頭師言汝持我聲詣尸舍婆林中白沙門瞿曇日時已到宜知是時
이발사는 명령을 받고 곧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여쭈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마땅히 아십시오.”
017_0972_a_03L剃頭師受教卽行往到佛所世尊足白時已到宜知是時
세존께서는 곧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제자 1,250명과 함께 바라숲으로 가셨다.
017_0972_a_04L爾時尊卽著衣持鉢從諸弟子千二百五十人俱詣婆羅林
이발사는 세존을 모시고 가다가 오른팔을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노차 바라문은 부처님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쁜 소견을 내어 말했습니다.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착한 법을 많이 알고 깨쳐 이룬 것이 많다 해도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제 자신만 알고 남을 위하여 말하지 않아야 한다. 비유하면 그것은 어떤 사람이 오래되어 낡은 감옥을 부순 뒤에 다시 새 감옥을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탐욕스럽고 악하며 착하지 못한 법일 뿐이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의 나쁜 소견을 없애주시기 바랍니다.”
017_0972_a_06L剃頭師侍從世尊偏露右臂長跪叉手白佛言彼露遮婆羅門去佛不遠生惡見言諸有沙婆羅門多知善法多所證者不應爲他人說但自知休與他說爲譬如有人壞故獄已更造新獄斯是貪惡不善法耳唯願世尊除其惡見
부처님께서 이발사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사소한 일이다. 깨우쳐 주기 쉬운 일이다.”
017_0972_a_12L佛告剃頭師曰此是小事易開化耳
세존께서는 바라문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바라문은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손수 권하면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였고 공양이 끝나자 발우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렸다. 그리고는 작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노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젯밤 나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쁜 소견을 내어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착한 법을 많이 알고 깨쳐 이룬 것이 많다 해도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심지어는 탐욕스럽고 악하며 착하지 않은 법이라고까지 말했다는데 진실로 그런 말을 했는가?”
017_0972_a_13L爾時世尊至婆羅門舍就座而坐婆羅門以種種甘膳手自斟酌供佛及僧食訖去鉢行澡水畢取一小牀於佛前坐佛告露遮汝昨去我不遠生惡見言諸沙門婆羅門多知善法多所證者不應爲他人說乃至貪惡不善實有是言耶
노차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露遮言實有此事
017_0972_b_01L부처님께서 노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다시는 그런 나쁜 소견을 내지 말라. 왜냐하면 세상에는 스스로 경계해야 할 세 가지 스승[師]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아서 현재 세계에서 번뇌를 없앨 수 있고 또 더욱더 수행하여 상인(上人)의 법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상인의 법도 얻지 못하며 자기의 업을 이루지도 못하고서 제자를 위하여 설법한다고 하자. 그 제자들은 그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지는 않고 그저 그를 의지하여 함께 거처할 것이다. 노차여, 저 모든 제자들은 그 스승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스승께서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이라면 마땅히 현세에서 여러 번뇌를 없애고 또 상인의 훌륭한 법을 깨달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상인의 훌륭한 법도 얻지 못하고 자기의 업도 이루지 못하고서 제자를 위하여 설법하니, 모든 제자들은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거나 공양하지 않고 다만 함께 의지하여 같이 거처할 뿐입니다.’”
017_0972_a_20L佛告露遮汝勿復爾生此惡見所以者何世有三師可以自誡云何爲三一者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於現法中可以除煩惱又可增益得上人法而於現法中不除煩惱不得上人法己業未成而爲弟子說法諸弟子不恭敬承事由復依止與共同住露遮彼諸弟子語師言師今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於現法中可得除衆煩惱得上人勝法今於現法中不能除煩惱不得上人勝法己業未成而爲弟子說法使諸弟子不復恭敬承事供養但共依止同住而已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노차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래되어 낡은 감옥을 부수고 다시 새 감옥을 짓는 것과 같다. 이것을 탐욕에 흐려진 악법이라고 하니, 이것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첫 번째 스승이며, 이것을 현성계(賢聖戒)ㆍ율계(律戒)ㆍ의계(儀戒)ㆍ시계(時戒)라고 합니다.”
017_0972_b_11L佛言露遮猶如有人壞故獄已更造新獄斯則名爲貪濁惡法是爲一師可以自誡是爲賢聖律戒儀戒時戒
017_0972_c_01L또 노차에게 말씀하셨다.
“두 번째 스승이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이라면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더욱더 수행하여 상인의 법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비록 상인의 훌륭한 법을 다소 얻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업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제자를 위해 설법한다고 합시다. 그 모든 제자들은 그를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지 않고 그저 서로 의지해 함께 거처할 것입니다. 노차여, 저 모든 제자들은 그 스승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스승께서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이라면 마땅히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상인의 법을 얻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비록 상인의 법을 다소 얻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제자를 위하여 설법하십니다. 그래서 모든 제자로 하여금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거나 공양하지 않고, 그저 서로 의지하여 함께 거처할 뿐입니다.’
017_0972_b_14L又告露遮第二師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現法中可得除衆煩惱不可增益得上人法而於現法中不能除衆煩惱雖復少多得上人勝法己業未成而爲弟子說法其諸弟子不恭敬承事由復依止與共同住露遮彼諸弟子語師言師今剃除鬚髮服三法衣家修道於現法中得除衆煩惱得上人法而今於現法中不能除衆煩惱雖復少多得上人法己利未成而爲弟子說法使諸弟子不復恭敬承事供養但共依止同住而已
노차여,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뒤를 따라 가면서 손으로 남의 등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탐욕에 흐려진 악법이라 하나니, 이것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두 번째 스승입니다. 이것을 현성계ㆍ율계ㆍ의계ㆍ시계라고 합니다.”
017_0972_c_04L佛言露遮猶如有人在他後行手摩他背此則名爲貪濁惡法是爲二師可以自誡是爲賢聖戒律戒儀戒時戒
또 노차에게 말씀하셨다.
“세 번째 스승이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이라면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더 나아가 상인의 법을 얻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비록 상인의 법을 다소 얻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제자를 위해 설법하였고, 또 그 모든 제자들은 그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그를 의지해 함께 산다고 합시다. 노차여, 그 모든 제자들은 그 스승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스승께서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이라면 마땅히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상인의 법을 다소라도 얻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현세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지 못하고 비록 상인의 법을 다소 얻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은 이루지 못했으면서 제자를 위하여 설법하였고, 또 모든 제자들은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함께 머물러 같이 살고 있습니다.’”
017_0972_c_07L又告露第三師者剃除鬚髮服三法衣家修道於現法中可除煩惱又可增益得上人法而於現法中不能除衆煩惱雖復少多得上人法己利未成而爲弟子說法其諸弟子恭敬承事依止同住露遮彼諸弟子語師言今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現法中可得除衆煩惱少多得上人而今於現法中不能除衆煩惱復少多得上人法己利未成而爲弟子說法諸弟子恭敬承事共止同住
017_0973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노차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 밭의 곡식은 내버리고 남의 밭에서 김을 매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탐욕에 흐려진 악법이라 하나니, 이것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세 번째 스승입니다. 이것을 현성계ㆍ율계ㆍ의계ㆍ시계라고 합니다.
노차여, 오직 세존 한 분이 세상에 없었다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 한 분인가? 만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마침내 3명(明)을 얻어 무명을 없애고 지혜의 밝음이 생겨 모든 어둠을 없애며 큰 법의 광명을 내게 되리니, 이것이 이른바 누진지증(漏盡智證)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정근(精勤)하고 전념하여 잊지 않으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한적한 곳에 거처하면서 얻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차여, 이것을 제일가는 세존께서 세상에 없었다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노차여, 네 가지 사문과(沙門果)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가 그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노차여, 어떤 사람이 법을 들으면 마땅히 이 네 가지 사문과를 얻을 만한 사람이 있는데, 만일 어느 누가 가로막고 설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만일 그 말대로 한다면 그 사람은 법을 들어 그 과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017_0972_c_18L佛言露遮猶如有人捨己禾稼鋤他田苗此則名爲貪濁惡法是爲三師可以自誡是爲賢聖戒律戒儀戒露遮有一世尊不在世閒不可傾云何爲一若如來至眞等正覺出現於世乃至得三明除滅無明生智慧明去諸闇冥出大法光所謂漏盡智證所以者何斯由精勤專念不忘樂獨閑居之所得也露遮是爲第一世尊不在世閒不可傾動露遮有四沙門果何者四謂須陁洹果斯陁含阿那含果阿羅漢果云何露遮人聞法應得此四沙門果若有人遮勿爲說法設用其言者彼人聞法得果以不
그가 대답했다.
“얻을 수 없습니다.”
答曰不得
또 물으셨다.
“만일 과위를 얻지 못한다면 그러고도 하늘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017_0973_a_10L又問若不得果得生天不
그가 대답했다.
“태어날 수 없습니다.”
答曰不得
또 물으셨다.
“남의 설법을 막아 과위를 얻지 못하게 하고 하늘에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을 착한 마음이라 하겠습니까, 착하지 못한 마음이라 하겠습니까?”
017_0973_a_11L又問遮他說法使不得果不得生天爲是善心爲不善心耶
그가 대답했다.
“착하지 못한 것입니다.”
答曰不善
또 물으셨다.
“착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이는 좋은 세계[善趣]에 태어나겠습니까, 나쁜 세계에 떨어지겠습니까?”
017_0973_a_13L又問不善心者生善趣爲墮惡趣
그가 대답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答曰生惡趣
“노차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파사닉왕(波斯匿王)에게 ‘왕의 소유인 국토와 그 안에 있는 재물을 왕이 모두 쓰고 남에게는 주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노차여, 만일 왕이 그 사람의 말대로 따른다면 다른 사람에게 공급해 주는 일을 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017_0973_a_14L露遮猶如有人語波斯匿王言王所有國其中財物王盡自用勿給餘人露遮若用彼人言者當斷餘人供
그가 대답했다.
“끊는 것입니다.”
答曰當斷
또 물으셨다.
“다른 사람에게 공급해 주는 일을 끊는 것은 착한 마음입니까, 착하지 못한 마음입니까?”
017_0973_a_18L又問斷他供者爲是善心爲不善心
그가 대답했다.
“착하지 못한 마음입니다.”
答曰不善心
또 물으셨다.
“착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자는 좋은 세계에 태어나겠습니까, 나쁜 세계에 떨어지겠습니까?”
017_0973_a_19L又問善心者爲生善趣爲墮惡道耶
그가 대답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017_0973_a_20L答曰墮惡道
“노차여, 저것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법을 들으면 마땅히 네 가지 사문과(沙門果)를 얻을 만한 사람이 있는데, 만일 어느 누가 설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만일 그 사람의 말대로 따른다면 그는 법을 들어 과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017_0973_a_21L露遮彼亦如是有人聞法得四沙門果若有人言勿爲說法用其言者彼人聞法得果不
그가 대답했다.
“얻을 수 없습니다.”
017_0973_b_01L答曰
017_0973_b_01L또 물으셨다.
“만일 과위를 얻지 못한다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又問若不得果得生天不
그가 대답했다.
“태어날 수 없습니다.”
017_0973_b_02L答曰
또 물으셨다.
“남의 설법을 막아 도과(道果)를 얻지 못하게 하고 하늘에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착한 마음입니까, 착하지 못한 마음입니까?”
017_0973_b_03L又問遮他說法使不得道果不得生天彼爲是善心爲不善心耶
그가 대답했다.
“착하지 못한 마음입니다.”
017_0973_b_04L答曰
또 물으셨다.
“착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자는 좋은 세계에 나게 되겠습니까,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되겠습니까?”
017_0973_b_05L又問不善心者當生善趣爲墮惡道耶
그가 대답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答曰墮惡道
“노차여, 만일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말하기를 ‘노차여, 봉토로 받은 저 사라바제 마을19)에 있는 재물을 당신 혼자서만 쓰고 남에게는 주지 말라. 마땅히 제 자신만 쓸 것이지 남에게 주어 무엇 하려는가?’라고 하였다고 합시다. 노차여, 만일 그대가 그 말을 따른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급하는 물질을 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017_0973_b_06L露遮若有人語汝彼波羅婆提村封所有財物露遮用勿給人物當自用與他何爲云何設用彼言者當斷餘人供不
그가 대답했다.
“당연히 끊는 것입니다.”
017_0973_b_09L答曰
또 물으셨다.
“사람을 시켜 남에게 공급하는 물질을 끊게 한다면 그것은 착한 마음입니까, 착하지 않은 마음입니까?”
017_0973_b_10L又問教人斷他供者爲是善心不善心耶
그가 대답했다.
“착하지 않은 마음입니다.”
答曰不善
또 물으셨다.
“착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자가 좋은 세계에 태어나겠습니까, 나쁜 세계에 떨어지겠습니까?”
017_0973_b_11L又問不善心者爲生善趣爲墮惡道耶
그가 대답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答曰墮惡道
“노차여, 저것도 그와 같습니다. 법을 들으면 마땅히 네 가지 사문과를 얻을 만한 사람이 있는데, 만일 어떤 사람이 설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만일 그 사람의 말을 따른다면 그는 법을 들어 과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017_0973_b_12L露遮彼亦如是有人聞法應得四沙門果若有人言勿爲說法設用其言彼人聞法得果不
그가 대답했다.
“얻을 수 없습니다.”
答曰不得
또 물으셨다.
“만일 과위를 얻지 못한다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017_0973_b_15L又問若不得果得生天不
“태어날 수 없습니다.”
答曰不得
또 물으셨다.
“남의 설법을 막아 과위를 얻지 못하게 하고 하늘에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착한 마음입니까, 착하지 않은 마음입니까?”
017_0973_b_16L又問遮他說法使不得果不得生天爲是善心爲不善心耶
그가 대답했다.
“착하지 않은 마음입니다.”
答曰不善
또 물으셨다.
“착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자는 좋은 세계에 태어나겠습니까, 나쁜 세계에 떨어지겠습니까?”
017_0973_b_18L又問善心者爲生善趣爲墮惡道耶
그가 대답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017_0973_b_19L墮惡道
노차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에게 귀의합니다. 원컨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017_0973_b_20L爾時露遮婆羅門白佛言我歸依佛歸依法歸依僧願聽我於正法中爲優婆塞自今已後盡形壽不殺不盜不婬不欺不飮酒
017_0973_c_01L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치시자 노차 바라문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7_0973_c_01L佛說法露遮婆羅門聞佛所說歡喜奉行
佛說長阿含經卷第十七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동진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적지과경(佛說寂志果經)』이 있고, 참고 경문으로는 『증일아함경』 제 39권 「마혈천자품(馬血天子品)」 7번째 소경과 『잡아함경』 제 7권 156~165번째 소경이 있다.
  2. 2)기구 동자(耆舊童子, Jīvaka-komārabhacca)는 수명 동자(壽命童子)ㆍ기바(耆婆)라고도 하고 또 동자의왕(童子醫王) 기역(耆域)이라고도 한다.
  3. 3)음역어이고 팔리어로는 Udaya-bhadra이다. 또 우바야(優婆耶)라고도 하며 백현(帛賢)으로 한역한다.
  4. 4)팔리어로는 Pūrana-kassapa이고, 6사(師) 외도 중 한 사람이다.
  5. 5)음역어이며 팔리어로는 Sunidha이며, 또한 니제(尼提)라고도 쓴다.
  6. 6)팔리어로 Makkhali-Gosāla이고, 6사 외도 중 한 사람이다.
  7. 7)팔리어로 Ajita-kesa-Kambala이고, 6사 외도 중 한 사람이다.
  8. 8)팔리어로는 Pakudhakaccāyana이고, 6사 외도 중 한 사람이다.
  9. 9)팔리어로는 Sañjaya Belaṭṭhi-putta이고, 6사 외도 중 한 사람이다. 이 경의 뒷부분에서는 산야비라리자(散若毗羅梨子)라고 하였다.
  10. 10)팔리어로는 Nigaṇṭha-Nāta-putta이고, 6사 외도 중 한 사람이다.
  11. 11)바라문이나 왕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표시하는 다섯 가지 장식품을 말한다. 즉 칼[劍]ㆍ일산[蓋]ㆍ꽃다발[天冠 혹은 華鬘]ㆍ손잡이가 보석으로 장식된 불자[珠柄之拂]ㆍ아름답게 장식된 신발[嚴飾屣], 이 다섯 가지이다.
  12. 12)한역경에 있는 피부타가전연의 주장이 팔리본에서는 Makkhali-Gosāla의 주장에 해당한다.
  13. 13)고려대장경에는 이 다음에 “무정무기범지혹유사문바라문어일체세간(無定無記梵志或有沙門婆羅門於一切世間)” 18자가 있다. 그러나 의미가 적절하지 않으므로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이 18자를 삭제하고 번역하였다.
  14. 14)일처(一處, ekanta)는 극락정토, 혹은 사후의 세계를 말한다.
  15. 15)고려대장경에는 ‘색계천(色界天)’ 3자가 없다.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보입하였다.
  16. 16)상수사리불(象首舍利弗, Citta Hatthisāriputta)은 질다사리불(質多舍利弗)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을 따라 출가했다가 후에 환속하였고 나중에 다시 출가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17. 17)고려대장경에는 바라바제(婆羅婆提)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송ㆍ명 2본에 의거하여 사라바제(娑羅婆提, Sālavatikā)로 고쳤다. 뒤에 나오는 사라(娑羅)도 마찬가지이다. 마을 이름이다.
  18. 18)팔리본에는 ‘사라바제 마을’로 되어 있다.
  19. 19)고려대장경에는 ‘파라바제(波羅婆提)’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사라바제(娑羅婆提)’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