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죽림가란다원(竹林加蘭哆園)에 머무셨다.
018_0108_a_08L一時,佛遊王舍城,在竹林加蘭哆園。
그 때 도제(都題)의 아들 앵무마납(鸚武摩納)은 잠깐 일이 있어 왕사성에 가서 어느 거사 집에 묵고 있었다. 이에 도제의 아들 앵무마납은 그가 묵는 집의 거사에게 물었다. “혹 뭇 논사들의 종주(宗主)로서 대중을 통솔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내가 때때로 가서 뵙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며 그로 말미암아 받들어 공경할 때 나를 기쁘게 할 만한 사문 범지가 있습니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천애(天愛:尊者)시여, 사문 구담은 석종자(釋種子)로서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3)을 깨달았습니다. 천애시여, 그는 때로 가서 뵙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며 그로 말미암아 받들어 공경할 때 마음에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앵무마납은 곧 다시 물었다. “사문 구담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는 가서 뵙고 싶습니다.”
018_0108_a_19L鸚鵡摩納卽復問曰:“沙門瞿曇今在何處?我欲見之。”
“사문 구담은 이 왕사성의 죽림가란다원에 계시니 곧 가서 보시면 됩니다.”
018_0108_a_20L居士答曰:“沙門瞿曇在此王舍城竹林加蘭哆園,便可往見。”
018_0108_b_02L앵무마납은 그가 묵던 거사 집에서 나와 죽림가란다원으로 갔다. 앵무마납은 숲 사이에 계시는 세존을 멀리서 뵈었는데 그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다워 별 속의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고 환하여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상호(相好)를 구족하고 위신은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근(根)은 고요하여 가려진 것이 없었고 조어(調御)를 성취해 마음이 쉬어 고요하였다. 그는 부처님을 본 뒤에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018_0108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은 잘 이해하지 못하여 법답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지 않느니라.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 이해하여 법답게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사람을 나는 칭찬하느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말했고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 보였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심취해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진리[眞諦]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큰 재환(災患)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도 없느니라. 마치 농사지을 때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다툼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도 없느니라. 마치 살림살이에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거나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018_0109_a_02L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느니라. 마치 농사지을 때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이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느니라. 마치 살림살이에 사소한 재환이 있고 사소한 싸움이 있으며 사소한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말했고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 보였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심취해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진리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구담이시여, 저는 그렇게 못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저는 지금 이 대중 가운데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018_0109_a_16L鸚鵡摩納白曰:“瞿曇!我無不可。所以者何?瞿曇!於今現坐此衆。”
“너는 곧 말해보라.”
018_0109_a_18L世尊告曰:“汝便可說。”
앵무마납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잘 들어주십시오. 범지는 첫째로 진제법(眞諦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습니다. 둘째는 송습(誦習)이요, 셋째는 열행(熱行)이며, 넷째는 고행(苦行)입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다섯째로 범행(梵行)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습니다.”
018_0109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범지가 5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그 범지 가운데 혹 이와 같은 말을 한 범지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
그 때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혹 옛날의 어떤 범지는 수(壽)가 끝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녔고 경서를 널리 유포했으며, 경전을 외워 익혔다. 그 중 첫째는 야타(夜吒)요, 둘째는 바마(婆摩)이며, 셋째는 바마제바(婆摩提婆)요, 넷째는 비사밀다라(毗奢蜜哆邏)이며, 다섯째는 야바타건니(夜婆陀揵尼)요, 여섯째는 응의라바(應疑羅婆)이며, 일곱째는 바사타(婆私吒)요, 여덟째는 가섭(迦葉)이며, 아홉째는 바라바(婆羅婆)요, 열째는 바화(婆■)였다. 지금의 모든 범지들은 곧 그들의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지니고 배운다. 그들은 혹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
018_0109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범지 중에서 한 범지도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고 말하지 못했고 또한 스승이나 또는 그 조사(祖師) 나아가 7대 부모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그 과보를 시설한다’고 말한 사람이 없으며, 또한 옛날에 수(壽)가 끝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서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들, 즉 첫째는 야타, 둘째는 바마, 셋째는 바마제바, 넷째는 비사밀다라, 다섯째는 야바타건니, 여섯째는 응의라바, 일곱째는 바사타, 여덟째는 가섭, 아홉째는 바라바, 열째는 바화인데, 지금의 모든 범지들도 그들의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지니고 배우면서 그들도 ‘나는 이 5법을 현세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았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나서 과보를 시설한다’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로써 믿어 향하는 가운데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구담이시여, 사실 근본이 없습니다. 모든 범지들은 그저 그런 말을 들은 뒤에 받아 지닐 뿐입니다.”
018_0109_c_10L鸚鵡摩納白曰:“瞿曇!實無根本,但諸梵志聞已受持。”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여러 장님이 서로를 의지해 잡고 가는데 앞서가는 자는 뒤도 보지 못하고 또한 가운데도 보지 못하며 그 가운데 있는 자는 앞도 보지 못하고 또한 뒤도 보지 못하며 뒤에 있는 자는 가운데도 보지 못하고 또한 앞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마납아, 네가 말하는 모든 범지 무리들도 또한 그와 같다. 마납아, 아까는 믿음을 말하더니 이제는 들음을 말하는구나.”
018_0110_a_02L그러자 앵무마납은 세존께 성을 내고 미워하면서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세존을 비방하고 세존께 손가락질하며 세존을 꾸짖었다. 그리고 구담을 비방하고 구담을 손가락질하며 구담을 떨어뜨리고자 세존께 말하였다. “어떤 범지가 있는데 이름을 불가사사라(弗袈娑娑羅)라 하며,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人上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하면, 저는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도제의 아들 앵무마납은 나에게 성을 내고 미워하며 기뻐하지 않고 있구나. 나를 비방하고 나를 손가락질하며 나를 꾸짖고 있다. 그리고 구담을 비방하고 구담을 손가락질하고 구담을 떨어뜨리고자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구담이시여, 이름을 불가사사라라 하는 성질이 곧고 청정한 어떤 범지는 말하기를, 곧 어떤 사문 범지가 말하기를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미 그런 줄 아시고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다. 그는 모든 사문 범지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다 안 뒤에 이런 말을 했겠는가? ‘혹 어떤 사문 범지가 말하기를, 자기는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의 자기는 증득한 자라고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보다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일 사람보다 위되는 법에 있어서 자기는 알고 자기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구담이시여,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불니(不尼)라는 한 여종이 있었는데 불가사사라는 그 여종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도 알지 못했거늘 하물며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 수 있겠습니까? 만일 안다고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018_0110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나면서부터 장님인 사람이 말하기를 ‘검고 흰 빛깔도 없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없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없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없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없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자도 없다.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은 없는 것이다’고 하는 것과 같나니,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진실하다고 하겠는가?”
앵무마납이 세존께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검고 흰 빛깔도 있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있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있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있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있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이 없다’고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지만 그가 말한 것은 나면서부터 눈 없는 사람과 같지 않겠는가?”
018_0110_b_13L“摩納!梵志弗袈裟裟羅,姓直淸淨化,彼所說者,非如生盲無目人耶?”
“구담이시여, 장님과 같습니다.”
018_0110_b_15L鸚鵡摩納答世尊曰:“如盲。瞿曇!”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옛날에 수(壽)가 다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가 있었다면 이른바 상가(商伽) 범지ㆍ생문(生聞) 범지ㆍ불가사사라(弗袈娑娑羅) 범지와 또 너의 아버지 도제(都題)이다. 혹 그들의 말은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하며 참되기도 하고 참되지 않기도 하며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었는가?”
018_0110_c_02L“만일 옛날에 수를 다하고 명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지니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전을 외워 익힌 범지가 있었다면 이른바 상가 범지ㆍ생문 범지ㆍ불가사사라 범지와 또 저의 아버지 도제일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말이 옳아서 옳지 않음이 없고 참되어 참되지 않음이 없으며, 높아서 낮음이란 없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다시 또 마납아, 장애가 되고 덮개[覆蓋]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하는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마납아, 탐욕심이 그 첫 번째 법으로서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한다. 마납아, 성냄과 몸에 대한 견해와 계에 대한 집착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이 다섯 번째 법으로서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눈 없는 장님을 만들고 지혜를 멸하며 한낱 제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 뿐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하느니라.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다섯 가지 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이고도 그가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두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고 청정하였지만 탐욕에 물들고 탐욕에 더럽혀지며 탐욕에 접촉하고 탐욕에 의지하며 탐욕에 집착하고 탐욕 속에 들어가 재환(災患)을 보지 못하고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 탐욕을 행했다. 그는 이 다섯 가지 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였으니 그는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두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 범지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하더라도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018_0111_a_02L또 마납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는 5욕(欲)의 공덕이 있다. 그것은 빛깔을 사랑하고 탐욕과 상응하며 매우 즐거워할 만한 것이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눈으로 빛깔을 알고 귀로 소리를 알며 코로 냄새를 알고 혀로 맛을 알며 몸으로 촉감을 아는 것이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중생은 이 5욕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즐거움을 내고 기쁨을 내는데 다시 이보다 더한 것은 없겠느냐?”
“그렇고 그렇다. 마납아,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여의족의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 뿐이니라.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면 그 불꽃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할 것이다. 내가 이제 가정해서 말하겠다. 마납아, 초목을 인으로 하여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일으킨 기쁨과 즐거움[喜樂]은 이른바 탐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인한 것으로 평정의 즐거움[捨樂]을 얻지는 못하고 고요히 쉼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마납아,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일으킨 평등한 즐거움은 이른바 탐욕을 떠나고 모든 착한 법을 따르는 것으로 평등한 즐거움을 얻고 고요히 쉼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니라.”
018_0111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범지가 재(齋)를 베풀고 보시를 행할 때, 혹 동쪽에서 어떤 찰리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 제일 좋은 자리와 제일 좋은 손 씻을 물과 제일 좋은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남쪽에서 어떤 범지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여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서쪽에서 어떤 거사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혹은 북쪽에서 어떤 공사(工師) 동자가 와서 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저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으리라.’ 그는 그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망하며 미움을 품을 것이다.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러한 보시에 어떠한 과보가 있다고 시설하는가?”
앵무마납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범지는 이러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지 않았는데 남으로 하여금 원망하고 미움을 품게 한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그러나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범지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했으므로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한 뒤에 곧 큰 복을 얻을 것입니다.”
018_0111_c_02L“구담이시여, 만일 어떤 범지가 다섯 가지 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저는 이 법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 있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이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는 일이 적어서 할 일이 적고 원한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서 그는 반드시 참된 진리를 수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저 참된 진리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데 많이 있고 집에는 있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이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없고 외워 익힐 수 없으며 고행(苦行)을 행할 수 없고 범행(梵行)을 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는 일이 적어 할 일이 적고 원한을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그는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을 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범행을 행하는 것, 저는 이 법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는 있지 않다고 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납아, 만일 어떤 범지가 다섯 가지 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나는 이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리라. 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結]도 없고 원망[怨]도 없으며 성냄[恚]도 없고 다툼[諍]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비구가 참된 진리를 수호한다면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함으로 인하여 기쁨[喜]을 얻고 즐거움[悅]을 얻을 것이니라. 마납아, 만일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선과 잘 상응하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018_0112_a_02L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을 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다. 그는 범행을 행함으로 인하여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얻는다. 마납아, 만일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선과 잘 상응하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1방(方)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ㆍ하의 일체에 두루할 것이다. 그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함[捨]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마납아, 마치 어떤 사람이 고둥[螺]을 잘 부는데, 만일 아직껏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곳이 있으면 그가 밤중에 높은 산에 올라가 힘껏 고둥을 불어 미묘한 소리를 내어 사방에 가득 차게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는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1방(方)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하의 일체에 두루하게 한다.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불쌍히 여김과 기뻐함도 마찬가지이며 마음은 평정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이가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天上)을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貪伺]과 상응하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또 어떤 이는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네가 그들을 볼 때 누가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될 수 있겠는가?”
018_0112_b_02L“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하늘을 구하되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닌다면 저는 그 사람이 반드시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마납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이가 범천(梵天)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上]를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과 상응하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또 혹 어떤 이는 범천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한다고 하자. 네가 그들을 볼 때 누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만일 그가 범천을 구하되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없이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려 두루 가득하게 성취하여 노닌다면 저는 그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봅니다.”
018_0112_c_02L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이 대중 가운데 어떤 한 사람에게 ‘너는 저 나라가라 마을에 갔다가 곧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면 그는 너의 지시를 받고 빨리 나라가라 마을에 갔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가 돌아온 뒤에 네가 그 길, 곧 나라가라 마을로 가고 온 것과 나가고 들어온 일들을 물으면 그 사람은 과연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앵무마납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무착 천사(無著天祠)께서는 이 일을 구족하셨습니다. 곧 범도의 자취를 물으면 능히 빨리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앵무마납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앵무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수는 4,561자이다.
018_0112_c_13L佛說如是。鸚鵡摩納聞佛所說,歡喜奉行。
鸚鵡經第一竟四千五百六十一字
153) 수한제경(鬚閑提經) 제12제4 분별송
018_0112_c_15L中阿含梵志品鬚閑提經第二閑音呼奸反第四分別誦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112_c_16L我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루수(拘樓瘦)를 유행하실 적에 바라바(婆羅婆)의 제1 정실(靜室)에 머무시면서 풀자리[草座]에 앉아 계셨다.
018_0112_c_17L一時,佛遊拘樓瘦,在婆羅婆第一靜室,坐於草座。
그 때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시고서 검마슬담(劍摩瑟曇)5)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셨다. 식사를 마치시고 오후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으신 뒤에 니사단(尼師檀)을 어깨 위에 걸치고 한 숲으로 나아가 낮에 거닐던 곳에 다다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結加趺坐)하셨다.
018_0113_a_02L이 때 수한제(鬚閑提) 이학(異學)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나아갔다. 수한제 이학은 멀리서 바라바의 제1 정실에서 풀자리를 펴고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사자(師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沙門)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梵行者)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수한제 이학은 그것을 본 뒤에 물었다. “바라바여, 제1 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있는 분은 누구시기에 그 모습이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가?”
바라바 범지가 대답하였다. “수한제여, 사문 구담이라는 석족(釋種)의 아들이 있다. 그분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무상정진각(無上正盡覺)을 깨달으셨다. 바로 그분이 저 제1정실에서 풀자리에 한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계시는데 사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다.”
“수한제여, 그대는 이 일로 저 사문 구담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에겐 많은 지혜가 있으니, 곧 찰리의 지혜와 범지의 지혜ㆍ거사의 지혜ㆍ사문의 지혜가 있고, 지혜를 말하면 모두들 성인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나는 이 사실을 저 사문 구담께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
018_0113_b_02L그 때 세존께서는 낮에 유행처에 계시다가 사람들보다 탁월한 청정한 천이(天耳)로 바라바 범지와 수한제 이학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신 뒤에 해질녘에 곧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바라바 범지의 제1 정실로 가셔서 풀자리 위에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계셨다. 바라바 범지는 멀리서 숲 속에 계시는 세존을 뵈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고 빛나고 밝고 환함은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으며 상호를 구족했고 위신(威神)은 위풍당당했으며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가리움이 없었으며,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법을 성취하여 마음이 쉬어 고요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바라바 범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계실 때 수한제 이학은 나중에 천천히 걸어 바라바의 제1 정실로 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수한제 이학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안근(眼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구담을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잘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구담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없다’고 말했는가?”
018_0113_c_02L“수한제여, 이와 같이 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과 의근(意根)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수호하지도 못하면서 또 수행하지도 않는다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구담을 따라 스스로 잘 제어하고 빈틈없이 수호하면서 또 잘 수행하기도 한다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문 구담은 지(地)를 파괴하였으니, 지를 파괴한 사람은 쓸모없다’고 말했는가?”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그는 눈으로 빛깔[色]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눈으로 빛깔[色]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눈으로 빛깔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빛깔에 대한 욕심[色欲]을 여의지 못하여 빛깔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빛깔의 열[色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눈으로 빛깔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빛깔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018_0114_a_02L“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이와 같이 귀로는 소리를 알고 코로는 냄새를 알며 혀로는 맛을 알고 몸으로는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몸으로 감촉[觸]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몸으로 감촉을 아는 것과 그것의 집착[習]과 멸함[滅]과 맛[味]과 근심[患]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감촉에 대한 욕심[觸欲]을 여의지 못하여 감촉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감촉의 열[觸熱]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몸으로 감촉을 알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애착과 감촉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세존께서 물으셨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사람이 아직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欲)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는 5욕의 공덕과 그것의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는 사람을 보면 또 그가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그가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018_0114_b_02L“수한제여, 나는 이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전에는 5욕의 공덕을 어렵지 않게 얻어 그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였었다. 그러나 나는 그 뒤에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나는 그 5욕의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마치 거사나 거사의 아들이 지극히 크고 풍부하고 즐거워 자산과 재물이 한량없고 여러 가지 목축이 많으며 봉호와 식읍과 모든 생활 물자가 갖가지로 풍족하여 그는 5욕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 그는 몸의 묘행(妙行)과 입과 뜻의 묘행을 성취하였다. 그리고 죽음에 임박했을 땐 5욕의 공덕을 좋아하지 않아 버리고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天上)에 나게 되어 5욕의 공덕을 구족하게 행하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이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과연 하늘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인간의 5욕이란 냄새나는 것으로 깨끗하지 못하며 그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매우 괴롭습니다. 구담이시여, 인간의 5욕에 비하면 천상의 5욕은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저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천상의 5욕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5욕을 좋아하여 기쁘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끝내 있을 수 없습니다.”
018_0114_c_02L“그렇다, 수한제여. 나는 인간의 5욕을 끊고 천상의 5욕마저 건너려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는 저 5욕 공덕과 그 집착과 멸함과 맛과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실 그대로 알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며 5욕의 공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욕망과 서로 호응하여 행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런 즐거움이 있고 5욕과 5욕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이렇게 하고도 과연 병을 없애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을 무너뜨리지 않고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습니다.”
018_0115_a_02L“수한제여, 문둥병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러면 다시 부스럼이 생겨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보다도 부스럼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처럼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넓어지건만 그래도 그는 도리어 5욕에 대한 애착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왕과 대신이 5욕을 얻기가 어렵지 않은 것과 같나니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수한제여, 중생들은 아직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欲熱]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만일 중생이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하면 그러면 5욕은 더욱 많아지고 5욕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지건만 그래도 그들은 도리어 5욕을 즐거움으로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5욕을 끊지 못하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했거나 지금 행하거나 앞으로 행하려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것은 5욕을 끊고 5욕에 대한 애착을 여의게 하는 도리가 아니요, 5욕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히자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릴 때 어떤 사람이 그를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며 안온과 쾌락을 구하여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주었고 그 증세에 꼭 맞는 좋은 약을 준 뒤에 그는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根)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런 그가 만일 어떤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는 것을 본다면 수한제여, 그 사람이 그것을 본 뒤에 과연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하고 좋아하겠는가?”
018_0115_b_02L“아닙니다. 구담이시여, 왜냐 하면 병이 있다면 반드시 약을 써야 하겠지만 병이 없으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018_0115_b_02L答世尊曰:“不也。瞿曇!所以者何?有病須藥,無病不須。”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그 문둥병을 앓던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 때 두 역사(力士)가 강제로 그 사람을 붙잡아 불구덩이에다 그슬린다면 그는 그 속에서 놀라고 두려워 불을 피하면서, 몸으로 심한 뜨거움을 느낄 것이다. 수한제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불구덩이가 지금 더욱 뜨거워지고 큰 고통과 재앙이 예전보다 심해서이겠는가?”
“아닙니다. 구담이시여, 그가 전에 문둥병을 앓아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었던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顚倒)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담이시여, 그 사람은 이제 병이 없어지고 기력을 회복하여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에서 벗어나 몸은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괴롭다는 갱락상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태연하고 전도된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한제여, 문둥병을 앓는 사람은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벌레에게 먹힐 때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집고 불구덩이에다 그슬리며 그가 고통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 갱락상(更樂想)을 내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5욕을 여의지 못하여 5욕에 대한 애착에 잠식당하고 5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도 5욕을 행한다. 그들이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즐겁다는 생각[樂欲想]을 가지는 것은 그 마음이 미혹되고 산란하며 전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018_0115_c_02L수한제여, 마치 그 사람이 병이 없어지고 기력이 회복되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고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그는 고통에 대해 매우 고통스럽다는 갱락상을 내고 그 마음이 태연하여 전도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고통스런 5욕에 대해 5욕은 괴롭다는 생각[苦欲想]을 하고 진실을 얻어 전도된 생각이 없다. 왜냐 하면 수한제여, 과거의 5욕도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이요,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며, 미래와 현재의 5욕도 또한 깨끗하지 못한 냄새나는 곳으로서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과 다시 부딪히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은 병이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느니라.”
018_0116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나면서부터의 장님이 눈이 있는 사람에게서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라는 말을 듣고는 곧 희고 깨끗한 것을 찾았다. 그 때 그를 위해 이익과 요익을 구하지 않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지 않는 어떤 사기꾼이 때가 묻어 더러운 옷을 가지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는 옷이다. 너는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쳐라.’ 그러자 그 장님은 기뻐하면서 곧 두 손으로 공경스럽게 받아 몸에 걸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구나.’
수한제여, 그 사람이 스스로 알아 말했다고 하겠느냐, 알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스스로 보지 못하고 말했다고 하겠느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눈이 없는 장님이 자신이 곧 병이요 종기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이요 고통이며, 공이요 비신이면서 두 손을 문지르며 ‘구담이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이 열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한제여, 너는 병이 없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찌 열반을 알고 보겠는가? 알고 본다고 말한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수한제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은 말하노라.”
병이 없는 것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은 제일가는 즐거움이며 모든 도(道) 가운데는 8정도(正道)가 안온한 감로에 머물게 하느니라.
018_0116_a_12L無病第一利, 涅槃第一樂, 諸道八正道, 住安隱甘露。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이것을 들었는데 많은 이학들은 이 게송을 들은 뒤에 계속하여 서로 전하였으나 그 뜻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미 듣고는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그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도리어 서로 속였다. 그들의 그 현재의 몸은 4대(大)의 종류로서 부모를 좇아 나서 음식으로 자라나며 항상 덮어주고 문지르며 목욕시키지만 억지로 참아야 하고 부서지며 갈려 없어지고 떠나 흩어지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신(神)을 보고 신을 받으며 받음을 인연하여 곧 있고[有] 있음을 인연하여 곧 나며[生] 남을 인연하여 곧 늙고 죽으며[老死] 늙고 죽음을 인연하여 곧 시름하고 슬퍼하고 울며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번민하였으니, 이와 같이 그 생은 순전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였다.
018_0116_b_02L이에 수한제 이학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제 사문 구담을 지극히 믿습니다. 원컨대 구담이시여, 잘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慧眼)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남이 찾아가서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푸른빛이요, 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이다’라고 하면 그 말을 따르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이 혹 남의 말로 인해 그 푸른 빛ㆍ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을 알겠는가?”
“그와 같이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깨끗해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낱 나를 번거롭게 하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慧眼)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여러 친족들이 있어 그들이 그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눈을 치료하는 의사를 구하는 것과 같다. 그 눈을 치료하는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베푸는데 혹은 토하게 하고 혹은 내리게 하며 혹은 코에 물을 붓고 혹은 다시 씻어 내리며 혹은 힘줄을 자극하고 혹은 눈물을 흘리게 하면 수한제여, 혹 그럴 때 깨끗한 두 눈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수한제여, 만일 그의 두 눈이 청정해지면 곧 스스로 ‘이것은 푸른 빛ㆍ누런 빛ㆍ빨간 빛ㆍ흰 빛이다’라고 볼 것이다.
018_0116_c_02L그래서 그는 그 때 묻은 더러운 옷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은 나의 원수이다. 오랜 세월 동안 때 묻은 옷으로써 나를 속였다.’ 그래서 그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니 수한제여, 이 사람은 혹 그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너를 위해 너의 증세에 꼭 맞는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해지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혜안이 청정해지면 너는 곧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수한제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혜안을 청정하게 하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는 것, 선법(善法)을 듣는 것, 잘 생각하는 것,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워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선법을 듣고 잘 생각하여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라.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라. 수한제여, 너는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고 나서는 곧 선법을 듣고 선법을 들은 뒤에는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한 뒤에는 곧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가고 법과 다음 법을 향해 나아간 뒤에는 곧 이 괴로움[苦]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苦習]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苦滅]을 알고 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아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태어남[生]이 괴로움이요, 늙음[老]이 괴로움이며 병듦[病]이 괴로움이요 죽음[死]이 괴로움이며 싫어하는 것과 만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것과 헤어짐이 괴로움이며 구하되 얻지 못함이 괴로움이니 간략히 말해 5성음(盛陰)이 괴로움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喜欲]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발생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멸할 수 있고 무여(無餘)일 수 있으며 끊을 수 있고 버릴 수 있으며 토할 수 있고 다할 수 있으며 무욕(無欲)일 수 있고 없앨 수 있으며 쉬고 그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는가? 곧 ‘8정도[支聖道]로서 곧 바른 견해[正見]와 나아가 바른 선정[正定]까지이다. 이것을 여덟 가지라 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018_0117_a_02L이 법을 말씀해 마치시자 수한제 이학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달았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는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좇지 않고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시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구가 되게 해 주십시오.”
1)제4 분별송에는 완전한 두 품과 두 개의 반품(半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범지품」(後半品)ㆍ「근본분별품」ㆍ「심품」ㆍ「쌍품」(前半品)이 수록되어 있다. 고려대장경에서는 모두 합하여 3품 반이 수록되었다고 하였는데 불광대장경에서는 사실대로 2품과 2반품이 수록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이 경의 이역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앵무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