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이교도의 동산 공작림에는 전모(箭毛)1)라는 이교도가 있었다. 그는 명성과 덕망이 있는 종주(宗主)로서 여러 사람의 스승이었고 또 큰 명예가 있어 대중들의 공경과 존중을 받으면서 5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대중 속에서 높고 큰 소리로 여러 가지 축생들의 이야기[畜生之論]2)를 시끄럽게 외쳐대고 있었다. 이른바 왕ㆍ도적ㆍ싸움ㆍ음식ㆍ의복ㆍ부인ㆍ처녀ㆍ음녀ㆍ세상ㆍ공야(空野)ㆍ바다ㆍ나라 백성들, 그는 이런 축생들의 논리를 전개하며 대중들과 함께 앉아 떠들고 있었다. 이교도 전모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그 대중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잠자코 있으라. 저기 사문 구담이 오신다. 저 대중들은 침묵하는 대중들로서 늘 침묵을 좋아하고 침묵을 찬양한다. 그가 만일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혹 여기로 올지도 모른다.” 이교도 전모는 대중들에게 침묵하게 하고 자기도 잠자코 있었다.
018_0272_c_02L세존께서 이교도 전모가 있는 곳으로 가시자 전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사문 구담께서는 오랜만에 여기 오셨습니다. 이 자리에 앉으소서.” 세존께서 곧 이교도 전모가 펴놓은 자리에 앉으시자 이교도 전모는 곧 세존께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거듭 물으셨다. “우다이여, 아까는 무슨 일을 이야기하였으며, 무슨 일로 여기 이렇게 모여 앉아 있느냐?”
018_0272_c_10L世尊如是再三問曰:“優陁夷!向論何等?以何事故共集坐此?”
이교도 전모도 또한 똑같이 거듭해서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그 이야기는 우선 거론하지 마소서. 그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들으셔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다시 말하였다. “그러나 사문 구담께서 재삼 거론하시니 굳이 듣고자 하신다면 지금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우리는 구살라국(拘薩羅國)의 많은 범지들과 함께 구살라 학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앙가국(鴦伽國)ㆍ마갈타국(摩竭陀國) 사람들에게는 크고 좋은 이익이 있다. 앙가국과 마갈타국 사람들은 크고 좋은 이익을 얻었다. 이런 큰 복밭들이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함께 지내고 있다.’ 구담이시여, 그 복밭이란 곧 불란가섭(不蘭迦葉)3)을 말한 것입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불란가섭은 이름과 덕망이 있는 종주로서 여러 사람들의 스승이며, 또 큰 명예가 있어 대중의 존경과 존중을 받으면서 5백 명의 이교도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들은 이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식가리구사리자(摩息迦利瞿舍利子)4)ㆍ사야비라지자(娑若鞞羅遲子)5)ㆍ니건친자(尼揵親子)6)ㆍ파부가전(波復迦栴)7)ㆍ아이다계사검바리(阿夷哆雞舍劍婆利)8)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018_0273_a_02L구담이시여, 아이다계사검바리는 이름과 덕망이 있는 종주로서 여러 사람의 스승이며, 또 큰 명예가 있어 대중의 공경과 존중을 받으면서 5백 명의 이교도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들도 이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고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또 아까 우리는 사문 구담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문 구담은 이름과 덕망이 있는 종주로서 여러 사람들의 스승이시며 또 큰 명예가 있어 대중의 공경과 존경을 받으면서 큰 비구 1,250명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분 또한 이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고 계신다.’ 구담이시여, 우리들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제 이 모든 사문 범지들 중에 그 누가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는가? 혹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받거나, 또는 제자가 스승을 비난하여 〈이 분은 전연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하고는 그만 그를 버리고 떠난 일은 없는가?’ 구담이시여, 우리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불란가섭은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지 못하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받았다. 또 많은 제자들이 그를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018_0273_b_02L구담이시여, 옛날에 불란가섭은 자주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손을 들고 이렇게 크게 외쳤습니다. ‘너희들은 조용하라. 너희들에게 와서 일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일을 묻는다. 너희들은 이 일을 결단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결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자들은 그 중간에 다시 다른 일을 의논하며 스승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구담이시여, 우리는 또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불란가섭은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지 못하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들었다. 또 많은 제자들이 그를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마식가리구사리자ㆍ사야비라지자ㆍ니건친자ㆍ파부가전ㆍ아이다계사검바리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구담이시여,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아이다계사검바리는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지 못하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들었다. 또 많은 제자들이 그 스승을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구담이시여, 옛날에 아이다계사검바리는 자주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손을 들고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너희들은 조용하라. 너희들에게 와서 일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일을 묻는다. 너희들은 이 일을 결단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결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자들은 그 중간에 다시 다른 일을 의논하며 스승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구담이시여, 우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아이다계사검바리는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지 못하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들었다. 또 많은 제자들이 그를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018_0273_c_02L그러나 구담이시여, 우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사문 구담은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듣지 않는다. 또 제자들이 스승을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난 일도 없다.’ 구담이시여, 옛날에 사문 구담께서는 자주 대중들과 함께 계시면서 한량없는 백천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이 코를 골면서 졸고 있었는데 다른 한 사람이 그를 보고 ‘코를 골면서 졸지 말라. 너는 세존께서 설하시는 감로(甘露)처럼 미묘한 법을 듣고 싶지 않은가?’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곧 잠자코 소리가 없었습니다. 구담이시여, 우리는 또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사문 구담은 제자들의 공경ㆍ존중ㆍ공양ㆍ섬김을 받고 제자들에게서 법의 꾸짖음을 듣지 않는다. 또한 제자들이 스승을 비난하여 〈이 분은 옳지도 않고 당치도 않으며 비슷하지도 않다〉고 말한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난 일도 없다.’”
이교도 전모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구담에게는 다섯 가지 법(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사문 구담께서는 거친 옷으로도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십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시는 것, 사문 구담에게는 이 첫 번째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십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시는 것, 사문 구담에게는 이 두 번째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018_0274_a_02L또 사문 구담께서는 적게 자시면서 적게 먹는 것을 찬양하십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 적게 자시면서 적게 먹는 것을 찬양하시는 것, 사문 구담에게는 이 세 번째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거친 평상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평상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십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 거친 평상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평상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시는 것, 사문 구담에게는 이 네 번째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직접 좌선하시고 좌선하는 것을 찬양하십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 직접 좌선하시고 좌선하는 것을 찬양하시는 것, 사문 구담에게는 이 다섯 번째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우다이여, 나는 그 다섯 가지 법으로써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게 하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니라. 우다이여, 내가 가진 옷은 깨끗한 칼로 마름질한 것에 나쁜 빛깔로 물들인 것이다. 이와 같이 거룩한 옷에 나쁜 빛깔로 물들인 것이다. 우다이여, 그런데 혹 나의 어떤 제자들은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이른바 내다버린 분소의(糞掃衣)를 입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존께서는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나의 제자들이 거친 옷으로써 만족할 줄을 안다고 하여 나를 찬양했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공양하지도 받들어 섬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018_0274_b_02L우다이여, 나는 때때로 겨가 섞이지 않고 갖가지 맛이 풍족한 익힌 쌀밥을 먹는다. 우다이여, 그런데 혹 나의 어떤 제자들은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밥을 빌어먹거나 내버린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존께서는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을 아시고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나의 제자들이 거친 음식으로써 만족할 줄을 안다고 하여 나를 찬양했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공양하지도 받들어 섬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또 우다이여, 나는 비라(鞞羅)9) 한 개만큼의 밥을 먹고 혹은 그 반 개만큼의 밥을 먹는다. 우다이여, 그런데 혹 나의 어떤 제자들은 구타(拘拖)10) 하나 만큼의 밥을 먹고 혹은 그 반 개만큼의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존께서는 적게 자시면서 적게 먹는 것을 찬양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나의 제자들이 적게 먹는다고 하여 나를 찬양했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공양하지도 받들어 섬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또 우다이여, 나는 혹은 높다란 다락에서 지내고 혹은 누각[棚閣]에서 지내기도 한다. 우다이여, 그런데 혹 나의 어떤 제자들은 9개월이나 10개월 동안 겨우 하룻밤 정도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존께서는 거친 평상에서 지내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시고 거친 평상에서 지내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찬양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나의 제자들이 거친 평상에서 지내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안다고 하여 나를 찬양했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공양하지도 받들어 섬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 서로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018_0274_c_02L또 우다이여, 나는 항상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 사이에서 시끄럽게 지낸다. 그런데 혹 나의 어떤 제자들은 청정한 법을 위해 반 달 만에 한번 대중 속에 들어오면서 또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존께서는 직접 좌선하시면서 좌선을 찬양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나의 제자들이 내가 친히 좌선한다고 하여 나를 찬양했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공양하지도 받들어 섬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우다이여, 내게 이 다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다이여, 내게는 다시 이런 다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공경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공양하게 하고 받들어 섬기게 하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우다이여, 내 제자들은 이른바 내게 위없는 계율[無上戒]이 있다고 하여 나를 찬양한다. ‘세존께서는 계와 큰 계를 행하시는데 그 말씀하신 대로 행동하고 또한 그 행동하신 대로 말씀하신다.’ 우다이여, 만일 내 제자들이 내게 위없는 계율이 있다고 하여 나를 찬양한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다. 또 우다이여, 내 제자들은 이른바 내게 위없는 지혜[無上智]가 있다고 하여 나를 찬양한다. ‘세존께서는 지혜와 지극히 큰 지혜를 써서 만일 담론이 있어 상대하는 사람이 오면 반드시 그를 항복받는다. 이른바 그 말씀은 가히 말로 할 수 없는 바른 법과 율에 대한 것이고 가히 말로 할 수 없는 당신의 말씀에 대한 것이다.’ 우다이여, 만일 내 제자들이 내게 위없는 지혜가 있다고 하여 나를 찬양한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다.
018_0275_a_02L우다이여, 내 제자들은 이른바 내게 위없는 지견[無上知見]이 있다고 하여 나를 다음과 같이 찬양한다. ‘세존께서는 두루 아시어 모르시는 것이 없고 두루 보시어 못 보는 것이 없다. 그는 제자를 위해 설법하시되 인(因)이 있어서 인이 없는 것이 없고 연(緣)이 있어서 연이 없는 것이 없으며 모두 답하시어 답하시지 못하는 것이 없고 모두 여의어서 여의시지 못한 것이 없다.’ 우다이여, 만일 내 제자들이 내게 위없는 지견이 있다고 하여 나를 찬양한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니라. 우다이여, 내 제자들이 이른바 애욕의 화살을 싫어하여 내게 와서 ‘괴로움이란 어떤 것이며 괴로움의 발생은 무엇이며 괴로움의 소멸은 어떤 것이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을 때 나는 곧 ‘괴로움이란 이런 것이요 괴로움의 발생은 이런 것이며 괴로움의 소멸은 이런 것이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은 이런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우다이여, 만일 내 제자들이 내게 와서 물을 때에 내가 그들의 뜻에 맞게 대답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다이여, 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혹은 과거를 아는 지혜의 신통을 증득하여 환히 통달한 것[宿命智通作證明達]을 설명하고, 혹은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을 증득하여 환히 통달한 것[漏盡智通作證明達]을 설명한다. 우다이여, 만일 내 제자들이 이 바른 법(法)과 율(律)에서 가르침을 받고 제도를 얻고 저쪽 언덕에 이르게 되어 의심도 없고 의혹도 없으며 이 착한 법에 대하여 망설임이 없으면 그들은 이 때문에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니라. 우다이여, 이것을 내게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나를 공경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공양하게 하고 받들어 섬기게 하며 언제나 따르고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이 때 이교도[異學] 전모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십니다. 묘한 일을 잘 말씀하시어 제 몸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마치 감로(甘露)와 같습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큰 비가 내려 이 땅의 높고 낮은 곳이 두루 젖게 되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사문 구담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묘한 일을 잘 말씀해 주시어 저희들의 몸을 감로처럼 윤택하게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스스로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우바새로 받아 주소서.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때 그 이교도의 동산 공작림에는 전모(箭毛)라는 이교도가 있었다. 그는 명성과 덕망이 있는 종주(宗主)로서 여러 사람의 스승이었고 또 큰 명예가 있어 대중들의 공경과 존중을 받으면서 5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대중 속에서 우렁차고 큰 소리로 여러 가지 축생들의 이야기를 하며 시끄럽게 외쳐대고 있었다. 이른바 왕ㆍ도적ㆍ싸움ㆍ음식ㆍ의복ㆍ부인ㆍ처녀ㆍ음녀ㆍ세상ㆍ빈 들판ㆍ바다ㆍ나라 백성들, 그는 이런 축생들의 논리를 전개하며 대중들과 함께 앉아 떠들고 있었다. 이교도 전모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그 대중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잠자코 있으라. 저기 사문 구담이 오신다. 저 대중들은 침묵하는 대중들로서 늘 침묵을 좋아하고 침묵을 찬양한다. 그가 만일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혹 여기로 올지도 모른다.” 이교도 전모는 대중에게 침묵하게 하고 자기도 잠자코 있었다.
018_0275_c_02L세존께서 이교도 전모가 있는 곳으로 가시자 전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사문 구담께서는 오랜만에 여기 오셨습니다. 이 자리에 앉으소서.” 세존께서 곧 이교도 전모가 펴놓은 자리에 앉으시자 이교도 전모는 곧 세존께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거듭 물으셨다. “우다이여, 아까는 무슨 일을 이야기하였으며, 무슨 일로 여기 이렇게 모여 앉아 있느냐?”
018_0275_c_06L世尊如是再三問曰:“優陁夷!向論何等?以何事故共集坐此?”
이교도 전모도 또한 똑같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그 이야기는 우선 거론하지 마소서. 그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들으셔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담께서 재삼 거론하시니 굳이 듣고자 하신다면 지금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묘한 헤아림이 있고 깊은 생각이 있어 묘한 헤아림 자리에 머무르고 깊은 생각 자리에 머물며 지혜가 있고 변재가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누가 ‘나는 진실로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어서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므로 모르는 것이 없고 못 보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 저는 그에게 가서 어떤 일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생각했습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우다이여, 너는 묘한 헤아림이 있고 깊은 생각이 있어 묘한 헤아림 자리에 머무르고 깊은 생각 자리에 머물며 지혜가 있고 변재가 있다고 하였다. 누군가 ‘나는 진실로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어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므로 모르는 것이 없고 못 보는 것이 없다’고 말할 때 네가 그에게 가서 어떤 일을 물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고 하였는데, 그가 누구인가?”
018_0276_a_02L이교도 전모가 대답했다. “구담이시여, 그는 곧 불란가섭(不蘭迦葉)입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시여, 불란가섭은 스스로 ‘나는 진실로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어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므로 모르는 것이 없고 못 보는 것이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묘한 헤아림이 있고 깊은 생각이 있어 묘한 헤아림 자리에 머무르고 깊은 생각 자리에 머물며 지혜가 있고 변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가서 어떤 일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저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마식가리구사리자(摩息迦利瞿舍利子)ㆍ사야비라지자(娑若鞞羅遲子)ㆍ니건친자(尼揵親子)ㆍ파부가전(波復迦旃)ㆍ아이다계사검바리(阿夷哆雞舍劒婆利)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담이시여, 아이다계사검바리는 스스로 ‘나는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어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므로 모르는 것이 없고 못 보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묘한 헤아림이 있고 깊은 생각이 있어 묘한 헤아림 자리에 머무르고 깊은 생각 자리에 머물며 지혜가 있고 변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가서 어떤 일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저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 하는 사람이냐?’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일 내가 사문 구담을 찾아가 내 과거의 일을 물으면 사문 구담은 반드시 내 과거의 일을 대답해 주실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사문 구담을 찾아가 내 미래의 일을 물으면 사문 구담은 반드시 내 미래의 일을 대답해 주실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만일 내가 사문 구담에게 묻고 싶은 것을 다 물어도 사문 구담은 또한 반드시 내가 물은 대로 대답해 주실 것이다.’”
018_0276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다이여, 그만두라. 그만두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소견ㆍ다른 인내ㆍ다른 즐거움ㆍ다른 욕심ㆍ다른 뜻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뜻을 다 알지 못한다. 우다이여, 어떤 내 제자는 어떤 인(因)과 어떤 연(緣)으로 한량없는 과거 먼 옛날의 삶을 다 기억한다. 말하자면 1생(生)ㆍ2생ㆍ백생ㆍ천생 동안과 성겁(成劫)ㆍ패겁(敗劫)과 한량없는 성겁ㆍ패겁 동안의 일을 기억한다. 중생들의 이름은 무엇이었다는 것과 나는 일찍 저곳에 태어나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으로서 어떠한 음식을 먹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는가에 대한 것과 얼마큼 오래 살고 얼마큼 오래 머무르다가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를 죄다 기억한다. 또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에서 죽어 여기에 난 것과 내가 여기에 태어나서는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으로 어떠한 음식을 먹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는가에 대한 것과 얼마큼 오래 살고 얼마큼 오래 머무르다가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가를 다 기억한다. 그가 내게 와서 과거의 일을 물으면 나는 그에게 과거의 일을 대답해 주고 나도 또한 그에게 가서 과거의 일을 물으면 그도 또한 내게 과거의 일을 대답해 준다. 내가 묻고 싶은 대로 그에게 물으면 그도 또한 내가 물은 대로 대답해 주느니라.
우다이여, 어떤 내 제자는 사람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을 보며, 그 중생들이 지은 바 업에 따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오고 가는 것을 사실 그대로 본다. 곧 ‘만일 그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성취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모함해 비방하고 사특한 소견으로써 사특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그것을 인연하여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만일 그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묘한 행을 성취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묘한 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모함해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그것을 인연하여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서 하늘에 나게 될 것이다’라고 본다. 그가 내게 와서 미래의 일을 물으면 나는 그에게 미래의 일을 대답해 주고 나도 또한 그에게 가서 미래의 일을 물으면 그도 또한 내게 미래의 일을 대답해 준다. 내가 묻고 싶은 대로 그에게 물으면 그도 또한 내가 물은 대로 대답해 주느니라.”
018_0276_c_02L이교도 전모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만일 사문 구담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갈수록 모르겠고 저는 갈수록 볼 수 없으며 점점 더 어리석어져서 결국엔 어리석음에 떨어지게 될 겁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다이여,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소견ㆍ다른 인내ㆍ다른 즐거움ㆍ다른 욕심ㆍ다른 뜻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뜻을 다 알지 못한다. 우다이여, 어떤 내 제자는 어떤 인과 어떤 연으로 한량없는 과거 먼 옛날의 삶을 다 기억한다. 말하자면 1생ㆍ2생ㆍ백생ㆍ천생 동안과 성겁ㆍ패겁 동안과 한량없는 성겁ㆍ패겁 동안의 일을 기억한다. 중생들의 이름은 무엇이라는 것과 나는 일찍 저곳에 태어나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으로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는가에 대한 것과 얼마큼 오래 살고 얼마큼 오래 머무르다가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를 죄다 기억한다.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에서 죽어 여기에 난 것과 내가 여기에 태어나서는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는가에 대해서와 얼마큼 오래 살고 얼마큼 오래 머무르다가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가를 다 기억한다. 그가 내게 와서 과거의 일을 물으면 나는 그에게 과거의 일을 대답해 주고 나도 또한 그에게 가서 과거의 일을 물으면 그도 또한 내게 과거의 일을 대답해 준다. 내가 묻고 싶은 대로 그에게 물으면 그도 또한 내가 물은 대로 대답해 주느니라.
또 우다이여, 어떤 내 제자는 사람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을 보며 그 중생들이 지은 바 업에 따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오고 가는 것을 사실 그대로 본다. 곧 〈만일 그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성취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모함해 비방하고 사특한 소견으로써 사특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그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만일 그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묘한 행을 성취하고 입과 뜻으로 짓는 묘한 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모함해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그것을 인연하여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서 하늘에 나게 될 것이다〉라고 본다. 그가 내게 와서 미래의 일을 물으면 나는 그에게 미래의 일을 대답해 주고 나도 또한 그에게 가서 미래의 일을 물으면 그도 또한 내게 미래의 일을 대답해 준다. 내가 묻고 싶은 대로 그에게 물으면 그도 또한 내가 물은 대로 대답해 주느니라.’
018_0277_a_02L구담이시여, 저는 생에 있어서 이전에 한 일과 이전에 얻은 일도 오히려 기억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떻게 어떤 인(因)과 어떤 연(緣)으로 한량없는 먼 옛날에 살았던 일을 다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구담이시여, 저는 오히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귀신도 보지 못하거늘 어떻게 사람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은 것을 보며, 그 중생들이 지은 바 업에 따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오고 가는 것을 사실 그대로 볼 수 있겠습니까? 구담이시여, 저는 ‘만일 사문 구담께서 나에게 스승에게서 배운 법을 물으신다면 나는 혹 그에게 만족시킬만한 대답을 할 수도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다이여, 너는 다음과 같이 말한 어떤 사람과 같다. ‘만일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면 나는 그녀를 얻고 싶다.’ 그럴 때에 혹 어떤 사람은 그에게 묻는다. ‘그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인 줄 아는가? 또 키는 큰 가, 작은가? 살결은 거친가, 고운가? 피부는 흰가, 검은가, 혹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가? 찰제리의 여자인가? 혹은 바라문ㆍ거사ㆍ공사(工師)의 여자인가? 또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의 어느 곳에 있는지 아는가?’ 그는 대답한다. ‘모른다.’
018_0277_b_02L다시 그에게 묻는다. ‘그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어떠한 성ㆍ어떠한 이름ㆍ어떠한 신분이고, 키는 큰지 작은지, 살결은 거친지 부드러운지, 피부는 흰지 검은지 혹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지, 찰제리 여자인지 혹은 바라문ㆍ거사ㆍ공사의 여자인지, 또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의 어느 곳에 있는 여자인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으면서 ‘나는 그 여자를 얻고 싶다’고 말하는가?’ 이와 같이 우다이여, 너는 ‘그가 말한 그 빛깔은 다른 빛깔보다 낫다. 그러므로 그 빛깔은 가장 훌륭하고 그 빛깔은 최상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에게 그 빛깔에 대해 물으면 너는 그 빛깔을 모르고 있다.”
이교도 전모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마치 지극히 묘한 자마(紫磨)색의 금정(金精)을 금 다루는 기술자가 잘 갈고 닦아 흰 비단을 깔고 햇볕에 놓아두면 그 빛이 지극히 아름답고 그 광명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구담이시여, 저는 ‘그 빛깔은 다른 빛깔보다 낫다. 그러므로 그 빛깔은 가장 훌륭하고 그 빛깔은 최상이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다이여,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우다이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자마색의 금정을 흰 비단을 깔고 햇볕에 놓아두었을 때 지극히 아름답고 빛나는 그 광명과 캄캄한 밤 빛나는 반딧불의 광명 중에 어느 광명이 더 낫고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느냐?”
018_0278_a_02L“우다이여, 다시 많은 하늘이 있다. 저 해와 달이 비록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고 하지만 그 광명은 원래 저 모든 하늘의 광명에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나는 옛날 저 모든 하늘과 함께 모여 저들과 의논하였는데 내 말이 저 하늘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빛깔은 다른 빛깔보다 낫다. 그 빛깔은 가장 우수하고, 그 빛깔은 최상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다이여, 그런데 너는 반딧불 광명보다도 더 더럽고 더 추한 것으로써 그 빛깔을 다른 빛깔보다 낫다고 하고 그 빛깔이 가장 우수하다 하며 그 빛깔이 최상이라고 말한다. 또 그것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고 하는구나.”
“구담이시여, 저는 ‘그 빛깔은 다른 빛깔보다 낫다. 그 빛깔은 가장 우수하며 그 빛깔은 최상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잘 단속하시고 잘 가르치고 잘 꾸짖으시어 저의 허망한 생각들을 없애주셨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저는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후회합니다. 선서시여, 저는 그 말을 후회합니다’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교도 전모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후세에는 한결같은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완전히 현세에서 증득하는 길의 자취도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아까 ‘후세에는 한결같은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완전히 현세에서 증득하는 길의 자취도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잘 단속하시고 잘 가르치고 잘 꾸짖으시어 저의 허망한 생각들을 없애주셨습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저는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후회합니다. 선서시여, 저는 그 말을 후회합니다’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다이여, 세상에는 한결같은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완전히 현세에서 증득하는 길의 자취도 있느니라.”
018_0278_b_15L世尊告曰:“優陁夷!世有一向樂,有一道迹一向作世證也。”
이교도 전모는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무엇이 세상의 한결같은 즐거움입니까?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완전히 현세에서 증득하는 길의 자취입니까?”
018_0278_b_16L異學箭毛問曰:“瞿曇!云何世一向樂?云何一道迹一向作世證耶?”
018_0278_c_02L“우다이여, 만일 때로 여래가 세상에 나오면 무소착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라 호칭한다. 그는 5개(蓋)와 마음의 더러움과 지혜의 병을 끊고 욕심을 끊고 착하지 않은 나쁜 법을 떠나 각(覺)과 관(觀)이 있고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初禪)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저 하늘과 같은 계와 마음과 소견은 함께하지 못한다. 다시 그는 각과 관을 이미 그치고 안으로 고요히 한 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定]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2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저 하늘과 같은 계(戒)와 마음[心]과 소견[見]은 함께하지 못한다. 다시 그는 기쁨의 욕심을 여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이른바 성인이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捨]ㆍ기억[念]ㆍ즐거움에 머묾[樂住]ㆍ공(空)이 있는 제3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러나 저 하늘과 같은 계와 마음과 소견은 함께하지 못한다. 우다이여, 이것을 한결같이 즐거운 세상이라 하느니라.”
“세상의 한결같은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우다이여, 현세에서 그것을 완전히 증득하는 또 다른 길의 자취가 있다.”
018_0278_c_09L世尊答曰:“世中一向樂,不但極是也。優陁夷!更有一道迹一向作世證。”
“구담이시여, 다시 어떤 것이 현세에서 그것을 완전히 증득하는 길의 자취입니까?”
018_0278_c_11L異學箭毛問曰:“瞿曇!云何更有一道迹一向作世證耶?”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우다이여, 비구는 욕심을 여의고 착하지 않은 악법을 떠나 각과 관이 있고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저 하늘과 같은 계와 마음과 소견을 함께하게 되느니라. 그는 다시 각과 관을 이미 그치고 안으로 고요히 한 마음이 되어 각과 관이 없고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2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저 하늘과 같은 계와 마음과 소견을 함께하게 되느니라. 그는 다시 기쁨의 욕심을 여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이른바 성인이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ㆍ기억ㆍ즐거움에 머묾ㆍ공이 있는 제3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저 하늘과 같은 계와 마음과 소견을 함께하게 되느니라. 우다이여, 이것을 현세에서 완전히 증득하는 한 길의 자취라 하느니라.”
018_0279_a_02L“우다이여, 내 제자들은 이 세상의 한결같은 즐거움과 또한 한 길의 자취를 현세에서 완전히 증득하기 위해서 나를 따라 범행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다이여, 그보다 더 낫고 더 묘하며 더 훌륭한 것을 증득하기 위하여 내 제자들은 나를 따라 범행을 배우는 것이니라.”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우다이여, 비구는 즐거움이 멸하고 괴로움도 멸하는데 기쁨과 걱정의 뿌리는 이미 멸한 상태이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不苦不樂] 평정[捨]ㆍ기억[念]ㆍ청정(淸淨)이 있는 제4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우다이여, 이것이 가장 제일이요 묘하며 가장 훌륭한 것으로 이것을 증득하기 위하여 내 제자들이 나를 따라 범행을 배우는 것이니라.”
이에 이교도 전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려고 하였다. 이 때 이교의 범행을 닦는 이교도 전모의 모든 제자들이 이교도 전모에게 아뢰었다. “존자시여, 지금 마땅히 스승이 되어야 할 때인데 사문 구담의 제자가 되려 하십니까? 존자께서는 스승이 될 때이니 사문 구담의 제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이교도 전모의 제자로서 이교의 범행을 배우던 제자들이 이교도 전모를 막았지만 전모는 세존을 따라 범행을 배웠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전이여, 너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어떤 사람과 같다. ‘만일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면 나는 그 여자를 얻고 싶다.’ 다시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묻는다. ‘그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여자가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신분인가를 아는가? 또한 키가 큰지 작은지, 살결이 거친지 고운지, 피부가 흰지 검은지, 혹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지 아는가? 그녀는 찰제리 여자인가? 혹은 바라문ㆍ거사ㆍ공사(工師)의 여자인가?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 어느 쪽에 사는지 아는가?’ 그는 ‘나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시 그에게 묻는다. ‘그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여자가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신분인지도 모르고 또 키가 큰지 작은지 살결이 거친지 고운지 피부가 흰지 검은지 혹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지 찰제리 여자인지, 혹은 바라문ㆍ거사ㆍ공사의 여자인지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의 어느 쪽에 사는지를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면서 〈나는 그 여자를 얻고 싶다〉고 말하는가?’ 이와 같이 가전이여, 네가 ‘그것은 묘한 빛깔이요 가장 묘한 빛깔이다. 그 빛깔은 가장 우수하고 그 빛깔은 최상이다’라고 말하기에 너에게 그 빛깔에 대해 물었는데 너는 알지 못하는구나.”
018_0279_c_02L이에 이교도 비마나수는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마치 지극히 묘한 자마(紫磨)색의 금정(金精)과 같습니다. 금 다루는 기술자가 그것을 잘 갈고 잘 다루어 깨끗하게 한 뒤에 흰 비단을 깔고 햇볕에 놓아두면 그 빛이 지극히 묘하고 그 광명은 찬란하게 빛납니다. 구담이시여, 그래서 나는 ‘그것은 묘한 빛깔이다. 가장 묘한 빛깔이다. 그 빛깔이 가장 우수하고 그 빛깔이 최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전이여,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가전이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흰 비단을 깔고 자마 금정을 햇볕에 놓아두었을 때 지극히 묘하게 빛나는 그 광명과 캄캄한 밤에 반짝이는 반딧불의 광명 중 어느 광명이 더 낫고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느냐?”
이교도 비마나수는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반딧불 광명이 자마 금정의 광명보다 더 낫고 더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가전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캄캄한 밤에 빛나는 반딧불의 광명과 캄캄한 밤에 빛나는 기름 등불의 광명 중에 어느 광명이 더 낫고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느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전이여, 다시 많은 하늘이 있다. 이제 이 해와 달이 비록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고 하지만 그 광명은 원래 저 모든 하늘의 광명에는 미치지 못하느니라. 나는 옛날 모든 하늘들과 함께 모여 저들과 의논하였는데 내 말이 저 하늘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묘한 빛깔은 가장 묘한 빛깔이다. 그 빛깔이 가장 우수하고 그 빛깔이 제일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가전이여, 그런데 너는 반딧불 광명보다도 더 더럽고 더 추한 것을 가지고 ‘그 묘한 빛깔은 가장 묘한 빛깔이다. 그 빛깔이 가장 우수하고, 그 빛깔이 제일이다’라고 말하면서, 또 그것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고 하는구나.” 이에 이교도 비마나수는 세존에게 직접 꾸지람을 들은 뒤에 마음에 근심이 생겨 머리를 떨구고 잠자코 있으면서 할 말을 잃고 무언가 살피는 듯하였다.
018_0280_b_02L이에 세존께서 직접 나무라신 뒤에 다시 기쁘게 하려고 곧 말씀하셨다. “가전이여, 기뻐할 만한 것으로서 마음으로 생각하고 욕심과 어울려 즐거워하는 5욕의 공덕(功德)이 있으니, 곧 눈으로 빛깔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며 몸으로 촉감을 느끼는 것이다. 가전이여, 빛깔[色]에는 사랑스러운 것도 있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도 있다. 혹 어떤 사람은 그 빛깔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맞으며 마음에 즐겁고 마음에 흡족하며 마음에 차면 그는 다른 빛깔은 아무리 좋고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며 원하지 않고 구하지 않으며 ‘이 빛깔만이 가장 우수하다’ 하고 제일이라고 한다. 가전이여, 이와 같이 소리ㆍ냄새ㆍ맛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다. 가전이여, 촉감에도 혹은 사랑스러운 것이 있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있다. 혹 어떤 사람은 그 촉감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맞으며 마음에 즐겁고 마음에 흡족하며 마음에 차면 그는 다른 촉감은 아무리 좋고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며 원하지 않고 구하지 않으며 ‘이 촉감만이 가장 우수하다’ 하고 제일이라고 하느니라.”
이에 이교도 비마나수가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위해 한량없는 방편으로 욕락을 말씀하시고 욕락이 제일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풀에 불을 붙여 나무에 불을 붙이고 나무에 불을 붙여 풀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사문 구담께서는 저를 위해 한량없는 방편으로 욕락을 말씀하시고 욕락이 제일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가전이여, 너는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소견ㆍ다른 인내ㆍ다른 즐거움ㆍ다른 욕심ㆍ다른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뜻을 다 알지 못한다. 가전이여, 이른바 내 제자들은 초저녁에서 새벽까지 언제나 잠자지 않고 바른 선정[正定]과 바른 뜻[正意]으로 도품을 닦아 익혀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그들이라야 내가 말하는 것을 다 아느니라.”
018_0280_c_02L이에 이교도 비마나수는 부처님에 대하여 분한 마음이 생겨 미워하고 언짢게 생각하며 세존을 비방하고 세존을 떨어뜨리고자 하였다. 그래서 세존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어떤 사문 범지는 세상의 처음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끝도 알지 못하며 다함이 없는 생사도 알지 못하면서 ‘사리(事理)에 대한 지극한 지혜를 얻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고 말합니다. 구담이시여, 나는 그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이 사문 범지는 세상의 처음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끝도 알지 못하며 다함이 없는 생사도 알지 못하면서 〈사리에 대한 지극한 지혜를 얻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고 말하는가?’”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이교도 비마나수가 내게 분한 마음을 품고 나를 미워하고 언짢게 생각하며 나를 비방하고 나를 떨어뜨리려고 하는구나. 그래서 나를 비방하고 나를 떨어뜨리려고 이렇게 말하는구나. 〈구담이시여, 어떤 사문 범지는 세상의 처음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끝도 알지 못하며 다함이 없는 생사도 알지 못하면서 사리에 대한 지극한 지혜를 얻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고 말합니다. 구담이시여, 나는 어떻게 이 사문 범지는 세상의 처음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끝도 알지 못하며 다함이 없는 생사도 알지 못하면서 사리에 대한 지극한 지혜를 얻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고 말하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018_0281_a_02L세존께서 그것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가전이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세상의 처음도 알지 못하고 세상의 끝도 알지 못하며, 다함이 없는 생사도 알지 못하면서 ‘사리에 대한 지극한 지혜를 얻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고 말했다면 그는 응당 ‘세상의 처음도 놔두고 세상의 끝도 놔두라’고 말하였을 것이다. 가전이여 나도 또한 ‘세상의 처음도 놔두고 세상의 끝도 놔두라’고 말하리라. 설사 1생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찾아오는 제자 비구들이 아첨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으며 소박하고 정직하다면 나는 그들을 교화한다. 만일 그들이 내 교화를 따라 그대로 행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바른 법을 알게 될 것이다.
가전이여, 마치 어린애가 나이 어리고 부드럽고 연해서 반듯이 누워 있을 때 그 부모가 아이의 손발을 묶어 놓는 것과 같다. 그 뒤 그 어린애가 자라 모든 감관[根]이 성취되었을 때에 그 부모가 그의 손발을 풀어 놓으면 그는 다만 그 결박이 풀린 때만 기억하고 결박되었던 때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가전이여, 그래서 나는 ‘세상의 처음도 놔두고 세상의 끝도 놔두라’고 말한다. 설령 단 1생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찾아오는 제자 비구들이 아첨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으며 소박하고 정직하다면 나는 그들을 교화한다. 만일 그들이 내 교화를 따라 그대로 행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바른 법을 알게 될 것이다.
018_0281_b_02L가전이여, 비유하면 기름과 심지로 인하여 등불을 켜는 것과 같다. 사람이 기름을 대어주지 않고 또한 심지를 갈아주지 않으면 앞에 있었던 기름은 이미 없어지고 잇달아 기름을 대어주지 않아 다시 받는 것이 없어진 뒤에는 등불은 저절로 꺼지고 마느니라. 그러므로 가전이여, 나는 ‘세상의 처음도 놔두고 세상의 끝도 놔두라’고 말한 것이다. 설령 단 1생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찾아오는 제자 비구들이 아첨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으며 소박하고 정직하다면 나는 그들을 교화한다. 만일 그들이 내 교화를 따라 그대로 행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바른 법을 알게 될 것이다. 가전이여, 또 마치 나무 10묶음ㆍ20묶음ㆍ30묶음ㆍ40묶음ㆍ50묶음ㆍ60묶음을 불로 태우면 불이 왕성하게 일어나 결국은 불꽃이 보이는 것과 같다. 만일 사람이 풀이나 나무나 겨나 소똥을 잇달아 대주지 않으면, 먼저 있었던 나무는 이미 없어지고, 잇달아 나무를 대주지 않아 다시 받는 것이 없어진 뒤에는 불은 저절로 꺼지고 마느니라. 이와 같이 가전이여, 나는 ‘세상의 처음도 놔두고, 세상의 끝도 놔두라’고 말한 것이다. 설령 단 1생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찾아오는 제자 비구들이 아첨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으며 소박하고 정직하다면 나는 그들을 교화한다. 만일 그들이 내 교화를 따라 그대로 행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바른 법을 알게 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이교도 비마나수는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하여 법안(法眼)이 생겼다. 이에 이교도 비마나수는 법을 보고 법을 얻어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달아 다시 따로 높일 것이 없어지고 다시 다른 것을 의지할 것이 없어져 스스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벗어나 망설임이 없이 이미 결과를 증득하여 세존의 법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어 범행을 행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