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8_0379_a_01L증일아함경 제11권
018_0379_a_01L增壹阿含經卷第十一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018_0379_a_02L東晉罽賓三藏瞿曇僧伽提婆 譯

20. 선지식품(善知識品)
018_0379_a_03L善知識品第二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79_a_04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79_a_0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선지식(善知識:착한 벗)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惡行]을 익히거나 나쁜 업[惡業]을 믿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 믿음이 더욱 늘어나고 지식[聞]ㆍ보시[施]ㆍ지혜(智慧)가 다 자꾸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을 익히지 말라. 왜냐하면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면 곧 믿음[信]ㆍ계(戒ㆍ지식[聞]ㆍ보시[施]ㆍ지혜(智慧)가 모두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벗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79_a_06L爾時,世尊告諸比丘當親近善知識,莫習惡行,信於惡業所以然者,諸比丘,親近善知識已,信便增益智慧,普悉增益若比丘親近善知識,莫習惡行所以然者,若近惡知識,便無信智慧是故諸比丘,當親近善知識,莫近惡知識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79_a_13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2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79_a_14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王舍城)에 있는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을 하고 계셨다.
018_0379_a_15L一時,佛在羅閱城迦羅陁竹園所與大比丘五百人俱,前後圍遶,而爲說法
그때 제바달두(提婆達兜:제바달다)는 5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세존께서 제바달두가 거느리고 있는 제자들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쁜 벗을 친근히 하지 말고
어리석은 이와 종사(從事)하지 말라.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지식을 친근히 해야 한다.
018_0379_a_17L爾時,提婆達兜將五百比丘,去如來不遠而逕過世尊遙見提婆達兜自將門徒,便說此偈
莫親惡知識
亦莫愚從事
當近善知識
人中最勝者

사람이 본래는 악하지 않지만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게 되면
나중엔 반드시 나쁜 뿌리를 심어
언제나 어둠 속에 살게 되리라.
018_0379_a_21L人本無有惡
習近惡知識
後必種惡根
永在闇冥中
018_0379_b_02L
그때 제바달두가 거느린 5백 명의 제자들은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곧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다시 물러나 앉아서 세존을 향하여 잘못을 참회하였다.
“저희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018_0379_a_22L是時,提婆達兜五百弟子聞世尊說此偈已,便來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斯須退坐,向世尊悔過我等愚惑,無所識知唯願世尊,受我等懺
세존께서는 그 5백 명 비구들의 참회를 받아들이시고,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로 하여금 믿음[信根]을 얻게 하셨다.
018_0379_b_06L爾時世尊受彼五百比丘懺悔,便與說法,令得信根
그때 5백 명의 비구들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심오한 법을 사유하였다. 그 까닭은 이름 있는 족성의 자제로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것은,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는 데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저 5백 명의 비구들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때 5백 사람은 다 아라한이 되었다.
018_0379_b_07L爾時,五百比丘在閑靜之處,思惟深法所以然者,族姓子出家學道,以信堅固,修無上梵行爾時,彼五百比丘便成阿羅漢,生死已盡,所作已辦,梵行已立,更不復受胎有,如實知之爾時,五百人成阿羅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3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79_b_1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79_b_1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는 수없이 많은[無央數]1) 대중들에게 둘러싸여서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때 담마류지(曇摩留支)는 고요한 방에서 혼자 사유하다가 선삼매(禪三昧)에 들어, 자기 전생(前生)의 몸이 큰 바다 속의 물고기였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던 것을 알았다. 그는 곧 고요한 방에서 나와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저 큰 바다로 가서 옛날 자신의 시체 위를 거닐었다.
018_0379_b_15L爾時,世尊與無央數之衆,圍遶說法是時,曇摩留支在靜室中,獨自思惟,入禪三昧,觀見前身,在大海中,作魚身,長七百由旬,卽從靜室起,猶如力士屈申臂頃,便往至大海中,故死屍上而經行
그때 담마류지는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무수한 겁(劫)을 나고 죽고 하면서
돌아다닌 것 헤아릴 수 없으니
사람마다 편안한 것을 구하지만
끊임이 없이 괴로움만 받는구나.
018_0379_b_20L爾時,曇摩留支便說此偈
生死無數劫
流轉不可計
各各求所安
數數受苦惱

가령 내가 또 그 몸을 보고 나서
마음에 내가 살 집을 만들고 싶어할지라도
사지와 뼈마디가 모두 허물어져
완전한 형체를 얻을 수 없네.
018_0379_b_23L設復見身已
意欲造舍宅
一切支節壞
形體不得全

마음이 이미 모든 행 여의었으면
애착도 아주 사라져 없으리니
다시는 이 따위의 몸 받지 않고
영원히 열반(涅槃)을 누리리라.
018_0379_b_24L心已離諸行
愛著永無餘
更不受此形
長樂涅槃中
018_0379_c_02L
;그때 존자 담마류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나서, 곧 그곳에서 사라져 사위국 기원정사(祇洹精舍)로 와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 담마류지가 온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담마류지야,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018_0379_c_02L爾時,尊者曇摩留支說此偈已,卽從彼沒,來至舍衛祇洹精舍,往至世尊爾時,世尊見曇摩留支來,作是告善哉曇摩留支久來此閒
담마류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오랜만입니다.”
018_0379_c_06L曇摩留支白世尊曰如是世尊,久來此閒
그때 여러 상좌들과 모든 비구들이 저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담마류지는 항상 세존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훌륭하다, 담마류지야.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하고 말씀하시는구나.’
018_0379_c_07L時,上坐及諸比丘各生斯念此曇摩留支恒在世尊左右,然今世尊告曰≺善哉曇摩留支久來此閒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그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담마류지가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제 그 까닭을 말해 주리라. 과거 무수히 많은 겁(劫) 이전에, 정광(定光)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부르는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는 발마(鉢摩)라고 하는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대비구(大比丘)들 14만 8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거기에는 사부대중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국왕ㆍ대신ㆍ관리ㆍ백성들은 모두 와서 공양을 올리고 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었다.
018_0379_c_10L爾時,世尊知諸比丘心中所念,欲斷狐疑故,便告諸比丘非爲曇摩留支久來此閒,故,我言此義所以然者,昔者過去無數劫時,有定光如來至眞等正覺行成爲善逝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爲佛衆祐,出現於世,治在鉢摩大國,與大比丘衆十四萬八千人爾時,四部之衆不可稱計國王人民之類,皆來供養給其所須
018_0380_a_02L그때 거기에 야야달(耶若達)이라고 하는 어떤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그는 설산(雪山) 곁에 머물러 살고 있었는데, 비참(祕讖)ㆍ천문(天文)ㆍ지리(地理) 등 널리 해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문장과 글씨에도 다 능통하였으며, 시를 암송하는 것도 1구(句) 5백 언(言)이나 되었고, 큰 인물이 될 관상인지에 대해서도 척척 알아냈으며, 불의 신[火神]ㆍ해ㆍ달ㆍ별자리를 섬기면서 5백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밤낮으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야야달 범지에게는 운뢰(雲雷)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 드물 정도로 안색과 용모가 단정했고 털은 감청(紺靑)색이었다. 운뢰 범지는 총명(聰明)한 데다가 식견이 넓어 모르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야야달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때 그는 그 바라문이 할 줄 아는 주술(呪術)을 모두 배웠다.
018_0379_c_19L時,有梵志,名耶若達,在雪山側住,看諸秘讖天文地理,靡不貫博,書疏文字亦悉了知,諷誦一句五百言,大人,之相亦復了知,事諸火神日月星宿,教五百弟子,宿夜不惓耶若達梵志有弟子,名曰雲雷,顏貌端政,世之希有,髮紺靑色雲雷梵志聰明博見,靡事不通,恒爲耶若達所見愛敬,不去須臾是時,婆羅門所行呪術,盡皆備
그때 운뢰 범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배워야 할 것을 이미 다 갖추어 배웠다.’
그리고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有學) 범지들이 행하는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스승님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꼭 배워야 할 것은 다 배워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게 되었으니, 내 이제 스승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마땅히 내가 다른 나라에 나아가 필요한 것을 구해 와야겠다.’
018_0380_a_06L爾時,雲雷梵志便作是念我今所應學者,悉皆備已然復自念書籍所載諸有學梵志行術過者,當報師恩又我今日所應學者,皆復知之我今宜可報於師恩然復貧匱,空無所有,可用供養師者,宜當往詣國界,求所須
그렇게 생각한 운뢰 범지는 곧 그 스승의 처소를 찾아가서 스승께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들을 이제 다 배웠고, 또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공양을 올릴 만한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018_0380_a_12L爾時,雲雷梵志便往至師所,而白師曰梵志所學技術之法,今悉知已然復書籍所載諸有學術過者,當報師恩然復貧乏,無有金珍寶可用供養者,今欲詣國界求,索財物,用供養師
그때 야야달 바라문(婆羅門)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이거늘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오히려 떠나보낼 수 없겠거늘 하물며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려 하는 것이겠는가? 내가 지금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머물러 있도록 붙들 수 있을까?’
018_0380_a_17L爾時,耶若達婆羅門便作是念此雲雷梵志我之所愛,不去心首吾死者,尚不能別離,何況今日欲捨吾去我今當作何方宜,使留得住耶
018_0380_b_02L그때 아야달 범지는 곧 운뢰에게 말하였다.
‘범지야, 너는 아직 바라문으로서 꼭 배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 네가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자 운뢰 범지가 곧 스승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제가 아직 외우지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때 야야달 범지는 곧 5백 언(言)의 송(誦)을 생각해 지어 가지고 운뢰에게 말하였다.
‘여기 5백 언 송이라고 하는 이런 글이 있다. 너는 이것을 공부해야 한다.’
운뢰가 아뢰었다.
‘원컨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시면 제가 외우겠습니다.’
018_0380_a_20L是時,耶若達梵志卽告雲雷曰汝梵志,今故有婆羅門所應學者,卿尚不是時,雲雷梵志便前白師唯願見何者未誦是時,耶若達梵志便思惟造五百言誦,告雲雷曰今有此書,名五百言誦汝可受之雲雷白言師見授,欲得諷誦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야야달 범지가 이 5백 언 송을 가르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는 그것을 다 외웠다.
그때 야야달 바라문이 5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어 무슨 일이든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초술(超術)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초술 범지는 매우 재주가 뛰어나서 천문과 지리를 널리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글씨와 문장까지도 다 깨달아 알았다. 그때 초술 범지는 며칠이 지나자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이란 기술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유학(有學)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을 올릴 만한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할까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야야달 범지가 말하였다.
‘네가 그때를 제대로 알 것이다.’
초술 범지는 앞으로 나아가 그 스승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나 떠나갔다.
018_0380_b_04L比丘當知爾時,耶若達便授弟子,此五百言誦,未逕幾日,悉皆流利是時,耶若達婆羅門告五百弟子曰此雲雷梵志技術悉備無事不通,卽以立名,名曰超術此超術梵志極爲高才,天文地理,靡不觀博,書疏文字亦悉了知爾時超術梵志復經數日,復白師曰梵志所學技術之法,今悉知已然復書籍所載諸有學術過者,當報師恩加復貧乏,無有金珍寶,可用供養師者,今欲詣國界,求索財物,用供養師唯願聽許爾時耶若達梵志告曰汝知是時術梵志前禮師足,便退而去
그때 그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발마(鉢摩) 대국이 있었는데, 그곳에 많은 범지들이 한 곳에 모두 모여 크게 제사를 올리고, 게다가 강론(講論)까지 벌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그 중 제일가는 상좌(上座)로서 또한 외도(外道)의 글들을 외워 밝게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문ㆍ지리ㆍ별자리들의 변괴 따위에 대하여 모두 밝게 아는 이에게 그 법회(法會)를 마치고 서로 헤어질 때에는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가지고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며 그 제일가는 상좌에게 주기로 하였다.
018_0380_b_17L爾時,鉢摩大國去城不遠,有衆梵志普集一處,欲共大祠,亦欲講論時,有八萬四千梵志共集第一上坐亦復諷誦外道書疏,莫不練知,天文地理星宿怪,皆悉了知各欲散時,便以五百兩金及金杖一枚,金澡罐一枚,牛千頭用奉上師,與第一上坐
018_0380_c_02L그때 초술 범지는 ‘발마대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기술을 시험해, 제일 뛰어난 사람에게 금 5백 냥과 금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 초술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무슨 까닭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저 대중들에게 가서 기술을 겨루어 보는 것이 낫겠다.’
초술 범지는 곧 그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018_0380_b_24L爾時,超術梵志聞去鉢摩大國不遠,有諸梵志八萬四千,集在一處,其有試術過者,便與五百兩金及金杖一枚,金澡罐一枚,大牛千頭是時,超術梵志自念今何故家家乞求不如詣彼大衆共捔技術是時,超術梵志便往至大衆
그때 많은 범지들이 멀리서 초술 범지를 보고 저마다 큰 소리로 외쳐댔다.
‘훌륭하십니다. 제사 주인[祠主]이여, 이제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범천을 몸소 내려오시게까지 하였습니다.’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저마다 일어나 함께 맞이하면서, 똑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큰 범신천(梵神天)이여.’
그때 초술 범지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모든 범지들은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범천이 아니다.’
그때 초술 범지가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습니까? 설산 북쪽에 많은 범지 대중들의 스승이 계신데, 그 이름을 야야달이라고 하오. 그분은 천문과 지리에 대해 모두 환하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모든 범지들이 말하였다.
‘우리들도 듣기는 했는데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그분의 제자로서 이름을 초술이라고 합니다.’
그때 초술 범지는 그 대중들 중 제일가는 상좌를 향하여 말하였다.
‘어떤 기술이든지 아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보시오.’
018_0380_c_08L爾時,衆多梵志遙見超術梵志,各各高聲喚曰善哉祠主,今獲大利使梵天躬自下降時,八萬四千諸梵志等各起共迎,異口同音,而作是語善來,大梵神天時,超術梵志便生此此諸梵志謂呼吾是梵天然復吾亦非梵天是時,超術梵志語諸婆羅門曰止,止諸賢,勿呼吾是梵天也等豈不聞乎雪山北,有大梵志衆師名耶若達,天文地理,靡不貫練諸梵志曰吾等聞之,但不見耳超術梵志我是其弟子,名曰超術是時,超術志便向彼衆第一上坐,而告之曰設知技術者,向吾說之
018_0381_a_02L그때 저 대중들 중에 제일가는 상좌가 곧 초술 범지를 향해 3장(藏)의 기술을 외웠는데, 조금도 빠뜨리거나 실수가 없었다. 그러자 초술 바라문이 다시 그 상좌에게 말하였다.
‘1구 5백 언을 나에게 외워 보시오.’
그때 그 상좌는 말하였다.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 그 1구 5백 언입니까?’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잠자코 내가 말하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大人)의 모습에 대해 들으시오.’
018_0380_c_21L爾時,彼衆第一上坐卽向超術梵志,誦三藏技術,無有漏失時,超術婆羅門復語彼上坐曰一句五百言,今可說之是時,彼上坐曰我不解此義何等是一句五百言者時超術梵志告曰諸賢,默然聽說一句五百言大人之相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초술 범지는 곧 3장의 기술과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외웠다. 그때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존자는 제일가는 상좌로서 우두머리가 되셔야 합니다.’
018_0381_a_04L比丘當知爾時,超術梵志便誦三藏之術及一句五百言大人之相爾時,八萬四千梵志歎未曾有,甚奇甚特我等初不聞一句五百言大人之相今尊者,宜在上頭第一上坐
그때 초술 범지는 그 상좌의 자리로 옮기고 자기가 제일가는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대중들의 상좌로 있던 이가 심한 원한을 품고 이런 서원을 하였다.
‘이제 이 사람이 내가 앉는 자리를 밀어내고 제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지금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고행하며 계를 지키는 것이, 만일 장차 어떤 복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다 걸고 이렇게 서원을 할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곳에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나는 그때마다 그 공을 부숴 버릴 것이다.’
018_0381_a_09L爾時,超術梵志移彼上坐已,便在第一上頭坐爾時,彼衆上坐,極懷瞋恚,發此誓願今此人移我坐處,自補其處我今所誦經籍,持戒,苦行,設當有福者盡持,用作誓,此人所生之處,所欲作事,我恒當壞敗其功
그때 그 모임의 시주는 곧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와 미녀 한 사람을 뽑아 이 초술 상좌에게 주며 주원(呪願)을 해 달라고 하였다.
그때 이 초술 상좌가 시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내 스승님께 공양할 것이오. 그리고 이 여자와 소 천 마리는 시주님에게 도로 돌려주겠소. 왜냐하면 나는 탐욕을 익히지 않았고, 또한 재물을 쌓아두지도 않기 때문이오.’
018_0381_a_15L是時,彼施之主卽出五百兩金及金杖一枚,金澡罐一枚,牛千頭,好女一人,持用與上坐,使呪願時,上坐告主人曰我今受此五百兩金及金杖金澡罐,當用供養師此女人及牛千頭,還施主人所以然者,吾不習欲,亦不積財
018_0381_b_02L그러고 나서 초술 범지는 그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가지고 발마대국으로 갔다. 그 나라 왕의 이름은 광명(光明)이라고 하였는데, 그때 그 국왕은 정광(定光)여래와 비구 대중들을 초청하여 의복(衣服)과 음식(飮食)을 공양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 국왕은 성 안에 영(令)을 내렸다.
‘어떤 백성이든지 향(香)과 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팔지 말라. 만일 파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엄중한 벌을 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사서 다시 다른 곳에 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백성들에게 칙명(勅命)을 내려 길을 깨끗이 쓸게 하고 청소하여 흙ㆍ자갈과 그밖에 더럽고 흉악한 물건을 다 치우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고 광대와 기생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018_0381_a_21L是時,超術梵志受此金杖澡罐已,便往詣鉢摩大國王名曰光明時,彼國王請定光如來及比丘衆,衣食供養時,彼國王告令城內其有人民有香華,盡不得賣有賣者,當重罰之吾自出買,不須轉復勅人民掃灑令淨,勿使有土沙穢惡,懸繒幡蓋,香汁塗地,作倡妓樂,不可稱計
그때 저 범지는 이것을 보고 나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길을 깨끗이 쓸고 더러운 물건을 치우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분주하니, 장차 국왕이나 태자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입니까?’
길을 가던 사람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범지께서는 알지 못하십니까? 발마대국의 왕이 지금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초청하여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을 닦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지비기(梵志祕記)』에도 또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나타나는 일이라 참으로 만날 뵐 수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아주 오랜만에 한 번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018_0381_b_06L爾時,彼梵志見已,便問行道人曰今是何日掃灑道路,除治不淨,懸繒幡蓋,不可稱計,將非國主太子有所娉娶彼行道人報曰梵志不知耶鉢摩大國王今請定光如來至眞等正覺,衣食供養故平治道路,懸繒幡蓋耳然梵志秘記亦有此語來出世甚難得遇,時時乃出,實不可見,猶如優曇鉢華時時乃出此亦如是,如來出現於世,甚不可値
또 범지의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여래(如來)와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때 그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빨리 스승님의 은혜(恩惠)를 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금 5백 냥을 정광여래께 바치리라.’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책에 기록된 것을 보니 여래는 금ㆍ은 같은 진귀한 보물 따위는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나는 이 금 5백 냥으로 꽃과 향을 사서 여래 위에 뿌리리라.’
018_0381_b_15L又梵志書亦有語有二人出世,甚難得値何二人如來及轉輪聖王此二人出現,甚難得値爾時,彼復作是念我今可急速報佛恩,今且以此五百兩金,奉上定光如來復作是念書記所載如來不受金珍寶我可持此五百兩金,用買華香,散如來上
018_0381_c_02L그때 범지는 곧 성안으로 들어가 향과 꽃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자 성안의 길을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범지는 알지 못하십니까? 지금 국왕이 영(令)을 내려, 그 누구든지 향이나 꽃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중한 벌을 내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초술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복이 엷어서 꽃을 구하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구나. 어쩌면 좋을까?’
도로 성을 나와 성문 밖에 서 있었다.
018_0381_b_22L是時,梵志卽入城內,求買華香爾時,城中行人報梵志不知耶國王有教令,其有香華賣者,當重罰之時,彼超術梵志便作是念是我薄祐,求華不獲,將知如何便還出城,在門外立
그때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선미(善味)라고 하였다. 그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오는 중이었는데, 한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누이여, 나는 지금 꽃이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누이여, 나에게 그 꽃을 파시오.’
범지녀(梵志女)가 말하였다.
‘내가 언제부터 당신의 누이란 말입니까? 제 부모님을 알기라도 하십니까?’
초술 범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성품과 행실은 관대하지만, 장난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현녀(賢女)여, 내가 꽃값을 지불할 테니, 이 꽃을 그냥 보시한다고 보지 마시오.’
018_0381_c_04L爾時,有婆羅門女名曰善味,持水甁,行取水手,執五枚華梵志見已,語彼女人曰妹,我今須華,願妹見賣與我梵志女我何時是汝妹爲識我父母不超術梵志復生此念此女人性行寬博,意在戲笑,卽復語言賢女,我當與價是非見惠此華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어찌 꽃을 팔지 말라고 하는 대왕의 엄명을 듣지 못했습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현녀여, 그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습니다. 대왕이라 한들 그대한테까지야 어떻게 할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급하게 그 다섯 송이 꽃이 필요합니다. 내가 그 꽃만 얻는다면 그대는 귀한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그렇게 급하게 꽃을 구해서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좋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 꽃을 거기에 심으려고 합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이 꽃은 이미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서 결국 살지 못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내가 심으려고 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발견한 좋은 밭은 죽은 재를 심어도 오히려 살아날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좋은 꽃이겠습니까?’
018_0381_c_11L梵志女曰豈不聞大王有嚴教,不得賣華乎梵志曰女,此事無苦,王不奈汝何我今急須此五枚華,我得此華,汝得貴價梵志女曰汝急須華,欲作何等梵志報曰我今見有良地,欲種此華梵志女曰此華以離其根,終不可生,云何方言,我欲種之梵志報曰如我今日所見良田,種死灰尚生,何況此華
018_0382_a_02L범지녀가 물었다.
‘어떤 좋은 밭이기에 죽은 재를 심어도 곧 살아날 것이라고 하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현녀(賢女)여, 정광(定光)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정광여래는 어떤 분이십니까?’
범지가 곧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정광여래는 이와 같은 덕(德)이 있으시고 이와 같은 계(戒)를 지니셨으며, 온갖 공덕을 성취하신 분이십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그런 공덕이 있는 분이시라면 그분에게서 어떤 복을 구하려고 합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후생(後生)에 꼭 저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되고 싶고, 또 금계(禁戒)와 공덕도 그와 같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018_0381_c_19L梵志女何者是良田,種死灰乃生乎梵志報曰賢女,有定光佛如來至眞等正覺出現於世梵志女曰定光如來爲何等類梵志卽報彼女曰定光如來者,有如是之德,有如是之戒,成諸功梵志女曰設有功德者,欲求何等梵志報曰願我後生,當如定光如來至眞等正覺禁戒功德,亦當如是
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나와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부가 되겠다고 허락해 준다면 나는 곧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마음이 탐욕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제가 지금 당장 이 몸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생에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보살이 닦는 행은 애욕과 아까워하는 것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만일 그대가 내 아내가 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나는 결코 당신이 보시를 하려고 하는 뜻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내 몸을 가지고 남에게 보시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 보시할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범지는 곧 5백 금전(金錢)을 주고 그 다섯 송이 꽃을 사 가지고 그 여자와 서로 서원(誓願)을 하고는 제각기 헤어져 갔다.
018_0382_a_04L梵志女曰設汝許我世世作夫婦,我便與汝華梵志曰我今所行,意不著梵志女曰如我今身不求爲汝作妻,使我將來世,與汝作妻超術梵志菩薩所行無有愛惜設與我作妻者,必壞我心梵志女曰我終不壞汝施意,正使持我身施,與人者,終不壞施心是時,便持五百金錢,用買五枚華,與彼女人,共作誓願,各自別去
그때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때마침 비구 스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발마대국으로 들어가고 계셨다.
그때 초술 범지는 멀리서 정광여래를 보았다. 용모가 매우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모두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였으며, 걸음걸이도 어지럽지 않았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물이 맑아서 더럽고 흐림이 없고 광명이 두루 비쳐 걸림이 없는 것 같았고, 또 보배 산[寶山]이 여러 산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 곧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정광여래께서 있는 곳으로 나아가 한쪽에 머물렀다.
018_0382_a_13L時,定光如來至眞等正覺時到,著衣持鉢,與比丘僧,前後圍繞,入鉢摩大時,超術梵志遙見定光如來顏貌端政,見莫不歡,諸根寂靜,行不錯亂,有三十二相八十種好,猶如澄水,無有穢濁,光明徹照,無所罣㝵,亦如寶山出諸山上,見已便發歡喜心,於如來所,持此五莖華,至定光如來所,到已,在一面住
018_0382_b_02L그때 초술 범지가 정광(定光)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이것을 받아 주소서. 만약 세존께서 지금 수결(授決:授記)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끊겠나이다. 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야, 그 다섯 송이 꽃을 위없는 등정각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범지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광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은 애욕을 없애는 것이니라.’
018_0382_a_22L時,超術梵志白定光佛願見採受設世尊今不授決者,便當於此處斷其命根,不願此生爾時,世尊告曰梵志,不可以此五莖華,授無上等正覺梵志白言願世尊與我說菩薩所行法定光佛告曰菩薩所行,無所愛惜
그때 범지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감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보시할 수는 없고
모든 부처님은 진인(眞人)의 어른이라
또한 감히 남에게 보시할 수 없다.
018_0382_b_05L爾時,梵志便說偈言
不敢以父母
持施與外人
諸佛眞人長
亦復不敢施

해와 달은 세상을 골고루 돌아다니는 것이라서
그 두 가지도 보시할 수 없지만
나머지는 다 보시해야 하나니
마음에 결정 내리면 어려울 것이 없네.
018_0382_b_07L日月周行世
此二不可施
餘者盡可施
意決無有難

그때 정광부처님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범지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런 보시는
여래가 말한 보시가 아니다.
억 겁 동안 괴로움을 참으며
머리ㆍ몸ㆍ귀ㆍ눈을 보시하라.
018_0382_b_08L爾時,定光佛復以此偈,報梵志曰
如汝所說施
亦不如來言
當忍億劫苦
施頭身耳目

또 처자와 나라와 재물도 보시하고
수레와 말과 종들까지 보시하라.
만일 그런 것을 다 보시할 수 있다면
나는 곧 너에게 수기를 주리라.
018_0382_b_11L妻子國財寶
車馬僕從人
設能堪與者
今當授汝決

그때 마납(摩納)2)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마치 불이 훨훨 타오르는 큰 산을
억 겁 동안 머리에 이고 참고 견디면서
도를 향하는 마음 무너지지 않으리니
원컨대 지금 곧 수기를 주소서.
018_0382_b_12L爾時,摩納復說此偈
大山熾如火
億劫堪頂戴
不能壞道意
唯願時授決

그때 정광여래께서는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그 범지가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정광여래께 뿌리면서 아울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 복[福祐]으로 말미암아 다음 세상에 꼭 정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되게 하시어 조금도 다름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곧 머리를 풀어 진흙길 위에 깔고 아뢰었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결(授決)을 주시려거든 지금 곧 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018_0382_b_15L爾時,定光如來默然不語時,彼梵志手執五莖華,右膝著地,散定光如來,竝作是說持是福祐,使將來世,當如定光如來至眞等正覺,而無有異自散髮,在于淤泥若如來授我決者,便當以足蹈我髮上過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그때 정광여래께서는 범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음 세상에서 석가모니[釋迦文] 불ㆍ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될 것이다.’
018_0382_b_21L比丘,當知爾時定光如來觀察梵志心中所念,便告梵志曰汝將來世,當作釋迦文佛如來至眞等正覺
018_0382_c_02L그때 초술 범지에게는 함께 공부를 하던 담마류지(曇摩留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여래의 곁에 있다가 정광부처님께서 초술 범지에게 수결을 주고, 또 발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沙門)이 어떻게 차마 발로 이 청정한 범지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간단 말인가? 이것은 사람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018_0382_b_24L時,超術梵志有同學,名曇摩留支,在如來邊,見定光佛授超術梵志決,又足蹈髮上,見已便作是說此禿頭沙門何忍,乃擧足蹈此淸淨梵志髮上,此非人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야야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알지 말라. 왜냐하면 그때의 야야달은 바로 지금의 백정왕(白淨王)이고, 그때 8만 4천 명의 범지 상좌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두이며, 그때 초술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때 범지의 딸로서 꽃을 판 여자는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고, 그때의 사당 주인[祠主]은 바로 지금의 집장(執杖) 범지이며, 그때 입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내는 행(行)을 지은 담마류지는 바로 지금의 담마류지이니라.
그리고 또 담마류지는 수없이 많은 겁 동안 늘 축생(畜生)이 되었다가 최후로 받은 몸이 큰 바다의 물고기가 되었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선지식(善知識)들과 함께 종사(從事)하고 항상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서, 여러 착한 벗과 함께 일하고 항상 착한 벗과 가까이 친하면서, 여러 가지 착한 법을 익혀서 모든 감각기관이 통하고 영리해졌다. 그런 까닭에 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이고, 담마류지 또한 스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오랜만입니다’라고 아뢰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닦아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2_c_05L佛告諸比丘爾時,耶若達梵志者,豈異人乎莫作是觀所以然者,爾時,耶若達者今白淨王是爾時,八萬四千梵志上坐者,今提婆達兜身是也時,超術梵志者,卽我身是也是時,梵志女賣華者,今瞿夷是也爾時,祠主者,今執杖梵志是也爾時曇摩留支口所造行吐不善響,今曇摩留支是也然復曇摩留支無數劫中,恒作畜生,最後受身,在大海作魚身,長七百由旬從彼命終,來生此閒,與善知識從事,恒親近在善知識,習諸善法,根門通利此因緣故,我言久來此閒曇摩留支亦復自陳如是世尊久來此閒是故諸比丘常當修習身口意行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2_c_21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4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2_c_22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2_c_2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018_0383_a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말하리라. 사자(師子)와 같은 사람이 있고 양(羊)과 같은 사람이 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018_0382_c_24L爾時,世尊告諸比丘我今當說有人似師子者,有似羊者汝等諦聽善思念之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018_0383_a_03L諸比丘對曰如是,世尊時,諸比丘從佛受教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사자와 같은 사람인가? 비구들아, 혹 어떤 사람은 의복ㆍ음식ㆍ평상[牀]ㆍ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들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여 물든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아무런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서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다. 그래서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법[出要法]을 스스로 안다. 설사 이양(利養)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에 더하고 덜함이 없느니라.
이를 비유하면 마치 사자왕(師子王)이 자질구레한 짐승을 잡아먹을 때에 그때 저 짐승의 왕은 ‘이것은 맛이 좋다, 이것은 맛이 없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어떤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도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아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설사 그것들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생각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018_0383_a_04L世尊告曰彼人云何似師子者於是比丘,或有人得供養衣被飮食牀臥具病瘦醫藥,彼得已,便自食噉,不起染著之心,亦無有欲意,不起諸想,都無此念,自知出要之法,設使不得利養,不起亂念,無增減心猶師子王食噉小畜,爾時,彼獸王亦不作是念此者好,此者不好不起染著之心,亦無欲意,不起諸想,此人亦復如是,若得供養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彼得已,便自食噉,不起想著之意,設使不得,亦無諸念
018_0383_b_02L또 어떤 사람은 남에게서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 곧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욕의 마음을 내어,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알지 못한다. 만일 그것들을 얻지 못하면 항상 그런 것들을 얻으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이 그런 공양을 얻고 나면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고 남을 업신여기면서 ‘나는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공양 받는데 저 모든 비구들은 그런 것들을 얻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양 떼 속에서 어떤 양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서 똥 무더기로 가서 똥을 실컷 먹고는 양의 무리 속으로 돌아와 뽐내면서 ‘나는 맛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이 양 떼들은 먹어보지도 못하였구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또 어떤 사람은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이양을 얻으면 곧 온갖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고 물들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어 곧 다른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면서 ‘나는 공양을 받는데 이 비구들은 공양을 받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사자왕을 본받고 양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3_a_15L猶如有人受人供養衣被飯食牀臥病瘦醫藥,得已便自食噉,起染著之心生愛欲意,不知出要之道,設使不得,恒生此想念,彼人得供養已,向諸比丘,而自貢高,毀蔑他人我所能得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此諸比丘不能得之猶如大群羊中有一羊出群,已,詣大糞聚,此羊飽食屎已,還至羊群中,便自貢高,我能得好食,此諸羊不能得食此亦如是若有一人得利養衣被牀臥具病瘦醫藥,起諸亂想,生染著心,便向諸比丘,而自貢高我能得供養,此諸比丘不能得供養是故諸比丘,當學如師子王莫如羊也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3_b_07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5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3_b_0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3_b_0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은혜를 갚을 줄 알면 그 사람은 공경할 만한 사람이다. 조그만 은혜도 오히려 잊지 않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느냐? 그는 설사 나에게서 천 유순(由旬)이나 혹은 백천 유순쯤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멀다고 할 수 없고, 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비구들아, 꼭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어떤 중생이라도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큰 은혜도 오히려 기억하지 않거늘 하물며 조그만 은혜이겠느냐? 그는 나와 가깝지도 않고 나도 그와 가깝지 않다. 비록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내 곁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을 칭찬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은혜 갚기를 생각해야 하고 은혜를 갚지 않는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3_b_10L爾時,世尊告諸比丘若有衆生知反復者,此人可敬,小恩尚不忘,何況大恩設使離此閒千由旬百千由旬,故不爲遠,猶近我不異所以然者,比丘,當知我恒歎譽知返復者諸有衆生不知反復者,大恩尚不憶,何況小者彼非近我,我不近彼,正使著僧伽梨,在吾左右,此人猶遠所以然者我恒不說無反復者是故諸比丘,當念反復,莫學無反復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3_b_20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6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3_b_21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3_b_22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018_0383_c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나쁜 행동만 심으면 그는 일에 손해만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게으르지 않아서 열심히 정진(精進)하면 이 사람은 제일 미묘한 사람으로서 모든 착한 법이 곧 자꾸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륵보살은 30겁(劫)을 지나서야 비로소 불(佛)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될 것이니, 나는 정진하는 힘과 용맹(勇猛)한 마음으로서 미륵보살을 뒤에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항하강(恒河江) 모래 수만큼 많은 다살아갈(多薩阿竭:如來)ㆍ아라하(阿羅訶)ㆍ삼야삼불(三耶三佛)도 다 용맹으로 말미암아 부처가 되었느니라. 이런 사실로 보아 게으름은 괴로움이 되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며, 일에 손해가 있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잘 정진하고 용맹스런 마음이 강(强)하면 온갖 착한 공덕은 자꾸만 늘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정진하기를 생각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3_b_23L爾時,世尊告諸比丘若有人懈惰,種不善行,於事有損若能不懈惰精進者,此者最妙,於諸善法,便有增所以然者彌勒菩薩經三十劫,應當作佛至眞等正覺我以精進力猛之心,使彌勒在後過去恒沙多薩阿竭阿羅訶三耶三佛皆由勇猛,而得成佛以此方便,當知懈惰爲苦,作諸惡行,於事有損若能精進勇猛心强,諸善功德便有增益是故諸比丘,當念精進,勿有懈怠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3_c_11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7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3_c_12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3_c_1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련야(阿練若) 비구는 마땅히 두 가지 법(法)을 닦고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지(止)와 관(觀)을 말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가 휴식(休息)하여 멈추는 법[止]을 터득하면 곧 계율을 성취하여 위의(威儀)를 잃지 않고, 금지하는 행위[禁行]를 범하지 않아 온갖 공덕을 지을 것이다.
또 아련야 비구가 다시 관법(觀法)을 터득하면 괴로움[苦]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苦集]을 관찰하고, 괴로움의 소멸[苦盡]을 관찰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苦出要]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나면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여 곧 해탈의 지혜를 얻는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018_0383_c_14L爾時,世尊告諸比丘阿練比丘當修行二法云何二法所謂止與觀若阿練比丘得休息止,則戒律成就,不失威儀,不犯禁行,作諸功德復阿練比丘得觀已,便觀此苦如實知之觀苦習,觀苦盡觀苦出要,如實知之彼如是觀已,欲漏心解脫,有漏心無明漏心得解脫,便得解脫智生死已盡,梵行已立,所作已辦,更亦不復受有,如實知之
018_0384_a_02L과거의 모든 다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께서도 다 이 두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성취하게 되었다. 그 까닭은 보살이 나무 밑에 앉았을 때에 먼저 이 지와 관, 두 가지 법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에 대하여 터득하고 나면, 마원(魔怨)을 항복 받을 것이요, 또 관법을 터득하고 나면, 이내 세 가지 밝은 지혜[三達智]를 이루어 위없는 지진ㆍ등정각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닦아 행하여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3_c_23L過去諸多薩阿竭阿羅訶三耶三佛,皆由此二法,而得成所以然者,猶如菩薩坐樹王下時,先思惟此法,止與觀也若菩薩摩訶薩得止已,便能降伏魔怨若復菩薩得觀已,尋成三達智,成無上至眞等正覺是故諸比丘,阿練比丘當求方便,行此二法如是諸比丘,當作是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8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4_a_0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4_a_0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아련야[阿練]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공경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고 해서, 공경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그가 혹 대중 속에서 남을 위해 설법하더라도 아련야의 법[阿練之法]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련야 비구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기뻐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018_0384_a_10L爾時,世尊告諸比丘若有阿練比丘在閑靜處,不在衆中,恒當恭敬,發歡喜心若復阿練比丘在閑靜處,無有恭敬,不發歡喜心,正使在大衆中,爲人所論不知阿練之法,云此阿練比丘無恭敬心,不發歡喜
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정진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교만하게 굴지 말고, 모든 법의 긴요한 것을 다 알아야 한다. 만일 또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면, 그는 혹 대중 속에서 남에게 ‘이 아련야 비구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정진하지 않았다’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겸손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래서 게으르고 교만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고 정진을 생각하고 행하여 뜻이 변하지 않고 모든 착한 법을 완전히 갖추어야 한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4_a_15L復次,比丘,阿練比丘在閑靜處,不在衆中,常當精進,莫有懈慢,悉當解了諸法之若復阿練比丘,在閑靜之處,有懈慢心,作諸惡行,彼在衆中,爲人所論此阿練比丘懈怠無有精進是故比丘阿練比丘在閑靜處,不在衆中,常當下意,發歡喜心莫有懈慢,無有恭敬念,行精進意不移轉,於諸善法,悉當具足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4_a_24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018_0384_b_02L
[ 9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4_b_02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4_b_0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에게는 법어(法語)를 잘 말해 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요,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비구들아,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본래도 사나운 개에게 코까지 다치게 하면 개는 곱절이나 더 성을 내는 것과 같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한층 더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만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布施)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종기가 아직 곪지도 않았는데 그걸 칼로 째면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없는 것처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018_0384_b_04L爾時,世尊告諸比丘有二人不能善說法語云何爲二人無信之人,與說信法,此事甚難慳貪之人,爲說施法,此亦甚難若復比丘無信之人與說信法,便興瞋恚,起傷害心猶如狗惡加,復傷鼻,倍更瞋恚諸比丘,此亦如是無信之人,與說信法,便起瞋恚,生傷害心若復比丘慳貪之人,與說施法,便生瞋恚,起傷害心猶如癰瘡未熟,復加刀割,痛不可忍,此亦如慳貪之人,與說施法,倍復瞋恚,起傷害心是謂比丘,此二人難爲說法
018_0384_c_02L또 비구들아, 어떤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가 쉽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과 인색하지 않고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마음이 변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병든 사람에게 병을 없애는 약(藥)을 말해 주면 그는 곧 평상시처럼 병이 회복되는 것처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곧 기뻐하면서 마음을 바꾸거나 변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 만일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얼굴이 예쁘고 단정한 어떤 남녀(男女)가 스스로 목욕하고 세수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와서 그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 얼굴은 곱절이나 아름다워지며, 또 좋은 옷을 그 사람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들은 그 옷을 받고 더욱 기뻐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인색하거나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설법하기 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믿음에 대해 배우고 보시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요, 인색하지 않고 탐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4_b_15L復次比丘有二人易爲說法云何爲有信之人,與說信法,不慳貪人,與說施法若比丘有信之人,與說信法,便得歡喜,意不變悔猶如有病之人,與說除病之藥,便得平復,此亦如是有信之人,與說信法,便得歡喜,心不改變若復無貪之人,與說施法,卽得歡喜,無有悔心猶如有男女端政自喜,沐浴手面,復有人來,持好華奉上倍有顏色,復以好衣服飾,奉上其人,彼人得已,益懷歡喜此亦如是,無慳貪之人,與說施法,便得歡喜,無有悔是謂比丘,此二人易爲說法是故諸比丘,當學有信亦當學布施,莫有慳貪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4_c_07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4_c_0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4_c_0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부(凡夫)가 두 가지 법에 보시하면 큰 공덕(功德)을 얻고 큰 과보(果報)를 성취하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無爲處:涅槃)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부모님을 공양(供養)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한다’고 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에게 공양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받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에 이른다’고 한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부모에게 효순(孝順)하고 공양하기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4_c_10L爾時,世尊告諸比丘有二法與凡夫人,得大功德成大果報,得甘露味至無爲處云何爲二法供養父母是謂二人獲大功德,成大果報若復供養一生補處菩薩,獲大功德得大果報,是謂比丘,施此二人獲大功德,受大果報,得甘露味,至無爲處是故諸比丘,常念孝順供養父母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4_c_18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11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4_c_19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4_c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018_0385_a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에게는 아무리 착한 일을 하여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가령 비구들아,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다니면서, 천만년 동안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ㆍ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등으로 공양할 때에 그 부모가 설령 어깨 위에서 오줌과 똥을 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부모의 은혜는 참으로 막중(莫重)하니라. 우리들을 안아 길러 주셨고, 수시로 보살펴 시기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저 해와 달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方便]로 보아 이 부모의 은혜를 갚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모에게 공양을 해야 할 것이요, 항상 효도하고 순종하여 그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4_c_21L爾時,世尊告諸比丘教二人作善,不可得報恩云何爲二所謂父母若復比丘,有人以父著左肩上,以母著右肩上至千萬歲,衣被飯食蓐臥具病瘦醫藥,卽於肩上,放於屎溺,猶不能得報恩比丘,當知父母恩重,抱之育之,隨時將護,不失時節,得見日月,以此方便,知此恩難報是故諸比丘,當供養父母,常當孝順,不失時節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5_a_07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12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5_a_0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5_a_0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반특(槃特)이 그 아우 주리반특(朱利槃特)에게 말하였다.
“만일 계(戒)를 지킬 능력이 못 되거든 속세[白衣]로 돌아가라.”
그러자 주리반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서 문 밖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018_0385_a_10L爾時,尊者槃特告弟朱利槃特若不能持戒者,還作白衣是時,朱利槃特聞此語已,便詣祇洹精舍,門外立,而墮淚
그때 세존께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주리반특 비구가 문 밖에 서서 스스로 견딜 수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셨다.
018_0385_a_13L爾時,世尊以天眼淸淨,觀是朱利槃特比丘,在門外立,而悲泣,不能自勝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전처럼 거닐어 기원정사의 문 밖으로 나가셔서 주리반특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무슨 까닭에 여기서 슬피 울고 있는가?”
018_0385_a_15L時,世尊從靜室起,如似經行至祇洹精舍門外,告朱利槃特比丘何故在此悲泣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형님에게 쫓겨났습니다. 형님이 말하기를 ‘만일 계를 지킬 능력이 못 되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슬피 울고 있습니다.”
018_0385_a_17L朱利槃特報世尊,兄見驅逐若不能持戒者,還作白衣,不須住此是故悲泣耳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없는 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었지만, 너희 형 반특으로 인해서 도(道)를 얻은 것은 아니다.”
018_0385_a_19L世尊告曰比丘,勿懷畏怖,我成無上等正覺,不由卿兄槃特得道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 손으로 주리반특을 붙잡고 고요한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비[掃㨹]를 잡게 하고 가르치셨다.
“너는 이 글자를 외워라. 이 글자가 무슨 글자이냐?”
018_0385_a_21L爾時,世尊手執朱利槃特詣靜室,教使就坐世尊復教使執掃㨹汝誦此字,爲字何等
그런데 주리반특은 소(掃)자를 외우면 제(㨹) 자를 잊어버리고, 제자를 외우면 또 소자를 잊어버렸다.
018_0385_a_23L是時,朱利槃特誦得掃,復忘㨹,若誦得㨹,復忘掃
018_0385_b_02L그때 존자 주리반특이 그렇게 소자와 제자를 외운 지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 소제는 ‘때를 제거하여 없애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주리반특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을 제거한다[除]고 하고 무엇을 때[垢]라고 하는가? 때라는 것은 재[灰]ㆍ흙[土]ㆍ 기왓장[瓦]ㆍ돌[石]이요, 제거하여 없앤다는 것은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런 것으로 나를 가르치시는 걸까? 나는 지금 그 뜻을 생각해보리라.’
그리고 그 뜻을 생각해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내 몸에도 티끌과 때가 있다. 내 스스로를 비유해 보자. 무엇이 없애는 것이며, 무엇이 때인가?’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결박[縛結]이 때이고, 지혜(智慧)가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리라.’
018_0385_b_02L爾時,尊者朱利槃特誦此掃乃經數日然此掃㨹,復名除垢利槃特復作是念何者是除,何者是垢者,灰瓦石除者,淸淨也復作是念世尊何故以此教悔我我今當思惟此義以思惟此義復作是念我身上亦有塵垢我自作喩,何者是除,何者是垢彼復作是念縛結是垢,智慧是除我今可以智慧之㨹,掃此結縛
그때 주리반특은 5성음(盛陰:五蘊)이 이루어지는 것과 소멸하는 것을 생각하였다. 즉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원인[色集]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色滅]이다. 이것이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이루어지고 소멸하는 것이다’고 사유하였다.
그는 이 5성음을 생각하고 난 뒤에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였으며, 해탈하고 나서는 이내 해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에 존자 주리반특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고, 아라한이 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는 지(智)가 생겼습니다. 이제야 혜(慧)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소제(掃㨹)를 알았습니다.”
018_0385_b_11L爾時,尊者朱利槃特思惟五盛陰成者敗者所謂此色,色習,色滅謂痛識成者敗者爾時,思惟此五盛陰已,欲漏心得解脫,有漏心無明漏心得解脫,已得解脫,便得解脫智,生死已盡,梵行已立,所作已辦,更不復受胎有,如實知之尊者朱利槃特便成阿羅漢,已成阿羅漢,卽從坐起,詣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白世尊曰今已有智,今已有慧,今已解掃㨹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어떻게 알았느냐?”
世尊告曰比丘,云何解之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없앤다는 것은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결박을 이르는 말입니다.”
018_0385_b_21L朱利槃特報曰除者,謂之慧垢者,謂之結
018_0385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없앤다고 하는 것은 곧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곧 결박을 이르는 말이니라.”
그때 존자 주리반특이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아뢰었다.

이제 이것을 외움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사옵니다.
지혜라야 능히 결박을 없앨 수 있고
그밖의 다른 행은 의지할 것 못 되나이다.
018_0385_b_22L世尊告曰善哉比丘,如汝所言,除者,是慧垢者,是結爾時,尊者朱利槃特向世尊,而說此偈
今誦此已足
如尊之所說
智慧能除結
不由其餘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혜로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뿐, 그밖의 다른 행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느니라.”
018_0385_c_04L世尊告曰比丘,如汝所言,以智慧,非由其餘
그때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5_c_06L爾時,尊者聞世尊所說,歡喜奉行

[ 13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85_c_07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385_c_08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법이 있으니, 그 법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愛着)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미워하는 이와 서로 만나는 것이니, 이것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恩愛)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니, 이것도 소중히 여길 것이 못 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다’고 말한 것이니라.
018_0385_c_09L爾時,世尊告諸比丘有此二法,不可敬待,亦不足愛著,世人所捐棄云何爲二法怨憎共會,此不可敬待,亦不足愛著世人所捐棄恩愛別離不可敬待,亦不足愛著,世人所捐棄謂比丘,有此二法,世人所不喜不可敬
비구들아, 또 두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세상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하는 이와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니, 매우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니라.
018_0385_c_15L比丘,復有二法,世人所不棄云何爲二法怨憎別離,世人之所喜,恩愛集一處,甚可愛敬,世人之所喜是謂比丘,有此二法,世人所喜
나는 지금 이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을 말했고, 다시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만나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으며, 무슨 인연이 있는가?”
018_0385_c_18L我今說此怨憎共會,恩愛別離,復說怨憎別離恩愛共會,有何義,有何緣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십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희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나서 받들어 실천하겠습니다.”
018_0385_c_20L比丘報曰世尊諸法之王,唯願世尊,與我等說,諸比丘聞已,當共奉行
018_0386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그것을 분별해 해설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아, 이 두 가지 법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며, 애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애욕을 없애는 것을 배워 부디 생겨나지 않게 하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385_c_22L世尊告曰諦聽,善思念之吾當爲汝,分別說之諸比丘,此二法,由愛興,由愛生,由愛成,由愛起,當學除其愛,不令使生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386_a_03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增壹阿含經卷第十一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인도에서 제일 큰 수를 말할 때 쓰는 숫자의 한 단위이다.
  2. 2)팔리어로는 māṇava라고 한다. 또는 마납바(摩納婆)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소년(少年)ㆍ연소정행(年少淨行)이라고 하니, 청정하게 수행하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