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8_0396_b_01L증일아함경 제13권
018_0396_b_01L增壹阿含經卷第十三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018_0396_b_02L東晉罽賓三藏瞿曇僧伽提婆 譯

23. 지주품(地主品)
018_0396_b_03L地主品第二十三

[ 1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396_b_04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018_0396_b_0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우보(羽寶)로 만든 수레를 장엄(莊嚴)하라. 내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고자 한다.”
018_0396_b_06L爾時,王波斯匿告諸群臣曰等催嚴羽寶之車吾欲往詣世尊所禮拜問訊
그러자 좌우(左右)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우보로 만든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를 다 장엄하였습니다. 지금이 곧 떠나실 때입니다.”
018_0396_b_08L是時,左右受王教令,尋嚴駕羽寶之車,卽白王曰嚴駕已辦正是時
그때 바사닉왕은 곧 우보로 장엄한 수레를 타고 가는데, 보병(步兵)과 기병(騎兵) 수천 명이 앞뒤로 빙 둘러쌌다. 그들은 사위국을 나가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이르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왕법(王法)을 따라 장식했던 다섯 가지 장식인, 일산[蓋]ㆍ천관(天冠ㆍ칼[劍]ㆍ신[履屣], 그리고 금(金)으로 만든 총채를 제거하여 한쪽으로 치워두고 나서, 세존의 처소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8_0396_b_10L爾時,王波斯匿卽乘寶羽之車,步騎數千前後圍繞,出舍衛國,至祇洹精舍,往詣世尊所如諸王法,除去五飾,所謂蓋天冠履屣及金拂,捨著一面,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
그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심오한 법을 설명하여 그를 기쁘고 즐겁게 해 주셨다. 그러자 바사닉왕은 그 설법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석 달 동안 저의 청을 받아 주시고, 비구 스님들도 다른 곳에 있지 말게 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018_0396_b_15L爾時,世尊與說深法,勸樂令喜是時,王波斯匿聞說法已,白世尊曰唯願世尊,受我三月請及比丘僧,莫在餘處是時,世尊默然受波斯匿請
그때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사위성으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명(命)하였다.
“나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석 달 동안 공양을 올리고, 또 의복[衣被]ㆍ음식[飯食]ㆍ평상[牀]ㆍ침구[臥具]과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 필요한 물건을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다.”
018_0396_b_18L時,王波斯匿見世尊默然受請,卽從坐起,頭面禮足,便退而去,還至舍衛城,勅諸群臣曰吾欲飯佛及比丘僧,三月供養,給所須物,衣被飯食牀臥病瘦醫藥汝等亦當發歡喜心
018_0396_c_02L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018_0396_c_02L臣對曰如是
그리고 바사닉왕은 궁전 문 밖에 아주 큰 강당(講堂)을 지었는데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비단으로 된 번기[幡]와 일산[蓋]을 달고 광대들이 풍류를 울리는 등 화려하기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온갖 목욕할 못을 만들고 온갖 기름 등불도 준비하였으며, 온갖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런 다음에 바사닉왕은 사람을 보내 세존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왕림해 주소서.”
018_0396_c_03L時,王波斯匿卽於宮門外,作大講堂,極爲殊妙,懸繒幡蓋,作倡妓樂不可稱計施諸浴池,辦諸油燈辦種種飯食味有百種是時,王波斯匿卽白時到唯願世尊臨顧此處
그러자 세존께서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袈裟)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비구승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빙 둘러싸인 채, 사위성으로 들어가 그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승들도 각각 차례를 따라 앉았다.
018_0396_c_07L爾時,世尊以見時到,著衣持鉢,將諸比丘僧前後圍遶,入舍衛城,至彼講堂所,到已,就座而坐及比丘僧各隨次而坐
018_0397_a_02L그때 바사닉왕은 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나와 손수 음식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공급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모자라는 것이 없이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지급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것을 본 왕은 갖가지 꽃을 가져다가 세존과 비구 스님들 위에 뿌리고, 또 조그만 의자를 가져다 놓고 여래의 앞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전에 부처님으로부터 인연(因緣)의 본말(本末)에 대하여 설법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축생(畜生)들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백 갑절의 복을 받고, 계(戒)를 범한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천 갑절의 복을 받으며, 계를 잘 지키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만 갑절의 복을 받고, 탐욕[欲]을 끊은 선인(仙人)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억 갑절의 복을 받으며, 수다원(須陀洹)으로 향(向)하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까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받는데, 하물며 수다원을 성취한 분에게 음식을 준 사람이겠는가? 더구나 사다함(斯陀含)으로 향하고 사다함의 도(道)를 얻은 사람이나, 아나함(阿那含)으로 향하고 아나함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아라한(阿羅漢)으로 향하고 아라한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벽지불(辟支佛)로 향하고 벽지불이 된 사람이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으로 향하는 이나 부처님이 된 분과 그 밑의 제자 비구들이겠는가? 그들에게 보시한 공덕과 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지어야 할 공덕(功德)을 지금 다 마쳤습니다.”
018_0396_c_11L是時,王波斯匿將諸宮人自行食,供給所須,乃至三月無所短乏給與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見世尊食訖,持種種華,散世尊及比丘僧上,更取小座,於如來前坐,白世尊曰我曾從佛聞以因緣本末,施畜生食者,獲福百倍,與犯戒人食者,獲福千倍,施持戒人食者,獲福萬倍,施斷欲仙人食者獲福億倍與向須陁洹食者獲福不可計,況復成須陁洹乎況,向斯陁含,得斯陁含道況向阿那含,得阿那含道況向阿羅漢,得阿羅漢道況向辟支佛,得辟支佛況向如來至眞等正覺況成佛及比丘僧其福功德不可稱計我今所作功德,今日已辦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복을 짓는 데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지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쳤다고 그런 말을 하십니까? 왜냐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8_0397_a_03L世尊告曰大王,勿作是語,作福無厭,今日何故說所作已辦所以然者,生死長遠,不可稱記
대왕이여, 아주 먼 옛날에 지주(地主)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이 이 염부리(閻浮里:南贍部洲)의 땅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왕에게는 선명(善明)이라고 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젊을 때부터 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 그 왕은 염부리의 국토의 절반을 나누어 주고 그 신하에게 다스리라고 하였습니다.
그 작은 왕 선명은 성을 쌓았는데 동서(東西)의 길이가 12유순(由旬)이었고, 너비는 7유순이었으며, 토지는 기름졌고 백성도 아주 많았습니다.
018_0397_a_05L過去久遠,有王名曰地主統領此閻浮里地王有臣名曰善明,少小與王,周旋無所畏難是時,彼王分閻浮地半,與彼臣使治是時,善明小王自造城郭,東西十二由旬,廣七由旬,土地豐熟,人民衆多
그때 그 성의 이름은 원조(遠照)라고 하였으며, 선명왕은 일월광(日月光)이라고 하는 첫째 부인을 맞이했습니다. 그 부인은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고,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고, 얼굴 모습은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미인이었습니다. 입에서는 우발화(優鉢華 향내가 났고 몸은 전단향(栴檀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며칠이 안 되어 그 부인은 아기를 배었는데, 그 부인이 왕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그 말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곧 좌우에 명하여 편안하기 견줄 데 없는 좌구(坐具)를 만들게 하였습니다. 부인은 아기를 밴 후 달이 차서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나올 때가 되자 염부리 경내는 온통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 모습은 단정(端正)하였고 온몸에 32상(相)을 갖추었으며 몸은 온통 금빛이었습니다. 선명 대왕은 그 태자를 보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한량없이 좋아하였습니다. 왕은 곧 여러 스승인 바라문(婆羅門)과 도사(道士)들을 부르고 몸소 태자를 안고 나아가 아기의 관상을 보라고 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지금 이 아이를 낳았다. 그대들은 이 아이의 관상을 보고 곧 이름을 지어라’라고 하였습니다.
018_0397_a_11L爾時彼城名曰遠照善明王主第一夫人名日月光,不長不短,不肥不瘦,不白不黑,顏貌端政,世之希有,口出優鉢華香,身作栴檀香未經幾日,身便懷妊彼夫人卽往白王我今有娠王聞此語,歡喜踊躍,不能自勝,便勅左右,更施設座具,快樂無比人懷妊日數遂滿,生一男兒當生之時,閻浮里內晃然金色顏貌端政,三十二相身體金色善明大王見此太子歡喜踊躍,慶賀無量,便召諸師婆羅門道士,躬抱太子,使彼瞻相我今以生此子,卿等與吾瞻相,便立名字
018_0397_b_02L 그때 여러 관상가[相師]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제각기 아이를 안고 그 얼굴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 모두 아뢰었습니다.
‘성왕(成王)이시여, 이 태자는 단정하기 비길 데 없습니다. 모든 감각기관[根]은 결함이 없고 32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왕자(王子)에게는 두 길이 있습니다. 만일 장차 세간에 있으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7보를 원만하게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 7보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이니 이 일곱 가지를 말합니다.
또 천 명의 아들도 두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굳세어 많은 적(敵)을 물리칠 것이요, 이 천하에서는 무기를 쓰지 않고도 모두 저절로 항복해오게 될 것입니다. 또 만일 이 왕자가 출가하여 도(道)를 닦으면 위없이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이루어, 그 명성(名聲)과 덕망(德望)이 멀리 퍼져 온 세계에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이 왕자가 태어나던 바로 그날 광명(光明)이 멀리 비치었으니, 이 왕자의 이름은 등광(燈光)이라고 하소서.’
여러 관상가들은 이미 그렇게 이름을 지어 주고는 각기 그 자리에서 물러나 가버렸습니다.
018_0397_a_23L時,諸相師受王教令,各共抱瞻,觀察形貌,咸共白王聖王太子端政無雙,諸根不缺,有三十二相今此王子當有兩趣若當在家者,便爲轉輪聖王七寶具足所謂七寶者,輪寶象寶珠寶玉女寶居士寶典兵寶是爲當有千子勇悍剛强,能卻衆敵此四海之內,不加刀杖,自然靡伏若此王子出家學道者,成無上正覺,名德遠布,彌滿世界生此王子,當此之日,光明遠照,今字王子名曰燈光時,諸相師以立名字,各退坐而去
그러자 왕은 하루 종일 태자를 안고 앉아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때 왕은 그 태자를 위해 세 개의 강당을 지어 가을과 겨울과 여름에 그 계절에 따라 알맞도록 하였으며, 궁인(宮人)들과 채녀(婇女)들을 궁전 안에 많이 두어 태자로 하여금 그 속에서 놀게 하였습니다.
018_0397_b_12L時,王竟日抱此太子,未常離目時,王爲此王子立三講堂,秋夏節,隨適所宜宮人婇女充滿宮裏,使吾太子於此遊戲
그러나 왕태자(王太子)는 나이 29살 되던 때에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태자는 그날로 출가하여 바로 그날 밤에 부처가 되었습니다. 그때 염부리 사람들은 모두 그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바로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부왕(父王)은 이른 아침에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닦아 그날 밤에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어젯밤에 나는 여러 하늘들이 허공에서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좋은 징조이지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가서 보리라.’
018_0397_b_16L時,王太子年二十九,以信堅固,出家學道,卽日出家,卽夜成佛爾時,閻浮里地悉共聞知彼王太子出家學道,卽日成佛父王淸旦,聞王太子出家學道,卽夜成佛時,父王便作是昨夜,吾聞諸天在空,皆共稱善必善應,非有惡嚮我今可往,而共相
018_0397_c_02L왕은 곧 40억 남녀들에게 빙 둘러싸인 채 등광(燈光)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서 왕은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부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점차 묘(妙)한 논(論)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 논은 곧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을 일컫는 것이었고, 또 ‘애욕(愛欲)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行)이다. 그러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淸淨)한 과보(果報)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시고,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의 뜻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塵垢]가 다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018_0397_b_23L時,王將四十億衆男女圍繞,便詣燈光如來所,到已,頭面禮足,在一面坐,及四十億衆各共禮足,在一面坐是時,如來與父王及四十億衆漸說妙論所謂論者施論戒論生天之論欲爲穢污漏不淨行出家爲要獲淸淨報爾時,如來觀衆生意心性柔和,諸佛如來常所說法,苦道盡與彼四十億衆,廣說其義,卽於坐上,諸塵垢盡,得法眼淨
그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는 그때 저 40억 명의 대중들이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018_0397_c_09L時,四十億衆白燈光如來曰我等意願剃除鬚髮,出家學道大王,當知爾時,四十億衆,盡得出家學道,卽以其日,成阿羅漢
그때 등광여래는 40억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無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국경을 유행할 때, 그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 네 가지를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습니다.
그때 지주 대왕은 자신의 아들 등광여래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등정각[無上正眞等正覺]을 성취하여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렸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그 나라를 유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마땅히 사신을 보내 여래께서 여기에 와서 유람하면서 교화해달라고 청하리라. 만일 오신다면 내 본래 소원을 이룰 것이요, 오시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가서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드리리라.’
그리고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너는 저곳에 가서 여래께 문안을 드리되, 내 이름으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라고 하고 나서, 왕 지주(地主)가 여래께 문안드리오니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하소서〉라고 말하라.’
018_0397_c_12L爾時,燈光如來將四十億衆,皆是無著,遊彼國界,國土人民四事供養,衣被牀臥具病瘦醫藥,無所渴乏是時,地主大王聞子燈光成無上正眞等正覺,將四十億衆,皆是無著,遊彼國我今當遣信,往請如來,在此遊化,若使來者,充我本願,若不來者,我躬自當往拜跪問訊卽勅一臣汝往至彼,問訊如來,持我名字,頭面禮足,興居輕利,遊步康强云王地主問訊如來興居輕利,遊步康强唯願世尊,臨顧此土
018_0398_a_02L그때 그 사람은 왕의 분부를 받고 그 나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대왕 지주는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문안드립니다. 예를 마치고는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해 주십시오〉라고 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습니다.
018_0397_c_24L爾時,彼人受王教勅,便往至彼國界,到已,頭面禮足,在一面立,便作是說大王地主禮如來足,問訊禮竟興居輕利,遊步康强唯願世尊,臨顧彼國爾時,世尊默然受彼請
그때 등광여래는 대중들을 데리고 차츰차츰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대비구(大比丘)들 40억 명과 함께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르는 곳마다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모두 바쳤습니다. 점점 나아가 지주왕의 나라에 이르렀을 때 지주 대왕은 등광여래께서 대비구 40억 명을 데리고 그 나라에 와서 그 나라 북쪽에 있는 바라(婆羅) 동산에서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직접 가서 맞이하리라’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지주 대왕은 다시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리고 등광여래의 처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이르자 그는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018_0398_a_05L時燈光如來將諸大衆,以漸人閒遊行大比丘四十億衆,俱在在處處,靡不恭敬者,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皆悉貢獻漸至地主國界時,地主大王聞燈光如來至此國界,在北婆,羅園中將大比丘衆四十億人我今可躬自往迎時,地主大王復將四十億衆,往詣燈光如來所,到已,頭面禮足,在一面坐,及四十億衆禮足已,在一面
그때 등광여래는 그 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묘한 논[妙論]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는데, 그 논은 곧 보시론ㆍ계율론ㆍ생천론을 말하는 것이며, 또 ‘애욕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이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한 과보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고, 모든 불여래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018_0398_a_15L爾時,燈光如來漸與彼王及四十億衆面說妙論所謂論者施論戒論生天之論欲爲穢污,漏不淨行,出家爲要,獲淸淨報爾時,如來觀衆生意,心性柔和,諸佛如來常所說法,苦盡道盡與彼四十億衆,廣說其義,卽於坐上,諸塵垢盡,得法眼淨
그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여래께 아뢰었습니다.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는 그때 그 40억 명의 대중들은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때 지주 국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습니다.
018_0398_a_21L時,四十億衆白燈光如來曰我等意願剃除鬚髮出家學道,大王當知爾時,四十億衆盡得出家學道,卽以其日,成阿羅漢道時,地主國王卽從坐起,頭面禮足,便退而去
018_0398_b_02L그러자 모두 아라한이었던 80억 명의 등광여래 제자 대중들은 그 나라를 유행할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의복ㆍ음식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네 가지를 공양하였는데, 이런 것들을 낱낱이 공급해 주되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지주 국왕은 또 다른 때에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그 여래의 처소를 찾아가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그 국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지주 대왕이 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제 목숨[形壽]이 다할 때까지 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또 비구 스님들에게도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잠자코 그 왕의 청을 받아 주셨고,
018_0398_b_03L時燈光如來將八十億衆,皆是阿羅漢,遊彼國界,國土人民四事供養,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事事供給,無所乏短是時,地主國王復於餘時,將諸群臣,至彼如來所頭面禮足,在一面坐是時,燈光如來與彼國王說微妙法地主大王白如來曰唯願世尊,盡我形壽,受我供養,及比丘僧當供給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悉當供給爾時,燈光如來默然受彼王請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 주시는 것을 보고 거듭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께 한 소원이 있나이다. 부디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래의 법은 그 소원보다 더 훌륭합니다.’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제가 지금 청하는 소원은 매우 깨끗하고 미묘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청하는 소원이 무엇이기에 깨끗하고 미묘하다고 합니까?’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그릇의 밥을 드리고, 내일은 또 다른 그릇을 사용하여 밥을 드리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가지 옷을 입히고 내일은 다시 다른 옷을 갈아입히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을 한 종류의 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자리에 앉으시게 하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에게 심부름할 사람을 주어 심부름을 시키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보내서 심부름을 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하는 소원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등광여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왕의 소원대로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018_0398_b_13L時,王見佛默然受請,重白世尊我今從世尊求願,唯見聽世尊告曰如來法者,以過此願白世尊我今求願者,極爲淨妙世尊告曰所求之願,云何淨妙王白世尊如我意中,今日衆僧在一器食,明日復用餘器食今日衆僧著一種服,明日復更易服今日衆僧坐一種座,明日復更坐餘座今日使人與衆僧使,明日復更易使人我所求願者,正謂此耳燈光如來告曰隨汝所願,今正是時
018_0398_c_02L그러자 지주 대왕은 기뻐하여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습니다.
그는 궁중으로 돌아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등광 여래ㆍ지진ㆍ등정각과 또 비구 스님들께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을 공양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마땅히 서로 권장하고 마음을 내어 내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야 할 것이다.’
신하들이 모두 대답하였습니다.
‘대왕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왕은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1유순쯤 떨어진 곳에 집을 지은 뒤에 채색을 써서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다섯 가지 빛깔의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광대들을 시켜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목욕할 못을 수리하고 밝은 등불과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앉을 방석을 깔아놓고는 사람을 보내 아뢰었습니다.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바라건대 부디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십시오.’
018_0398_b_24L地主大王歡喜踊躍,不能自勝,卽從坐起,頭面禮足,便退而去,還至宮中,到已告諸群臣我今意欲盡其形壽供養燈光如來至眞等正覺及比丘衆,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汝等亦當勸發,佐吾供辦諸臣對曰如大王教去城不遠,一由旬內,造立堂舍,雕文刻鏤五色玄黃懸繒幡蓋作倡伎樂,香汁灑地,修治浴池,辦具燈明及甘饌飮食,施設坐具便白到,今正是時願尊屈顧
그때 등광여래께서는 이미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그 강당으로 가시어 각각 제 자리에 나아가 앉았습니다. 지주 대왕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자리에 다 앉은 것을 보고, 궁인(宮人)들과 시녀들과 여러 대신들을 거느리고 나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온갖 맛있는 음식을 돌렸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주 국왕은 7만 년 동안 등광여래와 80억 대중이나 되는 모든 아라한들을 공양하면서도 일찍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중단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여래께서 교화를 마치시고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어가 반열반(般涅槃)하셨습니다.
018_0398_c_11L時,燈光如來以知時至,著衣持鉢,將比丘衆前後圍遶,便往至講堂所,各各就座而坐時,地主大王見佛比丘僧坐訖,將宮人婇女及諸大臣手自斟酌行種種飮食味各百種大王,當知爾時,地主國王七萬歲中,供養燈光如來及八十億衆諸阿羅漢,未曾懈廢時,彼如來教化周訖,便於無餘涅槃界而般涅槃
018_0399_a_02L그때 지주 대왕은 온갖 종류의 숱한 향과 꽃을 공양하고, 네거리 길에 네 개의 절[廟寺]을 세우고는 금ㆍ은ㆍ유리ㆍ수정 등 7보로 꾸미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저 80억 명의 대중들도 점점 무여열반의 경계로 들어가 반열반하였습니다. 그러자 지주대왕은 80억 대중들의 사리(舍利)를 거두어 각각 절을 짓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과 꽃을 공양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주 대왕은 다시 등광여래께서 계시는 절과 80억 아라한들이 있는 절에 공양하였습니다. 그 뒤에 다시 7만 년을 지내는 동안 수시로 공양하고 등불을 켜고 꽃을 뿌리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등광여래께서 남겨주신 법이 다 없어진 뒤에야 그 왕은 비로소 열반[滅度]에 들었습니다.
018_0398_c_20L時,地主大王以若干百種香花供養,於四衢道路,起四廟寺,各用七寶琉璃水精,懸繒幡蓋,及八十億衆各各以漸於無餘涅槃界而般涅爾時,大王取八十億衆,收其舍利,各各興起神寺,皆懸繒幡蓋,香華供大王當知爾時,地主大王復供養燈光如來寺及八十億羅漢寺,復經七萬歲隨時供養,然燈,散華,懸繒幡大王,當知燈光如來遺法滅盡,然後彼王方取滅度
그때의 그 지주 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 그 지주 대왕은 나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때 7만 년 동안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그 부처님께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했었고, 그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뒤에 다시 7만 년 동안은 그 형상과 사리에 공양하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렇게 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이러한 복을 받기만 바라고 해탈하기를 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그때 지녔던 복덕(福德)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오늘날 그 복을 관찰해보면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 그 동안 그 복을 다 누렸고 지금은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내가 지어야 할 복(福)을 오늘 다 마쳤다’라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도 대왕께서는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하리라.’”
018_0399_a_07L爾時,地主大王者,豈是異人乎莫作是觀所以然者,爾時,地主大王者卽我身是我於爾時,七萬歲中,以衣被飯食牀臥具病瘦醫藥,供養彼佛,令不減少般涅槃後於七萬歲中,供養形像舍利,燒香然燈,懸繒幡蓋,無所渴乏我於爾時,以此功德,求在生死,獲此福祐,不求解脫大王,當知爾時,所有福德,今有遺餘耶莫作是觀如我今日觀彼富有,無有毫釐,如毛髮許所以然者,生死長遠,不可稱記於中悉食,福盡,無有毫釐許在是故大王,莫作是說言我所作福祐,今日已辦大王,當作是說我今身意,所作衆行,盡求解脫,不求在生死福業,便於長夜安隱無量
018_0399_b_02L그때 바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워져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슬픔과 울음이 뒤엉켰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았다.
“이 미련한 것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지금 온몸을 땅에 던져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018_0399_a_22L爾時,王波斯匿便懷恐懼,衣毛皆豎,悲泣交集,以手抆淚,頭面禮世尊足,自陳過狀如愚如騃,無所覺知唯願世尊,受我悔過,今五體投地,改已往之失,更不造此言教,唯願世尊,受我悔過如是再三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지금 여래의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면서 지난 잘못을 고치고 미래를 다짐하시니 나는 지금 확실히 당신의 참회(懺悔)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십시오.”
018_0399_b_05L世尊告曰善哉,善哉大王,今於如來前,悔其非法改往修我今要受汝悔過,更莫復造
그때 그 대중들 가운데 가전연(迦旃延)이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매우 미묘(微妙)합니다. 또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왕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 과거 31겁(劫) 동안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식힐(式詰:尸棄)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出現)하셨는데, 그분은 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이시며 불중우(佛衆祐)라고 호칭하는 분으로서, 야마(野馬) 세계에 유행하시고 계셨습니다.
018_0399_b_07L爾時於大衆中,有一比丘尼,名迦旃延,卽從坐起,頭面禮足,白世尊曰今,世尊所說,甚爲微妙又世尊告波斯匿王作是語大王,當知身意所作衆行,盡求解脫,莫求在生死,食其福業,更於長夜獲安隱無量所以然者,我自憶三十一劫飯,式詰如來至眞等正覺出現於世,明行成爲善逝世閒解上士道法御天人師,號佛衆祐,遊在野馬世界
018_0399_c_02L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야마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습니다. 그때 그 성에는 순흑(純黑)이라고 하는 심부름꾼이 있었습니다. 그 심부름꾼은 여래께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성에 들어오신 것은 틀림없이 음식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그는 곧 집에 들어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여래께 바치면서 이렇게 발원하였습니다.
‘나는 이 공덕을 지녔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또 미래 세상에도 분명 이런 성인을 만나게 될 것이며, 또한 그 성인이 나를 위해 설법해 주실 터이니, 그때 해탈을 얻게 해 주십시오.’
세존과 바사닉왕은 다 아실 것입니다만 그때 그 심부름꾼 순흑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그때의 순흑은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018_0399_b_17L爾時,彼佛到時,著衣持鉢入野馬城乞食是時,城內有一使人,名曰純黑時,彼使人見如來執鉢入城乞食,見已,便作是念今如來入城必須飮食卽入家出食,施與如來,興發此願持此功德,莫墮三惡趣中,使我當來之世,亦當値如此聖尊亦當使彼聖尊爲我說法時,得解脫世尊幷波斯匿王咸共知之當爾時,純黑使人者,豈異人乎莫作是觀所以然者,爾時,純黑使人者,卽我身是
저는 그때 식힐여래의 앞에서 이런 서원을 하였습니다.
‘미래 세상에 이런 성인을 만나고, 그 성인이 저를 위해 설법할 때에 해탈을 얻게 해 주십시오.’
이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저는 31겁 동안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늘 하늘과 인간 세계에 태어났으며, 최후(最後)로 지금 이 몸을 받아 이렇게 성존(聖尊)을 만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모든 번뇌를 없애고 아라한이 된 것입니다. 또 세존의 말씀은 지극히 미묘하시니, 바사닉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많은 행(行)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로서 오직 기쁜 마음으로 여래를 향하는 이를 보면 저는 곧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이 모든 어진 사람들은 마음 씀은 있지만 아직 여래를 존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지는 못한다.’
또 제가 만일 사부대중을 보면 곧 가서 말하겠습니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물건이 필요합니까? 가사입니까, 발우입니까? 니사단(尼師檀)입니까, 바늘통[針筒]입니까? 세숫대야[澡罐]입니까, 그밖의 사문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什物]입니까? 나는 무엇이든 다 공급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다짐하고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구걸하겠습니다. 그래서 만일 내가 그것을 얻으면 이는 큰 다행일 것이요, 만일 얻지 못하면 울단월(鬱單越)ㆍ구야니(瞿耶尼)ㆍ불우체(弗于逮)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 와서 공급해 주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다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열반의 길을 얻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018_0399_c_04L我於爾時,飯式詰如來作此誓願使將來之世値如此聖尊與我說法時得解我於三十一劫,不墮三惡趣中,生人中最後今日受此身分遭値聖尊得出家學道盡諸有漏,成阿羅漢若世尊所說極爲微妙語波斯匿王意所作衆行,盡求解脫,莫在生死,食此福業我若見比丘比丘尼婆塞優婆斯,歡喜心意向如來者,我便生此念此諸賢士用意,猶不愛敬供奉如來設我見四部之衆,卽往告汝等諸賢,爲須何物衣鉢耶尼師檀耶鍼筒耶澡罐耶及餘沙門什物我盡當供給我已許之便在處處乞求若我得者,是其大幸若使不得便往至鬱單越瞿耶尼弗于逮,求索來與所以然者,皆由此四部之衆得涅槃
그때 세존께서 가전연 비구니의 마음을 관찰해보시고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러한 신심(信心)의 해탈을 지닌 가전연 비구니 같은 이를 본 적이 있느냐?”
018_0399_c_22L爾時,世尊觀察迦旃延比丘尼心,便告諸比丘汝等頗見如此之比信心解脫,如迦旃延比丘尼乎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보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0399_c_24L諸比丘對曰不見也世尊
018_0400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 제일가는 비구니로서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이는 바로 가전연 비구니이다.”
018_0400_a_02L世尊告曰我聲聞中第一比丘尼,得信解脫者,所謂迦旃延比丘尼是也
그때 가전연 비구니와 바사닉왕, 그리고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0_a_04L爾時,迦旃延比丘尼及波斯匿王四部之衆,聞佛所說,歡喜奉行

[ 2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0_a_05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기사굴산(耆闍堀山)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00_a_06L一時,佛在羅閱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衆五百人俱
그때 존자 바구로(婆拘盧)는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멀리서 존자 바구로가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존자 바구로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모든 결박이 벌써 풀렸고 한량없이 장수하며, 항상 제 자신을 항복 받고 비상(非常:無常)ㆍ괴로움[苦]ㆍ공(空)ㆍ비신(非身:無我)을 생각하여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지 않고 잠자코 자기 몸만 닦는 것이 마치 저 외도들의 수행과 같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저 존자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는 일을 감당해낼 수가 있을까? 내가 지금 가서 그를 시험해 보리라.’
018_0400_a_07L爾時,尊者婆拘盧在一山,曲補納故衣是時,釋提桓因遙見尊者婆拘盧在,一山曲補納故衣,見已,便作是念此尊者婆拘盧已成阿羅漢,諸縛已解,長壽無量,恒自降伏,思惟非常非身,不著世事,亦復不與他人說法,寂默自修,如外道異學,不審,此尊能與他說法爲不堪任乎我今當與試之
그때 천제석(天帝釋)은 곧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기사굴산에 내려와 존자 바구로 앞에 나타나, 그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이 곧 이 게송을 설하였다.

지혜로운 이 찬탄하여 말하나니
어찌하여 그 법을 설명하지 않습니까?
결박 끊고 거룩한 행 이루었으면서
어찌하여 그저 잠자코 머물러 계십니까?
018_0400_a_15L爾時,天帝釋便從三十三天沒不現,來至耆闍崛山,在尊者婆拘盧前住,頭面禮足,在一面立爾時,釋提桓因便說此偈
智者所歎說
何故不說法壞結成聖行
何爲寂然住

그때 존자 바구로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석제환인에게 대답하였다.

부처님과 또 사리불(舍利弗)과
아난(阿難)과 균두반(均頭槃)과
그리고 여러 존장들 있어
묘한 법을 잘 연설하고 있기 때문이네.
018_0400_a_21L爾時,尊者婆拘盧,復以此偈報釋提桓因曰
有佛舍利弗
阿難均頭槃
亦及諸尊長
善能說妙法
018_0400_b_02L
그때 석제환인이 존자 바구로에게 말하였다.
“중생들의 근기(根器)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는 꼭 아셔야만 합니다. 세존께서도 중생들의 종류는 이 땅덩이의 흙보다 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존자 바구로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습니까?”
018_0400_b_02L爾時,釋提桓因白尊者婆拘盧曰生之根有若干種然尊,當知世尊亦說衆生種類多於地土,何故尊者婆拘盧不與他人說法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중생들의 종류는 다 깨달아 알기 어렵고 세계의 온갖 나라들도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 내 것[我所]과 내 것이 아니다[非我所]라고 하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다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는 것입니다.”
018_0400_b_06L婆拘盧報曰生之類難可覺知,世界若干國土不同,皆著我所非我所,我今觀察此義故不與人說法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를 위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하여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018_0400_b_09L釋提桓因曰願尊,與我說我所非我所之義
존자 바구로가 말하였다.
“나는 사람의 수명(壽命)에 대하여 남자ㆍ여자 등 사람의 종류라면 누구나 다 이 목숨을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또 구익(拘翼)이여, 세존께서도 또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항상 스스로 치열하게 힘써 삿된 법을 일으키지 말고, 또 성현의 침묵[黙然]을 배워야 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018_0400_b_10L尊者婆拘盧曰人壽命,若男若女士夫之類,盡依此命,而得存在然復拘翼,世尊亦說比丘,當知當自熾然,無起邪法,亦當賢聖默然我觀此義已,故默然耳
그때 석제환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10력을 지니신 존귀한 분께 귀의하니
원만하게 빛나 그 광명은 가림이 없네.
모두가 일체 중생을 위하는 것이니
이야말로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네.
018_0400_b_14L是時,釋提桓因遙向世尊,叉手便說此偈
歸命十力尊
圓光無塵翳
普爲一切人
此者甚奇特

존자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제석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018_0400_b_18L尊者婆拘盧報曰何故帝釋而作是此者甚奇特
018_0400_c_02L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나는 기억합니다. 옛날에 나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이런 이치를 물었습니다.
‘하늘이나 사람의 무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이 제각기 달라서 그 근원이 똑같지 않느니라.’
저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있다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면 모두 그것을 받들어 가져 좋은 과(果)를 성취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은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존자 바구로께서도 또한 그와 같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018_0400_b_20L釋提桓因報言自念,我昔至世尊所,到已,禮世尊足,而問此義人之類有何想念爾時,世尊告我曰此世界若干種,各各殊異,根原不同我聞此語已,尋對曰如是尊,所說世界若干種,各各不同,設與彼衆生說法咸共受持有成果者以此故,說此者甚奇特然尊者婆拘盧所說,亦復如是,世界若干種各各不同
그때 석제환인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존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법할 수 있는 분이다. 설법할 능력이 없지 않다.’
그리고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018_0400_c_06L是時,釋提桓因便作是念此尊堪任與人說法,非爲不能是時,釋提桓因卽從坐起而去
그때 석제환인은 존자 바구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0_c_08L爾時,釋提桓因聞尊者婆拘盧所說,歡喜奉行

[ 3 ]1)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0_c_09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점파국(占波國)2)의 뇌성(雷聲) 못가에 계셨다.
一時,佛在占波國雷聲池側
이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는 어떤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법의 근본을 닦아 12두타(頭陀)의 행법(行法)을 버리지 않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면서 37도품(道品)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았다. 앉거나[坐] 다니거나[行] 간에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늘 스스로 격려하여 잠깐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루(欲漏)의 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경행하던 곳에서 다리를 다쳐 피가 흘러 온 길에 낭자했다. 비유하면 마치 소를 잡은 곳에서 흘러내린 피를 까막까치가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욕루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苦行) 정진(精進)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漏心]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보시하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018_0400_c_10L是時,尊者二十億耳在一靜處,自修法本,不捨頭陁十二法行,晝夜經行不離三十七道品之教若坐若行,常修正法,初夜中夜竟夜,恒自剋勵,不捨斯須然復不能於欲漏法,心得解是時,尊者二十億耳所經行處,腳壞血流,盈滿路側,猶如屠牛之處,烏鵲食血然復不能於欲漏,心得解脫是時,尊者二十億耳便作是念釋迦文佛苦行精進,弟子中,我爲第一我今日漏心不得解脫又我家業多財饒寶,宜可捨服,還作白衣,持財物廣惠施然今作沙門,甚難不易
018_0401_a_02L그때 세존께서 멀리서 이십억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허공을 날아 그가 경행하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때 존자 이십억이가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8_0400_c_23L爾時,世尊遙知二十億耳心之所念,便騰遊虛空,至彼經行處,敷坐具而坐時,尊者二十億耳前至佛所,頭面禮足,在一面坐
그러자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전에 어떤 이유로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 정진하는 이들 가운데서는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은혜나 베푸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
018_0401_a_04L爾時,世尊問二十億耳汝向何故作是念釋迦文尼佛,精進苦行,弟子中,我爲第一然我今日漏心不得解脫又我家業饒財多寶,宜可捨服,還作白衣,持財物廣施今作沙門,甚難不易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0401_a_09L二十億耳對曰如是,世尊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에게 도로 물으리니, 네 마음 내키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여라. 어떠냐? 이십억이야, 너는 본래 세속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느냐?”
018_0401_a_10L世尊告曰我今還問汝,隨汝報我云何二十億耳,汝本在家時,善彈琴乎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속가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습니다.”
018_0401_a_12L二十億耳對曰如是世尊,我本在家時,善能彈琴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그 소리가 고르지 못할 터인데, 그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018_0401_a_13L世尊告曰何二十億耳,若彈絃極急,嚮不齊等爾時,琴音可聽採不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18_0401_a_15L二十億耳對曰不也,世尊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다시 느슨하게 하면 그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018_0401_a_16L世尊告曰云何二十億耳,若琴絃復緩,爾時,琴音可聽採不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18_0401_a_17L十億耳對曰不也,世尊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018_0401_a_18L世尊告曰何二十億耳,若琴絃不急不緩,爾時,琴音可聽採不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때는 거문고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습니다.”
018_0401_a_20L二十億耳對曰如是世尊,若琴絃不緩不急,爾時琴音便可聽採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공부하는 일도 그와 같다. 너무 지나치게 정진(精進)하면 그것은 마치 조롱하고 장난치는[調戱] 것과 같고, 게을리 하면 삿된 소견에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그 중간에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행(行)이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번뇌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018_0401_a_22L世尊告曰此亦如是,極精進者,猶如調戲,若懈怠者,此墮邪見能在中者,此則上行,如是不久,當成無漏人
018_0401_b_02L그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와 비구들에게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고 나서 뇌음못가로 돌아가셨다.
018_0401_b_02L爾時,世尊與二十億耳比丘說微妙法已,還雷音池側
그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잠깐도 게을리 하지 않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그 법을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 자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존자 이십억이는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018_0401_b_03L爾時,尊者二十億耳思惟世尊教勅,不捨須臾,在閑靜處修行其法,所以族姓子出家學道,剃除鬚髮,修無上梵行,生死已盡,梵行已立,所作已辦,更不復受有,如實知之尊者二十億耳便成阿羅漢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정진 고행으로 제일가는 제자는 바로 이 이십억이 비구이니라.”
018_0401_b_09L爾時,世尊告諸比丘我聲聞中,第一弟子精懃苦行,所謂二十億耳比丘是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1_b_11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1_b_12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01_b_1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바제(婆提 장자는 우연히 병이 들어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그 장자는 자식이 없어 그가 가지고 있던 재보(財寶)는 모두 국가에 귀속되었다.
그때 바사닉왕이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8_0401_b_14L爾時,舍衛城中婆提長者遇病命終然彼長者,無有子息,所有財寶盡沒入官爾時,王波斯匿塵土坋身,來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
그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의 처소에 오신 것입니까?”
018_0401_b_17L時,世尊問王曰大王,何故塵土坋身來至我所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 안에 살고 있던 바제 장자가 오늘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과 보물을 거두어 국가에 귀속시켰습니다. 순금(純金)이 8만 근(斤)이나 되었으니, 하물며 그밖의 다른 물건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장자가 세상에 살아 있었을 때에는 그가 먹는 음식은 매우 거칠고 부드럽지 못했고, 그가 입은 옷은 때가 묻어 더러웠으며,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은 매우 여위고 약했었습니다.”
018_0401_b_19L波斯匿王白世尊曰此舍衛城內,有長者,名婆提,今日命終無子姓,躬往收攝財寶,理使入官,純金八萬斤,況復餘雜物乎然彼長者存在之日,所食如此之食,極爲弊惡食精細,所著衣服,垢坋不淨所乘車騎,極爲瘦弱
018_0401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대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대개 인색하고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지고도 잘 먹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ㆍ처자ㆍ하인[僕從]ㆍ종[奴婢]들에게도 베풀지 않으며, 또한 벗[朋友]이나 지식(知識)에게도 주지 못하고, 또한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이나 모든 어른들에게도 베풀어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선비는 재물을 얻으면 곧 능히 보시하여 널리 구제하고, 조금도 그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덕이 높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한답니다.”
018_0401_c_02L世尊告曰如是大王,如王來言夫慳貪之人得此財貨不能食噉,不與父母妻子僕從奴婢亦復不與朋友知識,亦復不與沙門婆羅門諸尊長者若有智之士得此財寶便能惠施,廣濟一切,無所愛惜,供給沙門婆羅門諸高德者
그러자 바사닉왕이 물었다.
“이 바제 장자는 지금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018_0401_c_08L時王波斯匿說曰此婆提長者命終爲生何處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바제 장자는 죽어서 체곡(涕哭)이라고 하는 큰 지옥에 태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선근(善根)을 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체곡 지옥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018_0401_c_09L尊告曰此婆提長者命終,生涕哭大地獄中所以然者,此斷善根之人,身壞命終,生涕哭地獄中
바사닉왕이 말하였다.
“저 바제 장자는 선근을 끊은 사람입니까?”
018_0401_c_12L波斯匿王曰婆提長者斷善根耶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 장자는 선근을 끊었습니다. 그런데다가 그 장자는 과거에 지었던 복도 이미 다하고 없건만 다시 새로운 복(福)도 짓지 않았습니다.”
018_0401_c_13L世尊告曰如是大王,如王所說,彼長者斷於善根彼長者故福已盡,更不造新
바사닉왕이 말하였다.
“그 장자에게 혹 남은 복이 있습니까?”
018_0401_c_15L王波斯匿曰彼長者頗有遺餘福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없습니다. 대왕이여, 털끝만큼도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저 농부가 오로지 거두어들이기만 하고 씨를 뿌리지 않아서 곤궁하게 살다가 목숨을 마치는 경우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만 예전에 지었던 양식은 다 없어졌고 다시 새로운 양식은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 장자도 그와 같이 다만 예전에 지었던 복을 먹어 없애기만 하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장자는 오늘 밤에 틀림없이 체곡 지옥에 있을 것입니다.”
018_0401_c_16L世尊告無也大王乃無毫釐之餘有存在者如彼田家公但收不種,後便窮困,漸以命終所以然者,但食故業,更不造新此長者亦復如是,但食故福,更不造新福此長者今夜當在涕哭地獄中
그때 바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눈물을 닦으면서 말하였다.
“그 장자는 옛날 무슨 공덕의 복업(福業)을 지었기에 부잣집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착하지 않은 근본을 지었기에 지극히 풍부했던 재물을 써보지도 못하고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을 누리지도 못하였습니까?”
018_0401_c_22L爾時,波斯匿王便懷恐怖,收淚而曰此長者昔日作何功德福業,生在富家復作何不善根本,不得食此極富之貨,不樂五樂之中
018_0402_a_02L그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먼 옛날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이 장자(長者)는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농부 아들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 어떤 벽지불(辟支佛)이 세상에 나와 그 장자의 집에 갔었는데, 그 장자는 이 벽지불이 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거룩하신 분이 세상에 나오시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제 음식을 가져다가 저분께 보시하리라.’
그때 장자는 곧 음식을 가지고 가서 그 벽지불에게 보시하였고, 벽지불은 그 음식을 먹고 곧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때 그 장자는 그 벽지불의 신통을 보고 서원(誓願)을 세웠습니다.
‘이 착한 근본의 소원으로 말미암아 저로 하여금 태어나는 생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재산과 보물이 많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이후에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지 말 것을 그랬구나’라고 후회하였습니다.
018_0402_a_02L爾時,世尊告波斯匿王曰過去久遠迦葉佛時,此長者在此舍衛城中,爲田家子爾時,佛去世後,有辟支佛出世,往詣此長者家爾時,此長者見辟支佛在門外,見已便生是念如此尊者出世甚難我今可以飮食,往施此人爾時,長者便施彼辟支佛食辟支佛得食已,便飛在虛空而去時,彼長者見辟支佛作神足,作是誓願持此善本之願,使世世所生之處,不墮三惡趣,常多財寶後有悔心我向所有食應與奴僕不與此禿頭道人使食
018_0402_b_02L그때 농부의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그때 그 농부의 장자는 바로 지금 저 바제 장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는 보시를 하고 나서 이런 서원을 세웠었습니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재물이 풍부하며,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조금도 모자랄 것이 없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는 이미 보시를 하고 나서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였구나’ 하고 후회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그는 그 많은 재물을 쓰지도 못하고 또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자신도 쓰지도 못하고 또 부모ㆍ형제ㆍ처자ㆍ노비ㆍ벗ㆍ지식들에게도 주지 않았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여러 어른들에게도 보시하지 못하고서, 다만 옛날에 지었던 업만 다 까먹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이렇게 재물을 얻었거든 널리 보시하여 아끼지 마십시오. 그러면 다시 한량없는 재물을 얻게 될 것이니, 대왕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018_0402_a_14L爾時,田家長者,豈異人乎莫作是觀所以然者,爾時,田家長者,今此婆提長者是是時,施已,發此誓願持此功德,所生之處,不墮惡趣,恒多財饒寶,生富貴之家,無所渴乏旣復施已,後生悔心我寧與奴僕使食,不與此禿頭道人使食此因緣本末,不得食此極有之貨,亦復不樂五樂之中,不自供養,復不與父母兄弟妻子僕從朋友知識,不施沙門婆羅門諸尊長者,但食故業,不造新者是故大王,若有智之士得此財貨,當廣布施,莫有所惜,復當得無極之財,如是大王,當作是學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사문 바라문과 사부대중(四部大衆)들에게 널리 보시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밖에 모든 외도들은 아무리 와서 구걸하더라도 저는 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018_0402_b_04L爾時,波斯匿王白世尊曰自今以後,當廣布施沙門婆羅門四部之衆諸外道異學來乞求者我不堪與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기 때문입니다.”
018_0402_b_07L世尊告曰大王,莫作是念所以然者,一切衆生皆由食得存,無食便喪
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널리 보시하기를 생각하고
끝까지 보시할 마음 끊지 않으면
장차 틀림없이 현성(賢聖)을 만나
생사(生死)의 근원을 벗어나리라.
018_0402_b_09L爾時,世尊便說此偈
念當廣惠施
終莫斷施心
必當値賢聖
度此生死源

그때 바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몇 갑절이나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때 바사닉왕이 다시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마땅히 널리 보시하고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018_0402_b_12L爾時,波斯匿王白世尊曰我今倍復歡慶,向於如來所以然者,一切衆生皆由食得存,無食不存爾時,波斯匿王曰自今以後,當廣惠施,無所悋惜
그때 세존께서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러자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0402_b_16L是時世尊與王說微妙之法時王卽從坐起,頭面禮足,便退而去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2_b_18L爾時,王波斯匿聞佛所說,歡喜奉行

[ 5 ]4)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2_b_19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02_b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간(世間)에 자못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그때 존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8_0402_b_21L爾時,尊者阿難在閑靜處,便生此念世閒頗有此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乎爾時,尊者阿難便從坐起,往詣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
018_0402_c_02L그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문득 ‘이 세간에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스르거나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18_0402_c_02L爾時,尊者阿難白世尊曰於閑靜之處,便生此念世閒頗有此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묘한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다.”
018_0402_c_05L爾時,世尊告阿難曰有此妙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 향은 어떤 향입니까?”
018_0402_c_06L是時,阿難白世尊曰此是何者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향이 있다. 그러나 이 향기(香氣)의 힘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018_0402_c_08L世尊告曰此之香然此香氣力,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향은 어떤 향이기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나이까?”
018_0402_c_10L阿難白佛言此何等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018_0402_c_12L世尊告曰此三種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
아난이 여쭈었다.“어떤 것이 그 세 가지 향입니까?”
018_0402_c_13L阿難言何等爲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의 향[戒香]ㆍ들음의 향[聞香]ㆍ보시의 향[施香]이니, 아난아, 이것이 이른바 향의 종류이니,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향 가운데에서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훌륭하여 그 어느 것도 이 향에 비교할 만하거나, 이 향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이를 비유하면 마치 소[牛]에서 낙(酪)이 생기고 낙에서 소(酥)가 생기며 소에서 제호(醍醐)가 생기지만, 그 제호가 가장 맛이 좋고 뛰어나서 그 어는 것으로도 견줄 만한 것이 없고 그 맛에 미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세간의 모든 향 가운데에서는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좋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향도 여기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018_0402_c_14L世尊告曰戒香聞香施香,是謂,阿難,有此香種,然復此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諸世閒所有之香此三種香,最勝,最上,無與等者,無能及猶如由牛有酪由酪有酥由酥有醍醐然此醍醐最勝最上無與等者亦不能及此亦如是諸所有世閒諸香此三種香最勝最上無能及者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목밀(木蜜)과 전단(栴檀)과
우발(優鉢) 및 모든 향들
이러한 온갖 향들 중에서
계의 향이 가장 훌륭하다네.
018_0402_c_21L時,世尊便說此偈
木蜜及栴檀
優鉢及諸香
亦諸種種香
戒香最爲勝

이 계를 성취함으로써
탐욕도 없어지고 더러움도 없어져서
평등한 지혜로 해탈 얻으면
그가 가는 곳은 악마도 모르리라.
018_0402_c_24L此戒以成就
無欲無所染
等智而解脫
逝處魔不知
018_0403_a_02L
전단향(栴檀香)이나 목밀향(木蜜香)
이러한 향들 아무리 좋다 해도
계의 향이 가장 미묘하나니
시방에 모두 두루 풍기기 때문이네.
018_0403_a_02L此香雖爲妙
及諸檀蜜香
戒香之爲妙
十方悉聞之

전단향이나 우담향(優曇香)
그밖의 다른 온갖 향들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018_0403_a_03L栴檀雖有香
優鉢及餘香
此諸衆香中
聞香最第一

전단향이나 우담향
그밖의 다른 온갖 향들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018_0403_a_05L栴檀雖有香
優鉢及餘香
此諸衆香中
施香最第一

“이른바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스르거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향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3_a_06L是謂此三種香,亦逆風香,亦順風香,亦逆順風香是故阿難,當求方便,成此三香如是,阿難當作是學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3_a_09L爾時,阿難聞佛所說,歡喜奉行

[ 6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3_a_10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03_a_11L一時,佛在羅閱城迦蘭陁竹園所,與大比丘衆五百人俱
그때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마침 제바달두(提婆達兜:提婆達多)도 그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었다. 그때 제바달두가 들어간 골목으로 부처님도 들어가시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가시려고 하셨다.
018_0403_a_12L爾時,世尊到時,著衣持鉢,入羅閱城乞食時,提婆達兜亦入城乞食時,提婆達兜所入巷中,佛亦往至彼然佛遙見提婆達兜來,便欲退而去
그러자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왜 이 골목에서 떠나시려고 하십니까?”
018_0403_a_16L是時,阿難白世尊曰何故欲遠此巷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제바달두가 이 골목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018_0403_a_17L世尊告曰提婆達兜今在此巷,是以避之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어째서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십니까?”
018_0403_a_18L阿難白佛世尊,豈畏提婆達兜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쁜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018_0403_a_19L世尊告曰我不畏提婆達兜也但此惡人不應與相見
아난이 말하였다.
“그러면 세존이시여, 그 제바달두를 시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018_0403_a_21L阿難曰然世尊,可使此提婆達兜,乃可使在他方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를 다른 곳에 있게 하고픈
그런 마음이 끝내 없노라.
제 스스로 마땅히 제 할 일을 따르다가
저절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되리라.
018_0403_a_22L爾時,世尊便說此偈言
我終無此心
使彼在他方
彼自當造行
便自在他所
018_0403_b_02L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다면 제바달두가 여래보다 더 뛰어납니까?”
018_0403_b_02L阿難白世尊曰然提婆達兜有過於如來所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급적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말고
또한 어리석은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도 말며
또한 그런 이와 더불어 서로 따지며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다투지 말라.
018_0403_b_04L世尊告曰愚惑之人,不應與相見是時,世尊向阿難,而說此偈
不應見愚人
莫與愚從事
亦莫與言論
說於是非事

그러자 아난도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이 무슨 능력 있으며
어리석은 이 무슨 나음 있으랴.
비록 그와 더불어 말한다 한들
거기에 그 어떤 잘못 있으랴.
018_0403_b_07L是時,阿難復以此偈,報世尊曰
愚者何所能
愚者有何過
正使共言說
竟有何等失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어리석은 이는 제멋대로 하나니
그가 하는 일 법이 아니다.
바른 소견과 바른 율을 어겨
삿된 소견만 날로 불어가네.
018_0403_b_10L爾時,世尊復以此偈,報阿難曰
愚者自造行
所作者非法
正見反常律
邪見日以滋

“그러므로 아난아, 나쁜 벗과 함께 일하지 말라. 왜냐하면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 믿음이 없어지고 계도 없어지며, 들어 아는 것도 없어지고 지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면 온갖 공덕이 불어나고 계도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3_b_13L是故阿難,莫與惡知識從事所以然者,與愚人從事,無信,無戒,無聞,無智與善知識從事,便增益諸功德,戒具成就如是阿難,當作是學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3_b_17L爾時,阿難聞佛所說,歡喜奉行

[ 7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3_b_1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03_b_19L一時,佛在羅閱城迦蘭陁竹園所,與五百人俱
그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은 항상 5백 개의 가마솥에 밥을 지어 제바달두에게 공양(供養)하곤 하였다. 그런 일이 있자 제바달두의 명성이 사방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는 계와 덕을 원만하게 갖추었고 명예까지도 모두 갖추었다. 그래서 그 왕이 날마다 그를 모셔다가 공양을 하곤 한다.’
018_0403_b_20L爾時,王阿闍世恒以五百釜食,給與提婆達兜彼時,提婆達兜名聞四遠,戒德具足,名稱悉備,乃能使王日來供養
018_0403_c_02L그때 제바달두가 이와 같은 이양(利養)이 있고 난 다음 모든 비구들이 그 소문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제바달두를 찬양하여 그의 명성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아사세왕으로 하여금 항상 와서 공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018_0403_b_23L是時,提婆達兜得此利養已,諸比丘聞之,白世尊國中人民歎說提婆達兜,名稱遠布,乃使王阿闍世恒來供養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제바달두가 누리는 이양을 탐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나쁜 짓을 행하면서도, 마침내 무서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만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지금 누리고 있는 온갖 복(福)이 끝나게 되면 마치 사나운 개의 코를 잡아 때리면 그 개는 더욱 사나워지는 것처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그런 호강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교만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역시 이양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가령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면 세 가지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賢聖)의 계(戒)와 현성의 삼매(三昧)와 현성의 지혜(智慧)를 말하는 것인데, 이 세 가지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세 가지 법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의 계와 현성의 삼매와 현성의 지혜를 이르는 말이니라. 가령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하려고 하면, 마땅히 착한 마음을 내어 이양(利養)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3_c_03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比丘,莫施此心,貪提婆達兜利養所以然者,提婆達兜愚人造此三事意行,終無驚懼,亦不恐怖如今提婆達兜愚人,當復盡此諸善功德,如取惡狗鼻壞之,倍復凶惡提婆達兜愚人亦復如是,受此利養,遂起貢高,是故諸比丘亦莫興意,著於利養設有比丘著於利養而不獲三法云何爲三所謂賢聖戒賢聖三昧賢聖智慧,而不成就若有比丘不著利養便獲三法云何爲三所謂賢聖戒賢聖三昧賢聖智慧欲成此三法,當發善心,不著利養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3_c_17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8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3_c_18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03_c_19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불선근(不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의 불선근ㆍ성냄의 불선근ㆍ어리석음의 불선근이 그것이다. 비구가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으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의 세계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다면 곧 세 갈래 나쁜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니라.
018_0403_c_20L爾時,世尊告諸比丘有此三不善根云何爲三貪不善根恚不善根癡不善根若比丘有此三不善根者,墮三惡趣云何爲三所謂地獄餓鬼畜生如是比丘,若有此三不善根者,便有三惡趣
018_0404_a_02L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선근(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지 않는 선근[不貪善根]ㆍ성내지 않는 선근[不恚善根]ㆍ어리석지 않은 선근[不癡善根]이 그것이다. 이것이 비구에게 세 가지 선근이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선근이 있게 되면, 곧 두 가지 좋은 세계에 존재하게 되고, 열반이 세 번째가 된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세계인가? 인간과 천상이 그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비구에게 세 가지 선근이 있으면 좋은 세계에 태어난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불선근을 여의고, 세 가지 선근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4_a_02L比丘,當知有此三善根云何爲三不貪善根不恚善根不癡善根是謂比丘有此三善根,若有此三善根者,便有二善處,涅槃爲三何二趣所謂人天是也是謂比丘有此三善者,則生此善處是故諸比丘,當離三不善根,修三善根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4_a_0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9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4_a_10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04_a_1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성질[聚]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바른 성질[等聚]ㆍ삿된 성질[邪聚]ㆍ결정되지 않은 성질[不定聚]이다.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바른 소견[等見]ㆍ바른 다스림[等治]ㆍ바른 말[等語]ㆍ바른 업[等業]ㆍ바른 생활[等命]ㆍ바른 방편[等方便]ㆍ바른 기억[等念]ㆍ바른 선정[等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삿된 성질인가? 삿된 소견[邪見]ㆍ삿된 다스림[邪治]ㆍ삿된 말[邪語]ㆍ삿된 업[邪業]ㆍ삿된 생활[邪命]ㆍ삿된 방편[邪方便]ㆍ삿된 기억[邪念]ㆍ삿된 선정[邪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삿된 성질이라고 한다.
018_0404_a_12L爾時,世尊告諸比丘有此三聚云何爲三所謂等聚邪聚不定聚云何爲等聚所謂等見等治等語等命等方便等念等定,是謂等聚彼云何名爲邪聚所謂邪見邪治邪業邪命邪方便邪念邪定,是謂邪聚
어떤 것이 결정되지 않은 성질인가? 괴로움[苦]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발생[集]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盡]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르는 것, 바른 성질을 모르는 것, 삿된 성질을 모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결정되지 않은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018_0404_a_18L彼云何名為不定聚所謂不知苦不知習不知盡不知道,不知等聚,不知邪聚,是謂名爲不定聚
018_0404_b_02L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착한 성질[善聚]과 바른 성질[等聚]과 결정된 성질[定聚]를 말한다.
어떤 것이 착한 성질인가? 세 가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즉 탐내지 않는 선근ㆍ성내지 않는 선근ㆍ어리석지 않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착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현성의 8품도(品道)인 바른 소견ㆍ바른 다스림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삼매를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결정된 성질인가? 괴로움임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며, 착한 성질을 알고, 나쁜 세계를 알며, 결정된 성질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결정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이 세 가지 성질 중에서 삿된 성질과 결정되지 않은 성질은 마땅히 멀리해야 하고 바른 성질은 꼭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4_a_20L諸比丘,當知復有三聚云何爲三所謂善聚等聚定聚彼云何名善聚所謂三善何等善根所謂不貪善根不恚善不癡善根,是謂善聚云何名爲等所謂賢聖八品道,等見等治等語等業等命等方便等念等三昧,是謂等聚彼云何名爲定聚所謂知苦,知習,知盡,知道,知善聚,知惡趣,知定聚,是謂名爲定聚是故諸比丘,此三聚中,邪聚不定聚,當遠之此正聚者,當奉行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04_b_08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04_b_09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04_b_1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생각[想]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는 생각ㆍ성내는 생각ㆍ살해(殺害)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탐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일 성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닭이나 개에 소속되거나 뱀이나 독사 따위의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다. 만일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면 그 또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귀로 태어나 온몸이 불에 타리니, 그 고통을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생각이 있으면 지옥과 아귀와 축생 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018_0404_b_11L爾時,世尊告諸比丘有此三觀云何爲三所謂觀欲想瞋恚想害想,是謂,比丘,有此三想比丘,當知若有觀欲想,命終時,便墮地獄中觀瞋恚想,命終時,生畜生中所謂雞狗之屬,蛇蚖之類,而生其中若觀害想,亦命終者,生餓鬼中,形體燒然,苦痛難陳是謂比丘,有此三想,生地獄中,餓鬼畜生
018_0404_c_02L또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ㆍ해치지 않으려는 생각ㆍ성내지 않으려는 생각을 말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이 있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고, 만일 해치려는 생각이 없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저절로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며, 만일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는 목숨을 마칠 때에 5결(結)을 끊고 그곳에서 바로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 하나니 항상 기억하고 수행하여 이 세 가지 나쁜 생각을 마땅히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으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04_b_19L復有三想云何爲三所謂出要想不害想不恚想若有人有出要想者,命終之時,生此人中若有不害想者,命終時,自然天上若有人不殺心者,命終時,斷五結,便於彼處而般涅槃是謂比丘,有此三想,常念修行此三惡想,當遠離之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지주(地主)ㆍ바구(婆拘)ㆍ이십억이(二十億耳)와
바제(婆提)와 역순(逆順)의 향(香)과
어리석음ㆍ세상ㆍ세 가지 불선을 설하셨고
세 가지 성질과 생각은 맨 뒤에 설하셨다.
018_0404_c_03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地主婆拘
婆提逆順香
三不善
三聚觀在後
增壹阿含經卷第十三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3번째 소경인 「사문이십억이경(沙門二十億耳經)」과 『잡아함경』 제9권 254번째 소경인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이 있다.
  2. 2)팔리어로는 campā라고 하며, 첨파국(瞻波國)이라고도 한다. 한역하여 무승(無勝)이라고도 하는데,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중인도 긍가(恆伽) 못 주변에 위치해 있었으며, 도성(都城)을 또한 점파(占波)라고 하였다.
  3. 3)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33번째 소경인 「명종경(命終經)」이 있다.
  4. 4)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3번째 소경인 「아난경(阿難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2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으로는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과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