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8_0418_b_01L증일아함경 제16권
018_0418_b_01L增壹阿含經卷第十六

동진 계빈 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김월운 번역
018_0418_b_02L 東晉罽賓三藏瞿曇僧伽提婆 譯

24. 고당품③
018_0418_b_03L高幢品第二十四之三

[ 6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18_b_04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18_b_0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15일까지의 사이에 세 개의 재법(齋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8일ㆍ14일ㆍ15일이 그것이다.
018_0418_b_06L時世,尊告諸比丘十五日中有三齋法,云何爲三八日十四日十五日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때가 있다. 즉 8일의 재일에는 사천왕(四天王)이 그의 여러 신하들을 보내 세상을 두루 살펴보게 한다.
‘누가 선(善)한 일을 하고 누가 악(惡)한 짓을 하는가? 어떤 중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ㆍ어른[尊長]들에게 공경하는가? 어떤 중생이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고 계(戒)를 닦고 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삼매(三昧)를 닦으며, 경전의 뜻을 연설하고 8관재(關齋)1)를 지키는가?’ 하고 자세히 분별하게 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던지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그 신하들은 사천왕에게 보고한다.
‘지금 저 세간(世間)에는 부모ㆍ사문ㆍ도사(道士)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는 하나도 없고, 4등심(等心)2)으로써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중생이 아무도 없습니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곧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사천왕은 곧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가서 선법강당(善法講堂)에 모여, 그런 사실을 제석천왕(帝釋天王)에게 자세히 갖추어 아뢴다.
‘천제(天帝)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이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그때 삼십삼천(三十三天)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모든 하늘의 무리들은 줄어들고, 아수륜(阿須倫:阿修羅)의 무리들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018_0418_b_08L比丘當知或有是時八日齋四天王遣諸輔臣觀察世,閒誰有作,善惡者何等衆生,有慈孝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頗有衆生好喜布施修戒忍辱精進,三昧演散經義持關齋者具分別之設,無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是時輔臣白四天王今此世閒無有,衆生孝順父母沙門道士行四,等心慈愍衆生時四天王聞已,便懷愁憂,慘然不是,時四王卽往,忉利天上,集善法堂以,此因緣具白帝釋天帝當知今此,世閒無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是時帝釋三十三天聞斯語已皆懷愁憂,慘然不悅減諸天衆增益,阿須倫衆
018_0418_c_02L또 이런 때도 있다. 만일 세간에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고 8관재를 가지며, 덕(德)을 닦아 깨끗해지고 털끝만큼도 금계(禁戒)를 범하지 않는 중생이 있으면, 그 사자(使者)는 기뻐 뛰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면서 사천왕에게 아뢴다.
‘지금 저 세상에는 많은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 그리고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한다고 합니다.’
천왕들은 그 말을 듣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바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처소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자세하게 갖추어 아뢴다.
‘천제시여, 꼭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많은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그리고 여러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한다고 합니다.’
제석(帝釋)과 삼십삼천은 모두 기뻐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더욱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가 자꾸 줄어들며 지옥의 고문은 저절로 쉬어져 고통이 없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018_0418_c_02L設復有時世閒衆生之類有孝,順父母沙門羅門及尊長者,持八關齋,修德淸淨,不犯禁戒,大如毛髮爾時,使者歡喜踊躍,不能自勝,卽白四王今此世閒多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長天王聞已甚懷喜悅卽往釋提桓因所以此因緣具白帝釋天帝,當知今此世閒多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長時,帝釋三十三天皆懷歡喜,不能自勝增益諸天衆減損阿須倫衆,地獄拷掠自然休息毒痛不行
018_0419_a_02L또 14일의 재일 때에는 사천왕이 그 태자(太子)를 내려 보내 온 천하를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선행(善行)과 악행(惡行)을 살펴보게 한다.
‘어떤 중생들이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으며 비구승(比丘僧)을 믿는지,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그리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지, 보시를 좋아하고 8관재를 가지며 6정(情)3)을 막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4)을 방제(防除)하는가?’
이런 것들을 관찰하여 만일 중생들이 바른 법을 닦지 않고 부모ㆍ사문ㆍ바라문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그때 태자는 사천왕에게 달려가서 사천왕에게 보고한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석제환인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들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은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자꾸 줄어들고 아수륜의 무리가 점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018_0418_c_14L若十四日齋日之時,遣太子,下察行天下,伺察人民施行善惡,頗有衆生信佛,信法信比丘僧,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好喜布施,持八關齋,閉塞六情,防制五欲設無衆生修五法者,孝順父母沙門婆羅門,爾時,太子白四天王,四天王聞已便懷愁憂,慘然不悅,往至釋提桓因所,以此因緣,具白天帝大王當知今此世閒無有衆生孝順父母婆羅門及尊長者是時,天帝三十三天皆懷愁憂慘然不悅減諸天衆增益阿須倫衆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8관재를 잘 가지면, 그 태자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사천왕에게 가서 보고를 드린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가 많다고 합니다.’
사천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제석의 처소를 찾아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충고하며, 성실하여 속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천제(天帝)와 사천왕, 그리고 삼십삼천은 모두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들은 자꾸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018_0419_a_03L設復衆生有孝順父沙門婆羅門及尊長者,持八關齋,爾時,太子歡喜踊躍,不能自勝,卽往白四天王大王當知今此世閒多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是時,四天王聞此語已,甚懷喜悅,卽往詣釋提桓因所,以此因緣,具白天帝聖王,當知今此世閒,多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長,受三自歸慈心諫諍,誠信不欺時,天帝四王及三十三天,皆懷歡喜,不能自勝增益諸天衆,減損阿須倫衆
비구들아, 꼭 알아야 한다. 15일 날 계율을 해설할 때에는 사천왕이 몸소 내려와서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살펴본다.
‘어떤 중생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가,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8관재와 여래(如來)의 재법(齋法)을 잘 가지는가?’
그리하여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사천왕은 곧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한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중생들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은 모두들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는 자꾸 줄어들고 아수륜의 무리만 점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018_0419_a_14L比丘當知十五日,說戒之時,四天王躬自來下,案行天下,伺察人民,何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好喜布施,持八關齋,如來齋法設無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尊長者,時,四天王便懷愁悒,慘然不悅,往至帝釋所以此因緣,具白天帝大王,當知今此世閒,無有衆生孝順父母婆羅門及諸尊長者是時,釋提桓因三十三天,皆懷愁憂,慘然不悅諸天衆增益阿須倫衆
018_0419_b_02L또 만일 중생들이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8관재를 잘 가지면, 사천왕은 기뻐 뛰며 어쩔 줄 모르면서 곧 제석의 처소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 드린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저 세간에는 부모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어른들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때 석제환인과 사천왕, 그리고 삼십삼천은 모두들 매우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왜냐하면 하늘의 무리들은 자꾸만 늘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니라.”
018_0419_b_02L設復是時,衆生之類有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長,持八關齋,爾時,四天王便懷歡喜踊躍,不能自勝,卽往帝釋所以此因緣,具白天帝大王,當知今此世閒,多有衆生孝順父母沙門婆羅門及諸尊長是時,釋提桓因三十三天及四天王,皆懷歡喜踊躍,不能自勝增益諸天衆,減損阿須倫衆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15일 날 8관재법은 어떻게 가져야 하느냐?”
018_0419_b_10L爾時,世尊告諸比丘云何十五日,持八關齋
이때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바로 모든 법(法)의 왕(王)이시고, 모든 법의 인(印:증명)이십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저희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저희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018_0419_b_12L是時,諸比丘白世尊曰如來是諸法之王,諸法之印,唯願世尊,當爲諸比丘,布演此義,諸比丘聞已,當奉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었다가 잘 생각해 보도록 하라. 나는 꼭 너희들을 위해 자세히 분별하여 해설해 주리라. 비구들아,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매월 8일5)과 14일과 15일에 계(戒)를 해설하고 재(齋)를 가질 때에 사부대중들에게 가거든 이렇게 말하라.
‘나는 오늘 재일(齋日)에 8관재법을 가지고 싶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존자들은 나를 위해 설명해보시오.’
그때 사부대중들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8관재법을 설명할 것이다.
그들은 먼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남자여, 지금 네 성명(姓名)을 말해 보아라.’
018_0419_b_15L世尊告曰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具分別說於是比丘,若有善男子善女人於月十四十五日,說戒持齋時,到四部衆中,當作是語我今齋日,欲持八關齋法,唯願尊者,當與我說之是時,四部之衆當教與說八關齋法,先教作是語善男子當自稱名字
018_0419_c_02L너희가 자기의 이름을 말하면 그 다음에 8관재법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그때 교수(敎授)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사람을 시켜서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게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여래의 재법을 받들어 가지겠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청정한 계를 닦아 모든 나쁜 법을 제거해 버리겠습니다. 몸이 짓는 나쁜 행(行)ㆍ입이 짓는 나쁜 말ㆍ뜻이 짓는 나쁜 생각[念], 즉 몸이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와 뜻이 짓는 세 가지의 모든 나쁜 짓을 이미 지었고 또 장차 지을 것입니다.
혹 탐욕(貪欲) 때문에 짓는 것, 혹은 성냄 때문에 짓는 것, 혹은 어리석음 때문에 짓는 것, 혹은 호족(豪族)이라는 이유 때문에 짓는 것, 혹은 나쁜 벗 때문에 짓는 것, 혹은 현재 세상의 몸과 다음 세상의 몸과 무수(無數)한 몸으로 혹 부처님을 모르고 법을 모르며, 혹은 비구승과 싸우고, 부모와 스승을 죽였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스스로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내어 참회합니다. 계와 법을 의지하여 계행(戒行)을 성취하기 위하여, 여래의 8관재법을 받겠습니다.’
018_0419_b_22L彼已稱名字,便當與說八關齋是時,教授者當教前人,作是語今奉持如來齋法,至明日淸旦,修淸淨戒,除去惡法,若身惡行,口吐惡語意生惡念身三口四意三,諸有惡行,已作當作,或能以貪欲故所造,或能以瞋恚所造,或能以愚癡所造,或能以豪族故造,或能因惡知識所造,或能今身後身無數身,或能不識佛不識法或能鬪比丘僧或能殺害父母諸尊師長,我今自懺悔,不自覆藏,依戒依法成其戒行,受八關如來齋法
어떤 것이 8관재법인가? 진인(眞人:阿羅漢)처럼 마음을 가져, 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죽이지 않고 또한 해칠 생각을 가지지 않으며, 중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나 아무개는 내일 아침까지 재를 가져, 죽이지 않고 해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일체 중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018_0419_c_10L云何爲八關齋法持心如眞人,盡形壽不殺,無有害心,於衆生有慈心之我今字某,持齋至明日淸旦不殺無有害心,有慈心,於一切衆生
또 진인처럼 삿된 생각이 없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고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 아무개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을 하지 않기 위하여,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재를 지니겠습니다.’
018_0419_c_14L如阿羅漢,無有邪念,盡形壽不盜好喜布施,我今字某,盡形壽不盜,自今至明日,持心
또 진인처럼 마음을 가져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일(淫佚)하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이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몸이 향기롭고 깨끗하게 할 것이며, 오늘은 음행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 또한 내 아내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여자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겠으며, 내일 아침까지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018_0419_c_17L如是眞人我今盡形壽,不淫泆無有邪念恒修梵行,身體香潔今日持不淫之戒,亦不念己妻,復不念他女人想,至明日淸旦,無所觸犯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항상 지극히 정성스러워 남을 속이지 않으며, 지금부터 내일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018_0419_c_20L阿羅漢,盡形壽不妄語,恒知至誠,不欺他人,自今至明日,不妄語,我自今以後,不復妄語
018_0420_a_02L또 아라한처럼 술을 마시지 않아서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지켜 범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장차 그와 같이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부처님의 금계를 가져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018_0419_c_23L如阿羅漢,不飮酒,心意不亂,持佛禁戒,無所觸犯,我今亦當如是,自今日至明旦,不復飮酒,持佛禁戒,無所觸犯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齋法)을 부수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음식을 먹되, 조금 먹어도 만족할 줄을 알아 맛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역시 그와 같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을 무너뜨리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음식을 먹되, 적게 먹어도 만족할 줄을 알며, 맛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잘 지키겠습니다.’
018_0420_a_03L如阿羅漢,盡形壽,不壞齋法,恒以時食,少食知足,不著於味,我今亦如是,盡形壽,不壞齋法,恒以時食,少食知足,不著於味從今日至明旦
또 아라한처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다. 높고 넓은 평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金)ㆍ은(銀)ㆍ상아(象牙)로 만든 평상ㆍ뿔로 만든 평상ㆍ부처님의 자리ㆍ벽지불(辟支佛)의 자리ㆍ아라한(阿羅漢)의 자리ㆍ스승님의 자리를 이르는 말이니, 아라한은 이런 여덟 가지 자리에 앉지 않는다.
‘나도 그런 자리에 올라가 앉음으로써 그 자리를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018_0420_a_07L如阿羅漢,恒不在高廣之牀上坐,所謂高廣之牀,金象牙之牀,或角牀佛座辟支佛座阿羅漢座諸尊師座是時,阿羅漢不在此八種座,我亦上坐,不犯此坐
또 아라한처럼 향과 꽃과 연지[脂]와 분(粉)으로 장식하지 않는 것이다.
018_0420_a_11L如阿羅漢,不著香華脂粉之飾,我今亦當如是,盡形壽,不著香華脂粉之好
‘나도 그와 같이 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향과 꽃과 연지와 분으로 몸을 장식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나 아무개는 이런 여덟 가지 일을 여의고 8관재법을 받들어 가지리니, 그 공덕으로 부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이런 공덕으로 인하여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 따위의 여덟 가지 어려움에 들지 않게 하소서. 또 항상 착한 벗[善知識]을 만나고 나쁜 벗[惡知識]을 따라 종사하지 않게 하며, 좋은 부모의 집에 태어나고 불법(佛法)이 없는 변두리 지방에 태어나지 않게 하며, 수명이 긴 천상(天上)에도 태어나지 않게 하고 남의 노비(奴婢)가 되지 않게 하며, 범천(梵天)도 되지 않고 제석천왕(帝釋天王)의 몸도 되지 않게 하며, 전륜성왕(轉輪聖王)도 되지 말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항상 부처님 앞에 태어나서 스스로 부처님을 뵙고 그 법을 들어 모든 감각기관이 어지럽지 않게 하고, 만일 내가 삼승(三乘)의 행(行)을 향해 서원(誓願)을 세우면 빨리 그 도과(道果)를 얻게 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원을 세우느니라.
018_0420_a_13L我今字某,離此八事,奉持八關齋法,不墮三惡趣,持是功德,不入地獄餓鬼畜生八難之中,恒得善知識,莫與惡知識從事,恒得好父母家生,莫生邊地,無佛法處,莫生長壽天上,莫與人作奴婢,莫作梵天,莫作釋身,亦莫作轉,輪聖王恒生佛前,自見佛,自聞法,使諸根不若我誓願向三乘行,速成道果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만일 어떤 우바새(優婆塞)나 우바이(優婆夷)로서 이 8관재법을 가지면, 그 선남자와 선여인은 장차 세 가지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인간 세계나 천상에 태어나거나, 혹은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니라.”
018_0420_a_21L丘,當知若有優婆塞優婆夷持此八關齋法,彼善男子善女人當趣三道,或生人中或生天上或般涅槃
018_0420_b_02L그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 말씀하셨다.

살생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며
음행하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며
술을 피하고 향과 꽃을 멀리 하라.
맛에 집착해 재법을 범하는 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창기(倡伎)가 된다.
018_0420_a_24L爾時,世尊便說此偈
不殺亦不盜
不淫不妄語
避酒遠香花
著味犯齋者
歌儛作倡伎

아라한처럼 버리기를 배우고
이제 8관재를 가져서
밤낮으로 그것을 잊지 않으면
거기는 나고 죽는 고통 없으리.
018_0420_b_04L學捨如羅漢
今持八關齋
晝夜不忘失
不有生死苦

다시는 돌아 나올 기약이 없으리니
사랑하는 이들과 모이지 말고
미워하는 이들과 만나지 말라.
018_0420_b_05L無有周旋期
莫與恩愛集
亦莫怨憎會

원컨대 이 몸[五陰]의 괴로움과
온갖 병과 나고 죽는 고통 없애고
열반에 들어 모든 근심 없으리니
나는 이제 스스로 귀의하노라.
018_0420_b_06L願滅五陰苦
諸痛生死惱
涅槃無諸患
我今自歸之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지켜 모든 괴로움을 여의고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이나, 온갖 번뇌[漏]를 없애고 열반(涅槃)에 들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모든 방편(方便)을 구하여 8관재법을 성취(成就)하도록 노력하여라.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족히 귀하다 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천상의 즐거움[快樂]은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위없는 복(福)을 얻으려고 하거든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재법(齋法)을 성취하도록 하라.
018_0420_b_08L是故,諸比丘,若有善男子善女人欲持八關齋,離諸苦者,得善處者,欲得盡諸漏,入涅槃城者,當求方便,成此八關齋法所以然者,人中榮位不足爲貴,天上快樂不可稱計,若善男子善女人欲求無上之福者,當求方便,成此齋法
나는 이제 거듭 부탁하나니,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성취하여 사천왕천(四天王天)6)에 태어나기를 구하면 그는 곧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사람은 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은 이치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족히 귀하다고 할 것이 없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를 가지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즉 염천(艶天)에도 태어나고, 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도 태어나서 마침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사람의 소원은 모두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018_0420_b_15L我今重告勅汝若有善男子善女人成八關齋者,欲求生四天王上,亦獲此願,持戒之人,所願者得,我以是故而說此義耳人中榮位不足爲貴若善男子善女人持八關齋者,身壞命終,生善處天上,亦生豔天兜術天化自在天他化自在天,終不有虛所以然者,以其持戒之人,所願者得
018_0420_c_02L모든 비구들아, 나는 이제 거듭 너희들에게 부탁(付託)하나니,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욕계천(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나 색계천(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무색계천(無色界天)에 태어나고자 하더라도 또한 그 소원은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018_0420_b_23L諸比丘,我今重告汝若有男子女人持八關齋者,生欲天者,生色天者,亦成其願何以故爾以其持戒之人,所願者得,若復善男子善女人持八關齋,欲得生無色天者,亦果其願
비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8관재법을 가지면 네 가지 성(姓)7)의 집안에 태어나고자 하더라도 다 태어날 수 있을 것이요, 1방(方)의 천자 또는 2방ㆍ3방ㆍ4방의 천자가 되려고 해도 또한 그 소원을 다 이룰 수 있을 것이요, 전륜성왕이 되려고 하여도 그 소원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를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성문(聲聞)이 되고 연각(緣覺)이나 부처가 되려고 하여도 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5계와 10선행(善行)은 어떤 소원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
모든 비구들아, 만일 도(道)를 이루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018_0420_c_04L比丘,當知若善男子善女人持八關齋者,欲生四姓家者,亦復得生又善男子善女人持八關齋人,欲求作一方天子,二方三方四方天子,亦獲其欲求作轉輪聖王者,亦獲其願以然者,以其持戒之人,所願者得善男子善女人欲求作聲聞緣覺乘者,悉成其願吾今成佛,由其持戒,五戒十善,無願不獲諸比丘,若欲成其道者,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20_c_14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7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20_c_15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20_c_16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세상에서 세 가지 일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재 세상에서 믿음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재물8)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현재 세상에서 범행을 가지면 그런 선남자와 선여인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현재 세상에서 세 가지 일을 가지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018_0420_c_17L爾時世尊告諸比丘有三事現在前,爾時,善男子善女人獲福無量云何爲三信現在前,善男子善女人獲福無量若財現在前,爾時,善男子善女人獲福無量若復持梵行現在前,爾時,善男子善女人獲福無量是謂比丘,有此三事現在前,獲福無量
018_0421_a_02L그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믿음ㆍ재물ㆍ범행은 얻기 어려운 것
계를 가지는 이만이 받아 가질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깨달아 알고 나서
지혜로운 사람은 수시로 보시 행한다.
018_0420_c_23L時,世尊便說此偈
信財梵難得
受者持戒人
覺此三事已
智者隨時施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함을 얻고
모든 하늘들도 보호해 주나니
그는 거기에서 스스로 즐기면서
다섯 가지 욕락에 만족할 줄 모른다.
018_0421_a_03L長夜獲安隱
諸天恒扶將
在彼自娛樂
五欲無厭足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라면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해야 할 것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21_a_04L以是諸比丘,若善男子善女人當求方便,成此三法如是諸比丘,當作是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8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21_a_07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심성(拘深城)9)의 구사라원(瞿師羅園)10) 동산에 계셨다.
018_0421_a_08L一時,佛在拘深城瞿師羅園
그때 거기에는 구심(拘深)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여 온갖 악행(惡行)을 저지르고 얼굴을 맞닥뜨리고 말을 하며, 때로는 칼이나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그 비구의 처소에 가셔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부디 싸우지 말고 서로 시비(是非)하지 말라.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서로 화합(和合)해야 한다. 한 스승을 섬기는 제자들로서 물과 젖처럼 그래야 하겠거늘 왜 그렇게 서로 싸우느냐?”
018_0421_a_09L爾時拘深比丘恒好鬪訟,犯諸惡行,面相談說,或時刀杖相加爾時,世尊淸旦,往詣彼比丘所,到已,世尊告彼比丘汝等比丘,愼莫鬪訟,莫相是諸比丘當共和合,共一師侶,同一水乳,何爲鬪訟
구심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저도 지금 그런 이치를 스스로 생각하고 지나온 일들에 대하여 저의 허물이 있음을 잘 알고 있나이다.”
018_0421_a_14L爾時,拘深比丘白世尊曰唯願世尊,勿憂此事我當自慮此理如此過狀,自識其罪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희들은 임금을 위해 도를 닦느냐, 아니면 그 누구를 두려워하여 도를 닦느냐, 그도 아니면 세상이 험하기 때문에 도를 닦느냐?”
018_0421_a_16L世尊告曰汝等云何爲王種作道,爲畏恐故作道,爲以世儉故作道耶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18_0421_a_18L諸比丘對曰非也,世尊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나고 죽음을 여의고 싶어서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구하여 그 도를 닦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5음(陰)으로 이루어진 몸은 진실로 영원히 보전하기가 어려우니라.”
018_0421_a_19L世尊告曰云何比丘,汝等豈非欲離生死,求無爲道故,作道乎然五陰之身實不可保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이 저희 족성(族姓)의 집안 자제들이 출가하여 도를 닦는 까닭은 함이 없는 도를 구해 5음으로 이루어진 이 몸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018_0421_a_21L諸比丘對曰世尊,如世尊教,我等族姓子所以出家學道者,以求無爲道,滅五陰身,是以學道
018_0421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이제부터는 도를 닦으면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 주먹으로 서로 가격하지도 말고 얼굴을 맞닥뜨리고 시비하지도 말며, 서로 대하여 욕설도 하지 말라.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행(行)을 성취하여 같은 스승에게서 똑같이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반드시 이 여섯 가지 법을 실천하고 몸과 입과 뜻으로도 이 행을 실천하고 온갖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공양해야 하느니라.”
018_0421_a_24L世尊告曰諸比丘,不應作道,而復鬪諍,手拳相加,面相是非,惡聲相向汝等當應成就此行,共同一法,共一師受亦當行此六種之法,亦當行此身意行,亦當行此供養諸梵行者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저희들의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018_0421_b_06L諸比丘對曰此是我等事,世尊勿足慮此事
그때 세존께서 구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가?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너희들은 왜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느냐? 너희들은 이제 ‘여래께서는 이 일에 대하여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스스로 그 삿된 소견의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018_0421_b_07L爾時,世尊告拘深比云何愚人,汝等不信如來語乎語如來勿慮此事然汝等自當受此邪見之報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이 사위성(舍衛城)에 장수(長壽)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총명하고 슬기로워 모르는 일이 없었고 더구나 칼 쓰는 솜씨가 매우 능숙했다. 그러나 보물이 모자라 창고를 채운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재물은 점점 줄어들었으며, 네 가지 군사도 그리 많지 않았고, 대신들도 자꾸만 줄어들었다.
그때 바라내국(婆羅㮈國)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용맹스럽기 짝이 없었고 굳세고 건장하여 모두를 항복 받지 못한 이가 없었고, 돈과 재물, 그리고 7보가 창고에 가득했으며, 네 부류의 군사들도 또한 모자람이 없었으며, 대신들도 수없이 많았다.
018_0421_b_10L爾時,世尊重告彼比丘曰過去久遠,此舍衛城中,有王,名曰長壽,王聰明黠慧,無事不知然善明刀劍之法,又乏寶物,諸藏無充,財貨減少,四部之兵亦復不多,臣佐之屬亦復減少當於爾時,婆羅捺國,有王,名梵摩達,勇猛剛健,靡不降伏錢財七寶,悉皆滿藏,四部之兵亦復不乏,臣佐具足
그때 범마달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장수왕(長壽王)은 도와주는 신하들도 없고 재물도 모자라며 게다가 보물도 없다. 나는 이제 가서 그 나라를 공격하리라.’
018_0421_b_18L爾時,梵摩達王便作是念長壽王無有臣佐,又乏財貨,無有珍寶,我今可往攻罰其國
018_0421_c_02L그때 범마달왕은 곧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공격했다.
그때 장수왕은 범마달왕이 군사를 일으켜 자기 나라를 공격해 온다는 말을 듣고 곧 계책을 세웠다.
‘나는 지금 비록 7보와 재물, 그리고 대신들과 네 가지 군사가 하나도 없고, 저 왕은 비록 온갖 군사들이 많지만, 나는 오늘 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충분히 저 백천 군사들을 무너뜨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다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세상의 영화를 위해 영원한 죄를 지을 수는 없다. 나는 차라리 지금 이 성을 내주고 다른 나라로 가서 살지언정 저들과 싸우지 않으리라.’
018_0421_b_20L爾時,梵摩達王卽便興兵,往罰其國爾時,長壽王聞興兵攻罰其國,卽設方計我今雖無七寶之財,臣佐之屬,四部之兵,彼王雖復多諸兵衆,如我今日,一夫之力,足能壞彼百千之衆,殺害衆生,不可稱計,不可以一世之榮,作永世之罪,我今可出此城,更在他國,使無鬪
그때 장수왕은 대신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첫째 부인과 단 한 사람만을 데리고 사위성(舍衛城)을 나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사위성 안에 있던 대신들은 장수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곧 범마달왕에게 사신[信使]을 보내 이렇게 말하라고 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우리나라로 오십시오. 지금 장수왕은 어디로 갔는지 그가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범마왕은 가시국(迦尸國)11)으로 가서 그 나라를 다스렸다.
018_0421_c_05L爾時,長壽王不語臣佐,將第一夫人,及將一人,出舍衛城,入深山中時,舍衛城中臣佐人民,以不見長壽王,便遣信使,往詣梵摩達王所,而作是說唯願大王,來至此土,今長壽王莫知所在是時,梵摩達王來至迦尸國中,而自治化
그때 장수왕의 둘째 부인(夫人)은 아이를 배어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다. 그때 부인은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이러했다.
‘사위성에서 아이를 낳았다. 해가 뜰 때에 네 부류의 군사가 모두 손에 다섯 자쯤 되는 칼을 들고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혼자서 아이를 낳는데도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꿈을 꾸고 깨어나 그 사실을 장수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부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있소. 무슨 인연으로 저 사위성에서 아이를 낳겠소. 당신이 지금 아이를 낳고자 하면 사슴처럼 그렇게 낳을 것이오.’
부인이 말하였다.
‘만일 제가 그렇게 낳지 못하면 바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때 장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그날 밤에 옷을 갈아입고 아무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서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018_0421_c_11L然長壽王有二夫人,皆懷妊,臨欲在產是時,夫人自夢都市中生,又日初,出四部之兵,手執五尺刀,各共圍繞,而獨自產,無有佐見已,便自驚覺以此因緣,白長壽王告夫人曰我今在此深山之中,何緣乃當在舍衛城內,在都市中產汝今欲生者,當如鹿生是時,夫人設我不得如此產者,正爾,取死時,長壽王聞此語已,卽於其夜,更改衣服,不將人衆,入舍衛城
018_0422_a_02L그때 장수왕에게는 한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선화(善華)라고 하였다. 그는 조그만 일이 있어서 성을 나오다가, 성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보았다. 저 선화라는 대신은 왕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왕을 버려두고 가버렸다. 그는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면서 되돌아갔다. 그때 장수왕은 곧 그를 좇아가다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에 이르러 말하였다.
‘제발 소문을 내지 말라.’
대신이 대답하였다.
‘예, 대왕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대왕께서는 무슨 하교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장수왕이 말하였다.
‘나의 옛 은혜를 기억하거든 곧 그것을 되돌려 갚아야 할 것이다.’
018_0421_c_21L時,長壽王有一大臣,名曰善華,甚相愛念有小事緣出城,而見長壽王入城時,彼善華大臣熟視王已,便捨而去,嘆息墮淚,復道而行時,長壽王便逐彼大臣,將在屛處,而語言愼莫出口大臣對如大王教,不審,明王,有何教勅壽王曰憶我舊恩,便有反復
그때 신하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무슨 분부이던 다 시키시면 제가 마땅히 그대로 하겠습니다.’
장수왕이 말하였다.
‘내 아내가 어젯밤 꿈에 이 성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네 부류의 군사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매우 단정한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만일 꿈대로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레 안에 반드시 죽고 말 것이다.’
대신이 대답하였다.
‘제가 이제 왕의 명령대로 그 일을 감당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떠나갔다.
018_0422_a_05L時,臣對大王,有教令,我當辦之長壽王曰我夫人者昨夜夢,在市中產,又有四部之兵,而見圍遶,生一男兒,極自端正,若不如夢產者,七日之中,當取命大臣報曰我令堪辦此事,如王來作此語已,各捨而去
그때 그 대신은 즉시 범마달왕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레 안으로 대왕의 군사들 중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차병(車病)ㆍ보병(步兵)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범마달왕이 곧 곁에 있는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즉시 가장 뛰어난 군사들을 재촉하여 선화의 말대로 하라.’
그때 선화 대신은 이레 안에 곧 군사들을 모아 사위성에 배치해 놓았다. 이때 저 부인은 이레 안에 그 도시 안으로 왔다. 그때 선화 대신은 멀리서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어지신 부인이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018_0422_a_11L是時,大臣便往至梵摩達王所,到已,而作是說日之中意欲觀看大王軍衆象兵馬車兵步兵竟爲多少是時,梵摩達勅左右曰時催上兵衆,如善華語是時,善華大臣七日之中,卽集兵衆,在舍衛都市中是時,彼夫人七日之中,來在都市中時,善華大臣遙見夫人來,便作是說善來賢女,今正是時
018_0422_b_02L그때 그 부인은 네 부류의 군사들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좌우 신하들에게 명(命)하여 큰 장막을 치게 하였다. 부인은 해가 뜰 때가 되어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단정하기가 세상에 보기 드물었다. 부인은 아기를 안고 산 속으로 돌아갔다. 장수왕은 멀리서 아기를 안고 오는 부인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 아이의 수명(壽命)이 길게 해 주십시오.’
부인이 왕에게 아뢰었다.
‘바라건대 왕께서는 아기의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왕은 곧 그 아이의 이름을 장생(長生)이라고 지었다.
018_0422_a_19L爾時,夫人見四部兵衆已,便懷歡喜,勅左右人施張大幔時,夫人日初出時,便生男兒,端政無雙,世之希有時,夫人抱兒,還詣山中時長壽王遙見夫人抱兒而來,便作是語使兒老壽,受命無極夫人白王願王,當與立字時,王卽以立字,名曰長生
장생 태자의 나이 여덟 살 때에 부왕(父王) 장수는 조그만 일이 있어 사위성에 들어갔다.
그때 장수왕의 옛날 신하 겁비(劫比)는 성(城)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만나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뚫어지게 보고 나서는, 곧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은 너무 방일(放逸)하십니다. 지금 장수왕이 이 성에 와 있습니다.’
그러자 왕은 매우 성을 내면서 곧 좌우 신하들에 명하여 장수왕을 잡아오라고 하였다.
018_0422_b_03L時,長生太子年向八歲,父王長壽有小因緣,入舍衛城爾時,長壽王昔臣劫比見王入城,從頭至足,而熟觀視,見已,便往至梵摩達王所,到已,而作是說大王,極爲放逸長壽王者今在此城時,王瞋恚,勅左右人,催收捕長壽王
그때 측근 신하들은 겁비를 데리고 가서 동서(東西)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 그때 겁비는 멀리서 장수왕을 보고 곧 눈으로 가리키며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그들은 곧 그 앞에 나아가 장수왕을 잡아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장수왕이 잡혔다는 말을 들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018_0422_b_09L是時,左右大臣將此劫比,東西求索時,劫比遙見長壽王,便目示語大臣曰此是長壽王卽前收捕,至梵摩達王所,到已,白言大王長壽王者,此人身是國中人民悉皆聞知捉得長壽王身
그때 그 부인도 장수왕이 범마왕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대왕과 함께 목숨을 같이하리라.’
그때 부인은 그 태자를 데리고 사위성으로 들어가면서 부인은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네 살길을 찾도록 해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부인은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왕은 멀리서 그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즉시 대신들에게 명하여 부인과 장수왕을 끌고 네거리에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라고 하였다.
그때 모든 대신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장수왕과 그 부인의 몸을 뒤로 묶어 가지고 사위성을 돌면서 온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보게 하였다. 그때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누구나 마음이 아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8_0422_b_14L時,夫人亦復聞長壽王爲梵摩達所捉得聞已,便作是念我今復用活爲寧共大王一時同命是時,夫人卽將太子,入舍衛城,夫人語太子曰汝今更求活處時,長生太子聞已,默然不語時,夫人徑往至梵摩達王所王遙見來,歡喜踊躍,不能自勝,卽勅大臣,將此夫人及長壽王,至四衢道頭,分作四分時,諸大臣受王教令,將長壽王及夫人身皆取返縛,遶舍衛城,使萬民見爾時,人民之類莫不痛心
018_0422_c_02L그때 장생 태자가 그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기의 부모를 끌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다가 끌고 가서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도 그는 얼굴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 장수왕은 장생 태자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너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
그리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018_0422_c_02L時,長生太子在大衆中,見將父母,詣市取殺,顏色不變時長壽王還顧告長生曰汝莫見長,亦莫見短爾時,便說此偈
怨怨不休息
自古有此法
無怨能勝怨
此法終不朽

이때 대신들이 서로 말했다.
‘저 장수왕은 매우 어리석다. 장생 태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들의 앞에서 저 왕은 태자에게 이런 게송을 외우는 것일까?’
그때 장수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지 않다. 다만 이 가운데서 지혜로운 사람만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내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이 백만(百萬) 무리들을 쳐부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렇게 하면 이 중생들이 수없이 죽어갈 것이다. 내 한 몸 때문에 여러 세상 동안에 죄를 받을 수는 없다. 원한을 갚으면 원한은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옛날부터 있어온 법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길 수 있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018_0422_c_07L是時,諸臣自相謂曰此長壽王極爲惑長生太子竟是何人,在我等前而說此偈時,長壽王告諸臣曰我不愚惑,但其中智者,乃明吾語耳諸賢,當知以我一夫之力,足能壞此百萬之衆我復作是念此衆生類死者難數,不可以我一身之故歷世受罪怨怨不休息,自古有此法,無怨能勝怨,此法終不朽
그때 그 모든 신하들은 장수왕과 그 부인을 네거리로 끌고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고, 그대로 버려 둔 채 제각기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장생 태자는 해질 무렵에 나무와 풀을 주워 모아 부모를 화장하고 떠나갔다.
018_0422_c_16L時,彼諸臣將長壽王及夫身到四衢道頭,分作四分,卽而捨去,各還所在時,長生太子向暮,收拾薪草耶維父母而去
그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樓] 위에 올라가 멀리서 어린아이가 장수왕과 그 부인을 화장하는 것을 보고 측근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저 애는 틀림없이 장수왕의 친척일 것이다. 너희들은 어서 가서 저 아이를 잡아오너라.’
그때 모든 신하들이 미처 그를 잡으러 가기 전에 그 아이는 벌써 달아났다.
018_0422_c_19L爾時梵摩達王在高樓上,遙見有小兒耶維長壽王及夫人身,見已勅左右曰此必是長壽王親里,汝催收捉來時,諸臣民卽往詣彼,未到之頃,兒已走去
018_0423_a_02L 장생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범마왕은 우리 부모를 죽였고, 또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내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리라.’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를 잘 타는 스승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거문고 타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물었다.
‘지금 너의 성(姓)은 무엇이며, 부모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가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저는 본래 이 사위성에 살았었는데, 우리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말하였다.
‘거문고 타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배우도록 해라.’
018_0422_c_23L時,長生太子便作是念此梵摩達王殺我父母,又住我國中,我今當報父母之怨時,長生太子便往至彈琴師所,到已,便作是說我今欲學彈琴時,琴師問今汝姓誰,父母爲所在小兒對曰我無父母,我本住此舍衛城中,父母早死琴師報曰欲學者,便學之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를 배웠다. 장생 태자는 본래 총명(聰明)하여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때 장생 태자는 거문고를 안고 범마달왕의 처소에 있는 코끼리 외양간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혼자 거문고를 타면서 또 청아한 노래를 불렀다.
그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 위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곁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코끼리 외양간에서 혼자서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저렇게 놀고 있는가?’
신하가 대답하였다.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아이가 혼자서 거문고를 타면서 저렇게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습니다.’
그때 왕이 시자(侍者)에게 말하였다.
018_0423_a_07L比丘,當知爾時,長生太子便學彈琴歌曲時,長生太子素自聰明,未經數日便能彈琴歌曲,無事不知是時,長生太子,抱琴詣梵摩達王所,在象廏中,非人之時,而獨彈琴,竝復淸歌爾時,梵摩達王在高樓上,聞彈琴歌曲之聲,便問勅左右人曰此何人在象廏中,而獨彈琴歌戲臣佐報曰此舍衛城中有小兒而獨彈琴歌戲
‘너는 저 아이에게 명하여 여기 와서 놀게 하여라. 내가 저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때 그 시자는 곧 아이를 불러 왕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였다. 범마달왕이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어제 밤에 저 코끼리의 외양간에서 거문고를 탔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범마달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곁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보아라. 내가 너에게 의복과 음식을 대주리라.’
018_0423_a_16L時王告侍者曰可約勅使此小兒來在此戲,吾欲見之時彼使人喚此小兒來至王所是時,梵摩達王問小兒汝昨夜,在象廏中,彈琴乎對曰如是,大王梵摩達汝今可在吾側,彈琴歌儛,我當供給衣被飯食
018_0423_b_02L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장생 태자는 범마달의 앞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 솜씨는 매우 절묘하였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범마달왕은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너는 나를 위해 내 보물창고를 지키도록 하여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왕의 분부를 받은 뒤로 한 번도 실수가 없었으며, 그는 항상 왕의 뜻을 따라 먼저 웃어 보이고 뒤에 말하되 늘 왕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곤 하였다.
그때 범마달왕이 다시 명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사람됨이 매우 총명하다. 나는 다시 너에게 명한다. 너는 이 궁중 안의 일을 모두 책임지고 알아서 처리하라.’
그때 장생 태자는 궁중 안에 있으면서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부르는 법을 모든 기녀들에게 가르치고, 또 코끼리 타는 법과 말 타는 기술을 가르치는 등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것이 없었다.
018_0423_a_22L比丘,當知爾時,長生太子在梵摩達前,彈琴歌儛,極爲精妙時,梵摩達王聞此琴音,極懷歡喜,便告長生太子當與吾守藏珍寶時,長生太子受王教勅,未曾有失,恒隨王意,先笑後語,恒認王意爾時,梵摩達王復告勅曰善哉,善哉汝今作人極爲聰明,今復勅汝宮內可否,汝斯知之是時長生太子在內宮中以此琴音,教諸妓女,亦復使乘象馬妓術,無事不知
그때 범마달은 공원 관사에 나가 서로 즐기면서 놀고 싶어서 장생을 명하여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정비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생 태자는 곧 왕의 분부를 받고 곧 깃털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고, 금(金)과 은(銀)으로 만든 안장(鞍裝)과 굴레를 코끼리에게 씌워 수레를 장식하였다. 그는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왕은 때를 아소서.’
범마달왕은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타고 장생을 시켜 수레를 몰게 하고, 네 부류의 군대를 거느리고 갔다.
018_0423_b_09L是時梵摩達意欲出遊園館共相娛樂,卽勅長生,催駕寶羽之車時,長生太子卽受王教,令尋駕寶羽之車,被象金銀鞍勒,還來白王嚴駕已辦,王知是時梵摩達王乘寶羽之車,使長生御之,及將四部兵衆
장생 태자가 수레를 몰고 앞서 가면서 늘 대중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물었다.
‘지금 군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장생이 대답하였다.
‘신은 군사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잠깐 멈추어라. 내가 지금 몹시 피로하여 조금 쉬고 싶다.’
그때 장생 태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왕을 쉬게 하였다. 그 당시는 군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018_0423_b_14L時,長生太子御車引導,恒離大衆時,梵摩達王問長生太子曰今日軍衆斯爲所在長生對曰臣亦不知軍衆所在時王告曰可小停住吾體疲極,欲小止息時,長生太子卽自停住,使王懈息比頃,軍衆未
018_0423_c_02L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범마달왕은 곧 장생 태자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었다. 장생 태자는 왕이 잠든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이제 저 왕의 목숨을 끊어놓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에 나에게 타이르기를 〈장생아, 너는 꼭 알아야 한다. 남의 장점(長點)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短點)도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018_0423_b_20L比丘,當知爾時,梵摩達王卽枕太子長生膝上睡眠時,長生太子以見王眠,便作是念此王於我極是大怨又取我父母殺之,加住我國界,今不報怨者,何時當報怨我今斷其命根時,長生太子右手自拔劍,左手摸王然復作是念我父臨欲命終時,而告我言長生,當知亦莫見長,亦莫見短,加說此偈
怨怨不休息
自古有此法
無怨能勝怨
此法終不朽

내 이제 이 원수를 용서해야 하겠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곧 칼을 도로 꽂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바로 이 원수의 목숨을 끊을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야만 원수를 갚는 것이 된다.’
그때 다시 부왕(父王)께서 당부하셨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너 장생아, 너는 부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
또 부왕의 이런 분부도 생각났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 법은 있어온 것이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이렇게 당부하셨으니 나는 지금 이 원한을 버려야 하겠다. 그리고는 곧 칼을 도로 꽂았다.
018_0423_c_07L我今捨此怨,卽還內劍如是再三作是念此王於我極是大怨又取我父母殺之,加住我界,今不報怨者,何日當剋我今正爾,斷此命根,乃名爲報怨是時,復作憶念汝長生,亦莫見長,亦莫見短,父王有是教勅,怨怨不休息自古有此法無怨能勝怨此法終不朽我今可捨此怨,卽還內劍
그때 범마달왕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자기를 잡아 죽이려고 하는 꿈을 꾸고 몹시 놀라 이내 잠에서 깨었다.
장생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그렇게 놀라 깨셨습니까?’
범마달왕이 대답하였다.
‘좀 전에 내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에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칼을 빼어 나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 때문에 놀라 깨었다.’
018_0423_c_15L時,王梵摩達夢見長壽王兒長生太子,欲取我殺卽便恐懼,尋時得覺時,長生太子曰大王何故驚起乃至於斯梵摩達曰向者睡眠,夢見長壽王兒長生太子拔劍欲取吾殺是故驚耳
018_0424_a_02L그러자 장생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왕은 내가 장생 태자인 줄 이미 알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오른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고 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이다. 왕은 곧 나의 큰 원수이다. 내 부모를 죽이고 우리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갚겠는가?’
그러자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내 목숨은 네 손 안에 있다. 부디 용서하여 내 목숨을 살려다오.’
장생이 대답하였다.
‘내가 왕을 용서하여 살려 줄 수는 있겠지만 왕은 내 목숨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왕이 장생에게 말하였다.
‘제발 나를 살려 다오. 내가 결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때 장생 태자와 왕은 서로 목숨을 살려 주고 끝내 서로 해치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018_0423_c_20L是時,長生太子便作是念今此王已知我是長生太子,卽右手拔劍,左手捉髮,而語王曰我今正是長壽王兒長生太然王是我大怨又取我父母殺,加住我國界,今不報怨,何日當剋時,梵摩達王卽向長生而作是說我今命在汝手,願垂原捨,得全生命長生報我可活王,然王不全我命王報長唯願垂濟,吾終不取汝殺是時,長生太子與王共作言誓俱共相濟命者,終不相害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장생 태자는 왕을 살려 주었다.
그러자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원하건대 태자야, 나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자. 어서 보배 깃털로 만들어진 수레를 준비하여 국내로 돌아가자.’
그러자 태자는 수레를 준비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보배 깃털로 만들어진 수레를 타고, 사위성으로 돌아왔다.
018_0424_a_08L比丘,當知爾時,長生太子卽活王命是時梵摩達王語長生太子言願太子,還與我嚴駕寶羽之車,還詣國界是時,太子卽嚴駕寶羽之車,二人共乘,徑來至舍衛城
그때 범마달왕은 곧 여러 신하를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그대들이 장수왕의 아들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 중의 어떤 대신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마땅히 수족(手足)을 끊어버리겠습니다.’
다른 한 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마땅히 그의 몸을 세 동강으로 내겠습니다.’
또 다른 한 대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마땅히 잡아 죽이겠습니다.’
이때 장생 태자는 왕의 곁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장차 다가올 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범마달왕은 직접 장생 태자를 붙잡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이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이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대들은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장생 태자는 내 목숨을 살려 주었으므로 나도 또한 이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이 왕과 태자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며 매우 특이한 일이다. 능히 원수에 대해서 원수를 갚지 않는구나.’
018_0424_a_12L時,王梵摩達卽集群臣,而作是說卿等見長壽王兒,欲取何爲其中或有大臣而作是說當斷手足或有言當分身三段,或有言當取殺之是時,長生太子在王側坐,正身正意思惟來言時,梵摩達王躬自手捉長生太子,語諸人言此是長壽王兒長生太子,此人身是卿等勿得復有語敢有所說所以然者,長生太子見活吾命,吾亦活此人命時,諸群臣聞此語已,歎未曾有此王太子甚奇,甚特及能於怨而不報怨
018_0424_b_02L그때 범마달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너는 충분히 나를 죽일 수 있었는데, 왜 나를 놓아주고 죽이지 않았느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장생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잘 들으십시오. 부왕(父王)께서 임종하실 때에 저에게 말하기를 〈너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라고 하셨고, 또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 원한은 쉬지 않는다. 이 법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많은 신하들은 그 태자의 부왕이 말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서로 수군거렸습니다.
〈이 왕의 말은 현혹하는 말이다. 장생이란 어떤 사람인가?〉
그러자 장수왕은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은 나의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므로 나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의 목숨을 살려준 것입니다.’
범마달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그가 한 일이 매우 기특하다 하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능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령을 지켜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018_0424_a_24L時,梵摩達王問長生曰應取我殺,何故見放,復不殺之將有何因緣,今願聞之長生對曰大王,善聽,父王臨欲命終之時,而作是說今亦莫見長,亦莫見短又作是語怨不休息,自古有此法,無怨能勝怨,此法終不朽是時,群臣聞父王此語,皆相謂言此狂惑多,有所說,長生者竟是何人長壽王對曰卿等當知其中有智之人,乃明此語耳憶父王此語已,是故全王命根耳梵摩達王聞此語已,甚奇所作,歎未曾有乃能守亡父教勅,不有所墮
그때 범마달왕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말한 이치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제 나를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라.’
장생 태자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잘 들으십시오.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범마달왕께서 장수왕을 잡아 죽였을 때에, 만일 장수왕에게 본래부터 아주 친한 신하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다시 왕을 죽일 것입니다. 또 만일 범마달왕의 신하가 있다면 그들은 또 장수왕의 신하들을 죽일 것이니, 이것을 일러 원한과 원한은 마침내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원한을 끊어버리려면 오직 남에게 원한을 갚지 않는 것뿐입니다. 나는 지금 이런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왕을 해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때 범마달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왕태자는 매우 총명하여 충분히 그런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다.’
018_0424_b_13L時,梵摩達王語太子曰汝今所說之義,吾猶不解今可與吾說其義,使得意解時,長生太子對大王,善聽,我當說之梵摩達王取長壽王殺,設復長壽王本所有群臣極有親者,亦當取王殺之,設復梵摩達王所有臣佐復當取長壽王臣佐殺之是謂怨怨終不斷絕欲使怨斷者,唯有無報人,我今觀此義已,是故不害王也是時,梵摩達王聞此語已,甚懷踊躍,不能自勝此王太子極爲聰明,乃能廣演其義
018_0424_c_02L그때 범마달왕은 곧 장생 태자를 향해 이렇게 참회(懺悔)하였다.
‘장수왕을 죽인 것은 내 죄이다.’
그리고는 천관(天冠)을 벗어서 장생에게 주어 쓰게 하고 다시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는, 사위국과 그 나라 백성들을 모두 되돌려주어 장생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왕은 곧 바라내(波羅㮈)로 돌아가 그 나라를 다스렸다.
018_0424_b_24L時,王梵摩達卽向懺悔是我罪過,而取長壽王殺卽自脫天冠,與長生使著復加嫁女,還付舍衛國土人民,尋付長生使領,王還波羅柰治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옛날의 모든 왕들에게는 이런 떳떳한 법이 있어서, 비록 나라를 두고 다투는 일이 있었어도 오히려 서로 참고 견디어 해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하물며 너희 비구들은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은 마음을 버려야 하겠거늘, 이제 다시 서로 다투어 화순(和順)하지 않고 저마다 서로들 참을 줄을 모르며 참회하여 고치지 않는구나.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이치를 보고 싸움이란 옳지 못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동일한 스승의 제자요, 물과 젖과 똑같은 처지이다. 부디 서로 싸우지 말라.”
018_0424_c_05L比丘,當知然古昔諸王有此常法,雖有此諍國之法,猶相堪忍不相傷害,況汝等比丘,以信堅固,出家學道,捨貪欲瞋恚愚癡心,今復諍競,不相和順,各不相忍,而不懺改諸比丘,當以此因緣,知鬪非其宜,然同一師,侶,共一水乳,勿共鬪訟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싸움이 없고 다툼이 없이
자애로운 마음으로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일체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을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는 것이니라.
018_0424_c_11L爾時,世尊便說此偈
無鬪無有諍
慈心愍一切
無患於一切
諸佛所歎譽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인욕(忍辱)을 수행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24_c_14L是故諸比丘,當修行忍辱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구심(拘深)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저희들이 꼭 알아야 할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그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그를 버려두고 발기국(跋耆國)으로 떠나가셨다.
018_0424_c_16L是時,拘深比丘白世尊曰唯願世尊,勿慮此事,我等自當分明此法世尊雖有此語,其事不然是時,世尊便捨而去詣跋耆國
018_0425_a_02L그때 발기국에는 세 족성자(族姓子)가 있었으니, 아나율(阿那律)ㆍ난제(難提)ㆍ금비라(金毗羅)였다. 그 족성자들은 함께 규칙을 정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걸식(乞食)하러 나가면 그 뒤에 남아 머물러있는 사람은 물을 뿌려 땅을 쓸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등 무슨 일이든지 하나도 빠짐없이 하고, 밥을 얻어 오는 사람은 머물러 있던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먹되, 넉넉하면 좋겠지만 좀 모자라면 마음대로 가기로 하고, 만약 남은 것이 있으면 그릇에 담아 다른데 버리기로 하였다. 또 만일 맨 마지막에 밥을 빌어 오는 이가 있어 풍족하면 좋겠지만 좀 모자라면 그릇에 있는 밥을 가져다가 발우에 채워두자고 하였다.
그때 곧 물병을 가져다가 한 곳에 두기로 하고 또 날마다 집을 소제하기로 하였다. 다시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묘한 법을 생각하자고 하였다. 그들은 또 끝내 서로 이야기하지 말고 각기 잠자코 있기로 하였다.
018_0424_c_19L爾時,跋耆國中有三族姓子,阿那律難提金毘羅然彼族姓子共作制限,其有出乞食者,後住者便掃灑地使淨,事事不其得食來者,分與使食,足者則善,不足者隨意所如有遺餘者,瀉著器中,便捨而去若復最後乞食來者,足者則善,不足者便取器中,食而自著鉢爾時,便取水甁,更著一處,卽當一日掃除房舍復更在閑靜之處,正身正意,繫念在前,思惟妙法然復彼人終不共語,各自寂然
그때 존자 아나율이 탐욕(貪欲)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 번째 선정에서 놀았다. 그때 난제와 금비라도 아나율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곧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 번째 선정에서 놀았다. 만일 또 존자 아나율이 두 번째 선정, 세 번째 선정, 네 번째 선정을 생각하면, 그때 존자 난제와 금비라도 두 번째 선정, 세 번째 선정, 네 번째 선정을 생각하였다.
또 만일 존자 아나율이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를 생각하면, 존자(尊者) 난제도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를 생각하였다. 만일 또 존자 아나율이 멸진정(滅盡定)12)을 생각하면, 존자 난제와 금비라도 멸진정을 생각하였다. 그들은 이와 같은 모든 법(法)들을 다 생각하였다.
018_0425_a_07L爾時,尊者阿那律思惟欲不淨想,念恃喜安,而遊初是時,難提金毘羅知阿那律心中所念,亦復思惟欲不淨想,念恃喜安,而遊初禪若復尊者阿那律思惟二三禪四禪,爾時,尊者難提金毘羅,亦復思惟二禪三禪四禪若復尊者阿那律思惟空處識處不用處有想無想處,是時,尊者難提亦復思惟空處不用處有想無想處若復尊者阿那律思惟滅盡定,爾時,尊者難提亦復思惟滅盡定如此諸法,諸賢思惟此法
그때 세존께서는 사자원(師子園)으로 가셨다. 그때 동산을 지키던 사람은 멀리서 세존이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沙門)께서는 이 동산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왜냐하면 이 동산에는 세 족성자가 있소. 그들의 이름은 아나율ㆍ난제ㆍ금비라입니다. 부디 시끄럽게 굴지 마시오.”
018_0425_a_19L爾時,世尊往師子國中爾時守國人遙見世尊來,便作是說沙門勿來入國中所以然者,此國中有三族姓子,名阿那律難提金毘羅,愼莫觸
018_0425_b_02L그때 존자 아나율은 깨끗한 천안(天眼)과 청정한 천이통(天耳通)으로, 동산지기가 세존에게 그런 말을 하여 세존을 동산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들었다. 존자 아나율이 곧 밖으로 나아가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막지 말아라. 세존께서 지금 여기 오시고 계신다.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뵙고 싶다.”
018_0425_a_23L是時,尊者阿那律以天眼淸淨及天耳,通聞守國人與世尊作如是說使世尊不得入國是時,尊者阿那律卽出告守門人曰勿遮世尊今來欲至此看
그때 아나율이 곧 안으로 들어가 금비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오시오. 세존께서 지금 문 밖에 와 계십니다.”
그러자 존자 세 사람은 곧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제각기 칭송하며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존자 아나율은 앞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우를 받고, 존자 난제는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펴고 존자 금비라는 물을 가져다 세존의 발을 씻어드렸다.
018_0425_b_04L是時,尊者阿那律尋入告金毘羅曰速來,世尊今在門外是時,尊者三人卽從三昧起,往至世尊所,到已,頭面禮足,在一面住,各自稱言善來,世尊尊者阿那律前取世尊鉢,尊者難提前敷座,尊者金毘羅取水與世尊洗足
그때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세 사람은 이곳에 있으면서 서로 화합(和合)하여 다른 생각이 없고 걸식도 마음대로 잘 되느냐?”
018_0425_b_10L爾時,世尊告阿那律曰汝等三人在此和合,無有他念,乞食如意
아나율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걸식하기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왜냐 하오면, 만일 제가 첫 번째 선정을 생각하면 난제와 금비라도 첫 번째 선정을 생각하고, 만일 제가 두 번째ㆍ세 번째ㆍ네 번째 선정과,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와 멸진삼매를 생각하면, 그때 난제와 금비라도 또한 첫 번째 선정ㆍ두 번째ㆍ세 번째ㆍ네 번째 선정과, 공처ㆍ식처ㆍ불용처ㆍ유상무상처와 멸진삼매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런 법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018_0425_b_12L阿那律曰如是世尊,乞食不以爲所以然者,若我思惟初禪時,爾時,難提金毘羅亦復思惟初禪若我思惟二禪三禪四禪空處識處不用處想無想處滅盡三昧,爾時,難提金毘羅亦復思惟二禪三禪四禪空處識處用處有想無想處滅盡定如是世尊,我等思惟此法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너희들은 혹 그때에도 또한 상인(上人)의 법을 얻느냐?”
018_0425_b_19L世尊告曰善哉,善哉那律,汝爲頗有是時,更得上人法乎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시 상인의 법을 얻습니다.”
018_0425_b_20L阿那律報曰如是世尊,我等更得上人法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상인의 법이냐?”
世尊告曰何者是上人之法
018_0425_c_02L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이러한 묘한 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상인의 법입니다. 또 저희들은 자애로운 마음을 1방에 두루 채우고, 다시 2방ㆍ3방ㆍ4방ㆍ4유(維ㆍ상하까지도 또한 그렇게 하며, 일체 중생 모두에게까지 자애로운 마음을 두루 채워 수없이 많고 한량없이 많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고 있습니다. 다시 가엾이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보호하는 마음을 1방에 두루 채우고, 2방ㆍ3방ㆍ4방ㆍ4유ㆍ상하에까지도 그렇게 하며 스스로 유희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일러 ‘저희들이 다시 상인의 법을 얻었다’라고 말합니다.”
018_0425_b_22L那律曰有此妙法出上人法上,若復我等以慈心遍滿一方,二方三方方亦復如是,四維上下,亦復如是,一切中一切,以慈心遍滿其中,無數無限不可稱計,而自遊戲復以悲心喜心護心,遍滿一方,二方三方四方,亦復如是,四維上下,而自遊戲是謂世尊,我等更得此上人之法
그때 존자 난제와 금비라가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느 날 그대에게 가서 그런 이치를 물었기에 지금 세존의 앞에서 스스로 그렇게 말하십니까?”
018_0425_c_07L爾時,尊者難提金毘羅語阿那律曰我等何日至汝許問此義乎今在世尊前而自稱說
아나율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예전에 나에게 와서 그 이치를 물은 일이 없다. 다만 모든 하늘이 나에게 와서 그 이치를 말하였다. 그런 까닭에 나는 세존의 앞에서 그 이치를 말하였을 뿐이다. 다만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그대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대들도 그 삼매를 얻었기 때문에 세존의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을 뿐이다.”
018_0425_c_10L阿那律曰汝等亦未曾至我許而問此義,但諸天來至我所,而說此義,是故在世尊前,而說此義耳但我長夜之中,知諸賢心意,然諸賢得此三昧故,在世尊前,說此語耳
이 법을 말할 때에 장수(長壽) 대장(大將)이 세존께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장수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오늘 이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습니까?”
018_0425_c_14L時說此法時,長壽大將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是時,長壽大將白世尊曰今日世尊與此諸人而說法
이때 세존께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사실들을 장수 대장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셨다.
018_0425_c_18L是時,世尊以此因緣,具向長壽大將說之
그때 대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발기국은 통쾌하게도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이 아나율ㆍ난제ㆍ금비라, 세 족성자가 스스로 놀면서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018_0425_c_19L是時,大將白世尊曰跋耆大國快得大利,有此三族姓子而自遊化,阿那律難提金毘羅
018_0426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장이여. 네 말과 같다. 발기국은 대단한 이익을 얻었다. 발기국은 고사하고 마갈타(摩竭陀)도 유쾌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다. 그것은 곧 이 세 족성자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마갈타 대국(大國)의 백성들로서 이 세 족성자를 잘 기억한다면 언제나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장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현(縣)ㆍ읍(邑)ㆍ성곽(城郭) 안에 이 세 족성자가 있으면 그 성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족성자가 태어난 집도 큰 이익을 얻을 것이요, 나아가서는 이 거룩한 사람을 낳은 부모들이나 다섯 친척들까지도 만약 이 세 사람을 기억하면 역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또 하늘ㆍ용ㆍ귀신들도 이 세 족성자를 기억하면 아주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아라한을 찬탄하여 말하면 그것은 또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고,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이 없고 어리석음이 없으며 성냄이 없는 사람을 찬탄하면 그 또한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복밭[福田]을 찬탄하면 그 또한 이 세 사람을 찬탄하는 것이다.
나는 3아승기겁(阿僧祇劫) 동안 부지런히 애써 위없는 도[無上道]를 성취하여, 이 세 사람으로 하여금 이 법을 이루게 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대장이여, 마땅히 이 세 족성자에 대하여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대장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25_c_21L世尊告曰是大將,如汝所言,跋耆大國快得善且捨跋耆大國,摩竭大國快得善利,乃有此三族姓子,若當摩竭大國人民之類憶此三族姓子,便長夜獲安隱大將,當知若縣邑城郭,有此三族姓子者,彼城郭之中人民之類長夜獲安隱此三族姓子所生之家亦獲大利,乃能生此上尊之人彼父母種親族,若當憶此三人者,亦獲大利若復天鬼神憶此三族姓子者,亦獲大利若有人歎說阿羅漢者,亦當歎說此三人,若有人歎說無貪欲,無愚癡,無瞋恚者,亦當歎說此三人若有人歎說此福田者,亦當歎說此三人如我於三阿僧祇劫,所行懃苦,成無上道,使此三人成此法義是故大將,當於此三族姓子,起歡喜心如是大將,當作是學
그때 대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26_a_16L爾時,大將聞世尊所說,歡喜奉行

[ 9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26_a_17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26_a_18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결사(結使:번뇌)가 있어서 중생들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身見]과 계율에 대한 그릇된 소견[戒禁取見]과 의심[疑]을 일컫는 말이니라.
018_0426_a_19L爾時,世尊告諸比丘有三結使,繫縛衆生,不能從此岸至彼岸云何爲三所謂身邪戒盜
저 어떤 것을 몸에 대한 그릇된 번뇌[邪結]라고 하는가? 몸이 곧 나라고 헤아려 나라는 생각을 내고, 중생(衆生)이라는 생각을 가져 명(命)이 있고, 수(壽)가 있으며, 사람이 있고 사부(士夫)가 있으며, 인연이 있고 집착함이 있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일러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의 결박이라고 하느니라.
018_0426_a_21L彼云何名爲身邪所謂計身有我,生吾我之想,有衆生想,有命,有壽,有人,有士夫,有緣,有著,是謂名爲身邪之結
018_0426_b_02L저 어떤 것을 의심의 번뇌[疑結]라고 하는가? ‘나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나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 생(生)이 있는가, 생이 없는가? 나라고 하는 것ㆍ남이라고 하는 것ㆍ수명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나라고 하는 것ㆍ남이라고 하는 것ㆍ수명이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 부모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부모라고 하는 것이 없는가? 금생(今生)과 후생(後生)이 있는가, 금생과 후생이 없는가?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이 있는가, 사문과 바라문이 없는가? 세상에 아라한이 있는가, 세상에 아라한이 없는가? 증득한 이가 있는가, 증득한 이가 없는가?’라고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일러 의심의 번뇌라고 하느니라.
018_0426_a_24L云何名爲疑結所謂有我耶無我耶有生耶生耶有我壽命耶無我壽命耶有父母耶無父母耶有今世後世耶今世後世耶有沙門婆羅門耶無沙婆羅門耶世有阿羅漢耶世無阿羅漢耶有得證者耶無得證者耶謂名爲疑結
저 어떤 것을 계(戒)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나는 장차 이 계를 지킴으로써 큰 족성의 집안에 태어나고, 장자(長者)의 집안에 태어나며, 바라문의 집안에 태어나고, 혹은 천상(天上)이나 여러 신(神)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계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라고 하느니라.
018_0426_b_08L彼云何名爲戒盜結謂戒盜者,我當以此戒,生大姓家,生長者家,生婆羅門家,若生天上及諸神中,是謂名爲戒盜結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3결사(結使)가 있어서 중생들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두 마리 소가 한 멍에 속에서 끝내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이 중생들도 다 그와 같아서 3결사에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느니라.
018_0426_b_11L是謂比丘,有此三結,繫縛衆生,不能從此岸至彼岸猶如兩牛同一軛,終不相離,此衆生類亦復如是,三結所繫,不能得從此岸至彼岸
어떤 것이 이 언덕이며, 어떤 것이 저 언덕인가? 이 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 바로 그것이요, 저 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 사라져 없어진 것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3결(結)이 중생을 얽어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3결을 없애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26_b_15L云何此岸,云何彼岸所謂此岸者,身邪是彼岸者,所謂身邪滅是是謂比丘,三結繫縛衆生,不能從此岸至彼岸是故諸比丘,當求方便,滅此三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26_b_1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26_b_20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26_b_2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삼매(三昧)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공삼매(空三昧)ㆍ무원삼매(無願三昧ㆍ무상삼매(無想三昧:無相三昧)이다.
018_0426_b_22L爾時,世尊告諸比丘此三三昧,云何爲三空三昧無願三昧無想三
018_0426_c_02L어떤 것을 공삼매라고 하는가? 공(空)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은 다 공허(空虛)한 것이라고 관(觀)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공삼매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무상삼매라고 하는가? 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에서 상이라는 생각이 없으며 또한 그렇게 볼만한 것도 없다고 관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무상삼매라고 말한다.
018_0426_b_24L彼云何名爲空三昧所謂空者,觀一切諸法皆悉空虛,是謂名爲空三彼云何名爲無想三昧所謂無想者,於一切諸法都無想念,亦不可見,是謂名爲無想三昧
어떤 것을 무원삼매라고 하는가? 무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법에서 구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무원삼매라고 말한다.
018_0426_c_05L云何名爲無願三昧所謂無願者,於一切諸法,亦不願求,是謂名爲無願三昧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이 세 가지 삼매를 얻지 못하면, 오래도록 나고 죽음에 있으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아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삼매를 얻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26_c_07L如是比丘,有不得此三三昧,久在生死,不能自覺寤如是諸比丘,當求方便,得此三三昧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당기[幢]ㆍ비사(毗舍)ㆍ법왕(法王)과
구묵(瞿黙)과 신통의 교화[神足化]와
재계(齋戒)ㆍ현재전(現在前)과
장수(長壽)ㆍ결(結)ㆍ삼매(三昧)에 대해 설하셨다.
018_0426_c_10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毘沙法王
瞿默神足
齋戒現在前
長壽三昧
增壹阿含經卷第十六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또는 8재계(齋戒ㆍ8계재(戒齋)ㆍ8계(戒)라고 쓰기도 한다. 속가에 있는 사람이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지키는 계율. 중생을 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먹지 말라, 꽃다발을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를 연주하거나 가서 구경하지 말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말라, 때 아닐 때 먹지 말라는 8가지인데, 이 중 여덟 번째는 재(齋)이고 나머지는 계(戒)이다.
  2. 2)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하며, 자애로운 마음[慈]ㆍ불쌍히 여기는 마음[悲]ㆍ기뻐하는 마음[喜]ㆍ평정한 마음[捨]을 말한다.
  3. 3)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을 말한다. 구역(舊譯)에서는 6정(情)이라고 하였고, 신역(新譯)에서는 6근(根)이라고 하였는데, 근(根)에는 정식(情識)이 있기 때문에 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4. 4)빛깔[色]ㆍ소리[聲]ㆍ향기[香]ㆍ맛[味]ㆍ감촉[觸]의 다섯 경계에 더러워져서 생겨나는 다섯 가지 정욕(情欲)을 말한다.
  5. 5)고려대장경에는 8일이 없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8일 14일 15일로 되어 있다”고 하므로 역자가 보입하여 번역하였다.
  6. 6)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천(天)자가 없다. 다만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왕(王)자 아래 천(天)자가 더 있다”고 하므로 이에 의거하여 ‘천’자를 붙여 넣었다.
  7. 7)첫째 바라문(婆羅門)이니 또는 범지(梵志)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정행(淨行)이라고 한다. 승려(僧侶)나 학자(學者)의 계급(階級)으로 4성 중 최상위(最上位)이다. 둘째 찰제리(刹帝利)이니 또는 찰리(刹利)라고 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전주(田主)라고 한다. 국왕(國王)이나 무사(武士)의 계급이다. 셋째 폐사(吠舍)이니 또는 폐사(吠舍)라고 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상고(商賈)라고 하며, 평민 계급이다. 넷째 수다라(首陀羅)이니 또는 전다라(旃陀羅)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농인(農人)이라고 하는데, 노예(奴隸)의 계급이다.
  8. 8)이 소경과 상응하는 Aṇguttara Nikāya, 3. 41. sammukhi에서는 믿음saddhā, 보시물deyyadhamma, 공양 받을 만한 사람(dakkhiṇeyya, 福田)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 내용에 비춰 볼 때, 여기에서 말하는 재물은 보시물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9. 9)팔리어로는 Kosambī라고 한다. 또는 교상미(憍賞彌) 혹은 구섬미(拘睒彌)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부정(不靜)이라고 한다. 고대 인도 16대국 중의 하나이다.
  10. 10)팔리어로는 Ghositārāma라고 한다. 번역하여 미음정사(美音精舍)라고도 하는데, 이는 구사라 장자가 석존(釋尊)께 보시한 원림(園林)이다.
  11. 11)팔리어로는 Kāsī라고 한다. 또는 가이(迦夷)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광유체(光有體)ㆍ노위(蘆葦)라고 한다. 중인도(中印度)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대(古代) 인도 16대국의 하나이다.
  12. 12)범어 nirodha-samāpatta의 번역. 멸수상정(滅受相定)이라고도 하고, 멸진삼매(滅盡三昧)라고도 한다. 심(心)과 심소(心所)를 모두 단절한 선정으로서 무상정(無想定)과 더불어 이무심정(二無心定)의 하나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