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산(山)ㆍ강(江)ㆍ석벽(石壁)ㆍ온갖 풀과 다섯 가지 곡식은 모두 땅을 의지해서 자라나고 큰다. 그러나 땅은 가장 높고 최상(最上)이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착한 도인 37도품(道品)1)의 법이 다 방일(放逸)하지 않은 땅에 머물러 모든 착한 법을 거기에서 자라나게 한다.
그래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意斷)2)을 닦고 또 4의단을 닦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그것은 비구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弊惡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으며, 항상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이 항상 떠나지 않으며, 그것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서 많아지게 하며 잃어버리지 않고 원만하게 갖추어 닦아 수행하고 마음과 뜻에 잊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4의단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33_c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조그만 나라의 왕과 여러 큰 나라의 왕들이 다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와서 붙어 가까이한다. 전륜성왕은 거기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아서 37도품법(道品法 가운데에서 방일(放逸)하지 않는 법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4의단(正斷)을 닦는다.
이에 비구들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고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항상 멀리 떠나지 않고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을 닦느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곧 비구는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은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그것은 곧 비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늘려 많아지게 하며 끝까지 잃지 않고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4의단을 닦는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4의단을 닦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이 세간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가 있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워지는 이가 있으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어둡지만 나중에도 어두운 이가 있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밝고 나중에도 밝은 사람이 있습니다.
018_0434_b_02L저 어떤 자들을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인, 전다라(旃陀羅)종ㆍ담인종(噉人種)ㆍ공사종(工師種)이나 혹은 음일(淫佚)한 집안에 태어났으면서 혹은 눈이 없거나, 혹은 손발이 없거나, 혹은 발가벗거나 맨발이거나, 혹은 모든 감각기관이 다 어지러운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몸과 입으로 착한 법을 행(行)하고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합니다. 그는 또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이나 모든 어른[尊長]들을 보면 항상 기억하고 예(禮)를 올리며, 맞아들이고 배웅함에 있어서 때를 놓치지 않으며, 먼저 웃음을 띠고 나중에 말하며, 수시(隨時)로 일용품을 공급해줍니다. 또 어느 때든지 걸식하는 사람ㆍ사문ㆍ바라문ㆍ나그네ㆍ가난한 이들을 보았을 때에는 돈이나 재물이 있으면 곧 베풀어 주고, 만일 재물이 없으면 곧 장자의 집으로 가서 빌어다가 보시하곤 합니다. 또 저 보시하는 이를 보면 곧 도리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는 몸으로 착한 법을 행하고 입으로 착한 법을 행하며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의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됩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땅에서 평상에 오르고 평상에서 말을 타며, 말에서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에서 강당(講堂)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제 ‘이 사람은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사람을 일러 먼저는 어둡다가도 나중에는 밝아지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018_0434_c_02L저 어떤 자들을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큰 종족의 집안인, 찰리종(刹利種)ㆍ장자종(長者種)ㆍ바라문종(婆羅門種)에 태어납니다. 그는 재물도 넉넉하고 보물도 많아 금(金)ㆍ은(銀)ㆍ진보(珍寶)ㆍ자거(車)𤦲ㆍ마노(馬瑙)ㆍ수정(水精)ㆍ유리(琉璃)ㆍ종복(從僕ㆍ노비(奴婢) 등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코끼리ㆍ말ㆍ돼지ㆍ염소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 사람은 얼굴 모양이 단정(端正)하여 도화색(桃花色)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항상 삿된 소견[邪見]을 가져 치우친 견해와 서로 호응합니다. 그는 곧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으며 전생의 사람이 보시한 바도 없으며, 또한 선(善)한 행도 없고 악(惡)한 행도 없으며,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라는 것도 없으며, 도를 얻는 이도 없고 세상에는 존경할 만한 아라한(阿羅漢)이나 금세와 후세에서 증득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며 공경(恭敬)하는 마음이 없고, 혹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기쁘거나 즐겁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행(行)이 고르지 못합니다. 그는 이미 행한 일이 법답지 않으므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떨어집니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으로부터 코끼리에 이르고 코끼리로부터 말에 이르며, 말로부터 평상에 이르고 평상으로부터 땅에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말하기를 ‘이 사람은 이와 같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런 사람을 일러 ‘먼저는 밝다가도 나중에는 어두워지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018_0435_a_02L저 어떤 자들을 먼저도 어둡고 나중에도 어두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인, 전다라의 집,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집, 혹은 지극히 빈궁(貧窮)한 집에 태어납니다. 혹 또 어떤 때에는 불구자(不具者)로서 얼굴이 추악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은 항상 삿된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주장합니다. ‘금세와 후세라는 것은 없는 것이며, 사문이나 바라문도 없으며, 또한 도(道)를 얻는 자도 없고 존경할 만한 아라한도 없으며, 금세와 후세에서 증득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면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또 사람이 와서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行)이 평등(平等)하지 않고, 성인(聖人)을 비방(誹謗)하며 3존(尊)을 헐뜯습니다. 그는 자기도 이미 보시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매우 성을 내곤 합니다. 그는 성냄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고 불 속에서 불 속으로 가며 지혜를 버리고 어리석음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말하기를 ‘이 사람은 먼저도 어두웠고 나중에도 어두울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을 일러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는 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 어떤 자들을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이르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부호(富豪) 종족(種族)의 집안인, 찰리의 종족이나 국왕(國王)의 집안이나 혹은 대신의 집안에 태어나서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다 그는 안색(顔色)도 단정하여 도화색(桃花色)과 같고, 또 저 사람은 항상 바른 견해를 가져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습니다. 그는 이러한 바른 소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시(布施)도 있고 복(福)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고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있으며, 금세와 후세라는 것도 있고 사문이나 바라문도 있다.’ 그래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얼굴빛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가지며, 자기 자신도 직접 보시하지만 다른 사람을 권해 보시하게 하기도 하며, 보시하는 날에는 마음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그는 몸으로 착한 일을 행하고 입으로는 착한 말만을 하며 뜻으로도 착한 일을 행하여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과 같이 좋은 곳에 태어납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으로부터 강당으로 이르고 궁전(宮殿)으로부터 궁전으로 이르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말하기를 ‘이 사람은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이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이 세간에 네 종류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마땅히 먼저도 밝고 나중에도 밝은 것을 배우고,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두운 것은 배우지 않아야만 합니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018_0435_b_16L“是故大王,當學先明而後明,莫學先明而後闇。如是大王,當作是學。”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35_b_18L爾時,波斯匿王聞佛所說,歡喜奉行。
[ 6 ]8)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35_b_19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35_b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조금 뒤에 다시 두 손으로 여래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발등에 입을 맞추고 이렇게 아뢰었다. “천존(天尊)의 몸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되었습니까? 몸이 너무나 느슨해지셨습니다. 여래(如來)의 몸이 이전과 많이 다르옵니다.”
018_0435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지금 여래의 몸은 피부와 살이 다 많이 느슨해졌다. 오늘의 이 몸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대개 몸을 받으면 질병으로 핍박(逼迫)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병이 든 중생은 병으로 핍박을 받고, 죽음에 처한 중생은 죽음의 핍박을 받는 법이다. 지금 여래는 이미 늙었다. 내 나이 이미 80이 넘었느니라.”
이때 아난이 그 말을 듣고 슬피 흐느껴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늙음이 이르러 이 지경이 되었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가지시고 사위성에 가서 걸식(乞食)하시다가 세존께서 점점 바사닉왕의 집 가까이에 이르게 되셨다. 마침 그때 바사닉왕의 문 앞에는 낡아 부서진 수레 수십 대가 한쪽에 버려진 채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금 본 저 수레들도 옛날에는 매우 정밀하고 미묘했었다.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낡고 부서져 다시는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바깥 물건도 오히려 낡고 부서지거늘 하물며 마음이겠느냐?”
비록 백 년 동안 오래 산다 하여도 마침내는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이런 근심과 괴로움을 면할 길 없어 모두 다 이 한 길로 돌아가리라.
018_0435_c_22L雖當壽百歲, 皆當歸於死,
無免此患苦, 盡當歸此道。
안으로 이 몸뚱이가 지닌 모든 것 죽음의 핍박을 받는 것처럼 밖으로 저 모든 4대(大) 모두 본래 없었던 데로 돌아간다.
018_0435_c_23L如內身所有,
爲死之所驅, 外諸四大者, 悉趣於本無。
018_0436_a_02L 그러므로 죽음이 없는 것을 구하려 하면 오직 이 열반의 길만 있을 뿐이다. 그것엔 남도 없고 죽음도 없어
이런 모든 현상들 아무것도 없다네.
018_0435_c_24L是故求無死, 唯有涅槃耳, 彼無死無生,
都無此諸行。
그때 세존께서는 곧 바사닉왕의 자리에 앉으셨다.
018_0436_a_03L爾時,世尊卽就波斯匿王坐。
바사닉왕은 세존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공양하였다. 왕은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것을 보고 조그만 자리를 가지고 와서 세존의 앞에 앉아서 아뢰었다. “어떠하십니까?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몸은 다 금강(金剛)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몸도 장차 늙음ㆍ병ㆍ죽음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여래에게도 그러한 남ㆍ늙음ㆍ병ㆍ죽음이 있습니다. 나도 사람의 수(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은 진정(眞淨:淨飯)이시고, 어머니의 이름은 마야(摩耶)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종족(種族)으로 태어났습니다.”
별 중에는 달이 가장 위가 되고 광명 가운데에는 해가 제일 먼저이다. 8방과 상ㆍ하와 또 중간은 이 세계가 싣고 있나니.
018_0436_a_18L衆星月爲上, 光明日爲先,
八方上下中, 世界之所載。
하늘과 세간의 사람들 중에 저 여래가 가장 높나니 그 복록(福祿)을 구하려 하거든 마땅히 부처님에게 공양하여라.
018_0436_a_19L天及世人民,
如來最爲尊, 其欲求福祿, 當供養三佛。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기원정사(祇洹精舍)로 돌아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018_0436_a_20L是時,世尊說此偈已,便從座起而去,還祇洹精舍,就座而坐。
018_0436_b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네 가지 법이 있는데, 이 법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젊은 나이가 세간에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병들어 아픈 것이 없는 것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수명(壽命)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은애(恩愛)의 덩어리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느니라.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이 있어 세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다시 네 가지 법이 있는데, 그것은 세간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젊은 나이가 때로 늙고 병들면 세간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또 병이 없다가도 사람이 나중에 병을 얻으면 세간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으며, 수명을 얻었다가 나중에 죽으면 세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고, 은애가 모였다가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세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은 세간과 함께 돌고 돈다’고 한 것이다. 저 하늘이나 세간 사람들, 그리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이나 모든 불세존(佛世尊)에 이르기까지도 다 이 법을 함께 가졌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간에 네 가지 법이 있어 세간과 함께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이다.
또 만일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그때는 곧 나고 죽음에 유전(流轉)하면서 다섯 갈래 세계를 두루 돌아다닐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현성(賢聖)의 계(戒)ㆍ현성의 삼매(三昧)ㆍ현성의 지혜(智慧)ㆍ현성의 해탈(解脫)이다. 비구들아, 이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위의 네 가지 법[四法:生ㆍ老ㆍ病ㆍ死]을 받을 것이다. 나나 너희들은 이 성현(聖賢)의 네 가지 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근본을 끊고 다시는 후생에 몸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여래의 몸은 쇠하고 늙었다. 마땅히 이 쇠모(衰耗)하는 과보를 받아야 한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히 고요한 열반(涅槃)을 구해야 하고, 은애하는 이와 헤어짐에 있어서 무상(無常)한 것이고 변하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436_c_02L그때 바사닉왕이 곧 보좌하는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라. 사위성을 나가 지강당(地講堂)을 구경하리라.”
그때 바사닉왕의 어머니는 수명이 매우 쇠(衰)하고 늙었는지라, 그때 나이 백 살에 가까웠다. 왕은 매우 존중하고 공경하여 늘 생각하던 터라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바사닉왕의 곁에 불사밀(不奢蜜)이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다. 그의 뛰어난 재주는 세간을 뒤덮었고, 세간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중(尊重)하였다. 그때 그 대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바사닉왕의 어머니는 나이가 백 살이 가까웠다. 오늘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만일 지금 이 말을 듣는다면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하여 음식도 먹지 못하고 중병(重病)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방편(方便)을 써서 왕으로 하여금 근심하거나 또한 병에 걸리지 않게 하리라.’
그때 대신들은 곧 5백 마리 흰 코끼리에 수레를 메워 장엄(莊嚴)하고, 또 5백 마리 말에 수레를 메워 장엄하였으며, 5백 명 보병에다가 5백 명의 기녀를 꾸미게 하고, 5백 명의 노모(老母)ㆍ5백 명의 바라문ㆍ5백 명의 사문ㆍ5백 벌의 의상(衣裳)ㆍ5백 가지 보배를 장엄하고 또 죽은 사람들을 위해 좋고 큰 관(棺)을 만들었는데, 그 채색(彩色) 그림이 지극히 아름다웠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창기(倡伎)들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게 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이 장엄한 광경을 지으며 사위성을 나섰다.
그러자 불사밀이 말하였다. “이 사위성에 살고 있는 어떤 장자의 어머니가 죽었는데, 저것은 바로 그 장례 행렬입니다.”
018_0436_c_19L時,不奢蜜曰:“此舍衛城中有長者母無常,是彼之具。”
그때 왕이 다시 물었다. “저 온갖 코끼리와 말이 끄는 수레는 또 무엇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018_0436_c_21L時,王復告曰:“此諸象馬車乘復用爲?”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이 5백 명 할머니들을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갖다 바쳐 죽은 이의 목숨을 대신하려는 것입니다.”
018_0436_c_22L大臣報曰:“此五百,老母者用奉上閻羅王,持用贖命。”
018_0437_a_02L왕은 곧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것은 미련한 사람들이 하는 법이다.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려운 것이거늘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비유하면 마치 마갈어(摩竭魚)11)의 입 속에 든 사람을 구해 내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염라대왕의 앞에 끌려간 사람을 구해 내려 한들 어찌 그렇게 될 수 있겠느냐?”
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어머님이 돌아가셨기에 성 밖에서 장례를 치르고, 그 까닭을 여쭈어보려고 세존께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세간에 살아 계실 때에 계를 지키고 정진(精進)하면서 항상 착한 법만을 구하다가 나이 백 세가 가까워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문에 세존을 찾아왔습니다. 만일 제가 지금 코끼리를 가지고 어머님의 목숨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코끼리를 가지고 살 것이요, 또 말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말로써 대신할 것이며, 만일 수레로써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수레로 대신할 것이요, 금ㆍ은 따위의 보배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금ㆍ은 따위의 보배로 대신할 것이며, 따르는 노비와 나라나 성(城)으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성과 나라로 대신할 것이요, 가시국 안의 백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가시국의 백성들로 목숨을 대신하여 내 어머니가 목숨을 마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018_0437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일체 중생들은 다 죽음으로 돌아가게 마련이오. 일체 것은 다 바뀌고 변하는 법으로서 아무리 바뀌고 변하지 않게 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그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사람의 몸은 마치 눈덩이와 같아서 반드시 부서지는 데로 돌아갈 것이요, 또 그것은 흙덩이와 같아서 반드시 부서져서 오래 보존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 그것은 아지랑이[野馬]와 같아서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한 것이요, 또 그것은 텅 빈 주먹으로 어린애를 속이는 것과 같은 것이니. 그런 까닭에 대왕은 이 몸을 믿지도 말고 근심하지도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 네 가지 두려움이 이 몸에 닥치면 그것은 막아 보호할 수 없습니다. 말ㆍ주술ㆍ약초ㆍ부적으로도 그것을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늙음이 젊음을 부수어 아름다움을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병으로서 건강을 부수는 것이며, 셋째는 죽음으로써 목숨의 뿌리를 부수는 것이요, 넷째는 유상(有常)한 물건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은 막아 보호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힘으로 항복 받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유하면 마치 사방에 있는 네 개의 커다란 산이 사방으로부터 와서 중생을 짓누르면 그것을 힘으로 물리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견고(堅固)하지 않은 물건은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께서는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왕도 오래지 않아 나고 죽는 바다로 가게 될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과 같이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지만 법이 아닌 것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떨어질 것이오. 그런 까닭에 대왕이시여,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대왕이시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럴 때입니다.” 바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났다.
018_0437_c_24L世尊告曰:“宜知是時。”波斯匿王卽從坐起,頭面禮足,便退而去。
018_0438_a_02L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438_a_02L爾時,波斯匿王聞佛所說,歡喜奉行。
[ 8 ]12)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438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438_a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단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들 중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모든 세간의 사람들 중에서 나 혼자만이 유독 높다. 나는 지금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을 스스로 알았고, 사부대중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로 일체 모든 행은 다 무상(無常)한 것임을 나는 이제 알았다. 그래서 사부대중들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둘째로 일체 모든 행(行)은 괴롭다는 것, 셋째로 일체 모든 행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넷째로 열반은 휴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모두 알았고 사부대중들과 천상ㆍ인간 세계에서 증득하였다. 비구들아, 이것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이다. 그런 이유로 천상과 인간에서 혼자 높게 된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라열성(羅閱城)으로 가셔서 여름 안거[夏坐]를 지내려고 하였다. 사리불(舍利弗)과 천 2백 50명의 제자들도 라열성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여름 안거를 마치고는 장차 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다.
018_0438_b_02L세존께서 모든 비구들과 사리불ㆍ목건련을 데리고 라열성의 가란타죽원에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1,250명의 제자들이 너희들을 위해 여기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이제 곧 열반하게 되어 있다. 어떠냐? 사리불아, 그대는 비구들을 위해 묘(妙)한 법을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나는 지금 등이 아파 조금 쉬고자 한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비구들은 사리불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018_0438_b_11L諸比丘對曰:“如是。”是時,諸比丘從舍利弗受教。
018_0438_c_02L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그 4변재인가? 내가 증득한 4변재는, 첫째가 의변(義辯)이니, 나는 이로 말미암아 법변(法辯)을 증득하였고, 이 법변으로 말미암아 응변(應辯)을 증득하였으며, 응변으로 말미암아 자변(自辯)을 증득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그 이치를 자세히 해설하리니, 만일 사부대중들 중에 의심나는 사람이 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 뜻을 물으십시오. 또 여러분이 만일 4禪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4等心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물으십시오. 내가 설명해 주겠습니다. 또 여러분이 만일 4의단(意斷), 4신족(神足), 4의지(意止), 4성제(聖諦)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그 뜻을 물으시오. 내가 그것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지금 묻지 않으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 나에게는 지금 세존(世尊)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이 가지고 계신 심오한 법과 행하신 일들이 있소.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시오. 내가 설명해 주리니 뒷날 후회하지 말도록 하시오.”
이때 존자 대목건련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려 하였다. 그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범지(梵志)들이 멀리서 목련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사람은 사문 구담(瞿曇)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들은 저 사람을 에워싸고 때려죽이자.’
이때 대목건련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게 해 놓고는 나를 버려 둔 채 떠나가 버렸다. 지금 나는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산으로 돌아갈 기운조차 없다. 내 이제 신통의 힘을 이용해서 정사(精舍)로 돌아가리라.’ 그는 곧 신통을 부려 정사로 돌아가 사리불을 찾아가서 한쪽에 앉아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지은 업은 매우 깊고 무겁소. 그 과보를 받기 위해 끝내 피하지 않았습니다. 공중에서 그 과보를 받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온몸의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와서 하직인사를 하고 저 반열반에 들려고 합니다.”
018_0439_a_02L사리불이 말하였다.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이 4신족(神足)을 닦고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생각에 겁(劫) 동안 머무르고 싶으면 그 겁이 지나도록 열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 겁 동안 머무르지 않고 반열반(般涅槃)을 하려고 합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만일 비구와 비구니로서 4신족을 닦은 사람은 목숨을 겁(劫) 동안 머무르게 하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만 여래께서 겁을 머무르게 하여 머물러 계실 수만 있으시겠다면 나도 겁 동안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중생들은 수명(壽命)이 매우 짧습니다. 또 나는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몸에 고통이 너무 심해 반열반에 들고만 싶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을 더 지내지 않는가?”
018_0439_a_17L是時,世尊告舍利弗:“汝今何故不住一劫乃過一劫?”
이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친히 세존께 들었고 또 직접 스스로 받들어 받았습니다. ‘중생들은 받은 목숨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도 백 년을 지나지 못한다.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마땅히 여래의 목숨도 짧은 것이다.’ 만일 장차 여래께서 1겁 동안 목숨을 머물러 계신다고 하신다면 저도 마땅히 1겁 동안 목숨을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018_0439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의 말과 같이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 그러나 또 이런 일은 의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과거 머나먼 아승기겁(阿僧祇劫)에 선념서원(善念誓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8만 살로서 중간에 요절(夭折)해 죽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 선념서원 여래께서 성불(成佛)하실 때를 당하여 그날로 한량없이 많은 부처를 변화로 만들었고,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켰는데, 3승(乘)의 행(行)에 있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不退轉地]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다시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네 족성(族姓)의 집안에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또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사천왕궁(四天王宮)ㆍ염천(艶天)ㆍ도술천(兜術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가이천(梵迦夷天)ㆍ욕천(欲天)ㆍ색천(色天)ㆍ무색천(無色天)에 있게 하고는 바로 그날로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셨다. 그런데 지금 사리불께서는 말하기를 ‘중생들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수명도 짧다’고 하였다. 어떤가? 사리불아, 또 그대는 말하기를 ‘여래께서 장차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내신다면, 나도 꼭 1겁 동안 더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또 중생들은 여래의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을 알지 못한다.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여래에게는 네 가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 있다. 그 일은 소승(小乘)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세계(世界)의 불가사의와 중생들의 불가사의와 용(龍)의 불가사의와 불토(佛土) 경계(境界)의 불가사의이다. 사리불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불가사의라고 하느니라.”
018_0439_c_02L사리불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습니다. 세계(世界)ㆍ중생(衆生)ㆍ용궁(龍宮)ㆍ불토(佛土)는 진실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께서는 마침내 1겁도 더 머무르게 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또 모든 하늘들이 저의 처소에 이르러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오래 머무르시지 않는다. 나이 80이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분명히 열반에 드실 것이다.’ 그러니 저는 지금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또 저는 친히 여래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가장 우두머리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부처님께서도 반열반에 들 것이다. 또 최후의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머지않아 세존께서도 반열반에 드실 것이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멸도에 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사리불은 곧 여래의 앞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첫 번째 선정[初禪]에 들었다.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고,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었다. 또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또 공처(空處)ㆍ식처(識處)ㆍ불용처(不用處)ㆍ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갔다. 다시 멸진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에 들어갔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불용처ㆍ식처ㆍ공처에 들어갔으며, 공처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첫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라고 한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그것으로써 이미 공양은 끝났소. 내게는 사미(沙彌)가 있습니다. 그 사미가 나에게 공양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각각 있던 곳으로 돌아가 도로써 교화하기를 생각하고 범행(梵行)을 잘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처럼 나오시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의 출현도 그와 같아서 억(億) 겁만에야 한 번씩 나오십니다. 또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도 어렵고 믿음을 성취하는 것도 어려우며, 출가하여 여래의 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행(行)을 아주 없애기도 또한 어렵습니다. 애욕(愛欲)을 남김없이 아주 없애면 그것이 멸진열반(滅盡涅槃)입니다. 지금 여기 여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모든 행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에는 나라는 것이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열반은 영원히 고요한 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비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지금 사리불의 멸도가 어찌 이다지 빠르단 말인가?”
018_0440_a_19L爾時,諸比丘咸共墮淚:“今舍利弗滅度,何速乃爾!”
018_0440_b_02L그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여러분, 제발 근심하지 마시오. 변하고 바뀌는 법은 아무리 변하고 바뀌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 일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 수미산왕(須彌山王)도 오히려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거든 하물며 겨자씨 같은 몸을 가진 이 사리불 비구가 어떻게 이 근심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여래의 금강(金剛) 같은 몸으로도 머지않아 반열반에 들겠거늘, 하물며 내 몸이겠습니까? 그러니 그대들은 각각 법다운 행을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십시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정사에 돌아가 가사와 발우를 두고 죽원(竹園)을 나가 본래 출생지(出生地)인 자신이 살았던 고장을 향해 떠나갔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걸식을 하면서 점점 마수국(摩瘦國)에 이르렀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그의 출생지인 마수국 본고장에서 노닐다가 몸에 병이 들어 고통이 심하였다. 그때 그에게는 오직 균두(均頭)14)라는 사미만이 있어 그의 공양을 보살폈는데, 우선 눈에 보이는 더러운 것을 받아 치우고 깨끗한 것을 공급하곤 하였다.
이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사리불이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내려와 사리불이 머물고 있는 정사에 나타나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다시 두 손으로 사리불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의 성명을 일컫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천왕(天王 제석(帝釋)입니다.”
그때 석제환인이 두 번 세 번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업(福業)을 짓고 싶습니다. 내 소원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이때 사리불은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석제환인은 몸소 똥을 받아내면서 괴로움을 꺼려하지 않았다.
018_0440_c_02L이때 존자 사리불은 그 밤으로 반열반에 들어갔다. 그때 이 땅덩이는 여섯 번 진동(震動)하면서 큰 소리를 내고 온갖 하늘의 꽃이 비처럼 내리며 온갖 창기(倡伎)들이 온갖 하늘 풍류를 연주하고 모든 하늘들은 허공(虛空)을 막았다. 신묘(神妙)한 모든 하늘들은 구모두화(拘牟頭華)를 뿌리고, 혹은 전단(栴檀 가루 향을 그 위에 뿌렸다. 그때 사리불이 이미 멸도(滅度)에 들자, 모든 하늘들은 다 공중에서 슬피 울부짖으면서 어쩔 줄 몰랐다. 허공의 욕천(欲天)ㆍ색천(色天)ㆍ무색천(無色天)들은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마치 봄날 가랑비[細雨]가 화창(和暢)하게 내리는 것처럼, 그때도 그러하여 ‘지금 존자 사리불의 반열반이 어이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그때 석제환인은 온갖 향(香)을 모두 모아 존자 사리불의 몸을 화장[耶維]하고 갖가지로 공양한 다음 그의 사리(舍利)와 의발(衣鉢)을 거두어 균두 사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네 스승님의 사리와 의발이다. 가지고 가서 세존께 올려라. 그러고 나서 이런 사실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어라. 만일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곧 그대로 받들어 행하라.”
아난은 균두 사미를 데리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이 균두 사미가 저에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내 스승님은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지금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올리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 마음이 괴롭고 정신이 아찔하여 동서(東西)를 분별하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반열반하셨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프고 슬퍼져서 견딜 수 없습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계의 몸[戒身]ㆍ선정의 몸ㆍ지혜의 몸ㆍ해탈의 몸ㆍ해탈지견의 몸으로써 멸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리불 비구는 항상 교화하기를 기뻐하고 설법하기를 좋아하여 만족할 줄 몰랐고, 모든 비구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에 또한 만족할 줄 몰랐습니다. 저는 지금 저 사리불의 너무나 많고 깊은 은혜를 생각하고 슬퍼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이제 그만두어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무상한 것을 영원히 보존하려고 해도 그 일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무릇 생(生)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냐? 아난아.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다 멸도하시지 않았느냐? 비유하면 마치 등불 심지에 기름이 다하면 등불은 곧 꺼지고 마는 것처럼, 보장(寶藏)ㆍ정광(定光) 두 여래로부터 지금의 일곱 부처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와 같이 벽지불(辟支佛)인 심제(審諦)ㆍ고칭(高稱)ㆍ원문(遠聞)ㆍ니차우니(尼嗟優尼)ㆍ반차가라(般遮伽羅)ㆍ우반가라(優般伽羅) 등 그 많은 벽지불들도 다 멸도하지 않았느냐? 이 겁초(劫初)에는 큰 나라 성왕(聖王)의 이름을 선열마하제바(善悅摩訶提婆)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전륜성왕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1)또는 37조도품(助道品)이라고도 한다. 열반(涅槃)의 이상경(理想境)에 나아가기 위하여 닦는 도행(道行)의 종류로서 4념처(念處)ㆍ4정근(精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분(覺分)ㆍ8정도(正道)를 말한다. 고려대장경에는 37이라는 글자는 없다.
2)또는 4정근(精勤)ㆍ4정단(正斷)ㆍ4정승(正勝)ㆍ4의단(意端)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며, 열반에 나아가기 위하여 수행하는 법 가운데 37류(類)가 있는데, 그 중 4념처(念處) 다음에 닦는 법. 선법(善法)을 더욱 자라게 하고 악법을 멀리 여의려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네 가지 법. 첫째 이미 생긴 악을 없애려고 부지런히 수행함, 둘째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미리 방지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함, 셋째 이미 생긴 선(善)을 더욱 자라게 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함, 넷째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생기게 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다.
3)팔리어로는 campaka라고 한다. 점파화(占婆華)ㆍ파화라고도 하며, 이를 번역하여 소향화(素馨華)ㆍ금색화(金色華)라고 한다. 노란 꽃이 피는데, 그 나무의 키는 크고 꽃의 향기가 매우 짙다고 한다.
4)팔리어로는 sumanā라고 한다. 또는 소마나화(蘇摩那華)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열의화(悅意華)라고도 한다. 그 꽃의 색깔은 노랗고 매우 향기롭다고 한다.
5) 팔리어로는 vassikī라고 한다. 또는 바사가화(婆師迦華)ㆍ바리사가(婆利師迦)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하생화(夏生華)ㆍ우시화(雨時華)라고 한다. 목서과(木犀科) 식물로 여름에 꽃이 피며, 그 꽃은 희고 짙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6)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2권 1,146번째 소경인 「명명경(明冥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69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불설사인출현세간경(佛說四人出現世間經)』이 있으며, 참고가 될 만한 전적으로는 당(唐) 시대 현장(玄奘)이 한역한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이 있다.
7)또는 5의식(儀飾)이라고도 하며, 곧 검(劍)ㆍ일산[蓋]ㆍ화만(華鬘)ㆍ주병불(珠柄拂)ㆍ엄식사(嚴飾屣)를 말한다.
8)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40번째 소경인 「삼법경(三法經)」과 『별역잡아함경』 제4권 67번째 소경이 있다.
9)기와와 돌이라는 뜻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0)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27번째 소경인 「모경(母經)」과 『별역잡아함경』 제3권 54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바사닉왕태후붕진토분신경(佛說波斯匿王太后崩塵土坌身經)』이 있다.
11)팔리어로는 makara라고 한다. 또는 마가라(摩伽羅)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대체(大體) 또는 경어(鯨魚)라고 한다.
12)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5권 972번째 소경인 「삼제경(三諦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1권 206번째 소경이 있다.
13)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4권 638번째 소경인 「순타경(純陀經)」이 있다.
14)또는 균제(均提)로 쓰기도 한다. 즉 마하균두(摩訶均頭, Mahā-cunda)를 말하며, 번역하여 대수단(大瘦短)이라고 한다. 사리불(舍利弗)의 시자(侍者)로 7세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