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파사산(波沙山)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65_b_05L一時,佛在摩竭國波沙山中,與大比丘衆五百人俱。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나와 밖에서 거닐고 계셨다. 그때 수타(須陀)라고 하는 사미(沙彌)가 세존의 뒤를 따라 거닐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돌아보시며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어떤 이치를 물을 터이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이는 법의 형상과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이는 법의 형상은 4대(大)의 형상이요,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괴로움이 다한 진리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음의 결박[結]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바로 열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018_0466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수타야, 무슨 까닭에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라고 말하느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법이고,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의 법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한 말이 참으로 통쾌하다. 나는 이제 네가 대비구(大比丘)임을 인정하노라.”
그때 세존께서는 보집강당(普集講堂)으로 돌아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마갈국 경계는 유쾌한 이익을 얻었다. 수타 사미로 하여금 이 경계에서 유행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을 공양한 이도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요, 그를 낳은 부모도 또한 훌륭한 이익을 얻을 것이니, 곧 수타 비구를 낳았기 때문이다. 또 수타 비구가 태어난 집도 곧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희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이 수타 비구는 매우 총명하여 설법을 하는데 조금도 걸림이 없고 또 겁내거나 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66_a_21L一時,佛在羅閱城迦蘭陁竹園所,與大比丘衆五百人俱。
018_0466_b_02L그때 세존께서는 무앙수(無央數)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장로(長老) 비구가 대중들 속에서 세존을 향해 발을 죽 뻗고 졸고 있었다. 그때 수마나(修摩那)라고 하는 사미는 당시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세존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만일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고 더럽고 나쁜 온갖 행 버리면 그야말로 장로라 부르느니라.
018_0466_b_08L若有見諦法, 無害於群萌,
捨諸穢惡行, 此名爲長老。
내가 지금 말하는 이른바 장로란 반드시 남 먼저 출가한 이가 아니다. 착한 그 본업(本業)을 닦고 바른 행을 분별하는 자이다.
018_0466_b_09L我今謂長老,
未必先出家, 修其善本業, 分別於正行。
설령 나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모든 감각기관[根]에 번뇌와 결함 없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장로라 이름하리. 그는 바른 법행(法行)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018_0466_b_10L設有年幼少, 諸根無漏缺, 此謂名長老,
分別正法行。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 장로가 발을 죽 뻗고 졸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018_0466_b_12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頗見此長老舒腳而睡乎?”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 보았습니다.”
018_0466_b_14L諸比丘對曰:“如是。世尊,我等悉見。”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장로 비구는 5백 생 동안 늘 용(龍)으로 살았다. 만일 지금 목숨을 마치면 틀림없이 다시 용으로 태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서 공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으로서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용으로 태어나리라. 너희들은 나이 겨우 여덟 살인데도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는 저 수마나 사미가 보이느냐?”
018_0466_c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미는 앞으로 이레 뒤에는 꼭 4신족(神足)과 4제진법(諦眞法)2)을 얻고, 4선(禪)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4의단(意斷)을 잘 닦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수마나 사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향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언제나 힘써 부처님과 법과 비구를 공경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018_0466_c_06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世尊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그때 아나빈저(阿那邠邸)4)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았으니, 그것은 곧 금(金)ㆍ은(銀)ㆍ진보(珍寶)ㆍ자거(車)𤦲ㆍ마노(馬瑙)ㆍ진주(眞珠)ㆍ호백(虎魄)ㆍ수정(水精)ㆍ유리(琉璃)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노비ㆍ하인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때 만부성(萬富城)5) 안에는 만재(滿財)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 또한 재물이 풍부하고 보물이 많아 자거ㆍ마노ㆍ진주ㆍ호박ㆍ수정ㆍ유리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노비ㆍ하인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는 아나빈저 장자와 어려서부터 서로 친해 사랑하고 공경하여 잊어버린 일이 없었다. 그러나 또 이 아나빈저 장자는 항상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저 만부성 안에 두고 장사를 하면서 만재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보호하게 하였다. 그리고 만재 장자 역시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사위성 안에 두고 장사하면서 아나빈저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돌보게 하였다.
이때 아나빈저 장자에게는 수마제(修摩提)6)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단정(端正)하고 도화(桃花) 빛처럼 고와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때 만재 장자는 작은 볼일이 있어서 사위성의 아나빈저 장자 집으로 찾아가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때 수마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먼저 그 부모에게 무릎을 꿇어 절하고 다음에는 만재 장자에게 꿇어앉아 절하고는 고요한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게 아들이 있는데 아직 혼인을 시키지 못했으니, 저희 집으로 시집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018_0467_a_06L滿財長者曰:“我有小息,未有婚對,可得適貧家不?”
이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018_0467_a_08L是時,阿那邠邸長者報曰:“事不宜爾。”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무엇 때문에 마땅치 않다고 하십니까? 족성(族姓) 때문입니까, 아니면 재물 때문입니까?”
018_0467_a_09L滿財長者曰:“以何等故,事不宜爾?爲以姓望,爲以財貨耶?”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종성(種姓)이나 재물은 서로 걸맞습니다. 다만 섬기는 신[神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부처님을 섬기는 석가(釋迦)의 제자이고, 당신들은 외도(外道)를 섬기는 이학(異學)의 무리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 청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나빈저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금 6만 냥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그때 만재 장자는 즉시 금 6만 냥을 주었다.
018_0467_a_18L阿那邠邸長者曰:“我今須六萬兩金。”是時,長者卽與六萬兩金。
이때 아나빈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방편을 써서 먼저 거절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물리치지 못했다.’ 다시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가 딸을 보내려면 마땅히 부처님께 가서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만일 세존께서 무슨 분부가 계시면 나는 그대로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018_0467_b_02L아나빈저 장자는 거짓으로 일을 만들어 마치 무슨 일이 있어서인 것처럼 곧 성을 빠져나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때 아나빈저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 딸 수마제를 만부성의 만재 장자가 며느리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내야합니까, 보내지 말아야합니까?”
그때 만재 장자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가지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80유연(由延:由旬)까지 나아갔다. 아나빈저 장자도 그 딸을 목욕시키고 향을 피우고는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만재 장자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가 중도에서 서로 만났다. 그때 만재 장자는 그 처녀를 데리고 만부성으로 돌아갔다.
018_0467_c_02L그때 그 나라에는 6천 명의 범지(梵志)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야 할 규칙을 만들어 놓고, 만일 이 규칙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그는 6천 명 범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만재 장자는 그 규칙을 범한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곧 6천 명의 범지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범지들이 먹을 음식은 그들 모두가 먹을 만큼의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이었다. 또 범지들이 입을 옷으로 흰 천이나 혹은 솜털로 만든 옷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그 범지들의 법에 나라로 들어올 때에는 옷으로 오른쪽 어깨만 덮고 몸의 반은 드러내게 되어 있었다.
수마제가 대답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제발 그만두십시오. 시아버님[大家], 저는 옷을 벗은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018_0467_c_13L修摩提女報曰:“止,止。大家,我不堪任向裸人禮。”
장자가 말하였다. “저분들은 옷을 벗은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분들이 입은 옷은 곧 법복(法服)일 따름이다.”
018_0467_c_14L長者曰:“此非裸人,非不有慚。但所著衣者,是其法服。”
수마제가 말하였다. “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몸을 밖으로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무슨 저런 옷을 법복으로 사용합니까? 장자께서는 들어 보소서. 세존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른바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과 다른 사람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부모ㆍ형제ㆍ친족과 다섯 친족(親族)들의 높고 낮음을 분별할 수 없게 되어, 지금은 닭ㆍ개ㆍ돼지ㆍ양ㆍ나귀ㆍ노새의 무리들과 다를 바 없이 높고 낮음이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높고 낮음의 구분이 있는 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법을 여의어 흡사 닭ㆍ개ㆍ돼지ㆍ양ㆍ나귀ㆍ노새의 무리들과 같습니다. 저는 결코 저들을 향해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그때 6천 범지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 하시오. 장자여, 무슨 까닭에 그 여인으로 하여금 저렇게 욕을 하게 하는가? 만약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음식을 돌리시오.” 그때 장자와 수마제의 남편은 곧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을 내어 6천 범지들을 배불리 먹였다. 모든 범지들은 그것을 먹고 나서 얼마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일어나 떠나갔다.
그때 다섯 가지 신통[五通]7)을 얻고 모든 선정(禪定)을 다 얻어 만재 장자의 존경을 받고 있던 수발(修跋)8)이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때 수발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장자와 헤어진 지도 오래되었다. 지금 가서 만나보리라.’ 그는 만부성(滿富城)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그 문지기에게 물었다. “장자께서 지금 계십니까?”
범지 수발이 말하였다. “그 여자의 집은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가까운 데서 데려왔습니까, 아니면 먼 곳에서 데려 왔습니까?”
018_0468_b_11L梵志修跋報曰:“此女家者爲在何國?近遠娉娶?”
“그 여인은 사위성에 사는 아나빈저의 딸입니다.”
018_0468_b_13L長者曰:“此女,舍衛城中阿那邠邸女。”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면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장자여,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다락에서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니 참으로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여인이 섬기는 스승들은 모두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직도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당신 말을 듣고 나니 도리어 비웃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외도(外道)로서 배우는 것이 저들과 다른데 어째서 저 사문 석씨 아들의 행(行)을 찬탄하는 것입니까?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이 무슨 위덕(威德)이나 무슨 신통변화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그 여인의 스승들이 가진 신령스러운 덕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까? 내가 이제 대충 그 내력을 말해 주겠습니다.”
018_0468_b_22L梵志報言:“長者,欲聞此女師神德乎?我今粗說其原。”
장자가 말하였다 “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018_0468_b_23L長者曰:“願聞其說。”
018_0468_c_02L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 설산 북쪽에 가서 어떤 마을에서 걸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밥을 얻어 가지고 아뇩달(阿耨達)이라는 못으로 날아 왔습니다. 그때 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칼을 들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수발 선인이여, 이 못 가엔 오지 마시오. 제발 이 못을 더럽히지 마시오. 만일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그대의 목숨을 끊어버리겠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그 못을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들 중에 가장 어린 제자로서 균두(均頭)라는 사미가 있었습니다. 그 사미도 설산 북쪽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아누달이라는 못으로 날아와 두 손으로 무덤 사이에 있는 죽은 사람의 옷을 집었습니다. 그 옷은 피투성이에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때 아누달이라는 못에 사는 큰 신(神)과 하늘ㆍ용ㆍ귀신(鬼神)들은 모두 일어나서 나아가 맞이하며 공경하고 문안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람들의 스승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때 균두 사미는 그 못으로 갔습니다. 장자여, 그 못 속에는 순금(純金)으로 된 책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미는 죽은 사람의 옷을 물에 담가 푹 젖게 놔두고 물러나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발우를 씻고 순금 책상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초선(初禪)에 들었습니다.
018_0469_a_02L그는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고,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空處)에 들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고,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不用處)에 들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 멸진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염광삼매에서 일어나 수기삼매(水氣三昧)에 들었습니다. 다시 수기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다시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 다시 유상무상삼매(有想無想三昧)에 들고, 다시 불용처삼매(不用處三昧)에 들고, 다시 식처삼매(識處三昧)에 들고, 다시 공처삼매(空處三昧)에 들고, 다시 제4선에 들고, 다시 제3선에 들고, 다시 제2선에 들고, 다시 초선에 들고, 초선에서 일어나서는 그 죽은 사람의 옷을 빨았습니다. 그때 하늘ㆍ용ㆍ귀신들 중에는 혹 그 옷을 밟아 주는 이도 있었고, 혹 씻어 주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물을 길어 마시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때 그는 옷을 다 빨고 나서는 공중에 널어 말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미는 옷을 거두어 가지고 허공을 날아 돌아갔습니다.
장자여,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그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의 제일 어린 제자에게도 그런 신력이 있었는데, 하물며 가장 큰 제자에게야 어떻게 미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들의 스승이신 여래ㆍ지진(至眞:阿羅漢)ㆍ등정각(等正覺)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나는 이런 사실을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목숨도 끊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한 것입니다.”
018_0469_b_02L그때 장자의 여자는 곧 목욕하고 손에 향로(香爐)를 들고 누각 위에 올라가 여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잘 관찰해 보십시오. 당신의 정수리를 보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아무 일도 없고 살피지 못하시는 일도 없습니다. 소녀는 지금 여기서 곤액(困厄)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꼭 잘 관찰해 보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향은 곧 부처님의 사자(使者)이다. 만부성에 살고 있는 수마제 여인이 청하고 있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불러 한 곳에 모아 산가지[籌]를 돌리고 이렇게 명령하라. ‘모든 비구들이여,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신통을 얻은 이는 곧 이 사라(舍羅)9)를 집어라. 내일은 마땅히 만부성으로 가서 수마제의 청을 받으리라.’”
018_0469_c_02L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나서 곧 모든 비구들을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으고 이렇게 말하였다. “도를 얻은 모든 아라한은 이 사라를 집으시오.” 그 당시에 많은 스님들의 상좌(上座) 군두파한(君頭波漢)10)은 수다원(須陀洹)이 되었으나 아직 번뇌[結使]가 다하지 못해서 신통을 얻지 못했었다. 그때 상좌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대중들 가운데서 제일 나이가 많지만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해 신통을 얻지 못했다. 나는 내일 만부성으로 가서 공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래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균두 사미는 이런 신통이 있고 큰 위력(威力)이 있어서 저기에 가서 청을 받는다. 나도 이제 저기 가서 청을 받으리라.’ 그때 그 상좌는 깨끗한 마음으로 아직 배워야 할 자리에 있지만 사라를 받았다.
그때 세존께서 이어 신통을 얻은 비구들인, 대목련(大目連)ㆍ대가섭(大迦葉)ㆍ아나율(阿那律ㆍ이월(離越)11)ㆍ수보리(須菩提)ㆍ우비가섭(優毗迦葉)ㆍ마하가필나(摩訶迦匹那12)ㆍ존자 라운(羅云)ㆍ균리반특(均利般特)13)ㆍ균두(均頭) 사미 등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신통으로 먼저 저 성으로 들어가라.”
그때 존자 대목련은 신통으로 5백 마리 흰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고, 일곱 곳이 평평하며 금과 은으로 치렁치렁 장식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 등에 앉은 채 오면서 큰 광명(光明)을 놓아 온 세계를 가득 채웠다. 성으로 갈 때에는 허공에서 풍류를 울리는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으며, 갖가지 꽃을 뿌렸다. 또 허공에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아 놓았는데, 그것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우리 스승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이분들은 모두 그 제자들이십니다. 거룩한 스승님 이제 오시리니 그때는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 없으리.
018_0471_b_18L我師故未來, 此是弟子衆,
聖師今當來, 光明靡不照。
존자 대목련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018_0471_b_19L是時尊者大目乾連遶城三帀,往詣長者家。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허공에 계셨다. 이때 존자 아야구린(阿若拘鄰)은 여래의 오른쪽에 서고 사리불은 여래의 왼쪽에 섰다. 그때 아난(阿難)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여래의 뒤에서 손에 불자(拂子)를 잡고 있었으며, 1천2백 제자들은 부처님을 앞뒤로 에워쌌고, 여래와 신통을 얻은 제자들은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018_0471_c_02L아야구린은 변화하여 월천자(月天子)가 되고 사리불은 변화하여 일천자(日天子)가 되었다. 그밖에 다른 여러 신통력을 얻은 비구들은 혹은 석제환인(釋帝桓因)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범천왕(梵天王)으로 변화하기도 하였으며, 혹 제두뢰타(提頭賴吒)15)ㆍ비류륵(毗留勒)16)ㆍ비류박차(毗留博叉)17)ㆍ비사문(毗沙門)18)의 형상이 되어 여러 귀신들을 거느리기도 하였고, 혹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모양이 되기도 하였다. 혹은 화광삼매에 들기도 하고 혹은 수정삼매에 드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광명을 내 비추기도 하고, 혹은 연기를 뿜어내는 등 이런 갖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그때 범천왕은 여래의 오른쪽에 있었고, 석제환인은 여래의 왼쪽에서 손에 총채를 잡고 있었으며, 밀적(密迹)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여래 뒤에서 금강저(金剛杵)를 손에 잡고 있었고, 비사문천왕은 7보로 장식하여 만든 일산을 들고 여래의 위쪽 허공(虛空)에 있으면서 여래의 몸에 티끌이 앉을까 조심하였다. 반차순(般遮旬)은 손에 유리 거문고를 들고 여래의 공덕(功德)을 찬탄하였고, 모든 하늘 신들은 허공에 있으면서 수천만 가지의 악기를 연주하였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마음과 성품 지극히 깨끗하여 마(魔)의 삿된 생각 끊어버리고 그 공덕 저 큰 바다 같거니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018_0472_a_08L心性極淸淨, 斷魔邪惡念,
功德如大海, 今入彼邦土。
그 얼굴 모습 뛰어나 특별하고 모든 번뇌 영원히 일으키지 않네. 그러나 스스로 잘난 체 안하고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018_0472_a_09L顏貌甚殊特,
諸使永不起, 爲彼不自處, 今入彼邦土。
네 가지 흐름[四流]을 건넘으로써 나고 늙고 죽는 것 이미 벗어나 모든 생존의 뿌리 끊으시고서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018_0472_a_10L以渡四流淵, 脫於生老死, 以斷有根原,
今入彼邦土。
그때 만재 장자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모든 감각기관[根]이 담박하고, 세상에서 보기 드문 세존의 모습은 깨끗하기가 마치 천금(天金)과 같았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것이 마치 모든 산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또 금 덩어리가 광명을 놓는 것 같았다.
스스로 때를 버리고 남도 버리게 하며 스스로도 비추고 중생들도 비추어 제도하지 못할 이 한 사람 없고 싸움을 버리시어 다툼이 없네.
018_0472_b_12L度垢使度垢, 自照照群萌,
靡不有度者, 除鬪無鬪訟。
스스로 지극히 깨끗하게 머물러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며 10력으로 세상을 가엾이 여기나니 거듭거듭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018_0472_b_13L極自淨潔住,
心意不傾動, 十力哀愍世, 重自頂禮敬。
자애로운 마음ㆍ불쌍히 여기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평정한 마음을 가지시고,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갖추시어 욕계(欲界)에서 가장 높으시고 천상에서도 가장 뛰어나시며, 일곱 가지 재물을 원만하게 다 갖추시어 모든 천상이나 인간이나 자연이나 범들로서는 비교할 만한 이도 없고 본뜰 이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당신께 귀의합니다.”
018_0472_c_02L그때 6천 범지들은 세존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서로들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야겠다. 이 사문 구담(瞿曇)이 이미 이 나라 백성들을 다 항복 받았다.” 그때 그 6천 범지들은 얼마 안 있어 그 나라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백수의 왕인 사자가 산골짜기에서 나와 사방을 돌아보다가 세 번 포효하고는 먹이를 찾아 나서면, 모든 짐승들은 제각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갈 곳을 몰라 혹은 날아가고 혹은 엎드려 숨기도 하며, 또 힘이 센 코끼리도 사자 소리를 들으면 제각기 치달리며 안심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왜냐하면 짐승들의 왕인 사자에게는 큰 위신(威神)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저 6천 범지들도 세존의 큰 음성이 한 번 울리는 것을 듣고 제각기 달아나며 어쩔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의 큰 위력(威力) 때문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온갖 신통을 다 거두시고 평상시와 같이 만부성 안으로 들어가셨다. 세존께서 성 문턱을 밟으시자 천지(天地)가 크게 흔들렸고 모든 신들은 꽃을 뿌려 공양(供養)하였다. 사람들은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32상과 80종호로 저절로 장엄(莊嚴)된 세존의 용모(容貌)를 보고, 백성들이 곧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중의 높은 이 매우 묘하여 범지들도 그분을 감당 못하네. 이유 없이 저 범지들을 섬기다가 사람 중의 높은 분 잃을 뻔했네.
세존께서는 장자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그 나라 백성들은 매우 번성하였다. 때마침 집에 있던 8만 4천 사람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들어 세존과 비구 스님을 보기 위하여 장자(長者)의 방을 헐려고 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사람들이 큰일을 내고야 말겠구나. 신통력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내 몸과 비구 스님들을 볼 수 있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신통을 부려 장자의 방을 모두 유리처럼 만들어 안팎에서 서로 보기를 마치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을 보는 것같이 하셨다.
네가 지금 이곳에 오게 된 것은 과거에 지은 죄 때문이 아니니라. 이런 중생들을 제도하겠노라고 서원(誓願)을 세운 과보(果報) 때문이니라.
018_0473_a_08L汝本無罪緣, 得來至此閒,
願誓之果報, 欲度此衆生。
이제 그 근원을 뽑아버렸으니 세 갈래 나쁜 길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저 수천 중생들의 무리가 장차 네 앞에서 제도되리라.
018_0473_a_09L今當拔根原,
不墮三惡趣, 數千衆生類, 汝前當得度。
오늘은 온갖 티끌 떨어버리고 그들로 하여금 지혜의 밝음 얻게 함으로 천상과 인간의 사람들로 하여금 너를 보기 구슬 보듯 하게 하리라.
018_0473_a_10L今日當淨除, 使得智慧明, 使天人民類,
見汝如觀珠。,
그때 수마제 여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때 장자는 하인[從僕]들을 데리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내어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조그만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경영에 종사하는 8만 4천 무리들도 저마다 차례대로 앉았는데, 어떤 이는 제 성명만 일컫고 앉기도 하였다.
018_0473_b_02L그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8만 4천 대중들을 위해 차근히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그때 논한 내용은 계론(戒論)ㆍ시론(施論),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것으로서 출가(出家)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人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習: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들은 각각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지극히 깨끗하고 흰 천은 물감에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만재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들도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해져 다시는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거룩한 3존(尊)19)께 저마다 귀의하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수마제 여인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그런 삿된 소견을 가진 집안에 떨어졌습니까? 또 어떤 좋은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은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8만 4천 사람들로 하여금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였습니까?”
018_0473_c_02L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으로부터 이 현겁(賢劫)에 이르는 동안에 가섭(迦葉) 여래(如來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분이 계셨다. 그는 바라내국(波羅㮈國) 경계를 유행하시며 중생들을 교화(敎化)하고 대비구(大比丘)들 2만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애민(哀愍)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수마나(須摩那)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그때 그 딸은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섭여래에게 향하였고, 계(戒)를 받들어 가졌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또 네 가지를 공양하였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 공양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애경(愛敬)이며, 셋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利人]이요, 넷째는 이익을 고루 나누는 것[等利]이다. 그는 가섭여래의 처소에서 법구(法句)를 배우고 높은 누각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우고 익히면서 이렇게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이 네 가지 받아들이는 법을 항상 가지고 여래 앞에서 법구를 외웁니다. 만일 거기에 털끝만한 복(福)이라도 있다면,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말고, 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며, 미래에도 역시 이런 거룩한 분을 다시 만나고, 저로 하여금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게 하며, 법안을 얻게 하소서.’
그때 그 성중에 살던 사람들은 왕녀(王女)가 이와 같은 서원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모두 모여들어 그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왕녀께선 지금 지극한 믿음이 독실하여 모든 공덕을 짓고 보시ㆍ겸애(兼愛)ㆍ남의 이익ㆍ고른 이익 등 네 가지 일에 이지러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이를 만나게 하여 만일 저를 위해 설법하면 곧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이제 왕녀께서는 〈아울러 우리나라 백성들도 저와 함께 제도 받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워주십시오.’ 그때 왕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공덕을 그대들에게 모두 베풀겠습니다. 만일 여래의 설법을 듣게 된다면 동시(同時)에 제도를 받을 것입니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의심하고 있느냐? 그렇게 관찰하지 말라. 그때 애민왕은 바로 지금의 저 아나빈저 장자이고, 그때의 왕녀는 바로 지금의 저 수마제 여인이며, 그때 그 나라 백성들은 바로 지금의 저 8만 4천의 무리들이니라. 저 수마제 여인은 그 서원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게 되었고, 저 인민들도 다 깨끗한 법안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그 내력이니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네 가지 일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네 가지 일을 친근히 하면, 곧 네 가지 진리를 얻을 것이니,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1)고려대장경에는 이 음(陰)자가 없다. 아래 글 뜻으로 보면 마땅히 음(陰)자가 있어야 할 듯하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수여(受與)아래 음의(陰義) 두 글자가 더 있다”고 한다.
2)4제(諦)라고도 하며,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4성제(聖諦)를 말한다.
3)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經)으로는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급고장자녀득도인연경(佛說給孤長者女得度因緣經)』과 오(吳) 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수마제녀경(須摩提女經)』과 오 시대 축율염(竺律炎)이 한역한 『불설삼마갈경(佛說三摩竭經)』이 있다.
4)급고독 장자Anāthapiṇḍika를 이르는 말이다.
5)팔리어로는 Pūrṇadhana라고 한다. 복증성(福增城)이라고도 하며, 부루나발타나성(富樓那跋陀那城)이라고 한다.
6)팔리어로는 Cūḷa-sudhaddā라고 한다. 또는 수마가제(修摩迦提)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선무독(善無毒)이라고 한다. 급고독(給孤獨) 장자(長者)의 딸이다.
7)5신통(神通)이라고도 한다. 즉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命通)ㆍ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
8)팔리어로는 Sudhadda라고 하며, 또는 수발(須跋)이라고도 한다.
9)팔리어로는 salākā라고 한다. 번역하여 주(籌)라고 하고, 또는 식권(食券)이라고도 한다. 사라는 본래 풀 이름이다. 그것으로 산가지[籌]를 만드는데, 지금은 대부분 대나무로 만든다. 그것으로 많은 승려들의 수효를 계산하는 데 사용하였다.
10)팔리어로는 Kuṇḍadhāna라고 한다. 또는 군두파한(軍頭波漢)ㆍ군두파막(軍頭波漠)이라고도 하며, 사위성에 살았던 사람이고, 바라문(婆羅門) 종족(種族)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산가지를 취하는 데 제일인 사람이다.
11)팔리어로는 Revata라고 한다. 또는 이왈(離曰)ㆍ이바다(離婆多)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실성(室星)ㆍ성수(星宿)라고 한다. 그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인간 세계에 나가지 않았으며, 항상 좌선(坐禪)만을 생각하고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그는 지관(止觀)에 상응(相應)하여 부처님의 제자 중에 선정(禪定)이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12)팔리어로는 Mahākappina라고 한다. 또는 대겁빈나(大劫頻那)ㆍ대계빈나(大罽賓那)ㆍ마하겁빈나(摩訶劫賓那)라고도 하며, 가족을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과(果)를 증득하였다. 그는 항상 부드러운 말만 하여 부처님 제자들 중에 연어(軟語)로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13)팔리어로는 Cūḻapanthaka라고 한다. 또는 주리반타가(周利槃陀伽)ㆍ반특(般特)으로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노변생(路邊生)ㆍ계도(髻道)라고 한다. 사위성에 살았던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 과(果)를 증득한 후에 신족(神足)만 익히고 다른 법은 배우지 않아 늘 신통력으로 사람들을 교화하곤 하였다고 한다.
14)고려대장경에는 ‘중상사미자(衆上沙彌者)’로 되어 있으나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중(衆)자가 천(泉)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내용상 ‘천상사미자(泉上沙彌者)’가 옳을 것으로 생각되어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15)팔리어로는 Dhataraṭṭ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지국천(持國天)이라고 하는데, 이 신장은 국토를 잘 보호해 주고 수미산(須彌山) 황금타(黃金埵)에 살고 있고 현상성(賢上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동방(東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6)팔리어로는 Virūḷ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증장천(增長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의 선근(善根)을 증장(增長)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유리타(琉璃埵)에 거주하고 있고, 선견성(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남방(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7)팔리어로는 Viūpakkha라고 한다. 번역하여 광목천(廣目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항상 염부제(閻浮提)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백은타(白銀埵)에 거주하고, 주라선견성(周羅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서방(西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8)팔리어로는 Vessavaṇa라고 한다. 번역하여 다문천(多聞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에게 복덕(福德)을 내려 주고 사방의 여론을 들어 아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수정타(水晶埵)에 거주하고 있고, 가외성(可畏城)ㆍ가경성(可敬城)ㆍ중귀성(衆歸城), 이 세 성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북방(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