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범부들에게는 설법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시절이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설법을 듣지 못해 사람이 수행할 수 없는 여덟 시절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지옥에 태어나 여래가 행한 바를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이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018_0590_a_02L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또 여섯 감각기관이 완전하여 결함이 없기는 하나 ‘사람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받는 이도 없다. 또한 선악의 과보도 없고, 금생도 후생도 없고, 부모도 없으며, 세상에는 아라한이 되어 스스로 증득해 즐겁게 노니는 사문 바라문도 없다’는 삿된 소견을 가진다. 이것이 일곱 번째 어려움이다.
또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지 않아 열반에 이르도록 설법할 수 없을 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고 여섯 감각기관이 온전하여 법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법을 들으면 곧 이해하고 ‘물건도 있고 보시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다. 선악의 과보도 있고, 금생과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고루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는 바른 소견을 닦는다. 이것이 여덟 번째 어려움으로서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런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고 이는 범행을 닦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한 시절이 있으니, 그 한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법의 가르침을 자세히 설명하여 열반에 이르게 한다. 이때 어떤 중생은 중심국에 태어나서 지혜롭고 훌륭한 말솜씨에 총명하여 부딪치는 사물마다 모두 통달하며, 바른 소견을 닦고 선악의 법을 분별하며 ‘금생도 있고 후생도 있으며, 세상에는 바른 소견을 닦아 아라한을 증득한 사문 바라문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범행을 닦는 사람들이 이 한 시절에 수행하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니라.”
마땅히 바른 법을 배워야 하고 또한 적절한 시기 놓치지 말라. 지나간 일들만 돌이켜 생각하면 곧바로 지옥에 떨어지리라.
018_0590_b_03L亦當學正法, 亦莫失是處,
追憶過去等, 便生地獄中。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그러면 이 세상에 오래 머물며 끊기어 사라지는 그런 때 없으리.
018_0590_b_04L於是斷無欲,
思惟於正法, 久存於世閒, 而無斷滅時。
여기서 탐욕을 끊어 없애고 올바른 법을 고요히 사유하라. 나고 죽는 근본을 영원히 끊고 이 세상에 오래 머물리라.
018_0590_b_05L於是斷無欲, 思惟於正法, 永斷生死原,
久存於世閒。
이미 사람의 몸을 받아 바르고 참된 법을 분별하고도 과보를 얻지 못하는 자들 반드시 여덟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리.
018_0590_b_07L以得於人身, 分別正眞法,
諸不得果者, 必遊八難處。
이제 여덟 가지 어려움 말했으니 이것은 불법의 중요한 행이라 이 어려움 벗어나기 한 가지도 너무 힘들어 바다를 떠도는 판자 만나는 것 같아라.
018_0590_b_08L今說有八難,
佛法之要行, 一難猶尚劇, 如板浮大海。
비록 한 가지 어려움을 벗어날 그럴 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네 가지 진리를 한 번 잃으면 영원히 바른 길을 벗어나게 되리.
018_0590_b_09L雖當離一難, 然可有此理, 設離一四諦,
永離於正道。
그러므로 마음을 오로지하여 오묘한 이치를 고요히 사유하라. 지극한 정성으로 바른 법 들으면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되리라.
018_0590_b_11L是故當專心, 思惟於妙理,
至誠聽正法, 便得無爲處。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멀리 떠나고 거기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말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018_0590_b_12L“是故比丘,當求方便,遠離八難之處,莫願其中。如是諸比丘,當作是學。”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590_b_14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 2 ]2)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590_b_15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590_b_16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환활지옥(還活地獄)이요, 둘째는 흑승지옥(黑繩地獄)이며, 셋째는 등해지옥(等害地獄)이요, 넷째는 체곡지옥(涕哭地獄)이며, 다섯째는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요, 여섯째는 아비지옥(阿鼻地獄)이며, 일곱째는 염지옥(炎地獄)이요, 여덟째는 대염지옥(大炎地獄)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덟 개의 큰 지옥이니라.”
이것이 여덟 지옥 그곳은 살 수 없는 곳 이 모두는 악을 지은 탓 열여섯 작은 지옥 그 주위를 에워쌌네.
018_0590_b_24L此名八地獄, 其中不可處,
皆由惡行本, 十六隔子圍。
018_0590_c_02L 쇠로 만들어진 감옥 위로는
거센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1유순 안은 온통 사나운 불길에 너무도 뜨거워라.
018_0590_c_02L然彼鐵獄上,
爲火之所燒, 遍一由旬內, 熾火極熱盛。
네 개의 성에 문도 네 개 그 사이는 너무도 평평하여라. 또 이렇게 쇠로 성을 만들고 단단한 철판으로 그 위를 덮었다네.
018_0590_c_03L四城四門戶, 其閒甚平整, 又以鐵作城,
鐵板覆其上。
“이것은 모두 중생들이 죄를 지은 과보의 인연 때문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하며, 살과 피는 모두 없어지고 오직 뼈만 남게 하느니라. 무슨 이유로 환활지옥(還活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온몸이 쭉 잡아당겨져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되 도망갈 수도 없어 온몸의 살과 피가 없어지게 된다. 그때 그들은 저희끼리 말한다. ‘중생아, 다시 살아나라. 다시 살아나라.” 이때 그 중생들은 곧 저절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환활지옥이라 하느니라.
018_0591_a_02L또 무슨 이유로 대체곡지옥(大涕哭地獄)이라 하는가? 그곳의 중생들은 그 지옥에서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고통을 한량없이 받는다. 그러면 그들은 그곳에서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제 몸을 쥐어뜯으며 한목소리로 부르짖는다. 이런 이유로 대체곡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무슨 이유로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 하는가? 부모를 죽이고, 부처님의 탑을 부수며, 대중들과 싸우고, 그릇되고 뒤바뀐 소견을 익히며, 삿된 소견과 어울리는 중생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아비지옥이라 하느니라.
그 낱낱의 지옥에 열여섯 개의 작은 지옥이 있으니, 그 이름은 우발지옥(優鉢地獄)ㆍ발두지옥(鉢頭地獄)ㆍ구모두지옥(拘牟頭地獄)ㆍ분다리지옥(分陀利地獄)ㆍ미증유지옥(未曾有地獄)ㆍ영무지옥(永無地獄)ㆍ우혹지옥(愚惑地獄)ㆍ축취지옥(縮聚地獄ㆍ도산지옥(刀山地獄)ㆍ탕화지옥(湯火地獄)ㆍ화산지옥(火山地獄)ㆍ회하지옥(灰河地獄)ㆍ형극지옥(荊棘地獄)ㆍ비시지옥(沸屎地獄)ㆍ검수지옥(劍樹地獄ㆍ열철환지옥(熱鐵丸地獄)이다. 이와 같은 열여섯 작은 지옥에 버금가는 한량없는 지옥이 있어,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그곳에 태어난다.
018_0591_b_02L혹 바른 소견을 훼손하는 중생이 있어 바른 법을 비방하며 멀리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모두 환활지옥에 태어나고, 살생하기를 좋아하는 중생들은 모두 흑승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소나 염소 따위를 잡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등해지옥에 태어나고, 그 어떤 중생이 주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그는 체곡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항상 음탕한 짓을 좋아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체곡지옥에 태어나고, 그 어떤 중생이 부모를 죽이고 절을 부수며 비구들과 싸우고 성인을 비방하며 뒤바뀐 소견을 익힌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아비지옥에 태어난다. 그 어떤 중생이 이곳에서 들은 말을 저기 가서 전하고 저기에서 들은 말을 다시 여기 와서 전하며 사람들을 이용한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염지옥에 태어나고, 그 어떤 중생이 닥치는 대로 싸우고 남의 물건을 탐내며 인색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의심을 품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대염지옥에 태어나느니라. 또 그 어떤 중생이 온갖 잡된 업을 짓는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열여섯 작은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018_0591_c_02L그때 옥졸들은 그 중생들을 부리며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데, 팔을 자르기도 하고 다리를 자르기도 하고 팔과 다리를 모두 자르기도 하며, 코를 베기도 하고 귀를 베기도 하고 코와 귀를 모두 베기도 한다. 나무더미를 가져다 누르기도 하고, 배 위에 풀을 덮기도 하며, 머리채를 잡아 매달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살을 도려내기도 하고, 두 토막으로 가르기도 하며, 혹은 다시 봉해 합치기도 한다. 혹은 잡아다 다섯 부분으로 나누기도 하고, 잡아다 불에다 뒤적거리며 굽기도 하며, 쇠를 녹여 붓기도 하고, 다섯 갈래로 찢기도 하며, 그 몸을 잡아 늘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도끼로 목을 베기도 하지만, 곧 다시 살아난다.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끝나야만 그곳을 벗어난다. 이때 옥졸들은 그 중생을 잡아다 큰 몽둥이로 몸을 부수고 혹은 등골의 힘줄을 벗기기도 한다. 또 말에다 매달고 칼로 된 숲을 달려 올라갔다가 다시 말을 몰아 내려오는데, 이때 쇠 부리를 가진 까마귀들이 그 살을 쪼아 먹는다. 다시 다섯 겹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들어 끓는 가마에 던져 넣고 쇠꼬챙이로 그 몸을 푹푹 찌르지만, 바람이 그 몸에 스치면 본래대로 다시 살아난다. 이때 옥졸들은 다시 그 중생들을 칼날이 빽빽한 산과 불이 이글거리는 산에 오르게 하며 잠깐도 멈추지 못하게 하는데, 그곳에서 겪는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지은 죄가 모두 끝나야만 그곳에서 벗어난다.
그때 그 죄인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다시 뜨거운 재로 가득 찬 지옥에 들어가기를 구하는데, 그곳에서도 한량없는 고통을 겪는다. 다시 그곳에서 나와 거꾸로 가시가 달린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선 바람이 불면 그 고통이 한량없다. 다시 그곳에서 나오면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그 뜨거운 똥이 이글거리는 지옥에 있던 구더기들이 그 뼈와 살을 파먹는다. 그러면 중생들은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어 다시 칼이 숲처럼 빽빽한 지옥으로 도망치는데, 그 몸이 찢기는 고통은 참을 수가 없다.
그때 옥졸들이 그 중생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는가?’ 죄인들은 대답한다. ‘저희도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또 묻는다. ‘지금 무엇을 구하는가?” 그들은 대답한다. ‘저희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때 옥졸들은 불에 달군 쇠구슬을 죄인의 입에 집어넣는데, 몸이 타며 문드러지는 그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 죄의 근원이 없어진 뒤에야 목숨을 마친다. 이때 그 죄인들은 다시 많은 지옥을 거치며 그곳에서 수천만 년 동안 고통을 겪은 뒤에야 그곳을 벗어나게 되느니라.
018_0592_a_02L “그때 죄인들은 염라대왕으로부터 이런 분부를 듣는다.
‘나는 언제나 옛날에 지은 죄를 모두 없앨 수 있을까? 그래서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람의 몸을 받아 착한 벗들이 모두 모이는 중심국에 태어나고, 불법을 독실하게 믿는 부모 밑에서 자라 여래의 제자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현세에서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될 수 있을까? 내 너희들에게 거듭 당부하나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노력해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을 떠나고 중심국에 태어나 착한 벗을 사귀고 범행을 닦아 소원을 이루어 본래의 서원을 잃지 말도록 하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여덟 큰 지옥과 열여섯 작은 지옥을 떠나고자 한다면 부디 방편을 구해 8정도를 닦도록 하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018_0592_b_02L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그만해라.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부서져야 할 물건은 부서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되지 않느니라. 나는 전에 네 가지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또 사부대중에게 이 네 가지 가르침을 가르쳤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일체의 행(行)은 무상하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나가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이다. ‘열반은 완전히 사라짐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근본이니라. 이와 같이 여래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너희들은 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알고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그 뜻을 설명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사리성 백성들을 돌아가게 하려고 곧 큰 구덩이를 신통으로 만드셨다. 그래서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저쪽 언덕에 계시고 그 나라 백성들은 이쪽 언덕에 있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자기 발우를 허공에 던져 그 백성들에게 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 발우를 잘 공양하고 또 재주가 뛰어난 법사를 공양한다면 영원히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발우를 주시고 곧 구시나갈국(拘尸那竭國)5)으로 가셨다.
그때 구시나갈국의 5백여 역사(力士)들은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우리가 죽은 뒤에 그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자손들이 ‘옛날 구시나갈 역사들의 힘은 미치기 어렵구나’는 말을 전하게 할 만한 특별한 일을 하자.” 조금 뒤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공덕을 지어야 할까?’ 그때 구시나갈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네모반듯한 큰 돌이 있었는데, 길이 120걸음에 너비는 60걸음이었다. “우리는 함께 이 돌을 세우자.”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세우려 하였으나 도저히 세울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들 수 있었겠는가? 이때 세존께서 그들에게 다가가 말씀하셨다. “동자들이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이제 비유를 들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범천에 올라가서 그 돌을 들어 이 염부리 땅으로 던지면 12년이 걸려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래의 위신력에 감응한다면 지금 당장 돌아올 것이다.”
018_0593_a_02L세존께서는 왼손을 쭉 뻗어 그 돌을 잡더니 오른쪽 손바닥에 세우셨다. 그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허공의 신묘한 하늘들은 온갖 우발연화(憂鉢蓮華)를 흩뿌렸다. 그때 5백 동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너무도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하구나. 여래의 위신은 참으로 따를 수가 없다. 이 돌은 길이가 120걸음에 너비가 60걸음인데 그것을 한 손으로 세우시다니.”
018_0593_b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비유로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동자들이여, 알아야 하느니라. 열 마리 낙타의 힘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가라륵(迦羅勒)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 가라륵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구다연(鳩陀延)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이하 생략)……구타연 코끼리의 힘도 한 마리 바마나(婆摩那)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가니류(迦泥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우발(優鉢)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발두마(鉢頭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이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구모다(拘牟陀)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분다리(分陀利)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향(香) 코끼리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마하나극(摩呵那極)의 힘보다 못하니라.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나라연(那羅延)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전륜성왕(轉輪聖王)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아유월치(阿維越致)6)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처보살(補處菩薩)7) 한 명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리수 밑에 앉은 보살 한 명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여래가 부모에게 받은 몸의 힘보다 못하다. 나는 이제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세웠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 제자 중에 목건련(目犍連)이라고 있었다. 그는 신통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그와 함께 비라야죽원(毗羅若竹園)에 있을 때였다. 그때 그 나라에 심한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었고 길에는 흰 뼈가 가득했었다. 그래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구걸하기가 어려워 성중은 파리하게 여위었고 기운이 고갈되었다. 마을 사람들 역시 모두들 굶주린 낯빛으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때 대목건련이 내게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비라야(毗羅若)는 심한 흉년이 들어 걸식할 곳이 없고 백성들은 굶주려 살 길이 없습니다. 저는 여래께서 〈이 땅 밑에는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는 천연의 지비(地肥)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지비를 땅 위로 끄집어내어 백성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성중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제자에게 허락해 주소서.’
018_0593_c_02L나는 그때 목련(目連)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땅 속의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어디다 두려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한 손을 변화시켜 땅 모양으로 만들고 한 손으로 지비를 뒤집어 내면 그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다 제자리에서 편안할 것입니다.’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땅을 뒤집으려 하는가?’ ‘제가 이 땅을 뒤집는 것은 마치 힘센 사람이 나뭇잎 한 장을 뒤집는 것과 같아서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나는 그때 다시 목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구태여 땅을 뒤집어 지비를 끄집어 낼 필요 없다. 왜냐하면 중생들이 그것을 보면 모두들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설 것이요, 또 모든 부처님의 절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목련이 부처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성중이 울단왈(鬱單曰)로 가서 걸식하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는 목련에게 말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신통이 없는 자들은 어떻게 그곳까지 가서 걸식하겠는가?’ 목련은 부처에게 말하였다. ‘신통이 없는 사람은 제가 그 국토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과연 제자들이 거기까지 가서 걸식할 수 있겠느냐? 왜냐하면 미래 세상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도 어렵고, 사람들도 제 얼굴빛이 아닌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때 여러 장자와 바라문들은 비구들에게 〈당신들은 왜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지 않습니까? 옛날 석가의 제자들은 큰 신통이 있어 이런 흉년을 만나면 모두들 울단월로 가서 걸식하여 스스로 구제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석가의 제자들은 신통도 없고 위엄스러운 사문의 행도 없군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비구들을 가벼이 여김으로써 그 장자 거사들로 하여금 모두 교만한 마음을 가져 한량없는 죄를 받게 할 것이다. 목련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저 비구 대중들이 모두 그곳으로 가서 걸식하는 것은 옳지 않느니라.’
018_0594_a_02L동자들아, 알아야 한다. 목련의 신통은 그 덕이 이와 같았다. 목련의 신통력을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세존의 신통력만은 못해 그 백 배ㆍ천 배ㆍ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의 신통은 그 덕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게는 또 사리불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지혜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 이 큰 바다는 세로와 가로가 8만 4천 유순이나 되어 물이 가득 차 있고, 또 수미산은 높이가 8만 4천 유순에 물 속으로 들어간 부분도 그와 같으며, 또 염부리(閻浮里)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에 동서가 7천 유순이나 된다. 이제 비교해 보자면, 그 네 바다의 물을 먹[墨]으로 삼고, 그 수미산을 나무껍질로 삼고, 이 염부리 땅의 초목으로 붓을 만들어 삼천대천세계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사리불 비구의 지혜로운 업을 쓰게 한다고 하자. 동자야, 알아야 한다. 설사 먹으로 삼은 네 바다의 물이 다하고 붓이 다하고 사람들이 모두 죽도록 쓴다 하더라도 사리불 비구의 지혜는 다 쓸 수 없느니라. 동자들아, 이와 같이 그는 내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자로서 사리불의 지혜를 능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리불 비구의 지혜를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빈틈없이 두루 채울 정도지만, 여래의 지혜와 비교하려 한다면 그 백 배ㆍ천 배ㆍ수억만 배를 하더라도 비유로써도 견줄 수가 없다. 여래가 가진 지혜의 힘은 이와 같으니라.”
그러자 동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심은 어찌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 이제 세상은 안목을 잃게 되었구나.”
018_0594_b_04L爾時,諸童子咸共墮淚:“如來取滅度,何其速哉!世喪眼目。”
그때 바라타(婆羅陀) 장자의 딸인 군도라계두(君荼羅繫頭)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 비구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지금 세존께 나아가 친히 뵙고 문안드려야 마땅하리라.’ 그 비구니는 곧 비사리성을 나서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다가, 비구 대중들과 5백 동자들을 거느리고 쌍수 사이로 가시는 부처님을 멀리서 보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바로 오늘밤 열반에 들 것이다.” 그러자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출가하여 도를 배웠지만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 저를 버리고 열반에 드시다니요.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소원을 이루도록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소서.”
비구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태어나는 괴로움ㆍ늙는 괴로움ㆍ병드는 괴로움ㆍ죽는 괴로움ㆍ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는 괴로움ㆍ원수와 만나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 그 요점만 말한다면 5성음(盛陰)이 곧 괴로움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이치를 관찰했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것입니다.”
018_0594_c_02L그때 비구니는 이 이치를 사유하고는 곧 그 자리에서 세 가지 통달한 지혜를 얻었다. 비구니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제가 먼저 열반에 들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비구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를 올리고는 이내 부처님 앞에서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통을 부렸다. 다니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경행하기도 하고 몸에서 연기와 불을 뿜기도 하였으며, 아무런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솟아오르기도 사라지기도 하였고, 물과 불을 뿜어 온 허공을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그 비구니는 이렇게 무수한 신통변화를 부리고는 곧 무여열반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가 열반에 든 날 8만 천자는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도를 이루기 전에 나는 오랫동안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 삼켰었고, 혹은 풀과 나무를 먹고 이 4대(大)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노새ㆍ나귀ㆍ낙타ㆍ코끼리ㆍ말ㆍ돼지ㆍ양이 되기도 했고, 혹은 아귀가 되어 이 4대를 기르기도 했으며, 혹은 사람이 되어 태에 들어가는 재앙을 겪기도 했고, 혹은 천상의 복을 누리며 천연의 감로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여래가 되어 근원이 되는 힘으로 도를 깨달아 여래의 몸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이처럼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018_0595_b_02L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 전 이렇게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불세존들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남기신 그 법은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나는 거듭 사유하였다. ‘어떤 방법을 써야 내 법을 세상에 오래 존재하게 할까?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이다. 나는 이 몸을 겨자씨만큼 잘게 부수어 세상에 널리 전해 미래 세상에 믿고 즐거워하는 단월로서 여래의 형상을 보지 못한 이들로 하여금 공양하는 인연을 짓게 하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네 가지 성(姓)의 집이나 사천왕ㆍ삼십삼천ㆍ염천(豔天)ㆍ도술천(兜術天:兜率天)ㆍ화자재천(化自在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다. 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욕계ㆍ색계ㆍ무색계에 태어나고, 혹은 또 수다원의 도ㆍ사다함의 도ㆍ아나함의 도ㆍ아라한의 도ㆍ벽지불의 도를 얻고 혹은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런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베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다리를 포개셨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랐다. 또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해 번뇌에 묶여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 나를 두고 열반에 드시다니 나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라며 스스로를 책망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라. 세상에 있는 물건으로서 무너져 소멸해야 할 것은 아무리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느니라.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며 바른 법 닦기를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뿐만 아니라 번뇌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과거 다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多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에게도 그런 시자가 있었고, 또 미래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부처님에게도 아난과 같은 그런 시자가 있을 것이다. 전륜성왕에게는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전륜성왕이 나라 밖으로 나갈 때 이를 본 백성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그때 전륜성왕이 어떤 명령을 내리면 이를 듣는 사람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명령을 듣고는 아무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때 전륜성왕은 침묵을 지키는데 백성들은 왕의 침묵을 보고 또 다시 기뻐한다. 비구들아, 이른바 전륜성왕에게는 이런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018_0595_c_02L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지금 아난에게도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만일 아난 비구가 잠자코 대중 가운데로 가면 그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한다. 또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침묵해도 그러하다. 또 아난 비구가 사부대중이나 찰리 바라문 대중에게로 가거나 국왕이나 거사들 가운데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싫어하지 않는다. 또 그때 아난 비구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법의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것이 아난의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니라.”
1)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4번째 소경인 「팔난경(八難經)」이 있다.
2)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9권 30번째 경인 「세기경(世記經)」의 지옥품이 있다.
3)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가 한역한 『불설역사이산경(佛說力士移山經)』과 『불설사미증유법경(佛說四未曾有法經』이 있다.
4)팔리어로는 amba-vana이고, 암몰라원(菴沒羅園)이라고도 하며, 나씨원(㮈氏園)ㆍ나원(㮈園)ㆍ감리원(甘梨園)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중인도 비사리성(毗舍離城) 부근에 있었다고 한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나씨원(奈氏園)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5)팔리어로는 Kusinārā이고, 구시나라(拘尸那羅)ㆍ구시나갈라(拘尸那竭羅)ㆍ구이나갈(拘夷那竭)이라고도 하며, 상모성(上茅城ㆍ각성(角城)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6)범어로 avinivartanīya이고, 아비발치(阿鞞跋致)라고도 하며, 불퇴전(不退轉)이라 한역한다. 즉 성불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는 보살의 계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