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구시나갈 백성들은 여래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 백성들이 쌍수 사이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백성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지금 막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정성을 표해야 합니까?”
018_0596_b_02L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을 돌아보셨다. 아난은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몸이 너무 피로하시어 나를 시켜 그 뜻을 가르치려 하시는구나.’
이때 아난은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바아타(婆阿陀)와 수발타(須拔陀)라는 두 종성이 찾아와 여래와 성중에게 귀의하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또 제사(帝奢)와 우파제사(優波帝奢), 불사(佛舍)와 계두(鷄頭), 이런 이들이 모두 찾아와 여래께 귀의하면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고 5계(戒)를 받들어 지키겠습니다’라고 하나이다.”
이때 수발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저 우담발화가 억 겁만에 한 번 피어나듯 아주 가끔 세상에 출현하신다. 나는 지금 이런 저런 의심이 있어 모든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저 사문 구담만이 나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 나는 이제 저 구담에게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
그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다시 아난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발라화가 아주 가끔 세상에 피어나듯 여래께서도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십니다. 제가 지금 여래를 뵌다면 충분히 저의 의심을 풀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뜻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아난이여, 저와 함께 세존께 가서 아뢰려 하지 않는군요. 또 저는 여래께서 과거의 무궁한 일도 아시고 미래의 무궁한 일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만은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천이(天耳)로 수발이 아난에게 하는 말을 들으시고 아난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아난아, 수발 범지를 막지 말라. 왜냐하면 그가 와서 이치를 물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설법하면 그는 곧 제도될 것이다.”
그때 수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018_0596_c_20L爾時,須拔白世尊言:“我今欲有所問,唯願聽許。”
세존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 바로 물어라.”
018_0596_c_22L是時,世尊告須拔曰:“今正是時,宜可時問。”
018_0597_a_02L수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온갖 산술을 알고 보통사람을 능가하는 면이 많은 여러 이교의 사문들, 즉 불란가섭(不蘭迦葉)ㆍ아이단(阿夷耑)ㆍ구야루(瞿耶樓)ㆍ파휴가전(波休迦旃ㆍ선비로지(先毗盧持)ㆍ니건자(尼揵子) 등 이러한 무리들도 3세(世)의 일을 압니까, 모릅니까? 그 6사 중에 여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습니까?”
수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깊은 이치를 묻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바로 말씀해 주소서.”
018_0597_a_07L須拔白佛言:“今當爲問深義,唯願世尊,以時說之。”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도를 배울 때는 29세였고,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 35세가 되도록 외도들 속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어떤 사문 바라문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그 대중에게 현성의 8품도(品道)가 없다면 사문의 4과(果)도 없을 것이다. 수발아, 이것이 이른바 세상은 텅 비어 도를 얻은 진인(眞人)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성현의 법 안에 성현의 법이 있다면 사문의 4과가 있느니라. 왜냐하면 사문의 4과는 모두 현성의 8품도를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수발아,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현성의 8품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성의 8품도를 얻었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수발아, 부디 방편을 구해 성현의 길을 성취하라.”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분부하나니, 지금부터 비구들은 서로를 ‘그대[卿僕]’라고 부르지 말라. 나이 많은 이는 ‘거룩한 이[尊]’라 부르고 나이 적은 이는 ‘어진 이[賢]’라고 부르며 서로를 형제처럼 여겨라. 또 지금부터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이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에는 특별히 뛰어난 어떤 것들이 있기에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합니까?”
018_0598_a_11L是時,阿須倫白世尊:“如來法中,有何奇特,使諸比丘見已,娛樂其中?”
부처님께서 아수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을 그 안에서 즐거워하게 하는 보기 드문 여덟 가지 법이 있느니라.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내 법에는 계(戒)가 갖추어져 있어 방일한 행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매우 깊고도 넓은 저 바다에서처럼 거기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법이 가득 차 있다. 이른바 4의지(意止)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8진직행(眞直行)5)이니,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치 저 큰 바다에 사는 온갖 귀신들처럼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보기 드문 법이니라.
또 내 법에는 갖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른바 염각의(念覺意)라는 보배와 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라는 보배이다. 이것이 여섯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마치 저 큰 바다에서 온갖 보배가 나는 것처럼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또 내 법 안에서는 온갖 중생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열반에 든다. 그래도 마치 저 큰 바다는 여러 강물이 들어와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는 것처럼 내 법에는 늘거나 줄어듦이 없다. 이것이 일곱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느니라.
또 내 법에는 금강삼매(金剛三昧)ㆍ멸진삼매(滅盡三昧)ㆍ일체광명삼매(一切光明三昧)ㆍ득불기삼매(得不起三昧 등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삼매가 있어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마치 저 큰 바다 밑에 금모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이 여덟 번째 보기 드문 법으로서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한다. 나의 법에는 이런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어 모든 비구들이 그 안에서 너무도 즐거워하느니라.”
018_0598_c_02L이때 아수륜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법 가운데 한 가지 보기 드문 법만 있더라도 저 바다의 여덟 가지 보기 드문 법보다 뛰어나 백 배ㆍ천 배를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니, 현성의 8품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설명하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즉 보시론ㆍ계율론ㆍ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재앙이므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불세존들께서 늘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苦]ㆍ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盡]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해 모두 말씀하셨다.
그때 아수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섯 가지 진리가 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시고 하늘들에겐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는구나.’ 이때 천자는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아수륜은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법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018_0598_c_11L世尊告曰:“宜知是時。”卽從座起,頭面禮足,復道而去。
이때 천자는 아수륜에게 말하였다. “아까 네가 ‘여래께서는 하늘들을 위해 다섯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면서 나를 위해서는 네 가지 진리만 말씀하신다’고 한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모든 불세존께선 결코 두 말을 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께선 결코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또 그 설법은 끝이 없다. 또 사람을 가려 설법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으로 설법하신다. 네 가지 진리가 있으니 그것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 너는 이제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진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그런 헐뜯는 생각을 말라.”
아수륜은 대답하였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참회한다. 반드시 여래께 찾아가 이 이치를 여쭈어보리라.”
018_0598_c_20L是時,阿須倫報曰:“我今所造不善,自當懺悔。要當至如來所,便問此義。”
그때 아수륜과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598_c_22L爾時,阿須倫及天子聞佛所說,歡喜奉行。
[ 5 ]6) 이와 같이 들었다.
018_0598_c_2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0599_a_02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018_0599_a_02L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지가 크게 진동하는 데에 여덟 가지 원인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 염부리 땅은 남북으로 2만 1천 유순이요, 동서로 7천 유순이며, 두께가 6만 8천 유순이다. 또 물 두께가 8만 4천 유순이요, 불 두께도 8만 4천 유순이며, 불 아래 있는 바람 두께는 6만 8천 유순이요, 바람 밑에는 금강의 바퀴가 있는데 과거 모든 불세존들의 사리는 모두 그곳에 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혹 어떤 때 큰 바람이 움직였다 하면 불도 움직이고, 불이 움직이면 물이 움직이며, 물이 움직이면 땅이 곧 움직인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첫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큰 신통이 있는 비구가 마음이 자유롭게 되어 뜻대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되, 혹 몸을 백 천 개로 나누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하기도 하고, 허공을 날고 석벽을 통과하고 솟아나고 가라앉기를 마음대로 하며, 땅을 보아도 땅이라는 생각이 없어 모두가 공인 것임을 알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진동하는 여섯 번째 원인이니라.
018_0599_b_02L다음에는 큰 신통과 신비스러운 덕이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다시 그곳에 태어나, 과거의 복된 행으로 말미암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춰 본래의 하늘 형상을 버리고 제석(帝釋)이나 범천왕(梵天王)이 될 때 땅은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일곱 번째 원인이니라.
다음에는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고 복이 다할 때가 되어, 국왕들이 제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를 침공하여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혹은 칼날에 죽어갈 때 천지는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는 여덟 번째 원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원인이 천지를 크게 진동시키느니라.”
018_0599_c_02L그때 아나율은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 계덕(戒德)과 지혜(智慧)를 성취한 사람은 모두 계율을 의지하여 이 바른 법 안에서 자라난다. 여러 성문들 중 계율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바른 법을 떠나고 계율과 상응하지도 못한다. 계율과 지식[聞], 이 두 가지 법에서 무엇이 더 훌륭할까? 나는 이제 여래께 찾아가 이 사실이 어떠한가를 여쭈어 보리라.’ 아나율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번잡한 곳에서 행할 바가 아니다. 이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삼매에 든 이가 행할 바로서 어지러운 이가 행할 바가 아니고,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아나율은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사유한 뒤에 ‘나는 지금 세존께 찾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바사닉왕은 여래와 비구 스님들을 청해 거기서 90일의 여름 안거를 지내시게 하였다. 아나율은 5백 비구를 거느리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여 드디어 사위성에 도착하였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아나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계율과 지식, 이 두 가지 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훌륭한가?’에 대해 사유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면 선정을 얻을 것이요, 선정을 얻으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지혜를 얻으면 지식[多聞]을 얻을 것이요, 지식을 얻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해탈을 얻으면 무여열반에서 열반하게 될 것이니, 이로써 계율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환히 알 수 있느니라.”
018_0600_a_02L이때 아나율은 세존 앞에서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나율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인의 사유이다. 욕심을 적게 가져 만족할 줄을 알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지식을 성취하라. 아나율아, 너는 이런 뜻을 세워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깊이 사유하라. 무엇이 여덟 번째인가? 이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다. 왜냐하면 미륵 보살은 30겁 동안 정진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룰 것이요, 나도 정진의 힘으로 초월하여 부처를 이루었기 때문이니라.
아나율아, 알아야 한다. 모든 불세존은 모두 똑같은 유(類)로서 그 계율과 해탈과 지혜가 같아 조금의 차이도 없으며, 또 공(空)이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는 것도 같으며,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그 정수리를 볼 수 없는 것도 모두 같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진만큼은 같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불세존 중에서 정진으로는 내가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이 여덟 번째 대인의 생각이 가장 뛰어나고 높고 귀한 것으로서 가히 비유할 바가 없느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나오고 낙에서 수(酥)가 나오며 수에서 제호(醍醐)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뛰어나 견줄 것이 없는 것처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 중에서 정진이 가장 뛰어나 진실로 견줄 것이 없느니라.
018_0600_b_02L그러므로 아나율아,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받들고 사부대중에게 그 이치를 설명해 주라. 만일 그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면 나의 제자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ㆍ사다함의 도ㆍ아나함의 도ㆍ아라한의 도를 성취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법은 욕심이 적은 이가 행할 바로서 욕심이 많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만족할 줄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한가히 지내는 이가 행할 바로서 대중 속에서 사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계율을 지키는 이가 행할 바로서 계율을 범하는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안정된 이가 행할 바로서 산란한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지혜로운 이가 행할 바로서 어리석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많이 아는 이가 행할 바로서 아는 것이 적은 이가 행할 바가 아니며, 나의 법은 정진하는 이가 행할 바로서 게으른 이가 행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나율아, 사부대중은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대인의 생각을 행해야 하느니라. 아나율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무리가 있으니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이른바 찰리 무리ㆍ바라문 무리ㆍ장자 무리ㆍ사문 무리ㆍ사천왕 무리ㆍ삼십삼천 무리ㆍ마왕 무리ㆍ범천왕 무리이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찰리 무리들을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만한 이가 아무도 없어, 내가 제일이었고 짝할 이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018_0600_c_02L나는 또 기억한다. 나는 바라문 무리ㆍ장자 무리ㆍ사문 무리ㆍ사천왕 무리ㆍ삼십삼천 무리ㆍ마왕 무리ㆍ범천왕 무리에게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변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어 그 중에서 가장 높았고 또 비슷한 이마저 없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며,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계를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며, 많은 지식을 성취하고, 정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그 여덟 무리 가운데서 제일이요 짝할 이가 없었으며, 그 중생들의 덮개가 되 주었다. 그때 그 여덟 종류의 무리들은 내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서로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왜냐하면 나는 하늘ㆍ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ㆍ사문ㆍ바라문들 중에서 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한 이를 보지 못하였고, 여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018_0601_a_02L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보시하나니 네 곳의 성문에서, 큰 저자에서, 제가 길을 가다가, 또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 이렇게 여덟 가지로 보시를 베풉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옷을 구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며, 나라 안의 보배라 할지라도 결코 거절하지 않으며 의복ㆍ음식ㆍ침구ㆍ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모두 보시합니다. 또 어떤 하늘은 제게 찾아와 공중에서 ‘거룩한 자와 비천한 자를 분별하라. 이 자는 계를 지키고, 이 자는 계를 범했다. 이 자에게 보시하면 복을 받고 저 자에겐 보시해도 과보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이런 자 저런 자가 전혀 없어 더 주고 덜 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두루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목숨을 의지하고 형체가 있는 중생들은 먹는 것이 있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합니다.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면 그 과보가 한량없고, 그 받는 과보에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을 향하는 이ㆍ아라한을 얻은 이ㆍ아나함을 향하는 이ㆍ아나함을 얻은 이ㆍ사다함을 향하는 이ㆍ사다함을 얻은 이ㆍ수다원을 향하는 이ㆍ수다원을 얻은 이가 있다. 장자여, 이른바 이런 성현의 무리에게는 보시를 적게 해도 많은 복을 얻고, 보시를 많이 하면 많은 복을 얻느니라.”
018_0601_b_02L “아주 먼 과거의 여러 불세존께도 꼭 지금의 나처럼 이런 성현의 무리가 있었고, 미래에 여러 불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더라도 그분들 또한 이런 성현의 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여,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현의 무리들을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때를 맞춰 보시하고 때가 아닌 때 하지 않는다. 둘째는 깨끗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셋째는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남을 시키지 않는다. 넷째는 서원을 세워 보시하고 교만 방자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다섯째는 보시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탈하여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다. 여섯째는 보시로 열반을 구하고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는다. 일곱째는 좋은 밭을 찾아 보시하고 거친 토양엔 보시하지 않는다. 여덟째는 이런 공덕으로 중생에게 보시하고 자기를 위해 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재물을 보시할 때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어떤 것이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어떤 것이 열반으로 향하는 길인가? 삿된 소견[邪見]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소견[正見]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다스림[邪治]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다스림[正治]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말[邪語]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말[正語]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업[邪業]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업[正業]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생활[邪命]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생활[正命]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방편[邪方便]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방편[正方便]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기억[邪念]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기억[正念]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삿된 선정[邪定]은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바른 선정[正定]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을 지옥으로 나아가는 길과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라 하느니라. 모든 불세존께서 늘 하시는 설법을 나는 이제 다 마쳤다. 너희들은 한가한 곳에서 지내고 나무 밑이나 한데 앉기를 즐거워하며, 훌륭한 법을 생각하고 닦으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느니라.”
1)팔리어로는 Channa이고, 차닉(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ㆍ부장(覆藏)이라 한역한다. 정반왕(淨飯王)의 노예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처님께서 성을 넘어 출가하셨을 때 몸소 말을 몰았던 사람으로서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후 카필라성을 방문을 했을 때 출가하였다. 그는 육군비구(六群比丘)와 어울려 온갖 사견과 악행을 일삼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참회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2)팔리어로는 brahma-daṇḍa이고, 범벌(梵罰)ㆍ범단(梵檀)이라고도 하며, 묵빈(黙擯)이라 한역하는데,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범천치죄법(梵天治罪法)이라고도 하는데, 범천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방법으로 죄인을 다룬다고 한다.
3)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8권 35번째 소경인 「아수라경(阿修羅經)」이 있다.
4)팔리어로는 Pahārāda asurinda이고, 파라다(波羅陀) 아수륜ㆍ파라라(婆羅邏) 아수륜이라고도 한다.
5)즉 8정도(正道)이다.
6)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9권 36번째 소경인 「지동경(地動經)」이 있다.
7)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8권 74번째 소경인 「팔념경(八念經)」과 후한(後漢 시대 지요(支曜)가 한역한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