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범지는 부처님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때 시라(施羅)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라문이고 사문은 찰리종(刹利種)입니다. 그러나 사문이나 바라문은 다 동일한 도(道)로서 하나의 해탈을 구합니다. 바라옵건대 사문은 우리들을 허락하시어 동일한 도를 얻게 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뜻을 내어 하나의 해탈로 향해 가라. 그것은 이른바 바른 견해[正見]이니라.”
018_0663_c_13L佛告梵志:“汝當興意,向一解脫,所謂正見是也。”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른 견해가 곧 하나의 해탈입니까, 혹은 다른 해탈이 있습니까?”
018_0663_c_14L梵志白佛言:“正見卽是一解脫,復更有解脫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다시 다른 해탈이 있어 열반의 세계를 얻는다. 거기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다스림[正治]ㆍ바른 말[正語]ㆍ바른 업[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각[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8품도(品道)로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아는 이는 한 백천[一白千] 분이 아니다.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 없는 백천 중생들이 이 8품도를 아느니라.”
018_0663_c_20L世尊告曰:“非一百千。梵志,當知無數百千衆生知此八種之道。”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8품도를 모르는 이가 있습니까?”
018_0663_c_22L梵志白佛言:“頗復有此衆生不解此八種之道乎?”
018_0664_a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중생으로서 모르는 이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018_0664_a_02L世尊告曰:“有此衆生。其不解者,非一人也。”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법을 얻지 못하는 이가 있습니까?”
018_0664_a_03L梵志白佛言:“頗復有衆生不得此法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도를 얻지 못하는 중생으로서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간사하고 거짓된 것, 나쁜 말을 하는 것, 충고하기 어려운 것,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것, 미워하기 좋아하는 것, 부모를 해치는 것, 아라한을 죽이는 것, 선근(善根)과 착한 일을 끊는 것, 악을 갚는 것, 나[我]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쁜 생각으로 여래를 대하는 사람이다. 범지야, 이것을 일러 ‘열한 가지 종류의 사람은 이 8품도를 얻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범지와 그 5백 명 제자들은 모두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018_0664_a_14L爾時,梵志及五百弟子各各長跪,白世尊言:“唯願世尊,聽出家學道。”
부처님께서 모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여래의 앞에서 범행을 잘 닦으면 차츰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질 것이다.”
018_0664_a_16L佛告諸梵志:“善來。比丘,於如來所,善修梵行,漸盡苦原。”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5백 명 범지들은 곧 사문으로 변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5백 비구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그때 설하신 논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나는데 관한 논[生天論]이요, 또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여러 불세존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을 때 그 5백 명은 온갖 번뇌가 영원히 없어졌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
그때 시녕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조금 참으시고 때를 기다리소서. 그렇게 하시면 음식을 다시 장만하겠습니다.”
018_0664_b_09L爾時,翅甯梵志白世尊言:“唯願世尊,小留神待時,正爾更辦飮食。”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장만한 음식을 곧 차려라. 모자랄까 걱정하지 말라.”
018_0664_b_11L世尊告曰:“所辦飮食,但時貢之,勿懼不足。”
이때 시녕 범지는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몸소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발우를 거두시자 시녕 범지는 여러 가지 꽃으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 위에 흩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남녀노소들은 모두 우바새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때 발제바라(跋提婆羅)2)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018_0664_c_09L爾時,跋提婆羅白世尊言:“我不堪任而一食。所以然者,氣力弱劣。”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시주의 집에 가거든 1분(分)만 먹고 1분은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라.”3)
018_0664_c_10L佛告之曰:“若汝至檀越家,一分食之,一分持還家。”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런 법을 쓸 수 없습니다.”
018_0664_c_12L跋提婆羅白佛言:“我亦不堪行此法。”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재(齋)를 어기는 것을 허락하리니, 하루에 세 때를 먹어라.”
018_0664_c_13L世尊告曰:“聽汝壞齋,通日而食。”
발제바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법도 행할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018_0664_c_14L跋提婆羅白佛言:“我亦不堪任施行此法。”爾時,世尊默然不報。
018_0665_a_02L그때 가류타이(迦留陀夷)4)가 해가 저물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날이 아주 어두워져 우다이(優陀夷)는 차츰 어느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부인은 아이를 배고 있었다. 부인은 사문이 밖에서 걸식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손수 밥을 가지고 나와 주려 하였다. 그런데 우다이는 얼굴빛이 매우 검었는데 마침 하늘에서는 곧 비가 내릴 듯 여기저기서 번개가 쳤다.
그때 장자의 부인은 문을 나와 사문의 몹시 검은 얼굴빛을 보고 갑자기 놀라고 두려워 ‘귀신이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아, 나는 귀신을 보았다’라고 하면서 부르짖었다. 그 바람에 낙태하여 아기가 죽고 말았다. 이때 가류타이는 이내 정사로 돌아와 근심에 잠겨 앉아 생각하고 후회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모든 사람들이 ‘석종의 제자 사문들은 절도가 없고 오고감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중에서 계율을 가지는 비구나 계율이 완전한 이들은 스스로 원망하고 이렇게 꾸짖었다. ‘사실은 우리들의 행동이 아니지만 그것은 음식에 제한이 없고 오고감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니, 진실로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들은 서로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 사실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우다이를 오라고 하였다. 이때 우다이는 부처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우다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정말로 어제 저물어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장자의 부인이 낙태하게 하였느냐?”
그때 세존께서 곧 강당으로 가시어 한복판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모든 불세존(佛世尊)도 모두 하루에 한 끼니만 먹었고[一座而食] 모든 성문(聲聞)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을 먹었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그 제자들도 하루에 한 끼니만 먹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를 행하는 요긴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한 끼니를 먹을 것이다. 만일 하루에 한 끼니를 먹게 되면 몸은 가볍고 마음은 열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열리면 온갖 선의 뿌리를 얻을 것이요, 선의 뿌리를 얻으면 곧 삼매를 얻을 것이며, 삼매를 얻으면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을 사실 그대로 아는가?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 것이다. 너희들 족성자는 이미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세속의 여덟 가지 업을 버렸으면서 때를 알지 못한다면 저 탐욕을 가진 사람들과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범지(梵志)에게는 범지의 법이 따로 있고 외도(外道)에게는 외도의 법이 따로 있느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도 그런 지혜는 있다. 그러나 다만 범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니, 반드시 눈앞에 죄가 있어야 제한을 정하는 것이다.”
018_0665_b_20L世尊告曰:“如來亦有此智,但未犯者,要眼前有罪,乃當制限耳。”
018_0665_c_02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완전히 하루에 한 끼니만 먹는다[一座而食]. 너희들도 하루에 한 끼니를 먹어야 한다. 이제 너희들은 점심때에만 먹고[日中而食] 때를 지나서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너희들은 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배워야 할 걸식하는 법인가? 이른바 비구는 목숨을 지탱하는 것으로써 취지를 삼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생각하고 먹고 탐착하는 마음이 없다. 그래서 다만 그것으로써 내 몸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나지 않게 하며 기력을 충족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걸식이라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한 번 앉아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인가? 일어나면 먹는 법을 범하는 것이니, 다시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비구가 한 번 앉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너희 비구들은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음식을 얻어서 먹는 것인가? 말하자면 비구가 이미 음식을 얻었는데 다시 무엇이 있어 그것과 같을 것인가? 먹은 뒤에 또 얻더라도 다시 그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 비구는 이와 같이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너희 비구들은 세 가지 법의를 입고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 앉으며 한데 앉아 고행하고 누더기 옷을 입으며 무덤 사이에 머무르고 헤어진 나쁜 옷을 입어야 한다. 왜냐하면 욕심이 적은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가섭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섭 비구는 12두타행을 스스로 행하고 또 남을 가르쳐 그 요긴한 법을 행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니 마땅히 면왕(面王)5)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면왕 비구는 나쁘고 해진 옷을 입고 장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나의 교훈이니 부디 생각하고 닦아 행하라.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018_0666_a_02L그때 발제바라는 3개월이 지나도록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난은 3개월이 지난 뒤에 처음으로 발제바라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 모든 비구들은 모두 누더기 옷을 깁고 있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곧 세간에 유행(遊行)하실 것이다. 지금 가서 뵙지 않으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때 아난은 발제바라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여래께서는 금계를 정하셨으나 제가 받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용서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재삼 되풀이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참회를 받아 주니 뒤에는 다시 범하지 말라. 왜냐하면 내가 그 무수한 생사(生死)를 생각하건대, 혹은 나귀ㆍ노새ㆍ낙타ㆍ코끼리ㆍ말ㆍ돼지ㆍ염소 따위가 되어 풀을 먹고 그 몸을 길렀으며, 혹은 지옥에서 뜨거운 쇠 구슬을 먹었으며, 혹은 아귀가 되어 항상 고름과 피를 먹었고, 혹은 인간이 되어 5곡을 먹었으며, 혹은 하늘 사람이 되어 자연의 감로(甘露)를 먹었었다. 그리하며 무수한 겁 동안에 온갖 목숨을 받아 서로 다투면서 조금도 만족할 줄 몰랐다. 우바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치 불이 섶을 얻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고 또 큰 바다가 온갖 물을 머금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처럼, 지금 범부들도 그와 같이 음식을 탐내어 만족할 줄 모른다.”
018_0666_b_02L그때 발제바라는 여래의 교훈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힘쓰고 꾸짖었으니, 그 까닭은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이가 위없는 범행을 닦으면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발제바라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서 음식을 제일 많이 먹는 이는 길호(吉護)6) 비구이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사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일 너희들에게 ‘너희들이 사문이냐?’ 하고 물으면 너희들은 ‘사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사문의 행과 바라문의 행에 대하여 말하리라. 너희들이 생각하고 닦아 익히면 뒤에 반드시 성취하리니, 그것은 확실하여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사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습행(習行) 사문과 서원(誓願) 사문이다.
무엇을 습행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가고 옴ㆍ나아감과 머무름ㆍ바라봄ㆍ용모ㆍ옷을 입음ㆍ발우를 지니는 것이 모두 법과 같고,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 집착하지 않으며, 다만 계(戒)를 지니고 정진하여 법이 아닌 것을 범하지 않고 모든 계를 평등하게 배우는 것이니, 이것을 습행 사문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로서 위의ㆍ계율ㆍ출입ㆍ나아감과 머무름ㆍ걸음걸이ㆍ용모ㆍ바라봄ㆍ거동이 모두 법과 같고, 번뇌를 없애 번뇌가 없게 되며, 현세에서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유행하면서 교화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니, 이것을 서원 사문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두 종류의 사문’이라고 한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그 어떤 것을 사문의 법행(法行)이라고 하고 바라문의 법행이라고 합니까?”
018_0666_b_24L爾時,阿難白世尊言:“彼云何名爲沙門法行,婆羅門法行?”
018_0666_c_02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비구로서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며 때를 잃지 않고 여러 가지 도의 갈래를 행하는 것이다.
018_0666_c_02L佛告阿難:“於是比丘飮食知足,晝夜經行,不失時節,行諸道品。
어떤 것을 비구의 온갖 감각기관[根]이 고요한 것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거기에서 감각기관인 눈을 깨끗이 하여 온갖 나쁜 생각을 없애고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거기에 집착하거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감각기관인 뜻을 청정이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의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한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고 살찌거나 희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다만 그 몸을 보존하려고 할 뿐이요,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은 다시 생기지 않아 범행을 닦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남녀가 몸에 부스럼이 나면 때에 따라 고약을 바르는 것은 다만 부스럼을 고치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지금 이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배를 요량해 먹을 뿐이다. 또 수레에 기름을 치는 것은 멀리 가려고 하는 것인 것처럼, 비구가 배를 요량해 먹는 것은 목숨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항상 깨어 있을 줄 아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비구로서 초저녁과 새벽에 항상 깨어 있어 37도품(道品)의 법을 생각하고 낮에는 거닐면서 나쁜 생각과 온갖 번뇌[結]를 없애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거닐면서 나쁜 번뇌와 좋지 못한 생각을 없애고, 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다만 광명을 향하는 생각을 가지며, 또 새벽에는 드나들고 거닐면서 좋지 못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비구가 늘 때를 알아 깨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사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이다.
018_0667_a_02L그 어떤 것이 바라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인가?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리고는 욕루(欲漏)의 마음ㆍ유루(有漏)의 마음ㆍ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는다. 해탈을 얻고는 곧 해탈하였다는 지혜[解脫智]를 얻는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바라문이 해야 할 요긴한 행의 법이라고 한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을 요긴한 행의 의미라고 하느니라.”
018_0667_b_02L “그러므로 아난아, 사문의 법행과 바라문의 법행을 항상 생각하고 닦아 행하여야 하느니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법을 행한 뒤에야 사문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사문이라고 하는가? 온갖 번뇌를 아주 없애기 때문에 사문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범지라고 하는가? 어리석고 미혹한 법을 모두 버렸기 때문에 범지(梵志)라고 한다. 또 찰리(刹利)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찰리라고 하는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었기 때문에 찰리라고 한다. 또 목욕(沐浴)이라고도 하니, 무엇 때문에 목욕이라고 하는가? 21가지의 번뇌를 다 씻어 없앴기 때문에 목욕이라고 한다. 또 깨달음[覺]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하는가? 어리석은 법과 지혜로운 법을 밝게 깨달았기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한다. 또 저 언덕[彼岸]이라고도 하나니, 무엇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하는가? 이 언덕에서 저 언덕에 이르기 때문에 저 언덕이라고 한다. 아난아, 이런 법을 행할 수 있는 이라야 비로소 사문ㆍ바라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 의미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부처님께서 제바달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으면서 시주가 되어 보시하는 것이 좋겠다. 사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018_0667_b_09L佛告提婆達兜:“汝宜在家,分檀惠施。夫爲沙門,實爲不易。”
이때 제바달두는 두 번 세 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라도 앉기를 허락해 주소서.”
018_0667_b_11L是時,提婆達兜復再三白佛言:“唯然。世尊,聽在末行。”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속가에 있는 것이 좋겠다. 출가하여 사문의 행을 닦는 것은 마땅치 않느니라.”
018_0667_b_12L佛復告曰:“汝宜在家,不宜出家,修沙門行。”
그때 제바달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이 질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직접 머리를 깎고 범행을 잘 닦으리라. 이 사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때 제바달두는 곧 돌아가 제 손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나는 석종의 제자이다’라고 스스로 일컬었다.
그때 수라타(修羅陀)7)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두타행으로 걸식하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다섯 가지 신통을 밝게 통달하였다. 이때 제바달두는 그 비구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함을 얻게 하십시오.”
018_0667_c_02L제바달두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도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018_0667_b_24L是時,提婆達兜比丘言:“唯願尊者,當與我說神足道。我能堪任修行此道。”
그때 비구는 그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설명하였다. “당신은 지금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공부하시오.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다시 4대(大)인,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가볍고 무거움을 분별하고,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곧 자재삼매(自在三昧)를 수행하고, 자재삼매를 행하고 나서는 다시 용맹삼매(勇猛三昧)를 닦으며, 용맹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심의삼매(心意三昧)를 수행하고, 심의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자계삼매(自戒三昧)를 수행하시오. 자계삼매를 마치고 나면 오래지 않아 곧 신통의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그때 제바달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는 스스로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고 다시 4대의 가볍고 무거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삼매를 모두 닦아 하나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신통의 도를 성취하였다. 이리하여 무수한 방편으로 무량한 변화를 부렸으므로 그 명성이 사방에 멀리 퍼졌다.
018_0668_a_02L그때 왕태자는 제바달두의 신통이 이러한 것을 보고 곧 수시로 공양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대주었다. 태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바달두의 신통은 참으로 따르기 어렵다.’ 이때 제바달두는 다시 제 모습을 숨기고 어린아이의 몸으로 변화해 태자의 무릎 위에 앉았다. 여러 궁녀들은 각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아이는 누구인가? 귀신인가, 하늘인가?” 그 말을 마치기 전에 그는 다시 몸을 변화해 본래의 몸으로 되었다. 이때 왕태자와 궁녀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그것이 바로 제바달두였구나.” 곧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해 주었고 또한 이러한 말을 퍼뜨렸다. “제바달두의 이름과 덕망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제바달두의 이양(利養)을 탐내지 말라. 그리고 그의 신통의 힘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그는 곧 신통의 힘 때문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제바달두가 얻는 이양과 그 신통은 장차 다해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신통이 있으면 나도 신통이 있다. 사문 구담이 아는 것이 있으면 나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이 귀족이면 나도 귀족이다. 만일 사문 구담이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네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여덟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그가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열여섯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그가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서른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그 사문이 나타내는 신통을 따라 나는 자꾸 그보다 갑절이아 더 나타낼 것이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제바달두의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의 5백여 비구들은 제바달두에게로 갔다. 그리하여 제바달두와 그 5백 비구들은 태자의 공양을 받았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바달두 비구는 대단한 신통이 있어서 우리 성중(聖衆)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018_0668_b_17L爾時,衆多比丘白世尊言:“提婆達兜比丘極有神足,乃能壞聖衆。”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단지 지금만 성중(聖衆)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과거 세상에서도 늘 성중을 무너뜨렸었다. 그 내력을 말하면 과거에도 성중을 무너뜨렸고 또 악한 생각을 내어 ‘나는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죽이고 삼계에서 부처가 되어 홀로 높아 짝이 없이 되리라’고 하였다.”
018_0668_c_02L이때 제바달두가 아사세 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사람의 수명이 매우 길었지만 지금은 짧아졌습니다. 만일 왕태자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친다면,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왕을 해쳐 성왕(聖王)의 자리를 이어받지 않습니까? 나는 여래를 해치고 부처가 될 것이니, 그때에는 새 왕과 새 부처로서 얼마나 유쾌하겠습니까?”
이때 제바달두는 아사세왕이 그 부왕을 가둔 것을 보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기어코 사문 구담을 잡아 죽이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기사굴산의 한 작은 산 곁에 계셨다. 제바달두는 기사굴산으로 가서 길이 30주(肘) 너비 15주가 되는 큰 돌을 들어 세존께 던졌다. 이때 산신 금비라(金毘羅)9)가 항상 그 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제바달두가 돌을 들어 부처님께 던지는 것을 보고 곧 손을 펴 온몸을 덮었다.
018_0669_a_02L그때 제바달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끝내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지 못하였다. 다시 방편을 구하리라.’ 그리고는 거기서 떠나갔다. 그는 아사세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검은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사문을 해치게 하십시오. 왜냐하면 이 코끼리는 몹시 사나워서 틀림없이 사문 구담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일 저 사문이 일체지(一切智)가 있다면 반드시 내일은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요, 일체지가 없다면 틀림없이 성에 들어와 걸식하다가 이 사나운 코끼리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런데 그 나라의 남녀노소와 사부대중들은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서로 이끌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라열성에 가셔서 걸식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아사세왕이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018_0669_b_02L왕이 말하였다. “이 사문 구담은 큰 신력이 있고 온갖 기술(伎術)이 많아 곧 주술(呪術)로써 저 큰 코끼리를 죽인 것입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반드시 큰 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나운 코끼리의 해침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법시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악인(惡人)들과 함께 온갖 죄악의 근본을 지었습니다.”
018_0669_b_13L法施比丘尼報曰:“汝今與惡共幷,造衆不善之本。
이때 제바달두는 불꽃같은 성이 치밀어 곧 손으로 그 비구니를 때려 죽였다.
018_0669_b_15L爾時,提婆達兜熾火洞然,卽以手打比丘尼殺。
제바달두는 그 진인(眞人:阿羅漢)을 죽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여러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나쁜 생각을 내어 사문 구담에게 향하였지만 그것은 의리에 맞지 않다. 아라한으로서 나쁜 생각을 내어 아라한을 향해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 저분에게 참회하는 것이 옳다.”
아난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아뢰었다. “지금 저 제바달두가 참회를 하려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018_0669_c_06L爾時,阿難再三復白佛言:“今此提婆達兜已欲來至,求其悔過。”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나쁜 사람은 끝내 여래에게 오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목숨이 이미 다 되었느니라.”
018_0669_c_08L佛告阿難:“此惡人終不得至如來所。此人今日命根已熟。”
그때 제바달두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기 전에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누워서 여래를 뵐 수는 없다. 가마에서 내려 뵙는 것이 마땅하다.” 제바달두가 땅에 막 발을 내딛자 땅 속에서 큰 불바람[火風]이 일어나 그의 몸을 에워쌌다. 그때 제바달두는 불에 타면서 곧 여래께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막 ‘나무불(南無佛)’이라고 외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나무’10)만을 일컫고 곧 지옥으로 들어갔다.
018_0670_b_02L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자기가 죄를 지어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우는 까닭은 제바달두가 그 이름과 종족을 아끼지 않고, 또 부모와 어른들을 위하지 않으며 모든 석씨를 욕되게 하고 우리 문중을 헐뜯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바달두가 현재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 것은 진실로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문족(門族)은 전륜성왕의 지위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바달두의 몸은 왕족에서 나왔는데 현재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바달두는 현세의 몸으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의 몸으로 과(果)를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고, 진인(眞人)의 자취를 배워 아라한이 되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했어야 할 터인데, 어찌 현세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갈 줄 알았겠습니까? 제바달두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 큰 신력(神力)과 신덕(神德)이 있어 능히 삼십삼천에까지 올라갔고 변화가 자재(自在)하였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지옥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얼마만큼 세월을 지나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두는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면 60겁을 지내도록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왕래하다가 최후로 사람의 몸을 받을 것이다. 그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벽지불이 될 것이니, 그때는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018_0670_c_02L그때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제바달두는 악의 과보로 말미암아 지옥의 죄를 받았는데,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60겁 동안 삶과 죽음을 지내면서도 고뇌를 받지 않고, 다시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잠깐 동안의 착한 마음도 그 복을 비유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제바달두처럼 고금(古今)의 일에 두루 밝고 외워 익힌 것이 많으며, 온갖 법을 모두 가져 들은 것을 잊지 않는 이이겠는가? 생각하면 저 제바달두는 과거의 원한으로 해칠 마음을 내어 여래를 향하였으나, 다시 과거 인연의 과보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하였으므로 이 인연의 과보 때문에 60겁 동안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또 마지막 목숨을 마칠 때에 부드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라고 했기 때문에 뒷날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알아서 하되 너무 경솔하고 성급하게 하지 말고,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왜냐하면 매우 악한 중생은 다루기 어렵고 성취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비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또 그 죄인들은 인간의 음성과 말을 주고받는 것을 알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때를 알아서 하라.” 아난이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018_0670_c_22L佛告目連:“汝宜知是時。”是時,阿難聞斯語,歡喜踊躍,不能自勝。
018_0671_a_02L이때 대목련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앞에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곧 아비지옥으로 들어갔다. 이때 대목건련이 아비지옥의 허공에서 손가락을 튀겨 깨우면서 말하였다. “제바달두야.”
018_0671_c_02L목련이 대답하였다. “제바달두여, 두려워하지 말라. 지옥은 매우 괴로우나 이보다 더 괴로운 곳은 없다. 저 석가문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온갖 곤충까지 불쌍하게 여기시는데,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같이 해서 마음에 차별이 없으시다. 그래서 때를 따라 법을 연설하여 마침내 차례를 잃지 않게 하며, 또 그 종류를 어기지 않고 한량없이 연설하신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 나쁜 생각을 내어 세존을 해치려고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죄악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그 인연의 과보로 아비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내는 동안에는 나갈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겁수가 지나고 행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고 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요, 거기서 계속하여 차례대로 삼십삼천ㆍ염천ㆍ도솔천ㆍ화자재천ㆍ타화자재천에 태어나서, 60겁 동안은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과 천상으로 돌아다니다가 최후로 몸을 받으면 도로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틀림없이 벽지불이 되어 그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전에 죽음에 다다라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나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지게 된다.’ 지금 저 여래께서는 그 ‘나무’라고 한 착한 말을 관찰하셨기 때문에 그 이름을 말씀하셨고, 60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벽지불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때 제바달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다시 목련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겨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또 큰 자비로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교화하십니다. 비록 제가 지금부터 아비지옥에서 오른쪽으로 누워 한 겁을 지내더라도 마음과 뜻이 전일하고 발라 마침내 괴로워하거나 지겨워하지 않겠습니다.”
제바달두가 대답하였다. “뜨거운 쇠 바퀴로 몸을 깔아 부수고 쇠 절굿공이로 몸을 찧으며, 검고 사나운 코끼리가 제 몸을 짓밟고, 또 불산[火山]이 와서 제 얼굴을 누르며, 옛날에 입었던 가사가 몹시 뜨거운 구리쇠 경첩이 되어 제 몸에 와서 감깁니다. 그 고통의 모양은 이와 같습니다.”
그때 지옥 중생들은 목련의 이 게송을 듣고 6만여 명은 행이 다하고 죄가 끝나 곧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사천왕천에 태어났다.
018_0672_a_17L爾時,地獄衆生聞目連說此偈已,六萬餘人行盡罪畢,卽彼命終,生四天王上。
018_0672_b_02L목련은 곧 신통을 거두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제바달두는 문안드리며 공경하고 받들기 한량없는데 ‘기거함에 가볍고 행보도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렸으며, 또 아난께도 문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여래께서 〈60겁 중에 벽지불(辟支佛)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하리라〉고 기별(記莂)을 주시니, 저는 비록 아비지옥 속에서 오른쪽으로 누워 있더라도 마침내 그 괴로움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목련아, 많은 이익을 주었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구나.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천상과 인간을 편안하게 하였으며, 여래의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차츰 번뇌가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목련아, 항상 노력하여 세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만일 저 제바달두가 몸으로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와 뜻으로 짓는 세 가지의 선한 법을 수행하였더라면 그는 몸을 마치도록 이양(利養)을 탐하지 않고 또 5역죄(逆罪)를 지음으로써 아비지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무릇 이양을 탐내는 사람은 삼보(三寶)에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또한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니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다만 탐내는 일에만 뜻을 오로지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목련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들이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아 해탈하고, 그 이치를 널리 펴서 남을 위해 연설하면 반드시 열한 가지 과보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열한 가지인가? 누워도 편안한 것, 깨어도 편안한 것, 나쁜 꿈을 꾸지 않는 것, 하늘도 보호하는 것, 사람도 사랑하는 것, 독약을 먹지 않는 것, 무기에 상해를 입지 않는 것, 물ㆍ불ㆍ도적의 침해를 당하지 않는 것,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자애로운 마음을 수행하면 열한 가지 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