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1)은 상묘당관(上妙堂觀)에 있다가 밤에 존자 대목건련이 있는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때 석제환인의 광명은 기사굴산을 두루 비추어 두루두루 크게 밝았다. 그때 석제환인은 앉고 나서 곧 게송으로 말했다.
능히 아낌의 번뇌[慳垢]를 항복 받고 대덕께 때를 따라 보시하면 이것이 곧 보시 중에 훌륭한 것이니 미래 세상에서는 훌륭한 일 보리라.
018_0892_c_10L能伏於慳垢, 大德隨時施, 是名施中賢,
來世見殊勝。
그때 대목건련이 제석에게 물었다.
018_0892_c_12L時,大目揵連問帝釋言:
“교시가(憍尸迦)2)여, 어째서 아낌의 번뇌를 항복 받으면 훌륭한 일을 보리라고 그대는 이렇게 말했는가?”
018_0892_c_13L“憍尸迦,云何爲調伏慳垢,見於殊勝,而汝說言:
능히 아낌의 번뇌를 항복 받고 대덕께 때를 따라 보시하면 이것이 곧 보시 중에 훌륭한 것이니 미래 세상에서는 훌륭한 일 보리라.
018_0892_c_14L能調伏慳垢, 大德隨時施, 是則施中賢,
來世見殊勝。?
그때 천제석이 대답하였다.
018_0892_c_16L時,天帝釋答言:
“존자 대목건련이여, 훌륭한 바라문(婆羅門)의 대족성ㆍ훌륭한 찰리(刹利)의 대족성ㆍ훌륭한 장자(長者)의 대족성ㆍ훌륭한 사왕천(四王天)ㆍ훌륭한 삼십삼천(三十三天)들이 머리를 조아려 경례하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여, 나는 훌륭한 바라문의 대족성ㆍ훌륭한 찰리의 대족성ㆍ훌륭한 장자의 대족성ㆍ훌륭한 사왕천ㆍ훌륭한 삼십삼천의 공경과 예배를 받습니다. 이러한 과보를 보았기 때문에 이 게송을 말한 것입니다.
018_0893_a_01L 다시 존자 대목건련이여, 뿐만 아니라 해는 주행(周行)하며 모든 방향을 비춥니다. 이렇게 천 세계ㆍ천 달ㆍ천 해ㆍ천 수미산(須彌山)ㆍ천 불바제사(弗婆提舍)ㆍ천 울다라제사(鬱多羅提舍)ㆍ천 구타니가(瞿陀尼迦)ㆍ천 염부제(閻浮提)ㆍ천 사천왕(四天王)ㆍ천 삼십삼천(三十三天)ㆍ천 염마천(炎摩天)ㆍ천 도솔타천(兜率陀天)ㆍ천 화락천(化樂天)ㆍ천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천 범천(梵天)까지를 소천세계(小千世界)라고 부르는데, 이 소천세계 안에는 당관(堂觀:궁전)으로서 비사연당관(毘闍延堂觀)3)만한 것이 없습니다.
비사연에는 101의 누관(樓觀)이 있고, 누관은 7층으로 되어 있으며, 층마다 일곱 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일곱 명의 천후(天后)가 있으며, 천후 한 명에 일곱 명의 시녀가 있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여, 소천세계에는 이러한 당관으로서 비사연만큼 장엄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아끼는 마음을 항복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묘한 과보가 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이 게송을 말한 것입니다.”
“저희 삼십삼천은 방탕한 향락에 많이 집착함으로써, 혹 옛날 일을 기억하기도 하고 혹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십니다. 제가 먼젓번 계격산에서 물은 일을 존자께서 알고 싶다면, 지금 세존께 찾아가 물으십시오. 그리고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시거든 잘 받아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에 새로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좋은 당관(堂觀)을 가지고 있는데 들어가서 구경하십시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잠자코 그 청을 들어, 곧 제석천과 함께 당관으로 들어갔다. 그 여러 천녀들은 멀리서 제석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들 하늘 음악을 연주하면서 혹은 노래하고 혹은 춤을 추었다. 여러 천녀들은 몸에 영락을 걸쳐 몸을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다섯 가지 음악에 맞추는데, 마치 음악을 훌륭한 솜씨로 연주하듯 음성이 그에 못지 않았다. 그들은 존자 대목건련을 보자 모두 부끄러워하며 방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때 제석천은 존자 대목건련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내 스승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큰 스승의 제자 대목건련 때문이니, 그는 범행(梵行)이 청정하고 큰 덕과 큰 힘이 있는 사람이다.”
018_0893_c_13L“此非我師,是大師弟子大目揵連,梵行淸淨,大德大力者。”
여러 천녀들이 말하였다.
諸天女言:
“훌륭하십니다. 교시가시여, 여기 이러한 범행이 있고, 큰 덕과 큰 힘을 가진 도반이 있거늘 큰 스승의 덕과 힘이야 어떠하겠습니까?”
018_0893_c_15L“善哉!憍尸迦,乃有如此梵行大德大力同學,大師德力當復如何?”
506. 제석경(帝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0893_c_1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푸르고 부드러운 돌 위4)에 계셨는데, 그곳은 파리야다라(波梨耶多羅)5) 나무와 구비타라(拘毘陀羅) 향나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여름 안거(安居)를 지내시면서, 그 어머니와 삼십삼천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안거하고 있었다. 그때 사부대중들은 존자 대목건련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존자 대목건련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사부대중들은 존자 대목건련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고 떠나갔다. 그때 모든 사부대중들은 3개월의 안거를 마친 뒤에, 다시 존자 대목건련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사부대중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해 가르침을 보이고 기쁘게 하였으며, 가르침을 보여 기뻐하게 한 뒤에 잠자코 있었다. 그때 사부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존자 대목건련에게 아뢰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우리들은 이미 오랫동안 세존을 뵙지 못해 세존을 뵙고 싶은 그 갈망과 그 공허함이 자못 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만일 수고를 아끼시지 않거든 저희들을 위해 삼십삼천으로 가시어 저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아프신 지, 조금이라도 괴로운 일이 있으신 지, 기거하심이 경쾌하신 지, 안락하게 지내시는지를 세존께 문안드려 주십시오. 그리고 또 ‘세존이시여,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이 세존을 뵙고싶어하나 신통력이 없어, 삼십삼천으로 올라가 세존을 공경하고 예배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삼십삼천은 스스로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 인간 세계로 내려오십시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가엽게 여기시어 이 염부제로 돌아오십시오’라고 여쭈어 주십시오.”
018_0894_b_01L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사부대중들이 돌아간 줄을 알고 곧 삼매에 들었고, 정수(正受)에 들어서는 신통을 부려, 마치 큰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시간에 사위국에서 사라져 삼십삼천의 푸르고 부드러운 돌 위에 나타났는데, 그곳은 파리야다라(波梨耶多羅) 나무와 구비타라(拘毘陀羅) 향나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삼십삼천의 한량없는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존자 목건련은 멀리서 세존을 뵙고 기뻐 날뛰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렇다. 그렇다. 존자 대목건련아, 이렇게 많이 모인 여러 하늘 대중들은 과거부터 일찍이 바른 법을 들어, 부처님에 대한 변함없는 청정한 믿음과 법과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며, 거룩한 계(戒)를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여기 와서 태어났느니라.”
그때 천제석은 세존께서 존자 대목건련과 함께 여러 하늘 대중들을 칭찬하시는 말씀을 나누는 것을 보고, 존자 대목건련에게 말하였다.
018_0894_b_20L時,天帝釋見世尊與尊者大目揵連歎說,諸天衆共語已,語尊者大目揵連:
018_0894_c_01L“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여, 여기 모인 갖가지 하늘들은 다 과거에 일찍이 바른 법을 들어 부처님에 대한 변함 없는청정한 믿음과 법과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며, 거룩한 계를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여기 와서 태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여기 와서 모인 여러 하늘 대중들은 다 과거에 일찍이 바른 법을 들어, 부처님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과 법과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며, 거룩한 계를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여기 와서 태어났습니다.”
그때 한 천자(天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018_0894_c_09L時,有一天子從座起,整衣服,偏袒右肩,合掌白佛:
“세존이시여, 저도 부처님에 대한 변함없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였기 때문에 여기 와서 태어났습니다.”
018_0894_c_10L“世尊,我亦成就於佛不壞淨,故來生此。”
그러자 또 어떤 천자는 “저는 법에 대한 변함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고, 어떤 이는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으며, 어떤 이는 “거룩한 계를 성취하였기 때문에 여기 와서 태어났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수천의 여러 하늘들은 다 세존 앞에서, 제각기 수다원법(須陀洹法)을 얻었다고 말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사라져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존자 대목건련은 여러 하늘 대중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018_0894_c_15L時,尊者大目揵連知諸天衆去,不久從座起,整衣服,偏袒右肩,白佛言:
“세존이시여, 염부제의 사부대중들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공경히 예배하고, 세존께 문안드리기를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시거나, 조금이라도 괴로움이 있으십니까? 기거하시기가 경쾌하시고 안락하게 지내십니까?’라고 하였으며, 사부대중들은 세존을 사모하여 뵙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들은 세존께 아뢰기를 ‘저희 인간들은 삼십삼천에 올라가 세존께 예배하고 뵙고 싶어도 신통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 여러 하늘들은 큰 덕과 힘을 가지고 있으니 모두 이 염부제로 내려오십시오. 원컨대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을 가엽게 여기시어 부디 염부제로 돌아와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훌륭하다. 천자들이여, 부처님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였고, 법과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였구나.”
018_0895_a_16L“善哉!諸天子,於佛不壞淨成就,法、僧不壞淨成就。”
그때 40명의 천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존자 대목건련에게 아뢰었다.
018_0895_a_17L時,四十天子從座起,整衣服,偏袒右肩,合掌白尊者大目揵連:
“저희들은 부처님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과, 법과 스님대중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며, 거룩한 계를 성취하였기 때문에 천상에 태어났습니다.”
018_0895_a_19L“我得於佛不壞淨,於法、僧不壞淨,聖戒成就,故生天上。”
그러자 어떤 천자는 “부처님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법에 대한 변함 없는 청정한 믿음을 얻었다”고 말했으며, 어떤 이는 “스님대중에 대한 청정한 믿음을 얻었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거룩한 계를 성취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오늘 이른 아침에 당신과 함께 걸식하러 기사굴산에서 나왔었는데, 어느 곳에 이르자 당신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미소지은 까닭을 묻자, 당신은 질문할 때가 아니라고 내게 대답하셨습니다. 이제 다시 당신에게 묻나니,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나는 길에서, 누각(樓閣) 같은 몸집을 가진 어떤 중생이 울부짖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러한 중생은 저러한 몸을 받아 저런 슬픔과 큰 괴로움이 있구나.’ 그래서 나는 빙그레 미소지은 것입니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내 성문 제자들 중에 진실한 눈ㆍ진실한 지혜ㆍ진실한 이치ㆍ진실한 법을 증득해 확실히 통달한 이라야 그런 중생을 볼 수 있느니라. 나도 그 중생을 보았으나, 말하지 않은 것은 남이 믿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고통 받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큰 몸집을 가진 중생은 과거 세상에서 이 왕사성에 있을 때 소[牛]를 도축하는 사람이었느니라. 소를 도축한 그 인연으로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졌고, 지옥을 벗어나서도 소를 도축하는 일을 했던 그 죄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저런 몸을 받아 항상 저런 슬픔과 큰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존자 대목건련이 본 것은 틀리지 않나니, 너희들은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896_a_01L그러자 존자 대목건련은 잠자코 허락하고서, 곧 함께 걸식하러 기사굴산을 떠나 왕사성으로 들어갔다. 가다가 어느 곳에 이르자, 존자 대목건련은 마음에 무슨 생각을 하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존자 륵차나는 존자 대목건련이 미소짓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나는 오늘 이른 아침에 당신과 함께 걸식하러 왕사성으로 들어갔었는데, 어느 곳에서 당신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곧 당신에게 미소지은 까닭을 묻자, 당신은 지금은 질문할 때가 아니라고 내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당신에게 묻나니 무슨 까닭으로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나는 길에서 힘줄과 뼈만 서로 이어진 채 염증이 날 정도로 온몸이 더럽고 냄새나는 어떤 한 중생을 보았습니다. 까마귀[烏]ㆍ소리개[鵄]ㆍ수리[鵰]ㆍ독수리[鷲]ㆍ늑대[野干]ㆍ굶주린 개들이 그를 따라가 잡아채 뜯어먹고, 혹은 옆구리 깊숙한 곳의 내장을 꺼내 먹는데, 그는 매우 괴로워하면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중생은 저런 몸을 받아 저렇게 유익하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구나.’”
018_0896_b_01L“훌륭하다. 비구들아, 내 성문 제자들 중에, 진실한 눈ㆍ진실한 지혜ㆍ진실한 이치ㆍ진실한 법을 증득해, 확실히 통달한 사람이라야 그런 중생을 볼 수 있느니라. 나도 그 중생을 보았으나, 말하지 않은 것은 남이 믿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다. 왜냐하면,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않은 고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 있을 때 소 도축업자의 제자였느니라. 그는 소를 도축한 인연으로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었다. 그는 소 도축하는 일을 했던 나쁜 일을 저지른 그 죄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저런 몸을 받아 저렇게 유익하지 않은 고통을 계속해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리지 않나니, 너희들은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나는 오늘 이른 아침에 당신과 함께 걸식하러 왕사성으로 들어갔었는데, 어느 곳에서 당신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곧 당신에게 미소지은 까닭을 묻자, 당신은 지금은 질문할 때가 아니라고 내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당신에게 묻나니,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미소지으셨습니까?”
“나는 길에서 온몸에 피부가 없어 형상이 순전히 살덩이 같은 큰 몸집을 가진 어떤 중생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까마귀ㆍ소리개ㆍ수리ㆍ독수리ㆍ늑대ㆍ굶주린 개들이 그를 따라가 잡아채 뜯어먹고, 혹은 옆구리 깊숙한 곳의 내장을 꺼내먹는데, 그는 그 온갖 핍박에 괴로워하면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중생은 저런 몸을 받아 저렇게 유익하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구나.’”
“훌륭하다. 비구들아, 내 성문 제자들 중에 진실한 눈ㆍ진실한 지혜ㆍ진실한 이치ㆍ진실한 법을 증득해 확실히 통달한 사람이라야 그런 중생을 볼 수 있느니라. 나도 그 중생을 보았으나, 말하지 않은 것은 남이 믿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않은 고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양(羊)을 도축하는 사람이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 저런 몸을 받아 죄가 남은 까닭에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리지 않나니, 너희들은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양(羊)을 도축하는 사람의 제자였느니라. 그는 양을 도축한 죄로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죗값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리지 않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스스로 낙태(落胎)를 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져 이미 백천 세 동안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죄가 남은 까닭에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리지 않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내지)……존자 대목건련은 길에서 온몸에 바늘 같은 털이 나있고, 털끝마다 모두 불이 붙어 도로 그 몸을 태우므로, 고통이 골수까지 사무치는 큰 몸집을 가진 어떤 중생을 보았다.……(내지)……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018_0897_b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코끼리 조련사였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리지 않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싸움을 좋아해 칼로 사람을 해쳤었느니라. 그로 인해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897_c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일찍이 사냥꾼으로 있으면서 많은 짐승들을 쏘았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돼지 도축업자로 있으면서 많은 돼지를 찔러 죽였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898_a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사람 목베기를 좋아하였다.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백천 세 동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 저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구리그릇을 만들던 사람이었는데 가짜 그릇으로 사람을 속였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살았던 어부이다. 그는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 살았던 여자 점쟁이다. 그녀는 항상 점을 쳐주면서 사람을 속여 재물을 구하였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살았던 점쟁이다. 그는 많은 사람을 속여 재물을 구하였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898_c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왕사성에서 살았던 사람인데 남의 여자와 음행하기를 좋아하였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나는 길에서 온몸이 곪아 터져 더럽고 냄새나는 커다란 몸집을 가진 어떤 중생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까마귀[烏]ㆍ소리개[鵄]ㆍ수리[鵰]ㆍ독수리[鷲]ㆍ늑대[野干]ㆍ굶주린 개[餓狗] 따위가 그를 뒤쫓아 잡아먹자 그는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나는 ‘저 중생이 저런 몸을 받아 저렇게 고통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018_0899_a_01L“나도 그 중생을 보았으나 말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바라내성에서 몸을 팔아 생활했던 여인이다. 그때 가섭 부처님에게 출가한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그 여인은 더러운 마음으로 그 비구를 청하였다. 그 비구는 정직한 마음으로 그 청을 받아드렸다. 그 비구가 여자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자 그 여자는 성을 내며 더러운 물을 비구의 몸에 덮어 씌웠다.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바라내성 자재왕(自在王)의 첫째 부인이었다. 그녀는 왕과 같이 잠을 자다가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 등불의 기름을 왕의 몸에 쏟은 적이 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바라내성에서 자재왕의 스승이었던 바라문이다. 그는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으로 가섭(迦葉)8) 부처님의 성문승(聲聞僧)을 초청하고는 밥 밑에 똥을 깔아 여러 비구들을 괴롭히려고 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899_c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께 출가하여 지사(知事)9) 비구로 있었다. 어떤 시주[檀越]가 여러 비구들에게 쓰라고 기름을 보낸 일이 있었다. 그때 많은 손님 비구가 있었는데, 지사 비구는 곧 기름을 나누어 손님을 대접하지 않고, 손님 비구들이 떠난 뒤에야 나누어주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사미(沙彌)였다. 그는 대중들의 과수원을 지키면서 과일 일곱 개를 훔쳐다가 화상에게 바친 적이 있었다.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900_a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사미였다. 그는 도끼로 석밀(石蜜)을 깨뜨려 여러 스님대중을 공양할 때, 도끼 날에 묻은 꿀을 몰래 훔쳐먹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얻어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사미였다. 그는 석밀 떡을 여러 스님대중에게 공양할 때, 떡 두 개를 훔쳐 겨드랑이 밑에 넣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얻어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900_b_01L“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비구(比丘)였다. 그는 여러 스님대중을 위해 옷과 밥을 빌어 스님들께 공양할 적에 공양하고 남은 것을 번번이 자기가 가져다 썼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얻어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우마차[牛車]를 부리며 생활했었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얻어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0900_c_01L‘여러 장로들이여, 당신들은 여기서 떠나시오.여기는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 당신들을 공양할 수 없으니, 제각기 가고 싶은 대로 가시오. 풍족하고 즐거운 곳이나 옷과 밥이 풍족한 곳을 구한다면, 의복ㆍ음식ㆍ침구와 병에 맞는 탕약을 모자라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먼저 있던 비구들도 다 그곳을 떠나버렸고, 손님 비구들도 그 말을 듣고 다시는 오지 않았느니라.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얻어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비구였다. 그는 마마제가 되어 나쁜 말로 여러 비구들에게 이름을 붙여 ‘이 사람은 나쁜 대머리, 이 사람은 나쁜 버릇장이, 이 사람은 나쁜 옷차림새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이 욕설 때문에 먼저 있던 사람들이 떠나고 올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그 중생은 과거 세상에 이 사위국에서 가섭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비구였다. 그는 싸움 일으키기를 좋아해 여러 비구들을 어지럽혀 서로 싸우게 하고 갖가지 말을 만들어 화합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먼저 있던 비구는 싫어하여 떠나버리고 올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 죄로 말미암아 이미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옥에서의 죄가 남아서 지금 그런 몸을 받아 계속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대목건련이 본 것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나니, 그렇게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아나율(阿那律)17)은 송림정사(松林精舍)18)에 있었고, 존자 대목건련은 발지(跋祇) 부락의 실수마라산(失收摩羅山) 공포조림(恐怖稠林)이라는 짐승들이 사는 곳에 있었다. 그때 존자 아나율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유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중생을 깨끗하게 하고, 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떠나 진여법(眞如法)을 얻게 하는 일승(一乘)의 법이 있나니, 이른바 4념처(念處)19)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와 느낌[受]ㆍ마음[心]도 마찬가지며, 법(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이다. 만일 4념처(念處)를 멀리 여읜다면 성현의 법을 멀리 여의게 되고, 성현의 법을 멀리 여의게 되면 거룩한 도를 멀리 여의게 되며, 거룩한 도를 멀리 여의게 되면 감로의 법을 멀리 여의게 되고, 감로의 법을 멀리 여의게 되면 태어남[生]ㆍ늙음[老]ㆍ병듦[病]ㆍ죽음[死]ㆍ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018_0901_b_01L만일 4념처를 믿고 즐거워한다면 성현의 법을 믿고 즐거워하게 되고, 성현의 법을 믿고 즐거워하면 거룩한 도를 믿고 즐거워하게 되며, 거룩한 도를 믿고 즐거워하면 감로의 법을 믿고 즐거워하게 되며,감로의 법을 믿고 즐거워하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당신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유하면서 ‘중생을 깨끗하게 하고,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떠나 진여법을 얻게 하는 것은 이른바 4념처(念處)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 느낌ㆍ마음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이다. 만일 4념처를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성현의 법을 즐거워하지 않게 되고, 성현의 법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거룩한 도를 즐거워하지 않게 되며, 거룩한 도를 즐거워하지 않으면 감로법을 즐거워하지 않게 되고, 감로법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일 4념처(念處)를 믿고 즐거워하면 성현의 법을 즐거워하게 되고 성현의 법을 즐거워하면 거룩한 도를 즐거워하게 되며, 거룩한 도를 즐거워하면 감로법을 얻게 되고, 감로법을 얻으면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을 벗어나게 된다’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까?”
018_0901_c_01L“존자 대목건련이여, 비구는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서, 마음이 몸을 인연하더라도 바른 기억에 머물러 항복 받음[心緣身正念住調伏]20)과 그치고 쉼[止息]ㆍ고요함[寂靜]으로 한마음이 되어 더욱 나아가며, 느낌과 마음을 관찰하는 염처에서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서 바른 기억에 머물러 항복 받음과 그치고 쉼ㆍ고요함으로 한마음이 되어 더욱 나아갑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이것을 비구가 4념처를 즐거워하는 것이라 합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내지)……존자 대목건련이 존자 아나율에게 물었다.
018_0901_c_07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乃至尊者大目揵連問尊者阿那律:
“어떤 것을 4념처(念處)를 닦아 익히고 또 닦아 익히는 것이라 합니까?”
“云何名爲四念處,修習多修習?”
존자 아나율이 존자 대목건련에게 대답하였다.
018_0901_c_09L尊者阿那律語尊者大目揵連言:
“비구는 안의 몸[內身]에 대해서 싫어해 떠날 생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안의 몸[內身]에 대해서 싫어하지도 떠나지도 않을 생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싫어해 떠남과 싫어하지도 떠나지도 않음을 함께 버린 생각을 일으키기도 하며, 바른 기억[正念]과 바른 앎[正知]에 머무릅니다. 안의 몸[內身]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바깥의 몸[外身]ㆍ안팎의 몸[內外身]과 안의 느낌[內受]ㆍ바깥의 느낌[外受]ㆍ안팎의 느낌[內外受]과 안의 마음[內心]ㆍ바깥의 마음[外心]ㆍ안팎의 마음[內外心]과 안의 법[內法]ㆍ바깥의 법[外法]ㆍ안팎의 법[內外法]에 대해서도 싫어해 떠날 생각과 싫어하지도 떠나지도 않을 생각과 싫어해 떠남과 싫어하지도 떠나지도 않음을 함께 버린 생각을 일으켜 바른 기억과 바른 앎에 머무릅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여, 이것을 4념처를 닦아 익히고 또 닦아 익히는 것이라 합니다.”
1)팔리어로는 sakko devānaṃ indo라고 함. 제환(提桓)은 devān의 음역. 신들의 제왕인 샤크라라는 뜻으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주재자(主宰者)인 천제석(天帝釋)을 일컫는 말임.
2)팔리어로는 kosiya라고 함. 천제석이 과거세상에 사람으로 있었을 때 교시가(憍尸迦)라는 족성이었는데 여기서 비롯된 이름임.
3)팔리어로는 vejayanta라고 함. 천제석의 궁전 이름으로 최고로 훌륭한 궁전을 의미함.
4)수미산(須彌山) 정상에 있는 거대한 돌.
5)팔리어로는 pāricchattaka라고 함. 도리천(忉利天)의 제일가는 나무 이름. 주도(晝度)ㆍ원생(圓生) 등으로 한역됨.
6)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소경과 같다. 존자 대목건련과 존자 륵차나가 함께 기사굴산을 떠나 왕사성으로 걸식하러 들어가는 내용이 생략되었다. 이후 다음 소경의 생략 부분도 동일함.
7)이 사이에서는 존자 대목건련이 길에서 미소지은 까닭을 부처님 앞에서 존자 륵차나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생략되었다. 이후 다음 소경의 생략된 부분도 동일한 내용임.
8)팔리어로는 Kassapa Buddha라고 하며, 과거 7불(佛) 중 여섯 번째 부처님. 현겁천불(賢劫千佛)의 세 번째로 석존의 전생. 사람의 수명이 2만 살일 때 출현했던 부처님으로 종성(種姓)은 바라문. 성은 가섭(迦葉 이다. 아버지는 범덕(梵德), 어머니는 재주(在主)이고 아들은 집군(集軍)이라 하며, 급비왕(汲毘王)의 수도 베나레스에서 태어나 니야그로다 나무 아래에서 성도하고 한 번의 설법으로 제자 2만 명을 제도하였다고 한다.
9)사원에서 여러 대중들의 잡일과 서무를 담당하는 직책. 지사(知事)는 주로 서무를 맡아 교단의 재물[僧物]을 보호하여 여러 대중들에게 알맞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함.
10)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섭(葉)’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글의 내용상 잘 맞지 않고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세 본에는 섭(葉)이 섭(鍱)으로 되어 있다"고 하였으므로 역자도 이를 따랐다.
11)승단 7중(衆)의 하나. 학법녀(學法女) 또는 정학녀(正學女)라고 번역한다. 비구니로서 비구니의 구족계(具足戒)를 받기 위한 준비 수행을 하고 있는 사미니(沙彌尼). 반드시 2년 동안 따로 여섯 가지 법을 배우고 행(行)의 진실 여부를 시험 받는 18세~20세까지의 여승을 말함.
12)비구가 되기 이전의 사람으로 10계를 받은 7세~20세 미만의 출가한 남자.
13)근책녀(勤策女)라고 한역한다. 여자가 출가하여 10계를 받았으나 아직 구족계는 받지 못한 사람으로 승단 7중의 하나.
14)팔리어로는 Upāsaka라고 함. 청신사(淸信士)ㆍ근사남(近事男)ㆍ선숙남(善宿男)ㆍ근선남(近善男)이라고 번역하며, 3보를 가까이에서 모신다는 뜻으로 5계를 받은 남자 재가신자(在家信者)를 말한다.
15)팔리어로는 Upāsakā라고 함.청신녀(淸信女)ㆍ근선녀(近善女)ㆍ근사녀(近事女)ㆍ근숙녀(近宿女)라고 한역한다. 3보를 가까이서 섬기는 5계를 받은 여자 재가신자(在家信者)를 말한다.
16)사주(寺主) 또는 지사(知事)라고도 한다. 절 안의 모든 법사(法事)와 승려들의 일을 맡아 살피는 소임. 교단의 방사(房舍)와 옷 따위를 분배하거나 혹은 초대되어 갈 사람을 지정해주는 등의 일을 담당한 사람.
17)팔리어로는 anuruddha라고 함. 아니루타(阿尼樓馱)ㆍ아니율타(阿泥律陀)ㆍ아니로두(阿泥盧豆)ㆍ아루타(阿樓陀)라고도 음역.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명. 천안(天眼) 제일. 아나율은 가비라성의 석가족으로 부처님께서 귀국하셨을 때 아누림에까지 따라와서 난다ㆍ아난다ㆍ제바 등과 함께 출가함. 훗날 부처님 앞에서 잠을 자다 부처님의 꾸중을 듣고는 수도에 정진하다가 눈이 멀었고, 그 뒤 천안통(天眼通)을 얻어 불제자(佛弟子) 중 천안 제일이 됨.
18)팔리본에는 jetavane anāthapiṇḍikassa ārāme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되어 있다.
19)4념처관(念處觀)의 준말. 네 가지 전념(專念)의 ‘확립’ 또는 그 ‘토대’로 신역(新譯)에서는 4념주(念住)라고 함. 소승의 수행자가 3현위(賢位)에서 5정심관(停心觀) 다음에 닦는 관법으로 신념처(身念處)ㆍ수념처(受念處)ㆍ심념처(心念處)ㆍ법념처(法念處)를 말함. 신념처는 부모에게서 받는 이 몸은 부정(不淨)하다고 관하는 것이고, 수념처는 마음으로 즐겁다고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고통스러운 것임을 관하는 것이며, 심념처는 마음은 늘 생멸변화하는 무상한 것임을 관하는 것이고, 법념처는 모든 존재에 대해 진정한 자아(自我)인 실체가 없으며, 내 것[我所]이라고 집착할 만한 것도 없음을 관하는 관법이다.
20)신체의 안팎이 모두 부정(不淨)하고 무상(無常)하여 무너져 없어지는 법이라고 관찰하는 것으로 이와 같이 바른 기억과 바른 앎에 머물면 곧 번뇌가 소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