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8_1091_c_01L잡아함경 제38권
018_1091_c_01L雜阿含經卷第三十八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018_1091_c_02L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譯

1062. 선생경(先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1_c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018_1091_c_04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선생(善生)은 수염과 머리를 처음으로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018_1091_c_05L有尊者善生新剃鬚髮袈裟衣正信非家出家學道來詣佛稽首佛足退坐一面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선생 선남자(善男子)에게는 단정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번뇌가 다하여 번뇌 없이 심해탈(心解脫)ㆍ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1_c_07L爾時世尊告諸比丘諸比丘當知此善生善男子有二處端嚴一者剃除鬚髮著袈裟正信非家出家學道二者盡諸有無漏心解脫慧解脫現法自知作我生已盡梵行已立所作已作知不受後有爾時世尊卽說偈言

적정(寂靜) 속에서 온갖 번뇌 끊었으니
저 비구의 장엄함이 좋기도 하다.
탐욕 여의고 모든 결박을 끊고
열반을 얻어 다시는 태어나지 않나니
저 맨 마지막의 몸을 가지고
원수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네.
018_1091_c_13L寂靜盡諸漏
比丘莊嚴好
離欲斷諸結
涅槃不復生
持此最後身
摧伏魔怨敵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1_c_15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63. 추루경(醜陋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1_c_1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1_c_18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보기 민망할 만큼 그 형색(形色)이 추하고 더러웠으므로 모든 비구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았다. 그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018_1091_c_19L有異比丘形色醜陋難可觀視爲諸比丘之所輕慢來詣佛所
그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四部大衆)들에게 둘러싸여 계셨다. 비구들은 그 추하고 더러운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어 서로들 말하였다.
‘저 비구는 누구인데 길을 따라 오고 있는가? 얼굴이 추해 보기에 민망하구나. 반드시 남의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다.’
018_1091_c_20L爾時世尊四衆圍遶見彼比丘來起輕想更相謂言彼何等比丘隨路而來形貌醜陋難可觀視爲人所慢
018_1092_a_01L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은 저기 오는 비구가 얼굴이 너무도 추해, 보기에 민망스러워 남의 업신여김을 받으리라고 보는가?”
018_1092_a_01L爾時世尊知諸比丘心之所念告諸比丘汝等見彼比丘來形狀甚醜可視見令人起慢不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예. 그렇게 보입니다.”
018_1092_a_04L諸比丘白佛已見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은 저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저 비구는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모든 결박을 끊었으며,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됨을 평가할 수 있느니라.”
018_1092_a_05L佛告諸比丘汝等勿於彼比丘起於輕想所以者何彼比丘已盡諸漏所作已作離諸重擔斷諸有結正智心善解脫諸比丘汝等莫妄量於人唯有如來能量於人
그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018_1092_a_09L彼比丘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
그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비구가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은 것을 보았느냐?”
018_1092_a_10L爾時世尊復告諸比丘汝等見此比丘稽首作退坐一面不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보았습니다.”
比丘白佛唯然已見
“너희들은 이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내지)…… 그리고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됨을 알 수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2_a_12L佛告諸比丘汝等勿於是比丘起於輕想乃至汝等莫量於人唯有如來能知人耳爾時世尊卽說偈言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없나니
오직 사자만이 짐승의 왕인지라
그와 견주어 같은 것 없느니라.
018_1092_a_15L飛鳥及走獸
莫不畏師子
唯師子獸王
無有與等者

이와 같이 저 지혜로운 사람은
몸은 비록 작으나 큰 사람이니
다만 그 몸의 겉모양만 보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지 말라.
018_1092_a_17L如是智慧人
雖小則爲大
莫取其身相
而生輕慢心

커다란 몸에 살덩이 많고
지혜 없으면 어디다 쓰리.
이 사람은 훌륭하고 지혜 있나니
그는 곧 최상의 장부라네.
018_1092_a_18L何用巨大身
多肉而無慧
此賢勝智慧
則爲上士夫

탐욕 여의고 모든 결박을 끊고
열반을 얻어 영원히 태어나지 않으리니
이 맨 마지막의 몸을 가지고
모든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다.
018_1092_a_19L離欲斷諸結
涅槃永不生
持此最後身
摧伏衆魔軍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2_a_21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64. 제바경(提婆經)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2_a_2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018_1092_b_01L一時佛住王舍城迦蘭陁竹園
018_1092_b_01L그때 제바달다(提婆達多)3)는 많은 이양(利養)을 받고 있었다. 그 많은 이양이란 비제히(毘提希)의 아들인 마갈다국(摩竭陀國)의 왕 아사세(阿闍世)가 날마다 5백 대의 수레에 5백 개의 밥이 들어있는 솥을 싣고 제바달다의 처소에 와서 제바달다에게 공양하였다. 제바달다는 5백 명이나 되는 다른 대중들을 거느리고 그 공양을 받곤 하였다.
018_1092_b_02L爾時提婆達多有利養起摩竭陁王阿闍世毘提希子日日侍從五百乘車來詣提婆達多所日日持五百釜食供養提婆達多提婆達多將五百人別衆受其供養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다가 이와 같이 많은 이양을 받고 ……(내지)…… 심지어는 그의 다른 대중 5백 명들까지도 따로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袈裟)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다가 이러이러하게 많은 이양을 받고 있으며 ……(내지)…… 심지어는 그의 다른 대중들 5백 명까지도 따로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018_1092_b_06L有衆多比丘晨朝著衣持鉢入王舍城乞食提婆達多有如是利養起乃至五百人別衆受其供養乞食已還精舍衣鉢洗足畢往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白佛言世尊我等晨朝著衣持鉢入王舍城乞食聞提婆達多有如是利養起乃至五百人別衆受其供養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 제바달다가 많은 이양을 얻는다고 찬양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 제바달다가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現世)에서도 제 자신이 망할 것이요 후세(後世)에서도 망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018_1092_b_14L佛告諸比丘汝等莫稱是提婆達多所得利養所以者何彼提婆達多別受利養今則自壞他世亦壞
비유하면 파초나 대나무나 갈대는 열매를 맺으면 곧 죽고, 이듬해에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는 것처럼, 제바달다도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비유하면 노새[駏驉]가 새끼를 배면 반드시 죽는 것처럼, 제바달다도 그러한 온갖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저 어리석은 제바달다는 얼마동안 그 이익을 받겠지만, 반드시 오랜 세월 동안 이익이 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비록 내게 이익이 있더라도 거기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2_b_16L如芭蕉生果卽死來年亦壞婆達多亦復如是受其利養今世則他世亦壞譬如駏驉受胎必死婆達多亦復如是受諸利養今世亦他世亦壞彼愚癡提婆達多隨幾時受其利養當得長夜不饒益苦諸比丘當如是學我設有利養起莫生染著爾時世尊卽說偈言
018_1092_c_01L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곧 죽고
대나무와 갈대도 또한 열매 맺고는 죽는다.
노새는 새끼를 배면 반드시 죽고
사람은 탐하다가 스스로 망한다.
018_1092_c_01L芭蕉生果死
竹蘆實亦然
駏驉坐妊死
士以貪自喪

옳지 않은 짓을 항상 행하면
어리석음을 면하지 못함을 알라.
착한 법은 날마다 줄어들어서
줄기도 마르고 뿌리도 상하리라.
018_1092_c_03L常行非義行
多知不免愚
善法日損減
莖枯根亦傷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2_c_04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65. 수비구경(手比丘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2_c_06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2_c_07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사위국에는 수비구(手比丘)5)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의 제자[釋氏子]로서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
018_1092_c_08L爾時舍衛國有手比丘是釋氏子在舍衛國命終
그때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부처님의 제자인 수비구가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늘 이른 아침에 저희 비구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부처님의 제자인 수비구가 사위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수비구는 목숨을 마치고 어느 세계에 태어나서 어떤 생을 받으며, 또 그의 후세는 어떠하겠습니까?”
018_1092_c_09L有衆多比丘晨朝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聞手比丘釋子於舍衛國命終聞已入舍衛城乞食還擧衣鉢洗足畢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白佛言世尊日晨朝衆多比丘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聞釋氏子手比丘於舍衛國命終云何世尊手比丘命終當生何云何受生後世云何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수비구는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였으니, 목숨을 마친 그는 틀림없이 나쁜 세계인 지옥[泥犁]에 태어날 것이다.
018_1092_c_17L佛告諸比丘是手比丘成就三不善法彼命終當生惡趣泥犂中
어떤 것이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인가? 탐욕[貪欲]ㆍ성냄[瞋恚]ㆍ어리석음[愚癡]이 그것이다. 이러한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은 마음을 결박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제자인 그 수비구는 나쁜 세계인 지옥에 태어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2_c_19L何等三不善法謂貪瞋恚愚癡此三不善法結縛於心釋種子手比丘生惡趣泥犂中爾時世尊卽說偈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은
대장부의 마음을 결박하나니
안에서 생겨나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
마치 저 대나무나 갈대의 열매 같네.
018_1092_c_22L貪欲瞋恚癡
結縛士夫心
內發還自傷
猶如竹蘆實
018_1093_a_01L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은 마음이 없으면
그것을 일러 지혜[黠慧]라 말하고
안에서 생겨 자신을 해치지 않나니
그것을 훌륭한 대장부라 하느니라.
018_1093_a_01L無貪恚癡心
是說爲黠慧
內發不自傷
是名爲勝出

그러므로 마땅히 탐욕을 여의고
성냄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여의어라.
만일 비구로서 지혜가 밝으면
괴로움 다해 반열반(般涅槃)을 얻으리라.
018_1093_a_02L是故當離貪
瞋恚癡冥心
比丘智慧明
苦盡般涅槃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3_a_03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66. 난다경(難陀經) ①

위의 수비구경에서 설하한 내용과 같이 이 난다경도 그와 같은 내용을 설하셨다.
018_1093_a_05L如手比丘難陁修多羅亦如是說

1067. 난다경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3_a_06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3_a_07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부처님 이모의 아들인 존자 난다(難陀)는 좋은 옷과 고운 색으로 물들인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光澤)이 나는 옷을 입기 좋아했고, 좋은 발우 가지기를 좋아하였으며,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하였다.
018_1093_a_08L爾時尊者難陁是佛姨母子好著好衣染色擣治光澤執持好鉢好作嬉戲調笑而行
그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난다는 부처님 이모의 아들로서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을 입기 좋아하고, 좋은 발우만 지니고 다니며,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합니다.”
018_1093_a_10L有衆多比丘來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白佛世尊尊者難陁是佛姨母子好著好衣擣治光澤執持好鉢好作嬉戲調笑而行
그때 세존께서 어떤 한 비구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난다 비구의 처소로 가서 ‘난다여 스승님께서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말하라.”
018_1093_a_14L爾時世尊告一比丘汝往詣難陁比丘所語言難陁大師語汝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난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018_1093_a_15L彼比丘受世尊教往語難陁言尊語汝
난다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018_1093_a_17L難陁聞已卽詣佛所稽首佛退住一面
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정말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만 입기 좋아하고,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하는가?”
018_1093_a_18L佛告難陁汝實好著好擣治光澤好作嬉戲調笑而行不
난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1093_a_19L難陁白佛實爾世尊
018_1093_b_01L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이모의 아들로서 귀한 가문인데도 출가하였다. 그러니 너는 마땅히 좋은 옷과 다듬이질하여 광택이 나는 옷 입기를 좋아하거나, 좋은 발우만 지니고 다니거나, 장난치고 농담하며 조롱하고 비웃기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마땅히 ‘나는 부처님 이모님의 아들로서 귀한 가문인데도 출가하였다. 그러니 아련야(阿練若)7)에서 살면서 걸식하고 분소의(糞掃衣)8)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분소의를 입은 이를 찬탄하고 항상 산이나 늪에 살면서 다섯 가지 욕락[欲]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018_1093_a_20L佛告難陁汝佛姨母子貴姓出家不應著好衣服令光澤執持好鉢好作嬉戲調笑而汝應作是念我是佛姨母子貴姓出家應作阿練若乞食著糞掃衣應讚歎著糞掃衣常處山澤不顧五
그때 난다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은 뒤로는 아련야에서 수행하면서 걸식하고 분소의를 입었다. 또 항상 누더기 옷 입은 이를 찬탄하고 산이나 늪에 살기를 좋아하며 애욕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3_b_03L爾時難陁受佛教已修阿蘭若行乞食著糞掃衣亦常讚歎著糞掃衣樂處山澤不顧愛欲爾時世尊卽說偈言

난다여, 너는 무엇을 보고
아련야에 살면서 수행하느냐?
집집마다 다니며 걸식하고
몸에는 분소의를 걸쳤구나.
산이나 늪에서 사는 것 좋아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돌아보지 않는구나.
018_1093_b_06L難陁何見汝
修習阿蘭若
家家行乞食
身著糞掃衣
樂處於山澤
不顧於五欲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3_b_08L佛說此經已尊者難陁聞佛所說喜奉行

1068. 저사경(低沙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3_b_10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3_b_1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저사(低沙)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곧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에게도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며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
018_1093_b_12L爾時尊者低沙自念我是世尊姑子兄弟故不修恭敬無所顧錄亦不畏懼不堪諫止
그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저사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런 까닭에, 어느 누구를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면서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018_1093_b_14L有衆多比丘往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白佛世尊尊者低沙自念是世尊姑子兄弟故不修恭敬無所顧錄亦不畏不堪諫止
그때 세존께서 어떤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사 비구의 처소로 가서 ‘저사여, 스승님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라.”
018_1093_b_18L爾時世尊告一比丘往詣低沙比丘所語言低沙大師語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저사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하신다.”
018_1093_b_20L彼比丘受世尊教往語低沙比丘言世尊語汝
저사 비구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018_1093_b_21L低沙比丘卽詣佛所稽首佛足退住一面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로 ‘나는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를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인내하며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였느냐?”
018_1093_b_22L佛告低沙汝實作是念我是世尊姑子兄弟不修恭無所顧錄亦不畏懼不堪忍諫
018_1093_c_01L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1093_c_01L低沙白佛實爾世尊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마땅히 ‘나는 곧 세존의 고모님의 아들로서 세존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그 누구라도 공경해야 하고, 그 무엇이라도 두려워해야 하며, 무슨 충고든지 인내하며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3_c_02L佛告低沙汝不應爾汝應念言我是世尊姑子兄弟應修恭敬畏懼堪忍諫止爾時尊卽說偈言

훌륭하구나. 그대 저사 비구야,
성냄을 여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성내는 마음 내지 말지니
성내는 사람은 훌륭하지 못하다.
만일 너 성내고 교만한 마음 여의고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수행하거든
그런 다음에 너는 나의 처소로 와서
범행(梵行) 닦기를 공부하여라.
018_1093_c_05L善哉汝低沙
離瞋恚爲善
莫生瞋恚心
瞋恚者非善
若能離瞋慢
修行軟下心
然後於我所
修行於梵行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저사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1093_c_08L佛說此經已低沙比丘聞佛所說喜隨喜作禮而去

1069. 비사가경(毘舍佉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3_c_10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3_c_11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비사가반사리자(毘闍佉般闍梨子)는 공양당(供養堂:講堂)에서 많은 비구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만족스럽고 묘한 음성은 맑고 트였으며, 문구[句]와 뜻[味]은 분명하고 올바르며, 지혜를 따라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듣는 사람들마다 즐겁게 들었고,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은 말은 깊은 이치를 드러내어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한결같은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게 하였다.11)
018_1093_c_12L有尊者毘舍佉般闍梨子集供養堂爲衆多比丘說法言辭滿妙音淸徹句味辯正隨智慧說者樂聞無所依說顯現深義令諸比丘一心專聽
018_1094_a_01L그때 세존께서는 낮 선정에 들어 사람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써 그가 설법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그 강당으로 가시어 대중 앞에 앉아 비사가반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사가야, 너는 모든 비구들을 위해 이 공양당에서 많은 비구 대중들에게 설법하였구나. 그 말은 만족하였고……(내지)……깊은 이치를 잘 나타내어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한결같이 존경하게 하였으며 한마음으로 즐겁게 듣게 하였구나. 너는 자주자주 모든 비구들을 위해 이와 같이 설법해 주어서 모든 비구들이 한결같이 존경하게 하고, 한마음으로 즐거이 듣게 하여라. 그렇게 하면 오랜 세월 동안 이치로써 이익 되고 안락하게 머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3_c_16L爾時世尊入晝正受淨天耳過於人耳聞說法聲從三昧往詣講堂於大衆前坐告毘舍佉般闍梨子善哉善哉毘舍佉汝能爲諸比丘於此供養堂爲衆多比丘說言辭滿足乃至顯現深義令諸比丘專精敬重一心樂聽汝當數數爲諸比丘如是說法令諸比丘專精敬一心樂聽當得長夜以義饒益隱樂住爾時世尊卽說偈言

만일 설법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지혜로움 뒤섞여 분별하기 어렵네.
그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은
스스로 나타낼 방법이 없나니
맑고 시원한 법 잘 연설하여야
그 연설로써 지혜가 나타나리.
018_1094_a_02L若不說法者
愚智雜難分
此愚此智慧
無由自顯現
善說淸涼法
因說智乃彰

법을 잘 연설하면 밝은 빛 되어
큰 신선의 깃대를 빛내어 나타내리.
법을 잘 연설하는 것 신선의 깃대요
그 법은 나한의 깃대이니라.
018_1094_a_04L說法爲明照
光顯大仙幢
善說爲仙幢
法爲羅漢幢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비사가반사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1094_a_06L佛說此經已尊者毘舍佉般闍梨子聞佛所說歡喜隨喜作禮而去

1070. 연소경(年少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4_a_0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4_a_09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많은 비구들이 공양당에 모여 다함께 가사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거기에는 어떤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그 비구는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막 이 법과 계율에 들어왔는데도 그는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구들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 많은 비구들이 공양당에 모여서 가사를 만들고 있었는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막 이 법과 계율에 들어온 어떤 젊은 비구가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습니다.”
018_1094_a_10L有衆多比丘集供養堂共作衣有一年少比丘出家未久初入法不欲營助諸比丘作衣衆多比丘詣世尊所稽首禮足退坐一面白佛言世尊時有衆多比丘集供養堂爲作衣故有一年少比丘家未久始入法不欲營助諸比丘作衣
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정말로 모든 비구들의 가사 만드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았느냐?”
018_1094_a_17L爾時世尊問彼比丘汝實不欲營助諸比丘作衣耶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능력껏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 일을 도왔습니다.”
018_1094_a_18L彼比丘白佛言世尊隨我所能當力營助
018_1094_b_01L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젊은 비구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 비구는 네 가지 증상심법[四增上心法:四禪]을 얻어 정수(正受:三昧)에 들어 현재 세상에서 안락하게 머물러 억지로 애쓰지 않고도 얻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본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한다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이니, 그는 더욱 정진하여 공부하고 수행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았느니라.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 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서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4_a_19L爾時世尊知彼比丘心之所念告諸比丘汝等莫與是年少比丘語所以者何是比丘得四增心法正受現法安樂住勤而得若彼本心所爲剃鬚髮著袈裟衣出家學道增進修學現法自知作證我生已盡梵行已立所作已作自知不受後有爾時世尊卽說偈言

아주 하열(下劣)한 방편이거나
덕이 부족하고 지혜가 적어 그런 것 아니네.
바로 저 열반을 향해 나아가
번뇌의 쇠사슬을 벗어났기 때문이네.
018_1094_b_03L非下劣方便
薄德少智慧
正向於涅槃
免脫煩惱鎖

이 현명한 젊은 비구는
높은 대장부의 지위를 얻었으며
욕심을 여의고 심해탈(心解脫)하였고
열반에 들어 다시 나지 않으며
가장 마지막 이 몸 가지고
모든 악마의 무리 무찔러 항복 받았다.
018_1094_b_05L此賢年少者
逮得上士處
離欲心解脫
涅槃不復生
持此最後身
摧伏衆魔軍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4_b_07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71. 상좌경(上座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4_b_09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4_b_10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상좌(上座)14)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혼자서 어느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항상 혼자 머물러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걸식을 마치고는 혼자 돌아와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였다.
018_1094_b_11L有比丘名曰上坐獨住一亦常讚歎獨一住者獨行乞食獨還獨坐禪思
그때 많은 비구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 나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상좌라는 존자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늘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며, 혼자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마을에서 혼자서 머무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서 선정에 들곤 합니다.”
018_1094_b_13L有衆多比丘詣佛所稽首佛足退坐一面白佛言有尊者名曰上坐樂一獨處亦常讚歎獨一住者獨入聚落乞食獨出聚落還至住處獨坐禪思
그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상좌 비구의 처소로 가서 ‘스승님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라고 상좌 비구에게 전하라.”
018_1094_b_17L爾時世尊語一比丘汝往詣彼上坐比丘所上坐比丘言大師告汝
그 비구는 분부를 받고 상좌 비구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님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018_1094_b_19L比丘受教上坐比丘所白言尊者大師告汝
그러자 그 상좌 비구는 즉시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그 분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018_1094_b_20L上坐比丘卽時奉命詣世尊所稽首禮足退住一面
이때 세존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로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고 혼자 마을에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였느냐?”
018_1094_b_22L爾時世尊告上坐比汝實獨一靜處讚歎獨處者獨行乞食獨出聚落獨坐禪思耶
018_1094_c_01L상좌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1094_c_01L上坐比丘白佛實爾世尊
부처님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서 혼자 살고 있으며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혼자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곤 하느냐?”
018_1094_c_02L佛告上坐比丘云何獨一處讚歎獨住者獨行乞食獨還住處獨坐禪思
상좌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다만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있는 이를 찬탄하고 혼자 다니면서 걸식하며, 혼자서 마을에서 돌아와서는 혼자 앉아 선정에 들뿐이옵니다.”
018_1094_c_04L上坐比丘白佛我唯獨一靜處讚歎獨住者獨行乞獨出聚落獨坐禪思
부처님께서 상좌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그것이 혼자의 삶이니, 나는 혼자의 삶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훌륭하고 묘한 혼자의 삶이 있나니, 어떤 것이 훌륭하고 묘한 혼자의 삶인가? 비구야, 이른바 과거는 말라빠지고 미래는 아주 멸하여 없는 것이며, 현재는 탐하거나 기뻐하는 것이 없으면 그는 곧 바라문으로서, 마음에 망설임이 없고 걱정이나 후회를 버려, 모든 존재의 애욕을 여의고 온갖 번뇌를 다 끊으면 그것을 혼자의 삶이라고 하나니, 이보다 더 훌륭한 혼자의 삶은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4_c_06L佛告上坐比汝是一住者我不言非一住然更有勝妙一住何等爲勝妙一住謂比丘前者枯乾後者滅盡中無貪喜婆羅門心不猶豫已捨憂悔離諸有群聚使斷是名一住無有勝住過於此者爾時世尊卽說偈言

모든 것 골고루 환하게 비추고
온갖 세상을 두루 알아서
일체의 법에 집착하지 않으면
일체의 애욕을 모두 떠난 것이니
이렇게 즐겁게 사는 사람을
혼자서 사는 이라고 나는 말한다.
018_1094_c_12L悉映於一切
悉知諸世閒
不著一切法
悉離一切愛
如是樂住者
我說爲一住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상좌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1094_c_14L佛說此經已尊者上坐聞佛所說喜隨喜作禮而去

1072. 승가람경(僧伽藍經)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4_c_16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4_c_17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승가람(僧迦藍)은 구살라국(拘薩羅國)의 인간 세상을 유행(遊行)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렀다.
018_1094_c_18L有尊者僧迦藍於拘薩羅人閒遊行至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 승가람 비구에게는 본이(本二)라고 하는 출가하기 전의 아내가 있었다. 그 여자는 사위국에 있었는데 승가람 비구가 구살라국의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왔다는 말을 듣고는 영락(瓔珞)으로 장엄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아기를 안고 기원(衹洹)으로 와서 승가람 비구의 방 앞에 이르렀다.
018_1094_c_19L彼僧迦藍比丘有本二在舍衛國中聞僧迦藍比丘於拘薩羅人閒遊行至舍衛國祇樹給孤獨園聞已著好衣服莊嚴華瓔抱其兒來詣祇洹僧迦藍比丘房前
018_1095_a_01L그때 존자 승가람이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018_1095_a_01L爾時尊者僧迦藍出房露地經行
그때 예전 아내 본이가 그 비구의 앞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기는 아직 어린데 당신은 버리고 출가하고 말았으니 누가 이 아기를 기르겠습니까?”
018_1095_a_02L彼本二來到其前作是言此兒幼小汝捨出家誰當養
그러자 승가람 비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말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018_1095_a_04L僧迦藍比丘不共語如是再三亦不共語
그때 예전 아내 본이가 말하였다.
“내가 두 번 세 번 얘기해도 나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으니, 나는 지금 이 아기를 여기 두겠소.”
018_1095_a_05L彼本二作如是言我再三告不與我語不見顧視我今置兒
그리고는 그 비구가 거닐고 있는 길 앞에 두고 떠나가면서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여, 이 아이는 당신의 지식이니 당신이 직접 기르시오. 나는 이제 버리고 가겠습니다.”
018_1095_a_06L著經行道頭而去沙門此是汝子汝自養活我今捨去
존자 승가람은 그래도 여전히 그 아기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예전 아내 본이가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지금 아기를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구나. 그렇다면 저 사람은 틀림없이 선인(仙人)의 얻기 어려운 이치를 얻은 모양이구나. 장하시다. 사문이여, 반드시 해탈할 수 있으리라.”
018_1095_a_08L尊者僧迦藍亦不顧視其子彼本二復言是沙門今於此兒都不顧視彼必得仙人難得之處善哉沙門必得解脫
그래서 마음에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아기를 안고 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 낮에 정수에 들어 사람 귀보다 뛰어난 천이(天耳)로써 존자 승가람과 본이가 하는 말을 듣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5_a_11L情願不遂抱子而去爾時世尊入晝正受以天耳過人之耳聞尊者僧迦藍本二所卽說偈言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으며
세상의 어울림에서
해탈하여 집착하지 않으니
나는 말하노라. 저 비구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라 하리라.
018_1095_a_14L來者不歡喜
去亦不憂慼
於世閒和合
解脫不染著
我說彼比丘
爲眞婆羅門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으며
물들지 않고 근심도 없어
두 마음 함께 고요해졌으니
나는 말하노라. 저 비구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라 하리라.
018_1095_a_16L來者不歡喜
去亦不憂慼
不染亦無憂
二心俱寂靜
我說是比丘
是眞婆羅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승가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1095_a_18L佛說此經已尊者僧迦藍聞佛所說歡喜隨喜作禮而去

1073. 아난경(阿難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5_a_20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018_1095_a_21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그때 존자 아난(阿難)이 혼자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그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018_1095_a_22L爾時尊者阿難獨一靜處是思惟有三種香順風而熏不能逆何等爲三
018_1095_b_01L뿌리의 향기[根香]ㆍ줄기의 향기[莖香]ㆍ꽃의 향기[華香]가 그것이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또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018_1095_b_01L謂根香莖香華香或復有香順風熏亦逆風熏亦順風逆風熏耶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018_1095_b_03L作是念已晡時從禪覺往詣佛稽首佛足退住一面白佛言世尊我獨一靜處作是思惟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그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018_1095_b_05L有三種香風而熏不能逆風何等爲三
뿌리의 향기ㆍ줄기의 향기ㆍ꽃의 향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또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울 수 있는 것도 있을까?’”
018_1095_b_06L謂根香莖香華香或復有香順風熏逆風熏亦順風逆風熏耶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세 가지 향기가 있는데 그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향내를 피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향내를 피우지 못하나니, 세 가지 향기는 곧 뿌리 향기ㆍ줄기의 향기ㆍ꽃의 향기이다. 그러나 아난아, 어떤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것도 있다.
018_1095_b_08L佛告阿難如是有三種香順風熏不能逆風謂根莖香華香阿難亦有香順風熏風熏順風逆風熏
아난아,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향기란 무엇인가?
018_1095_b_11L阿難順風熏逆風順風逆風熏者
아난아, 성읍(城邑)이나 마을에 있는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 마시지 않으면 그런 선남자나 선여인은 8방(方)과 상하에서 모두들 착한 사람이라고 숭배하고 칭찬하기를 ‘어느 곳 어느 마을의 선남자와 선여인은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내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018_1095_b_12L阿難有善男子女人在所城邑聚落成就眞實法形壽不殺生不偸盜不邪婬不妄語不飮酒如是善男子善女人八方上崇善士夫無不稱歎言某方某聚落善男子善女人持戒淸淨成眞實盡形壽不殺乃至不飮酒
아난아, 이것을 어떤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향내를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피우며, 바람을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늘 향내를 피우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5_b_18L阿難是名有香順風熏逆風熏順風逆風熏世尊卽說偈言

뿌리의 향기와 줄기의 향기와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향내를 피우지 못한다.
오직 선남자와 선여인이 계율을 잘 지켜
그로 인해 생겨난 청정한 향기만이
거스르거나 따르거나 모든 곳에 가득하여
두루 향내를 피워 미치지 못할 곳이 없다.
018_1095_b_20L非根莖華香
能逆風而熏
唯有善士女
持戒淸淨香
逆順滿諸方
無不普聞知

다가라(多迦羅)17)와 전단(栴檀)과
우발라(優鉢羅)와 말리(末利)18)
이와 같은 여러 향(香)에 견주어 보면
계율의 향기가 제일이라네.
018_1095_b_22L多迦羅栴檀
優鉢羅末利
如是比諸香
戒香最爲上
018_1095_c_01L
전단 등 온갖 향기는
향내가 미치는 범위가 일부분이지만
오직 계율을 지키는 덕의 향기만은
흘러 퍼져 하늘까지 미치느니라.
018_1095_c_01L栴檀等諸香
所熏少分限
唯有戒德香
流熏上昇天

그런 깨끗한 계율의 그 향기는
방일(放逸)하지 않게 정수(正受)에 들어
바른 지혜로 평등히 해탈하게 하기에
악마의 도(道)는 들어올 수 없느니라.
018_1095_c_02L斯等淨戒香
不放逸正受
正智等解脫
魔道莫能入

그것을 안온한 길이라 하며
그 길은 곧 맑고 깨끗하여
묘한 선정으로 바로 향하여
모든 악마의 결박 끊어버린다.
018_1095_c_03L是名安隱道
是道則淸淨
正向妙禪定
斷諸魔結縛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018_1095_c_05L佛說此經已尊者阿難聞佛所說喜隨喜作禮而去

1074. 영발경(榮髮經)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5_c_0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1천 비구와 함께 하셨는데, 그들은 다 옛날에 머리를 땋았던 출가 외도로서 아라한이 된 자들이었다. 그래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없어졌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자기 이익을 완전히 얻었으며, 어떤 존재의 결박[有結]도 다 없어져서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선건립(善建立)이라는 지제(支提:탑)가 있는 장림(杖林)20)에 이르러 그곳에 머무셨다.
018_1095_c_08L一時佛在摩竭提國人閒遊行與千比丘俱皆是古昔縈髮出皆得阿羅漢諸漏已盡所作已作捨諸重擔逮得己利盡諸有結正智善解脫到善建立支提杖林中住
마갈제국의 병사왕(甁沙王)은 세존께서 마갈제국 사람들 세상을 유행하시다가 선건립의 지제가 있는 장림에 이르러 그곳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많은 신하들과 수레 1만 2천 대와 말 8천 마리와 걸어서 따르는 수없이 많은 대중들과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 등 그의 뒤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왕은 왕사성을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공경을 다하여 공양을 올리려고 하였다. 길 어귀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안 문까지 이르러서는 다섯 가지 장식 즉, 관을 벗고, 일산과 부채와 칼을 놓아두고 가죽신까지 벗어 놓았다.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는 옷을 바르게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자신의 성명을 불러대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갈제국의 병사왕입니다.”
018_1095_c_12L竭提王缾沙聞世尊摩竭提國人閒遊行至善建立支提杖林中住與諸小王群臣羽從車萬二千乘馬萬八步逐衆無數摩竭提婆羅門長者悉皆從王出王舍城詣世尊所恭敬供養到於道口下車步進及於內門除去五飾脫冠卻蓋除扇去劍刀革屣到於佛前整衣服偏露右肩佛作禮右遶三帀自稱姓名白佛言世尊我是摩竭提王缾沙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군요. 대왕이시여, 당신은 병사왕이시군요. 이 자리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하시도록 하십시오.”
018_1095_c_22L佛告缾沙如是大王汝是缾沙可就此坐隨其所安
018_1096_a_01L그러자 병사왕은 부처님 발에 거듭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고, 여러 왕과 대신과 바라문 거사들도 모두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차례대로 앉았다. 그때 마침 울비라가섭(鬱鞞羅迦葉)도 그 자리에 있었다.
018_1096_a_01L缾沙王重禮佛足退坐一面諸王大臣婆羅門居士悉禮佛足第而坐鬱鞞羅迦葉亦在坐中
그때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큰 사문이 울비라가섭에게서 범행을 닦는 것인가? 아니면 울비라가섭이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닦는 것인가?’그때 세존께서는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의 생각을 아시고서 곧 게송으로 물으셨다.
018_1096_a_03L摩竭提婆羅門長者作是念爲大沙門從鬱鞞羅迦葉所修梵行耶爲鬱鞞羅迦葉於大沙門所修梵行耶世尊知摩竭提婆羅門長者心之所念卽說偈而問言

울비라가섭이여, 그대는
우리 법에서 어떤 유익한 점을 보았기에
그대가 오래 전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는 일 따위를 버렸는가?
불 섬기던 일 버린 까닭을
지금 여기서 말해보아라.
018_1096_a_08L鬱鞞羅迦葉
於此見何利
棄汝先所奉
事火等衆事
今可說其義
捨事火之由

울비라가섭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018_1096_a_10L鬱鞞迦葉說偈白佛

돈이고 재물이고 그런 따위의 재미와
여자 등의 다섯 가지 향락의 결과로
미래의 몸 받는 것 관찰했더니
그런 것들은 다 큰 더러움이라
그러므로 오래 전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던 것을 모두 버렸습니다.
018_1096_a_11L錢財等滋味
女色五欲果
觀察未來受
斯皆大垢穢
是故悉棄捨
先諸奉火事

그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물으셨다.
018_1096_a_13L爾時世尊復說偈問言

네가 이 세상의 돈과 재물과
다섯 가지 향락의 맛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다시 왜 하늘 신을 버렸는가?
가섭아, 그 이유를 말해보아라.
018_1096_a_14L汝不著世閒
錢財五色味
復何捨天人
迦葉隨義說

가섭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18_1096_a_16L迦葉復以偈答世尊言

도를 깨달아 남은 이 몸 여의고
아주 사라져 남은 자취 없으며
소유한 것 없고 집착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나 다른 길에 떨어질 리 없네.
그러므로 일찍부터 받들어 오던
불 섬기는 일들을 다 버렸습니다.
018_1096_a_17L見道離有餘
寂滅無餘迹
無所有不著
無異趣異道
是故悉棄捨
先修奉火事

큰 모임을 고루고루 가지고
물이나 불을 받들어 섬기며
어리석게도 거기에 빠져서
뜻 세우고 해탈 방법 구하였었습니다.
018_1096_a_19L大會等受持
奉事於水火
愚癡沒於中
志求解脫道

저 장님과 같이 지혜의 눈이 없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으로 향할 뿐
나고 죽음에서 영원히 벗어날
그런 바른 길은 보지 못하였더니
018_1096_a_21L盲無智慧目
向生老病死
不見於正路
永離生死道

오늘에야 비로소 세존님 만나
무위(無爲)의 도를 보게 되었으니
큰 용의 말씀에 힘을 입어
저 언덕으로 건너게 되었습니다.
018_1096_a_22L今始因世尊
得見無爲道
大龍所說力
得度於彼岸
018_1096_b_01L
모니(牟尼)께서 넓은 세상 구제하시고
한량없는 중생들 편안하게 해주셨네.
구담(瞿曇)께선 참진리를 나타내신 분임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018_1096_a_23L牟尼廣濟度
安慰無量衆
今始知瞿曇
眞諦超出者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가섭을 찬탄하셨다.
018_1096_b_02L佛復說偈歎迦葉言

장하다, 그대 가섭이여.
과거에도 나쁜 생각하지 않더니
차츰차츰 분별하고 구해 온 끝에
드디어 훌륭한 데 이르렀구나.
018_1096_b_03L善哉汝迦葉
先非惡思量
次第分別求
遂至於勝處

“가섭이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그대 무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018_1096_b_05L汝今迦葉當安慰汝徒衆之心
그때 울비라가섭은 곧 정수에 들어 신통력으로 동쪽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 서고 앉고 눕기 등 네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불 삼매[火三昧]에 들어 온몸이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파리(頗梨)빛ㆍ분홍빛으로 불붙었다. 그리고는 윗몸에서는 물이 나오게 하고 아래 몸에서는 불이 나오게 하여 그 몸을 도로 태우고, 다시 윗몸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 쏟아 부었다. 혹은 윗몸에서는 불이 나오게 하여 그 몸을 태우다가 아래 몸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그 몸에 쏟아 붓기도 하였다. 이렇게 갖가지 신통을 나타낸 뒤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곧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입니다.”
018_1096_b_06L鞞羅迦葉卽入正受以神足力向於東方上昇虛空作四種神變行住坐入火三昧擧身洞然梨紅色身上出水身下出火還燒其身上出水以灌其身或身上出火以燒其身身下出水以灌其身如是種種現化神通息已稽首佛足白佛世尊佛是我師我是弟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요, 그대는 내 제자이다. 그대는 편안한 자세로 다시 자리에 앉아라.”
018_1096_b_14L佛告迦我是汝師汝是弟子隨汝所安座而坐
그러자 울비라가섭은 본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마갈제국의 바라문 장자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울비라가섭이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梵行)을 닦는 것이 확실하구나.’
018_1096_b_16L鬱鞞羅迦葉還復故座摩竭提婆羅門長者作是念鬱鞞羅迦葉定於大沙門所修行梵行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마갈제국의 병사왕과 여러 바라문 장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018_1096_b_18L說此經已摩竭提王缾沙及諸婆羅門長者聞佛所說歡喜隨喜作禮而去

1075. 타표경(陀驃經)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6_b_2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018_1096_b_22L一時佛住王舍城迦蘭陁竹園
018_1096_c_01L그때 타표마라자(陀驃摩羅子)가 그 왕사성에 오래도록 살고 있으면서 대중 스님들의 음식공양을 맡아보는 일을 하였는데, 그는 차례에 따라 청장(淸醬)을 배급하여 순서를 어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자지(慈地)라는 비구가 세 번씩이나 순서를 벗어나 거친 음식을 받아 식사할 때마다 몹시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상하기도 하다. 너무도 괴롭구나. 저 타표마라자 비구는 중생〔有情〕이기 때문에 거친 음식으로 나를 괴롭혀 밥 먹을 때마다 나를 몹시 괴롭히는 것일 게다. 내가 어떻게 해야 저에게 요익(饒益)하지 못한 일에 대하여 앙갚음을 할 수 있을까?’
018_1096_b_23L有陁驃摩羅子舊住王舍城典知衆僧飮食牀座隨次差請不令越次有慈地比丘頻三過次得麤食處食時辛苦作是念怪哉大苦驃摩羅子比丘有情故以麤食惱我令我食時極苦我當云何爲其作不饒益事
그때 자지 비구에게는 그 누이인 밀다라(蜜多羅)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왕사성에 있는 왕원(王園)의 비구니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밀다라 비구니는 자지 비구에게로 가서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자지 비구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018_1096_c_06L慈地比丘有姊妹比丘尼名蜜多羅住王舍城王園比丘尼衆蜜多羅比丘尼來詣慈地比丘首禮足於一面住慈地比丘不顧眄不與語
밀다라 비구니가 자지 비구에게 말하였다.
“아리(阿梨)22)여, 왜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습니까?”
018_1096_c_10L蜜多羅比丘尼語慈地比丘阿梨何故不見顧眄不共言語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타표마라자 비구는 자주 거친 음식으로 나를 괴롭혀 밥 먹을 때마다 나를 몹시 괴롭게 했는데 그대까지도 다시 나를 버리겠는가?
018_1096_c_11L慈地比丘言陁驃摩羅子比丘數以麤食惱我令我食時極苦汝復棄我
비구니가 말하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018_1096_c_13L比丘尼言當如何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께 가서 ‘세존이시여, 타표마라자 비구는 법답지 않기로 비교할 데가 없습니다. 저와 같이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波羅夷罪)를 범하였습니다’라고 말해 다오. 그러면 나도 ‘세존이시여, 내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하고 증언해 줄 것이다.”
018_1096_c_14L慈地比丘言汝可至世尊所白言世尊陁驃摩羅子比丘非法不類共我作非梵行波羅夷罪當證言如是世尊如妹所說
비구니가 말하였다.
“아리여, 내가 어떻게 범행을 행하는 비구를 바라이죄로 모함할 수 있겠습니까?”
018_1096_c_17L比丘尼阿梨我當云何於梵行比丘所波羅夷謗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나는 그대와 인연을 끊을 터이니, 다시는 왕래하거나 말하거나 서로 쳐다보지도 말자.”
018_1096_c_19L慈地比丘言汝若不如是我與汝絕不復來往言語共相瞻
그러자 비구니는 잠깐 동안 잠자코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아리여, 내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면 내 마땅히 말대로 따르겠습니다.”
018_1096_c_21L比丘尼須臾默念而作是言欲令我爾當從其教
자지 비구가 말하였다.
“그대는 잠깐 기다려라. 내가 먼저 세존께 갈 터이니 그대는 뒤에 따라 오라.”
018_1096_c_22L慈地比丘言汝且待我先至世尊所汝隨後來
018_1097_a_01L그리고 자지 비구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밀다라 비구니도 그 뒤를 따라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불선(不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타표마라자는 저에게 와서 범행(梵行)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
018_1096_c_23L慈地比丘卽往稽首禮世尊足退住一面蜜多羅比丘尼卽隨後至稽首佛足退住一面白佛言世尊一何不善不類陁驃摩羅子於我所作非梵行波羅夷罪
자지 비구도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018_1097_a_05L慈地比丘復白佛言妹所說我先亦知
그때 타표마라자 비구는 바로 그 대중들 가운데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타표마라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말을 들었는가?”
018_1097_a_06L爾時陁驃摩羅子比丘卽在彼大衆中爾時世尊告陁驃摩羅子比丘汝聞此語不
타표마라자 비구가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018_1097_a_08L陁驃摩羅子比丘言已聞世尊
부처님께서 타표마라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18_1097_a_09L佛告陁驃摩羅子比丘汝今云何
타표마라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선서(善逝)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018_1097_a_10L陁驃摩羅子白如世尊所知如善逝所知
부처님께서 타표마라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때에 적절하지 않는 말이다. 너는 지금 기억이 나거든 기억한다고 말하고, 기억이 나지 않거든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라.”
018_1097_a_11L佛告陁驃摩羅子汝言如世尊所知今非是汝今憶念當言憶念不憶念當言不憶念
타표마라자가 말하였다.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陁驃摩羅子言我不自憶念
그때 존자 라후라(羅睺羅)는 부처님 뒤에 서서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불선(不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비구니가 말하기를 ‘존자 타표마라자는 저에게 와서 저와 함께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자지 비구도 또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누이 말과 같습니다’라고 말한 것 말입니다.”
018_1097_a_14L爾時尊者羅睺羅住於佛後執扇扇白佛言世尊不善不類是比丘尼尊者陁驃摩羅子共我作非梵行慈地比丘言如是世尊我先已知妹所說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나에게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밀다라 비구니가 내게 와서 ‘세존이시여, 불선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라후라는 저와 함께 범행이 아닌 바라이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말하고, 또 자지 비구도 나에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누이의 말과 같습니다. 저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018_1097_a_19L佛告羅睺羅我今問汝隨意答我若蜜多羅比丘尼來語我言不善不類羅睺羅共我作非梵行波羅夷罪慈地比丘復白我言如是世尊如妹所說我先亦知汝當云
018_1097_b_01L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만약 그것이 기억나면 기억난다고 말하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018_1097_b_01L羅睺羅白佛世尊我若憶念當言憶念不憶念當言不憶念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로구나. 너도 오히려 그렇게 말을 하는데, 저 타표마라자 비구는 청정한 비구인데도 그런 말을 할 줄 모르는가?”
018_1097_b_02L佛言羅睺愚癡人汝尚得作此語陁驃摩羅子淸淨比丘何以不得作如是語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타표마라자 비구에 대해서는 마땅히 기억해 두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했기 때문에 멸빈(滅擯)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지 비구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하면서 ‘너는 무엇을 보았으며 어디서 보았는가? 너는 그때 무슨 일로 거기에 가서 그 일을 보게 되었느냐?’ 하고 물어 보아라.”
018_1097_b_04L世尊告諸比丘於陁驃摩羅子比丘當憶念蜜多羅比丘尼當以自言慈地比丘僧當極善呵諫教誡云何見何處見汝何因往見
세존께서는 이렇게 분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앉으시어 선정에 들어 가셨다.
018_1097_b_08L世尊如是教已從坐起入室坐禪
그때 모든 비구들은 타표마라자 비구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라 하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했기 때문에 멸빈하게 하였으며,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으며 어디서 보았는가? 그대는 그때 무슨 일로 거기에 가서 그 일을 보게 되었느냐?”
018_1097_b_09L爾時諸比丘於陁驃摩羅子比丘憶念蜜多羅比丘尼與自言滅慈地比丘極善呵諫教誡言汝云何見何處見何因往
이렇게 따져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 타표마라자는 범행을 범하지 않았고 바라이죄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타표마라자 비구는 세 번씩이나 나쁜 음식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나로 하여금 밥 먹을 때 나를 몹시 괴롭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타표마라자 비구에 대해 애욕ㆍ성냄ㆍ어리석음 그리고 두려움을 갖게 되어 그런 말로 모함한 것이다. 그러나 타표마라자는 청정하며 아무 죄도 없다.”
018_1097_b_13L如是諫時彼作是言彼陁驃摩羅子不作非梵行不犯波羅夷然陁驃摩羅子比丘三以麤惡食恐怖令我食時辛苦我於陁驃摩羅子比丘愛恚癡怖故作是說然陁驃摩羅子淸淨無罪
그때 세존께서는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 타표마라자 비구를 잘 기억해 두었고, 밀다라 비구니는 직접 말하였기 때문에 멸빈(滅擯)하였으며,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였습니다.……(내지)…… 그는 말하기를 ‘타표마라자 비구는 청정하여 아무 죄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018_1097_b_18L爾時世尊晡時從禪覺至大衆前敷座而坐諸比丘白佛言世尊我等於陁驃摩羅子比丘所憶念持蜜多羅比丘尼與自言滅慈地比丘極善呵諫乃至彼言陁驃摩羅子淸淨無罪
018_1097_c_01L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음식 때문에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거짓말을 하였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7_b_23L爾時世尊告諸比丘云何愚以因飮食故知而妄語爾時世尊卽說偈言

만일 한 가지 법이라도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면
뒷세상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
어떤 나쁜 짓이라고 못할 것이 없으리라.
018_1097_c_02L若能捨一法
知而故妄語
不計於後世
無惡而不爲

차라리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키거나
이글거리는 숯불을 먹을지언정
금지하는 계율을 범하면서까지
승려에게 주는 음식은 먹지 않으리.
018_1097_c_04L寧食熱鐵丸
如熾然炭火
不以犯禁戒
而食僧信施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7_c_05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76. 타표경2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7_c_0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018_1097_c_08L一時佛住王舍城迦蘭陁竹園
그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싶습니다.”
018_1097_c_09L爾時尊者陁驃摩羅子詣佛所稽首佛足退住一面白佛言世尊願於佛前取般涅槃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와 같이 세 번 아뢰었다.
부처님께 타표마라자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작용이 있는 모든 현상의 법이니 법이 응당 그와 같으니라.”
018_1097_c_11L世尊默然如是三啓佛告陁驃摩羅子此有爲諸行法應如是
그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곧 부처님 앞에서 삼매(三昧)에 들어 그 정수(正受)에 든 채로 동방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行]ㆍ멈추어 있고[住]ㆍ앉고[坐]ㆍ눕는[臥] 네 가지 위의(威儀)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다시 화삼매(火三昧)에 들어가서 몸 아래 부분에서 불을 내니, 온몸에서 환하게 밝은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파리(頗梨)빛ㆍ분홍빛 광명이 사방으로 퍼졌다. 몸 밑부분에서 불을 내어 그 몸을 태우다가 다시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다 그 물을 뿌렸다. 혹은 몸 윗부분에서 불을 내어 아래로 그 몸을 태우다가 몸 밑부분에서 물을 내어 위로 그 몸에 뿌리기도 하였다.
018_1097_c_13L爾時尊者陁驃摩羅子卽於佛前入於三昧如其正受向於東昇虛空行現四威儀火三昧身下出火擧身洞然光焰四頗梨紅色身下出火燒其身身上出水以灑其身或身上出火下燒其身身下出水上灑其身
이렇게 열 방위를 두루 돌면서 온갖 변화를 나타낸 뒤에는 공중에 있는 채로 몸 안에서 불을 내어 다시 제 자신의 몸을 태워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취하는데 완전히 사라지고 고요하게 멸하여 티끌조차 남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허공에 등불을 켤 때 기름과 심지가 한꺼번에 다 없어진 것처럼, 타표마라자가 공중에서 열반하여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도 그와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7_c_19L周向十方種種現化已卽於空中身出火還自焚其身取無餘涅槃盡寂滅令無遺塵譬如空中然燈炷俱盡陁驃摩羅子空中涅槃身心俱盡亦復如是爾時世尊卽說偈言
018_1098_a_01L
비유하면 마치 쇳덩이와 같아서
그 불꽃 빨갛게 훨훨 타오르다가도
뜨거운 세력 점점 식고 사라지면
간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것 같네.
018_1098_a_01L譬如燒鐵丸
其焰洞熾然
熱勢漸息滅
莫知其所歸

그와 같이 평등한 해탈로써
온갖 번뇌의 진흙탕을 건너고
모든 흐름을 아주 끊어 없애면
그가 돌아간 곳 알지 못하나니
움직이지 않는 도의 자취 완전히 얻어
남음 없는 열반으로 들어가리라.
018_1098_a_03L如是等解脫
度煩惱淤泥
諸流永已斷
莫知其所之
逮得不動迹
入無餘涅槃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8_a_05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77. 적경(賊經)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8_a_0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앙구다라국(央瞿多羅國)의 사람들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타바사리가(陀婆闍梨迦) 숲 속을 지나시다가, 소치는 이와 염소치는 이와 나무하는 이와 그 밖의 다른 일들을 하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세존께서 길을 가시는 것을 보고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길로 가지 마십시오. 이 길 앞에는 앙구리마라(央瞿利摩羅)25)라는 도적이 있어 혹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두렵습니다.”
018_1098_a_08L一時佛在央瞿多羅國人閒遊行經陁婆闍梨迦林中見有牧牛者牧羊者採柴草者及餘種種作見世尊行路見已皆白佛言世尊莫從此道去前有央瞿利摩羅賊恐怖人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佛告諸人我不畏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 길을 따라 그대로 가셨다. 그들이 두 번 세 번 말씀드렸으나 세존께서는 그대로 가시다가, 멀리서 앙구리마라가 손에 칼과 방패를 들고 달려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몸을 나타내시어 천천히 걸었는데 앙구리마라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달려오느라고 그만 지쳐 멀리서 세존께 말하였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가지 마시오.”
018_1098_a_13L作此語從道而去彼再三告世尊猶去見央瞿利摩羅手執刀楯走向世尊以神力現身徐行令央瞿利摩羅駃走不及走極疲乏已遙語世尊勿去
세존께서 나란히 걸으시면서 대답하셨다.
“나는 늘 멈추어 있었는데 네가 스스로 멈추지 않을 뿐이니라.”
그때 앙구리마라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18_1098_a_18L世尊竝行而答我常住耳汝自不住爾時央瞿利摩羅卽說偈言

사문께서는 오히려 빨리 가면서도
나더러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말하네.
나는 지쳐서 멈추어 있는데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니
사문이여, 어째서 그대는 멈추었다 하고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018_1098_a_19L沙門尚駃行
而言我常住
我今疲倦住
說言汝不住
沙門說云何
我住汝不住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018_1098_a_21L爾時世尊以偈答言

앙구리마라여,
내가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한 것은
저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쉬었지만
너는 중생에게 두려움을 주어
나쁜 업을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018_1098_a_22L央瞿利摩羅
我說常住者
於一切衆生
謂息於刀杖
汝恐怖衆生
惡業不休息
018_1098_b_01L
나는 일체의 벌레에 대해서도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하지 않거늘
너는 저 모든 벌레들에 대해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며
언제나 흉악한 업만 지으면서
끝끝내 그쳐 쉴 때가 없구나.
018_1098_b_01L我於一切虫
止息於刀杖
汝於一切虫
常逼迫恐怖
造作凶惡業
終無休息時

나는 모든 신(神)에 대해서
칼질이나 몽둥이질하는 것 쉬었지만
너는 저 모든 신에 대해서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히고 핍박 가하여
언제나 나쁜 업만 지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는구나.
018_1098_b_03L我於一切神
止息於刀杖
汝於一切神
長夜苦逼迫
造作黑惡業
于今不止息

나는 언제나 쉬는 법에 머물러
조금도 방일하게 놀지 않지만
너는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해
그러므로 방일함을 끊지 못하고 있구나.
018_1098_b_05L我住於息法
一切不放逸
汝不見四諦
故不息放逸

앙구리마라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018_1098_b_07L央瞿利摩羅說偈白佛

오랜만에 모니(牟尼)를 보고서
길을 따라 그 뒤를 쫓아왔는데
이제 참되고 묘한 말 듣고 나니
오랜 세월 동안의 나쁜 업 버려야 하리.
018_1098_b_08L久乃見牟尼
故隨路而逐
今聞眞妙說
當捨久遠惡

그 도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들고 있던 칼과 창을 던져버리고
세존의 발 아래 몸을 던지면서 말했네.
“원컨대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018_1098_b_10L作如是說已
卽放捨刀楯
投身世尊足
願聽我出家

부처님께서는 자비스런 마음 가지셨고
큰 신선께서는 그를 매우 불쌍히 여겨
“잘 왔다. 비구야,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라”고 하셨네.
018_1098_b_11L佛以慈悲心
大仙多哀愍
告比丘善來
出家受具足

그때 앙구리마라는 출가하여 혼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정진하며 생각하였다.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힘써 닦는 까닭은,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는 데 있었구나.’
그때 앙구리마라는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18_1098_b_12L爾時央瞿利摩羅出家已獨一靜處專精思惟所以族姓子剃除鬚髮袈裟衣正信非家出家學道增修梵現法自知作證我生已盡梵行已所作已作自知不受後有央瞿利摩羅得阿羅漢覺解脫喜樂卽說偈言

본래는 불해(不害)라는 이름을 받았었는데
중간에 많은 중생 해치는 이 되었나니
이제서야 이름이 진실이어서
영원히 살생을 여의었다네.
018_1098_b_19L本受不害名
而中多殺害
今得見諦名
永離於傷殺

몸으로 살생을 행하지 않고
입과 뜻으로도 역시 그러해
진실로 살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중생을 핍박하지 않아야 함을 알았네.
018_1098_b_21L身行不殺害
口意俱亦然
當知眞不殺
不迫於衆生

손을 씻어도 늘 피 색깔인지라
앙구리마라라고 이름한 것인데
세찬 물살에 떠다니던 사람이
삼보(三寶)에 귀의해 멈추게 되었네.
018_1098_b_22L洗手常血色
名央瞿摩羅
浚流之所漂
三歸制令息
018_1098_c_01L
삼보에 귀의하고 난 뒤에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고
삼명(三明)26)을 성취하였으니
부처님의 가르침 이미 끝마쳤네.
018_1098_b_23L歸依三寶已
出家得具足
成就於三明
佛教作已作

소를 길들일 적엔 채찍을 쓰고
코끼리 다루려면 쇠갈고리 쓰지만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는 이는
칼이나 막대기 쓰지 않는다.
018_1098_c_02L調牛以捶杖
伏象以鐵鉤
不以刀捶杖
正度調天人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로 잡으려면 불에 구우며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신을 다룰 때는 지혜를 쓰네.
018_1098_c_03L利刀以水石
直箭以熅火
治材以斧斤
自調以黠慧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혀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018_1098_c_04L人前行放逸
隨後能自斂
是則照世閒
如雲解月現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018_1098_c_06L人前放逸行
隨後能自斂
於世恩愛流
正念而超出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그야말로 세상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018_1098_c_07L少壯年出家
精勤修佛教
是則照世閒
如雲解月現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 힘써 닦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018_1098_c_08L少壯年出家
精勤修佛教
於世恩愛流
正念以超出

만일 온갖 악업(惡業)에서 벗어나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018_1098_c_10L若度諸惡業
正善能令滅
是則照世閒
如雲解月現

어떤 사람이 먼저는 악업(惡業)을 짓다가도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018_1098_c_11L人前造惡業
正善能令滅
於世恩愛流
正念能超出

나는 이미 악업을 지었거니
틀림없이 나쁜 세계를 향하여
거기서 모진 과보(果報)를 받아
묵은 빚으로 먹히고 또 먹히리.
018_1098_c_12L我已作惡業
必向於惡趣
已受於惡報
宿責食已食

만일 그들이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다가도
그들이 이러한 바른 법을 듣는다면
맑고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어
나에 대하여 인욕행(忍辱行)을 닦아
다시는 다투는 일 일으키지 않으리니
부처님의 은혜로운 힘에 힘입어서라네.
018_1098_c_14L若彼我怨憎
聞此正法者
得淸淨法眼
於我修行忍
不復興鬪訟
蒙佛恩力故

나를 원망하여도 인욕 행하고
또한 늘 참는 이를 찬탄하며
때를 따라 바른 법을 듣고
듣고 나서는 그대로 수행하리라.
018_1098_c_16L我怨行忍辱
亦常讚歎忍
隨時聞正法
聞已隨修行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앙구리마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098_c_17L佛說此經已央瞿利摩羅聞佛所說歡喜奉行

1078. 산도타경(散倒吒經)2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8_c_19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018_1098_c_20L一時佛住王舍城迦蘭陁竹園
그때 어떤 비구28)가 먼동이 틀 무렵에 탑보(㩉補)라는 강가에 나와 강가 언덕에 옷을 벗어놓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하고 나서 언덕으로 올라와 옷 한 가지만 걸치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018_1098_c_21L有異比丘於夜明相出時㩉補河邊脫衣著岸邊入水洗浴已上岸被一衣待身乾
018_1099_a_01L그때 어떤 천자(天子)가 몸에서 광명을 놓아 탑보 강가를 골고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젊어서 출가하여 피부색은 곱고 희며, 머리는 검어 아직 한창 아름다운 시기이다. 마땅히 다섯 가지 향락[五欲]을 누리며 영락(瓔珞)으로 몸을 치장하고 향도 바르고 꽃모자〔華鬘]도 쓰고 그렇게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친족(親族)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세속을 버리고 슬피 울며 서로 이별하고, 여기에 와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袈裟)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니, 어찌하여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이익을 구하고 있는가?”
018_1098_c_23L有一天子放身光明普照㩉補河側語比丘言汝少出家鮮白髮黑年始盛美應習五欲莊嚴瓔珞塗香華鬘五樂自娛而於是時違親背俗悲泣別離剃除鬚髮著袈裟衣正信非家出家學道如何捨現前樂而求非時之利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에야말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이다.”
018_1099_a_06L比丘答言我不捨現前樂求非時樂我今乃是捨非時樂得現前樂
천자가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의 즐거움을 얻는 것인가?”
018_1099_a_08L天問比丘云何捨非時樂得現前樂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르면 시기에 적절치 못한 욕망은 맛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며, 이익은 적고 어려움만 많다. 나는 지금 현재 세상에서 이미 번뇌를 여의고,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통달하였다. 나는 현재 세상을 관찰한 인연으로써 스스로 깨달아 알았으니, 이와 같아서 천자여, 이것을 ‘시기에 적절치 못한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 세상의 즐거움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018_1099_a_09L比丘答言如世尊說非時之欲少味多苦少利多難我今於現法中已離熾然不待時節能自通達現前觀察緣自知覺如是天子是名捨非時樂得現前樂
천자가 다시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시기에 적절치 못한 욕망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다’고 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현재 세상의 즐거움으로……(내지)…… 스스로 깨달아 안다’고 하는 것인가?”
018_1099_a_14L天復問比丘云何復是如來所說時之欲少樂多苦云何復是如來所現法利樂乃至緣自覺知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젊어서 출가하였기 때문에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正法〕과 율의(律儀)를 자세히 말해 줄 수는 없다. 세존께서는 요즘엔 가란다죽원에 머물고 계신다. 그대는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의심스러운 것들을 여쭈어보고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기억해 받들어 가지도록 하라.”
018_1099_a_16L比丘答我年少出家不能廣宣如來所說正法律儀世尊近在迦蘭陁竹園可往詣如來問其所疑如世尊說憶受持
천자가 다시 물었다.
“비구여, 여래께서 계신 곳에는 힘이 센 여러 하늘 신장들이 둘러싸고 있어, 내가 먼저 가서는 여쭐 수도 없을 뿐더러 또한 그곳에 쉽사리 나아갈 수조차 없다. 그러니 비구여, 만일 그대가 만약 나를 위해 먼저 세존께 말씀드려 주면 내가 그 뒤를 따라 가겠다.”
018_1099_a_20L天子復言比丘於如來所諸力天衆多圍遶我先無問未易可比丘汝若能爲先白世尊者我可隨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 마땅히 당신을 위해 가겠다.”
比丘答言當爲汝去
천자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리하라. 존자여, 내가 뒤따라가겠다.”
018_1099_a_23L天白比丘唯然尊者我隨後來
018_1099_b_01L그때 저 비구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조금 전에 천자와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을 세존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 천자의 말이 진실한 말이라면 얼마 안 되어 곧 올 것이고, 진실한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오지 않을 것입니다.”
018_1099_b_01L彼比丘往詣佛所稽首禮足退住一面以向天子往反問答具白世尊今者世尊彼天子誠實言者須臾應至不誠實者自當不來
그때 그 천자가 멀리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벌써 여기에 왔다. 나는 벌써 여기에 왔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9_b_05L彼天子遙語比丘我已在我已在此爾時世尊卽說偈言

중생들은 사랑하는 생각을 따라
사랑하는 생각에 머무나니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곧 죽음으로 방편을 삼느니라.
018_1099_b_06L衆生隨愛想
以愛想而住
以不知愛故
則爲死方便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게송을 이해하였거든 곧 물어 보아라.”
018_1099_b_08L佛告天子汝解此偈者便可發問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서(善逝)시여.”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게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9_b_09L子白佛不解世尊不解善逝佛復說偈而告天子曰

만일 사랑하는 것을 제대로 알면
저기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리.
저것도 이것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이거니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한 이가 없느니라.
018_1099_b_11L若知所愛者
不於彼生愛
彼此無所有
他人莫能說

부처님께서 천신(天神)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게송의 뜻을 알았거든 곧 물어 보아라.”
018_1099_b_13L佛告天子汝解此義者便可發問
천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9_b_14L子白佛不解世尊不解善逝佛復說偈言

동등함과 우세함과 하열함을 보면
거기에서 비로소 다툼이 생기나니
세 가지 일에 흔들리지 않으면
아래도 중간도 위가 없으리라.
018_1099_b_16L見等勝劣者
則有言論生
三事不傾動
則無軟中上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뜻을 이해하겠거든 곧 물어 보아라.”
018_1099_b_18L佛告天子解此義者則可發問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서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018_1099_b_19L天子白佛不解世尊不解善逝佛復說偈言

애욕과 이름과 물질을 끊고
교만을 버려 얽매임이 없으며
고요히 없애 성냄을 그치고
결박을 끊고 욕망을 버리면
인간 세상이나 하늘 세계에서
이승이니 저승이니 함을 보지 않으리.
018_1099_b_20L斷愛及名色
除慢無所繫
寂滅息瞋恚
離結絕悕望
不見於人天
此世及他世

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이치를 이해하거든 여기서 물어 보아라.”
018_1099_b_22L佛告天子解此義者乃可發問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야 이해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야 이해하겠습니다. 선서시여.”
018_1099_b_23L天子白佛已解世尊已解善逝
018_1099_c_01L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099_c_01L佛說此經彼天子聞佛所說歡喜隨喜卽沒不現

1079. 유경(喩經)2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099_c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018_1099_c_04L一時佛在王舍城迦蘭陁竹園
그때 어떤 비구가 먼동이 틀 무렵에 탑보(㩉補)라는 강가에 나와 강가 언덕에 옷을 벗어놓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하고 나서 언덕으로 올라와 옷 한 가지만 걸치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018_1099_c_05L有異比丘於後夜時至㩉補河邊脫衣置岸邊入水洗浴浴已上岸著一衣待身乾
그때 어떤 천자가 몸에서 광명을 놓아 탑보강 가를 골고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여, 비구여, 이것은 곧 무덤이다. 밤이면 연기가 일어나고 낮에는 불이 타오른다.
018_1099_c_07L有一天子放身光明普照㩉補河側問比丘言比丘此是丘塚夜則起煙晝則火
어느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무덤을 무너뜨린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0L彼婆羅門見已而作是言壞此丘發掘者智持以刀劍
그러자 또 큰 거북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큰 거북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1L又見大龜羅門見已作是言除此大龜發掘者持以刀劍
그러자 또 털침구가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털침구를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3L見有氍氀婆羅門見已作此言卻此氍氀發掘者智持以刀
그러나 또 살점[肉段]이 보였다. 그 저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살점을 제거한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5L見有肉段彼婆羅門見已作是言除此肉段發掘者智持以刀劍
그러나 또 도살장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도살장을 무너뜨린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6L見有屠殺婆羅門見已作是言壞是屠殺發掘者智持以刀劍
그러자 또 독벌레[楞耆]30)가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독벌레를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18L見有楞耆婆羅門見已作是言卻此楞耆發掘者智持以刀劍
그러자 또 두 갈래 길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두 갈래 길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20L見有二道彼婆羅門見已作是言除此二道發掘者智以刀劍
그러자 또 사립문이 보였다.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립문을 없앤 다음 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018_1099_c_22L見有門扇婆羅門見已作是卻此門扇發掘者智持以刀劍
018_1100_a_01L그러자 또 큰 용이 보였다. 그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둬라. 큰 용은 없애지 말라.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018_1099_c_23L有大龍婆羅門見已作是言勿卻大龍應當恭敬
비구여, 그대는 이 말을 가지고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아라. 그리고 세존의 말씀대로 그대는 그대로 받들어 지녀야 한다. 왜냐 하면 여래를 제외하고는 세간의 모든 하늘이나 악마ㆍ범(梵)ㆍ사문ㆍ바라문으로서 이것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 주는 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제자들은 내게서 듣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으리라.”
018_1100_a_02L比丘汝來受此論問世尊如佛所說汝隨受持所以者除如來我不見世閒諸天婆羅門於此論心悅樂者若諸弟子從我所聞然後能說
그때 그 비구는 천자에게서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그 천자가 물은 말에 대하여 세존께 자세히 여쭈었다.
“어떤 것이 무덤이며, 어떤 것이 밤이면 연기가 일어나는 것이며, 어떤 것이 낮에는 불이 탄다고 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바라문이고, 어떤 것이 파헤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고, 어떤 것이 칼이며, 어떤 것이 큰 거북이고, 어떤 것이 털침구이며, 어떤 것이 살점이고, 어떤 것이 도살장이며, 어떤 것이 독벌레이고, 어떤 것이 두 갈래 길이며, 어떤 것이 사립문이고, 어떤 것이 큰 용입니까?”
018_1100_a_06L爾時比丘從彼天所聞此論已往詣世尊稽首禮退坐一面以彼天子所問諸論廣問世尊云何爲丘塚云何爲夜則起云何爲晝則火然云何是婆羅門云何發掘云何智者云何刀劍云何爲大龜云何氍氀云何爲肉段云何爲屠殺處云何爲楞耆云何爲二道云何爲門扇云何爲大龍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무덤이란 중생들의 몸을 가리키는 말로서 곧 거친 네 가지 요소[四大]로 이루어진 이 몸뚱이는 부모가 남겨주신 몸이니,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시키고 어루만지며 또 가꾸어 기르지만, 그것은 다 변하여 무너져 내리고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018_1100_a_14L佛告比丘丘塚者謂衆生身麤四大色父母遺摶食衣服覆蓋澡浴摩飾長養是變壞磨滅之法
밤이면 연기가 일어난다고 한 것은 사람이 밤에 일어나 깨닫고 관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018_1100_a_17L夜起煙者謂有人於夜時起隨覺隨觀
낮에 벌어지는 일이란 몸과 입으로 짓는 업을 이르는 말이다.
018_1100_a_18L晝行其教身業口業
바라문이라고 한 것은, 즉 여래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을 이르는 말이다. 파헤친다고 한 것은 방편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018_1100_a_19L婆羅門者謂如來等正覺掘者謂精勤方便
지혜로운 이라고 한 것은 많이 들어 아는 성인의 제자를 이르는 말이며, 칼이라고 한 것은 지혜의 칼을 이르는 말이다.
018_1100_a_20L智士者謂多聞聖弟子刀劍者謂智慧刀劍
큰 거북이라고 한 것은 5개(蓋)를 가리키는 말이며, 털침구라고 한 것은 성내고 원망하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018_1100_a_21L大龜者五蓋氍氀者謂忿恨
살점이라고 한 것은 아까워하고 미워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도살장이라고 한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의 향락[五欲功德]을 가리키는 말이다.
018_1100_a_22L肉段者謂慳嫉屠殺者謂五欲功德
독벌레라고 한 것은 무명(無明)을 가리키는 말이며, 두 갈래 길이라고 한 것은 의심과 미혹을 가리킨 말이다.
018_1100_a_23L楞耆者謂無明二道謂疑惑
사립문이라고 한 것은 교만함을 가리키는 말이며,
門扇者謂我慢
018_1100_b_01L큰 용이라고 한 것은 번뇌를 끊은 아라한을 가리킨 말이다.
018_1100_b_01L大龍者謂漏盡羅漢
이와 같이 비구여, 가령 대사(大師)는 성문(聲聞)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안타깝게 여기고 불쌍하게 생각하여 진리를 가지고 안위시키는 것이다. 네가 이미 한 일에 대해서는 너희들도 꼭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즉 드러나 있는 곳에서나 숲 속ㆍ빈집ㆍ산이나 늪ㆍ굴 속에서 풀이나 나뭇잎을 깔고 앉아 고요히 사색하여 방탕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뉘우침이 없게 해야 한다.
018_1100_b_02L如是比丘若大師爲聲聞所作哀愍悲念以義安慰於汝已汝等當作所作當於曝露林中山澤巖窟敷草樹葉思惟禪思起放逸莫令後悔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니라.”
그리고는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0_b_06L是則爲我隨順之教卽說偈言

이 몸을 일러 무덤이라 말하고
깨닫고 관찰함은 밤에 나는 연기에 해당하며
낮에 짓는 업은 불에 타는 것에 해당하고
바라문이란 부처님을 일컬은 것이다.
018_1100_b_07L說身爲丘塚
覺觀夜起煙
晝業爲火然
婆羅門正覺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파헤침에 해당하고
슬기로움은 지혜 밝은 이로서
날카로운 지혜의 칼을 가지고
번뇌 여의고 좋은 데로 나아가네.
018_1100_b_09L精進勤發掘
黠慧明智士
以智慧利劍
厭離勝進者

다섯 가지 덮개는 큰 거북에 해당하고
성냄과 원한은 털침구에 해당하며
아끼고 미워함은 살점에 해당하고
다섯 가지 욕망은 도살장에 해당하네.
018_1100_b_10L五蓋爲巨龜
忿恨爲氍氀
慳嫉爲肉段
五欲屠殺處

무명(無明)은 독벌레에 해당하고
의심과 미혹은 두 가지 길에 해당하며
사립문은 교만을 나타낸 것이요
번뇌 다한 아라한은 큰 용에 비유한 것이네.
모든 논란 완전히 끊었으므로
나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네.
018_1100_b_11L無明爲楞耆
疑惑於二道
門扇現我慢
漏盡羅漢龍
究竟斷諸論
故我如是說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0_b_13L佛說此經已彼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80. 참괴경(慚愧經)3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0_b_15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㮈國)에 있는 선인이 살던 곳인 녹야원(鹿野苑)에 계셨다.
018_1100_b_16L一時佛住波羅柰國仙人住處鹿野苑中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기 위하여 바라내성으로 들어가셨다.
018_1100_b_17L爾時世尊晨朝著衣持鉢入波羅柰城乞食
그때 어떤 비구는 마음을 잡지 못하여 그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하여 모든 감관을 단속하지 못하였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다가 그 비구는 멀리 세존께서 계신 것을 보고 나서야 모든 감관을 단속하여 단정히 응시하면서 걸어갔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모든 감관을 단속하고 단정히 응시하면서 걸어가는 것을 보시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하셨다.
018_1100_b_18L有異比丘以不住心其心惑亂不攝諸根晨朝著衣持鉢入波羅柰城乞食是比丘遙見世尊見已攝持諸根端視而行世尊見是比丘攝持諸根端視而行見已入城乞食畢還精舍擧衣鉢足已入室坐禪
018_1100_c_01L저녁 때 선정에서 일어나 비구들에게로 가시어 자리를 펴고 대중 앞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비구가 마음을 잡지 못하여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해져서 모든 감관이 흐트러진 것을 보았다. 그 비구도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멀리서 나를 보자 곧 스스로 몸을 단속하였다. 그 비구가 누군가?”
018_1100_c_01L晡時從禪覺入僧中敷坐具於大衆前坐告諸比丘我今晨朝著衣持鉢入波羅柰城乞食有比丘以不住心惑亂心諸根放散亦持衣鉢入城乞食彼遙見我卽自斂攝竟爲是誰
그때 그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여미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사온데, 그때 마음이 미혹하고 혼란하여 모든 감관을 단속하지 못하다가, 멀리서 세존을 뵙고서는 곧 스스로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습니다.”
018_1100_c_06L彼比丘從坐起衣服到於佛前偏袒右肩合掌白佛世尊我於晨朝入城乞食其心惑亂不攝諸根行遙見世尊卽自斂心持諸根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하다. 너는 나를 보고는 스스로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비구야, 그 법이 마땅히 그러한 것이니라. 만일 비구를 보더라도 스스로 그렇게 단속해야 하고, 또 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를 보더라도 그와 같이 모든 감관을 단속한다면, 마땅히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함이 있을 것이고 안온함과 쾌락(快樂)을 얻을 것이다.”
그때 대중 가운데서 어떤 다른 비구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18_1100_c_10L佛告比丘善哉善哉汝見我能自斂心攝持諸根比丘是法應當如是若見比丘亦應自攝持若復見比丘尼優婆塞優婆夷亦當如是攝持諸根當得長夜以義饒益安隱快樂爾時衆中復有異比丘說偈歎曰

그 마음이 혼미하고 혼란하여
오로지 한 생각을 매어두지 못한 채
이른 아침에 가사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네.
018_1100_c_15L以其心迷亂
不專繫念住
晨朝持衣鉢
入城邑乞食

도중에서 저 큰 스승님의
위엄과 덕망 갖춘 모습 뵈옵고
기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껴
곧 모든 감관을 단속할 수 있었네.
018_1100_c_17L中路見大師
威德容儀備
欣悅生慚愧
卽攝持諸根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0_c_18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雜阿含經卷第三十八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 2)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3. 3)팔리어로는 Devadatta라고 함. 그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원래는 부처님의 제자였으나 아사세왕(阿闍世王)의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부처님께 반란을 꾀하고서 자신의 승단을 조직하였다.
  4. 4)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5. 5)『별역잡아함경』에는 수비구(手比丘)가 상수비구(象首比丘)로 되어 있다.
  6. 6)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7. 7)팔리어로는 arañña라고 함. 또는 아란야(阿蘭若)ㆍ아란야(阿蘭耶)ㆍ아란나(阿蘭拏)라고도 음역. 삼림(森林)을 말하며, 수행승이 수행하는 장소를 의미함.
  8. 8)버려진 넝마조각을 모아 이어서 만든 누더기 옷. 초기의 수행 승려는 이것을 몸에 걸치고 있었음. 분소(糞掃)는 산스끄리트어 Pāṃśu의 음역인데, 한문 의역(意譯) 상으로도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음.
  9. 9)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0. 10)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1. 11)『잡아함경』에는 이부분이 ”그 말이 원만하고 말하는 것이 막힘이 없어서 대중들로 하여금 기쁘게 하여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없고 곧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言辭圓滿 所說無滯 能令大衆 聞者悅豫 聽之無厭 卽得悟解〕”라고 되어 있다.
  12. 12)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3. 13)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 14)상좌(上坐)는 비구의 이름이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ㆍ원ㆍ명 3본에는 ‘좌(坐)가 좌(座)’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15. 15)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 16)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 『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과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이 있다.
  17. 17)다게라(多揭羅) 또는 다가루(多伽婁)로 쓰기도 하며, 향의 이름인데 지금의 감송향(甘松香)이 그것이다.
  18. 18)꽃의 이름. 말라(末羅) 또는 마라(摩羅)라고도 하며, 만(鬘)이라고 번역한다.
  19. 19)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 20)팔리어로는 Laṭṭhivana라고 함. 또는 신슬지림(申瑟知林)ㆍ차월림(遮越林)ㆍ사사림(祠祀林)이라고도 하는데, 마갈타국(摩揭陀國)의 왕사성 외곽에 있는 숲의 이름.
  21. 21)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2. 22)원(元)본ㆍ명(明)본에는 모두 아암리(阿闇梨)로 되어 있고, 성본(聖本)에는 아사리(阿闍梨)로 되어 있는데 아사리(ācariya)는 구역에서는 교수사(敎授師)라고 하였고 신역에서는 궤범사(軌範師)라고 하였다.
  23. 23)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4. 24)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6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31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경전으로는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앙굴마경(佛說鴦掘摩經)』과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앙굴계경(佛說鴦崛髻經)』이 있다.
  25. 25)25)팔리어로는 Aṅgulimla라고 함. 부처님의 제자로서 앙구마라(央仇摩羅)ㆍ앙굴마라(央崛魔羅)라 음역하고, 지만(指鬘) 또는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으로 음역하기도 함. 12세에 마니 발타라 바라문에게 출가하였으나, 스승의 아내의 모함으로 스승에게 미움을 받아, 천 사람을 죽여 천 손가락으로 영락을 만들어오면 법을 일러주겠다는 잘못된 가르침을 받고 999사람을 죽이고 나중에 친어머니를 죽이려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 정법을 듣고 귀의함.
  26. 26)아라한과를 성취한 성자에게 갖추어진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세 가지에 대해 밝게 아는 것인데, 즉 천안명(天眼明)ㆍ숙명명(宿命明)ㆍ누진명(漏盡明)을 말한다.
  27. 27)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7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같다.
  28. 28)이 비구의 이름은 삼미제(三彌提)이다. 팔리어 경전에서는 Samiddhi로 표기하고 있다.
  29. 29)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8번째 소경과, 『증일아함경』 제33권 제39 등법품(等法品) 18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30. 30)『별역잡아함경』에서는 ”능기망독충(楞衹芒毒蟲)”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참고하여 독 벌레로 번역하였다.
  31. 31)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 1권 1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