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나무 밑에서 나쁜 탐욕 때문에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킨 것을 아시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비구야, 괴로운 종자를 심어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지 말라. 만일 비구가 괴로운 종자를 심어 스스로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면, 아무리 구더기나 파리 떼가 몰려들지 못하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느니라.”
그러자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세존께서는 내가 마음 속으로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것까지 다 알고 계시는구나.’
018_1101_a_13L時,彼比丘作是念:世尊知我心之惡念。”
그러자 그는 곧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018_1101_a_14L卽生恐怖,身毛皆豎。
018_1101_b_01L그때 세존께서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신 다음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으신 다음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다.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비구대중들에게로 오시어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비구가 나무 밑에 서서 나쁜 탐욕으로 인하여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 나는 곧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야, 비구야, 괴로운 종자를 심어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지 말라. 만일 비구가 괴로운 종자를 심어 스스로 냄새를 피우고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면, 아무리 구더기나 파리 떼가 몰려들지 못하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느니라.’ 그러자 그 비구는 곧 ‘부처님께서는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부끄러움[慚愧]과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털이 곤두선 채 길을 따라 가버렸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분해하고 성내며 번민하고 원망하는 것을 괴로움의 종자라고 하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을 냄새를 피운다고 하였으며, 여섯 가지 감관[觸入處]을 계율에 따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을 액체가 흘러내린다고 하였고, 감관을 단속하지 못함[不攝]으로써 탐욕과 근심과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마음이 다투어 생기는 것을 구더기와 파리 떼라고 비유하여 말했느니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1_c_01L그 비구가 낮 선정에 들었을 때 탐하고 즐기는 마음 때문에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때 안다림을 의지하여 머물고 있던 어느 천신(天神)이 이렇게 생각하였다.‘저 비구는 나쁘다. 이 안다림에서 좌선하면서 나쁜 탐욕의 마음으로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다니, 내가 가서 꾸짖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 비구에게 가서 말했다. “비구여, 비구여, 종창을 앓고 있는가?”
018_1101_c_06L作是念已,往語比丘言:“比丘,比丘,作瘡疣耶?”
비구가 대답하였다. “그렇소. 치료하여 좀 낫게 해주오.”
018_1101_c_07L比丘答言:“當治令愈。”
천신이 비구에게 말했다. “종창이 무쇠 가마솥과 같은데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겠는가?”
018_1101_c_08L天神語比丘:“瘡如鐵鑊,云何可復?”
비구가 대답하였다.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만 있으면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오.”
比丘答言:“正念正智,足能令復。”
천신이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현명하게 종창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종창을 고치고 나면 완전히 나아 다시는 도지지 않을 것이다.”
018_1101_c_09L天神白言:“善哉!善哉!此是眞賢治瘡,如是治瘡,究竟能愈,無有發時。”
그때 세존께서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시어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고서 걸식을 마친 다음 돌아와 안다림으로 가서 낮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때 어느 비구 한 사람도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안다림으로 가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에 들었다. 그런데, 그 비구는 마음의 나쁜 탐욕으로 인하여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다. 그때 안다림에 의지하여 살고 있던 어떤 천신이 그 비구에게 말했다. ‘비구여, 비구여, 종창을 앓고 있는가?’……(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훌륭하고 훌륭한 말이다. 그와 같아서 비구여, 그것은 뭇 현성들의 치료법이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1_c_20L“‘如是,比丘,善哉!善哉!此治衆賢。’”爾時,世尊卽說偈言:
사람들은 제각기 종창을 만들어 스스로 병을 앓아 고통받나니 세간의 갖은 욕망 바라고 구함은 마음의 나쁜 탐욕 때문이니라.
018_1101_c_21L士夫作瘡疣, 自生於苦患, 願求世閒欲,
心依於惡貪。
종창을 만들어 냄으로 말미암아 구더기와 파리 떼 다투어 모여드나니 애욕으로 갈구함은 종창이요 온갖 나쁜 생각은 구더기와 파리라네.
018_1101_c_23L以生瘡疣故, 蛆蠅競來集,
愛欲爲瘡疣, 蛆蠅諸惡覺。
018_1102_a_01L 모든 탐욕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뜻을 좇아 생기나니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 화려한 명예와 이익을 구한다네.
018_1102_a_01L及諸貪嗜心,
皆悉從意生, 鑽鑿士夫心, 以求華名利。
탐욕의 불길은 갈수록 왕성하여 허망한 상상과 좋지 못한 생각이 밤낮으로 몸과 마음을 괴롭혀 고요한 길에서 멀리 떠나게 하네.
018_1102_a_02L欲火轉熾然, 妄想不善覺, 身心日夜羸,
遠離寂靜道。
만일 안으로 마음이 고요해져서 결정하는 지혜가 명료해지면 이러한 종창은 사라지고 부처님의 안온한 길을 보리라.
018_1102_a_04L若內心寂靜, 決定智明了,
無有斯瘡疣, 見佛安隱路。
바른 장부가 노닐어야 할 길 성현께서 이미 잘 말씀하셨으니 밝은 지혜로 그 길을 알아야 다시는 온갖 몸을 받지 않으리.
018_1102_a_05L正士所遊迹,
賢聖善宣說, 明智所知道, 不復受諸有。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2_a_06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83. 식우근경(食藕根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2_a_0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018_1102_a_09L一時,佛住毘舍離國獼猴池側重閣講堂。
그때 모든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018_1102_a_10L時,有衆多比丘晨朝著衣持鉢,入毘舍離乞食。
그때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법과 율에 익숙지 못하여 걸식할 때 앞뒤 차례를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너는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라서 법과 율을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차례를 뛰어넘지도 말고 거듭 받지도 말라. 앞뒤의 차례가 없이 걸식을 행하면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자 승랍이 적은 비구가 말했다. “여러 상좌님들께서도 차례를 뛰어 넘고 앞뒤를 지키지 않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닙니다.”
018_1102_a_16L年少比丘言:“諸上座亦復越次,不隨前後,非獨我也。”
018_1102_b_01L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말했으나 그만두지 않았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걸식할 때 앞뒤의 차례를 지키지 않고, 또 음식을 거듭 받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두 번 세 번 충고하였으나 듣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상좌들께서도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서 왜 나만 꾸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저희 모든 비구들이 세 번이나 그에게 충고했습니다만 듣지 않으므로 세존께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법답지 않게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넓은 늪에 큰 호수가 있고 거기에 큰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그 코끼리들은 연뿌리를 뽑아 진흙을 씻어버린 뒤에 그것을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몸은 살찌고 기분은 유쾌하며, 힘이 세고 즐거움이 많다. 그들은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코끼리는 몸집이 작은 데다 바짝 말랐다. 그 코끼리는 큰 코끼리를 본받아 연뿌리를 뽑았으나 깨끗이 씻을 줄 몰라 진흙 채로 그것을 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하여 몸은 살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으며 갈수록 여위어만 간다. 그런 인연으로 죽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한다.
그와 같이, 나이 많고 덕망이 있는 비구들은 오랫동안 도를 배워 즐기고 장난질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으므로 스승이 찬탄하는 바이고, 그밖에 밝은 지혜로 범행을 닦는 사람들도 역시 그를 칭찬한다. 이런 비구들은 도시나 시골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도 몸과 입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관을 잘 단속하여 마음을 집중시켜 생각을 잡아매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믿게 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을 변하지 않게 하며, 혹 재물ㆍ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따위를 얻더라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탐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으며, 미혹하지도 않고 그것을 좇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본 뒤에 그것을 먹거나 쓴다. 그것을 먹거나 쓰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유쾌하고 윤택해지며 혈색과 힘을 얻는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018_1102_c_01L그러나 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는 법과 율에 익숙하지 못해, 여러 장로(長老)들을 의지해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도 잘 보호하지 못하고 감관의 문을 지키지도 못하며, 생각을 한결같이 잡아매지도 못해서,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게 하지도 못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은 변하게 하며, 혹 재물ㆍ의복ㆍ음식ㆍ침구ㆍ탕약을 얻으면 곧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며, 그것을 탐하고 좇아서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며, 즐기고 탐하는 마음으로 먹고 쓰기 때문에 몸이 유쾌하거나 윤택하지 못하고 안온하거나 즐겁지도 못하다.
그는 이러한 음식으로 인연하기 때문에 점점 죽음[死]으로 향해 가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고 말한 것은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거나 바른 법과 바른 율을 잃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고, 죽을 고생이라는 것은 바른 법과 율을 범하고 죄의 모양을 알지 못하며, 죄를 제거해 없앨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2_c_09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84. 장수경(長壽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2_c_1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한림(寒林)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018_1102_c_12L一時,佛住王舍城寒林中丘塚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명(壽命)은 매우 촉박하여 점점 저승길[後世]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모든 범행(梵行)을 닦아야 한다. 태어난 사람 치고 죽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히 방편을 세워 착한 법을 한결같이 닦지 않고, 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그때 악마 파순(波旬)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은 왕사성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聲聞)들을 위해 〈사람의 목숨은 매우 촉박하여……(내지)……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하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악마 파순은 소년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말했다.
늘 중생들을 핍박하면서도 인간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고 혼미하고 취해 마음이 방일해도 죽는 곳으로 향해가지 않는다.
018_1102_c_21L常逼迫衆生, 得人閒長壽, 迷醉放逸心,
亦不向死處。
018_1103_a_01L 그때 세존께서는 ‘이는 악마가 와서 교란시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2_c_23L爾時,世尊作是念:“此是惡魔來作惱亂。卽說偈言:
늘 중생들을 핍박하고 못살게 굴면 세상에 태어나 수명이 매우 짧으리니 열심히 닦고 수행하고 정진하되 불에 타는 머리를 구원하듯 하라.
018_1103_a_02L常逼迫衆生, 受生極短壽, 當勤修精進,
猶如救頭然。
잠깐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지니 죽음의 악마 갑자기 닥쳐오리라. 네가 곧 악마인 줄 나는 아나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018_1103_a_04L勿得須臾懈, 令死魔忽至,
知汝是惡魔, 速於此滅去。
하늘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3_a_05L天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慚愧憂慼,卽沒不現。
1085. 수명경(壽命經)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3_a_0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018_1103_a_08L一時,佛住王舍城寒林中丘塚閒。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모든 행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편안한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有爲)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해탈해야 하느니라.”
그때 악마 파순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이 모든 행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해탈해야 한다〉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저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파순은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018_1103_b_01L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3_a_23L時,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慚愧憂慼。卽沒不現。
1086. 마박경(魔縛經)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3_b_02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018_1103_b_03L一時,佛住王舍城迦蘭陁竹園。
그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거니시다가[經行],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몸을 추스리고 단정히 앉아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생각을 모으셨다.
018_1103_b_04L爾時,世尊夜起經行,至於後夜,洗足入室,斂身正坐,專心繫念。
그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에서 밤에 일어나 거닐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몸을 추스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으고 선정에 들어 있다. 내가 지금 저곳에 가서 교란시키리라.’ 그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018_1103_c_01L그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에 머물러 있으면서……(내지)……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저곳에 가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가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곧 큰 용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지고 부처님의 몸을 일곱 바퀴 돌고는 머리를 들어 부처님의 정수리에 드리웠다. 몸뚱이는 큰 배와 같고, 머리는 큰 돛과 같았으며, 눈은 놋쇠 화로와 같고 혀는 끌려오는 번갯불과 같았으며, 들고나는 숨결은 천둥소리와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저 빈 집과 같이 모니(牟尼)의 마음은 비고 고요하니 그 안에서 빙빙 돌며 노니는 부처의 몸도 또한 그러하니라.
018_1104_a_13L猶如空舍宅, 牟尼心虛寂, 於中而旋轉,
佛身亦如是。
한량없이 흉악한 용과 모기ㆍ등에ㆍ파리ㆍ벼룩 따위가 모두 모여와 그 몸 뜯어먹어도 털 하나도 움직일 수 없으리.
018_1104_a_15L無量凶惡龍, 蚊蝱蠅蚤等,
普集食其身, 不能動毛髮。
저 허공을 부수어 가르고 이 대지(大地)를 흔들어 뒤엎으면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 모두들 몰려와 두려워하겠지만
018_1104_a_16L破裂於虛空,
傾覆於大地, 一切衆生類, 悉來作恐怖。
칼과 창과 예리한 화살로 모두 몰려와 부처님 몸을 해한다 해도 그러한 모든 모진 해침도 털 하나 손상하지 못하리.
018_1104_a_17L刀矛槍利箭, 悉來害佛身, 如是諸暴害,
不能傷一毛。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4_a_19L時,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1090. 수면경(睡眠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4_a_2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라산(毘婆羅山) 칠엽수림(七葉樹林)에 있는 석실(石室) 안에 계셨다.
018_1104_a_22L一時,佛住王舍城毘婆羅山七葉樹林石室中。
018_1104_b_01L그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한데서 앉기도 하고 혹은 거닐기도 하시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누워서 편안히 쉬고 계셨다.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붙이고, 발을 포개고 밝은 모양에 생각을 모으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계셨다.
그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지금 왕사성 비바라산 칠엽수림에 있는 석실에 머물고 있으면서, 밤에 일어나 한데서 앉기도 하고 혹은 거닐기도 하다가,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가, 오른쪽 옆구리로 누워, 발을 포개고 밝은 모양에 생각을 모으고,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것은 악마 파순이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4_b_11L爾時,世尊作是念:“惡魔波旬欲作嬈亂。”卽說偈言:
너 때문에 자는 것이 아니고 또 죽음에 든 것도 아니다. 많은 돈이나 재물은 없지만 근심 없는 보배를 모을 뿐이다.
018_1104_b_13L不因汝故眠, 非爲最後邊, 亦無多錢財,
唯集無憂寶。
세상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누워서 쉬고 있을 뿐 깨어 있어도 의혹하지 않고 잠에 들어도 두려워하지 않노라.
018_1104_b_15L哀愍世閒故, 右脅而臥息,
覺亦不疑惑, 眠亦不恐怖。
낮이나 혹은 밤이라 하여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자는 것이니 그러므로 더하고 덜함이 없느니라.
018_1104_b_16L若晝若復夜,
無增亦無損, 爲哀衆生眠, 故無有損減。
그리고 다시 백 개의 창으로 이 몸을 꿰어 흔들어대더라도 오히려 안온하게 잘 수 있나니 이미 마음의 창(槍) 여의었기 때문이다.
018_1104_b_17L正復以百槍, 貫身常掘動, 猶得安隱眠,
已離內槍故。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4_b_19L時,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1091. 구지가경(瞿低迦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4_b_2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라산 칠엽수림에 있는 석실에 계셨다.
018_1104_b_22L一時,佛住王舍城毘婆羅山七葉樹林石室中。
018_1104_c_01L그때 존자 구지가(瞿低迦)는 왕사성의 선인산(仙人山) 곁에 있는 검은 석실에 있었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면서 방일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요익한 일을 수행하여, 일시적인 의해탈(意解脫:心解脫)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는 자주 물러나곤 하였다. 한 번ㆍ두 번ㆍ세 번ㆍ네 번ㆍ다섯 번ㆍ여섯 번 되풀이해서 물러났다가는 다시 일시적인 의해탈을 몸으로 증득하고 또 조금 있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 존자 구지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방일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요익한 일을 열심히 수행하여, 일시적인 의해탈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는 자주 물러나곤 하였다. 그렇게 되풀이해서 여섯 번씩이나 물러났다. 나는 이제 칼로 자살하여 일곱 번째는 물러나지 않게 하리라.14)’
그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비바라산 곁의 칠엽수림에 있는 석굴에 머물고 있다. 그 제자 구지가는 왕사성 선인산 곁에 있는 검은 석실에 있는데, 혼자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일시적으로 의해탈을 몸소 증득하였다가도 여섯 번이나 되풀이하여 물러났다가 다시 얻곤 하였다. 그러자 결국 그는 〈나는 벌써 여섯 번이나 되풀이하여 물러났다가 다시 얻곤 하였으니, 나는 일곱 번째는 반복하여 물러나지 않게 하리라. 내 차라리 칼로 자살을 하여 일곱 번째는 물러나지 않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만일 그 비구가 칼로 자살한다면, 자살하지 못하도록 내 경계를 빠져나가 지금 당장 그의 스승에게 가서 알려야겠다.’ 그리고는 파순은 유리자루로 된 비파를 가지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현(絃)을 켜면서 게송을 읊었다.
그때 세존께서 구지가 비구를 위해 첫 번째로 수기[記]를 하셨다. 그러자 파순이 게송을 읊었다.
018_1105_a_19L爾時,世尊爲瞿低迦比丘受第一記。爾時,波旬而說偈言:
상하 사방 모든 곳에서 그의 식신을 두루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그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으니 구지가는 도대체 어딜 갔는가?
018_1105_a_20L上下及諸方, 遍求彼識神, 都不見其處,
瞿低何所之?
그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018_1105_a_22L爾時,世尊復說偈言:
018_1105_b_01L 이와 같이 믿음이 견고한 장부 세상 어디서도 찾지 못하리. 은혜와 애욕의 근본을 뽑고
이 구지가는 반열반 하였노라.
018_1105_a_23L如是堅固士, 一切無所求, 拔恩愛根本,
瞿低般涅槃。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5_b_02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92. 마녀경(魔女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5_b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鬱鞞羅) 마을의 니련선강[尼連禪河] 가에 머물고 계셨는데, 보리수(菩提樹) 밑에서 도를 이루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018_1105_b_05L一時,佛住鬱鞞羅聚落尼連禪河側,於菩提樹下成佛未久。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울비라 마을의 니련선강 가에 있는데, 보리수 밑에서 도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가서 게송을 읊었다.
그는 은애(恩愛)를 이미 여의었으니 애욕으로는 능히 부를 수 없다. 그는 악마 경계를 이미 벗어났으니 그러므로 나는 근심하고 시름한다.
018_1105_c_11L彼已離恩愛, 非欲所能招, 已出於魔境,
是故我憂愁。
그때 악마의 세 딸이 몸에서 광명을 방출하니 그 빛의 밝기가 치성하여 마치 구름 속의 번갯불 같았다. 그들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아뢰었다. “저희들은 지금 세존의 발 아래 귀의(歸依)합니다. 부디 모시고 싶사오니 심부름이나 하도록 허락해 주소서.”
“여래는 이미 모든 애욕을 여의고 마음이 잘 해탈한 줄을 알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018_1105_c_17L知如來離諸愛欲,心善解脫。如是第二、第三說。
그러자 세 마녀는 저희들끼리 말했다.“남자들은 갖가지 형상에 따라 좋아하는 애욕이 생겨난다. 우리 이제 각각 변화해서, 백 명의 처녀 모양, 백 명의 갓 시집온 신부 모양, 백 명의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 모양, 백 명의 아이를 낳은 여자 모양, 백 명의 중년 여자 모양, 백 명의 늙은 여자 모양으로 변신해 보자. 이런 갖가지 형상으로 변신하여 사문 구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저희들은 지금 높으신 이의 발 아래 귀의하나이다. 부디 모시면서 심부름이나 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해보자.”
018_1106_a_01L이렇게 의논한 뒤에 갖가지 모습으로 변화하였다.……(바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오늘 세존의 발 아래 귀의하나이다. 부디 모시면서 심부름이나 하게 해 주십시오.”
그때에도 세존께서는 전혀 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법은 모든 애욕을 여의는 것이니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018_1106_a_04L爾時,世尊都不顧念。“如來法離諸愛欲。”如是再三說已。
그러자 악마의 세 딸은 저희들끼리 말했다. ‘만일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한 장부라면 우리들의 갖가지 아름다운 몸을 보고 마음이 곧 혼미해지고 어지러워져서 욕기(欲氣)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찢어지고 뜨거운 피에 얼굴이 달아오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문 구담은 우리를 전혀 돌아보지도 않는다. 아마도 여래는 애욕을 여의고 해탈하였으며 선해탈(善解脫)하였다는 생각을 얻은 것 같다. 우리는 이제 각각 게송으로 물어 보자.’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울비라 마을의 니련선강 가에 있는데, 보리수 밑에서 처음으로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젊은 사람으로 변화해 가지고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때 악마 파순이 부처님 뒤를 따라가면서 이렇게 외쳤다. “사문이여, 사문이여, 밥을 조금도 얻지 못하였는가?”
018_1107_a_16L時,魔波旬隨逐佛後,作是唱言:“沙門,沙門,都不得食耶?”
그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8_1107_a_18L爾時,世尊作是念:“惡魔波旬欲作嬈亂。”卽說偈言:
너는 새로19) 여래에 대해 한량없는 죄를 짓고 있다. 너는 여래를 불러 온갖 고뇌 받느냐고 묻는구나.
018_1107_a_19L汝新於如來, 獲得無量罪, 汝謂呼如來,
受諸苦惱耶?
그때 악마 파순이 이렇게 말했다.“구담이여, 다시 마을로 들어가라. 마땅히 밥을 얻을 수 있게 하리라.”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8_1107_a_21L時,魔波旬作是言:“瞿曇,更入聚落,當令得食。”爾時,世尊而說偈言:
018_1107_b_01L 설령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나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나니 마치 저 광음천(光音天)이 언제나
기쁨을 먹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018_1107_a_23L正使無所有, 安樂而自活, 如彼光音天,
常以欣悅食。
설령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나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면서 언제나 기쁨으로 음식을 삼나니 이 몸을 의지하지 않느니라.
018_1107_b_02L正使無所有, 安樂而自活,
常以欣悅食, 不依於有身。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7_b_03L時,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1096. 승삭경(繩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7_b_05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018_1107_b_06L一時,佛住波羅柰國仙人住處鹿野苑中。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인간과 천상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도 인간과 천상의 속박을 벗어났으니, 너희들은 인간 세상에 나가 많은 사람을 제도하고 많은 이익을 주어 인간과 하늘을 안락하게 하되, 짝지어 다니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따로 다니도록 하라. 나도 지금 울비라(鬱鞞羅) 마을로 가서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인간 세간을 유행하리라.”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바라내국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나는 이미 인간과 천상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도 그렇게 되었으니, 너희들은 각각 따로 사람들을 교화하라.……(내지)……나도 지금 울비라 마을로 가서 인간 세간을 돌아다니리라〉라고 이렇게 설법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벗어나지 못하고서 벗어났다 생각하거나 이미 해탈했다고 스스로 말하면 큰 결박에 묶이게 되리니 그땐 내가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리.
018_1107_b_18L不脫作脫想, 謂呼已解脫, 爲大縛所縛,
我今終不放。
그때 세존께서 ‘이것은 악마 파순이 나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8_1107_b_20L爾時,世尊作是念:“惡魔波旬欲作嬈亂。”卽說偈言:
나는 이미 일체의 속박인 인간과 천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네. 네가 파순인 줄을 이미 알았으니 너 파순은 곧 스스로 사라지거라.
018_1107_b_22L我已脫一切, 人天諸繩索, 已知汝波旬,
卽自消滅去。
018_1107_c_01L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7_c_01L時,魔波旬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1097. 설법경(說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7_c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石主)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018_1107_c_04L一時,佛住釋氏石主釋氏聚落。
그때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곳곳의 남자와 여자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삼귀(三歸)를 받아 가졌다. 그리고 모든 병자로서 모여든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대면서 ‘나 아무개 등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라고 외쳤고, 온 마을과 도시가 이렇게 외쳤다.
그때 부처님께서 성문들을 위해 열심히 설법하셨는데, 그때 신심을 일으켜 삼보(三寶)에 귀의한 사람들은 다 인간이나 천상 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018_1107_c_09L爾時,世尊勤爲聲聞說法。時,諸信心歸三寶者,斯則皆生人、天道中。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있으면서 사부대중을 위해 열심히 설법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신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다. 그는 혼자서 선정에 들어 〈왕이 되어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법대로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위해 설법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왕이 되어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법대로 행하고 법 아닌 것은 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곧 왕이 되소서. 선서(善逝)께서는 지금 곧 왕이 되소서. 반드시 뜻대로 될 것입니다.”
악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만일 4여의족(如意足)만 닦아 익히되 많이 닦아 익혀라. 그러고 나면 왕께서 설산(雪山)을 순금으로 변하게 하고 싶으면 조금도 다름없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4여의족을 닦아 익히되 많이 닦아 익히셨으니, 뜻대로 설산을 순금으로 똑같게 변화시키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세존께 ‘왕이 되소서. 세존이시여, 왕이 되소서. 선서시여, 당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젊은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화해 상투를 틀고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공양당으로 가서, 많은 비구 대중들 앞에서 잠깐 동안 잠자코 서 있다가 잠시 뒤에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젊은 나이에 출가하였다. 지금 너희들의 살결은 희고 털은 검으며 한창 왕성한 시기이다.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면서 장엄한 모습으로 즐겨야 할 때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친척들을 저버리고 슬피 울면서 이별한 다음, 믿음 때문에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는가? 왜 현세(現世)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가?”
비구들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우리는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요, 우리들은 곧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018_1108_b_17L諸比丘語婆羅門:“我不捨現世樂求他世非時之樂,乃是捨非時樂就現世樂。”
파순(波旬)이 또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018_1108_b_20L波旬復問:“云何捨非時樂就現世樂?”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의 말씀에 의하면, 다른 세상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며, 이익은 적고 근심만 많다고 하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현세의 즐거움이란 모든 번뇌를 떠나면 시절(時節)을 기다리지 않아도 스스로 통달할 수 있다고 하셨다. 현세에서 이와 같이 관찰한 인연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나니 바라문이여, 이것을 현세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018_1108_c_01L그러자 바라문은 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8_c_01L時,婆羅門三反掉頭瘖瘂,以杖築地,卽沒不現。
그때 모든 비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사람은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변화를 부리는 것일까?’
018_1108_c_03L時,諸比丘卽生恐怖,身毛皆豎,此是何等婆羅門像,來此作變?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대중들이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에 모여 있었는데, 장엄하게 꾸민 장성한 어떤 바라문이 상투를 틀고 저희들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젊어서 출가하여……(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습니다. 그는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그런 변화를 부립니까?”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8_1108_c_19L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100. 선각경(先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8_c_2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계셨다.
018_1108_c_22L一時,佛住釋氏石主釋氏聚落。
018_1109_a_01L그때 존자 선각(善覺)20)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다음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21)을 오른 어깨에 걸치고 숲 속에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서 낮 선정을 닦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바른 법과 율(律)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도를 배우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큰 스승이신 여래(如來)ㆍ등정각(等正覺)을 만나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범행(梵行)하고 계를 지키며 덕망을 갖춘 어질고 착하고 진실한 대중들 가운데 있게 되다니. 나는 이제 현재 세상에서도 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고 착할 것이다.”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곳에 선각이라는 성문(聲聞) 제자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커다란 몸집을 지닌 힘센 장정으로 변화하니, 보는 사람들마다 두려워하였다. 그의 힘은 대지(大地)를 뒤엎고 흔들어댈 만하였다.
018_1109_a_12L化作大身,盛壯多力,見者怖畏,謂其力能翻發動大地,至善覺比丘所。
그가 선각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가자, 선각 비구는 멀리서 몸집이 거대하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몸집이 거대하고 억세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나타났는데 그 힘은 땅을 뒤흔들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때 존자 선각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정사에 돌아와 생각하였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다.’
018_1109_b_01L 그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의 제자 선각은,……(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용맹스럽고 억세고 힘이 땅을 흔들어댈 만큼 큰 몸집을 가진 장부로 변화하였다. 선각 비구는 멀리서 그를 보고 곧 게송으로 말했다.
018_1109_b_05L復化作大身,勇壯熾盛,力能發地,往住其前。善覺比丘復遙見之,卽說偈言:
나는 바른 믿음 가지고 집 아닌 데로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부처님이란 값 매길 수 없는 보배에 바른 생각으로 마음 매어 머문다.
018_1109_b_07L我正信非家, 而出家學道, 於佛無價寶,
正念繫心住。
변화하여 나타난 너의 형상을 따라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너는 곧 변신한 허깨비임을 나는 아나니 너는 여기에서 곧 썩 사라지거라.
018_1109_b_09L隨汝變形色, 我心不傾動,
覺汝爲幻化, 便可從此滅。
그러자 악마 파순은 ‘이 사문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018_1109_b_10L時,魔波旬作是念:“是沙門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1101. 사자경(師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8_1109_b_12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 신선이 살았던 녹야원에 계셨다.
018_1109_b_13L一時,佛住波羅柰國仙人住處鹿野苑中。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사자 같은 목소리로 성문들에게 ‘이미 알았다. 이미 알았다’라고 말한다. 여래는 성문들에게 어떤 법을 이미 알았으며, 이미 알았기 때문에 사자 같은 목소리로 외치는지를 알지 못하느냐? 이른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道聖諦]이다.”
그때 하늘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바라내국 신선이 살았던 녹야원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설법하기를,……(내지)……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이미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 그는 젊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