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생의 목숨이란 짧은 것이며, 마침내는 반드시 죽게 되나니, 마땅히 부지런히 도를 행하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게으르지 말고 반드시 착한 행을 닦으며, 법의(法義)와 참된 행[眞行]을 닦아야 한다.”
그때 마왕(魔王)이 이 말씀을 듣자 즉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 ‘사문 구담(瞿曇)이 왕사성의 한림 속에서 성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연설하니, 나는 반드시 그곳에 가서 혼란을 일으켜야겠다.’ 마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납(摩納:소년)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왕은 ‘부처님이 나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후회하면서 몸을 숨겨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019_0011_a_13L魔作是念:‘佛知我心。’愁憂苦惱,極生悔恨,隱形而去,還于天宮。
2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1_a_15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019_0011_a_16L一時,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
세존께서는 새벽에 숲 속을 거니시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나서 몸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019_0011_a_17L爾時,世尊於夜後分,經行林中。於其晨朝,洗足已,正身端坐,繫念在前。
그때 마왕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에 있으면서 새벽에 숲 속을 거닐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정실(靜室)에 들어가 몸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있으니, 내가 이제 가서 마땅히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마왕은 즉시 소년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때 마왕 파순이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있으면서 앉고 눕고 거닐다가 아침이 오자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발과 발을 서로 포개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염각을 닦다가 생각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소년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머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령 할 일을 다 마쳐서 스스로 편안히 잠들어 있다면 해가 떠오를 때까지라도 짐짓 다시 잠자야 하리.
019_0011_b_20L如所作辦, 而自安眠,
乃至日出, 故復眠也。
부처님께서는 하늘 악마가 와서 방해하는 걸 알고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9_0011_b_21L佛知天魔來作嬈亂,卽說偈言:
애욕의 그물이 모든 유(有)에 집착해서 일체의 처소를 두루 덮고 있지만 내 이제 이 그물을 찢어 버렸으니 모든 애욕이 영영 끊어졌노라.
019_0011_b_22L愛網著諸有, 遍覆一切處, 我今破斯網,
諸愛永已斷。
019_0011_c_01L 일체의 태어남[生]이 다하여서 안온한 열반의 즐거움이니
파순이여! 너는 이제 와서 나에게 다시 어떻게 하겠느냐?
019_0011_c_01L一切有生盡, 安隱涅槃樂,
波旬汝今者, 於我復何爲?
그러자 마왕은 게송의 말씀을 듣고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곧 몸을 숨기고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019_0011_c_02L爾時,魔王聞說偈已,憂愁苦惱,卽便隱形,還于天宮。
2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1_c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 속에 계실 때였다.
019_0011_c_05L一時,佛在王舍城耆闍崛山中。
마침 하늘에서 구름과 안개가 일고 가랑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번쩍이며 곳곳이 환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밤을 맨 땅에서 거닐고 계셨는데, 마왕(魔王) 파순(波旬)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왕사성 기사굴산에 있는데, 마침 구름과 안개가 일고 가랑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번쩍이며 곳곳마다 환하였다. 그런데도 그 밤을 맨 땅에서 거닐고 있으니, 나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마왕은 산 위에서 큰 돌을 밀어서 부처님 처소까지 굴리려고 했지만, 그 큰 돌은 저절로 부서지고 말았다.
세존께서는 한밤중에 맨 땅을 거니시다가 발을 씻고 정실에 들어간 뒤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019_0011_c_21L爾時,世尊於其中夜露地經行,洗足已,入靜房中,整身端坐,繫念在前。
019_0012_a_01L당시 마왕 파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담 사문이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맨 땅을 거닐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그 곳에 가서 방해를 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스스로 형체를 변화하여 구렁이 몸이 되었는데, 그 길이와 크기는 마치 큰 배와 같았으며, 두 눈이 빛나는 것은 교살라발(矯薩羅鉢)과 같고, 혀를 내면 번쩍거리는 것이 번갯불 치는 것과 같았으며,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소리는 큰 우레 소리와 같았다. 마왕은 그러한 몸으로 부처님을 감고 목을 빼낸 채 머리를 들어 부처님 정수리 위에 대고 있었다.
019_0012_b_01L그때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마음을 알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만직 숲 속에서 초저녁에는 좌선하다가 거닐고, 한밤중 전에는 발을 씻고 방에 들어가서 발과 발을 서로 포갠 후에 마음을 모아 분명하게 하면서 생각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는 지금 곧 그곳에 가서 방해해야겠다.’ 그러고 나서 마왕은 소년으로 변화하여 여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왕은 이 게송을 듣고, ‘사문 구담은 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구나’라고 하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즉시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019_0012_b_14L魔聞是偈,作是念:‘沙門瞿曇已知我心。’心懷憂惱,於卽還宮。
3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2_b_16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毘婆波世山)의 칠엽굴(七葉窟) 에 계실 때였다.
019_0012_b_17L一時,佛在王舍城毘婆波世山七葉窟中。
당시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구덕(求悳)이었다. 그는 혼자 선산(仙山) 흑석굴(黑石窟)에 있으면서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는 소견[我見]을 끊고 시해탈(時解脫)을 얻었다. 그러나 자신이 몸소 증득하긴 했지만 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렸는데, 이를 두 번, 세 번 나아가 여섯 번까지 물러서서 잃어버렸다. 비구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혼자 수행하면서 정진하다가 여섯 번이나 물러서서 잃어버렸으니, 만일 또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린다면 칼로써 스스로를 베리라.’
019_0012_c_01L마왕 파순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 칠엽굴에 계실 때 구담의 제자 구덕도 왕사성의 선산 흑석굴에 홀로 머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아서 시해탈을 얻었지만 몸소 증득하여 얻었다가 도로 잃기를 여섯 번이나 한 것을 알았다. 그때 마왕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덕 비구가 만약 일곱 번째 얻게 되면, 반드시 스스로 상해해서 마군의 경계를 벗어나리라.’ 이렇게 생각한 미왕은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 아뢰었다.
019_0013_a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연기 구름을 보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시체의 남쪽ㆍ서쪽ㆍ북쪽도 역시 그와 같은 연기 구름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바로 파순이 몸을 숨긴 채 구덕의 처소를 둘러싸고서 그의 심식(心識)을 찾아 보려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구덕 비구는 열반에 들어갔기 때문에 신식(神識)이 있지 않으며, 어디로 간 곳도 없다.”
그 사람은 애욕을 잘 끊었으니 애욕으로는 유혹할 수 없노라. 그는 이미 마의 경계를 벗어났으니 이 때문에 나는 근심하노라.
019_0013_b_22L彼人善斷欲, 不可以欲牽, 已過魔境界,
是故我懷憂。
019_0013_c_01L
마왕의 세 딸은 얼굴을 아주 단정하고 곱게 바꾸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일부러 와서 공양을 올리면서 부처님 심부름 노릇이나 할까 합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애욕을 끊으셨기 때문에 끝내 돌아보지 않으셨는데, 두 번 세 번 똑같은 말을 하여도 부처님께서는 보시지 아니하셨다.
그러자 마왕의 세 딸은 한쪽으로 물러가서 함께 의논하였다. “남자들의 법은 좋아하는 바가 각각 달라서 혹은 작은 것을 사랑하기도 하며, 혹은 중간 것을 사랑하기도 하며, 혹은 큰 것을 사랑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즉시 하나하나의 딸마다 6백 명의 여인으로 변화해서 소녀가 되기도 하고, 동녀가 되기도 하고, 아직 시집가지 않은 여자가 되기도 하고, 이미 시집간 여자가 되기도 하고, 이미 해산한 여자가 되기도 하고, 아직 해산하지 않은 여자가 되기도 하였으니, 이처럼 많은 여자로 변화하여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 세존께 공양을 올리고 시자(侍者) 노릇을 하면서 곁에서 시중하는 수족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지 않으셨으며, 두 번 세 번 똑같은 말을 했지만 부처님께선 전혀 돌아보시지 않으셨다.
그러자 마왕의 딸들은 다시 한쪽으로 물러가서 서로 의논하였다. “이분이야말로 반드시 더할 나위 없이 애욕을 끊고 해탈하신 분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땅히 우리들을 보고 광란하면서 피를 토하거나 심장이 찢어졌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곳에 가서 게송으로 묻고 따지자.” 마왕의 딸 극애가 게송으로 힐문하였다.
또 다리를 들고 수미산을 넘으려 하는 것과 같고 큰 바다 속에서 땅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집착 이미 벗어났거늘 어찌하여 그를 찾아가 변론하려 했느냐.
019_0014_b_02L擧腳度須彌, 大海中覓地,
佛已出諸著, 而往共講論。
마왕은 근심하며 뉘우치면서 즉시 모습을 감춰 천궁으로 되돌아갔다.
019_0014_b_03L魔王憂愁悔恨,於卽滅沒,還于天宮。
3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4_b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영축산(靈鷲山)에 계실 때였다.
019_0014_b_05L一時,佛在王舍城靈鷲山。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열반의 법을 찬양하였는데, 그때 마왕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이 왕사성에 있으면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열반의 법을 찬양하고 있으니, 나는 지금 가서 방해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형상을 1백 사람으로 바꿨는데 50명은 아주 단정하고, 50명은 아주 추악하였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모두 놀라면서 괴이하게 여겼다. ‘지금 어찌하여 아주 단정한 이가 있는가 하면, 또 아주 추악한 이가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마왕이 와서 방해하는 걸 아시고, 그때 세존께서는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랫동안 생사(生死) 속에서 그러한 좋고 나쁜 몸을 갖추어 받았는데, 네가 어떻게 괴로움의 언덕을 벗어날 수 있겠으며, 이와 같이 변화한들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만약 남녀에 대하여 애착을 둔 자가 있다면 너는 마땅히 변화하여 온갖 형상을 지어야 하겠지만, 나는 지금 전혀 남녀의 상(相)이 없거늘, 어찌 온갖 형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겠는가?”
019_0014_c_01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행을 굳게 지니면 반드시 제석(帝釋)이 된다. 왜냐 하면 옛날 제석이 사람이 되었을 때에 처음 실천행을 발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말하는 바가 부드럽고, 이간하는 말을 끊었고, 보시를 좋아해서 인색하지 않고, 항상 진실한 말을 닦고, 끝내 속이지 않고 성내지 않았으며, 설령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더라도 그 생각을 찾아 없앴기 때문이다.”
리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야차(夜叉) 귀신은 그 모양이 제석과 같은데, 세존께서 보신 것이 저 야차 귀신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리차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의 몸을 나는 잘 알고 있으며, 야차의 형상이 제석과 같은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제석의 본래 행적과 그가 행하던 일을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제석은 본래 사람이었을 때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말하는 바가 부드럽고, 이간하는 말을 끊고, 인색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입으로는 항상 진실한 말만 하고, 성내지 않고 원망하지 않았다.”
019_0015_a_01L 항상 착하고 은혜로운 말과 부드럽고 좋은 말만 하며
이간을 하는 말과 탐욕과 성냄을 끊었나니
019_0015_a_01L恒作軟善, 恩柔好語,
斷於兩舌, 慳貪瞋恚。
삼십삼천들은 저마다 이러한 말을 하였으니 이와 같이 행한 이는 우리들보다 수승하기에 마땅히 따로 머물면서 천왕이 된다네.
019_0015_a_02L三十三天,
各作是語, 如是行者, 勝我等輩。
應當別住, 以爲天王。
부처님께서 말씀을 끝내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19_0015_a_04L佛說是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3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5_a_05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019_0015_a_06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어떤 비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제석이라 하오며, 어떻게 제석의 모습을 짓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본시 사람으로 있을 적에 가진 것을 보시하고 순수한 믿음을 내었으며, 믿는 마음으로 빈궁한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보시하였다. 보시할 적에는 간장과 음식 등 갖가지 반찬과 갖가지 꽃다발, 사르는 향이나 바르는 향과 같은 갖가지 향, 그리고 재물과 비단과 평상과 자리를 보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당시의 모든 하늘들이 제석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위의 일곱 가지 일을 능히 갖추었기 때문에 그러한 인연으로 모든 하늘들이 제석이라고 칭한 것이다.”
019_0015_b_08L爾時,世尊告比丘:“能具上七事,以是緣故,諸天號曰帝釋。”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19_0015_b_09L佛說是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3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5_b_10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019_0015_b_1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한 야차가 있었는데, 몸집이 아주 작고 얼굴빛도 더럽고 추악했으며, 몸 또한 검어서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다. 그 야차가 제석의 자리에 앉았는데, 그때 삼심삼천이 야차가 제석의 자리에 앉은 걸 보고는 모두 크게 성이 나서 야차를 갖가지로 헐뜯고 꾸짖었다. 그러자 야차의 추악한 모습이 차츰 없어지고 좋은 빛깔로 바뀌면서 점점 확대되어 갔다. 그 모습을 본 모든 하늘들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더욱더 성을 내니, 야차는 드디어 몸과 형체가 장대하여지고 얼굴도 선명해지고 위엄도 있었다.
모든 하늘들은 서로 함께 제석의 처소에 가서 제석에게 말했다. ‘한 야차가 있는데, 몹시 추악하고 더러우며 몸집도 아주 작았습니다. 그가 제석의 자리에 앉아 있기에 저희 하늘들이 모두 함께 꾸짖고 욕하였지만 야차의 얼굴빛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몸집도 차츰 커졌습니다.’ 제석이 말하였다. ‘이 야차는 온갖 욕설과 꾸지람을 받으면 더욱 얼굴과 몸이 좋아지니,〈사람들의 성냄을 돕는〉것이라 하겠다.’
019_0015_c_01L제석은 앉는 자리 쪽으로 되돌아서서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손으로 향로를 든 뒤에 야차에게 말하였다.
‘큰 신선이여! 내가 바로 제석입니다, 내가 바로 제석입니다.’ 이렇게 세 번 자신의 이름을 불렀더니, 야차는 차츰 작아지면서 얼굴도 점점 추악해지고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은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 온갖 욕망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성냄을 잘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성냄을 금하고 억제하는 이를 늘 칭찬하거늘, 하물며 너희 비구는 집을 집이 아니라고 믿고서 집을 떠나 도에 들어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은 이로서 어찌 성냄을 억제하거나 성냄을 떠난 이를 칭찬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019_0016_a_01L당시 기타(耆陀) 정사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스님들의 일을 결정할 적에 함께 성을 내면서 다투었다. 그 중 하나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참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나중에 불같이 화를 낸 비구가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느끼고서 묵묵히 참은 비구에게 와서 참회하려고 했으나 말없이 참은 비구는 그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이 널리 알려지자 비구들 사이에서 서로 논쟁이 벌어지면서 큰 음성이 나오게 되었다.
비구들이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기타 정사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대중들의 일을 결정할 적에 함께 성을 내면서 다투었습니다. 그 중 한 비구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참았고, 나머지 한 비구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말을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 불같이 화를 낸 비구가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알고 돌아와서 진심으로 참회하려고 하는데, 말없이 참은 비구가 그의 참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모두들 큰 음성을 내게 된 것입니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천인들을 거느리고 장차 아수라(阿修羅)와 싸우려고 할 적에 석제환인은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서로 해칠 필요가 없으니, 다만 서로 토론을 해서 승부를 결정합시다.’ 비마질다라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교시가(憍尸迦)여! 우리가 토론을 해서 승부를 낸다고 한들 누가 그것을 분별하겠습니까?’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우리의 대중과 아수라의 대중 속에서도 총명하고 명철하여 그 지혜와 변재가 능히 좋고 나쁨을 보아서 승부를 판가름할 만한 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비마질다라가 말하였다. ‘제석이여! 당신이 먼저 말씀하시오.’ 제석이 대답하였다. ‘제가 말할 수는 있습니다만, 당신이 바로 선배 천인이니 마땅히 먼저 말씀하셔야 합니다.’
019_0017_a_01L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아수라와 장차 싸우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했는데, 당시석제환인은 천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천인들이 승리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섯 가지 계박으로 아수라를 묶어서 천궁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 아수라도 자기 무리들에게 명령했다. ‘우리들이 만약 승리하려면 또한 다섯 가지 계박으로 석제환인을 묶어서 아수라궁에 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결국 천인들이 승리하여 다섯 가지 계박으로 비마질다라를 묶어서 천궁에 왔다. 비마질다라는 제석을 보자 성내고 꾸짖으면서 극악한 욕을 퍼부었으나, 제석은 욕하는 소리를 직접 듣고도 침묵을 지키면서 보복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천왕은 33천에서 가장 자재롭게 왕법을 행하면서도 오히려 능히 참는 행을 닦고 참음을 칭찬하거늘, 하물며 여러 비구들은 외양을 꾸미지 않고 법에 들어왔으니, 마땅히 참는 행을 닦아야 하고, 참는 것을 칭찬해야 한다. 만일 참는 행을 닦거나 그런 이를 칭찬하면, 그것이 출가의 법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摩得梨伽)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에게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毘禪延堂) 위에 나와서 손을 합장하고 동쪽으로 부처님께 향하였다. 마득리가는 제석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렵고 놀라워서 잡고 있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019_0017_c_01L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렵고 놀라워하면서 말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느냐?’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摩佉) 석지(釋脂)의 남편이시여! 나는 당신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동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인간과 천인에게 존경받는 이를 부처님이라 하니, 나는 지금 부처님을 향해서 공경하고 예배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19_0017_c_18L佛說是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4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7_c_19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019_0017_c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019_0018_a_01L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의 처소에 와서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 위에 나와서 남쪽을 향하여 합장하였다. 마득리가는 그 광경을 보자 두렵고 놀라워서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려워하고 놀라는가?’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 석지의 남편이시여! 나는 지금 당신이 남쪽을 향해 합장하는 걸 보고 두렵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하늘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남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천인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을 법이라 하니, 나는 지금 구족계(具足戒)와 법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19_0018_b_01L佛說是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019_0018_b_01L 4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018_b_02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019_0018_b_0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준비하고서 제석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 위에 나와서 서쪽을 향하여 합장했다. 마부 마득리가는 이러한 일을 보자 놀랍고 두려워서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떠한 일을 보았길래 그처럼 놀라고 두려워하느냐?’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 석지의 남편이시여! 저는 지금 당신이 서쪽을 향해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천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서쪽을 향하여 공경하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천인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를 바로 스님이라고 하니, 나는 지금 스님들을 공경하고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