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238_b_01L불개해범지아발경(佛開解梵志阿颰經)
019_0238_b_01L佛開解梵志阿颰經
오(吳) 월지국(月支國) 지겸(支謙) 한역
최민자 번역
019_0238_b_02L吳月支國居士支謙 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9_0238_b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5백 사문과 함께 월지국[越祇]을 유행하시다가 고거성(鼓車城) 밖에 이르시어 나무 밑에 앉으셨다.
이웃 마을에 호귀(豪貴)하고 현명한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이름이 비가사(費迦沙)였다.
그는 경서(經書)와 성수(星宿)의 운행(運行)과 속도(速度)를 환히 깨달아 묻는 것에 모두 대답하였다. 제자 5백 사람이 있었는데, 제자 중에 첫째 제자의 이름이 아발(阿颰)이었다.
019_0238_b_04L一時佛與五百沙門俱遊於越祇到鼓車城外樹下坐比聚有豪賢梵志名費迦沙明曉經書星宿運度所問皆答有五百弟子弟子中第一名阿颰
아발이 스승에게 물었다.
“지금 부처님께서 오셔서 사람들이 모두 그 덕을 칭찬하며 그 명성이 천지(天地)를 덮고 있습니다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019_0238_b_08L阿颰問師言今有佛來稱其德名蓋天地不識斯何人也
비가사가 말하였다.
“나는 그가 석가족(釋迦族) 국왕의 태자로서 스승도 없이 일어나 스스로 경을 지어 교화(敎化)한다고 들었다.”
019_0238_b_09L迦沙言吾聞是釋種國王太子厥興無師自著經化
아발이 말하였다.
“스승이 없으면서도 명예가 어찌 그렇게 훌륭합니까? 또 국왕의 아들이면 흔히 교만하고 음탕하며 향락을 즐길 텐데, 어찌 기꺼이 길에 다니면서 뜻을 낮추고 걸식하며 사람들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사람이 바로 진인(眞人)이 아닙니까? 바라건대 선생님께서 가셔서 그의 도(道)와 덕(德)을 살펴 주십시오.”
019_0238_b_11L阿颰言若無師者譽何羙又國王子多憍婬好樂安肯塗行降志乞食誨人不倦將是眞人願師可行觀其道德
비가사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나는 세상에서 호귀하고 현명하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재주가 많지만 그는 새로 출가한 사람이니, 그가 와서 나를 찾아뵙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지 내가 가는 것은 옳지 않다.”
019_0238_b_14L費迦沙言我世豪賢聰睿多才彼爲新出當來謁吾不宜往
아발이 말하였다.
“저는 천제석(天帝釋)과 제7 범천(梵天)도 모두 내려와 받들어 섬기고,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모두 5통(通)1)을 얻어 몸이 가볍고 날 수 있으며, 멀리까지 꿰뚫어 보고 막힘 없이 들으며 사람들의 뜻을 알며, 또한 태어나기 이전의 온 곳과 죽어서 가는 곳까지도 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하늘까지도 덮을 수 있는 스승이니, 어찌 기꺼이 와서 찾아뵈려 하겠습니까?”
019_0238_b_16L阿颰言我聞天帝與第七梵皆下事之所敎弟子得五通輕擧能飛達視洞聽知人意及生所從來死所趣向此蓋天師何肯來謁
019_0238_c_01L비가사가 말하였다.
“경에서, ‘제왕이 아들을 낳아 32상호(相好)를 지니면 곧 비행황제(飛行皇帝:전륜성왕)가 되어 온 천하에서 왕 노릇을 하고, 저절로 칠보가 생기리니,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요,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요, 넷째는 옥녀보(玉女寶)요, 다섯째는 신주보(神珠寶)요, 여섯째는 이가보(理家寶)요, 일곱째는 현장보(賢將寶)이다.
019_0238_b_20L費迦沙言經說帝王生子有三十二相者立卽當爲飛行皇帝王四天下自然七寶一金輪寶二白象寶三紺馬寶四玉女寶五神珠寶六理家寶七賢將寶
마땅히 천 명의 아들을 두는데, 모두 재주 있고 총명하며 용감하고 무예를 지녀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해 낼 수 있으며, 군사와 무기2)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세상이 태평할 것이다. 만일 천하를 버리면 마땅히 저절로 부처가 되어 무위도(無爲道)로 교화하여 사람들을 제도하여 도를 증득하게 한다’고 하였는데, 그이가 과연 그러한 분일까? 네 일단 가서 살펴보되, 이러한 상호가 있으면 그는 틀림없는 부처이리니, 내 마땅히 그분을 섬기겠다.”
019_0238_c_02L當有千子皆才明勇武一人當千兵杖不用其世泰若棄天下當爲自然佛以無爲爲化度人得道彼豈是耶汝且往觀有此相者其審是佛吾當事之
아발이 말하였다.
“바라건대 동지들과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스승이 말하였다.
“매우 훌륭하다.”
곧 5백 제자와 함께 가서 모두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인사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자리에 앉도록 하시자 5백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는데, 유독 아발만이 좌우로 오가면서 부처님의 상호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부처님께서 그의 뜻을 아시고 일어나시어 함께 거니시며 아발이 서면 부처님도 서시고 아발이 앉으면 부처님도 앉으셨다.
019_0238_c_06L阿颰言與同志共行師言大善卽與五百弟子俱到皆下車揖讓佛佛使就座百人盡坐獨阿颰左右彷徨微觀佛佛知其意亦起倂行阿颰住佛亦阿颰坐佛亦坐
아발이 이에 부처님께 여쭈었다.
“본래 어떠한 종류의 도를 받들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으셨으며, 발우는 왜 지니십니까?”
019_0238_c_11L阿颰乃問佛言事何等道除鬚髮披袈裟持鉢何應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도를 구하여 온 이래로 지내 온 세월이 하도 오래 되어 기억하여 말할 수 없다. 항상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보살도를 행하며 섬긴 스승과 벗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수염과 머리를 깎은 것은 이 몸을 마칠 때까지 계(戒)로 삼아 탐애를 버리고, 다시는 아름답게 꾸미지 않아 사람들이 나에게 애욕을 두지 않도록 하고, 나 또한 사람들에게 애욕을 두지 않도록 한 것이요,
019_0238_c_12L佛言吾求道已來歷世久遠不可稱常奉諸佛行菩薩道所事師友復央數除鬚髮者爲終身戒捐棄貪無復飾好使人不欲己己亦不欲人
가사는 법복(法服)으로서 옛날 성인의 표지와 같이 번뇌의 결박을 풀고 다시는 속세의 생각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요, 발우는 응기(應器)이니, 도를 닦는 사람들은 마땅히 이것을 사용하여 쓰기에 알맞나니, 몸을 절제하고 검약하고 살피며 옳은 것이 아니면 받지 않으니, 이 모두가 무위의 청정한 표상이다.
내가 지금 부처를 이루어 천하의 스승이 되었으니, 그대는 마음대로 묻고 싶은 것을 거리끼지 말고 물어라.”
019_0238_c_16L袈裟法服古聖旌表解釋垢結無復世鉢爲應器宜道人用節身約省義不受也斯皆無爲淸淨之像今我作佛爲天下師自恣汝意欲問勿難
아발이 말하였다.
“저희들이 섬기는 스승인 비가사는 대대로 총명하고, 명성이 멀리까지 높습니다. 또 범종(梵鐘:브라만)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훌륭합니다. 천하에는 비록 신분이 귀하여 왕이 되었다지만 어질지 못한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종족만은 유독 살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019_0238_c_20L阿颰言我等所事師費迦沙世世聰名昇遐遠又是梵種特勝餘人下雖貴爲王亦有不仁而我種者不好殺
019_0239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 사람들이 악한 살상을 하기 때문에 부처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했지만 그대들 범지(梵志) 종족은 다만 입으로는 인자함을 귀히 여긴다고 하면서 손으로는 비록 죽이지 않으나 마음에는 모두 살상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이제 나는 부처가 되어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여 모든 것을 죽이지 않으나 천하 사람들이 모두 죽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의(仁義)로써 교화하고 있다.”
019_0239_a_01L佛言吾本用惡殺故求佛無上正眞之道汝梵志種但口貴仁雖手不殺心皆有殺今我爲佛意淨切不殺用天下人皆好殺故敎以仁
아발이 여쭈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처자를 버리시고 스스로 종족과 후사를 끊으시니, 우리 스승이 대대로 계승하는 것만 못한 듯합니다.”
019_0239_a_05L阿颰問言今佛棄捐妻子自絕種殆不若我師世世繼嗣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하 사람들의 종성(種姓)3)이 본말(本末)이 각각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전생에 나의 아들이었던 적이 있었고, 나 또한 많은 사람의 아들이었던 적이 있었다. 만나면 곧 이별이 있고 종성도 무상(無常)하며, 혹 어느 때에는 원수였다가 서로 인연을 따라서 친족이 되기도 하고, 혹 어느 때에는 친족이 다시 원수가 되기도 하니, 인연으로 헤어지고 모이는 것이 모두 환(幻)과 같다.
019_0239_a_06L佛言下人狀本末各異衆人前世曾爲我子吾亦曾爲一切人子會輒有離種姓無常或時冤仇相從爲親或時親屬復爲冤仇因緣離合一切如幻
부모와 처자도 본래 나의 친족이 아니고, 나 또한 그들의 친족이 아닌데도 세상 사람들은 다만 내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 때문에 죄악을 짓고 다음에 고통을 받는다.
019_0239_a_10L父母妻子本非我親吾亦非彼有世人但以是我非我而爲罪惡爲後受苦
내가 오랜 옛날에 찰리(刹利)로서 왕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고마상(鼓摩牀)이었다. 아들이 넷이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은 욱겸(郁鉗)이였고, 둘째의 이름은 건니(虔尼)였고, 셋째의 이름은 도(度)였고, 넷째의 이름은 순(淳)이었다.
019_0239_a_12L我古世時曾爲剎利王名爲鼓摩牀有四子一名郁鉗二名虔尼三名度四名淳
왕이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 아들들이 왕위를 다투었다. 왕은 듣고 근심하다가 ‘네 아들이 다투니 틀림없이 백성들을 살해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곧 나라를 버리고 동쪽으로 가면서 걸음걸음마다 혼자 생각하였다.
019_0239_a_15L王尚未崩四子爭位王聞愁念四子爭當殺人民卽委國東去行行自念
‘사람이 사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4) 근심은 이렇게 길구나. 내가 왕이 되어 아들을 얻고자 하여 이미 아들을 두었는데, 도리어 서로 치려고 하니, 후사(後嗣)가 있어도 이와 같다면 사람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나는 차마 죄없는 이들을 죽이는 것을 볼 수 없으니, 다만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야겠구나.’
019_0239_a_17L人生無幾無憂乃長今我爲王欲得子姓旣已有子還欲相伐有嗣如是何益於人吾不忍見恐殺無辜但當捨家作沙門耳
곧 북쪽으로 가서 산에 들어가 도인(道人) 가비교(迦比校)를 따라 오두막집에 머물렀다.
019_0239_a_20L卽北入山就道人迦比挍止草廬
또 도인 마리(摩離)가 있었는데, 왕이 그에게 그가 본래 어떤 인연으로 도를 배우게 되었는지 물었다. 마리가 말하였다.
‘아내를 얻었으나 아들이 없어 모든 식구들에게 염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사문이 되었습니다.’
019_0239_a_21L又有道人摩王問其本何緣學道摩離自說妻無子顏慚諸家故作沙門
019_0239_b_01L왕이 말하였다.
‘나5)와 다릅니다. 나는 국왕이었는데, 아들 넷을 두었지만 내가 아직 죽기도 전에 아들들이 나라를 어지럽혀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도를 닦게 되었습니다.’
019_0239_a_23L王言吾爲國王有子四人身尚未死子國亂不忍見之故爲道耳
마리는 마음에 해탈을 얻어[意解] 이에 끝까지 정진하였다.
이와 같다. 아발이여, 설령 아들이 현명하더라도 아버지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아들이 물리칠 수 없으며,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에 나쁜 짓을 하여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아들이 대신할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나는 항상 자비심(慈悲心)으로 사람과 중생들을 구제하려고 도를 이루어 부처가 되어 온 세상이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도록 하는 것[度脫]이다.”
019_0239_b_02L摩離意乃遂精進如是阿颰正使子賢老病亡子不能卻生時爲惡死入地子不能代用是故我常以慈心救濟人物道成得佛度脫天下
아발이 말하였다.
“부처님께 미치기는 어렵습니다만 지금 천하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왕족[君子]ㆍ범지ㆍ농부ㆍ장인[工伎]입니다. 다만 우리 범지 종족만이 참되고, 또 존귀하고, 나머지 세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종족을 섬깁니다.”
019_0239_b_06L阿颰佛爲難及今天下有四種人君子梵志田家工伎獨我梵種爲眞且貴餘三輩皆事我種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설령 그대의 종족이 참되고 존귀하더라도 혹시 부인에게 아들이 없어서 여종[婢]에게서 아들을 낳았다면 마땅히 그를 길러야 하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당연히 길러야 합니다.”
019_0239_b_09L佛言假使汝種爲眞貴者儻婦無子婢而生男當擧之不當擧之
“지금 그대의 조모는 여종의 아들을 취하여 뒤를 이었는데, 참되고 존귀하다고 할 수 있는가?”
아발이 잠자코 있었다. 5백 제자들이 모두 일어서서 말하였다.
“구담(瞿曇) 사문은 어찌하여 우리 종족을 헐뜯으십니까? 아발의 재주와 지혜 또한 부처님과 서로 논란할 수 있습니다.”
019_0239_b_11L今汝祖母現取婢子爲後爲眞貴耶阿颰嘿然五百弟子皆起住言瞿曇沙門何毀我種阿颰才智亦能相難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들 잠자코 있으라. 만일 그의 재주와 지혜가 그와 같다면 마땅히 스스로 변론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그의 할아버지에 대해 세 번이나 물으셨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019_0239_b_14L佛言皆嘿然若其才智自辯之佛問其祖至三無對
금강역사(金剛力士)가 금강저를 들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거듭 너에게 물으시는데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느냐?”
아발이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실로 부처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019_0239_b_15L金剛力擧大杵言佛重問汝何故不對阿颰懼曰實如佛言
5백 사람들이 말하였다.
“부처님은 지혜가 밝으십니다. 아발의 모친은 진실로 석가족의 여종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다시는 공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019_0239_b_17L五百人言佛聖智明阿颰母者信釋家婢我等從今請不復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혹 어머니는 천하지만 아들은 현명하고 존귀한 이가 있다. 아발은 현명한 사람이니 헐뜯지 말아야 한다. 만일 범지 종족이 찰리 종족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을 낳아 장성하면 아버지의 가계(家系)를 따라 배우겠는가, 어머니의 가계를 따라 배우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마땅히 아버지의 가계를 따라 배울 것입니다.”
019_0239_b_19L佛言不然世或母賤而子賢貴阿颰賢人不可毀也若使梵種娶剎利生子長大當學父家學母家耶當學父家
019_0239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다면 어머니가 천한들 무슨 모자람이 있겠는가. 만일 아들이 장성하여 경(經)을 분명하게 알고 행실이 높아 아버지보다 뛰어나다면 그대들은 더욱 그를 공경해야 한다. 만일 범지의 딸이 찰리의 부인이 되어 아들을 낳아 장성하여 그가 외가가 현명한 것을 알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고 아버지의 가계만을 스스로 본받아 화살을 쏘아 사냥하며 산 목숨을 죽인다면 그대들은 마땅히 공경해야 하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019_0239_b_22L佛言如是母賤何損子長大明經行高踰於父者汝加敬若梵志女爲剎利婦生子長大外家賢而不肯學自效父家射獵殺汝當敬不皆曰不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어머니에 관하여 물었다. 만일 아발이 아들을 두었는데, 현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세상에서 제일이라면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당연히 윗자리6)에 앉혀야 합니다.”
019_0239_c_03L佛言如是爲問母若使阿颰有子復賢才秀絕汝當奈何皆曰當著上坐
“설령 부모가 모두 범지의 종족일지라도 낳은 아들이 부모를 닮지 않아 바르고 곧음이 없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당연히 아랫자리에 앉혀야 합니다.”
019_0239_c_05L設父母俱是梵種生子不肖無所中直汝當奈皆曰當著下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존귀한 것이 항상함이 있는가? 만일 범지의 아들이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법을 범했다면 관리가 마땅히 체포해야 하겠는가?”
모두가 말하였다.
“당연히 체포해야 합니다.”
019_0239_c_07L佛言如是貴是有常耶若梵志子殺盜犯法吏當捕不當捕之
“그대들은 어찌하여 ‘우리의 종족은 존귀하니 체포해서는 안 된다’고 거부하는 말을 하지 않는가?”
“현재 죄가 있는데 어떻게 종족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019_0239_c_09L汝何不拒我種貴不應收現有罪何得言種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나는 부처가 되어 백성들을 인(仁)과 효(孝)로 이끌며 바른 말로 알려 주되, 항상 지니고 있는 마음[態]인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제거하도록 하며, 나쁜 악행을 저지르는 모든 이들에게는 내가 곧 가르쳐서 살생ㆍ도둑질ㆍ음행(婬行)ㆍ거짓말[妄語]과 음주ㆍ제사와 삿된 것을 섬기지 않도록 한다.
019_0239_c_10L佛言今我爲師民仁孝告之正言去欲常之態諸爲惡者我輒敎令不殺妄語飮酒祠祀事邪
사람이 악행을 거듭하면 몸이 마땅히 죄를 받는데, 생명을 삶거나 죽여 하늘에 제사지낸들 허물만 더욱 심해지고 아무런 도움이 없다. 대개 하늘의 뜻은 청정하고 인자하니, 어찌 사람들이 먹는 것을 먹겠는가.
019_0239_c_13L人宿爲惡當受罪烹殺祠天爲過滋甚無所補且夫天意淸仁豈食人食乎
덕이 있어야 하늘의 도움[祐]이 이르고, 살생으로 복을 꾀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천하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임금은 부처의 경과 계율을 듣고 모두 나쁜 짓을 스스로 끊고 나쁜 짓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계율을 지키다가 죽으면 넋이 하늘에 오르고, 만일 마음이 청정함에 이를 수 있으면 곧 사문의 네 가지 도[四道]를 얻으니, 첫째는 구항(溝港:수다원)이요, 둘째는 빈래(頻來:사다함)요, 셋째는 불환(不還:아나함)이요, 넷째는 응진(應眞:아라한)이다.
019_0239_c_15L有德致祐非殺爲福是以天下賢智世主聞佛經戒皆自割絕願不爲惡其持戒死精神上天若能至心淸淨卽得沙門四道一曰溝港二曰頻來三曰不還四曰應眞
또 천하의 군왕들이 비록 정사를 펴면서 바르게 하려고[平] 하지만 역시 백성들에게 조세를 강요하면서 탐심을 버리지 않는구나.
나는 지금 부처가 되어 모든 천하 사람들이 다시는 정욕(情欲)이 없도록 하고, 무위도(無爲道)를 얻도록 한다.
019_0239_c_20L又天下君王雖行政欲平亦責民租稅貪意不除今我爲都使天下無復情欲得無爲道
019_0240_a_01L내가 도를 구하여 온 이래로 지나 온 겁의 수가 셀 수 없이 많지만 태어날 때마다 발원하였다.
‘바라건대 애욕을 버리고 사문의 행을 닦고 한 가지만을 옳다고 함도 없고[無適] 모두가 옳지 않다고 하는 것도 없으며[無莫], 천하 사람 중의 현명한 군자(君子)들이 부처의 경과 계율을 듣고 모두 받들어 행하지 않는 이가 없고,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은 뒤에 모두 후회하며, 뜻을 억제할 수 있어 다시 탐욕이 없어 곧 나고 죽고 근심하고 통곡하는 길을 끊기를 발원합니다.’
019_0239_c_22L求道以來其劫無數每生有願願棄愛欲修沙門行無適無莫於天下人賢明君子聞佛經戒靡不奉行其不承者後皆有悔能制意志無復貪欲便斷生死憂哭之道
이것을 계속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세상[天下]은 무상하고 사람은 물거품과 같아서 한 번 이루어졌다가 한 번 흩어지니, 스스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
019_0240_a_04L不追相戀焉離苦痛天下無常人如水泡一成一壞莫能自存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물으셨다.
“그대의 스승은 무엇을 계로 삼도록 하는가?”
佛問阿颰汝師以何敎戒
아발이 대답하였다.
“제 스승은 사람을 죽이지 말고, 소를 죽이지 말고, 금과 은을 훔치지 말고, 스승이나 제자의 부인과 음행하지 말고, 술을 마시지 말고, 나이 48세가 되어야 아내를 얻을 수 있는 것을 계로 삼고 있습니다.
제 스승은 사람들이 이 여덟 가지 계를 모두 지키도록 가르치고 있는데, 부처님의 계는 또 어떠한 뜻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019_0240_a_06L師戒不得殺人殺牛不得盜金銀不婬師家及弟子婦不得飮酒年四十八乃得娶妻我師敎人盡此八戒未知佛戒復何義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듣기 좋아하는 이는 들어라. 만일 족성자(族姓子:善男子, kula-putra)가 와서 스스로 ‘부처님의 계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면, 나는 그의 능력에 따라 계를 준다.
019_0240_a_10L佛言樂聞者聽若族姓子來自陳說貪樂佛戒我隨其能而授與戒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도를 닦으려고 하는 이들을 청신사(淸信士)라고 하며, 마땅히 5계(戒)를 지켜야 한다. 첫째는 살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 날짐승ㆍ들짐승과 꿈틀거리는 무리들까지도 몸으로 상해하지 말아야 하고, 더욱이 그들에게 무기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으로 인자한 생각을 하고, 말로 죽이라고 해도 안 된다.
019_0240_a_12L欲居家修道者名曰淸信士當持五戒一不好殺禽獸蠕動之類無所剋傷以己況彼不加刀心念爲仁口不及殺
둘째는 훔치지 않는 것이니, 남의 재물을 탐내거나 손해를 입히지 말고,7) 말ㆍ저울ㆍ자로 잴 때 규(圭:6개의 낟알의 양)ㆍ수(銖 : 한 냥의 1/24)ㆍ푼[分]조차도 속이지 말고, 남을 습격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올바름[義]에 두고 입으로도 남의 것을 취하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019_0240_a_15L二不偸盜殆人財欺斗秤尺如圭銖分不得侵心存于義口不敎取
셋째는 음욕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 남의 부녀자를 범하지 말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말고 좋은 음악을 듣지 말아야 한다. 마음으로는 예(禮)와 금계(禁戒)를 닦고 말로도 법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019_0240_a_17L三不好欲婬犯人婦女不觀華色不聽好音樂修禮禁言不失法
넷째는 거짓말[妄語]을 하지 않는 것이니, 남의 죄를 참소하지 말고, 말할 때가 된 후에야 말하고, 말은 반드시 성실하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으로도 누설하거나 경솔하지 않도록 하고, 입으로 칭찬하거나 헐뜯지 말아야 한다.
019_0240_a_19L四不妄語譖入人時而後言言必誠信心不漏慢口無毀譽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니, 감정에 따라 술 주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으로도 좋아하지 말고 입으로 맛보지 말아야 한다. 술에 스물여섯 가지의 허물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청신사의 계율이다.”
019_0240_a_21L五不飮酒縱情酗醟心不好嗜口無味嘗酒有三十六失勿以勸人是名爲我淸信士之戒也
019_0240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사람들을 부른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스스로 와서 공손히 계 받기를 청하기에 가르침을 펴서 악을 버리고 선에 나아가도록 하였다.
019_0240_a_23L佛言我不呼人人自來請敬受戒轉敷敎去惡就善
천하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사문이 되려고 할 때마다 나는 먼저 묻는다.
‘무슨 인연으로 깨달으려고 하는가? 사람의 아들이라면 마땅히 효도로써 공경하고 부모가 편안하도록 봉양에 힘써야 하지만, 도를 닦고자 하면 마땅히 부모에게 알리고, 부모가 승낙한 후에야 사문의 계를 말할 것이다. 2백50계(戒)8)를 종신(終身)토록 청정하게 지키고, 중도에서 그만두지 말아야 하니,공양하는 이의 은혜를 저버리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019_0240_b_02L天下賢智欲作沙門我每先問何緣覺悟夫爲人子當以孝敬安養爲務而欲爲道當報父母父母聽許然後爲說沙門之戒有二百五十終身淸淨得無不能中道而廢失供養恩
그 사람이 만일 진실로 간청하고 믿음과 뜻이 변하지 않고 법과 계율을 받들 만하면 비로소 계를 준다.
사문의 계는 자비와 사랑을 근본으로 삼아 꿈틀거리는 무리까지도 해치거나 죽이지 않으며, 사람과 중생을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 갓난애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하며, 또 힐책하거나 소송으로 남에게 올바름을 구하려 하지 않고, 항상 부모와 스승과 벗의 은혜를 생각하며, 정진하여 도를 구하여 부모를 제도하려고 해야 한다.
019_0240_b_06L若人故請信意不轉堪奉法律爾乃與戒沙門之戒慈仁爲本不得殘殺蠕動之類哀念人物踰於赤子亦不怨訟求直於人常念所生及師友恩精進求道欲度父母
사문은 남의 재물을 탐내 속여서 도리에 어긋나게 취하지 않고, 모든 보배와 재물 보기를 썩은 흙과 같이 여기고, 남이 주어도 받지 않고 받은 것은 남겨 두지 않고, 가난한 이에게 두루 돌려주며, 항상 남들에게 탐내지 않는 공덕을 말해 주어야 한다.
019_0240_b_11L沙門不得貪欺妄取人財見諸寶貨當如糞土人與不受受者不留轉周窮乏常爲人說不貪之德
사문은 부인과 자손을 두지 않으니, 여인들을 막고 멀리하며 욕정을 금하고 막아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자를 보더라도 눈으로라도 맞아들였다가 보내지 말고 늙은 여인은 어머니로 보고, 젊은 여인은 누님이나 여동생과 같이 여겨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여도 마음이 그치지 않으면 마땅히 오로(惡露)를 관(觀)하여 음행을 물리쳐야 한다. 음행으로 나고 죽음이 생기나니, 모두 어리석은 애욕(愛欲)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019_0240_b_14L沙門不得有婦繼嗣防遠女人禁閉情態行見好色目不逆送老者比母次如姊妹若心不止當觀惡露以卻婬行行起生死皆由癡愛
사문은 거짓말, 꾸미는 말[綺語], 남의 죄를 참소하는 말을 하지 않고 여실(如實)하게 보고 듣고, 옳지 않은 것이면 전하지 않으며, 다투는 이들에게는 양쪽에 훌륭한 것을 말해 주어 화해시키고, 귓속말[徐言]은 마땅히 그만두어야 하고9) 남의 사사로운 일은 퍼뜨리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b_17L沙門不得妄言綺語譖入人罪見聞如非義勿傳和解諍者兩說其善言惟正無宣人私
사문은 시를 읊고 노래하며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장난하며, 광대에 대하여 논란하지 않고,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고 사유하며, 전에 배운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
019_0240_b_20L沙門不得吟詠歌弄儛調戲及論倡優當勤精思溫故知新
사문이 말하는 것은 그 말이 반드시 법과 스승의 가르침에 합치해야 하고, 듣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지 않으며, 새벽과 밤에 경을 독송하여 잘못하지 않도록 하고, 도(道)의 추요(樞要)를 정성스레 수행하여 많은 청정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고, 남들에게 설법할 때에는 이치와 뜻에 합치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019_0240_b_22L沙門所說言必法師其所不不得意造晨夜誦經不得謬誤行道要以除衆穢爲人說法思合義
019_0240_c_01L사문은 좋은 평상에 편히 눕지 않고, 옷에 아름다운 무늬를 넣지 않고, 먹을 때에도 맛에 집착하지 않으며, 금ㆍ은ㆍ붉은색ㆍ검은색 그릇은 사용하지 않고 다만 질그릇이나 철(鐵)로 된 발우를 사용해야 한다.
019_0240_c_02L沙門不得安臥好牀衣不文綵不著味不用金銀朱漆之器但應瓦鐵之鉢
사문은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즐기거나 맛있는 것 먹기를 생각하지 않으며, 약(藥)이 든 술을 마시거나 술집에 갈 수 없다.
사문은 모든 꽃과 향을 몸에 바르거나 향을 피워 냄새가 의복에 스미게 할 수 없으며, 계율을 지킬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문은 노비를 사서 부리거나 하인을 빌리지 않아야 하고, 혹시 다른 사람이 보내 주더라도 한 사람도 받지 않아야 한다.
사문은 여섯 가지 가축을 기르거나 수레나 말을 타고 마음껏 즐기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04L沙門不得飮酒嗜肉思嘗氣味不得服藥酒及詣酒家沙門不得以諸華香塗身燒熏衣服思念持戒沙門不得買使奴婢借賃僮客或人進與一不得受沙門不得畜養六畜車輿騎乘快心恣意
사문은 쌀과 곡식을 저장하지 않아야 하고, 아침마다 걸식하되 일곱 집을 넘기지 말고, 한 집에서 얻지 못하면 두 번째 집으로 가고 일곱 집을 모두 돌아도 얻지 못하면 다만 물만 마셔야 한다. 사문이 마을에 들어가면 마땅히 새들이 먹다가 배부르면 버리고 떠나 남은 것을 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한다. 만일 먹을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으로 또한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09L沙門不得儲貯米穀朝朝乞食不過七家一家不得乃到二家帀七家不得應但飮水沙門入當如鳥食飽而棄去不顧其餘不得食心亦不恨
사문은 집을 버렸으니 편안히 머물기를 생각하지 않고 좋은 집을 그리워하지 않고, 오직 산ㆍ물가ㆍ나무 밑에 머무를 뿐이다.
사문은 장사하여 이익을 구하거나 이것과 저것 중에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한지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사문은 농막을 짓고 과수원과 밭을 개간하여 곡식을 심거나 씨앗을 심고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13L沙門捨家止不懷不慕好舍其唯山澤樹下而已門不得裨販求利思念此彼何貴何賤沙門不得田廬園圃墾殖苗稼思樂種
사문은 좋은 땅ㆍ물ㆍ향ㆍ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아야 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직 도만 생각하고, 나머지 것은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사문은 나라ㆍ읍ㆍ마을의 좋고 나쁨과 높고 낮음에 대하여 의논하거나 말하지 않아야 한다.
사문은 도반의 가업ㆍ밭ㆍ집ㆍ식량ㆍ의복ㆍ음식 중에 저것은 있고, 이것은 없다는 등의 평론을 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17L沙門不得論說樂地水香華一心惟不應念餘沙門不得議道國邑墟聚好惡有所高下沙門不得評論同道基業田宅穀糧衣食彼有此無
사문은 잠자리에서 말하거나 식사 때에 말하지 않아야 하고, 국가의 정사나 군사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여 공격하여 탈취하는 것의 가부를 미리 점쳐서 알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사문은 의복이나 음식이 정미(精美)하고 거칢, 샘물이 좋고 나쁜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20L門不得臥談食語不得豫知國家政事治軍行師攻奪可否沙門不得說其衣飮食精美及麤泉水好惡
019_0241_a_01L사문은 축생의 모양새가 좋고 나쁜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하니,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말이요, 도와 법다운 말이 아니다.
사문은, 경을 이해하였다고 자찬(自讚)하고 저 사람은 통달하지 못하였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뽐내며 현명한 체하지 않아야 하고, 자랑하거나 잘난 체 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0_c_23L沙門不得說諸畜生形態好惡此愚人談非道法沙門不得自稱解經說彼不通自伐作賢不當貢高
사문은 법을 강설할 때 나는 경에 대하여 막힘이 없고 너는 경에 대하여 장애가 있으며, 나의 계행은 청정하고 너의 계행은 청정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며, 나의 스승은 현명하고 너의 스승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니, 부처의 경은 하나로 통하여 그 귀취(歸趣)가 둘이 없으며, 뜻을 크게 갖고 스스로를 대적할 뿐, 비방도 칭찬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대대로 훌륭한 종족이고, 너의 종족은 외롭고 가난하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고, 또 스스로 아무개와 함께 강설한 적이 있는데, 나만 못하더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1_a_03L沙門講法不得言我經利汝經碍我戒行淨汝戒行不得言我師明汝師不明佛經一統其歸無二壯志自抗不容毀譽得言我世大姓汝種孤寠不得自說曾與某講已不如我
사문은 서로 아무개는 좋은 평상ㆍ걸상ㆍ이불ㆍ침구가 있고, 또 아무개는 해지고 거친 것만 있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고 수염을 다듬거나 곱고 부드러운 것을 걸칠 것을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장자(長者)들의 싸움과 천한 사람과 축생들의 싸움을 구경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흉내내어 상대방에게 주먹을 가하지 않아야 하고, 저포(摴蒲:주사위를 던져서 하는 도박의 일종)ㆍ장기ㆍ바둑 등 모든 놀이를 보고 흉내내거나 게을리 누워 먹을 것을 꾀하지 않아야 하며,
019_0241_a_08L沙門不得轉自相平某好牀机被枕臥具某有弊疏不得照鏡摩鬚念著細滑不得觀長者鬪諸賤人及畜生鬪不得效以手拳相不得摴蒱博弈觀效諸戲懈臥謀
아무 지방, 아무 고을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거나 그곳에서 이곳까지 돌아오는 길과 리(里) 수를 계산하지 않아야 하며, 남녀의 의원 노릇과 소ㆍ말의 의원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하며, 사람에게 토해야 한다, 토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아야 하며, 무기ㆍ탄환ㆍ도박 등을 익히며 희롱하지 않아야 하며, 가난하고 부유함, 귀하고 천함, 유상(有相), 무상(無相)의 상(相)을 보는 것과 여섯 종류의 가축의 생김새의 상을 보지 않아야 하며, 수재와 가뭄, 재해와 변고, 그 해의 풍작과 흉작을 쳐보지 않아야 한다.
019_0241_a_13L不得念到某方某郡從彼還此計其道里不得作男女醫及牛馬醫得敎人當吐下莫吐下不得習弄兵仗彈丸擲戲不得學相男女貧富貴賤有相無相及相六畜儀形之狀得考占水旱災變歲之豐儉
사문은 천체(天體)의 운행[曆數]을 관찰하지 않아야 하고, 해ㆍ달이 차고 기우는 것, 일식ㆍ월식, 유성이 떨어지는 등의 재변의 조짐을 관찰하여 산이 무너지고 땅이 진동하는 것과 그 해의 바람과 비를 하나라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019_0241_a_18L沙門不得仰觀曆數推步日月盈虛薄蝕殞變見山崩地動歲中風雨一不得
사문은 정오가 지나면 먹지 않아야 하고, 의복과 음식이 거칠고 해져도 마음에 한탄하지 않고, 발우는 항상 왼쪽 옆구리 아래에 차고 어느 곳에 가더라도 굶주림과 추위를 근심하지 않고, 새가 날개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몸에 항상 발우를 지니고, 입으로는 함부로 먹지 않고, 6정(情:6根)을 항상 단속하여 부끄러운 생각이 올라오지 않도록 하고, 몸의 괴로움을 한탄하지 않고,
019_0241_a_21L沙門過日中不得食衣食麤疏不以怨鉢常佩左脅下其所行處憂飢寒身常與鉢俱如鳥有翅口不妄食六情常端恥志不昇不恨身苦
019_0241_b_01L 항상 경과 계율을 지키기를 발원하고, 눈으로 색(色)을 보려고 하지 않고, 귀와 코ㆍ입ㆍ몸도 또한 좋고 싫은 것에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음식을 조절하고 몸을 단속하여 굶주리지도 배부르지도 않게 하고, 누워서 몸을 쉬려고 할 때 잠이 들더라도 오래 자지 않아야 한다. 뜻을 높고 맑고 장원하게 하여 항상 니원(泥洹:열반)에 두어야 하니,
019_0241_b_01L願在經戒目不眄色耳鼻口身所更好惡其心不動節食將身不飢不飽臥趣息體假寐不久抗志淸邈恒在泥洹
마치 효자가 일찍 부모를 잃고 슬피 통곡하고 그리워하여 잠시도 잊지 않는 것과 같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사문이 뜻을 지키고 도(道)를 수행하는 것이다. 앉으면 곧 고요히 전일하게 사유하고, 일어서면 읽고 외우며 자나깨나 정진하여 계행에 한가할 틈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불제자이다.”
019_0241_b_05L譬如孝子早喪父母哀號思慕無須臾忘斯我沙門守志行道坐卽禪思興則諷詠寤寐精進匪遑戒行是爲佛弟子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계가 2백50가지가 있지만 지금은 대강 말했을 뿐이다. 사문은 뜻을 거두어 방일하지 않게 하고 고요한 곳에 한가로이 머물며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려 지혜로 나아가며 항상 자비한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누워 잠자거나 탐욕의 마음을 버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법을 믿고 다시는 의혹이 없게 하여야 나한(羅漢)을 증득한다.
019_0241_b_08L佛告阿颰如此戒者二百五十今粗說耳沙門攝意不使放逸閑居靜處去婬怒癡以趣智慧常用慈心愍傷天下捐棄眠臥貪欲之一心信法不復疑惑乃得羅漢
나한은 이미 진리에 합한 사람[應眞]이니, 비유하면 사람이 항상 가난하여 빚을 지고 살다가 돈벌이를 하여 큰 이익을 얻어 마침내 기뻐하는 것과 같고, 또 죄를 지은 사람이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훌륭한 장자가 방편(方便)을 써서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것과 같고, 또 종들이 해방되어 양민이 되는 것과 같고, 또 여러 해 동안 병들어 있다가 치료하여 병이 낫는 것과 같고, 또 상인이 험난한 길에서 귀중한 재물을 얻어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019_0241_b_12L羅漢者爲已應眞譬如人居常貧負債生獲利歸畢歡喜復有罪人久繫獄有好長者方便得出亦如奴婢免爲良民及病連年醫療得愈又如商人從澀難道得重貨歸
이 다섯 가지 비유는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는 것이지만, 우리 사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면서 오랫동안 5음(陰)에 얽매이고, 또한 고통이 한량없었는데, 이제 해탈을 얻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019_0241_b_17L此五譬喩皆歡喜而我沙門亦猶若此自念生死久繫五陰更苦無量今得解脫
무엇을 5음이라 하는가? 첫째는 색(色)이요, 둘째는 통(痛:受)이요, 셋째는 상(想)이요, 넷째는 행(行)이요, 다섯째는 식(識)이니, 이 다섯 가지가 사람을 덮어 도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문은 스스로 이것을 사유하여 무상과 몸이, 몸이 아님을 깨달아 어리석은 뜻에서 해탈하고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 없어야 색음(色陰)이 제거되니, 이것이 첫 번째 기쁨이다.
019_0241_b_19L謂五陰一色二痛三想四行五識五覆人令不見道沙門自思覺知無身非其身愚癡意解心無所著陰已除是第一喜
019_0241_c_01L사문이 사유하여 몸의 5장(臟)이 모두 깨끗하지 않은 것임을 스스로 보아서 탐욕의 뜻에서 해탈하고, 선과 악이 대립된 두 상(相)이 없어지면[無二] 통음(痛陰)이 제거되니, 이것이 두 번째 기쁨이다.
019_0241_b_23L沙門思念自見身中五藏不淨貪欲意解善惡無二陰已除是第二喜
사문이 자세히 사유하여 은혜와 사랑의 괴로움을 보고 번뇌와 습기(習氣)에 휘둘리지 않고, 또 즐기려는 뜻이 없어지면, 상음(想陰) 제거되니, 이것이 세 번째 기쁨이다.
019_0241_c_02L沙門精思見恩愛不爲漏習無更樂意想陰已除第三喜
사문이 사유하여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고 다시 기쁨이나 성냄이 없고 뜻이 평온하고 오롯하여 일으키지도 않고 휘둘리지도 않으면 행음(行陰)이 제거되지 이것이 네 번째 기쁨이다.
019_0241_c_04L沙門思惟身口意淨無復喜寂然意定不起不爲行陰已除第四喜
사문이 스스로 생각하여 부처의 청정한 교화를 증득하고 모든 인연따라 일어나는 것[緣起]을 끊고, 어리석음과 애욕이 모두 소멸되면 식음(識陰)이 제거되니, 이것이 다섯 번째 기쁨이다.
019_0241_c_06L沙門自念得佛淸化斷諸緣癡愛盡滅識陰已除是第五歡喜也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사문은 모든 욕망을 버리고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하여 나고 죽음을 끊어 곧 금생에 다시는 근심하고 통곡하며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을 탐내지 않고, 다른 사람도 또한 나를 탐내지 않는다. 나는 도로써 모든 중생을 사랑하여 제도하고 해탈[度脫]시키려 한다.
019_0241_c_08L佛告阿颰我沙門捐棄諸欲奉行經以斷生死則於今世無復憂哭相戀之意吾不貪人人亦不貪我而吾以道慈念一切欲使度脫
대부분의 사람이 도를 닦는 것은 한 생(生)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것뿐이고, 도를 닦지 않는 사람은 그 고통이 더욱 길어질 것이니, 마치 어떤 사람이 목욕을 할 때 다만 겉만을 깨끗하게 하고 마음의 때는 제거하지 못하는 것과 같지만 응진(應眞:아라한)을 증득한 사람은 모든 악을 모두 제거한다.
019_0241_c_12L夫人爲道世苦耳不爲道者其苦彌長如人沐但可外淨心垢不除得應眞者惡都除
보통 사람들은 뜻을 마음에 두지만 도인은 마음이 한결같아 마치 땅에 놓여 있는 돌이 해가 쪼여도 녹지 않고, 비에 젖어도 풀어지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고, 범속(凡俗)에서 벗어나 지극한 도를 이루어 마음과 뜻이 차가워져 다시는 뜨거운 번뇌와 음욕이 없어 마치 연꽃이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뿌리와 잎이 항상 차가워 더러운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다.
019_0241_c_15L凡人志心道人心一如石在日炙不消雨漬不釋風吹不動其凡俗得成至道心意已冷無復熱譬如蓮華出於污泥根葉常冷水不著
사문은 스스로 기억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기르는 은혜는 한 생(生)[世]에 가장 지극하지만 부처는 온 세상에 도(道)를 열어 보여 사람들이 도를 증득하도록 하고, 스스로 5도(道)10)에서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는 본말(本末)을 보고, 사람들의 수명을 알고, 뜻이 이미 그쳐서11) 하는 것마다 자유자재하여 하늘에 오르고자 하면 곧 오르고, 바다에 들어가고자 하면 곧 들어간다.
019_0241_c_19L沙門自念父母養子恩極一世佛開天下使人得道自見本末五道生死知人壽命意志已正所爲自恣欲上天卽上入海卽入
비유하면 죽은 사람을 향수로 목욕시켜도 향기롭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나쁜 사람에게 착한 일을 가르친다 하여도 반드시 착해지지는 않는 것과 같으니, 사람의 마음이 악한 이는 몸과 입도 함께 악하다.
019_0241_c_22L譬如以香盥浴死人不能使香敎惡人善不能必善人心惡者身口俱惡
019_0242_a_01L외도[外學家]들이 ‘다만 자유롭게 할 뿐이요, 진실한 도는 없다’라고 말하지만, 도인들은 이 말을 듣고 끝까지 응답하지 않고, 그 사람들의 뜻과 생각과 소견이 모두 뒤바뀌었음을 안다. 어리석은 이는 도를 이해하지 못하여 정도(正道)를 사도(邪道)로 여기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니, 성인은 이들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더욱 자비롭게 사랑한다.
019_0242_a_01L外學家言但恣則無有眞道道人聞此終不應答知凡人意想見皆倒愚不解道以正爲邪不別眞僞聖人愍之故加慈愛
사문은 뜻 가지기를 새 옷 입은 사람이 앉거나 일어설 때에 조심하고 아껴서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계행을 지키는 이는 항상 마음과 싸워서 1백 가지 악이 오더라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019_0242_a_04L沙門持意如人衣新衣坐起愼護不欲點故持戒者常與心爭使百惡來不聽受
부모가 자녀를 낳아 어릴 때에는 도로 가르치지만 자라서 죄를 범하여 죽는다 하여도 양친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마치 의자를 만들 때에 나무만 있고 엮을 끈이 없으면 앉을 수 없듯이 자녀에게 밝은 스승이 없으면 또한 도를 얻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선비여. 나는 전생에 성현을 많이 섬겼는데, 얻은 것이 평범하지 않았고, 모두 무위도(無爲道)를 증득한 이었다.
019_0242_a_07L父母生子幼化以道長犯罪不可怨親譬如踞牀有木無繩能得坐子無明師亦不得道如此儒吾前世時多事賢聖所受非凡無爲師也
나한을 증득한 이는 스스로 말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 구항(溝港)을 증득하였고, 어느 곳에서 빈래(頻來)와 불환(不還)을 증득하였고, 응진(應眞)에 이르러 모든 해탈을 이루어 다시는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넓고 좁음을 아울러 안다. 마치 훌륭한 그림을 보고 다섯 가지의 색채를 분별하는 것과 같이 온 세상의 사람들을 보니, 모두 3독(毒)ㆍ교만ㆍ방일ㆍ맛을 탐내는 마음이 있지만 나는 스스로 알고 이미 해탈하여 다시는 천상 세계에 나는 것을 탐내지 않고, 또 인간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다만 중생을 생각하여 해탈하게 하려고 하니, 누구라도 아직 듣지 못했으면 마땅히 잘 배워야 한다.
019_0242_a_11L得羅漢者能自陳說於某處得溝港於某處得頻來及不還應眞爲都解脫不復生死具知闊狹如觀好畫分別五綵見天下人皆有三毒憍慢放逸貪味之態自知已解不復貪天上生亦不樂人中但念衆欲令解脫凡人未聞宜諦受學
마치 채색된 실을 가지고 유리주(瑠璃珠)를 꿰면 5색이 모두 나타나듯이 도안(道眼)으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혼신이 어느 곳에서 와서 태어났으며 죽어서 어느 길로 가는지 보인다. 어느 사람은 죽어서 혼신이 지옥에 떨어지고, 어느 사람은 축생에 떨어지고, 어느 사람은 귀신에 떨어지며, 어느 사람은 사람의 몸을 받아 들어오고, 어느 사람은 죽어서 천상에 오르는 것을 안다. 도를 이루어 스스로 알아서 이 5처(處 : 5도)를 끊어 이미 소원을 이루었다. 몸을 보니 흙덩이와 같으니, 내 몸을 가져다가 조각조각 부수어 참인지 거짓인지 밝혀도 좋다.
019_0242_a_17L持綵絲貫瑠璃珠五色悉現道眼見人魂神生所從來死趣何道知某人死神墮地獄某墮畜生某墮鬼神入人形某死上天道成自知斷此五已得所願視身如土聽取我身破碎亦可以明眞僞
019_0242_b_01L마치 맑은 물에 들어가면 모래ㆍ자갈ㆍ구슬ㆍ보배 등 그 안에 있는 것이 모두 보이듯이 온 세상의 일을 미리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백 사람도 되고, 백 사람이 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왜냐 하면, 한 사람이 아들을 낳아서 차츰 현손(玄孫)에 이르러 자손이 번성하여 백 사람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백 사람이 죽어서 모두 없어지기도12) 한다.’
019_0242_a_23L如入淸水沙礫珠寶所有悉見豫知天下一人爲百百人爲一所以然者一人生子轉至玄孫興盛爲百或時百人死亡空瀃
사문이 도를 증득하여 좋고 나쁜 것을 모두 보아 어느 사람은 죽어서 반드시 선도(善道)에 태어날 것을 알고, 또 어느 사람은 반드시 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을 알고, 스스로 몸이 4기(氣:4大)로 나뉜 수를 알고, 사람의 삶이 괴롭고 즐거움과 수명이 길고 짧음도 안다.
019_0242_b_03L更餘有一沙門得道具見好惡知何人死當生善道亦知何人當墮惡道自見身中四氣分數知人壽命苦樂長短
본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심식(心識)이 행(行)을 이루고, 행(行)이 명색(名色)을 이루는 등 다만 인연에 의지하여 모태(母胎)에서 태어나 서로에게 근심거리가 되었으나, 부모는 나의 아들이라 말하고, 아들은 나의 부모라고 말하면서 정신이 더욱 전도되어 모두 스스로 알지 못한다.
019_0242_b_06L本從不明心識爲行行受名色但因緣寄託生母腹中更相憂念父母言我子言我父母精神展轉皆不自識
과거세[宿命]에 선업(善業)을 쌓은 이는 또 사람으로 태어나 부귀하고 장수하며, 불선업을 쌓은 이는 괴롭고 단명하니, 각각 본래의 업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019_0242_b_09L宿命善者復生爲人則富貴長壽其不善者則苦短命各由本業
천지ㆍ사람ㆍ만물이 한결같이 4기(氣)에 의지하니, 첫째는 지(地)요, 둘째는 수(水)요, 셋째는 화(火)요, 넷째는 풍(風)이다. 사람의 몸 중에서 단단한 것은 지(地)요, 온화하고 젖은 것은 수(水)요, 뜨거운 것은 화(火)요,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풍(風)이다. 살아서는 이것을 빌려쓰다가 죽으면 도로 본래의 것으로 되돌려 주니, 그 본말을 헤아려 보면 각자가 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범부들은 깨닫지 못한다.
019_0242_b_11L天地人物一仰四氣一地二水三火四風人之身中强者爲地和淖爲水溫熱爲火氣息爲風生借用此死則歸本計其本末各自爲他凡人不覺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이 모두 꿈과 같고 목숨과 복도 아주 짧아 어지러이 휩쓸리다 죽으니, 마치 바람이 바닷물을 불어 움직여 파도가 서로 따르는 것과 같이 나고 죽음도 그와 같아서 오고 감에 쉼이 없다.
019_0242_b_15L天地之閒生者如夢命祿至短擾擾而死譬如風吹海水波浪相逐生死亦然往來無休
사문이 도를 얻으면 천지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처음과 종말, 1겁 동안의 일, 몸이 번갈아 온 곳을 모두 알고, 또한 아주 오랜 무수한 겁의 일을 알고, 나아가 천하의 도를 얻은 신선(神仙)도 부처를 따를 이가 없는 것까지도 알게 된다.
019_0242_b_18L沙門得道悉知天地成敗終始一劫中事身所更來亦知久遠無數劫事乃知天下得道神仙無及佛者
의지(意志)가 본래 만 갈래가 있음을 스스로 알아 지금은 하나로 일을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탐욕에 미혹되어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 취하여 가슴속이 어지럽기도 하고, 혹은 은혜와 사랑을 만들면서 이러한 요법을 모르는 것을 항상 가엾게 여긴다.
019_0242_b_20L自知意志本有萬端今事成一悲衆人爲貪迷婬癡醉交亂胸或作恩愛不知此要
019_0242_c_01L도를 얻으면 막힘이 없이 보이는 것이 마치 사람이 거울을 보는 것과 같고, 날아다님에 걸림이 없어서 석벽13)도 모두 지날 수 있고, 수미산(須彌山)에 올라가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질 수 있고, 몸 속에서 따로 물과 불이 나오도록 할 수 있고, 땅 속에 잠겼다가 한쪽으로 나올 수 있고, 허공을 다니다가 자재롭게 앉고 누울 수 있고, 마왕ㆍ범천ㆍ제석 등 모든 천신들이 굴복하지 않는 이가 없도록 할 수 있으니, 비유하면 도공(陶工)이 불에 구워 질그릇을 만들어 물을 담으면 새지 않는 것과 같다.
019_0242_b_23L得道達視人鑑鏡飛行無碍石璧皆過能上須手捫日月能令身中別出水火沒地下從一方出能行空中坐臥自能使魔王梵釋諸天無不傾側如陶家燒作瓦器盛水不漏
보통 사람은 굽지 않은 질그릇과 같지만 도를 얻은 이는 불에 구운 질그릇이 불에 쪼일 수도 있고, 축축하게 할 수도 있고, 물에 담궈 적셔도 부수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마치 쇠붙이를 단련하는 사람이 어느 그릇이나 마음대로14) 만들 수 있듯이 신족(神足)을 얻은 사람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마음대로 변화를 부린다.
019_0242_c_05L凡人如得道如瓦可燥可濕潛漬不碎鍛金師在作何器得神足者亦復如在所變化
도공과 대장장이는 치성한 불로 그릇을 만들고,15) 우리 사문 또한 치성한 뜻으로 도를 이룬다. 마치 말린 소의 가죽은 말아도 소리가 나고 펴도 소리가 나지만 기름에 적시면 말거나 펼 때 모두 부드럽듯이 도의 뜻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것을 부드럽게 하여 다시는 뻣뻣하게 하지 않는다.
019_0242_c_08L陶冶之家鬱火盛器沙門亦鬱意成道如乾牛皮卷之有聲舒亦有聲濕以脂膏卷舒皆軟道意如是一切柔軟無復剛强
비유하면 높은 누각에 있으면 밑에 있는 사람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쇠북치는 소리와 모든 여섯 종류의 가축의 소리를 보고 듣는 것처럼 도의 귀도 그와 같아서 역시 천상의 음악이 들리고, 또 아귀 세계와 지옥의 배고프고 목마른 괴로운 소리가 들린다.
019_0242_c_11L譬於高樓見聞下人歌儛鍾鼓諸六畜聲道耳如是亦聞天上音樂亦聞餓鬼地獄飢渴痛聲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보아 탐내는 마음이 있고, 탐내는 마음이 없으며, 기뻐하고 성내고 미워하고 사랑이 있으며, 어리석고 지혜로우며, 굳세고 강하며, 교화하기가 쉽고 교화하기가 어려우며, 도를 좋아하고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모두 분별하여 알게 된다.
019_0242_c_14L具見人心有欲態者無欲態者有諸憙怒憎愛愚智强弱易化難化好道不好道皆分別知之
만약 어떤 사람이 목욕하거나 몸을 안마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면 다시 충분히 안마하듯이, 도안으로 관하면 제도할 만한 사람인가 알게 되니, 곧 불경을 전해 주고 분명하게 깨닫게 하면[開解] 의지가 착한 이는 다시 사람이 되고, 행실이 높은16) 이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고, 계행을 청정하게 지키면, 곧 사문의 4도(道)를 얻게 된다.
019_0242_c_16L如人喜沐浴摩身不遍復更熟摩道眼觀知可度者卽持佛經開解授與意志善者復得爲人行小高者死得上天若持戒淨便得沙門四道
019_0243_a_01L 그 도를 얻은 이는 1생, 10생, 1백 생, 무수한 생의 일들을 모두 알게 되고, 또한 천지의 처음과 마지막, 겁(劫)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때를 알게 되고, 무수한 겁 동안 몸이 생겨났던 그 때의 부모와 성명, 그 때의 제각기 다른 수명의 수가 많고 적음을 알게 되고, 그 때 인간 세상에서 천상 세계에 오르고, 천상 세계에서 내려와 사람이 되는 것을 알게 되고,
019_0242_c_20L其得道皆知一世十世百世無數世事知天地終始劫成敗時知無數劫身所從生彼彼時生父母姓字彼彼時壽數多少知彼時從人道上作天從天道下作人
혹은 인간 세상에서 지옥으로 들어가고, 지옥에서 축생도 되고 아귀도 되며, 아귀에서 사람이 되기도 하며, 혹은 인간 세상에서 다시 귀신이 되고, 귀신에서 지옥에도 들어가고 천상에 오르기도 하는 것을 모두 다 분별하여 알게 되니, 마치 어떤 사람이 멀리 떠나 나그네가 되어 자기 고향을 기억하는 것과 같이 스스로 사유하여라.
019_0243_a_02L或從人入地獄從地獄作畜生作餓鬼從餓鬼作人從人復作鬼神從鬼神入地獄上作悉分別知自思惟如人遠客憶念故鄕
있는 모든 것을 알아 5도를 관하여 보아 스스로 알게 되면 이미 해탈한 것이니, 도력(道力)이 자유자재하여 수명을 백 살, 천 살, 만 살, 무수겁까지도 늘리고 싶으면 모두 할 수 있고, 먹고 싶지 않으면 10일ㆍ백일ㆍ1년ㆍ백년ㆍ무수겁까지도 할 수 있고, 먹고 싶으면 곧 먹게 된다.
019_0243_a_06L具識所有觀見五道自知已解道力自在欲壽百歲千歲萬歲至無數劫皆能欲不食十日百日一歲可至無數欲食卽食
높은 누각에 오르면 그 밑의 동서남북에 있는 사람들이 앉고 서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보는 것과 같이, 모든 들리고 보이는 것을 도인은 스스로 알아 뜻이 이미 청정하게 되어 선과 악을 모두 버린다.
019_0243_a_09L如登高樓聽視下人東西北坐立語聲一切聞道人自知意志已淨善惡皆棄
마치 어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좋아하여 법을 범하면 관리가 죽은 개를 목에 걸게 하고 그의 명령을 따르도록 하면 그 사람은 부끄러워 빨리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나한을 증득한 이가 몸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와 같다.
019_0243_a_11L人好過誤犯法吏以死狗挂頸徇令其人羞慚欲疾免離得羅漢者羞身如是
나한에 두 종류가 있으니, 한 종류는 사라지려 하는 이[滅]요, 한 종류는 보호하려 하는 이[護]이다. 이른바 사라지려 하는 이는 도를 얻은 것을 스스로 근심하여 곧 니원(泥洹)을 취하는 것이고, 보호하려 하는 이는 사람들을 근심하여 온 세상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려 하는 것이다.
019_0243_a_14L羅漢有二輩一輩爲滅一輩爲所謂滅者自憂得道卽取泥洹者憂人度脫天下
비유하면 물이 맑으면 그 속에 있는 모래ㆍ돌ㆍ고기ㆍ자라가 저절로 나타나듯이, 도의 뜻이 이미 청정하면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의식 속에 있는 것들이 모두 보인다. 사문은 이와 같은데 그대 스승의 가르침도 정녕 그렇게 할 수 있는가?”
019_0243_a_16L譬如水淸其中沙魚鼈自現道意已淨悉見天下心識所有沙門如是汝師敎誡寧能爾
아발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참으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阿颰對曰此實難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세간을 보니, 또한 도사가 있는데, 불법을 알지 못하고 숲 속에 은거(隱居)하면서 과일이나 풀 열매를 먹으며, ‘스승은 필요 없이 저절로 도를 얻는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도를 얻을 수 있겠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얻을 수 없습니다.”
019_0243_a_19L佛言我見世亦有道士不知佛法隱居藪澤於果蓏不用師當得自然此得道對曰不得
019_0243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는 마음에서 얻고 마땅히 사법(師法)이 있어야 하니, 이것이 어리석고 망령되게 도를 믿는 첫 번째 종류이다. 또 어떤 도사는 ‘모든 풀의 가지ㆍ잎ㆍ꽃ㆍ열매를 채취하여 이것을 조제한 약을 먹으면 저절로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대의 스승과 제자들도 역시 이것을 믿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믿지 않습니다.”
019_0243_a_22L佛言道從心得當有師是爲癡妄信道一也復有道士取百草枝葉華實服食方藥自用可汝師弟子亦信此乎對曰不信
“이것이 어리석고 망령되게 도를 믿는 두 번째 종류이다. 혹 어떤 도사는 부모를 버리고 사슴 가죽을 옷삼아 걸치고 풀 위에 누워 지내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먹지도 않은 채 하늘에 예배하면서 도를 구하지만 이것은 스스로를 괴롭힐 뿐 얻는 성과가 없다. 그대는 그를 본받겠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본받지 않겠습니다.”
019_0243_b_02L爲癡妄信道二也或有道士委棄父著鹿皮衣臥止草蓐被髮不食天求道徒自困苦無所成獲汝效此對曰不效
“이것이 어리석고 망령되게 도를 믿는 세 번째 종류이다. 또 어떤 도사는 한적한 곳에 숨어 있으면서 도가 있다고 문에 표시하고, 물ㆍ불ㆍ해ㆍ달ㆍ5성(星)에 제사하고 섬기며 제물을 삶아 죽여 하늘에도 제사지내고, 널리 제사지내17) 복을 구하는데, 그대는 이렇게 하겠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하지 않겠습니다.”
019_0243_b_06L是爲癡妄信道三也有道士深居閑處題門有道祭事水五星烹殺祠天博頰求福爲此乎對曰不爲
“이것이 어리석고 망령되게 도를 믿는 네 번째 종류이다.”
019_0243_b_09L是謂爲癡妄信道四也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말씀하셨다.
“천지가 개벽(開闢)한 이래 훌륭한 범지와 도사(道士)가 23인이 있는데, 그들의 이름은 기도(耆屠)ㆍ유모(留耗)ㆍ진타(盡陁)ㆍ가이(迦夷)ㆍ아유(阿柔)ㆍ가신(迦晨)ㆍ우이(謣夷)ㆍ알초(頞超)ㆍ염모(炎毛)ㆍ파밀(巴蜜)ㆍ감화(監化)ㆍ아륜(阿倫)ㆍ구담(裘曇)ㆍ기상(耆顙)ㆍ우루(謣淚)ㆍ가섭(迦葉)ㆍ폭복(暴伏)ㆍ아반(阿般)ㆍ혜리(㨙履)ㆍ우찰(優察)ㆍ파리(波利)ㆍ요경(僥頸)ㆍ피가(陂佉)이다. 온 세상의 성곽은 모두 이 23인이 함께 지은 것이다. 지금의 비가사는 이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따르지 못합니다.”
019_0243_b_10L佛告阿颰天地開闢已來有大梵志道士二十三人名爲耆屠留耗盡陁迦夷阿柔迦晨%(言*零)夷頞超炎毛巴蜜監化阿倫裘曇耆顙%(言*零)淚迦葉暴伏阿般㨙履優察波利僥頸陂佉天下城郭皆是此二十三人共所造也費迦沙何如此輩人對曰不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스승은 무엇이 장점인가? 제왕의 스승이 되어 제왕이 도를 얻도록 할 수 있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할 수 없습니다.”
019_0243_b_17L佛言汝師何長能爲帝王作師令帝王得道耶對曰不能
“그대들은 태자ㆍ대신ㆍ지위가 높은 관리의 스승이 되어 그들이 도를 얻도록 할 수 있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할 수 없습니다.”
019_0243_b_19L汝等能爲太子大臣長吏作師使得道耶對曰不能
“그대의 스승은 선비ㆍ농부ㆍ장인ㆍ상인ㆍ노인ㆍ중년ㆍ소년ㆍ남자와 부녀자들18)을 교화하고, 또 그대들도 모두 도를 얻도록 할 수 있는가?”
아발이 대답하였다.
“할 수 없습니다.”
019_0243_b_20L汝師能敎士農工商長中少年男子姤女及令汝等皆得道乎對曰不能
“그대 스승의 선조들께서 자못 도를 얻었는가?”
대답하였다.
“스승의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019_0243_b_22L汝師先祖頗得道乎對曰不聞師敎
“그대들은 어떤 도로 나아가려 하는가?”
“스승께서, ‘8계를 지키면 죽어서 범천에 오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019_0243_b_23L汝等趣何等道師言持八戒者死上梵
019_0243_c_01L“그대들은 이 계를 지켜서 범천에 오른 이를 보았는가?”
아발이 말하였다.
“스승의 말씀만 들었을 뿐입니다.”
019_0243_c_02L寧見汝輩持是八戒昇梵天耶聞師言耳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사문으로서 응진을 증득한 이는 1겁 동안에 나고 죽은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그 때에 누구였고, 누구로부터 누구로 된 것을 분별하여 알고, 천하의 사람과 천상의 일을 알고, 날아다니다가 있을 곳에 내려앉기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으며, 천지를 움직이고, 수미산을 옮기고 무간지옥을 드나들 수 있는 등 변화가 자유자재하다.
019_0243_c_03L佛告阿颰我沙門得應眞者知劫中生死分別衆人彼時爲某從某作某知天下人及天上事飛行在所至到在能亡能動天地移須彌山出入無閒變化恣意
부모가 사망하면 어느 도(道)로 떨어졌는지 알고 뒤를 따라가 깨우쳐 주고 불도로 인도하여 해탈하도록 하니, 아들이 도를 얻으면 부모도 모두 제도된다.
또 우리 사문은 하나의 바른 뜻[正意]을 지니고 250계를 수행하여 무위도(無爲道)로 나아간다.”
019_0243_c_08L父母死亡知墮何道追求開導能令解脫子得道者父母皆度又我沙門持一正意行二百五十戒就無爲道
부처님께서 아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수행하다가 사문이 되어 나고 죽음을 끊기를 근심하여 지금 홀로 도를 증득하고,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明行足)이 되었으며, 선서(善逝19))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禦: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가 되었으며, 부처님ㆍ중우(衆祐:Bhagavat)라는 이름으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의 스승이 되었으니, 나의 경과 계를 지키면 도를 증득하지 못할 이가 없을 것이다.
019_0243_c_11L佛告阿颰我棄國捐王作沙門憂斷生死今得自然爲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道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號佛衆祐爲天上天下作師其持我經戒無不得道者
나는 항상 자비심으로 세상을 교화하되, 악을 버리고 선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선은 항상 행해야 하지만 악은 오래 지속해서는 안 된다. 괴로움은 오래 남아 있지만 즐거움은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즐거움은 당시에는 마음을 기쁘게 하지만 오래 지나면 괴로움을 받게 되니, 죄를 짓고 후회하나 도울 것이 없다.”
019_0243_c_16L我常慈心敎化天下去惡就善可常行惡不可久苦可長處樂不可樂者當時快意久後受苦罪至而無所及矣
이에 아발은 부처님의 몸을 자세히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에게는 32상호(相好)가 있다는데, 나는 특별히 한 가지 상호를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019_0243_c_19L於是阿颰熟視佛身佛相有三十二我殊不見一相
부처님께서 곧 그의 뜻을 아시고 곧 혀를 내밀어 먼저 왼쪽 귀를 핥으시고, 반대로 오른쪽 귀를 핥으시고, 다시 머리카락이 난 곳[髮際]까지 핥으시고, 혀로 얼굴 전체를 덮은 후에 천천히 혀를 거두어들이셨다.
019_0243_c_21L佛知其意卽爲出舌先舐左耳舐右耳復舐髮際以舌覆面徐引舌
019_0244_a_01L아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부처님과 같은 이는 만 생(生)에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혀의 모양이 이러하시니, 어찌 부처인 줄 모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온 지 오래 되었으니 돌아가서 그대의 스승에게 사례하여라.”
019_0243_c_23L阿颰歎曰如佛者難値萬世時有舌相乃爾安得不知佛言汝等來久歸謝汝師
5백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 앞으로 나와서 부처님 발에 절을 올리고 물러갔다.
비가사는 수레를 타고 나왔다가 제자들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서서 그들을 기다렸다.
모든 제자들이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려 스승에게 예를 올렸다.
019_0244_a_02L五百人皆前接佛足而去費迦沙乘車而出見諸弟子來卽住待之諸弟子至下車作禮
스승이 말하였다.
“구담(瞿曇) 사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 32상호가 있느냐? 왜 오랫동안 머물렀느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 보아라.”
아발이 말하였다.
“아침부터 말했던 것을 하나도 잊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은 후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019_0244_a_04L師言瞿曇沙門名聞天下有其相乎住何以久盡說何事阿颰言朝來所語無有一還舍飯已徐當說之
스승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너희들에게 더 있으라고 하며 밥을 주지 않았느냐?”
아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무 밑에 앉아 계시면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식사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저희들을 돌려보내셨습니다.”
019_0244_a_07L師言佛不能讓留汝飯乎對曰佛坐樹下了無所知可飯時故遣我還卽俱歸
곧 함께 돌아가 식사를 마쳤다. 아발이 스승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모두 말하자, 그 스승이 말하였다.
“네가 말한 부처님의 말씀 중에 보태거나 뺀 것이 없다면 내가 그를 섬기도록 하려는 것이냐?”
아발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우리 범지보다 훌륭하십니다. 다만 우리 종족이 섬기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019_0244_a_09L飯已阿颰向師具說佛語師言汝道佛語得無增減欲使我事之耶阿颰言佛所語勝我梵志但恐我種不能事
스승은 곧 화가 나 땅을 구르면서 말하였다.
“내가 여러 생 동안 스승이었는데 어찌 그만 못하겠는가?”
아발이 말하였다.
“선생님께서 시험삼아 스스로 찾아가서 그의 지혜와 능력을 살펴보십시오.”
019_0244_a_13L師卽怒蹹地曰我累世爲師何用不如阿颰言師試自往觀其智能
스승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자. 마땅히 스스로 부처님을 청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다.”
019_0244_a_14L然當自請佛與共談語
날이 저물자 곧 평상과 자리를 마련하고 5백 사람의 공양거리를 준비하였다. 새벽닭이 울자, 스승은 혼자 가서 통성명을 하고 부처님 뵙기를 청하였다. 예를 올리고 나서 한쪽에 앉아 차수(叉手)하고 말하였다.
“지금 변변치 못한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 여러 사문과 함께 왕림해 주십시오.”
019_0244_a_15L暮卽施牀作五百人供具鷄鳴師自行至通姓佛請相見作禮畢一面坐叉手言今設微食願佛與衆沙門俱屈威神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자 비가사는 기뻐하며 하직하고 돌아와 음식을 장만하였다. 정오가 되기 전에 또 아발을 보내 영접하도록 하였다.
019_0244_a_18L佛以嘿然可之費迦沙歡喜辭歸辦日未中又遣阿颰行迎
부처님께서 5백 사문과 함께 그 집에 이르시어 자리를 정하고 앉으시자 음식을 올렸다. 손씻을 물을 올린 후에 비가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제 아발이 돌아와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만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다시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태거나 빼지 않고 모두 말했을 것입니다.”
019_0244_a_20L佛與五百沙門俱就舍坐已定施飯食行澡水費迦沙問佛言昨阿颰還道說佛語不審諦願重聞之佛言皆是無所增
019_0244_b_01L곧 어제 말씀하신 것을 다시 말씀하셨다.
그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곧 머리를 숙이며 말하였다.
“제가 어제 공연히 아발이 말한 것을 듣고 화를 냈습니다.”
019_0244_b_01L便復爲說昨時所語聞佛語喜自稽首言我昨無故瞋阿颰所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비록 화를 냈지만 그는 현명한 제자입니다. 비유하면 좋은 말[馬]이 사람의 마음과 뜻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발을 축원[呪願]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수하고 몸에 질병이 없을 것이다.”
이에 스승이 부처님을 찬탄하며 말하였다.
019_0244_b_02L汝雖怒者是賢弟子譬如善馬知人心意佛呪願阿颰言使汝壽身無於是師讚佛言
불은 어둠을 비추고
강과 바다는 온갖 계곡의 왕이네.
성인께서 널리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니
나라에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네.
019_0244_b_05L火能照於冥
江海百谷王
聖人廣敎授
如國有明君
마니(摩尼)가 보배 중에 제일이고
달이 별 중에 가장 밝고
해가 온 세상을 비추듯
삼계에 부처님만이 존귀하시네.
019_0244_b_07L摩尼寶第一
月爲星中明
如日照天下
三界唯佛尊
부처님께서 그의 마음이 유연하고, 바르고 삿됨이 없는 것을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9_0244_b_08L佛知其心軟正無邪爲說偈言
사람은 마땅히 인자하고 올바르고
보시하여 복을 지어도
이 모든 것이 무상한20) 것을 깨달아
경과 계율을 지키고 행해야 하네.
019_0244_b_09L人當仁義
布施作福
覺識非當
守行經戒
세간은 위태롭고 험난하며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많으니
마땅히 스스로 몸을 근심하고
나태하지 않아야 하며
019_0244_b_11L世閒危嶮
樂少苦多
當自憂身
不宜懈怠
탐내고 욕심내며
두려움을 초래하는 습관들을 힘써 끊어야 하네.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근심하고 통곡하는 아픔.
019_0244_b_12L務斷貪欲
致畏之習
生老病死
憂哭之痛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 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모두 괴로움이네.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도(無爲道)를 구하네.
019_0244_b_13L恩愛別離
一切皆苦
是故聖人
求無爲道
비가사가 뜻이 열려 깨달아 알아[意解] 일어나서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생각하니 우리 선조들은 아무도 부처님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저에게 형제와 처자와 여러 친척이 있는데, 지금 데리고 와서 부처님의 법을 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019_0244_b_15L費迦沙意解起禮佛足垂淚言曰我先祖皆無有知佛者願佛愍傷我有昆弟妻子諸家今欲將來使受佛法
부처님께서 승낙하시자, 곧 모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3귀의(歸依)를 받고, 아발 등과 함께 모두 5계(戒)를 지켰다.
019_0244_b_19L佛言卽皆來禮佛足受三自歸與阿颰等俱持五戒
그 후에 비가사의 수명이 다한 후에 그의 제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스승의 혼신은 어느 곳[道]으로 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제3의 불환(不還:아나함) 과위를 증득하였으니, 제19천에 아나함(阿那含)으로 태어나 마땅히 그곳에서 반니원(般泥洹)에 들 것이다.”
019_0244_b_20L後費迦沙以其命終弟子問佛是師死者趣何道乎佛言已得弟三不還生十九天阿那含中當於彼般泥洹
019_0244_c_01L아발 등의 5백 사람들이 사문이 되고 싶어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 5계를 잘 지켜라. 의지가 견고하여야 집21)을 버릴 수 있다.”
부처님께서 경을 연설하시고 나자 모두 크게 기뻐하며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019_0244_b_23L阿颰等五百人欲作沙門佛言各自歸家善持五戒意志已固乃可捨罪佛說經已皆大歡喜作禮而去
佛開解梵志阿颰經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신족통(神足通)ㆍ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明通) 을 말한다.
  2. 2)고려본에는 장(杖)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장(仗)을 따랐다.
  3. 3)고려본에는 상(狀)으로 되어 있으나 원본ㆍ명본의 성(姓)을 따랐다.
  4. 4)고려본에는 무(無)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이(而)를 따랐다.
  5. 5)고려본에는 재(哉)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아(我)를 따랐다.
  6. 6)고려본에는 좌(坐)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좌(座)를 따랐다.
  7. 7)고려본에는 태(殆)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잔(殘)을 따랐다.
  8. 8)송본ㆍ원본ㆍ명본에 따라 계(戒)를 보입하였다.
  9. 9)고려본에는 정(正)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지(止)를 따랐다.
  10. 10)지옥도ㆍ아귀도ㆍ축생도ㆍ인도(人道)ㆍ천도(天道)를 말한다.
  11. 11)고려본에는 정(正)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지(止)를 따랐다.
  12. 12)고려본에는 사(★)로 되어 있으나 명본의 사(儩)를 따랐다.
  13. 13)고려본에는 벽(璧)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벽(壁)을 따랐다.
  14. 14)고려본에는 재(在)로 되어 있으나 원본ㆍ명본의 임(任)을 따랐다.
  15. 15)고려본에는 성(盛)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성(成)을 따랐다.
  16. 16)송본ㆍ원본ㆍ명본에 따라 소(小)를 생략하였다.
  17. 17)고려본에는 협(頰)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류(類)를 따랐다.
  18. 18)고려본에는 구(姤)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부(婦)를 따랐다.
  19. 19)고려본에는 도(道)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서(逝)를 따랐다.
  20. 20)고려본에는 당(當)으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상(常)을 따랐다.
  21. 21)고려본에는 죄(罪)로 되어 있으나 송본ㆍ원본ㆍ명본의 가(家)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