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_0288_c_01L “다시 다음에 비구들아, 저 아비지(阿毘至)대지옥에도 열여섯의 여러 소지옥이 권속을 이루어서 저절로 둘러싸 있다. 그 지옥의 너비도 각각 5백 유순이며, 처음의 흑운사에서 최후의 한빙지옥까지 이른다. 비구들아, 이와 같은 지옥은 무슨 인연이 있어서 아비지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는 이나 있는 이나 나온 이나 머무르는 이들은, 악업의 과보 때문에 저절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면 옥졸들이 각각 두 손으로 그 지옥 중생의 몸을 붙잡아 짓눌러서 불길이 치열하게 타오르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 땅 위에 붙박는다. 오로지 세차게 타오르는 불길이 곧바로 위로 치솟는데 얼굴을 땅에 대게 하고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다리의 복사뼈 위로부터 그 힘줄을 끊어 내어 손으로 잡아당겨서 목의 힘줄까지 이르는데, 모두 서로 연달아 끌리고 심장과 골수를 관철하니 아픔과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끌어당긴 뒤에 쇠 수레에 타게 하여 달음박질을 치면 그 수레는 매우 뜨겁고 불꽃이 기세 좋게 훨훨 타오르는 가운데 그를 데리고 한량없는 유순을 지나가는데 가는 곳마다 순전히 훤하게 불이 타오르고 이글이글 달아오른 쇠로 된 험한 길이다. 가고 또 가는데, 옥졸의 뜻에 따라 잠깐도 머무르는 때가 없으며 어느 쪽이건 향하려고 하면 뜻대로 가게 되며, 어느 곳으로 가거나 이르더라도 옥졸은 그를 끌어당겨서 한 번도 버리고 떠나는 일이 없다. 이렇게 갈 때 거쳐 온 곳마다 죄인의 몸이 녹아 없어지니 더 이상 살과 피는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매우 혹독한 괴로움과 지극히 무겁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는데, 뜻으로는 고통을 좋아하지 않지만 목숨 또한 아직 죽지도 않으니 …… 아직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을 아직 없애지 못하였고 흩어 버리지도 못하였으며 아직 바꾸거나 옮기지도 못하였기 때문에 옛날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었을 때 지어 온 것을 모조리 받는 것이다.
019_0289_a_01L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는 이나 있는 이나 화생한 이나 머무르는 이는 그 선하지 못한 업의 과보 때문에 동쪽에서 큰 불덩이가 갑자기 생겨 나오는데, 시뻘겋게 타오르며 거세게 불길을 내뿜어 한결같이 번쩍이고 있다. 이렇게 차례로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四維]과 위와 아래에서 저마다 모두 아주 큰 불덩이가 훨훨 타며 나오는데 불꽃이 매우 번쩍이고 있다. 죄인이 그때 이 사방의 온갖 불덩이에 둘러싸여 있다가 불덩어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와서 그 몸에 닿으니, 이 때문에 여러 아픔과 고통을 받게 된다. 나아가 크고 모질고 절박한 고통을 받지만 목숨 또한 아직 죽지 않으며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그 지옥 안에서 온통 갖추어 받는다. 다시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의 중생으로서 나는 이나 있는 이나 …… 머무르는 이는 악업의 과보 때문에 동쪽 벽으로부터 큰 불꽃이 나와 곧바로 서쪽 벽을 비추어 다다른 뒤에는 머무르고, 서쪽 벽으로부터 큰 불꽃이 나와 곧바로 동쪽 벽을 비추어 다다른 뒤에는 머무르며, 남쪽 벽으로부터 큰 불꽃이 나와 곧바로 북쪽 벽을 비추고, 북쪽 벽으로부터 큰 불꽃이 나와 곧바로 남쪽 벽을 비춘다. 아래로부터 위를 비추고 위로부터 아래를 비추면서 가로 세로로 닿고 위아래로 엇걸려 비치는데, 뜨거운 빛이 번쩍 거리며 타오르는 불꽃이 서로 부딪친다. 이때 옥졸이 죄인들을 여섯 가지 큰 불덩이 속에 던져 넣는데, 이 죄인들은 …… 아주 모질고 절박한 고통을 받지만 목숨 또한 아직 마치지 못하며 …… (설명을 생략함) …… 그 선하지 못한 업을 아직 마치지 못하고 아직 다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모조리 갖추어서 받는 것이다.
019_0289_b_01L또다시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 안의 중생들로서 나는 이나 있는 이나 …… 머무르는 이들은 악업의 과보 때문에 한량없는 때를 지나면서 오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때 곧 지옥 동쪽 문이 갑자기 저절로 열리는 것을 보는데, 이 중생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또 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달려 나아가며, 달리고 또 달리고 아주 빨리 달리면서 각자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이 저곳에 이르면 반드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이제 만약 저곳에 다다르면 참으로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그 중생들이 이와 같이 달릴 때, 달리고 또 달릴 때, 아주 빨리 달릴 때 그 몸은 오히려 더욱 훨훨 타오르게 된다. 이를테면 세간에 힘센 장사가 큰 횃불을 가지고 바람을 거슬리며 달리면 그 횃불은 더욱 타며 불꽃이 세차게 타오르는 것처럼 그와 같아서 그 중생들이 이렇게 달릴 때나 빨리 달릴 때에 몸의 모든 뼈마디가 더욱더 세차게 타고, 발을 올릴 때는 살과 피가 떨어져 흩어지다가 발을 내릴 때는 살과 피가 도로 생겨난다. 또 그 중생들이 이와 같이 달려가서 문에 다가가려 할 때에는 죄업의 힘 때문에 문이 저절로 닫힌다. 죄인은 그때 그 지옥 안에서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며, 뜨겁게 달아오른 쇠 땅 위에 기절하여 엎어지는데, 얼굴을 바닥에 대고 쓰러진다. 엎어지면 곧바로 그 가죽이 타며, 가죽이 타면 살이 타고, 살이 타면 그 힘줄이 타며, 힘줄이 타면 그 뼈가 타며, 뼈가 타면 그 골수까지 사무친다. 골수까지 사무칠 때에 오직 연기가 나는 것만이 보이며, 연기가 난 뒤에 다시 나고, 연기에서 마침내 불이 나게 된다. 죄인은 안에서 차례로 아주 모진 고통을 받지만 목숨 또한 아직 끝나지 않으니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그 사람의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이 아직 다하지 못하고 옛날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었을 때에 지어서 온 것을 그 안에서 갖추어 받는다.
019_0289_c_01L또다시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 안의 중생들로서 나는 이나 있는 이나 …… 머무르는 이들이, 여러 선하지 못한 업의 과보 때문에 한량없는 때를 지나면서 길고 먼 길[道] 가운데서 여러 고통을 받고 나면 지옥의 네 문이 도로 다시 열리게 된다. 문이 열릴 때 그 지옥 안의 중생들은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문을 향하여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리며 온 힘을 다해 달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들은 이제 이곳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우리들은 이제 꼭 끝내고 마쳐야 한다.’ 그 사람이 이와 같이 하며 온 힘을 다해 달려갈 때 그 몸은 더욱더 치열하고 맹렬하게 타오른다. 이를테면, 장사가 마른 풀의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리며 달리면, 그 횃불은 더욱더 훨훨 타오르는 것과 같이 정말로 그와 같아서 그 중생들이 달리고 또 달리고 온 힘을 다해 달리며, 이렇게 달릴 때에 그 사람의 몸뚱이는 더욱더 훨훨 타는 것이다. 그가 발을 들려고 하면 살과 피가 모두 흩어지고, 발을 내리려고 할 때 살과 피가 도로 생기며, 지옥 문에 닿으면 그 문은 도로 닫힌다. 그 중생들은 이 치열하게 타오르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 땅 위에서 한결같이 줄달음질을 치지만, 나올 수가 없으니, 그 마음은 괴롭고 어지러워서 얼굴을 덮고 땅에 넘어진다. 땅에 넘어지면 몸의 가죽이 두루 타며, 가죽이 타면 다음에는 살이 타고, 살이 타면 또 뼈가 타며 …… 골수에 사무친다. 연기와 불꽃이 환히 타오르는데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불꽃은 세차게 타오르는데 연기와 불꽃이 서로 섞이니, 뜨거운 괴로움은 다시 갑절이 된다. 그 사람이 안에서 아주 모진 고통을 받나니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목숨을 마치거나 다하지도 못한다.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을 아직 없애지도 못하고 여의지도 못하고 아직 바꾸지도 못하고 흩어 버리지도 못하였으며 …… 옛날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었을 적에 지었던 것을 모두 다 받는 것이다.
또다시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 안에 있는 중생들로서 …… 머무르는 이들은 선하지 못한 업의 과보의 힘 때문에 지옥의 불에 훨훨 타게 된다. 그때 눈으로 보는 색(色)은 모두 뜻에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요, 뜻에 좋아할 만한 것은 전혀 앞에 나타나지 않으며, 뜻으로 좋아하지 않은 것이고, 사랑할 만한 색이 아니며, 선하지 않은 색이 언제나 닥쳐와서 괴롭힌다. 귀에 들리는 소리, 코로 맡게 되는 냄새, 혀로 알게 되는 맛, 몸으로 느끼는 촉감과 뜻으로 생각하는 법이 모두 마음과 뜻에 기뻐하지 않는 것이며, 뜻으로 기뻐하지 않는 것이고 사랑할 만한 법이 아닌 것이 언제나 앞에 나타나니, 무릇 있는 경계는 모두 선하지 않다. 그 사람이 안에서 이런 인연으로 항상 너무나 무겁고 험난하기 그지없는 괴로움을 받나니, 그 색깔이 나쁘기 때문에 그 촉감도 그러하며 …… 수명도 아직 다 마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이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으며, 옛날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었을 때 지었던 온갖 악업을 모조리 받는 것이다.
019_0290_a_01L또 비구들아, 무슨 인연이 있기에 아비지지옥을 아비지라고 부르는가? 비구들아, 이 아비지대지옥 안에는 언제나 잠깐 동안이라도 안락하는 일이 없으며 …… 손가락 한 번 튀기는 시간만큼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대지옥을 아비지라고 하며, 이렇게 하여 차례로 모든 괴로움을 다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 대지옥의 중생들은 한량없는 때를 지나면서 오랜 고통을 받고서야 비로소 이 아비지대지옥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나와서는 달아나는데 달리고 또 달리며, 나아가 온 힘을 다해 달리면서 집을 구하고 가려 줄 것을 구하고 섬을 구하고 돌아가 의지할 곳을 구하고 구호받을 곳을 구하지만, 그때에 다시 흑운사 등의 5백 유순의 여러 소지옥으로 들어가니 …… (설명을 생략함) …… 최후의 열여섯째 한빙지옥에 이르러 온갖 고통을 모조리 받고서야 비로소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게 된다.”
만약 사람이 몸ㆍ입ㆍ뜻으로 업을 지으면 지은 뒤엔 나쁜 길에 들어가는데 그러면 장차 활지옥에 날 것이니 이곳은 가장 무섭고 털이 곤두서는 곳이다.
019_0290_a_08L若人身口意造業, 作已入於惡道中,
如是當生活地獄, 最爲可畏毛豎處。
수천억의 세월을 지나 죽자마자 잠깐 만에 도로 살아나며 원수가 각기 서로 앙갚음하므로 이 때문에 중생들은 다시 서로 죽인다.
019_0290_a_10L經歷無數千億歲, 死已須臾還復活,
怨讎各各相報對, 由此衆生更相殺。
만약 부모에게 나쁜 마음 일으키고 불ㆍ보살과 성문들께 나쁜 마음 일으키는 이들은 다 흑승지옥에 떨어지니 그곳에서 받는 고통은 너무나도 혹독하다.
019_0290_a_12L若於父母起惡心, 或佛菩薩聲聞衆,
此等皆墮黑繩獄, 其處受苦極嚴熾。
다른 이의 바른 행을 그릇되고 왜곡되게 가르치고 남의 선을 보면 반드시 무너뜨리고 두말하고 욕질하고 거짓말 많이 하는 이들도 흑승지옥에 떨어지리라.
019_0290_a_14L教他正行令邪曲, 見人友善必破壞,
此等亦墮黑繩獄, 兩舌惡口多妄語。
세 가지 나쁘고 중한 업 짓기 좋아하고 세 가지 선한 뿌리와 싹을 닦지 않으면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합대지옥에 들어가 오랜 고통 받으리라.
019_0290_a_16L樂作三種惡重業, 不修三種善根芽,
此等癡人必當入, 合大地獄久受苦。
혹은 양과 말이며 소들을 죽이거나 갖가지 짐승이며 닭ㆍ돼지들을 죽이고 그 밖에 벌레들이나 개미들을 죽이면 그 사람은 당연히 합지옥에 떨어지리.
019_0290_a_18L或殺羊馬及諸牛, 種種雜獸雞豬等,
幷殺諸餘虫蟻類, 彼人當墮合地獄。
세간에 여러 종류의 두려운 형상이 있는데 이것으로 중생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면 마땅히 애산(磑山)지옥에 떨어져 치고 누르고 찧고 두드리는 고통을 받으리라.
019_0290_a_20L世閒怖畏相多種, 以此逼迫惱衆生,
當墮磑山地獄中, 受於堆壓舂擣苦。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 때문에 바른 이치를 틀리게 빙빙 돌리고 옳은 것을 판별하여 그르게 하고 법률 어기는 그는 칼의 바퀴에 상처 입으리.
019_0290_a_22L貪欲恚癡結使故, 迴轉正理令別異,
判是作非乖法律, 彼爲刀劍輪所傷。
019_0290_b_01L
강한 세력 믿고서 남의 것 겁탈하되 힘 있거나 힘 없는 것 죄다 앗으며 만약 이와 같이 모질게 괴롭히면 마땅히 쇠 꼬끼리에 차이고 밟히리라.
019_0290_b_01L倚恃强勢劫奪他, 有力無力皆悉取,
若作如是諸逼惱, 當爲鐵象所蹴踏。
만약 중생들을 살해하기 좋아하여 몸과 손에 피 바르고 마음 몹시 나쁘며 언제나 이와 같은 부정(不淨)한 일 행하면 그들은 마땅히 규환지옥에 나리라.
019_0290_b_03L若樂殺害諸衆生, 身手血塗心嚴惡,
常行如是不淨業, 彼等當生叫喚處。
갖가지로 중생을 괴롭히기 때문에 규환지옥에서 구워지고 삶겨지며, 그 안엔 또 대규환이 있는데 이는 아첨하고 간교한 마음 때문이네.
019_0290_b_05L種種觸惱衆生故, 於叫喚獄被燒煮,
其中復有大叫喚, 此由諂曲奸猾心。
모든 소견의 빽빽한숲에 뒤덮이고 사랑 그물 촘촘하여 그에 빠져서 언제나 이와 같은 최하의 일 행하면 그는 곧 대규환에 떨어지리라.
019_0290_b_07L諸見稠林所覆蔽, 愛網彌密所沈淪,
常行如是最下業, 彼則墮於大叫喚。
만약 이와 같은 대규환지옥에 이르면 치열하게 불타오르는 쇠 성이라 털이 곤두서는 곳인데 그 안의 쇠 당집과 쇠 집은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모조리 태워 버리리.
019_0290_b_09L若至如是大叫喚, 熾燃鐵城毛豎處,
其中鐵堂及鐵屋, 諸來入者悉燒燃。
만약 세간에서 여러 일을 지으며 언제나 여러 중생들을 괴롭게 굴면 그들은 장차 열뇌지옥에 나서 한량없는 때에 뜨거운 괴로움을 받으리라.
019_0290_b_11L若作世閒諸事業, 恒當惱亂諸衆生,
彼等當生熱惱獄, 於無量時受熱惱。
세간의 사문과 바라문, 부모와 웃어른과 장로들을 만약 항상 괴롭혀 기쁘지 않게 하면 그들은 모두 열뇌지옥에 떨어지리라.
019_0290_b_13L世閒沙門婆羅門, 父母尊長諸耆舊,
若恒觸惱令不喜, 彼等皆墮熱惱獄。
하늘에 나는 청정업을 즐겨 닦지 않고 사랑하는 지친(至親)을 항상 멀리 여의는, 이러한 모든 일을 짓기 좋아하면 그 사람은 마땅히 열뇌지옥에 들어가리라.
019_0290_b_15L生天淨業不樂修, 所愛至親常遠離,
憙作如是諸事者, 彼人當入熱惱獄。
사문과 바라문과 여러 선인(善人)과 부모에게 악한 마음으로 대하고 또 다른 높은 이를 해치거나 하면 그는 열뇌지옥에 떨어져 항상 훨훨 타리라.
019_0290_b_17L惡向沙門婆羅門, 幷諸善人父母等,
或復害於餘尊者, 彼墮熱惱常熾燃。
한결같이 여러 악업 많이 지으며 단 한 번도 선심을 일으킨 적 없으면 이 사람은 곧장 아비지옥에 나아가 한량없는 여러 고통 받을 것이다.
019_0290_b_19L恒多造作諸惡業, 不曾發起一善心,
是人直趣阿毘獄, 當受無量衆苦惱。
정법(正法)을 말하면서 비법(非法)이라 하고 비법을 말하면서 정법이라 하면 더 이상 선한 일에 보탬이 없으니 그 사람은 마땅히 아비지옥에 들어가리라.
019_0290_b_21L若說正法爲非法, 說諸非法爲正法,
旣無增益於善事, 彼人當入阿毘獄。
019_0290_c_01L 활ㆍ흑승의 이 두 지옥과 합ㆍ회ㆍ규환이면 다섯이 되고
열뇌ㆍ대열뇌면 함께 일곱이 되고 아비에 이르러서는 여덟째 지옥이 되네.
019_0290_b_23L活及黑繩此兩獄, 合會叫喚等爲五,
熱惱大熱共成七, 阿毘至獄爲第八。
이 여덟을 이름하여 대지옥이라 하는데 가혹하게 불에 타는 고통은 견딜 수 없으며, 악업 행한 사람이 지었으므로 그 안엔 소지옥이 열여섯 있네.
019_0290_c_02L此八名爲大地獄, 嚴熾苦切難忍受,
惡業之人所作故, 其中小獄有十六。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신 뒤에,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그 세계의 중간에 다시 또 열 가지 지옥이 있다. 열 가지 지옥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이른바 알부타(頞浮陀)지옥ㆍ니라부타(泥羅浮陀)지옥ㆍ아호(阿呼)지옥ㆍ호호파(呼呼婆)지옥ㆍ아타타(阿吒吒)지옥ㆍ소건제가(搔揵提迦)지옥ㆍ우발라(優鉢羅)지옥ㆍ파두마(波頭摩)지옥ㆍ분다리(奔茶梨)지옥과 구모타(拘牟陀)지옥이니, 비구들아, 그 중간에 이와 같은 열 가지 지옥이 있다. 비구들아, 무슨 인연으로 알부타지옥을 알부타라고 부르는가? 비구들아, 알부타지옥의 중생들은 모든 몸의 생김새가 마치 거품과 같으니, 그 때문에 알부타라고 한다.
또한 거기에 무슨 인연이 있어서 아타타지옥을 아타타라고 부르는가? 비구들아, 그 아타타지옥 안의 중생들은 지독한 괴로움이 그 몸에 절박하기 때문에 그저 부르짖기를 ‘아타타(阿吒吒), 아타타(阿吒吒)’라고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혀를 굴리는 소리일 뿐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 그 때문에 아타타라고 한다.
019_0291_b_01L또한 거기에 무슨 인연이 있어 분다리가지옥을 분다리가라고 부르는가? 비구들아, 분다리가지옥의 세찬 불꽃 빛깔이 마치 분다리가꽃과 같으니, 그 때문에 분다리가라고 한다. 또한 거기에 무슨 인연이 있어 파두마지옥을 파두마라고 부르는가? 비구들아, 그 파두마지옥의 세찬 불꽃 빛깔이 마치 파두마꽃과 같으니, 그 때문에 파두마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치 교살라국(憍薩羅國)의 휘[斛]의 용량으로 참깨를 20휘 가득 채우고도 평미레질하지 않은 채 수북하게 담아 놓았을 때 그 사이에 한 장부가 있다가 꼭 백 년 만에 참깨 한 톨을 집고, 그리고 그가 또 다음 백 년이 차면 다시 한 톨을 집어 내서 다른 곳에 던져 놓는다고 하자. 비구들아, 이와 같이 하여 그 교살라국의 20휘에 가득 찬 참깨를 던져 내서 모두 비운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내가 알부타지옥의 그 수명을 말한다 할지라도 오히려 미처 다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로 간략하게 계산하면 이와 같은 20 알부타 수명은 1 니라부타 수명이 되고, 20 니라부타 수명은 1 아호 수명이 되며, 20 아호 수명은 1 호호파 수명이 되고, 20 호호파 수명은 1 아타타 수명이 되며, 20 아타타 수명은 1 소건제가 수명이 되고, 20 소건제가 수명은 1 우발라 수명이 되며, 20 우발라 수명은 1 구모타 수명이 되고, 20 구모타 수명은 1 분다리가 수명이 되며, 20 분다리가 수명은 1 파두마 수명이 되고, 20 파두마 수명은 1 중겁(中劫)이 된다.
019_0291_c_01L비구들아, 파두마지옥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만약 중생들이 그 처소에서 1백 유순 떨어져 있을 때는, 그 지옥 불길이 미치게 된다. 만약 50유순 떨어져 머무는 중생이라면 그 불의 훈기를 받아 모두 맹인이 되어 눈이 없어지며, 만약 25유순 떨어져 머무는 중생이라면 몸의 살과 피가 타 버려서 부서지고 흩어진다. 비구들아, 구가리(瞿迦梨) 비구가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헐뜯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흐린 마음과 나쁜 마음으로 죽은 뒤에 바로 파두마 지옥에 났다. 그곳에 나서는 그 입에서부터 매우 뜨거운 불길이 나왔는데 길이는 10주(肘) 남짓하였으며, 그 혀 위에는 저절로 5백의 쇠 보습이 생겨나서 항상 혀를 갈고 있었다. 비구들아, 나는 다른 곳에서는 일찍이 이와 같은 종류로 몸소 해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른바 범행인(梵行人)의 곁에서 더럽고 흐린 마음을 냈기 때문이요, 해치고 괴롭히는 마음과 혹독하고 나쁜 마음과 이익되지 않는 마음을 냈기 때문이요, 인자한 마음이 없고 깨끗한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그러므로 너희들은 모든 범행인이 사는 곳에서는 인자하게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일으켜야 한다. 내가 보는 바로는 밤낮으로 인자하게 몸과 입과 뜻을 일으키는 이는 언제나 편안하고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므로 너희들 일체 비구들은 모두 내가 보고 말하는 바와 같이 밤낮으로 언제나 인자한 마음을 일으킬 것이며, 너희들은 항상 이렇게 익히고 배워야만 한다.”
019_0292_a_01L “비구들아, 세계의 중간에 또 여러 바람이 있으니 열뇌(熱惱)라고 한다. 비구들아, 저 여러 바람이 만약 이 4주(洲) 세계에 불어닥치면, 이 4주 세계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는 이거나 머무르는 이들의 온갖 몸뚱이는 모조리 흩어져 무너지고 스러져서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마치 갈대와 물억새[荻]와 같으니, 자른 뒤에 물을 대지 않으면 모두 마르고 무너져서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니, 정말로 그러하다. 비구들아, 세계 중간에 있는 열뇌라는 이름의 바람이 만약 이 4주 세계에 불어닥치면 이 4주 세계에 있는 중생들은 한꺼번에 모조리 마르고 무너져서 남김없이 사라진다. 나머지도 그와 같다. 다만 안의 내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의 두 산이 막아 주어서 그 때문에 그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비구들아, 세계의 중간에 있는 여러 바람이 그 지옥에서 타고 삶아지는 중생들에게 불면 몸의 살과 기름과 골수와 온갖 깨끗하지 못하고 냄새나고 더러운 기운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추악하다. 비구들아, 그 바람이 만약 이 4주 세계 가운데 와 닿으면, 4주 세계에 있는 중생으로서 …… 머무르는 이들은 모두 맹인이 되어 눈이 없어지니, 그것은 더러운 기운이 아주 사납고 맹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위산과 대철위산의 두 산이 막아서 바람을 차단해 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는 것이다.
019_0292_b_01L비구들아, 그 안의 철위산과 대철위산의 두 큰 산이 이 4주 세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가장 큰 이익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중생들이 의지의 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구들아, 세계의 중간에 다시 큰 바람이 있는데, 승가다(僧伽多)라고 한다. 비구들아, 그 바람이 만약 이 세계까지 와 닿으면 곧 이 세계의 4대주(大洲)와 8만 4천의 여러 나머지 소주(小洲) 및 다른 큰 산과 수미산이 모조리 바람에 불려 땅에서 1 구로사(俱盧奢) 높이로 올라가기도 한다. 바람은 그것을 들어 올린 뒤에는 흩어지게 하고 파괴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2ㆍ3ㆍ4ㆍ5ㆍ6ㆍ7구로사에 이르기까지 그 높이로 들어 올린 뒤에는 그것들을 모조리 별처럼 흩고 파괴할 수 있으며, 이에 높이 1유순까지 들어 올려 별처럼 파괴하는데 이것 또한 앞의 설명과 같다. 이렇게 2ㆍ3ㆍ4ㆍ5ㆍ6ㆍ7유순을 들어 올려 파괴하며, 모조리 흩어지게 하고, 나아가 1백 유순을 들어 올린 뒤에 흩고 파괴하며, 2ㆍ3ㆍ4ㆍ5ㆍ6ㆍ7백 유순을 들어 올린 뒤에 흩고 파괴하는 것도 앞과 같으며, 나아가 1천 유순, 2ㆍ3ㆍ4ㆍ5ㆍ6ㆍ7천 유순을 들어 올린 뒤에 흩고 파괴한다.
019_0292_c_01L비구들아, 비유하자면 장부가 손으로 보릿가루를 쥐어서 높이 올려 가루를 부스러뜨린 뒤 허공 중에 흐뜨리고 던져 버려 남김 없게 하는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다. 비구들아, 그 세계 중간에 승가다라는 이름의 가장 크고 사나운 바람이 있는데, 그 바람이 만약 이 4주까지 와 닿으면, 그때 이 세계의 4대주와 8만 4천의 다른 소주와 일체 산들과 수미산이 모조리 높이 들려 1구로사까지 이르러 흩어지고 파괴되는데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높이 7천 유순을 들어 올려 흩고 파괴하는 것도 그와 같다. 비구들아, 다만 안의 철위산과 대철위산의 두 산이 가로막기 때문에 바람이 여기까지 오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그 안의 철위산과 대철위산 두 산의 위덕이 큰 이익이 있어서 이와 같을 수 있는 것은 이 4주의 네 세계 가운데 중생들이 의지의 업을 지었기 때문이다.
019_0293_a_01L다시 다음에 비구들아, 이 염부주 남쪽 두 철위산 바깥에 염마왕(閻摩王)이 머무르는 궁전이 있다. 세로와 너비는 똑같이 6천 유순이며, 일곱 겹의 담장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방울 달린 그물이며, 그 밖에 일곱 겹으로 줄지어 선 다라 나무들이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데, 온갖 빛깔이 눈을 즐겁게 하고, 이른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주ㆍ차거와 마노 등의 칠보로 이루어졌다. 그 사방에는 각기 여러 문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문마다 모두 적을 물리치는 망루ㆍ돈대ㆍ동산과 꽃의 못이 있다. 이 여러 꽃의 못과 동산 안에는 온갖 나무가 있으며, 그 나무마다 갖가지 잎과 갖가지 묘한 꽃과 갖가지 달콤한 과일이 가득히 널리 퍼져 있으며, 온갖 향기들이 바람 따라 멀리 풍기고, 뭇 새들은 저마다 화답하며 지저귀고 있다. 또한 비구들아, 그 염마왕은 그 악업과 선하지 못한 과보 때문에 밤 세 때와 낮 세 때에 저절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구리즙이 앞에 생겨난다. 이 때는 그 왕의 궁전이 곧 변하여 쇠가 되며, 먼저 지녔던 5욕의 공덕으로써 눈앞에 있던 것도 모두 사라져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궁 안에 있으면 궁 안에 이와 같은 일이 나타난다. 그때 염마왕이 이 일을 보고 무섭고 불안하여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서서 곧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만약 궁 밖에 있더라도 다시 밖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때에 염마왕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 사지를 떨면서 불안해 하며, 온몸의 털이 한꺼번에 곤두서서 곧 달음박질하여 안으로 들어온다.
019_0293_b_01L그때 옥졸이 염마왕을 붙잡아 높이 치켜들고서 짓두드려 뜨거운 쇠 땅 위에 눕힌다. 그 땅은 불길이 기세 좋게 훨훨 타오르고 불꽃이 번쩍이는데, 그런 땅에 짓두드려 눕히고 곧 쇠 재갈로 입을 벌리고 시뻘겋게 녹은 구리즙을 입에 쏟아 붓는다. 그러면 염마왕은 입술과 입이 타들어 가는데 구리즙은 입술과 입을 태운 뒤에 혀를 태우고, 혀를 태운 뒤에 다시 목구멍을 태우고,목구멍을 태운 뒤에 다시 대장과 소장 등을 태우며, 차례로 태운 뒤에 아래로 나오게 된다. 그때 그 염마왕은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중생들이 옛날에 몸으로 나쁜 행을 짓고, 입으로 나쁜 행을 짓고, 뜻으로 나쁜 행을 지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모두 이와 같은 한량없는 온갖 괴로움을 겪고 마음에 기쁘지 않는 일을 당하는구나. 지옥 안의 여러 중생들처럼 지금의 나의 몸과 다른 중생들은 나와 더불어 같은 업을 지은 이들이라 역시 그와 같구나. 아아, 부디 나는 지금부터 이 몸을 버린 뒤 다시 몸을 얻을 때에 함께 인간 세상에서 생을 받아 서로 만나게 될지어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그때 여래의 법 가운데서 믿고 알게 하고, 믿고 알게 된 뒤에는 나는 그곳에서 더욱 믿고 앎을 두루 갖추고, 수염과 머리를 깎아 없애고 가사를 입고, 바르게 믿고 앎을 얻어 집으로부터 출가하게 할지어다. 나는 그때 출가한 뒤에 화합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선남자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하느냐 하면, 바른 믿음과 앎을 얻어 집으로부터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이 다한 곳에서 현재법을 보면서 스스로 통달과 증득을 얻게 하겠사오며, 완전히 갖추어 증득한 뒤에는 원을 세워 말하되, 〈나는 이제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이룩되고, 해야 할 것을 다 이미 마쳤으므로 다시는 후세에 생을 받지 않으리라〉라고 하리라.’
비구들아, 그 염마왕이 다시 이때 이와 같은 생각을 일으키고 선한 생각을 자꾸 익히면 바로 그때 그 염마왕이 사는 궁전은 다시 칠보로 이루어지고 갖가지가 나오리니, 마치 여러 하늘들의 5욕의 공덕이 앞에 나타나며 두루 갖추어지는 것과 같다. 그때 염마왕이 다시 이런 생각을 한다. ‘일체 중생들은 몸의 선한 행과 입과 뜻의 선한 행으로써 곧 쾌락을 얻을지어다. 오직 원컨대, 그들은 각각 모두 이와 같은 안락을 누리기를 마치 공중에 사는 여러 야차들과 같아지이다. 나의 몸과 다른 염마왕과 모든 중생은 같은 업을 모은 자이도다.’
비구들아, 세상에는 세 명의 천사(天使)가 있다. 세 명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이른바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다. 비구들아, 어느 한 사람이 스스로 방일(放逸)하여 몸으로 나쁜 행을 행하고, 입으로 나쁜 행을 행하고, 뜻으로 나쁜 행을 행하면, 이와 같은 사람은 몸과 입과 뜻으로 모두 악을 행한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나쁜 길로 나아가 지옥에 날 것이다. 그때 여러 옥졸들이 바로 와서 그 중생을 염마왕 앞으로 몰고가 이렇게 아뢴다. ‘천왕이시여, 이들 중생이 옛날 인간 세상에서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굴고 잘 화합하지 않고 몸과 입과 뜻을 멋대로 하여 나쁜 행을 행했습니다. 그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행하였기 때문에 이제 여기 와서 났으니, 오직 원컨대 천왕께서도 잘 가르쳐서 보이시고 잘 책망하시옵소서.’
019_0293_c_01L그때 염마왕은 죄인에게 묻는다. ‘너 착한 장부야, 옛날 인간 세상에 있을 때 제1 천사가 너를 잘 가르쳐서 보이고 너를 잘 책망하였는데, 어찌 그 첫 번째 천사가 출현한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실제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염마왕은 거듭 다시 말한다. ‘장부야, 네가 어찌 옛날 세간에서 사람 몸으로 있을 때에 부녀자의 모습이거나 장부의 모습이거나 간에 쇠약하고 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겠느냐? 마하라(摩訶羅)1) 시절에는 이가 빠지고 머리카락이 희며, 살갗은 느슨하고 쭈글쭈글해지고, 검버섯이 온몸에 퍼지고 모습은 마치 검은 깨와 같으며, 어깨와 등은 굽어지고 걸음은 절룩거린다. 발은 몸을 가누지 못하여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목이 가늘어지고 피부는 늘어나며 양쪽이 느슨해져서 마치 소의 목과 같아진다. 입술과 입은 마르고, 목구멍과 혀는 말라서 껄끄러우며, 몸뚱이는 구부정하고 기력은 미약해지며, 헐떡거리며 나오는 소리가 마치 톱질하는 소리와 같고, 앞으로 가려면 넘어지려고 해서 지팡이를 의지하여 다니며, 한창 때는 다 지나가고, 피와 살은 없어져 가며, 여위고 허약하여 세상은 빨리 오고, 거동이 가라앉아서 다시는 씩씩한 모습을 볼 수 없으며, 나아가 몸과 마음은 항상 떨리고, 온갖 뼈마디는 고달퍼서 가다듬기조차 어려운데, 너는 이것을 보지 못했단 말이냐?’ 그 사람은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제가 실제로 보았습니다.’
그때 염마왕은 다시 말한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지혜가 없어서 옛날에 이미 이 같은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어찌하여 〈나의 지금 이 몸도 이런 법이 있을 것이고, 또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 이와 같은 법을 여의지 못했다. 나는 이제 이런 늙는 법을 갖추고 있으며 아직 멀리 여의지 못했다. 나는 마땅히 몸과 입과 뜻으로 미묘하고 선한 업을 지어야겠다. 그리하여 나에게 나로 하여금 오랜 동안 이익과 안락의 과보가 있게 하여야겠구나〉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느냐?’
019_0294_a_01L그때 그 사람은 다시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참으로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마음이 방탕하고 행동은 방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때 염마왕은 또다시 말한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만약 그렇다면 너 스스로가 게으르고 행동이 방일하였기 때문에 몸과 입과 뜻의 선한 업을 닦지 않았으니, 그 인연으로 너는 오랫동안 큰 고통을 얻고 안락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 방일한 죄를 완전히 갖추어서 받아 이와 같은 악업의 과보를 얻을 것이며, 또한 다른 방일한 중생들도 이런 죄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또 너희들이 받는 이 고통의 과보와 악업의 결과는 너의 어머니가 지은 것도 아니고, 너의 아버지가 지은 것도 아니며, 너의 형제가 지은 것도 아니요, 누이들이 지은 것도 아니며, 국왕이 지은 것도 아니고, 하늘들이 지은 것도 아니며, 옛날 선인(先人)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바로 너 자신이 이 악을 지었으니 이제 도로 모아서 이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때 염마왕은 자세히 이러한 제1 천사로써 더 잘 가르쳐 보이고 그를 책망한 뒤에, 다시 제2 천사로써 잘 가르쳐 보이며 잘 책망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아, 너희들은 어찌 제2 천사가 세간에 나온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그들이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참으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다시 말한다. ‘너가 어찌 보지 못했겠느냐? 옛날 세간에서 사람의 몸이었을 때 부녀의 몸이거나 장부의 몸이거나 4대(大)가 화합하였다가 갑자기 어긋나서 병의 괴로움에 침범당하여 병에 휘감겨서 고생한다. 혹은 작은 평상에 눕기도 하고, 혹은 큰 평상에 눕기도 하는데, 절로 똥과 오줌에 몸을 더럽히며 그 속에서 뒹굴되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자고 눕고 일어나며 앉는 데에 사람의 부축을 바라며, 씻고 털고 안고 가지며 마실 것을 주고 먹을 것을 주는 데에도 죄다 사람을 기다리는데, 그런 모습을 네가 보지 않았단 말이냐?’
019_0294_b_01L그 사람은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제가 실제로 보았습니다.’ 왕은 다시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그와 같은 것을 보았다. 만약 슬기로웠다면 어찌하여 〈나도 이제 이와 같은 법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제 이와 같은 일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직 이와 같은 병환[患]의 법을 여의지 못했다. 나에게도 직접 이와 같은 병환의 일이 있을 터인데 아직 면하거나 벗어나지 못했으니,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겠구나. 나도 이제 여러 선한 업을 지어야겠구나. 몸이거나 입이거나 뜻의 선한 업을 지어서 나로 하여금 장차 오랫동안 크게 이롭고 안락한 일을 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그 사람은 대답한다. ‘하지 못했습니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제가 참으로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게으른 마음으로 방일하였기 때문입니다.’
왕은 다시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이제 이미 행실이 방일한 자이다. 나태하고 게을러 몸이나 입이나 뜻으로 선한 업을 짓지 않았는데, 그런 네가 어찌 오랫동안 이로움과 안락을 얻을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너는 선한 일을 닦고 행했어야 했다. 방일하고 방일을 따랐기 때문에 너의 이 악업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형제가 지은 것도 아니며, 누이들이 지은 것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고, 옛날 선인들이 지은 것도 아니며, 사문과 바라문들이 지은 것도 아니다. 이 악업이야말로 네가 이미 스스로 지은 것이니, 네가 도로 저절로 이 과보를 받는 것이다.’
019_0294_c_01L그때 염마왕은 다음에 이와 같이 제2 천사로써 더 잘 가르쳐 보이고 그를 책망한 뒤에, 다시 제3 천사로써 잘 가르쳐서 보이고 잘 책망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옛날 인간 세상에서 사람 몸이었을 때 어찌 제3 천사가 세간에 나온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그는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참으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염마왕은 다시 말한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세간에 있을 때에 어찌 부녀의 몸이거나 장부의 몸이거나 간에 때때로 목숨이 끝나면 평상 위에 놓여 여러 가지 빛깔의 옷으로 입히고 덮여서 마을 밖으로 들려 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였겠느냐? 또 갖가지 작은 장막과 수레와 일산을 둘러 장식하고, 권속들이 둘러싸서 영락을 끊어 버리며, 손을 들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재와 흙을 머리에 뿌리면서 몹시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울부짖고 통곡하기를 혹은 〈아아〉하기도 하고, 혹은 〈많고도 많다[多多]〉고 하기도 하고, 혹은 〈돌봐 주라[養育]〉고도 하면서 소리 높여 크게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애통해 하면서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몹시 목메어 슬퍼하는데, 너는 그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말이냐?’ 그가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실제로 보았습니다.’
그때 염마왕은 다시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옛날 이와 같은 일들을 보았으면서 어찌 〈내게도 이제 이와 같은 법이 있으리라. 나의 몸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으리라. 내가 아직 이런 일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나에게도 죽음이 있을 것이요, 또한 죽음의 법이 있을 터인데, 아직 면하거나 여의지 못하였으니, 나는 이제 마땅히 여러 선한 업을 지어야겠다. 몸이거나 입이거나 뜻의 선한 업이야말로 나를 위하여 오랫동안에 큰 이로움을 얻고 안락을 얻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냐?’ 그때 그 사람은 대답한다. ‘높으신 천왕이시여, 저는 참으로 그와 같이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방일하였기 때문입니다.’
019_0295_a_01L그때 염마왕은 다시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이제 이미 방일을 행한 자이다. 방일 때문에 선한 업을 짓지 않았고, 또한 너로 하여금 오랫동안 이익되고 오랫동안 안락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그 다른 몸과 입과 뜻의 선을 모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지금 이런 일이 있으니, 이른바 방일한 행이라는 것이며, 방일 때문에 너 스스로가 이 악하고 선하지 못한 업을 지은 것이다. 너의 이 악업은 부모가 지은 것이 아니고, 형제가 지은 것도 아니며, 누이들이 지은 것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고, 옛날의 선인들의 지은 것도 아니며, 또 사문과 바라문이 지은 것도 아니다. 너의 이 악업은 바로 너 스스로가 지어서 스스로가 모았기 때문에 이 과보를 얻는 것이니, 네가 다시 저절로 받는 것이다.’ 그때 염마왕은 낱낱이 갖추어 이 제3 천사로써 그 죄인들을 가르쳐 보이고 책망하며, 책망한 뒤에 칙명을 내려 데리고 가게 한다. 그러면 옥졸은 곧 죄인의 양 발과 양 팔을 붙잡아 머리는 아래로 향하고 발은 위로 향하게 하여 멀리 여러 지옥 안으로 던져 넣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