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어떤 때 모든 외도들 중에 혹 파리파라사가(波利婆羅闍迦)가 너희 있는 곳에 와서 너희들에게 묻기를, ‘여러 장로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어느 한 부류의 사람은 사람 아닌 것[非人]에 공포를 받고, 어느 한 부류의 사람은 비인에게 공포를 받지 않는 것입니까’ 하고 여러 외도가 그렇게 묻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이렇게 말하여라.
‘여러 장로들이여, 이런 인연이 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세간 가운데서 어느 한 부류의 사람이 비법(非法)을 익혀서 행하고, 삿된 견해[邪見]를 지니고 뒤바뀐 견해[顚倒見]를 지녔다면, 그들은 이미 열 가지의 착하지 않은 법[十不善法]을 행한 것입니다. 착하지 않은 법을 말하며 착하지 않은 법을 생각하며 삿된 견해에 전도되어서 이러한 열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을 지었기 때문에 생(生)을 보호하는 신(神)이 점점 버리고 떠났습니다. 이와 같은 무리들은 백이거나 천이라 해도 오직 하나의 신만이 머물면서 총괄하여 수호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소떼나 혹은 양떼가 백이거나 천인데도 그 곁에서 오직 한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도 그와 같이 수호하는 신이 적기 때문에 항상 비인(非人)에게 공포를 받습니다.
019_0399_c_01L어느 한 부류의 사람은 법다운 말을 하고 삿된 견해를 행하지 않고 뒤바뀐 견해도 없어서 그들은 이미 이러한 열 가지 선을 행하고 바른 견해[正見], 바른 말[正語]로 선업을 닦고 익혔습니다.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한량없는 백천의 신이 와서 수호합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런 사람은 비인에게 공포를 받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국왕과 국왕의 대신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백 또는 천 사람들이 수호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비구들이여, 모든 길거리와 네거리 가운데 굴곡진 언덕 등과 혹은 도살장, 혹은 빈 굴도 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여러 신과 비인들이 의지하고 있다. 또 시타림(尸陀林)의 골짜기와 온갖 나쁜 짐승이 다니는 길에도 모두 비인이 있으며, 무릇 모든 나무도 높이 1심(尋), 둘레 1척(尺)이면 신기(神祇)가 그 위에 의지하여 머물면서 지제(支提)로 삼는다.
비구들이여, 염부제(閻浮提) 사람은 다섯 가지의 일이 구타니(瞿陀尼)보다 낫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용감하고 건강한 것이고, 둘째 바른 생각이며, 셋째 염부제는 부처님이 출현하는 곳이고, 넷째 염부제는 업을 닦는 땅이며, 다섯째 염부제는 범행(梵行)을 행하는 곳이다.
019_0400_a_01L그 염부제는 다섯 가지가 불바제(弗婆提) 사람보다 나은데, 간략히 말하자면 앞에서와 같다. 그 불바제는 세 가지 일이 염부제 사람보다 낫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 그 주(洲)는 가장 크고, 둘째 그 주는 넓어서 모든 모래섬을 포함했으며, 셋째 그 주는 매우 미묘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사천왕천(四天王天)은 세 가지 일이 훌륭한데 첫째는 궁전이 높고, 둘째는 궁전이 미묘하며, 셋째는 궁전의 광명이 가장 훌륭하다.
019_0400_a_18L諸比丘!四天王天有三事勝,一宮殿高、二宮殿妙、三者宮殿最勝光明;
삼십삼천(三十三天) 역시 세 가지 일이 훌륭하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오래 살고, 둘째는 색이 빼어나며, 셋째는 즐거움이 많다.
019_0400_a_20L三十三天亦三事勝。何等爲三?一者長壽、二者色勝、三者多樂。
019_0400_b_01L삼십삼천과 같이 야마천(夜摩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마신천(魔身天) 등에도 모두 세 가지 훌륭한 일이 있는데, 도리천 같이 염부제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염부제는 다섯 가지가 모든 하늘ㆍ용의 무리보다 나은데, 위에 말한 것과 같다는 것을 너희는 알아야 한다.
무엇이 색계의 스물두 종류인가 하면 이른바 범신천(梵身天)ㆍ범보천(梵輔天)ㆍ범중천(梵衆天)ㆍ대범천(大梵天)ㆍ광천(光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광음천(光音天)ㆍ정천(淨天)ㆍ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광천(廣天)ㆍ소광천(少廣天)ㆍ무량광천(無量廣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상천(無想天)ㆍ무번천(無煩天)ㆍ무뇌천(無惱天)ㆍ선견천(善見天)ㆍ선현천(善現天)ㆍ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 등 이 스물두 종류가 색계에 속해 있다.
019_0400_c_01L무색계의 네 종류는 이른바 공무변천(空無邊天)ㆍ식무변천(識無邊天)ㆍ무소유천(無所有天)ㆍ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의 네 종류가 무색계에 속해 있다. 비구들이여, 그 세간 가운데는 네 종류의 구름이 있는데 백운(白雲)ㆍ흑운(黑雲)ㆍ적운(赤雲)ㆍ황운(黃雲)이다. 비구들이여, 그 네 종류 가운데 백색의 구름은 지계(地界)에 많이 있고, 흑색의 구름은 수계(水界)에 많이 있으며, 적색의 구름은 화계(火界)에 많이 있고, 황색의 구름은 풍계(風界)에 많이 있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비구들이여, 나는 능히 저 지다대천이 그와 같은 생각을 낸 줄 알고는 나쁜 소견을 끊어 그로 하여금 기쁘게 하였다. 모든 더러움 가운데서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고 과위(果位)를 증득하고 도를 깨달아 의혹이 없어지고 의심의 피안을 건너 다시는 번뇌가 없어지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법과 행을 따르면서 나에게 말했다. ‘대덕(大德)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거룩하신 스님에게 귀의하겠나이다. 대덕 세존이시여, 지금 이후로 저는 우바이(優婆夷)계를 받들어 지니며 나아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과 도적질과 비법(非法) 등을 하지 않겠나이다.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하여 청정하게 보호하며 지니겠나이다.’
019_0401_a_01L비구들이여, 또 어떤 때 수대천신도 역시 그와 같은 생각으로 나쁜 소견을 내어 ‘수계 안에는 지계와 화계ㆍ풍계가 없다’ 하였다. 나는 그 뜻을 알고 그에게로 가서 수천에게 물었다. ‘너는 실제로 그랬느냐?’ 그가 대답했다.
‘저도 실제로 그랬나이다.’
나는 다시 말했다. ‘천신아, 그와 같은 나쁜 소견을 짓지 말아라. 그 수계 안에도 지계ㆍ화계 및 풍계가 있다.’ 화천ㆍ풍천 역시 모두 이런 소견이 있는 것을 부처님께서 이미 알고 모두에게 가서 힐문하였더니, 모두 부처님에게 대답하기를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라고 하였다.
비구들이여, 또 구름이 있어 허공 가운데 1유사나(踰闍那)를 오르기도 하고, 혹은 2ㆍ3ㆍ4에서 5ㆍ6ㆍ7유사나에 이르러 머물기도 한다. 비구들이여, 또 구름이 있어 허공 가운데 백 유사나를 오르기도 하고 나아가 2ㆍ3ㆍ4ㆍ5ㆍ6ㆍ7ㆍ8백 유사나에서 멈추고 머물기도 한다. 또 구름이 있어 땅에서부터 허공의 천 유사나를 오르기도 하고 2ㆍ3ㆍ4ㆍ5ㆍ6ㆍ7천 유사나에서 머물기도 하고, 나아가 겁진(劫盡)에 이르기도 한다.
019_0401_b_01L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대답하여라. ‘세 가지 인연이 있어 서로 부딪치기 때문에 허공의 구름떼 속에서 소리의 울림이 나옵니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여러 장로들이여, 혹 어떤 때에는 구름 속의 풍계(風界)가 지계(地界)와 함께 서로 부딪치기 때문에 저절로 소리가 나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비유하자면 나뭇가지를 서로 문지르면 불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 여러 장로들이여, 이것이 곧 소리가 나오는 첫 번째 인연입니다.
‘여러 장로들이여, 두 가지 인연이 있어서 허공 중의 구름 속에서 번개가 나옵니다. 무엇을 두 가지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동방의 번개를 무후(無厚)라 하고, 남방에 있는 번개를 순류(順流)라 하며, 서방에 있는 번개를 타광명(墮光明)이라 하고, 북방에 있는 번개를 백생수(百生樹)라 하는데 여러 장로들이여, 혹 어떤 때에 저 동방의 무후 번개가 서방의 타광명 번개와 함께 서로 부딪치고 서로 접착되며 서로 문지르고 서로 때립니다. 이런 까닭으로 허공의 구름떼 속에서 광명이 생기는데, 이름을 번개[閃電]라 합니다. 이것이 곧 첫째 번개의 인연입니다.
019_0401_c_01L또 장로들이여, 저 남방의 순류 번개가 북방의 백생 번개와 함께 서로 부딪치고 서로 접착되며 서로 문지르고 서로 때립니다. 이런 까닭으로 번개가 생기는데 비유하면 마치 두 나무에 바람이 불어 서로 접촉하게 되면 저절로 불이 나왔다가 도로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곧 둘째 번개의 인연으로서 구름떼 속에서 광명이 나오는 것입니다.’
비구들이여, 혹 어느 때에 허공 가운데서 구름이 일어나고 우레가 진동하며 ‘가다가다(伽茶伽茶) 구주구주(瞿廚瞿廚)’라는 소리가 나며, 혹은 번개가 나오고 혹은 다시 바람이 불어 서늘하고 찬 기운이 오는 등 이와 같은 여러 가지는 모두 다 비가 내릴 현상이므로 점치는 사람이나 천문사(天文師) 등은 모두 이러한 때에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이때 라후라(羅睺羅) 아수라왕이 그 궁전으로부터 나와서 즉시 두 손으로 저 비구름을 잡아다가 바다 가운데로 던져버린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비를 막는 첫째 인연으로서 천문사나 점치는 자들이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마음에 의혹을 일으켜 하늘에서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하지만 마침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혹 어느 때에 허공에서 구름이 일어나고 구름 속에서 역시 ‘가다가다(伽茶伽茶)’라는 소리가 나며 또한 번개가 나오고 다시 서늘하고 찬 기운이 불어오면, 이때 천문인이나 점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하늘이 이런 때에는 반드시 비를 내린다고 기록한다. 이때 화계(火界)의 왕성한 힘[增上力]이 생겨 그 중간에서 비구름을 태워 없애버린다. 이것을 비를 막는 둘째 인연이라 하는데, 저 천문인은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마음에 미혹(迷惑)이 생겨 하늘에서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하지만 마침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019_0402_a_01L비구들이여, 혹 어느 때에 허공에서 구름이 일어나고 구름 속에서 역시 ‘가다가다’라는 소리가 나며 또한 번개가 나오고 다시 서늘하고 찬 기운이 불어오면, 이때 천문인이나 점치는 사람은 이런 현상을 보고는 하늘이 이런 때에는 반드시 비를 내린다고 기록한다. 이때 풍계(風界)의 왕성한 힘[增上力]이 생겨 저 구름을 불어서 저 가릉가(迦陵迦)의 자갈 가운데 던져 놓기도 하고, 혹은 단다가(檀茶迦) 자갈 가운데 던져 놓기도 하고, 혹은 다시 마등가(摩登迦) 자갈 가운데 던져 놓기도 하고, 혹은 빈 광야(曠野) 가운데 던져 놓기도 하며, 혹은 다시 마연나(摩連那) 자갈땅에 던져 놓기도 한다. 이것이 비를 막는 셋째 인연으로, 저 천문인은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마음에는 미혹이 생겨 하늘에서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하지만 마침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또 어느 때에 허공에서 구름이 일어나고 그 구름 속에서 역시 ‘가다가다’라는 소리가 나고 번개가 생기며 찬 기운이 불어오면, 점쟁이는 하늘에서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한다. 그러나 비를 내리게 하는 여러 천자(天子)들이 때로는 방일(放逸)함이 있는데, 방일함 때문에 그 구름은 때맞추어 비를 내리지 못하며 이미 때를 맞추지 못했으므로 구름은 저절로 소멸하고 흩어져버린다. 이것이 곧 비를 막는 넷째 인연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모든 천문인은 마음에 미혹이 생겨 하늘에서 반드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하지만 마침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019_0402_b_01L비구들이여, 또 어느 때에 공중에서 구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역시 ‘가다가다’라는 소리가 나고 또한 번개도 나오며 서늘하고 찬 바람이 불면, 그 천문인들은 마땅히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록한다. 그러나 이 염부제 세간 사람들 가운데 법답지 못한 행으로 모든 욕망에 빠져 마음껏 즐기며 간탐(慳貪)하고 질투하며 삿된 견해에 얽매인 자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이런 악행 때문에, 비법(非法)을 익히기 때문에, 욕심을 즐기고 탐착하기 때문에, 간탐과 질투로 다투기 때문에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다섯 가지의 비를 막는 인연이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9_0402_b_04L諸比丘!是名五種雨障因緣。”於其中,有優陁那偈:
꽃과 법과 색(色)과 수명과 의복과 사고 파는 일 혼인과 삼마제(三摩提)와 네 가지의 음식 등이니라.
019_0402_b_06L花法色壽命, 衣服幷賣買, 嫁娶三摩提,
四種飮食等。
두 가지 행과 포사타(晡沙他)1) 위아래를 삼계(三界)라 하며 구름 색과 모든 하늘들 구로사(俱盧舍)와 천둥 번개이니라.
019_0402_b_08L二行晡沙他, 上下名三界,
雲色諸天等, 俱盧舍鳴電。
9. 투전품(鬪戰品)
019_0402_b_09L起世經鬪戰品第九
“비구들이여,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모든 하늘들과 아수라(阿修羅)가 싸움을 일으켰을 때 제석천왕(帝釋天王)이 삼십이천에게 말하였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너희들 모든 하늘들이 만약 아수라와 함께 싸울 때는 마땅히 훌륭하게 장엄하고 무기를 잘 지녀야 한다. 만약 모든 하늘들이 이기고 아수라가 지거든, 너희는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을 산 채로 잡아 다섯 가지로 묶어서 선법당(善法堂) 앞 모든 하늘의 집회처(集會處)로 데리고 가서 두어라.’
삼십이천은 제석의 명을 듣고는 그대로 받들어 행하였다. 이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도 모든 아수라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만약 모든 하늘들과 아수라가 함께 싸워서 하늘이 만약 지거든, 즉시 제석천왕을 산 채로 잡아 다섯 가지로 묶어서 모든 아수라의 집회처인 칠두(七頭)에 데리고 와서 내 앞에 세워두도록 하여라.’
또 어떤 때에는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삼십삼천은 소용이 없다. 원컨대 모든 하늘들은 각자 안락하여라. 나는 마땅히 아수라 궁전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이러한 생각을 일으켰을 때 그 몸의 다섯 가지 결박은 즉시 다시 묶여지고 5욕의 공덕도 갑자기 흩어지고 사라져버렸다.
비구들이여, 그 비마질다라 아수라왕도 이와 같이 빈틈없는 결박이 있는데 그 모든 악마의 결박은 이보다 더욱 세밀하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삿된 생각을 할 때는 즉시 결박을 당하고 바르게 생각하면 즉시 해탈하기 때문이다.
019_0402_c_13L諸比丘!彼毘摩質多羅阿修羅王,有於如是微細結縛;其諸魔縛,復細於此。
왜냐하면, 비구들이여, 내[我]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삿된 생각이며, 내가 없다고 생각하면 역시 이도 삿된 생각이며, 나는 항상하다거나 나는 무상(無常)하다거나, 색(色)이 있다거나 색이 없다거나, 상(想)이 있다거나 상이 없다거나, 또는 상이 있는 것도 아니며 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곧 삿된 생각이다.
019_0403_a_01L비구들이여, 이러한 삿된 생각은 바로 종기이고, 바로 부스럼이며, 마치 독화살과 같다. 그 중에 많이 들은 성자(聖者)로서 지혜 있는 사람은 이런 삿된 생각이야말로 병과 같고 부스럼과 같고 종기와 같고 화살과 같음을 안다. 이와 같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바른 생각에 매이고, 마음대로 행하지 않으며, 마음으로 하여금 움직이지 않게 하여 이익되는 것이 많다.
비구들이여, 만약 내[我]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삿된 생각이요, 이는 유위(有爲)이고 이는 희론(戱論)이다. 만약 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희론이다. 나아가 색(色)이 있다거나 색이 없다거나, 상(想)이 있다거나 상이 없다거나, 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는 것은 모두가 곧 희론이다.
019_0403_b_01L이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다섯 가지로 묶여서 하늘 무리 앞에 있으면서 제석천왕이 선법당으로 들어와 앉는 것을 보고는, 곧 나쁜 말로 여러 가지의 욕설을 하고 천주(天主)를 헐뜯었다. 그 천제석을 시종하는 마다리(摩多離)는 아수라 비마질다라가 대중에게 욕설을 하고 천주를 헐뜯는 것을 보고는, 문득 게송으로 제석에게 아뢰었다.
제석천왕은 부끄럽고 두렵지만 힘이 없어서 그냥 참습니다. 이런 추악한 욕설을 들어도 모두 수용하고 말이 없으십니다.
019_0403_b_02L帝釋天王爲羞畏, 爲當無勢故懷忍?
聞於如是麤惡罵, 含受容耐都不言。
이때 제석은 다시 게송으로써 마다리에게 말했다.
019_0403_b_04L爾時,帝釋還以偈,答摩多離言:
나는 부끄럽고 두려워 참는 것이 아니요 또 아수라보다 힘이 없어서도 아니다. 어느 누가 나 같이 신령한 계책을 지녔을까마는 어찌 저 무지한 자와 같이 맞서겠느냐.
019_0403_b_05L我非羞畏故懷忍, 亦非無力於修羅,
誰能如我神策謀, 豈得同於彼無智?
그때 마다리가 다시 게송으로써 천주에게 아뢰었다.
019_0403_b_07L時,摩多離復更以偈,白天主言:
만약 엄중하게 꾸짖지 않는다면 어리석음은 성하고 더욱더 자랄 것입니다. 만약 무지한 자를 굴복시키면 매질이 겁나 내닫는 소와 같이 될 것이나
019_0403_b_08L若不嚴加重訶責, 愚癡熾盛轉更增,
若當折伏無智人, 猶如畏杖牛奔走。
지금 놓아두어 그를 즐겁게 한다면 제자리로 가서는 더욱 교만해집니다. 그러므로 밝은 지혜로 위엄을 보이고 용맹을 나타내어 어리석음 끊어주소서.
019_0403_b_10L今以縱之爲彼樂, 至其處所更憍高,
是故明智示以威, 顯現勇猛斷愚騃。
이때 제석은 또 게송으로 마다리에게 대답하였다.
019_0403_b_12L爾時,帝釋復以偈,答摩多離言:
모든 사람의 어리석음을 굴복시키는 것 이런 일을 나는 옛날부터 알기 때문에 성내고 싫어하며 욕설을 퍼부어도 나는 듣고 참으며 마음을 자제한다.
019_0403_b_13L如斯之事我久知, 爲伏諸人愚癡故,
彼以瞋嫌而罵詈, 我聞堪能自制心。
이때에 마다리가 또 게송으로써 제석에게 아뢰었다.
019_0403_b_15L時,摩多離更復以偈,白帝釋言:
제석천왕이시여, 잘 생각하소서. 이렇게 참으신다면 근심이 생깁니다. 저 어리석은 자는 이같이 욕설하기를 겁나고 무서우며 부끄러워 대꾸도 못한다고 합니다.
019_0403_b_16L帝釋天王願善思, 如是之忍有一患,
彼愚癡者如是罵, 謂言怯畏恥不言。
그때 제석은 거듭 게송으로 마다리에게 대답하였다.
019_0403_b_18L爾時,帝釋重復偈,答摩多離言:
어리석은 종자는 제 마음대로 내가 두려워 말없다 할 것이다. 만약 몸의 이익과 편안을 구하려면 그들에게는 모름지기 참아야 한다.
019_0403_b_19L愚癡種類隨心意, 謂言畏彼我默然,
若欲益身求利安, 於彼等邊須有忍。
내가 그에게 욕설을 당했다 해서 성난 자에게 다시 성냄을 일으켜 응하지 말라. 성난 자에게 성냄으로 갚는다면 이런 싸움에는 이기기가 어렵다.
019_0403_b_21L如我意見彼惡罵, 不應於瞋復起瞋,
於瞋者邊報以瞋, 如是戰鬪難得勝。
019_0403_c_01L 만약 남에게 괴로움을 당한다면 힘이 있으면서 참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참음이 최고의 강함임을 알아라. 이렇게 참을 때 찬미(讚美)를 받느니라.
019_0403_b_23L若當爲他所嬈惱, 有力能忍者爲難,
應知此忍最爲强, 如此忍時須讚美。
자기나 남이거나 간에 마음 일으켜 크게 두려워하는 것 뽑아버려라. 남이 성내고 욕하는 것 들었다고 그에게 원망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019_0403_c_02L若自若他所興心, 皆求救拔大畏處,
旣被他人瞋罵已, 不應於彼起怨憎。
만약 자기에게나 남에게나 둘 다 이익되게 해야 하나니 남이 성내고 욕설하는 것을 안다면 자신의 성남을 돌이켜 소멸해야 한다.
019_0403_c_04L若於自己及他邊, 如是二處應作益,
旣知他瞋嫌罵已, 能使自瞋轉得消。
이처럼 둘 다 이익되는 마음가짐은 자기나 남이나 모두를 위한 것이니 만약 남의 뜻을 어리석다 여긴다면 이는 법의 소인(所因)을 몰라서이다.
019_0403_c_06L如是二處利益心, 若自若他皆悉爲,
若他意念是癡者, 斯由不知法所因。
만약 힘센 모든 대장부라면 힘없는 자에게는 참아야 한다. 이렇게 참는 자는 남이 칭찬한다. 힘없는 자에게 참으며 성내지 않는다고.
019_0403_c_08L若有大力諸丈夫, 能爲無力故含忍,
如是忍人他讚歎, 無力人邊忍不瞋。
그는 지혜의 힘이 없어서 오직 어리석은 힘으로 힘을 삼고 이런 어리석음 때문에 법을 버리니 이런 무리에게는 바른 행이 없다.
019_0403_c_10L爲彼無有智慧力, 唯以愚癡力爲力,
以愚癡故棄捨法, 如此人輩無正行。
어리석은 마음에 나를 이겼다 생각하며 성내고 욕설하며 거친 말을 하지만 참음이야말로 항상 악을 이기나니 이 참음의 거룩한 힘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019_0403_c_12L愚癡心生念我勝, 瞋恚罵詈出麤言,
能忍彼惡有常勝, 是忍增上難具說。
훌륭한 자의 말이 두려움은 물론이며 동등한 자는 원망할까 두려워서 참는다. 아랫사람 말을 듣고도 능히 참는다면 이 참음이야말로 지혜 있는 자에게 칭찬받는다.
019_0403_c_14L勝者語言畏不論, 於等恐生冤故忍,
聞下論說能忍者, 此忍爲諸智稱揚。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의 제석은 바로 나의 몸이었다. 나는 그때 삼십삼천왕이 되어 자재하게 다스리고 교화하여 훌륭한 복의 과보를 받아 마음대로 쾌락을 누리며 항상 인욕하였고 또한 인욕을 찬탄했으며, 즐겁게 행하고 어울리며 성냄이 없었고 항상 성냄이 없는 이를 찬탄하였다.
019_0404_a_01L비구들이여, 지금 너희들은 수행하는 가운데 믿고 아는 마음을 가져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여 부지런하고 게으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말해 보아라. 너희들이 만약 다른 중생에게 능히 인욕을 행하고자 하면, 인욕을 찬탄하고 조화하고 순응하며 자비로워서 항상 안락을 행하고 성냄을 없애버리고 성냄이 없는 이를 찬탄해야 한다. 비구들이여, 역시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비구들이여,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모든 하늘들과 아수라가 각각 무기를 엄하게 하여 전투를 하려고 할 때, 그때 제석이 하늘 무리에게 말하였다. ‘모든 어진 이들이여, 만약 아수라와 모든 하늘이 싸워서 하늘이 승리를 하거든 너희들은 다섯 가지로 그를 묶어라.’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르침을 받들었다. 아수라왕 역시 군사들에게 명령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전투에서 아수라가 이겼다. 제석천왕은 두려워하여 등지고 도망가느니보다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때 마부는 천 폭(輻)의 현조어거(賢調御車)를 돌려 천궁(天宮)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하나의 거타사마리(居吒奢摩梨) 나무가 있었는데, 그 위에 금시조왕(金翅鳥王)이 집을 짓고 많은 알을 낳아 놓은 것을 제석이 보고는 마부 마다리(摩多離)에게 말하였다.
019_0404_b_01L비구들이여, 그때 제석의 자비로운 인연 때문에 모든 하늘은 다시 승리하고 아수라는 졌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천제석을 알고 싶은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때에 천주(天主)가 되어 삼십삼천을 거느리고 자재하게 다스리고 교화하여 훌륭한 복의 과보를 받았으면서도 오히려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어 그 수명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 자비한 마음을 일으켰다. 너희들 비구는 믿음으로 집을 버리었으니 마땅히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여라.
비구들이여,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하늘과 아수라가 전투를 하려고 할 때, 그때 제석은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에게 말했다. ‘어진 이여, 우리들은 갖가지의 싸움을 그칩시다. 하늘과 아수라 가운데는 각각 지혜로운 자가 있을 것이며, 그들은 모두 선과 악에 대해 우리들보다 잘 알 것입니다. 모든 법의 이치[法義]를 말하되 단지 선한 말[善說]을 하는 장자(長者)가 승리하도록 합시다.’
‘모든 어진 이들이여, 지금 천제석께서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을 다스리고 교화하되 모든 칼이나 몽둥이나 채찍질이 없었고, 역시 싸움이나 헐뜯고 욕하거나 원수도 없었으며, 또한 송사나 갚음을 구함도 없었습니다. 또 생사 가운데에는 근심과 싫어함이 있으며, 욕망을 멀리 떠나기를 구하는 것은 적멸(寂滅)을 위해서이고, 적정(寂靜)을 위해서이고, 신통을 얻기 위해서이고, 사문(沙門)이 되기 위해서이고, 정각(正覺)을 성취하여 열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어진 이들이여, 그러나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말한 게송에는 이와 같이 좋고 묘한 말이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 오직 칼과 몽둥이와 혹독하게 치는 채찍질과 싸움과 헐뜯고 욕하고 송사하고 원수지고 보복을 구하는 것만이 있습니다. 생사에는 근심과 싫어함이 없다면서 모든 욕망에 탐착하여 적정(寂靜)과 적멸(寂滅)의 행을 구하지 않고 신통과 사문의 과위도 바라지 않으며 정각(正覺)과 열반(涅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의 제석은 곧 나의 몸이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때 저 도리천왕(忉利天王)이 되어 자재하게 다스리고 교화하여 복락을 받았으며, 선한 말로 전투를 삼았고 선한 말 때문에 전투에서 항상 이겼다. 그러므로 지금 너희 모든 비구들은 나의 선한 말로 법을 가르치는 가운데서 깨끗한 마음으로 속세를 떠나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정진(精進)을 하고 있다. 너희들이 만약 선한 말과 악한 말을 교법(敎法) 가운데서 구하여 이치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비구들이여, 그 훌륭한 전각 밖에 따로 1백의 니리유하(尼梨由河)가 있었으며, 그 유하 하나하나 사이에는 다시 각각 일곱 개의 구타가라(鳩吒伽羅)가 있었는데 모두 7보로 이루어졌다. 그 하나하나의 구타가라 안에는 각각 일곱 개의 방이 있었고, 하나하나의 방마다 일곱 개의 걸상이 있었고, 하나하나의 걸상 위에는 일곱의 옥녀(玉女)가 있었으며, 하나하나의 옥녀에는 다시 각각 별도로 일곱 여인이 있어서 모시고 있었다.
그때 라후라 아수라왕은 다시 용약(踊躍)과 환화(幻化) 두 아수라왕을 생각하였다. 그때 두 왕은 그가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는 곧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소왕과 권속을 생각한다는 걸 알고 각각 무기를 삼엄하게 갖추어서 왕에게로 나아갔다. 도착한 다음 모두가 라후라 아수라왕에게로 왔다.
019_0406_a_01L그때 라후라 아수라왕도 몸소 여러 가지를 입고 몸에 무기를 삼엄하게 해서 비마질다라ㆍ용약ㆍ환화 세 아수라왕과 그 세 왕의 소왕과 모든 권속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저 아수라성(阿修羅城)에서부터 인도하고 따르고 하면서 나와 도리(忉利)의 모든 하늘과 전투를 하려고 했다.
그때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의 두 대용왕은 궁전으로부터 나와서 각각 몸을 수미류산(須彌留山)으로 일곱 겹을 두르고 산을 움직였다. 움직이고 다시 움직이고 크게 움직이며 두루 움직였다. 흔들고 다시 흔들고 크게 흔들고 두루 흔들었다. 솟구치고 다시 솟구치고 크게 솟구치고 두루 솟구치면서 꼬리로 바다를 쳐서 한 방울의 물을 수미류산의 꼭대기에 이르게 했다.
비구들이여, 그때에 천주 제석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하늘 무리들에게 말했다. ‘너희 어진 이들이여, 이 큰 땅이 이와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는가. 공중에 구름이 자욱하여 마치 비구름 같고 또 가벼운 안개와 같은 것은 아수라가 하늘과 함께 싸우려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바다 안에 사는 모든 용은 각자의 궁전에서 갖가지로 삼엄하게 갖추고 무기를 들고 나와서 아수라 앞으로 향했다. 그 전투에서 이기는 자는 퇴각하는 것을 쫓아서 바로 그 궁전에 이르게 되었지만, 지는 자는 무서워하며 도망하여 지거(地居) 야차(夜叉)들에게로 가서 도착한 다음 말했다.
‘발족 야차시여, 어진 이들은 알고 계십니까? 모든 아수라가 하늘과 싸우려 합니다. 그대들은 와서 우리와 함께 서로 도와 그곳으로 가서 타파해야 합니다.’
019_0406_a_22L‘鉢足夜叉,仁輩知不?諸阿修羅欲共天鬪,汝等可來共我相助往彼打之。’
019_0406_b_01L발족이 듣고 나서 몸을 엄하게 하고 무기를 들고 서로 따라갔지만, 내지 물러나 도망가서 지만(持鬘)에게 말했다. 모든 야차들은 앞에서와 같이 져서 물러나 도망하여 상취(常醉) 야차에게 가서 말했다. 상취가 듣고 나서 다시 무기를 엄하게 하여 지만 등과 함께 힘을 합해서 싸웠다. 이기는 자는 쫓아서 들어가 궁전에 이르렀지만, 지는 자는 무서워서 물러나 도망하여 사대천왕 등에게 향해 갔다. 도착한 다음 사천왕에게 아뢰었다.
‘천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모든 아수라가 지금 모여서 하늘과 싸우고자 합니다. 마땅히 그곳으로 가서 그들과 더불어 싸워야 합니다.’
019_0406_b_14L‘天王當知,諸阿修羅,今者聚集,欲共天鬪,宜應向彼與其共戰。’
때에 천제석은 사천왕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 속으로 허락하고는 즉시 한 마나파(摩那婆) 하늘을 불러서 말했다. ‘너 천자야, 오너라. 너는 지금 수야마천(須夜摩天)과 산도솔타(珊兜率陀)와 아울러 화자락(化自樂)과 타화자재(他化自在)의 모든 천왕들에게로 가라. 그곳에 이르거든 나를 위하여 아뢰기를 ≺어진 모든 하늘이시여, 아실 것입니다. 모든 아수라가 하늘과 싸우고자 하니 여러 어진 이들은 마땅히 우리를 도와야 합니다. 와서 함께 그곳으로 가서 더불어 싸워야 합니다≻ 하여라.’
019_0406_c_01L그때 수야마천왕은 제석천의 사자(使者) 마나파로부터 이 말을 듣고 나서는 마음 속으로 즉시 저 수야마의 모든 하늘 무리를 생각했다. 그때에 저 하늘 무리는 천왕이 마음으로 자기들을 생각하는 것을 알고는 즉시 갖가지 갑옷과 무기를 갖추고 하늘의 갖가지 모든 기마를 타고 저마다 그 천왕에게로 향해 가서 도착한 다음 앞에서 각각 서 있었다.
그때 그 사자(使者) 하늘 마나파는 다시 산도솔타천왕(珊兜率陀天王)에게로 올라가서 도착한 다음, 곧 산도솔타천왕에게 이와 같이 아뢰었다. ‘어진 이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제석천왕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수라들이 하늘과 더불어 싸우고자 하니 어진 이여, 원컨대 오시어 우리를 도와 그곳으로 가서 힘을 합해 싸워야 합니다≻ 하였습니다.’
그 도솔타(兜率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즉시 모든 천자(天子) 무리를 생각하니, 모두가 알고는 와서 도솔타대천왕에게로 모였다. 도착한 다음 즉시 저마다 무기를 엄히 지니고 갖가지의 기마를 타고 서로 인솔하며 둘러싸서 아래로 내려와 수미류산의 남쪽에 머물렀는데, 한량없는 백천만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 황색의 항복시키기 어려운 번기를 세우고 봉우리를 의지하고 서 있었다.
019_0407_a_01L그때 저 하늘의 마나파 사자는 다시 화락천(化樂天)으로 올라가서 아뢰었다. ‘어진 화락천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제석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그 아수라가 하늘과 더불어 싸우고자 한합니다≻라는 자세한 말을 앞과 같이 아뢰어 청하니, 나아가 그 하늘과 더불어 한량없는 백천만 수의 모든 천자들이 와서 저마다 갑옷을 차려 입고 갖가지의 기마를 타고 내려와 수미류산 서쪽에 이르러 적색의 항복시키기 어려운 번기를 세우고 봉우리를 의지해 서 있었다.
이와 같이 올라가 타화자재(他化自在)의 모든 천자들에게도 아뢰었는데 하나하나가 앞에서와 같았다. 때에 그 하늘 무리들은 엄하게 무기를 지니고 화락(化樂)의 배가 되는 한량없는 백의 천자, 한량없는 천의 천자, 한량없는 백천의 천자에게 둘러싸여 아래로 내려와 수미류산 북쪽에 백색의 항복시키기 어려운 번기를 세우고 봉우리를 의지해 서 있었다.
그때 제석은 위의 모든 하늘이 다 운집한 것을 보고는 마음으로 공중의 모든 야차들을 생각했다. 때에 허공 가운데의 모든 야차 무리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했다. ‘제석 천주께서 마음으로 우리들을 생각하신다.’ 이와 같이 알고는 즉시 서로 경계하여 알려서 갑옷을 입고 무기를 지니고 장신구를 엄히 갖추어 저마다 입고는 갖가지의 수레를 타고 천제석 앞으로 나아가 한쪽에 머물렀다.
그때에 천제석은 또다시 모든 소천왕(小天王)과 삼십삼천의 권속을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에 모두 저마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엄하게 지니고 갖가지 수레를 타고 천주 앞에 이르렀다. 이때 제석은 몸소 갖가지의 갑옷과 무기를 지니고 갖가지 수레를 타고 공중의 야차와 모든 소왕과 삼십삼천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천궁을 나왔으니, 아수라와 전투를 하기 위해서였다.
019_0407_b_01L비구들이여, 모든 하늘은 그때 아수라와 전투를 할 때에 이와 같은 여러 가지의 무기가 있었는데, 이른바 칼ㆍ화살ㆍ창ㆍ쇠망치ㆍ방망이ㆍ금강쇠꼬챙이 화살[金剛鈹箭]ㆍ얼굴 화살[面箭]ㆍ끌 화살[鑿箭]ㆍ화살촉[鏃箭]ㆍ송아지 이빨 화살[犢齒箭]ㆍ가릉가잎 화살촉[迦陵伽葉鏃箭]ㆍ가는 화살촉[微細鏃箭]ㆍ쇠뇌 화살[弩箭] 등이다.
이와 같은 무기들은 여러 가지 색깔이 섞여 있어 사랑할 만하며, 금(金)ㆍ은(銀)ㆍ유리(琉離)ㆍ파리(頗梨)ㆍ적진주(赤眞珠)ㆍ자거(車𤦲)ㆍ마노(馬瑙)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이 여러 무기로 멀리 저 아수라의 몸을 향해 던지면 꽂히지도 않고 해(害)도 주지 않으면서 그들의 몸을 뚫고 지나가지만 역시 상처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다만 닿은 인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