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왕에게 나타나는 옥녀보(玉女寶)가 어떤 것인가 하면, 전륜왕이 아침에 여러 신하들과 모여 앉아 국사를 논할 때 옥녀보가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옥녀(玉女)는 단정하고 곱고 좋으며 얼굴빛은 비할 곳이 없다. 또한 몸집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뚱뚱하거나 야위지도 않고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몸에 있는 모든 털 구멍에서는 한결같이 전단향을 풍기고, 입에서는 연꽃 향기가 풍겨 나온다. 전륜왕이 이 옥녀보를 참으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지만 그 마음으로도 다른 사람을 향해 음욕을 일으키지 않거늘 하물며 또 몸으로 음욕을 행하겠는가.
전륜왕에게 나타나는 주장성신보(主藏聖臣寶)가 어떤 것인가 하면, 전륜왕이 아침에 신하들과 모여 앉아서 국사를 논할 때에 주장성신보가 앞에 나타난다. 지혜롭고 모든 세상 이치에 해박한 주장성신보는 지극히 정성스럽게 전륜왕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전륜왕이시여, 뭔가 바라거나 구하는 것이 있으면 제가 천왕을 위하여 처리하겠습니다. 왕께서는 그저 편안하게 앉아 계십시오.’
전륜왕에게 나타나는 병신보(兵臣寶)가 어떤 것인가 하면, 전륜왕이 아침에 신하들과 모여 앉아 국사를 논할 때에 병신(兵臣)이 앞에 나타나는데, 지혜롭고 용맹하며 매사에 해박하다. 그는 전륜왕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저에게 시키시면 처리하겠습니다. 왕께서는 그저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히 앉아 계시옵소서.’
이때 전륜왕은 병신을 시험하려 하여 4부 병사를 모이게 한 뒤에 병신보에게 이렇게 말한다. ‘병법(兵法)에 밝지 못한 이는 가르쳐서 일깨워 주고, 이미 밝은 이는 가르쳐서 거듭 알게 하라. 머무는 법에 밝지 못한 이는 가르쳐서 머무는 법을 알게 하고, 말타기와 활쏘기에 밝지 못한 이는 가르쳐서 그것을 알게 하라.’
019_0433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륜왕에게 네 가지 덕이 있는데, 어떤 것이 네 가지 덕인가 하면, 첫째, 큰 부자여서 진귀한 보석과 밭ㆍ집ㆍ노비ㆍ구슬ㆍ코끼리ㆍ말과 솜씨 있는 장인이 매우 많다. 온 세상 사람 중에 부유하기로 전륜왕만한 이가 없으니, 이것이 전륜왕의 첫 번째 덕이다.
전륜왕은 바른 법으로 바른 견해를 행하고 착한 견해를 거스르지 않으며,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한다. 그리고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과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열 가지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도록 가르친다. 전륜왕이 여러 나라의 백성들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과 같고, 여러 나라의 백성들이 전륜왕을 아끼고 공경하는 것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아끼는 것과 같이 한다.
전륜왕이 천하를 다스리면 염부리의 땅은 평평하고 반듯해지며 높낮이도 없어지며, 가시덤불도 없고 독을 지닌 짐승이나 벌레ㆍ개미가 없고, 산 언덕이나 골짜기도 없어지며, 자갈땅도 없어지며,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금ㆍ 은ㆍ명월주ㆍ옥ㆍ유리ㆍ호박ㆍ수정ㆍ차거ㆍ마노와 산호만이 버려져 있을 뿐이다. 전륜왕이 천하의 나라를 다스릴 때는 부유하고 즐거워지며 평온함이 치성해지고 오곡은 풍요롭게 무르익고 백성들은 매우 많아진다.”
019_0433_c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천하에는 8만의 군국(郡國)과 마을이 있는데, 닭 울음소리가 잇달아 서로 울린다. 전륜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천하에는 언제나 물과 풀과 나무가 가득한데, 항상 푸른 나무에 언제나 잎과 꽃이 달려 있다. 그 땅에는 풀이 둘레에 깔려 있는데, 빛깔은 공작 털과 같고 향기는 꽃향기와 같다. 발로 위를 밟으면 4치쯤 움푹 들어가지만 발을 들면 예전처럼 다시 올라온다. 땅 위의 풀 또한 4치가 비어서 앙상한 곳이 없다.
향나무가 있는데 항상 꽃과 열매가 달리고 그 열매를 쪼개면 온갖 향기가 풍겨 난다. 의복의 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달리고, 쪼개면 갖가지 의복이 나오고, 구슬과 영락의 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달리고, 속을 쪼개어 보면 그 속에 무앙수의 온갖 구슬과 영락이 들어 있다.
불식(不息) 꽃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쪼개 보면 그 속에 온갖 불식이 있다. 과일나무가 있는데 항상 꽃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쪼개 보면 그 속에 갖가지 과일이 있다. 그릇 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쪼개 보면 그 속에 갖가지 그릇이 있다. 음악 나무가 있는데 꽃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쪼개 보면 그 속에 갖가지 음악이 있다.
019_0434_a_01L전륜왕이 죽은 뒤에 금륜과 백상보는 문득 사라져 떠나가 버리고, 감색마보와 명월주도 없어진다. 옥녀보와 주장신보와 도도성신보(導道聖臣寶:兵臣寶)는 곧 전륜왕의 몸을 씻긴 뒤에 솜으로 몸을 싸고, 다시 5백 장의 담요로 몸을 감고서 철관(鐵棺)에 넣는다. 그리고 소(酥)를 그 위에 가득 차도록 부은 뒤 뚜껑을 덮고 못을 친다. 그리고 나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풍악을 울리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전륜왕의 관을 매어다 성 밖으로 들어내고서 온갖 향 나무의 섶을 쌓고는 관을 장작 위에 올린 뒤 곧 불을 질러 태운다.
관이 다 타고 나면 옥녀보와 주장성신보와 도도성신보는 함께 뼈를 거두어서 네거리 가운데 7보로 탑을 세우고 그 속에 안치한다. 탑의 높이는 40리이고, 너비와 길이도 40리이다. 탑의 둘레에 담을 치는데 너비와 길이가 2백 리이며,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붉은 진주ㆍ차거와 마노의 7보로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교로와 일곱 겹의 가로수가 둘레를 에워싸니, 참으로 아름답다.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전륜왕에게 예배하며 법을 행하고 탑을 일으키니, 그 사람들은 모두 한없는 복을 얻는다.
이때 옥녀보와 주장성신보와 도도성신보는 전륜왕을 위하여 탑을 세운 뒤에 곧 보시를 하는데, 주린 이에게는 밥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는 물을 주고, 옷을 원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향기로운 꽃을 원하는 이에게는 향기로운 꽃을 주며, 재물과 소와 양을 얻으려는 이에게는 재물과 소와 양을 준다. 이렇게 보시를 하고 난 뒤에 옥녀보와 주장성신보와 도도성신보도 모두 목숨을 마친다.”
019_0434_b_01L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철위산(大鐵圍山)이 있고, 다시 또 제2의 대철위산이 있는데, 그 중간은 칠흑같이 어두우니, 해와 달의 크고 높은 신의 광명도 능히 그곳까지 비추지 못한다. 그 안에 여덟 개의 큰 니리[大泥犁]가 있고, 하나의 니리에는 열여섯 부(部)가 있다. 첫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상(想)이고, 두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흑이(黑耳)이고, 세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승건(僧乾)이고, 네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노렵(盧獦)이고, 다섯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교환(噭嚾)이고, 여섯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소자(燒炙)이고, 일곱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부자(釜煮)이고, 여덟 번째의 큰 니리 이름은 아비마하(阿鼻摩訶)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상(想)이라 하는가 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저 대상니리(大想泥犁)에 떨어지면, 여덟 개의 손가락에 날카로운 칼과 같은 손톱이 자라나는데, 서로가 그 손톱을 가지고 움켜쥐고 찌르니 손이 닿는 대로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하여 생각[想]으로 서로 죽이고만 싶어하니, 이런 거친 일[麤事] 때문에 상(想:생각함)니리라고 한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대상니리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을 손으로 할켜서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껍질을 벗긴다. 이렇게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고만 싶어하다가 이윽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 몸의 상처가 예전처럼 회복되어 서로 연이어 말을 건네되, ‘다시 오래도록 살아야겠다’고 하기도 하고, 그 중에서는 또한 서로 ‘우리들은 이제야 마침내 살아났다’고 말하기도 하나니, 이 때문에 상니리라고 한다.
019_0434_c_01L또 흑계니리의 동쪽 벽에서 불이 세 바퀴를 돌면서 죄인을 태우고는 불꽃이 서쪽 벽에 닿고, 서쪽 벽의 불꽃은 동쪽 벽에 닿고, 남쪽 벽의 불꽃은 북쪽 벽에 닿고, 북쪽 벽의 불꽃은 남쪽 벽에 닿고, 위의 불꽃은 땅에 닿고, 아래의 불꽃은 올라가서 위에 닿는다. 사람이 그 속에 있어서 타고 구워지니, 지독한 고통은 참을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다가 비로소 흑계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달아나서 벗어나려고 한다.
다시 니리가 있으니, 비시(沸屎)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모두 비시니리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부글부글 끓는 물이 목까지 닿도록 튀어오르는데, 벗어나려 해도 다른 이가 손으로 움켜잡고 거꾸러뜨리므로 나오려 해도 나올 수 없다. 온몸과 손ㆍ발ㆍ귀ㆍ코ㆍ얼굴ㆍ눈이 다 문드러지고 익으니, 지독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또한 철구(鐵口)라는 벌레가 있는데, 사람의 해골을 쪼고 사람의 살을 쪼아서 구멍을 내고 뼈를 갉아먹으며 사람의 골을 파먹는다. 니리 속의 죄인이 똥을 움켜쥐고 먹으면 입술과 혀를 모두 태우고, 목구멍과 뱃속의 장과 위까지 모조리 짓이기고서 곧 아래로 스쳐 내려가는데, 이 때의 지독한 고통은 참을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 있은 뒤에야 비로소 비시니리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다시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다시 니리가 있는데, 오백정(五百釘)이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들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옥졸이 각각 사람의 손발을 잡아서 눕히고 두들겨 팬 뒤에 땅에 붙박아 놓고 달군 쇠못을 오른 손바닥과 왼 손바닥에 박으며, 쇠못을 오른발에 박고 다시 왼발에까지 박는다. 다시 쇠못을 그 심장에 박고 나아가 몸에 박는데 못이 아래 땅까지 뚫리도록 박아 넣는다. 이리하여 모두 5백 개의 못을 그 몸에 박는데 죄인은 계속 움직이며 일어나려 하지만 지독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이때 옥졸이 묻는다. ‘원하는 것이 있는가?’ 죄인은 대답한다. ‘나는 그저 배고프고 목이 말라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019_0434_c_20L泥犂旁問言:‘欲求何等?’報言:‘我但苦飢渴!’
019_0435_a_01L그러면 옥졸은 재갈을 물려 그의 입을 벌리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를 그 목 안에 부어 넣는다. 쇠는 입술과 혀, 목구멍을 모두 태우고 뱃속의 장과 위를 다 태워 문드러지게 만드나니, 장과 위를 스쳐 아래로 내려간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죄인은 니리 속에서 아주 오래 있은 뒤에라야 비로소 오백정 니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그러면 옥졸은 곧 각기 그 몸을 잡아 땅에 엎드리게 해 놓고 재갈을 물려 입을 벌린 뒤에 녹인 구리를 죄인의 입에 부어 넣는다. 그러자 입술과 혀는 모두 그을리고 뱃속의 오장과 장과 위가 모두 데어서 문드러지고 타고 지져진다. 이렇게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니리 속에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벗어나게 된다.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그러면 옥졸은 곧 각기 그 사람 몸을 붙잡아 마구 두들겨 팬 뒤에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땅에 엎드리게 하고서 재갈을 물려 입을 벌려서 이글거리는 철환(鐵丸)을 사람 입 안에 넣는다. 그러면 입술과 혀, 목구멍을 다 태우고 오장과 장과 위를 모두 태우면서 철환은 아래로 스쳐 내려간다. 이렇게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 있은 뒤에 비로소 음니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곧 벗어나고자 달아난다.
019_0435_b_01L또 다른 니리를 만나게 되니, 일동부(一銅釜)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들이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가면 옥졸이 함께 그 사람의 온몸을 들어서 가마 속에 넣고 삶는다. 가마 바닥에 있어도 익고 위에 있어도 익으며,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거품이 일어나서 위에 드러나 있는 손발을 덮어 그것마저도 익히니, 마치 콩을 삶을 때 밑에 있는 콩도 익고, 위에 있는 콩도 익고, 덮여 있는 콩도 익고, 드러나 있는 콩도 익는 것처럼 니리 안의 사람도 또한 그러하니, 2만 리 동부니리 안에 있으면 위와 아래가 모두 익는다. 그리하여 머리ㆍ얼굴ㆍ귀ㆍ코ㆍ손과 발이 모두 익어서 문드러지면 옥졸이 창을 넣어 찔러 본다. 그러면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일동부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다동부(多銅釜)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들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옥졸이 곧 각각 그 몸과 손발을 들어서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마 속에 넣는다. 그러면 이리저리 구르면서 밑에 가라앉기도 하고 위로 떠오르기도 하면서 머리와 얼굴과 손과 발이 모두 익어 문드러진다. 이때 옥졸이 창으로 죄인을 짓찧는다. 그리고 그를 들어다가 다른 가마 속에 넣고 삶는데, 괴로움은 앞에서와 똑같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다동부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마(磨)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들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옥졸이 각각 죄인을 잡아다가 쇠맷돌 위에 붙들어 누이고는 덮개를 덮고 빙빙 돌리며 간다. 그러면 몸이 부서져 피와 살이 흘러내리고 뼈만 맷돌에 남게 되는데, 이때 가운데서 불이 나와 뼈를 태운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철마(鐵磨)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019_0435_c_01L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농혈(膿血)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피고름이 고이면서 불꽃이 생겨 나온다. 그런데 죄인이 손발로 움켜쥐고 만지면서 벗어나려고 하면 머리와 얼굴ㆍ귀ㆍ코ㆍ신체와 손발이 모조리 타 버린다. 이어 제 손으로 피고름을 훔쳐서 먹는데, 입술과 혀와 목구멍이 모두 타 버리고 뱃속의 장과 위, 오장도 전부 타면서 이내 아래로 스쳐 내려간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농혈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고준(高峻)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모두 다 그 안에 들어가면 니리에서 불꽃이 나온다. 옥졸이 곧 달려와서 죄인으로 하여금 산을 위아래로 내달리게 하므로 이때 죄인의 머리와 얼굴ㆍ귀ㆍ코ㆍ몸ㆍ손발이 모두 불에 타서 문드러진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야 비로소 고준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작판(斫板)이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다 안에 들어가면 옥졸이 곧 각각 죄인을 붙잡아 마구 두들기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쇠의 땅에 붙박아 놓고, 쇠줄로 그 몸을 잰 뒤에 두 손에 도끼를 들고 몸과 머리ㆍ얼굴ㆍ손ㆍ발ㆍ코ㆍ귀를 찍으며 깎는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작판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곡(斛)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다 그 안에 들어가면 옥졸이 곧 숯불을 가져와 죄인에게 씌우는데 곡(斛)의 양만큼 쌓이게 하고는 손으로 위를 문지른다. 그러면 머리와 얼굴ㆍ몸ㆍ손ㆍ발ㆍ코와 귀 모두가 불에 타서 문드러진다. 이어서 옥졸은 죄인에게 불 위를 달리게 하는데, 왔다갔다하면서 그의 몸은 타고 지져진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 비로소 곡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019_0436_a_01L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검수엽(劍樹葉)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다 그 안에 들어가면 바람이 일어나 쇠로 이루어진 칼 나무[鐵劍樹]에 불어 잎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사람의 손ㆍ발ㆍ머리ㆍ얼굴ㆍ귀ㆍ코와 온몸이 칼의 잎에 잘려 떨어지는데,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야 비로소 철검수(鐵劍樹)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요로하(撓撈河)라고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는 2만 리이다. 하천 양 가에 머리를 자르는 칼 풀[剃頭刀草]이 나는데, 죄인이 그 속에 들어가면 칼이 거꾸로 되어 죄인을 찌르고 죄인의 손과 발ㆍ머리ㆍ얼굴ㆍ코ㆍ귀와 몸을 끊어 내니,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때 죄인이 모두 요로하니리에 떨어지면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바닥에는 8치나 되는 납가새[蒺莉:잎이 몹시 예리하여 쉽게 베이는 찔레풀의 일종]가 죄인의 몸을 찌른다. 그러면 피는 흘러서 낭자하고 뼈만 남게 되는데, 그 앙상한 몸을 들어다 곧 물에 튀겨서 죄인을 위로 올리므로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된다.
바람이 불어서 언덕 가의 풀에 닿으면, 칼은 거꾸로 살을 향하며, 이렇게 하여 죄인의 머리ㆍ얼굴ㆍ귀ㆍ코와 몸과 손발을 잘라 버린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이때 옥졸이 죄인에게 묻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죄인이 대답한다. ‘나는 그저 배고프고 목말라 괴로울 뿐입니다.’
그러면 옥졸은 곧 각각 죄인을 붙잡아 마구 때리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땅에 엎드리게 한 뒤, 녹인 구리 물을 죄인의 입 안에 붓는다. 그러면 입술과 혀와 목구멍은 다 데이고, 신체와 오장과 장과 위가 모두 타고 곧바로 구리 물은 아래로 스쳐 내려간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하천 양쪽 가에 쇠 나무[鐵樹]가 있는데 옥졸은 곧 죄인을 잡아서 쇠 나무 밑에 붙여 놓는다. 이때 나무에서 가시가 생겨나는데 이 가시가 아래로 드리우면서 죄인의 몸을 찌르면 피가 흐르고 살점이 떨어져서 오직 뼈 말고는 남는 게 없게 된다. 그런데 바람이 일어나 사람의 몸에 불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된다. 이때 철오(鐵烏)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가 부리로 그의 머리를 쪼아서 뇌를 먹는데, 새는 죄인의 머리 위에서 지내면서 그의 눈동자를 쪼아먹는다. 죄인이 내려가려 하면 쇠 가시가 위로 솟구쳐 올라 죄인을 찌르고, 올라가려 하면 가시가 아래로 내려와 죄인을 찌른다.
019_0436_b_01L이때 죄인이 벗어나려고 달아나면 오히려 요로하 언덕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데, 부글부글 끓는 물이 튀어오르는 아래로 떨어지고, 납가새가 찌르는 것은 앞에서와 같다. 언덕 위로 떠오르면 바람이 불어 그를 강가로 몰아가는데, 이때 칼이 거꾸로 되어 죄인의 머리ㆍ얼굴ㆍ귀ㆍ코ㆍ신체ㆍ손발을 잘라 버린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옥졸이 묻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가 대답한다. ‘나는 그저 배고프고 목마름에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면 옥졸은 이내 녹인 구리 물을 가져다가 죄인의 입 속에 들이붓는데, 구리 물은 입술과 혀ㆍ목구멍ㆍ장ㆍ위를 모두 태우고 짓이기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다 언덕 가장자리로 오르면 옥졸이 다시 그를 붙잡아다 언덕 가 나무 위에 올려 놓는데, 죄인이 내려가려 하면 위에서 칼이 거꾸로 되어 그 사람을 찌른다. 나니(那尼)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가 부리로 죄인의 머리를 쪼아서 그 뇌를 먹으며, 그 죄인의 머리 위에서 살면서 죄인의 눈동자를 쫀다. 올라가려 하면 아래의 가시가 위로 솟구치면서 그 사람을 찌른다.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또다시 요로하 속으로 떨어지며 그 지독한 고통은 앞과 같고, 바람이 다시 불어서 그를 언덕 가장자리로 몰면 풀 칼[草刀]이 거꾸로 되어 죄인을 찌르고 껍질을 벗기는 것도 앞과 같다. 옥졸이 다시 죄인에게 묻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가 대답한다. ‘그저 배고프고 목말라 괴로울 뿐입니다.’
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낭야간(狼野干)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는 2만 리이다. 죄인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낭야간이 저절로 앞에 와 선다. 낭야간은 몸에서 불길을 내뿜으면서 죄인의 살을 깨물고 그 주둥이에 닿는 대로 먹어치우니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날짐승도 함께 와서 어떤 것은 사람 살을 쪼아먹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사람 눈을 빼기도 하는데,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안에 아주 오래도록 머물러 있다가 훗날 비로소 낭야간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난다.
019_0436_c_01L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한빙(寒氷)이라 이름하며, 길이와 너비는 2만 리이다. 죄인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바람이 주위 사면에서 일어나 죄인을 얼린다. 춥고 얼음장 같은 바람이 죄인의 살갗과 근육과 뼈에 불어 골 속에 스며드니, 그 때문에 이내 죄인은 그 안에서 죽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흑이(黑耳)니리라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이 흑이니리 속에 떨어지면 거센 바람[黑風]이 뜨거운 모래를 그의 몸 위로 비처럼 뿌리는데, 그 모래는 땅에 떨어지는 대로 죄인의 살갗과 뼈와 살과 지방과 골을 태운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흑이니리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흑이대니리(黑耳大泥犁)에 떨어지면 이글거리는 검은 쇠 동아줄이 그의 몸을 매고 바람이 다시 그를 묶고 조여서 그의 몸과 살갗을 잘라 내고 뼈를 부수고 골을 드러낸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흑이니리라 한다.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 만약 어떤 사람이 그 흑이대니리에 떨어지면 옥졸이 불에 달군 검은 쇠줄로 죄인의 몸을 얽어 싸서 살과 살갗, 뼈와 골을 태운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흑이라고 한다.
다시 다음에, 어떤 사람이 대흑이니리에 들어가면 옥졸이 그 죄인의 몸을 쇠줄로 좌우로 묶고는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끊는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흑이니리라 한다. 죄인이 그 안에서 아주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타고 지져지며 지극한 괴로움을 받다가 비로소 흑이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곧 벗어나고 달아난다.
019_0437_a_01L또 다른 니리가 있으니, 흑화(黑火)라 하며, 길이와 너비가 2만 리이다. 죄인이 그 안에 들어가면 거센 불길이 자기 몸에서 나와서 몸을 세 바퀴 돈 뒤에 다시 몸으로 들어간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이 니리 안에 아주 오래도록 있은 뒤에야 비로소 흑화니리에서 나오게 된다. 이어서 차례로 앞에서와 같은 열여섯 니리에 들어간 뒤 한빙니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죽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승건니리(僧乾泥犁)라고 하는가 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승건대니리(僧乾大泥犁) 속에 떨어지면 저절로 두 개의 철산(鐵山)에서 불이 나오며, 불을 뿜는 두 산이 니리의 죄인을 가운데 넣고 합쳐서 그 몸을 짓이겨 부수어 버린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승건니리라고 한다.
다시 다른 이유가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승건대니리에 떨어져서 죄인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면 두 개의 산이 있다가 서로 손뼉 치듯 부딪치니, 이때 죄인의 몸은 완전히 부서지고 흩어져 버리고 만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승건니리라고 한다.
019_0437_b_01L죄인이 대교환니리에 떨어지면 옥졸은 각각 죄인을 잡아다가 가마솥 속에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대교환(大噭喚)이라 하는가 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대교환니리에 떨어지면 옥졸은 각각 그 사람을 잡아다가 큰 남비 속에 집어넣고 삶는데, 이때 죄인은 지독한 고통을 못 이겨 크게 울부짖는다. 이 때문에 대교환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소자(燒炙)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죄인이 대소자니리에 떨어지면 옥졸이 각각 그 죄인을 잡아다가 쇠로 만든 집 안에 가두어 놓는다. 그러면 저절로 불이 일어나 그를 태우고 지지므로[燒炙] 죄인은 지독하게 고통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소자라고 한다.
019_0437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아비마하(阿鼻摩訶)라 하는가 하면, 어떤 죄인이 아비마하니리 안에 떨어지면, 눈으로는 오직 나쁜 빛깔만 보고 좋은 빛깔은 보지 못하며, 귀로는 오직 나쁜 소리만 듣고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며, 입으로 먹는 것은 오직 맛이 없는 것만 먹을 뿐 달거나 맛있는 것은 얻지 못하며, 코로 맡는 것은 악취뿐이고 좋은 향기는 맡지 못하며, 몸에 닿는 것은 오직 나쁜 것 뿐이고, 뜻으로 생각하는 법은 오직 나쁜 일일 뿐 착한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아비마하라 한다.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 어떤 죄인이 아비마하니리 안에 떨어지면 동쪽 벽의 불길은 서쪽 벽에 닿고, 서쪽 벽의 불길은 동쪽 벽에 닿고, 남쪽 벽의 불길은 북쪽 벽에 닿고, 북쪽 벽의 불길은 남쪽 벽에 닿고, 위의 불길은 아래로 내려가 땅까지 닿고, 아래의 불길은 위로 올라가 닿는다. 이렇게 여섯 면에서 불이 나와 죄인을 태우고 지지니 죄인은 지독한 고통을 겪는다. 그 때문에 아비마하라 한다.
또 다음에 죄인이 아비마하니리 안에 떨어지면 손가락 튀기는 짧은 순간조차도 즐거움이 없으니, 그 때문에 아비마하라 한다. 죄인이 그 안에서 아주 오래도록 머물러 있은 뒤에야 비로소 아비마하니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곧 벗어나려고 달아나지만 차례대로 열여섯 니리로 들어가는 일은 앞에서와 같으며, 한빙니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목숨을 마친다.”
019_0438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철위산(大鐵圍山) 밖 염부리 천하의 남쪽에 염라왕(閻羅王)의 성이 있는데, 길이와 너비가 24만 리이다. 7보로 된 일곱 겹의 벽이 있고,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교로와 일곱 겹의 가로수와 동산과 누각, 목욕하는 못이 있다. 주위를 빙 둘러서 금 벽에 은 문이 있고, 은 벽에 금 문이 있으며, 유리 벽에 수정 문이 있고, 수정 벽에 유리 문이 있으며, 붉은 진주 벽에 마노 문이 있고 마노 벽에 붉은 진주 문이 있으며, 차거의 벽에는 온갖 보물로 된 문이 달려 있다. 위에는 곡상개(曲箱蓋)와 교로(交露)가 있고, 아래에는 동산 누각과 목욕하는 못이 있다. 갖가지 나무와 잎과 꽃과 열매의 보배가 있어서 여러 가지 향기를 풍기며,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여 죽은 뒤에 이 염라왕의 니리에 떨어지면, 옥졸이 곧 죄인을 묶어 가지고 염라왕에게 나아가서 보여 주면서 왕에게 이렇게 아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부모에게 불효하였고, 사문과 도인을 섬기지 않았고, 후세에 금기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왕께서는 아시는 대로 이 사람을 벌하소서.’
왕은 곧 사람을 불러서 앞에 두고 자세하게 사실대로 그 사람을 심문한다. ‘너는 옛날에 세간에 있을 때, 사람이 나이들어 나이 120세가 되어 머리가 희어지고 이가 빠지고 얼굴이 주름지고 살갗이 늘어지며, 기력이 쇠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온몸을 벌벌 떠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그 사람이 말한다. ‘보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이제 나는 너의 음란하였던 뜻을 심문하겠다. 이 허물은 부모의 허물도 아니고, 형제의 허물도 아니고, 천제(天帝)나 왕의 허물도 아니고, 친척이나 아는 이들의 허물도 아니고, 세상을 떠난 조상의 허물도 아니다. 게다가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도 아니라 네가 지은 악이므로 네 스스로가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왕의 첫 번째 심문이다.
왕은 두 번째로 자세하게 사실대로 심문한다. ‘너는 옛날 세간에 있을 때, 남자든 여자든 병들어 몹시 괴로워하며 평상에 드러누워 있는데, 오로(惡露)가 저절로 흘러나오지만 그 위에 그냥 누운 채로 앉거나 일어날 수도 없어 집에 사는 사람이 앉히고 일으키고 밥 먹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그 사람이 대답한다. ‘보았습니다.’
019_0438_b_01L왕은 말한다.
‘이제 나는 너의 음란하였던 뜻을 심문하였다. 이 허물은 또한 부모의 허물도 아니고, 형제의 허물도 아니고, 천제나 왕의 허물도 아니고, 친척이나 아는 이들의 허물도 아니며, 먼저 세상을 떠난 조상의 허물도 아니고, 또한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도 아니다. 너 스스로 지은 악이니, 너 스스로가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왕의 두 번째 심문이다.
왕은 세 번째로 묻는다. ‘너는 옛날 세간에 있을 때 남자나 여자가 죽었을 때에 몸이 무너지고 흩어지며, 마치 나무처럼 부서져 사람들이 그 죽은 이를 내다 버리면 까마귀나 새ㆍ벌레ㆍ개미ㆍ여우ㆍ이리의 먹이가 되는 광경이나, 혹은 태우거나 묻는 광경을 보지 못했느냐?’ 그 사람이 답한다. ‘보았습니다.’
‘너는 어째서 ≺나 또한 저렇게 죽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을 고쳐서 선을 행하지 못하였는가?’ ‘제가 참으로 음란하였습니다.’
019_0438_b_10L‘汝何以不自念:≺我亦當如是死。≻當自改身口意爲善?’‘我實婬亂。’
왕은 말하였다. ‘이제 나는 너의 음란했던 뜻을 심문하겠다. 이 허물은 부모의 허물도 아니고, 형제의 허물도 아니고, 천제나 왕의 허물도 아니며, 세상을 떠난 조상의 허물도 아니며, 친척이나 아는 이들의 허물도 아니고, 또한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도 아니다. 네 스스로 지은 악이니, 네 스스로가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왕의 세 번째 심문이다.
‘어찌하여 ≺나도 본래는 이러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몸소 몸과 입과 뜻을 고쳐서 선을 행하지 않았느냐?’ ‘제가 참으로 음란하였습니다.’
019_0438_b_19L‘何以不自念:≺我本亦如是。≻當自改身口意爲善?’‘我實婬亂。’
019_0438_c_01L왕은 말한다. ‘이제 나는 너의 음란한 뜻을 심문하겠다. 이 허물은 부모의 허물도 아니고, 형제의 허물도 아니며, 천제나 왕의 허물도 아니고, 세상을 떠난 조상의 허물도 아니고, 친척이나 아는 이들의 허물도 아니며,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 또한 아니다. 네 스스로가 지은 악이므로 네 스스로가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왕의 네 번째 심문이다.
염라왕은 다섯 번째로 자세하게 사실을 심문한다. ‘너는 옛날 세간에 있을 때, 나라나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고 사람을 죽인 죄인을 잡아 왕에게 보이고 아뢰면, 왕이 곧 명을 내려 사지와 목을 베어 매달거나 끌고, 혹은 가마에 넣고 삶거나 산 채로 태우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매질하여 혹독한 고통을 주거나 손ㆍ발ㆍ코ㆍ귀를 끊거나 산 채로 온몸을 꿰거나 목을 자르는 등 갖가지로 혹독하게 그를 괴롭히던 광경을 보지 못했느냐?’ 그 사람이 대답한다. ‘보았습니다.’
‘이제 나는 너의 음란한 뜻을 심문하겠다. 이 허물은 부모의 허물도 아니고, 형제의 허물도 아니고, 천제나 왕의 허물도 아니고, 세상을 떠난 조상의 허물도 아니고, 친척이나 아는 이들의 허물도 아니고, 또한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도 아니다. 네가 스스로 지은 악이므로 너 스스로가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왕의 다섯 번째 심문이다.
“그 경계에는 열 개의 큰 니리가 있다. 첫째 아부(阿浮)니리, 둘째 니라부(尼羅浮)니리, 셋째 아가부(阿呵不)니리, 넷째 아파부(阿波浮)니리, 다섯째 아라류(阿羅留)니리, 여섯째 우발(優鉢)니리, 일곱째 수건(修揵)니리, 여덟째 연화(蓮華)니리, 아홉째 구문(拘文)니리, 열째 분다리(分陀利)니리이다.”
수건이라고 하는 이유는, 수건니리의 죄인은 몸이 마치 누런 불과 같으니 그 때문에 수건이라고 한다.
019_0439_a_10L何以故名爲修揵?修揵泥犂中罪人,身譬黃火,是故名爲修揵。
우발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발니리의 죄인은 몸이 푸른 것이 마치 우발화(優鉢華)와 같으니 그 때문에 우발이라고 한다.
019_0439_a_12L何以故名爲優鉢?優鉢泥犂中罪人,身靑譬如優鉢,是故名爲優鉢。
구문이라고 하는 이유는, 구문니리의 죄인은 몸의 빛깔이 누렇고 희어서 마치 구문화(拘文華)와 같으니 그 때문에 구문이라고 한다.
019_0439_a_14L何以故名爲拘文?拘文泥犂中罪人,身色黃白,譬如拘文,是故名爲拘文。
분다리라고 하는 이유는, 분다리니리의 죄인은 몸의 빛깔이 붉은색인 것이 마치 분다리화(分陀利華)와 같다. 그 때문에 분다리라고 한다.
019_0439_a_16L何以故名爲分陁利?分陁利泥犂中罪人,身色赤如分陁利,是故名爲分陁利。
연화라고 하는 이유는, 연화니리의 죄인은 몸이 붉은 빛깔이니 그 때문에 연화라고 한다.”
019_0439_a_18L何以故名爲蓮華,蓮華泥犂中罪人,身紅色,是故名爲蓮華。”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마치 120휘[斛] 4되[升]들이 그릇에 겨자를 가득 채워 놓고 백 년마다 사람이 겨자씨 한 개를 가지고 간다고 하자. 비구들이여, 설령 이 1백20휘 4되의 겨자는 다 없어질지언정 죄인이 아부니리에 있으면서 받는 고통은 오히려 끝나지 않는다.
019_0439_b_01L만약 죄인이 니라부니리에 있다면 백 년마다 겨자를 한 개씩 집어내어 2천4백80휘의 겨자가 다 없어져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아가부니리에 있는 죄인이라면 백 년마다 겨자를 한 개씩 집어내어 4만 8천1백60휘의 겨자가 다 없어져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황백련화니리에 있는 죄인이라면 백 년마다 겨자를 한 개씩 집어내어 1천7백2억만 1천2백 휘의 겨자가 다 없어져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구문련화니리에 있는 죄인이라면 백 년마다 겨자를 한 개씩 집어내어 3만 4천4백억 22만 4천 휘의 겨자가 다 없어져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홍련화니리에 있는 죄인이라면 백 년마다 겨자를 한 개씩 집어내어 60만 8천8백억 4백80만 휘의 겨자가 다 없어져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 20소겁(小劫)은 반 겁이 된다. 구파리(拘波利)라는 사람이 홍련화니리에 떨어졌는데, 사리불과 마하목건련을 비방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염라왕에게는 밤낮의 각각 세 번씩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가 나타난다. 그러다 불이 자연히 궁중 앞에 있게 되면 왕은 곧 두려워하면서 옷과 털이 곤두선다. 왕이 즉시 궁중 밖으로 나가지만 밖에도 저절로 불이 나타나므로 왕은 크게 두려워하며 서둘러 궁중으로 들어온다. 옥졸이 곧 각기 염라왕을 붙잡아 두들기면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땅에 엎어 놓고 쇠갈고리로 왕의 입을 크게 벌린 뒤 녹인 구리물을 들이붓는다. 그 구리물은 목구멍을 태우고 온통 뱃속의 장과 위와 오장을 태운 뒤 곧바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태우고 지진다.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 없지만 지난 세상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세간에서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은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져서 구워지고 태워지며 극심하게 괴로움을 겪을 것이니 마치 니리의 죄인과 같을 것이요, 세간에서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으로 선을 말하고 마음으로 선을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이들은 죽은 뒤에 모두 천상에 날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9_0440_a_01L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미산 아래로 깊이 40만 리 중간에 아수륜(阿須倫:아수라)이 있는데, 초다시리(抄多尸利)라고 이름한다. 그 성곽의 너비와 길이는 각각 3백36만 리이며,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붉은 진주ㆍ차거와 마노의 7보로 만들어져서 매우 예쁘고 고우며, 주위를 빙 둘러 일곱 겹의 벽과 난간, 일곱 겹의 교로와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는데, 높이는 8만 리이고 길이는 6만 리이며, 모두 7보로 만들어졌다.
초다시리 아수륜에서 동쪽으로 4만 리를 나아가 중간에 아수륜의 성곽이 있는데, 너비와 길이는 각각 36만 리이다. 7보로 무늬를 넣고 색칠하였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붉은 진주ㆍ차거와 마노로 지은 일곱 겹의 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교로와 일곱 겹의 가로수가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다. 사방에 문이 있는데 문의 높이는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이며, 각각 3백 명의 아수륜이 살고 있다.
주위를 둘러싸고 일곱 겹으로 흐르는 물이 있는데 매우 깊고 가득 차 있으며, 물 속에는 파란 연꽃, 노란 연꽃,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있고, 못 바닥의 모래는 모두 금이다. 못 가에 심어진 나무는 파란 빛깔인 것과 붉은 빛깔인 것과 노란 빛깔인 것과 흰 빛깔인 것이 있고, 잎이 자라는 나무와 꽃 나무와 과실 나무가 있으며, 나무 위에는 갖가지 새들이 사는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우며 서로 화답하면서 지저귄다.
019_0440_b_01L초다시리 아수륜에서 남쪽으로 4만 리를 가다 보면 중간에 파타가(波陀呵)라는 아수륜이 있다. 아수륜의 성곽 너비와 길이는 각각 46만 리이다. 7보로 무늬를 넣고 색칠을 하여 매우 아름다우며, 일곱 겹의 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교로와 일곱 겹의 가로수가 있다. 사방에 문이 있는데, 문의 높이는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이며, 하나하나의 문 가장자리에 각각 3백 명의 아수륜이 살고 있다.
둘레는 일곱 겹으로 흐르는 물이 있는데 매우 깊고 가득 차 있으며, 그 물 밑바닥의 모래는 전부 금이다. 물 속에는 파란 연꽃, 노란 연꽃,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있으며, 일곱 겹의 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교로와 가로수가 있으며, 둘레를 에워싸고 푸르고 붉고 노랗고 흰 나무가 있고, 잎과 꽃과 과실이 달리는 나무가 있으며, 나무 위에는 갖가지 날짐승이 사는데, 매우 보기 좋으며 서로 화답하며 지저귄다.
초다시리 아수륜에서 서쪽으로 4만 리를 가다 보면 파리(波利)라는 아수륜이 있다. 그 성곽의 너비와 길이는 각각 36만 리인데, 모두 7보로 채색하고 그림을 그려서 참으로 아름답다. 일곱 겹의 벽과 난간과 교로와 수목이 있으며, 담장은 높이가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이다. 사방에 네 개의 문이 있는데, 문의 높이는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인데, 모두 7보로 문을 지었고, 하나하나의 문 가장자리에 각각 3백 명의 아수륜이 살고 있다.
그 궁전도 7보로 만들어졌고, 일곱 겹의 벽과 난간과 교로와 수목이 있으며, 일곱 겹으로 흐르는 물은 매우 깊고 가득 찼고, 그 물 밑은 모두 금으로 깔려 있다. 또한 파란 연꽃, 붉은 연꽃, 노란 연꽃과 흰 연꽃이 있으며, 또한 파랗고 붉고 노랗고 흰 나무가 있는데, 잎과 꽃과 과실이 자라나며, 나무 위에는 갖가지 새들이 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우며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고 있다.
019_0440_c_01L초다시리 아수륜의 궁에서 북쪽으로 4만 리를 가다 보면 중간에 나호(羅呼) 아수륜이 있다. 그 성곽의 너비와 길이는 각각 36만 리인데 모두 7보로 채색하고 그림을 그렸으므로 매우 아름다우며, 7보로 이루어진 벽과 난간과 교로와 수목이 있고, 둘레를 에워싼 담장은 높이가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이다. 사방에 네 개의 문이 있는데, 문의 높이는 10만 리이고 너비는 6만 리이며, 하나하나의 문 가장자리에 각기 3백 명의 아수륜이 살고 있다.
그 궁전도 7보로 만들어졌고, 일곱 겹의 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교로와 수목이 있으며, 둘레에 일곱 겹으로 흐르는 물이 있는데 매우 깊고 가득 차 있다. 물 속에는 파랗고 붉고 노랗고 흰 연꽃이 있으며, 그 물 밑의 모래는 전부 금이다. 다시 일곱 겹의 난간과 교로와 수목이 둘레를 에워싸고, 파랗고 붉고 노랗고 흰 나무가 있는데, 꽃과 잎과 과실이 자라나고 있다. 나무 위에는 갖가지 새들이 살고 있는데 매우 아름답고도 고우며,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고 있다.
초다시리 아수륜의 신장은 2만 8천 리에 달하는데, 2만 4천 리인 아수륜도 있고, 2만 리, 1만 6천 리, 1만 2천 리, 8천 리의 아수륜도 있으며, 신장이 7성(聲)인 자도 있고, 6성, 5성, 4성, 3성, 2성인 자도 있으며, 가장 작은 아수륜의 신장도 반 성이다.
초다시리 아수륜의 궁은 언제나 네 가지[四品] 바람에 의해 유지된다. 무엇이 네 가지 바람인가 하면, 첫째 불가괴풍(不可壞風), 둘째 견주풍(堅住風), 셋째 지풍(持風), 넷째 상풍(上風)이며, 이것이 네 가지 바람으로 물을 주로 지녀서 위에 있게 하는 것이 마치 뜬구름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