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본국으로부터 비구승 1,250인과 함께 왕사국(王舍國)의 죽원(竹園) 안에서 노니셨다. 장자 백근(伯勤)은 부처님께서 내리신 높은 뜻을 받들어 달려서 죽원에 나아가 다섯 가지 마음[五心]으로 발에 예배하고 망설이다가 공손히 서서 마음을 가다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오셔서 좋지 못한 음식이나마 잡수소서.” 부처님 법에 잠자코 계심은 이미 허가를 하신 것이므로, 장자는 기뻐하며 발에 대고 물러나와 집에 돌아가 음식을 갖추며 당기ㆍ번기를 장엄하고 세상에서 훌륭한 맛있는 것들을 손수 장만하였다.
사위(舍衛)의 장자 수달(須達)[진(晉)나라의 음으로는 선온(善溫)이다.]은 주인이 되는 백근과는 비록 아직은 서로가 만나지는 못하였으나 매양 서신으로 서로가 들었고 행이 같고 덕이 같았으므로 멀리서 공경하며 벗으로 여겼었는데, 수달이 일 때문에 왔다가 친하다 하여 백근에게 갔었으나 손수 공양을 마련하느라고 나오지를 못하므로, 수달은 머뭇거리기를 매우 오랫동안 하다가 심부름꾼을 불러서 말하였다. “나는 일부러 멀리서 왔소. 상면하여서 옛적부터 갈망하며 품었던 생각을 풀려고 하였는데 오늘 박대를 당하여 만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소.” 가란가(迦蘭迦:백근)가 일을 마치고 나오다가 서로 읍을 하고 앉아서 말하였다. “옛적에 상면하지 못하였더니, 왕림하셔서 고맙습니다. 마침 하실 일이 계셔서 오셨다는데, 내일 큰 손님을 청했으므로 하는 일이 자연히 바쁜지라 이 심부름꾼이 마음이 막혀서 말하지를 않았습니다.”
019_0486_a_01L그러자 선온(善溫:須達)이 물었다. “큰 손님이란 누구십니까? 바로 혼인이거나 나라 명절의 모임입니까?” 대답하였다. “동지(同志)께서는 듣지 못하셨소? 백정왕의 태자께서 산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도가 이루어져서 부처님이라 부르는데, 거룩한 상호가 밝고 멀며 신령스런 광명은 어둔 데를 비추고 몸은 한 길 여섯 자에 빛깔이 빛나서 자마금 빛이요, 광명이 세상을 빛내며 법을 토하고 계율을 말씀하는 깨끗한 이치야 말로 신령한 데까지 들어가셨습니다. 따르는 제자들을 비구승이라 합니다. 고요한 데 살면서 몸을 바르게 하며 덕을 닦고 도를 실행하며 영화를 소홀히 하고 이끗을 버리므로, 뜻으로 말하더라도 참된 사람들인데 무릇 1,250인이나 같이 있습니다.”
선온은 부처님을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마음이 기뻐져서 가슴이 꽉 차는지라, 편안히 지내면서 밝은 날을 기다리자니 5정(情)이 남모르게 어수선해서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지극한 정성이 감동되어 한밤중인데도 훤하게 밝아지므로 곧 차리고 나가서 성문을 향해 가다가 돌아보며 성의 왼편에 탑피(漯披)라는 귀신을 모신 집이 있음을 보고 지나다가 꿇고 예배하고는 절을 마치고 돌아보니 갑자기 다시 어두워져 버리므로 선온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비록 이런 변이 있기는 하였으나 마음은 오히려 부처님에게 있었으므로 그 지극한 마음 때문에 무서움이 사라져버렸는데, 공중에서 소리가 났다. “장하도다. 수달이여, 마음이 지극하여 그랬느니라.” 공중의 소리를 듣고 말하였다. “바로 어느 신이실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자네의 어버이 마인제(摩因提)일세.”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나셨는데 어찌 여기에 계십니까?” 바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부처님의 신족 제자인 대목건련으로부터 경전의 법 말씀함을 듣고 이 복의 과보로 인하여 제1천상에 나게 되었지만 공덕이 너무 적었으므로 따로 여기를 맡게 되었는데 자네의 지극한 마음을 보고 와서 돕는 것일세. 부처님이야말로 지극히 높으셔서 발을 들어 올리는 중간에도 복이 한량없네. 한스러움은 내가 살아서 부처님을 뵙게 되지 못한 것일세. 지금 보는 바와 같이 명백한 진리의 조짐으로 하늘에서 큰 광명을 내쏘아 죽원을 비추고 있네.”
근심이 없고 기쁨도 없는 모습으로 마음이 비어서 깨끗하면 편안하며 이미 능히 나는 바가 없나니 진리 보고 열반에 들어갔느니라.
019_0486_a_22L無憂無喜相, 心虛淸淨安, 已能無所生,
見諦入泥洹。
019_0486_b_01L 바름을 깨달아 맑고 밝음을 생각하고 이미 5도(道)의 못을 건넜으며
은혜와 사랑의 그물을 끊어 부셔서 영원히 고요하고 기뻐하나니 그것이 편안이니라.
019_0486_b_01L覺正念淸明, 己度五道淵,
恩愛網斷壞, 永寂悅彼安。
장자 수달은 말씀을 듣는 그때에 본래의 공덕으로 인하여 문득 깨끗한 뜻을 내고 법의 눈을 얻었으며, 3존(尊)에게 귀명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여쭈어 받고 청신사가 되어서는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여래께서는 사위(舍衛)에 왕림하시어 한 때나마 가르쳐 주시어서 임금과 백성들을 제도하소서.”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그대의 성명은 무엇인가?” 장자는 무릎 꿇고 대답하였다. “저의 이름은 수달이옵고, 외로운 이와 늙은이들을 모시고 봉양하여 옷과 음식을 드리므로 나라의 사람들이 저를 외로운 이 돕는 이[給孤獨氏]라고도 일컫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거기에 우리 대중들을 수용할 만한 정사(精舍)가 있느냐?” 대답하였다. “아직은 없나이다.” 장자 수달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잡고 나아가 길게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책임지고 정사를 일으켜 세울 수 있사오니, 오직 비구에게 계실 처소가 합당한가를 감독만은 하셔야겠나이다.” 그러자 돌아보시며 사리불에게 명하셨다. “같이 가서 공사를 도우라.” 즉시 명을 받고서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 사위(舍衛)에 돌아와 두루 다니면서 땅을 구하였지만 오직 좋은 것은 기원(祇園)뿐이어서 온갖 과일과 흐르는 샘이며 기이한 날짐승이 날며 모이고 땅이 평평하고 나무는 무성하며 성에서 떨어짐도 가까웠으므로 곧 지키는 이에게 가서 기타(祇陀)에게 청하였더니, 끝끝내 팔 뜻이 없는 것을 청하기를 그치지 않자 성을 내어 말하였다. “만약 금전으로써 동산을 완전히 깔면 비로소 내놓으리라.” 거듭 물었다. “참으로 그러하겠습니까?” 기타는 말하였다. “값이 높으면 당신이 반드시 못할 것이겠기에 장난의 말로 결정하였는데, 또 무엇을 의심합니까?”
그러나 수달은 사직하고 돌아와서 줄줄이 실려서 금전을 보내자, 동산지기가 듣지 않고 달려가 상전에게 알렸다. “수달이 돈을 보냈는데 받아야 합니까, 받지 않아야 합니까?” 그러자 동산지기에게 명하였다. “장난의 말이었으니, 보낸 돈을 받지 말라.” 그러므로 두 사람은 같이 싸움이 벌어졌다. 온 나라에서 늙은이들은 달려가서 말리고는 늙은이들이 마땅함을 결단하였다. “땅의 값은 이미 결정하였으니, 후회하지 말아야 하오. 나라의 정사는 깨끗하고 공평한 것입니다.”
019_0486_c_01L기타는 법을 어기지 못해서 곧 금전으로 깔기를 허락하였는데, 문안이 두루 깔리지 않았는지라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도로 동산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 독촉하였더니, 수달이 몸소 가서 같이 동산에 나아가 살펴보고서 생각에 아직 깔리지 못했으므로 뜻이 산란하여 좋아하지 않자 기타는 말하였다. “나라의 어진 이께서는 만약 후회가 되시면 곧 그만두십시오.” 대답하였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마 숨겨 놓은 것으로면 땅 값은 다할 수 있으리다.”
기타는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바로 지극히 높으신 분이리라. 이 사람 이 재물을 다하게 되어도 원망하지 않는구나. 떠받들 만하고 우러를 만하여 거룩하고 미묘하기에 이러하리라’ 하고, 곧 수달에게 말하였다. “더 금전으로는 채우지 마십시오. 남은 땅과 나무와 바꾸어서 함께 정사를 세웁시다.” 수달은 즉시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바로 공사의 인부들을 동원하였으며, 승방과 앉을 도구며 평상ㆍ와탑ㆍ이부자리 등은 세상에서 훌륭한 것이었는데, 당기ㆍ번기를 더 시설하고 향의 즙을 땅에 뿌리며 공양거리를 다 갖추어 거듭 잘 차리고는 온갖 이름 있는 향을 사르면서 멀리서 꿇고 부처님을 청하였다. “오직 원컨대 여래께서는 굽어 살피옵소서.”
이에 중우(衆佑)께서는 대비구승 1,250인과 함께 사위국에 노니시어 수달의 청에 응하시자 거룩함이 떨쳐 움직였으므로, 나라 안이 모두 기뻐하며 남녀 모두가 길을 메우며 나왔다. 급고독(給孤獨)과 왕의 아우 기타는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는데, 함께 정사에 올라감은 부처님에게서 주원(呪願)을 받기 위해서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수 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이라고 하라.”
왕은 나라에 일이 있어서 급히 수달을 불렀으므로 나아가서 모임에 응하고 일을 마치자, 빨리 돌아와서 재(齋)를 받들어 공경을 다하려고 물러나 보행으로 오는데 길 중간에서 어떤 사람이 타락 한 병을 바치므로, 돌아봐도 심부름할 이가 없는지라 자신이 가지고 가다가 앞에서 범지(梵志)를 만나서는 가져다 주기를 청하여 함께 정사에 나아가서 손수 따라 드리고 범지에게도 명하였다. “당신도 따라 드리십시오.” 밥이 끝나고 씻은 물을 돌리고는 엄연하게 법을 듣자 모두가 기뻐하면서 잘하신다는 칭찬이 한량없었다.
019_0487_a_01L범지는 저녁때 돌아가서 밥을 주는데도 먹지 않는지라 부인이 괴이히 여기면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왜 한탄을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성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재(齎) 때문에 그럽니다.” 부인은 거듭 물었다. “어느 재로부터 오셨습니까?” 범지는 대답하였다. “급고독이 동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나를 청하였으므로 그 재에 갔었는데, 재의 이름이 8관재(關齋)였습니다.” 그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성을 내며 말하였다. “당신이 유업을 깨뜨리면 재앙이 일어나리다. 구담이야말로 법을 어지럽히거늘 어찌 받아들일 거리나 되겠소. 몹시 삼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곧 함께 밥을 먹었는데 범지는 목숨을 한밤중에 마치고 울다라위국(鬱多羅衛國)에 태어나서 큰 못의 나무 신이 되었다.
이때에 바라문 등 5백 명이 항하[恒水]의 3사신(祠神)의 못에 나아가서 더러움을 씻고 신선이 되기를 바라다가 중도에 양식이 떨어졌는데, 멀리서 저기의 나무를 바라보자 흐르는 샘물이 있으리라 생각되는지라 달려가서 나무 아래 나아갔으나 마침내 보이지 않으므로, ‘이 못에서는 고생이 되고 굶주려서 말라 죽겠다’고 하자, 나무 신이 나타나서 범지들에게 물었다. “도사(道士)들은 어디서 왔습니까? 지금은 또 가시려 합니까?” 소리를 같이하며 대답하였다. “신의 못[神池]에 나아가 목욕하고 신선되기를 바라는데, 오늘은 굶주려 있으니 바라건대 가엾이 여기어 구제하여 주십시오.” 나무 신이 곧 손을 들어 올리니 여러 가지 맛있는 것이 흘러 넘쳤으므로, 그들은 배불리 먹고 나서 신에게 나아가 청하였다. “어떠한 공덕으로 이렇게 뛰어나고 높이 되셨습니까?” 신(神)은 범지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사위국의 급고독으로 인하여 8관재를 지녔다가 부인에게 패하여 그 일을 마치지 못하고서 이 못에 와서 나서는 이 나무의 신이 되었습니다. 만약 재법(齋法)을 마쳤더라면 복이 하늘에 나기에 알맞았을 것입니다.”
제사를 지냄은 재화(災禍)의 뿌리를 심어서 밤낮에 가지와 줄기가 자라므로 쓸데없이 고생하고 몸 망치는 근본이지만 재(齋)를 본받으면 세상의 신선을 이루리라.
019_0487_a_19L祠祀種禍根, 日夜長枝條, 唐苦敗身本,
法齋度世仙。
019_0487_b_01L 범지들은 게송을 듣고 헷갈림이 풀렸으므로 믿고 받아서 사위로 돌아오는 길에, 구람니(拘藍尼)라는 나라에 구사라(瞿師羅)[진나라의 음으로는 미음(美音)이다.]라는 한 장자는 인민들이 공경하고 사랑하며 말을 하면 곧 들어주었는지라, 범지들이 나아가서 묵기를 청하자 미음은 물었다. “도사들은 어디서 오십니까? 지금은 어디를 가려 하십니까?” 그 못의 나무 신의 공덕과 사위의 급고독에게 나아가서 재법을 채택하여 본래의 뜻을 이루려 한다 함을 자세히 말하자, 마음은 기뻐 날뛰며 전생의 행이 뒤따르고 뻗쳐진지라 깨닫고는 가고 싶어졌으므로, 다음 날에 종실과 친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널리 명령하였다. “누가 같이 가서 재의 법식을 받들겠느냐?” 그러자 도합 5백 명이 다같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며 명에 응하였으니 본래의 서원이 서로 끌어 당겨져서 이치에 감응하며 차리고 나왔다.
사위에 나아가다가 아직 기원(祇洹)에 닿기 전에 길에서 수달이 부처님께 가는 것을 만나 지나가는데도 모르고서 따르는 이들에게 물었다. “저 분은 어떤 어른이십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급고독이라는 이입니다.” 범지들은 기뻐하면서 쫓아가며 말하였다.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사람을 찾다가 사람을 만났으니.”
그리고는 달려가서 서로가 뵙고 같은 소리로 찬탄하며 말하였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덕을 받잡고 우러르기를 간절히 하였습니다. 듣건대, 도의 가르침에 8관재의 법이 있다 하기에 일부러 멀리서 와서 부탁합니다. 바라건대 보이며 인도하시옵소서.” 수달은 수레를 머무르고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큰 스승이 계신데, 명호가 여래요 중우(衆佑)이십니다. 사람들을 제도하시며 가까이 기원에 계시니 함께 나아가서 세존을 뵙시다.”
명을 듣고 공경히 응락하여 공손하기를 극진히 하며 멀리서 여래를 뵈었더니, 뜻의 기쁨이 안에서 솟는지라 온몸을 땅에 던지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그 본래의 마음을 살피고 법요를 말씀하시니 5백의 범지들은 아나함(阿那含)이 되어서 곧 사문이 되었고 미음(美音)과 그의 종실 등은 법의 눈을 얻었다.
019_0487_c_01L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5백의 범지와 여러 장자들은 도를 얻음이 어찌 그리 빠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 머지않은 때의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명호는 가섭부처님[迦葉佛]이셨다. 대중을 위하여 법을 강설하시면서 내가 장차 올 것을 말씀하자, 지금의 여러 범지들이 그 부처님 앞에서 ‘원컨대, 장차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부처님[釋迦文佛] 뵙기를 바라옵니다’라고 하였고, 이 여러 장자들도 이렇게 서원이 같았으므로 이 인연 때문에 나를 보자 곧 깨달았느니라.” 그러자 비구들은 기뻐하며 모두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
미음은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세존을 청하고 싶구나’ 하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정사(精舍)가 없으므로 너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미음은 기꺼이 깨닫고 기뻐하며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에게 따로 집이 있사오니 원컨대 정사를 삼으시고, 오직 가엾이 여기셔서 구원을 드리우사 중생들을 제도하소서.” 그리고는 물러나 나라에 돌아가서 공양할 바를 닦고 갖추기를 원하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대며 예배를 마치고 떠나갔다.
그때 여래께서는 비구승 1,250인과 함께 사위(舍衛)의 기원으로부터 구람니국(拘藍尼國)의 미음(美音)의 정사[精廬]에 노니실 적에, 발이 문지방을 밟자 천지가 진동하고 구슬과 악기들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해독되는 것은 숨어버리고 좋은 상서만이 온화하고 맑았으며, 그 날을 당하여 지경의 인민들은 경건하고 엄숙하면서 세존을 간절히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때 국왕의 이름은 우전(優塡)이었는데 몹시 사납고 해를 끼치며 아첨하는 말을 받아들이고 여색의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서 의심의 그물에 스스로가 잠겨 있었다. 또 대부인(大夫人) 두 사람을 두고 좌우에서 번갈아 시중들게 하였는데, 두 왕후의 용모는 한 나라에서 견줄 이가 적었다. 왼편의 부인 이름은 조당(照堂)인데 사람됨이 교만하고 오직 악만을 좇으며 어진 이를 질투하여 참소하고 남을 헐뜯기를 싫어할 줄 몰랐으며, 오른편의 부인 이름은 해용(該容)인데 인자한 일을 행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조심하며 청렴 소박하고 몸을 단속하여 무늬도 몸에 걸치지 않으므로, 왕은 그의 품행[操行]을 귀히 여기어서 매사에 치우치게 사랑하는지라, 조당은 시새움을 품고서 참소를 지극히 하므로 왕은 그의 행동을 살피며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019_0488_a_01L해용에게는 도승(度勝)이라는 점잖은 하인이 있었는데 항상 가서 향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문안하느라고 정사로 가는 길을 매양 지나며 공경을 차렸고 향의 값을 덜어 모았다가 곧 가서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을 하였으며,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면 극진한 마음에서 잊지를 않았었다. 보시를 마치고 궁전에 돌아오면서 가게를 지나며 향을 가져오는데, 이 공과 복으로 인하여 본래의 행이 뒤따랐으므로 향기에서 풍기는 향내와 무게가 평상보다 갑절이었으므로 묻고 따지면 사실대로 알렸다. 매양 향 값을 줄여서 부처님과 승가를 공양하며, 법이 깊고 이치가 미묘하여 세상에서는 들을 수조차 없는 법이었다.
해용은 부처님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두려워하면서도 마음으로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나의 마음은 기뻐 날뛰는데 어떻게 하면 한량없는 법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곧 도승에게 말하였다. “아무렇게나 나에게 말을 해보라.” 그러자 도승은 아뢰었다. “몸이 천하고 입이 더럽거늘, 감히 여래의 높으신 말씀을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 가서 칙명을 받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곧 보내며 궁전을 나가게 하면서 거듭 말하였다. “자세히 분부를 받아 오라.” 그리고는 도승이 아직 돌아오기 전에 부인과 시녀들은 뜰 안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도승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돌아가서 법을 말하면 제도되는 이가 많이 있으리라. 설법하는데 의식에는 먼저 높은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라.” 도승은 칙명을 받고 자세히 거룩한 뜻을 말씀하자, 해용은 기뻐하면서 상자를 열고 옷을 내어 쌓아서 높은 자리를 만들었더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아서 알맞게 법을 말하였으므로, 부인 해용과 여러 시녀들은 의심이 풀리어 악이 깨지면서 구항(溝港)의 도를 얻었고 도승도 그때에 총지(總持)를 얻었다.
조당은 원망하며 시새워서 속으로 분을 내며 자주 헐뜯기를 한 번만이 아니었으나 왕은 도리어 욕을 하면서, “너희들이 요망하게 해치는데 그 말은 이치에 맞지도 않다. 그 사람의 조행(操行)이야말로 절개를 지니어서 귀히 여길 만하다”라고 하는지라, 조당은 마음으로 꺼리며 오히려 그를 해치려고 은밀히 왕에게 아뢰었다. “언제나 하인을 보내어 부처님 처소를 왔다갔다하면서 방탕하게 밖과 사귀며 뜻이 넘치고 삿된 데에 나아가고 있습니다. 첩은 실로 순량(純良)하고 충직(忠直)한데도 소홀히 보십니다.” 그러면서 여러 번을 참소하며 마지않는지라 왕은 약간 헷갈려 있었다.
019_0488_b_01L조당은 꾀를 내어 생각하기를, ‘그가 재 올리는 날을 노리면 틀림없으리라’ 하다가, 그의 재 올리는 날을 엿보고는 그대로 왕에게 권하며 아뢰었다. “오늘의 즐거움은 마땅히 오른편 부인을 청하십시오.” 왕은 곧 널리 부르자 명을 받고 모두가 모였으나 해용은 재를 올리느라고 홀로 명에 응하자 않으므로 되풀이 하여 세 번까지 불렀으나 절개를 지니고 움직이지 않았다. 왕은 성을 더욱 내어 사람을 보내서 끌어내오게 하고 묶어서 궁전 앞에 놓아두고 쏘아 죽이려 하는데도 해용은 두려워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왕은 자신이 쏘았는데 화살이 돌아와 자기에게 향하고 뒤에 쏘아도 곧 돌아왔으므로, 왕은 때에 크게 부끄러워하고 당황하면서 풀어 놓고 물었다. “당신은 어떤 재주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되오?” 그러자 부인은 대답하였다. “오직 여래만을 섬겼고 3존께 귀의하였습니다. 아침에는 부처님께 재를 받들었고 낮이 지나면 먹지 않으며 더욱 여덟 가지의 일을 행하고 장식은 몸에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는 세존께서 가엾이 여기어 돌봐 주셔서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장하도다. 어찌 옳은 말이 아니겠느냐? 정사에 나아가서 뵙고 경건함을 나타내리라.”
때마침 적국에서 병사를 일으켜 지경에 들어온지라 그 무리들이 강성하였으므로, 왕 자신이 싸움터에 나가면서 범지 길성(吉星)에게 뒤를 부탁하여 임시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자, 조당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우리 아버님이 정사를 다스리면, 그를 반드시 죽여 버리리라.” 그러더니 왕이 떠나간 뒤에 딸과 아버지가 음모하여 해용과 그의 시녀들을 태워 죽이고서는 거짓으로 잘못하여 불이 났다고 말하면 덮어 가릴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 일이 마침내 드러나 버렸다. 왕은 크게 성을 내어서 길성을 쫓아내어 지경의 밖에 버렸는데 그가 도사(道士)였기 때문에 그 목숨만은 살렸으며, 조당 등의 무리는 땅 굴에 가두어 두고 삿된 도를 쫓아내며 널리 부처님 법을 천명하였다.
019_0488_c_01L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바라나(波羅奈)라는 성에 음녀 5백 사람이 있었는데, 경박한 이들을 맞아들이어 자신들이 먹고 살았느니라. 세상에는 가라(迦羅)라는 벽지불이 있어서 인민들을 교화하여 5계를 지니게 하여 온 나라의 남자와 여자들은 마음을 돌리어 스승으로 여겼으므로, 여러 음녀들은 성을 내어 말하였다. ‘이 사람이 와서 우리의 손님들을 끊어버렸다.’ 모두 다 성을 내어 해칠 것을 도모하더니, 훗날 가라가 다시 그 마을에 들어오자, 여러 음녀들은 똑같이 성을 내어 모두가 화로로써 가라를 때리고 쳤으므로 온몸이 타고 문드러졌으나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다가 문득 신족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올라가자, 뭇 음녀들은 놀라 두려워하며 울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길게 꿇어앉아 머리를 들고 사정을 진술하였다. ‘여자들이 어리석어서 지극히 참된 이를 몰랐나이다. 어리석은 떼들이라 신령한 이를 욕보였나이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허물과 죄악이 태산 같사옵니다. 원컨대 거룩한 덕을 내리시어 중한 재앙을 녹이소서.’ 그러자 소리에 이어서 곧 내려와 반열반에 들었으므로 여러 여인들은 탑을 일으키고 사리에 공양하였느니라.”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그때에 저 음녀들은 지금의 해용 등의 몸이니라. 죄와 복은 사람을 따르므로 오래되어도 나타나지 않음이 없느니라.”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나라 안의 모두가 믿고 항복하며 기뻐하여 다같이 3존께 귀의하고 계율을 받고서 물러갔다. 부처님과 비구들은 도로 사위에 이르러서 기원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의 석씨(釋氏) 정사(精舍)에서 노니시며 큰 비구승 1,250인과 함께 계셨다.
019_0488_c_15L爾時佛遊於迦維羅衛國釋氏精舍,與大比丘僧千二百五十人俱。
019_0489_a_01L이때 대애도 구담미(大愛道瞿曇彌)는 부처님께 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여인도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으니, 원컨대 부처님의 법률을 받게 하소서. 나는 집에 있으면서도 믿음이 있었으나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십시오. 구담미여,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서 가사[法衣]를 입는 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목숨이 다하기까지 깨끗하게 맑은 행이나 궁구하여 통달하셔야 할 것입니다.” 구담미는 다시 애걸하기를 이렇게 세 번까지 하였으나 부처님께서 들으시려 하지 않으므로 곧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을 돌고 떠나갔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때에 여러 큰 비구들과 함께 석씨 정사로부터 가유라위국에 들어가시자, 대애도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딸리고 나라 안에 들어오심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즉시 부처님께 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 조아리고서 대애도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여인도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으니, 원컨대 부처님의 법률을 받게 하소서. 나는 집에 있으면서도 믿음이 있었으나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십시오, 그만두십시오. 구담미여,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서 가사를 입는 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목숨이 다하기까지 깨끗하게 맑은 행이나 궁구하여 통달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애도는 다시 애걸하기를 이렇게 세 번까지 하였으나 부처님께서 들으시려 하지 않으므로 곧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을 돌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는 이때에 비구들과 함께 이 나라에 머무시어 석 달 동안 비를 피하시면서 옷을 깁고 만든 뒤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나라를 나와 떠나가셨다. 대애도는 곧 여러 노모(老母)들과 함께 부처님을 쫓아가다가 부처님께서 점점 가시어 나사현(那私縣)에 도달하여 강 위에 머무르시자, 대애도는 곧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여인도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으니, 원컨대 부처님의 법률을 받게 하소서. 나는 집에 있으면서도 믿음이 있었으나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십시오, 그만두십시오. 구담미여,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서 가사를 입는 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목숨이 다하기까지 깨끗하게 맑은 행이나 궁구하여 통달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애도는 다시 애걸하기를 이렇게 세 번까지 하였으나 부처님께서 들으시려 하지 않으므로 곧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을 돌고서 물러나 문 밖에 있으면서 해진 옷을 입고 맨발로 서서 얼굴은 더럽고 옷은 때가 꼈으며 몸은 몹시 지쳐서는 탄식을 하며 슬피 울고 있었다.
019_0489_b_01L어진 이 아난은 큰 어머니인 대애도가 이러함을 보고 즉시 물었다. “구담미시여, 무슨 일로 해진 옷과 맨발에 얼굴은 더럽고 옷은 먼지며 몹시 지쳐 계시면서 슬피 우십니까?” 대애도는 대답하였다. “어진 이 아난이여, 지금 나는 여인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률을 받지를 못하오.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하고 있습니다.” 아난은 말하였다. “그치십시오, 그치십시오. 구담미시여, 잠깐 뜻을 너그럽게 하시어 나를 기다리십시오. 제가 이제 들어가서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진 이 아난은 곧 들어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 조아리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으로부터 듣건대, 여인도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지금 대애도께서 지극한 마음으로 법률을 받고자 하옵니다. 그는 이미 집에 있으면서도 믿음이 있었사오나 출가하여 도를 닦으려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아난아,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서 사문이 되게 함을 좋아하지 않노라. 왜냐하면 아난아, 이를테면 좋은 성바지 집에 아이를 낳을 적에 딸이 많고 아들이 적음과 같다. 알아야 한다. 이 집이야말로 쇠약해질 것이요, 크게 힘차고 왕성하지 못하리니, 이제 여인을 나의 법률에 들게 하면 반드시 부처님의 깨끗한 맑은 행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되리라. 마치 논에 곡식이 완전히 익었는데 모진 이슬과 재앙 기운이 있으면 좋은 곡식이 상하게 되는 것처럼 이제 여인을 나의 법률에 들게 하면 반드시 부처님의 깨끗한 큰 도가 오래오래 흥성할 수 없게 되리라.”
019_0489_c_01L아난은 다시 말하였다. “이제 대애도는 좋은 뜻이 많았나이다. 부처님께서 처음 나실 때부터 힘써 기르시어 크게 자라게 하셨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옳다. 아난아, 대애도는 믿음이 많고 뜻이 선하여 나에게는 은혜가 있다. 내가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대애도께서 몸소 나를 기르시어 크게 자라도록 하였다. 지금 내가 천하에서 부처가 된 것 역시 은덕이야 대애도에게도 많이 있었도다. 그렇다. 대애도는 나로 말미암아 와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스스로 가르침에 귀의하고 스스로 비구승에게 귀의할 수 있었으며, 또 부처님을 믿고 가르침을 믿고 비구승을 믿었으므로, 다시는 괴로움[苦]을 의심하지 않고 다시는 쌓임[習]을 의심하지 않고 다시는 사라짐[盡]을 의심하지 않고 다시는 도(道)를 의심하지 않느니라. 바야흐로 그 믿음을 이룩하고 그 금지된 계율을 이룩하고 그 많이 들음[多聞]을 이룩하고 그 보시를 이룩하고 그 지혜를 이룩하였으며, 또한 스스로가 금하고 억누를 수 있어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느니라. 그러하니라. 아난아, 바로 사람들에게 죽기까지 의복과 음식ㆍ침구ㆍ병에 대한 약을 주게 한다 하더라도 나의 이 은덕에만은 미치지 못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여인으로서 사문이 되려 한다면, 여덟 가지 공경의 법[八敬法]이 있는데 어기지 말고 죽기까지 배우며 행하여야 하느니라. 마치 물을 막음에는 잘 둑을 다스려서 새지 못하게 함과 같나니, 이렇게 할 수 있는 이라야 나의 계율에 들어올 수 있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이냐 하면, 첫째 비구로서 큰 계율[大戒]을 지니면 여인인 비구니는 당연히 바른 법을 쫓아 받아야 하며, 둘째 비구승으로서 큰 계율을 지니면 반달 이상을 비구니는 예배하고 섬겨야 하며, 셋째 비구승과 비구니는 서로가 함께 같이 살지 못하며, 넷째 석 달 동안 한곳에 머무르면서 스스로 서로가 단속하여 듣는 바와 보는 바를 몸소 돌이켜 살펴야 하며, 다섯째 비구니는 비구승의 일에 듣거나 보았던 것으로써 드러낼 수 없지만 비구승이 듣고 보았던 것이 있어서 비구니를 송사하여 물으면 비구니는 즉시 스스로 돌이켜 살펴야 하며, 여섯째 비구니가 도의 법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비구승에게 경전과 계율의 일을 물을 수 있으며, 일곱째 비구니로서 스스로 아직 도를 얻지도 못하고서 계율을 범하였으면 반달 동안 대중 가운데 나아가서 허물을 알리고 스스로 뉘우치면서 교만한 태도를 버려야 하며, 여덟째 비구니로서 비록 백 살 동안 큰 계율을 지녔다 하더라도 새로 큰 계율을 받은 어린 비구승의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겸양과 공경으로써 위하고 예배해야 하나니, 이것이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이니라.
어진 이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받은 뒤에 익히기를 자세히 하고 예배하고 나와서는 대애도에게 알렸다. “구담미시여, 다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이미 집을 버리는 믿음과 집을 떠나서 계율에 나아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인으로서 사문이 되려면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이 있는데 어기지 말고 오직 죽도록 뜻을 부지런히 하여 배우고 행하여야 하며, 마음 지니기를 마치 물을 막는 데에 둑을 잘 다스려 새지 못하게 함과 같이 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난은 하나하나 큰어머니를 위하여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여덟 가지 공경에 대한 말씀을 설명하였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만이 부처님 법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자 대애도는 즉시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네, 그렇게 하겠소. 아난이여, 나의 한 말씀을 들으시오. 마치 네 가지 성바지 집 여인들이 목욕하고 향을 바르며 옷을 장엄하는 일에 남들이 또 그들을 이익되게 하려고 하면 안온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며, 좋은 꽃과 향이며 값진 보배로써 머리의 장식품을 만들어서 그 여인들에게 가져다 준다 하면, 어찌 머리에 꽂기를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그처럼 이제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여덟 가지 공경의 법에 나 또한 기쁜 마음으로 머리 정수리에 받들기를 원합니다.”
그때에 대애도는 곧 큰 계율을 받고 비구니가 되어 법률을 받들어 행하여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
019_0490_a_17L爾時,大愛道便受大戒爲比丘尼,奉行法律,遂得應眞。
019_0490_b_01L그러한 뒤 다른 어느 때에, 대애도 비구니는 여러 장로(長老) 비구니들과 함께 어진 이 아난에게 나아가서 물었다. “아난이여, 이 여러 장로 비구니들은 모두가 오랫동안 맑은 행을 닦았고, 또한 이미 진리를 보았는데, 어떻게 새로 큰 계율을 받은 어린 비구승들에게 예배를 하여야 합니까?”
아난은 말하였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내가 이제 들어가서 물어보겠습니다.”
아난은 곧 들어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애도 비구니가 말하기를, ‘이 여러 장로 비구니들은 모두가 오랫동안 맑은 행을 닦았고 또한 이미 진리를 보았는데 어떻게 새로 큰 계율을 받은 어린 비구승들에게 예배를 하여야 합니까?’라고 하였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아, 이런 말은 삼가고 말도 하지 말라. 너만이 알 바요, 나의 알 바가 아니로다. 만약 여인들이 나의 도에서 사문이 되지 않았더라면, 외도와 범지며 여러 거사들이 모두가 옷을 땅에 깔아 놓고 여러 사문들에게 애걸하면서 말하기를, ‘어진 이들께서는 깨끗한 계율과 높은 행이 있으므로 원컨대 이 옷 위를 다니셔서 우리에게 길이 그 복을 얻게 하시옵소서’라고 하였으리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여인들이 나의 도에서 사문이 되지 않았더라면 천하의 인민들 모두가 머리칼을 풀어서 땅에 깔아 놓고 여러 사문들에게 애걸하면서 말하기를, ‘어진 이들께서는 계율과 들음과 지혜며 행이 있으므로 원컨대 이 머리칼 위를 다니셔서 우리들에게 길이 그 복을 얻게 하시옵소서’라고 하였을 것이며, 만약 여인들이 나의 도에서 사문이 되지 않았더라면 천하의 인민들 모두가 미리 의복ㆍ음식ㆍ침상과 병들고 야윈 데의 의약을 갖추어 놓고서는, ‘원컨대 여러 사문들께서는 몸소 오셔서 가지십시오’라고 하였을 것이며, 만약 여인들이 나의 도에서 사문이 되지 않았더라면 천하의 인민들이 사문을 받들어 섬기기를 해와 달 섬기듯 하고 천신을 섬기듯 하고 여러 외도며 다른 학자의 우두머리보다 더 지나가게 하였을 것이며, 만약 여인들이 나의 도에서 사문이 되지 않게 하였더라면 부처님의 바른 법은 천 년 동안 흥성하리라.”
019_0490_c_01L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인들이 사문이 되었기 때문에 나의 법을 5백 년 동안 쇠약하게 하였도다. 왜냐하면 아난아, 여인으로서 다섯 가지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냐 하면, 여인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될 수 없고, 여인은 전륜성왕이 될 수 없고, 여인은 제2 도리천 제석이 될 수 없고, 여인은 제6 악마천의 왕이 될 수 없으며, 여인은 제7 범천왕이 될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니라. 무릇 이 다섯 가지 것은 모두 장부로서만이 될 수 있느니라. 장부야말로 천하에서 부처님이 될 수 있고 전륜성왕이 될 수 있고, 하늘 제석이 될 수 있고, 악마천의 왕이 될 수 있으며, 범천왕이 될 수 있느니라.”
이때 여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돌아오셔서 비구승 1,250인과 함께 계셨다. 바사닉(波斯匿)왕은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석가 성바지로서 집을 떠나 산에 있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시었기에 거룩한 빛은 신령하고 미묘하며 하늘ㆍ용ㆍ귀신들까지도 우러르지 않음이 없고, 사람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면 위나 중간이나 아래의 말씀이 다 좋으며, 그 말씀하는 바를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으며, 복을 열고 재앙을 막으며 열반에 드는 것을 말씀하신다.’
019_0491_a_01L곧 차리고 나와서 인도하고 따름을 평상시처럼 하여 문에 도달해서는 수레에서 내리고 뭇 신하들과 함께 나아가 똑바로 읍을 하고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근래에 듣건대, 석가 태자께서는 단정히 앉은 지 6년 만에 도가 이룩되어 부처님이라 하신다는데 사실이 그러합니까? 이것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참으로 부처님입니다. 세상에서 헛되게 전한 것이 아닙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구담이여, 자칭 부처님이 되었다 하기 때문에 부처님이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왕에게 대답하셨다. “과거 오랜 옛적에 세상에 부처님이 계셔서 명호가 정광(定光)부처님이었는데, 나에게 수기하시기를, ‘너는 오는 세상의 91겁 만에 부처가 될 터인데 명호는 석가문(釋迦文)이리라. 32가지의 몸매와 80가지의 잘 생긴 모습과 18가지의 특별하고 미묘한 법과 10가지의 신력(神力)이며 4가지 두려운 바 없음[無所畏]을 지니리니, 한 가지 일이라도 부족하면 부처님이 되었다고 못하리라’고 하셨는데, 나는 지금 갖추어 있기 때문에 여래ㆍ무소착(無所着)이며 바르고 참된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왕은 헷갈리고 뜻에 의심이 나서 거듭 질문하였다. “구담께서는 나이도 젊고 배운 날이 아주 얕으십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어떤 바라문은 물과 불을 닦고 다스리되 애를 써서 몸을 괴롭히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96가지 술법을 겪지 않은 것이 없느라고 나이가 높고 덕이 멀기 때문입니다. 불란가섭(不蘭迦葉) 등의 여섯 분들은 이름이 세상을 덮었는데도 아직 부처님이 되지 못하였으니, 부처님이란 참으로 높으신 것입니다. 이로써 미루건대 의심이 나며 믿어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왕을 위하여 법을 말하겠으니 참으로 자세히 듣고 의심하지 마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작은 것에 네 가지 일이 있는데 모두가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 일이냐 하면, 첫째 태자가 비록 작다 하더라도 장차 정식의 임금이 될 터이므로 이도 업신여길 수 없음이요, 둘째 작은 불이지만 풀을 태우며 풀이 다하여야 비로소 그치므로 이도 업신여길 수 없음이요, 셋째 용의 새끼가 비록 작기는 하나 능히 바람ㆍ비ㆍ우뢰ㆍ번개며 벼락을 칠 수 있으므로 이도 업신여길 수 없음이요, 넷째 도를 닦는 선비가 비록 작다 하더라도 이미 도의 요긴하고 깊고 미묘한 지혜에 들어서 날아다니며 교화하고 인민을 제도 해탈시키므로 이도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019_0491_b_01L 태자의 복이 이룩되어서 장차는 정식의 임금이 되거늘 어리석은 사람이 업신여긴다면
재앙이 바로 일어나나니 바로 마음으로 말미암아 나오기에 중할 수도 있고 가벼울 수도 있느니라.
019_0491_a_22L太子福成, 當爲正君, 愚人輕慢,
禍舋是生, 正由心出, 能重能輕。
전생의 행으로 얻어진 바라 복은 저절로 몸을 따르나니 능히 덕의 근본을 살핀 연후에 그 사람에게 도의 요체가 갖추어졌는가를 살필 것이니 대왕은 생각해 보셔야 하리라.
019_0491_b_02L宿行所得, 福自隨形, 能觀德本,
然後觀人, 道要以備, 大王思惟。
작은 불이 풀을 만나 타게 되면 한없으며 수미인 보배산도 조그마한 것으로부터 생겼느니라.
019_0491_b_04L小火得草, 所燒無限, 須彌寶山,
亦從小起。
슬기로운 이는 사물을 살필 적에 작은 것도 없고 큰 것도 없나니 용을 만나서 피하지 않으면 작은 독이 사람을 해치느니라.
019_0491_b_06L智者觀物, 無小無大,
遇龍不避, 小毒害人。
비구는 악을 깨뜨리고서 힘써 나아가 선정에 들며 도가 이룩되면 신통으로 변화를 하여 사람들을 제도하느니라.
019_0491_b_07L比丘破惡,
精進入禪, 道成神通, 變現度人。
진리를 보고 깨끗하여 때가 없어서 이미 5도(道)의 못을 건넜나니 부처님이 나와서 세간을 비추어 중생을 위해 근심 걱정을 없애느니라.
019_0491_b_08L見諦淨無垢, 已度五道淵, 佛出照世閒,
爲衆除憂患。
왕은 이 바른 말씀을 듣고도 때[垢]가 중하고 뜻이 가리워져서 남아 있는 의심을 아직 깨지 못하고서 나아가 부처님 발 아래 예배하고 하직하고는 물러나 왕궁으로 돌아갔다.
019_0491_b_10L正聞正言,垢重情蔽,遺疑未悟,前禮佛足,辭退還宮。
이때 나라 안에 어떤 바라문이 부자로 살며 보배는 많았으나 늙도록 아이가 없었으므로, 사당에 힘을 다하여 빌었더니 얼마 안 되어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일곱 살이 되자 병이 들어 갑자기 죽어버리는지라, 그의 아버지는 몹시 괴로워서 누워도 자리가 편하지 못하고 음식조차 들지 못하다가 부처님께서는 걱정과 근심을 없앨 수 있다 함을 듣고 즉시 기원에 나아가자, 부처님께서는 범지에게 물었다. “무슨 근심 걱정이 있기에 얼굴빛이 파리합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저의 나이 늘그막에 오직 하나의 아들이 있었사온데 저를 버리고 죽어버렸으므로 슬프고 가엾어서 몹시 괴로워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은혜와 사랑이 있으면, 곧 근심하고 슬퍼하게 되느니라.”
범지는 뜻이 헷갈려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은혜와 사랑의 즐거움에 무슨 근심과 슬픔이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느니라.”
019_0491_b_19L梵志情迷,便白佛言:“恩愛之樂,有何憂悲?”佛言:“不然!”
019_0491_c_01L이렇게 세 번까지 하셨는데도 바라문은 이해하지 못하고 기원에서 달려 나가다가 두 사람이 노름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생각하기를, ‘이들은 반드시 슬기로운 이들이므로 나의 의심을 풀 수 있으리라’ 하고, 곧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은혜와 사랑은 즐거운 것입니까, 근심되고 슬픈 것입니까?” 그러자 즉시 범지에게 대답하였다. “천하에서 즐거운 것은 은혜와 사랑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나라 안의 어리석은 이들은 같이 부처님의 말씀을 비웃었는데 이에 위로 왕에게까지 들리자 왕은 뜻이 헷갈린지라 곧 부인 말리(末利)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몹시 우스꽝스럽소. 논리에 거슬리고 이치에 잘못되었소. 어째서 은혜와 사랑이 있으면 근심과 슬픔이 생깁니까?” 부인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거짓 말씀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그와 같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구담을 높이어 그렇게 앙모하고 친히 하므로 그를 믿게 되는 것이오.”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왜 스스로 가시거나 지혜로운 신하를 보내거나 하여 물을 바를 여쭈어 보지 않으시고, 세상의 미치고 헷갈림만을 증험하십니까?”
왕은 그 말을 듣고, 곧 지혜로운 신하 나리승(那利繩)을 불렀다. “그대는 나의 말을 가지고 구담에게 문안하고,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고 헷갈려서 망령되이 높으신 뜻을 전하면서 멋대로 말하기를, 은혜와 사랑이 근심과 슬픔을 낸다 함은 괴이하고도 그 이치가 어긋났다고 하므로 심부름을 보내어 교화를 받자옵니다’고 하라. 만약 부처님께서 가르침이 있거든 그대는 자세히 받을지니라.”
신하는 왕의 명을 받고 곧 기원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다가 잠깐 만에 나아가 길게 꿇어앉아 아뢰었다. “국왕 바사닉이 자리 앞에 머리 조아리며 모르는 것을 묻자오니, ‘원컨대 가르치심을 보이소서’라고 하였나이다.” 감히 사실대로의 말을 아뢰자, 이에 여래께서는 신하에게 명하여 자리에 앉게 하고 말씀하셨다. “은혜와 사랑의 근본은 흐름이 깊어서 다하기 어렵나니, 근심과 슬픔의 괴로움은 한결같이 은혜와 사랑으로 말미암느니라.”
또 대신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뜻이 풀리면 곧 대답하라.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부모가 돌아가시고 처자가 죽어버리며 재산은 관청에 몰수되었다면 이 사람의 근심과 괴로움은 견뎌낼 수가 있겠느냐?” 대신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높으신 가르침과 같습니다.”
019_0492_a_01L또 대신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게 살다가 장가를 들면서 부잣집 딸을 얻었었는데 게을러서 하는 일이 없는지라 날로 다시 가난해져서 집에 먹는 것조차 허덕이게 되자 빼앗아다가 다시 시집을 보내려 하므로 아내가 집안의 의논을 듣고 곧 남편에게 말하기를, ‘우리 집의 세력이 강한지라 반드시 빼앗기게 될 터인데, 당신은 장차 어떤 계교를 쓰겠습니까?” 하자, 남편이 부인의 말을 듣고 데리고 함께 방에 들어가서는, ‘이제 당신과 함께 한 곳에서 죽어버리고 싶소’ 하고, 바로 부인을 찌르고 돌아와 다시 자기를 찔러 자살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나리승에게 말씀하셨다. “은혜와 사랑이 서로를 죽이기까지 하였거늘 어찌 근심하고 슬플 뿐이겠느냐?”
그러자 신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예배하고 물러나 궁중으로 돌아와서 자세히 부처님의 뜻을 말하였으나 왕은 뜻이 깨치지 않아 오히려 이 말씀을 비웃으면서 다시 말리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무엇 때문에 다만 이런 말씀을 하실까?” 그러자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한 가지 일을 여쭙고자 하는데, 원컨대 받아 살펴보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말하여 보시오.”
부인은 물었다. “저쪽의 두 고을이 하나는 가이군(迦夷郡)이요, 하나는 구달로군(拘達盧郡)인데 만약 어떤 이가 왕에게 이르기를, ‘저 두 나라를 다른 나라 왕이 빼앗아 갔습니다’고 하면, 왕은 어떻다 하시겠습니까?” 왕은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의 재물이 많고 즐거움은 이 두 나라 때문인데, 만약 이런 질문이 있다면 뜻에 근심되고 심란하리다.”
부인은 왕에게 물었다. “이것이 은혜와 사랑은 근심과 슬픔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첩(賤妾)이 잘못 생겼기는 하오나 휘장에서 모시게 되다가 하루아침에 병들어 죽으면, 왕은 어떻다 하시겠습니까?” 왕은 말리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심정은 헷갈리고 쓸쓸해져서 목숨도 장차 보전을 못하리다.”
부인은 다시 말하였다. “이것이 은혜와 사랑은 근심과 슬픔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왕의 뜻이 비로소 풀려서 곧 평상을 내려오며 멀리 기원에다 예배하고 3존(尊)께 귀명하며 참회하고 사과하면서 말하였다. “형상이 다하고 목숨이 끝나기까지 높으신 가르침을 머리에 받들겠나이다.”
019_0492_b_01L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뭇 승가가 완전히 있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고 계셨다. 국왕 바사닉은 해가 기울어질 무렵에, 부처님 처소를 지나는 길에 수레에서 내려 일산을 물리치고 두 손을 마주잡고 똑바로 나아가 땅에 머리 조아리고서 물러나 왕의 자리로 가자,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시기에 옷이 해지고 얼굴이 야위었습니까?” 왕은 곧 자리에서 떨어지며 눈물을 훔치면서 대답하였다. “나라의 태부인(太夫人)께서 천하를 등져 버리셨으므로 영구(靈柩)를 모셔 보내어 안치하고서 비로소 돌아왔나이다. 근일에 받잡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나라에 왕림하셔서 가엾이 여겼사오나 겉의 재앙 거리나 탐내고 성품이 어리석어 사리에 어두워서 뜻이 삿된 소리에만 헷갈렸사온데 이제야 비로소 밝으신 가르침이 지극히 참됨을 알았나이다. 근심과 슬픔의 괴로움은 모두가 은혜와 사랑 때문이옵니다. 매양 가르침을 생각하온데 세상에서는 듣기 드문 것이옵니다.”
이때에 세존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앉아서 잘 들으시오.” 왕은 말하였다. “예, 그렇게 하겠나이다.”
019_0492_b_08L於時世尊而告王曰:“復坐。善聽!”王言:“唯諾。”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중생으로서 형상을 받으면, 늙은이거나 젊은이거나 세력 있는 이거나 천한 이라 할 것 없이 목숨이 다하는 날에는 갈라 흩어지지 않는 이가 없나니, 마치 봄의 꽃이 빛깔이 오래오래 산뜻하지도 못하고 열매를 맺으면서 꽃이 떨어지며 과실이 익으면 꼭지에서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수미의 보배산도 겁(劫)이 다하면 무너져 문드러지고 큰 바다가 깊고 넓지마는 오히려 바짝 마름이 있으며, 사람의 목숨은 위태하고 헤식어서 슬기로운 이면 믿지를 않나니, 오직 지닐 것은 덕을 닦고 정진하며 도를 이행하는 것뿐입니다.”
목숨은 열매가 익음을 기다림 같아서 언제나 반드시 떨어지는 줄 두려워하오. 삶으로써 모두가 괴로움이 있거늘 누가 죽지 않을 수 있으리오.
019_0492_b_14L命如菓待熟, 常恐會零落, 以生皆有苦,
誰能致不死?
하천의 흐름이 빨리 달려서 가서는 큰 바다로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가는 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아니하오.
019_0492_b_16L如河流駛疾, 往而沒大海,
人命亦如是, 逝者不復還。
019_0492_c_01L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4역(域)을 맡아 다스리고 날아다니며 순찰을 하고 7보가 인도하고 따르면서 비록 천 년을 산다 하더라도 역시 죽어서 떠나가며, 여러 하늘들은 음식의 복으로 좋은 음식이 저절로 생기지만 그 복록이 다하게 되면 역시 없어져 버리며, 비구로서 악을 깨뜨리고 한마음으로 선정을 생각하며 영화와 이익에 움직이지 않고 뜻이 무겁기가 산과 같은 신통이 있는 아라한[眞人]이라도 오히려 또 멸도(滅度)를 하며, 여래는 세상에 나오셔서 권도인 지혜로써 몸을 나타내고 금강의 덕을 지닌 몸으로 대천세계를 밝게 비추며 삼계를 두루 돌면서 중생들을 제도하는 열 가지 힘을 지닌 세상의 영웅인데도 오히려 열반을 나타내나니, 인생의 세간에는 목숨이 오래 머무르지 않아서 빠르기가 마치 전류(電流)와 같고 마치 바람이 뜰을 스쳐가듯 하며 높고 영화스러운 보배의 자리도 그에게는 꿈과 같습니다. 옛날을 미루어 지금을 증험하건대, 시작하여 끝나지 않음이 없고 다섯 갈래를 돌고 헤매나니, 진리를 보고 참된 것에 돌아가시오.”
시냇물이 빨리 흘러서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가는 이는 돌아오지 아니하니라.
019_0492_c_04L如河駛流, 往而不反, 人命如是,
逝者不還。
비록 천 년을 산다 하더라도 역시 죽어서 떠나가 버리며 합하고 만나면 이별이 있고 친히 하여 믿을 수 있는 것 없나니
019_0492_c_06L雖壽千年, 亦死過去,
合會有離, 無親可恃。
세간에는 모두가 죽음이 있어서 삼계가 편안함이 없으며 여러 하늘이 비록 즐겁다 하더라도 복이 다하면 또한 죽게 되느니라.
019_0492_c_07L世皆有死,
三界無安, 諸天雖樂, 福盡亦喪。
뜻이 굳어서 마치 땅과 같고 덕이 무거워서 마치 산과 같은 아라한으로서 때[垢]가 없어도 고요히 멸도에 돌아가느니라.
019_0492_c_08L志堅若地, 德重若山, 眞人無垢,
寂然歸滅。
유쾌한 복의 과보로 원한 바를 모두 이룩하시고 으뜸으로 고요한 거룩하신 이라도 스스로 열반을 나타내시느니라.
019_0492_c_10L快哉福報, 所願皆成上寂大人, 自見泥洹。
이에 바사닉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말하여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함[自愛]이라고 하시며, 무엇을 말하여 제 몸을 스스로 지킴[自護]이라 하옵니까?”
019_0492_c_11L於是波斯匿復白佛言:“何謂自愛?何謂自護?”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한 물음이로다. 대왕이여, 자세히 받을지니라. 인생은 세상에서 네 가지 요소[四大]로 합해 이루어졌거늘 성품이 어리석고 익힘이 미련하여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탕하고, 속이고 하여 도의 행을 믿지 않나니, 이것은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함이 아니니라. 선을 익히고 어짊을 행하며 세상의 무상을 깨닫고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함을 믿으며 뜻은 3존에 두어 계율을 받들고 마음을 껴잡으며 믿음으로써 도를 두텁게 하고 예의를 지켜 겸양하며 효도와 순종으로 정성이 지극하면 이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이라 하느니라. 선을 쌓고 덕을 이행하며 몸으로 제멋대로 함이 없고 뜻과 행이 밝음을 닦으므로 위의 하늘이 호위하게 되고, 남녀 할 것 없이 뭇 행은 몸의 편이 되어서 무기가 몸을 상하지 않고 범과 외뿔소가 해침이 없는 것이 제 몸을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이니, 오직 계행만은 지녀야 하느니라.”
무릇 사람들은 악을 행하면서 능히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어서 기분 좋아하다가 뒤에는 모진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019_0492_c_21L凡人爲惡, 不能自覺, 愚癡快意,
後受熱毒。
살면서 선한 행이 없으면 죽어서는 나쁜 길에 떨어지는데 빨리 무간지옥(無間地獄)에 가서 도울 수 없는 데로 도달하느니라.
019_0492_c_23L生無善行, 死墮惡道,
往疾無閒, 到無資用。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이는 삼가서 지킬 바를 지키게 되며 마음을 고르고 몸을 바르게 하나니 복은 마땅히 하늘에 오르리라.
019_0492_c_24L自愛身者,
愼護所守, 調心正體, 福應上天。
019_0493_a_01L
선비로서 믿음과 행이 있으면 성인에게 칭찬을 받게 되나니 스스로 사랑함이 이와 같으면 상쾌히 깨달아서 근심이 없느니라.
019_0493_a_01L士有信行, 爲聖所譽, 自愛如是,
快解無憂。
나쁜 행은 몸을 위태롭게 하거늘 어리석은 이들은 소홀히 여기며 착함은 가장 몸을 편히 하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어려운 것이라 여기니라.
019_0493_a_03L惡行危身, 愚謂爲易,
善最安身, 愚人謂難。
법을 믿으며 계율을 받들어서 슬기로운 뜻으로 능히 행하면 위의 하늘들이 호위하나니 슬기로운 이는 이를 좋아하느니라.
019_0493_a_04L信法奉戒,
慧意能行, 上天衛之, 智者樂茲。
어짊과 사랑은 삿되지 아니하여 편안히 머물러서 근심이 없으며 능히 성냄을 없애게 되면 이로부터 못[淵]을 벗어나느니라.
019_0493_a_05L仁愛不邪, 安止無憂, 能除恚怒,
從是脫淵。
왕은 이 법다운 말을 듣고 어리석음이 풀리고 망령됨이 끊어져서 나아가 5계를 받았고 뭇 신하와 따르는 벼슬아치들은 모두 도의 마음을 내었으며, 하늘ㆍ용ㆍ귀신들은 기뻐하며 즐거이 들었다.
019_0493_a_07L王聞法言,愚解望斷,前受五戒。群臣從官皆發道心,天龍鬼神歡喜樂聞。
12. 대가섭이 처음으로 오는 품[大迦葉始來品]
019_0493_a_09L大迦葉始來品第十二
그때 세존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면서 대중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는데, 하늘ㆍ용ㆍ귀신들과 4부 제자들이 엄숙하게 정돈되어 다 있었다. 이에 대가섭[摩訶迦葉]이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해진 옷으로 처음 부처님께 다가오자, 세존께서는 멀리서 보고 찬탄하셨다. “잘 왔구나. 가섭아.” 미리 평상의 반을 나누셨다가 명하여 앉게 하시므로, 가섭은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물러나 꿇고서 말하였다. “저는 바로 여래의 끝줄의 제자이온데 후사를 부탁하며 자리를 나누시니, 감히 뜻을 받잡지 못하겠나이다.” 그러자 대중들은 모두 생각하였다. ‘이 늙은 도사가 무슨 기이한 덕이 있기에 세존께서 자리를 나누며 명하게까지 할까. 이 사람이 뛰어난 분일까? 오직 부처님만이 밝히시리라.’
이에 여래께서는 대중들의 생각하는 바를 살피시어 의심하는 바를 결단하려고 말씀하셨다. “가섭의 큰 행이야말로 성인과 같다 함을 널리 논하리라.”
019_0493_a_19L於是如來察衆所念,欲決所疑,“廣論迦葉大行齊聖。”
019_0493_b_01L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나는 4선(禪)의 선정으로써 마음을 쉬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손실함이 없는데 가섭 비구도 4선이 있고 선정으로 인하여 정의(定意)를 얻었느니라. 나는 크게 인자함으로써 일체에게 어질고 사랑하는데 가섭의 바탕과 성품도 인자함이 이와 같으며, 나는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써 중생을 제도하는데 가섭 비구의 크게 가엾이 여김도 그와 같으니라. 나는 4선(禪) 삼매(三昧)로써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기를 밤낮 없이 한다. 4선 삼매란 첫째가 무형(無形)삼매요, 둘째가 무량의(無量意)삼매요, 셋째가 청정적(淸淨積)삼매요, 넷째가 불퇴전(不退轉)삼매인데, 가섭 비구 역시 이 삼매를 지녔느니라.
나는 본래 여섯 가지 신통을 좋아하여 이제 이미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는데, 가섭 비구 역시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여섯 가지 신통이란 첫째 4신족념(神足念)이요, 둘째 온갖 사람들의 뜻을 다 앎이요, 셋째 귀가 꿰뚫어서 들음이요, 넷째 중생들의 근본을 봄이요, 다섯째 중생들의 향하여 갈 곳을 앎이요, 여섯째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진 것이니, 이제는 이미 두려움이 없고 삼계에서 홀로 높으니라. 나는 4정(定)으로써 법의 어거함[法御]을 나타낸다. 무엇이 4정이냐 하면 첫째 해정(解定)이요, 둘째 지정(智定)이요, 셋째 혜정(慧定)이요, 넷째 계정(戒定)이 그것이니, 이름과 물질이 모두 없어지고 맑음의 자취[梵迹]만이 홀로 존재하며 근심하거나 기뻐하는 생각이 없어 나고 죽음의 뿌리가 끊어졌는데 가섭 비구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과거 오랜 옛적에 문타갈(文陀竭)이라는 성왕이 있었는데 높은 행이 세상을 빛내고 공훈이 감동되었으므로 도리천의 임금이 그 기이한 덕을 흠모하여 곧 수레와 말을 파견하여 궁궐에 나아가 왕을 영접하며 왕은 하늘 수레를 타고 홀연히 허공을 오르면, 하늘 임금이 나와 맞아서 왕과 함께 앉아 재미있게 즐기다가 끝나고는 왕을 보내어 궁중에 돌아오게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하늘 임금이란 지금의 대가섭이 그요, 문타갈왕이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옛날 하늘의 임금은 나고 죽음의 두려운 자리로써 나를 나란히 앉게 하였지만, 나는 이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법의 어거하는 자리로써 옛날의 공덕을 갚느니라.”
019_0493_c_01L
부처님께서는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으로부터 1,250인의 비구와 함께 발기국(拔耆國) 지경을 지나 인민들을 제도하면서 가시어 유야리(維耶離)에 이르러 나씨(奈氏)의 나무 동산에 나아가셨다. 성중에 아범화리(阿凡和利)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부처님에게 와서 교화하심을 듣고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곧 차리고 5백의 여인들과 함께 나오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신칙하셨다. “뜻을 바루고 머리를 숙이며 망령되이 돌아보지 말라. 색욕은 사람을 어지럽히나니, 오직 도로써만이 억누를 수 있느니라. 뜻을 억제하고 마음을 단속하라. 슬기로운 이면 반드시 될 수 있느니라. 지금 아범화리라는 여인이 5백의 여인들과 함께 설법을 들으려 하니, 너희들은 저마다 깨끗한 행을 보호하고 지녀서 놓치지 말라.”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네” 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아범화리는 문에 나아가 수레에서 내리며 손을 깍지 끼어 가슴에 대고 머리를 숙이고 똑바로 나와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여자의 자리로 나아가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형상은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빛깔은 오래 산뜻하지 못하느니라. 목숨은 바람이 스쳐감과 같아서 젊음도 반드시 쇠약해지나니, 용모를 믿고 스스로 더러운 행에서 살지 말라. 세간에서는 헷갈려서 재앙이 일어남은 색욕에서이므로 세 가지 길에 애써 고생하지만, 슬기로운 이는 능히 닫아 버리느니라.” 그러자 여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풀리고 색욕이 그쳐지므로 곧 도의 뜻을 내어 스스로 3존에게 귀의하고는, 이에 아범화리는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인을 천히 여기지 않으시고 법의 말씀을 맛볼 수 있게 하셨나이다. 여래께 원하옵나니, 내일 여래와 비구승은 왕림하시어 박한 음식이나마 잡수소서.” 부처님의 법에 잠자코 계심은 이미 허가하신 것이라, 일어나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019_0494_a_01L이때 성중의 장자(長者)의 아들들 5백 명은 부처님께서 와서 가르침을 드리우며 나씨 동산에 머무르심을 듣고, 즉시 모두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들으려고 수레와 말이며 옷을 장식하여 다섯 가지 빛깔로 눈부시게 빛내면서 성을 나가 동산으로 가는데 사람과 따르는 수레와 말이 고요하여 법다웠다. 문에 나아가 수레에서 내려 손을 깍지 끼고 똑바로 나아가서 예배하고는 자세히 아뢰고 물러나 남자의 자리에 앉자, 부처님께서는 족성자(族姓子)들에게 말씀하셨다. “영화로운 자리에 높고 세력이 있어서 쾌락이 뜻대로 됨은 모두가 이는 전세상의 복덕에서 온 것이며, 이제 다시 부처님을 뵈었으니 공덕이 더욱 더하리라.” 그러자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기뻐하며 물러나 앉아 길게 꿇고 부처님께 청하였다. “내일 왕림하셔서 가엾이 여기어 소식(蔬食)이나마 드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이미 먼저 청을 받았으니, 부처님께서는 두 번 허락을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자세히 모르겠사오나, 청한 분의 성명은 바로 누구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까 아범화리의 청을 받았으므로 내일 가야 하리라.” 장자의 아들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바로 나라의 백성이온데 어찌 먼저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족성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如來)는 인자함이 너른지라, 높거나 낮음을 묻지 않노라.”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는 하직하고 물러나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범화리에게 가서 일렀다. “부처님이란 지극히 높으신데 일체를 위한 까닭에 오셔서 우리나라를 교화하시니, 부처님과 승가의 공양은 우리들이 먼저 해야겠소.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으므로 뒤에 드려야 할 터이니 부디 공양을 마련하지 마시라고 일부러 와서 말을 합니다.” 그러자 여인은 장자의 아들에게 말하였다. “세력이 있다고 위력으로 약한 이를 누르지 마시오. 이제 네 가지 일을 바라리니, 만약 은혜를 받게 되면 감히 먼저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 일이냐 하면, 첫째 나의 마음이 선(善)을 보존하여 움직임이 없게 하는 것이고, 둘째 나의 목숨이 보존되어 죽음이 없게 하는 것이며, 셋째 재물이 보존되어 없어짐이 없게 하는 것이고, 넷째 세존께서 늘 머물러 가르치면서 다른 나라에 가시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즉시 여인에게 말하였다. “선한 마음을 보존할 수 없고 목숨 역시 그러하므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서로 말하였다. “이 여인은 복된 사람이라 먼저 부처님을 공양하게 되었고 이에 무상을 깨달아서 매우 기쁘고 즐겁겠다.”
019_0494_b_01L그 중에 젊은이들은 뒤에 공양하게 됨을 매우 부끄럽게 여기어 함께 억지로 해야겠다고 하면서, 곧 시장 감독에게 명하였다. “파하고 장을 보지 말라.” 그러므로 아범화리가 여종을 보내어 장을 보게 하였으나 마침내 살 수가 없는지라 돌아와 곳집을 보았더니 온갖 찬거리가 갖추어졌는데 땔나무와 숯이 모자라므로 곳집의 모포를 내어다가 향유를 부어서 공양을 마련하였다. 다음 날 때가 되자 심부름꾼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는데, 성문을 또 닫는지라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알렸다. “성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자 이는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하는 짓인 줄 알고 여인은 생각하기를, ‘법에 응당 심부름꾼을 보내어 공양이 마련된 것을 아뢰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하면 통할 수 있을까?’ 곧 앵무새에게 말하였다. “네가 가서 부처님께 아뢰어라.”
앵무새는 명을 받고서 그 집에서 날아 나오자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활을 들고 쏘아댔으나 심부름을 받들어 부처님을 청하는 위신력이 잇닿아서 화살이 변화하여 꽃이 되었으므로,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 날며 허공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러 가지를 차리고 다 마련하였사오니, 오직 원컨대 왕림하시옵소서.” 이때에 중우(衆佑)께서는 법답게 위엄이 있는 거둥으로 인도되어 발이 문지방을 밟자, 천지가 진동하고 용은 비를 내려 먼지를 적셔 주며 하늘은 즐거워하며 내려와서 따르고 여러 악기들은 저절로 울렸다.
부처님께서는 앉아서 잡수기를 마치고 물을 돌려서 끝내자 그들을 위하여 경전의 법을 말씀하시니, 5백 장자의 아들들과 아범화리며 5백의 여인들이 법의 눈을 얻고 모두 5계를 받았다. 그 뒤에 부처님께서는 비구승과 함께 나씨의 동산으로 돌아가셨는데 모두가 기뻐하며 즐거이 듣지 아니함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유야리(維耶離)로부터 1,250인의 비구승과 천(千) 우바새와 함께 나난타국(那難陀國)의 바화리원(波和離園)에 나아가셨다.
019_0494_b_15L佛從維耶離,與千二百五十比丘僧及千優婆塞俱,詣那難陁國、波和離國。
이때 나라 안에서는 6사(師)를 받들고 섬겨서 삿된 행에 헷갈려 있었는데, 성중에 아이 발제불(阿夷拔提弗)이라는 세력 있는 장자가 니건(尼揵)을 받들어 섬기면서 힘써 부지런하기에 첫째였다. 부처님께서 와서 돌보신다 함을 듣고, 니건의 처소에 가서 예배하기를 평상시처럼 하자 니건이 물었다. “당신은 구담이 여기에 와 이르렀다 함을 들으셨소?” 대답하였다. “이미 들었습니다.”
019_0494_c_01L니건이 말하였다. “당신은 가서 사문 구담을 힐난하여 한 가지 일로써 목이 막혀 버리도록 해야 하겠소.” 발제불은 말하였다. “한 가지 일이란 무엇이건대 대답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당신은 구담에게 힐난하기를, ‘나는 듣건대, 사문이란 일체에게 주원(呪願)을 하다 널리 배를 불린다고 하던데 외람되게 대중들을 거느리고 굶주리는 나라에까지 와서 인민들의 밥을 소비시키니, 이야말로 크게 이익이 없습니다’고 하십시오.”
발제불은 명을 받고 물러나 곧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쳐다보니, 신령스런 덕과 거룩한 모습이 빛이 나고 제자들의 법다운 거동도 기쁘기 그지없는지라 공경하는 마음이 뛰놀았으므로, 두 손을 마주잡고 나아가 서서 읍하고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한 가지 일을 청하려 하는데, 풀이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듣고 싶은 바를 물으시오.”
발제불은 말하였다. “엎드려 듣자오니, 구담께서는 일체를 이롭게 해서 안온함을 얻게 하신다던데, 대중들까지 거느리고 굶주리는 나라에 오셔서 백성들의 밥을 축나게 하고 소비시키시니 이익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이 발제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91겁 동안을 오면서 사람들에게 복 짓기를 권했는데 손해가 되고 이익이 없었음을 아직 듣지 못하였으며, 나는 높고 귀하고 가멸하고 안락함은 본래 보시에서 일어났고 헛되이 소비시키면 과보가 없지 않다 함을 들었소. 사람으로서 어짊과 옳음[仁義]을 행하면 이 세상에서는 하늘에 나게 되나니, 선을 권하여 대신 좋아하면 복은 몸을 따릅니다.”
또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은 여덟 가지 위험이 있어서 손해만 되고 이익이 없습니다. 무엇이 여덟 가지냐 하면, 첫째 관청에 몰수당함이요, 둘째 도둑에게 빼앗김이요, 셋째 느닷없이 불이 일어남이요, 넷째 물에 빠짐을 당함이요, 다섯째 원수와 빚쟁이에게 멋대로 빼앗김을 당함이요, 여섯째 농사가 잘못됨이요, 일곱째 장사하다가 이익을 못 봄이요, 여덟째 나쁜 아들이 노름을 하여 씀씀이 법도에 어긋남이니, 이것이 여덟 가지 위험입니다. 위험에 부딪치면 보존하기 어렵고 여덟 가지 재앙이 이르면 힘으로 억누르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런 인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시하기를 권하여 복밭에 편안히 두어서 깊고 굳게 하여 움직이기 어렵게 하면 물과 불, 도둑이 다시는 침해할 수 없으며, 목숨을 마치면 하늘에 나서 옷과 밥이 저절로 됩니다.”
019_0495_a_01L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참된 말은 지극히 긴요하여 세상의 어리석고 헷갈림을 교화하는데 만약 믿지 아니하면 스스로 사람의 근본을 무너뜨리어 세 가지 길에 떨어지며, 만약 깨달아 알아서 고쳐 듣고 바꾸어 행하여 정신을 무위(無爲)에 옮기면 향할 바가 분명하여지리다.”
아이 발제불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뜻이 기뻐지고 속이 안정되는지라 물러나 앉아서 스스로 진술하였다. “어리석어서 헷갈림을 쌓은지라 바르고 참됨을 모르고 질문한 바가 법에 그릇되었나이다. 실은 저의 뜻이 아니오라 니건이 보냈사온데 심부름을 하였음이 공손하지 못한 것이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은혜를 드리워서 허물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스스로 깨달았다면 그 복이야말로 한량이 없으리라.”
장자가 여쭈었다. “엎드려 듣자오니 여래께서는 자비와 평등으로 널리 구제하신다 하던데 잘 모르겠사오나 법의 가르침이 치우치고 같지 아니하여 도를 얻는 이도 있거니와 얻지 못한 이도 있나이다. 의심을 안아온 지 날이 오래였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깨우쳐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한 물음이로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받을지니라. 이를테면, 농부에게는 본래 두 가지의 일이 있음과 같다. 하나의 밭은 부슬부슬하고 기름진데, 하나의 밭은 습기가 차고 메마르다고 하자. 봄의 화창할 때에 같은 힘으로 공을 들여서 씨를 뿌리고 계절에 맞추어 김을 맸는데도 가을이 되어 열매를 거두어 보면 용량이 현격하게 다르니라.”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공은 치우치지 않았지만 수확이 같지 않음은 땅이 기름지거나 메마르기 때문이니라. 사람들이 나의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 받들어 행하여 뜻대로 얻은 것은 마치 기름진 밭에 수확이 무수함과 같다. 지금의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그들이니, 뜻을 따라 깊숙한 데 들어서 신통이 걸림이 없느니라. 사람들이 도의 말을 듣고서 배반하고 믿지 않음은 마치 메마른 밭에 심어서 썩어지고 나지 않음과 같나니, 지금의 6사(師)인 니건 등이 그들이니라.”
019_0495_b_01L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릇을 가지고 물을 뜨되, 하나의 그릇은 완전하고 하나의 그릇은 뚫어져 있는데 만약 이용하여 물을 받으면 완전한 것은 언제나 차 있지만 뚫어진 것은 새서 없어짐과 같나니, 사람이 도의 가르침을 듣고 힘써 나아가 닦고 부지런히 하며 계율을 받들어 어기지 않고 몸과 입을 엄숙하게 삼가면 마치 완전한 그릇과 같아서 받는 바가 한이 없을 것이며, 사람이 도의 법을 듣고 받지도 않고 믿지도 아니하여 더욱 헐뜯기나 하고 사람으로서의 근본을 잃어버리면 도리어 나쁜 길에 들어가리니, 마치 뚫어진 그릇에 담아진 것이 없음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의 선한 행으로 부처님을 뵙게 되었고 비록 다시 높고 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나 도를 믿지 아니하면 마치 허공의 꽃[狂華]은 떨어져도 열매를 맺지 않음과 같으니라.”
그러자 발제불은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찬탄하였다. “참된 말씀은 정신이 감동되고 말씀한 바가 지성스럽기도 하구나.” 곧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계율을 받고 물러갔으며, 나라 안의 모두가 도의 뜻을 내어서 6사의 삿된 술법을 한번에 모두 비난하여 물리쳐 버렸고,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들이 법의 소리를 널리 펴 밝혔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파화리원(波和離園)으로부터 1,250인의 비구와 함께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가셨다.
019_0495_b_12L於時佛從波和離國,與千二百五十比丘俱,還祇樹給孤獨園。
이때 사위국 경계 중간에 수란연(隨蘭然)이라는 군(郡)이 있고 거기에 아기달(阿祇達)이라는 바라문이 있어서 지혜가 많고 슬기가 밝으며 부자로 살아서 견줄 이가 없었는데, 아난기기(阿難祁祁)의 집에 나아가서 논의하던 일이 끝나자 수달(須達)에게 물었다. “지금 이 도읍 아래 어떤 신령한 분이 계신다 하던데 스승으로 존숭할 만한 이입니까?” 수달은 대답하였다. “당신은 아직 듣지 못하셨습니까? 석가 성바지의 왕자로서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도가 이룩되자 부처님이라 하는데 몸의 빛깔과 상호가 세상에서는 보던 바가 아닙니다. 법률[法戒]이 맑고 바르며 마음의 때를 비추어 없애서 신통이 밝고 통달되어 중생의 근원을 앎으로 하늘과 용이며 귀신들이 받들지 않음이 없습니다. 매양 설명하는 법의 말씀은 정밀한 이치가 신령함에 들었으므로, 나 반딧불로서는 널리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다음 날에 아기달은 기원에 나아가 문을 들어가며 부처님을 뵙자, 거룩한 광명에 공경하는 마음이 속에서 일어나므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더니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법을 말씀하시므로 기뻐 날뛰면서 곧 자리에서 물러나며 부처님과 비구승을 청하였다. “왕림하시어 한 철 석 달 동안 교화를 드리우소서.”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뜻으로써 옛날의 인연을 아셨는지라 잠자코 청을 받으시자, 아기달은 부처님의 허락을 얻고는 하직하고 물러나 나라로 돌아갔다. 이에 아기달은 집에 돌아와 공양을 차리며 아주 세상에서 값지고 맛있는 것으로 하였는데, 이 날에 세존과 5백의 비구승들은 수란연으로 나아가셨다.
이때에 아기달은 하늘 악마에게 헷갈려서 다섯 가지 욕심에 빠졌으니, 첫째 보배의 장식이요, 둘째 여자의 즐거움이요, 셋째 의복과 음식이요, 넷째 영화와 이끗이며, 다섯째 색욕이 그것이었다. 아기달은 물러가서 후편의 별당에 들어가서 문지기에게 명하였다. “손님과 통하지 말라. 한 철 석 달 동안에는 높고 낮음을 묻지 말고 나의 분부 있기만을 기다려라.” 여래께서 문에 이르셨으나 닫고서 통하지 않는지라, 곧 집 곁의 크게 우거진 나무 아래에 머무시며 부처님께서는 비구승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고을은 흉년인데다가 사람들이 도를 좋아하지 않으니 저마다 편리할 대로 걸식을 하여라.” 사리불만 명을 받아 혼자 도리천상에 올라가서 날마다 저절로 된 밥을 먹었다. 대중 스님들은 걸식을 하였으나 사흘째 빈손으로 돌아왔었는데, 때에 말 먹이는 이가 보리를 줄여서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 공양하였다.
019_0496_a_01L아난은 그 보리를 발우에 얻어서는 마음에 몹시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여러 하늘의 이름 있는 맛과 국왕이 이바지하는 음식도 매양 그 맛이 부처님의 입에는 안 되었다 여겼거늘, 이제 이 보리를 얻었으니 매우 거칠고 나쁘구나. 어찌 차마 이것을 가져다 부처님께 공양할까.” 그리고는 얻은 보리를 가지고 한 할머니에게 나아갔다. “부처님이란 지극히 높으시고 법을 어거하신 으뜸되는 성인이신데 이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려 하니, 할머니는 밥을 지어 주십시오. 공덕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할머니는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일이 바빠서 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한 부인이 부처님께서는 높으시다는 찬탄을 듣고 달려 나와 요구하였으므로, 아난이 주자 즉시 밥을 지어 주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발기국(拔奢國)으로 가시려 하면서 먼저 아난을 시켜 ‘가서 아기달에게 말하라’고 하셨으므로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가서 말하였더니, 아기달은 아난을 보고도 뜻이 아직 깨지 못하여 바로 아난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여기에 계십니다. 그 뒤로 석 달 동안 앞서 당신의 청을 받으셨지만 부처님께서는 두 말씀이 없이 한 철을 벌써 마치셨으니, 작별을 알리고 떠나가야겠습니다.”
그러자 아기달은 부처님께서 교화하여 주셨음을 듣고 공양드리지 못한 것에 슬픔과 두려움이 엇섞였으므로, 즉시 부처님께 달려 나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스스로 자세히 말하였다. “어리석고 죄가 덮여서 언약을 어겼사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자비로써 그 중죄를 용서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지극한 마음을 밝혔느니라.” 아기달은 기뻐하며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이레 동안만이라도 머무시면 공양을 올릴 수 있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그 해가 다 되었는지라 곧 허가하셨다. 그 날 사리불은 하늘에서 내려왔고 일 년의 계절도 이미 지나갔으므로 발기국으로 나아가시려 하자, 아기달은 공양하고 남은 것을 가져다 길 가운데 두루 흩어서 부처님께서 그 위를 밟고 지나가게 하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공양거리와 쌀, 곡식은 바로 먹어야 하는 것이요, 발로써 밟음은 마땅하지 않느니라.”
외도가 닦고 섬기는 바는 불을 애써 힘씀이 으뜸이 되고 학문이 날로 더욱 밝음에는 뭇 이치를 통달함이 으뜸이니라.
019_0496_a_22L外道所修事, 精懃火爲最, 學問日益明,
衆義通爲最。
019_0496_b_01L 인간 중에 돌아가서 우러를 데는 전륜성왕이 으뜸이 되고
강물과 시내의 수원의 흐름은 큰 바다의 깊음이 으뜸이니라.
019_0496_b_01L人中所歸仰, 遮迦越爲最,
江河泉源流, 大海深爲最。
뭇 별이 공중에 있어도 해와 달의 광명이 으뜸이 되듯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보시를 받음이 가장 으뜸이니라.
019_0496_b_02L衆星列空中,
日月明爲最, 佛出於世閒, 受施爲上最。
아기달은 마음이 기뻐지고 맺힘이 풀려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나라의 인민으로서 크거나 작거나 간에 모두가 도의 마음을 내어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019_0496_b_03L阿耆達心悅結解,逮得法眼淨。國人大小皆發道心,前禮佛足,歡喜而退。
이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거룩함을 받들어서 여러 비구들이 마음 속으로 크게 의심함을 알고 기회를 보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신령하고 미묘하며 3달(達)로 중생들의 생각과 인연이 일어나는 바를 아시온데, 모르겠사옵니다. 무엇 때문에 보리를 한 철 동안 잡수셨나이까?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가르쳐 주시어 대중의 의심을 풀어헤쳐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오랜 옛적에 반두월(盤頭越)이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그때 세상에 빈두왕(頻頭王)이라는 왕에게 유위(維衛)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도가 이루어져서 부처님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위라고 하였으며 상호와 거룩한 덕은 모든 부처님의 법과 동일하나니, 따르는 비구 6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에 부왕은 부처님과 비구승을 공양하느라고 당기ㆍ번기를 엄숙하게 꾸미고 세상에서 제일의 보배로 성 안이 정돈되었으므로 광채가 눈부시게 빛났다.
이때에 범지가 있어서 맑고 깨끗하여 덕이 높았었는데, 제자들을 데리고 일이 있어서 성에 들어왔다가 돌아보며 뭇 사람들에게 물었다. ‘무슨 특별한 명절이기에 광명과 장식이 이러합니까?’ 행인이 대답하였다. ‘빈두왕의 태자께서 도를 얻었기에 부처님이라 부르는데, 오늘 오셨으므로 왕과 신민(臣民)들이 공양을 하기 때문입니다.’ 도사는 대답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아주 헷갈렸구나. 맛있는 음식을 버리며 이 사람을 먹이고 있다니, 당신이 말하는 바와 같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말을 먹이는 보리를 먹여야 한다.’ 5백의 제자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잘한다’고 칭찬하였으니, 그 중에 한 사람이 있다가 스승에게 간하였다. ‘스승의 말씀이 잘못입니다. 만약 저 분의 말과 같다면 이 사람의 덕이야말로 높으셔서 하늘의 음식을 잡수시기에 마땅할 것입니다.’ ”
019_0496_c_01L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행이 높은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5백의 제자들은 바로 지금의 너희들이며, 이때에 스승에게 간한 이는 지금의 사리불이니라. 나는 이 재앙을 심었다가 지금에야 비로소 마쳤느니라.” 그리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마다 마음과 입을 보호하며 부디 방자함이 없으라. 선과 악은 사람을 따라서 오래되어도 버려지지 않나니, 마땅히 밝은 행을 닦으며 좇아야 할 도를 얻어야 한다. 나는 배상할 것을 여기에서 마쳤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