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아난은 그윽한 곳에서 생각하였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생각을 싫어하는 사람은 적고, 죽을 때까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많다.’ 오후가 되어 아난은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나 아뢰었다. “저는 그윽한 곳에서 ‘세상에는 다섯 가지 생각을 싫어하는 사람은 적고, 죽을 때까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많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아난의 말과 같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생각을 싫어하는 사람은 적고 죽을 때까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많다. 이제 그 이유를 말하리라. 옛날에 문타갈(文陀竭)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어머니 정수리로부터 났기 때문에 문타갈이라고 이름하였다. 그는 그 뒤에 차가월왕(遮迦越王:전륜성왕)이 되어 동ㆍ서ㆍ남ㆍ북을 모두 병합하였고 또 일곱 가지 보배가 있었다. 즉 첫째는 금 바퀴[金輪]요, 둘째는 흰 코끼리며, 셋째는 감색 말이요, 넷째는 명월주(明月珠)며, 다섯째는 아름다운 아내요, 여섯째는 훌륭히 보좌하는 신하며, 일곱째는 길을 인도하며 군사를 주관하는 신하이니, 그 차가월왕에게는 이런 일곱 가지 보배가 있었다. 그 왕은 인자하게 바른 법으로 다스려 백성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고, 천 명의 아들은 모두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나며 용맹하고 힘이 세 사천하를 모두 항복시켰다. 그는 왕이 된 지 수천 년 지나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백성들이 번성하고 곡식은 흔하며 백성들이 풍성한 4천하를 가지고 있다.’
019_0543_c_01L왕은 또 생각하였다. ‘내게는 모두 단정하기 견줄 데 없고 또 재주가 뛰어나며 용맹스럽고 힘이 센 천 명의 아들이 있다. 저 하늘로 하여금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리게 하면 유쾌하지 않겠는가?’ 하늘은 그 말을 듣고 그 소원에 따라 곧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려 주었다. 왕은 하늘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려 주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수천 년 동안 함께 즐거워하였다. 왕은 또 생각하였다. ‘네 천하는 다 내게 속했고 일곱 가지 보배는 모두 내 앞에 있어 얻고 싶은 것은 모두 다 얻었다. 또 하늘은 내 소원을 저버리지 않고 나를 위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려 주었다.’ 문타갈왕은 남방에 있는 염부제(閻浮提)는 매우 즐겁고 백성이 번성하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거기 가려고 생각하고는 곧 일곱 가지 보배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함께 날아갔다. 염부제국은 28만 리인데 그 나라는 이 왕을 보고 곧 항복해 복속되었다. 왕은 전생에 선을 닦았기 때문에 이런 복을 얻게 된 것이다.
왕은 구야니국(俱耶尼國)에서 수천 년 동안 살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서방에 있는 구야니라는 큰 나라를 가졌는데, 세로와 너비가 32만 리다. 나는 일곱 가지 보배를 가졌고, 또 하늘은 나를 위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려 주었다. 내 천 명의 아들은 모두 단정하기 견줄 데 없고 재주가 뛰어나며 용맹스럽고 힘이 세다. 나는 남방의 염부제국 28만 리도 가졌다.’ 왕은 동방에 있는 불우체국(弗于逮國)이 백성이 번성하고 곡식이 흔하여 매우 즐겁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거기 가려고 생각하고, 곧 일곱 가지 보배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함께 날아갔다. 그 나라 왕과 백성들은 곧 항복하고 복속되었다. 왕은 이내 바른 법으로 그 나라를 다스렸다.
019_0544_a_01L이렇게 수천 년을 지내다가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염부제국 28만 리를 가졌다. 나는 구야니국 32만 리도 가졌다. 나는 불우체국 36만 리를 가졌다.’ 왕은 또 북방에 있는 울단왈(鬱單曰)이 천하가 매우 즐겁고 백성이 번성하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그 나라로 가려 하였다. ‘그 나라에는 가난이 없고 귀천과 강약이 없으며 노비의 존비가 없어 모두 평등하다. 나와 우리 관리들이 모두 저절로 된 쌀을 먹고 저절로 된 의복과 장식과 온갖 보배를 가지게 하리라.’ 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곧 일곱 가지 보배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함께 날아 울단왈의 국경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땅이 푸른 새 깃처럼 새파란 것을 보고 왕은 곁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푸른 새 깃처럼 새파란 저 땅이 보이느냐?’
곁의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예, 보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저기가 울단왈 천하니라.’ 왕은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눈처럼 새하얀 땅을 보고 곁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저 새하얀 땅이 보이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예, 보입니다.’ ‘저것은 울단왈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 찧어진 쌀이다. 너희들 모두 함께 저것을 먹게 될 것이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온갖 보배 나무와 백 가지 옷 나무에 금ㆍ은ㆍ구슬ㆍ영락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왕은 곁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저 보배 나무가 보이느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예, 보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저것들은 백 가지 옷 나무요, 또 금ㆍ은ㆍ구슬ㆍ영락 나무이다. 너희들은 가서 저것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왕이 앞으로 나아가 울단왈국에 이르자 그 백성들은 모두 항복하고 복속되었다.
019_0544_b_01L왕은 울단왈을 수천 년 동안 다스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염부제 땅ㆍ구야니 땅ㆍ불우체 땅과 울단왈 땅 40만 리를 가졌다.’ 왕은 수미(須彌)의 네 보배산에 올라 도리천의 제석왕이 머무르는 곳에 가려고 하였다. 왕은 생각을 하고는 곧 일곱 가지 보배와 모든 관리를 거느리고 함께 날아 수미산에 이르러 제석왕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제석천왕은 멀리서 문타갈왕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왕의 공덕을 자주 듣고 뵙고자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인자(仁者)께서는 잘 오셨습니다.’ 곧 왕을 끌어 함께 앉으면서 자리의 반을 문타갈왕에게 나누어 주었다. 왕이 앉자마자 좌우를 돌아보니 천상의 옥녀들이 와서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궁전들은 모두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산호ㆍ호박ㆍ차거 등의 보배로 되어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자 생각하였다. ‘나는 염부제ㆍ구야니ㆍ불우체ㆍ울단왈을 가졌다. 우리집에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이 내렸다.’ 문타갈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제석천왕을 죽게 하고 내가 대신 이 자리에서 천상을 다스리고 싶다. 그렇게 하면 천하를 다스릴 때처럼 유쾌할까?’ 왕이 이렇게 마음을 내자 신들은 떠나고 곧 천하에 도로 내려와 있었다. 왕은 이내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눕게 되었다. 왕을 따르던 여러 신하와 관리들은 모두 왕의 병상 곁에 모여 물었다. ‘무슨 유언이 없습니까?’
019_0544_c_01L왕은 말하였다. ‘어떤 이가 너희들에게 ‘왕은 어떤 유언을 하던가’고 묻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하라. ≺왕이 세상에 있을 때에는 네 천하를 다스렸고, 하늘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려 주었으며, 왕에게는 천 명의 아들과 일곱 가지 보배가 있어 모두 날아다녔다. 왕이 도리천에 올라갔을 때에는 제석천왕이 일어나 맞이하며 위로하고 문안한 뒤에, 자리의 반을 나누어 주어 앉게 하였다. 그런데도 다시 제석천왕의 자리를 얻으려는 생각을 하였다. 막 그 생각을 내자마자 곧 지상으로 내려왔고 이내 병이 위중하여 스스로 뉘우치면서 말하기를, 사람은 죽을 때까지 만족할 줄 모르니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더라고.≻’ 앞의 경(經)에 말하기를 ‘하늘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돈과 금과 은을 내리면 배부르지 않은 것이 아니나, 그것은 이익이 적고 그 허물은 크고 중한 것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일을 생각하여야 한다. 그는 제석천왕 자리의 반을 얻고도 만족할 줄을 몰랐느니라. 사람은 도를 구하고 행하여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이 되고, 나아가서는 부처의 도를 얻어야 비로소 만족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문타갈왕은 바로 내 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