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도들은 한쪽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사문 구담께서는 지혜로써 음욕을 설명하고, 지혜로써 몸과 느낌을 설명합니다. 여러분, 우리도 지혜로써 음욕을 설명하고 지혜로써 몸과 느낌을 설명합니다. 그러면 여러분, 거기에는 무슨 차별이 있고 무슨 우열이 있으며, 또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사문 구담과 우리는 다 같이 지혜를 가졌습니다.”
019_0566_b_01L그들이 그와 같이 자세히 아뢰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 때에 너희들은 그 외도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음욕의 맛이며 어떤 것이 음욕이 멸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음욕을 버리는 것인가. 어떤 것이 몸의 맛이며 어떤 것이 몸의 맛이 허물어지는 것이며 어떤 것이 버리는 것인가. 어떤 것이 느낌의 맛이며 어떤 것이 느낌의 맛이 멸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느낌의 맛을 버리는 것인가.’
너희 비구들은 이렇게 물어야 했을 것이다. 그 외도들은 이 말을 듣고는 제각기 서로 바라보면서 다른 말을 하려 하다가 반드시 성낼 것이다. 그리고 분해 하고는 잠자코 있으면서 몹시 불쾌히 여길 것이다. 그리하여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온몸에서 땀이 흘러 그 등과 얼굴을 더럽힐 것이요, 또 얼굴빛이 변하면서,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곧 돌아갈 것이다.
어떤 것이 음욕의 맛인가. 그것은 다섯 가지 음욕[婬]을 말한다. 혹은 즐거움을 내고 혹은 기쁨을 내는 것이니, 이런 것이 음욕의 맛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멸하는 것이다.
019_0566_b_10L云何婬氣味?謂因五婬,若生樂、若生喜。如是婬氣味,此中多有敗壞。
어떤 것이 음욕을 멸하는 것인가. 선남자로서 혹은 공교한 기술[功技]로써 스스로 살아가며, 혹은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며 혹은 글씨를 배우고 산술을 배우며 혹은 수학을 배우고 시 짓기를 배우며 혹은 수로(首盧)를 배우고 글을 가르치며 혹은 관리 모집에 응모한다. 그는 추울 때에는 추위 때문에 괴롭고, 더울 때에는 더위 때문에 괴로우며, 굶주림과 목마름을 억지로 참고, 모기ㆍ등에ㆍ파리ㆍ이한테 물린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것을 참고 재물을 구한다. 그 선남자는 이렇게 일어나고 이렇게 다니면서 이렇게 일한다.
중생들은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을 일으키고 그 음욕 때문에 어머니는 자식과 다투고 자식은 어머니와 다투며, 아버지는 자식과 다투고 자식은 아버지와 다투며, 형은 아우와 다투고 아우는 형과 다툰다. 그들이 다툴 때에는 어머니는 자식의 허물을 말하고 자식은 어머니의 허물을 말하며, 아버지는 자식의 허물을 말하고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며, 형은 아우의 허물을 말하고 아우는 형의 허물을 말한다. 집안끼리 그렇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과는 어떠하겠느냐. 이것이 현재의 괴로움의 무더기요, 그것은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니라.
019_0567_a_01L중생들은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으로 말미암아, 투구를 쓰며 활을 잡고 갑옷을 입으며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서로 포위하여 싸운다. 또 그들은 거기서 코끼리로 싸우고 말이나 수레로 싸우며, 보병으로 싸우고 여자를 내세워 싸우며, 혹은 장정을 내세워 싸운다. 그래서 거기서 죽거나 죽을 고통을 받는다. 이것이 현재의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니라.
중생들은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으로 말미암아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높은 성으로 가서 그것을 치려고 한다. 그들은 거기서 고동을 불고 북을 치며 혹은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한다. 혹은 몽둥이를 쓰고 창이나 도끼를 쓰며 날카로운 바퀴를 쓰고 혹은 화살로 서로 쏜다. 혹은 돌을 어지러이 던지고 쇠뇌[弩]를 쓰며 혹은 구리쇠를 녹인 물을 쏟는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죽기도 하고 죽을 고통을 받는다. 이것이 현재의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니라.
머리를 베기도 하고 손ㆍ발을 자르기도 하며 귀를 베기도 하고 코를 베기도 하며 혹은 귀와 코를 벤다. 상투를 자르기도 하고 머리털을 끊기도 하고 옷깃[衣]으로 죽이기도 하여, 모래나 돌 위에 두기도 하고 혹은 풀 위에 두기도 한다. 쇠로 만든 나귀 입에 넣어 두기도 하고 쇠로 만든 사자 입에 넣어 두기도 한다.
혹은 구리쇠로 만든 가마솥에 넣기도 하고 쇠로 만든 가마솥에 넣기도 하며, 동강동강 베기도 하고 날카로운 꼬치로 찌르기도 하며, 뜨거운 쇠 평상 위에 눕히고 뜨거운 기름을 쏟기도 하며, 혹은 절구통에 넣고 쇠 절구로 찧기도 한다. 혹은 뱀에 물리게 하기도 하고 막대기로 치기도 하며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다가 혹은 사형장으로 끌고 가서 그 목을 칼로 벤다. 이것이 현재의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니라.
019_0567_b_01L즉 그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그의 몸의 괴로운 행과 입과 뜻의 괴로운 행은, 그의 앞에 거꾸로 달려 밑으로 내려온다. 그것은 마치 저녁 때에 큰 산과 큰 산 사이로 해가 지려 할 때에 그 산 그림자가 거꾸로 달려 기어 내려오는 것처럼 그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그 몸의 괴로운 행과 입과 뜻의 괴로운 행은 거꾸로 달려 밑으로 내려온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몸의 괴로운 행과 입과 뜻의 괴로운 행이 거꾸로 달려 밑으로 내려온다. 나는 이전에 좋은 행을 짓지 않았고 복도 짓지 않았다. 나는 온갖 악을 많이 지었다. 이른바 나쁜 짓을 하였고 탐욕을 내었으며 흉포한 짓을 하였다. 나는 불행을 짓지 않았고 선행을 짓지 않았으며, 또 돌아갈 곳을 마련하지 않았다. 나는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곧 후회한다. 후회하기 때문에 죽는 것도 좋지 않고 나는 것도 좋지 않다. 이것이 현재의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니라.
중생들은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으로 말미암아 몸의 괴로운 행을 짓고 입과 뜻의 괴로운 행을 짓는다. 그는 몸ㆍ입ㆍ뜻의 괴로운 행을 짓고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져 죽을 때에는 나쁜 곳 지옥에 난다. 이것이 그 몸의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음욕과 보다 왕성한 음욕 때문이다. 이것을 음욕이 멸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019_0567_c_01L어떤 것이 몸의 맛인가. 찰리(刹利) 여자나 바라문 여자나 공인을 부리는 관리의 여자나 서민의 여자로서, 나이 14, 5세 때에는 아름다운 얼굴을 두루 갖춘다. 그 때의 얼굴에는 즐거움도 있고 기쁨도 있다. 그러나 그 때의 그 몸의 맛에도 허물어지는 것이 많이 있다.
“또 젊은 여자 시체의 뼈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때 다리뼈가 딴 곳에 있고,장딴지뼈ㆍ넓적다리뼈ㆍ허리뼈ㆍ등뼈ㆍ어깨뼈ㆍ목뼈ㆍ머리뼈들이 각각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본다면 네 생각에는 어떠하겠는가. 전날의 그 아름답던 얼굴빛이 과연 허물어진 것인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또 어떤 것을 몸을 버리는 것이라 하는가. 이른바 색에 대하여 어떤 욕구가 있더라도 그 욕구를 멈춰야 하고, 일체의 욕구에서 벗어나 그 색을 버리는 것이니라.
019_0568_a_04L云何棄色?謂於色有求欲,當止求欲,度一切求欲,棄此色。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이와 같이 색을 즐기고, 거기에 허물어짐이 있지만 그것을 버릴 줄 모르고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색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또 남도 버리게 하겠는가.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어떻게 그 색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것은 그리 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통의 맛[氣味痛]인가. 비구로서 음욕에서 벗어나고, 4선정(禪定)에 머무른다. 거기에 머무를 때에는 스스로도 허물어지지 않고 또 남도 허물어지지 않게 한다. 그래서 그 허물어지지 않는 데서 곧 즐거움을 얻는다. 왜냐 하면 성내지 않으면 즐거운 느낌을 얻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한다. 이것을 통[通: 受]의 맛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