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638_b_01L범마유경(梵摩渝經)
019_0638_b_01L梵摩渝經


오(吳) 월지(月支) 우바새 지겸(支謙) 한역
019_0638_b_02L吳月支優婆塞支謙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638_b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수제국(隨提國)에 계시면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다니셨다. 이때에 사문 서심(逝心)은 이름을 범마유(梵摩渝)라 하였다. 그는 미이국(彌夷國) 사람으로서 나이는 늙어 1백20세요, 온갖 경전과 천문과 도서에 두루 밝고 미래 일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온 나라가 스승으로 모셨다.
이때에 범마유는 “부처님은 왕의 아들이요 성은 석씨(釋氏)로서 나라의 영화를 버리고 사문이 되어 도를 얻었다. 그래서 부처라 이름한다. 지극히 높은 이로서 5백 명의 사문과 함께 수제국에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019_0638_b_04L一時佛在隨提國與五百沙門俱行有逝心名梵摩渝彌夷國人也年在耆艾百有二十博通衆經星宿圖書豫睹未萌一國師焉梵摩渝遙聞佛王者之子出自釋姓去國尊榮行作沙門得道號佛淸淨至尊與五百沙門處隨提國開化衆生
범마유는 깊은 생각으로 탄복해 말하였다.
“사문 구담(瞿曇)께서는 신성하고 높으시다. 여래ㆍ응공ㆍ지진이 되어 도를 깨닫고 신통이 있는 장부요, 거룩한 남자로서 법으로 모든 성인을 거느리며 하늘과 스승이다. 마음의 번뇌를 버리고 온갖 악을 없애고 스스로 깨달아 모르는 것이 없으시다.”
사문 서심(逝心)이 제석천ㆍ범천ㆍ용ㆍ귀신들을 위해 설법하면 처음과 중간과 끝의 말이 청정하여 우두머리가 되었고, 현묘하고 뛰어나 여러 성인들로서는 듣지 못하던 것이었다.
범마유가 그 문도들을 위해 널리 설법할 때에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깨달음과 뭇 성인의 왕이 되기를 기약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그 교화를 받아야 하였다.
019_0638_b_10L摩渝深惟歎曰沙門瞿曇神聖巍巍爲如來應儀正眞覺道神通以足尊雄法御衆聖天人之師心垢已除諸惡已盡從自覺得無所不知逝心爲其說法上中下語淸淨爲首玄妙卓遠衆聖所不聞也梵摩渝爲門徒廣陳之期爲無上正眞覺衆聖之王吾等應爲稽首稟化之矣
019_0638_c_01L서심의 제자로서 다음가는 성인이 있었는데, 이름을 마납(摩納)이라 하였다. 그도 경전에 두루 통하여 밝기가 그 스승과 같아서 비밀한 예언서[讖書]를 두루 보아 미래의 일을 모두 알았다. 부처님께서는 몸에 서른두 가지의 기이하고 특이한 상(相)이 있고 비길 데 없이 지극히 거룩하며 사람의 마음을 환히 아셨다. 그 스승은 마납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 구담께서는 더없이 신성하여 모든 하늘이 같이 받들고 홀로 말하며 외로이 다니는 뭇 성인 중의 우두머리다’라고 들었다. 너는 가서 그 거룩한 모습이 참되고 바르며 커서, 진실로 여러 선비들의 찬탄하는 바와 같은가 보고 오라. 과연 그렇다면 나는 달려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 예배하리라.”
019_0638_b_19L逝心弟子有亞聖者厥名摩納亦博經典明齋于師具睹秘讖知當佛身相奇特三十有二至尊難雙貫心照焉師告摩納吾聞瞿曇神聖無上諸天共宗獨言隻步衆聖中雄爾往睹焉宗尊儀表眞正弘摸誠如群儒之所歎不乎假其爾者吾當馳就稽首奉禮
마납은 물었다.
“저는 무엇을 관찰해야 합니까?”
스승은 말하였다.
“왜 경전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내세(來世)에 왕이 있는데 이름은 백정(白淨)이요, 그 왕후 이름은 청묘(淸妙)로서 지혜와 덕을 완전히 갖추었고 그가 낳은 거룩한 아들은 하늘 가운데의 하늘이다. 홀로 거룩한 이의 표(表)로서는 키가 1장 6척이요, 서른두 가지 기특한 상이 있으며, 나라에 있으면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될 것이요, 도를 위해 나라를 버리고 사문이 되면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019_0638_c_04L摩納質曰吾當以何觀摩納師曰經不云乎來世有王厥名白淨后名淸妙明德純備其生聖子有天中天獨尊之表軀體丈六相有三十二處國當爲飛行皇帝國爲道行作沙門者必得爲佛
마납은 스승의 분부를 받고, 스승 발에 예배한 뒤에 수제국으로 갔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합장한 뒤에 물러앉아 고요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상호를 보았다. 그러나 넓고 긴 혀와 음마장(陰馬藏)의 두 가지 모양이 보이지 않아 그는 의심을 가졌다.
부처님은 마납이 의심을 품은 줄을 알고 곧 신통으로 음마장을 나타내 보이시고, 넓고 긴 혀를 내어 얼굴을 덮고 또 좌우로 귀를 핥고는 다시 옴츠려 입에 넣었다. 그리고 다섯 빛깔의 광명을 내어 몸을 세 번 감돌고는 정수리 위에서 사라졌다.
019_0638_c_09L摩納受教稽首師足至隨提國卽詣佛所揖讓畢退就坐靜心熟視佛身相好不睹兩相一廣長舌二陰馬藏其意有疑佛知摩納心有疑望卽以神足現陰馬藏出廣長舌以自覆面左右舐耳縮舌入口五色光出繞身三帀滅於頂上
마납은 그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기뻐하고 두려워하다가, 다시 기꺼이 찬탄하면서 말했다.
“사문 구담께서는 참으로 부처님이시다. 상호와 광명을 모두 갖추어 세상에서 보기 드물구나. 진실로 여래ㆍ응공ㆍ정각이시다. 내가 그분을 모시면서 그 거룩한 법도를 보고 내 어리석음을 교화하고 아울러 우리 스승님을 깨우치리라.”
그리하여 이내 부처님 곁에서 선정을 닦고 돌아다니면서 중생을 교화해 구제하고, 거기서 자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혼자 있지 않고 스님들과 같이 있었다.
마치 6월 낮에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이 부처님을 따라다니면서 그 신비한 신통과 높은 덕을 보았다. 그리고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019_0638_c_16L摩納心動喜怖交集欣然歎沙門瞿曇眞是佛也相好光明靡不備焉觀世希有眞可謂如來應供正覺吾當翼從觀尊揩式以化愚惑幷啓吾師卽尋世尊處內禪定周旋教化拯濟衆生或宿或歸輒與僧俱曾隻獨六月之日猶影追身具睹神化巍巍之德稽首佛足辭還本土
019_0639_a_01L그가 그 스승 앞에 나아가 옛날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에 앉자, 그 스승은 말하였다.
“나는 너를 시켜 구담의 거룩한 자질을 관찰하고 오라 하였다. 그 상호와 신비로운 교화가 참으로 여러 선비들의 칭양(稱揚)하는 것과 같던가? 만일 그렇다면 나는 곧 달려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흙을 이고 발에 대어 공경하리라.”
019_0638_c_23L詣師所稽首如舊就座而坐師曰使爾行觀察瞿曇天尊之資相好神審如群儒稱楊之不虛乎若其然吾當馳詣稽首足下接足戴土之
그는 대답하였다.
“그 상호와 신비로운 덕은 하늘보다 높아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석이나 범천도 측량할 수 없고 뭇 성인들도 짐작할 수 없어서 여러 현인들의 찬탄하는 바는 억 년을 지내도 그 1분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 반딧불 같은 빛으로써는 다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이제 간단히 그 요점을 말하면 세상에서 뛰어난 모양이 서른두 가지가 있습니다.
019_0639_a_04L對曰其有相好神德踰天巍巍難釋梵所不能測度群聖莫能籌算衆賢所歎億載之分未獲其一非吾螢燭所能盡陳略說其要絕世之相三十有二
첫째 모양은 발바닥이 편편하였고, 둘째 모양은 손과 발에 수레바퀴 같은 무늬가 있는데 그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 살이 있었으며, 셋째 모양은 구쇄골(鉤鎖骨)이요, 넷째 모양은 손가락이 길며, 다섯째 모양은 발꿈치가 원만하였고, 여섯째 모양은 손발이 매우 부드럽고 손바닥이 안팎을 쥐며, 일곱째 모양은 손가락ㆍ발가락 사이마다 비단결 같은 막(膜)이 있었고, 여덟째 모양은 장딴지가 사슴 다리와 같았습니다.
019_0639_a_08L一相足下安平正二相手足有輪輪有千輻三相鉤鎖骨四相長指五相足跟滿六相手足細軟內外握七相手足合中縵八相鹿腨
아홉째 모양은 남근(男根)이 오그라들어 말의 그것 같았고, 열째 모양은 온몸이 자금처럼 빛났으며, 열한째 모양은 몸이 금강과 같아서 티가 없고 고요하였고, 열두째 모양은 살갗이 부드러워 티끌이 붙지 않았으며, 열셋째 모양은 낱낱의 털 구멍마다 털이 하나씩 났고, 열넷째 모양은 털빛이 검푸르고 오른쪽으로 꼬부라져 돌았습니다.
019_0639_a_12L九相陰馬藏十相身色紫金光輝弈十一相身猶金剛瑕穢寂靜十二相肌皮細軟塵水不著身十三相一一孔一毛生十四相毛紺靑色右轉盤屈
열다섯째 모양은 몸이 통통하였고, 열여섯째 모양은 몸이 사자 몸과 같았으며, 열일곱째 모양은 굽지 않은 몸이 범천 몸과 같았고, 열여덟째 모양은 두 어깨가 둥글고 두둑하였으며, 열아홉째 모양은 바로 서면 팔이 무릎까지 내려가고, 스무째 모양은 턱이 사자의 뺨과 같았습니다.
019_0639_a_16L十五相方身十六相如師子上十七相不曲身如梵身十八相肩滿具肉連著身十九相平住兩手摩二十相頰車如師子
스물한째 모양은 이가 40개나 되었고, 스물두째 모양은 이가 네모졌으며, 스물셋째 모양은 잇새가 고르고, 스물넷째 모양은 이가 그럴 수 없이 희었으며, 스물다섯째 모양은 혀가 넓고 길었고, 스물여섯째 모양은 온갖 맛을 차례로 맛보았습니다.
019_0639_a_19L二十一相四十齒二十二相爲方齒二十三相齒閒平二十四相齒白無喩二十五相廣長舌二十六相味味次第味
019_0639_b_01L스물일곱째 모양은 소리가 범천의 소리와 같았고, 스물여덟째 모양은 두 발바닥과 두 손바닥과 두 어깨와 정수리가 모두 둥글고 두터우며, 스물아홉째 모양은 눈동자가 검푸르고, 서른째 모양은 눈썹을 아래위로 깜박이는 것이 소의 그것과 같았으며, 서른한째 모양은 두 눈썹 사이에 흰 털이 있었고, 서른두째 모양은 정수리에 살상투가 있어서 광명이 빛나 해를 가리고 달을 막았습니다.
019_0639_a_22L二十七相聲如梵聲二十八相七合滿起二十九相眼中白紺靑色三十相眼睫上下眴如牛王三十一相白毛眉中三十二相頂有肉髻光明韑韑遏日絕月
사문 구담께서는 이와 같이 서른두 가지의 고상하고 우아한 모양을 두루 갖추어 하나도 빠짐이 없었으며 신묘한 덕은 빛나기 한량없어 기이하고 귀한 것은 옛날부터 드물었습니다.
019_0639_b_04L沙門瞿曇具有高雅三十二相無一缺減神妙之德景則無量奇可貴自古希有
내가 구담을 뵈오매 반걸음으로 발을 떼어 걸을 때에는 먼저 오른발을 들었고 걸음걸이의 길고 짧기와 빠르고 더디기는 법도에 맞았으며, 걸을 때에는 복사뼈나 무릎이 서로 부딪치지 않았고 꼿꼿한 몸으로 나아가면서 어깨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만일 돌아보고자 할 때에는 거의 힘을 쓰지 않고 잠깐 동안 가만히 섰다가 갑자기 뒤로 향하되 몸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숙이지도 않고 젖히지도 않아 머리와 몸은 바르고 편편하였고 바로 보고 걸으면서 이리저리 돌아보지 않았으니, 그의 걸음걸이의 거동은 이와 같았습니다.
019_0639_b_06L吾睹瞿曇跬步發輒先擧右足步長短遲疾合儀時踝膝不相切摩平身而進肩不動若欲還顧略不以力平住斯須然後向不迴身也不低不仰頭身正平視而進未嘗顧眄躇步之儀其爲若斯矣
구담께서 길을 갈 때에는 하늘이 보배 일산을 씌우고 눈처럼 꽃을 내리며, 하늘이나 용이나 나는 새들도 감히 그 위를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삼계(三界)의 중생들로서 그 정수리 위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하늘들은 풍악을 지으면서 앞뒤를 호위하고 용과 귀신과 땅신[地神]들은 길을 편편히 닦되 숫돌에 칼을 가는 듯이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발로 땅을 밟지 않아도 발바닥의 수레바퀴 인(印)이 나타나서 이레 동안이나 빛나다가 사라집니다.
019_0639_b_12L瞿曇行路天施寶蓋華下如雪天龍飛鳥無敢歷上三界衆生無見頂者諸天作樂導從奉尊龍神地祇平治途路高下如砥足不蹈地輪相印現光明輝輝煌煌七日乃滅
나뭇가지가 낮거나 높거나 사람들이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예배하거나 혹은 남의 청을 받아 갈 때에 그 집 문설주가 높거나 낮거나, 몸을 꼿꼿이 하여 들어갈 때에는 문설주가 높이 들리지 않고 구담께서 구부리지도 않았습니다.
앉을 때에는 평상 가운데 바로 앉아 앞뒤로 기울지 않았으며 또 언제나 합장하고 앉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으며 턱을 고이지 않았고, 평상에서 내려올 때에는 몸을 돌리지 않는데 어느새 땅바닥에 있었습니다.
019_0639_b_16L樹木低仰若人跪拜之禮若行應請戶楣高下平身而入楣不高擧瞿曇不伏坐正中牀不侵前後叉手而坐未嘗指擬不以拄頰下牀不回忽然在地
악마가 독기를 머금고 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빛나는 얼굴은 더욱 윤택하였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면 사라지지 않는 독기가 없었습니다.
발우로 물을 받을 때에는 발우를 기울이거나 들지 않아도 물을 알맞게 담았으며, 발우를 씻을 때에는 발우와 물이 모두 고요하여 조그만 소리도 없었습니다.
019_0639_b_21L天魔含毒而來心不恐懼光顏更釋慈心愍之毒無不消以鉢受水鉢不傾昂水不多少澡鉢之時水鉢俱寂不有微聲
019_0639_c_01L발우를 땅에 내려 놓지 않고 거기다 손을 씻어도 손과 발우가 모두 깨끗해졌습니다. 발우의 물을 버릴 때에는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이나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이나 그 장소가 알맞았습니다.
발우로 밥을 받을 때에는 밥이 발우에 묻지 않았고, 밥을 입에 넣어 씹을 때에는 세 번 굴리고 그치지만 밥알은 모두 부서져 잇새에 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맛을 모두 맛보아 알아서 넉넉히 건강을 유지하였으나 그것으로 즐거움을 삼지 않았습니다.
019_0639_c_01L未嘗以鉢下著于地於中澡手手鉢俱淨去鉢中水高下近遠適得其所也以鉢受飯飯不污搏飯入口嚼飯之時三轉卽止粒皆碎無在齒閒者若干種味味味皆知足以支形不以爲樂
구담께서는 여덟 가지 인연으로 음식을 받고 장난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삿된 행을 하려는 마음이 없고 욕심이 없으며 교묘하거나 거짓된 행이 없고 삼계의 티끌을 멀리하였으며 도에 뜻을 두고 옷을 탐내지 않았으며, 해탈을 위하고 감정을 없애며 열두 가지 바다를 막고 전생의 죄를 없애고 도의 힘을 얻으며 고요함을 지키되 공(空)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발우를 씻는 것은 앞에서와 같았습니다.
019_0639_c_06L瞿曇受食以八因緣不以遊戲無邪行心無欲在志無巧僞行遠三界塵令志道寂衣福得度斷故痛痒塞十二海滅宿罪得道力守空寂不想空澡鉢如前
또 가사와 발우에 있어서는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시주 집을 위해 축원하거나 설법하고 절에 돌아와서는 그 제자들에게 음식의 좋고 나쁜 것을 말하지 않았으며,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ㆍ소변의 더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서는 잠자코 깊은 선정에 들었다가 이내 일어나지만 그 때를 잃은 적이 없었습니다.
019_0639_c_10L衣應器意無憎愛爲布施家呪願說經訖還精舍不向弟子說食好惡自消化無大小便利之穢也入戶靜默深惟諸定須臾卽出未嘗失時
밤에나 낮에나 잠을 자지 않지만 잠이 모자라는 일이 없으며, 자세한 설명으로 법을 밝히고 제자들을 권해 도(道)의 집에 들어오게 하십니다. 그러면서 재물이나 물질 같은 더러운 행을 말하여 제자들에게 보이지 않았고 거룩한 말씀은 높고 멀어 신선들의 책에서는 듣거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늘 같은 곳에서 일어나 청정함으로 도를 삼았고 거닐 때에는 좌우를 돌아보거나 힐금거리지 않았으며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질 때에는 옷깃을 떨치고 매무새를 여몄습니다. 가사를 입으면 길고 짧음과 좁고 넓음이 몸에 꼭 맞았습니다.
019_0639_c_14L夜不眠亦無睡欠廣陳明法勸進弟子令入道堂不以財色穢道之行示諸弟子尊說高遠非仙聖衆書所可聞見也興起同處淸淨爲道經行之時不顧眄視頗𩒰姿則拂衣披纚服在身高下急緩於身雅好
절에 들어가 발을 씻을 때에는 문지르지 않아도 발이 저절로 깨끗하여졌습니다.
몸 빛깔은 황금처럼 빛나고, 마음은 애욕에 집착하지 않아서 허공과 같으며 앉아 참선할 때에는 텅 비어 생각이 없고, 3독(毒)과 4통(痛)과 5음(陰)과 6입(入)과 7결(結)과 8몽몽(瞢瞢)을 위없는 밝음으로써 모두 소멸시킵니다.
019_0639_c_20L入園洗足亦不摩抆而足自淨身色煌煌喩于天金意不著愛志如虛空其坐禪定㸌然無想三毒四痛五陰六入結八瞢瞢以無上之明消滅之焉
019_0640_a_01L공(空)과 원이 없음과 생각이 없는 선정으로써 9신처(神處)를 끊고 10선(善)으로써 열 가지 악을 소멸시키고 12부경(部經)을 짓고 12인연의 뿌리를 파고 62소견의 온갖 번뇌의 부스럼과 더러운 생각에서 마음이 고요하며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의 큰 교리로써 거룩한 자기 몸을 건지고 또 중생을 제도하며 큰 법을 말하려 할 때에는 제자들이 묻기 전에 먼저 웃으시는데 입에서 광명을 내어 몸을 세 번 돌고 스스로 사라졌습니다.
019_0640_a_01L不願無想之定斷九神處以十善消十惡作十二部經掘十二因緣根六十二見諸弊惱瘡穢濁之念心寂然哉以四等大乘自度尊身又濟衆欲說景模弟子未問而先自笑中出光明繞身三帀以漸自滅
아난이 옷을 가지런히 하고 머리를 조아려 물으면 곧 거룩한 설법을 하시는데 그 설법 소리에는 여덟 가지가 있습니다. 즉 가장 좋은 소리ㆍ알기 쉬운 소리ㆍ부드러운 소리ㆍ고른 소리ㆍ지혜로운 소리ㆍ빗나가지 않는 소리ㆍ깊고 묘한 소리ㆍ여자답지 않은 소리입니다.
말에는 빠뜨림이 없고 단점을 잡을 수 없습니다. 크게 경전을 설명할 때에는 스물네 하늘과 범천과 제석천과 사왕천과 해와 달과 별과, 그 중의 여러 신과 제왕과 신민들과 땅 신과 바다의 용들이 모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제각기 설법을 듣는데, 설법 소리가 귀에 들어가면 제 나름으로 그 뜻을 이해하되 그것은 그들 종족의 말과 같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019_0640_a_07L阿難整服稽首而問卽大說法聲有八種最好聲易了聲濡軟聲和調聲尊慧聲不誤聲深妙聲不女聲言不漏闕無得其短者每大說經二十四天梵釋四王日月星宿其中諸神帝王臣民地祇海龍皆來稽首各自聽經聲入耳心各解了如其種語也
부처님의 밝은 지혜는 마치 곤륜하(崑崙河)에서 천만의 강이 모두 시작하여 물이 아무리 넘쳐 흘러도 곤륜하는 조금도 줄지 않는 것처럼 부처님의 지혜는 오히려 그보다 뛰어납니다. 그래서 중생들이 그 지혜를 받아 제각기 만족을 얻지만 부처님의 지혜는 털끝만큼도 줄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치면 여러 훌륭한 선비들과 여러 하늘과 왕과 신민들과 용과 귀신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가서 말씀 그대로 받들어 행합니다.
019_0640_a_14L佛之明慧猶崑崙河千川萬流皆仰之焉川流溢滿而河無指渧之減之爲明有踰之矣衆生受智各得滿佛明不虧絲髮之閒說經訖竟開士尊諸天帝王臣民龍鬼靡不欣懌稽首而退奉戴執行者也
방에 들어가 잠자코 앉아 계셔도 하늘처럼 거룩한 그 덕은 경솔하고 게으른 제자나 모든 중생들에게 미치어 갑니다.
나는 구담을 뵈온 뒤로 마치 그림자가 몸을 좇듯이 여섯 달 동안을 그 기거와 거닐음[經行]과 방에 들어감과 손씻고 양치질하는 것과 음식 먹는 것과 축원하는 것과 설법하는 것과 제자들에게 선정을 권하는 것을 모두 자세히 보았습니다.”
019_0640_a_20L入裏靖默未嘗以無上天尊之德輕慢弟子逮乎衆生吾尋瞿曇六月之間猶影追具視起居經行入室澡漱飯飮呪願說經勸勉弟子禪定之時
019_0640_b_01L마납은 이어 말하였다.
“구담의 빛나는 법도와 위의는 이러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것은 마치 큰 바다에 물 한 방울을 보태는 것과 같아서 여러 성인들이 상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여러 하늘들이 미치어 갈 바 아니며 천지가 끝나더라도 다 말할 수 없다.
높고 높아서 그 위가 없고, 넓고 넓어서 그 끝이 없어 재거나 헤아릴 수 없고 이루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019_0640_a_24L摩納曰瞿曇景式容儀若茲余之所陳猶以一渧添于巨海非衆聖心想擬可知非諸天所能逮畢天地之所能論巍乎其無上洋洋乎其無崖非測非度難可具陳矣
범마유는 그 제자에게서 하늘 같은 스승의 덕을 듣고 깜짝 놀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미 늙었다. 잘못했으면 하늘 같은 스승님의 큰 모습을 뵙지 못한 채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을 뻔하였구나.”
범마유는 기뻐하며 말하였다.
“나는 이제 만났다. 부처님을 뵙고 죽게 되었으니 그 영광은 말하기 어렵구나. 어리석은 지아비로서 천지(天地)와 같은 목숨을 가진다 한들, 그것이 흙이나 돌 따위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019_0640_b_05L梵摩渝從弟子聞天師之德愕然流淚曰吾年西垂殆至徒生徒死不睹天師之上明矣摩渝喜曰吾以遇哉睹佛而死厥榮難云愚夫雖有天地之壽何異乎土石之類哉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런히 하고, 온몸을 땅에 던져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말하였다.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들에게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제 목숨이 남아 있는 동안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그 교화를 받고자 합니다.”
부처님은 여섯 가지 신통의 밝음으로써 그가 귀의하는 것을 보시고 멀리서 그것을 받고, 수제국(隨提國)에서 미이국(彌夷國)으로 가시어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019_0640_b_10L卽興正服五體投地三頓首曰歸佛歸法歸命聖衆願吾殘命有餘得在覲見稽首稟化佛以六通之明睹彼自歸佛遙受之自隨提國到彌夷國坐一樹下
국왕과 신민(臣民)과 서심의 집에서는 서로 전하였다.
“사문 구담께서는 석씨 집 제왕의 아들로서 마땅히 영화를 누려야 하겠거늘 그는 지금 천성이 맑고 담박하여 탐욕의 때와 성냄의 독과 어리석음의 어둠이 없다. 뭇 성인의 위에 있어서 마치 별 속의 달과 같아서 신비로운 덕을 두루 입혀 모든 하늘의 받듦을 받는다.
여래ㆍ응공ㆍ정진각이 되시매, 더러움과 어둠은 이미 없어져 지혜의 밝음이 홀로 뛰어나고 신성하고 풍족하기는 천하에 아직 없었으며, 시방의 중생들 속에 현재 있어서는 어떠한 것도 모르는 것이 없고 아직 싹 트지 않은 미래의 일을 모두 환히 아시고, 법을 연설하여 교화를 베풀면 그 말은 모두 진실하시다.”
019_0640_b_14L國王臣民逝心理家展轉相命曰門瞿曇出自釋家帝王之子宜在奢而今淸素志性淡泊無貪婬之垢恚怒之毒愚癡之冥處衆聖之上星中有月神德廣被諸天所宗爲如應儀正眞覺穢冥已盡慧明獨存神聖富足未有乾巛其中衆諸現在十方微著委曲當來未萌無事不明吐章施教言皆眞誠也
019_0640_c_01L국왕과 신하들과 서심의 높은 선비들은 모두 생각하였다.
‘우리는 살아서 하늘 같은 스승님을 뵙게 되었다. 높이고 받들어 머리를 조아리고, 그 신비로운 교화에 목욕하자.’
그들은 모두 모여들었다. 수레나 말을 탄 이도 있고 혹은 걷기도 하여, 집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는 이도 있고 꿇어앉는 이도 있으며, 합장하는 이도 있고 제 성명을 일컫는 이도 있었으며, 인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 잠자코 앉아 있었다.
019_0640_b_23L國王群臣心高士僉然而曰我生時哉得睹天可尊可戴應爲稽首沐浴神化共會聚車馬步者家無遺人有稽首佛足者跪者揖讓者自名字者皆默而坐
범마유는 부처님께서 성중(聖衆)들과 함께 오셨다는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여 그 제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마침 동산 가까이 이르러 생각하였다.
‘먼저 사람을 보내어 내 마음의 정성을 표하고, 그 다음에 스스로 가는 것이 정성스럽지 않겠는가.’
그는 제자를 불러 분부하였다.
“너는 내 이름으로 부처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다음과 같이 아뢰라.
‘범마유 서심은 나이 120세가 되도록 거룩한 법에 굶주리고 목마르다가 즐거이 맑은 바람을 우러르게 되오매 기쁘고 느긋하나이다. 구담께서는 기체 편안하시고 담박하여 번거로움이 없으시나이까? 지금 나아가 뵙고자 하나이다.’”
019_0640_c_05L梵摩渝聞佛與聖衆俱到甚喜無量率其門徒俱詣佛所適至林際意悟念曰當先遣人表心致虔直自進者爲不恪乎呼弟子曰爾持吾名稽首佛足下云梵摩渝逝心年百二飢渴聖摸樂仰淸風欣懌瞿曇起居常安淡泊無欲今詣請見
제자는 그 스승에게 예배하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스승의 청을 자세히 아뢴 뒤에 부처님을 향해 그 스승을 찬탄하였다.
“우리 국사(國師) 범마유께서는 온갖 경전에 두루 통달하고 비밀한 참서(讖書)를 내리 꿰시며, 서재 방에 고요히 계시면서 천문과 도서와 길흉을 미리 알아 거슬러 비추지 않는 것이 없나이다.
그래서 미리 밝히시기를 ‘이 세상에는 하늘 같은 스승이 계실 것이다. 큰 몸은 1장 6척이요 몸 빛깔은 자금색이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양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습이 있어 하늘 가운데의 하늘이요, 뭇 성인 중의 왕이시다. 그러므로 지금 달려가 세 분께 귀의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이 가까운 숲 밖에 계시면서 감히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부디 뵙고 신비로운 교화를 받기를 원하나이다.”
019_0640_c_11L弟子禮卽至佛所稽首畢具陳師請向佛歎其師曰國師梵摩渝博通衆經貫綜秘讖靖居齋房豫知天文圖書吉凶靡不逆照豫明斯世當有天師容丈六天姿紫金相有三十二好有八十章天中之天衆聖中王今故馳詣歸命三尊近在林樹之外未敢自願欲覲見恭稟神化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좋다. 오게 하라.”
제자는 돌아가 부처님의 분부와 스승의 뜻을 갖추어 아뢰었다. 그 스승은 곧 머리를 땅에 대어 조아리고 기쁘게 나아갔다.
019_0640_c_19L世尊卽曰哉進矣弟子返命以佛明教具啓師師卽稽首于地欣懌而進
019_0641_a_01L나라 안의 서심 장자는 멀리서 스승이 떠나시는 것을 보고 황공하여 손을 모아 잡고 머리를 숙였다. 범마유는 말하였다.
“너는 앉아 있어라. 나는 지금 구담 세존의 곁에 앉으리라.”
그는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공손히 앉았다.
019_0640_c_21L國內逝心長者理家遙見其師征營竦慄拱手垂首梵摩渝曰復爾常坐吾今自坐瞿曇世尊法御之側也卽五體投地稽首佛足恭肅而坐
잠자코 고요한 마음으로 부처님 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부처님의 서른 가지 묘한 상을 보았으나 두 가지 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쩐 일인가 의심이 생겨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019_0641_a_02L靖默淸心熟視佛相卽見佛三十妙相兩相不現瞢瞢有疑稽首于地以偈問曰

우리 범지(梵志) 경전과 비밀한 참서(讖書)에는
세상의 요긴한 것 적혀 있으니
탁한 세상의 왕 이름은 정(淨)이요
그 왕후의 이름은 청묘(淸妙)이네.
019_0641_a_04L吾梵志經典
秘讖記世要
濁世王名淨
后名曰淸妙

태자의 이름은 실달(悉達)이고,
그 얼굴 빛깔은 자금색으로 빛나며
몸에는 하늘 같은 거룩한 모양 있고
더러움 참고 법으로 다스린다네.
019_0641_a_06L太子名悉達
容色紫金輝
身有天尊相
忍穢以法御

위없이 바르고 참된 이의 모양은
서른두 가지 상을 갖추었는가.
맑고 깨끗한 그 음마장(陰馬藏)은
탐욕이 없어야 분별하는가.
019_0641_a_07L無上正眞相
三十二具不
貞潔陰馬藏
無欲可別不

어떻게 넓고 긴 혀가 있어서
얼굴을 덮고 또 귀를 핥는가.
법을 설하여 뭇 성인에 뛰어나니
범천과 제석천도 희유하게 듣고
019_0641_a_08L豈有廣長舌
覆面舐耳不
陳法踰衆聖
梵釋希聞不

밝은 길잡이, 하늘과 사람의 스승께서는
중생들의 의심을 풀어 주었는가.
도를 가지고 세상에 편히 살다
오는 세상에서는 신선 되었는가.
019_0641_a_10L明導天人師
能殄衆疑不
懷道處世康
來世獲仙不

신선을 뛰어넘고 열반에 들어
삼계를 영원히 떠나게 되어
마음과 뜻과 또 그 영혼은
온갖 괴로움을 없애었는가.
019_0641_a_11L仙度處泥洹
永離三界不
心意識魂靈
能滅衆苦不

범지는 그가 가진 의심을 모두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범지가 두 가지 상에 대해 의심을 품은 줄 아시고 곧 신통으로써 음마장을 나타내 보이시고 다시 넓고 긴 혀를 내어 자기 얼굴을 덮고 또 좌우의 귀를 핥았다. 입에서는 광명이 나와 미이국을 비추다가 몸을 세 번 돌고는, 천천히 입으로 도로 들어갔다.
019_0641_a_12L梵志陳其心所疑佛具知梵志心疑兩相卽以神足現陰馬藏也出廣長舌還自覆面舐左右耳口中光明照彌夷國繞身三帀徐還入口
곧 말씀하셨다.
“네가 물은 대사(大士)의 서른두 가지 모양을 나는 완전히 갖추어 하나도 빠진 것이 없느니라.
나는 무수한 겁을 지내면서, 네 가지 평등한 마음과 보시ㆍ계율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수행하여 중생을 구제하고 또 내 자신을 보호하였다. 생각이 공(空)하기를 구하고 생각 없는 선정을 지켜 마음의 때가 다하여 조그만 흐림도 없다. 이 행을 익혀 온 뒤로는 온갖 재앙이 모두 사라지고 만 가지 선행이 쌓이어 드디어 부처 몸을 이루었다. 상호와 광명은 삼계에 짝이 없으며 다섯 갈래의 어두운 길을 아주 떠나고, 위없는 지극히 거룩한 지혜를 얻었으니, 그러므로 부처라 부르느니라.
019_0641_a_16L卽報之曰爾之所問大士三十二相吾相具足無減一焉吾自無數劫來行四等心布施持戒忍辱精進禪定智慧拯濟衆生猶自護身斷求念空守無想定心垢除盡無復微曀習斯行來諸殃悉滅萬善積著遂成佛身相好光明獨步三界永離五道之愚冥無上至尊之明故號曰佛也
019_0641_b_01L만일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독이 있고, 5음(陰)과 6쇠(衰)의 어둠이 털끝만큼이라도 그 마음에 남아 있었다면 부처의 도를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무도 오늘까지 중생들이 생각한 바와 또 미래의 수없는 겁 동안의 일을 자세하고 깊이 알지 못하나니, 알지 못하는 것이 있는 이는 곧 부처가 아니니라.
또 4무소외(無所畏)와 8성(聲)와 10력(力)과 18불공법(不共法)과 32상(相)과 80종호(種好)에서 한 가지라도 빠진 것이 있으면 그도 또한 부처가 아니니라.
그런데 나는 지금 그것들을 모두 갖추어 하나도 부족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부처라고 부르는 것이다.
019_0641_b_01L若有貪婬恚怒愚癡之毒五陰六衰之冥絲髮之大餘在心者佛道不成也未有人物逮于今日衆生所念方來未然無數劫中委曲深奧有所不知者卽非佛也四無所畏八聲十力十八不共三十二相八十種好不足一事者亦非佛矣吾今以具無一不足故號爲佛
사문으로서 신통을 얻은 이는 한 몸을 나누어 열로 만들고 열을 백으로도 만들며, 백을 천으로도 만들고 천을 만으로도 만들며 만을 무수로도 만든다. 또 무수한 몸을 합하여 도로 한 몸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손가락으로 땅을 누르면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진동하는데, 이런 따위는 다 마음의 행이 욕심 없는 선정을 얻었기 때문에 그리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야 어떠하겠느냐.
부처 눈썹의 한 모양의 덕은 많아서, 항하의 모래는 셀 수 있지만 눈썹 사이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하물며 온몸의 공덕인데 어떠하겠느냐.”
019_0641_b_09L沙門得應儀道者能分一身爲十爲百百爲千千爲萬萬爲無數又能合無數身還爲一身以指按地三千大千皆爲震動以其心行得無欲定故能然也而況佛乎佛眉一相之德恒沙可算眉閒之勳難可籌計豈況盡身之德乎
부처님께서는 거듭 말씀하셨다.
“범지야, 불삼존(佛三尊)을 믿으면, 현세에서는 안온하고 죽어서는 천상에 나며 하고 싶은 것은 생각대로 된다. 의심스러운 것은 물어라.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019_0641_b_15L重曰梵志信佛三尊現世安隱終生天上所欲從念所疑當問無嫌難也
범지는 생각하였다.
‘구담의 말씀은 그윽하고 묘하며 깊고 멀어서 모두 내가 물어야 할 것이다.’
또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현세의 일을 물어야 하는가. 내세의 일을 물어야 하는가.’
그러다가 다음과 같이 깨달았다.
‘삼세(三世)의 중요한 일은 오직 부처님만이 밝게 아신다. 어찌 다만 저 신선들이나 수행자들이 아는 것뿐이겠는가.’
그리하여 범지는 여쭈었다.
“무엇을 서심(逝心)이라 하옵고, 무엇을 통달이라 하오며, 무엇을 깨끗함이라 하옵고, 무엇을 고요함이라 하오며, 무엇을 부처라 하나이까?”
019_0641_b_17L梵志念曰瞿曇所說玄妙深遠盡吾問也又念曰吾今當問現世事耶來世事耶意重悟曰三世之要唯佛明焉豈但仙聖群儒之所能照乎梵志曰何謂逝心何謂通達何謂爲淨何謂寂然何謂爲佛
019_0641_c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진실한 말로 네 의심을 풀어 주리니, 자세히 듣고 명심하라.
세 가지 신통[神足]을 서심이라 하고, 전생의 난 땅을 밝게 알고 도의 눈으로 볼 때에 산의 돌도 막지 못하며 어둠을 부수고 의심을 풀어 삼세를 모두 아는 것을 통달이라 하며, 6통(通)을 얻어 마음의 때가 모두 없어진 것을 고요함이라 하고, 3독(毒)이 이미 멸하여 마음이 순금과 같은 것을 깨끗함이라 한다.
나고 죽는 어리석음의 근본을 모두 없애어 남음이 없고 청정한 도의 행이 삼계를 항복 받고 모든 어리석음이 이미 다하여 어떤 그윽한 것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일체의 지혜를 얻은 거룩한 이를 부처라 하느니라.”
019_0641_b_22L佛報梵志吾以眞言啓釋爾意諦聽著心得三神足謂之逝心明識往古分別生地道眼睹見山石所不能遏決闇釋疑三世悉明謂之通達以得六通心垢除盡謂之寂然三毒已滅心如天金謂之淸淨生死癡本焦盡無餘淸淨道行降于三界諸癡已索無窮不達得一切智尊號爲佛也
범지는 흔연히 일어나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고, 입으로 부처님 발을 불며 손으로 부처님 발을 어루만진 뒤에 다시 자기 이름을 아뢰었다.
“제가 바로 범마유로서 서심이라 하나이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옵고 법에 귀의하오며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중생들은 어둡고 어리석고 여섯 가지 어둠에 갇혀 있어 부처님을 보고도 받들지 않고 경전을 보아도 읽지 않으며 사문들을 보고도 정성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그 신비로운 교화를 받지 않으니, 이것이 영원히 망하는 짓이구나.”
019_0641_c_07L志欣然起立五體投地頭面著佛足以口嗚佛足以手摩佛足復自名曰吾是梵摩渝逝心者歸命佛歸命法歸命僧流淚而云衆生瞢瞢爲六冥所睹佛不奉見經不讀見沙門無虔愛之心不稟神化斯爲長衰乎
그 문도들은 그 스승이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보고,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우리 스승님은 경전에 두루 통달해 보지 않은 책이 없고, 그 이름은 사방 여러 나라에 퍼져 뭇 선비들이 받든다. 그런데 지금 저 높은 몸을 굽히어 손을 모으고 구담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거늘 하물며 우리들이야 어떠하겠는가.”
019_0641_c_13L其諸門徒睹師盡虔顧相謂曰吾等尊師達經典無書不睹名被四國衆儒所今者屈尊體叉手稽首瞿曇足下何況吾等哉
부처님꺼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앉아라. 나는 네 마음을 밝혀 주리라. 부처님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지혜가 있느니라.”
그는 분부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계율을 가지는 덕과 보시의 복과 그리고 속세[家]의 더러운 때를 버리기를 말씀하시고 다시 도를 뜻하는 훌륭한 행을 찬탄하셨다.
019_0641_c_17L佛告梵志復坐吾明爾有眞信慧向於世尊受教就坐復說持戒之德布施之福去家穢濁之垢歎于道志之上行也
019_0642_a_01L부처님께서는 곧 범지에게 상사(上士)로서의 기쁨과 널리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 줄을 아시고 곧 지극한 도의 요점을 말씀하셨다.
“만 가지 모든 괴로움을 깊이 비추어 알고, 혹은 그 흐름을 돌이켜 근원을 찾아 본래 없는 데까지 이르나니, 이것이 이른바 상사의 진실한 지혜라는 것이니라. 몸의 허물인 괴로움이란 다 쌓임에서 생기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상사는 그것을 깨닫나니, 이것이 밝은 사람의 지혜이니라.
삼계는 환상과 같아서 모이면 떠남이 있는 것이니, 어떤 것이 쇠하지 않을 것인가. 인연이 합하면 재화가 생기고 그 근본을 보아 공(空)임을 아나니, 이것이 이른바 밝은 이의 지혜이니라.
근본은 없는 것임을 알아 삼계에까지 이르러 그 마음을 비우고 그 행을 깨끗이 하여 어떤 탐욕도 원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선정을 얻으면, 마음의 취하는 바가 있어서 세 가지 거룩한 것을 얻을 수 있느니라.”
019_0641_c_20L佛卽知梵志有上士歡喜博解之心佛爲說至道之要諸苦萬端皆興于身明人深照知樂者或返流求原逮于本無謂上士慧明眞諦不知身之尤苦皆由習生上士覺之斯明者眞諦三界若幻有合則離何盛不衰因緣合則禍生諸緣離則苦滅上士觀本乃知其空斯明者眞諦以知本無卽逮三界空其心淨其行不願諸欲得無想定在心所取三尊可得也
범지는 이 법을 마음으로 이해하였다. 그것은 마치 흰 천은 깨끗하여 때가 없기 때문에 물감에 들어가면 빛깔을 이루는 것처럼 범지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전생에 여러 번 여러 부처님을 받들었고 맑은 계율을 지녀 행하였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 법을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도를 두루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마음의 때가 고요히 사라지고 3해탈문에 들어가 온갖 괴로움에서 아주 떠났다.
019_0642_a_07L梵志心解猶若白㲲潔無垢穢入染成色志心然宿命屢奉諸佛執行淸戒聞尊教具解無上正眞覺道心垢寂入三脫門長離衆苦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을 뵙기 전에는 아주 그른 행을 가지고 어둠에 덮여 미치광이 같은 어리석은 이를 믿고 그것을 스스로 진리라 생각하였었는데, 이제 비로소 부처님을 뵈오매 미친 병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장님이 보게 된 것과 같고, 귀머거리가 듣게 된 것과 같으며, 벙어리가 말하게 된 것과 같고, 꼽추가 허리를 편 것과 같으며, 죄수가 감옥에서 나온 것과 같나이다.
용렬한 범부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나이다. 부처님의 진실한 도의 맛을 얻지 못하고 언제나 뜨거운 불꽃 속에 허덕이면서 괴로워한들 어찌하겠나이까.
019_0642_a_11L復白佛言未見佛時懷巨誤之行爲盲冥所蔽信狂愚人言以爲眞諦今始睹佛狂病瘳盲視聾聽喑語僂申囹圄囚出矣庸夫愚惑徒生徒死不獲懷味天尊眞道長處焰火痛矣奈何
저는 이 세상에서 마침 지극히 신령스러운 부처님을 만나 뵈오매, 곧 저를 위해 지극히 깊은 도를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본래의 함이 없는 곳으로 돌아가 영원히 살게 하시니, 지금부터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겠나이다
원컨대 저도 청신사(淸信士)가 되어, 인(仁)을 지키고 살생하지 않고 만족할 줄을 알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곧고 깨끗하여 음행하지 않고 진실되어 속이지 않으며 효도를 다하고 취(醉)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부처님게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내일 이른 아침에 성중들과 함께 저의 집에 왕림하시어 변변찮은 공양이나마 받아 주소서.”
019_0642_a_16L吾生時哉睹佛極靈爲吾便說至奧之道令吾復本無爲長存自今之後歸佛歸法歸比丘僧願爲淸信士守仁不殺知足不貞潔不婬執信不欺盡孝不醉尊哀我明日晨旦願與聖衆顧下薄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받아 주셨다.
佛默受之
019_0642_b_01L범지는 마음으로 기뻐하여 부처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집으로 돌아가 온갖 맛난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부처님께 예배하고 꿇어앉아 공손히 아뢰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곧 거룩한 위의를 굽히시어 왕림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법복을 가지런히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범지의 집으로 가시어 자리를 함께하셨다. 범지는 손수 물을 돌리며 엄숙한 마음으로 공양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이레 동안에 부처님께서는 신비로운 교화를 마치시고 수제국으로 돌아가셨다.
019_0642_a_22L梵志心喜稽首足下還家具設百味之食卽以平旦於舍爲佛作禮長跪恭白願佛以時抂屈尊儀佛正法服與聖衆俱至梵志家皆就法梵志自手行盥肅心供養如斯七日佛說神化訖竟還隨提國
그 뒤에 오래지 않아 그 범지는 목숨을 마쳤다. 비구들은 이 소식을 듣고 다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범지는 죽었나이다. 그는 어떤 세계로 갔으리라 생각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범지는 마음이 깨끗하고 널리 알아 불환과(不還果)를 통하였고, 5개(蓋)가 없어져 순금처럼 깨끗해졌다. 그러므로 그 청정함으로 인해 응진(應眞:阿羅漢)이 되어 함이 없는[無爲] 곳에 갔느니라.”
019_0642_b_04L未久之閒梵志壽終諸比丘聞之共白佛以梵志喪意將趣何道世尊曰彼梵志者聖心博解通於不還五蓋以盡淨若天金於彼淸淨得應眞無爲而去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해 마치시자, 비구들은 기뻐하였다.
019_0642_b_08L說經竟比丘歡喜
梵摩渝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