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653_a_01L불설앙굴계경(佛說鴦崛髻經)
019_0653_a_01L佛說鴦崛髻經


서진(西晉) 사문 법거(法炬) 한역
019_0653_a_02L西晉沙門法炬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9_0653_a_03L聞如是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때가 되자, 모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많은 비구들은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바사닉왕(波斯匿王)의 궁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기 손을 잡고 대성통곡을 하고 울부짖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나라에는 아주 흉악한 도적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앙굴계(鴦崛髻)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 포악한 것이 인자한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시골에 사는 사람도 편히 살 수 없고, 성 밖에 사는 사람도 또한 편치 못하며, 온 나라 백성들이 다 편치 못합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는 각각 그 손가락을 하나씩 끊어 다발을 만들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앙굴계라고 합니다. 부디 이 사람을 잡아 항복을 받아 주십시오.”
019_0653_a_04L一時婆伽婆在舍衛城祇樹給孤獨園爾時衆多比丘到時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衆多比丘入舍衛城乞食聞王波斯匿宮門外衆多人民各攜手啼哭喚呼便作是於此國土有大惡賊名鴦崛髻害人民暴虐無慈心村落居止不得寧息城郭亦不得寧息人民亦不得寧息殺害人民各取一指用作華髻以是故名曰鴦崛髻願王當降伏此
이런 가운데 여러 비구들은 사위성에서 걸식을 마치고 공양한 후, 옷과 발우를 정돈하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메고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리고서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 여러 비구들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바사닉왕의 궁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기 손을 잡고 울부짖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는 큰 도적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앙굴계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는 각각 그 손가락을 하나씩 끊어 꽃다발을 만들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앙굴계라고 합니다. 부디 이 사람에게 항복을 받아 주십시오.’”
019_0653_a_14L衆多比丘從舍衛城乞食已過食後攝衣鉢澡手洗足以尼師檀著肩上詣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諸比丘白世尊言我等衆多比丘到時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便聞拘婆羅王在宮門外有衆多人民攜手啼哭便作是說今境界中有大賊名鴦崛髻殺害人民至各取一指用作花髻以是故名曰鴦崛髻願當降伏彼
019_0653_b_01L그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로부터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앙굴계가 있는 곳1)으로 가시었다. 세존께서 그곳으로 가시는 길에는 나무와 풀짐을 지고 가는 이ㆍ밭을 가는 이ㆍ지나가는 행인들이 있었는데, 모두 세존의 처소로 와서 세존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사문께서는 이 길로 가시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그 길에는 앙굴계라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들을 죽이고 중생에게 인자한 구석이라고는 없습니다. 성밖이나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는 또 그가 죽인 사람들의 손가락으로 꽃다발을 만들고 있으니, 세존을 해칠까 싶습니다. 사문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이 길을 갈려면, 10명이 모인 후에야 이 길을 지나갈 수 있고, 아니면 20ㆍ30ㆍ40ㆍ50ㆍ혹은 1백ㆍ혹은 1천 명이 된 후에야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 앙굴계는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모두 잡아죽입니다.”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전진하여 앙굴계의 앞으로 나아가시고, 물려서려는 생각이 없으셨다.
019_0653_b_01L時世尊從比丘聞卽從坐起若鴦崛髻居三處世尊便往彼所衆人擔薪負草及耕田人有行路人詣世尊所語世尊言沙門莫從此道所以然者此道中有鴦崛髻殺害人民無有慈心於衆生城郭村落皆爲彼人所害彼殺人以指作花髻觸嬈世尊諸有沙門人民之類從此道行者十人共集然後得過或二十人或三十人或四十人或五十人或百或千人然後得過彼鴦崛髻從意所欲皆取食之世尊遂便前行退轉意
그때에 앙굴계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떤 사람이든 이 길을 지나가려면, 10명이 함께 모여 오기도 하고 많게는 1천 명이 된 이후에야 지나가게 된다. 나는 그 가운데서 마음내키는 대로 죽이곤 하였다. 그런데 저 사문은 벗도 없이 혼자 오니, 내 반드시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서 앙굴계는 즉시 허리에 찼던 칼을 빼어 들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멀리서 앙굴계가 오는 것을 보시고는, 곧 다시 발길을 돌리셨다. 그러자 앙굴계는 세존을 쫓아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달렸으나,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019_0653_b_13L鴦崛髻遙見世尊來見已便作是念諸有人民欲來過此道者十人共集至或千人然後得過隨意所欲而殺害之然此沙門獨來無伴我今當取殺之時鴦崛髻卽拔腰劍往至世尊所世尊遙見鴦崛髻來便復道還鴦崛髻走逐世尊盡其力勢欲及世尊然不能及
019_0653_c_01L그때 앙굴계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달음질은 코끼리도 따라잡을 수 있고, 말ㆍ수레ㆍ사나운 소ㆍ사람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저 사문은 뛰지도 않고 걷고 있는 데다가, 그것도 빠르지도 않게 걷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죽일 힘을 다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구나.’
그러면서 앙굴계는 멀리서 세존께 말하였다.
“게 섰거라. 사문아.”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오래 전부터 머무르고 있건만, 너는 머무르지 않고 있구나.”
019_0653_b_20L鴦崛髻便作是念我走能逮象亦能及馬能及車亦能及暴惡牛亦能及人此沙門行亦不疾然盡其力勢不能鴦崛髻遙語世尊言沙門世尊告曰我久自住然汝不住
그러자 앙굴계는 게송을 말하였다.
 
저 사문은 자기는 가면서 ‘머무른다’ 하고
나더러는 ‘머무르지 않는다’ 말하네
사문이여 이 말을 설명해 주시오.
왜 당신은 머무르고 나는 머무르지 않는지를.
019_0653_c_02L崛髻便說此偈
沙門行言住
謂我言不住
沙門說此義
自住我不住

그러자 세존께서 앙굴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나는 머무르고 너는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한 말뜻을 듣고 싶으냐?”
019_0653_c_05L爾時世尊語鴦崛髻言汝聽我所說我住汝不住義
그리고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존은 항상 머무름으로 해서
누구든 그 은혜를 입는다네.
너는 죽이려는 생각에서
나쁜 짓도 피하지 않는구나.
019_0653_c_07L時便說偈言
世尊常自住
一切蒙其恩
汝自殺害心
亦不避惡行

이 말을 듣자 앙굴계는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이제까지 나쁜 짓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는 앙굴계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019_0653_c_09L爾時鴦崛髻便作是念我今作惡行鴦崛髻便說偈言

나에게 자비심을 베푸시어
사문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신 것이네.
나는 즉시 허리춤에서 칼을 버리고
온몸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네.
019_0653_c_11L於我發慈心
沙門說此偈
卽時捨腰劍
五體歸命佛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여
사문이 되기를 애원하니
부처님께서 ‘잘 온 비구’라고 하시며
곧 구족계를 받게 하셨네.
019_0653_c_13L頭面而禮足
求爲作沙門
佛言來比丘
卽受具足戒

모든 불세존의 일상 법에는 불세존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라는 이런 말씀을 하시면, 그 비구는 즉시 그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 마치 머리를 깎은 것과 같이 된다. 그리고 이레를 지나는 동안에 그에게 입혀지는 가사는 아주 미묘하고 부드러운 가사나 시포(施布) 겁패육(劫貝育)2)으로 된 가사, 즉 변화로 만들어진 가사가 입혀진다.
부처님께서는 ‘잘 왔도다. 비구여’라고 하시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너는 청정한 행[梵行]을 닦아야 한다. 우리 법에서는 교만한 생각이 없어야 하고, 반드시 괴로움의 근원을 끊어 버려야 한다.”
그러자 앙굴계는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부처님의 뒤에 서 있었다.
019_0653_c_14L諸佛世尊常法如諸佛世尊作是言善來比丘卽時鬚髮自墮猶如剃頭經七日中若彼所著袈裟極妙細滑若施布劫貝育越衣則化成袈裟尊作是說已善來比丘當修梵行於我法中無憍慢意當盡苦源本崛髻鬚髮自墮身著袈裟在世尊後
019_0654_a_01L세존께서는 이러한 앙굴계를 데리고 뒤따라오게 하시고는, 사리원(闍利園)에서 기원정사(祇洹精舍)로 와서 곧 자리를 정하여 앉게 하셨다. 그리고서 앙굴계는 여러 덕이 높은 장로 비구들에게 위의(威儀)와 예절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앙굴계는 이 교육을 마치자, 부처님의 제자로서 믿음이 견고하여 집을 떠나 불법을 배우고 위없는 깨끗한 행을 닦아, 생사의 근원을 다 끊고 청정한 행을 완전히 이루었으며 이루어야 할 일을 완수하여, 다시는 어머니의 태를 받지 않게 되었다. 이때에 앙굴계는 아라한을 성취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존자 앙굴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으며, 언제나 집을 가리지 않고 걸식하며,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5납의(納衣)3)를 입었다.
019_0653_c_21L世尊將鴦崛髻在後行從闍梨園詣祇洹便就座坐鴦崛髻爲諸尊長比丘所教訓威儀禮節作是教訓所以族姓子以信堅固出家學道修無上梵行盡生死源梵行已立作已辦更不復受母胎鴦崛髻成阿羅漢尊者鴦崛髻修阿練若行無人之處常乞食不選擇家著五納衣人所不利
이렇게 앙굴계가 변화해 가는 가운데, 한편 바사닉왕은 4부 군사를 소집하였다. 4부 군사가 다 모이자, 사위성 밖으로 나아가 도적 앙굴계를 죽이러 가려고 하였다. 그러면서 바사닉왕은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세존의 처소에 가서 이 취지를 모두 세존께 말씀드리고, 만일 세존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면 나는 그대로 받들어 행해야겠구나.’
바사닉왕은 기원정사로 가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자 걸어서 갔다.
보통 찰제리(刹帝利) 왕족은 다섯 가지를 지니고 다닌다. 그 다섯 가지란, 일산[蓋]ㆍ보석 모자[天冠]ㆍ붉은 불자[朱拂]4)ㆍ자루 달린 칼[柄劒]ㆍ보석 달린 신발[寶履屣]이다. 왕은 이것들을 한쪽에 풀어놓고, 머리를 부처님 발 아래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9_0654_a_07L王波斯匿集四部兵集四部兵已出舍衛城欲往殺賊鴦崛髻波斯匿王便作是念可先往至世尊所以此義具向世尊說若世尊教勅者我當奉行波斯匿王詣祇洹步行至世尊所夫剎利王種有五相云何爲五謂蓋天冠朱拂柄履屣盡捨著一面頭面禮足在一面坐
바사닉왕이 앉자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께서는 어떤 일로 4부 군사를 소집하시고서, 옷에 흙먼지를 쓰신 채 나의 처소에 오셨습니까?”
그러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사위성 밖에 앙굴계라는 도적이 있는데, 인자한 구석이라고는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성밖이나 시골에서나 모두 그를 싫어하고 근심하여, 사람들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는 그 손가락을 끊어 가지고 꽃다발을 만든다고 하니, 가서 그 사람을 토벌하려고 합니다.”
019_0654_a_15L波斯匿王坐已世尊問曰何故集四部兵塵土坋衣來至我所波斯匿王白世尊言於此舍衛城有賊名鴦崛髻殺害人民無有慈心城郭村落皆厭患之人民分離彼殺害人民已而取其指用作華髻欲往殺彼人
019_0654_b_01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지금 대왕께서 그 앙굴계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3법의(法衣)5)를 입고, 믿음이 견고하여 집을 떠나 불도를 배우는 것을 보신다면, 대왕께서는 그를 잡아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그를 잡아 무엇하겠습니까. 당연히 문안하고 예로서 경의를 표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을 올려야지요. 그에게 위해를 가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존이시여, 그는 흉악한 사람으로 중생에게 인자한 마음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데도, 사문의 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019_0654_a_21L世尊告曰若今王見鴦崛髻剃除鬚髮著三法衣以信堅固出家學王欲取云何王報言當取何爲問訊禮敬承事供養無有害心向世尊彼兇惡人無有慈心於衆生類能修沙門行耶
한편 존자 앙굴계는 세존과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를 하고 몸을 바루고 뜻을 단정히 하여, 생각을 앞의 한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오른손을 들어 앙굴계가 있는 곳을 가리키어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이 바로 도적 앙굴계입니다.”
그러자 바사닉왕은 앙굴계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곧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말고 저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 보시면, 그가 왕께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019_0654_b_03L尊者鴦崛髻去世尊不遠結加趺坐直身正意繫念在世尊擧右手示鴦崛髻處大王此是賊鴦崛髻波斯匿王見鴦崛髻已便懷恐怖衣毛皆豎時世尊告王波斯匿言大王勿懷恐怖自到彼所自當與王語
그러자 바사닉왕은 곧 앙굴계의 처소로 갔다. 그곳에 가서는 머리를 그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리고서 바사닉왕은 앙굴계에게 물었다.
“존자 앙굴계여, 지금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앙굴계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제 이름은 가구(伽瞿)라고 하며, 제 어머니의 이름은 만다야니(曼多耶尼)라고 합니다.”
왕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아무쪼록 힘써 정진하시오. 나는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존자 가구 당신에게 의복ㆍ음식ㆍ약품ㆍ침구를 아낌없이 공양하고, 법으로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서 바사닉왕은 머리를 존자의 발 아래 대어 예배하고, 세 번 돌고서 세존의 처소로 돌아왔다. 또한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9_0654_b_09L波斯匿王便往至鴦崛髻所到已頭面禮足在一面立波斯匿王問鴦崛髻言尊者鴦崛今名何等鴦崛髻答言大王我名伽瞿母名曼多耶尼王報言汝善自勉進我今盡形壽供養尊者伽瞿飯食病瘦醫藥牀臥具無所悋惜常當以法擁護波斯匿王頭面禮足繞三帀詣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
그리고서 바사닉왕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항복받기 어려운 이에게도 항복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여래께서는 모두 강한 자를 항복시키시면서도, 칼이나 무기를 사용하시지 않고 중생들에게 항복을 받으십니다.
저는 할일이 많아, 이제 그만 성으로 돌아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돌아가실 시간인 것 같으니,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그러자 바사닉왕은 곧 그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세 번 돌고서 곧 물러갔다.
019_0654_b_18L波斯匿王白世尊言世尊降伏者能降伏之如來皆使剛强者降伏乃不加刀杖降伏衆生我有衆多事欲還國世尊告曰今正是時隨意所欲波斯匿王卽從座起頭面禮足遶三帀便退而去
019_0654_c_01L한편 앙굴계는 바로 그 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앙굴계는 걸식을 하다가, 때마침 임신한 어떤 여인이 아이를 분만하려다가 제대로 순산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는 곧 ‘이 중생은 매우 고통스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면서 앙굴계는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공양한 후,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019_0654_b_23L鴦崛髻其日著衣持鉢入舍衛城乞食崛髻乞食時見一女人懷妊欲產未得時產見已便作是念此衆生甚爲苦惱鴦崛髻入舍衛城乞食食後攝衣鉢澡手洗足以尼師檀著肩上便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坐
그리고서 앙굴계[指髻]는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습니다. 걸식을 하다가, 때마침 임신한 어떤 여인이 아이를 분만하려다가 제대로 순산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저는 곧 ‘이 중생은 매우 고통스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앙굴계야. 너는 그 여인의 처소로 가서 곧 그 여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거라. ‘부처의 제자된 나는 부처의 제자가 된 이후로, 사람들을 죽인 기억이 없소. 이 진실된 말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편안히 해산을 할 수 있을 것이오’라고.”
019_0654_c_06L指髻白世尊言我向者著衣持鉢舍衛城乞食乞食時見一女人懷妊欲產然不得時產見已我便作是念此衆生類甚爲苦惱世尊告曰往彼女人所便語彼女人言諸聖所生我從聖生以來不自憶殺害衆生命以至誠語使彼女人安隱得產
그러자 앙굴계는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렇게 그 여인에게 말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왜냐 하면 저는 이 몸으로 무수한 백천의 중생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019_0654_c_13L指髻白世尊言此非於彼我有妄語耶所以然者我於此身殺害無數百千衆生
019_0655_a_01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네가 속가에 있을 때 한 일로, 지금 부처의 제자가 된 때와는 그 근본이 다르다. 너 앙굴계는 사위성 안으로 들어가 길거리에서 다음과 같이 외치거라.
‘여러 어진 이들은 다섯 가지 일을 반드시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그 다섯 가지란, 살생하지 않기ㆍ주지 않은 것을 갖지 않기ㆍ음행하지 않기ㆍ거짓말하지 않기ㆍ술 마시지 않기 등이다.
왜냐 하면 살생을 한 과보는 칼부림을 했기 때문에 칼로 인한 과보를 받게 되고, 도적질한 과보는 더욱 빈궁하게 되고, 음행한 과보는 그 아내가 더욱 간음하고 나쁜 짓을 하게 되고, 거짓말을 한 과보는 중생의 입에서 악취가 나며, 술을 마신 과보는 더욱 마음을 어지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인의 처소로 가서 곧 그 여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거라.
‘나는 부처의 제자가 된 이후로, 사람들을 죽인 기억이 없소. 이 진실된 말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편안히 해산을 할 수 있을 것이오’라고 하거라.”
019_0654_c_16L世尊告曰汝處俗時今處聖時不與本同汝指髻入舍衛城於街巷作是唱令諸賢當護五事以何爲不殺生不與取不婬不妄語不飮所以然者殺生之報以刀施得刀盜報增益貧窮婬報妻婦增益奸妄語報衆生口氣臭穢飮酒報增益衆亂往彼女人所到已語彼女人我從聖生以來未曾憶殺害衆生以是眞誠語使女人安隱得產
앙굴계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019_0655_a_02L對曰如是世尊
그리고서 앙굴계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 안으로 들어가 길거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 어진 이들은 다섯 가지 일을 반드시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019_0655_a_03L指髻到時著衣持鉢舍衛城乞食於街巷作是唱令諸賢當護五事
그리고 나서 그 여인의 처소로 가서 편안히 해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씩 그 여인의 집으로 향해 갔다. 그곳에 당도하여서는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부처의 제자가 된 이후로, 한 사람이라도 죽인 기억이 없소. 이 진실된 말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편안히 해산을 할 수 있을 것이오.”
앙굴계가 이 말을 마치자, 그 여인은 즉시 해산을 하였다.
019_0655_a_05L至女人安隱得產漸往至彼女人所到已語女人言我自從聖不自憶殺害一人命以是眞誠語使女人安隱得產指髻說是語適彼女人卽得產
그리고 나서 앙굴계가 공양을 하고 사위성을 빠져 나오려 할 할 때,어떤 사람이 앙굴계의 몸을 돌로 쳤고, 또 어떤 사람은 막대기로 쳤고, 또 다른 사람은 칼로 찔렀다. 앙굴계는 머리가 깨지고 몸에 피가 난 채로 사위성을 빠져 나와 세존의 처소로 향하였다.
019_0655_a_09L指髻食後欲出舍衛城有一人以石打指髻身復有一人以杖打指髻身復有一人以刀斫指髻身體破時指髻頭破身血舍衛城到世尊所
그때에 세존께서는 멀리서 앙굴계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서, 승가리(僧伽梨)가 더럽혀지고 몸에 상처가 난 것을 보시었다. 세존께서는 그러한 앙굴계를 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꾹 참고 나쁜 뜻은 내지 마라. 네가 과거에 지은 행의 과보는 무수한 백천 겁 동안 지옥에 들어가게 되어 있으니, 지금 네가 이렇게 받은 과보는 이러고 저러고 말할 것도 못 된다.”
그러자 앙굴계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여래시여.”
019_0655_a_13L世尊遙見指髻頭破血流污僧伽梨身體破見已語言忍勿發惡意此之行報無數百千劫當入地獄中今所受報亦不足時指髻白言如是世尊如是如來
그리고서 앙굴계는 평화롭고 기쁜 마음으로, 곧 부처님 앞에서 이 게송을 말하였다.
019_0655_a_17L指髻以和悅心卽於佛前說此偈言

나의 인내심은 매우 견고하여
더하거나 덜한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이제 바른 법을 들었으니
그러므로 게으르지 않습니다.
019_0655_a_18L我忍甚堅固
無有增減心
我今聞正法
是故不懈慢

법을 들음 또한 견고하여
불ㆍ법ㆍ승을 잘 믿으며
선지식을 항상 친근하여
모든 법을 잘 분별합니다.
019_0655_a_20L聞法亦堅固
好信佛法僧
親近善知識
諸能分別法

저는 일찍이 나쁜 도적 되어
앙굴계라는 이름으로
막가던 인생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019_0655_a_21L我曾爲惡賊
名曰鴦崛髻
爲水所漂溺
自歸命三佛

자신을 믿고 부처님께 귀의하게 되니
법에서 법을 잘 분별하여
3달(達)의 지혜를 얻고서
부처님의 발자취 얻게 되었습니다.
019_0655_a_22L當歸自歸命
於法分別法
已得三達智
還得佛迹處
019_0655_b_01L
본시 방일한 행동 일삼아
사람을 죽였으나
이제 부처님의 진리[至誠諦]라는 이름으로
다시는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019_0655_b_01L本爲放逸行
殺害衆生命
今名至誠諦
不復殺害人

몸과 입으로 하는 행동과
뜻으로도 해치지 않으니
남들이 살인자라고 불러도
사람들의 미움 살 짓 않을 것입니다.
019_0655_b_02L身口之所行
意亦無所害
彼名爲殺者
不爲人所嫉

나이 젊은 비구로
응당 부처님의 계율 지닐 것이니
이야말로 세간 밝게 비추어
구름 걷힌 달 같습니다.
019_0655_b_03L夫年少比丘
亦應佛戒佛
此明照世閒
如月雲霧消

이제 음행과 방일한 행동
지금은 고쳐 다시 범하지 않으리니
이야말로 세간 밝게 비추어
구름 걷힌 달 같습니다.
019_0655_b_05L前爲婬逸行
後改不復犯
此明照世閒
如月雲霧消

막가던 인생도
진리로 강인하게 단련하고
솜씨 좋은 목수 나뭇결 알아보듯
슬기로운 이로서 몸을 닦겠나이다.
019_0655_b_06L爲水所漂沒
亦如被練剛
巧匠解木理
智者自修身

칼과 몽둥이를 가한다 해도
매질하며 묶어 구속한다 해도
힘을 쓰거나 억제하지 않으며
부처님께 항복한 그대로입니다.
019_0655_b_07L或以加刀杖
或鞭繮靽綢
無力亦無持
爲佛所降伏

죽기도 바라지 않고
살기도 바라지 않으니
스스로 때를 관찰하여
평온하져 마침내 사납지 않겠습니다.
019_0655_b_09L亦不希望死
亦不希望生
自觀察時節
安詳不卒暴

이때에 세존께서는 앙굴계를 기쁜 마음으로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비구들 가운데 나의 이 제자처럼 민첩한 지혜로 법을 듣자마자 곧 이해하는 자를 조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 이 가구(伽瞿)라는 비구는 법을 듣자마자 곧 이해하는구나.”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19_0655_b_10L爾時世尊觀樂指髻便告諸比丘頗見比丘中如我弟子有捷疾智聞法便解所謂伽瞿比丘聞法便解諸比丘言不也世尊
그러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성문 가운데 제일로 민첩한 지혜를 지닌 이는 바로 앙굴계이다.”
019_0655_b_14L爾時世尊告諸比丘我聲聞中第一比丘有捷疾智所謂指髻比丘是
이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19_0655_b_1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佛說鴦崛髻經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고려대장경에는 거삼처(居三處)로 되어 있고, 신수대장경의 주(注)에는 거지처(居止處)로 되어 있다.
  2. 2)면(綿)나무의 일종인 겁패수라는 나무의 솜으로 짠 것이다.
  3. 3)5납의: 납의(納衣)는 여러 헝겊 조각을 꿰매어 만든 옷으로, 그 가운데 저절로 5가지 색깔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5납의라고 한다.
  4. 4)불자: 짐승털 등으로 만든 털이개 모양의 장신구
  5. 5)승가리(僧伽梨: 일종의 정장용)ㆍ울다라승(鬱多羅僧:예배나 청강용)ㆍ안타회(安陀會: 작업용이나 잠옷용)의 세 가지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