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尊者) 대목건련(大目犍連)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부터 부처님을 따라 항하(恒河) 물가에 이르니, 갖가지 아귀가 심히 많은데, 받는 죄가 각기 다른 것을 보았다. 그들은 존자 목건련을 보고, 모두가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와서 인연에 대해 물었다.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머리가 아파 고통스러우니, 무슨 죄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네가 본래 사람이었을 때 참지 못하고 중생의 머리를 때렸기 때문에 지금 화보(花報)1)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았으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019_0739_c_13L一鬼問言:“我得此形,非男非女,何罪所致?”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자비한 마음이 없이 즐겨 6축(畜)2)의 불알을 깐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으니,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019_0739_c_14L答言:“汝爲人時,而無慈心,好犍六畜,今受花報,果在地獄。”
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았으나 다리를 절어 걸어 다니지 못합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019_0739_c_16L一鬼問言:“我得此身,躄不能行,何罪所致?”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즐겨 무도(無道)한 짓을 하고, 사람과 짐승을 결박한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019_0739_c_17L答言:“汝爲人時,好行無道,拘繫人獸令不得行,今受花報,果在地獄。”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의 이 몸은 뜨거움과 목마름에 시달리는데, 다니다가 항하(恒河)의 물이 맑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 안에 뛰어들어 목욕함으로써 시원함을 얻고 더위를 없애리라 하고, 바야흐로 뛰어들면 온몸이 데이고 헤어지며, 목이 말라서 한 모금을 목구멍에 넣으면 오장이 타고 벗어지며 가죽과 뼈가 흩어지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019_0740_a_02L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사람이었을 때 관상쟁이가 되기를 좋아하여 남의 좋고 나쁨을 점치되 참다움은 적고 허망함만 많으며, 나무라거나 칭찬하며 스스로가 덕이 있다고 추켜세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요동시킴으로써 이익을 얻으려 하였으며,또 부모형제 종친에게 거짓되게 하여 성실하지 못했던 때문이니라.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가서 억 배의 고통을 받으리니, 말로써 다할 수 없느니라.”
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나쁜 개를 만나는데, 몸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우며, 두 눈이 붉은 것이 밤낮으로 달려들어 제 몸을 뜯어먹습니다. 제가 곧 죽으려고 하면 살점이 다시 돋아나고, 그러면 다시 이 고통을 받곤 합니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으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 하늘 사당[天祠]의 주인이었는데 소와 염소의 피를 받아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스스로 그 고기를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도 하늘에 제사하면 큰 이로움을 얻으리라’ 하여 모든 사악(邪惡)한 짓을 하여 백성을 속인 까닭에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더러운 가운데 있게 되고, 온몸이 더러운 것으로 발라지며, 먹는 것도 모두 더러운 것입니다. 항상 이러한 고통을 받아 벗어날 수가 없는 데다, 냄새와 번뇌가 몸에 얽히고 근심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바라문(婆羅門)이 되었었는데, 불법(佛法)을 믿지 않고 사문과 도인에게 공양하기를 싫어하여 구걸하러 오는 이가 있으면 항상 보지 않으려 하였느니라. 그때 한 도인이 와서 너에게 구걸하는데 너는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여야 다시 오지 못하게 할까’ 하고, 곧 발우를 받아다가 밑에는 똥을 바르고 위에는 밥을 덮어서 도인에게 도로 주었느니라. 도인이 받아 가지고, 원래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한 쪽에 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에 발우를 들고 한 손으로 밥을 먹으려는데 발우 안의 더러운 것이 냄새를 풍기어 가까이할 수 없었느니라. 이 까닭에 이러한 냄새의 번뇌를 받는 것이니, 이제는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는 지옥을 가서 항상 뜨거운 무쇠 탄환을 삼켜 몸이 데이고 무너질 것이니, 괴로움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니라.”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나이 어린 도인이 되었는데 스님네의 심부름으로 차고 맑은 물을 떠다가 꿀물을 풀어서 스님네에게 나누어 주도록 되었었느니라. 꿀이 굳고 크거늘 조금씩 깨뜨려서 한 입 훔쳐 먹었으니, 스님네의 물건을 훔친 까닭에 이제 화보를 받는 것인데 과보는 지옥으로 가서 구리 녹인 물을 목에다 부으리니, 괴로움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니라.”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일찍이 道人이 되어 절[佛圖]의 주장이었는데 스님네의 물건을 너무 아껴 좋은 음식으로 공양하지 않고 항상 거친 음식을 주었으며, 때로 좋은 음식을 만들 때 나그네 스님이 오면 문득 멈추었다가 간 뒤에 비로소 베풀었으니, 나쁜 마음으로 아끼고 인색했기 때문에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았으나 어깨 위에 구리 병[銅甁]이 있고, 그 가운데 가득한 구리 물[洋銅]을 표주박으로 떠내어 스스로의 머리에 부어 온몸이 데어 벗어지게 합니다. 이렇게 하기를 헤아릴 수 없이 하니, 고통이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019_0740_c_02L“너는 사람이었을 때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면서 스님네 음식을 맡았는데 한 사람의 우유[酥]를 다른 곳에 숨겨 두고 나그네 스님이 오면 주지 않다가 나그네가 가면 우유를 꺼내서 본 대중에게만 나누었느니라. 이 우유는 이미 초제(招提) 스님네의 몫이어서모두가 먹을 분수가 있거늘 스님네 것을 숨겼고, 나눠 주어도 평등치 않게 한 까닭에 이러한 고통을 받느니라. 지금은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 받는 고통을 헤아리기 어려우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어떤 사람이 와서 칼과 톱으로 나의 몸을 쪼개거나 배를 찢고 오장을 꺼내어 살이 다하고 힘줄이 끊어지게 하니, 고통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잠시 지나면 살이 다시 돋아나 평평해지게 되고, 그러면 다시 와서 쪼갭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다시 한 귀신이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어떤 사람이 와서 칼과 톱으로 나의 몸을 쪼개고 벗기며, 배를 찢고 오장을 꺼내니, 살이 다하고 힘줄이 끊어져 끔찍한 고통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잠시 지나면 다시 살이 돋아서 평상을 회복하고, 그러면 이내 다시 와서 쪼갭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에 집을 떠나 도를 배웠는데 스님네와 함께 여러 가지 떡을 만들다가 스님네가 잡숫기도 전에 네가 탐내는 마음으로 떡을 훔쳐서 두 겨드랑이에 감추어 가지고 외딴 곳에 가서 먹었느니라. 그 까닭에 그러한 고통을 받으니, 이제는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는 지옥으로 갈 것으로, 받는 고통이 헤아릴 수 없느니라.”
019_0741_a_02L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저절로 무쇠 탄환이 공중에서 내려와 입으로 들어가서 배에까지 이르고,때로는 왼쪽으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며, 때로는 오른쪽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들어가서 온몸이 데고 벗어지니, 고통이 처절하여 헤아릴 수 없으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인간이 되었을 때에 왕의 첫째 부인이었는데 왕은 작은 부인을 어여쁘게 여겼느니라. 너는 항상 질투하는 마음을 내어 간악한 방편(方便)을 써서 죽이려고 엿보았느니라. 그때 우유를 끓여 그녀의 배에다 부으니 그녀는 그 까닭에 한량없는 고통을 당하다가 드디어 목숨을 잃었느니라. 이 까닭에 얻은 고통이 이와 같으니, 이제는 꽃 피는 과보를 받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사람이었을 때 즐겨 사음(邪婬)을 하여 남의 부녀들을 범하고는 항상 발각될까 두려워하여 마음이 편안치 못하였느니라. 이런 까닭에 이제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는 지옥으로 가서 무쇠 평상에 눕거나 구리 기둥을 껴안거나 할 터이니, 이러한 고통이 헤아리지 못할 것이니라.”
“너희들이 사람이었을 때 한 사람은 말몰이[馬師]였고, 한 사람은 소몰이[牛師]였으며, 또 한 사람은 코끼리 몰이[象師]였느니라. 구차스럽게 남의 재물을 탐내어 바늘로 심하게 찔러 끔찍한 고통을 주었고, 그 고통을 덜어 주지도 않았느니라. 이 까닭에 그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니라. 이제는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1)원인이 되는 행업(行業)에 대하여 받을 결과인 과보보다 먼저 받는 보(報). 이것은 식물이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이 피는 것과 같으므로 이렇게 말한다. 선한 업인으로 말미암아 내세에 선도(善道)에 날 사람이, 이 세상에서 먼저 부귀ㆍ장수 등의 보를 받는 것이나, 악한 업인으로 말미암아 내세에 악도(惡道)에 떨어질 사람이 이 세상에서 병들고 형벌 받는 등의 보를 받는 따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