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에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사미라(沙彌羅)였다. 나이가 일곱 살이 되자, 마음으로 도덕을 좋아하여 한 사문을 따라가서 제자가 되었다. 산에 있으면서 스승이 시키는 일을 거들며 경을 외우고 법을 생각하는 데 게을리 하는 마음이 없었다. 여덟 살이 되어서 아라한의 지위를 얻어서 도의 눈[道眼]으로 능히 통찰하여 보니, 보는 바에 다함이 없고, 귀로는 능히 사리를 꿰뚫으며 들으니, 하늘 위와 아래에서 나오는 좋고 나쁜 소리를 모두 들었다. 몸도 날아다닐 수 있어 어디라도 날아 닿을 수 있었고, 한 몸을 나누어 만 개의 몸으로 변신하여 자유자재하게 변화하여 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자신의 전생을 알아서 자기가 태어날 때 온 곳과 모든 사람과 여러 갈래로 다니는 무리와 꿈틀거리는 무리의 일도 모두 알았다. 앉아 전생을 보니 다섯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던 것을 알고는 문득 빙긋 웃었다. 그때 스승이 돌아보면서 사미라에게 물었다. “너는 왜 웃느냐? 이 산골에 노래와 춤도 없지 않느냐? 너는 나를 비웃는 게냐?” 사미라가 대답하였다. “어찌 감히 스승님을 비웃었겠습니까. 제 스스로에 대하여 웃은 것이옵니다. 한 영혼이 몸을 받으면서 다섯 어머니에게 아들이 되었었고, 다섯 어머니는 저를 위해 밤낮으로 슬피 울고 한탄하며 근심하기를 그치지 못하고 항상 이야기를 할 때도 자식 생각만 하여 잠시도 잊지 못하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한 몸으로서 다섯 집을 근심스럽게 하였으니 제 자신에 대해 비웃었을지언정 감히 스승님을 비웃은 것은 아니옵니다. 제가 첫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을 때 이웃집에서도 한 아들을 낳았는데 저와 같은 날이었나이다. 제가 죽은 뒤 같은 날에 낳은 아이는 걸어서 들고 나고 하거늘 어머니가 보고서 말하기를 ‘슬프구나, 내 아들이 살았던들 또한 이렇게 걸어서 들고 나고 할 것을’ 하고 슬피 울면서 비 오듯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둘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을 때에도 제가 목숨이 짧아서 일찍 죽었는데, 저의 어머니는 남의 젖먹이 아이들을 보면 문득 저에게 젖먹이는 일을 생각하면서 슬퍼하였습니다. 제가 셋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을 때에는 겨우 열 살에 또 죽었는데, 저의 어머니는 밥 때가 되면 곧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내 아들이 있었더라면 함께 먹을 것인데 나를 버리고 죽어서 나 혼자 먹게 하는구나’ 하고 흐느끼면서 하늘을 부르고 아들을 원망하였나이다. 제가 넷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을 때에도 목숨이 짧아서 먼저 죽었는데, 저의 어머니는 저와 같은 또래가 모두 중매에 의하여 아내를 맞이하는 것을 보고 슬퍼하면서 말하기를 ‘내 아들도 살았더라면 마땅히 며느리를 맞을 것을 나는 무슨 죄를 저질러서 내 아들을 죽였는가’ 하였나이다. 제가 다섯째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을 때에는 나이가 겨우 일곱 살에 도를 좋아하여 집을 떠나 어머니를 하직하고 스승을 따랐나이다. 산에 들어와서 도를 구하는데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선정을 닦아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습니다만, 저의 어머니는 날마다 슬피 울면서 저를 생각하고는 ‘내가 아들 하나를 낳았더니 스승을 따라 도를 배우러 가서 있는 곳도 모르고, 기갈(飢渴)과 추위와 더위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옵니다. 이제 다섯 어머니가 한 곳에 모여서 각각 슬퍼하면서 아들을 부르고 생각하고, 마주 보며 슬피 울어 그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의 혼신(魂神)으로 두루두루 다섯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들이 되었고, 두 어버이로부터 몸을 받아 사람이 되었다가 다섯 어머니를 모두 슬피 울고 미치게 만들었으며, 각각 제 몸만 생각하다가 자살까지 하고자 하게 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비웃었습니다. 제가 세간의 애욕 그물의 인연과 나고 죽는 죄와 복과 행을 짓는 근원을 생각하니, 악한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고 착한 사람은 하늘에 태어나나이다. 저는 세간의 괴로움이 두려워서 집을 떠나 산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선정을 닦아 도를 얻고 신선(神仙)에 올랐습니다만 아귀ㆍ지옥ㆍ축생의 괴로운 곳을 보니 대신 두려워지오며, 다섯 어머니가 스스로는 벗어나지 못하면서 제 몸을 생각하는 것이 슬퍼졌습니다. 제가 구하려는 것은 실천이 말과 같아서 영원히 생사를 떠나고, 몸의 감관[身根]을 끊되 마치 사람이 씨를 심지 않는 것 같아서 당장에 열반을 얻고, 스승의 말씀을 잘 알아듣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 허공으로 날아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