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799_a_01L불설만법경(佛說慢法經)


서진(西晉) 법거(法炬) 한역
김성구 번역


부처님께서 아난(阿蘭)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부처를 섬긴 뒤에 바로 부귀한 이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부처를 섬긴 뒤에 바로 쇠퇴하여 이롭지 못한 이가 되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찌하여 모두 부처님을 섬겼는데 쇠퇴하고 이로운 것이 같지 않습니까?어찌하여 그러하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부처를 섬기는데 밝은 스님을 구하여 분명하게 깨닫고, 그를 따라 계법을 받아 모든 망상(妄想)을 없애 경법(經法)과 상응하게 하고, 부지런히 받들어 실천하여 그 받은 가르침을 잃지 않으며, 받는 것을 터럭 끝만큼도 어기지 않느니라. 이 사람은 금하는 법을 어기지 않기 때문에 항상 제천(諸天)1)과 훌륭한 신이 시위(侍衛)하고 옹호하며, 가는 곳마다 화합하여 재물의 이익은 백 배로 늘고 모든 사람들의 공경을 받으며, 뒤에는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이니 부귀와 이익뿐이겠느냐. 이러한 사람들이 부처를 섬기는 것이 참다운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부처를 섬기는데 밝은 스님을 만나지 못하고, 또한 경전과 불상(佛像)도 없으며, 또는 예배하거나 공경하지도 않으며,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억지로 남에게 계법(戒法)을 받았지만 지극한 믿음이 없느니라. 그래서 계를 받은 뒤에도 다시 여러 계율을 어겨 마음과 뜻이 몽매하고 어두우며,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경전을 읽거나 도를 실천하여 복을 지으려고 하지 않느니라. 잠시 믿다가도 곧 믿지 않으며, 재일(齋日)2)을 만나서도 향을 사르고 등을 밝혀 예배하는 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짐짓 성을 내어 높은 소리로 꾸짖고 들고 날 때마다 저주(咀呪)하며, 입은 처음부터 마음과 따로 노니 미워하고 질투하는 생각만 늘어나 사람을 시켜 살인하게 하느니라. 비록 눈으로는 경전과 불상을 보아도 예배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며, 설사 경전을 갖더라도 벽에 걸어 두거나, 상이나 자리에 던져두거나, 헌 옷과 떨어진 이불을 담는 궤짝이나 그릇에 담아 두거나, 처자나 어린이들이 더러운 손으로 만지게 하거나, 연기에 그을리고 비에 젖어도 돌아보지 않으며, 향을 사르고 등을 켜서 예배하지 않느니라.
외도(外道)의 경서(經書)와 다름이 없이 취급하니, 훌륭한 신은 물러나고 나쁜 귀신이 틈을 얻어 놓치지 않고 따르느니라. 이 때문에 쇠약해지고 병이 들며, 병이 난 뒤에는 두려워하면서도 머뭇거리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처음에는 부처님을 섬겼는데 어째서 지금 병이 났을까’ 하느니라.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 사람을 시켜 의사나 점쟁이에게 가서 풀거나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보람이 없으리라. 드디어 요사한 귀신에게 빌고 그것들을 모시니 허물은 더욱 늘어나고 요망하고 나쁜 귀신은 문턱을 지키며 주저앉으니, 건강을 잃고 죽는 이가 그 【문】안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니라. 재산은 점점 줄어들고 집안 사람들은 병이 들어 서로 잇달아 병석을 떠나지 않으리라. 목숨이 다한 뒤에 죄를 받아서 지옥에 떨어지면 고문을 당하고 형벌을 받되 헤일 수 없는 세월에 이를 것이니라.
이 사람은 앉아 있어도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고 뜻도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항상 의지할 곳이 없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지 않느니라. 때문에 그의 죄 받는 재앙이 이렇듯 쇠퇴하고 모자라게 되는데, 세상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불법을 섬긴 탓에 재앙을 얻었다’ 말하지, 그 사람의 행실 자체가 바르지 못한 까닭인 줄은 알지 못하느니라. 부처님의 경전과 계율을 어기고, 마음은 오로지 악행을 저지르며 온갖 행태를 두루 갖추게 되는 것은 스스로가 부른 것이지 아무도 준 사람은 없느니라.”
아난이 말씀을 듣고는, 문득 머리를 숙여 땅에 닿도록 부처님께 예배한 뒤 기꺼이 받들어 실천하였다.
019_0799_a_01L佛說慢法經西晉沙門 法炬 譯佛告阿難有人事佛以後便富貴人事佛以後衰喪不利者阿難問佛云何俱事佛衰利不同何故得爾語阿難有人事佛當求明師得了了從受戒法爲除諸想與經相應進奉行不失其教受者不犯如毛髮者是人不犯道禁常爲諸天善神侍衛擁護所向諧偶財利百倍人所敬後當得佛何況富利如是人輩事佛爲眞佛弟子又復有人事不値明師亦無經像又復不禮敬不知不解强教人受法戒無有至信受戒之後故復犯衆戒心意蒙冥豫不肯讀經行道作福乍信乍不信復不能念齋日燒香燃燈作禮故復瞋恚嚾呼罵詈出入呪咀口初不合懷憎嫉使人殺生眼見經像無有禮敬之心若其有經趣挂著壁或擲牀席之上或著故衣被弊筐器中以妻子小兒不淨手弄之煙熏屋漏不復瞻視亦不燒香燃燈向之作禮與外經書無異善神離之惡鬼得其便隨逐不置因衰病之適得疾病怖猶豫自念言我初事佛云何故復疾病也不能自信呼使至醫師醫師卜問解除鎭厭無益遂便禱賽邪神衆過遂增妖魅惡鬼屯守其門遂便喪衰死亡不離門戶財產衰耗家室病疾更相注續不離牀席命終罪辜墮埿犂中當被考治謫罰無有歲數是人但坐不能專一志意猶豫無所專據不信佛法故得其罪殃衰耗如世閒人不知佛法者謂呼事佛令得殃衰不知其人行自不正違犯佛經戒心專行惡衆態具足身自招之無有與者阿難聞之便頭面著地佛作禮歡喜奉行佛說慢法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천계(天界) 또는 천상계(天上界)를 총칭한 말. 불교에서는 천계를 욕계천(欲界天)과 색계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으로 크게 나눈다.
  2. 2)6재일(齋日). 음력으로 매월 8일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 6일을 악일(惡日)이라 하여 지재(持齋)하면서 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