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881_a_01L법해경(法海經)
019_0881_a_01L法海經


서진(西晉) 사문 법거(法炬) 한역
019_0881_a_02L西晉沙門法炬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9_0881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첨파국(瞻波國) 한가리(漢呿利)못 가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달 15일 계(戒)를 말씀할 때였다. 부처님께서는 앉으시고 대중은 모인 지 오래였지만, 여래께서는 잠자코 계를 말씀하시지 않았다. 시자 아난이 다시 옷을 바루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초저녁이 지나 밤중이 되려 하오며, 대중은 모인 지 오래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피곤하지 않으시다면 때를 맞추어 계를 말씀해 주소서.”
그래도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019_0881_a_04L一時佛遊瞻波國漢呿利池與大比丘衆俱月十五日時應說佛坐集已久而如來默然不說戒侍者阿難更整衣服跪而白佛初夜向竟中夜將至大衆集久世尊將無疲倦願以時說戒佛猶默然
대중이 앉아 있은 지 오래 되었을 때 아야도로(阿若都盧)라는 비구가 다시 옷을 바루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초저녁과 밤중이 이미 지나고 닭 울 때가 되었습니다. 세존께서 피곤하지 않으시면, 대중이 모인 지 오래 되었으니 계를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계셨다.
019_0881_a_09L衆坐旣時有比丘名曰阿若都盧更整衣長跪白佛初夜中夜已過鷄將向世尊得無疲倦衆僧集久願佛說世尊復默然
그는 다시 아뢰었다.
“샛별이 이미 나오고 때가 지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들어 보아라. 이 대중 가운데 깨끗하지 못한 자가 있기 때문에 나는 계를 말할 수 없느니라.”
019_0881_a_13L又復白言明星已出時將過矣佛言比丘且聽衆僧之中有不淨者故吾不得說戒耳
현자(賢者) 대목건련(大目揵連)은 생각하였다.
‘나는 정(定)에 들어 누가 깨끗하지 못한 자인가 관찰하리라.’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정(定)에 들어 누가 깨끗하지 못한 자인가 관찰하여, 그 깨끗하지 못한 자를 대중에서 나가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정에 들어 깨끗하지 못한 자를 관찰하여 대중에서 나가도록 하겠다니, 매우 좋은 말이구나. 곧 관찰해 보라.”
019_0881_a_15L賢者大目揵連心念吾當定意觀之誰不淨者目連白佛我欲定意觀誰不淨者不淨者命令出衆世尊告曰卿欲定意觀不淨者令其出衆此言大善便可觀之
019_0881_b_02L목련은 곧 정에 들어 관찰하여, 중계(重戒)를 범한 제자를 알아냈다. 목련은 정에서 일어나 계를 범한 비구 앞으로 가서 꾸짖었다.
“너는 사문이니 계를 받드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계는 사람의 머리와 같으니, 사문은 계행을 마땅히 물이나 옥처럼 청백하게 해야 한다. 여기는 여래의 자리요, 현성(賢聖)의 모임이며, 세상을 건지는 이들의 모임이요, 청정한 도덕이 있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마치 전단(栴檀)숲과 같은 이 자리를 그대가 이란(伊蘭) 같은 더러운 냄새로 이 진정(眞正)을 어지럽히는구나.”
019_0881_a_20L目連卽定意觀之其弟子犯于重戒目連從定意起犯戒比丘前而數之曰汝爲沙門戒爲本戒猶人之頭首沙門戒行令淸白如水如玉此如來之座賢聖之會度世者之聚淸淨道德者之所集處此座猶如栴檀之林卿以伊蘭臭穢亂于眞正
목련은 손으로 그 제자를 끌어 내면서 말했다.
“그대는 버린 사람이니, 이 여래 대중의 청정한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 그 뒷간 같은 더러움으로써 큰 스님들의 큰 모임에 참여하지 말라. 큰 바다는 더러운 송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대는 스스로 생각하여 이 어진 대중을 더럽히지 말라.”
019_0881_b_06L目連手自引其弟子卿是棄捐之人不得預如來大衆之淸淨集也無以穢濁廁預大僧大大海不受穢屍卿自思之無穢賢
계를 어긴 사람이 나가자, 목련이 아뢰었다.
“계를 어긴 자를 멀리 쫓아버려 대중은 이미 청정하게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맞추어 계를 말씀하소서.”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계셨다.
019_0881_b_10L穢人旣出目連白曰穢濁之人以棄遠衆已淸淨唯願世尊以時說世尊猶復默然
목련은 이상히 여겨 사방을 관찰하다가, 아까 그 비구가 다시 그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목련은 다시 꾸짖었다.
“그대는 버린 사람이다. 왜 스스로 물러가지 않고, 그 죄와 더러움으로 이 자리에 다시 앉았는가?”
목련이 다시 내쫓으니 그는 곧 자리에서 나와 떠났다.
019_0881_b_12L目連怪之四向觀見座上向比丘已復在座目連重勅之曰卿爲棄人何爲不自引罪穢重坐此座爲目連重遣之乃出座去
목련은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계를 어긴 자는 이제 나갔습니다. 대중은 이미 맑아져, 더러움은 다시 없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때를 맞추어 계를 말씀하시어, 이 대중으로 하여금 깨끗한 업(業)을 닦게 하소서.”
019_0881_b_15L目連復白世尊穢人已出大衆已淨無復穢惡唯願世尊以時說戒令衆僧得修淨業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후로 나는 다시는 계를 말하지 않을 것이니, 너희들이 다 같이 계를 설명하라. 만일 내가 계를 설명하는데, 그 대중 가운데 계를 범하고도 잠자코 있으면서 스스로 그 죄를 밝히지 않고 여래 좌석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는 침묵으로 거짓말하는 것이니, 침묵함으로써 거짓말하는 자는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가 대중에게 계를 말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네가 계를 설명하라.”
019_0881_b_18L佛告目連吾自今後不復說戒汝等可自共說戒若我說戒人於衆中犯默然不自引罪而預如來座者爲默然妄語默然妄語頭破七分來於大衆說戒甚爲不易自今以後汝自說戒
019_0881_c_02L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자가 도(道)를 듣게 된 것은 여래께서 먼저 교화하셨기 때문이요, 제자가 스스로 깨달아 도를 이룬 것이 아닙니다. 여래의 거룩하신 덕은 두텁고 무겁기 천지와 같아서 진실하고도 요긴한 것을 말씀하시면, 제자는 그것을 외우고 익혀 도과(道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여래께서는 마치 온갖 곡식과 초목들로서 그 영화를 우러르지 않는 것이 없는 하늘의 비와 같습니다. 제자는 덕이 얕고 도(道)가 적어, 사람들이 믿고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귀머거리 같은 범부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모든 중생들이 편안함을 얻게 하시고, 믿음을 얻고 바름을 얻어 그 뜻을 이루게 하소서.”
목련은 세 번, 네 번, 다섯 번 간절히 청하였다.
019_0881_b_24L目連白佛弟子聞道如來先化之爲非弟子自悟而成道也來聖德厚重天地言眞而要弟子誦得成道果如來猶天雨百穀草木無不仰榮弟子德淺道小人不服信世尊哀愍聾俗使一切獲安得信得以濟其志目連慇懃苦請至三四五
세존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모두를 위해 여래에게 네 번, 다섯 번에 이르도록 간절히 청하니,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우리 승법(僧法)은 마치 큰 바다에 여덟 가지 덕이 있는 것과 같다. 너희들은 들어라.
019_0881_c_07L世尊告目連曰汝爲一切請求如來慇懃乃至四五吾今當爲汝等說之吾僧法猶如大海有八德汝等聽之
큰 바닷물은 채울 수도 없고 차지도 않는다. 우리 법도 그와 같아서 채울 수도 없고 차지도 않나니, 이것이 그 첫째 덕이니라.
019_0881_c_10L大海之水無滿不滿吾法如之無滿不滿此第一之德
큰 바다의 조수(潮水)는 언제나 때를 맞춰 밀려오면서 일정한 곳을 넘지 않는다. 우리 4부중(部衆)도 내 계를 받으면 금계를 범하거나 항상한 법도를 어기지 않나니, 이것이 그 둘째 덕이니라.
019_0881_c_12L大海潮水尋以時而來不失常處吾四部衆受吾戒者犯禁戒違失常法此第二之德
큰 바닷물은 오직 한맛으로서 여러 가지 맛이 없고, 짠맛 아닌 것이 없다. 우리 법도 그와 같아서, 선정(禪定)의 맛이니 고요한 정(定)을 구해 신통을 이루기 때문이요, 4제(諦)의 맛이니 네 가지 도를 구해 결박을 풀기 때문이며, 대승(大乘)의 맛이니 큰 원(願)을 구해, 인민(人民)을 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셋째 덕이니라.
019_0881_c_14L大海之水唯有一味無若干味無不以醎爲味吾法如是禪定之味志求寂定致神通故四諦之味志求四道解結縛故大乘之味志求大願度人民故此第三之德
큰 바다는 깊고도 넓어 능히 한정할 수가 없다. 승법도 그와 같아서 깊고 묘하지 않은 것이 없고, 8방(方)이 크다 해도 승법 만큼 크지는 않으니, 승법이 가장 넓고 큰 것이다. 이것이 그 넷째 덕이니라.
019_0881_c_19L大海旣深而廣無能限僧法如是無不深妙八方之大莫大於僧法僧法最爲弘大此第四之德
019_0882_a_02L큰 바다에는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산호ㆍ차거(車𤦲)ㆍ마노(馬瑙)ㆍ마니(摩尼)의 묘한 것들이 있어,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 승법에는 37품(品)의 도보(道寶)의 묘한 것이 있어서, 신족(神足)으로 오랜 세월 동안 머무르고, 시방(十方)에 날아올라 가지 못하는 곳이 없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한량없는 부처 세계를 두루 돌아 특별하고 훌륭한 세계에 이르러, 도(道)로써 중생을 교화하고 불토(佛土)를 깨끗이 해 마치나니, 이것이 그 다섯째 덕이니라.
019_0881_c_21L海之中金銀琉璃水精珊瑚車璖馬瑙摩尼之妙無不備有吾僧法之中十七品道寶之妙神足住壽飛騰十靡所不適瞬息之閒周旋無量佛到殊勝之剎能以其道化導群生淨己佛土此第五之德
큰 바다 가운데 신룡(神龍)이 사는 곳에는 사갈용왕(沙竭龍王)ㆍ아뇩달(阿耨達)ㆍ난두화라(難頭和羅)ㆍ마나사(摩那私)ㆍ이라말(伊羅末) 등 용왕이 산다. 이러한 모든 용들은 묘한 덕이 한량이 없고 능히 하늘 궁전을 지으며, 온갖 무리들이 모두 우러러본다. 우리 승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4쌍(雙) 8배(輩)의 수행자와 12 현자(賢者)와 보살 대사(大士)들이 교화하는 공덕은 너무도 왕성하고 너무도 아름답나니, 이것이 그 여섯째 덕이니라.
019_0882_a_04L大海之中龍所居沙竭龍王阿耨達難頭和羅摩那私伊羅末如此諸龍妙德難量能造天宮品物之類無不仰之吾僧法亦復如是四雙八輩之士十二賢菩薩大士教化之功彌茂彌美第六之德
큰 바다는 백천만의 흐름과 항하(恒河)의 물을 머금어 밤낮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지만, 차서 넘쳤다거나 줄어 없어졌다는 말이 없다. 우리 승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범(梵)이나 석종(釋種)도 승법에 들어오고, 4성(姓)의 종족으로 석(釋)이나 범(梵)이나 혹은 왕족도 세상의 부와 명예를 버리고 바른 교화에 들어오며, 혹은 공사(工師)의 미미한 성(姓)도 또한 우리 바른 교화에 들어온다. 그 종족은 비록 다르나 큰 도를 믿고 익히는 데 있어서는 다 같이 한맛이 되어 석가(釋迦)의 아들 아닌 이가 없나니, 이것이 그 일곱째 덕이니라.
019_0882_a_10L大海吞受百川萬流江恒之水無不受之終日終夜無盈溢減盡之名吾僧法之中亦如是梵釋之來入僧法四姓族望或釋或梵者之種捨世豪尊來入正化或工師小姓亦入正化種族雖殊至於服習大同爲一味無非釋子此第七之德
큰 바다는 맑고 깨끗해 죽은 송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어떤 더러움도 없으며, 오직 바다에 사는 무리들만 받아들인다.
우리 승법의 맑고 깨끗함도 또한 큰 바다와 같아서, 더러움과 나쁜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를 범하거나 금한 것을 어기거나 청정한 범행자(梵行者)가 아닌 사람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버리고 멀리하는 것은 마치 바다가 송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이 그 여덟째 덕이니라.”
019_0882_a_16L大海淸淨不受死屍無諸穢濁唯海之類而受之耳吾僧法淸淨亦如大不受穢惡犯戒違禁非淸淨梵行一不得受棄之遠之猶海不受死此第八之德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대중은 오직 청정으로 금계(禁戒)의 업을 삼으므로 순수하지 않으면 석종(釋種)의 아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계를 말하지 않는 것이니, 그대들은 서로 잘 일러 주고 경계하여 우리 바른 법에 비방이 없게 하라.”
019_0882_a_21L佛告目連如來大衆唯淸淨爲禁戒業不純非釋種子故吾不說戒耳等善相勅戒無令正法有毀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19_0882_a_24L佛說如諸比丘歡喜奉行
法海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