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882_b_01L불설칠녀경(佛說七女經)
019_0882_b_01L佛說七女經


오(吳) 월지국(月支國) 지겸(支謙) 한역
019_0882_b_02L吳月支國居士支謙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9_0882_b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국(拘留國)의 분유달수원(分儒達樹園)에서 1천 아라한과 함께 계셨는데, 보살 5백 인과 하늘ㆍ용ㆍ귀신 등도 있었다.
그때 구류국에는 마하밀(摩訶蜜)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간탐(慳貪)하고 불법을 믿지 않았으며, 큰 부자여서 진기한 구슬 보배와 소ㆍ말ㆍ밭ㆍ집 등이 많았고, 지혜가 짝할 바가 없어[無雙] 이 나라의 스승이 되어 늘 5백 제자들을 두었으며, 게다가 국왕이나 대신(大臣)들에게 공손한 대우를 받았다.
019_0882_b_04L一時佛遊於拘留國在分儒達樹園與千羅漢俱菩薩有五百人及諸天鬼神爾時拘留國中有婆羅門名摩訶蜜慳貪不信佛法大豪珍奇珠寶牛馬田宅甚衆多智慧無雙爲是國中作師常有五百弟子復爲國王大臣所敬遇
이 바라문에게는 일곱 딸들이 있었는데, 매우 단정하고 말씨가 지혜롭기 비할 데 없었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금ㆍ은과 백주(白珠)와 영락(瓔珞)을 달고, 때에 따라 옷을 입었다. 늘 5백 여인들을 데리고 즐기고 우쭐대었으며 단정함을 믿고, 여러 사람들을 깔보며 부귀에 기대어 항상함이 있다고 부르짖었으며, 나라 안의 인민들과 함께 이론[義理]을 말하면 언제나 이겼다.
019_0882_b_10L是婆羅門有七女大端正無比黠慧言語從頭至足皆著金銀白珠瓔珞隨時被服與五百女人俱憙自貢高恃怙端正憍慢衆人倚於富貴謂呼有常每與國中人民共說義理常得其勝
그때 분유달(分儒達)이란 거사[迦羅越]가 있었는데, 이 여자들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곧 바라문 집에 와서 말하였다.
“당신 집에서 이 여자들을 단정하다고 이른다 하니, 그렇다면 국내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서 만일 이 여자들을 나무라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나에게 금 5백 냥을 주고, 만일 나무라는 이가 없다면 내가 당신에게 5백 냥의 금을 주겠소.”
019_0882_b_15L爾時有迦羅越名曰分儒達聞此女大好便至婆羅門所謂言卿家中自呼是女端正雖爾當遍將至國中示人有人呵此女者卿當雇我五百兩金若不呵者我當雇卿五百兩金
019_0882_c_02L이리하여 90일 동안을 온 나라에 돌아다녔으나 이 여자들을 일러 못났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바라문은 곧 5백 냥 금을 얻었다.
분유달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가까운 기수원(祇樹園)에 계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미래나 과거나 현재의 일을 아시며, 더구나 지극히 진실하여 결코 헛된 말씀은 하시지 않을 것이니, 가서 부처님께 보입시다.”
019_0882_b_20L如是募九十日遍至國中無有道此女醜爾時婆羅門卽得五百兩金分儒達告婆羅門今佛近在祇樹園佛知當來過去今現在事又復至誠終不妄言當將往示佛
바라문은 “매우 좋다”라고 말하고는 곧 권속인 5백 바라문과 국내의 5백 여인들과 함께 서로 따르며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019_0882_c_04L婆羅門言大善與眷屬五百婆羅門國中復有五百女人俱相隨至佛所
부처님께서는 마침 무수한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제각기 나가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은 나아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구담(瞿曇)께서는 늘 여러 나라를 다니셨습니다. 아름답고 단정하기가 이 여자만한 사람을 보셨습니까?”
019_0882_c_06L佛時爲無數千人說法各各前爲佛作禮卻坐一面婆羅門前白佛言瞿曇常遊諸國見有好人端正如是女者不
부처님께서는 곧 꾸짖으셨다.
“이 여자는 아름답지 못하다. 온통 추하여 한 군데도 좋은 곳이 없구나.”
019_0882_c_09L佛便逆呵之此女不好皆醜無有一好處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여자는 온 나라 안에서 ‘이 여자는 추하다’고 말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는데, 지금 구담께서는 무슨 이유로 혼자만이 이 여자를 추하다고 말씀하십니까?”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상 사람들은 무엇으로 좋음을 삼습니까?”
019_0882_c_10L羅門問佛是女一國中人無有道此女醜今瞿曇何以獨道此女醜婆羅門問佛言世閒人以何爲好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이 눈으로 색(色)을 탐내지 않고, 귀로 나쁜 소리를 받아 듣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코로 향내를 맡지 않으며, 입으로 맛을 보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몸은 부드러운 것을 탐내지 않으며,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손으로 남의 재물을 훔치지 않으며, 입으로 남의 나쁜 것을 말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잘난 척하거나 꾸미는 말[綺語]을 하지 않으며, 생(生)이 좇아온 데를 알고 죽음[死]이 나아가는 데를 알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보시한 뒤엔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것을 믿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으며 비구승을 믿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019_0882_c_13L佛言閒人眼不貪色耳不聽受惡聲是則爲好鼻不嗅香口不嘗味是則爲好身不貪細滑意不念惡是則爲好不盜取人財物口不說人惡是則爲不貢高綺語知生所從來死有所是則爲好信布施後當得其福則爲好信佛信法信比丘僧是則爲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얼굴빛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신체가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의복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말을 꾸미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마음이 단정하고 뜻이 바른 것이 곧 좋은 것이다.”
분유달은 금 5백 냥을 되돌려 받았다.
019_0882_c_21L佛告婆羅門顏色好不爲好身體不爲好衣服好不爲好二言綺語不爲好心端意正此乃爲好分儒達卽自還得五百兩金
019_0883_a_02L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는데, 과거 부처님으로부터 미래의 부처님까지 모두 여기에 자리하셨다.
그때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유니(機惟尼)였으며 우바새(優婆塞)가 되어 경에 아주 밝았으며, 부처님을 위하여 절을 지었다. 왕은 딸을 두었는데 모두 우바이(優婆夷)가 되어 경에 밝고 지혜롭고 단정하기 짝이 없었으며, 몸에는 모두 금은과 호박(琥珀)과 주보(珠寶)를 달았고, 옷은 매우 아름다웠다.
첫째 딸의 이름은 수탐(羞耽)이었고, 둘째는 수탐마(須耽摩)였으며, 셋째는 비구니(比丘尼)였고, 넷째는 비구라치(比丘羅輜)였으며, 다섯째는 사문니(沙門尼)였고, 여섯째는 사문밀(沙門密)이었으며, 일곱째는 승대살탐(僧大薩耽)이었는데, 늘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써 재계(齋戒)하고 보시하였다.
보시가 끝난 뒤에 일곱 딸들은 곧 부왕의 궁전에 나아가 부왕께 말하였다.
‘우리들 자매는 묘지에 함께 가서 구경하려 합니다.’
019_0882_c_24L佛告婆羅門昔者有城名波羅柰地底去諸當來佛皆於是上坐時有國王名機惟尼作優婆塞大明爲佛作精舍王有女悉爲優婆夷明經智慧端正無雙身上皆著金銀琥珀珠寶被服甚好第一女字羞耽第二女字須耽摩第三女字比丘尼第四女字比丘羅輜第五女字沙門第六女字沙門密第七女字僧大薩耽常以佛正法齋戒布施訖竟女便相將至父王正殿白言我曹姊弟欲相隨到塚閒遊觀
왕은 대답하였다.
‘묘지는 대단히 무섭다. 죽은 사람들만 있어서 해골과 머리털ㆍ뼈다귀들이 어지럽게 땅에 흩어져 있고, 슬퍼하는 자들과 목 놓아 울부짖는 자들이 가득 차 있으며, 호랑이와 늑대며 야수들이 있고, 올빼미 등이 시체의 살과 피를 빨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묘지를 구경한다고 하느냐? 나의 궁중에는 정원과 목욕할 연못이 있으며, 거기엔 나는 새들과 원앙이 서로 따라 지저귀며, 여러 가지 꽃들이 있어 오색이 눈부신 지초(芝草)와 기이한 나무들이 있고, 온갖 과일과 청량함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며, 놀면서 구경하기엔 아주 알맞을 텐데, 너희들 자매는 하필 묘지를 구경한단 말이냐?’
019_0883_a_13L王言塚閒大可畏但有死人骨髮形骸狼藉支散在地諸悲哀者啼哭者滿其閒有虎野獸鴟梟主噉死人肉血汝曹姊弟何爲塚閒我宮中有園觀浴池有飛鳥鴛鴦相隨而鳴中有衆華色光目芝草奇樹衆果淸涼恣意所極可遊觀汝曹姊弟何爲塚閒
019_0883_b_02L일곱 딸들은 곧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온갖 과일이나 맛난 음식이 어찌 조금인들 이익되겠습니까? 우리가 세상 사람을 보니, 늙는 때란 목숨이 날마다 죽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사람이면 죽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린애가 아니며, 일찍부터 넉넉한 음식에 미혹되어 왔던 것입니다. 왕께서는 우리들 자매를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해주십시오.’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자 왕은 말하였다.
‘매우 훌륭하구나. 너희들 자매의 청을 허락하겠다.’
019_0883_a_20L女卽報言大王衆果美食何益萬分我見世閒人老時命日趣死人生無有不死者我曹非小兒嘗爲餘食所王哀念我姊弟者當聽我曹姊弟到城外觀死人如是至三王言大善聽汝姊弟所爲
그때 일곱 딸들은 곧 5백 채녀(婇女)들과 함께 수레를 장엄하고 궁궐문을 나왔다. 일곱 딸들은 그들의 목의 영락(瓔珞)을 풀어 땅에 흩었다. 그때 국내의 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뒤따르며 구슬ㆍ보배를 줍고 대단히 기뻐하였다.
드디어 성 밖의 묘지에 도착하니 냄새가 대단하고 땅은 더러웠으며, 울부짖고 통곡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여러 채녀들과 사람들은 몸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끼쳐 털이 곤두섰다. 일곱 여인은 곧장 앞으로 나아가 죽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 중엔 머리가 끊어진 이도 있고, 손발이 잘린 자도 있으며, 코와 귀가 끊어진 이도 있었다.
그 중엔 벌써 죽은 이도 있었고, 아직 죽지 않은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관 속에 들어 있었고, 어떤 이는 거적 속에 싸여 있었으며, 어떤 이는 밧줄에 묶여 있었는데, 아낙네들은 통곡하며 모두 벗어나게 하려고 하였다.
019_0883_b_03L爾時七女卽與五百婇女嚴駕出宮門七女卽解頸下瓔珞散地國中時有千餘人見之隨後拾取珠寶歡喜遂到城外塚閒大臭處不淨但聞啼哭聲諸婇女及人民身體肅然衣毛爲豎七女直前視諸死人中有斷頭者中有斷手足者有斷鼻耳者中有已死者或有未死中有梓棺者有席中裹者有繩縛家室啼哭皆欲令解脫
일곱 여인은 좌우를 돌아보았다. 죽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죽은 이를 들고 사방에서 오는 이도 있었다. 나는 새들과 짐승들은 다투어 몰려와서 뜯어먹고 있었고, 시체의 퉁퉁 불어 터진 배에서는 고름과 피가 흘러내렸으며, 수많은 벌레들이 뱃속에서 기어 나왔다. 냄새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들은 코도 막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 그것들을 한 바퀴 돌고 서로들 이야기하였다.
‘우리들의 몸뚱이도 멀지 않아 정녕 저렇게 될 것이다.’
019_0883_b_12L七女左右顧視死人衆多復有持死人從四面來者飛鳥走獸共爭來食之死人胮膿血流出數萬億虫從腹中出處難可當七女亦不覆鼻直前繞之一帀卽自相與言我曹姊弟身體不久皆當復爾
첫째 딸이 말하였다.
‘차라리 게송이나 한 수씩 지어 죽은 사람들의 혼백이나 구원하자.’
여섯 동생은 좋다고 찬성하였다.
019_0883_b_18L第一女言寧可各作一救死人魂魄耶六女皆言大善
첫째 딸이 읊었다.
‘이 사람들 살아서는 향 바르고 새 옷 입고, 대중 속을 지나면서 실눈 곱게 떴어라. 남들 앞에 맵시 낸 것은 드러내고 싶어서였는데 지금은 죽어 땅 속이라 햇볕은 뜨겁고 회오리바람 분다. 어여쁜 그 맵시 지금도 있는가.’
019_0883_b_19L第一女言此人生時好香塗身新好衣行步衆中細目綺視於人中作姿則欲令人觀之今死在地日炙風飄主作姿則者今爲所在
둘째 딸이 읊었다.
‘병 속에 갇힌 새 문이 막혀 못 날았는데 병이 이제 깨어지니 새는 훨훨 날아갔네.’
019_0883_b_23L第二女言雀在甁中覆蓋其口能出飛今甁已破雀飛而去
019_0883_c_02L셋째 딸이 읊조렸다.
‘수레 타고 달리다가 도중에서 팽개치니 버려진 빈 수레 제 힘으론 못 가누나. 수레 몰던 그 주인 지금은 어디 갔나.’
019_0883_c_02L第三女言乘車而行中道捨車去車不能自前主使車行者今爲所在
넷째 딸이 읊조렸다.
‘비유하면 사람들이 배 타는 것과 같네. 여러 사람 함께 타서 물을 건너고 언덕에 다다르면 빈 배는 묶어 두네. 몸뚱이 버림도 이것과 같다네.’
019_0883_c_04L第四女譬如人乘舩而行衆人共載而渡得岸便繫舩棄身體去如棄舩去
다섯째 딸이 읊조렸다.
‘성이 굳고 튼튼한 때엔 많은 사람 살더니 성이 이제 비고 나니 사람 하나 볼 수 없네.’
019_0883_c_06L第五女言有城完堅中多人民皆生長城中今城更空不見人民爲在何
여섯째 딸이 읊었다.
‘좋은 옷 갈아입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없던 그들 이제 죽어 누웠으니 갈 수도 없거니와 움직일 수 더욱 없네. 그 옛날 그 사람들 지금은 어디 있나.’
019_0883_c_09L第六女言人死臥地衣被常好頭至足無有缺減今不能行亦不能動搖其人當今爲在何所
일곱째 딸이 읊었다.
‘한 몸뚱이 홀로 살다 집 버리고 떠나가니 지키는 이 없는 빈 집 날마다 낡아지네.’
019_0883_c_11L第七女言一身獨居人出去其舍舍中空無有守者今舍日壞敗
그때 제2 도리천왕(忉利天王)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자리가 흔들리더니 일곱 여인의 설법을 듣자, 곧 팔 한 번 펼 사이에 하늘에서 내려와 일곱 여인의 말을 찬탄하였다.
‘말씀한 것이 매우 훌륭합니다. 무슨 소원이든지 원한다면 내가 이루게 해 드리겠습니다.’
019_0883_c_13L爾時第二忉利天王釋提桓因坐卽爲動搖聞七女說如伸臂頃卽從天上來下讚七女所說大善欲願得何等所願者能爲汝得之
일곱 여인은 함께 말하였다.
‘당신은 제석천왕입니까, 범천왕입니까? 그대가 온 것을 보지 못했는데, 우리 앞에 와 있으니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해주십시오.’
019_0883_c_17L七女俱言卿是釋天乎梵天耶不見卿來時自然在我前使我知之
석제환인은 곧 대답하였다.
‘여러 여인들이여, 나는 제석환인(帝釋桓因)으로서 훌륭한 말과 좋은 말을 설하는 것이 들리기에 들으려고 왔소.’
019_0883_c_19L卽報言諸女我是釋提桓因聞說善言好語故來聽之
일곱 여인은 말하였다.
‘당신이 부탁한 것이란, 우리들의 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었소. 당신은 제2 도리천에서 가장 높으니, 우리들을 위하여 반드시 이루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들 자매는 소원을 말하겠습니다.’
019_0883_c_20L七女言屬者欲與我曹願卿是第二忉利天上最尊當爲我等得之我姊弟請說所願
첫째 여인이 말하였다.
‘나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고 잎사귀도 없는 나무를 얻어서, 그 가운데서 살고 싶습니다. 이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019_0883_c_23L第一女言我願欲得無根無枝無葉之樹於其中生是我所願也
019_0884_a_02L둘째 여인이 말하였다.
‘나는 형체도 없고 밤과 낮의 구분도 없는 땅을 얻어, 거기서 살고 싶습니다.’
019_0883_c_24L第二女言我欲得地上無形之處無陰陽之端願欲於其中生
셋째 여인이 말하였다.
‘사람이 깊은 산속에서 크게 소리치면 울림이 사방에서 크게 들려와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그러한 곳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019_0884_a_03L第三女言人於深山中大呼音響四聞耳不知所在我願於其中生
석제환인은 대답하였다.
‘그만하시오. 나로선 이런 원을 들어 줄 수가 없습니다. 여러 여인들이 만일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이나 사천왕이나 해ㆍ달 가운데서 높은 이를 원한다면 이것은 이뤄 줄 수 있지만, 지금 그대들이 원한 것은 실로 내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019_0884_a_05L釋提桓因報言且止我不能得是願諸女欲得作釋梵天王日月中尊是則可得今女所願實我所不知
일곱 딸들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하늘에서 가장 높으니 존엄하고 신묘(神妙)한 힘이 있을 텐데, 어찌하여 이러한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오. 당신은 마치 늙은 소가 수레도 끌지 못하고 밭도 갈지 못하여 주인에게 이익됨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019_0884_a_08L七女答言卿是天上獨有威神何以不能得此願卿譬如老牛不能挽車亦復不能耕犂無益於主
석제환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법을 설하는 것이 들렸기 때문에 듣기 위해서 왔으며, 내가 아는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는 곧 물러갔으며, 일곱 여인은 묵묵한 채 말이 없었다.
019_0884_a_11L釋提桓因報言我聞說經故來聽之非我所知卽便辭謝七女默然無報
그때 공중에서 하늘의 말이 들려왔다.
‘지금 가섭(迦葉)부처님께서 가까운 능취(陵聚)에 와 계시거늘 어찌하여 가섭부처님께로 가서 묻지 않습니까?’
이것을 들은 일곱 여인은 크게 기뻐하여, 곧 따라 구경 왔던 5백 채녀와 묘지에서 슬피 울던 이들과 또 5백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내서 갔다.
때마침 가섭부처님께서는 무수한 사람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모두들 제각기 앞에 나가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019_0884_a_13L爾時空中有天言今迦葉佛近在惟于陵聚中何不往問迦葉佛女聞之大歡喜卽與五百婇女隨來觀者塚間喪亡悲哀啼哭者復有五百人俱發意往時迦葉佛爲無數千人說法悉各前爲迦葉佛作禮卻坐一面
제석환인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앞서 저는 국왕의 일곱 딸들이 법을 설함을 듣고 내려와서 들었는데, 일곱 딸들은 저에게 이러한 소원들을 말하였습니다.
〈나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으며, 잎도 없는 나무를 원합니다. 모양이 없고 밤낮의 구분이 없는 땅을 원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소리치면 울림이 사방에서 들려와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그러한 곳을 원합니다.〉
그때 대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부처님께서는 저들 일곱 여인을 위하여 그 뜻을 설명하여 주십시오.’
019_0884_a_19L釋提桓因白佛言我向者聞國王七女說經故來聽之七女便從我索是願言我欲得無根無枝無葉之無形之處無陰陽之端深山大呼音響四聞不知所在我時不能報答願佛爲七女解說其意
019_0884_b_02L가섭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질문한 것이 정도에 많이 뛰어넘는구나. 이런 것은 아라한이나 벽지불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더구나 네가 어찌 알겠느냐.’
019_0884_a_24L迦葉佛言哉發問多所過度是事羅漢辟支佛尚不能知此事何況於汝
이때 가섭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니 오색 광명이 입에서 나와 불국토[佛刹]를 비추고 돌아와서 몸을 두르고는 정수리로 들어갔다.
시자가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가섭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십니다. 원컨대 그 뜻을 들려주십시오.’
019_0884_b_03L是時迦葉佛便笑五色光從口出照滿佛剎繞身從頂上入侍者前長跪問迦葉佛言佛不妄笑願聞其意
가섭부처님께서는 살바라(薩波羅)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여인들을 보았느냐?’
‘예, 이미 보았습니다.’
019_0884_b_06L迦葉佛告薩波羅汝見是女不唯然已見
‘이 국왕의 일곱 딸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내어 이미 5백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다시 앞으로 1만 부처님께 공양하여 10겁 후에는 모두 성불할 것이다. 이름은 모두 부다라분(復多羅賁)이고, 나라 이름은 수타파(首陀波)이며, 그때 부처님 수명은 3만 세일 것이다. 그때 사람들의 옷과 음식은 제2 도리천의 것과 같을 것이며, 부처님께서 열반[般泥洹]에 드신 후 불법이 쉬었다가, 8천 년이 다하고 나면 이때 부처님이 설법하여 75억만 사람들을 제도하여 보살이나 아라한 도를 얻게 하실 것이다.”
019_0884_b_07L此國王七女共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已來供養五百佛已當復萬佛後十劫悉當作佛皆同一字號名復多羅賁剎土名首陁波其佛壽三萬是時人民被服飮食譬如第二忉利天上所有佛般泥洹後經道留止八千歲乃盡是佛時說法當度七十五億萬人令得菩薩及羅漢道
일곱 딸들은 가섭 부처님께 수기를 받고 떠날 때에 한없이 기뻐하며, 스무 길[丈]이나 되는 허공에 머물렀다가 땅에 떨어지니, 모두가 남자로 변하였으며, 곧 불퇴위[阿惟越致]를 이루었다.
5백 채녀와 1,500의 하늘 사람들은 일곱 여자가 남자로 변한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1천 사람들도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두 법안(法眼)을 얻었다.’”
019_0884_b_15L迦葉佛授七女別時卽踊躍歡喜便住虛空中離地二十丈從上來下悉化成男子卽得阿惟越致五百婇女及千五百天與人見七女化成男踊躍歡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一千人遠離塵垢皆得法眼
019_0884_c_02L여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이 국왕의 일곱 딸들은 부유하고 안락하며 단정하고 귀하지만 오히려 몸을 믿고 치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항상하지 않기에 이 몸은 오래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음에 앉아 있기 때문에 12인연에 떨어져서 나고 죽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만약 모두 사랑[恩愛]을 말미암는다면 태어나서 늙고, 늙어서 병들게 되고, 병들어서 죽게 되고, 죽어서 울고불고하여 괴로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019_0884_b_21L佛告婆羅門此國王七女富樂端正豪貴尚不恃身作綺好所以者何念非常是身不可久得故一切世閒人但坐愚癡故墮十二因緣便有生人生若皆由恩愛從生致老從老致病從病致死從死致啼哭得苦痛
인생이 모두 사랑을 따른다면 당장 네 몸을 보아라. 또한 다른 사람의 몸을 보아라. 앉으나 일어서나 생각하여라. 몸속의 땀과 피와 고름과 콧물과 눈물과 춥고 덥고 냄새나서 깨끗하지 못한 이러한 것이 어떤 종류의 몸이냐? 한번 허물어지면 벌레로 변하여 제 고기를 먹으며, 뼈마디와 사지가 소멸되어 재와 흙이 되는구나. 돌이켜 생각해 보아라. 우리 몸뚱이도 죽으면 속절없이 이와 같을 것이니, 결코 몸뚱이를 믿고 치장하지 말고 항상하지 않음을 생각하여라.
만약 사람이 선을 행하고 스스로 으쓱대거나 꾸미는 말을 하지 않으면 죽은 뒤에 모두 천상에 태어날 것이며, 만약 악을 행하는 이는 반드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여자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이가 많은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질투하고 맵시만 내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019_0884_c_04L人生若皆從恩愛當自觀身亦當觀他人身坐起當念身中惡露涕唾臭處不淨如是何等類身一壞時還化作虫自食其肉骨節支解消爲灰土還自念我身死亦當如是不當恃身作綺好當念非常若人施行善不自貢高綺語者死後皆生天上施行惡者當入泥犂中女人所以墮泥犂中多者何但坐嫉妒姿態多故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바라문의 딸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몸에 있던 보배구슬을 풀어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공중에 뿌려져서 보배 일산으로 변하더니 공중에서 말소리가 나며 ‘훌륭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019_0884_c_13L佛說是時婆羅門女卽踊躍歡喜身上珠寶用散佛上佛威神令所散住虛空中化作寶蓋中有聲言善哉如佛所言無有異
그때 부처님께서 곧 감동하시고 굉장한 신통을 놓으시며 자리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짚으시니, 삼천대천 불국토가 크게 진동하고, 광명이 시방에 비쳤으며, 백년 묵은 마른 나무에 꽃이 피었고, 비었던 도랑과 시내에는 저절로 물이 생겼으며, 공후(箜篌) 악기는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고, 부녀자들의 구슬 고리에서도 모두 저절로 소리가 났다.
소경은 볼 수 있고 귀머거리는 들을 수 있었으며, 벙어리는 말을 했고 꼽추는 펴졌으며, 절름발이도 고쳐지고, 손 병신ㆍ발 병신도 나았으며, 미친 이가 바로 되고, 독을 입은 이는 독이 번지지 못하였으며, 묶이거나 갇힌 이는 모두 풀렸고, 온갖 새들과 이리들과 짐승들은 모두들 서로 화답하여 울었다.
019_0884_c_17L佛爾時便感動威神於座上以足指按地三千大千剎土皆爲大動光明照十方百歲枯樹皆生華菓諸空溝㵎皆自然有水箜篌樂器不鼓自鳴婦女珠環皆自作聲盲者得視聾者得聽瘂者得語傴者得伸拘躄者得愈手足病者得狂者得正被毒者毒不爲行拘閉者悉得解脫百鳥貍獸皆相和悲鳴
019_0885_a_02L그때 구류국의 백성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기뻐하였으며, 온화한 마음으로 서로 대하는 것이 마치 선정을 얻은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변화를 부리실 때 구류국 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구슬을 보내었고, 여러 대신들과 바라문의 딸들은 그들의 권속들과 5백 바라문과 함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냈으며, 또 5백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었고, 나라 안의 5백 사람들은 모두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었다.
019_0885_a_02L爾時拘留國中人民無男無女皆大歡喜和心相向若得禪佛作是變化拘留國王捐珠踊躍歡喜及百大婆羅門女與其眷屬及五百婆羅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有五百比丘得羅漢道國中五百人悉須陁洹道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보살ㆍ비구승과 우바새ㆍ우바이와 국왕ㆍ대신과 장자ㆍ인민과 모든 하늘ㆍ귀신ㆍ용 등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앞에 나와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019_0885_a_09L佛說是經已菩薩比丘優婆塞優婆夷國王大臣長者諸天鬼神皆大歡喜前持頭面著地爲佛作禮而去
佛說七女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