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904_b_01L불설빈궁로공경(佛說貧窮老公經)


송(宋) 혜간(慧簡) 한역
송성수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1,250사문과 함께 계셨으며, 보살은 만 명이었다.
그때 하늘ㆍ용ㆍ귀신 등 무수하게 많은 수의 대중들이 함께 모여 공경하고 에워싸고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으며 모두 기뻐하였다.
그때 어느 빈궁한 노인이 있었는데, 나이는 2백 살이며, 눈썹이 수려하고, 귀가 머리보다 높이 솟았으며, 이는 조개를 늘어놓은 듯 희고 가지런했고, 손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으니, 외모만 보면 그는 좋은 상(相)을 갖춘 듯하였다. 그러나 빈궁하여 고생하며 옷은 형체도 가리지 못해 5체가 나체로 드러나고 배는 늘 굶주렸으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그는 부처님이 세상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하며 주야로 발원한 지 10년 만에 비로소 소망을 이루어 지팡이를 짚고 찾아와 부처님을 뵙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석천과 범왕이 【문】앞에서 그를 통과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노인은 크게 부르짖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불행입니다. 가난과 쓰라림과 굶주림과 추위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도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나는 세존의 인자하심이 만물에 두루 미쳐 모두가 그 힘을 입고 은혜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하며 밤낮으로 원을 세운 지 10년 만에 이제야 겨우 소망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찾아와 한 번 특별히 만나 뵙고 온갖 고통을 벗어나기를 바랐는데 당신들이 나를 막는군요. 나의 원을 저버렸고 또 성인의 뜻을 어겼으니, 어찌 이럴 수 있소.”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아난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너는 많은 나이에 장수하며 상(相)을 갖춘 노인이면서도 죄에 걸려 아직 끝내지 못한 이를 본 적이 있느냐?”
아난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복이 있어 오래 살면서 어떻게 죄에 걸릴 수 있으며, 죄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상을 갖출 수 있겠습니까? 살면서 지금까진 본 일이 없는데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까이 문밖에 와 있다. 제석과 범왕이 그를 막고 있으니 불러 들여라.”
이에 노인은 팔꿈치로 기어들어와 부처님을 뵙고는 슬픔과 기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처님께 예배하고서 꿇어앉아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제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불행입니다. 가난과 쓰라림과 굶주림과 추위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도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저는 세존의 인자하심이 만물에 두루 미쳐 모두가 그 힘을 입고 은혜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하며 밤낮으로 마음을 내어 한 번이라도 받들어 뵙고자 원한 지 10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문밖에 오래 있으면서도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려고 해도 기력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겠고, 그저 목숨이 끊어져 성인의 문을 더럽히고 죄만 더하면 어쩌나 두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놀랍게도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겨 가까이 오도록 허락하셨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빨리 목숨을 마치고 죄가 끝난 후세만 바랄 뿐이니, 은혜를 드리워 그 훌륭한 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생을 받는 것은 생사의 인연이니, 숱한 인연으로 죄의 근원이 있게 된다. 이제 내가 너를 위해 그 본원(本源)을 말하리라. 너는 전생에 부호하고 강대한 나라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왕가에서 태어났다. 그때 태자가 되어 그 빼어남과 귀함이 비범하여 위로는 부모의 사랑을 받았고 아래로는 신하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 때문에 뜻이 방자하여 남을 업신여기고 눈을 높이 뜨고 훑어보며 교만을 떨고 사람을 멀리하였다. 억만 재산이 모두 백성들의 물건이건만 백성들은 가난하여 다들 세금에 쪼들리는데 그저 모아서 쌓을 줄만 알고 보시할 줄은 몰랐다.
그때 빈한한 사문이 있었는데 이름은 정지(靜志)였다. 먼 나라에서 와서 일부러 너를 찾아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법의(法衣)만 구했을 뿐인데, 너는 알맞게 대접하지 않고 매우 나쁘게 대우하였다. 법의도 주지 않고 밥도 주지 않으면서 공연히 앞에 붙들어 앉혀 놓고서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밤낮 7일 7야를 물과 미음조차 주지 않았으므로 기식도 거의 없고 목숨은 꺼져가는 촛불 같았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고, 여러 사람들을 모아 그를 보게 하고는 그것으로 매우 즐거워하였다.
곁에 있던 시신(侍臣)은 너에게 간하였다.
‘태자께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문은 인자하고 공손하며, 도덕이 속에 있어서 얼려도 추워하지 않고 굶겨도 배고파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찾아와 얻으려고 하는 까닭은 복 짓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주지도 않았으면서 어찌 궁핍하게 합니까? 부디 그를 보내 죄를 초래하지 마십시오.’
태자는 ‘이 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도덕이 있다고 칭하는지 시험 삼아 약간 힘들게 한 것뿐이지 죽이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풀어줄 것이니 걱정할 것 없소’라고 하고는 곧 쫓아내 나라 밖으로 추방하였다.
그는 국경을 벗어나기도 전 10여 리 안에서 굶주린 도둑들을 만났다. 그를 죽여 잡아먹으려고 하자 사문은 말하였다.
‘나는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문입니다. 파리하고 여위어 뼈만 앙상하고 누린내가 나니 먹기에 알맞지 않을 것입니다. 공연히 사람만 죽이고 쓸 것은 없을 것입니다.’
굶주린 도둑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며칠을 굶으며 흙만 먹었소. 당신이 비록 조금 여위긴 했지만 그래도 살코기라 끝내 놓아줄 수 없으니 죽을 준비나 하시오.’
이와 같이 밀고 당기며 한참 동안 승강이하였다.
태자는 이 소식을 듣고 곧 가서 구해 주며 말하였다.
‘내가 이미 그 옷과 밥도 빌 수 없게 하였는데, 어찌 다시 굶주린 도둑들에게 죽임까지 당하게 하겠는가?’
도둑들은 태자를 보자마자 모두 공경하며 머리를 숙여 허물을 자백하여 사죄하고 사문을 놓아 주었다.
그때 사문이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이요, 빼어나고 귀한 태자는 바로 지금의 너다. 네가 지금 이 가난의 죄를 받는 것은 전생의 간탐(慳貪) 때문이며, 오래 사는 까닭은 사문의 목숨을 구해 살려주었기 때문이다. 죄와 복의 인과응보는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고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는 것과 같다.
노인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과거사는 이미 그랬지만 금생에 다 마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거의 다된 목숨이나마 사문이 되어 다음에는 태어나는 세상마다 항상 부처님을 곁에서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그때 노인의 수염과 머리가 땅에 떨어지고 법의가 저절로 입혀졌으며, 신체와 기력이 건강해지고 귀와 눈이 밝아졌으며, 곧 훌륭한 지혜를 얻어 삼매의 문에 들어갔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옛날에 태자가 되어
인의(仁義)의 법을 모르고
빼어남과 귀함으로 방자하게 굴며
큰 나라 왕의 세력을 믿었다.

스스로 죄와 복이 없다고 말하며
이렇게 영원히 보존하리라 여겼으니
어찌 생과 사의 과보가 있어
지금에 그 재앙을 받을 줄 알았으랴.
그 죄로부터 다시 복을 받아
하늘 중에 하늘을 만나게 되었고
과거의 허물을 벗어나
나머지 목숨이나마 법의 문에 들게 되었다.

간탐하는 마음 영원히 벗어나고
지혜의 깊은 뿌리 길이 받아서
세상마다 부처님 곁에서 모시며
수명을 보존하고 만겁을 살리라.

이에 노인 비구는 경을 듣고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이 경을 외우는 이가 있으면 현겁의 천 부처님을 뵙게 될 것이며, 이 경대로 행하는 이가 후세에 널리 전한다면 분명 미륵불(彌勒佛)로부터 수기를 받을 것이니, 여래의 광장설(廣長舌)로 하신 말씀과 다름이 없으리라.”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아 지니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019_0904_b_01L佛說貧窮老公經宋沙門慧簡譯聞如是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千二百五十沙門俱菩薩萬爾時鬼神無央數大衆共會恭敬圍繞聞佛說法無不歡喜一貧窮老公年二百歲眉生秀毛出於頭齒如齊貝手過於膝貌而視似如有相而貧窮辛苦衣不蓋形五體裸露腹恒飢虛行步纔動示有氣息聞佛在世心獨歡喜晝夜發願由來十年今始得果扶杖而來求欲見佛釋梵侍門勅不通之老公因大喚曰我生世不幸貧窮辛苦飢餓寒求死不得活無所賴我聞世尊仁慈普逮萬物蒙賴莫不受恩心獨歡晝夜發願由來十年今始得果以遠來乞一特見求離衆苦而卿斷旣違我願又乖聖意豈宜爾乎已知之顧語阿難汝寧見耆年長壽有相老公而羅罪未畢者乎阿難長跪叉手白佛言安有福耆壽而有羅罪罪之人豈得有相生所未見今在何許吉尚佛言近在門外釋梵斷之可呼使前於是老公匍匐肘進見佛悲喜涕交流爲佛作禮長跪叉手白佛言我生世不幸貧窮辛苦飢餓寒凍求死不得活無所賴我聞世尊仁慈普逮萬物蒙賴莫不受恩心獨歡喜晝夜發心願一奉顏由來十年今始得果向在門外久不得前計欲還去氣力不堪進退無路但恐命絕穢污門重增其罪不悟天尊已哀矜之得蒙前進如此而死無復恨唯欲速終畢罪後世願得垂恩賜其上慧佛言人之受生生死因緣以因緣致有罪根今我爲汝說其本卿前世時生豪强大國明慧王家時爲太子憍貴非凡上爲父母所珍下爲臣民所奉用此恣意輕𣣋於人高目大視矜抗邈然財產巨億皆是民物百姓窮皆坐課斂唯知聚積不知布施時有貧寒沙門名曰靜志從遠國來故往詣卿所求不多唯法衣耳而卿了不當接遇之甚惡旣不乞衣又不與食空坐著前去復不晝夜七日七夕水漿斷絕小有氣命在轉燭而卿見此方大歡喜衆看之以爲至樂邊有侍臣而諫卿太子莫爾沙門慈恭道德內存之不寒餓之不飢所以來乞欲爲福旣不施與安使窮逼幸發遣之招其罪太子答曰此是何人詐稱道試小困之纔不令死正爾放去無所憂也卽便遣去驅逐出國未出國界十餘里中遭逢餓賊欲殺噉之沙門因言曰我是貧凍沙門羸瘦骨立旣腥臊不中噉也空當見殺而無所餓賊曰我飢困累日但食土耳雖小瘦故是肉也終不相放但當就如此前卻紛紜良久太子得知便往救曰我已不能乞其衣食寧當復使餓賊殺之耶賊見太子皆各叩頭過謝罪放沙門去沙門者今彌勒菩薩是也憍貴太子者今卿是也今受此貧窮之罪者坐前慳貪也所以得長壽者活救沙門之命也罪福報應如影隨形如響應聲老公白佛去事已爾願畢於今願得以垂殘之命作沙門後生世世常侍佛邊佛言善哉應時老公鬚髮墮地法衣自然著身體氣力强健耳目聰明卽得上慧入三昧門爾時世尊以偈頌曰汝昔爲太子 不識仁義方 憍貴自放恣恃爲大國王 自謂無罪福 以此可保常豈悟生死對 於今受其殃 從罪復蒙祐得睹天中天 能脫旣往罪 垂命入法門永離慳貪心 長受智慧根 世世侍佛邊保壽萬劫存於是老公比丘聞經歡喜爲佛作禮爾時世尊顧語阿難若有誦斯經者當見賢劫千佛行斯經者令後世宣當從彌勒佛受決如來廣長舌所語無有異一切大衆聞佛說已歡喜受持爲佛作禮佛說貧窮老公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