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1012_b_01L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상권
019_1012_b_01L佛說義足經卷上八雙十六輩
지겸(支謙) 한역
019_1012_b_02L吳月支優婆塞支謙 譯
1. 걸탐왕경(桀貪王經)
019_1012_b_03L桀貪王經第一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2_b_04L聞如是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실 때였다. 당시 한 범지(梵志)가 기수(祇樹) 안에 큰 논을 가지고 있었는데, 벼가 이미 익어 조만간 수확해야 할 형편이었다. 범지는 새벽에 일어나 논으로 가서 멀리 벼이삭들을 보고 마음에 기쁨이 넘쳤다.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바람대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벼를 보고 있는 것이 너무도 좋아 논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부처님께서 이때 비구들과 함께 걸식하시려 성으로 들어가시다가 멀리서 범지가 이처럼 기쁨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이 범지를 보느냐?”
비구들이 모두 본다고 대답하자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성으로 돌아가셨고, 걸식을 마친 다음 비구들은 저마다 정사(精舍)로 돌아왔다.
019_1012_b_05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有一梵志祇樹閒有大稻田已熟在朝暮當收穫梵志晨起往到田上遙見禾穟心內歡喜自謂得願視禾不能捨去佛是時從諸比丘入城求遙見梵志喜樂如是便謂諸比丘汝曹見是梵志不皆對言佛默然入城食後各還精舍
그런데 그날 밤 그만 하늘에서 큰 우박이 내려 논의 벼가 모두 죽고 범지의 하나뿐인 외동딸마저 이날 밤 죽고 말았다. 범지는 이 때문에 근심과 번민에 젖어 슬피 통곡하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다음 날 비구들이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갔다가 범지가 이러한 재해를 입고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매우 비통해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사문(沙門)과 범지 및 백성들로서는 누구도 그의 근심을 풀어줄 수 없었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와서 예배를 올리고, 범지의 마음이 이렇게 근심에 잠겨 있음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침 말이 끝나자 범지가 슬피 울며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곁에 앉았다.
019_1012_b_12L卽日夜天雨大皆殺田中禾梵志有一女亦以夜梵志以是故愁憒憂煩啼哭無能止者明日衆比丘持應器入城求食便聞梵志有是災害啼哭甚悲非沙梵志及國人所能解其憂者比丘食竟還到佛所作禮白梵志意狀如言適竟梵志啼哭來到佛所勞佛便坐佛邊
019_1012_c_02L 부처님께서는 범지가 근심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아시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일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 일인가? 모든 존재는 사라지기 마련이니 사라지지 않게 하려해도 어찌 할 수 없으며, 없어지기 마련이니 없어지지 않게 하려 해도 어찌 할 수 없으며, 병들게 마련이니 병들지 않게 하려해도 어찌 할 수 없으며, 늙게 마련이니 늙지 않게 하려해도 어찌 할 수 없으며, 죽기 마련이니 죽지 않게 하려해도 어찌 할 수 없는 법이다.
019_1012_b_20L佛知其本憂所念卽謂梵志言世有五事不可得避亦無脫何等爲五當耗減法欲使不耗減是不可得當亡棄法欲使不亡棄不可得當病瘦法欲使不病瘦是不可得當老朽法欲使不老朽是不可當死去法欲使不死去是不可得
보통 사람들은 도가 없고 지혜가 없는 탓에 사라져가고, 없어져버리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면 곧 근심과 슬픔을 일으켜 넙적다리를 치고 애를 태우며 자신의 몸을 손상시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째서인가? 진리가 이러함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범지여, 내가 들은 바로는 진리를 얻은 이는 사라져가고, 없어져버리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아도 근심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이미 진리가 이러함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소유만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존재가 모두 그러하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날 때부터 필연적으로 사라져가게 되어 있는데, 나만 어찌 유독 예외일 수 있겠는가?”
지혜롭게 생각하며 자세히 헤아려 보자. 나의 소유가 지금 이미 사라졌다고 해서 설사 근심에 잠긴 채 음식을 먹지 않아 파리하게 여위고 얼굴이 수척해진다고 하자.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기뻐하고, 나와 친한 사람들은 근심하게 만들 뿐, 아무리 슬퍼하며 없어진 가산(家産)과 딸에 미련을 두더라도 다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와 같이 살핀다면 사라져가고, 없어져버리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끝내 다시는 근심하지 않을 것이다.
019_1012_c_05L凡人無道無慧計見耗減亡棄死法來卽生憂憒悲哀拍髀熱自身無益何以故坐不聞知諦當如是梵志我聞有抱諦者見耗減法亡棄死法來不以爲憂何以故已聞知諦當如是不是獨我家耗世悉亦世與耗俱生我何從獨得離慧意諦計我今已耗至使憂之坐羸不食面目委色與我怨者快喜與我厚者代憂慘慼家事不修計耗不可復得已諦如是見耗減亡棄死法來終不復憂也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인연을 내용으로 범지를 위해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2_c_17L佛以是因緣爲梵志說偈
근심에 잠겨 슬피 울지 말지니
이미 잃은 것을 찾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슬퍼해도 소용이 없나니
나의 원수들만 좋아라 할 뿐이네.
019_1012_c_18L不以憂愁悲聲
多少得前所亡
痛憂亦無所益
怨家意快生喜
진실로 지혜롭게 살펴볼 수 있는 이는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근심치 않나니
원수들이 기뻐 하기는 커녕 번민에 잠겨
환희에 찬 나의 얼굴을 보게 된다네.
019_1012_c_20L至誠有慧諦者
不憂老病死亡
欲快者反生惱
見其華色悅好
날아다니는 음향도 무상엔 못 미치는데
진귀한 보배로 죽지 않기를 구하네.
덧없음을 알게 되면 다시는 근심하지도, 추구하지도 않으리니
정행(正行)을 생각함이 세간의 보배보다 낫네.
019_1012_c_22L飛嚮不及無常
珍寶求解不死
知去不復憂追
念行致勝世寶
019_1013_a_02L추구해도 소용 없음을 진실로 알아라.
세상 사람, 나와 그대 모두 마찬가지
근심을 멀리하고 정행을 생각할지니
근심한들 이 세상에 무슨 이익 있으리.
019_1012_c_24L諦知是不可追
世人我卿亦然
遠憂愁念正行
是世憂當何益
부처님께서 다시 범지를 위해 바른 법을 자세히 말씀하시고는 이어 보시와 지계(持戒)를 말씀하시고, 천상에 태어나는 길을 보여주어 선행을 하도록 인도하셨다.
범지의 악업(惡業)은 본래 그다지 견고한 것이 아니었다. 부처님께서는 범지의 마음이 누그러져 정도(正道)로 향하여 문득 사성제(四聖諦)를 보게 된 것을 아셨다. 범지는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어 마치 깨끗한 명주천에 물감을 들이면 곧 좋은 빛을 띠듯이 제일구항도(第一溝港道)를 얻었다. 그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손을 모아 말하였다.
“저는 이제서야 마치 거울로 자신을 비추어보듯 진리를 알았습니다. 지금 이후로는 신명을 다해 부처님께 귀의하고 비구승께 귀의하오니, 저를 청신자(淸信者)로 받아 주신다면 오계(五戒)를 받들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깨끗히 지키고 범하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범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아 예를 올리고 떠났다.
019_1013_a_03L佛復爲梵志極說經法次說布施現天徑欲善其惡無堅固佛知梵志意軟向正便見四諦梵志意解便得第一溝港道如染淨繒受色卽好便起頭面著佛足叉手言我今見諦如引鏡自照從今已後身歸佛歸法歸比丘僧受我爲淸信士奉行五戒盡形壽淨潔不犯戒便起繞佛三帀而去
이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통쾌하십니다, 범지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시어 이처럼 기뻐하여 웃으면서 돌아가게 하셨습니다.”
019_1013_a_12L衆比丘便白佛言快哉解洗梵志意乃如是至便喜笑而去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금생에만 이 범지의 근심을 풀어준 것이 아니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 이 염부리(閻浮利:염부제)에는 다섯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중 한 왕은 걸탐(桀貪)이란 이름을 가졌는데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지 못하였다. 이에 대신(大臣)과 백성들이 모두 왕이 하는 짓을 근심한 나머지 함께 모여 집집마다 병사를 내기로 모의하였다. 그리하여 병사가 모집되자 왕 앞에 이르러 함께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 자신이 한 일이 바르지 못하고 탐욕을 부려 온 백성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정녕 스스로 아십니까? 급히 이 나라를 떠나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시해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왕은 말을 듣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 전율하여 의복과 모발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이리하여 왕은 수레를 타고 나라를 떠나 고생스럽게 풀을 엮어 방석 따위를 만들어 팔아 근근히 생계를 꾸려갔다.
한편 대신과 백성들은 왕의 아우를 새왕으로 삼았는데, 새왕은 정치를 잘하여 백성들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019_1013_a_13L佛語諸比丘不但是反解是梵志憂過去久遠是閻浮利地有五王其一王名曰桀貪治國不正大臣人民悉患王所爲便共集議言我曹家家出皆拔白到王前共謂王寧自知所爲不正施行貪害萬姓不急出國去不者必相害傷王聞大恐怖戰慄毛悉豎以車騎而出國去窮厄織草賣以自給大臣人民取王弟拜作便正治不抂萬姓
019_1013_b_02L옛왕 걸탐은 자기 아우가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뻐하며 생각했다.
‘내가 아우에게 청하면 넉넉히 생활할 수 있으리라.’
걸탐은 편지를 보내 생활할 수 있도록 고을 하나를 달라고 청하자, 새왕이 그의 곤궁한 형편을 불쌍히 여기고는 즉시 주었다. 걸탐은 이번에는 고을을 잘 다스리고 다시 두 고을을 달라고 청하였다. 이렇게 하여 네 다섯 고을에서 열 고을, 스물ㆍ서른ㆍ사십ㆍ오십 고을에서 백 고을, 이백 고을에서 오백 고을에 이르고, 다시 나라의 반에 해당하는 고을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왕은 즉시 주었고 걸탐은 나라를 잘 다스렸다.
019_1013_a_23L故王桀貪聞弟興將爲王卽內歡喜計言我可從弟有所乞可以自活便上書具自陳說便從王乞一鄹可以自給王卽與之愍傷其厄得一鄹便正治復乞兩鄹五至十鄹二十三十四十五十至百二百至五百鄹便復乞半國王卽與之便正治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자 걸탐은 곧 욕심이 생겨 나라의 반에 해당하는 자신의 영토에서 병력을 동원하여 아우의 나라를 공격하여 이기고 옛나라를 되찾았다. 그러자 다시 욕심이 생겨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찌 일국(一國)의 병력을 모두 동원하여 두 나라, 세 나라, 네 나라를 치지 않으리요.’
걸탐은 곧 이웃 나라들을 공격하여 모두 승리를 거두고 다시 빼앗은 네 나라를 잘 다스리고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내가 어찌 네 나라의 병력을 동원하여 다섯째 나라를 치지 않으리요.’
걸탐은 곧 공격하여 또 승리를 거두었다.
이리하여 당시 사해(四海) 안의 모든 땅이 걸탐 왕의 영토가 되자, 걸탐은 호를 고쳐 스스로 대승왕(大勝王)이 되었다.
019_1013_b_07L如是久遠桀貪生念便興半國兵攻弟國卽勝便自得故國復生念我今何不悉興一國兵攻二三國四國便往攻悉得勝復正治四國復生念今我何不興四國兵第五國便往攻卽復得勝是時陸地四海內皆屬王便改號自立爲大勝王
이렇게 되자 왕이 만족할 줄 아는지를 시험해 보기 위하여, 제석천(帝釋天)이 구이(驅夷)라는 성(姓)을 가진 어린 범지로 변하였다. 범지로 변한 제석천은 왕을 만나기 위하여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금으로 된 지팡이를 짚고 금으로 된 병을 들고 궁궐 앞에 서 있었다. 그러자 문지기가 왕에게 말씀드렸다.
“밖에 구이라는 성을 가진 범지가 왕을 뵙고자 합니다.”
이에 왕이 흔쾌히 허락하고 불러들이라고 하였다. 제석천은 궁궐로 들어와 서로 인사를 마친 다음 뒤로 물러나 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마침 바닷가로부터 오다가 한 대국(大國)을 보았는데, 풍요롭고 백성이 많으며 진귀한 보배가 많아 정벌할 만했습니다.”
왕은 지금껏 만족하고 있다가 다시 이 나라를 얻고 싶은 욕심이 생겨 “이 나라가 몹시 탐이 난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제석천이 말했다.
“함선(艦船)을 더 준비하고 군사를 일으켜 기다리십시오. 칠 일 후에 왕을 모시고 그 나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제석천은 사라져버렸다.
019_1013_b_14L天帝釋便試之寧知厭足不便化作小童梵志姓駒夷欲得見王拄金杖持金甁住宮門守門者白王言外有梵志姓駒夷欲見王王言大善便請前坐相勞問畢卻謂王言我屬從海邊來見一大國豐樂人民熾盛多有珍寶可往攻之王審足欲得是國王言我大欲得天王謂言可益裝舩興兵相待卻後七日當將王往適言天王便化去
019_1013_c_02L그런데 약속한 날짜가 되어 왕은 크게 군사를 일으키고 함선을 많이 준비했으나, 온다던 범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왕은 번민에 잠겨 슬퍼하면서 넙적다리를 치며 말하였다.
“원통하다. 나는 이제 이 대국(大國)을 잃고 말았구나. 구이를 만났을 때 꼭 붙잡아 둘 것을 기한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다니.”
이때 온 나라의 백성들이 왕을 향해 둘러 앉아 있었는데, 왕은 울고 또 울고 번민하고 또 번민하며 근심에 잠겨 마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왕은 한 게송을 듣고 번쩍 정신이 들어서 말하였다.
019_1013_b_23L到其日便大興兵益裝舩不見梵志來是時王愁憂不樂拍髀如言怨哉我今以亡是大國如得駒夷不堅獲如期反不見是時一國人民迴坐向王王啼亦啼王憂亦憂王處憂未嘗止聞識經偈便生意而說言
욕심을 채울 생각을 내면 낼수록
또 다시 다른 욕심이 생기게 마련
날마다 성대하게 기쁜 일을 행하면
이로 인하여 자재(自在)함을 얻게 되리.
019_1013_c_06L增念隨欲
已有復願
日盛爲喜
從得自在
왕은 뭇 사람들을 위하여 게송의 뜻을 말해 주고 싶어, 이 게송의 뜻을 풀 수 있는 이가 있으면 일천 냥의 금전을 상금으로 주겠다고 하였다. 이때 그 자리에는 울다(鬱多)란 이름의 한 소년이 있었다. 울다는 곧 왕에게 말했다.
“제가 이 뜻을 풀 수 있습니다. 칠 일의 여유를 주시면 돌아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7일째가 되자 울다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 왕이 계신 곳으로 가서 왕의 근심을 풀어드리려 합니다.”
“아들아, 가지 말거라. 제왕을 섬기기란 타오르는 불을 섬기기만큼 어렵고 그 가르침은 예리한 칼과도 같아 가까이 할 수 없단다.”
“어머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스스로 왕의 게송의 뜻을 풀 수 있는 힘이 있으니, 후한 사례를 받아 마음껏 즐겁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울다는 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제가 이제 왔으니 게송의 뜻을 대답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서 게송을 읊었다.
019_1013_c_08L王便爲衆人說欲偈意有能解是偈義者上金錢一千時坐中有少年曰鬱多鬱多卽白王言我能解是義相假七日乃來對到七日白母言今欲到王所解王憂母謂子子且勿帝王難事如燃火其敎如利刀可親近子言母勿愁憂我力自能淹王偈義當得重謝可以極自娛樂便到王所言我今來對其義卽說偈言
욕심을 채울 생각을 내면 낼수록
또 다시 다른 욕심이 생기게 마련
방일하여 절제하지 아니하면
목마를 때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격
019_1013_c_17L增念隨欲
已有復願
已放不制
如渴飮湯
세상의 땅을 다 차지하여
말과 금은 보화가 가득 찼건만
모조리 얻고도 만족할 줄 몰라
도리어 정행(正行)을 비방하네.
019_1013_c_19L悉以世地
滿馬金銀
悉得不厭
有黠正行
마치 뿔과 발톱이 생겨나
날이 갈수록 점점 자라나듯이
사람이 사는 것도 또한 마찬가지
모르는 사이에 욕심이 늘어난다네.
019_1013_c_20L如角距生
日長取增
人生亦爾
不覺欲增
굶주림과 목마름은 끝이 없어
날마다 날마다 다시 생기는 법
산처럼 쌓인 금, 하늘에 닿아
형상이 마치 수미산같건만
019_1013_c_21L飢渴無盡
日日復有
金山拄天
狀若須彌
모조리 얻고도 만족할 줄 몰라
도리어 정행(正行)을 비방하네.
욕심은 고통과 무지를 부르나니
일찍이 귀에 담지도 않았다네.
019_1013_c_23L悉得不厭
有黠正行
欲致痛冥
未嘗聞之
부디 욕심을 떠나는 법을 들을지니
욕심을 싫어하는 이는 총명하여서
욕심을 싫어함을 존귀하게 여기나
끊임없는 욕심이란 버리기 어려워
019_1013_c_24L願聞遠欲
厭者以黠
厭欲爲尊
欲漏難離
019_1014_a_02L총명한 사람은 고통임을 깨닫고
사랑과 욕심을 따르지 않는다네.
마치 수레바퀴를 만들 때
능히 견고하게 할 수 있듯이
019_1014_a_02L黠人覺苦
不隨愛欲
如作車輪
能使致堅
차츰차츰 욕심을 제거해 가면
마음이 점차 편안하게 되리니
선정의 도를 얻고자 한다면
욕심을 모두 버려야 하리.
019_1014_a_04L稍稍去欲
意稍得安
欲得道定
悉捨所欲
이에 왕은 말했다.
“뜻을 알았다. 세상의 땅을 모두 다스려 사해 안을 모조리 차지하였으니,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 하겠다. 그런데도 다시 해외(海外)의 나라에 까지 욕심을 내었구나.”
말을 마친 대승왕은 다시 울다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019_1014_a_05L王言知意悉治世地盡四海內無不至是亦可爲厭乃復遠欲貪海外國大勝王卽謂鬱多言
동자께서 만약 좋으시다면
존귀한 지위로 세상을 편안케 하소서.
욕심에 대한 설법이 매우 통렬하니
그대의 지혜가 이와 같구려.
019_1014_a_08L童子若善
以尊依世
說欲甚痛
慧計乃爾
그대가 여덟 수의 게송을 설하셨으니
천 냥의 상금을 드리나이다.
모쪼록 이를 대덕(大德)께 바치노니
뜻을 설명하심에 매우 슬펐습니다.
019_1014_a_10L汝說八偈
偈上千錢
願上大德
說義甚哀
울다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19_1014_a_11L鬱多以偈報言
이러한 보배는 필요치 않으니
스스로 자급해 살아가면 그뿐
마음에 욕락을 멀리하고저
끝으로 게송을 설하노니
019_1014_a_12L不用是寶
取可自給
最後說偈
意遠欲樂
그러나 대왕이여, 저의 모친이
쇠약한 몸의 노인이신지라
모친을 봉양하고픈 마음뿐이니
천 냥의 금전을 저에게 주시어
모친을 봉양할 수 있게 하소서.
019_1014_a_14L家母大王
身羸老年
念欲報母
與金錢千
令得自供
대승왕은 곧 금천 천 냥을 울다에게 주어 늙은 모친을 봉양하게 하였다.
019_1014_a_15L大勝王便上金錢一千使得供養老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의 대승왕은 바로 벼를 심었던 범지이고, 동자 울다는 나의 전신이다. 나는 이때도 이 범지의 슬픔과 근심을 풀어주었고, 지금 역시 이 범지의 슬픔과 근심을 모두 끊어 주어 마침내 다시는 괴로워하지 않게 한 것이다.”
019_1014_a_17L佛語諸比丘是時大勝者卽種稻梵志是也時童子鬱多者則我身是我是時亦解釋是梵志痛憂我今亦一切斷是梵志痛憂已終不復著
부처님은 이 본래의 인연으로 해서 이 경의 뜻을 말씀하시어, 우리 후학들로 하여금 설법을 듣게 하시고 후세 사람들을 위해 게송을 지어 뜻을 밝힘으로써 우리 경법(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019_1014_a_21L佛以是本因演是卷義令我後學聞是說欲作偈句爲後世作明令我經法久住
이에 의족경(義足經)을 말씀하셨다.
義足經
욕심 채울 생각을 내면 낼수록
또 다시 다른 욕심이 생기게 마련
날마다 더욱 기쁜 일을 행하면
이로 인하여 자재함을 얻게 되리.
019_1014_a_23L增念隨欲
已有復願
日增爲喜
從得自在
019_1014_b_02L세상의 욕락을 탐내게 되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이미 잃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독화살이 자신의 몸에 꽂힌다네.
019_1014_b_02L有貪世欲
坐貪癡人
旣亡欲願
毒箭著身
모쪼록 욕심을 멀리 해야 하리니
마치 몸에 뱀의 대가리가 달라붙은듯이
세상의 욕락을 멀리 떠나
마땅히 선정을 행해야 하리.
019_1014_b_03L是欲當遠
如附蛇頭
違世所樂
當定行禪
밭에 진귀한 보배를 심어 놓고
어리석게 소와 말로 기르듯이
그대가 욕심에 매여 있는 탓에
어리석은 행동이 몸을 침범하네.
019_1014_b_04L田種珍寶
牛馬養者
坐女繫欲
癡行犯身
약한 이를 이겨 사납고 포악한 짓을 하면
죄를 받고 원한만 깊어져
저승에 가서 고통을 받게 되나니
배가 바닷속에서 부서지듯 하네.
019_1014_b_06L倒羸爲强
坐服甚怨
次冥受痛
舩破海中
그러므로 말하노니, 마음을 가다듬어
욕심을 멀리하여 범하지 말지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해탈을 구하면
배를 타고서 피안에 이르리.
019_1014_b_07L故說攝意
遠欲勿犯
精進求度
載舩至岸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환희에 찼다.
019_1014_b_08L佛說是義足經竟比丘歡喜
2. 우전왕경(優塡王經)
019_1014_b_09L優塡王經第二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4_b_10L聞如是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구삼국(句參國)의 바위 사이의 토굴에 살았는데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은 자랄 대로 자라고 몸에는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한 번은 우전왕이 아적산(我迹山)으로 유람을 가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시자(侍者)가 즉시 왕의 명령을 받들어 길과 다리를 고쳐 놓고서는 돌아와 왕에게 말하였다.
“길을 고쳐 놓았으니 왕께서 외출하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에 왕은 미인과 기생들만 데리고 말을 타고서 아적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걸어서 산을 올라갔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미인이 험한 산 속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바위 사이의 토굴 속에서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은 자랄 대로 자라고 다 떨어진 옷을 걸쳐 마치 귀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비구를 보았다. 미인은 놀라 소리치며 왕을 불렀다.
“이곳에 귀신이 있습니다. 이곳에 귀신이 있습니다.”
왕이 멀리서 물었다.
“어디냐?”
“가까운 바위 사이의 토굴 속에 있습니다.”
019_1014_b_11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有一比丘在句參國石閒土室中長髮鬚爪被壞衣時優塡王欲出遊到我迹山侍者卽勅治道橋還白已治道王可出王但從美人妓女乘騎到我迹山下車步上有一美人經行山中從崎至崎顧見石閒土室有一比丘長鬚髮爪衣服裂敗類如鬼便大聲呼天子是中有鬼中有鬼王便遙問何所在美人言在石閒土室中
019_1014_c_02L왕은 즉시 칼을 뽑아 그곳으로 달려가 미인이 말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비구를 만났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석가(釋迦)의 사문(沙門)입니다.”
“그대는 아라한[應眞]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선(四禪)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아닙니다.”
“삼선(三禪)이나 이선(二禪)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일선(一禪)의 경지에는 이르렀는가?”
“그렇습니다. 실로 일선(一禪)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019_1014_b_21L王卽拔劍從之見比丘如是卽問汝何等人對言我是沙王問汝何等沙門我是釋迦沙王言是應眞耶非也寧有四禪復言無有也寧三禪二禪耶復言無有寧至一禪耶對曰言實一禪行
왕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마음이 풀리지 않아 사자인 내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음탕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이 사문은 범속한 사람이어서 참된 수행이 없는데, 어떻게 나의 미인을 보았단 말인가?”
그리고는 시자에게 분부했다.
“속히 현악기의 줄을 끊어와 이 자를 묶어라.”
사자는 즉시 줄을 끊으러 갔다.
이때 산신(山神)이 ‘이 비구는 아무 잘못도 없이 이제 원통하게 죽게 되었으니, 내가 보살펴서 이 액운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곧 큰 멧돼지로 변하여 천천히 왕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에 시자가 왕에게 말했다.
“멧돼지가 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즉시 비구를 버려두고 칼을 뽑아 멧돼지를 뒤쫓아 갔다. 비구는 왕이 멀리 떠나버린 것을 보고 곧 달아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러, 비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의 전말을 말하였다. 비구들은 즉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이때 이 근본 인연에 따라 뜻을 변화시켜서 비구들로 하여금 경전의 말을 자세히 알게 하시는 한편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힘으로써 우리 경법(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019_1014_c_03L王便恚內不解顧謂侍者黃門以婬意念是沙門凡俗人無眞行奈何見我美人便勅侍者急取斷絃截來繫是人侍者便去山神念是比丘無過今當怨死我可擁護令脫是厄便化作大猪身徐走王邊侍者卽白王猪近在王邊王便捨比丘拔劍逐猪比丘見王去遠便走出到舍衛祇樹給孤獨園中爲諸比丘說本末比丘卽白佛佛是時因是本變有義生我比丘悉知經卷出語爲後世學作令我經道久住
이때 부처님께서는 『의족경』을 설하셨다.
是時佛說義足經
묶인 것에서 풀려나길 간절히 바라나
삿된 곳에 가려진 채 살기 때문에
이로써 정도를 멀리 가려버리니
욕념은 정녕 지혜롭기 어려워라.
019_1014_c_15L繫舍多所願
住其邪所遮
以遮遠正道
欲念難可慧
모태(母胎)에 묶였던 연유로
여색에의 굳은 집착은 풀렸더라도
오고 가게 마련인 법을 보지 않나니
지혜야말로 근본을 끊는다네.
019_1014_c_17L坐可繫胞胎
繫色堅難解
不觀去來法
慧是亦斷本
탐욕으로 인하여 어리석게 눈 머나니
삿된 이욕만 증가함을 알지 못하네.
욕심 때문에 슬픔과 고통을 받으니
이제는 마땅히 그 어디에 의지할까.
019_1014_c_18L貪欲以癡盲
不知邪利增
坐欲被痛悲
從是當何依
인생이 이러한 줄 마땅히 깨달을지니
세상의 삿됨은 의지하기 어려워라.
정도를 버리고 생각조차 않나니
수명은 짧은 법 죽음이 눈 앞에 있음을 생각하라.
019_1014_c_19L人生當覺是
世邪難可依
捨正不著念
命短死甚近
이리저리 구르는 이 세상의 괴로움이여.
삶과 죽음과 욕망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그침이 없네.
죽을 때에 가서야 비로소 원망하나니
욕심에 따라 모태에 태어남을 욕하네.
019_1014_c_21L展轉是世苦
生死欲溪流
死時乃念怨
從欲詆胎極
그러나 스스로 고통스런 몸을 받나니
물이 마른 시내에는 물고기가 없는 법
이에 육신에 집착을 끊어야 함을 아나니
삼세에 다시 무엇을 더 연연할 것인가.
019_1014_c_22L自可受痛身
流斷少水魚
以見斷身可
三世復何增
이리하여 애써 양 극단(極端)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 함을 깨닫게 되나니
스스로 원망할 일을 하지도 않고
보고 들음에 자신을 더럽히지 않네.
019_1014_c_23L力欲於兩面
彼可覺莫著
莫行所自怨
見聞莫自污
019_1015_a_02L생각을 깨닫고 살펴서 고해를 건너면
나의 존귀함이 헤아릴 수 없으리.
힘써 수행하여 근본을 뽑아야 할지니
그리하면 의심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리.
019_1015_a_02L覺想觀度海
有我尊不計
力行拔未出
致使乃無疑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환희에 찼다.
019_1015_a_03L佛說是義足經比丘歡喜
3. 수다리경(須陀利經)
019_1015_a_04L須陁利經第三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5_a_05L聞如是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국왕과 대신 벼슬아치들이 부처님을 극진히 공양하여 언제나 모시고 대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음식과 의복ㆍ침상ㆍ약품 등 필요한 물품을 잘 바쳤다.
019_1015_a_06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爲國王大臣及理家所待敬事遇不飯食衣被臥牀疾藥供所當得
019_1015_b_02L이때 범지들은 그들의 강당에 모여 앉아 함께 이렇게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본래 국왕과 대신과 백성들과 벼슬아치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우리는 팽개쳐 버리고 다시는 등용을 하지 않으며 도리어 사문(沙門) 구담(瞿曇)과 그의 제자들을 섬기고 있다. 이제 우리들은 함께 방법을 강구하여 구담과 그의 제자들을 패배와 절망에 빠뜨리도록 하자.”
그리고 다시 다음과 같이 의논을 모았다.
“이제 우리들의 무리 가운데 가장 얼굴이 단정한 여인을 뽑아서, 이 여인을 우리가 함께 죽이고 그 죽은 시체를 기수(祇樹)에 묻어 놓기로 하자. 이렇게 한 다음 사문 구담과 그의 제자들을 비방하여 나쁜 소문이 멀리 퍼지게 되면, 대우하던 이들이 그들을 멀리하여 다시는 공경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담에게서 배우는 이들 모두가 의복과 음식을 얻지 못한 나머지 다 함께 우리들에게 와서 섬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세상의 존경을 받고 구담을 물리쳐 세상에 우리를 이길 상대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즉시 계획을 실행에 옮겨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好首]에게 말했다.
“너는 정녕 우리가 지금 국왕과 대신과 백성과 벼슬아치들에게 버림을 받아 다시는 등용되지도 못하여 도리어 사문 구담이 그들의 스승이 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너는 정녕 이 사실에 분개하여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이로운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이로운 일이란 어떤 것입니까?”
“너의 목숨을 버리고 죽는 것일 뿐이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네가 할 수 없다면, 이제부터 다시는 너를 우리들 속에 넣어주지 않겠다.”
여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괴로워한 나머지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는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에 무리들이 장하다고 하고 이 여인에게 지시했다.
“이제부터 아침 저녁으로 부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주 기수(祇樹)에서 거닐도록 하라. 그리하여 모든 백성들이 너의 이같은 행동을 보도록 한 다음 우리가 너를 죽여 기수에다 묻고서 구담으로 하여금 비방을 받게 할 것이다.”
여인은 지시를 받고 자주 사문(沙門)들이 사는 곳을 왕래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여인의 이같은 행동을 알도록 하였다. 그러자 범지들은 여인을 죽여 기수에 묻었다.
019_1015_a_08L梵志自坐其講堂共議言我曹本爲國王大臣人民理家所待遇今棄不復用悉反事沙門瞿曇及諸弟子今我曹當共作方便敗之耳便共議今但當求我曹部伍中最端正好女共殺之以其死屍埋於祇樹間爾乃毀傷沙門瞿曇及諸弟子令惡名遠待遇者遠離不復敬之學者悉不復得衣食皆當來事我曹我曹便當爲世尊壞瞿曇世無能勝我曹者共行謂好首言汝寧知我曹今棄復見用反以沙門瞿曇爲師汝寧能忿爲衆作利不好首言作利云何唯捨壽命死耳答言我不能也不能爾者從今以後終不復內汝著數中也女聞大不樂卽言諾是我職當也衆學言善哉便共敎女言從今以後朝暮到佛所數往祇樹閒悉令萬姓見知汝如是我曹共殺汝埋著祇樹閒令瞿曇得毀辱不小女卽承數數往來沙門所令衆人知女如便取女殺埋著祇樹閒
무리를 지어 왕궁의 문으로 가서 이렇게 원망하였다.
“우리들 중 이 여인이 유난히 얼굴이 단정하여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녀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습니다.”
“여인이 평소 잘 다니던 곳이 어디인가?”
범지들이 함께 대답했다.
“늘 사문 구담이 사는 곳을 왕래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그곳으로 가서 찾아보도록 해라.”
범지들이 왕에게 병사를 청하자, 왕이 즉시 주었다. 이렇게 하여 여인을 찾아 다니다가 기수(祇樹)에 이르러, 땅 속에서 죽은 여인의 시체를 찾아내어 평상 위에 놓았다. 그리고 범지들은 함께 여인의 시체를 가지고 사위국의 사방을 고을마다 다니면서 원망하는 말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사문인 구담 석가를 보고 늘 덕망과 계행(戒行)이 더없이 높고 크다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몰래 여인과 간통하고는 죽여서 땅에 묻었단 말입니까? 이러고서 무슨 법이 있으며, 무슨 덕이 있으며, 무슨 계행이 있겠습니까?”
019_1015_b_07L衆梵志便相聚會到王宮門稱怨言我曹學中有一女獨端正花色無雙今生亡不知處王謂言女行來常在何所共對常往來沙門瞿曇所王言爾者當於彼求便從王乞吏兵王卽與之求行轉到祇樹閒便掘出死屍著牀共持於舍衛四道悉遍里巷稱怨衆人觀沙門瞿曇釋家子常稱言弘普無上如何私與女人通埋藏之如是當有何法何德何戒行
식사할 때가 되어 비구들이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자, 벼슬아치와 백성들이 멀리서 보고 욕하였다.
“이 사문들아, 스스로 법과 덕과 계행을 갖추었다고 말해 놓고서 너희들이 이와 같은 짓을 한단 말이냐? 무슨 선(善)이 있어서 어떻게 또 의복과 음식을 공양 받을 수 있느냐?”
비구들은 이러한 말을 듣고 빈 발우를 들고 성을 나와 손발을 씻고 발우를 갈무리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예배를 올리고 모두 앉지 않고 선 채로 성에서 겪은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
019_1015_b_18L食時衆比丘悉持應器入城乞食衆理家人民遙見便罵言是曹沙門自稱言有法子曹所犯若此有何善奈何復得衣食衆比丘聞如持空應器出城洗手足盛藏應器到佛所作禮悉住不坐如事具說
이때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5_b_23L佛說偈言
019_1015_c_02L제멋대로 지껄이는 망령된 말일랑 생각조차 말지니
무리지어 싸우다 화살에 맞아 고통을 참는 격일세.
무릇 착한 말이나 악한 말을 들을 적에는
비구들은 참아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라.
019_1015_b_24L無想放意妄語
衆鬪被箭忍痛
聞凡放善惡言
比丘忍無亂意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러한 비방을 받는 기간은 칠 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때 유염(惟閻)이라고 하는 청신녀(淸信女)가 있었다. 그녀는 성 안에서 비구들이 걸식하러 왔다가 모두 빈 발우를 들고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과 비구들을 몹시 측은하게 생각한 나머지 급히 기수로 가서 부처님께로 가 얼굴을 발에 대고 예배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돌고는 한 쪽에 앉았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경법(經法)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유염은 경을 다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부처님과 비구들께서는 저희 집으로 가서 칠 일 동안 공양을 들도록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묵묵히 수락하시자, 유염은 부처님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서 떠났다. 칠일 째가 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비구들과 함께 성으로 들어가 사방 마을의 거리를 다니면서 이 게송을 읊도록 해라”라고 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5_c_03L佛告比丘我被是妄謗不過七日耳是時有淸信女字惟閻於城中聞比丘求食悉空還甚鄙念佛及比丘僧便疾行到祇樹至佛所頭面作禮佛坐一邊佛爲廣說經法惟閻聞經竟起叉手白佛言願尊及比丘僧我家飯七日佛默然受之惟閻便繞佛三帀而去至七日佛告阿難汝與衆比丘入城悉於里巷四徼街道說偈言
늘 남을 속이고 삿된 짓을 하여
자신이 하고서 하지 않았다 하네.
어리석음은 기만의 도구이니
스스로 원망하여 고통에 이르네.
019_1015_c_13L常欺倒邪冥
說作身不犯
重冥行欺具
自怨到彼苦
수행은 이익을 얻는 도구이니
원망하는 이들은 자신만 해치네.
악한 말을 하면 머리가 잘리나니
늘 삼가하여 입을 잘 지켜라.
019_1015_c_15L修地利分具
不守怨自賊
惡言截頭本
常關守其門
존경해야 할 이를 도리어 비방하여
존경받는 이가 계행이 없다 하네.
입을 따라 온갖 근심 들어오고
질투하는 마음에 뭇 사람이 불안하네.
제멋대로 속이며 남의 재물을 탐내어
힘껏 기만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네.
019_1015_c_16L當尊反興毀
尊空無戒人
從口內衆憂
嫉心衆不安
摶掩利人財
力欺亦可致
이러한 모든 짓을 차마 하건만
그러나 결국 보배를 잃게 될 뿐
019_1015_c_18L是悉皆可忍
是最以亡寶
바른 사람에게 원망을 가지니
육도 윤회에 갈 길이 한 곳뿐이네.
有怨於正人
世六餘有五
악을 저지르면 그곳에 이르나니
뜻과 행동이 바르지 않기 때문
아귀 지옥은 그 수가 십만이라네.
019_1015_c_19L惡有道致彼
坐意行不正
欺咤有十萬
아난은 즉시 분부를 받고 비구들과 함께 성으로 들어가 사방 마을의 거리를 다니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읊었다. 그러나 사위국의 백성들과 벼슬아치들은 모두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석가는 실로 아무런 악한 행동이 없다. 석가에게 법을 배웠는데 끝내 삿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019_1015_c_20L阿難卽受敎俱入城於里巷四街道說如佛所言卽時舍衛人民及諸里家皆生意言釋家子實無惡學在釋終不有邪行
019_1016_a_02L이때 다른 범지들은 강당에 모여 범행에 가담한 범지들을 성토하였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들의 소행은 탄로나고 말았다. 밖에 나도는 소문대로라면 그대들 이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을 죽이고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원망한 것이 아닌가?”
대신(大臣)이 이 말을 듣고 곧 궁궐로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즉시 범지들을 불러 물었다.
“그대들이 스스로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을 여럿이서 죽였는가?”
“사실입니다.”
왕은 노하여 말했다.
“그대들에게 중벌을 내리겠다. 어떻게 내 나라 안에서, 스스로 도를 닦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남을 살해할 마음을 가졌단 말인가?”
왕은 곁에 있던 신하에게 명하여 범행에 가담한 범지들을 모두 잡아다 사위성 마을마다 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이고 나라 밖으로 내쫓게 했다.
019_1015_c_24L是時衆異梵志自於講堂有所訟中有一人言露子曹事於外出聲言汝曹自共殺好首而怨佛及弟子乎大臣聞是聲便入啓王王卽召衆梵志問汝曹自共殺好首便言實爾王怒曰當重罰子曹何於我國界自稱爲道而有殺害之卽勅傍臣悉收子曹遍徇舍衛城里巷帀逐出國界去
부처님께서 식사 때가 되어 비구들과 함께 발우를 들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이때 아수리(阿須利)라고 하는 청신사(淸信士)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 즉시 달려와 예배하고는 소리 높여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사방 갈 길을 알지 못하는 것을 두고 마음이 매우 슬프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부처님께 들어오던 경법(經法)을 다시는 욀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서 원통하게 악한 누명을 썼다고들 합니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 이는 전생에 악연(惡緣)이 있었던 것일 뿐이다.”
019_1016_a_09L佛以食時從諸比丘皆持應器入城時有淸信士阿須利遙見佛便往作禮揚聲白佛閒者不識四方名心甚悲所聞經法不能復誦聞佛及比丘僧怨被惡佛謂阿須利言不適有是宿命因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佛便說偈言
말을 적게 해도 비방을 받지만
말을 많이 해도 비방을 받으며
충직한 말을 해도 비방을 받나니
세상의 악은 가리지 않고 비방하네.
019_1016_a_15L亦毀於少言
多言亦得毀
亦毀於忠言
世惡無不毀
과거는 지나가고 미래는 다가오며
현재 역시 실재하는 것은 아닌데
누구건 수명을 다하도록 비방을 받아
밝혀내기 어렵고 공경받기도 어렵네.
019_1016_a_17L過去亦當來
現在亦無有
誰盡壽見毀
盡形尚敬難
부처님께서는 아수리를 위해 경법을 말씀하시고 수달(須達)의 집으로 가셔서 자리에 바른 자세로 앉으셨다. 수달은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고 손을 모아 말했다.
“저희들은 슬픕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며, 부처님께 듣던 경법을 다시는 욀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서 원통하게 악한 누명을 썼다고들 합니다.”
019_1016_a_18L佛廣爲阿須利說經便到須達家坐正座須達便爲佛作禮叉手言屬者悲身不識方面所聞經法不能復誦坐佛及比丘僧怨被惡名
부처님께서는 이에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6_a_22L佛是時說偈言
나는 마치 전쟁에 나간 코끼리마냥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개의치 않는다네.
오직 마음 속으로 참고 또 참을 뿐
세상 사람들은 다들 근심에 잠겨 있네.
019_1016_a_23L我如象行鬪
被瘡不著想
念我忍意爾
世人無喜念
019_1016_b_02L내 손에 아무런 상처가 없기에
손으로 독물(毒物)을 잡아도 그만
상처가 없으면 독물도 소용 없듯이
선행에는 악한 자들도 어쩔 수 없다네.
019_1016_b_02L我手無瘡瘍
以手把毒行
無瘡毒從生
善行惡不成
부처님께서는 수달을 위해 경을 말씀해 주신 다음 유염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바른 자세로 앉으셨다. 유염은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고 손을 모아 말했다.
“저희들은 슬픕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며, 부처님께 듣던 경법을 다시는 욀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서 원통하게 악한 누명을 썼다고들 합니다.”
019_1016_b_03L佛廣爲須達說經便到維閻家直坐正座維閻作禮竟叉手言屬者我悲身不識方面所聞經法不能復誦佛及比丘僧怨被惡名
이에 부처님께서는 유염을 위해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6_b_07L佛因爲維閻說偈言
무지한 이들이 나를 괴롭히려 하나
나의 마음 맑으니 밖에서 어찌 더럽히리.
어리석은 이는 원망하며 자신을 망치나니
바람을 향해 먼지를 던짐과 마찬가지라네.
019_1016_b_08L無曉欲使惱
內淨外何污
愚人怨自誤
向風揚細塵
유염은 이때 즐거운 마음으로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음식을 공양한 다음 손을 깨끗이 씻고 아랫자리에 앉아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경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청정한 수행을 말씀하셨고 모든 도를 자세히 보여 주시고 유염의 집을 떠나셨다.
019_1016_b_10L維閻是時快飯食佛比丘僧竟澡水下坐聽佛說經佛爲說守戒淨行悉見諸道便而去
이때 사위국왕인 파사닉(波私匿)이 시종관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왕의 위의를 갖추고서 성을 나와 기수에 당도하였다. 왕은 부처님을 뵙기 위해 왔으므로 말을 타고 가지 않고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갔다. 왕은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는 즉시 일산(日傘)을 치우고 왕관을 벗고 시종들을 물리치고 금으로 된 신발을 벗고 부처님께 다가가 예배를 올리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손을 모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정말 슬픕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며, 부처님께 듣던 경법을 다시는 욀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서 원통하게 악한 누명을 썼다고들 합니다.”
019_1016_b_13L時國王波私匿從車騎以王威法出城到祇樹欲前見佛故乘騎未到下車步入遙見佛便卻蓋解冠卻諸侍從脫足金屣便前爲佛作禮就座叉手白佛言屬者甚悲身不識方面所聞經法不復誦聞佛及比丘僧怨被惡名
부처님께서는 이에 왕을 위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019_1016_b_19L佛卽爲王說偈言
삿된 생각으로 남의 잘못만 말하지만
진리를 알고 보면 선행만을 말한다네.
입이 정직하면 점차 존귀하게 되나니
선악을 버려서 두고 근심하지 않네.
019_1016_b_20L邪念說彼短
解意諦說善
口直次及尊
善惡捨不憂
실행으로 어떻게 버려야 하는가.
세상 욕심 다 버려 대자유를 누리네.
지극한 덕을 지니고 흔들리지 않건만
욕심을 제어함에 사람들이 힐란하네.
019_1016_b_22L以行當那捨
棄世欲自在
抱至德不亂
制欲人所詰
019_1016_c_02L사위국의 백성들은 모두 의아한 마음을 가졌다.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서 대체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나쁜 소문에 시달리는 액운을 겪는단 말인가?’
그러나 모두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보니 매우 크고 우뚝하여 마치 뭇 별들 가운데 달이 떠 있는 것과 같기에, 감히 따지고 묻지 못하였다.
019_1016_b_23L舍衛一國人民悉生念疑佛及比丘從何因緣致是惡名聲厄共視佛威神甚大巍巍如星中月適無敢難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잘 아시고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16_c_03L佛悉知其所念便說是義足經言
만약 계행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묻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해 주었으리.
의심을 두면 벌써 정법의 도가 아니니
나에게 와서 배워 자신을 맑히길 바란다.
019_1016_c_04L如有守戒行人
問不及先具演
有疑正非法道
欲來學且自淨
단지 세상에 구애되지 않는 것으로
늘 계행을 굳게 지킨다 스스로 말하지만
이 도법(道法)은 총명해야 믿는 법이니
화려한 행실을 드러내지 않고도 세상을 가르치네.
019_1016_c_06L以止不拘是世
常自說著戒堅
是道法黠所信
不著綺行敎世
법은 숨김도 없고 길이 변치 않는 말이니
나를 비방해도 기쁘지도 두렵지도 않네.
스스로 행실을 봄에 삿됨이 없으니
개의치 않거늘 무엇을 성내고 기뻐하리.
019_1016_c_08L法不匿不朽言
毀尊我不喜恐
自見行無邪漏
不著想何瞋憙
나의 소유를 점차 버려서
정법을 밝혀 잘 지켜 갈지니
바른 이익을 구하면 반드시 공(空)을 얻나니
공한 법이 본해 공함을 생각한다네.
019_1016_c_10L所我有以轉捨
鱻明法正著持
求正利得必空
以想空法本空
어디에고 집착이 없고 나의 소유란 없어
삼계 그 어디에도 태어남을 원치 않네.
캄캄한 어리석음을 모두 끊어 버렸거니
어찌 나의 심행(心行)에 처소가 있으리.
019_1016_c_12L不著餘無所有
行不願三界生
可瞑冥悉已斷
云何行有處所
가진 것은 마땅히 모두 버리고서
어디에고 애착이란 없다고 말하네.
이미 애착이 없고 애착을 떠났나니
수행하여 없애고 모두 버린다네.
019_1016_c_14L所當有悉裂去
所道說無愛著
已不著亦可離
從行拔悉捨去
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다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환희에 찼다.
019_1016_c_16L佛說是義足經竟比丘歡喜
4. 마갈범지경(摩竭梵志經)
019_1016_c_17L摩竭梵志經第四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6_c_18L聞如是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마갈(摩竭)이라고 하는 한 범지가 강당에서 갑자기 죽었는데, 동학(同學)들이 시신을 평상 위에 올려 놓고 함께 들고 사위국의 사방 거리를 다니면서 소리 높여 말했다.
“마갈을 보는 사람은 모두 해탈을 얻나니, 지금 그의 죽은 시체만 보아도 해탈을 얻고 뒤에 그의 이름만 들은 사람도 해탈을 얻게 된다오.”
019_1016_c_19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有一梵志字摩竭卒死講堂同學便著牀上共舁出於舍衛里巷四街擧聲言見摩竭者悉得解脫今見死屍亦解脫後聞名者亦解脫
019_1017_a_02L비구들이 식사 때가 되어 발우를 들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때마침 범지들이 마갈의 공덕을 이처럼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발우를 깨끗이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와서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자기 자리로 가서 성에서 본 일의 전말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해서 이 경을 말씀하시어, 우리 제자들로 하여금 모두 듣고 이 일의 원인을 알게 하시고,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힘으로써 우리 경법(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이에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16_c_23L諸比丘食時悉持應器入城求食時見梵志說摩竭功德如是食竟悉澡應器還到佛所作禮竟皆就座卽爲佛本末說如是佛因是本演是卷令我弟子悉聞解廣爲後世作明令我經道久住說是義足經
나는 보나니 깨끗하여 병이 없는 이는
진리를 보아 스스로 깨끗이 할 수 있음을 믿네.
이들을 모두 제도될 수 있음을 아나니
나쁜 습관을 끊고 본연의 진리를 증득하네.
019_1017_a_06L我見淨無有病
信見諦及自淨
有知是悉可度
苦斷習證前服
좋은 사람을 보면 깨끗하다 여기니
지혜로운 수행이 있고 고통을 떠났기 때문
지혜로우면 재앙을 없애고 맑은 길을 보나니
자신의 소견을 끊고 지극히 맑음을 증득하네.
019_1017_a_08L見好人以爲淨
有慧行及離苦
黠除兇見淨徑
斷所見證至淨
이도(異道)를 따르면 해탈을 얻을 수 없나니
정법을 보고 듣고 계행을 지켜야 해탈을 얻는다네.
자신을 더럽히지 않고, 죄와 복도
모두 끊어 버리고도 스스로 자랑하지 않네.
019_1017_a_10L從異道無得脫
見聞持戒行度
身不污罪亦福
悉已斷不自譽
지난 일은 모두 잊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이러한 수행이 있으면 온 세상을 건지리.
곧바로 나아가 괴로움을 걱정하지 않나니
생각함이 있으면 마음이 곧 묶이게 되네.
019_1017_a_12L悉棄上莫念後
有是行度四海
直行去莫念苦
有所念意便縛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계행을 지켜
상행(上行)을 실천하고 남의 괴로움을 생각하네.
바른 생각을 잊지 않고 차츰 수행해 나가면
헛된 말을 하지 않고 분명코 지혜가 있네.
019_1017_a_14L常覺意守戒行
在上行想彼苦
念本念稍入行
不矯言審有黠
일체의 법에 전혀 의심이 없어
지극히 보고 들으며 생각도 하네.
자세히 보고 듣고 힘써 실행해 가는데
뉘라서 이 세상에 육쇠(六衰)가 있다고 했나.
019_1017_a_16L一切法無有疑
至見聞亦所念
諦見聞行力根
誰作世是六衰
자신도 생각하지 않고 존귀함도 생각하지 않고
수행하여 청정함에 이르는 것조차 바라지 않나니
은혜와 원한 모두 끊고 집착하지 않으며
세상 바램도 모두 끊고 집착하지 않는다네.
019_1017_a_18L不念身不念尊
亦不願行至淨
恩怨斷無所著
斷世願無所著
가진 것이 없어야 범지라 할 수 있는데
법을 보고 들으면 곧 집착하고 마네.
음란하건 않건 더러운 음란에 집착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깨끗함에 집착하네.
019_1017_a_20L無所有爲梵志
聞見法便直取
婬不婬著污婬
已無是當著淨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17_a_22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5. 경면왕경(鏡面王經)
019_1017_a_23L鏡面王經第五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7_a_24L聞如是
019_1017_b_02L부처님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비구들이 식사 때가 되어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다가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성에 들어가면 때가 너무 이르다. 우리들이 어찌 이교도(異敎徒)인 범지의 강당에 갈 수 있겠는가.’
이리하여 비구들은 서로 위로하면서 각자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이때 범지들은 자신들끼리 언쟁이 붙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점차 서로 이렇게 비방하고 원망했다.
“우리는 이러한 법을 아는데 너희는 무슨 법을 아느냐? 우리가 아는 법은 도에 합치되지만 너희가 아는 법은 무슨 도에 합치되느냐? 우리의 법은 훌륭히 수행할 수 있지만 너희의 법은 친밀하기 어렵다. 앞의 말을 할 때는 뒤의 말에 집착하고, 뒤의 말을 할 때는 앞의 말을 번복하며, 많은 설법을 하여 참으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한다. 너희에게 뜻을 말해 주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너희는 분명 법에는 전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 터이니, 너희는 도무지 어떻게 대답하려느냐?”
이렇게 범지들은 설전(舌戰)을 벌여 점차 서로 상대방을 해쳐 하나의 피해를 입으면 셋으로 갚아 주었다.
019_1017_b_02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衆比丘以食時持應器入城欲求食自念言今入城甚早我曹寧可到異梵志講堂與相勞徠便就坐是時梵志自共諍生結不解轉相謗怨知是法汝知何法我所知合於道所知合何道我道法可猗行汝道法難可親當前說著後說當後說反前多說法非與重擔不能擧爲汝說義不能解汝定知法極無所有汝迫復何對以舌戟轉相中害被一毒報以三
비구들은 이들이 이렇게 다투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동도 옳지 않다. 그대의 말 또한 도를 안 것이 아니다. 그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라.”
비구들은 사위성(舍衛城)에 이르러 걸식하여 식사를 마치고 발우를 챙긴 다음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서 부처님께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모두 한 쪽에 앉아 성에서 겪은 일을 부처님께 사실대로 모두 말씀드렸다.
“이 범지들이 배우는 도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때나 해탈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범지들은 이 일생(一生)에 있어서만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랜 과거에 이 염부리(閻浮利)에는 경면(鏡面)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왕은 어느 날 사자(使者)에게 명하여 자기 나라 안에 사는 눈이 없는 장님들을 모두 대궐로 데려 오게 했다. 사자는 분부를 받고 즉시 길을 떠나 장님들을 대궐로 데려 와서 왕에게 보고하였다.
019_1017_b_13L諸比丘聞子曹怨言如是亦不子言亦不證子曹正各起座到舍衛求食食竟擧藏應器還到祇樹入爲佛作禮悉坐一面便如事具說念是曹梵志學自苦何時當得解是曹梵志非一世癡冥過去久遠是閻浮利地有王名曰鏡面時勅使令行我國界無眼人悉將來至殿使者受勅卽行將諸無眼人到殿以白王
019_1017_c_02L왕은 대신에게 명하여 장님들을 데리고 가서 코끼리를 보여 주게 하였다. 대신은 장님들을 코끼리가 있는 우리로 데리고 가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코끼리를 만져 보게 하였다. 그러자 발을 만지는 사람, 꼬리를 만지는 사람, 꼬리의 밑둥치를 만지는 사람, 배를 만지는 사람, 옆구리를 만지는 사람, 등을 만지는 사람, 귀를 만지는 사람, 머리를 만지는 사람, 어금니를 만지는 사람, 코를 만지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렇게 코끼리를 모두 보여 준 다음 왕에게 데리고 갔다.
019_1017_b_22L王勅大臣悉將是人去其象臣卽將到象廏一一示之令捉有捉足者尾者尾本者腹者脅者背者耳者頭者牙者鼻者悉示已便將詣王所
왕이 모두에게 물었다.
“너희들도 코끼리를 잘 보았느냐?”
“저희들은 잘 보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생겼더냐?”
그러자 발을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기둥 같더라고 하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빗자루 같더라고 하고, 꼬리 밑둥치를 만진 사람은 지팡이 같더라고 하고, 배를 만진 사람은 둑과 같더라고 하고, 옆구리를 만진 사람은 벽과 같더라고 하고, 등을 만진 사람은 높은 언덕 같더라고 하고, 귀를 만진 사람은 큰 키[箕]와 같더라고 하고, 머리를 만진 사람은 절구와 같더라고 하고, 어금니를 만진 사람은 뿔과 같더라고 하고, 코를 만진 사람은 동아줄과 같더라고 했다. 이렇게 왕에게 모두 대답한 뒤 장님들은 서로 코끼리는 내가 말한 것과 같다느니 하면서 언쟁을 벌였다.
019_1017_c_03L王悉問汝曹審見象不我悉見王言何類中有得足者言明王象如柱得尾者曰如掃帚得尾本者言如杖得腹者言如埵得脅者如壁得背者言如高岸得耳者言如大箕得頭者言如臼得牙者言得鼻者言如索便復於王前共諍訟象諦如我言
왕은 이때 게송을 읊었다.
王是時說偈言
지금 앞 못 보는 장님들이 모여서
공연히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여
하나를 보고 나머지는 틀렸다 하니
한 마리 코끼리 때문에 서로 비방하네.
019_1017_c_10L今爲無眼會
空諦自謂諦
見一言餘非
坐一象相怨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경면왕은 나의 전신(前身)이고, 봉사들은 강당에 있던 범지들이다. 그때도 그들은 지혜가 없어 공연히 언쟁을 벌이더니 지금도 그들은 어리석어 공연히 쓸데없는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019_1017_c_12L佛告諸比丘是時鏡面王者卽我身時無眼人者卽講堂梵志是是時子曹無智坐空諍今子曹亦冥空諍無所益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때에 이 경의 뜻을 요약하여 제자들로 하여금 자세히 알게 하시는 한편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힘으로써 우리 경법(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이에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17_c_16L佛是時生是義具撿此卷弟子悉解爲後世作明令我經道久說是義足經
어리석은 이가 자신은 옳고 남은 그르다 하니
날로 어리석음에 빠져 어느 때에 해탈하겠느냐.
스스로 도가 없으면서 배움은 다 이렇다 하니
참된 수행 없이 갈팡질팡 어느 때에 해탈하겠느냐.
019_1017_c_18L自冥言是彼不及
著癡日漏何時明
自無道謂學悉爾
但亂無行何時解
늘 스스로 깨어 있어 존귀한 행(行)을 얻으며
스스로 진리를 보고 들어 수행이 비길 데 없네.
이미 세상의 오택(五宅)에 떨어진 신세이니
스스로 훌륭한 수행으로 저들보다 나아야 하느니라.
019_1017_c_20L常自覺得尊行
自聞見行無比
已墮繫世五宅
自可奇行勝彼
어리석고 음란하면서 선행을 하려 하고
삿된 도를 배우면서 해탈을 얻으려 하네.
보고 들은 대로만 옳다고 받아들이니
비록 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옳다 할 수 없다네.
019_1017_c_22L抱癡住婬致善
已邪學蒙得度
所見聞諦受思
雖持戒莫謂可
019_1018_a_02L세상 사람들 행실을 보니 모두 수행하지 않아
총명한 이들조차 범지들의 행(行)을 닦네.
그러나 저들의 수행에도 공경히 대하여
나보다 못하다 낫다 생각해서는 안 된다네.
019_1017_c_24L見世行莫悉修
雖黠念亦彼行
興行等亦敬待
莫生想不及過
이런 집착 저런 집착 모두 끊어버리고
나만이 훌륭한 수행이라는 생각도 버려
스스로 지혜로운지조차 알지 못해도
그 보고 들음 오직 진리만 본다네.
019_1018_a_03L是已斷後亦盡
亦棄想獨行得
莫自知以致黠
雖見聞但行觀
양 극단에 대하여 애착이 전혀 없어
나고 나지 않음 멀리 여의어 버렸네.
양변(兩邊)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진리를 보아 정도(正道)에 머문다네.
019_1018_a_05L悉無願於兩面
胎亦胎捨遠離
亦兩處無所住
悉觀法得正止
보고 들은 바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되
삿된 마음일랑 조금도 지니지 말라.
지혜로 진리를 보아 마침내 뜻을 아니
이로부터 세속을 버리고 공(空)을 얻었다네.
019_1018_a_07L意受行所見聞
所邪念小不想
慧觀法竟見意
從是得捨世空
스스로 어떤 법도 행하지 않으면서
본래 법을 행하여 진리를 구한다네.
단지 계행을 지키고 진리를 구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건져 해탈을 얻게 하여라.
019_1018_a_09L自無有何法行
本行法求義諦
但守戒求爲諦
度無極衆不還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18_a_11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6. 노소구사경(老少俱死經)
019_1018_a_12L老少俱死經第六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8_a_13L聞如是
부처님께서 바소국(婆掃國) 성 밖 안연수(安延樹) 아래에 계셨다. 한 사람이 수레를 몰고 성을 나와 안연수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중에 수레바퀴가 부서지고 말았다. 이 사람은 수레에서 내려 길 한 모퉁이에 시름에 잠긴 채 앉아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들고 아난을 데리고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가던 길에 수레는 바퀴가 부서지고 수레 주인은 시름에 잠긴 모습으로 길 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셨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우단경(優檀經)을 말씀하셨다.
019_1018_a_14L佛在娑掃國城外安延樹下時有一行車人出城未到安延樹轂道敗便下道一面悒愁而坐佛是時持應器從阿難入城求食道見車轂敗壞其主下道坐悒愁不樂卽說是優檀經
길에서 수레를 몰고 갈 적에
평지를 버려 두고 험한 길로 간다면
험한 길에선 걱정거리가 생기나니
이처럼 수레바퀴가 부서지고 말았네.
019_1018_a_19L如行車於道
捨平就邪道
至邪致憂患
如是壞轂輪
정법을 멀리함도 이와 마찬가지
삿된 길에 집착하면 고통을 받게 마련
어리석은 이는 생사의 고통을 받나니
수레바퀴 부서진 경우와 같느니라.
019_1018_a_21L遠法正亦爾
意著邪行痛
愚服死生苦
亦有壞轂憂
019_1018_b_02L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곧바로 성으로 들어가셨다. 성 안에는 이때 한 범지가 죽었는데 그의 나이는 백스무 살이었고, 또 한 장자의 아들이 죽었는데 이 아이의 나이는 일곱 살이었다. 이 양쪽 집에서 죽은 사람을 운상(運喪)하는데 모두 오색 깃발을 들고 여자와 어린이들은 모두 머리를 풀어헤쳤으며, 친족들은 슬피 울며 통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 광경을 보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어떠한 사람들이 모여서 저렇게 슬피 울고 있는 것이냐?”
019_1018_a_22L佛便入城城中時有一梵志死壽年百二十死復有一長者子年七歲亦兩家俱送喪皆持五綵幡諸女弱皆被髮親屬啼哭悲淚佛見因問阿是何等人聚會悲哀聲甚痛
아난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해서 이 경의 뜻을 요약하여 제자들로 하여금 이 경전의 뜻을 알게 하시고,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혀 이 경법(經法)이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게 하셨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18_b_04L阿難卽如事對佛因是本有生是義令我弟子悉解撿是卷爲後世作明令我經法久住時佛說是義足經
사람의 몸뚱이는 목숨이 짧아
백 년이 못가서 죽고 만다네.
비록 백 년을 넘긴다 하더라도
늙으면 죽음을 어찌 면하리.
019_1018_b_07L是身命甚短
減百年亦死
雖有過百年
老從何離死
마음에 근심을 일으킴으로 해서
죽지 않고자 애착하는 마음 생기네.
사랑도 미움도 모두 버릴지니
이것을 보더라도 즐거운 가정이란 없네.
019_1018_b_09L坐可意生憂
有愛從得常
愛憎悉當別
見是莫樂家
죽음의 바다엔 누구나 빠지게 되니
전생의 탐욕과 애착, 아집 때문일세.
지혜로 진리를 보아 이를 생각할지니
본래 나도 없고 집착할 대상도 없는 법.
019_1018_b_10L死海無所不漂
宿所貪愛有我
慧願觀諦計是
是無我我無是
이 세상 즐거움이란 꿈 속같은 것
꿈에서 깨어나면 무엇을 볼 수 있으랴.
세상에 대한 탐욕도 이와 마찬가지
심식(心識)이 없어지면 또 무엇을 보랴.
019_1018_b_12L是世樂如見夢
有識寤亦何見
有貪世悉亦爾
識轉滅亦何見
이것 저것 듣는 것도 모두 여의어 버리고
선도 악도 이제는 보지 않는다네.
이 세상 버리면 그 어디에 이를까?
식신(識神)이 떠나니 이름만 남을 뿐.
019_1018_b_14L聞是彼悉已去
善亦惡今不見
悉捨世到何所
識神去但名在
슬퍼하고 근심하고 서로 시기하더니
또다시 탐욕과 애착을 버리지 못하네.
존귀한 이는 애착을 끊어 버려서
두려움을 여의고 편안한 곳을 보나니
019_1018_b_16L旣悲憂轉相嫉
復不捨貪著愛
尊故斷愛棄可
遠恐怖見安處
비구들이여, 망념(妄念)하지 말지니
욕심을 멀리하라. 육신은 죽기 마련
마음에 욕심을 그치고 뜻을 관찰할진대
이미 말했다네! 그칠 곳이 없는 진리를.
019_1018_b_18L比丘諦莫妄念
欲可遠身且壞
欲行止意觀意
已垂諦無止處
그칠 곳이 없으면 또한 존귀한 수행
애착하건 하지 않건 또한 질투하건
슬퍼하고 근심하고 또한 질투하건
연꽃과 같이 물들지 않는다네.
019_1018_b_20L無止者亦尊行
愛不愛亦嫉行
在悲憂亦嫉行
無濡沾如蓮花
이미 집착하지 않고 아무런 바램도 없어
삿된 것을 보고 들어도 나는 애착이 없네.
또한 해탈조차도 바라지 않나니
음욕에 물들지 않거니 무엇을 탐착하랴.
019_1018_b_22L已不著亦不望
見聞邪吾不愛
亦不從求解脫
不污婬亦何貪
019_1018_c_02L마치 연꽃인 양 탐욕이 없어
물 속에 살아도 물이 더럽히지 못하네.
존귀한 이가 세상에 삶도 이와 같아
보고 들음에 전혀 물들지 않네.
019_1018_b_24L不相貪如蓮花
生在水水不污
尊及世亦爾行
所聞見如未生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18_c_03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7. 미륵난경(彌勒難經)
019_1018_c_04L彌勒難經第七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18_c_05L聞如是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 다조죽원(多鳥竹園)에 계셨다. 연로한 비구들이 강당에 앉아 내사(內事)를 행하며 서로 법을 물었다. 채상자(采象子) 사리불(舍利弗)도 그 자리에 있다가 내사(內事)가 율법을 말하는 것을 듣고 질문을 했는데, 율법에 따라 질문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어 공경하지도 않았다. 이때 현자(賢者) 대구사(大句私)도 그 자리에 있다가 사리불에게 말했다.
“공손하지 못하구나. 연로한 비구들이 계신 곳에서 의심이 든다고 하여 마음대로 말하지 말고, 선배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친 대구사는 사리불을 위해 정의경(定意經)을 설해 주었다.
“어진 이가 발심한 채 오랫동안 집에 살다가 마음을 일으켜 다시금 깨끗한 법을 생각하고 머리털과 수염을 깎은 다음 세상일을 버리고 법의를 걸치고 사문이 되었다 하자. 그후 정진하여 정도를 가까이 하고 사도를 멀리 하여, 이미 진리를 증득(證得)하여 수행한다면 스스로 이미 제도된 줄 알게 될 것이다.”
019_1018_c_06L佛在王舍國多鳥竹園中衆老年比丘在講堂坐行內事轉相問法采象子字舍利弗亦在座中說內事律法難問問不隨律言亦無禮敬是時賢者大句私亦在座中便謂舍利弗言勿於老年比丘有所疑隨所言恭敬先學廣爲舍利弗說定意經如有賢者子發道久在家生意復念淨法便除鬚髮已信捨世被法衣作沙門精進行附正離邪已證爲行自知已度
이때 현자 미륵(彌勒)이 사리불의 집에 당도하자 사리불이 미륵에게 예배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이에 미륵이 율법에 맞게 질문을 하였으나 사리불은 이러한 율법에 캄캄하여 대답할 수 없었다. 미륵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나 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발우를 깨끗이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배를 올리고 자리에 앉아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019_1018_c_16L時賢者彌勒舍利弗家舍利弗便爲彌勒作禮便就座彌勒卽如法律難問舍利弗冥於是事不能對彌勒便起去入城求食竟盥澡藏應器還到佛所作禮畢就座以偈問佛言
음욕은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대도(大道)는 어리석음의 뿌리를 끊네.
원컨대 부처님께서 정하신 계율을 받아
가르치신 대로 행하여 악을 멀리함 얻고자
019_1018_c_21L婬欲著女形
大道解癡根
願受尊所戒
得敎行遠惡
마음에 음란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남에
부처님께서 내리신 가르침 잊고 말았네.
정도를 잊고 잠들어 눕고 마니
이러한 짓은 수행의 순서를 잃은 것.
019_1018_c_23L意著婬女形
亡尊所敎令
亡正致睡臥
是行失次第
본디 홀로 수행하여 진리를 찾다가
뒤에는 도리어 여색에 탐착하여 어지러웠네.
치달리는 수레가 바른 길을 잃은 양
도무지 정사(正邪)를 버릴 줄 모르네.
019_1018_c_24L本獨行求諦
後反著色亂
犇車亡正道
不存捨正耶
019_1019_a_02L존경해야 할 분을 만나게 되자
어찌할 줄 몰라 착한 이름만 잃고 마네.
진리를 보고 도를 배우길 생각하면
음란한 일일랑 멀리 여의어야 하리.
019_1019_a_02L坐値見尊敬
失行亡善名
見是諦計學
所婬遠捨離
여색의 좋고 나쁨을 생각했다면
이미 율법을 범했거니 어찌할건가.
지혜로운 이가 경계하는 말 듣고서야
통렬히 뉘우치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네.
019_1019_a_04L且思色善惡
已犯當何致
聞慧所自戒
痛慚卻自思
항상 행동이 지혜와 부합한다면
홀로 있을지라도 음란하지 않다네.
여색에 집착하여 음란한 마음 일으킨들
세력이 없을 뿐더러 그럴 용기도 없다네.
019_1019_a_05L常行與慧合
寧獨莫亂俱
著色生邪亂
無勢亡勇猛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두려운 마음 생겨
잘못을 저지름에 남들에게 위축되기 마련
애착 때문에 죄의 그물에 걸리고서도
속임수를 부려 간사한 변명을 늘어 놓네.
019_1019_a_06L漏戒懷恐怖
受短爲彼負
已著入羅網
便欺出奸聲
저지른 인연이 악한 것임을 보았다면
육체를 취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울 것 없네.
견고한 수행으로 홀로 행동하며
현명함을 취하고 어리석음을 익히지 않네.
019_1019_a_08L見犯因緣惡
莫取身自負
堅行獨來去
取明莫習癡
멀리 외진 곳에서 홀로 살아가노니
진실로 이것이 최상의 수행일세.
수행을 쌓아 스스로 교만하지 않으면
열반도 의지 못할 등급이라네.
019_1019_a_09L遠可獨自處
諦見爲上行
有行莫自憍
無倚泥洹次
원대한 생각으로 진리의 먼 길 생각하나니
여색이건 여색 아니건 애욕이 없다네.
고통을 여의었다고 말은 잘해도
세상 사람들은 음욕에 스스로 잡아 먹히네.
019_1019_a_10L遠計念長行
不欲色不色
善說得度痛
悉世婬自食
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19_a_12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8. 용사범지경(勇辭梵志經)
019_1019_a_13L勇辭梵志經第八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석 달을 머물며 기수급고독원에서 한 때를 보내고 계셨다. 타사국(墮沙國) 장자(長者)의 아들들이 용사(勇辭)라고 하는 한 범지에게 품삭을 주어 부처님과 논쟁을 벌여 이기면 금전 오백 냥을 주겠다고 했다. 범지 역시 부처님과 같이 석 달 안거 중이었는데, 오백여 가지나 되는 어려운 질문거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각각의 질문 중에는 변통(變通)할 수단이 준비되어 있어, 논쟁에 관한 한 자기를 이길 사람은 없다고 자처하는 터였다.
019_1019_a_14L佛在舍衛國當留三月竟一時於祇樹給孤獨園中是時墮沙國諸長者子共賃一梵志名勇辭使之難佛取謝金錢五百梵志亦一時三月五百餘難難中有變自謂無勝己者
019_1019_b_02L부처님께서는 석 달의 안거를 마치고 비구들을 거느리고 타사국을 향해 출발하셨다. 그리하여 이 고을 저 고을 다니며 경전을 말씀하시다가 타사국 원숭이 시내[猿溪] 곁에 있는 높은 누각에 이르셨다. 장자의 아들들은 부처님과 비구들이 자기 나라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백여 명이 함께 모였다. 이때 범지가 말하였다.
“부처님이 이미 우리나라에 당도하였다니, 어서 가서 질문을 하여 꼼짝 못하게 해야겠다.”
범지는 곧 장자의 아들들을 데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앉았다. 장자의 아들 중에는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는 이도 있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는 이도 있고, 묵묵히 있는 이도 있었다. 장자의 아들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범지가 부처님을 자세히 보니 위신력(威信力)이 매우 크고 우뚝하여 도저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이에 범지가 두려운 마음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니, 부처님께서 범지와 장자의 아들들의 음모를 모두 아시고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19_a_19L佛三月竟從衆比丘欲到墮沙國行郡縣說經次到墮沙猴猿溪邊觀殿中諸長者子卽聞佛衆比丘到卽相聚會合五百餘人梵志言已到吾國宜早窮難梵志卽悉從長者子往到佛所相勞問便坐一面者子中有爲佛作禮者向佛叉手者默然者悉就座梵志熟視佛威神大巍巍不可與言便內恐怖懾不能復語佛悉知梵志及長者子共議作便說是義足經
스스로 말하기를, 으뜸가는 맑은 법을 얻어
아무 것도 나의 밝은 진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아는 바에 집착하여 쾌락만 추구하고
진리를 찾는답시고 삿된 학문에 빠져 있네.
019_1019_b_07L自說淨法無上
餘無法明及我
著所知極快樂
因緣諦住邪學
항상 남들을 모두 이기기를 바라나니
어리석은 말로 도리어 서로를 불태우네.
마음에는 뜻을 생각하나 본래 할 말을 잊고
도리어 남을 골탕먹일 말만 하고 만다네.
019_1019_b_09L常在衆欲願勝
愚放言轉相燒
意念義忘本語
轉說難慧所言
많은 사람들 중에는 뜻을 알기 어려워
뜻을 어렵게 하고자 온갖 말을 동원하네.
사람들은 대답 못하면 화를 내나니
난해한 문제를 사람들은 훌륭하다 하네.
019_1019_b_11L於衆中難合義
欲難義當竟句
在衆窮便瞋恚
所難解衆悉善
자신의 소행에 대해 문득 의심하여
스스로 잘못이라 생각하고 나중에는 후회한다네.
말이 차츰 머뭇거리고 생각이 나지 않아
사도로는 정도를 골탕먹일 수가 없구나.
019_1019_b_13L自所行便生疑
自計非後意悔
語稍疑忘意想
欲邪難正不助
할 말이 막히자 슬픔ㆍ근심ㆍ고통에 빠져
앉아서는 괴로워하고 누워서는 끙끙 앓는다네.
본래 삿된 학문으로 말만 번지르 꾸미더니
말이 꿇리자 도리어 뜻조차 낮아졌네.
019_1019_b_15L悲憂痛所言短
坐不樂臥喑咋
本邪學致辭意
語不勝轉下意
이미 이를 알았으면 입을 다물어야 하거늘
급하게 입을 여닫아 어려운 질문 던지네.
어려운 질문할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여
사람들에게 뽐내기 위해 훌륭한 질문을 하네.
019_1019_b_17L已見是尚守口
急開閉難從生
意在難見對生
出善聲爲衆光
달콤하고 좋은 말에 기쁜 마음이 생기나니
환희에 차지만 상대는 아랑곳 하지 않네.
스스로 옳다 여겨 번뇌에 빠지고 말지만
상대방이 배우지 않는데 무슨 소용 있으랴.
019_1019_b_19L辭悅好生意喜
著歡喜彼自彼
自大可墮漏行
彼不學從何增
이미 이를 알았거든 부질없는 언쟁 말지니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훌륭한 해탈일세.
많고 많은 생을 두고 고통에 시달려 왔나니
뜻을 같이할 동료를 구하여 함께 질문하고자 하네.
019_1019_b_21L已學是莫空諍
不從是善解脫
多倚生痛行司
行求輩欲與難
019_1019_c_02L용감히 행동하며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누구를 시켜 그대와 대화하게 하랴.
어리석은 소견으로 어려운 말만 하려 하니
너는 삿된 이치로 어리석음만을 고집하는구나.
너는 꽃만 보았지 열매를 보지 못했으니
019_1019_b_23L從來去莫慚
今當誰與汝議
抱冥柱欲難曰
汝邪諦自守癡
汝行花不見果
말을 할 적엔 모쪼록 뜻을 잘 찾도록 하라.
삿된 생각 극복하면 점차 밝음이 열리나니
뜻이 같건만 진리를 공연히 서로 해치는구나.
선한 법에 대하여 용감히 무슨 말을 하리.
저 선과 악을 받아들여 근심하지 말아야지.
019_1019_c_03L所出語當求義
越邪度轉求明
法義同從相傷
於善法何言
彼善惡受莫憂
행동과 생각이 이르면 명성은 나게 마련
마음 속에서 진리라는 생각을 버리네.
대장과 함께 군대의 일을 의논하니
반딧불이 온 세상을 비추려 하는 것과 같네.
019_1019_c_05L行億到求到門
意所想去諦思
與大將俱議軍
比螢火上遍明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19_c_07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9. 마인제녀경(摩因提女經)
019_1019_c_08L摩因提女經第九
부처님께서 구유국(句留國)의 실작법(悉作法)이란 고을에 계셨다. 마인제(摩因提)라고 하는 한 범지가 세상에 둘도 없이 잘 생긴 딸을 낳았다. 그리하여 전후로 국왕과 태자 및 대신 장자(長者)들이 찾아와서 혼인을 청했으나 아버지는 모두 거절하면서 말했다.
“내 딸만한 사람이 있으면 아내로 주겠다.”
019_1019_c_09L佛在句留國縣名悉作法時有一梵字摩因提生女端正光世少雙後國王亦太子及大臣長者來求之父皆不應得人類我女者乃與爲婦
부처님께서 때마침 발우를 들고 고을로 들어가 걸식하여 식사를 마치고 발우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를 한 다음, 성을 나와 숲 속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계셨다. 이때 마인제가 식사를 마친 뒤 전원을 거닐면서 숲 사이를 지나다가 금색의 몸에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춘, 마치 일월(日月)과도 같은 모습의 부처님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 딸을 이 훌륭하신 분에 비긴다면 이는 평범한 사람을 내 딸에 비기는 것과 같다.’
마인제는 곧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은 아는가? 우리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소. 이제 우리 딸보다 훨씬 훌륭한 사윗감을 찾았다오.”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온갖 보석과 영락(瓔珞)으로 딸을 잘 치장하였다. 그런 다음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딸을 데리고 성을 나왔다. 어머니가 부처님의 발자국을 보니 무늬가 분명하기에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끝내 사위를 찾을 수 없으니 어째서인가요?”
말을 마친 어머니는 게송을 읊었다.
019_1019_c_13L佛時持應器於縣求食食竟盥澡藏應器出城到樹閒閑靜處坐摩因提食後出行園田道經樹閒便見佛金色身有三十二相如日月王自念言持女比是大尊如此人比我女便還家謂婦言兒母寧知得所願不今得壻踰於女母聞亦喜卽莊飾女衆寶瓔珞父母俱將女出城母見佛行迹文現分明謂父言寧知空出終不得何故婦說偈言
음란한 사람은 뒤꿈치를 끌며 걷고
성급한 사람은 발을 움츠려 걷고
어리석은 사람은 종종걸음을 치나니
이 발자국의 주인은 천상과 인간 중의 존귀한 분이로다.
019_1019_c_23L婬人曳踵行
恚者斂指步
癡人足踝地
是迹天人尊地恐弛之錯
019_1020_a_02L아버지가 말했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딸을 위해 근심일랑 하지 마소. 딸은 반드시 남편감을 얻게 될 것이오.”
019_1020_a_02L父言癡人莫還爲女作患女必得壻
그리고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왼손으로 어깨를 잡고 오른손으로 물병을 잡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 제 딸을 드릴 테이니 첩으로 삼아주시기 바랍니다.”
딸이 부처님을 보니 모습이 더없이 단정하여 삼십이상을 갖추었고 몸을 감고 있는 영락(瓔珞)은 마치 명월주(明月珠)처럼 빛났다. 딸은 그만 부처님을 연모하는 음란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마음에 연정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알고 이에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019_1020_a_03L卽將女到佛所左手持臂右手持甁因白佛今以女相惠可爲妾女見佛形狀端正無比以三十二相瓔珞其如明月珠便婬意繫著佛佛知其意如火燃佛卽時說是義足經言
나는 본디 음란한 세 여인을 보았지만
그래도 음욕이 조금도 일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대소변이 가득한 그대를 어찌 탐착하랴.
발조차 그대의 몸에 차마 닿을 수 없다네.
019_1020_a_08L我本見邪三女
尚不欲著邪婬
今奈何抱屎尿
以足觸尚不可
나는 말한다네. 음욕을 일으키지 말지니
법다운 수행과 자신의 내면을 살핌이 없으면
악한 일을 듣더라도 싫어하는 마음이 없어
마음이 고요하지 않고 고통을 생각하지 않네.
019_1020_a_10L我所說婬不欲
無法行不內觀
雖聞惡不受厭
內不止不計苦
겉으로 드러난 좋은 얼굴과 몸만 보나니
높은 이가 어찌 이를 받아 드리리요.
안팎의 수행을 닦아야 이를 깨닫는 법
총명한 사람에게 어리석은 행동을 말하네.
019_1020_a_12L見外好筋皮裹
尊云何當受是
內外行覺觀是
於黠邊說癡行
보고 듣는다고 해서 총명한 이가 아니요
계행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청정함이 아니며
보고 듣지 않는다고 해서 어리석음이 아니니
수행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 맑힐 수 있네.
019_1020_a_14L亦見聞不爲黠
戒行具未爲淨
不見聞亦不癡
不離行可自淨
이러한 생각일랑 버리고 받아들이지 말며
말하지도 말고 입과 행실을 잘 지킬지니
저 다섯 번뇌일랑 보고 들으면 버리고
지혜와 계행을 지켜 음란한 짓을 말라.
019_1020_a_16L有是想棄莫受
有莫說守口行
彼五惱聞見棄
慧戒行莫婬淨
세상에서 무엇을 보든 어리석은 행동 말라.
계행이 없는 이들은 갖은 생각하게 되네.
나의 것만 옳다 하여 어리석은 법에 빠지나니
자기 소견 옳다 하면 뉘라서 청정함이 있으랴.
019_1020_a_18L世所見莫行癡
無戒行彼想有
可我有墮冥法
以見可誰有淨
그대는 모쪼록 보고 들음을 진실되게 할지니
생각과 행동이 진실해야 도를 향할 수 있다네.
저쪽으로 물러나 조금도 생각을 말라.
지금 어찌하여 입으로 세존을 속이려 하는가.
019_1020_a_20L諦見聞爾可謂
諦意取可向道
往到彼少不想
今奈何口欺尊
만사는 같거나 지나치거나 모자란 법
이미 생각을 내면 곧 분별이 되네.
019_1020_a_22L等亦過亦不及
已著想便分別
이 셋이 같지 않나니 무엇을 분별하랴.
모두 끊어버리고 부질없는 생각 말라.
019_1020_a_23L不等三當何諍
悉已斷不空計
019_1020_b_02L진리를 얻은 이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미 공(空)에 도달했거니 뉘라서 분쟁하랴.
사도(私道)도 정도(正道)도 모두 실체가 없거늘
무슨 말을 좇아 상대방의 단점을 찾으리.
019_1020_a_24L有諦人當何言
已著空誰有諍
邪亦正悉無有
從何言得其短
욕심의 바다를 떠나 생각조차 말지니
나는 추현(縣)에서 인행(忍行)을 쌓았네.
자기를 비우려면 망상을 하지 말지니
세상의 사독(邪毒)이 복종하여 일어나지 않네.
019_1020_b_03L捨欲海度莫念
於鄹縣忍行黠
欲已空止念想
世邪毒伏不生
세상에서 추구하는 것들을 버리면 고통은 사라질지니
이들을 떠나 함께 하지 말라고 세존은 말한다네.
물 속의 연꽃이 깨끗하여 진흙이 묻지 않고
흙탕물 아무리 더러워도 시들지 않음과 같네.
019_1020_b_05L悉遠世求敗苦
尊言離莫與俱
如水華淨無泥
重塵土不爲萎
존귀한 이는 편안하여 탐착하는 바가 없어
세속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을 뿐더러
망상 번뇌에도 흔들리지 않아
행동이 법도에 맞아 알음알이를 따르지 않네.
019_1020_b_07L尊安爾無所貪
於世俗無所著
亦不轉所念想
行如度不隨識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삼세에 떨어지는 행실을 하지 않고
삼세의 일을 버리고 가르치지 않네.
버리고 생각하지 않으며 속박 받지도 않아
총명한 견해를 따라 끝내 게으르지 않나니
보는 것과 생각을 다스려 전혀 취함이 없어
헛된 명성을 싫어하며 삼계를 거닌다네.
019_1020_b_09L三不作墮行去
捨不敎三世事
捨不想無有縛
從黠解終不懈
制見想餘不取
便厭聲步三界
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환희에 찼다.
019_1020_b_12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10. 이학각비경(異學角飛經)
019_1020_b_13L異學角飛經第十
이와 같이 들었다.
019_1020_b_14L聞如是
019_1020_c_02L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 다조죽원(多鳥竹園)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국왕과 대신ㆍ장자(長者)ㆍ백성들의 존경을 받아 음식과 의복과 이부자리, 침상과 의약품 등을 이들이 모두 바쳤다.
이때 범지(梵志)들 중 여섯 존자(尊者)가 있었으니, 불란가섭(不蘭迦葉)ㆍ구사마각리자(俱舍摩却梨子)ㆍ선궤구타라지자(先跪鳩墮羅知子)ㆍ계사금피리(稽舍今陂梨)ㆍ라위사가차연(羅謂娑加遮延)ㆍ니언약제자(尼焉若提子) 등이었다. 이 여섯 존자는 다른 범지들과 강당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본디 세상의 존경을 받아, 국왕과 백성들로부터 공경스런 대우를 받아 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어찌된 셈인지 이들이 우리를 거들떠 보지 않고 도리어 사문(沙門) 구담(瞿曇)과 그의 제자들을 섬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석가 구담은 나이가 어리고 학문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으니, 어찌 우리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 함께 시험하여 승부를 겨뤄보기로 하자. 구담이 한 가지 변화를 부리면 우리는 두 가지 변화를 부리고, 구담이 열여섯 가지 변화를 부리면 우리는 설흔두 가지 변화를 부려서, 그보다 배로 변화를 부리기로 하자.”
의논을 마친 이들은 함께 빈사왕(頻沙王)의 측근 대신(大臣)에게 정중하게 말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왕에게 전달해 주길 청하였다. 대신이 왕에게 그대로 아뢰자 왕이 듣고 크게 노하였다. 대신에게 여러 차례 부탁을 한 뒤 자기들의 마을의 숙소로 돌아갔다.
019_1020_b_15L佛在王舍國多鳥竹園中國王大臣長者人民所敬事以飯食衣被臥牀疾藥共所當得時梵志六世尊——不蘭迦葉俱舍摩卻梨子先跪鳩墮羅知子稽舍今陂梨羅謂娑加遮延尼焉若提子——是六尊亦餘梵志共在講堂議言我曹本爲世尊國王人民所待敬云何今棄不復見用反承事沙門瞿曇及弟子念是釋家年尚少學日淺何能勝我曹但當與共試道乃知勝不耳至使瞿曇作一變我曹作二瞿曇作十六我曹作三十二轉倍之耳便共與頻沙王近親大臣語重謝令達我曹所議變意大臣卽便宜白王如語王聞大瞋恚數諫通語臣已便還歸里舍
범지들은, 부처님께서 홀로 우뚝이 공경스런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곧 대궐문으로 가서 부처님과 실력을 겨뤄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왕은 곧 범지들의 여섯 존자를 만나 보고는 크게 화를 내었다. 왕은 이미 진리를 보아 과위(果位)를 증득했기 때문에 끝내 이학(異學:異敎)에 현혹되지 않았다. 왕은 곁에 있던 신하에게 “속히 이 범지들을 데리고 나가 나라 밖으로 쫓아내라”고 명령하였다. 쫓겨난 범지들은 서로 무리지어 사위국(舍衛國)으로 갔다.
019_1020_c_07L衆梵志忽見佛獨得待敬巍巍便行到王宮上書具說變意王卽現所尊六人向瞋恚大罵王已見諦得果自證不信異學所爲便謂旁臣急將是梵志釋逐出我國界去梵志見逐便相將到舍衛國
부처님께서는 왕사국에서 교화를 마치시고 비구들을 모두 거느리고 여러 고을들을 돌아다니다가 사위국 기원(祇洹)으로 돌아오시게 되었다. 범지들은 부처님께서 우뚝히 존경받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여섯 스승이 모여 다른 이학(異學)들과 함께 파사닉왕(波私匿王)에게로 가서 부처님과 실력을 겨뤄보겠다고 하였다. 이에 왕은 곧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말을 타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왕은 부처님의 발에 얼굴을 대어 예배한 다음 한쪽으로 가서 앉더니 손을 모아 부탁을 드렸다.
“세존께서는 도덕이 깊고 오묘하여 신통 변화를 나타낼 수 있으시니, 아직 듣고 보지 못한 이들은 신심을 내고, 이미 듣고 본 이들이 거듭 의혹을 풀게 하시고, 이교도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해 주시옵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칠 일 후에 신통 변화를 나타내겠다고 말씀하셨고, 왕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서 부처님의 주위를 세 바퀴 돌아 경의를 표하고 돌아갔다.
019_1020_c_13L佛於王舍國敎授竟從衆比丘轉到郡縣次還舍衛國祇桓中梵志等不忍見佛得敬巍巍便聚會六師從諸異學到波私匿王所具說其變意王卽聽之便乘騎到佛頭面著佛足竟一面坐叉手求願諾世尊道德深妙可現變化使未聞見者生信意已聞見者重解使異學無餘語佛語王言卻後七日當作變王聞歡喜繞佛三帀而去
019_1021_a_02L왕은 약속한 날이 되어 부처님을 위하여 십만 개의 좌상(坐床)을 만들고, 불란가섭 등 범지들을 위해서도 십만 개의 좌상을 만들었다.
이때 사위국의 백성들은 모두 성을 비우고 나와 구경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위신(威神)이 넘치는 모습을 나타내시고, 범지들도 저마다 자기 자리로 가서 앉자 왕이 일어나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자리에 앉아 위신력(威神力)을 보이소서.”
이때 반식귀(般識鬼) 장군(將軍)이 마침 이곳에 와서 부처님께 예배드리던 차에 범지들이 부처님과 도를 겨루려 한다는 말을 듣고 세찬 비바람을 몰아 범지들의 자리로 보내고, 다시 모래와 자갈을 비처럼 퍼부어 범지들의 무릎과 다리에 떨어지게 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조금 위신력을 내어 부처님의 자리가 온통 불꽃에 휩싸이고 그 불길이 팔방(八方)을 진동하게 하셨다. 불란가섭 등은 부처님께서 앉아 계신 자리가 이처럼 화염에 휩싸인 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며 자신들의 신통력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위신력을 거두시자 불꽃도 따라서 사라졌다. 범지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신통력 때문이 아닌 줄을 알고 마음 속으로 근심하고 후회하였다.
019_1020_c_22L至期日便爲作十萬坐牀亦復爲不蘭等十萬坐牀息時舍衛人民悉空城出觀佛出威神時梵志等便各就座起白佛世尊可就座現威神是時般識鬼將軍適來禮佛聞梵志欲與佛捔道便作颹風雨吹其座復雨沙上至梵志膝者至髀者佛便出小威神使其座中悉火燃炎動八方蘭等見佛座燃如是悉歡喜自謂德使燃佛現神竟炎燃則滅梵志等乃知非其神所爲便向內憂有悔意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자좌(獅子座)에서 일어나셨다. 이때 좌중(座中)에 신족통(神足通)을 갖춘 한 청신녀(淸神女)가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몸소 수고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학(異學) 범지들과 신통을 겨루어 보겠습니다.”
“그럴 것 없으니 자리에 가서 앉도록 해라. 내가 직접 신족통을 보이겠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청신사(淸信士) 수달(須達)의 딸이 전화색(專華色)이란 이름의 사미(沙彌)로 변하여 목건란(目蘭:목련)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몸소 위신력을 보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이제 저들과 도를 겨뤄보겠습니다.”
“그럴 것 없으니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라. 내가 직접 신족통을 보이겠다.”
019_1021_a_10L卽起師子座中有一淸信女有神足起叉手白佛言世尊不宜勞神我欲與異學俱現神佛言不須自就座自現神足貧賤淸信士須達女作沙名專華色與目揵蘭俱往白佛不宜勞威神我今願與之共捔道佛言不須且自還座我自現神足
019_1021_b_02L부처님께서는 직접 신통력을 보임으로써 뭇 사람들에게 안온한 복을 얻게 하고, 인간과 천상을 불쌍히 여겨 해탈을 얻게 하고, 범지들을 항복시켜 후세의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지혜를 밝히고, 우리 불도(佛道)가 미래에 영원히 존속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신족통을 크게 펼치셨다. 그리하여 사자좌에서 날아 올라 동쪽 허공으로 가서는 걷다가 다리를 펴고 앉았다가 오른쪽 옆구리를 아래로 하고 누우셨다. 그런 다음 곧 화정신족통(火定神足通)을 나타내시니, 오색 광명을 쏟아 온갖 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뒤섞인 가운데 하반신에서는 불이 나오고 상반신에서는 물이 나왔다가 다시 상반신에서는 불이 나오고 하반신에서는 물이 나오게 하셨다. 그리고는 모습을 감추었다가 남쪽에서 나타나고,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서쪽에서 나타나고,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북쪽 허공에 머무셔서는 또 위와 같은 온갖 변화를 보이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허공에 앉아 계시는데, 양쪽 어깨에는 각각 일백 잎의 연꽃이 솟고 머리 위에는 일천 잎의 연꽃이 솟아 꽃마다 그 위에는 부처님께서 좌선하고 계시고, 광명이 시방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이에 천인(天人)들이 공중에서 부처님의 머리 위로 꽃을 뿌리며 “장하십니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시방을 모두 진동시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신족통을 거두고 사자좌로 돌아가셨다.
019_1021_a_17L意欲使衆人得福安隱悉愍人天令得解脫復伏梵志等亦爲後世學者作慧使我道於未來得住留佛時現大變神足卽從師子座飛起往東方虛空中步行亦箕坐猗右脅便著火定神足出五色光悉令作雜色下身出上身出水上身出火下身出水滅乃從南方來復滅乃從西方來滅乃從北方虛空中住變化所作如上說坐虛空中兩肩各出一百葉蓮花頭上出千葉華華上有佛坐禪光明悉照十方天人亦在空中散花佛上皆言善哉佛威神悉動十方卽攝神足還師子座
범지들은 모두 졸고 있는 비둘기처럼 아무 말 없이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화이철(和夷鐵:金剛杵)을 들고 허공에 날아 올라 환하게 화염을 내뿜어 매우 위엄 있는 모습을 나타내셨는데, 이 모습은 범지들만 볼 수 있게 하셨다. 이에 범지들은 옷과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크게 두려워 떨며 저마다 흩어져 달아났다.
019_1021_b_08L是時梵志等默然無言皆低頭如鳩睡時持和夷鐵便飛於虛空見炎烔燃可畏但使梵志等見耳適現子曹便大恐怖戰慄衣毛皆豎各各走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감로비를 내리어 경법(經法)을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리하여 보시를 하고 계율을 지키면 천상에 태어나는 반면 애욕을 지니면 고통을 받게 마련이라고 하시고, 아울러 애욕이란 재난의 원천이요 견고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지혜로운 생각으로 대중들의 뜻을 아시고 사성제(四聖諦)를 말씀하셨다. 그러자 대중 가운데는 온 몸을 바쳐 부처님께 귀의하는 사람, 진리에 귀의하는 사람, 비구승께 귀의하는 사람, 무릎을 끊는 사람, 계율을 받는 사람, 구항(溝港)을 얻은 사람, 빈래과(頻來果:斯陀含)를 얻은 사람, 불환과(不還果)를 얻은 사람 등이 있었다.
019_1021_b_12L佛便爲雨衆人說經法說布施持戒善見天徑薄說愛欲好痛說其災害著苦無堅固以慧意知衆人意濡住不轉便爲說四諦中有身歸佛者歸法者歸比丘僧者有長跪者受戒者有得溝港者得頻來者得不還者
이때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으로 ‘무슨 이유로 해서 집을 버리고 떠나 도를 닦는가’라는 의심이 생겨 다시 언쟁을 벌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들이 의심하는 줄 알고 신통력으로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추고 법의를 걸친 또 한 분의 단정한 모습의 부처님을 만들어 내셨으며, 제자들도 신통력으로 사람을 만들어 내었다. 만들어 낸 사람이 말을 하면 제자도 말을 하고, 부처님께서 말씀을 하시면 만들어 낸 사람은 묵묵히 있고, 만들어 낸 사람이 말을 하면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부처님께서 정각(正覺)으로 바른 생각을 가진 제자들이 만들어 낸 사람을 곧바로 건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상호간에 의문이나 질문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019_1021_b_18L是時人民皆共生意疑何因緣棄家爲道復有鬪訟佛卽知子曹疑便化作一佛著前端有三十二相衣法衣弟子亦能化作人化人語弟子亦語佛語化人嘿化人語佛嘿然何以故正覺直度正所意故
만들어 낸 부처님이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부처님을 향하여 손을 모으고 게송으로 질문하였다.
019_1021_b_24L化佛卽右膝著地向佛叉以偈難問言
019_1021_c_02L이러한 언쟁은 어디로부터 생기는가.
근심과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병을 얻네.
망령된 말을 하여 서로 상대를 헐뜯나니
본래 원인을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소서.
019_1021_c_02L鬪訟變何從起
致憂痛轉相疾
起妄語轉相毀
本從起願說佛
근심을 한 나머지 언쟁을 마구 벌이나니
서로 미워한 나머지 근심과 고통을 받네.
서로 상대를 헐뜯고자 망령된 말을 하니
서로 헐뜯는 것이 언쟁의 근본이 되네.
019_1021_c_04L坐憂可起變訟
轉相嫉致憂痛
欲相毀起妄語
以相毀鬪訟本
세상의 애착은 어디로부터 생기며
이 세상 그 무엇을 탐착할 것인가.
모든 것 버려 두고 다시 욕심 버린다면
따라서 다시는 업(業)을 짓지 않게 되리.
019_1021_c_06L世可愛何從起
轉世閒何所貪
從置有不復欲
從不復轉行受
본래 욕심 때문에 세상에 애착을 두고
이익을 탐내기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되네.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욕심이 일어나니
이 때문에 뒤에도 계속 고통을 받게 되네.
019_1021_c_08L本所欲著世愛
以利是轉行苦
不捨有從是起
以故轉後復有
세상의 온갖 욕심 본래 어디에서 생기며
선과 악인들 어디로부터 분별할 수 있으리요.
무엇으로 인하여 본말(本末)이 생기는가.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법을 스님들이 말하네.
019_1021_c_10L隨世欲本何起
從何得別善惡
從何有起本末
所制法沙門說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있기도 없기도 하기에
이로 인하여 곧 욕심이 생겨 나게 되니
좋은 대상[色]을 보고 싶은 마음 언제 다하랴.
세상 사람들은 모두들 분별하는 마음이 있네.
019_1021_c_12L亦是世所有無
是因緣便欲生
見盛色從何盡
世人悉分別作
남에게 속임을 당하고 의심하는 마음 생기니
부처님의 이 진리의 비를 기꺼이 받아야 하리.
생각하건대 어디로부터 지혜의 자취를 배울건가.
원컨대 법을 설명하여 배울 바를 밝혀 주소서.
019_1021_c_14L所從欺有疑意
亦是法雨面受
念從何學慧迹
願解法明學說
있음과 없음은 본래 어디로부터 생기며
친애할 바 없거니와 어디로부터 소멸하는가.
융성도 감소도 알고 보면 모두 마찬가지이니
원컨대 이 뜻을 설명하여 근본을 밝혀 주소서.
019_1021_c_16L所有無本從何
無所親從何滅
盛亦減悉一義
願說是解現本
있음이건 없음이건 접촉[細濡] 때문에 생기니
오고 감이 사라지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융성도 소멸도 실상이 이와 같으니
뜻을 풀어 근본을 밝히면 이 밖에 할 말이 없네.
019_1021_c_18L有亦無著細濡
去來滅無所有
盛亦滅義從是
解現賢本盡是
세속적인 접촉은 본래 무엇에서 기인하며
세속적인 대상에 집착하는 것은 무엇에서 생겨나는가.
무슨 생각으로 인하여 집착하지 아니하며
무슨 인연으로 인하여 좋은 대상에 집착하나
019_1021_c_20L世細濡本從何
著世色從何起
從何念不計著
何緣因著可色
이름과 대상에 조금이라도 접촉하게 되면
본유(本有)가 생겨나 대상[色]이 일어난다네.
어찌 어리석은 이를 건져 해탈하게 하리요.
대상에 반연하여 언제나 접촉이 있는 것을.
019_1021_c_22L名色授著細濡
本有有色便起
寧度癡得解脫
因緣色著細濡
019_1022_a_02L어떻게 하면 좋은 대상에 집착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받는 사랑은 어디로부터 생기는가.
마음에 집착일랑 모두 없애 버리고서
진실된 행동과 지식을 지니면 해탈과 마찬가지.
019_1021_c_24L從何得捨好色
從衆愛從何起
所著心寧悉盡
諦行知如解脫
생각을 생각하지도 말고 색상(色想)1)도 버리고
생각하지 않지도 말고 행상(行想)2)도 생각하지 않아
일체를 끊어 버리고서 집착하지 말아야 하니
생각으로 인하여 근본을 어그러뜨려 고통이 따른다네.
019_1022_a_03L不想想不色想
非無想不行想
一切斷不著者
因想本戲隨苦
제가 질문한 바는 모두 알았거니와
이제 다시 여쭈오니 원컨대 설명하여 주소서.
수행하여 모두 다 성취하고
존귀한 덕(德)에는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네.
019_1022_a_05L我所問悉已解
今更問願復說
行唾悉成具足
設無不勝尊德
이는 지극히 바르거니 무슨 사특함이 있으랴.
방편으로 신통력을 나타내어도 결과로는 지혜를 얻나니
부처님께서 숲 속에서 선정에 들어 계시면
이보다 더 훌륭한 말씀 다시는 없다네.
019_1022_a_07L是極正有何邪
向徑神得果慧
尊行定樹林閒
無有餘最善說
이와 같은 법을 알아서 일심으로 향하여 가면
존귀함이 이미 나타나 계율대로 수행할 것도 없다네.
어떻게 세간을 건지는지를 급히 묻나니
세속을 끊고 저 욕심을 버려야 하리.
019_1022_a_09L知如是一心向
尊已著不戒行
疾行問度世閒
斷世捨是彼身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
019_1022_a_11L佛說是義足經竟比丘悉歡喜
佛說義足經卷上
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색상으로 인하여 생기는 생각. 또는 착각으로 인한 생각.
  2. 2)생각을 소멸시킨 상태. 사무색정(四無色定)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