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거라. 그 구다미 석종의 딸이 모든 석가족 동자를 싫어하고 나를 좋아한 것은, 금세뿐만 아니라 저 과거세에도 또한 그러했다. 그들 석가족 모든 동자들을 취하지 않고 나를 맞아 남편을 삼았다.”
우타이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소서. 저는 이제 기꺼이 듣겠습니다.”
020_0674_c_13L時,優陁夷卽白佛言:“唯然世尊!願爲我說。此事云何?我今樂聞。”
020_0675_a_02L그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가 기억하건대 지난 옛날 저 설산 밑에 온갖 종류의 한량없는 짐승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마음대로 먹을 것을 취하였다. 그때 그 짐승들 가운데 암범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잘 생기기 짝이 없었고, 모든 짐승들 가운데 비길 자가 없었다. 그 범이 이렇듯 고운 털빛을 빛내며 저 한량없는 짐승들 중에 짝이 될 만한 자를 찾았더니 각각 다들 말하였다. ‘너는 나를 따라오라. 너는 나를 따라오라.’ 다시 모든 짐승들이 서로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잠깐 기다리라. 서로 다투지 말고 저 암범에게 스스로 누구든 골라서 짝을 짓도록 하자. 그는 우리들의 왕이다.’ 그때 모든 짐승 가운데 소의 왕이 있어 그 암범에게 나가 게송을 읊었다.
세상 사람들은 다 내 똥을 취하여 땅에 바르고 청정하다고 하네. 그러니 어여쁘고 어진 암범이여, 마땅히 나를 취해 남편을 삼으라.
020_0675_a_04L世人皆取我之糞, 持用塗地爲淸淨,
是故端正賢牸虎, 應當取我以爲夫。
그때 암범은 소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020_0675_a_06L是時,牸虎向彼牛王說偈答言:
그대 목덜미는 매우 높고 커서 겨우 수레를 메고 보습이나 끌지 어찌 그런 추한 몸으로 나의 남편이 되려 하느냐.
020_0675_a_07L汝項斛領甚高大, 止堪駕車及挽犂,
云何將是醜身形, 悤欲爲我作夫主。
그때 큰 흰 코끼리 한 마리가 암범 앞에 나가 게송을 읊었다.
020_0675_a_09L是時,復有一大白象向於牸虎而說偈言:
나는 설산의 큰 코끼리 왕이라 싸움에 나가도 지는 법 없다네. 내게 이렇게 큰 위력 있거니 그대는 왜 내 아내가 안 되느냐.
020_0675_a_11L我是雪山大象王, 戰鬪用我無不勝,
我旣有是大威力, 汝今何不作我妻。
이때 암범은 또 게송으로 답했다.
020_0675_a_13L是時,牸虎復以偈答彼白象言:
그대는 사자 왕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담이 서늘하여 놀라 도망치리니 똥오줌을 싸면서 어지러이 갈 것이 어찌하여 내 남편이 될 수 있겠느냐.
020_0675_a_14L汝若見聞師子王, 膽懾驚怖馳奔走,
遺失屎尿狼藉去, 云何堪得爲我夫。
그때 그 가운데 모든 짐승의 왕 사자가 있어 그 범 앞에 나가 게송을 읊었다.
020_0675_a_16L 爾時,彼中有一師子諸獸之王,向彼牸虎而說偈言:
그대는 이제 내 모습을 보라. 앞은 넓고 크며 뒤는 가늘다. 이 산중에서 마음대로 살며 다른 모든 중생을 보호한다.
020_0675_a_18L汝今觀我此形容, 前分闊大後纖細,
在於山中自恣活, 復能存恤餘衆生。
나는 이 모든 짐승 가운데 왕이니 나를 이길 자 아무도 없노라. 만약 나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모든 짐승은 다 도망친다네.
020_0675_a_20L我是一切諸獸王, 無有更能勝我者,
若有見我及聞聲, 諸獸悉皆奔不住。
나에게 이런 힘과 용맹이 있거니 위신이 매우 큼은 말할 것도 없네. 그러니 어진 범아, 너는 알리라. 나를 위해 아내가 되어 다오.
020_0675_a_22L我今如是力猛壯, 威神甚大不可論,
是故賢虎汝當知, 乃可爲我作於婦。
그러자 암범은 사자 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020_0675_a_24L時,彼牸虎向師子王而說偈言:
020_0675_b_02L
용맹스런 큰 힘과 그 위신 몸의 형상도 매우 단정하오. 이렇게 나는 남편을 얻었네. 반드시 받들어 정성껏 섬기리.”
020_0675_b_02L大力勇猛及威神, 身體形容極端正,
如是我今得夫已, 必當頂戴而奉承。
그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는 알았으리라. 그때 모든 짐승의 왕 사자는 내 몸의 전신(前身)이고, 그때 암범은 지금 석가족 구다미의 전신이며, 그때 모든 짐승이란 현재 5백 석가족 동자들의 전신이다. 그 때도 구다미는 이미 모든 짐승을 싫어하여 뜻에 원하며 즐기지 않고 내 게송을 듣고 곧 내 아내가 되었듯, 오늘도 그러하여 모든 5백의 석가족 동자를 버리고 그들을 싫어하고 나를 취해 남편을 삼은 것이다.”
“그때 정반왕은 그 태자를 위하여 세 가지 궁을 세웠는데, 태자를 그곳에 붙들어 두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초저녁[初夜]에 태자를 모시고, 두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밤[中夜]에 태자를 받들고, 세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늦은 밤[後夜]에 태자를 시봉했다. 그 중 첫 번째 궁에는 야수다라가 가장 상수(上首)가 되어 2만의 채녀들이 에워싸 모셨다.
020_0676_a_02L그때 정반왕은 아사타 선인의 말을 기억했기 때문에 궁 안에 다시 큰 전각을 별도로 지었다. 그 전각은 마치 가을 구름에 노을빛이 서린 것같이 지어져 참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하게 꾸몄으며, 언제든 때에 맞게 쾌락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굽은 난간이며 복도들은 한 곳도 치우치지 않고 반듯했으니, 무슨 까닭이냐 하면, 태자가 여기저기 거닐고 노닐 때 모든 탁하고 더러움을 볼까 두려워해서였다. 또 그 안에는 색다른 온갖 음악을 갖추었는데 각각 천 가지씩 되었다. 그 가운데는 공후 천 대, 쟁(箏) 천 대, 5현금 천 대, 작은북 천 대, 축(筑) 천 대, 거문고 천 대, 비파 천 대, 세고(細鼓) 천 대, 대고 천 대, 젓대 천 자루, 생(笙) 천 자루, 동발 천 대, 퉁소 천 자루, 필률(筆篥) 천 자루, 호(箎) 천 대, 소라 천 개가 있었다. 이러한 악기들이 천 가지며, 천 가지 노래와 천 가지 춤으로 그 손과 소리가 항상 궁내에 밤낮으로 끊임이 없었으며, 마치 큰 구름 속에서 은은히 매우 깊은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태자는 가장 묘하고 가장 우수한 채녀 만 명 가운데 앞뒤로 에워싸여 모든 쾌락과 공경과 시봉을 받았다. 그들 모두는 다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했으며, 또 금 팔찌와 7보 가락지를 손과 팔에 끼고 음성을 냈는데, 마치 제석천왕이 모든 옥녀(玉女)들과 오락을 누리는 것과 같았다. 노래와 춤이 가장 묘하고 말과 자태가 아리따워 서로 보고 웃으며 서로 안고 서로 어르며 서로 보고 곁눈질하여 혹은 기웃거려 옆으로 돌아보며 혹 목을 틀고 보며 이마를 예쁘게 찌푸리며 교묘하게 눈을 깜작거려 다섯 빛깔이 화려하고 네 눈이 고왔다. 그들은 태자가 기쁘고 즐겁게 놀면서 멀리 궁 밖에 나가 놀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석천왕이 옥녀들과 놀듯 하였다. 태자는 이렇게 보석 같은 여자들 속에서 모든 환락을 누렸고,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여러 채녀들은 5욕을 잘 알아 항상 태자가 탐닉하고 즐겨 다시 궁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 정반왕은 태자에게 모든 공덕을 더하려고 고행을 행하여 모든 사악한 법을 끊고 모든 선법을 행하였으며, 모든 물건을 보시해서 복업(福業)을 지었다. 고행을 갖추어 행한 이 선근을 태자에게 돌려, 모든 공덕을 더 길러 태자가 출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므로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676_b_02L그때 남쪽으로 마가타국에 대왕이 하나 있었으니, 성은 전련니(羶連尼)요 이름은 빈비사라(頻婆娑羅)였다. 그는 원적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항상 근심을 품어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노상 서로 이렇게 의논했다. ‘너희 모든 신하들아, 출입하고 왕래할 때 경계 안팎을 잘 살펴 나보다 나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하라. 만약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그가 와서 내 왕위를 빼앗을까 두렵구나.’ 그러자 모든 신하들은 두 사람을 뽑아 국경을 순찰하게 했다. 그 두 사람은 왕의 칙명을 듣고 나서 자기네 경계 안과 이웃 경계를 두루 돌다가 돌아가고자 할 때 어떤 사람의 말을 들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크고 높은 설산(雪山)이 있고, 그 산기슭에 특별한 족성이 있으니 석가(釋迦)라 한다. 그 족성에 새로 한 동자가 태어났는데, 그 사람은 단정하여 날 곳을 잘 택했으며, 성씨도 으뜸인 데다가 권속도 부유하고 강건하여 모든 것이 구족하며, 몸에 32장부상과 80종호를 갖추었다. 그가 나던 날 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이 이렇게 수기하였다. <이제 이 동자 몸에는 32상과 80종호가 구족해 있어 분명히 빛나니, 그가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통솔하고 10선(善)으로 백성을 교화할 것이며 7보가 충만하고 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자연히 항복받을 것이요, 만약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면 마침내 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어 10호가 구족하며……(중략)……청정한 범행을 설할 것이다.>’ 그 사람들은 도로 돌아와 빈비사라왕에게 들은 대로 이 일을 아뢰고 나서 말하였다. ‘대왕이여, 그런 까닭에 그가 어렸을 때 속히 군사를 일으켜 그 동자를 없애서 뒤에 와서 우리들 대왕의 자리를 빼앗지 못하게 하소서.’ 마가타 빈비사라왕은 그 두 사람에게 일렀다. ‘경들 두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너희들 말과 같다면 그 동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법답게 다스릴 것이니, 나는 공경히 받들어 따를 것이며, 그 위신을 입어 우리들도 낙을 누리며 편안히 다스릴 것이요, 만약 그가 출가하여 성불한다면 자비와 연민으로 중생을 제도할 것이니 우리들은 그에게 법을 받는 성문(聲聞) 제자가 되리라. 이제 이런 두 가지 과보의 복된 인연을 관찰하니 그에게 가해할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겠다.”
그때 정반왕은 태자가 살고 있는 궁전 둘레에 작은 성[子城]을 별도로 만들어 문을 하나만 내놓고 이름은 들짐승이라 하였다. 그 문 밑에는 기계를 설치하여 5백 명이 붙들고 옹위해야 그 문짝을 여닫을 수 있고 그 소리가 반 유순까지 들리게 했다. 둘째 궁전에도 역시 문이 하나뿐인데 빗장과 열쇠 자물쇠에는 모두 기계를 장치하여 여닫을 때는 3백 명이 있어야 하고, 그 소리는 1구로사까지 들리게 했다. 다음에 내궁에 이르러 태자 좌전(坐殿)에도 문이 하나 있는데, 자물쇠와 빗장에 또 기계를 달아 여닫을 때 2백 명이 있어야 하고, 방비를 더욱 엄중히 하여 인간에 비할 나위도 아니고 그 소리도 반 구로사까지 들렸다. 그 세 곳의 문 안팎에는 다 장사들을 늘어 세워 지키게 했는데, 몸에 투구와 갑옷을 입어 날래고 굳세며, 손에는 화살ㆍ도끼ㆍ긴 칼ㆍ검ㆍ창ㆍ3지창ㆍ철퇴ㆍ철봉ㆍ쇠바퀴 등 갖가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엄하게 궁궐문을 지킨 이유는, 태자가 집을 버리고 성을 넘고 출가하여 산숲으로 도망할까 두려워해서였다.”
020_0677_a_02L “그때 허공에는 작병(作甁)이라는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 태자가 10년 동안 궁 안에서 5욕락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호명보살 대사는 오랫동안 궁중에 있으면서 모든 5욕락을 누렸는데, 거기에 탐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 5욕 때문에 마음은 술 취한 듯 거칠고 미혹하며, 정(情)은 제멋대로 넘쳐 흐르니, 백 년이 빠르고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호명보살은 이제 각성하여 빨리 버리고 출가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만일 먼저 그를 위하여 싫어하고 떠나게 할 상을 짓지 않으면 그는 탐닉에서 깨어나 출가할 마음을 내지 않으리라. 그러니 나는 이제 마땅히 그 일을 도와 성취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작병 천자는 밤중에 게송을 읊었다.
020_0677_a_10L身自被縛欲解他, 譬若盲人引群瞽,
己身解脫乃免彼, 猶如有目能導人。
제 몸이 얽혔으면서 남을 풀어 주려 함은 장님이 뭇 장님을 끌고 가는 격이라네. 자기 몸부터 해탈해야 남을 면해 주나니 눈 있는 자가 남을 인도함과 같네.
020_0677_a_12L善哉仁今年盛時, 宜速出家令願滿,
應當利益天人等, 五欲行者不可厭。
착하다, 어진 이여. 이제 한창때 빨리 출가해 발원했던 것 성취하여라. 마땅히 하늘과 인간을 이익되게 하리니 5욕을 행하는 자는 싫어할 줄 모르네.
020_0677_a_14L沒溺六塵境捨難, 唯有出世行大智,
乃能厭離此五慾, 是故仁今可捐棄。
6진(塵) 경계에 빠지면 버리기 어려우니 세간을 벗어나는 큰 지혜 행하는 이라야 이 5욕이 싫어 떠나리니 그러므로 어진 이여, 이제는 버리라.
020_0677_a_16L衆生多有煩惱患, 仁當爲作大醫師,
說妙種種法藥王, 速疾將向涅槃岸。
중생에게 번뇌의 병 하도 많으니 당신이 마침내 큰 의사 되시라. 갖가지 묘한 법약 설하는 왕이 되어 열반의 언덕으로 빨리 데려가시라.
020_0677_a_18L無明黑暗所障蔽, 諸見羅網種種纏,
速然智慧大燈明, 早使天人得淨眼。
무명의 어두움이 가리고 덮여 모든 견(見)의 그물이 갖가지로 얽혔네. 지혜의 큰 등에 속히 불을 밝혀서 천상과 인간들 빨리 정안(淨眼) 얻게 하라.
020_0677_b_02L 그때 공중에서 작병 천자가 이 게송을 읊고 나자 위신(威神)에 감동되어 권하는 인연을 내었다. 또 태자가 숙세에 지은 선근 복덕의 힘 때문에 궁 안에 있는 채녀 악사들의 음성 가곡도 5욕을 따르지 않고 오직 열반에 머물러 법을 지니고 믿고 이해하는 미묘한 소리만을 전하게 되었으며, 저절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020_0677_b_03L世閒事無常, 猶如雲出電, 尊者今時至,
應捨家出家。
세상 일은 항상한 것 없어서 구름 속에서 번개가 치듯 하네. 존자여, 이제 때가 되었으니 마땅히 집을 버리고 출가하소서.
020_0677_b_05L一切行無常, 如瓦坏甁器,
如借他物用, 如積乾土城。
일체의 행은 항상함이 없어서 기왓장이나 질그릇 같소.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것 같고 마른 흙으로 성을 쌓는 것 같소.
020_0677_b_06L不久便破壞,
猶如夏泥壁, 如河兩岸沙, 緣生不能久。
오래잖아 문득 깨어지고 무너져 마치 여름의 진흙 벽 같고 강(江)의 양쪽 모래언덕 같아서 인연으로 생긴지라 오래가지 못하오.
020_0677_b_07L猶如燈出炎, 生已速還滅, 如風無暫住,
急疾不曾停。
마치 등잔에 이는 불꽃이 일었다가 빨리 꺼지듯 바람이 잠시도 머물지 않듯 급하고 빨라서 잠시도 머물지 않소.
020_0677_b_09L恒常無眞實, 猶如芭蕉心,
幻化誑人意, 空拳誘小兒。
항상 진실함이 없어서 마치 파초의 속과 같소. 꼭두각시가 사람의 마음을 속이듯 빈주먹으로 어린이를 꾀임과 같소.
020_0677_b_10L一切諸行者,
皆悉因緣生, 各各有緣因, 愚癡輩不覺。
일체의 모든 행이란 다 인연으로 생긴 것이라 각각 인연이 있다는 것을 어리석은 이들은 알지 못하오.
020_0677_b_11L猶如人索繩, 手木成因緣, 如因子生芽,
離子芽不生。
마치 사람이 새끼줄을 꼴 때 손과 나무로 인연을 이루듯 씨앗이 인(因)이 되어 싹이 나오듯 씨앗이 없으면 싹은 안 나오.
020_0677_b_13L二相離不成, 復非常無常,
諸行因癡生, 彼不住無明。
인과 연이 서로 떠나면 이루지 못하고 항상한 것도 무상한 것도 아니네. 모든 행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생기나 그것은 무명에도 머물지 않네.
020_0677_b_14L無明亦非彼,
本性來空寂, 生滅無體故, 如印成印文。
무명 또한 그것 아니라 본성은 본래 공적하다오. 생멸(生滅)이 체(體) 없음은 도장 찍어 나타난 글자와 같소.
020_0677_b_15L非彼非離彼, 諸行亦如是。
저것도 아니며 저것을 떠남도 아니라 모든 행은 모두 이와 같다네.
020_0677_b_16L眼不離於色,
識眼色因生, 此三不相離, 三亦不眞實。
눈[眼]은 색(色)을 떠나지 않으니 식(識)은 안(眼)과 색(色)을 인(因)하여 나오네. 이 세 가지는 서로 떠나 있지 않고 그렇다고 진실한 것도 아니라네.
020_0677_b_17L空淨不淨法, 眼等分別生, 此顚倒分別,
皆悉由識生。
정법(淨法)ㆍ부정법(不淨法)이 다 공한데 눈 등은 분별에서 생한다네. 이 전도된 분별은 모두 다 식(識)에서 나온 것이라네.
020_0677_b_19L若有巧智人, 推求識所生,
知彼無去來, 知我如幻化。
만약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식이 생긴 데를 따져 본다면 그것이 가고 옴이 없음을 알 것이며 나도 환술로 만들어 낸 것임을 알리라.
020_0677_b_20L如兩木出火,
第三因於手, 若無此三因, 則不得火用。
양쪽에 나무를 잡고 불을 낼 때 셋째의 손이 인(因)이 되나니 만약 이 세 가지 인(因)이 없으면 불을 피워 쓰지 못하리.
020_0677_b_21L若智推求者, 彼亦無去來, 諸方尋求已,
不見火來去。
지혜로 그것을 찾으려 해도 그것 또한 가고 옴이 없고, 여러 곳을 두루 찾아봐도 불이 가고 옴을 보지 못하오.
020_0677_b_23L陰入諸界等, 因貪癡業生,
和合因衆生, 眞如無衆生。
음(陰)과 입(入)과 모든 계(界)는 탐ㆍ치의 업을 인해 생긴 것이라. 화합의 인(因)으로 여럿이 생기나 진여에는 여럿이 생하는 일 없다네.
020_0677_b_24L咽喉脣口舌,
而出諸文字, 字非是咽喉, 亦非離彼等。
목과 입술과 입과 혀로 모든 글자를 내지만 글자는 목이나 입술이 아니며 그것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라네.
020_0677_c_02L彼等和合故, 出語隨於智, 語言不在智,
亦復無色形。
020_0677_c_02L
그것들이 화합하기 때문에 말을 낼 적에 지혜에 따르지만 말은 지혜에 있지도 않고 또한 빛과 모양도 없다네.
020_0677_c_04L生處及滅處, 智人求不得,
所觀悉空寂, 語言如響聲。
나는 곳과 또 멸하는 곳은 지혜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없네. 보는 것이 모두 다 공적하여 말과 말이 메아리 소리 같소.
020_0677_c_05L因木因諸絃,
人智三合故, 箜篌而出聲, 彼聲三處無。
나무와 줄[絃]과 사람의 지혜 세 가지가 인이 되어 합한 까닭에 공후에서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는 세 곳에 없소.
020_0677_c_06L若有智慧人, 求彼聲來去, 諸方求覓已,
去來不可得。
만약 지혜 있는 사람이 그 소리가 오간 곳을 찾느라 여러 곳을 다 찾아도 오고 감은 얻지 못하오.
020_0677_c_08L因及有緣者, 諸行如是生,
有諦了之人, 空觀應如是。
인(因)이 있고 또 연(緣)이 있으면 모든 행이 이렇게 생겨나니 깨달아 알아 버린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이런 줄을 공한 데서 관찰하리.
020_0677_c_09L陰入及諸界,
內外悉皆寂, 求一切處我, 如虛空無形。
음(陰)과 입(入)과 모든 계(界)는 안과 밖이 모두 다 고요해 일체처에서 나를 찾아도 아무 형상 없는 허공과 같소.
020_0677_c_10L如是諸法相, 仁於定光佛, 往昔已證知,
今爲天人說。
이러한 모든 법의 상은 당신이 저 정광불(定光佛)에게서 지난날에 이미 증득해 알았으니 이제 하늘과 사람을 위해 말해 주소서.
020_0677_c_12L顚倒分別故, 欲等火焚燒,
應起慈悲雲, 施甘露法雨。
전도되게 분별하는 까닭에 욕심의 불이 타고만 있으니 마땅히 자비의 구름을 일으켜 감로의 법비를 베푸소서.
020_0677_c_13L仁昔於億劫,
念施及持戒, 我得無上道, 聖財分諸世。
당신은 옛날 억 겁에 보시와 계율 가짐을 생각했소. 내가 위없는 높은 도를 얻으면 성재(聖財)를 모든 세상에 나눈다고.
당신은 옛적 대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월색선(月色仙)이라 일렀고 다음에는 건맹장(健猛將)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실증장(實增長)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구선언(求善言)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유선의(有善意)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조복근(調伏根)이라 했소. 이런 모든 왕들은 법답게 크게 정진을 행했으니 당신은 지난날부터 지어왔소.
020_0679_a_11L種種珍寶貨, 來乞皆隨與, 仁彼世財施,
今勸捨法財。
당신은 옛날 대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월광(月光)이라 했소. 그 다음 이름은 승행(勝行)이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연토(連兎)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방주(方主)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건시(健施)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가시왕(迦尸王)이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보계왕(寶髻王)이라 했소. 이런 모든 대왕들은 바로 당신이지 다른 이가 아니었소.
“그때 작병 천자는 태자가 동산 숲에 나가 좋고 나쁜 일을 보고, 싫은 마음을 내서 점차 그 궁중을 버리고 떠나게 하려 하였다. 그때 궁중의 모든 채녀들은 모든 음악과 노래를 부르느라 매우 피로했으므로 자연히 이번에는 차례로 동산 숲의 공덕을 찬탄했다. 그 소리는 이렇게 일컬었다. ‘성자(聖子)여, 자세히 들으소서. 동산 숲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곳에는 푸르고 부드러운 풀이 깔렸고 수목들도 어여쁘며 나뭇가지와 잎새가 가지런하고 꽃과 열매가 가득 달려 무성합니다. 또 기러기ㆍ학ㆍ공작ㆍ앵무ㆍ구욕ㆍ구시라ㆍ원앙 등 온갖 새가 미묘한 소리를 냅니다.’
020_0680_b_02L그때 태자는 이 소리를 듣고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나서 말몰이꾼을 불러 말했다. ‘너 착한 말몰이꾼아, 이제 빨리 좋은 수레를 장엄해 차비하라. 나는 곧 저 동산 숲에 나가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하노라.’ 말몰이꾼은 이 말을 듣고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어김없이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빨리 정반왕에게 알렸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지금 동산 숲에 나가서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합니다.’ 그때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장엄하게 하였다. 흙 무더기ㆍ돌 자갈ㆍ더러운 쓰레기 등을 치우게 하고 다 평탄히 만든 뒤, 묘한 향탕을 땅 위에 뿌려 모든 먼지와 티끌을 없애고 또 향 반죽을 땅에 바르게 했다. 또 갖가지 향기로운 꽃을 그 거리와 골목에 뿌리고, 곳곳에 온갖 묘한 향을 사르고, 그 모든 길거리며 네거리에 물병을 놓고 온갖 꽃을 꽂았다. 파초나무로 곳곳에 장엄하고, 모든 나무 사이에 여러 색깔의 깃발을 달고, 또 그 나무 위에 보물이나 비단으로 일산과 당번을 만들어 장식했다. 나무 사이에 또 진주로 된 영락과 7보로 된 보배 그물을 달아 그 위에 덮었으며, 그 그물 구멍마다 금과 은으로 만든 보배 방울을 달아 바람이 불면 미묘한 소리가 나게 했다. 혹은 7보로 해ㆍ달의 모양과 모든 하늘들의 형상을 만들었으니 각각 영락을 그물 사이에 늘어놓았으며, 그 그물 사이에 또다시 흰 소 꼬리와 온갖 깃을 달았다. 정반왕은 이렇게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건달바성과 다름없이 묘하게 장엄하여 정미롭고 화려하게 꾸몄다. 성을 장엄하고 나서 또 동산 숲을 장식하되 모래와 자갈과 모든 더러운 쓰레기를 소제하고……(중략)……영락과 모든 보배 방울을 위에 말한 것과 같이 달고, 그 모든 나무 가운데 남자 이름이 있는 곳은 남자의 영락으로 장엄하고, 여자 이름이 있는 곳은 여자의 영락으로 장엄하였다. 또 북을 치고 방울을 흔들며 성안의 사람들에게 두루 일렀다. ‘너희들은 다 길을 치워 혹 늙고 병들고 죽었거나 장님ㆍ벙어리같이 6근에 결함이 있는 불구자는 다 쫓아내고, 마음에 즐겁지 않은 것과 길상하지 못한 것을 모두 치워서 태자가 길에서 보지 않도록 하라.’ 그때 말몰이꾼은 수레를 장식하고 잘 조련된 말을 멍에하여 장엄을 마치고 나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이제 거마가 준비되었으니 바로 나갈 만한 때입니다. 수레를 타고 나가 아름다운 곳을 구경하소서.’
020_0681_a_02L그때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레 타는 곳에 이르러 보배 수레에 올랐다. 대왕의 위신과 드높은 세력으로 성 동문에서 인도되어 나와 동산 숲을 향하여 복된 곳을 구경코자 했다. 이때 작병 천자는 그 길거리에 있다가 태자 앞에서 늙어 빠진 사람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났다. 허리는 구부러지고 머리는 숙인 채, 이빨이 빠졌고 귀밑과 수염이 서리 같았으며, 얼굴은 검게 주름지고 살빛은 주근깨투성이었다. 허리가 굽어 비딱하게 걸었으며 뼈와 가죽뿐 살이 없었으며, 목줄띠가 밑으로 늘어져 소 목의 턱살이 처진 것과 같았다. 몸이 시들고 쇠하고 오직 지팡이 힘을 의지했으며, 가래가 끓고 숨이 차 목 안에서 톱질하는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지가 떨려 걸음이 불안한 채로 넘어지고 붙들면서 지팡이를 잡고 이런 모양으로 태자 앞에서 길을 걸어갔다. 태자는 위에서 묘사한 대로 그 노인이 이렇게 몸을 떨며 상서롭지 않은 쇠약한 모양으로 그의 앞에서 괴롭게 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이 자는 어떤 사람인가? 몸은 주름뿐 살이 없고, 가죽은 늘어지고, 충혈된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니 매우 추하고 유독히 더러워 다른 사람 같지 않으며, 게다가 머리털까지 빠졌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또 눈이 쑥 들어가 보통 사람보다 특이하고 이가 빠져 볼품이 없구나.’ 그리고는 말몰이꾼에게 게송을 읊었다.
수레를 잘 모는 말몰이꾼, 너는 들으라. 웬 사람이 내 앞에 있느뇨? 몸도 굽고 머리털도 빠졌네. 나면서부터 그런가, 늙어서 그런가?
020_0681_a_06L善馭駕乘汝今聽, 此是何人在我前,
身體不正頭髮稀, 爲生來然爲老至。
그때 말몰이꾼은 작병 천자의 신력을 입어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이 같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늙었다고 합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세간에서 무엇을 늙었다고 하느냐?’ 말몰이꾼은 곧 태자에게 아뢰었다. ‘늙었다 함은 사람에게 쇠하고 혼미함이 닥쳐와 자기도 모르는 결에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기력이 줄어들고 몸이 수척하여 이미 괴로운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는 친척에게도 구박을 받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이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그 목숨을 마치게 됩니다. 이런 인연으로 늙어 빠졌다 합니다.’ 그리고는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이 늙음을 큰 고생이라 하니 아름다운 자태와 즐거움을 앗아가네. 모든 기관이 헐어서 생각도 잃고 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네.
020_0681_a_18L此老名爲大苦惱, 劫奪美色及娛樂,
諸根毀壞失所念, 支節擧動不隨心。
020_0681_b_02L 태자는 이 게송을 듣고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이 사람 하나만 이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이런 것이냐?’ 말몰이꾼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굽어살피소서. 이 사람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간의 모든 중생도 다 이렇게 되는 법입니다.’ 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지금 내 몸도 장차 이 늙는 일을 겪게 되는가?’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성 태자여, 귀천은 다르나 태어난 일이 있으면 다 이런 늙는 법을 면치 못합니다. 사람의 몸에는 처음부터 이런 늙고 쇠퇴하는 상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태자는 말몰이꾼에게 일렀다. ‘만약에 내 몸도 이 늙는 일을 피할 수 없고 이런 추하고 더러운 쇠악상(衰惡相)을 면치 못한다면, 나는 이제 동산 숲에 가서 놀고 웃을 겨를이 없다. 빨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들어가자. 나는 어떤 방편으로든지 이 괴로움을 멸할 도리를 생각해 보리라.’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성자의 칙명대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성에 돌아왔다. 이때 태자는 궁 안에 이르자 그의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바로 하여 생각했다. ‘나도 마침내 늙을 것이요 늙는 법은 면할 수 없으니, 어찌하여 게으름을 피우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방종할 것인가.’
020_0681_c_02L그때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너 착한 말몰이꾼아, 이제 태자가 궁에서 나가 동산에 가서 놀고 구경할 때 기쁜 것을 많이 보고 마음대로 즐겼느냐?’ 말몰이꾼은 무릎을 꿇고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는 놀러 나가시다가 중도에서 수레를 돌리고 동산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태자가 어찌하여 동산에 가지 않고 중도에서 도로 돌아왔느냐?’ 말몰이꾼은 또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동산 숲에 놀러 나가시던 중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문득 길옆에서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중략)……그는 몸을 떨고 지팡이를 짚었으나 넘어지고 일어나며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태자는 이렇게 그 사람을 보고 나서 당장 수레를 돌리라 명하시고 궁에 들어오시자 가부좌를 맺고 앉아 마음을 바로 하여 생각에 잠겨 계십니다.’ 그때 정반왕은 마음으로 생각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런 형상을 보니 아사타 선인의 수기가 반드시 진실하구나. 태자가 집을 버리고 출가할 것이 진짜 두렵다. 나는 이제 다시 태자에게 5욕을 더하게 하리라. 만약 그가 5욕의 일을 널리 본다면 마음과 눈이 충족하고 정이 미혹하여 출가하지 않고 내 뜻대로 되리라.’ 그리하여 정반왕은 실달태자를 위하여 5욕을 충족시킬 만한 일을 더욱 늘려 태자의 마음이 애락에 물들어 출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