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마군의 무리는 이러한 이상한 모양을 하고 흰 코끼리나 말이나 낙타를 타고 물소와 모든 수레를 타고 사방에서 구름떼처럼 모여 왔다. 그것들은 아수라와 가루라 같으며 마후라가와 구반다ㆍ나찰ㆍ야차ㆍ비사차ㆍ사명귀(伺命鬼) 같고, 또 몸이 야위고 길고 커서 아귀 같고 여러 가지 이상한 형용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위덕 있게 매우 크고, 머리가 새끼[索]같고, 혹은 머리가 크고 혹은 얼굴이 작거나 주름 투성이었다. 괴상한 모양을 하여 보는 사람을 실신케 하고 혹은 사람의 혼백과 정신을 뺏고, 혹은 얼굴이 푸르거나 몸빛이 붉은 구리 같고, 혹은 머리가 붉고 몸이 푸르며 혹은 머리가 누르고 몸이 연기 빛 같고, 혹은 머리는 연기 빛이고 몸은 누른빛이며, 머리가 붉고 몸이 검으며 머리가 검고 몸이 붉으며, 머리가 희고 몸이 푸르며, 머리가 푸르고 몸이 희며 혹은 머리의 왼쪽은 희고 오른쪽은 푸르며, 혹은 오른쪽이 희고 왼쪽이 푸르며, 혹은 몸과 얼굴의 왼쪽 오른쪽이 모두 다 그러하였다.
020_0779_b_02L혹은 또 전신이 오직 해골뿐이며 혹은 머리는 촉루뿐이나 몸은 비만하고 혹은 얼굴은 살이 있으나 몸은 해골이 드러나 있었다. 혹은 사람의 손발에 축생의 몸이요, 혹은 축생의 다리에 사람의 몸이요, 혹은 몸의 털이 바늘이나 가시 같으며, 혹은 몸의 털이 돼지 털 같으며, 혹은 몸의 털이 당나귀의 갈기 같으며, 혹은 털이 곰ㆍ원숭이ㆍ쥐ㆍ이리 같으며, 혹은 털에서 불꽃이 나오며, 혹은 털이 어지럽게 났으며, 혹은 털이 거꾸로 올라가 있었다. 혹은 머리에 살상투가 있으며, 혹은 다 벗겨지고 털이 없으며, 혹은 붉은 옷을 입고 허리에 여러 색깔의 띠를 둘렀다. 혹은 머리 위에 촉루의 다발을 썼고, 혹은 머리 위의 털이 잿빛과 연기에 그을린 푸르고ㆍ누르고ㆍ붉고ㆍ흰 빛이 섞였고, 촉루로 관을 삼았는데, 이러한 형상을 하고 구름처럼 모여 왔다. 손에는 카타방가수나라 말로는 상(床)의 4분의 1, 즉 상 다리 하나를 쥔 것을 말함를 쥐고, 혹은 허리에 여러 가지 방울을 달아 움직이면 큰 소리를 내고 그 손에는 사람의 촉루를 쥐었으며, 혹은 사람의 해골로 꽃다발을 만들었으며, 혹은 손에 죽은 사람의 손발을 쥐었으며, 혹은 방울을 쥐고 흔들어 소리를 냈다. 혹은 몸이 다라수같이 큰데, 손에 칼과 화살과 창과 활들을 쥐었다. 혹은 창을 쥐고 삼차(三叉)ㆍ철봉ㆍ쇠 바퀴ㆍ긴 칼ㆍ날카로운 도끼며 쇠공이들을 쥐었는데, 머리에서 사나운 불꽃을 뿜으며 철퇴와 흰 막대기와 돌을 든 것이 산과 같았다.
혹은 푸른 옷과 누르고ㆍ붉고ㆍ검은 여러 가지 가죽옷을 입었으며, 혹은 알몸에 뱀을 감았으며, 혹은 눈ㆍ귀ㆍ코에서 여러 가지 뱀이 나오는데 그 뱀은 검은 빛이요 손으로 잡고 보살 앞에서 입으로 씹어 먹으며, 혹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혹은 피를 마시며, 혹은 몸 위에 송장 타는 연기가 나고 입에서 횃불을 내며 혹은 모든 털구멍에서 모든 불을 내며 혹은 잇몸에서 불을 내어 땅에 흩었다.
020_0779_c_02L 혹은 허공에서 큰 먹구름을 내며 혹은 허공 속에서 바람을 날리고 비를 뿌리고 큰 번갯불을 내서 뇌성을 진동시키며, 공중에서 모든 산의 돌을 번개와 비를 내리듯 하며, 혹은 부서진 돌을 내려 큰 나무에 벼락을 치며, 혹은 마디마디 몸이 떨어져 나가며, 혹은 활을 당기고 혹은 손뼉을 쳐서 위협하고 겁을 주고자 하며, 혹은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말했다. “이곳에 머물지 말고 빨리 달아나라.” 혹은 늙은 여자의 몸을 변화로 지어내, 두 손을 들어 큰소리로 곡하며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아아 슬프다 형제들아.” 혹은 크게 웃다가 슬퍼하다가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달아나기도 하며, 혹은 등지고 달아나다가 도로 앞으로 왔다. 혹은 문득 일어났다가 혹은 문득 날아 공중에서 마음대로 유희하며, 혹은 나무를 휘어잡아 몸을 매달고 걸어가며, 혹은 칼을 가지고 뛰고 춤추며 혹은 창과 긴칼이며 삼차와 도끼로 유희하고 손발을 멈추지 않았다. 혹은 한 여름에 황소 울듯 부르짖으며 혹은 시바(尸婆)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혹은 공중에서 ‘하하ㆍ히히ㆍ후후ㆍ직직ㆍ기리기리’ 같은 소리를 내어 입으로 휘파람을 불고 또 옷을 희롱하였다. 이렇게 야차ㆍ나찰 ㆍ구반다ㆍ비사차 등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군사들이 보리수 앞에 빽빽하게 가득 찼다. 남쪽으로 바다까지 뻗치도록 마군의 군사가 꽉 차고, 그 사이에는 바늘 구멍 만한 빈 땅도 없었다. 괴이한 형상으로 무섭게 보살을 잡으려 하고 보살을 죽이고자 하여 오직 마왕 파순의 명령이 한 번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마왕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 모든 귀신들은 보리수에 임박하여 배고프고 목마르고 피곤하여 오로지 보살을 살해할 생각뿐이었다.
020_0780_a_02L그 보리수의 동쪽ㆍ서쪽과 북쪽 3면에는 한량없는 정거천(淨居天)의 모든 하늘 사람들이 가득 차 있으며, 또 한량없는 색계(色界)의 모든 하늘들이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며 입으로 이렇게들 말했다. “모든 인자(仁者)들은 보라.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러나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찰제리의 감자종 아드님이시여, 속히 이곳을 떠나소서. 여기는 무섭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병기들이 당신의 몸을 해치려 하옵니다.”
이때 보살은 그들에게 일렀다. “내 이제 오래지 않아 반드시 그들을 파하여 다 흩으리라. 마치 바람이 담요 위에 가는 꽃을 불어 날리듯.” 그들 모든 마군의 귀신들이 이렇게 모였을 때는 밤중이라 허공은 밝지 않았다. 달과 별들이 있었으나 모두 그 빛을 나타내지 않아서 매우 어두웠다. 눈이 있어도 볼 수 없고 오직 큰불이 일어 사나운 바람 소리만 무섭고 대지가 진동하며 4해가 다 끓어올랐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780_b_02L그때 상계(上界)의 정거천들은 보살이 이기게 하려고 마왕에게 자민심(慈愍心)을 내고 누(漏)가 다하였으므로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았다. 이때 보살을 믿고 공경하는 그곳의 모든 하늘들은 보리수에 있으면서 이 마군의 무리들이 온 땅에 가득히 차서 보살을 소란케 하는 것을 보고 허공에서 각각 외쳤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리수 아래 모든 하늘들이 모여 마군들이 보살을 해하려는 것을 보고 세간을 해탈하는 법을 믿는 까닭에 아아, 하면서 크게 외쳤네.
020_0780_b_03L菩提樹下集諸天, 見魔衆欲害菩薩,
信法世閒解脫故, 口大唱言嗚呼聲。
020_0780_c_02L 이때 보살은 오직 법을 생각하여 마음이 흔들리거나 어지럽지 않았으며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다. “욕계(欲界)의 천자여, 내 몸은 이미 찰제리 종성이다. 우리 종성은 이제껏 망령된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직 참다운 맹세가 있을 뿐이니 네가 무엇을 하려는지 빨리 하고 오래 머물지 말라.” 그러자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네 말대로 내 지금 네 몸을 부수어 백 조각을 내고자 하는데 너는 앞에 나와서 나와 싸우려느냐. 아니면 내가 앞에 나서서 너를 해치랴?” 보살은 파순에게 일렀다. “나는 너를 찍고 쏠 살과 칼과 막대기가 없노라. 그러하나 다만 나는 반드시 먼저 너를 항복시킨 다음에 성불하리라.” 그러자 마왕 파순은 곧 자기 군사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각각 겁내지 말고 힘을 다해 용맹스럽게 싸우라. 이 석가족 아들에게 큰 변동의 공포를 나타내어라.” 그 마군들은 명령을 받고 마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명령대로 우리들은 어김이 없겠나이다.” 즉시 보살에게 겁을 주려고 각각 몸에서 힘을 나타내 보였다. 그 마군의 무리들과 모든 잡귀들은 입에서 긴 혀를 빼내어 턱을 흔들며 매우 날카로운 이빨로 보살을 깨물고자 하였다. 그 눈이 둥글어 사자와 같고 귀가 구부러지고 말려 쇠갈고리 같아서 보살을 상하려는 모양이 대단히 무서운데 보살에게로 달리며 이런 공포를 지었고, 혹은 입을 벌리고 우러러 선 채 바로 보며 보살을 삼키려 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군들은 이렇듯 무섭게 오건만 그 성인은 우뚝하여 놀라거나 움직이지 않네. 매우 지혜로운 이가 어린 아이 장난을 보듯이 보살이 마군을 보는 것도 그렇네.
020_0780_c_03L魔衆如是可畏來, 彼聖卓然不驚動,
如大智見小兒戲, 菩薩觀魔亦復然。
그때 마군들 가운데 다시 한 귀신이 진한심(瞋恨心)을 내어 긴칼을 보살에게 던졌는데 칼이 스스로 그 손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혹은 산을 떠받들고 큰 바위를 보살을 향해 던졌으나 그 산과 돌도 도로 그 손에 붙고 다 땅에 떨어지지도 않았다. 또 혹은 허공 중에서 산과 돌이며 나무ㆍ철퇴ㆍ도끼ㆍ창들을 보살을 향해 던졌으나 다 허공에 머물러 내려오지 않았으며 혹 내려 온 것도 자연히 가루가 되어 조각조각로 흩어져 다른 곳에 떨어졌다. 혹은 허공에서 마치 일천(日天)과 같이 큰 불비를 비처럼 내리고 불타는 구름을 내렸으나 그 불의 비도 보살의 위력 때문에 곧 붉은 구물두꽃으로 변하여 비처럼 내렸다. 혹은 보살 앞에서 입으로 온갖 뱀을 토하여 보살을 물게 했으나 그 모든 뱀들은 땅에 이르러 정신없이 머물고 주금(呪禁)을 당한 것같이 꼼짝하지 못했다.
020_0781_a_02L혹은 큰 구름을 일으키고 벼락을 치며 우박과 돌을 비처럼 내려 그 보리수 위에 뿌렸으나 그 비도 보살의 위신력 때문에 땅에 이르자 갖가지 꽃비로 변하였다. 혹은 화살을 보살에게 쏘았으나 그 화살도 도로 활줄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혹은 동시에 5백 대의 화살을 쏘았으나 그 화살은 허공에 머무르고 내려오지 않았다. 혹은 긴칼을 들고 보살 앞으로 달려갔으나 보살 곁에 이르지 못하고 저절로 길 위에 거꾸로 넘어졌다. 나찰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몸이 검고 손에 촉루를 쥐고 보살의 마음을 환혹시키려 빨리 달려 보살에게 가까이 가려 하였으나, 출발한 곳에서부터 그 자리에서 뱅뱅 맴돌며 보살 곁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마군들은 몸과 뜻이 미혹하여서 갖가지 방편으로 해치려 했으나 그가 앉은 자리를 움직이지도 못했으니 서원과 지혜 힘이 굳기 때문이네.
020_0781_a_10L魔軍身意悉亂迷, 種種方便欲害聖,
不能驚動彼坐處, 以有誓願智力强。
020_0781_b_02L 혹은 사자의 포효를 내고 혹은 호랑이ㆍ곰ㆍ승냥이ㆍ표범 등 들짐승의 소리를 지었으니 그들의 소리를 듣는 이가 있다면 한량없는 중생들이 모두 공포를 낼 것이었다. 혹 어떤 귀신은 ‘죽여 버리자. 석가족의 아들을 죽여 버리자.’고 외치며 어떤 귀신은 ‘쳐부숴라, 쳐부숴라. 이 찰제리 아들을……’ 하고 외치며, 혹은 ‘때려죽여라. 이 사문을 때려죽여.’ 혹은 ‘이 구담을 상해하라, 상해해.’ 혹은 ‘베어 버려라, 베어 버려. 이 감자종을.’ 혹은 ‘이 찰제리종을 가루로 만들어라, 가루로 만들어.’ 혹은 ‘이 석가족 아들을 부셔 흩어라, 부셔 흩어.’ 혹은 ‘사문을 빨리 멸해라, 빨리 멸해.’ 혹은 ‘이 구담 아들의 뼈마디를 추려라. 뼈마디를 추려.’ 혹은 ‘ 뜻대로 해라, 뜻대로 해라. 편리한 대로 하라.’ 혹은 이런 말들을 했다. ‘멋대로 해라, 멋대로 해. 주저하지 말고 빨리 해라.’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는 가히 들을 수 없었다. 이 소리가 들릴 때 허공도 땅에 거꾸러지고 모든 대지가 조각조각 났다. 이 소리가 들릴 때 모든 들짐승들은 크게 부르짖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며, 모든 새들은 이 소리를 듣자 나무에서 저절로 땅에 떨어졌다. 그때 마군들과 모든 귀신들은 ‘시시’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리’라 소리치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혹은 ‘찍어라, 찍어’ 하고, 혹은 ‘끊어라, 끊어.’ 혹은 ‘죽여라, 죽여.’ 혹은 ‘베어라, 베어.’ 혹은 ‘마디마디 내어라.’ 혹은 ‘추려라, 추려’ 등의 이런 악한 소리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때 마왕의 아들 상주는 곧 두 손으로 마왕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부왕이여, 부왕이여, 그러지 마소서. 그러지 마소서. 부왕께서는 결코 그 실달태자를 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가 앉은 자리조차 움직이지 못합니다. 겸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죄를 짓습니다.” 그때 마왕 파순은 그 아들 상주가 간하는 말을 듣지 않고 보살 앞으로 달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020_0781_c_02L이때 한 정거천자가 허공에서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고, 마왕 파순이 산란한 마음으로 쫓아가 보살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선정에 든 마음에 미묘한 소리로 파순에게 말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너 이제 이 성인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 너는 속히 환혹의 악심을 버리고 본래 경계로 돌아가라. 너는 마침내 이 성인을 요동시키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아무리 사나운 바람이라도 수미산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정거천자는 마왕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020_0782_a_02L 중생이 큰 번뇌 바다에 빠졌으나 세간의 그 누가 뱃사공이 될 건가?
그는 큰 다리를 놓고자 하나니 너는 이제 무엇 때문에 이런 악심을 내느냐? 그는 오랜 겁 동안 모든 도행을 닦아 지금이 그런 과가 익을 때이니라. 그러므로 지난 옛날 모든 성인과 같이 이 나무 아래 가부좌를 맺었네
이때 그곳 보리수를 보호하는 여덟 천신(天神)이 있었으니 첫째는 공덕(功德)이요 둘째는 증장(增長)이요 셋째는 무외(無畏)요 넷째는 교변(巧辯) 다섯째는 위덕(威德)이요 여섯째는 대력(對力)이요 일곱째는 실어(實語)요 여덟째는 선회(善會)였다. 그들 여덟 천신은 보살을 우러러 눈도 깜짝하지 않으며 함께 16가지 상(相)으로 보살을 찬탄하고 이런 말을 하였다.
“파순아, 너는 이제 오래지 않아서 보살에게 항복당하리니 마치 건장한 자식이 다른 도적에게 잡혀 살해당하듯 하리라.
020_0783_a_11L‘波旬!汝今不久之閒,被菩薩降,猶如健兒被他賊殺一。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맞으리니 마치 겁약하고 야윈 사람이 힘센 장사 [力士]에게 얻어맞듯 하리라.
020_0783_a_13L波旬!汝今被菩薩撲,猶如怯弱羸瘦之人,爲大力士之所搥打二。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의 빛에 가려질 것이니 해가 솟아 작은 반딧불이를 가리듯 하리라.
020_0783_a_15L波旬!汝今被菩薩光之所覆蔽,猶如日出障翳於彼小螢火虫三。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의 위력으로 자연히 물러가 흩어지리니 마치 한 다발의 부서진 보릿짚이 큰바람에 불리듯 하리라.
020_0783_a_17L波旬!汝今被菩薩威自然退散,猶如一把碎末麥䅌被大風吹四。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이 두려워 헛발을 디디며 달아나리니 마치 작은 짐승이 사자에게 쫓기듯 하리라.
020_0783_a_19L波旬!汝今被菩薩怖失腳馳走,猶如小獸被師子追五。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뽑혀지리니 마치 사라수가 사나운 바람에 불려 뿌리째 땅에 넘어지듯 하리라.
020_0783_a_21L波旬!汝今被菩薩拔,如娑羅樹爲猛風吹合根倒地六。
파순아, 너 이제 보살에게 깨어지리니 원적(怨敵)의 성이 대력왕(大力王)에게 무너지듯 하리라.
020_0783_a_23L波旬!汝今被菩薩破,如怨賊城爲大力王之所摧滅七。
020_0783_b_02L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말려 지리니 소 발자국 물이 큰 가뭄에 햇빛에 말라버리듯 하리라.
020_0783_b_02L波旬!汝今被菩薩竭,如牛迹水爲盛旱日之所乾涸八。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퇴각을 당하여 머리를 숙이고 바로 달아나리니 죄인이 죽음을 당하려다가 문득 달아나듯 하리라.
020_0783_b_04L波旬!汝今被菩薩退低頭直走,如得罪人爲他所殺忽然得脫九。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요란을 당하리니 들 숲에 큰불이 나면 나는 새들이 어지러이 놀라듯 하리라.
020_0783_b_06L波旬!汝今被菩薩擾,如野澤內遭大猛火飛鳥亂驚十。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굴하여 속으로 걱정하리니 법대로 하지 않다가 문득 권세를 잃은 하대(下代)의 국왕과 같으리라.
020_0783_b_08L波旬!汝今被菩薩伏心內憂愁,如無法行忽失㩲勢下代國王十一。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박탈을 당하리니 마치 날개 없이 늙고 병든 큰 학과 같으리라.
020_0783_b_10L波旬!汝今不久當被菩薩剝脫,猶如無翅老病鴻鶴十二。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삭감당하리니 양식 없는 광야로 가는 사람과 같으리라.
020_0783_b_12L波旬!汝今不久當被菩薩減削,如行曠野無糧食人十三。
파순아, 너는 미구에 보살에게 겁탈을 당하리니 배를 잃고 큰 바다에 빠진 사람과 같으리라.
020_0783_b_14L波旬!汝今不久當被菩薩劫奪,如人失舶沒於大海十四。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불태워지리니 겁(劫)이 다할 때 모든 숲과 나무가 타 없어지듯 하리라.
020_0783_b_16L波旬!汝今被菩薩燋,如劫盡時一切稠林樹木燼滅十五。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거꾸러지리니 마치 금강으로 돌산을 두드려 깨듯 하리라.”
020_0783_b_18L波旬!汝今不久當被菩薩崩倒,猶如金剛打壞石山十六。
020_0783_c_02L이 천신들이 16가지로 파순을 헐뜯었다. 파순은 모든 천신들의 이런 꾸지람과 권고를 듣고서도 보살에게 쫓아가 살해하고자 했으므로 그들의 권고를 어겼다. 모든 천신들에게 욕을 당하고도 마음을 풀지 못해 본궁에 돌아가지 않고 분노를 더하여 군사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속히 일어나 급히 이 선인을 쳐부수고 그 목숨을 붙여 주지 말라. 이 사람은 이제 이미 스스로 저 언덕에 건너갔으면서도 내 경계 안에서 다시 한량없는 중생을 가르치려 하며 내 경계에서 나가게 하려 한다.” “내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라. 만약 네가 스스로 내 손에서 벗어날 줄 알거든 너 사문은 속히 일어나 달아나거라. 멀리 이 보리수 아래를 떠나면 오래 살 것이요, 괴로움을 만나지 않으리라.”
그때 보살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만약 저 수미산왕이 무너져 제 자리를 떠나고 일체 중생이 다 없어지고 모든 별과 해ㆍ달이 땅에 떨어지고 큰 바다가 다 마를지언정 나는 이제 보리수 아래 앉은 이상 옮기거나 움직이지 않으리라.” 마왕은 다시 진심을 내어 추악한 말을 토했다. “너희들은 이 구담 석가의 아들을 잡아 가지고 들고 날라서 당분간 죽이지 말고 빨리 우리 미묘한 궁전으로 데려 가서 항쇄와 족쇄로 얽어, 나의 문을 지키게 해라. 내가 노예를 보듯 자주 그의 여러 가지 액난을 보리라.”
너 이제 묘한 빛이 금상과 같고 면목이 청정하여 천인과 인간이 우러르나 이런 몸도 오래잖아 파괴되리니 이 마군의 군사들은 당할 수 없다. 잘 보라. 땅 위에나 허공 중에 갖가지로 변화해 가득 차 있으니 반드시 싸우려 해도 이기지 못 하리. 만약에 성을 내면 몸만 해치리.
범천 같은 음성, 가라빈가 음성으로 모든 야차와 나찰에게 이르니 미련하고 어리석다, 허공을 괴롭히려하다니. 이제 나를 위협함도 그렇다.
020_0784_a_08L梵音迦羅頻伽聲, 告諸夜叉羅剎等,
愚癡欲惱虛空體, 今來怖我亦復然。
금강저로 수미산을 깨고 입으로 불어 큰 바다를 말리고 혹은 성난 용을 손으로 잡으며 이렇게 한들 너희들이 내 마음을 움직일까?
020_0784_a_10L能以金剛破山王, 或用口吹竭大海,
或猛瞋龍持手執, 如是彼能動我心。
마군들은 분노하여 산에 불을 놓고 나무를 빼어 뿌리 채 요란스레 던지며 구리를 녹인 붉은 물을 별처럼 뿌리고 혹은 손에 악독한 뱀을 들고 혹은 낙타ㆍ말ㆍ흰 코끼리의 머리나 고양이ㆍ야간ㆍ원숭이 머리로 성난 뱀과 용의 독 뿜는 혓바닥으로 벼락과 번갯불을 번쩍여 날리며 흙과 돌, 우박, 금강을 비처럼 내리고 혹은 쇳덩이와 모든 병기 비처럼 내리니 창과 긴 칼과 세 가닥 창이라.
020_0784_b_02L 혹은 금강의 이빨 가진 독사를 나투네. 땅에 떨구어 나무 가지를 부수며 갖가지 갑옷의 군사가 부르짖고 백 개 팔에 백 개 살을 쏘며 뱀의 입에서 사나운 불꽃을 뱉고 수미산 같은 철환을 떠받들고 무서운 불비를 내리며 땅을 넘어뜨려 쪼개어 밑바닥에 사무치고 혹은 몸을 숨겨 앞뒤로 둘러싸네. 혹은 좌우와 발 옆에까지 손발을 거꾸로 해 연기와 불을 내고 문득 도로 입을 벌려 크게 웃나니 이렇게 무서운 모든 마군의 군사들을 보살은 꼭두각시같이 보았네. 이러한 마군의 힘은 목숨도 앗으려 하나
그는 물 가운데 달인 양 보았네. 또한 진짜 남자나 여자의 형상이 아니며 나[我]도 아니요, 명(命)이나 중생도 아니라 보았네. 눈과 코, 귀와 입, 몸과 뜻 등은 안팎의 인연으로 각각 스스로 이루어진 것 이 모든 것은 원래 그런 것이요, 만든 사람 없어라. 내 이런 말은 헛되지 않거니 믿지 않으면 다시 맹세를 하리라. 내 이제 그들을 보자 하니 나를 겁내게 하러 왔지만 모든 법의 체성(體性)과 내 몸도 일체가 다 공하여 참됨이 없다.
이때 마군의 야차 무리들이 여러 가지 형상의 온갖 몸으로 이렇게 보살을 위협할 때, 보살은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마왕 파순은 더욱 화가 나서, 내심 근심을 품어 근심이 온몸에 가득 차 스스로 편안하지 못했다. 게송이 있었다.
마군의 권속들은 매우 무섭게 각각 온갖 두려운 형상을 지었으나 그 보살이 놀라거나 겁먹지 않는 것을 보고 파순의 마음은 수심과 원한만 더했네.
020_0784_b_13L魔家眷屬大可畏, 各作種種恐怖形,
見彼菩薩不驚惶, 波旬心愁劇瞋恨。
020_0784_c_02L 이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마왕 파순은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갖가지 일을 저지르면서 스스로 알지 못하니 나는 이제 법다운 말로 그의 모든 악행을 끊으리라.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마왕 파순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마왕 파순아, 너는 자세히 듣거라. 내 본래 이 보리수 아래 와서 맨 처음에 한 묶음의 풀을 펴고 앉았다. 무슨 까닭인가? 나중에 너 파순과 원수가 되어 싸워 다투고 악한 말로 꾸짖을까 저어해서이다. 너 파순은 모든 악행을 지어 착한 마음이라곤 없구나. 내 이제 너의 일체 원한을 끊으며 너희들의 모든 악업을 멸하리라. 악마 파순아, 만약 원한의 마음을 내서 ‘무엇 때문에 보살이 이 나무 아래 풀을 깔고 앉아 분소의(糞掃衣)를 입었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네 마음에 이 일이 그렇게 질투가 나거든 악마 파순아, 우선 너의 마음을 안정하여라. 내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면 뒤에 이런 모든 일을 너에게 부촉하리라. 너는 부디 마음을 돌이켜 크게 기뻐하라. 마왕 파순아, 지금 네 마음속에 ‘우리들은 보살을 위협하여 이 자리를 버리고 달아나게 하여 머물지 못하게 하리라’맹세하였다. 그러나 나는 다시 넓고 큰 서원으로 ‘내 이제 이 몸이 이 자리에 앉았거니 가령 어떤 인연이 있어 이 자리에 앉은 채 몸이 가는 티끌같이 부서지고 목숨을 갈아 없애더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하면 마침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마왕 파순아, 이런 차례로 우리들은 마땅히 관찰하리라. 누가 용맹스럽고 서원의 힘이 강하여 먼저 이 원을 성취하는가? 나냐, 혹은 너냐, 혹은 너의 군사 무리들이냐? 만약 내 복업의 선근력이 강하면 내 응당 이 서원을 성취함이 헛되지 않으리라.” 그리고 보살은 마왕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너는 옛적 한 번 무차회를 베풀고 금세에 이런 큰 권위를 얻었으나 나는 한량없는 수억 아승기겁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갖가지를 베풀었노라.
020_0784_c_19L汝昔施一無遮會, 今得如是大威㩲,
我於無量億僧祇, 爲諸衆生種種施。
그때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게송을 읊었다.
020_0784_c_21L爾時,魔王波旬復向菩薩而說偈言:
내 옛날 제사 지내고 무차회 베품은 그대가 지금 나의 헛말 아님을 증명했거니와 그대가 약간(若干) 겁에 보시 행한 것 누가 이 말 믿겠기에 나를 항복시키려 하느뇨.
020_0784_c_22L我昔祭祀無遮會, 汝今驗我旣非虛,
汝若干劫布施行, 誰信此言欲降我。
020_0785_a_02L 마왕 파순이 게송을 읊고 나자, 그때 보살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으며 겁내거나 약하지도 않고 생각을 집중하여 어지럽지 않았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공포를 버려 몸에는 털이 고르게 쓰러졌고 보는 눈길이 조용하였다. 오른손을 펴니 손톱이 구리같이 붉고 갖가지 모든 상(相)으로 빠짐없이 장엄되어 있었다. 이는 한량없는 천만 억겁에 모든 행을 닦은 공덕과 선근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는데, 그 손을 들어 머리를 만졌다. 손으로 머리를 만지고 나서 또 다리와 발을 만졌다. 다리와 발을 만지고서 자비심으로 마치 용왕과 같이 보려고 머리를 들었다. 머리를 들어 마군의 무리들을 잘 관찰하고 나서 천 만 가지 공덕을 가진 오른손으로 대지를 가리키고 게송을 읊었다.
이 땅은 일체 물건을 내어 상(相)없이 평등한 행을 하도다. 이것이 나를 증명한다면 헛말 아니리니 원컨대 현전에서 진실을 말하라.
020_0785_a_11L此地能生一切物, 無有相爲平等行,
此證明我終不虛, 唯願現前眞實說。
020_0785_b_02L 이때 보살이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이런 말을 하자 이 땅을 지고 있는 지신(地神)들은 모든 진기한 보배로 스스로 장엄하였다. 가장 묘한 천관(天冠)ㆍ귀고리ㆍ손목걸이와 팔찌ㆍ가락지 등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또 갖가지 향화를 7보 병 안에 담아서 두 손으로 받들고 보살의 자리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땅 속에서 문득 솟아올라 반신을 나타내고 공경히 보살에게 몸을 굽혀 아뢰었다. “가장 큰 장부시여, 내 당신을 증명하리다. 내 당신이 지난 옛날 천만억 겁 동안 무차회를 베푼 것을 아나이다.” 이 말을 하고 나자 그 땅과 3천대천세계가 두루 6가지로 진동하고 큰 소리를 냈다. 마치 마가다국에서 구리 종을 치는 소리가 진동하며 널리 퍼지듯 했으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18가지 상(相)이 구족했다.
그때 마군의 일체 군사들과 마왕 파순 등 이렇게 모였던 것들이 모두 물러나 흩어졌다. 세력이 꺾여 당하지 못하고 각각 도망쳐 달아남으로써 그 진영은 깨어졌으며 저절로 공포심이 일어나 안심하지 못하고 실각해 동서남북으로 달아났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흰 코끼리는 거꾸러져 넘어지고 말은 기운이 다 되어 누워버렸다. 수레는 다리가 꺾여 이리저리 뒹굴고 군사들은 정신이 아득하여 꼼짝하지 못했다. 혹은 활ㆍ긴 칼ㆍ삼지창ㆍ창ㆍ작은 도끼ㆍ큰 도끼 등 모든 군기들이 손에서 저절로 땅에 떨어지고, 또 온갖 견고한 갑옷도 저절로 부서져 몸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사방으로 다투어 숨고 도망하다가 그 얼굴을 땅에 대고 눕거나 ,땅에 거꾸러져 쳐다보며 뒹구는 시체가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혹은 산으로 내빼고 혹은 땅구멍에 들어가고 혹은 나무를 의지하고 혹은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고 혹은 마음을 돌려 보살에게 귀의하고 구호와 양육을 빌었다. 그 보살에게 귀의한 것들은 본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그때 파순은 대지의 소리를 듣고 크게 겁이 나서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동서를 가리지 못하였다. 상공(上空)에서는 오직 이런 소리만 들렸다. “아무를 잡아라, 아무를 치라, 아무를 없애라, 아무를 죽이라, 아무를 끊어라, 아무의 어둔 행동을 모두 없애버리라, 파순을 놓아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