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0785_c_01L불본행집경 제30권
020_0785_c_01L佛本行集經卷第三十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020_0785_c_02L隋天竺三藏闍那崛多譯


32.보살항마품 ②
020_0785_c_03L菩薩降魔品下

그때 그곳에 다른 지신(地神)이 한 병의 청량한 물을 가지고 마왕 위에 뿌리며 이런 말을 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빨리 일어나 너희 본궁으로 달아나라. 이제 너 때문에 마침 갖가지 병기들이 와서 너를 살해하고자 하고 마디마디 너를 토막치려 한다.”
그러나 그 마군들은 본래 모습에서 괴상한 몸으로 변현해 와서 갖가지 병기를 가지고 이렇게 놀라게 하고는 다시는 다른 형상을 나타내지 못하고 본래 처소에 돌아갔다.
그들은 각각 서로 아득하여, 잃어버린 지 7일이 지난 뒤에 만나기도 혹은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서로 만난 것들은 각각 부여잡고 ‘어머니’, ‘아버지’하고 곡하며, 혹은 ‘형이여’, ‘동생이여’, ‘누나여’, ‘누이여’하고 곡하며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큰 액(厄)을 만났으니 이것은 우리들의 불행이다. 우리들이 지금 목숨을 부지하여 온 것도 매우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때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785_c_04L爾時彼處別有地神將於一缾涼冷之水灑魔王上而告之言汝魔波旬速疾急起走向自宮今爲汝故當有種種器仗欲來害於汝身節節解汝而彼魔衆本時所作雜類形容殊異身體變現而來執持種種兵戈器械如是怖已不能復形還如是歸至本來處各相迷失經由七日於後或有得相見者或不相見其相見者各相借問或復哭母或復哭父或兄或弟或姊或妹互相謂言我等今者値此大厄是我等殃我等今得本命而還深是我等不可思議而有偈說

보살의 오른손은 백가지 복으로 장엄되고
손가락엔 그물 무늬, 붉은 손톱이며
손바닥 안에는 천복 바퀴 상(相)이 빛나고
염부의 금빛 묘한 빛이 가득한데,
손으로 조용히 머리와 발등을 만지시네.
이렇게 손바닥은 구름 같고 번개 같았네.
020_0785_c_17L菩薩右手百福嚴
諸指網羅赤紅甲
掌內千輻輪相炳
閻浮金光妙色充
以手安庠摩頭趺
如是掌下似雲電

대지여 너는 증명하라 하면서 말했네.
지난 옛날 무수겁에 수행하면서
모든 걸인에게 어긴 적 없었다.
물과 불, 바람의 신아, 다 증험하라.
범천이며 제석천과 해와 달까지도
시방의 모든 부처도 다 살펴 아시리.
020_0785_c_20L口言大地汝明我
往昔無數劫修行
所有來乞曾不違
水火風神皆驗實
梵天帝釋幷日月
十方諸佛悉鑑知
020_0786_a_02L
내 고행하여 보리를 구했네.
보시와 지계, 정진과 인욕
선정이며 지혜 등 6바라밀과
4무량심과 온갖 신통 등
이런 차례로 조도(助道)의 인(因)을
모두 다 수행해 증득하였네.
020_0786_a_02L如我苦行求菩提
布施持戒精進忍
禪定智慧等六度
及四無量諸神通
如是次第助道因
一切熏修盡皆證

시방에서 내 모든 공덕 지을 제
무차회를 열고 보시하였거든
너 마군은 1만 분의 1도 안 된다.
이때 손으로 땅을 가리키자,
그 땅은 진동하여 종소리 같고
6가지로 솟고 꺼져 바다도 끓었다.
020_0786_a_05L十方我作諸功德
般遮于瑟及檀那
汝魔萬分無一毫
是時以手指此地
其地震聲若鍾響
六種涌沒海波濤

마왕은 이것 보고 기절해 쓰러지고
공중에서 그를 잡으란 소리가 나네.
항복하여 얼굴빛을 잃고
스스로 보살의 위력보다 못한 줄 알아,
가슴을 치면서 크게 울부짖으나
몸이 피로하고 의지할 곳 없어
사방으로 이리저리 달아나면서
마음이 답답하여 정신이 없네.
020_0786_a_08L魔睹倒地悶不蘇
或有空音唱縛撮
雖降面失於光色
自知不及菩薩威
椎胸大哭唱叫聲
身體疲乏無歸處
東西南北縱撗走
心迷悶絕無有情

코끼리, 말, 수레의 병력이 꺾이고
구반다며 비사차와 나찰 군사들
자연히 놀라 별처럼 흩어져
물러나 달아나 길을 찾아 방황하나니
새떼가 들판에서 불을 만나 날듯이
부모 형제 자매들과 자녀들까지
서로 찾아도 길을 몰라
각각 ‘너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네.
020_0786_a_12L象馬車兵力悉摧
鳩槃毘舍遮羅剎
自然驚怖悉星散
退走求道各迴遑
如鳥在澤被火飛
父母兄弟姊妹女
兩兩相求不知道
各問汝今何處停

설혹 만나도 서로 싫어지고
액을 만나면 곧 죽을까 겁난다고 말하네.
그 모든 마군들 수가 수억이지만
구름이 흩어지듯 홀연히 사라지네.
이렇게 7일 동안 괴롭게 지내고
뒤에 다시 만나 살았다고 말하며
우리들의 마음은 이제 기쁘다 하네.
020_0786_a_16L設得相見迭相嫌
俱云厄至恐失命
彼諸魔衆無億數
忽然消滅似散雲
如是苦經七日中
後遇相逢唱言活
我等心今大歡喜

그때 저 보리수 신(神)은
자비심으로 냉수 한 병을 가지고
마왕 위에 뿌리며 이런 말을 했었네.
빨리 일어나 마음대로 가거라.
너 이제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
뒤에 액난을 만나도 달게 받아라.
020_0786_a_20L時彼菩提樹大神
慈心將冷水一缾
灑於魔上作是說
速起莫住隨心去
汝今若不取我言
後値厄難當分甘
020_0786_b_02L
야차와 나찰 구반다들이며
마후라가와 비사차 등이
세간의 무서운 형상을 갖추어
마왕이 이끌고 보리수 아래 와서
보살을 무섭게 위협하려 했으나
단정한 얼굴에 모든 상이 원만해
공덕이 구족하여 일천 해가 빛나듯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수미산 같네.
020_0786_a_23L夜叉羅剎鳩槃等
摩睺羅伽及毘舍
世閒所有可畏形
魔王率將樹下來
欲望恐怖於菩薩
端正容顏諸相滿
功德具如千日光
心不驚動猶須彌

마군의 무리들은 환화(幻化)와 같다
모든 법 다름 없고 분별도 없이
별 같고 이슬 같고 뜬구름 같다.
법상(法相)을 이렇게 생각하고서
마음 놓고 굳건히 가부좌를 맺고
만약에 아(我)가 있는 마음으로 듣고 본다면
삿된 생각으로 탐심이 나리라 하였네.
020_0786_b_04L觀彼魔衆如幻化
諸法無異無分別
如星如露如浮雲
法相如是正思惟
安心善住結加坐
若有我心彼聞見
如是邪念則生貪

어리석은 사람이 나[我]를 집착할 때엔
마음 있기 때문에 공포를 낼 것이나
석가모니 큰 존자께서는
모든 법이 평등함을 관하나니
12가지 인연이 서로 이어 남으로
마음과 경계가 공하여 참됨이 없고
삿된 마(魔)를 보아도 놀람이 없다.
부질없이 신체만 피곤하여서
나무나 돌, 칼과 창 병기들을 모두 버리고
권속들도 달아나 의지할 곳이 없네.
020_0786_b_07L癡人作是著我時
以心念故見恐怖
釋迦牟尼大尊者
觀於諸法平等如
十二因緣相續生
心意境界空無實
見諂曲魔不驚動
乏頓無利身體疲
木石刀杖悉棄捐
眷屬馳走無依怙

이때 마왕 파순의 장자 상주는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참회를 구하여 이렇게 말했다.
“크게 착하신 성자(聖子)여, 저의 부왕의 고백과 사죄를 들어 주소서. 어리석고 천박하기 어린아이 같아서 지혜가 없었나이다. 우리는 이제 성자를 뇌란시키려고 마군의 무리를 이끌고 와서 갖가지 모양을 나투어 성자를 위협했습니다. 제가 앞서 아버지께 충정한 마음으로 아뢰었습니다. ‘비록 지혜로운 사람이 모든 술법을 잘 안다 해도 저 실달태자를 항복시키지 못하는데 하물며 우리겠느냐’고. 성자께서는 부디 저의 아비를 용서하여 주소서. 저의 아비는 지혜가 없어 도리를 모르고 이렇게 대성왕자를 괴롭혔으니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대성왕자여, 부디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옵소서.”
020_0786_b_12L爾時魔王波旬長子名曰商主卽以頭頂禮菩薩足乞求懺悔口唱是言大善聖子願聽我父發露辭謝凡愚淺短猶如小兒無有智慧我今忽來惱亂聖子將諸魔衆現種種相恐怖聖子我於已前曾諮父言以忠正心≺雖有智人善解諸術猶尚不能降伏於彼悉達太子況復我等≻但願聖子恕亮我父我父無智不識道理如是恐怖大聖王子當何取生大聖王子願仁所誓早獲成就速證阿耨多羅三藐三菩提
020_0786_c_02L이때 모든 하늘들 중에 보살에게 믿음을 낸 이들이 허공과 지상에서 혹은 여러 곳에서, 모두 기쁨이 몸에 가득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리리 기기 리리’하고 부르짖자 그 소리는 사방 허공에 가득 차 울렸다. 온갖 의상(衣裳)을 희롱하며 말하였다.
“오오 희유하도다 보살이여, 이제 모든 마와 그의 군사들을 항복시키셨도다.”
하고 하늘의 음악을 짓고 하늘의 노래를 지어서 보살을 찬탄하였다. 또 하늘의 꽃 만다라ㆍ마하만다라ㆍ만수사ㆍ마하만수사ㆍ우발라ㆍ구물두ㆍ발두마ㆍ분타리꽃들과 하늘의 전단 가루향을 보살 위에 뿌렸다. 뿌리고 또 뿌리고 비내리고 또 비내렸다.
게송이 있었다.
020_0786_b_24L爾時所有一切諸天向於菩薩生信行者若虛空中及在地上或復諸方彼等悉大歡喜踊躍遍滿其體不能自勝以歡喜心口唱是言唎唎▼(口*祁)▼(口*祁)梨梨其聲遍滿四方虛空震叫響徹弄諸衣服嗚呼希有菩薩今已降伏諸魔及魔軍衆以作天樂以作天歌歎菩薩復將天花曼陁羅花摩訶曼陁羅花曼殊沙花摩訶曼殊沙花鉢羅花拘勿頭花鉢頭摩花分陁利以天栴檀細末之香散菩薩上已復散雨而更雨有偈說言

보살이 이미 마왕을 항복 받자
이 대지는 6가지로 진동했네.
중생이 무명의 어둠에 빠졌는데
대성의 신통한 빛은 고루 비추네.
020_0786_c_13L菩薩旣降伏魔王
此之大地六種動
衆生沒在無明暗
大聖神光普照明

하늘 땅이 열려 해와 달이 빛나듯
마치 부녀자가 얼굴을 장엄하듯
허공에서 갖가지 꽃비를 내렸네.
만다라ㆍ만수사와 온갖 꽃들을.
020_0786_c_15L天地開朗日月輝
猶如婦女莊嚴面
虛空下種種花雨
曼陁羅等及餘花

이때 또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하늘들 수천 만억과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제석천왕 등도 모두 다 크게 기뻐하며……온몸 가득 기쁨에 차 어쩔 줄 몰라 하며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성자께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시리라.”
이때 보리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라용왕이 있었는데 곧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했다.
020_0786_c_17L爾時復有無量無邊諸餘天等千萬億數娑婆世主大梵天王及帝釋等皆大歡喜乃至遍體不能自勝合十指掌頂禮菩薩口作是言今此聖者必證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時其處菩提樹下相去不遠有一龍王名曰迦羅卽便以偈歎菩薩言
020_0787_a_02L
내 옛날 부처의 해가 뜨는 걸 보았네.
다 이곳 보리수 아래서
큰 신통과 희유한 일을 지었고
교묘로운 방편으로 마왕을 항복받았네.
020_0786_c_24L如我昔睹佛日興
還如此處菩提樹
作大神通希有事
善巧方便降魔王

세존께서도 이제 그렇게
풀을 깔고 가부를 맺고 편히 앉아
마음으로 반연하지 않고 바른 뜻으로 머물러
한 생각도 놀란 적이 없었네.
이렇게 용맹한 큰 정진으로
결정코 최고인 모니불이 되셨네.
020_0787_a_03L世尊今者亦復然
鋪草結加安隱坐
心不攀緣正意住
曾無一念蹔時驚
如是勇猛大精進
決定最勝牟尼佛

이 대지는 6가지로 진동하여
그 메아리가 종소리같이 크게 들렸고
동서남북으로 솟고 또 잠겼거니
오래잖아 반드시 훌륭한 깨달음 성취하리다.
020_0787_a_06L而此大地六種動
其響震吼如鍾聲
東西南北涌復潛
不久必成大勝覺

허공에 가득 찬 모든 하늘 대중들
그 수가 백천 만억 나유타로서
미묘한 소리내며 마음도 크게 기뻤으니
당신은 이제 크게 묘한 대성이 되시리.
020_0787_a_08L虛空閦塞諸天衆
百千萬億那由他
唱聲微妙心喜歡
仁今必作大妙聖

셀 수 없는 수만억 모든 하늘들
각기 의복을 희롱하며 허공에 가득해
이러한 좋은 징조 끝도 없으니
당신은 지금 성불하여 큰 성인이 되시리.
020_0787_a_10L諸天萬億不可數
各弄衣服滿虛空
如是預相無有邊
仁今作佛成大聖

수천만의 나유타 하늘들이
허공에서 합장하고 공경 정례하오니
이러한 징조의 서상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크게 존귀한 각자(覺者) 되시리.
020_0787_a_12L千萬那由他天衆
在空頂禮合掌恭
此之先應難具言
仁今作佛大尊覺

하늘의 모든 동자 억천만들이
크게 기뻐 하늘의 묘한 꽃으로
당신 위에 구름같이 비를 내리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세존이 되시리.
020_0787_a_14L天諸童子億千萬
喜歡手執妙天花
於仁者上雨花雲
仁今作佛世尊勝

이 보리수 주위의 나무들은
가지들이 모두 다 당신을 향해 굽었소.
이 모든 서상 한 가지가 아니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극히 존귀한 분 되시리.
020_0787_a_16L周帀菩提樹林木
枝頭皆向尊屈低
此諸瑞相非一條
仁今作佛大尊極

당신은 이미 하늘의 마군을 항복받아
무서운 소리와 기이한 형상을
다 자비로써 두루 섭화하시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크게 존귀한 칭호를 얻으시리.

가라 용왕은 보살을 찬탄하고는 마음이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
020_0787_a_18L仁旣降伏天魔衆
可畏音響及殊形
悉以慈力攝化周
仁今作佛大尊稱
迦羅龍王歎佛已
心生快樂大喜歡

33.성무상도품(成無上道品)
020_0787_a_21L佛本行集經成無上道品第三十三
020_0787_b_02L
이때 보살은 이미 일체 마군을 항복받고 모든 독한 가시를 빼내고 승리의 깃대를 세우고 금강좌(金剛座)에 앉아서 모든 세간의 다투는 마음을 멸하였다. 다투는 마음을 멸하고 나서 안팎으로 조복하고 마음이 청정한 행으로 일체 세간 중생과 안락을 얻게 하고자 하였으며, 일체 악한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게 하고 그들에게 맺힌 때[垢]를 끊어주고자 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수면과 얽힘과 덮임을 제멸하니, 마음에 청정을 얻어 광명이 앞에 나타나고 바른 생각이 원만하며, 또한 중생에게도 모든 수면과 덮임의 장애를 끊게 하였다. 스스로 일체 희롱을 끊고 없애 청정한 마음을 얻어 탁하고 어지러움이 없으며, 또한 중생에게도 일체 희롱하는 마음을 멸하여 청정을 얻게 하였다. 스스로 일체 의심하고 뉘우치는 마음을 끊고 어둡고 나쁜 행을 떠나서 선악 일체법 가운데 의심이나 걸림이 없이 청정한 마음을 얻었다.
020_0787_a_22L爾時菩薩旣已降伏一切魔怨拔諸毒刺建立勝幢坐金剛座已滅一切諸世閒內諍鬪之心滅諍鬪已內外調伏心淸淨行爲令一切世閒衆生作利益故爲令一切世閒衆生得安樂故爲令一切諸惡衆生發慈心故爲斷一切諸惡衆生結垢行故自已滅除睡眠纏蓋心得淸淨光明現前正念圓滿亦教衆生令斷一切睡眠覆障自已斷除一切調戲得淸淨心無有濁亂亦教衆生令滅一切調戲之心使得淸淨自斷一切疑悔之心離暗弊行於諸善惡一切法中無有疑滯得淸淨心
020_0787_c_02L보살은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마음을 끊고 나자 번뇌가 점점 엷어졌다. 왜냐하면 이런 다섯 가지 법은 지혜를 덮고 막기 때문이며, 또 지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열반으로 가는 미묘하고 착한 길을 막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체를 다 버리고 모든 욕심과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고 안팎을 분별하여 생각하고 관찰하자, 마음이 적정하여 희락(喜樂)을 증득하고자 초선법에 들어가 행하였다.
그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처음 증상심(增上心)을 증득하여 안락 미묘한 법을 얻었으며, 마음이 방일하지 않으니 마침내 바른 생각으로 마을을 버리고 떠나 아란야를 의지하여 행하는 법을 다 얻으리라.’
이때 보살은 모든 분별관(分別觀)을 버리고 청정한 속마음에 분별이 하나도 없게 하려고 삼매에서 환희락(歡喜樂)을 내고 나서 제2선법(禪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020_0787_b_13L爾時菩薩得斷如是五種心已煩惱漸薄所以者何此等五法能爲智慧作覆障故能爲智慧作不佐助遮於涅槃微妙善路如是一切悉皆棄捨離諸欲心及不善法分別內外思惟觀察一心寂定欲證憙樂入於初禪法中而行爾時菩薩如是思惟我今已證初增上心現得安樂微妙之法心不放逸應當正念捨離聚落依阿蘭若所行法者盡令得之是時菩薩欲捨一切諸分別觀淸淨內心一無分別從三昧生歡喜樂已證第二禪法中而行
그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지금 이미 이 둘째번 증상심을 내어……모든 악한 것을 버리고 모든 행을 이루고 2선에 들었도다.’
그때 보살은 환희를 떠나고 사(捨)하는 행이 청정하여 정념(正念)과 정혜(正慧)로 몸에 안락을 받았다. 성인들이 찬탄한 대로 모든 악을 버리고 이미 안락을 얻어 이렇게 증상하여 제3선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020_0787_c_03L爾時菩薩復如是念我今已生此二增心乃至捨離一切諸惡成衆行已入二禪時菩薩厭離歡喜捨行淸淨正念正慧身受安樂如聖所歎捨於諸惡已得安樂如是增上證第三禪法中而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내가 셋째로 얻은 증상심이다. 아란야에서 행하는 것이다.’
이때 보살은 낙(樂)과 고(苦)를 버리고자 하여, 앞에서 고락에 대한 분별을 버렸듯이 괴로움도 없이 즐거움도 없이 모두 버리고서 바른 생각이 청정하여 제4선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020_0787_c_09L爾時菩薩復如是念此我第三增益之心乃至在於蘭若行者是時菩薩欲捨樂欲捨苦如前所捨分別苦樂無苦無樂悉捨正念淸淨證第四禪法中而行
그때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는 나의 증상한 마음이며 넷째로 나타나는 안락행의 법인데, 이미 증득해 알았으므로 마음이 방일하지 않는다. 선남자는 바른 생각과 한 마음으로 아란야에 의지하여 적정하게 행하리라.’
020_0787_c_14L爾時菩薩復更思惟此我增心第四現見法安樂行已得證知心不放逸善男子應正念一心在阿蘭若寂靜而行
020_0788_a_02L이때 보살은 이렇게 한 마음이 청정하고 때[垢]가 없으며 막힘도 없고 가리움도 없었다. 모든 괴로움과 근심을 없앴으며 조화롭고 부드럽게 모든 할 일을 이미 결정하였다.
그 날 밤 초경(初更)에 몸의 신통을 이루려고 갖가지 신통의 경계를 받으려 하였다. 즉 한몸이 많은 몸이 되고 다시 많은 몸이 한 몸이 되며, 한 몸이 된 뒤에 위 허공 중에서 없어졌다가 밑에서 나오고 밑에서 없어졌다가는 위에서 나타나서, 숨고 나툼을 마음대로 하고 이리저리 어디나 나타남도 그러하였다. 산 벼랑과 석벽을 뚫고 지나가도 걸림이 없이 생각하는 대로 갈 수 있었다. 벽에 들어 갔다가 곧 나오며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 마치 안개 속에 꺼졌다가 나타나고 나타났다가 도로 꺼지듯 하였다.
020_0787_c_18L爾時菩薩如是一心淸淨無垢無障無翳一切苦患悉皆除滅調和柔軟可作諸業已住決定其夜初更欲成身通受於種種神通境界所謂一身能作多身復合多身還作一身作一身已於虛空中上沒下出下沒上出隱顯自在撗遍亦然穿過山崖石壁無㝵應念而行入壁便出出已還入譬如霧中沒已卽現現已還沒
또 물에 들어가듯 땅에 들어가고 땅을 밟듯 물을 밟으며, 날아 다니는 새처럼 허공에 출몰하였다. 큰 불무더기 같은 연기를 내고 불꽃을 내며, 위덕이 가장 높고 위풍당당한 해와 달을 손바닥으로 잡아서 어루만지며 장대한 몸을 나투어 범천에까지 이르게 했다. 마치 솜씨좋은 공장과 그 제자들이 깨끗한 금을 가지고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들 때, 마음만 먹으면 곧 이루어지고 값이 싼 지 비싼 지를 가려내듯 했다. 옹기장이와 그 제자들이 진흙 덩어리를 뭉쳐 바퀴 위에 놓고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이루며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잘하는 대목과 그 제자들이 썩지도 마르지도 않은 나무를 가려서 베고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이루며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상아(象牙) 기술자와 그 제자들이 좋은 상아를 얻어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만들고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보살도 또한 그러하였다. 이렇게 청정한 마음과 탁하고 더러움이 없는 마음과 막히고 걸림이 없는 마음과 근심과 걱정이 없는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과 업을 성취하는 마음과 참으로 적정한 마음을 성취하였다. 그리고는 초경에 갖가지 신통을 닦아 익히고 지혜의 마음을 성취하여 갖가지 신통의 경계를 나타내었다. 즉 한 몸이 많은 몸이 되며……몸이 범천에 이르는 등 보살은 마음에 이런 적정과 이런 청정과 이런 때 없음과 이런 걸림 없음을 얻어 일체 번뇌의 근심과 누를 제멸하고 모든 업을 짓고 나자 마음에 적멸(寂滅)을 얻었다.
020_0788_a_04L入地如水履水如地出沒虛空猶如飛鳥或放煙熏或出光焰如大火聚日月威德最大巍巍能以手掌而捫摸之現長大身乃至梵天譬如工巧巧師弟子取淸淨金作諸器皿隨意卽成亦分別知彼價貴賤如工瓦師瓦師弟子成就泥團置於輪上欲作何器卽便得成亦知其價如善木師木師弟子伐取樹木不腐不枯欲作何器卽能得成亦知其價如象牙師牙師弟子得好象牙欲作何器卽能作成亦知其價如是如是菩薩亦然如是成就淸淨之心無濁穢心無隔㝵心無患累心柔和軟心成就業心眞寂定心於夜初更修習造作種種神通成就智心出現種種神通境界所謂一身作於多身略說乃至身至梵天菩薩心得如是寂定如是淸淨如是無垢如是無翳除滅一切煩惱患累造諸業已心得寂滅
020_0788_b_02L보살은 이날 밤 초경에 다시 숙명(宿命)의 신통을 증득해 알고 심행(心行)을 성취하고자 하였으니 자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하는 수를 알고자 했다.
이른바 몸을 받아 한 번 난 곳, 두 번 난 곳ㆍ셋ㆍ넷ㆍ다섯ㆍ여섯ㆍ일곱ㆍ여덟ㆍ아홉ㆍ열ㆍ스물ㆍ서른ㆍ마흔ㆍ쉰ㆍ백ㆍ2백ㆍ천ㆍ만ㆍ한량없는 억만ㆍ반겁(劫)ㆍ소겁(小劫)ㆍ중겁ㆍ대겁ㆍ한량없는 소겁ㆍ한량없는 중겁ㆍ대겁 등에 내가 옛날 어느 곳에 나고 내 이름은 누구이며 어떠한 종성이며 어떤 종류이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복락을 누렸으며 수명은 얼마였고 어떻게 죽었으며 또는 그곳에 나고 그곳에 났다가 다시 죽었는가 하는 등이었다.
020_0788_a_24L爾時菩薩還於是夜初更之中更欲證知宿命神通成就心行欲於自心知他人心種種念數所謂受身一生之處二生之處三四五六七八九十二十三十四十五十一百二百一千一萬無量億萬半劫小劫中劫大劫無量小劫中劫大劫我昔某處我名字某如是姓族如是種類如是飮食如是受樂如是壽命如是死已生於彼處彼生復死
이때 보살은 이러한 상(相)과 이러한 행(行)으로 갖가지로 숙세(宿世)를 알았으니 자신의 숙세는 물론 다른 사람의 숙세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갖가지 숙명도 알았으니,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 마을에서 나와 다른 마을에 이르러 그 길을 갈 때 어느 곳에 앉았으며 어느 곳을 갔으며 어느 곳에서 잠자고 어느 곳에서 말하고 어느 곳에서 말이 없었음을 알며, 이 마을에 이르러서는 저 마을의 거리를 알며 길을 갈 때 어느 곳으로 가고 어느 곳에 앉고 내지 어느 곳에서 자고 눕고 말하고 말 없었으며, 저 마을에 이르렀다가 이 마을로 돌아온 것도 이렇게 생각하자 다 알았다.
이 마을에서 얼마간 지나 저 마을에 갔는지, 또 어느 곳에서는 얼마간 머물고 얼마간은 말하고 얼마간은 말이 없었는지, 얼마간을 지나 또 어느 읍(邑)에 갔는지, 또 그곳에서 알마간을 가고 앉고 일어나고 눕고 말하고 묵묵하고 머물렀는지를 알았으며 내지 다른 마을에 이른 것까지 다 이렇게 알 듯 보살도 그러하였다.
020_0788_b_11L爾時菩薩以如是相如是行知種種宿世自身旣爾他身亦然又復自知種種宿命譬如有人從自聚落出已至於他聚落行於其道路知何處坐知何處行知何處眠知何處言知何處默至此聚落知彼聚落其閒近遠行路之時何處而行何處而坐乃至何處眠臥言默至彼聚落還已聚落復如是念思惟悉知從此聚落經若干時至彼聚落復於某處若干時住若干時行若干時坐若干時語若干時默過若干時復至某邑復知彼處若干時行坐起眠臥語默停泊乃至到於已聚落已悉如是知菩薩亦然
020_0788_c_02L이렇게 마음을 정하여 청정한 마음ㆍ때와 더러움이 없는 마음ㆍ이렇게 부드러운 마음ㆍ근심과 번뇌가 없는 마음ㆍ업을 성취하는 마음으로 초저녁 초경 중에 숙명의 지혜를 얻고 바른 생각으로 증득해 알고 마음으로 성취하여 행하였다.
020_0788_c_02L如是定心淸淨之心無垢穢心如是軟心無患惱心可作業心於彼初夜初更之中得宿命智正念證知心成就行
이때 보살은 이미 자신이 난 곳과 남이 난 곳을 생각해 알았으니, 즉 한 번 났던 국토……한량없고 끝없는 억겁에 났던 곳을 알았다.
이때 보살은 상(相)과 같이 교(敎)와 같이 차례로 듣고 보아 자신이 났던 처소를 알 듯 남들이 갖가지로 났던 처소를 알고 기억해냈다.
020_0788_c_06L爾時菩薩旣思惟知自身生處及他生處所謂一生國土之處乃至無量無邊億劫所生之處是時菩薩如相如教次第聞說如知自身所生之處及以他身種種生處亦復憶念
보살은 이렇게 났던 것을 기억해 내고 곳곳에서 모든 중생들이 모든 생을 받던 가운데 자비심을 성취했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이렇게 알았다. ‘이것은 나의 친구요, 이것은 나의 외인(外人)이다. 이 친구를 버리고 또 어느 곳에 난 것과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유전(流轉)하여 쉬지 않음이 마치 풍차(風車)와 같고 파초와 같아서 결정코 실다움이 없고 번뇌는 무상(無常)하다. 이런 이치는 결정적인 것이다’
020_0788_c_11L菩薩憶念如是生已能於處處諸衆生類受諸生中得慈念心此我親舊此我外人捨此親已復生某處此世彼世流轉不息猶如風車猶如芭蕉決定無實煩惱無常此義決定心如是知
020_0789_a_02L보살은 이렇게 정한 마음,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垢]가 없고 이렇게 번뇌가 없고 이렇게 부드럽고 정업(靜業)을 지을 만한 마음으로 밤중이 되자 천이통(天耳通)를 증득해 알고자 하여 이 마음을 내었다. 그는 천이가 매우 청정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귀보다 뛰어나 갖가지 소리를 들었다.
즉 지옥의 소리ㆍ축생의 소리ㆍ하늘 소리ㆍ인간의 소리ㆍ먼 데 소리ㆍ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마을ㆍ성읍ㆍ국토나 혹은 저자 가운데 어떤 사람이 높은 집이나 누각 위에서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또 귀가 청정한 사람이 소라ㆍ고동 소리ㆍ큰 북 소리ㆍ작은 북 소리ㆍ장고 소리ㆍ공후 소리ㆍ비파 소리ㆍ젓대ㆍ퉁소ㆍ생ㆍ거문고 등 갖가지 소리를 듣거나 노래소리ㆍ춤추는 소리ㆍ웃는 소리ㆍ우는 소리ㆍ여자 소리ㆍ장부 소리ㆍ동자소리ㆍ동녀의 소리를 듣듯이, 보살도 이와 같이 적정하고 청정하고 때가 없고 번뇌가 없고 탁함이 없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업을 성취할 만한 마음으로 그 밤중에 갖가지 소리와……일체 지옥의 소리를 들었다.
020_0788_c_16L爾時菩薩如是定心如是淸淨如是無垢如是無惱如是柔軟可作靜業於彼夜半欲得成就證知天耳而發是心彼以天耳善淸淨故過於人耳聞種種聲所謂或聞地獄之聲或畜生聲天聲人聲遠聲近聲譬如聚落城邑國土或復市中其閒有人昇上高堂或復樓上於彼中住復有一人以淸淨耳聞種種聲所謂或聞吹蠡貝聲或大鼓聲或小鼓聲細腰鼓聲或箜篌聲或琵琶聲簫笛笙瑟種種音聲或聞歌聲或聞儛聲或聞笑聲或聞哭聲或婦女聲或丈夫聲或童子聲或童女聲如是如是菩薩如是寂定其心淸淨無垢無惱無濁柔軟作業於彼夜半聞種種聲乃至一切地獄等聲
이때 보살은 적정하고 청정하여 때가 없고 번뇌가 없어 밤중이 되자 천안(天眼)을 증득하여 성취하였으니 보통 사람의 눈을 능가하여 모든 것을 다 보았다. 목숨을 마치고 타락하는 중생 혹은 나는 중생, 천상의 중생과 하계(下界)의 중생, 단정한 중생과 추하고 비루한 중생, 혹 악도에 떨어진 일체 중생ㆍ선도에 나는 일체 중생ㆍ가는 사람ㆍ머무는 사람이며 혹은 업을 지은 사람들이 지은 업대로 되는 것을 모두 눈으로 환히 보았다. 또 이러한 중생들이 지은 부정(不淨)한 신업(身業)과 의업(意業), 사승(師僧)을 훼방하거나 사견(邪見)에 물들어 사견 때문에 악업을 지으며 이런 인연으로 목숨을 버리고 악도 지옥에 나서 모든 고뇌를 받는 것을 다 알았다. 어떤 중생은 구업(口業)을 지어 갖가지 모든 악도의 괴로움을 받는데, 이들은 부정한 구업이 구족한 인연으로 축생에 태어나 모든 고뇌를 받는다.
020_0789_a_10L爾時菩薩寂定淸淨無垢無惱於彼夜半成就欲證彼天眼時過於人眼遍見一切或復命終墮落衆生或生衆生上界衆生下界衆生端正衆生醜陋衆生或墮惡道一切衆生或生善道一切衆生行者住者或造業者如所造業悉皆以眼通能達見復知如是衆生所作身業不淨意業不淨毀謗師僧或著邪見以邪見故造是惡業以是因緣捨此身命生於惡道地獄之中受諸苦惱如是衆生以口業故受於種種諸惡道苦是等衆生口業不淨造惡口業一切具足以是因緣生於畜生受諸苦惱
020_0789_b_02L이런 중생은 몸으로 악업을 행하여 몸의 악업이 구족한 인연으로 뜻의 악업을 지으며, 뜻의 악업을 갖추므로……모든 성인을 훼방하는 약간의 사견을 지으며, 사견으로 인연하여 목숨을 마치고 몸을 버린 뒤 아귀에 떨어져 아귀의 괴로움을 받는다.
이런 중생이 몸의 정업(淨業)과 입의 정업을 행하여 모든 성인을 훼방하지 않고 정견(正見)을 행하고 정견의 업을 지으면, 이런 인연으로 목숨이 다하면 몸을 버리고 천상에 태어난다. 어떤 중생들은 몸과 입으로 청정한 행실을 지어 일체가 구족함으로써 범하지 않고 모자람도 없고 모든 성인을 훼방하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갖는다. 이런 정견업을 인연하여 목숨이 다하면 몸을 버리고 인간에 나는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모든 인간을 능가했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이 타락하는 때와, 혹은 생을 받을 때와, 상계(上界) 중생이며, 중하(中下) 중생이며, 단정하고 추루한 것과, 혹 몸에 향기가 있거나 냄새가 나고, 혹 악도에 이르거나 선도에 이르러 지은 업대로 되는 것을 진실하게 다 알았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나라ㆍ성읍ㆍ마을ㆍ저자 요란스러운 곳에서 큰 누대(樓臺)나 높은 누각에 앉아 청정한 천안으로 모든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았다. 동쪽에서 오거나 혹 서쪽에서 오거나 서에서 동으로 향하거나 혹 동에서 서로 향하거나 남에서 북으로 향하거나 북에서 남으로 향하거나 남쪽에서 오거나 북쪽에서 오며, 오거나 가거나 서거나 앉거나, 그 가운데서 전전하고 혹은 거꾸로 가며 혹은 제대로 감을 보듯 하였다. 보살은 이렇게 적정하고 청정하며 때도 없고 번뇌도 없이 부드러운 마음과 업을 성취하는 마음으로 그 밤중에……모든 중생들이 업을 따라 선악의 과보를 받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789_a_24L是等衆生行身惡業具身惡業以是因緣造意惡業具意惡業乃至毀謗一切諸聖若干邪見以邪見故邪見因緣命終捨身墮於餓鬼受餓鬼苦如是衆生行身淨業口淸淨業不毀諸聖以行正見造正見業以是因緣命終捨身生於天上若干衆生以造淸淨身行口行一切具足不犯不缺不謗諸聖以有正見如是正見業因緣故命終捨身生於人閒如是菩薩以天眼淨過於諸人見諸衆生或墮落時或受生時上界衆生中下衆生端正醜陋或身有香或身患臭或至惡道或至善道如所造業眞實皆知譬如有人於國城邑聚落市間喧鬧之處昇上大臺高樓中坐以淨天眼見於諸人或東方來或西方來或西向東或東向西或南向北或北向南或從南來或從北來或來或去或住或坐展轉其閒或有逆行或有順行如是如是菩薩如是寂定淸淨無垢無惱柔軟作業於彼夜半乃至見於諸衆生等隨業受報若善若惡而有偈說
020_0789_c_02L
지옥에서 받는 업은 고통도 심하고
축생들은 각각 서로 잡아 먹으며
아귀는 항상 주리고 목마른 걱정
인간은 재물 구하기 힘들기도 하네.
020_0789_b_24L地獄受業苦極殃
畜生各各相噉食
餓鬼恒常患飢渴
人閒困厄求資財

천상의 보가 다하면 사랑을 이별하나니
이런 고통 무거워라 비길 데 없네.
굴러 도는 모든 중생 무리들은
곳곳마다 즐거운 때가 없도다.
020_0789_c_03L天上報盡愛別離
此苦最重無方喩
展轉一切衆生類
處處無有歡樂時

이것은 죽음 귀신의 깊은 못이요,
또한 번뇌의 바다 밑이라.
중생들 거기 빠져 나올 곳 없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돌기만 하네.
020_0789_c_05L此名死命鬼深淵
亦是煩惱海根底
衆生沒溺無出處
輪轉此彼來去行

이렇게 5도 가운데를 관찰하면서
천안으로 빠짐없이 보시니
번뇌는 언제나 참됨이 없어
잎잎이 찢어진 파초와 같네.
020_0789_c_07L如是觀察五道中
以於天眼遍能見
煩惱始終無有實
猶如葉葉破芭蕉

보살은 이렇게 고요한 마음과 이렇게 깨끗한 마음과 때 없는 마음으로 이렇게 모든 악을 멀리 떠나 마음이 부드러워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적정을 얻고 나서 후야(後夜)가 다하려 할 무렵 마음으로 여의통(如意通)을 증득해 알고자 하자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남의 뜻도 알아서 어느 곳에 나고 무슨 일을 생각하는지 일체를 두루 여실히 알았다.
그리하여 어떤 중생이 욕심을 내고 욕행(欲行)을 하고 욕사(欲事)를 하고자 하면 사실대로 알고, 욕심을 떠나려는 마음으로 욕심을 멀리 떠나려 하면 그것도 사실대로 알았다. 만약 성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을 내면 그것도 환히 알고, 화를 여의고자 하여 화를 멀리 떠나면 그것도 환히 알았다. 어리석은 마음이 있어 어리석은 마음을 내면 그것도 환히 알았고, 어리석은 마음을 여의어도 환하게 알았다. 이렇게 간략하게 말하거니와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함을 여의고자 함과……유위(有爲)와 무위, 하등과 상류(上流), 고요하고 어지럽고, 넓고 좁으며, 크고 작으며, 끝이 있고 끝이 없으며, 위가 있고 위가 없으며, 정(定)을 얻고 정을 얻지 못하며, 해탈하고 해탈하지 못함을 사실대로 다 알았다.
020_0789_c_09L爾時菩薩如是寂心如是淨心無垢之心如是遠離一切諸惡心調柔軟可作於業已得寂定還於彼時後夜將盡心欲證知如意通故而自發起旣發知已復知他意從何處生思惟何事一切遍至如實通知若有衆生發於欲心欲行欲事如是眞知若離欲心遠離於欲如實證知若瞋恚心瞋恚發起眞實通知厭離瞋心遠離瞋恚如實通知若有癡心癡心發起眞實通知厭離癡心遠離癡已如實通知如是略說愛心離愛乃至有爲無爲下等上流靜亂廣狹大小有邊無邊有上無上得定無定解脫無脫如實通知
020_0790_a_02L그래서 마치 장부나 부녀자가 한창 젊었을 때 항상 몸을 꾸미기를 즐겨, 몸을 꾸미고서 깨끗한 거울이나 깨끗한 물 위에 자기 얼굴을 비춰 그 모양을 다 보듯 하였다.
보살도 이렇게 적정하여 그 마음이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가 없고 번뇌가 없이 부드럽고 조화되고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적정함을 얻고 나서 다시 후야(後夜)에 청정한 마음으로 숙명지통(宿命智通)을 증득하려 하였다. 이렇게 자기 마음뿐만 아니라 남의 마음도, 어디서 발심하고 어느 곳에서 마음을 일으켰는지, 마음과 마음을 두루 다하여 사실대로 환히 알았다.
그리하여 욕심이 있는지 욕심을 떠났는지를 사실대로 환히 알고……해탈했는지 해탈하지 못했는지도 이렇게 알았다.
020_0789_c_24L譬如丈夫或復女婦正少年時常喜嚴身莊嚴身已或時淨或淨水中觀於自面相皆見盡是如是菩薩如是寂定其心如是淸如是無垢如是無惱柔軟調和作於業已得寂定還彼後夜以淸淨欲得證取宿命智通如是自心他心亦然從何發心何處起心心心遍如實通知若有欲心若離欲心實通知乃至解脫不解脫心如是通
보살은 이렇게 정(定)한 마음과 청정한 마음과 때와 더러움이 없는 마음을 얻어 일체 악을 여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이미 적정(寂靜)을 얻고 다시 새벽에 누가 다한 신통[漏盡神通]을 증득해 알고자 하여 속으로 지혜의 마음을 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중생들은 번뇌의 바다에 빠졌구나. 끊임없이 생ㆍ노ㆍ병ㆍ사 하여 여기서 목숨이 다하고 저기에 이르며, 뒤에 생을 받을 때 도로 이렇게 모든 괴로움을 겪으면서 생ㆍ노ㆍ병ㆍ사 등의 괴로움을 떠날 줄 모르는구나.’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런 모든 괴로움을 여의며 어떤 업행(業行)을 지어야 생ㆍ노ㆍ병ㆍ사를 버리고 저 언덕에 이를 것인가?’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020_0790_a_11L而菩薩得如是定心淸淨之心垢穢心離一切惡柔軟之心可作於已得寂靜還彼後夜欲得證知漏盡神通內發智心彼如是念此諸衆沒煩惱海所謂數數生老病死此命終至於彼處受後生時還得如是一切衆苦不能知離此等衆苦謂生老病死等苦如是思惟我今當作何等方便云何得離此等諸苦何業行云何捨離生老病死度至彼而說偈言

세간은 생사의 바다에 빠져서
끊임없이 죽고는 다시 생을 받네.
이 늙고 병듦 온갖 고통 얽혔으나
어리석고 미련해 떠날 줄 모르네.
020_0790_a_21L世閒生死沒溺海
數數死已復受生
爲此老病衆苦纏
愚迷不能得出離
020_0790_b_02L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 늙고 병들고 죽음은 어디서 오는가. 어떤 인연으로 늙고 병들고 죽음이 있는 것인가?’
보살이 이렇게 생각할 때 늙고 병들고 죽음이 생 때문에 있음을 알았다.
‘늙고 병들고 죽음은 태어남[生]이 있는 까닭에 노ㆍ병ㆍ사가 따르는 것이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태어남[生]이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태어남이 있는 것인가?’
020_0790_a_23L爾時菩薩說此偈已復更思惟此老病死從何而來何因緣有此老病死菩薩如是思惟念時知老病死因生故有此老病死以有生故老病死隨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자 유(有)로 인(因)해 태어남이 있는 것임을 알았다.
020_0790_b_04L菩薩復更思惟此生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是生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有故故有是生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유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유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취(取)로 인해 유가 있는 것을 알았다.
020_0790_b_07L菩薩復更思惟此有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此有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取故故有是有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취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취가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애(愛)를 인해 취가 있는 것을 알았다.
020_0790_b_10L菩薩復更思惟是取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是取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愛故故有是取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애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애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수(受)를 인해 애가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b_13L菩薩復更思惟是愛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是愛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受故故有是愛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수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수가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촉(觸)을 인해 수가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b_16L菩薩復更思惟此受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此受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觸故故有此受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촉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촉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6입(入)을 인해 촉이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b_19L菩薩復更思惟是觸從何而有何因緣故得有是觸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六入故有此觸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6입은 어디서 생겼으며 어떤 인연으로 6입이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명색(名色)을 인해 6입이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b_22L菩薩復更如是思惟此之六入從何而有何因緣故有此六入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名色故有六入
020_0790_c_02L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명색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서 생겼느냐?’
이렇게 생각하자 곧 식(識)을 인해 명색이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c_02L菩薩復更如是思惟此之名色何因緣有從何而生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於識故有名色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식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서 생겼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제행(諸行)을 인해 이 식이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c_05L菩薩復更如是思惟此之識者何因緣有從何而生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諸行故有此識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행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에서 생겼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무명(無明)을 인해 제행이 있음을 알았다.
020_0790_c_08L菩薩復更如是思惟此之諸行何因緣有從何而生菩薩如是思惟念已知因無明故有諸行
보살은 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명을 인연한 까닭에 제행이 있고 제행을 인연한 까닭에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한 까닭에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한 까닭에 6입이 있고 6입을 인연한 까닭에 촉이 있고 촉을 인연한 까닭에 ‘수’가 있고 수를 인연한 까닭에 애가 있고 애를 인연한 까닭에 취가 있고 취를 인연한 까닭에 유가 있고 유를 인연한 까닭에 생이 있고 생을 인연한 까닭에 늙음이 있고 늙음을 인연한 까닭에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는 온갖 고뇌 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괴로움은 각각 서로 인연함으로 생기는 것이다.’
보살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적도 없고 스스로 본 적도 없었으나 법에 따라 눈을 내고 지혜(智)를 내고 뜻을 내고 혜(慧)를 내고 밝음을 내었다.
020_0790_c_11L菩薩復更如是思惟緣無明故故有諸行緣諸行故故有於識緣於識故故有名色緣名色故故有六入緣六入故故有於觸緣於觸故故有於受緣於受故故有於愛緣於愛故故有於取緣於取故故有於有緣於有故故有於生緣於生故故有於老緣於老故故有病死及以憂悲諸苦惱等如是諸苦各相因生菩薩未曾從他人聞未曾自見從法生眼生智生意生慧生明
020_0791_a_02L보살은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엇이 없어야 노ㆍ병ㆍ사가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 노ㆍ병ㆍ사를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생이 없어야 노ㆍ병ㆍ사가 없으며 생이 멸해야 노ㆍ병ㆍ사가 멸함을 알았다.
020_0790_c_22L菩薩復更如是思惟有何無故無病老死有何滅故滅老病死菩薩如是思惟念知以無生故無老病死以滅生故滅老病死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엇이 없어야 생이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 생이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유를 없애 유가 없음으로써 이 생이 없으며, 유를 멸하여 유가 멸함으로써 이 생이 멸하는 것임을 알았다.
020_0791_a_03L菩薩復更如是思惟以何無故而無此生以何滅故而滅此生菩薩如是思惟念知以無有無則無此生以滅有滅則滅此生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이 없어야……일체 제행(諸行)이 다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일체 제행이 다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무명이 없어야 제행이 없으며 무명이 멸해야 제행이 멸함을 알았다.
020_0791_a_07L菩薩復更如是思惟以何無故乃至一切諸行悉無以何滅故乃至一切諸行悉滅菩薩如是思惟念知以無無明故諸行無以滅無明故諸行滅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명이 멸한 까닭에 제행이 멸하고 제행이 멸한 까닭에 식이 따라 멸하며……생ㆍ사ㆍ우(憂)ㆍ비(悲)ㆍ고뇌가 다 멸하고 이렇게 일체 모든 고(苦)와 집(集)이 다 멸하는 것이다.’
020_0791_a_11L菩薩復更如是思惟以滅無明故諸行滅諸行滅故識亦隨滅略說乃至生死憂悲苦惱皆滅如是一切諸苦及集竝皆悉滅
020_0791_b_02L보살은 이렇게 옛적에 들은 적은 없으나 이런 법 가운데서 눈이 나고ㆍ지(智)가 나고ㆍ뜻이 나고ㆍ밝음이 나고ㆍ빛이 나고ㆍ혜(慧)가 났다. 보살은 이러한 정(定)한 마음, 청정한 마음, 때 없는 마음, 모든 번뇌를 여읜 부드러운 마음, 업을 성취할 만한 마음을 얻었다.
이미 고요한 마음을 얻고 이 무명이란 것을 진실하게 알고 또 무명의 인이 이렇게 나는 것을 알았으며 또 무명이 이렇게 멸함을 알고 이 무명이 다 멸한 상(相)을 진실하게 깨달았다.
이미 바른 길을 얻어 참다이 알았으며,……간략하게 말하거니와 식ㆍ명색ㆍ6입ㆍ촉ㆍ수ㆍ애ㆍ취ㆍ유ㆍ생ㆍ노ㆍ병ㆍ사 들을 진실하게 알았다. 이것은 일체 노ㆍ병ㆍ사의 집(集)이다, 이것은 일체 노 병 사의 멸함이다,. 이것은 일체 노ㆍ병ㆍ사가 멸하고 나서 도를 얻음이다 하는 것을 다 알았다. 이 고제(苦諦)의 집임을 진실하게 알았고 이 고제가 멸함도 진실하게 알았고 이 고제가 멸함으로써 <도>를 이룸을 진실하게 알았으며 이런 누(漏)를 여실(如實)히 알았고, 이렇게 누가 모이고, 이렇게 누가 멸하고, 이렇게 누가 멸하므로 <도>를 이룸도 여실히 알았다. 이것은 욕루(欲漏)라는 것을 여실히 알고 이것은 유루(有漏), 이것은 무명루(無明漏)라는 것을 여실히 알았으니 이 모든 누를 남김없이 다 멸해야 모든 유를 끊어 버린다.
020_0791_a_15L菩薩如是昔未曾聞如是法中生眼生智生意生明生光生慧時菩薩得如是定心如是淸淨如是無垢如是得離一切諸惱柔軟之心可作業心旣得靜心此是無明眞實而知亦知無明因如是生亦知無明緣如是滅眞實諦了此是無明盡滅之相已得正道眞實而知乃至略說是識名色六入老病死等如實而知此是一切老病死集此是一切老病死滅此是一切老病死滅滅已得道如是悉知此苦諦集如實而知此苦諦滅如實而知此是苦諦滅已得道如實而知如是等漏眞實而知如是漏集如是漏滅如是等漏滅已得道如實而知此是欲漏如實而知此是有漏此無明漏如實而知此處諸漏悉滅無餘斷絕諸有
020_0791_c_02L예컨대 성읍(邑)이나 성(城) 곁이나 혹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못이 하나 있는데 그 물이 서늘하고 감미롭고 청정하여 더럽거나 탁함이 없으며 물이 항상 차서 그 언덕과 평평하다. 또 언덕 가에는 모든 나무가 많이 둘러 쌓여 장엄하였으며 못 안에는 조개며 소라ㆍ큰 자라ㆍ남생이ㆍ거북ㆍ자라 등 물 안에 사는 생물들이 있고 혹은 돌과 모래가 깔려 있다. 뱀장어ㆍ송어ㆍ방어ㆍ메기ㆍ가물치ㆍ마갈어 등 모든 고기들이 물 속에서 동ㆍ서남북으로 이리저리 달리며 먹을 것을 찾아 머물기도 하고, 서로 쫓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이 청정한 눈으로 언덕 위에서 그들 모든 생물을 보고 이것은 조개요 이것은 소라ㆍ이것은 거북ㆍ이것은 악어ㆍ이것은 자라ㆍ이것은 모래ㆍ이것은 돌ㆍ이것은 고기ㆍ이것은 벌레ㆍ마갈 등인데, 어떤 것들은 먹을 것을 구하고, 얼마쯤은 엎드려 자며 얼마쯤은 동서남북으로 달아나고 얼마쯤은 서로 쫓는 것을 환히 보고 알 듯이, 보살도 마음이 적정하여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가 없고 이렇게 번뇌가 없고 이렇게 부드럽게 모든 업을 성취할 만하였으며 이미 적정을 얻어 이것은 무명이란 것을 여실히 알고 이것은 무명집(無明集)이다, 이것은 무명멸(無明滅)이다, 이것은 무명이 멸함으로써 도를 이룬다는 것을 여실히 알았다.……간략히 말하면 여기서 모든 누가 남김없이 멸하였다.
020_0791_b_10L譬如郭邑或復城傍或復聚落相去不遠有一水池其水涼冷甘美淸淨閒無穢濁水常彌滿共岸齊平又岸四邊多有諸樹圍繞莊嚴池內復有種種諸虫或蚌或螺黿鼉龜鼈多諸水性或石或砂或諸魚鱓鱒魴鯷鱧及摩竭魚在於水內東西南北交撗馳走求覓飮食或有住者或相趁逐而有一人以淸淨眼在於岸上洞徹分明見於彼等一切諸虫知此是蚌是螺是龜是鼉是鼈是砂是石是魚是虫摩竭魚等若干求食若干蟄眠若干東西南北馳走若干相趁如是如是菩薩如是寂定於心如是淸淨如是無垢如是無惱如是柔軟可作諸業已得寂靜此是無明如實而知 此無明集此無明滅此是無明滅已得道如實而知乃至略說此處諸漏皆滅盡無有遺餘
보살이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볼 때 마음이 욕누(欲漏)로부터 해탈을 얻고 마음이 유루(有漏)로부터 해탈을 얻고 무명루(無明漏)에서 해탈을 얻었다.
해탈을 얻고 나자 혜해탈(慧解脫)이 생겼고, 그러자 곧 나의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서고 할 일을 이미 다해서 마침내 다시는 후세의 태어남[生]을 받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때 밤의 3분이 이미 지나고 4분에 이르러 샛별이 솟을 때였는데, 밤은 아직 적정(寂靜)하기만 하여, 다니는 것이나 다니지 않는 것들이나 모든 중생이 긴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이때 바가바께서는 곧 지견(智見)을 내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791_c_06L爾時菩薩如是知時如是見時心從欲漏而得解脫心從有漏而得解脫從無明漏而得解脫旣解脫已生慧解脫生已卽知我生已盡梵行成立所作已辦畢竟更不受後世生其夜三分已過第四於夜後分明星將欲初出現時夜尚寂靜一切衆生行與不行皆未覺寤是時婆伽婆卽生智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而有偈說

이날 밤 4분과 3분이 지나고
나머지 1분에 날이 밝아올 무렵
중생들은 모두 잠에 취해 있을 때
이때 대성(大聖) 무상존(無上尊)께서
모든 괴로움 멸하고 보리를 이루니
그 이름 세간일체지라 하리.
020_0791_c_16L是夜四分三已過
餘後一分明將現
衆類行不皆未動
是時大聖無上尊
衆苦滅已得菩提
卽名世閒一切智
020_0792_a_02L
바가바께서 지견을 얻었을 그때 이 세간의 범천궁ㆍ마왕궁이며 천상ㆍ인간ㆍ사문과 바라문 등의 세상은 모두 크게 밝았다.
소철위산(小鐵圍山)과 대철위산은 본래 항상 어두워 이제껏 해와 달의 광명을 보지 못했으며 해와 달의 큰 덕과 광명과 위력으로도 광명을 비추지 못했던 곳이나 이 때는 자연히 다 크게 밝아 모두 광명을 보았다. 그 사이에 있던 모든 중생들이 서로 보고 서로 알았으며 자기들끼리 말하되 ‘여기도 중생이 있었던가, 여기도 중생이 있었던가?’하였다. 그리고 모든 나무들에 꽃이 피어나고 열매가 열렸으며 익는 대로 땅에 떨어졌다.
020_0791_c_19L爾時婆伽婆得智見時於此世閒宮魔宮天人沙門及婆羅門世皆大小鐵圍山幷大鐵圍其閒從來恒常黑暗未曾見光 此之日月如是大如是光明如是威力遂不能令彼處光明照曜顯赫今者自然皆大開悉睹光明其閒所有一切衆生各相見各各相知各各相語此處亦復有衆生乎此處亦復有衆生乎切樹木卽生花果隨熟墮地
020_0792_b_02L세존의 힘 때문에 허공이 청정하여 티끌과 안개가 없고 연기와 노을이 없었으나 문득 저절로 구름이 일어 땅에 가랑비를 뿌리고 또 서늘한 바람이 일어 차고 따뜻함이 고루 맞았으며 모든 곳이 맑고 깨끗하여 분명하게 나타났다.
또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하늘 음악을 짓고 하늘 노래를 지어 찬탄하고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 등 갖가지 한량없는 꽃비를 내렸다.
그리고 또 교사야 하늘 옷을 비내리고 또 금ㆍ은ㆍ유리 등 보배를 비처럼 내리고 또 우발라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을 비처럼 내리고 또 갖가지 가루 향과 바르는 향을 비처럼 내려 부처님 위에 뿌렸다. 뿌리고 또 뿌려서 그 땅 둘레 1유순에는 갖가지 꽃비와 가루 향ㆍ바르는 향이 무릎에 이르도록 가득 쌓였다.
이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일체 중생들은 한결같이 모두 극히 미묘한 쾌락을 받아 모든 괴로움과 번뇌가 없었다.
이 때는 애욕에 시달리거나 성내거나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중생이 하나도 없었다. 또 거만스러운 마음도 나지 않았고 무서움이 없고 모든 죄를 짓지 않으며 질병이 없고 모든 병환이 다 나아 다시 발병하지 않으며, 굶주리고 목마르던 중생들은 다 배부르고 술에 취한 중생은 다 깨어서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며, 미친 중생은 다 본심을 찾고, 눈먼 중생은 다 빛을 보았으며, 귀먹은 중생은 소리를 들었으며 불구자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빈궁한 중생은 다 땅의 창고를 얻고, 야윈 중생은 다 살이 찌고, 옥에 구금된 중생은 쇠사슬이 자연히 벗겨져 풀려 나왔으며 지옥 중생은 다 고뇌를 면했고, 축생 중생은 공포가 다 없어지고, 아귀 중생은 기갈의 괴로움을 면하고 다 배부름을 얻었다.
게송이 있었다.
020_0792_a_06L世尊力虛空淸淨無有塵霧無有煙霞自起雲降微細雨以用灑地復起涼冷煖調適諸方澄淨顯現分明虛空中一切諸天作天音樂作天歌而雨種種無量花雨所謂曼陁羅摩訶曼陁羅花復雨天衣憍奢耶復雨金銀琉璃等寶復雨優鉢羅拘物頭分陁利復雨種種末香塗香散於佛上散已復散彼地周帀滿一由旬種種花雨末香塗香積至于膝時此大地六種震動一切衆生一向皆受極妙快樂諸苦不惱當於彼時無一衆生有欲惱者有瞋恚者有貪癡者亦復不生貢高之心我慢之心無有恐怖不作衆罪無有疾病衆患皆差更不發動飢渴衆生悉得飽滿酒醉衆生皆得醒悟更不飮酒顚狂衆生皆得本心盲瞑衆生皆得見色聾者聞聲身體諸根不完具者悉得具足貧窮衆生皆得地藏羸瘦衆生皆得肥滿牢獄繫禁悉皆得脫枷鎖自然解散地獄衆生悉免苦惱畜生衆生恐怖皆滅餓鬼衆生滅飢渴苦悉得飽滿而有偈說

이때 중생들은 성내는 일들이 없이
모든 괴로움을 면하고 큰 쾌락 받았네.
술취하고 미친 이도 본성을 되찾고
두려워하던 이 모두가 안락을 얻었네.
020_0792_b_07L爾時衆生瞋等無
滅衆苦受大快樂
酒醉狂顚得本性
一切怖者皆獲安

이때 세존께서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서 사자후를 내어 게송을 읊으셨다.
020_0792_b_09L爾時世尊旣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已卽作如是師子音吼而說偈言

지난 옛적에 지은 공덕 그 이익으로
마음에 생각한 것 다 이루었네.
빠르게도 그 선정의 마음을 증득하고
또 저 열반의 언덕에 이르렀네.
020_0792_b_11L往昔造作功德利
心所念事皆得成
速疾證彼禪定心
又復到於涅槃岸

일체의 모든 원적(怨敵)과
욕계에 자재한 마왕 파순도
나를 흔들지 못하고 다 귀의하였으니
복덕과 지혜의 힘이 있기 때문일세.
020_0792_b_13L所有一切諸怨敵
欲界自在魔波旬
不能惱我悉歸依
以有福德智慧力

만약 용맹으로 정진을 하여서
성지(聖智)를 구한다면 어렵지 않게 얻으리.
이미 모든 괴로움 끝까지 다 없애고
일체 모든 죄를 다 제멸하였네.
020_0792_b_15L若能勇猛作精進
求聖智者得不難
旣得卽盡諸苦邊
一切衆罪皆除滅

이것은 여래께서 처음 불도를 이루시고 가장 먼저 말씀하신 구업(口業)의 게송이었다.
020_0792_b_17L爾時如來初成佛已最先說此口業之偈
佛本行集經卷第三十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