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0806_b_01L불본행집경 제33권
020_0806_b_01L佛本行集經卷第三十三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020_0806_b_02L隋天竺三藏闍那崛多譯


36. 범천권청품 ②
020_0806_b_03L梵天勸請品下

이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가 증득한 이 법은 매우 깊어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이 마치 미세한 먼지와도 같아서 살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생각하거나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스승도 없었고 방편에 능숙하거나 지혜로운 분이 나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나 홀로 이 법을 증득하였다. 그런데 중생들은 그저 아라야(阿羅耶)수나라 말로는 소착처(所着處)라고 함에 집착하고 아라야를 좋아하고 아라야에 머물며 기뻐하고 좋아하며 그것에 집착한다.
마음에 탐욕이 많은 까닭에 이곳을 보기 어려우니 그곳이란 이른바 12인연(因緣)이다. 이 12인연이라는 곳[處]이 있어 서로 나는 것인데, 이곳을 일체 중생들은 보지 못하고 오직 부처만이 능히 아는구나. 또 모든 곳을 의심하는 길은 버리기 어려우나 온갖 삿된 길을 모조리 남김없이 멸하였고, 사랑에 물든 곳에 탐욕을 다 여의어 적멸 열반을 얻었다. 내 이제 이런 법을 저들에게 말하고자 하지만 저 모든 중생들은 이 법을 증득하지 못하리니, 내 한갓 수고로이 말만 허비할 뿐이리라.’
세존의 이런 생각은 옛날에 누구에게선가 들은 것이 아니고, 남에게서 얻어 들었거나 남이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020_0806_b_04L爾時世尊作如是念我所證法此法甚深難見難知如微塵等不可覺察無思量處不思議道我無有師無巧智匠可能教我證於此法但衆生輩著阿羅耶隋言所著處樂阿羅耶住阿羅憙樂著處心多貪故此處難見處所謂十二因緣十二因緣有處相此之處所一切衆生不能睹見佛能知又一切處疑道難捨一切邪滅盡無餘愛之染處盡皆離慾滅涅槃我今雖將如是等法向於他彼諸衆生未證此法徒令我勞虛費言說爾時世尊如是念已爲於此昔未曾聞未從他得未有人說心自辯卽說偈言

내 이제 힘들게 이 법을 증득했지만
그러나 활짝 펼 수가 없구나.
모든 중생들은 온갖 탐욕과 어리석음
성냄에 얽매인 이런 어려움이 있다.
020_0806_b_19L我今辛苦證此法
不可輒爾卽應宣
諸欲癡瞋恚法纏
一切衆生有此難

오직 흐름을 거스르는 세밀한 마음과 지혜만이
보이는 것을 미세한 티끌처럼 보리라.
탐욕을 좋아하고 집착하면 보기 어려우니
그는 무명의 어둠에 덮인 까닭이다.
020_0806_b_21L唯應逆流細心智
所可睹見如微塵
樂欲貪著難見知
爲彼無明闇覆故
020_0806_c_02L
이런 까닭에 여래께서는 이 매우 깊은 일을 보시고 난 뒤에 아란야처(阿蘭若處)를 즐길 뿐 이 법을 다른 이들에게 설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일어났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06_c_02L以如是故如來見是甚深事已其心欲樂阿蘭若處不欲向他說於此法而有偈說

모든 중생들을 보니 번뇌가 무겁고
삿된 도와 삿된 견해에 허물이 많네.
해탈하는 법이란 매우 깊고 어려우니
그런 줄 알기에 아란야에 머물고자 한다.
020_0806_c_05L見諸衆生煩惱重
邪道邪見過患多
解脫法者甚深難
知故欲住阿蘭若
020_0807_a_02L
이때 범천궁에 있던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세존께서 이런 마음을 내시는 것을 알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들은 많은 것이 파괴되고 많은 것을 잃게 되었구나. 오늘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이미 이런 위없는 법보(法寶)를 증득하셨지만 세간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홀연히 아란야를 즐기고 설법하려 하지 않으시는구나.’
그때 범천왕은 마치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대범천궁에서 사라져 땅으로 내려와 세존 앞에 이르러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하고서 한편으로 물러나서 합장하고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세계 중생들은 귀의할 데가 없어 선(善)이 다 무너졌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이렇게 위없는 법보를 증득하고 보셨으면서도 홀연히 아란야에 들어가 기꺼이 설법하려 하지 않으시니, 저는 이제 위없는 세존께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고요히 머물지 마시기를 권청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자비로 법을 설하소서. 원하옵건대 수가타(修伽陀)시여, 불쌍히 여기시어 법을 설해 주소서. 지금 모든 중생들은 먼지와 때가 적으며 모든 근(根)이 무르익었고, 번뇌가 엷으며 근기(根機)가 예리하여 쉽게 교화될 수 있지만 법을 듣지 못한 까닭에 자연히 줄어듭니다.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설하셔서 세존의 법상(法相)을 증득해 알게 하옵소서.”
그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 거듭 권청하였다.
020_0806_c_07L爾時娑婆世界之主大梵天王在於梵宮遙見世尊發如是心知已卽作如是思惟此世界中諸衆生等多壞多失今日如來多陁阿伽度阿羅呵三藐三佛陁旣證如是無上法寶成辦已世閒未知而心忽然願樂蘭不欲說法時梵天王譬如壯士屈申臂頃從大梵宮隱身來下至世尊頂禮佛足卻住一面合掌向佛而白佛言善哉世尊今此世界一切衆無有歸依善壞失盡 今者世尊得如是無上法寶眞證見已而心忽欲入阿蘭若不樂說法我今勸請無上世尊爲諸衆生莫寂靜住唯願世慈悲說法願修伽陁憐愍說法今多有諸衆生輩少於塵垢諸根成結使微薄利根易化不聞法故然損減若當如來爲說法要使得證知世尊法相爾時娑婆世界之主大梵天王說是語已復更以偈重請佛言

세존께서 이제 마가국(摩伽國)에 계시어
중생들의 온갖 인연을 말씀하시니
먼저 감로의 묘한 법문을 여시고
그 뒤에 차례로 청정하게 설하소서.
020_0807_a_04L世尊今在摩伽國
說於衆生雜種因
先開甘露妙法門
然後次第淸淨說

사람이 수미산 위에 오르지 않고
어찌 세계의 끝을 볼 수 있으리.
대성께서 이미 보리도를 이루었으니
속히 법당(法堂)에 올라 지혜의 눈을 비추소서.
020_0807_a_06L如人不上須彌頂
豈能得見世界邊
大聖菩提道已成
速登法堂智眼照

눈먼 자들 인도하여 괴로움 여의게 하시고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소서.
세존이여, 어서 이 나무 사이를 떠나
두루 세간을 노니시며 널리 건지소서.
020_0807_a_08L引導群盲令離苦
悲愍一切諸衆生
世尊疾捨此樹閒
遍世遊行廣濟度

스스로 이익 얻어 하늘 인간 세계보다 뛰어나
모든 괴로움 다하고 맑고 서늘함을 얻으셨고
부처님께서는 모든 선근이 불지도 줄지도 않고
청정한 법의 저 언덕에 이르셨네.
020_0807_a_10L自得己利天人勝
諸苦盡已得淸涼
佛不增減諸善根
到於淸淨法彼岸

여래는 세간에서 비길 이 없으니
어찌 더 나은 이가 또한 있으랴.
삼계를 홀로 걸어 세존이라 이르니
아수라는 이 산왕(山王)의 짝도 안 되리.
020_0807_a_12L如來世閒無有比
況欲勝上亦復無
三界獨步稱世尊
修羅非是山王匹

괴로운 세간에 불쌍한 마음 내소서.
당신은 지금 중생들을 버려서는 안 되오.
모든 덕력을 구비해 두려움 없는 분
오직 당신만이 모든 중생을 건지시리.
020_0807_a_14L於苦世閒作悲愍
仁今不可捨衆生
具諸德力無畏人
唯尊能度諸含識

중생은 오래도록 독화살에 맞았으니
바로 천상과 인간과 같은 세간들이네.
세존을 만나 화살을 뽑을 수 있으리니
부디 그들을 위해 귀의처가 되어 주소서.
020_0807_a_16L衆生夂來被毒箭
所謂天人等世閒
値遇世尊應拔除
願爲彼作歸依處

모든 천상과 인간이 세세생생에
발심하여 비밀 법문 듣고자 한다오.
그들이 원하던 세존이 성도하셨으니
속히 설법해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020_0807_a_18L諸天及人生生世
發心欲聽密法門
彼願世尊今已成
速說莫令彼等退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본 것같이
중생이 만약 남에게 듣거나
스스로 들어서 이 일을 안다면
곧 와서 세존의 발에 정례하리다.
020_0807_a_20L世尊如我今得見
衆生若當是事知
或他聞已及自聞
卽來頂禮世尊足

가령 부모나 친척들이 죽어서
뼈가 흩어지면 머리털을 헝클어 슬퍼하지만
정작 그가 죽을 때는 걱정해 주지도 못하고
그를 위해 돌아와 울어 주지도 못하네.
020_0807_a_22L假令父母男女等
死已骨散髮縱撗
而不憂彼命終時
亦不迴哭彼人輩
020_0807_b_02L
그들은 아직 청정한 세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탄생한 줄 모릅니다.
그러므로 내 이제 세존께 청하오니
오랫동안 길 잃은 자들 이제 거두어 교화하소서.
020_0807_a_24L彼等未知尊淸淨
從兜率天來下生
是故我今請世尊
多時失路今化取

한량없는 겁 동안 바른 뜻 듣지 못한 그들에게
여위고 마른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얻듯이
마른 토지에 물이 흘러들어 넘치듯이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법의 비를 내리소서.
020_0807_b_03L不聞正義無量劫
如羸瘦人得脂腴
如乾土地得水澆
唯願世尊降法雨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을 아끼거나 인색하지 않으시고
3세의 모든 성인은 보시를 기꺼이 행하셨습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 열반에 드실 때
바르고 참된 법 설하지 않으신 적 없으셨습니다.
020_0807_b_05L諸佛無有慳惜法
三世諸聖樂行檀
過去諸佛入涅槃
無不說是正眞法

지금의 세존도 역시 기라종(祁羅種)이시고
한량없는 모든 중생 건지실 것이
저 모든 부처님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뭇 선한 법을 가르칠 때가 되었습니다.
020_0807_b_07L尊今亦是祁羅種
能度無量諸衆生
共彼諸佛無有殊
教衆善法今時至

모든 중생들 깨끗한 눈을 열어
그들이 두루 바른 길을 보게 하소서.
그릇된 견해의 가시 숲으로 들어간 자에게
바른 길 보여서 험한 길 떠나게 하소서.
이 길을 따라가면 감로를 얻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눈먼 자들이 구렁에 떨어지려 하는데
그들을 건져낼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크게 험한 데서 인도할 이 오직 세존뿐.
또 방편으로 가르쳐 마음을 일으키게 해 주소서.
이제 그 때가 되었으니 사양하지 마소서.
020_0807_b_09L開諸衆生淸淨眼
普令得見正道途
入於邪見荊棘林
應示純直離險逕
乘此路已得甘露
世尊衆瞽欲墮坑
餘人濟拔悉不能
大險引導世尊是
又能方便教發意
今時已至願莫辭

성인과 같은 세상 태어나기란 우담발화 보듯
아무리 오랜 겁(劫)을 지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 출세함을 만나기 어려운데
오늘 문득 큰 도사(導師)를 만났습니다.
020_0807_b_14L共聖多劫不可期
猶如優曇花難値
諸佛出世旣難遇
今日忽遭大導師

당신은 정진의 힘이 끝없으며
신체의 훌륭한 특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법을 설하시기만 하면 발심하지 않는 자가 없고
금구(金口)로는 결코 헷갈리는 말씀 내지 않으시리.
020_0807_b_16L仁於精進力無邊
身體莊嚴衆相具
未說無有發心者
金口終不出異言

3세에 이 일을 성취해 오시더니
오늘 이제 스스로 제도하기를 마치셨고
남을 건지려 정진의 힘을 일으키시며
진실하게 맹세하신 말씀 그 때가 이르렀습니다.
020_0807_b_18L三世成就是事來
所以今日自度訖
度他須起精進力
眞實言誓宜及時

세존께서는 어둠을 멸하여 모든 밝은 빛을 비추시고
부처님의 큰 법의 깃발을 속히 세우소서.
때는 되었으니 하늘의 북 울리듯
사자후하셔서 미묘한 말씀으로 바른 법을 펼치소서.
020_0807_b_20L世尊滅暗然諸明
佛大法幢願速豎
時至妙言說正法
師子吼如天鼓鳴

여래시여, 법의 배를 남기셔서
다음 세상의 한없는 중생들을 건네주소서.
세존께서는 이미 번뇌 바다를 건너셨으니
아직 빠져 있는 중생들도 건지셔야 합니다.
020_0807_b_22L我請如來置法船
來世得導無量衆
世尊已渡煩惱海
衆生沒溺須出之
020_0807_c_02L
마치 사람이 땅 속에 묻혔던 재물을 얻어서
혼자만 쓰지 않고 남도 도와주듯
세존께서 얻으신 무진장한 법을
부디 중생을 위해 널리 나누어 펼치소서.
020_0807_b_24L譬如人得伏藏財
持以富他不獨用
世尊得法無盡藏
願爲衆生分別宣

그때 세존께서는 범천왕이 권청하는 게송을 듣고 나서 중생을 위하여 자비심을 내어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세간을 살펴보셨다.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보니 세간에 나서 세간에 자라나되, 어떤 이는 근기가 예리하였고 어떤 이는 둔하기도 하였다. 여러 중생들 가운데 어떤 이는 도를 쉽게 증득할 수 있겠고, 어떤 중생은 미래세의 온갖 잘못과 근심거리를 미리 보고 알아서 두려운 마음을 내어 감히 방일하지 않겠으며, 혹은 당래세(當來世)에 또한 도를 이룰 수 있는 자도 있었다.
비유하자면 푸른 우발라못과 파두마못ㆍ구물두못ㆍ분다리못이 있는데, 그 속에 우발라ㆍ파두마ㆍ구물두ㆍ분타리 꽃과 같은 온갖 꽃들이 이미 대지로부터는 자라났지만 아직까지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물에 잠긴 채 솟아나와 있지는 않지만 잘 자라서 4대(大)가 화합한 뒤에 물에서 나오는데, 어떤 우발라ㆍ분타리 꽃들은 대지에서 솟아나지만 수면의 높이와 가지런히 피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우발라ㆍ분타리 꽃들은 물에서 솟아나와 꽃이 피어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았다.
바로 그와 같아서 세존께서 부처의 눈으로 모든 세간을 보시니, 일체 중생들이 세간에 나서 세간에서 자라나는데, 어떤 이는 근기가 예리하였고 어떤 이는 근기가 둔하였으며, 교화하기 쉬운 자도 있었고 또 쉽게 도를 이룰 수 있는 자도 있었다. 이렇게 알고 나서 범천왕을 향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020_0807_c_03L爾時世尊聞梵天王勸請偈已爲衆生故起慈悲心以佛眼觀一切諸世佛眼觀已見諸衆生生於世閒增長世閒或有利根或有鈍根諸衆生等或以成就易證於道或有衆生見未來世一切過患心生恐怖而不放逸或當來世亦可得道譬如或有靑優鉢池波頭摩池拘物頭池分陁利池其內所有一切諸花或優鉢羅及波頭摩幷拘物頭分陁利等已從地生而未出水在於其閒沒而未現應須養育四大和合然後出水 或有優鉢分陁利等從池涌出共水齊平 或優鉢羅分陁利等出水開敷而不著水如是如是世尊佛眼觀諸世閒一切衆生生於世閒增長世閒或有利根或有鈍根或有易化或易得道如是知已向梵天王而說偈言

대범천왕은 자세히 들으라.
내 이제 감로의 문을 열고자 하니
듣고자 하는 사람은 기꺼이 와서
지극한 마음으로 내가 설하는 법의 맛을 들으라.
020_0807_c_21L大梵天王善諦聽
我今欲開甘露門
若有聽者歡喜來
至心聽我說法味
020_0808_a_02L
이때 범천왕은 이 게송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여래ㆍ세존께서 장차 법을 설하실 것이다. 수가타께서 이 법을 설하고자 하신다. 세존께서는 나의 청을 들으시고 가엾게 여겨서 법을 설하려 하신다.’
그러자 범천왕의 마음에는 환희가 생겨나고 가득 찼으며 넘치는 기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부처님 곁에서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020_0807_c_23L爾時梵天聞此偈已作是思惟如來世尊當說此法修伽陁當欲說此法世尊憐愍爲我受請欲說法故以是因緣心生歡喜踊躍充遍不能自勝頂禮佛足圍遶三帀在於佛邊沒身不現
이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제 내가 최초로 설하는 법을 누가 어기지 않고 내 뜻과 같이 내 법체(法體)를 알고 증득하여 나로 인하여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020_0808_a_06L爾時世尊作如是念我今於先初說法處誰能不違一如我意知我法體而證知已不惱於我
그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 우타라가라마자(優陀羅迦羅摩子)는 마음에 교묘한 지혜와 분별하는 총명을 오래도록 성취하여 그 마음에 비록 티끌은 조금 있으나 모든 번뇌가 엷고 근기가 무르익고 지혜가 날카로운 자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 우타라가라마자에게 가장 먼저 법을 설해야만 한다. 그는 내가 설하는 법을 들으면 금새 내 법을 증득하여 알게 될 것이다.’
020_0808_a_09L爾時世尊作如是念其優陁羅迦羅摩子心應巧智辨了聰明長夜成就其心雖復少有塵垢諸使結薄根熟智利我今應當於優陁羅迦羅摩子對於其前先爲說法我所說法彼能速疾證知我法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한 천왕이 공중에 있다가 몸을 숨기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이렇게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우타라가라마자는 이미 7일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020_0808_a_15L世尊如是思惟念已時有一天在於空中隱身不現來向佛所而出聲言迦羅摩子其命終來已經七日
세존께서는 곧 다시 속마음의 지혜로 우타라가라마자가 정말로 7일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아셨다.
020_0808_a_18L世尊更復內心智見優陁摩子實命終來已經七日
세존께서는 또 생각하셨다.
‘우타라가라마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어느 곳에 났을까?’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다시 지혜를 내어서 우타라가라마자가 목숨을 마친 뒤에 비비상천(非非想天)에 태어난 것을 보셨다.
020_0808_a_20L世尊復念優陁摩子命終已後當生何處而世尊心復生智見優陁摩子命終生於非非想天
020_0808_b_02L그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비비상천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수명의 끝이 있을까, 없을까?’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지혜를 일으켜서 비비상천의 수명이 8만 4천 대겁(大劫)임을 보셨다.
020_0808_a_23L爾時世尊復如是念非非想天壽命幾許有邊際不是時世尊心生智見非非想天壽命八萬四千大劫
세존께서는 또 이렇게 생각하셨다.
‘우타라가라마자가 비비상천에 나서 그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 어느 곳에 날까?’
020_0808_b_03L爾時世尊復如是念優陁摩子生非非想彼壽終後復生何處
이때 세존께서는 마음에 지혜를 일으켜서 우타라가라마자가 지금은 비비상천에 있으나 그곳에서 목숨이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떨어져 나게 되는데, 비리(飛狸)의 몸을 받아 날 것을 아셨다. 그리하여 그가 비리의 몸을 얻은 뒤에는 물에 살거나 육지에 사는 중생, 또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중생들의 목숨을 닥치는 대로 해칠 것이며, 혹은 또 그 모든 중생들과 함께 욕사(慾事)를 행하다가 과보가 다하면 굶주려서 죽을 것을 보셨다.
020_0808_b_05L爾時世尊心生智見知優陁羅迦羅摩子今在非想彼處命終後還墮落生於此處受飛狸身而彼旣得飛狸身已若有衆生生於水中或居陸地或空飛行常當殺害於彼生命或復共彼諸衆生等行於慾事報盡於後飢餓而死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마음으로 생각하셨다.
‘저 우타라가라마자는 비리의 몸을 버린 뒤에는 다시 어떤 생을 받을까?’
020_0808_b_12L爾時世尊復心思惟其優陁羅迦羅摩子捨飛狸已復受何生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마음에 지혜가 일어나서 이렇게 아셨다.
‘우타라가라마자는 비리의 몸으로 목숨이 다하면 지옥에 나는구나.’
020_0808_b_14L爾時世尊心生智見知優陁羅迦羅摩子從飛狸身命終已後生於地獄
이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아, 슬프구나. 우타라가라마자야, 너는 헛되이 몸을 받아 큰 이익을 잃었구나. 인간 세상에서의 묘하고 좋은 과보를 얻지 못하였구나. 우타라가라마자는 나의 이런 좋은 법을 듣지 못하게 되었구나. 만약 우타라가라마자가 이런 좋은 법들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이 법을 속히 증득하였으리라.’
020_0808_b_16L爾時世尊心復如是思惟念言嗚呼嗚呼汝優陁羅迦羅摩子空然受身失於大利不得人閒妙好善報而優陁羅迦羅摩子不得聞我如是善法若優陁羅迦羅摩子得聞如是諸善法者卽應速得證於此法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제 처음으로 누구를 위하여 이 법을 설하면, 내가 설법할 때 내 법을 어기지 않고 나를 번뇌롭지 않게 하고 속히 내 법을 증득할 것인가?’
020_0808_b_22L爾時世尊復如是念我今爲誰初說此法我說法時不違我法不煩惱我而能速疾證於我法
020_0808_c_02L그때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阿羅邏迦羅摩) 종(種)은 매우 교묘한 지혜와 총명하고 치밀한 마음을 오래도록 성취했다. 비록 번뇌가 조금은 있지만 번뇌가 엷고 근기가 예리하니, 나는 이제 저 아라라가라마 종에게 처음으로 이 법을 설해야겠구나. 만약 그가 나의 설법을 들으면 틀림없이 그는 빨리 증득할 것이다.’
020_0808_c_02L爾時世尊內心如是思惟而知其阿羅邏迦羅摩種極巧智慧聰明細心長夜成就雖少有垢結薄利根我今應當詣於彼閒阿羅邏迦羅摩種邊初說此法彼若得聞我所說法其必速疾應當證知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막 하셨을 때 한 천인이 몸을 숨기고 세존의 처소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아라라가라마 종은 어제 목숨을 마쳤습니다.”
020_0808_c_08L世尊如是思惟念已時有一天隱身不現往世尊所而出聲言彼阿羅邏迦羅種姓昨日命終
그러자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지견(智見)을 내어서 아라라가라마 종성이 어제 목숨을 마쳤음을 아셨다.
020_0808_c_11L爾時世尊心生智見知阿羅邏迦羅種姓昨日命終
이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라라가라마는 이곳에서 목숨이 다하고 어느 곳에서 생을 받았을까?’
020_0808_c_13L爾時世尊復如是念阿羅邏種從此命終受何處生
그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으로 지혜를 내어서 아라라가 이곳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불용처(不用處)에 났음을 아셨다.
020_0808_c_15L爾時世尊內心生智知阿羅邏此處命終生不用處
그리고 다시 생각하셨다.
‘불용처천(不用處天)의 수명은 얼마나 되며 그 끝은 있는 것일까?’
020_0808_c_17L爾時世尊復如是念不用處天壽命多少有於限量邊際以不
그때 세존께서는 마음속의 지견으로 불용처의 수명은 끝이 있으니 6만 3천 대겁임을 아셨다.
020_0808_c_19L爾時世尊內心智見知不用處壽命有邊六萬三千大劫壽命
그리하여 다시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는 불용처천의 목숨이 끝난 뒤에 또 어느 곳에 날 것인가?’
020_0808_c_21L爾時世尊復如是念其阿羅邏不用處天命終已後復何處生
020_0809_a_02L그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의 지견으로 아라라가라마는 불용처의 수명이 끝난 뒤 다시 이곳에 떨어져 법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변방에 살면서 그곳에서 왕이 될 것을 아셨다.
020_0808_c_23L爾時世尊內心智見知阿羅邏從不用處命終已後還墮於此處在邊地不識法處當得作王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는 불법을 모르는 변방의 왕이 되었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시 또 어떤 생을 받을까?’
020_0809_a_03L爾時世尊復如是念其阿羅邏從無識法邊地之王命終已後復受何生
그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의 지견으로 아라라가라마가 변방의 왕이 되었다가 그 목숨을 마친 뒤에 큰 지옥에 떨어질 것을 아셨다.
020_0809_a_05L爾時世尊內心智見知阿羅邏從邊地王其命終後墮大地獄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아, 슬프구나. 너 아라라가라마 종성이여, 헛되이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크게 잃은 바가 있고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는구나. 나의 이런 묘법을 듣지 못하는구나. 만약 그가 나의 이 법을 들었더라면 이내 이 법을 증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020_0809_a_07L爾時世尊如是思惟嗚呼嗚呼汝阿羅邏迦羅種姓空受人身大有所失不得善利而不聞我如是妙法 若彼得聞我是法者卽應速疾得證此法


37. 전묘법륜품(轉妙法輪品) ①
020_0809_a_11L佛本行集經轉妙法輪品第三十七上

이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모든 세간 속에 어떤 중생이 몸과 입이 청정하고 티끌과 때가 적으며, 여러 가지 번뇌가 엷고 근기가 무르익고 지혜가 날카로울까? 그리하여 내가 이제 처음으로 법을 설할 때, 나를 괴롭히지 않고 속히 나의 법을 증득하며 내가 법륜을 굴리는 데 방해되지 않을 중생이 누가 있을까?’
020_0809_a_12L爾時世尊作是思惟諸世閒中有何衆生身口淸淨少塵少垢諸結使薄根熟利智而我今初說法之時不惱於我而能速疾證知我法不妨廢我轉於法輪
그러자 세존에게 이러한 생각이 났다.
‘다섯 선인(仙人)이 있구나. 그 다섯 선인들은 예전에 나에게 큰 이익을 주었고, 내가 고행할 때 나를 받들어 섬긴 자들이다. 그 다섯 선인들은 모두 청정하여 티끌과 때가 적고 번뇌가 엷고 지혜가 날카로워 내가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며 설하는 미묘한 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를 어기지 않을 것이니, 나는 이제 저 다섯 선인들에게 가서 처음으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야겠다.’
020_0809_a_17L爾時世尊如是思惟有五仙人彼五仙者昔日與我大有利益我在苦行承事於我彼等五仙竝皆淸淨少垢少塵薄使利智彼等堪能受我最初轉於法輪所說妙法應不違我我今應詣彼五仙邊初爲說法
020_0809_b_02L그리고 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다섯 선인은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이때 세존께서는 보통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그 다섯 선인들이 현재 저 바라나성 녹야원(鹿野苑)에서 유행(遊行)하고 있는 모습을 보셨다.
020_0809_a_23L爾時世尊復如是念彼等五仙今在何處是時世尊以淨天眼過於人眼觀彼五仙今日在彼波羅捺城鹿野苑內經歷遊行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보리수에서 얼마쯤 머물다가 바라나국으로 향하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09_b_04L爾時世尊從菩提樹隨多少時住已漸向波羅捺國而有偈言

세존께서 라마자에게 설법하시려
마음을 일으켜 그가 태어난 곳을 살펴보시자
지금 목숨이 끝나 천상에 난 것을 아시고는
다섯 선인을 생각하여 그곳으로 가려 하시네.
020_0809_b_06L世尊欲說羅摩子
發心觀察其所生
知今命終在於天
心念五仙欲至彼

이때 마왕 파순(波旬)은 부처님께서 보리수를 떠나려고 일어나시는 것을 보고서 마음이 괴로워 서둘러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오니 제발 이곳을 떠나지 마소서. 부디 편안히 앉으셔서 자리를 옮기지 마소서. 세존께서는 이곳에 머물면서 마음껏 지내소서.”
020_0809_b_08L爾時魔王波旬見佛欲捨於此菩提樹起心生苦惱速詣佛所到佛所已而白佛言善哉世尊唯願世尊莫離此處安坐莫移世尊在此隨意所行
그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마왕 파순아, 너는 부끄러움도 없고 수치스러움도 모르는구나. 예전에 너는 나를 어지럽히고 괴롭히려 찾아왔다. 그때 나는 아직 모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였는데도 너는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하물며 오늘 이미 위없는 지극히 참되고 평등한 깨달음의 길을 증득하여 일체 그릇된 길을 다 버리고 떠나서 바른 해탈을 얻은 나를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020_0809_b_12L爾時世尊告波旬言魔王波旬汝無慚愧不知羞恥汝於先時欲惱亂我我於爾時具有貪慾瞋恚癡等一切未盡汝來不能惱亂於我況復今日我已證得無上至眞平等覺道一切邪徑盡皆捨離得正解脫
020_0809_c_02L마침내 세존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나 천천히 길을 떠나 전다라(旃陀羅)수나라 말로는 엄치(嚴熾)라고 함 마을에 이르셨다. 그리고 다시 전다라 마을에서 천천히 길을 떠나 순타사체라(純陀私洟羅)순(純)은 지(之)와 순(詢)의 반절이고, 체(洟)는 타(他)와 리(梨)의 반절이다.수나라 말로는 무각퇴(無角搥)라고 함 마을로 향하셨다. 그 도중에 우파가마(優波伽摩)수나라 말로는 내사(來事)라고 함라는 이름의 걸식하는 바라문 한 사람과 마주쳤다.
그는 부처님을 보자 곧 아뢰었다.
“그대 구담(瞿曇)이여, 피부가 참으로 윤이 나고 깨끗하며 때도 묻지 않았고 번들거리지도 않군요. 당신의 얼굴은 둥글고 매우 장엄하여 모든 근(根)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대 구담의 스승은 누구시오? 누구를 따라 출가하였으며, 뜻으로 즐기는 것은 누구의 법입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걸어가시면서 게송으로 그에게 답하셨다.
020_0809_b_18L爾時世尊從道樹下起已安庠漸漸行到旃陁羅村隋言嚴熾 從旃陁羅安庠行至純之詢反陁私涕他梨反羅聚落隋言無角堆於其路上見有一乞婆羅門名優波伽摩隋言來事兩逆相逢彼見佛已白佛言仁者瞿曇身體皮膚快好淸無有垢膩仁者面貌圓極莊嚴根寂定仁者瞿曇師爲是誰從誰出意喜所樂是於誰法爾時世尊隨行隨說以於此偈答彼乞索婆羅門言

내 이미 모든 세간을 항복 받고서
온갖 지혜를 완전하게 성취하였네.
모든 법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일체 사랑의 그물을 영원히 벗어났네.
능히 남을 위해 모든 신통을 설하니
그러므로 일체지라고 이름하노라.
내 이제 세간의 공양을 받을 만하여서
자재롭게 이 무상존(無上尊)을 이루었노라.
020_0809_c_05L我已降伏諸世閒
成就具足種種智
於諸法中不染著
永脫一切愛網羅
能爲他說諸神通
是故名爲一切智
我今堪受世閒供
自在得成無上尊

모든 천상과 인간의 세계 속에
오직 나만이 모든 마의 무리를 항복 받았네.
나는 스승이 없이 안으로 스스로 깨쳤고
세간에 다시 더불어 짝할 이 없노라.
020_0809_c_09L一切天人世界中
唯我能降諸魔衆
我無有師內自覺
世閒更無與等雙

천상과 인간 중에 나만이 홀로 높아
몸과 마음 청정하여 해탈을 얻었네.
통달해야 할 것에는 모두 통달하고
증득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증득하여 알았네.
020_0809_c_11L天人中唯我獨尊
身心淸淨得解脫
一切通處皆通達
所可證處已證知

편안히 머물러야 할 곳에 이미 머물렀으니
그러므로 나를 세상에서 높은 이라 이름하네.
마치 물에서 피어난 분타리꽃이
비록 물 속에 피었어도
물에 젖지 않듯이
020_0809_c_13L可安之處已得安
故稱我爲世尊上
猶如分陁利在水
雖復處在於水中
而不爲水之所沾

내가 세간에 있는 것도 그러하여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를 불타(佛陀)라고 부르노라.
020_0809_c_16L我在世閒亦復爾
不爲一切世所污
是故稱我爲佛陁

이때 우파가마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지금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지금 바라나국으로 가려고 한다.”
“장로 구담이시여, 당신은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하려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그 우파가마 바라문에게 답하셨다.
020_0809_c_17L爾時優波伽摩婆羅門復白佛言老瞿曇今欲何去世尊報彼婆羅門我今欲向波羅柰國彼婆羅門復問佛言長老瞿曇仁者至彼欲作何世尊更復以偈答彼優波伽摩婆羅門言

내 이제 묘한 법륜을 굴리고자
저 바라나성으로 가는 것이다.
앞 못 보는 중생들을 다 일깨워서
감로 북의 문을 두드려서 열리라.
020_0809_c_23L我今欲轉妙法輪
故至於彼波羅柰
幽暝衆生悉令曉
擊敞甘露鼓之門
020_0810_a_02L
그때 우파가마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 생각으로는 장로 구담께서 자칭 아라한(阿羅漢)을 얻은 자이며, 모든 번뇌를 조복하였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뜻입니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020_0810_a_02L爾時優波伽摩婆羅門復白佛言我意見長老瞿曇自稱身得阿羅漢伏諸煩惱其義云何世尊復更以偈重答於彼優波伽摩婆羅門言

나는 모든 원수를 항복 받고
일체의 모든 유루를 영원히 다하여
세간의 모든 악법을 모두 멸하였기에
바르고 올바른 세존으로 불린다고 알아라.
020_0810_a_06L應當知我伏諸怨
永盡一切諸有漏
世閒諸惡法皆滅
故我稱爲眞正尊

또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10_a_08L而有偈說

자기만의 이익을 얻어 스스로를 기르면서
남의 이익을 더해 주지는 못하며
어둠에 빠진 중생을 보고 자비심을 내지 않고
남보다 뛰어난 도를 얻고도 함께 나누지 않으면
그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020_0810_a_09L何怪得利自養育
不能增長利益他
見衆幽暝不慈悲
得道勝他共分用

자기는 피안으로 건너갔으면서 물에 빠진 이를 보고도
건지지 못한다면 착한 사람이 아니네.
자기는 땅 속의 재물 얻었으면서 가난한 이 보고도
그에게 베풀지 않는다면
이는 지혜로운 자가 아니네.
020_0810_a_11L自度彼岸睹沒溺
若不能拔非善人
自得地藏見貧窮
而不施他是非智

제 손에 감로의 약을 움켜쥐고서
어찌 병자를 보고도 고쳐 주지 않으랴.
무시무시한 광야를 지나다가
길 잃은 사람 만나거든 길을 일러 주어야 한다.
020_0810_a_13L手自執持甘露藥
見有病人不與治
可畏曠野得路行
睹彼迷人應教示

칠흑 같은 어둠에 밝은 빛을 비추면
광명이 성해도 마음에 집착하지 않듯
부처님도 그와 같아 법의 빛을 비추지만
이 인연에 또한 집착하지 않네.
020_0810_a_15L如大闇燈作光明
明盛不著在我心
佛亦如是作法光
於此因緣亦不著

그러자 우파가마 걸식 바라문은 큰 소리로 “장로 구담이여!”라고 외치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두드리더니 부처님을 피해 길을 따라 동쪽을 향해 떠나갔다.
020_0810_a_17L爾時優波伽摩乞婆羅門口唱言謂長老瞿曇以手拍髀下道避佛向東而行
이때 그곳에 어떤 천신(天神)이 있었는데, 그는 예전에 우파가마 바라문과 친구였던 자이다. 그 천신은, 우파가마 걸식 바라문이 이익을 얻고 안락함을 얻으며 두려움이 없는 곳에서 해탈을 얻게 하려고 게송으로 그 바라문에게 일러 주었다.
020_0810_a_20L爾時彼處有一天神往昔舊與優波伽摩婆羅門身曾爲親舊天神欲爲優波伽摩乞婆羅門作利益故作安樂故於無畏處得解脫故以偈告彼優波伽摩婆羅門言
020_0810_b_02L
지금 위없는 천상과 인간 세상의 스승을 만났는데도
저 분이 세존ㆍ지진각(至眞覺)인 줄 모르는구나.
그릇된 견해에 벌거벗은 몸뚱이로 어디를 가려 하느냐.
너는 마땅히 괴로움을 받으리니 면할 기약이 없구나.
020_0810_b_02L今値無上天人師
不識世尊至眞覺
邪見赤體欲何去
汝當受苦未期央

만약 이런 조어사(調御師)를 만나고도
나 몰라라 저버리고 공양하지 않는다면
너의 손과 발이 장차 무슨 공덕을 짓겠느냐.
바로 이 분에게서 믿는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
020_0810_b_04L若逢如是調御師
捨之不發供養者
手足與汝何功德
應當於此生信心

이때 세존께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며 앞으로 나아가셨다. 그리하여 주란나사타라(周蘭那娑陀羅)이곳이 바로 무각퇴(無角搥)이다.를 떠나서 가란나부라(迦蘭那富羅)수나라 말로는 이성(耳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가란나부라 마을을 떠나서 이윽고 사라체(娑羅洟)수나라 말로는 조어성(調御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였고 나아가 사라체 마을을 떠나 노혜다가소두(盧醯多柯蘇兜)수나라 말로는 폐색성(閉塞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리고 다시 노혜다가소두 마을을 떠나 항하(恒河) 기슭에 이르셨다.
강가에 도착하시자 뱃사공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그대여. 부디 나를 저편 강 언덕으로 건네다오.”
뱃사공은 대답했다.
“존자께서 만약 저에게 배삯을 주신다면 저는 당연히 존자를 건네 드릴 것입니다.”
020_0810_b_06L爾時世尊安庠漸行從周蘭那娑陁羅去卽是無角堆至迦蘭那富羅聚落隋言耳城 從迦蘭那富羅聚落安庠而去漸漸而至娑羅涕聚落隋言調御城 從娑羅涕聚落而去至盧醯多柯蘇兜聚落隋言閉塞城 從閉塞城至恒河岸到河岸已詣船師邊至已卽語彼船師言善哉仁者乞願度我向於彼岸船師報言尊者若當與我度價然後我當度於尊者
그러자 세존께서는 뱃사공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지금 어떻게 뱃삯이 있겠는가? 나는 모든 재물과 보배를 끊어 버렸다. 설령 다시 재물들을 보게 되더라도 기왓장이나 돌ㆍ흙덩이와 다름없이 볼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의 한쪽 팔을 베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이 전단향을 내 한쪽 팔에 바른다 해도 이 두 사람에게 내 마음은 평등하나니 이런 까닭에 나에게는 뱃삯이 없다.”
뱃사공이 다시 말하였다.
“존자여, 만약 그대가 제게 뱃삯을 줄 수만 있다면 저는 당장이라도 존자를 건네 드리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오직 뱃삯을 받아서 생활하고 처자를 양육하기 때문입니다.”
020_0810_b_15L爾時世尊報船師言我今何處得有度價但我除斷一切財寶設復見者觀如瓦石土塊無殊若當有人割我一臂又以旃檀塗我一臂此二人邊我心平等我以是故無有度價船師復言尊者若能與我度價我今卽當度於尊者所以者何我唯因此持用活命畜養婦兒
020_0810_c_02L이때 세존께서는 보통 사람의 눈보다 더 뛰어난 맑은 천안으로 5백 마리 기러기 떼들이 항하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시고 곧 뱃사공에게 게송을 읊으셨다.
020_0810_b_23L爾時世尊以淨天眼過於人眼見有一群五百頭鴈從彼恒河南岸飛空而來向北世尊見已卽對船師而說偈言

저들 기러기 떼도 항하를 건너건만
그에게 뱃삯을 달라고 한 적이 없네.
제각기 힘을 내어 제 몸을 움직여서
허공을 제 마음대로 가는구나.
020_0810_c_04L諸鴈群黨度恒河
不曾問彼船師價
各運自身出己力
飛空自在隨所之

나도 이제 신통을 써서
저 기러기처럼 허공을 날아가리니
아마 항하 남쪽 언덕에 이르면
수미산처럼 편안히 머무를 수 있으리.
020_0810_c_06L我今應當以神通
騰虛翺翔猶彼鴈
若至恒河水南岸
安隱定住若須彌

그때 그 뱃사공은 부처님께서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을 보고 커다란 후회가 일어나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나는 이런 큰 성인이며 복전(福田)인 분을 보고도 저 언덕으로 건네줄 줄을 몰랐구나. 아아, 슬프다. 나는 큰 이익을 잃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던 그는 마침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잠깐 정신을 놓았던 뱃사공은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일어나 곧 마가다국 빈두왕(頻頭王)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아뢰었다.
020_0810_c_08L彼船師見佛過已心生大悔如是思惟嗚呼嗚呼我睹如是大聖福田而不知施度至彼岸嗚呼嗚呼我失大利如是念已悶絕倒地而彼船師少時迷荒還得蘇醒從地而起卽便馳往摩伽陁主頻頭王邊奏如是事
마가다왕 빈두사라(頻頭娑羅)는 이 일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개 범부가 어찌 신통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대들은 지금부터 출가한 사람이 누구든지 와서 건네 달라고 하면 시비를 따지지 말아라. 그저 오는 대로 배삯을 받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곧 건네주어라.”
020_0810_c_14L爾時摩伽陁王頻頭娑羅聞此事已作如是言凡夫之人云何可知此有神通此無神通是故汝等從今已去凡是一切出家之人來欲度者莫問是非但有來者勿取度價隨意卽度
020_0811_a_02L이때 세존께서는 항하를 날아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셨다가 그 언덕에서 다시 신통을 내어 바라나성까지 날아가셨다.
그때 그곳에 용의 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용의 이름은 상거(商佉)수나라 말로는 여(䗍)라고 함였다. 그는 세존께서 그 못가에 내려와 발을 디딘 곳에 탑을 세웠고, 탑의 이름을 미지가(彌遲伽)수나라 말로는 토탑(土塔)이라 함라 하였다.
여래께서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시고 식사 때를 기다리셨다. 그래서 그 때를 기다리던 곳에 탑을 세웠는데, 그 탑의 이름은 숙대시탑(宿待時塔)이라 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10_c_19L爾時世尊飛度恒河達到彼已從於彼岸復作神通飛騰而向波羅柰城是時彼處有一龍池時其龍王名曰商佉隋言蠡世尊至彼池邊而下世尊足步所下之處龍王起塔其塔因稱名彌遲伽隋言土塔如來在彼經由一宿待後食時於待時處復起一塔其塔復名宿待時塔而有偈說

모든 부처님께서는 밤에는 인간 세상에 들지 않으시고
공양할 때를 기다린 뒤에야 걸식을 다니셨으니
때 아닌 때에 다니는 자에게는 큰 우환이 있다.
그러므로 뭇 성인은 때를 잘 살핀다.
020_0811_a_04L諸佛夜不入人閒 要待齋時而乞食非時行者有大患 是故衆聖候於時

이때 세존께서는 삼마야(三摩耶)에 의지해서 마가다(摩伽陀)에 공양할 때가 이르렀으므로 서쪽 문을 통하여 바라나성으로 들어가셨다. 들어가셔서 차례로 걸식하여 밥을 얻은 뒤 성의 동쪽 문을 조용히 걸어나와 성 밖의 어느 물가에 이르러 단정히 앉으셨다. 그곳에서 공양을 마친 뒤에 발우를 씻고 북쪽을 향하여 천천히 길을 걷다가 이윽고 녹야원(鹿野苑)에 이르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11_a_06L爾時世尊依三摩耶依摩伽陁齋欲時從西門入波羅柰城次第乞食於波羅柰乞食得已從城東門安庠而出旣出城外在一水邊端坐而食食訖澡洗北面而行安庠漸至向鹿苑林而有偈說

지난날 성현들이 머물던 곳인
녹야원에서 뭇 새들이 지저귄다.
세존께서는 몸에서 눈부시게 빛을 내며
차츰 그 동산에 이르시니 해가 뜨는 것 같네.
020_0811_a_12L鹿苑鳥獸衆鳴聲
往昔諸聖所居處
世尊身放光明耀
漸至彼苑如日天

그때 다섯 선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차츰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로 이렇게 다짐하였다.
“우리들은 꼭 약속을 합시다. 장로들이여, 저기에서 오고 있는 이는 바로 석가 종족의 사문 구담이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저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서 선정을 잃어버렸으며 게으름으로 온몸이 얽매여 있으니, 우리는 그를 공경할 필요도 없고 그에게 절하거나 그를 맞을 필요도 없고, 또 그에게 앉을 자리를 내줄 필요도 없소. 그러나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앉고 싶은 대로 앉게는 해 줍시다.”
그런데 교진여(憍陳如)는 혼자 속으로 이 약속을 지키리라 맹세하지 못하고 그저 입으로는 반대할 수 없어 곧 함께 게송을 읊었다.
020_0811_a_14L爾時五仙遙見世尊漸至其邊見已各各共相謂言我等要誓諸長老等此之來者是彼沙門瞿曇釋種向我邊來此懈怠人喪失禪定以懈怠故全身纏縛而我等輩不須敬彼不須禮彼不須迎彼不須與彼安置坐處雖然但且隨其意樂隨其自坐唯憍陳如獨一人心不同此誓而口不違卽便相對而說偈言

게으른 구담이 홀연히 다가오네.
우리 다섯 선인은 뜻을 같이해서
그를 공경하지도 예배하지도 말자.
맹세를 어긴 이 자를 환영할 수는 없네.
020_0811_a_23L瞿曇懈怠今忽來
我等五仙各相契
詳共莫敬莫禮拜
此人違誓不合迎
020_0811_b_02L
세존께서 점점 그 다섯 선인 곁으로 다가왔다. 세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다섯 선인은 한결같이 앉아 있기가 불편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함께 한 약속을 어기고 서로들 일어나려 하였다. 마치 새 조롱 안에 있던 사구니(奢拘尼) 새가 사람이 새장 밖에 큰 불을 놓으면 조롱이 뜨거워져서 그 속에서 편안히 머물지 못하고 뛰어오르고 날아오르려 하듯이 그와 똑같이 이 다섯 선인은 세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 다섯 선인 중에 어떤 이는 자리를 펴서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어떤 사람은 물을 길어와 발을 씻어 드리려고 발 씻을 돌과 가죽신을 가져왔으며, 어떤 이는 동이에 물을 가득 떠와 발을 씻어 드리고는 나무토막을 가지고 와서 발을 얹게 하였으며, 어떤 이는 3의(依)와 발우를 받아 들고는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장로 구담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11_b_02L爾時世尊漸漸近彼五仙人邊旣逼近已而彼五仙各各相與坐不能安忽自違誓各各欲起譬如奢拘尼鳥在鐵網內而外有人放於大火其網熱故不能安住欲飛欲跳如是如是彼五仙人見世尊已不覺忽然從坐而起時五仙內或有鋪設安置坐者或有持水欲擬洗足或洗足石及革屣者或復有將盛水盆來或洗足已將於木來擬安腳者或有迎接三衣及鉢又口唱言善來長老瞿曇安坐於此鋪上而有偈說

어떤 이는 발우와 3의를 받아 들고
어떤 이는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며
어떤 이는 앉으실 자리를 미리 펴고
어떤 이는 물그릇과 발 씻을 물병을 가져오네.
020_0811_b_14L或迎取鉢及三衣
或復頂禮佛足下
或預鋪設所坐處
或持水器及澡甁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이 마련해 놓은 자리에 조용히 앉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앉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들은 모두가 어리석구나. 서로 그런 약속을 해 놓고는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어기고 있구나.’
020_0811_b_16L爾時世尊隨其鋪設安庠而坐時佛坐已作是思惟此等一切皆是癡人各各雖發如是誓言而自相違不依而住
그런데 다섯 선인들은 부처님께서 앉으신 것을 보고 이렇게 아뢰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몸의 빛깔과 피부가 매우 깨끗하고 윤기가 흐릅니다. 얼굴빛이 원만하고 빛이 두루 비치며 모든 근(根)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장로 구담께서는 미묘하고 좋은 감로를 만나셨거나 깨끗한 감로의 성도(聖道)를 얻으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020_0811_b_20L爾時五仙見佛坐已而白佛言長老瞿曇身色皮膚快好淸淨面目圓滿又足光明諸根寂定長老瞿曇必當値遇妙好甘露或得淸淨甘露聖道
020_0811_c_02L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섯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인들은 여래를 장로라 부르지 말라. 왜냐 하면 장로라고 부른다면 그대 선인들은 오는 세상에 영원토록 괴로움을 당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감로 법을 증득하였고 이미 감로의 도를 얻었다.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따르라. 내 말을 따르되 어기지 말라. 그리고 나의 가르침에 따라 청정하게 수행하라.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바른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梵行)을 구하고자 하고 범행의 근원을 다하면 현재에서 모든 법을 볼 것이요, 신통이 자재하여 증득행을 하여 스스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이미 생사를 끊었으며 범행은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다시는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각각 이렇게 알아야 한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811_b_24L爾時世尊卽便告彼五仙人言汝等仙人莫喚如來爲長老也所以者何汝等仙人當來長夜應値苦患何以我今已證甘露之法我今已得甘露之道汝隨我教汝聽我言我能教示於汝等輩汝隨我語不得乖違依我教淸淨而行若善男子及善女正信捨家剃除鬚髮出家欲求無上梵行盡梵行源現見諸法自在神證得行行自能唱我已斷生死立梵行所作已辦更不復受於後世汝等各當如是自知而有偈言

저 다섯 선인이 부처님의 성을 부르니
세존께서는 은혜로이 그들을 가르치시네.
너희들 마음에 교만을 일으키지 말라.
자만심을 버리고 나를 공경하라.
020_0811_c_13L彼等五仙喚佛姓
世尊恩愍教彼言
汝等心意莫矜高
捨於自慢恭敬我

아만이 있건 없건 평등하게
나는 너희들 업의 인(因)을 돌리련다.
내 이미 성불하여 세존이 되었으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노라.”
020_0811_c_15L我慢無慢我平等
我欲迴汝等業因
我已得佛爲世尊
爲諸衆生作利益

이 말을 하고 나자 다섯 선인들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구담께서는 옛날에도 이런 행을 하셨고 이런 길을 구하셨고 이런 고행을 하셨지만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셨고, 모든 성현들과 지견이 같지 못하셨고 더욱 나아가지도 못하셨거늘, 하물며 마음이 나태해지고 선정을 잃고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는 지금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020_0811_c_17L作是語已其五仙人卽白佛言長老瞿曇昔行是行昔求是道昔行是苦不曾得證上人之法不共諸聖而同智見不得增進 況復今日成就懶墯失於禪定懈怠纏身
020_0812_a_02L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한번 다섯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선인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여래는 게으르지 않고, 선정을 잃은 적도 없고, 또한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지도 않다. 너희 선인들이여! 나는 이제 이미 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었고, 이미 감로를 증득하였으며 감로의 도를 깨달았노라. 너희들 선인은 내 가르침을 받고 내 법을 들으라. 너희들이 만약 나의 가르침을 받겠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가르치리라. 너희들이 내 가르침을 따르고 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내가 가르치는 법을 행하면 나아가 너희들은 미래에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라.”
020_0811_c_22L爾時世尊再過告彼五仙人言汝等仙人莫作是言如來非是懈怠之行非是失禪我亦非是懈怠纏身汝等仙人我今已成阿羅呵三藐三佛陁我今已證得彼甘露知甘露道汝等仙人應受我教聽於我法汝等今若受我教示我能教誨於汝等輩汝依我教莫違我教行我教法乃至汝等未來當得不受後有
이때 다섯 선인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옛날에도 이런 행을 하셨고 이런 길을 구하셨고 이런 고행을 하셨지만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셨고, 모든 성현들과 지견이 같지 못하셨거늘, 하물며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는 지금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020_0812_a_08L爾時五仙復白佛言長老瞿曇昔如是行如是求道行如是苦不證上法不共諸聖而同智見乃至懈怠以纏自身
그러자 세존께서는 세 번째로 거듭 그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인들은 내 지난날 남에게 거짓된 말을 한 적이 있는지를 스스로도 알고 있으리라.”
그들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존자시여.”
020_0812_a_12L爾時世尊三過告彼五仙人言汝等仙人自知我昔曾爲人說妄言以不五仙人言不也尊者
020_0812_b_02L이때 세존께서는 입에서 혀를 내어 양 귓구멍이 있는 곳까지 닿게 하고 콧구멍에 이르러 콧구멍을 막더니 다시 혀로써 스스로 혀를 핥고 두루 얼굴을 덮었다가 도로 오므려 본래대로 걷으셨다. 그리고 나서 다섯 선인들에게 물으셨다.
“너희 선인들은 그대들의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적이 있으리니, 만약 사람이 거짓된 말을 하고도 이런 혀의 신통력을 지닌 자가 있었던가?”
“없습니다, 존자시여.”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여래가 게으르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여래는 선정을 잃지도 않았으며,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지도 않았다. 모든 선인들아, 너희들은 지금 내가 이미 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었고, 감로를 증득하고 감로의 도를 깨달았음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나의 가르침과 일깨움을 받아라. 내가 가르치는 법을 듣고 내가 가르치는 법을 따라 행하라. 만약 내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그 선남자와 선여인이 해탈을 구하고자 집을 버리고 출가하면 나아가 미래에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라.”
020_0812_a_15L爾時世尊從口出舌至二耳孔至二鼻孔以舌拄塞二鼻孔已還復以舌自舐於舌遍覆其面覆已還縮依舊還置舌本居處安置已告五仙人言汝等仙人曾自眼見或復耳聞若人妄語有如是舌神通力不彼等仙言不也尊者是故汝等莫喚如來以爲懈怠如來亦非失於禪定然我不以懈怠纏身諸仙當知我今已成阿羅三藐三佛陁已證甘露知甘露道汝等受我教法示誨聽我教法汝等依我教法而行若不違背其善男子及善女人欲求解脫捨家出家乃至未來不受後有
이때 세존께서 이렇게 다섯 선인을 가르치시자 그들이 그 때까지 지니고 있던 외도(外道)의 모습과 외도의 생각과 외도의 소지품들이 모조리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입고 있던 옷도 그대로 3의로 변하였고, 손에는 저절로 발우가 들려졌고, 머리카락과 수염도 저절로 떨어졌다. 이렇게 삭발한 지 7일이 지난 듯한 위의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오랜 하안거를 지내온 비구 같은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행동거지를 고스란히 갖춘 채 그와 같이 서 있었다.
020_0812_b_06L爾時世尊以如是教誨彼五仙彼仙所有外道之形外道之意外道之藏皆悉滅隱不現身上所著之服卽成三衣手執鉢器頭髮髭鬚自然除落猶如剃來經於七日威儀卽成形容譬如百夏比丘威儀行步坐起擧動如是而住
020_0812_c_02L그러자 세존께서 곧 그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각각 분에 따라 동쪽을 관찰하여라.”
다섯 비구들이 동쪽을 관찰하려 하였으나 서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각각 분에 따라 서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서쪽을 관찰하려 하였으나 동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북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북쪽을 관찰하려 하였지만 곧 남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너희 비구들은 남쪽을 관찰하여라”고 이르셨지만 곧 북쪽이 보였고, 세존께서 다시 “너희 비구들은 위쪽을 관찰하여라”고 이르셨지만 곧 아래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아래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아래쪽을 관찰하려 하였지만 곧 위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분에 따라 각각 나머지 방위를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나머지 방위를 관찰하려 하였더니 곧 정방(正方)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정방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정방을 관찰하고자 하니 곧 나머지 방위가 보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비구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의 마음속에 각각 기쁨을 내게 하고, 그들이 증득한 내용들이 바른 이치를 따르게 하니, 모두가 크게 기뻐하였다. 그때 다섯 비구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서 세존을 따르고 세존께 여쭙고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세존의 마음을 따라 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어기지 않으며, 설하시는 말씀을 잘 듣고 자세히 받으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되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020_0812_b_13L爾時世尊卽便告彼五比丘言汝等比丘各各隨分觀察東方時五比丘欲觀東方而見西方世尊復告汝等比丘隨分各各觀察西方彼等比丘欲觀西方卽見東方世尊復告汝等比丘觀察北方彼等比丘欲觀北方卽見南方世尊復告汝等比丘觀察南方卽見北方世尊復告汝等比丘觀察上方卽見下方世尊復告汝等比丘觀察下方彼等比丘欲觀下方卽見上方世尊復告汝等比丘隨分各各觀察餘方彼等比丘欲觀餘方卽見正方世尊復告汝等比丘觀察正方彼等比丘欲觀正方卽見餘方爾時世尊善能教誨彼五比丘令其內心各生歡悅使其獲證隨順正理各各歡喜時五比丘心開意解隨順世尊諮承世尊聽世尊教隨世尊心不違世尊所說教法聞說諦受奉侍世尊無蹔時捨
佛本行集經卷第三十三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