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0920_b_01L불본행집경 제50권
020_0920_b_01L佛本行集經卷第五十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020_0920_b_02L隋天竺三藏闍那崛多譯


52. 설법의식품 ②
020_0920_b_03L說法儀式品下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우리들에게 5일마다[五日五日] 법회를 열도록 허락하셨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나아가 6신통의 모든 공덕을 설하는 것을 찬탄하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모든 비구들은 5일마다 모여서 다 같은 소리로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고 나아가 6신통 등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각기 모여와 법문을 듣고 곧 서로 입을 모아 비구들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모든 스님들은 어째서 꼭 같은 한가지 소리로 설법하는 것일까? 마치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동자들이 합창하여 읽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비구들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사실대로 아뢰었다.
020_0920_b_04L爾時諸比丘作如是念如來已許聽我等輩五日五日聚集大會應當讚說諸佛功德乃至讚歎說六神通諸功德等彼諸比丘五日五日遂卽集同發一聲讚佛功德乃至讚說六神通等功德之事於時諸人各來聽是時卽有談論毀呰作如是言等諸師云何同出一音說法譬如初學諸童子輩合聲唱讀無有異也諸比丘聞此諸人毀呰道說來詣佛白如上事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모든 제자들에게 규칙을 정하니 한가지 소리로 법의 뜻을 찬탄하게 하지 말고 오직 말솜씨가 설법하기에 뛰어난 자에게만 하도록 청하여라.”
020_0920_b_15L爾時世尊告諸比丘作如是言汝諸比丘從今已去制諸弟子不得同聲讚說法義唯請辯才堪說法者
그때 모든 비구들은 머리가 좋지 않고 둔하고 결함이 있으면서도 구족계를 받지 못한 자에게 설법하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비난하여 온갖 욕을 하면서 기뻐하는 마음을 조금도 품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렇게 스승이라는 자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스승이 아닌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020_0920_b_18L爾時諸比丘或復請彼諸根闇鈍及缺漏者不具諸戒而演說法乃至衆人更復毀呰種種道說情不喜樂口唱言是諸師輩尚作如是況非師諸比丘聞是事已具往白佛
020_0920_c_02L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또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오늘부터 나는 모든 제자들에게 규칙을 정하리니 머리가 좋지 않고 둔하고 결함이 있으면서 구족계를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설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는 만약 누군가에게 설법하도록 청하려면 그 사람은 반드시 미묘한 행을 모두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모든 대중들 가운데서 훌륭한 행을 성취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거듭 그 규칙을 말씀하셨다.
“말솜씨가 있고 법을 알며 나아가 오래 전에 『아함경』 등을 이해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 사람에게 설법하기를 청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 가운데는 『아함경』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함경』만을 아는 사람에게 설법을 청하지 말고 나아가 수다라(修多羅)를 알고 마등가(摩登伽)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에게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도록 청해야 한다. 만약 대중 가운데 수다라를 알고 비니(毘尼)를 이해하며 마등가를 아는 이가 많거든 그 중에서 문자가 분명하고 말솜씨를 잘 갖춘 사람을 선택하여라.
또 대중 가운데서 현재 비구로서 문자를 분명히 많이 알고 말솜씨를 잘 갖춘 사람이 많으면 내 이제 허락하나니, 이들 비구를 하좌(下座)에서부터 차례로 보내어 대중을 위해 설법하게 하라. 첫째 사람이 피곤하면 다시 둘째 사람을 시키고, 둘째 사람도 피로하면 셋째 사람을 청하며, 셋째 사람이 피로하면 넷째 사람을 시키고, 넷째 사람이 피로하면 다섯째 사람을 시키며 내지 어느 정도 설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청하여 대중을 위하여 설법케 하라.
모든 비구들이 맨 땅에서 설법할 때 춥거나 더운 경우에는 법당을 짓고 법당 아래에서 설법할 것을 내가 허락한다. 그러나 만약 법당이 있다 하더라도 사방의 벽이 없어 바람이 먼지와 풀을 날려 비구들을 더럽히거든 나는 이제 사방의 벽을 세워 온갖 티끌과 풀을 막을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비구들이 법당에 있을 때 만약 그 바닥이 고르지 않거든 여러 가지 삼[麻]이나 풀이나 진흙으로 그 땅에 발라서 청정하고 아름답게 만들도록 하여라.”
020_0920_c_02L佛告諸比丘言汝諸比丘我從今制諸弟子不得請於諸根闇鈍及以缺漏戒不具者而說其法從今已若請說法應請妙行具足之人諸衆內勝行成就乃至佛復唱其制應當簡擇辯才知法次第舊解阿含經等請令說法乃至衆中多解阿佛復告彼諸比丘言非但唯解阿含經者須請說法復解修多羅及解摩登伽者應請是人爲衆說法若大衆中有諸比丘解修多羅及解毘尼解摩登伽又於是中應當選擇文字分明具足辯才又於衆中現在比丘多解文字分明辯才悉具足者我今當聽是等比丘得從下座次第差遣爲衆說法若一乏者更請第二第二疲乏應請第三第三疲乏應請第四第四疲乏應請第五乃至若干堪說法者次第應請爲衆說法有諸比丘或在露地說法之時或寒或熱我許造堂堂下說法若雖有堂露無四壁風吹塵草污諸比丘我今當聽起四壁障遮諸塵草諸比丘在說法堂若地不平應以種種若麻若草泥塗其地使令淨好
020_0921_b_02L그때 모든 비구들은 설법당을 세우고 땅에 진흙을 바르고 난 뒤에 설법당에서 부처님 말씀을 외우고 익히며 경행(經行)하니 발이 더러워졌다. 그리하여 이로써 비구들에게 발을 씻을 것을 허락하였다.
그때 비구들은 너무나도 자주 발을 씻으므로 다리와 발에 통증이 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향물을 땅에 뿌려 먼지와 티끌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라.”
그러나 그 땅이 마르자 다시 발이 더럽혀졌다. 부처님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쇠똥과 향수를 법당 바닥에 바를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물이 마르자 쇠똥이 부서져 다시 발을 더럽혔다. 부처님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부드러운 풀이나 혹은 또 삼[麻]을 가져다 땅 위에 깔도록 하여라.”
그때 모든 사람들은 그 법사들이 말솜씨가 능숙하여 설법을 아주 잘 하는 것을 보자 향과 꽃을 가져와 그 위에 뿌렸다. 하지만 비구들은 그런 것을 받지 않고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그 이유는 부처님께서 금하셨기 때문이다. 출가한 사람은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이나 모든 꽃다발을 지녀서는 안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듣고 나서 또 비난하며 말하였다.
“이 비구들은 이런 공양도 달갑게 받지 않는데 하물며 더 나은 것이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만약 재가 신자가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길조로 여기는 마음 때문에 온갖 향이나 꽃과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 온갖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법사 위에 뿌리면 그것을 받아야 한다.”
그때 재가 시주자들은 갖가지 재물과 보배, 가사 등을 가지고 와서 법사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러나 비구들은 두렵고 부끄러워 그 물건을 받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다시 비방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과 모든 석가(釋迦)의 제자들은 약간의 가벼운 물건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하물며 더 나은 물건이겠느냐.”
020_0921_a_04L爾時諸比丘起說法堂泥地已訖說法堂誦習經行以塵污足 聽許比應須洗足是時比丘數數洗足足痛故乃至佛告諸比丘言應以香湯灑地滅去塵埃滅塵埃已其地亦還污其腳乃至佛復告諸比丘當聽許牛糞香水以塗堂地於時水牛糞散壞還復污足佛復告諸比應取軟草或復麻等以敷地上時衆人見彼法師辯才具足能演說卽持香花而散其上諸比丘不受其法而生厭離何以故以佛斷故出家之人不得將持塗香末香及諸香鬘時諸人輩聞見此事毀呰說言是等比丘如是供養尚不堪受況復勝者諸比丘以如是事具往白佛爾時佛告諸比丘言汝諸比丘若其有諸白衣檀越以歡喜心以吉祥故持種種香花塗香末香及諸華鬘法師上者應當受之是時白衣諸檀越等遂將種種資財寶物及袈裟等供養法師是諸比丘恐懼慚愧不受彼物世諸人輩毀呰談說是輩沙門諸釋子等若干輕物尚不堪受況復勝者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만약 속인들이 모든 재물과 또 가사 등을 가지고 와서 법사에게 받들어 올리고 크게 기뻐한다면 나는 그 보시 물건 중에서 필요한 것은 받고 필요치 않은 것은 돌려보낼 것을 허락한다.”
020_0921_b_06L爾時諸比丘聞是事已具往白佛佛告諸比丘言汝諸比丘若有俗持諸財物及袈裟等奉施法師歡喜故我許捨施 若有須者聽其受 若不須者我許送還
그때 모든 비구들은 설법할 때 대부(大部)를 취하여 암송하는 자가 많았는데 어떤 이는 한 달이 가도록 다 마치지 못하여 그만 두자니 창피 당할 것이 두렵고 끝까지 다 외우자니 몸과 마음이 매우 피로하였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이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중을 위하여 설법할 때는 때를 알아야 한다.”
020_0921_b_11L爾時諸比丘於說法時取大部黨闇誦者多或復一月不能得竟止欲休恐怖慚愧止欲誦徹身心疲殆諸比丘具白上事爾時佛告諸比丘爲衆說法應當知時
그때 모든 비구들이 설법할 때 아름다운 음성으로 법의 이치를 연설하였는데 어느 비구 한 사람은 창피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부처님께 그 사실을 여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아름다운 음성으로 설법하기를 허락한다.”
그런데 비구들은 모든 경 가운데서 의미를 요약하여 다른 이에게 설법하면서 차례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자 비구들은 부끄럽고 두려우며 경율을 어길까 염려되어 이 사실을 자세하게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이 편의에 따라서 모든 경 가운데 중요한 뜻을 취하고 문구를 정리하여 다른 이에게 설법하는 것을 허락하니 다만 그 가운데 뜻만 취할 것이요 그 경전의 근본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020_0921_b_16L爾時諸比丘說法之時以微妙音說法義時有比丘恐怖慚愧具白世爾時佛告諸比丘言我今聽許微妙音而演說法於時比丘取諸經中要略義味而爲他說不依次第時比丘慚愧恐怖慮違經律具以白於時佛告諸比丘言我許隨便於諸經中擇取要義安比文句爲人說但取中義莫壞經本
020_0921_c_02L어느 날 법사들이 설법할 때였다. 대중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소리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대중들을 기쁘거나 즐겁게 해 주지 못하였다. 이때 비구들은 이 일을 자세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두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모든 대중 가운데 높은 자리를 마련할 것을 허락한다. 그리하여 법사를 청할 때 그가 그 자리에 올라가 앉아 설법하여 모든 대중들에게 들리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들이 모여 법회를 여는데 너무 많이 모여서 법사의 목소리가 끝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보다 갑절 더 높은 자리를 마련하여 설법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오르게 하여라.”
그런데 대중들의 수가 갑절로 불어났으므로 여전히 법사의 목소리가 끝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또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이 서 있거나 걸어다니면서 편한 대로 설법할 것을 허락한다.”
어느 날 비구들이 하나의 법당에 모였는데 비구 두 사람이 경법을 연설하여 서로 방해가 되었다. 그리하여 곧 법당을 하나 더 지어서 두 법당 안에서 각각 따로 설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 방해가 되었으니 이쪽 법당에 있던 비구들을 이끌고 저쪽 법당으로 가기도 하고 저쪽 법당에 있던 비구들을 서로 맞아들여서 이 법당으로 오게 하는 등 왕래가 뒤섞이다 결국 대중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 사람들이 오가느라 법사(法事)가 끊어지고 혹 어떤 비구는 이 법문을 즐겨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이 사실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지금부터는 한 법당 안에서 두 사람이 설법하지 말며, 또한 두 법당이 서로 가까워 소리가 섞이어 서로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이쪽 대중이 저쪽에 가고 저쪽 대중이 이쪽에 와서도 안 되며, 또한 법문을 미워하거나 즐겨 들으려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만약 법문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법답게 다스려야 한다.”
020_0921_c_02L於是法師說法之時大衆集會其聲不顯不能令衆愛樂歡喜諸比丘具白世尊告諸比丘我今已許於大衆中敷設高座應請法師昇座說法令衆悉聞又時聚會其衆更大說法諸師聲猶不徹諸比丘復往白佛爾時世尊告諸比丘當須更倍敷設高座使說法者昇是座上爾時大衆倍更增多聲猶不徹諸比丘復往白佛佛言我已聽許比丘或立或行隨便說法時諸比丘集一堂內有二比丘演說經法是故相妨卽造二堂 二堂之內各別說法猶故相妨此堂之內將引比丘往詣彼堂彼堂之處有諸比丘迭相誘接令詣此堂往來交雜遂乃亂衆人或去來法事斷絕 或有比丘於此法門不憙聞說諸比丘具以白佛佛告諸比丘自今已去不得一堂二人說法亦復不得二堂相近使聲相接以相妨礙亦復不得彼詣此衆此詣彼衆亦復不得增惡法門憙聞說若憎惡者須如法治之
020_0922_a_02L어느 때 대중 가운데 법사(法師)가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자세하게 여쭈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만약 법사가 없으면 경을 잘 외우는 사람을 불러 자리에 앉히고 외우게 하라.”
그런데 대중 가운데는 경전을 외우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이 일을 자세하게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이제 차례로 외울 것을 허락하니 위[上座]에서부터 차례로 외우거나 아래[下座]에서부터 차례로 외워 나아가 하나의 4구게를 독송하는 사람에게까지 이르게 하라.”
그 뒤 모든 법사들이 경전을 암송하였는데 그 설법하는 것이 마치 세속의 노래와 같았으므로 사람들의 비방과 조롱을 받았다.
“이런 설법은 우리 속인들이 노래 부르는 것과 다름이 없구나. 머리를 깎은 사문들이 어찌 노래 부르는 것처럼 설법을 하는가.”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자세히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만약 비구들이 세속의 노래에 의지해 법을 설하게 되면 다섯 가지 손해가 있을 것이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스스로 노랫소리에 물듦이요, 둘째 남이 들으면 마음이 물들어 이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요, 셋째 노랫소리가 커지거나 잦아듦으로써 문구(文句)를 잃음이요, 넷째 속인이 들으면 비방하고 조롱함이요, 다섯째 미래세 사람이 이런 일을 듣고는 곧 세속을 따라 행하는 것이 당연한 의식이라고 여기게 된다. 만약 비구들이 세속의 노래에 부쳐서 법을 설한다면 이런 다섯 가지 손실이 있을 것이니 그러므로 세속의 노래에 의지하여 법을 설해서는 안 된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앞에서와 같은 법 중에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너희들이 머물거나 다니고 있는 곳에서 화상 아사리에게 먼저 물어야만 한다.”
어느 때 비구들이 다른 지방의 성읍과 마을로 나가려 하였는데 화상 아사리들은 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장로들이여, 그대들은 나가지 말아라.”
그러나 그 비구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고 그곳으로 나갔다가 도중에서 도적 떼를 만나고 말았다. 비구들은 도적에게 붙잡혀서 주먹으로 맞거나 발로 밟히는 등 곤욕을 치르고 겨우 목숨만 건진 채 옷과 발우를 빼앗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 비구들이 승가람에 돌아와 이 사실을 말하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020_0921_c_24L是時衆中無有法師諸比丘等具以白佛佛告諸比丘若無法師應請誦者昇座誦之是時衆中無誦經者諸比丘具以白佛佛告諸比丘 我今聽許次第誦之或從上座次第差誦或從下座次第差誦乃至讀誦一四句偈爾時諸法師讀誦經時猶如俗歌而說其法是故爲人毀呰譏論是說法似我俗人歌詠無異剃頭沙豈如歌詠而說法也諸比丘聞是事已具將白佛佛告諸比丘若有比丘依世歌詠而說法者而有五失何等爲五一者自染歌聲 二者他聞生染而不受義 三者以聲出沒便失文句 四者俗人聞時毀呰譏論 五者將來世人聞此事已卽依俗行以爲恒式若有比丘依附俗歌而說法者有此五失是故不得依俗歌詠而說法也汝諸比丘其有未解如上法者若所遊止應先諮問和上阿闍梨等時有比丘欲詣他方城邑聚落爾時和上阿闍梨等語彼比丘如是長老汝不須往時彼比丘遂不取語而詣彼去至於中路逢値劫賊執捉比丘以手及腳打蹈甚困唯留殘命劫奪衣鉢然後放之時彼比丘旣得迴還僧伽藍處告諸比丘具陳此事比丘將此白佛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대중들을 모으고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화상 아사리들은 진실로 너희들이 먼 마을을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비구들은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일이 옳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화상 아사리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다른 마을로 나갔단 말인가?
020_0922_b_06L爾時世尊因是事故召集衆僧而告之言汝等比丘和上阿闍梨實不許汝詣遠聚落遊行以時諸比丘白言如是實不許也復告諸比丘汝等當知此事不善上阿闍梨旣不許可何故自專詣他聚落
비구들이여, 여기에는 인연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과거세에 이 염부제 안에 5백 명의 상인(商人)들이 있었다.
그 상인들 가운데 자자(慈者)라는 이름의 우두머리가 있었으니 그가 무리들을 인도하는 자였다. 그 모든 상인들은 다 함께 모여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물자와 도구를 준비하여 저 대해에 들어가 재물을 구하자. 그래서 바다에서 온갖 진귀한 보배, 이른바 마니ㆍ진주ㆍ흰 마노ㆍ산호와 금ㆍ은 등의 온갖 보배들을 건져서 집으로 돌아오자. 그렇게 되면 우리는 7대에 이르도록 집안이 크게 부귀하여 재물을 가지고 권속을 양육하여 많은 사업의 기초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020_0922_b_12L諸比丘此有因緣所以者何我念往此閻浮提內五百商人是商人中有一商主名曰慈者最爲導首時諸商人皆共集會各相議言我等今可辦具資糧入海之具詣彼大海爲求財故必應當獲種種珍寶來還其家所謂摩尼眞珠珂玉珊瑚金銀如是等寶使我等輩七世已來家內大富住持資物養育眷屬多作基業
020_0922_c_02L그리하여 그 5백 명의 상인들은 바다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였으니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이 3천만에 달하였다. 1천만으로는 여행길에 필요한 양식을 장만하고, 또 1천만은 상인들이 본 밑천을 삼았으며, 나머지 1천만으로는 배를 빌리고 뱃사공의 급료로 마련하였다. 이렇게 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는 각각 마음을 편안히 하여 팔관재를 받았다. 팔관재를 받은 뒤에는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와 처자, 일가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자자(慈者)도 어머니에게 나아가 이 일을 아뢰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누각 위에서 머리를 깨끗하게 감고 팔관재를 받아 법을 간직하며 고요하게 머물러 있었다.
자자는 그런 어머니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바다로 나아가서 여러 재물과 보석을 구해 오려 합니다. 그곳에 가서 마니ㆍ진주ㆍ파리와 내지 금ㆍ은과 같은 온갖 보물들을 구해오려고 합니다. 이 보석들을 가지면 우리 집은 7대에 이르도록 부족함이 없이 쓸 수 있고 부유해지며 풍부한 재물로 부모님과 처자와 모든 가족들을 공양할 수 있으며 또 보시를 하여 여러 공덕을 지을 수 있습니다.’
020_0922_b_21L爾時彼等五百商人具辦所須入海貨物有三千萬持一千萬擬道路中資用糧食又一千萬與彼商人以爲本貨第三千萬擬治舟船及船師價具辦是已各各安心受八關齋旣受齋已各至己家辭別父母妻子眷屬於時慈者遂詣母所具諮是事其母是時在樓閣上新洗沐髮受八關齋持法安靜爾時慈者至於母前作如是善哉父母我欲入海求諸財寶於彼處持種種貨而來還歸所謂摩尼眞珠頗梨乃至金銀欲使我家如此財寶住持七世資用無窮富饒具供養父母及諸妻子復用布施諸功德
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인 자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여 바다에까지 나아가려 하느냐? 지금 우리 집안은 크게 부유하고 넉넉하며 모든 재물을 다 갖추고 있고 어느 하나도 모자라는 것이 없으며, 7대에 이르도록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공양할 수 있고 겸하여 보시를 행하여 모든 공덕을 지을 수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저 큰 바다에는 높은 파도와 태풍의 위험이 있고 저미라 고기와 바다 신의 분노가 있으며 여자 나찰귀의 위험과 같은 온갖 무서운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아들 자자야, 바다에는 이런 험난함이 많이 있는데다가 지금 나는 나이가 들어 인생의 말년에 이르렀는데 사랑하는 아들인 네가 떠나면 다시 서로 만날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다. 지금 비록 내 목숨이 조금은 남아 있지만 죽을 날이 가까이 왔다.’
020_0922_c_13L爾時慈者商主之母告慈者言兒今何用入大海中汝今家內大富豐饒財物具足凡有所須皆應無闕七世已來堪得存濟以充供養兼得行檀作諸功德愛子愛子大海之內有諸恐怖所謂潮波惡風之難低彌羅魚海神縛怖羅剎女怖愛子慈者大海多有如是等難我今年老衰暮已至愛子若去與汝相見此事實難我今雖復少有殘命死日至近
020_0923_a_02L어머니는 이렇게 두 번 세 번 은근하고 간절하게 만류하였지만 아들인 자자는 거듭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반드시 바다로 나아가서 재물을 구해 올 것이며 그곳에서 온갖 보물을 캐서 돌아오고 싶습니다. 마니ㆍ진주와 내지 금ㆍ은을 가지고 와서 부모와 스승을 공양하고 널리 보시를 행하고 널리 공덕을 닦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곧 떠나려 하자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자를 껴안고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 자자야, 나는 네가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을 캐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구나. 우리 집안에도 엄청난 재물이 많지 않느냐? 우리는 모자라는 것이 없지 않느냐?’
그때 자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어머니는 지금 나의 이익을 좋아하지 않으니 틀림없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바다로 나아가 재물을 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분명 화를 입고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문득 성이 나서 결국은 제 어머니를 쳐서 쓰러뜨린 뒤에 어머니의 머리를 치고는 대중들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상인들과 함께 바닷가에 도착한 뒤에 바다의 신에게 제사하고 선박을 정비하고 다시 세 배의 값을 쳐서 다섯 사람을 고용하였으니 그 다섯 사람이란 이른바 고물[船尾]을 담당하는 사람, 돛대를 담당하는 사람, 새는 물을 잘 막는 사람, 뜨고 가라앉기에 능숙한 사람, 배를 잘 젓는 사람이다. 그들과 서로 적당하게 의논하고 드디어 배를 타고 재물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배가 난파되어 5백 명의 상인들은 모두 물에 빠졌고 상인의 우두머리인 자자 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자자는 부서져서 떠다니는 나뭇조각 하나를 붙잡고 그 널빤지에 의지하여 힘껏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사력을 다하였다가 바람 부는 대로 파도치는 대로 떠다니다 어느 해안에 닿게 되었다.
그 해안의 이름은 비시파제파(毘尸波提婆)수나라 말로는 화저(化渚)라고 함였다.
020_0922_c_23L如是再三慇懃切語是時慈者重白母言善哉阿母我必詣海爲求財故至於彼所持種種寶必望歸還所謂摩尼眞珠乃至金銀將來供養父母師長行檀布施廣修功德作是語已卽欲進發爾時慈者商主之母從座而起抱持慈者而告之曰愛子慈者我不許汝詣於大海而求財也何以故我今家多有資財無所乏少爾時慈者作如是念我母今者不憙於我益當損而於今日更不許我入海求財於今日必作禍敗以是因緣便生瞋遂撲其母置於地上打其母頭卽從家出共諸商人行到海岸旣到海祭祀海神嚴整船舶別雇五人倍與價其五人者所謂執尾執棹能沈能浮善行船者共量所宜乘船舶入於大海爲求財故彼等諸至於海內其船破壞五百商人悉皆沒水唯有慈者商主一人得活慈者於彼破船捉得一板卽依其運手動足極盡筋力因其風勢海濤波落於一渚其渚名曰毘尸波提婆隋云化渚
020_0923_b_02L자자는 그곳에서 나무 열매와 약초를 캐어 얼마 동안 목숨을 보전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자자는 그 물가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남쪽 가에 이르러 길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길을 따라 얼마 동안 걸어가니 멀리 은(銀)으로 된 성이 하나 보였다.
그 성은 매우 아름답고 미묘하고 희유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망루(望樓)며 성가퀴, 참호 등이 성을 에워싸고 있었으며 천장에 난 창문과 난간이며, 온갖 보석이 박힌 누각과 대전(臺殿), 그리고 작은 별채들, 한쪽에 치우친 복도 위에는 보배 장막이 덮였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또한 온갖 당번과 일산이 세워졌고 보배 깃대가 솟아 있으며 향로 탁자에는 온갖 미묘한 향이 피어오르는 향로가 놓여 있었다. 또 그 성 주위에는 여러 동산 숲ㆍ샘ㆍ못ㆍ도랑들이 있어 즐길 수 있는 곳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그 성 중앙에는 희락(喜樂)이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 전각은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호박ㆍ진주 등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보석들로 이루어졌다.
020_0923_a_24L是時慈者在彼化渚食諸果子及以藥草少時活命於後慈者遊歷彼渚至於南畔見有一路遂從彼道行至少地便卽遙望見一銀城其城可喜微妙希有觀者無厭樓櫓卻歒隍塹圍遶天窗欄楯及諸寶闕臺殿宮舍偏梁閣道上覆寶帳以種種寶而莊嚴之懸雜幡蓋豎立寶幢香案香爐燒衆妙香其城周帀有諸園林泉池渠流皆悉具足娛樂之處彼城內正處中央有一寶殿名曰喜樂其殿微妙七寶所成所謂金銀琉璃車璖瑪瑙虎珀眞珠等寶
이때 그 성에서 네 명의 여자가 나왔다. 이 여자들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단정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게다가 가장 좋고 화려한 장식품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다. 여인들은 자자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자자여, 어떻게 위험을 무릅쓰고 이 성까지 오셨습니까? 이 성에는 주인이 없으나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다 갖추어져 있어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이 성안에는 희락이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있는데 7보로 만들어졌으며 저희들 네 사람은 그 전각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잠들며 뜻이 깨끗하고 말은 진실하고 용모가 아름답고 말소리도 온화하고 청아합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이 성에 들어와 보배 전각에 오르셔서 우리와 함께 즐기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곳에는 남자가 없으니 함께 쾌락을 누리며 맘껏 어울립시다. 당신은 마음대로 머무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모든 물건을 가지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겠습니다.’
020_0923_b_13L爾時彼城有四婦女從城而出端正可喜觀者無厭最勝最妙以諸瓔珞而莊嚴身詣慈者所而白言曰善來慈者何能冒涉來至此城此城無主衆物具足無所乏少於此城內有一寶殿名曰喜樂七寶所成我等四女居其殿內早起夜臥志意淸潔言語貞良容儀婉媚聲氣和雅是故汝今可入此城昇於寶殿共相娛樂無男之處共受慾樂和合而行隨意止住我等於汝持一切物承事供養
020_0923_c_02L그리하여 자자는 그 성에 들어가 남자가 없는 보배 전각에서 그 네 명의 여자들과 함께 5욕락을 마음대로 즐겼다. 이렇게 하여 몇 해를 보내고 다시 백 년을 보내고 천 년을 보내도록 마음껏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네 명의 여자들은 자자에게 말하였다.
‘어진 분이시여, 당신은 이곳에서만 머물되 다른 성에는 가지 마십시오.’
020_0923_b_24L爾時慈者遂入彼城詣向寶殿無男之處共彼四女以五慾樂隨意歡娛經歷數年經數百年經數千年縱情受樂於彼後時其四婦人告慈者言善哉聖子汝可住此莫向餘城
그러자 자자는 곧 의심이 일어났다.
‘어째서 이 여자들은 나에게 이 성에서만 지내고 다른 성에는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제 여자들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이 길을 따라 다른 곳으로 나가보아야겠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며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지를 직접 알아내 봐야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알아낸 뒤에 적당하게 대처하리라.’
020_0923_c_06L爾時慈者卽生疑慮云何此女而語我言≺聖子今可在此城住勿向餘城我今竊可違此婦人伺其睡臥乘依此路至於別所東西馳訪當自證知竟有何事若善若惡旣覺知已應如法行
020_0924_a_02L그리하여 자자는 그 여인들이 잠든 틈을 타서 조용히 일어나 그 보배전각을 내려와 두루 돌아다니다가 동쪽 문으로 나왔다. 그 성을 두루 돌아 남쪽에 이르자 길이 하나 보였다. 그는 그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으며 마침내 황금으로 된 성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성은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는데 둘레에는 맑은 물이 찰랑이고 있는 온갖 샘ㆍ못ㆍ도랑이 있었다. 성안에는 상취(常醉)라는 이름의 보배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보기 좋았으며 금ㆍ은 내지 자거ㆍ진주 등의 7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때 그 성에서 여덟 명의 여자가 나왔는데 한결같이 아름답고 고우며 어여뻤고 가장 좋고 가장 미묘한 온갖 장식물로 그 몸을 치장하고서 자자 앞으로 나아와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신 자자여, 어찌 이런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리고 또 말하였다.
‘이 성은 모두 순금으로 되어 있으며 온갖 물건과 재물을 완벽하게 갖추었습니다. 성 중앙에는 상취라는 이름의 보배 전각이 있는데 7보로 이루어졌습니다. 저희들 여덟 여자는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잠듭니다.’
자자는 또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랐다. 그리하여 그 여덟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모든 5욕의 즐거움을 다 누리면서 여인들과 함께 즐기며 몇 해를 지냈다. 그리고 몇 백천 년이 지나도록 마음대로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들이 자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자자여, 당신은 여기에서 다른 성으로 가지 마십시오.’
그러자 자자는 다시 의심이 생겨 가만히 도망쳐 나와 여러 곳을 둘러보며 다니다가 멀리 파리 보석으로 이루어진 성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성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 성안에는 의요(意樂)라 불리는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금ㆍ은ㆍ유리와 진주 등의 칠보로 이루어진 매우 훌륭하고 아름다운 전각이었다. 이때 그 성에서 열여섯 명의 여자가 나왔다. 한결같이 얼굴이 아름답고 어여뻐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고 나아가 또 자자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자자여, 어찌 먼 길을 무릅쓰고 오셨습니까? 이 성은 순수하게 파리 보석으로만 만들어졌으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또 이 성안에는 의요라고 하는 보배 전각이 하나 있는데 7보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열여섯 명의 여자들은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잠듭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앞에서처럼 자자에게 이곳에 머물러 주기를 청하였다. 자자는 곧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라 열여섯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온갖 애욕과 쾌락을 고루 누리면서 함께 즐겼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고 몇 백천 년이 지났는데 어느 날 여자들이 역시 자자에게 말하였다.
‘제발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자자는 또 의심을 내어 그곳에서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점점 나아가다 또 멀리 유리 보석으로 만들어진 성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성은 매우 아름다웠고 사방 벽이 견고하였으며 둘레에 있는 샘과 못에는 도랑에 가득 넘치도록 물이 흐르고 있었다.
020_0923_c_12L爾時慈者伺彼婦人睡眠著時安徐而起從寶殿下巡歷而行從東門出圍遶是城周帀遶已至於南面見有一道卽尋是道漸行而進遂復遙見有一金城端正可憙乃至周帀有諸泉池渠流盈滿於彼城中有一寶殿名曰常醉微妙可觀七寶所成所謂金銀乃至車璖眞珠等寶爾時彼城有八婦女從城而出可憙端正最勝最妙以諸瓔珞莊嚴其身來詣慈者商主之處到已白言善哉慈者何能遠至復言慈者此城都是眞金所造一切衆物資財具足其城中央有一寶殿名曰常醉七寶所成我等八女早起晚眠乃至慈者亦入彼城昇於寶殿共彼八女無男之處以諸五慾具足受樂共相娛樂經於數年數百千隨意而住後時彼女告慈者言子慈者汝莫從此去至餘城爾時者亦復驚疑尋卽盜出處處遊觀復遙見一頗梨城可憙端正觀者無彼城處中有一寶殿名曰意樂妙可憙七寶所成金銀琉璃乃至眞爾時彼城乃有婦女一十六人城而出顏容端正觀者無厭諸寶瓔珞莊嚴其身乃至亦復白慈者言來慈者何能冒至又言慈者此城純是頗梨所成衆物具足其城處中一寶殿名曰意樂亦以七寶之所成我等諸女一十六人早起晚臥前請住爾時慈者卽入彼城昇於寶殿共十六女無男之處具受慾樂相娛樂經於數年數百千年爾時女又語慈者愼莫東西慈者亦疑違彼出遊歷漸進又復遙見一琉璃可憙端正四壁牢固乃至周帀泉池流水溝渠盈滿
그리고 그 성안에도 역시 보배 전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을 범덕(梵德)이라 하였고 역시 훌륭하고 미묘하였으며 7보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 성에서는 서른두 명의 여자가 밖으로 나와 그를 맞았다.
그 여자들은 단정하고 어여뻐서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고 미묘하고 특수하였으며 온갖 장식품으로 그 몸을 치장하였다. 그 여자들이 자자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어떻게 먼 길을 무릅쓰고 오셨습니까? 이 성은 순전히 유리 보석으로만 만들어졌으며 온갖 물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청결한 행을 하여 허물이 없으며 항상 먼저 아뢴 뒤에야 행동하고 마음이 온화하고 착하고 말이 멋지고 유창합니다. 이제 당신에게 청하오니 이 성에 들어와 보배 전각에 오르셔서 함께 5욕락을 고루 즐기며 서로 어울려 놀고 쾌락을 누리지 않겠습니까? 모든 필요한 물건은 저희가 여쭈어서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자자는 그 성에 들어가 보배 전각에 올라 그 서른두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남자가 없는 곳에서 5욕락을 고루 누리면서 몇 해 내지 몇 백천 년이 지나도록 즐겁게 살았다.
020_0924_b_03L爾時彼處有一寶殿名曰梵德可憙微妙七寶所成城中復有三十二女從城而出端嚴可憙觀者無厭微妙殊特以諸瓔珞莊嚴其身語慈者曰善來聖者冒能遠至又言慈者此城皆是琉璃所成衆物具有我是淸潔行無違失常先啓白然後方爲心意和善言語風流今來諮汝願入此城昇於寶殿共相娛樂具足五慾和合受樂凡所須者我當諮奉爾時慈者入彼城中昇於寶殿共於彼女三十二人無男之處具受慾樂經於數年經數百年數百千年意喜而住
어느 날 그 서른두 명의 여인들이 역시 자자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분이시여, 당신은 이 성을 나가 다른 성으로 가셔는 안 됩니다.’
그러자 자자는 문득 또 의심을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자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이 성을 나가 다른 성으로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이제 여자들이 잠든 틈을 타서 이 길을 따라 조용히 나가 보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도착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알고 나서는 이치대로 행동하면 될 것이다.’
020_0924_b_16L爾時彼諸三十二女復白慈者善哉聖子汝今愼莫從此城出詣於他城爾時慈者便復生疑如是籌量此等諸女云何語我作如是言≺聖子愼莫從此城出至餘城也≻我今可伺諸女睡時乘依此路安徐而去若善若惡到已應知旣知見已如實應行
020_0924_c_02L그리하여 자자는 여인들이 잠든 틈을 타서 조용히 일어나 보배 전각에서 내려와 성의 동쪽 문으로 나와서 그 성을 빙 돌아 이윽고 성의 남쪽에 이르니 길이 하나 있었다. 그가 길을 발견하고서 길을 따라갔는데 조금 가다 보니 멀리 철로 만든 성이 하나 보였다.
이 성의 사면에는 각각 문이 있었지만 성안에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나 여자는 물론이요 어린 소년 소녀들조차도 나와서 자자를 맞이해 주는 이가 없었다. 오직 들리는 것이라고는 이런 소리뿐이었다.
‘누가 굶주리고 누가 목마르며 누가 헐벗었는가? 누가 급히 달아나며 누가 멀리서 와 피곤한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탈 것인가?’
020_0924_b_23L爾時慈者伺彼諸女睡眠著時徐徐緩起下殿而去出城東門巡遶彼城詣到城南見一道路見已遂復乘彼而去須臾遙見有一鐵城其城四面皆各有門時彼城中無有一人若男若女童男童女出迎慈者唯聞是聲誰飢誰渴誰裸露者誰急走者誰遠行來疲乏之者我乘誰者
자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앞서 이미 은으로 만들어진 성을 발견하였는데 이때 그 성에서 네 명의 여자가 나와 나를 맞았고, 또 금으로 만들어진 성에 갔을 때에도 그 성안에서 여덟 명의 여인이 나와 나를 맞았고, 파리보석으로 만든 성에 갔을 때도 열여섯 명의 여자들이 나와 맞았으며, 유리보석으로 만든 성에 갔을 때에도 서른두 명의 여자들이 나와서 나를 환영하고 맞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이 성에는 그 어떤 남자나 여자, 어린 소년 소녀들조차도 나와서 나를 맞이해 주는 이가 없고 오직 <누가 굶주리고 누가 목마르며 누가 헐벗었는가, 누가 급히 달아나며 누가 먼 길에서 와서 피로한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탈 것인가> 하는 불쾌한 소리만 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이 성에 들어가면 곧 이 소리가 누구의 음성인지 알게 될 것이다.’
020_0924_c_08L爾時慈者便作是念我先已曾見於銀城於其城內有四女人迎接於我又詣金城時彼城內有八女人出迎於我又於一時詣頗梨城有十六女出迎接我我後一時遇琉璃城三十二女出迎接我而今此城無有一人或男或女童男童女迎接我者唯有聞彼意所不憙如是等聲≺言誰飢者言誰渴者誰裸露者誰急走者誰從遠道疲乏來者誰我乘者≻如我今者若入此城卽知是聲誰所作也
020_0925_a_02L그리하여 자자가 그 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가 성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의 문이 곧 닫혔다. 순간 자자는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해져 이렇게 말하면서 이리 저리 도망쳐 달아났다.
‘나는 이제 망했구나. 나는 이제 끝장났구나.’
그가 사방을 도망치고 있을 때 한 사람을 발견하였는데 이 사람은 머리에 쇠바퀴[鐵輪]를 이고 있었다. 그 쇠바퀴는 시뻘겋게 달아올라 불꽃이 사납게 타오르고 있어 너무나도 끔직하였다. 자자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당신 머리 위의 쇠바퀴는 누가 굴린 것입니까? 어찌하여 불덩이처럼 보기에도 두려울 정도로 불꽃이 사납게 타오르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죄인은 대답하였다.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모르시오? 나는 상인의 우두머리인 구빈타(瞿頻陀)라는 사람이오.’
자자가 물었다.
‘당신은 지난 과거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그런 죄업의 인연으로 이토록 불꽃이 사납고 엄청난 열기를 지닌 쇠바퀴를 머리 위에서 굴리는 것입니까?’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 옛날 마음에 분노를 품고 화를 내며 어머니의 머리를 때렸으므로 이런 죄업 인연으로 큰 쇠바퀴를 받아 이토록 치열하고 이토록 시뻘건 불길이 머리 위에서 도는 것이오.’
자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자기의 죄업을 기억해내고 슬피 울고 통곡하며 뉘우치고 자책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나는 잡혔으니 사슴이 우리 안에 든 것과 같구나.’
020_0924_c_19L爾時慈者卽入彼城入彼城已四門尋閉爾時慈者心懷恐懼身毛皆豎處處逃走作如是言我今敗也我今壞也而彼處處逃走之時見有一人頭戴鐵輪其輪赫赤狀如猛火其火焰熾甚可怖畏遂詣彼所問言仁者汝是誰也汝頭上輪誰所轉也何故焰赫熾然可畏猶如火聚時彼罪人報言仁者汝今知不我是商主名瞿頻陁爾時慈者又問彼言汝於往昔作何罪業以彼造罪業因緣故有此鐵輪如是熾猛如是焰熱轉在頭上彼人報言我於昔日以瞋怒故打踏母頭以如是業罪因緣故受大鐵輪如是猛熾如是赫焰轉在頭上爾時慈者聞此語已悲啼號哭悔過自責憶省自業口作是言今我被禁如鹿入檻
이때 그 성에는 파류가(婆流迦)라는 이름의 야차 하나가 성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그 야차는 상인의 우두머리 구빈타의 머리 위에 씌어져 있던 사납게 불타는 쇠바퀴를 들어 자자의 머리 위에 씌웠다.
020_0925_a_14L爾時彼城有一夜叉業守彼城名婆流迦在彼城中時彼夜叉從彼商主瞿頻陁邊取其頭上熾然火輪取已擐著慈者頭上
그때 자자는 머리 위의 쇠바퀴가 너무나도 크고 사납게 불타올랐으므로 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그는 사납게 타오르는 불 때문에 그 괴로움을 참기 어려워 곧 게송으로 야차에게 물었다.
020_0925_a_18L爾時慈者頭上鐵輪甚大焰赫極受大苦極燒極燃其苦難忍卽時以偈問夜叉言

이 성 둘레에 네 문이 있는데
언제나 불꽃이 사나워 사람을 위협하더니
내 이제 이런 구속을 당하니
마치 사슴이 깊은 우리에 든 것 같구나.
020_0925_a_21L此城周帀四門所
常有光焰恐怖人
我今已被如此縛
猶如諸鹿入深檻

착하다, 그대 야차에게 물으니
이런 쇠바퀴를 어찌 나에게 씌우는가.
사나운 불길이 꼭 불덩이 같아
이제 내 목숨은 끊어지리라.
020_0925_a_23L善哉乞問夜叉王
是輪何故與我著
熾然猛焰如火聚
今將令我身命斷
020_0925_b_02L
내 먼저 희락 전각을 거쳤고
또 다시 황금성 상취궁(常醉宮)에 들었고
또 파리성 의요전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범덕궁에서 살았다네.
020_0925_b_02L我先經於憙樂殿
復入金城常醉宮
又經頗梨意樂處
最後所過名梵德

먼저 은성에 들어가 네 여인을 만났고
금성에서는 여덟 여인을 만났으며
파리성에서는 열여섯 여인과 만나고
또 유리궁에서는 서른두 명의 여인을 만났네.
020_0925_b_04L先入銀城有四女
後至金郭復遇八
頗梨城女有十六
又至琉璃三十二

이렇게 이런저런 이들을 만났는데
차례로 만날 때마다 더 훌륭하였거늘
이와 같은 것을 만난 사람이
지금 어찌하여 무서운 쇠바퀴를 만났는가.
020_0925_b_06L如是値彼復値此
次第値已轉更勝
旣得値遇如是者
云何今値恐怖輪

내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몰랐으므로
이렇게 괴롭고 험한 재앙을 지금 만났구나.
내 옛적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쇠바퀴가 머리 위에서 도는가.
020_0925_b_08L由我貪慾不知足
今逢如此苦厄難
我昔爲更作何業
値此鐵輪頭上旋

불덩이처럼 사납게 불타오르니
이제 내 목숨을 끊으려 하는구나.
야차왕이여, 제발 불쌍히 여겨서 대답하라.
몇 년이나 이 쇠바퀴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020_0925_b_10L熾燃輝赫如火聚
今將令我身命斷
願夜叉王哀愍答
經幾歲數受斯輪

그러자 성을 지키는 야차가 자자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20_0925_b_12L爾時夜叉業守城者卽便以偈告慈者言

옛날 그대 어머니 정계(淨戒)를 지녔는데
그대는 발로 그 머리를 밟았도다.
이와 같은 업보의 인연으로
이제 쇠바퀴가 머리 위에 도는 것이다.
020_0925_b_14L昔時汝母持淨戒
汝以腳足踏其頭
以如是等業因緣
今爲鐵輪頭上轉

불덩이처럼 사납게 불타오르고
불꽃이 사납게 튀어 오르니 끔찍하리라.
쇠바퀴가 그대 머리 위에서 도니
그대의 몸과 목숨 끊기고 또 끊기리라.
020_0925_b_16L熾然猶如猛火聚
光輝炎赫甚可畏
輪轉在於汝頭上
令汝身命斷更斷

이렇게 단 하루도 모자라지 않는
6만 년 동안 꼬박
이 바퀴는 그대 머리에 있으리니
이 사실은 의심해서는 안 된다.
020_0925_b_18L於斯滿足六萬年
終無歲數闕減者
此輪常在汝頭上
如是事實終不疑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020_0925_b_20L爾時世尊卽說偈言

좋은 벗이 어떤 이에게 이익을 주어도
그는 도리어 벗에게 분노로 갚는다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으리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020_0925_b_21L若有知識與彼利
彼乃返更與其禍
彼則後受如是殃
猶如慈者懷瞋恨

악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도리어 악을 주고
죄 주지 않을 것인데 다시 죄를 주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나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020_0925_b_23L不應與惡反與惡
不應與罪更與罪
彼則後受如是殃
猶如慈者懷瞋恨
020_0925_c_02L
자심(慈心)을 일으키는 자에게 오히려 틈을 노리고
은혜 입은 곳에 은혜를 갚지 않으면
그는 뒤에 이런 재앙을 받나니
마치 자자가 성내고 원한을 품음과 같네.
020_0925_b_25L若興慈心反覓便
於恩德處不報恩
彼則後受如是殃
猶如慈者懷瞋恨

업력은 먼 데서는 끌어 가져오고
업력은 가까운 데서는 끌어 가져가네.
업력은 사람을 끌고 여기 저기 지나니
그가 저지른 짓에 따라 고락을 받는다.
020_0925_c_03L業力從遠牽將來
業力自近牽將去
業力將人處處經
隨其作業受苦樂

땅도 허공도 바다도 아니요
또한 산 속이나 바위들 속도 아니다.
어느 지방 그 어느 곳이라도
이 업을 받지 않고 벗어날 곳은 없네.
020_0925_c_05L非地非空非海中
亦非山閒巖石裏
一切無有地方處
能使脫之不受業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때의 자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다른 생각을 내지 말라. 그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다. 나는 그때 바다에 들어가려고 8관재계를 받았으며 그 업보 인연의 힘으로 이렇게 네 가지 보배성을 만나 모든 것을 다 갖추어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나쁜 마음으로 분노와 원한을 품고서 어머니의 머리를 밟은 인연으로 6만 년이 지나도록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거대한 쇠바퀴의 괴로움을 받았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여, 인과 업보란 헛되게 받음이 아니라 다만 중생이 선업ㆍ악업을 지었으면 그 업의 인연을 따라 이 보를 받는다. 이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이여, 업보는 반드시 받는 것이니 몸의 업을 깨끗하게 하고 입의 업을 깨끗이 하며 뜻의 업을 깨끗하게 하여라. 비구들이여, 만약 그대들 스스로가 어리석어서 어떤 것이 죄인지 어떤 것이 복이며 어떤 것이 착한 것이고 착하지 않은 것인지 가리지 못하겠거든 스승이나 화상 아사리들에게 물어 보아라. 그런 뒤에 곧 성읍 촌락으로 갈 것이며 만약 화상 아사리가 허락하지 않는데 자기 마음대로 가는 자는 법답게 공경하지 않고 효순하지 않은 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020_0925_c_07L佛告諸比丘汝等比丘於意云何時慈者豈異人乎勿作異見卽我身我以彼時欲入海故受八關齋戒以彼業報因緣力故得値如是四種寶城一切諸物皆悉具足無所乏少由於惡心瞋恨因緣踏母頭故具足經由六萬年歲受大鐵輪熾燃之苦汝諸比丘因業報應非虛空受但是衆生造善惡業隨業因緣而受是報是故諸比丘應須受業淸淨身業淨口業淸淨意業諸比丘若有比丘身自愚癡不辯罪福善不善等應當諮問師長和上阿闍梨等於後乃行城邑聚落若和上阿闍梨而不許可自專去者應當如法治其不敬不孝順罪

53. 시기불본생지품(尸棄佛本生地品) ①
020_0925_c_23L佛本行集經尸棄佛本生地品第五十三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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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살께서 우루빈라 강 언덕에서 고행을 하며 마음대로 앉고 누우며 떨어진 옷을 입고 수용기(隨用器)를 받아서 하루 동안에 참깨나 혹은 멥쌀ㆍ팥ㆍ녹두ㆍ콩ㆍ찹쌀ㆍ푸른 콩과 같은 곡식 한 톨만을 먹었다.
020_0925_c_24L爾時菩薩住在優婁頻蠡河岸之側行其苦行坐臥隨宜著弊故衣受隨用器一日之內唯食一粒所謂胡麻或一粳米或一小豆或一菉豆或一大豆或赤粳米或一靑豆
한편 수두단왕(輸頭檀王)은 보살을 찾았으나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여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내 아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날 몰래 사신을 보내어 보살이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곳을 찾아가 보도록 명하였다.
“경은 지금 내 아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어서 나에게 보고하라.”
사신들은 이 칙명을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명을 받들어 감히 그 뜻을 어기지 않고 실행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사신들은 보살을 찾아 성을 나섰다가 우루빈라 처소에 이르렀다. 그들은 멀리서 보살이 힘들게 고행을 하는 것을 보고 곧 돌아가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착하신 대왕이시여, 지금 태자께서는 우루빈라의 처소에서 힘든 고행을 닦고 계십니다. 그 처소는 모두가 뜻에 맞게 갖추어져 있는데 나아가 하루에 푸른 콩 한 알씩만 잡수시고 지내십니다.”
020_0926_a_06L當於彼時輸頭檀王訪覓菩薩不知所在借問他言我子今者住在何處作何事業於是月日私密遣使訪問菩薩行坐之處告使者曰卿今應當訪知我子所停之處何所爲作應報我知時諸使者承是勅已卽白王曰如王所勅不敢違旨遂卽馳訪次第漸到優婁頻蠡所居之處見其菩薩行難苦行尋還往白輸頭檀王作如是言善哉大王今者童子在優婁頻蠡所居之行難苦行其所居停皆悉隨宜至日食一靑豆等時輸頭檀王聞是事已心懷悵怏愁憂不樂卽說是言嗚呼我子身體軟弱汝以何事乃至如是次第六年諸使者將其菩薩善惡消息詣大王所次第論說當於爾時耶輸陁羅釋種之女聞諸使人論說童子在苦行處行其苦行所居行住隨宜安止乃至日食一靑豆等
020_0926_b_02L이 말을 들은 수두단왕은 마음이 어두워지고 걱정 근심에 사로잡히며 불안감에 휩싸여 곧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내 아들아, 몸도 연약한 네가 무슨 일로 이렇게 6년이나 지내고 있단 말인가.”
그때 모든 사신들이 보살의 근황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대왕 앞에서 빠짐없이 보고하였다. 그런데 야수다라 태자비는 사람들이 태자가 고행하는 처소에서 힘든 고행을 하며 거처하는 곳은 뜻에 맞게 갖추어져 있으나 나아가 하루에 푸른 콩 한 알씩만을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편안히 지내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참으로 옳지 않다. 내 남편은 지금 고행을 하고 있으니 나 또한 태자를 따라 고행을 하리라.”
야수다라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영락을 벗고 금ㆍ은ㆍ유리ㆍ진주ㆍ마니 보석과 온갖 보배와 바르는 향ㆍ가루 향, 온갖 꽃장식들도 모두 버리고 순전히 흰 옷만 입고 머리 비녀 하나만을 남기고 거칠기 그지없는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그리고 겨우 목숨만 부지할 정도의 거친 음식을 먹었으니 이 세상에서 고행하는 그 어떤 이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였다.
020_0926_b_02L聞是事已便卽思惟我於今者安然受樂實非善也何以故我夫今者旣在苦行我亦應當順童子法行其苦時耶輸陁羅作是念已卽脫瓔珞金銀琉璃眞珠摩尼種種諸寶塗香末香諸花鬘等皆悉棄捨著純白衣唯留一髻臥凡惡鋪所食麤澀纔可活命世人苦行莫能及者
훗날 세존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뒤의 일이다. 우타이가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야수다라 비는 세존께서 숲에서 고행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세존을 본받아 고행을 잘 행하였는지 여느 세상 사람들은 도저히 따라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우타이야, 야수다라 석가족 딸은 이번 생에서만 내가 숲에서 큰 고행을 행하고 있을 때 나를 따라 고행을 하였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세에도 내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었을 때 그때에도 나를 따라 커다란 고난 속에 들었었다.”
020_0926_b_10L爾時世尊得菩提已時優陁夷而白佛言希有世尊耶輸陁羅旣見世尊在於山林行苦行時云何善能隨順世尊而行苦行諸餘世人莫能及者佛告優陁夷言優陁夷耶輸陁羅釋種之女非但今世我在山林行大苦行能隨順我行於苦行過去之世在厄難亦能隨我入大苦難
그러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일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020_0926_b_18L優陁夷白佛言世尊其事云何願爲解說
020_0926_c_02L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옛날을 돌이켜 보면 과거세에 어느 고요한 아란야처가 있었는데 그곳의 숲과 골짜기에는 사슴의 왕 한 마리가 여러 사슴떼들을 거느리며 살고 있었다. 사슴왕은 사슴들과 함께 풀을 뜯어 먹으면서 이곳저곳을 노닐며 다녔다. 어느 날 사냥꾼 한 사람이 나무에 끈을 묶어 덫을 만들었는데 사슴의 왕이 그만 그 덫에 걸리고 말았다. 모든 사슴떼들은 제각기 달아나 버리고 말았지만 암사슴 한 마리는 사슴의 왕이 덫에 걸린 것을 보고는 도망치지 않고 곁에 머물렀다.
당시 사슴들은 사람들의 말을 많이 알고 있었는데 그 암사슴은 곧 게송으로 사슴의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020_0926_b_19L佛告優陁夷我念往昔過久遠時一閑靜阿蘭若處其處山林谿壑之有一鹿王領諸群鹿食草而活第遊行於彼之時有一獵師張設木𣚦羂彼鹿王爾時群鹿各各走散於爾時有一母鹿見彼鹿王爲𣚦所羂卽住不走爾時諸鹿多解人語彼鹿母卽便說偈告鹿王言

사슴왕이여, 온 힘을 다해서
다리와 머리를 떨쳐보십시오.
덫을 놓은 그 사람은
아직 여기 오지 않았습니다.
020_0926_c_04L鹿王當努力
奮迅足與頭
張設𣚦羂人
今猶未來此

그때 사슴왕은 곧 게송으로 암사슴에게 대답하였다.
020_0926_c_06L爾時鹿王卽以偈句報母鹿言

내 지금 아무리 애를 써도
이 덫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겠소.
가죽으로 줄을 엮었기에
점점 더 나를 죄어오고 있소.
020_0926_c_07L我今雖用力
不能拔此𣚦
以皮作羂繩
縛束轉復急

아름다운 이 숲에는
샘물도 달고 풀도 고운데
제발 미래세에는
영원히 이런 재앙 받지 않았으면.
020_0926_c_09L微妙諸山林
甘泉水草美
願令未來世
永莫受此殃

그때 이런 게송이 있었다.
020_0926_c_10L而有偈說

이때 그 사슴 두 마리는
겁에 질려 함께 눈물을 흘렸네.
악한 사냥꾼이
칼과 창을 들고 다가왔기 때문이네.
020_0926_c_11L是時彼二鹿
恐怖淚交流
以惡獵師來
執持刀杖故
佛本行集經卷第五十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