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27_a_01L불설아난사사경(佛說阿難四事經)


오(吳) 월지국(月支國) 지겸(支謙)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에서 멸도에 이르시려고 할 때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생각하건대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帝王)ㆍ인민들이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모두가 환희하였사오며 마음에 서원을 두되, 사문이 될 사람과 아라한[應眞]이 될 사람, 또는 집에 있으면서 5계(戒)를 봉행하다가 죽어서 천상에 오를 사람이 있었사온데,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다면 그들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인민 및 사부대중 제자들이 무엇을 믿고 의지하여 복을 얻고 득도(得度)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아난은 자비심으로 하늘ㆍ사람 등 온갖 무리들을 가엾게 여기며 염려하니, 이들은 모두 너로 말미암아서 제도와 해탈을 얻을 것이로다.
내가 떠난 뒤에 세상은 오탁악세[五濁]라 불릴 것이니, 인심이 흉흉해지고 속세가 저절로 어지러워지며, 세상은 뒤바뀌어 선(善)을 천히 여기고 악(惡)을 높이 여기게 되나니 실로 걱정스럽구나. 세상이 비록 그러하지만 내게 있는 경적(經籍)에 간곡하고 정성스러운 계율이 있으니, 이를 힘껏 지켜 행하면 복이 저절로 몸에 돌아오리니, 너는 근심하지 말지어다.
내가 비록 세상을 떠나지만 경전은 존속하여 6바라밀(波羅蜜)의 큰 법은 갖고 가지 않으니, 그것을 행하면 제도(濟度)를 얻을 것이요, 이는 귀신이 주는 것이 아니니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느냐?”
아난은 곧 아뢰었다.
“원하오니, 거듭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큰 법이 네 가지[四事]가 있으니 따른다면 복을 얻고, 또한 도를 얻음이 부처님을 만나는 것과 같이 그 복이 똑같으니라.”
아난은 또 아뢰었다.
“원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네 가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으로 어리고 약한 이를 양육하라. 짐승들과 곤충 등 하천(下賤)한 것이 살려주기를 바라거든, 이를 항상 가엾이 여겨 먹을 것을 주고 되살아나게 할 것이오. 칼이나 몽둥이로 그것들의 목숨을 끊지 말라. 불쌍한 마음과 자비한 마음을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하라.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나 제왕이나 인민이 이러한 자비심을 행한다면 큰 복을 얻는 것이 마치 직접 부처님을 모시는 공덕과 똑같으리니, 이것이 첫 번째[一事]이다.
세상에 재난이 있어 비와 가뭄이 고르지 않아 오곡이 풍성하지 않고 인민이 기근(饑饉)에 시달리면 나라가 불안해져 반란을 일으키거나 도망가고 싶어지니, 이때 창고에 곡식이 풍부한 왕이나 신하나 인민은 마땅히 물질의 무상(無常)을 생각해야 하니라. 목숨을 보존키는 어려우니 보물이나 곡식을 아끼지 말며, 남의 목숨을 사랑할 줄 알아서 자비한 마음을 일으켜 창고의 곡식을 내어 모든 궁핍한 이에게 주어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고 나라에 편히 살게끔 해야 하느니라.
만약 이에 아까워하고 탐내는 마음이 일어 보시하고 싶지 않거든 가만히 생각해 보라.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 혼신(魂神)이 허공으로부터 와서 부모의 정욕(情欲)의 기운에 의지하여 몸을 이루며,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만에 태어나서 부모들의 기뻐함을 얻으며 온전한 목숨을 얻을 수 있지만, 근심과 분함이 일어나는 날 곧 목숨이 끊기게 되어 극한 상황이 되면 곧 죽나니, 혼신은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시 몸뚱이를 구하게 되니라. 부귀와 빈천은 다 전생의 행동에 달렸나니, 관작(官爵)과 녹봉(祿俸)이나 국토와 값진 보배에 미혹되어서 높은 덕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여라. 왜냐하면 목숨이 끝나면 몸뚱이나 값진 보배는 세간에 남을 뿐 자기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니라.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경도(經道)를 닦아 행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밝히어라. 사람이나 물건을 관찰하면 허깨비 같고 요술 같으며 꿈 같고 메아리 같다. 일체가 다 공(空)하여 오래가지 않나니 세상을 관찰하면 다 그러하니라. 이것이 진리이거늘 세상 사람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마음을 거꾸로 두고 스스로 속이고 스스로 그르치니, 그것은 흡사 금값으로 구리를 사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다가 죽어서 혼신(魂神)이 떠나가면 반드시 3도(塗)에 떨어지니, 이렇게 잘 생각하였거든 빨리 보시하여 신명(身命)과 겨루어라.
빈궁한 거지나 파리한 늙은이나 병든 이에게 필요한 대로 주어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라. 마음씀이 이와 같으면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마하살[開士大人]들과 하늘ㆍ용ㆍ귀신들이 어여삐 여기지 않음이 없어서, 목숨을 마치면 혼신이 태어나자 곧 부귀하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재앙과 해가 생기지 않나니, 으뜸가는 원[上願]을 얻음은 부처님께서 계실 때 부처님께 공양하여 얻은 것과 똑같고 다르지 아니하리니, 이것이 두 번째[二事]니라.
나라 안엔 도적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수재(水災)와 화재(火災)가 나면 변하여 생긴 독기가 퍼져 질병이 유포되니, 이는 모두 바다의 용신과 귀신이게 행한 것으로 인해 얻어지는 해독(害毒)과 중병과 근심과 번뇌이니라. 이들 귀신이나 용신들은 모두 사람들이 사냥하여 쏘고 도살(屠殺)하고 그물로 잡고 독을 풀고 하여 죽인 것들로서 그 혼신이 바다에 떨어져서 용이 되기도 하고 힘이 센 큰 신(神)으로 화생한 것들인데, 다 숙명을 알고 전생의 원한에 분노하기 때문에 안개나 이슬을 만들고 독한 기운을 토하여 그 나라에 비처럼 내리는 것이라. 그러면 인민들은 독에 맞아 죽기도 하고, 혹은 병만 얻는 이도 있으며, 겉만 더러워지는 이도 있으나, 이것은 다 세상 사람이 어질지 못하게 생명을 죽였기 때문에 번갈아 서로 원수 갚는 것이니라. 제 손으로 직접 죽인 이는 독에 맞아 바로 죽고, 이를 도왔거나 기뻐한 이는 다 괴로운 병에 걸리는 것이며, 서로 더럽히기도 하고 더럽히지 않기도 하는 것은 모두 고기를 먹은 것으로 인하여 서로 나누기도 하고 나누지 않기도 하는 것이니라.
총명한 사람은 살생의 죄를 깨닫고 남을 보내고 두지 않나니, 이것은 몸으로 남을 제도하는 것과 똑같아 다름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의 큰 도를 받들어 행하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護]를 행하면 복이 저절로 몸에 되돌아오느니라. 만약 살생하는 이가 고기를 주거든 삼가여 먹지 말라. 먹지 아니한 이는 비록 악한 세상에 도적과 재난과 독기를 만나더라도 서로 더럽히지 못하느니라.
제왕이나 인민은 부유하여 가득한 곡식을 고아나 외로운 늙은이나 홀아비나 과부나 의식이 충분하지 못한 이나 병들어 스스로 구제하지 못하는 이에게 약을 주고 미음과 죽을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병이 낫고 횡액에 죽지 않게 하여야 하니라.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의 불행은 전생에 악한 일을 하였고 삼존을 믿지 아니했으며 참된 것을 등지고 거짓된 것을 향하고 탐욕을 부리고 인색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죄와 복은 분명하니 스스로 삼가서 악을 행하지 말라고 밝혀 주어야 하니라. 또한 자비로운 마음을 지니고 부처님의 경법으로써 어리석은 이를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경도를 지니게 하며, 한 사람을 다스리더라도 병을 낫게 하여 선한 도를 보이며, 5계를 지녀 평생토록 깨끗하게 하면 부처님의 몸을 모시는 것과 그 복이 똑같아지리니, 이것이 세 번째[三事]이니라.
세상에는 절개가 높고 깨끗하며 욕심이 없는 사람과 경전을 가진 사문이나 범지(梵志)가 있으니, 그들의 말은 곧 법률이니라. 제왕이나 신민(臣民)은 마땅히 공손하고 정중하게 대하여야 하며, 그들에게 나아가서 계율이나 수행을 물어야 하느니라. 그들 고사(高士)들이 입으로 하는 말은 모두 부처님들께서 남기신 경전의 말씀이니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악함을 버리고 착함에 나아가도록 하면 그 은혜는 낳아주신 부모의 은혜보다 백 배가 넘느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목숨을 마친 뒤에 3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항상 자비로운 마음과 공순함으로 대하여라. 차라리 끓는 구리를 입에 드리우고 날카로운 칼로 혀를 끊을지언정 삼가여 그들 맑고 깨끗한 사람을 헐뜯지 말며,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그들을 아프게 하지 말며, 자기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꺼내서 태울지언정 그들에게 성내지 말라.
설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부처님의 경전과 도를 보면 등져야 할 바와 나아갈 바를 분명히 알기 때문에 미련하고 어두운 무리들로부터 어진 이의 반열에 달려 나아가 성전을 배워서 높은 덕을 이룩하나니, 더구나 사문과 범지는 장사 등을 해서 이익을 구하여 몸의 더러운 때를 만들지 말라. 마음은 맑게 하고 행실은 깨끗하게 하길 명월주(明月珠)처럼 하며, 발우를 지니고 몸소 걸식하여 배가 차면 그뿐이어서 나머지를 저축하지 아니하니라. 절에 살거나 산택(山澤)이나 나무 밑이나 무덤 사이에 있더라도 다 숙명을 알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며 경전을 제작하여 세상의 교량을 만들며, 자비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많아서 앉거나 서거나 언제나 주원(呪願)하여 제왕이나 신민이나 나라를 편안케 하니라. 이러한 고사(高士)는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에게 어진 마음[惻心]을 가르치고 세속 일에 힘쓰지 않기 때문에 정욕의 실수를 범하지 아니하니, 보는 자마다 그를 찬탄하고 따르느니라.
국왕이나 신하나 인민들은 만약 지혜로운 이가 있거든 곧 그를 찾아서 옷과 음식과 평상과 와구와 약을 공양하여 편안케 하여라. 그리고는 경과 계율을 얻어 들으며, 좌선과 염(念)과 선정을 배우면 혹 그들에게 도를 얻어서 죽더라도 천상에 나게 되니라. 온 나라의 더러운 인간을 먹이고 입히기보다는 차라리 청정한 도사 한 사람에게 정성껏 공양하라. 그 복의 크기가 부처님 계실 때에 부처님께 공양한 것과 똑같고 다름이 없으리니, 이것이 네 번째[四事]이니라.
제왕과 신하와 인민은 그들을 보살펴라.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다 옹호하고 도와주며 기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전생에서 이 네 가지를 행하였는데 지나오며 복을 받았으며, 또한 부처를 이루었다. 때문에 내가 거듭 이 네 가지를 말하노니, 아난아, 너는 마땅히 널리 모든 하늘ㆍ제왕ㆍ신하ㆍ인민들을 위해서 설명해야 하느니라. 선행을 지으면 저절로 그 복을 얻으며 결코 헛되지 않느니라. 나는 장차 멸도할 것이니, 이에 네 가지 일[四事]을 그대에게 남기노라.”
아난은 경을 듣고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머리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절하였다.
020_1127_a_01L佛說阿難四事經吳月支國居士支謙譯聞如是一時佛在拘夷那竭國欲滅阿難白佛言我念天鬼神人民與佛相見聞佛教誡無不歡在志所願或作沙門得應眞者有居家奉行五戒死得上天者今佛去世鬼神帝王人民及四輩弟當何恃賴得福得度將當復從誰得之乎佛言善哉善哉阿難慈心多愍天人雜類無不由汝得度脫者去之後世名五濁人心憒憒穢垢自世多顚倒賤善尊惡此實可憂世雖然者吾有經籍懇惻之戒盡心遵福自歸身汝莫憂也吾雖去世籍續存六度大法不持之去行者得度非神授與汝等不解吾之所言耶阿難卽白願重說之佛言大法有四可從得福亦可得道與得佛身其福正等阿難又言願佛爲解釋四事世尊曰當以慈心育養幼弱見禽獸虫蛾下賤仰人活者當愍念隨其所食令得蘇息莫得加刀杖傷絕其命惻愴慈心當如慈母鬼神帝王人民有行此慈者得大福與侍佛身功德正等此謂一事也世有災異水旱不調五穀不豐民飢饉不安本土志欲叛亡王及臣民富有倉穀當惟無常身命難保愛寶穀知愛人命當起悲心出穀廩假賙諸窮乏以濟其命安居本土若意慳貪不欲布施當諦計念人初來生魂神空來依因二親情欲之氣以成己體在母腹中十月乃生得親喜悅可得全命愁忿之日卽切絕之困極乃終魂神不滅復更求身豪貴貧賤皆由宿行官爵俸祿國土珍寶無爲迷惑以亂高德至其壽終身及珍寶故留世閒不隨己去常當慈心練行經道以佛明教觀視人物如幻如化如夢如響一切皆空不可久保觀世皆爾此爲眞諦世人愚惑心存顚倒自欺自誤猶以金價買鍮銅也身死神去當墮三塗諦思如此急當布施與身命競貧窮乞丐羸老疾病隨所當與莫令命絕執心如此十方諸佛開士大人鬼神無不愍之至於壽終魂神所生輒受豪貴身意俱安災害不生具獲上願如佛在時供養佛身正等無異此謂二事也國中多有盜賊水火災異變生毒氣流布病縱撗悉是海中龍神鬼王之所爲也故得此毒重病憂惱此諸鬼神龍者皆是世人所爲射獵屠殺漁網中毒死者其魂神或墮海中爲龍或爲有力太神化生之類皆知宿命忿怒宿怨作霧露吐惡毒氣雨其國中其時人民或中毒死者或但得病者有相塗污者皆由世人所作不仁殘殺物命展轉相手自殺者中毒卽死助其喜者皆更困病或相塗污不相塗污者皆由食肉有相分者不相分者聽聰之士覺知殺追人不置以己度彼正等無異如此奉行佛之弘道行四等心慈悲喜護自歸身若彼殺家以肉與己愼莫食不食之者雖處惡世盜賊災變毒氣之時雖處其中不相塗染其帝人民富有盈穀孤獨鰥寡衣食不疾病困篤無以自濟當給醫藥粥消息令其得愈命不撗盡當明此人宿命行惡不信三尊背眞向僞貪所致罪福分明愼莫爲惡亦當慈以佛經法教訓愚癡令持經道活一人使病得愈示之善道令持五終身淸潔與侍佛身其福正等謂三事也世有高節淸潔無欲沙門梵志懷抱經典言輒法律帝王臣民心當恭肅詣稟律行此曹高士口之所陳皆是諸佛之遺典也令人去惡就善恩倍於百有餘分使人壽終不墮三塗當慈心恭肅向之寧洋銅灌口利刀截舌愼莫謗毀此淸潔之人寧自斷莫加之痛寧自剖腹出心燒之怒此人設使愚者見佛經道明知去由遠頑闇之群馳就賢者之衆講受聖典以成高德沙門梵志無以貿買求利爲身穢垢心淸行淨猶明月珠護持應器勞身乞食供口卽止不畜遺餘或居寺舍或處山澤樹下塚閒皆知宿命分別眞僞制作經籍爲世橋梁慈心多愍坐起呪願帝王臣民令國平夷如此高士德訓諸天鬼惻心不務世俗故不爲情欲之所見歎述耳國王臣民若有智者當尋求之供所當得衣食牀臥疾病醫藥使其安隱得講經戒敷演訓導坐禪念定或從得道或死得上天食一國穢濁之人不如盡心供養淸淨道士一人其福弘大如佛在時供養佛身正等無異此謂四事也帝王臣民視此輩人鬼神無不擁護助之歡喜者也佛告阿難吾前世時行此四事展轉受福自致得佛吾以是故重說四事阿難汝當廣爲諸天帝王臣民說之作善行自得其福終不唐捐吾將滅四事累汝阿難聞經且悲且喜以頭面爲佛作禮佛說阿難四事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