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35_a_01L불설아구류경(佛說阿鳩留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한 장사꾼이 있었는데 이름이 아구류(阿鳩留)였다. 그는 매우 큰 부자여서 금은(金銀) 진보(珍寶)와 노비(奴婢)들이 아주 많았다.
아구류는 후세의 생이 있음을 믿지 아니하여서 선(善)을 지어도 선의 과보를 얻지 못하고 악(惡)을 지어도 악의 과보를 얻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아구류는 평소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이 죽고 난 뒤에 몸은, 땅의 성질[地]은 바깥 경계의 땅으로, 물의 성질[水]은 바깥 경계의 물로, 불의 성질[火]은 바깥 경계의 불로, 바람의 성질[風]은 바깥 경계의 바람으로, 각각 모두 함께 화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죽은 뒤에는 끝내 다시 나지 않아서, 사람이 짓는 선악(善惡)인 의식의 작용과 입으로 말하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은 모두 없어지고 말아서 뒤에 다시 나지 않는다.’
어느 때에 아구류는 돈 수천만을 지니고 장사꾼 5백 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아구류는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행차를 이루어 상인들을 따라 갔는데, 물도 풀도 없는 곳에 이르러 가진 양식과 물과 풀이 모두 다 떨어졌다. 하루 이틀을 가도 물과 풀이 보이지 않았으며, 사흘 나흘을 가도 물과 풀이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모두 공포에 떨면서 ‘이제 우리는 이 황무지에서 굶어죽는구나’ 하고 제각기 울부짖으며 부모와 처자를 불렀다.
이에 아구류는 말 네 필을 몰고 다니면서 물과 풀을 구하였다. 아구류는 가다가 멀리 한 나무를 발견했는데, 나무 잎사귀가 시퍼렇고 열매가 주렁주렁하였다. 생각하기를, ‘이 나무 밑에는 반드시 물이 있을 것이다’라 하고는 곧 나무가 있는 쪽으로 나아가니, 한 남자가 있는데 비길 데 없이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아구류가 말을 타고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마중하며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그대가 찾는 것이 여기 있습니다.’
아구류는 나무 밑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어찌나 기쁜지 목숨을 다시 얻은 듯하였다. 나무 밑의 그 사람이 말했다.
‘어디서 오는 길이며 어디로 가려 하오?’
아구류가 말하였다.
‘나의 목숨을 구하고 또 5백 명의 사람과 가축들을 살리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무 밑의 사람이 말하였다.
‘무엇을 구하고자 하오?’
대답하였다.
‘물을 얻고자 합니다.’
나무 밑의 사람이 곧 오른손을 들었다. 물이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왔는데, 마치 샘물이 흐르는 것과 같았으며 맛이 매우 향기로웠다.
아구류에게 말하였다.
‘실컷 마시고, 다 마시고 나서 다시 밥을 먹으시오.’
나무 밑의 사람이 또 오른손을 드니 맛좋은 음식이 손가락 끝에서 나왔다. 아구류는 배불리 먹고 나서 곧 소리 내어 울었다.
나무 밑의 사람이 물었다.
‘그대는 왜 우는가?’
아구류가 말하였다.
‘저의 일행 5백 인과 가축들이 모두 3, 4일이 지나도록 마시고 먹지 못하여 굶주림이 극심하니, 목숨이 경각(頃刻)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나무 밑의 사람이 아구류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가서 5백 인과 가축들을 데리고 오시오. 그러면 내가 그대를 위해 그들을 배불리 먹이리라.’
아구류는 곧 달려가서 그 동료들을 부르며 말하였다.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 내가 먹고 마실 곳을 얻었으니, 나를 따르라’
일행은 크게 기뻐하며 곧 그를 따라서 나무 밑에 이르렀다. 모두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나무 밑의 사람에게 인사를 올렸다. 나무 밑의 사람이 물었다.
‘무엇을 얻고 싶소?’
사람들이 모두 대답하였다.
‘심히 목마르고 배고픕니다.’
나무 밑의 사람이 다시 오른손을 들었다. 다섯 손가락 끝에서는 곧 다시 큰 물줄기가 샘물처럼 흘러 나왔다. 이에 사람들과 가축들이 모두 풍족하게 마셨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밥을 구하니, 나무 밑의 사람은 또 오른손을 들었다. 다섯 손가락 끝에서 맛난 음식을 흘려 내려주니, 5백 명의 사람들과 가축들이 모두 다 배불리 먹었다. 나무 밑의 사람은 5백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모두 어디로 가며 무엇을 구하려 하오?’
상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 모두는 바다로 가서 값진 보물[珍寶]을 찾으려고 합니다.’
나무 밑의 사람이 물었다.
‘그대들이 모두 진귀한 보물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금 내 손에서도 나오게 할 수 있소이다.’
나무 밑의 사람이 곧 오른손을 드니, 손가락 끝으로부터 금ㆍ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琥珀)ㆍ백주(白珠)를 내어놓니, 사람들은 제각기 이를 긁어모아 무겁도록 가지고 갔다. 이에 나무 밑의 사람은 아구류에게 말하였다.
‘이 금은 등 보배를 가지고 마을로 가거든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는 데 쓰되, 밥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 밥을 주고, 금은 등 재물과 의복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 이를 한껏 주며, 도인들로 하여금 모두 나를 축원하도록 하여, 내가 그 복을 얻어서 내 손 안에서 보물을 더 많이 나오게 하여서 이 황폐한 못[澤]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여 주시오.’
아구류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서 이마와 얼굴을 땅에 대고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늘입니까, 용입니까, 귀신입니까, 사람입니까?’
나무 밑의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도, 용도, 귀신도, 사람도 아니오. 나는 호벽려(豪薜荔)1)일 뿐이오. 나는 전생 때에 나라 안에서 제일 가난하여 늘 성【문】밑에 앉아 있었소. 빈궁하였지만 마음엔 욕심이 없었으며 사문과 도인을 좋아하였소. 나는 가난했기에 남에게 보시할 수 없었으므로,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봄으로써 그 기쁨을 대신하였소.
가섭(迦葉)부처님께서 입멸[般泥洹]하셨을 때 모든 비구들이 와서 나에게 밥을 빌었는데, 나는 비구들에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하였소. 그리고는 다만 멀리 성 안을 가리키면서 뉘 집은 착하니 밥을 얻을 수 있고, 뉘 집은 착하지 못하니 밥을 얻을 수 없다고 알려 주었소. 그리하여 비구가 알려준 그 집에서 걸식하고 나올 때 얻은 것을 보고는 기뻐하였소. 또한 가섭부처님께서 입멸하시자 그 나라 왕인 기립(基立)이 가섭부처님을 위하여 칠보탑을 세웠을 때 나는 손을 그 위에다 대고 말하기를, ≺나로 하여금 그 복을 얻게 하소서≻라고 했으며, 왕이 진귀한 물건을 부처님 탑에 올리면 나는 곧 손을 거기에다 대고 말하기를, ≺나로 하여금 그 복을 얻게 하소서≻라고 하였소.
나는 이렇듯 가난하여 재(齋) 한 번 올리지 못했으며 밥이나 술을 먹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어서 이렇게 호벽려가 된 것이오. 전세(前世)에서 다만 남이 선행하는 것만을 보고 그 기쁨을 대신하며 손을 그 물건 위에 댄 것을 인연으로 하여 나의 다섯 손가락 끝에서 이와 같은 물건들이 흘러나오게 되었소. 그러나 전생에서 한 번도 재(齋)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벽려(薜荔)가 된 것이라오.’
아구류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후세의 생을 믿지 않았고, 선(善)을 지어도 선의 과보를 얻지 못하고 악(惡)을 지어도 악의 과보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는데, 이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과연 후세의 생이 있으며, 또한 생에는 진실로 선을 행하면 선의 과보를 얻고 악을 행하면 악의 과보를 얻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는 마을에 돌아가서 반드시 선을 행하며 남에게 보시하되, 얻고자 하는 사람이 구하거든 금이든 은이든 값진 보배든 밥이든 의복이든 모두 주워서 이를 거절하지 말아야겠구나.’
이에 아구류는 마을로 돌아가서 온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금ㆍ은ㆍ보배ㆍ음식ㆍ의복을 갖고 싶은 이가 있거든 갖고 싶은 대로 다 와서 가져가시오.’
그는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시를 행하였으며, 날마다 8만 4천 명의 도인(道人)에게 공양하였는데, 만일 큰 물[瀾汗]이 흘러 길이 막히면 사람들은 배로 운반하여 공양을 행하였다.
아구류는 마음을 다하여 선을 행하고 죽은 뒤에 둘째 도리천에 올라가 천인(天人)이 되었는데, 천제(天帝)의 자리에서 480리 떨어진 데 있게 되었다. 한편 나라 안에 한 거지 여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삼(㜗)이었다. 착한 마음으로 한 그릇 쌀죽을 사문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주었기 때문에 죽은 뒤에 역시 도리천에 나서 천인(天人)이 되었는데, 제석천(帝釋天)의 옆, 셋째 자리에 있었으며, 다섯 가지에 있어서 다른 하늘보다 뛰어났다. 그 다섯 가지란 바로 장수(長壽)ㆍ단정(端正)ㆍ안락(安樂)ㆍ지혜(智慧)ㆍ위신(威神)이니, 이것이 다른 하늘보다 뛰어났다.
나중에 부처님의 어머니가 홀연히 도리천에 태어나서 부처님께서 천상에서 어머니를 위해 경을 설하였으며, 경을 설해 마치시자, 부처님의 어머니와 더불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하늘들이 모두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로 인하여 도리천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아구류는 사람에게 보시하고 제석천과 480리 떨어진 자리에 있었고, 거지 여인은 쌀죽을 마하가섭에게 주고서 제석천의 옆 셋째 자리에 있게 되었으며 또한 다른 하늘보다 다섯 가지 일에서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다 보시고서 그 인연을 다 아셨다. 곧 멀리서 아구류를 불러 말씀하셨다.
‘보시한 훌륭한 이여, 이리 오라. 한번 만나 보자.’
아구류는 곧 와서 앞에 나아가 이마와 얼굴을 땅에 대어 부처님께 절하고서 아뢰었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시하였지만 다만 평범한 천인(天人)일 뿐, 수다원ㆍ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ㆍ벽지불(辟支佛)ㆍ불도(佛道)를 얻지 못하였사온데, 이제 거지 여인을 보니, 사문 마하가섭에게 쌀죽을 주고서 지금 제석천의 옆 세 번째 자리에 있으며 또한 천인보다 다섯 가지 일에서 뛰어남이 있으니, 사람이 작은 물질을 마하가섭에게 주고서 복을 얻음이 저러합니다. 그러므로 저절로 호귀(豪貴)함을 이룸이 이와 같습니다.’
하늘은 곧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020_1135_a_01L佛說阿鳩留經僧祐錄云安公古典經今附漢錄聞如是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佛告諸比丘言昔者有賈客阿鳩留居處甚富珍寶奴婢衆阿鳩留不信有後世生作善不得作惡不得惡阿鳩留言人死後身地外地身水外水身火外火身風外風身皆共和合人死後終不復生也人所作善惡心所念口所言身所行皆當棄捐後不復生阿鳩留持財貨數千萬與賈客五百人俱行阿鳩留最尊豪相隨行賈客當經劇道水草處所持糧食水草皆已盡行一日二日不見水草行三日四日不見水草賈客皆恐怖言今我皆悉當於此荒澤中餓死耶各自啼哭呼父母妻子阿鳩留遣騎四布行求水草鳩留自行遙見一樹樹葉靑靑果蓏繁熾自念此樹下猶當有水便前趣見一男子端正無比遙見阿鳩留騎馬來前迎趣之言多賀來到在所求索阿鳩留見樹下人答之卽大喜如得更生樹下人言從何所來欲所之到阿鳩留言壺救我命及五百人畜生命樹下人言欲何求索言我欲得水樹下人便擧右手水從五指端出如流泉甚香味語阿鳩留言自極飮已復從索飯樹下人便擧右手羙食從指端出阿鳩留得飽食已便擧聲大啼哭樹下人因問仁者啼哭阿鳩留言我等伴五百人及畜生從三四日以來皆不得飮食飢餓甚極命在須臾是故我啼哭耳樹下人語阿鳩留若行將五百人及畜生來悉爲若飽之阿鳩留卽馳行呼伴人語之言勿復憂也已得飮食處隨我去來伴人大喜便隨去到樹下皆叉爲樹下人作禮樹下人問言欲何人皆言大飢渴樹下人卽復擧右手五指端卽復大水出水如流泉馬畜生皆飮復從索飯樹下人復擧右手五指端出名羙飮食與之五百人及畜生皆飽滿樹下人因問五百人等卿皆欲至到何等求索賈人言我皆欲到大海求索珍寶樹下人因卿皆欲索珍寶者便可從我手中樹下人便擧右手從五指端出金水精琉璃珊瑚虎魄白珠人便斂取各自重如去樹下人語阿鳩留持此金歸鄕里用布施貧窮者得飯者飯之欲得金衣被者極與之令道人皆呪願我令我得其令我手中出琦物又多使我早脫此荒澤中阿鳩留聞此語大驚怖便以頭面著地仁者爲何等人乎天耶龍耶鬼神耶是人耶樹下人言我亦非天亦非龍亦非鬼亦非人是豪薜荔也我前世時於國中大貧常在城門下坐雖貧窮心淨潔樂沙門道人我貧窮不能施人見他人布施代其喜迦葉佛般泥洹去諸比丘來從我乞丐食我應比丘言我無所有但遙指示城中某家善可得飯某家不善不可得飯比丘乞來我見有所得卽歡喜又迦葉佛般泥洹去其國王名爲基立爲迦葉佛起七寶塔我輒持手著其上言令我得其福王上好物於佛塔我輒持手著之言使我得其福但用貧故未曾飯食無時又飮酒是故死後以作豪薜荔耳但用我前世見人作善其歡喜手著其物上是故令我五指端在所出但用生時未曾齋故使我作是閒薜荔阿鳩留自念言我前不信有後世生作善不得善作惡不得今我眼見是爲審有後世復生審有作善得善作惡得惡從今日以去歸鄕里快當作善布施與人恣所求人有欲得金珍寶飮食衣被者皆與之不逆人也阿鳩留歸到鄕里語一國中人誰有欲得金珍寶飮食者恣所求索皆來取之如是布施無央數日日飯八萬四千道人但瀾汗流出門人用摘船而行阿鳩留作善極意死後便上第二忉利天作天人去離天帝座四百八十里其國中有乞丐女人名曰㜗以善心持一杅米粥與沙門摩呵迦葉女人死後亦生忉利天上作天人在天帝釋邊第三座復勝餘天五事何謂五一者長壽二者端正三者安樂者智慧五者威神勝於餘天後佛母忽故生忉利天佛天上爲母說經說經已佛母及諸天無央數皆得須陁洹道佛因見阿鳩留布施與人在天帝釋邊四百八十里坐復見乞丐女人持米粥與沙門摩訶迦葉天帝釋邊第三座又勝餘天五事見悉皆識知卽遙呼阿鳩留言布施善人來相見阿鳩留卽來前持頭面著地爲佛作禮白佛言我布施大衆但得凡人耳不得須陁洹斯陁含阿那含阿羅漢辟支佛佛道也今見乞丐女人持米粥與沙門摩訶迦葉今世在帝釋邊第三坐又勝餘天五人持小物與摩訶迦葉得福乃爾是故身自致豪貴如此天便爲佛作禮而去佛說阿鳩留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높은 뜻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은둔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