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82_a_01L제자사부생경(弟子死復生經)
020_1182_a_01L弟子死復生經


송나라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송성수 번역
김두재 개역
020_1182_a_02L宋居士沮渠京聲譯



이와 같이 들었다.
020_1182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1,250명 비구와 함께 계셨는데, 보살이 1만 2천 명이었고, 신족(神足) 제자는 5백 명이었다.
020_1182_a_04L一時佛在祇樹給孤獨園千二百五十比丘俱菩薩萬二千人神足弟子五百人俱
그때에 어떤 현자(賢者) 우바새(優婆塞)는 본래 96종 외도(外道)1)를 받들었으나, 기도하고 제사 지내고 하는 일이 괴롭고 싫증나서, 그것을 버리고 불법(佛法)에 들어와 계율을 받들어 범하지 않고 선정(禪定)에 정진하였으며, 경을 독송하는 일에 힘썼다. 보시(布施)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였으며, 인욕(忍辱)에 뜻을 두었고, 항상 인자한 마음을 지녔다. 그런데 갑자기 질병에 걸려 수명이 거의 다 되어 죽으려 할 때를 당하여 그의 부모와 친족에게 부탁하였다.
“내가 병으로 죽게 되면 그날부터 7일 동안 빈장(殯葬)2)이나 염습[殯斂]을 하지 마십시오. 만일 나를 생각한다면 내 말을 어기지 마십시오.”
020_1182_a_06L爾時有賢者優婆塞本奉外九十六種道厭苦禱祠委捨入法奉戒不犯精進一心勤於誦經好喜布施笮意忍辱常有慈心暴得疾病遂便命過臨當死時囑其親屬及其父母言我病若不諱之日殯斂七日若念我者不違我言
이 말을 마치고 나자, 갑자기 죽은 듯하였다.
부모와 친척 등 모든 집안에서는 그가 말한 대로 7일 동안 시체를 그대로 두었다. 8일째 되는 날 친척과 집안사람들이 말하였다.
“죽은 사람이 벌써 8일이나 되었는데, 마냥 깊은 잠에 빠진 듯이 다시 의식이 없으니, 이제는 서둘러 염습하여 묻어야 하겠습니다.”
부모가 말하였다.
“비록 날이 이미 오래되었으나, (죽은 시체처럼) 부풀어 오르지도 않았고, 또한 썩어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니, 한 10일까지 더 두고 보면서 기다려 봅시다.”
그런데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죽은 사람이 문득 눈을 떴다. 이에 집안에 있던 그의 부모와 남녀노소 모두가 기뻐서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였다. 곧바로 움직일 수 없었으므로 집안사람들이 함께 그를 지키고 있었다. 10일째 되는 날 그가 일어나 앉기도 하고 말도 잘 하였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겪은 내역과 보았던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물었다.
020_1182_a_12L遂奄忽如死父母親屬諸家如其所言屍七日到八日親屬諸家言死人已八日眠眠無所復知當急殯斂父母雖已日久亦不胮脹亦不臭處復留之以到十日語言未竟死人便卽開眼諸家父母大小踊躍歡喜能動搖諸家共守之至十日便能起善能語言衆人問所從來盡見何
020_1182_b_02L그가 말하였다.
“처음에 어떤 옥리(獄吏) 졸개가 와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떤 큰 성에 이르니, 어마어마한 큰 성이 있었는데, 그 성 안에 아주 큰 감옥이 있었습니다. 그 감옥은 온통 검었고 사면(四面)은 모조리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며, 성문(城門)은 온통 불에 달구어져서 시뻘겋게 달아 있었으며, 감옥 안에는 몸이 묶인 사람들이모두 큰 불속에 앉아 있었는데, 위아래서 불로 태워 그들을 지지매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혹 어떤 사람은 칼을 가지고 그 사람의 살코기를 베어서 씹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020_1182_a_21L有吏兵來將我去往到一大城中有大獄獄正黑四面悉以鐵作城城門悉燒鐵正赤獄中繫人身皆在大火中坐上下火燒炙之靑煙出有人以刀割其肉噉食之
감옥 안에 있던 왕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며 무슨 죄를 범하였기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고? 이 감옥은 부모에게 불효(不孝)하고 충성심과 믿음으로 그 임금을 잘 섬기지 않은 5역(逆)3)의 죄를 지은 사람을 다스리는 곳이며, 또한 온갖 악한 짓을 한 사람의 죄(罪)를 다스리는 곳인데, 너는 얼마나 무거운 죄를 지었기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느냐?’
020_1182_b_04L獄中有王問我言若何等人犯坐何等乃來到是中是中治五逆不孝父母不忠信事其君治諸惡人處若罪何重乃爾
이에 저는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사람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나쁜 사람에게 미혹되어 외도(外道)를 받들어 섬기면서 잠깐 동안 세간에서 어리석은 짓을 했으며, 산목숨을 죽여서 천지(天地)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고 술을 마셨습니다. 또 저잣거리에서 재물의 이익을 취하였고, 되[升]ㆍ말[斗]ㆍ자[尺]ㆍ치[寸]에 탐욕을 내어 저 자신만 풍족하게 하였었습니다.
그 후에 마침 좋은 스승을 만났는데, 저를 가르쳐 선(善)한 일을 하게 하려고 저를 부처님의 도(道) 안으로 끌어들였으므로, 사문(沙門) 도인을 만나 뵈었더니, 저에게 5계(戒)를 주기에 계를 받고 10선(善)을 받들어 행하였나이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다시는 악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은택은 명왕(明王)4)에게 달렸사오니 저의 미흡함을 가엾이 여겨 주시옵소서.’그리고는 제가 곧 머리를 조아렸다.
020_1182_b_07L答言我少小爲人以來爲惡人所惑事外道少爲世閒愚癡殺生祠祀天飮酒又於市裏採取財利升斗尺寸欲以自饒會後與善師相得相教作善牽我入佛道中得見沙門道人授我五戒奉行十善自爾以來至于今日不復犯惡恩由明王哀我不及我便叩頭
왕은 곧 일어나서 합장하고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십시오. 청신사(淸信士)께서 그렇게 응대하셔서 안 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자리를 내어주기에 저는 곧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왕은 곧 옥리(獄吏)를 부르더니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 분은 무상정진(無上正眞:부처님)의 제자이므로 너희들은 모두가 이 분에게 제도를 받아야 하리니, 그 분의 수명은 저절로 다할 때에 곧 돌아가시게 해야만 한다. 혼신(魂神)이 직접 가서 그 행한 바에 따라 받을 것이니, 만일 하늘 위에 나면 천신이 직접 와서 영접할 것이요, 만일 인간세계에 태어나면 사람들이 스스로 와서 그를 영접할 터인데, 어찌 이 높은 분을 이러한 5역(逆)의 처소로 데리고 들어왔느냐?’
020_1182_b_15L王卽起叉手謂我言止止淸信之人不應當爾便與我座便坐王便呼吏問之此乃無上正眞弟子汝曹等輩皆當從是人得度以其人壽命自盡時乃當死耳魂神自追隨行往受若生天上天神自當來迎之若生人中中自當來迎之何得將此尊人來入是五逆之處
020_1182_c_02L옥리가 명왕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세간에는 이런 사람이 많습니다. 국법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시(四時)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행(五行)에도 구애받지 않고, 귀신이나 천지도 이들을 잡아다가 취조하는 일이 없으니, 따지지 않고 덮어둘 것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이런 사람이야말로 천하를 횡행(橫行)해도 구애받거나 제재를 받는 일이 없습니다.
또 어떤 법사가 있으니 그 명칭을 사문(沙門)이라고 하는데, 머리를 깎고 입은 옷은 남루하지만, 그 법을 스스로 크게 여겨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다녀도 잡아다가 취조하는 사람이 없고, 이사를 가거나, 장례를 치루거나, 시집을 보내거나, 며느리를 맞아들이는 데에도 사시(四時)를 두려워 않습니다. 또 헐어버리거나 무너뜨리거나 고치고 바꾸고 하는 일에 있어서도 왕상(王相)5)에 구애받지 않으니, 이 사람은 잡아다가 치죄(治罪)해야 하옵니다.’
020_1182_b_23L吏答王言世閒多有是不畏王法不畏四時五行不拘神天地無所取錄不可一二不問耶是人撗行天下無所拘制有法師名之爲沙門髡剔頭髮被服疏陋以法自大多將弟子東西南北無所取錄移徙葬埋嫁女取婦不畏四時毀敗改易不拘王相是曹輩人應當治之
그러자 왕이 말하였습니다.
‘그만 중단하라, 그만 중단하라. 너희들은 이 법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구나. 법복(法服)을 입은 사람은 귀히 여기거나 공경할 대상이 없으며, 다른 이를 두려워할 것도 없고 어려움을 당할 일도 없다. 제석(帝釋)ㆍ범왕(梵王)ㆍ일월(日月) 중의 왕이나 아래로 제왕과 신민들이 모두 높이 받드느니라. 이런 사람을 존경하고 받들어 모신 복은 한량없이 많다. 사람들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므로 이런 사람은 업신여길 수 없나니, 이런 사람을 업신여기면 스스로 죄와 고통을 구하는 것이니라. 급히 인명록(人名錄)을 조사하여 이분의 수명이 다하였는가, 다하지 않았는가를 알아보도록 하라.’
020_1182_c_07L止止卿爲了不解是法耶法服之人無所貴敬他所畏難諸釋日月中下及帝王臣民皆所尊奉尊奉是人得福無量使人得道不得輕慢是輕慢是人者自求罪苦急案名錄命應盡未
옥리가 명왕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인명록으로 따지면 아직 죽을 때가 아니옵고, 20년이나 수명이 더 남아있사옵니다. 그러나 젊을 때에 죄악(罪惡)을 범하였고, 나중에 곧 선(善)한 일을 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잡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런 무리들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스스로 자제하도록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020_1182_c_13L吏白王言以命錄理之應死耶尚有餘筭二十以其先小時所犯罪惡後乃欲作善是以取之使其黨輩小復自下
왕이 말하였습니다.
‘사람이 세간에서 살면서 조금씩 악을 지으면서 백 살이 된다고 하면, 이런 사람의 죄는 어쩔 것인가?’
옥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다만 살게 해야 할 것이요, 죽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죽으면 곧 받아야 할 죄의 고통이 연이어 늘어나서 천겁 또는 만겁을 지나가도 해탈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020_1182_c_16L王言人居世閒少作惡至于百歲是輩人罪當復云何吏言是人但可以生不可以死死便更連延當受罪苦痛千劫萬劫無得解
020_1183_a_02L그때 왕이 말하였습니다.
‘그 부처님의 제자는 계율을 지키고, 또한 정진(精進)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하늘과 신장이 귀히 여겨서 공경하게 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대자(大慈), 대비(大悲)와 보호하는 마음[護心]과 버리는 마음[投心], 이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으로써 시방세계의 중생들을 걱정하시고 염려하시어, 천하의 일체 인민들과 온갖 사물과 기어 다니는 것ㆍ날아다니는 것ㆍ꿈틀거리는 무리에 이르기까지 부처님께서는 죄다 가엾이 여기시며, 공덕을 시방의 천하에 널리 펴시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부처님의 제자는 하늘의 신ㆍ땅의 귀신ㆍ용까지도 다 그를 공경하고 귀하게 대접하거늘어찌 왕상(王相)과 사시(四時)와 오행(五行) 따위에 구애를 받겠느냐? 부처님의 은혜는 사해(四海)와 같아서 한정지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백억의 항하에 있는 모래는 오히려 되[升]로 헤아려서 그 되의 수를 다 알 수 있거니와, 부처님의 은혜는 헤아려 알 수 있는 것이 아느니라.’
020_1182_c_20L時王曰其佛弟子有戒精進不懈爲天神所貴敬所以爾者佛以大慈大悲護心投心以是四等心憂念十方天下一切人民萬物蜎飛蠕動之類佛皆哀傷之功德流演十方天是故佛子天神地祇鬼龍皆敬貴豈當拘王相四時五行耶佛恩如四海不可得限量百億恒水邊流沙尚可升量盡知其升數佛恩不可得量耶
옥리가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는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을 받들었나이까?’
吏白王言大王爲奉佛淨戒耶
왕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부처님을 받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죄로 인해 여기에 와서 이 감옥의 왕이 된 것이다. 경(卿)은 이 감옥 가운데서도 지금 현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은 마쳤으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한 감히 그 앞에서 마주 대하지도 못하며, 모두 합장하고 일어나 가서 받들어 영접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가령 문서에 그가 행한 일이 선하고 복된 일이면, 복의 귀신이 직접 와서 그를 모시며,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이에게는 몸소 보호하여 빨리 낫게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미 바른 법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뉘우치고 다시 돌아가 외도가 되어 산목숨을 잡아서 제사를 지내면, 삿된 도의 악귀가 그것을 보고 틈을 노릴 것이니, 이는 저절로 보호하는 신장(神將)이 없어져서 비록 천세(千歲)의 수명을 누릴 운명이라 하더라도 응당 구횡(九橫)6)을 만나 병도 없이 곧바로 죽으리라. 왜냐하면 구호하는 신이 그를 돕지 않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이는 마침내 해탈할 수 없느니라.
020_1183_a_06L王曰坐我不奉佛故追罪來作此獄卿見此獄中今現有數壽終不受亦不敢當前皆當叉手起往奉迎之使案其所行善福福神自來迎取之應死者自有護速得除愈若有人已入正法後悔乃復還爲外道殺生祠祀邪道惡鬼法見之得便此則自無護有千歲壽命當逢九撗無病自死所以爾者救護神不祐之如是者終不得解
계율을 지닌 비구와 모든 제자들에게는 부지런히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 일이 있으니,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단바라밀(檀波羅密)이니,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아끼는 것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시라(尸羅)바라밀이니, 계율을 보호하여 삼가고 범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찬제(羼提)바라밀이니, 인욕을 생각하여 마음과 말로 성내고 분노하는 일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이니, 부지런히 힘써 정진하여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선(禪)바라밀이니, 선정으로 뜻을 안정하여 방일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반야(般若)바라밀이니, 경전을 부지런히 만들고 입으로 외워 좋은 방편을 깨닫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일은 보살이 도를 구하는 근본이 되느니라.
020_1183_a_16L若持戒比丘及諸弟子當勤行六何等爲六一者檀波羅蜜當好布施無得慳惜二者尸羅波羅蜜當護誡愼莫犯三者羼提波羅蜜當忍辱笮意心口莫瞋恚四者毘梨耶波羅當勤力精進莫懈怠五者禪波羅當一心定意莫放逸六者般若波羅蜜當勤作經上口諷誦當曉漚和拘舍羅是爲六事菩薩求道之本
020_1183_b_02L또 여섯 가지 일이 있다. 사람이 도를 구하고 복을 받으려고 하면, 이 여섯 가지를 보호해야 하나니, 첫째가 눈이요, 둘째가 귀며, 셋째가 코요, 넷째가 입이며,다섯째가 몸이요, 여섯째가 뜻이니라. 눈을 보호하여 물질[色]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귀를 보호하여 소리[聲]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며, 코를 보호하여 냄새[香]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입을 보호하여 맛[味]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며, 몸을 보호하여 부드럽고 윤택함[細滑]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뜻을 보호하여 애욕(愛欲)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이것이 여섯 가지를 보호하는 일이니라.
020_1183_a_24L有六事一者二者三者四者五者-身六者人欲求道蒙福護是六事護眼莫著色護耳莫著聲護鼻莫著香護口莫著味護身莫著細滑護意莫著愛欲是爲護六事
또 없애야 할 세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음일(淫泆)한 것이요, 둘째는 성내는 것[瞋恚]이며, 셋째는 어리석은 것[愚癡]이니, 이것을 3독(毒)이라고 하느니라.
020_1183_b_06L復滅三事何等爲三一者淫泆二者瞋恚三者愚癡是爲三毒
또 없애야 할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통양(痛痒:受)이요, 둘째는 사상(思想:想)이며, 셋째는 생사(生死)요, 넷째는 식(識)이며, 다섯째는 애욕(愛欲)이니, 이것이 바로 5음(陰)이다.
020_1183_b_08L當復滅五何等爲五一者痛痒二者思想生死四者五者愛欲是爲五陰
또 여섯 가지 쇠함(衰:六塵, 六賊)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 쇠함인가? 첫째 눈은 물질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요, 둘째 귀는 소리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며, 셋째 코는 냄새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고, 넷째 입은 맛으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며, 다섯째 몸은 부드럽고 윤택한 것으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고, 여섯째 뜻은 법으로 인해 쇠해지는 것이니, 이것이 여섯 가지 쇠함이니라.
020_1183_b_10L復有六衰何等爲六衰一者眼爲色衰二者耳爲聲衰三者鼻爲香衰四者口爲味衰五者身爲細滑衰六者爲法衰是爲六衰
5음과 6정(情)과 3독이 합하여 몸 안의 스무 가지의 일이 되고, 그것들이 사람의 몸 안에 항상 있기 때문에 도인(道人)은 도를 수행할 적에 항상 이 스무 가지 일을 끊어야 하느니라. 이 스무 가지 일을 금지하여 끊지 못하면 그 사람은 죄를 받는 곳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6정(情)을 끊지 못하면 열여덟 가지 니리(泥梨:地獄)에 떨어지고, 5음(陰)을 끊지 못하면 다섯 갈래 세계[五道]를 전전(展轉)할 것이며, 3독(毒)을 끊지 못하면 세 갈래 나쁜 세계[三惡道]에 들어갈 것이니라.
020_1183_b_14L五陰六情三毒合爲身中二十事常在人身中道人行道常當斷絕是二十事不能禁絕是二十事當墮人著罪中六情不絕當墮十八泥犂中五陰不絕當展轉五道三毒不絕當入三惡道中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몸 안의 스무 가지 일을 금하여 없애고 계율을 지켜, 마치 거울에 때를 닦아 없애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어져서 안팎을 밝게 비추는 것과 같게 하면, 천하의 천백억만 사람 중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부처님의 제자가 아닌 사람이 있더냐?’
옥리가 말하였습니다.
‘사실은 없습니다.’
020_1183_b_19L若善男子善女人禁制持戒身中二十事鏡之去垢淸淨無穢內外照明者下千百億萬人有一人是佛弟子不實自無有
020_1183_c_02L그러자 왕이 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관찰해보면, 부처님의 공덕은 크고 우뚝하게 높으며, 깊고 당당하여, 큰 바다처럼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니라.’
옥리가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진실로 대왕의 말씀과 같습니다.소리(小吏)는 죄의 소치(所致)로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부디 그를 보내어 돌아가게 하시기 바랍니다.’
왕이 말하였습니다.
‘옳은 말이다.’
그러자 옥리는 곧 저에게 사죄하고 저로 하여금 돌아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마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더니, 깜박하면서 깨어나 곧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020_1183_b_23L王曰以是觀之知佛功德大巍巍淵泓堂堂乎如巨海不可當耶吏白王言誠如大王所言小吏罪之所致不別眞僞請得遣之還吏便辭謝人使自還去人便如從高墮下㸌然而蘇便得生活
그의 부모는 곧 수레를 타고 기원(祈園:祇樹給孤獨園)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곧 그 사람을 불러서 물으셨다. 그는 지옥에서 눈으로 본 대로, 말하는 것을 들은 대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오색(五色)의 광명이 정수리 위에서 나와 몸을 세 번 돌고는 도로 배꼽으로 들어갔다.
020_1183_c_05L父母便以車載詣祇洹以白佛佛便呼人問之其以所見所言答佛便笑五色光從頂上出遶身三帀還從臍入
아난이 곧 의복을 단정히 하고,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으시니, 지금 웃으신 데에는 당연히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옵소서.”
020_1183_c_08L難便整衣服以膝著地叉手白佛言佛不妄笑笑當有意願佛廣說其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자세히 듣고 받아 지녀라.”
그 모임에 있던 대중들과 아난은 가르침을 받자와 귀를 기울였다.
020_1183_c_10L佛言阿難諦聽受衆會阿難受教而聽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염부리(閻浮利:閻浮提) 천하는 5역(逆)의 악한 세상이라서, 아들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하지 않으며, 부부간에 서로 속이며, 상하 간에 서로 속인다. 인민들은 심술이 굳고 사나우며, 의리가 적고 남을 업신여기며 거만하여 예절이 없다. 강한 이는 약한 이를 능멸하고, 부자끼리만 서로 따르고 가난한 이는 계속해 가난하게 살아간다. 이익을 탐하여 아끼기만 하고, 인자한 마음이라고 아무리 찾아봐도 조금도 없으며, 다만 남을 이기려고만 한다.
사왕(四王:欲界의 四天王)이 서로 지키고 있고, 악한 귀신들이 그들을 다스리고 있는데, 틈을 엿보고 있다가 그들이 죄를 범하면 곧 잡아가서 죽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혼신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지은 업을 따라 가서 태어나되, 아귀ㆍ축생ㆍ지옥에서 혹독한 고초를 겪거나 회초리로 매질을 당하며, 도끼로 찍히고 가마솥에 삶아지며, 불에 태워지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020_1183_c_11L佛言是閒閻浮利天下爲五逆惡世子不孝父臣不忠君夫妻相欺欺上罔下人民很戾少有義理輕慢無節以强陵弱富富相從貧困守窮利慳惜無有慈心但欲勝人四王相鬼惡神司取其便犯者則死魂神展轉隨行往受當作餓鬼畜生地獄楚毒痛掠笞斫湯鑊燒煮
020_1184_a_02L혹 조그마한 남은 복이 있어서 하늘에 태어나는 경우가 되더라도 제6의 악마의 하늘에 태어나나니, 박복(薄福)하여 수명은 짧고 법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며, 그러다가 비록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하천한 노비(奴婢)가 될 것이다. 혹은 소나 말 같은 축생이 되거나, 노새와 나귀ㆍ낙타ㆍ코끼리ㆍ호랑이ㆍ사자 등 짐승으로 태어나거나, 벌레와 개미 따위로 태어나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으면서 백겁ㆍ천겁ㆍ만겁을 지내도 해탈할 길이 없다. 어쩌다가 요행 사람으로 태어나도 갑자기 병이 들어 곧 죽고 만다. 만일 사람이 되어도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꼽추ㆍ귀머거리ㆍ소경ㆍ벙어리가 되나니,이와 같은 괴로움은 끝이 없느니라.
020_1183_c_19L若有餘微之福得上生天當在第六魔天薄福短壽不受法教雖得作人當作下賤奴婢或作牛畜生駱駝象虎師子鳥獸蟲蛾困苦叵言百劫千劫萬劫無得解脫時適生便病或時卽若得爲人六情不具癃殘聾盲如是困苦無極
지금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이 그 세간에 부처님이 계시는 줄을 알고 경법(經法)을 들으며, 비구승을 만나보고 착한 마음과 좋아하는 뜻으로 공경하며, 인자한 마음을 지니거나, 96종 외도를 버리고 와서 바른 법에 들어가, 스스로 생각하고 사심(私心)을 억제하여 5계(戒)를 받들어 받거나, 10선(善)을 수행하고 10악(惡)을 없앤다면, 그때 그 어떤 사람은 모두가 바로 유위불(維衛佛)7) 때에 도를 얻은 사람의 공덕과 똑같을 것이요, 그 사람이 지닌 백겁ㆍ천겁ㆍ만겁의 죄는 다 없어질 것이다.
그 사람은 목숨이 마치고 나서 다시는 세 갈래 나쁜 세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는다. 가령, 잘못을 범하는 일이 있으면 당연히 죄의 경중(輕重)을 따라 지옥에 나아가긴 하지만, 지옥 왕이 그를 보고는 털이 곤두서서 그 사람을 공경하고 우러러 볼 것이요, 제왕(帝王)과 인민들 모두가 존경하고 받들어 모실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도를 얻지 못하더라도 공덕이 왕성하고 빛나서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들이 모두 칭찬하고 감탄하리라.”
020_1184_a_03L今是世上有一人知世閒有佛聞經法得見比丘僧善心好意恭敬慈心捐九十六種道來入正法自惟自剋奉受五戒修行十善以滅十惡爾時有一人皆是維衛佛時得道人功德同是人其有百千劫萬劫之罪皆悉滅盡其人壽終已後不復更見三惡道中假有所當追罪輕重詣地獄王見之衣毛當豎敬仰其人帝王人民一切莫不尊雖未得道功德隆赫天人龍鬼莫不稱歎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니원(般泥洹:涅槃)에 든 뒤에는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법을 공경하지 않을 것이요, 스스로 높은 체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거만하여 다른 이를 업신여기기를 좋아하며, 바른 법을 천박하게 여기고 모든 비구들을 헐뜯으며, 분위(分衛)8)를 하면 주지도 않으면서 꾸짖어 욕하고, 기왓장과 돌을 던지면서도 마음에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런 무리들은 모두가 마구니의 세계[魔界]로부터 와서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또 악하기가 이와 같으니라.
저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하는 이는 바로 상고(上古) 선세(先世) 때에 부처님의 우두머리 제자[上足弟子]였던 것이니, 진실과 거짓을 알아 바른 법을 따라 받들고 계율을 받들어 잘 지키며, 다시 스무 가지 일을 없애버리면, 모두가 다 보살마하살이요 범인(凡人)이 아닐 것이니라.
020_1184_a_14L佛語阿難我般泥洹後世人多不敬喜自貢高自大輕蔑於人薄賤正毀諸比丘不與分衛罵詈瓦石擊無所拘畏是曹輩人皆從魔界中生爲人故復惡如是其信樂佛法則是上古先世時佛上足弟子能知眞僞隨奉正法受持經戒復滅二十皆悉諸菩薩摩訶薩非凡人耶
020_1184_b_02L인생이란 당연히 죽는 것이요, 죽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느니라. 계율을 잘 지키는 착한 사람은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다만 큰 자비(慈悲)로 일체 중생들을 제도(濟度)할 것만 생각하여, 여러 사람을 위하여 창도(唱導)9)하리라.
보살은 생사의 끝을 두려워하지 않나니생사에 들어가서는 생사를 건너고, 지옥에 들어가서는 경계(經戒)를 설하여 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게 한다. 아귀에 들어가서는 그들을 위하여 보시(布施)에 대하여 설하며, 축생에 들어가서는 그들을 위하여 음일(淫泆)에 대하여 설하고, 사람이 죽어서 천상(天上)에 태어나면 그를 위하여 여러 하늘에 대하여 가르치고, 인간세계에서는 그들을 위하여 일부러 악한 법을 행하여 그들로 하여금 선을 실천하게 하느니라.
020_1184_a_22L生當有死無有不死者持戒善人不惜身命但念大慈大悲拯濟一切衆人作唱導菩薩不懼生死之變生死度生死入地獄說經戒止惡爲入餓鬼爲說布施入畜生爲說婬泆亡人身上天生爲教諸天人中爲作法惡爲善
사람이 지옥에 갈 업(業)을 지으면 곧 지옥에 대한 생각이 생기고, 사람이 축생의 업을 지으면 곧 축생에 대한 생각이 생기며, 사람이 하늘의 업을 지으면 곧 하늘에 대한 생각이 생기는 것이다. 사람이 아귀의 업을 지으면 곧 아귀에 대한 생각이 생기고, 사람이 사람의 업을 지으면 곧 사람에 대한 생각이 생기는 것이니, 일체 만물은 모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지은 업을 따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니라.
이제 이 현자(賢者)가 직접 겪고 나서 그것을 분명하게 증명하였으니, 세상에 다시 돌아온 뒤에 사람들을 위하여 복덕을 지니고 바른 법을 받들 것이다. 어찌하여서 스스로 존경 받고 귀하게 대접 받는 부처님이 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무엇 때문에 애써 괴로운 일을 지어서 장차 몸으로 괴로움을 받는단 말인가? 그때 가서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020_1184_b_06L人作地獄行則有地獄人作畜生行則有畜生想人作天行則有天想人作餓鬼行則有餓鬼人作人行則有人想一切萬物皆無所有但依所作名便有思想今是賢者眼所見其證分明於世生已得爲人有福德奉正法何不努力可自致得佛尊貴何爲作勤苦之業身當自往受之悔有何益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법이 흥(興)하려 하면 세상에 착한 사람이 태어나고, 법이 쇠(衰)하려 하면 악한 사람이 많을 것이니, 서로 잘 말해 주고 타일러서, 각각 부지런히 더욱 경계(經戒)를 정진하여 일체가 무상(無常)한 것임을 염려해야 할 것이다. 무상의 힘은 커서 부처님도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 세상에서 노력하여 부지런히 정진하라. 그리고 이미 제 몸을 제도하였거든 다시 일체의 사람과 사람 아닌 것까지 다 제도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내가 이 세상에 있을 적에 반드시 노력해야 할 것이요, 부처님이 항상 계실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지금부터 죽었다가 살아난 이 사람을 견제(見諦:진리를 본 사람이라는 의미)라 이름할 것이다.”
020_1184_b_14L佛語阿難法之欲興世生善人法之欲衰惡人衆多善相告語各勤加精進經戒爲憂一切無常無常力大不常住於世努力勤之旣以自度能救度一切人非人諸比丘汝曹當及我在世當努力莫言佛常在今不努力後悔何益今以死人者名見諦
견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을 들었고, 부모와 모든 집안의 사람들은 죄다 아라한도(阿羅漢道)의 진리를 얻어, 곧 아유월치(阿惟越致)10)를 증득한 다음 굳건히 머물러 다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비구들과 여러 보살들, 그리고 큰 제자ㆍ하늘ㆍ용ㆍ귀신들은 이 경을 듣고 모두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모두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 떠나갔다.
020_1184_b_21L見諦聞佛說經父母諸家皆得阿羅漢道諦卽得阿惟越致堅住不復動諸比丘及諸菩薩大弟子天龍鬼神聞經莫不歡喜皆前爲佛作禮而去
弟子死復生經
  1. 1)96술(術), 96경(徑), 96도(道), 96종 이도(異道)라고도 한다. 석존 당시에 바라문교 중에서 가장 세력이 왕성한 부란나가섭ㆍ말가리구사리자ㆍ산사야비라지자ㆍ아기다시사홈바라ㆍ가라구타가전연ㆍ니건타야제자 등 6인과 그들의 각 15인씩의 제자들을 합하여 96인이 된다. 6사(師)들에게는 각기 15종의 교(敎)가 있어 15제자에게 1교씩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2. 2)시체를 입관한 후 장사지낼 때까지 안치하는 것을 말한다.
  3. 3)5역죄(逆罪), 5무간업(無間業)이라고도 한다. 이것에는 삼승통상오역(三乘通相五逆)ㆍ대승별도오역(大乘別途五逆)ㆍ동류오역(同類五逆)ㆍ제바오역(提婆五逆) 등이 있으나, 보통 5역이라 함은, ①부처님의 몸에 피가 나게 한 죄[出佛身血], ②아버지를 살해한 죄[殺父], ③어머니를 살해한 죄[殺母], ④아라한을 살해한 죄[殺阿羅漢], ⑤승가의 화합을 깨뜨린 죄[破和合僧]를 말한다. 이 다섯 가지 죄를 범하면 중죄(重罪)로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진다고 한다. 5무간(無間)이란 다섯 가지가 틈새가 없는 극중한 고통을 말한다. ①취과무간(取果無間):업의 과를 받는데 다른 생을 거치지 않는 것, ②수고무간(受苦無間):고(苦) 받기를 쉴 사이가 없는 것, ③시무간(時無間):죄를 받는 데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것, ④명무간(命無間):수명이 상속하여 간단이 없는 것, ⑤형무간(形無間):유정의 몸의 크기가 지옥의 넓이와 같아 간격이 없는 것이다.
  4. 4)밀교(密敎) 계통에서 모시는 불상이다. 교화하거나 구제하기 어려운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여래나 보살이 무서운 형상으로 변신하여 나타난 화신이다. ‘명(明)’은 명주(明呪), 즉 진언(眞言)을 말한다. 진언은 지력(智力)으로 중생의 번뇌의 어두운 벽을 깨뜨리는 광명이고 지혜이다. 중생 중에는 인과의 도리를 모르고, 업보가 끊이지 않으며, 불법을 비방하는 등 교화하기 어려운 무리들이 있다. 명왕은 이러한 무리를 버리지 않고 구제하고 교화하기 위하여 대일여래(비로자나불)의 교령을 받아 일체의 장애를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명왕은 분노의 상으로 표현된다. 눈을 부릅뜨고 보살의 영락이나 팔찌 대신 칼과 밧줄을 들고 있다. 명왕은 여래의 교령을 받아 중생을 교화하므로 여래와 한 몸이고, 보살도 여래의 화신이므로 이들 부처ㆍ보살ㆍ명왕을 가리켜 3륜신(輪身)이라고 한다. 밀교에서는 이때의 부처를 자성윤신(自性輪身), 보살을 정법윤신(正法輪身), 명왕을 교령윤신(敎令輪身)이라고 한다. 대일여래ㆍ아촉여래ㆍ보생여래ㆍ아미타여래ㆍ불공성취(不空成就)여래의 5불(佛)은 각각 부동명왕(不動明王)ㆍ항삼세(降三世)명왕ㆍ군다리(軍茶利)명왕ㆍ대위덕(大威德)명왕ㆍ금강야차(金剛夜叉)명왕의 5대존명왕(大尊明王)의 모습으로 나타나 중앙ㆍ동쪽ㆍ남쪽ㆍ서쪽ㆍ북쪽의 다섯 방위를 수호한다. 명왕은 인도의 토착신을 불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7세기 이후의 경전에 많이 나온다. 불상은 경전과 시대에 따라 다르며 인도나 중국ㆍ일본 등지에서는 많이 조성되었지만, 한국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주로 대일여래의 화신인 부동명왕과 아미타불의 화신인 대위덕명왕의 상이 많다.
  5. 5)오행(五行)에서 왕(旺)ㆍ상(相)ㆍ휴(休)ㆍ수(囚)의 법을 말한다.
  6. 6)9가지 횡사(橫死)란 뜻. 비명으로 죽는 것에 9가지가 있다. (1)『구횡사경(九橫死經)』의 설, ①먹지 못할 밥을 먹음, ②음식의 양을 조절치 않음, ③먹어보지 못한 것을 먹음, ④소화되기도 전에 또 먹음, ⑤억지로 대소변을 참음, ⑥제정된 규모를 지키지 않음, ⑦악한 벗을 가까이 함, ⑧때 아닌 때에 시정(市井)에 들어감, ⑨피할 것을 피하지 아니함. (2)『약사경(藥師經)』의 설, ①병에 걸렸을 때 좋은 의사나 좋은 약이 없음, ②국법에 저촉되어 사형을 당함, ③주색(酒色)에 빠져 헛것에게 정기를 빼앗김, ④불에 타 죽음, ⑤물에 빠져 죽음, ⑥사나운 짐승에게 먹힘, ⑦절벽에서 떨어져 죽음, ⑧독약ㆍ저주 등에 해를 입어 죽음, ⑨기갈(飢渴)로 죽음을 말한다.
  7. 7)비바시불(毘婆尸佛). 불교의 과거 7불(佛) 중 첫 번째 부처를 말한다.
  8. 8)빈다파저가(賓茶波底迦)라고 음역하며, 탁발(托鉢), 걸식(乞食), 단타(團墮)라고 번역한다. 비구가 자기의 몸과 목숨을 유지하기 위하여 남의 집 문전에 가서 밥과 옷을 얻는 일을 말한다.
  9. 9)어떤 일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부르짖어 사람들을 이끌어 나감. 교법(敎法)을 먼저 주창하여 사람들을 가르치고 지도함을 말한다.
  10. 10)아비발치(阿鞞跋致), 아비발치(阿鞞跋致)라 하며, 불퇴(不退), 무퇴(無退), 불퇴전(不退轉), 불퇴위(不退位)라 번역한다. 보살위(菩薩位)에서 타락하지 않을 지위. 소승(小乘) 유부(有部)종에서는 예류과(豫流果)를, 대승에서는 초주(初住)ㆍ초지(初地)ㆍ8지(地)를 불퇴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