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85_a_01L불설불대승대경(佛說佛大僧大經)
020_1185_a_01L佛說佛大僧大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권영대 번역
020_1185_a_02L宋居士沮渠京聲譯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에 계셨다.
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여(厲)로서 금ㆍ은과 온갖 보배와 밭과 집과 소와 말과 노비가 헤아릴 수 없었으나 늙도록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그 나라의 법에 자식이 없으면 죽은 뒤에 재물은 모두 관(官)에 들어가게 되어 있으므로 여는 해ㆍ달ㆍ하늘ㆍ귀신ㆍ구자모(九子母:鬼子母神으로 자식을 만 명이나 갖고 있다 함)ㆍ산신ㆍ나무신에게 빌어 아들을 청하였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020_1185_a_03L佛在王舍國國有富者其名曰厲銀衆寶田地舍宅牛馬奴婢不可稱厲年西耄絕無繼嗣其國常法無子者死後財物皆沒入官厲禱日月諸天鬼神幷九子母山樹諸神從請子不能致之
여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절박하면 산신과 나무신을 찾아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리하여 재보는 탕진[消索]되고 산업은 닦여지지 않고, 질병은 잇따르고 재앙은 꼬리를 물며, 노비(奴婢)는 죽고 가축들[六畜]은 번식하지 못하며, 모두 기형[妖孽]이 되고 귀신의 길잡이가 미혹하여 춤추어 난군(亂君)이 안에 거하니, 복이 있다더니 화만 거듭 닥치는가. 마치 장님이 독을 삼키고는 좋은 약이었다고 말하면서 병 낫기를 바라지만 독이 나타나 몸을 상하듯이, 나는 지금 살생을 하여 귀신에게 제사하였으니 지옥에 들어가야 마땅하거늘 하늘의 복[天祚]을 바라니 어찌 미혹된 일이 아니겠는가. 세상에는 부처님께서 계시어 지조가 높은 성인으로 신선의 이름을 얻었으며 이름은 아라한[應眞人]이라고 하는데, 그 진인은 맑고 깨끗하기가 유리구슬과 같다고 한다. 정진해서 생각에 두다가 그 분을 보고 그의 도를 받들면 오직 침묵을 지키어 욕심도 구함도 없는, 그것으로 낙을 삼으면 현세에서는 편안함을 얻다가 마침내는 천상에 난다고 한다.’
020_1185_a_09L厲自念曰人有緩輒往自歸山樹之神靡所不至寶消索產業不修疾病相仍災禍首奴婢死亡六畜不孳俱爲妖孽神導師迷惑儛使亂君內居云當有而禍重至由盲吞毒謂之良藥有瘳損毒著喪身吾今殺生祠祀鬼當入地獄而望天祚豈不惑哉有佛道高操之聖有得仙者名曰應眞人眞人淸淨如瑠璃珠精進存想乃睹之耳奉斯道者唯守靖漠無欲無求以斯爲樂現世得安終生天上
020_1185_b_02L여는 ‘늘 해온 공양을 두고 부처님ㆍ삼보를 받들리라’ 생각하였다.
부처님을 받든 지 1년 만에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 여는 부처님을 받들어서 원을 이루었다고 이름을 불대(佛大)라 하였다. 다시 부처님의 모든 제자와 비구승을 섬기기 시작한 지 해가 차지 않아서 또 어진 사내를 낳았는데, 이름을 승대(僧大)라 하였다.
여는 두 아들을 훈계하여 성도(聖道)로써 보여 주었다. 승대는 천성이 어질고 사랑스러운 인물로서 효심은 지극하고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외웠으며, 사문을 가까이하고 맑고 깨끗함으로 만족할 줄 알았으므로 어버이는 그의 뜻을 보고 유난히 사랑하였다.
020_1185_a_20L厲自念曰置吾常供飬奉佛三寶佛一載婦遇生男厲曰奉佛獲願曰佛大佛諸弟子謚比丘僧試復事事未滿歲復生賢男字曰僧大訓二子示以聖道僧大稟性仁愛人孝心難攀誦佛法戒親近沙門淨知足親睹其志愛之有特
아버지는 병이 들어서 병상에서 맏아들을 불러서 눈물을 흘리면서 경계하였다.
“생(生)에는 죽음이 있고 만물은 무상하다. 계를 지니면 편안하고 계를 범하면 위태로우니, 부처님의 계율을 지녀서 끝내 근심이 없어라.”
승대는 아직 어렸으나 어질고 효도하고 청백하였으므로 여는 그에게도 당부하였는데, 말을 마치자 갑자기 죽었다.
아우 승대는 아버지를 잃었으므로 돌아가 고할 데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는 여러 번 형에게 사문이 되겠다고 하였는데, 그 나라의 풍습에 아이들이 장가를 들고 싶으면 거짓말로 ‘사문이 되겠다’고 하면 그의 부모가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장가를 보냈다.
020_1185_b_06L親被疾著牀卽呼長子涕泣誡之夫生有死萬物無常持戒者安犯戒者危其持佛戒終始無患僧大尚小仁孝淸白……厲已累爾辭句適竟奄忽沒故弟去所天孤無歸告數啓其兄欲作沙門其國之法兒欲求婦便佯詐云欲作沙門親懼其然立爲娉妻
불대는 아우가 그러한 줄 알고 신붓감을 찾았다. 나라에서 가장 어진 이의 집에 쾌견(快見)이라는 딸이 있었다. 얼굴빛이 환하고 단정하기가 짝이 드물며, 키와 몸집이 딱 알맞고 정결하고 효성스러워 마치 별들 가운데 달과 같았으므로 나라의 부인들이 모두 찬탄하였다.
신부가 당(堂)에 오르자 형은 손님들을 모았으며 구족(九族)이 기뻐하고 화락하지 않음이 없었다.
형이 여러 손님들 가운데서 아우에게 말했다.
“오늘 사문이 될 수 있느냐?”
승대가 대답하였다.
“형님은 나를 놓아주어 사문이 되게 하시오. 실로 나의 숙원입니다.”
020_1185_b_13L佛大以弟等彼僞類卽爲尋索國最賢家女快見光華煒煒端正少雙長短肥瘦適得其中貞潔慈孝猶星中月國女賢婦靡不歎悅婦歸昇堂兄會賓客九族欣然無不和樂兄於衆賓調其弟曰當今之日可作沙門乎僧大答大兄放吾使作沙門實我宿願
형은 진실로 원하는 것을 살피지 못하고 농담으로 말하였다.
“네 뜻대로 해라.”
아우는 기뻐하면서 형에게 절하고 그날로 산에 들어갔는데, 나이 젊고 단정한 한 사문이 홀로 나무 밑에 있었다. 승대는 앞에 나아가서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절한 뒤에 물러서서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인연으로 사문이 되었습니까?”
020_1185_b_20L兄者天審欲作之戲之曰可從爾志弟心歡喜爲兄作禮卽日入山一沙門年少端正獨處樹下前趣叉稽首爲禮卻住問曰賢者何緣作沙門
020_1185_c_02L그는 이미 아라한도를 얻어서 과거와 미래의 수없는 겁을 미리 알고서 승대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경에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음탕함을 좋아함은 불로 몸은 태움 같으며,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서 가면 그 불꽃이 차차 물러나서 횃불을 놓지 않으면 불이 그의 손을 태우는 것 같으며, 까마귀가 고기를 물고 있으면 매와 새매가 다투어 쫓아서 까마귀가 고기를 놓지 않으면 해가 몸에 미치는 것과 같다. 음탕함이 이와 같아서 위태롭지 않음이 없다’고 하셨다. 이 때문에 나는 사문이 되었다.
또한 꿀이 묻은 날카로운 칼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단 것을 탐하여 혀로써 핥다가 혀가 잘리는 환을 당한다.
020_1185_c_02L其人已得應眞之道豫知去來無數劫事謂僧大曰佛經說言好婬泆如火燒身如持炬火逆風而其焰稍卻不置炬者火燒其手烏銜肉鷹鸇追爭烏不置肉災及軀命婬泆如斯無不危殆吾以是故作沙門耳蜜塗利刀小兒貪甜以舌舐之有截舌之患
음탕한 사람이 어리석은 마음을 쾌하다 하여 나중은 생각지 않다가 몸을 태우는 해가 있는 것이 마치 주린 개가 길가에서 마른 뼈다귀를 주워서 씹고 뜯고 하다가 입을 상하고 이를 망가뜨림과 같아서 스스로 상할 뿐 몸엔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음탕한 사람은 이와 같아서 백천억 겁 동안 실오라기만한 복도 없으면서 3악도의 죄만 있다. 나는 이를 생각하여 사문이 되었다.
020_1185_c_09L婬泆之人茍快愚不惟其後有燒身之害譬如餓狗得路枯骨齮䶩齩齧傷口缺齒適自傷毀何益於己婬泆如此百千億劫無絲髮之福而有三塗之罪吾念是作沙門耳
비유하면 나무에 꽃이나 과일이 무성하면 길가는 사람이 탐내어서 몽둥이와 돌을 던져 따므로 잠깐 사이에 꽃은 지고 과일은 떨어지며 가지와 잎은 꺾이고 손상되는 것과 같으니, 나무는 꽃과 과일 때문에 스스로 시듦과 상함을 부른다.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 등(燈)에 날아들다가 타고 굽힘을 당하니, 어떻게 음탕할 수 있겠느냐. 미혹된 이는 선과 악을 분별하지 못하여 어진 이를 멀리하고 어리석은 이를 친하며 날로 어둠에 흘러 나아가서 나라를 망치고 무리를 멸하며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가나니, 악이 나타나 죄를 이루면 뉘우친들 어찌 미치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요체를 보시고 거룩한 길을 열어 보이셨으니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바라고 경과 계율을 보며 마음에 맑고 깨끗함을 지키니 홀로 근심이 없으며 세속을 돌아보고 곧 그름을 알았다. 나는 이 때문에 사문이 되었다.”
020_1185_c_14L譬如樹木華果茂盛人貪之杖石撾摘須臾之間華損果枝葉殘傷樹以華果自招凋喪貪火色投入于燈體見燒煮將何剋爲婬惑者不別善惡遠賢親愚就流冥亡國滅衆死入地獄惡著罪悔將何逮佛見之諦開示聖道望佛恩得睹經戒心守淸白獨而無顧視流俗乃知誤耳吾以是故沙門也
020_1186_a_02L승대는 이것을 듣고 발밑에 절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높으신 성인이며, 모든 하늘 가운데서 높으십니다. 경으로 어리석음 멸하옵고 제 마음에 드시었으니, 세상의 흐림을 버리고 맑고 깨끗한 길을 밟으며 사문의 계를 받듦으로써 영화와 복으로 삼겠습니다.”
스승은 곧 허락하고 사문 중계를 주었다.
스승을 모신 지 두어 달이 되어 곧 스승께 여쭈었다.
“어떻게 하면 산간에서 고요히 참선하며 아라한도를 구하고 곧 환난을 멸할 수 있습니까?”
020_1185_c_23L僧大聞之頓首足下長跪而佛眞上聖諸天之尊經以滅癡我心中願去世濁履淸淨道奉沙門以爲榮福師卽喩之沙門重戒師數月卽啓師云何意欲入山間定禪息求道應眞爾乃滅患
스승이 대답하였다.
“혼자 산중에 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산택에 사는 이는 마땅히 별자리를 알아야 하고 절후를 분명히 알아야 하며, 항상 물과 불과 찐보리가루와 꿀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적이 물ㆍ불ㆍ찐보리가루ㆍ꿀을 구하여 밤중이나 어스름 새벽에 물으면 대답해야 하고, 도적이 요구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그의 뜻을 어기면 도적은 사람을 죽인다.”
승대가 대답하였다.
“예, 공경히 자비하신 가르침 받들겠습니다.”
명한 것을 갖추고 배우고는 산으로 들어갔다.
020_1186_a_05L師曰居山中大難處也處山澤者當學星宿明知候時常當儲偫水火麨蜜以然者盜賊之求水火麨蜜夜半向問當解之給賊所欲違其意者輒殺人僧大曰敬奉慈教具學所卻乃入山
한편 그의 형은 생각하기를, ‘아우는 사문이 되었으니 끝내 아내를 두지 않으리라. 그의 아내 쾌견은 단정하기 짝이 없다’ 하고는 기뻐서 일어나 거문고를 잡고 쾌견을 향하여 음탕한 곡으로 자탄지가(姿彈之歌)를 탔다.
020_1186_a_11L其兄念曰弟作沙門不畜妻妻快見者端正無雙兄心悅起從快見持琴自隨作姿彈之婬泆之曲

아름다운 울금(鬱金)/들밭에 났구나./때 지나도 안 캐다가/아뿔사, 버릴라/넝쿨 우거지니/빛깔 더욱 곱다./나와 함께 즐기며/진실로 친해보세./나이 한번 늙어지면/뉘라서 곱다 하리.
020_1186_a_14L煌煌鬱金生于野田過時不採宛見棄捐曼爾豐熾華色惟新與我同歡固斯厚親年一西宿孰復爾珍

쾌견은 곧 형이 난행코자 함을 깨닫고 노래로써 대답했다.
020_1186_a_17L快見卽覺兄欲爲亂便以歌曲答佛大曰

높디높으신 우리 스승님/하늘과 사람 중에 높으신 이/문도들은 맑고 깨끗해/사문이라 이름하네./진리를 찬탄하면 성인 되고/음탕하면 짐승의 무리/나 엄한 계율 받았으니/두 남편 섬기지 않으리./끝내 음란함 내지 않는데/어찌 촌푼[寸分]인들 나아가랴.
020_1186_a_18L巍巍我師天人之尊門徒淸潔謚曰沙門歎眞爲聖婬爲畜倫我受嚴戒不事二君終不婬生寧就寸分

불대는 애상[情悲]한 곡에 퇴폐적[委靡]인 가사를 불렀다.
佛大作情悲之曲委靡之辭

마음먹었던 것 당신이기에/중매아비 들었지./스승에게서 이름 묻고/좋은 때 점칠 때에/당신 아니 오면 어쩌나/가슴 졸였지./이제 환한 얼굴 대하니/내 마음 즐거워/지금 서로 못 즐기고/어찌 그냥 허비하랴./이 맹세 분명커늘/숙녀는 뭘 의심하오.
020_1186_a_21L宿心加爾故因良媒問名詣師占相良慘慘惕惕懼爾不來旣睹光顏心怡怡今不合歡豈徒費哉斯誓爲淑女何疑

쾌견은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고 노래로 답하였다.
快見惶㣿歌答之曰
020_1186_b_02L
부처님 예의 베푸시어/위ㆍ아래 차례 있네./제수란 곧 자식이요,/맏시숙은 아버지뻘./부처님 계율 친히 받들어/날로 높이려오./참다움은 성인의 무리요/음란은 바로 벌레[蟲鼠]인데/오, 시숙이여/어찌 그런 말씀을.
020_1186_b_02L設禮儀尊畀有敍叔妻卽子壻伯卽父我親奉戒日有隆擧眞與聖齊婬正虫鼠噫乎伯子焉爲斯語

형의 마음은 미혹하여 쾌견을 탐내었고 그의 뜻은 더욱 심하여 변할 줄 몰랐다. 쾌견은 또 노래하였다.
020_1186_b_05L心迷惑貪好快見其意又甚不可轉快見又歌

사람이 세상을 삶에/두 가지는 멀리해야 하나니/불효와 음란이라/부처님 계율에 어긋나게 행하면/하늘과 현자(賢者)가/그를 남다르게 기록하리.
020_1186_b_07L夫人處世當遠二事孝婬亂行違佛戒天及賢者箋其自

불대는 노래하였다.
佛大歌曰

당신의 얼굴빛/활짝 피니/하늘의 미녀인들/어찌 네 얼굴이랴./내 마음 기뻐서/큰 산 넘어왔네.
020_1186_b_09L爾之容色懌懌灼然天美女豈有爾顏我心相悅故踰大

쾌견은 생각하였다.
‘이 자가 나에게 패역하고 미친 마음으로 큰 어려움을 일으키려고 하니, 몸에 있는 더러운 분비물을 이야기하면 곧 물러서겠지.’
020_1186_b_11L快見自念斯子欲我悖狂之亂致大難請說身中惡露不淨爾乃卻耳
쾌견이 다시 말했다.
“그대가 내 몸을 탐하는데 몸에 무슨 좋은 것이 있습니까? 머리에 아홉 뼈가 합쳐서 머리뼈가 되었고, 그 속엔 뇌(腦)가 있으며 얼굴엔 일곱 구멍이 있어서 눈물ㆍ콧물을 내거늘, 가죽 속에 뼈 때문에 머리통을 탐합니까? 가죽과 살이 서로 싸고 몸뚱이엔 털ㆍ손톱ㆍ가죽ㆍ살ㆍ피ㆍ골수가 있고, 뱃속에는 심장ㆍ비장ㆍ신장ㆍ위장ㆍ기름ㆍ폐ㆍ똥ㆍ오줌ㆍ고름ㆍ피ㆍ한기ㆍ열기가 있으며, 발은 경골에, 경골은 비골에, 비골은 꽁무니에, 꽁무니는 허리에, 허리는 척추에, 척추는 갈비뼈에, 갈비뼈는 목뼈에, 목뼈는 머리뼈에, 팔은 팔꿈치에, 팔꿈치는 어깨에 잇달아서 있습니다. 나는 마치 꽃병 속에 오줌ㆍ똥을 채운 것과 같아서 밉기가 이와 같거늘 무엇이 탐스럽습니까? 대개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그 나쁜 점을 설명하면 마음에 곧 미워집니다.”
020_1186_b_12L快見重曰仁貪我軀軀有何好頭有九骨合爲髑髏中但有腦面有七孔皆出涕唾以皮裹骨貪頭頸者皮肉相裹身有毛髮爪齒皮肌血腦骨肉腹中有心脾腎腸胃肪肺屎尿膿血寒熱足與脛連脛與髀連髀與尻連尻與腰連腰與脊連脊與脅連脅與頸連頸與髑髏連臂與肘連肘與肩我如畫甁中盈屎尿身中不淨惡如此何可貪乎凡人所喜有說其心卽賤之
020_1186_c_02L불대는 혼자 생각에 ‘이 여자가 남편을 생각하니 어찌 나를 허락하겠는가. 내가 아우를 죽이면 그녀는 곧 따를 것이다’ 하고 불대는 곧 발끈하여 다니면서 도적이 될 사람을 구하였는데, 한 경박한 사람들이 술집에 있는 것을 보고 나아가서 말했다.
“내 집에서 기른 종놈[六籍好子]이 도망쳐서 사문이 되어 지금 산속에 있는 것을 아느냐?”
020_1186_b_23L佛大自念女念其壻肯聽我我殺弟者爾乃隨耳佛大瞋卽行募求數爲賊者見輕薄人于酒家前與語曰寧知我家所畜六藉奴子逃作沙門今在山中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압니다.”
불대는 곧 금ㆍ은을 내어 주었다.
“종놈을 죽여서 빨리 그의 머리와 저고리 및 가졌던 지팡이와 신었던 신을 갖고 오면 내가 다시 그대들에게 금ㆍ은을 후히 주겠다.”
도적들은 크게 기뻐하며 “내 발을 따르라”고 말하고는 곧 걸어서 산에 들어가 그의 아우의 처소에 이르러서 외쳤다.
“사문이여, 빨리 나오라.”
020_1186_c_04L賊曰佛大卽出金銀與之令殺奴子取其頭及身上衣所持法杖足下履皆以相還吾復重賜卿等金銀大喜曰從吾取足卽去入山到其弟所呼曰沙門汝疾出來
아우는 나와서 말했다.
“그대들은 무엇을 구하는가? 내게 물과 불과 먹을 찐보리가루와 꿀이 있으며 때는 이미 밤중이다.”
도적들은 말했다.
“물ㆍ불이나 찐보리가루나 꿀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너에게 시간을 묻는 것도 아니다. 너의 머리를 얻어서 갖고 가려고 할 뿐이다.”
아우는 듣고 크게 겁내어 떨며 울면서 말했다.
“나는 장자도 제후의 아들도 아니다. 세속을 버리고 도를 위하며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않았다. 도를 배운 지가 얕아서 수다원[溝港]ㆍ사다함[頻來]ㆍ아나함[不還]ㆍ아라한[應眞]ㆍ6신통도 얻지 못하였거늘 나를 죽여서 무엇이 덕 되겠느냐?”
020_1186_c_09L其弟出曰君何求吾有水火麨蜜可食夜時已賊曰不求水火麨蜜不問卿時也欲得汝頭持去之耳其弟聞之卽大惶怖涕泣而曰吾非長者諸侯子也捨俗爲道與世無爭學道日淺未獲溝港頻來不還應眞六通殺吾何益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너의 머리를 위해 왔기 때문에 공연히 이러니저러니 하여 애걸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아우는 생각하였다.
‘이 도적들은 내가 부자였다고 듣고 내가 보물을 갖고 여기에 와 있는 줄로 여기는구나.’
도적들에게 말했다.
“보물을 얻고 싶은가? 나의 형이 집에 있으니 이름이 불대(佛大)다. 내가 글을 써서 보물을 그대들에게 주게 하리니 얻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얻으리라.”
020_1186_c_15L賊曰來爲汝首故空復云云求哀何其弟自念此賊獨聞我富家謂我持寶來在此也語其賊曰欲得寶者吾兄在家字曰佛大吾與書令惠卿在所欲得從卿志願賊曰子兄令我來殺子
020_1187_a_02L도적들이 말했다.
“당신의 형이 우리를 시켜 당신을 죽여서 갖고 오라고 하였다.”
아우는 곧 ‘내가 오늘 죽는 것은 부인 때문이구나. 전에 스승이 나를 가르치시기를, 사람이 음행함은 횃불을 들고서 바람을 안고 가는 것과 같아서 일직 버리지 않으면 손을 태우는 것과 같으며, 또한 꿀을 바른 칼과 같으며, 매에게 쫓기는 까마귀와 같으며, 마른 뼈다귀를 가진 개와 같으며, 꽃과 과일이 무성한 나무와 같아서 색이란 몸에 해롭다고 하시더니 과연 스승의 가르침대로다’ 하고 도적들에게 애걸하였다.
“한 해만 더 살려주어 나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해다오. 나는 늘 여기에 있으니 그때 죽여도 늦지 않으리다.”
020_1186_c_21L其弟曰卽吾今死矣由斯婦也師前誡我人與婬居如持炬火逆風而行捨之不早火將燒手如蜜塗刀如鷹追烏狗得枯骨樹之華菓色爲身害深如師誡涕泣從賊乞一歲活令吾得道吾常在此相殺不晩
도적들은 말했다.
“지금 당신의 머리를 얻고자 하는데 한 해라니. 산에 사는 도인은 도를 많이 얻었을 터인데, 당신이 신족통을 행하여 훌쩍 떠날까 두렵소. 다시 여러 말 마시오. 머리를 갖고 가겠소.”
아우는 거듭 말했다.
“제발 죽이진 말고 먼저 내 넓적다리를 끊어 내 앞에 놓아주시오.”
도적들은 앞의 말대로 먼저 한쪽 넓적다리를 끊어서 그의 앞에 놓았다.
아우는 이런 아픔을 당하니 아프기가 말할 수 없었다. 하늘이 그곳에 내려와서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굳게 가져라. 너는 전생에 축생의 무리로서 사람들이 너를 도살하고 베어서 너의 고기를 판 것이 한 대[世]가 아니었으며, 지옥ㆍ아귀를 네가 다 겪었으니 고통 받은 것이 지금의 유가 아니었다.”
020_1187_a_03L賊曰今欲得子頭去何云一歲山居道人多得道者恐子輕擧行神足去勿復多云俘取頭去其弟重曰願莫卽殺先斷我一髀置吾前也其賊因先斷一髀置於其前弟遭此痛不可言天來下至道人所曰愼莫恐牢持汝心 汝前世時入畜生中所屠割稱賣汝肉非一世矣地獄餓汝皆更之苦痛以來非適今也
승대는 하늘에게 말했다.
“이 슬픈 말을 나의 스승께서 아시게 해주시오. 나는 스승에게서 나의 도를 보겠습니다. 죽고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하늘은 곧 가서 스승에게 말했다.
“그대의 어진 제자를 어떤 사람이 죽이려 함에 울면서 애걸하여 스승을 보고자 하오.”
020_1187_a_12L大語天一哀語我師令知吾因師示吾道死生何在天卽爲行語其師曰卿賢弟子人欲殺之涕泣求哀欲得見師
스승은 곧 날아서 제자의 처소에 이르러 경을 설하였다.
“하늘ㆍ땅ㆍ수미산도 오히려 무너지며 바다도 마르고 일곱 해도 부서진다. 천하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이 유람(惟嵐)인데, 유람이 한번 불면 산이 서로 부딪치지만 이 바람도 없어지거늘, 하물며 너의 작은 몸뚱이야 어찌 수에나 들겠느냐. 다만 부처님을 생각하라. 부처님께서는 항상 무상을 말씀하시되 성하면 반드시 쇠하고 만남엔 이별이 있으며 영화로운 자리는 보전키 어렵다고 하셨는데 몸 또한 이와 같으니라.”
020_1187_a_16L師飛行到弟子所爲說經曰地須彌尚有滅壞海有消竭七日有天下有風其名惟嵐惟嵐一起山相搏斯風有滅況汝小軀何等比但當念佛佛常言無常盛必有衰合會有離榮位難保身亦如之
승대는 곧 수다원도[溝港道]를 얻었고, 다시 넓적다리를 끊음에 거듭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사다함도[頻來道]를 얻었으며, 도적이 왼쪽 손을 끊자 다시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아나함도[頻來道]를 얻었으며, 도적이 오른손을 끊자 다시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아라한도[應眞道]를 얻어서 곧 세 가지 나쁜 갈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나고 죽음을 자재하여 다시는 겁낼 것이 없었다.
020_1187_a_21L僧大便得溝港道復斷一髀重念師戒復得頻來道賊斷左手復念師戒不還道賊斷右手復念師戒得應眞便不畏三惡道也生死自在無所復畏
020_1187_b_02L승대는 말하였다.
“나무껍질을 가져 오라.”
도적은 곧 나무껍질을 가져다가 승대에게 주니, 곧 가지로 붓을 만들고 스스로 몸을 찔러 피를 내어서 나무껍질에 글을 썼다.
“형님은 기거하심이 언제나 편안하고 좋으십니까? 부모님이 계실 적에 나를 형에게 부탁[累兄]하셨는데 형은 그대로 받들지 않아서 어버이의 가르침을 어기어 폐하였으니 여자 때문에 형제[骨肉]를 해쳤습니다. 어버이의 자랑스런 가르침을 어기어 불효가 되었고, 사람의 목숨을 죽여서 어질지 못함[不仁]이 되었습니다. 한 마리 짐승을 죽여도 그 죄가 적지 않는데 더구나 아라한을 죽임이겠습니까. 내가 중지(中止)한 것이 아니라 형이 스스로 부른 것입니다. 이제 나는 형체가 있어 죽일 수 있지만 선서(善逝)는 적막하여 해치려 해도 노력만 허비할 것입니다. 원컨대 참된 도를 숭상하소서.”
020_1187_b_03L僧大曰取樹皮來卽爲剝樹皮與之僧大取枝以爲筆自刺身血樹皮曰大兄起居隨時安善二親在以吾累兄兄不承之違廢親教女色故骨肉相殘違親慈教爲不孝殘殺人命爲不仁也殺一畜生其罪不小況殺應眞吾不中止兄自招念吾有形可得相殺善逝寂寞復相害長別努力願崇眞道
그리고는 목을 두 자나 늘이고 도적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내 머리를 끊어라. 진흙덩이처럼 생각되고 두려운 생각이 없노라. 나는 다만 너희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두렵다.”
도적들은 머리를 끊고는 웃옷과 지팡이와 신과 발우를 가지고 형의 처소에 이르러서 옷ㆍ지팡이ㆍ신발ㆍ발우를 형에게 주었으며, 형은 금ㆍ은으로써 도적들에게 후하게 사례하였다.
형은 아우의 머리를 취하여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머리는 위에 놓고 옷을 입혔으며, 신이랑 지팡이는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는 쾌견에게 말했다.
“당신의 남편이 돌아왔으니 문안하시오.”
020_1187_b_11L曳頸長二尺語其賊曰子斷吾頭由泥頭也勿有恐意吾恐汝等墮地獄中賊前斷頭取身上衣被杖屣及鉢持至兄衣杖屣鉢皆持與兄兄以金銀重謝其賊兄取弟頭爲作假形以頭著以衣衣之杖鉢及屣皆著其傍快見曰汝壻來歸可問訊之
쾌견은 크게 기뻐하여 그의 집으로 달려가서 보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도(道)를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감히 부르지 못하였다. 좋은 음식을 갖추어 장만하고는 도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려서 밥을 올리리라 생각하였는데, 한낮이 되어도 깨지 않자 아내는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해가 벌써 한낮이온데 때가 지날까 걱정입니다.”
020_1187_b_18L快見大走至其所見閉目坐以爲思道不敢呼具作美食須念道覺當飯之日中不覺妻因前曰日今已中恐過時也
020_1187_c_02L대답이 없자 이상히 여겨 옷을 붙들고 일으키자 머리는 땅에 떨어지고 몸뚱이는 다 뿔뿔이 흩어졌다. 아내는 몹시 두려워하며 몸부림치며 부르짖었다.
“그대는 필경 나 때문에 해를 입었구려.”
섧고 분하여 하늘을 부르짖다가 심장과 간이 찢어져서 쓰러져 피를 토하고 갑자기 죽었다. 계행은 맑고 깨끗해 더럽히기 어렵기가 허공 같았으며, 마음에 거룩한 법 심어 움직이기 어렵기가 땅덩어리 같았으며, 행은 곧고 깨끗하고 높아서 헤아리기 어렵기가 하늘같았다.
임종할 때에 모든 하늘이 한탄하였다.
020_1187_b_22L怪其不應牽衣起之頭便墮地身皆分散各在一面妻卽大怖擗踊呼曰子竟坐吾見殘賊乎哀憤呼天摧裂肝心崩血出口奄忽而死戒行淸白難污如空樹心聖範難動如地貞淨行高難揆如天其未終時諸天咨嗟

사는 바를 편안히 하여서/그 영혼을 맞아 도리천에 두니/잠깐 동안의 음란을 참아/천상의 다함없는 복 얻었네.
020_1187_c_05L豫安所生迎其魂靈處忉利天忍須臾之婬獲天上難盡之榮

형은 부인이 어찌 되었나를 보려고 신 모신 방[神室]에 들어갔다. 동생의 머리와 몸뚱이는 어지럽게 흩어졌는데 그의 부인은 피를 토하고 한쪽에 죽어 있었다. 형은 동생 부부의 시체가 이러함을 보고 부르짖었다.
“아아, 나는 하늘을 거슬렀구나. 행동이 혹독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도다.”
020_1187_c_06L兄入神室視婦胡爲兄見弟頭身分散狼其婦吐血死在一面兄見弟妻尸死如此呼曰咄咄吾爲逆天所作酷乃致於此
형은 곧 도적들에게 가서 물었다.
“내 동생이 죽을 때에 남긴 말이 있더냐?”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편지가 있소.”
그리고는 글을 보여주었다.
말씨가 간절하고 측은하여 다 읽자 다섯 감관[五內]이 막히고 눈물이 교차하였다.
“나는 어버이가 임종하실 때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어기고 형제를 해치고 또 아라한을 죽였구나.”
감정이 북받쳐 죽었으며,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갔다.
020_1187_c_10L兄卽至賊所問其意弟臨沒將有遺言乎賊曰有書以書見之書辭懇惻讀書訖竟五內噎塞涕泣交撗吾違尊親臨亡慈教骨肉相殘又殺應眞感激而死死入地獄
왕과 신하 및 백성들이 그 일을 듣고 눈물을 뿌리고 목메어 하였으며, 그의 맑은 덕을 찬탄하여 그 동생을 장사지냈고 4배(輩)들은 탑을 세웠으며, 하늘과 용과 귀신들은 슬퍼하며 공중을 막고 꽃을 흩고 향을 태우며 마음 아파하였다.
그의 아내 쾌견도 사람들이 장사해 주고 온 슬픔이 나라에 떠들썩하였으며, 모든 하늘은 찬탄하였다.
020_1187_c_14L王及臣民聞其事變麾涕泣哽噎述淸德殯葬其弟四輩立塔天龍鬼側塞空中散華燒香無不傷心妻快見國人葬之擧哀動國諸天下

정진해서 도를 얻고/5계를 헐지 않아/곧 천상에 났으며/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어/불효하고 성인을 해치다가/죽어서 지옥에 들어가서/타고 삶기는 괴로움/그 횟수 헤아리기 어렵네.
020_1187_c_19L精進得道五戒不虧貞生天上佛法教不孝殘聖死入地獄燒煮苦其歲難數

부처님께서 큰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니 그 후로는 서로 격려하여 애욕 없애기를 숭상하였다.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제자들은 기뻐서 절하고 물러갔다.
020_1187_c_21L佛便告諸弟子自斯之重相勅勵尚於無欲佛說經竟弟子歡喜作禮而去
佛說佛大僧大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