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는데, 그때 1,250비구와 보살 1만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수야국(須耶國)에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다니면서 아이들의 머리를 깎았다. 머리를 깎은 사람들은 모두 약속하기를 보리가 익으면 보리 한 곡(斛)씩을 내기로 하였는데,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길에서 삯 받을 사람을 만났다. 그는 보리를 받아서 술을 사먹을 요량으로 이를 요구하였으나 보리를 가지고 오는 이가 없었다. 그는 곧 성을 내며 속으로, ‘내가 죽거든 크고 신령스런 용이 되어서 이 나라를 망쳐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는 결국 죽어서 혼신이 용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 나라는 해마다 바람과 비가 제때에 이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오곡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흉년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이 나라 인민들이 굶주리는 것을 염려하시어 곧 사갈(沙曷) 비구를 보내어 교화하셨다. 용은 비구를 보자 악한 마음을 내어서 나라를 망치고 사갈 비구를 죽이고자 하였다. 이에 사갈은 곧 발우를 변화하여 온 나라를 덮었다. 용은 비를 내려 나라가 벌써 망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비구는 부처님의 위신력으로써 인민들이 여전히 편안함을 용으로 하여금 보도록 하였다. 이에 용은 다시 성을 내어 눈을 내렸지만, 비구는 발우로 눈을 받아서는 눈이 그치자 손으로 쓸어서 한 곳에 산같이 모아 놓았다. 비구가 곧 용의 방에 들어가니, 용은 곧 나왔다. 용이 들어가면 비구도 다시 들어가곤 하였다. 이렇게 하길 반복하게 되자 용은 지쳐서 중지하고 길게 꿇어앉아 말하였다. “그대는 어떤 신이기에 나를 이토록 괴롭힙니까?” “나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이다.” 용이 말하였다. “제가 스스로 그대에게 귀의하고자 합니다.”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의 큰 스승이 계시니 그분은 바로 부처님으로서 삼계에서 가장 높으시다. 그대는 마땅히 스스로 그분에게 귀의해야 한다.” 용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신다.” 용이 말하였다. “도인을 따라 가겠습니다.” 비구가 대답하였다. “가겠다면 좋다.” 그리고는 곧 용을 대롱 안에 넣었다. 인민들은 비구가 용을 이렇게 다루는 것을 보고 다 환희하여 물었다. “도인께서는 어떤 큰 신(神)이시기에 나라의 큰 근심거리에게 항복을 받아내셨습니까?” “나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요.” 인민들은 물었다. “부처님을 뵐 수 있습니까?” “부처님을 뵙고자 하거든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시오. 탁발하러 가는 길이오.” 인민들은 혹은 밥을 주고 혹은 술을 주었다. 이에 비구는 받아서 먹고 마시고는 술에 취하여 나무 밑에 누웠다. 용과 발우와 가사가 각기 흩어져 있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웃으시니 오색 광명이 나왔다. 이에 아난(阿難)은 옷을 바로하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시니, 반드시 뜻이 있으리라 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너는 사갈 비구를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그는 나무 밑에서 취하여 누워 있다.” 그때에 1,250비구와 1만 보살들은 각기 서로 말하였다. “사갈 비구는 이미 아라한을 얻었는데 어찌하여 취하여 누웠을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의심이 있는 줄을 아시고, 이내 네 가지 일[四事]에 대하여 설명하셨다. “첫째 아라한은 삼매에 들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것[不三昧不得知]이요, 둘째 아라한은 신족통(神足通)을 나투지 못함이요, 셋째 아라한은 억지로 남을 권하여 걸식하게 할 수 없음이요, 넷째 아라한은 몸 안에 항상 벌레가 있음이다. 아라한은 이 네 가지 때문에 부처에 미치지 못하느니라.” 이때에 1만 보살은 다 마음을 돌려 아라한을 향하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목건련을 보내시어 사갈 비구에게 가서 용을 갖고 오게 하시었다. 용은 엎드려 부처님께 절하였으며, 부처님께서 그의 전생의 내력을 설하시자 용은 마음이 풀리어 5계(戒)를 받고 10선(善)을 봉행(奉行)하여 곧 수다원(須陀洹)의 도(道)를 얻은 뒤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사갈 비구의 공덕이 미묘하다고 설하셨다. 아난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사갈 비구는 술을 마시고 취해서 누웠거늘 부처님께서는 어찌 그의 공덕이 미묘하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아라한은 결코 주리고 목마르지 않으나 세 가지 일[三事] 때문에 취하여 눕느니라. 첫째는 부처님께서 보살의 뜻을 열어 교화하시고자 함이요, 둘째는 보시한 집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자 함이요, 셋째는 모든 제자 중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가 술을 마시고 실수가 많으므로 이로써 단속하려 함이니, 사갈 비구가 술을 마셨지만은 취한 것은 아니다.” 모든 보살들과 4부 제자들은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듣고 다들 옷을 바로하고 부처님께 절하였으며, 사갈 비구는 다시 앞에 나아가 단정히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수야월국(須耶越國)의 왕과 인민들이 뵙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들이셨으며, 사갈 비구는 부처님의 지시를 받들고 손가락을 튕기는 짧은 시간 사이에 수야월국으로 돌아왔다. 국왕과 인민들은 비구를 보고 다들 기뻐하여 절을 하는 이도 있었고, 꿇어앉는 이도 있었으며, 합장만 하는 이도 있었다. 사갈 비구는 그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내일 여기에 오십니다.” 왕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자 크게 기뻐하며 미리 네거리를 청소하고 휘장을 널리 쳤다. 이튿날 부처님께서 1,250비구들을 데리고 공중으로 오시는데 어디에선가 저절로 생겨나온 연꽃들이 부처님의 발을 받들었다. 왕과 신하와 인민들은 모두 꽃과 향을 갖고 성에 나가 부처님을 맞이하여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머리를 숙여 절하였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궁에 이르시니, 저절로 사자좌가 생겨났는데 비단[綩綎]과 7보로 된 꽃일산이 펴져 있어 오색이 찬란하였다. 왕은 공양을 차리고 직접 잔을 부었으며, 공양이 끝나자 세숫물을 돌리고 축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왕과 인민들을 위하여 용에 관한 전생의 본말(本末)을 말씀하셨으므로, 왕과 인민들은 마음이 풀리어 곧 5계를 받고 10선을 행하여, 수다원을 얻기도 하고 사다함(斯陀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을 얻기도 한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4부 제자들과 하늘ㆍ용ㆍ귀신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