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98_a_01L불설해태경자경(佛說懈怠耕者經)


송(宋)나라 혜간(惠簡) 한역
송성수 번역
김두재 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王舍城) 죽원(竹園) 안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나열기에서 사위국(舍衛國)으로 가시려고 하셨으므로 모든 보살들이 앞에서 인도하였으며, 제석(帝釋)과 범왕(梵王)은 입고 있는 차림새와 나타내 보인 모습이 사천왕(四天王)과 같았고, 모든 비구승들도 모조리 부처님의 뒤를 따랐으며, 하늘ㆍ용ㆍ귀신들은 하늘 위에 있으면서 공양하였다.
그 성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는데, 때마침 어떤 농부 한 사람이 밭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있다가 멀리서 행차하시는 여래를 보니 제자들이 모시고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 행렬은 매우 단정하고 특별나게 미묘하였으며, 위신(威神)이 우뚝하게 높고 뛰어났으며, 용모 또한 자못 특별하고 미묘하여 별 가운데 달과 같았다. 그 기이한 모양과 온갖 좋은 모습은 금빛으로서 그윽하게 32상(相)의 모습과 온갖 많은 모습을 다 나타내었다.
그는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마음이 매우 기뻐서 부처님에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법의 이치를 여쭈어보고 싶었다. 그는 잠시 스스로 생각하길 ‘부처님은 세상에서 만나기 어렵거니와 때때로 한 번씩 출현하신다’라고 하고서, 다시금 게으름을 일으켜 중얼거리기를 ‘갈던 땅도 아직 마치지 못했고, 뿌리던 씨앗도 채 끝내지 못하였으니, 이 뒤 한가할 때를 기다려 부처님을 뵈오리라’고 하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그 농부가 이렇게 게으른 마음을 내는 것을 아시고, 세존께서 갑자기 빙그레 웃으시면서 오색(五色)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와서 시방의 경계를 비추었다. 그러자 다섯 갈래의 세계[五道]가 다 안온해졌으니, 모두가 광명을 타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모였다. 지옥의 고통은 그치고 아귀는 배부르며 축생은 선(善)을 생각하고 인간은 제도 받기를 구하며,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도 다 와서 도법(道法)을 들었다.
현자 아난(阿難)은 일곱 가지로 호응하는 이치의 법과 시절[七應義法時節]을 환히 알고, 몸소 다른 이와 더불어 곧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서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까닭으로 웃으셨나이까? 이미 그렇게 웃으셨으니, 이 모임에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으실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쟁기질하는 이를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유위불(維衛佛)1) 이래로 지금까지 오면서 91겁 동안 여기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늘 부처님을 뵈올 때마다 항상 스스로 게으른 마음을 내어 마음이 약해져서 머뭇거리고 뒤로 미루곤 하였다. 그러면서 몹시 바쁘게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생사(生死)의 죄법(罪法)만 실행하여 왔다. 법의 쟁기로 그지없는 밭[無極田:福田]에 씨를 뿌릴 줄은 몰랐기 때문에 벌써 여섯 부처님을 지났으면서도 제도를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또한 나를 보고 마침 좋은 마음을 내었다가 문득 다시 마음을 바꾸어 짐짓 게을러져서 죄의 뿌리를 심는 일만 즐기려고 하는구나.”
그때 그 사람이 멀리서 이 말씀을 듣고서, 갈던 밭을 버리고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허물을 뉘우치고서 다음과 같이 자책(自責)하였다.
“어리석고 무지하여 죄가 매우 중하옵니다. 바라옵건대 가엾이 여기시어 그 죄과(罪過)를 용서하옵소서. 몽매함이 깊고[蒙冥] 변덕이 심하여[觝突] 게으름을 피워온 지가 오래되었으니, 바라옵건대 죄를 용서하시고 생사를 해탈하게 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한 말이다. 그대는 깨달은 사람으로서 법에 이익이 있을 것이요, 마침내 손해가 있지 않으니라.”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경을 말씀하시고, 게으름의 병폐[懈怠之垢]와 정진의 이익[精進之利]을 보이시니, 매우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불퇴전(不退轉)을 이룩하였으며, 무앙수(無央數:阿僧祇) 천(千)의 모든 하늘ㆍ용ㆍ신장(神將)들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無上正真道意]을 내었다.
“그런 까닭에 도를 배우는 사람은 항상 정진하되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생사에 빠져 굴러 들어가면 자칫하다가는 여러 겁을 지나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현자 아난과 모든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라왕이 이 경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물러갔다.
020_1198_a_01L佛說懈怠耕者經宋沙門惠簡 譯聞如是一時佛在羅閱祇竹園中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及衆菩薩俱時佛從羅閱祇欲詣舍衛諸菩薩導前釋梵被服又見身體如四天王諸比丘僧悉從佛後諸天龍神在上供飬去城不遠時有一人在田耕種遙見如來弟子侍從端正殊妙威神巍巍容貌殊好如星中月奇相衆好金光從容三十二相皆出衆好遙見世尊心便歡喜欲往詣佛稽首作禮諮受法義佛世難値時時一現退自念言耕地未竟下種未畢須後閑時乃當見佛時佛知心發此懈怠世尊便笑放五色光光從口出照十方境界安隱五道皆乘光來集會佛所地獄休息餓鬼飽滿畜生思善人民求度諸天龍神神聽道法賢者阿難解了七應義法時節身與他人卽詣佛所長跪叉手白佛言何因笑旣笑會當有意佛告阿難汝見犂者不對曰已見佛言是人從維衛佛已來九十一劫於是耕種每一見佛常自懈怠選軟復後悤悤耕種生死罪法不識法犂種無極田已過六佛不得蒙度於今見我適發好心卽便變悔欲故懈怠樂種罪根時人遙聞棄耕及田來詣佛所稽首佛足悔過自責愚癡無知罪過甚重願見愍傷原其罪過蒙冥觝突懈怠來久唯見原恕濟脫生死佛言善哉卿能覺者於法有益終不爲損佛爲說經示懈怠之垢精進之利踊躍歡喜立不退轉諸天龍神無央數千皆發無上正眞道意以故學道常當精進莫爲懈怠宛轉生死動有劫數佛說如是賢者阿難諸天龍神阿須倫王聞經歡喜作禮而退佛說懈怠耕者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비바시불(毘婆尸佛). 과거 7불(佛)의 첫째 부처님.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살 때 난 부처. 파파라나무 아래에서 성불하여 세 차례 설법하여 34만 8천의 제자를 제도(濟度)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