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245_a_01L비구청시경(比丘聽施經)


동진(東晉) 천축(天竺) 담무란(曇無蘭)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한 비구가 비구들이 있는 강당에 와서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이제 나는 경법(經法)을 배울 수 없습니다. 어찌나 잠이 오는지 도행(道行)을 즐기지 못하며 모든 경법에 의심이 납니다.”
자리에 있던 한 비구가 곧 가서 부처님께 이를 아뢰었다.
“청시(聽施)라는 한 비구가 강당에 와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이제 나는 경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어찌나 잠이 오는지 도행을 즐기지 못하며, 모든 경법에 의심이 납니다’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그 비구는 어리석어서 모든 감관[根門]을 단속[守]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적게 먹지 아니하였고, 밤이나 새벽에 깨우쳐 행하지 아니했으며, 모든 선한 법을 관(觀)하지 아니하였도다. 이렇게 해서야 어찌 경법을 배울 수 있겠느냐? 잠을 여의고 도행(道行)을 즐기며 모든 경법을 의심하지 않아야 하거늘, 청시는 끝내 전자(前者)로 인하여 후자(後者)를 얻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감관을 단속하지 아니한 까닭에 적게 먹지 못하였고, 밤이나 새벽에 깨우쳐 행하지 못하였으며, 모든 선한 법을 관하지 못하였으니, 어찌 그가 경법을 배우겠느냐? 잠을 여의고 도행(道行)을 즐기며 모든 경법을 의심하지 않아야 하거늘, 끝내 이것으로 인하여 얻지 못하였느니라.
만약 비구가 모든 감관을 단속한다면 적게 먹고 밤이나 새벽에 깨우쳐 행하며 모든 선법을 관하면 곧 경법을 배울 수 있으며, 수면을 여의고 도행을 즐기며 모든 경법을 의심하지 않나니, 이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곧 청시를 불러오라.”
비구는 곧 일어나서 엎드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가서 청시를 불러왔다. 청시는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앉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청시여, 네가 하고픈 말을 곧 하여라.”
청시는 말하였다.
“이제 저는 경법을 배울 수 없사옵니다. 잠이 많이 와서 도행을 즐기지 못하오며 모든 경법에 의심이 납니다.”
부처님께서 청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물을 터이니 너는 아는 대로 말하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색을 탐냄을 여의지 않고, 욕심을 여의지 않고, 연모함을 여의지 않고, 분개[慷慨]함을 여의지 아니하며, 애욕을 여의지 아니하다가, 그것들[色]을 여의면 곧 다른 연모[戀]1)할 것이 생겨나서 근심하고 슬퍼하고 애통해하고 마음이 산란하다는 것을 아느냐?”
청시는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약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지, 옳지. 현자는 잘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은 것들을 여의지 못하는 네가 어찌 아픔과 가려움과 생각이 행(行)과 식(識)을 짓는 줄 알겠느냐? 만약 탐냄[貪識]을 여의지 않고 욕심을 여의지 않고 연모함을 여의지 않고 분개함을 여의지 않고 애착을 여의지 않다가 그러한 식(識)을 여의면 곧 다른 연모할 것이 생겨나서 근심과 비애와 아픔과 심란함이 생기지 않느냐?”
청시는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지, 옳지. 현자는 잘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들을 여의지 못했다면 네가 어찌 색탐을 여의고 욕심을 여의며, 연모함을 여의고 분개함을 여의고 애욕을 여의며, 그들 색(色)을 여의면, 곧 다른 연모할 것이 생기지 않아서 근심과 비애와 아픔과 심란함이 생겨나지 않는 것을 알겠느냐?”
청시가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지, 옳지. 현자는 잘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아픔과 가려움과 생각과 나고 죽음 그리고 행과 식을 여의었다면, 너는 식을 탐하지 아니하고 욕심이 없으며 연모함이 없고 분개함이 없으며 애욕이 없으며, 그들의 식을 여읠 때에 다른 연모할 것이 생겨나 근심과 비애와 아픔과 심란함을 내지 않느니라. 그러하지 않느냐?”
청시는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지, 옳지. 잘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청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위하여 경법을 설하되,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게 하며, 또한 너를 위해 도행의 지극한 경지를 보여줄 것이니, 너는 이를 잘 듣고 마음속에 지녀야 한다.”
청시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적에 두 사람이 함께 나와서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은 길을 알고 한 사람은 길을 알지 못하였다. 길을 알지 못하는 이는 곧 길을 아는 이에게 가서 물었다.
‘내가 지금 어떤 나라의 어떤 마을을 가려고 하니 나에게 길을 알려 주시오.’
이에 길을 아는 이가 말하였다.
‘그대가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오른쪽으로 두 갈래 길이 있으리니, 왼쪽 길로 가지 말고 오른쪽 길로 가라. 오른쪽으로 곧장 조금 나아가면 계곡이 보일 것이다. 계곡 위에는 또 두 길이 있을 터이니 왼쪽 길로는 가지 말고 오른쪽 길로 가라. 곧장 오른편으로 조금 가면 숲이 보일 것이다. 숲에는 또 두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니,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로 가라. 곧장 오른쪽으로 잠시 차츰차츰 가면 네가 가려는 나라의 마을에 이를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앞에서 비유로 말하였는데, 이것은 일체의 설법인 줄 알아야 하며, 또한 그 말을 잘 관찰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세간의 삿된 도[邪道]를 이름이요, 또한 삿된 것을 받아들인 사람을 가리키며, 앞에서 말한 길을 아는 사람은 곧 여래요 집착하지 않은 이요 바르게 깨달은 이며, 또한 바른 깨달음을 받은 모든 이다.
왼쪽 길이란 악한 사람의 세 가지 나쁜 생각이니, 곧 첫째는 욕심을 부리는 생각이요, 둘째는 어지러운 생각이요, 셋째는 해롭게 하려는 생각이다. 또는 그것은 삿된 소견[邪見]ㆍ삿된 생각ㆍ삿된 말ㆍ삿된 뜻[意]ㆍ삿된 행ㆍ삿된 방편ㆍ삿된 뜻[志]ㆍ삿된 정(定)이다. 또 말한 오른쪽 길이란, 세 가지 선한 생각이니, 첫째는 출가하려는 생각이요, 둘째는 어지럽지 않은 생각이요, 셋째는 해치지 않는 생각이다. 또한 그것은 바른 소견ㆍ바른 생각[正念]ㆍ바른 말ㆍ바른 뜻[正意]ㆍ바른 행ㆍ바른 방편ㆍ바른 뜻[正志]ㆍ바른 정[正定]을 말함이다.
두 갈래 길이란, 사람의 의심이요, 계곡은 성냄을 말한다. 숲은 다섯 가지 즐김[五樂]이니, 첫째는 눈으로 색을 즐기어 애욕으로 색을 좋아하고 탐착함이요, 둘째는 귀로 소리를 즐김이요, 셋째는 코로 향기를 즐김이요, 넷째는 혀로 맛을 즐김이요, 다섯째는 몸으로 세밀함과 부드러움을 즐겨서 애욕으로 색을 좋아하고 탐착함이다. 어떤 나라의 마을이란 무위(無爲)의 덕(德)을 말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청시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불사(佛事)는 내가 자비한 마음으로 설하였나니, 그것은 도탈(度脫)하려고 하는 자를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너의 몫이니, 적정(寂靜)한 나무 밑에서 고요히 한 군데 머물러 일심으로 몸소 체득하여 실행하라. 산이건 못이건 무덤 사이건 열매로 먹을 것을 삼고, 비구로서 탐욕을 부리지 말지니, 세간에 거처하면 뒤에 후회가 있느니라. 이것이 부처님의 행이며 또한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니라.”
현자 청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기뻐하며 사유하였다.
020_1245_a_01L比丘聽施經東晉天竺三藏曇無蘭譯聞如是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有一比丘到講堂諸比丘所諸賢者今我不可經法大著睡眠不樂道行疑諸經法座中有一比丘卽行白佛有一比丘字聽施來到講謂諸比丘言今我不可經法大著睡眠不樂道行疑諸經法佛便報言是比丘癡不守諸根門不少食不上夜後夜警順行不觀諸善法如是當那可經法離睡眠樂道行不疑諸經聽施終不從此得是佛言比丘以不守諸根門不少食不上夜後夜警順行不觀諸善法彼當那可經法離睡眠樂道行不疑諸經終不從此得是若比丘守諸根門少食上夜後夜警順行觀諸善法便可經法離睡眠樂道行不疑諸經法從是可得此佛告比丘便呼聽施來比丘便起頭面禮佛足往呼聽施聽施卽至佛所面禮佛足已就座佛便言聽施汝所欲便說之聽施言今身不可經法著睡眠不樂道行疑諸經法佛語我欲問若事隨若所以知事說之佛言若寧知貪色不離欲不離戀慕不離慷慨不離愛不離以彼色別離便生他變憂愁悲哀痛亂意殟有是無聽施言如是若干從彼有善哉善哉賢者如是應聽施佛言如彼不離若寧知痛痒思想作行識若人貪識不離欲不離戀慕不離慨不離愛不離以彼識別離便生他變憂愁悲哀痛亂意殟殟有是不聽施言彼有是佛言善哉善哉賢者如是應聽施佛言如彼不離若寧知離貪色離欲離戀慕離慷慨離愛以彼色別離不生他變憂愁悲哀痛亂意殟殟彼有是無有聽施言彼有是佛言善哉善哉賢者如是應聽施佛言如彼離痛痒思想生死行識不貪識無有欲無戀慕無有慷慨有愛以彼識別離不生他變憂愁悲哀痛亂意殟殟寧彼有是無有聽施言彼有是佛言善哉善哉是應聽施佛便告聽施我欲爲若說經法上亦中亦善至竟亦善具爲若現道行至竟但諸善善好當聽之持著意聽施言唯諾佛言曾有二人俱出在道其一人曉道徑其一人不曉道徑不曉道徑者便往問曉道徑者言我欲至某聚鄕郡縣國願語我道所由曉道徑者便汝從是道直右行前當有兩道左道上右道直右行須臾前當見溪溪谷上亦當復有兩道捨左道上右道直右行須臾當見叢樹叢樹上亦當復有兩道捨左道上右道直右行須臾稍稍便得若所欲至聚鄕郡縣國佛言我上頭所譬喩說當知是一切所說亦當諦觀此所說上頭所說不曉道徑者謂世閒邪道亦復謂諸受邪者所說上頭曉道徑者謂如來不著正覺亦復謂諸所受正覺者所說左道者謂諸惡人三惡念一者欲二者亂念三者賊害念亦復謂邪見邪念邪說邪意邪行邪方便邪志邪定亦說右道者謂三善念一者出家念二者不亂念三者不賊害念復謂正見正念正說正意正行正方便正志正定所謂兩道者謂人所疑所說溪谷者謂瞋恚所說叢樹者五樂一者眼樂色愛欲可以好色貪二者耳樂聲三者鼻樂香四者舌樂味五者身樂細軟愛欲可以好色貪著所說聚鄕郡縣國者謂無爲德佛告聽施是諸佛事我以悲心故說是其欲度脫者我已愍傷之今彼是若事當以寂靜樹下空閑一處一心體行若山澤塚閒當以果蓏爲食丘莫貪欲於世閒居後悔之是諸佛行亦諸佛教今佛已說是賢者聽施便歡喜思惟佛所說比丘聽施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고려대장경에는 ‘변(變)’으로 되어 있으나, 송(宋)ㆍ원(元)ㆍ명(明) 세 본에는 ‘연(戀)’으로 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연(戀)’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